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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여인들 - 4부4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7:39 1,291회 0건
기억에 남은 여인들 - 달맞이꽃 4장



눈이 내리면 수민이는 진짜 아이처럼 좋아했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눈이 쌓여 새하얀 곳을 보고 일부러 내려서 발자국을 남긴 적도 있었다. 하얗게 덮인 눈밭에만 가면 수민이는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그 겨울엔 눈이 많이 왔고 수민이는 많이 즐거워했다.

- 눈이 그렇게 좋아?
- 네, 헤헤...
- 왜 좋아?
- 헤헤... 그냥 좋아요.
- 우리, 스키 타러 갈까?
- 스키요? 나, 한번도 안 타 봤는데...
- 타 보면 되지. 누군 타보고 태어났나?
- 오빠가 가르쳐 줄 거죠?
- 전문 강사한테 배우는 게 낫지. 주말엔 붐비니까 평일에 가자.
- 평일에? 출근 안 하구요?
- 월차 하루 쓰지, 뭐... 수민이도 월차 쓸 수 있지?
- 있긴 있는데...
- 스키복은 있어?
- 스키복이요?

1월 중순 어느 날, 평일에 어렵사리 월차를 냈다. 가까스로 둘이 같은 날짜에 맞추어 월차를 내고, 스키를 타러 갔었다. 그래서 그 전 주말에는 수민이 스키복을 고르러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스키복을 사려다가 보드복이 더 예쁘다며 보드복을 입어보다가, 또 너무 펑퍼짐하다며 스키복으로 갔다가, 아무래도 디자인이 낫다며 보드복으로 갔다가...

그것도 한 군데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스포츠브랜드 매장마다 돌아다니며 그랬으니 진짜 거의 하루 종일 스키복을 사러 돌아다니기만 한 거였다. 여자의 쇼핑이라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그래도 이것저것 다 맘에 든다며 선택하지 못하고 울상짓는 수민이가 예쁘기만 했다.

결국 점심을 먹으며 지친 다리를 좀 쉬고 또 돌아다녔고, 해가 기울어갈 때쯤에야 스포츠브랜드가 아니라 여성복 브랜드 매장에서 핫핑크색 상의와 흰 바지 스키복 세트를 샀다. 그리고 나서야 길고 길었던 쇼핑이 끝났다. 하아... 그날 내쉰 한숨이 지금도 기억날 듯하다.

- 오빠, 너무 비싼 거 아니예요?
- 다 그 정도 해. 지금까지 봤잖아.
- 그래두...
- 괜찮아. 계속 입을 건데 뭐... 자, 이제 헬멧 보러 가자.
- 헬멧이요? 헬멧도 써요?
- 응. 애들이랑 초보자는 쓰기도 해.
- 진짜?
- 그럼. 스키도 위험한 운동이야...
- 히잉~ 겁주지 마요...

사실, 헬멧은 수민이가 너무 들떠 있어서 스키가 위험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일부러 꺼낸 얘기였다. 그래도 아주 근거 없는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십년 전 그때는 헬멧 파는 용품점을 찾기 힘들었고, 어렵게 찾은 스키용품 매장에서 써 본 헬멧은 어린이용이라 수민이는 쓸 수도 없었다. 용품점에서는 고글과 장갑만 사가지고 나왔다.

- 우와... 이 장갑, 평소에 껴도 되겠어요..
- 너무 크지 않아?
- 그래도 무지 푹신하고 따뜻해...
- 끼고 다녀 봐... 며칠이나 가나.... 크크...
- 헤헤...

하루 종일 그렇게 돌아다니고 나니 나는 녹초가 되어 버렸고, 주말엔 항상 했던 중요한 일과도 건너뛰고 수민이를 집에 데려다 주었었다. 그 중요한 일과는 물론, 수민이와 나누는 육체적인 교감이었다. ㅠ.ㅠ

- 조심해서 가요, 오빠. 응?
- ......
- 또 왜요...?
- 수민이 안고 싶어서.
- 아이, 차암... 피곤하다면서요...
- 누가 뭐, 그거 한대? 안고 싶다는 거지.
- 피이... 그런 표정 하면 괜히 안쓰럽잖아요.
- 안쓰러워? 진짜?
- 깔깔깔.... 뭐야아...? 애기처럼...
- 애기면 젖 줘. 수민이 젖... 킥킥...
- 아유, 진짜 응큼쟁이. 맨날 야한 생각만 하구...
- 수민이가 애기라며어~?
- 어우, 진짜... 남들이 이걸 봐야 돼. 오빠가 얼마나 야한지...
- 후후... 오빤 수민이 앞에서만 야한 거야.
- 치이~...
- 후후후... 늦었어, 그만 들어가.
- 그럼, 조심해서 가요?
- 응...

......

스키장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며칠 동안 들떠 있었던 수민이는 스키장에 가기 전날, 소풍을 앞둔 유치원생 어린아이처럼 설레어 잠을 못 이루었다. 침대에 누워서 한 시간 넘게 통화하고도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며 전화를 끊지 못했다.

- 이제 자자. 너무 늦었어. 응?
- 잠이 안 오는 걸?
- 그래도 자려고 해 봐야지. 피곤한 상태로 스키 타면 다치기 쉬워.
- 치~... 아라쪄여...
- 준비하고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
- 내가 오빠한테 가는 게 낫지 않아요? 여기 왔다 가면 시간이...
- 아버지 차 하루 쓰기로 했어.
- 우와... 진짜요?
- 일찍 모시러 갈게요, 아가씨...?
- 네에... 헤헷~

이윽고, 스키장에 갔던 날... 수민이는 처음 타는 거라서 대여와 강습을 포함한 패키지를 선택하고, 나는 장비도 다 있었고 강습도 필요 없어서 그냥 일일권을 끊었다. 낡고 후줄근한 내 시커먼 스키복이 수민이의 산뜻한 스키복과 대조적으로 무지 촌스러워 보였다. 스키를 뭐, 옷으로 타는 건 아니지만...

- 오빠 스키는 왜 그렇게 짧아요? 내 건 긴데...
- 처음엔 그냥 긴 걸로 배워 둬.
- 이게 더 쉬워요?
- 응? 응... 저 봐봐, 다들 긴 거잖아.
- 그러네, 진짜...

사실은 숏스키가 더 타기 쉬웠다. 대여점에 남은 숏스키가 없었을 뿐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짧은 게 더 편했다. 타기도 편했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았다.

승용차 트렁크에도 쉽게 들어갔겠지만, 차를 가지고 스키장에 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부모님은 스키를 탈 줄 모르시고, 형은 운동이라고는 학교 갈 때 자전거 타고 가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형이 나중에 학교 졸업한 다음에는 무려 마라톤대회와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집에 스키 타는 사람은 나 하나였고, 혼자서만 새벽 버스를 타고 스키장에 가곤 했었다.

초급코스 한번 타고 내려와서 수민이가 낑낑대며 걸음마하는 걸 보고, 또 한번 타고 내려와서 넘어져 있는 수민이 보고... 나는 즐거웠는데, 수민이는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도 수민이는 계속 웃었고, 내가 와서 볼 때마다 재밌다, 신난다를 연발하며 웃었다. 저절로 웃음지을 정도로 귀엽고 예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계속 타겠다는 수민이를 겨우 달래서 데리고 내려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 따뜻한 차 한잔씩을 손에 들었다. 내가 커피를 안 마신다고 자기도 커피 대신 주스나 차를 마셨던 수민이...

- 그렇게 재미있어?
- 네... 진짜 재밌어요...
- 그럼, 이제 코스 올라가 볼까?
- 무서울 거 같은데...?
- 괜찮아. 강습 안 받고 처음부터 저기서 타는 사람도 있어.
- 진짜?
- 그러엄. 수민이도 할 수 있어. 가자.
- 잠깐만, 오빠. 응? 잠깐만...
- 왜?
- 무서운데... 히잉...
- 괜찮아. 오빠가 잡아 줄게.
- 진짜지...?

스키가 자전거냐, 잡아 주게? 수민이는 리프트에서는 다리를 흔들며 재잘댔지만 초급 코스에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겁을 먹고 자꾸 엉덩이를 뺐다. 안 타겠다는 수민이를 설득해서 조심스레 자세를 잡아주었다.

- 무릎 더 붙여. 무릎에 힘 더 줘.
- 히잉~ 힘 줬잖아요...
- 더 줘야지...
- 치잉...
- 그러다 넘어져. 초급코스는 패트롤도 안 와.
- 패트롤이 뭐예요?
- 안전요원... 걔들이 끌고 내려가면 더 씽씽 내려가... 혼자 가는 게 낫지...
- 진짜?
- 그럼, 그 사람들은 평지에서 걷는 것보다 스키 타는 게 편한 사람들이야. 아주 날아다녀...

코스에서 넘어져 다치거나 겁내는 사람들을 패트롤이 썰매에 싣고 내려가기도 했다. 나는 기껏해야 중급코스에서 타지만, 중급코스에서도 패트롤들이 다니는 속도는 진짜 무시무시했다.

한참동안 수민이를 설득해도 겁만 내던 수민이는 내가 같이 타겠다고 하자 겨우 용기를 냈다. 나는 수민이 앞에서 코스를 등지고 수민이 스키에 내 스키를 맞춰 갖다 댔다. 스키를 뒤로 탄 건 처음이었다. 위험한 짓이었지만 수민이가 그걸로 안심을 했으니 나로서는 만족이었다. 다행히도 속도가 많이 나지 않았다. 스키는 뒤로는 덜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 발 ! 무릎에 힘 주고. A자 !
- 후우... 후...
- 폴 찍지 마. 다쳐 !
- 아, 폴...

등뒤를 보면서, 수민이 자세도 보고, 이따금 수민이 얼굴도 보면서... 그렇게 천천히 내려왔다. 다른 스키어들이 씽씽 지나가는 사이에서 그렇게 끝까지 내려왔다. 나 혼자 내려오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그러나 정작 수민이는 다 내려와서는 재미있다고 해맑게 웃었다.

- 우와, 재밌다...
- 재밌어?
- 네, 오빠... 히힛~
- 그럼 또 탈까?
- 아니, 아니... 싫어... 아아앙~ 싫어잉....
- 후훗~ 그러면서 뭘...
- 오빠 미워... 무서웠단 말이야... 히잉~

내가 장난으로 리프트 쪽으로 잡아끌자 수민이는 주저앉아 울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보면서 키득거리는데도 수민이는 일어나지 못해서 달래는 데 한참 걸렸다. 자기가 재미있다고 했지, 내가 재밌으니 또 타라고 한 게 아니었는데... ㅋㅋㅋ

그러나 수민이는 결국 또 올라가서 초급코스를 몇 번 타고 내려왔다. 수민이는 초보답게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지 못해서, 넘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기도 해서 나를 놀라게 했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았고, 넘어져서 찌푸리다가도 금새 또 헤헤거리고 웃었다.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땅거미가 질 때쯤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오후인가 싶더니 해가 금새 기울었고, 스키장은 산이라서 그런지 어둠이 더 빨리 내렸다.

- 다 젖었지?
- 아니요. 난 안 젖은 거 같은데? 이 스키복 되게 좋은 거 같아요. 헤헤~
- 땀 안 났어?
- 아, 땀은 많이 났어요.
- 후후~, 그거 말하는 거야. 빨리 갈아 입어.
- 힛, 오빠 아니었으면 갈아입을 옷 가져올 생각도 못 했을 거야...
- 처음엔 다 그렇지, 뭐...
- 오빠도 처음에 그랬어요?
- 나도 삼촌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그냥 젖은 옷 입고 떨면서 집에 갔을 거야. 난 삼촌한테 스키 배웠거든... 그땐 스키복도 없었어. 그냥 따뜻하게, 두툼하게 입는 게 전부였어.

차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지만 그래도 즐겁고 신나기만 했다. 수민이는 몸을 웅크리고 돌아앉아 갈아입느라 오래 걸렸다.

- 아이, 보지 말아요~...
- 뭘? 볼 거 다 본 사이에...
- 그래도 창피하단 말이야... 이쪽 보지 마요.
- 참, 나... 어이구, 저 밖에서 다 보네...
- 어머나...
- 킥킥킥~ 밖에서 보이긴 뭐가 보여... 크크크...
- 치, 뭐야아~? 응큼쟁이...
- 수민이도 응큼쟁이.
- 내가 뭘요?
- 수민이만 벗고 있나? 나도 다 벗었는데... 마찬가지지..
- 그건... 난 오빠 안 보잖아요.
- 봐. 누가 보지 말래? 자, 자...
- 아이, 뭐예요...? 치... 키킥~

우리는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장난을 쳤고, 수민이는 내 장난에 웃어 주었다. 뭘 해도 즐거웠다. 수민이는 몸을 돌리고 옷을 갈아입었지만, 그 하얗고 매끈한 등만 보고도 내 신체 일부는 몸부림쳤다.

수민이가 쓰던 장비를 반납하려고 챙겨 보니 폴 하나가 중간쯤에 살짝 꺾여 있었다.

- 아까 넘어지면서 다른 사람 부딪쳤는데, 그때 그랬나 봐요...
- 어디 다치진 않았고?
- 네...
- 그럼 됐어. 그래도 내일 혹시 아픈 데 있으면 꼭 말해.
- 근데, 이거 어떡해요?
- 괜찮아. 돈 얼마 내면 될 거야, 아마...

대여용 싸구려 폴 변상 금액은 무려 5만원이었다. 새로 사도 그보다는 쌀 듯했지만 수민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어서 그냥 따지지 않고 군소리 없이 물어주고 나왔다. 다시는 거기서 대여하나 봐라... 기분 나빴던 건 잠시 뿐, 수민이와 함께 차에 타자마자 나쁜 기분은 싹 사라졌다.

피곤했지만 정말 신나는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도 즐거웠다. 수민이는 차에서 내가 좀 자라고 해도 도무지 자려 하지 않았다.

- 다음엔 보드 타 봐야겠다.
- 보드?
- 응. 애들 타는 거 보니까 보드도 재밌겠던데?
- 보드는 안 타 봤어요?
- 응. 스키만.
- 난 스키도 언제 또 타 보나...?
- 오빠랑 가끔 가면 되지...
- 치, 아까처럼 또 무섭게 하려고?
- 무섭게? 언제?
- 위에 올라가서 내려올 때... 오빠, 무지 무섭게 말했어. 해 ! 하지 마! 치...
- 아, 그때...? 위험하니까 그랬지. 조심하지 않으면 다치니까.
- 그래두...
- 후후후... 알았어, 안 그럴게.
- 진짜지?
- 안 졸려?
- 괜찮아요.
- 어제 잠 설쳤다면서?
- 헤헤... 되게 설어요. 스키장 처음 가는 거라...
- 그러니까 좀 자. 안 피곤해?
- 오빠도 똑같이 피곤하잖아. 근데 오빠는 운전까지 하는데 내가 어떻게 자요?
- 이런...? 그럼, 나도 자?
- 에...? 안 되지이, 그럼... 치~

그러나 수민이는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면서도 기를 쓰고 졸음을 참으려 했고, 졸다가 이따금씩 퍼뜩 깨곤 했다. 참 바보 같아서 웃음이 났지만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화난 목소리로 조수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라고 한 후에야 그나마 좀 편하게 잠든 수민이였다. 나도 좀 피곤했지만 졸립지는 않았다.

수민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차 안에서 잠깐 키스만 하고 돌아왔다. 팬티 속의 그 녀석은 분기탱천 들고 일어나 바지를 밀어올리며 시위를 벌였지만, 수민이네 집 앞에서 그 이상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 쪼옵~ 쫍...
- 하아... 오빠...
- 아, 수민이 안고 싶다...
- 히잉... 안돼요... 참아 봐요. 응?
- 여기서 더 못 하는 거 알아.
- 참을 수 있죠?
- 쩝... 지난주에도 참았는데...
- 오빠...
- 응?
- ......
- 왜? 표정이 왜 그래...?
- 아니라는 거... 아는데요...
- 뭐가 아니야...?
- 오빠, 자꾸 그러면.... 그거 하려고 나 만나는 거 같잖아...
- 이런 바보. 내가 수민이 좋아하는 이유가 겨우 그거겠어?
- 아이, 안다 그랬잖아요. 화... 났어요?
- 아니야. 그런 걸로 왜 화를 내...?
- 나는 내가... 오빠가 원할 때마다 다 못 해 주니까...
- 그런 걸 해주는 게 어딨어.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지.
- 그래도.. 항상 오빠가 먼저 원하잖아요.
- 수민이는 하기 싫은데 오빠가 요구하니까 해주는 거야?
- 아니, 그건 아니지만...
- 수민이도 오빠랑 할 때 좋은 거지?
- .....

수민이는 눈을 내리깔며 고개만 끄덕였다. 키스하는 게 좋고 사랑 나누는 게 좋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섹스하려고 만나는 것과 만나서 놀다가 섹스도 하게 되는 것은 분명히 다른 거다. 그게 그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수민이에 대한 내 마음은 단지 욕정에 불과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러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면서도 수민이도 원하는지 확인까지 한 거다.

- 후후... 오빠도 괜히 투정하는 거야.
- 나중에 많이 해 줄게요.
- 음... 해 주는 거 아니라니까? 서로 좋아서 같이 하는 거지 누가 일방적으로 주고 누구는 받는 게 아니잖아.
- 킥~ 알았어요...
- 해준다는 표현 쓰지 마... 아니, 그런 생각도 하지 마.
- 네... 오빠도 좀 참을 수 있죠?
- 쪽~ 그러엄~. 오빠가 무슨, 그거 못해서 안달난 놈인 줄 알아?
- 아이, 그런 말 아니예요.
- 후후... 알아.
- 오빠, 그럼...
- ?......
- 주말에...
- 주말에 뭐?
- 오빠... 나... 많이... 사랑...
- 진짜?
- 치... 꼭 말해야 알아요? 말 안 해도 다 할 거면서...
- 그럼 나, 진~짜 많이 한다? 흐흐흐...
- 아유, 정말... 오빠 그거 너무 밝혀...
- 헤헤헤... 몰라, 많이 할 거야. 크크크...
- 치~ 애기 같애, 정말...

아기라도 좋았다. 수민이에게는 아기이고 싶었다. 사랑에 빠져 봐라. 다 아이처럼 단순해지고 다 철없어진다. 남들에겐 아무리 유치해 보일지라도, 연인들이 유치한 장난을 하는 건 당연한 거다. 철없는 짓도 하고, 유치한 말도 하고, 가끔은 정신없이 실수도 하고.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항상 빈틈없이 완벽하다면 난 그 사람이 날 사랑한다는 말을 믿지 않을 거다.

말장난 같은 내 말은 은근히 진심이었다. 사랑이든 섹스든 내키지 않는데 상대가 원하니까 해준다는 건 마지못해 하는 거다. 그건 사랑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다. 내키지 않는데 하는 섹스... 그건 금전적인 댓가만 없다 뿐이지 성매매보다 나을 게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 차라리 상상력을 동원한 자위가 나을지도 모른다.

섹스와 상관 없이 수민이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젊은 남자의 건강한 육체는 수민이를 생각만 해도 바지 앞섶을 불룩하게 만들곤 했었다. 수민이가 야하다고 핀잔해도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수민이와는 성적인 얘기도 쑥스러워하거나 민망해하지 않고 다 터놓고 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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