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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7:40 1,280회 0건
기억에 남은 여인들 - 남의 여자 중편



회식하다가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다시 말하지 않았다.
선배도, 주사님도, 그리고 나도...
그러나 그 사건의 당사자인 이선생은 큰 회사 연수원의 영양사였던 탓에
아랫동네 식당가 아주머님들이 다 아는 나름 유명인사였고,
그 유명인사가 당한 일은 이미 식당가에 짜하게 소문이 났었다.

식당 사장님이 언급해 주어서 결국엔 나와 선배도 알게 되었다.

- 이봐, 박선생...
- 예, 사장님...
- 그... 이선생 말이야... 그만 둔다며?
- 이선생이요? 예, 어디 연구손가... 간대요.
- 그래~?
- 왜요?
- 아니... 지난번에 김과장이 그... 아, 좀 그랬었잖아... 왜?
- 예, 그랬었죠. 근데, 그게 왜요?
- 그... 이선생이 그때 그 일 때문에 그만둔다는 소문이 났어.
- 아이, 아니예요... 한달전에 벌써 사표 냈구요, 그날 회식 겸해서 환송회 한 거예요..
- 그럼 그 일 때문이 아니구만? 그지?
- 아, 그럼요... 아니예요. 연구소 들어가는 게 어디, 그렇게 급하게 되나요?
- 그러게 말이야. 허, 참...
- 아니라고 주변에 말씀 좀 해 주세요.
- 내애가아? 어, 이 사람. 그런 소리 하지도 말어...
- 아니, 왜요?
- 내가 그런 말 하고 다니면 김과장 편드는 셈이 되잖아, 이 사람아... 이 동네 여편네들한테 나까지 욕 먹으라고?
- 허허, 차암...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 그리, 고~! 여편네들 하는 소리가 기든 아니든간에... 김과장, 그러면 안 되지. 응? 그런 일이 있었던 적이 없어요. 그런 일이... 연수원 생기고 나서 우리가 직원들 뭐, 한두 명 봤어? 김과장 같은 사람, 처음이라구, 아무렴, 처음이지...
- 하, 참... 저희가 사장님보다 더 갑갑해요...

박선배도 진땀을 흘리며 어쩔 줄을 몰랐고,
옆에 있는 나도 어디 숨을 곳을 찾고 싶었다.
소문이 그렇게 났으면 두고두고 쪽팔릴 수밖에 없었다.
식당에 가면 나나 선배만 보고도 사람들이 수군대는 듯했고,
아랫동네에 밥 먹으러 갈 때마다 자꾸 생각이 나고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그 소문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회식한 다음 날부터 과장은 치사하고 쪼잔하게 나를 갈궈 대기 시작했다.
업무상 문제라면 감당해 내겠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걸로 사람을 쪼아 댔다.

한참 아무리 바빠도 과장이 시키면 건물 밖에 떨어진 낙엽이나 오물을 치우러 나가야 했고,
복도 바닥에 물 한 방울이 떨어져 있어도 당장 닦아야 했다.
냉온수기 물통이 비어도 잔소리를 한참 들어야 했고,
복사기 토너가 떨어져서 경고등이 들어와도 내 잘못이었다.

혹시나 지각이라도 하면 하루종일 죄인 취급을 했다.
정작 과장은 관사에서 몇 걸음 나오는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제 시각에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는데도...
아, 씨발... 진짜 씨발 외에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뭐, 이따금은 씨부랄...

단 셋이 근무하는 작은 사무실에서 갈등이 생기면, 갑갑한 건 아랫사람이었다.
그것도 그 사무실에서 제일 높은 사람과 제일 낮은 사람 사이에 알력이 생기면...?
매일매일 출근길이 짜증났고, 업무도 지연되기 일쑤였다.
그러면 과장은 그걸로 또 뭐라고 하고...
나중엔 과장이 부르기만 해도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과장은 그걸로 또 뭐라고 했다

- 거, 웃사람이 부르는데 그런 표정 하는 거 아니우...
- ......

허... 그 순간 진짜 어이가 없어서 입만 헤벌린 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남들이 들으면 점잖게 타이르는 걸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고,
지적하는 것도 모두 당연하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업무중에 하던 일을 멈추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연수원 정문에 광고지가 붙어 있다며 당장 가서 떼라는 과장의 지시에,
본사 인사과에서 요청한 급한 자료를 만들다 말고 사무실을 나와
그 긴 진입로를 한참동안 걸어 내려갈 때에는
내가 진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

붙어 있던 종이는 전단지 딱 한 장이었다.
쫄딱 망했습니다. 며칟날 어디서 창고대개방... 뭐, 이런 내용의 전단지였다.
내가 들어오면서 그걸 봤다면 내 손으로 떼지,
그 먼 사무실까지 들어와서 부하직원 보고 나가서 떼라고 시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떼어낸 광고지를 들고 정문 앞에 우두커니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런 일을 하려고 어렵게 시험 치르고 입사한 건가 싶었다.
올려다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랬다.
그 하늘이 얼마나 눈부시게 맑았는지, 눈물이 날 뻔했다.

사무실에 다시 들어왔을 때에는 인사과에서 난리가 났었다.
급하다고 한 자료를 안 주고 뭘 하고 있었느냐고...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부서 내의 갈등을 다른 부서에 노출하는 건 창피한 일이었다.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계속 사과했다.

그러나, 과장은 나와 달리 그게 창피한 일이라는 걸 몰랐고,
내가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둥, 일할 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둥
내가 듣는 데에서도 전화기에 대고 그런 말을 했다.
결국, 일주일만에 나는 인사부 사람들에게 낙인이 찍혔다.
업무의 우선순위나 경중조차 구분 못하는 직원으로...

- 네, 연수원 한정웁니다.
- 정우씨...
- 예?
- 나, 미선이예요.
- 아, 미선씨... 잘 지내요? 웬일로 이 시골까지...?

미선씨는 입사 동기로 인사과에 근무했었다.
신입사원 때 함께 연수 받는 동안 여자 중에는 가장 눈에 띄었던 친구였다.
똑부러지고 야무지고...
같은 부서로 배정받아서 서로 잘 됐다고 했었는데
미선은 본사 인사과, 나는 연수원으로 나뉘어서 아쉬워했던 친구였다.
여자로서 매력보다는 동료 직원으로서 함께 일하고 싶은 믿음직한 친구였다.

- 종석선배한테 대충 들었어요.
- 뭘?
- 뭐, 그쪽에서 벌어지는... 뭐랄까... 갈등? 알력?
- 아, 나... 이 선배는 또 뭐라고 떠벌인 거야...?
- 큭큭... 어떻게... 버틸 만해요?
- 버틸 만해서 버티나? 크크... 왜? 못 버티면...?
- 아직 신입사원이라 정우씨 다른 데 못 간대요. 과장님도 간 지 얼마 안 돼서 안 되구요...
- 알아, 나도 안다구. 겨우 그런 말 하려고 전화했어?
- 어... 나는 그냥...
- 아, 이게 무슨 꼴이야... 미안해, 미선씨... 미선씨한테 화낼 일이 아닌데... 쯧~
- ......
- 요즘 좀 그래. 무슨 말을 들어도 짜증이 나고... 미안해...
- 인사과에서 한번 나갈 거예요. 그때 있는 대로 말해요.
- 후후... 나와서 물어봐도 말할 만한 건 하나도 없어.
- 그래두요... 박선배 얘기는 뭐, 정우씨 잘못 없다던데...
- 옆에서 지켜보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나는데, 잠깐 나온 사람들 이해시킬 만한 팩트는 없어... 아, 엊그제 나 깨진 거, 알지?
- 네, 알아요...
- 그것도 어떻게 된 거냐면...
- 아, 죄송해요. 과장님이 부르셔서... 나중에 또 통화해요...
- ......

그러나 다시 통화하지는 못했고, 한번 나온다던 인사과 사람들도 나오지 않았다.
과장 선에서 무마했을 게 뻔했다.
진짜 난처하고 곤란할 때면 선배를 쳐다봤지만 모르는 척,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사실, 선배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선배를 따라가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 아, 진짜 돌아버리겠어요... 선배님, 저 어떻게 해야 되죠?
- 나라고 답 있겠냐.? 휘유~ 옆에서 보는 나도 미치겠다...
- 하... 나...
- 자...
- 아, 담배 안 피우는 거, 아시잖아요...
- 그럴 땐 한 대 피우는 거야. 이거라도 펴 봐. 속이라도 시원하지...
- 아이구, 됐습니다요...
- 행여나 사표 쓸 생각은 하지도 마라...
- 에휴... 알았어요...
- 약속했다? 응? 좆 달린 놈이 두말하면 안 되는 거야?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잔소리를 듣는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다 보니 타당한 지시에도 반감이 먼저 생겼다.

선배와 나는 매일매일 술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
선배는 아예 포기하고 자기 일만 했고, 사무실 분위기는 썰렁하다 못해 삭막해져 갔다.
얼마 전까지 미친 듯이 일했던 게 마치 꿈같이 생각되었다.
씨발, 여자 하나 먹을 기회를 놓쳤다고,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지랄하는 건가...
그런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사표를 쓰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그렇게 답답해하던 어느 날, 사무실로 이선생이 전화를 걸어 왔다.

- 예, 연수원 한정웁니다.
- 저, 이지연이예요.
- 아, 네. 안녕하셨어요?
- 저기, 한선생님 휴대폰 번호 좀 알려주세요.
- 네?
- 아이, 빨리요...
- 011-xxx-xxxx 예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며 과장 눈치를 살폈다.
과장은 의자에 뒤로 기대 앉아 고개를 한쪽으로 꺾은 채 졸고 있었다. 아니, 아예 자고 있었다.
얼떨결에 번호를 불러 주었다.

-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 네? 아, 네, 뭐...
- 이따 전화드릴게요.

뚝~, 뚜, 뚜, 뚜...

무슨 일인가 물을 새도 없이 달라는 대로 전화번호를 주고, 얼떨결에 약속을 잡게 되었다.
이선생, 지연씨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완전히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퇴근 무렵, 지연씨의 전화가 왔고, 지연씨네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호프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실 신영이와 헤어진 이후 거의 여자를 못 사귄 것처럼,
혜진이과 헤어진 이후로도 여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업소 여자들에게 성욕만 풀었을 뿐...

그러던 나에게는 지연씨가 몇 달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여자’였다.
내 귀를 빨아대던 지연씨 생각에 묘한 기대감이 들기도 했고,
귀를 빨렸던 생각을 하자 자지가 발기해서 불편했다.
호프집 앞에 도착했을 때, 지연씨도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 어머? 딱 맞춰 왔네요? 호호호...
- 그러게요... 자, 들어가시죠?

오랜만에 본 지연씨는 지연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섹시한 모습이었다.
벌써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진 날씨가 걱정될 정도로 하늘하늘한 얇은 블라우스에
걸을 때 종아리가 살짝살짝 드러나는 긴 플레어 스커트를 입은 자태가
지연씨의 묘한 웃음과 겹쳐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다.

인사하며 눈이 마주쳤을 때는 묘한 느낌을 받았는데,
색기가 흐른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었다.
식당에서 흰 옷에 흰 모자를 쓴 모습만 보다가 다른 모습을 봐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내가 오랫동안 섹스를 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을 다 배제하고 봐도, 그날 그녀는 예쁘고 섹시했다.

지연씨는 회식 때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했다.
나도 굳이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지연씨는 단지, 연수원 직원이라는 사람이 만취한 자신을 데려다 주었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어떻게 생긴 사람이었냐고 물어보고 나에게 전화를 한 거였다.
회식 때 데려다 준 일을 얘기하자, 택시 안에서 귀를 빨아대던 지연씨가 생각나서 자지가 또 꿈틀거렸다.

- 그날, 고생하셨죠? 죄송했어요... 고맙고...
- 에이, 뭘요... 이선생님이야말로 고생 많으셨죠?
- 아유, 말도 마세요. 머리도 아프고...
- 그러게, 먹지도 못하는 술을 왜 그리 먹었어요?
- 저도 모르겠어요. 언제부터인가 기억이...
- 필름이 끊어졌는데, 제가 데려다준 건 어떻게 아시고...
- 엄마가... 똘똘하게 생긴 총각이래서 한선생님이구나 알았어요.
- 예? 박선생님일 수도 있잖아요.
- 에에? 박선생님이 무슨,..? 보기에도 안 똘똘하고, 또... 아저씨 같잖아... 호호호~
- 하하, 그런가요? 똘똘하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어머니께 전해 주세요.
- 제가 감사해야죠. 덕분에 집에 갔으니.
- 많이 고생하셨죠? 속은 괜찮았어요?
- 네. 그날 그렇게 많이 먹은 줄 몰랐어요.
- 술도 못하시는 분이 왜 그렇게 마셔 가지고는...
- 그러게요. 한선생님이 고기를 맛있게 구워 주셔서 그랬나 봐요.

그런데, 오호, 요것 봐라?
지연씨는 두 팔꿈치를 탁자에 짚고 손으로 턱을 괴었는데
손바닥으로 받치는 게 아니라 두 손을 맞잡고 한쪽으로 모아 볼에 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는데, 섹시하면서도 귀여웠다.
얘기를 하면서 조금 진정이 되었던 자지가 다시 꿈틀거렸다.
속으로 민망해하는데 지연씨가 갑자기 웃었다.

- 킥킥...
- 왜요?
- 귀여워... 킥킥킥...
- 에? ......

귀엽다...?
나도 이 여자가 귀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여자는 대놓고 귀엽다고 했다.
아까도 똑똑하게 생겼다가 아니라 똘똘하게 생겼다고 했다.
똘똘한 건 똑똑한 것보다 훨씬 어린애에게 하는 표현 아니었나?
똘똘하고 귀엽고... 아니, 지금 이 여자가 나를 어린애로 취급하나...?

- 아, 나, 이런... 아까는 똘똘하다더니 이젠 귀엽다고 하질 않나...
- 귀엽고 똘똘한 게 싫으세요? 킥킥킥...
- 아니, 그건... 한참 어린 사람한테나 하는 표현이잖아요.
- 음... 저보다 어린 거 맞지 않나요? 제가 위일 것 같은데요?
- 이선생님, 몇 살이신데요?
- 한선생님은요?
- 전... 올해 스물 일곱이요.

그 다음엔 우리 나이냐, 만 나이냐... 뭐 이런 걸로 시작해서 쓸 데 없는 얘기가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지연씨는 나와 동갑이었고, 생일은 지연씨가 두달쯤인가 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도치 않게 호구조사가 끝나자 서로 말투가 조금씩 편해졌다.

- 거 봐, 내가 위잖아... 킥킥~
- 아, 나, 겨우 두달 갖구... 누나라구 해 줘요?
- 그럴까? 누나~ 해 봐. 정우야.
- 아, 놔, 이런...
- 아니, 그건 좀 싫다. 한선생님보다 누나라고 하면 늙은 거 같잖아.
- 그래? 좋~았어. 누나~, 지연이 누나~
- 아으~ 시러시러...

그렇게 갑자기 분위기가 좋아졌다.
지연씨가 혀짧은 소리를 하면서 주먹으로 자기 뺨을 부비며 애교를 떨 정도로.
그 이후로도 우리는 계속 은근히 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편하게 대화를 했다.

- 전공이 뭐예요?
- 기계공학이요.
- 근데 어떻게...
- 그렇게 됐어요. 요즘 누가 전공과목 따라서 취업하나요...?
- 난 전공 따라서 취업했는데?
- 켁~ 전문직이랑 비교하면 어떡해요, 지. 연. 이. 누. 나...
- 잉~ 또 누나래...
- 나보다 나이 많~~~~이 먹은 지연씨가 누. 나.... 낄낄낄...
- 이익~ 증마알...
- 누나라고 하라며...? 응? 자, 건배하시고...
- 치이...
- 지연씨는 식품영양학과?
- 비슷해요. 우리 학교는 그냥 식품학과...
- 학과 헷갈리는 게 너무 많아. 식영과 식품과, 건축학과 건축공학과, 화공과 공업화학과...
- 호호호... 좀 그렇죠...?
- 자, 또 한 잔 하시죠?

쨍~ 대화가 막히면 건배를 했다.
원래 술이나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이유가 그거 아닌가 싶다. 할 말 없으면 한모금 마시는 거...
그렇게 얘기하면서 우리는 가끔씩 건배를 했고, 건배하고 술을 마실 때마다 지연씨를 약올렸다.

- 어? 원샷? 막 먹으면 안 되는데?
- 왜요?
- 이선생님 취하면 오늘은 못 업어주거든요... 킥킥킥...
- 아우~, 계속 놀리구... 씨이..
- 어이구, 무서워라... 지연이 누나... 킥킥...

그때마다 지연씨는 이를 악무는 표정을 하며 눈을 흘겼다.
작은 주먹까지 꼭 쥐어서 쳐들었지만 그래도 애교부리는 걸로 보일 정도로 귀엽고 예쁘기만 했다.
확 뽀뽀하고 싶은 걸 참느라 힘들었었다.

그런데 지연씨가 먼저 은근히 연애 얘기로 몰고 갔다.

- 한선생님은 여자친구 없어요?
- 있으면 이 시간에 이선생님이랑 못 만나죠.
- 어머? 뜻밖이다... 난 있는 줄 알았는데...
- 잉? 아, 있었는데, 헤어졌어요.
- 왜요?
- 뭐, 그냥 안 맞아서...
- 그거 알아요, 한선생님?
- 뭔데요?
- 남녀가 헤어지는 사유 1위... 뭔지 알아요?
- 글쎄요?
- 성격차이래요... 성격차이...
- 성격차이?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 근데 그게... 아이, 괜히 얘기했어...

나는 그 얘기를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성의 격차, 즉, 한쪽은 밝히는데 한쪽은 상대의 성욕을 감당하지 못하는 격차...
그걸 성격차이라고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우스갠지, 사실인지...

- 뭔데요?
- 아이... 그게...
- 성격차이가... 그게... 성적인 거 차이... 라고... 서로 그게 안 맞아서...
- ......
- 그런 거래요... 킥킥..

지연씨는 얼굴을 붉혀 가며 설명을 했다.
나는 재미있는 얘기를 듣는 아이처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얘기를 듣다가,
지연씨가 얘기를 마치자 화난 척을 했다.

- 아, 뭐야... 헤어진 사람 앞에서... 내가 그럼 그걸 밝힌다는 거예요?
- 어머? 아이, 그건 아니구요...
- 에에? 그럼, 걔가 밝히는데 내가 힘이 딸렸다는 거예요?
- 아이... 그게...

지연씨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니, 밝히는 게 누군데...?
택시 안에서 모르는 남자한테 키스를 퍼붓고 귀까지 빨아댄 게 누군데 지금...
화난 척을 하다 보니 진짜 화가 날 뻔했다.
뭐, 싸우려고 만난 건 아니고, 얘기하다 그렇게 된 거니까,
빨리 수습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성적인 여운은 남겼다.

- 하하, 농담이예요. 우리는 뭐... 그냥 그랬어요.
- 어우, 나빴어... 나, 놀랬잖아... 히잉...
- 에이, 삐지지 마요. 자, 건배... 성격차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지연씨가 콧소리를 한참 섞어서 삐진 척 눈을 흘겼다.
요게 아주 애교를 있는 대로 떨고 있었다.
그러나 맥주를 한 모금 마신 지연씨는 또 그 얘기에 매달렸다.

- 근데 뭐가 그냥 그래요?
- 그냥, 뭐... 한쪽이 더 밝히지도 않았고, 한쪽이 힘들어하지도 않았다구요.
- 아~, 그런 얘기였구나...
- 지연씨는요? 애인 있어요?
- 몇 살 차이였어요?

지연씨 그 여자, 위험한 여자였다...
내 질문은 씹어버리고 자기 얘기만 했다.

- 음... 세 살...
- 그랬구나... 첫사랑?
- 에이... 아니예요. 나이가 몇인데...
- 그럼, 전에도 있었어요?
- 하하, 내 연애 스토리가 왜 궁금한데요?
- 그냥... 그럼 딴 얘기 해요...
- 에? 자기 애인 얘기는 하나도 안 하고?
- 호호호... 많이 알면 다쳐요...

그때는 그 말을 그냥 듣고 넘겼다. 뭐, 흔히 하는 소리였으니까...
그렇게 맥주를 맛있게 마시고, 지연씨와 나는 호프집을 나왔는데
그 이른 시간에 그대로 헤어지기는 너무 아쉬웠다.
어디로 어떻게 이끌어야 이 분위기를 더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걷는데,
걷다 보니 지연씨가 사는 아파트 입구까지 왔었다.
왜 이쪽으로 왔을까 하는 후회가 들던 그때, 갑자기 지연씨가 팔짱을 끼어 왔다.

- 우리, 노래방 가요.
- 네? 아... 노래 잘 못 하는데...
- 나도 못해요. 누가 잘해서 가나요, 뭐? 소리지르고 스트레스 풀러 가는 거지.
- 스트레스요? 요즘 뭐 잔뜩 쌓였구나?
- 호호호. 맨날 풀어도 맨날 쌓이는 게 스트레스죠 뭐.

대화를 하면서도 신경은 온통 팔뚝에 가 있었다.
거의 내 팔을 안듯이 팔짱을 끼는 바람에, 팔에는 지연씨의 가슴이 닿았다.
날씬한 몸매 치고는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지는 가슴이었다.
가슴이 닿았다는 생각을 하자 자지가 꿈틀거렸다.
지연씨도 내 팔뚝이 가슴에 닿은 걸 알 텐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내 팔을 안고 있었다.

지연씨가 나를 유혹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발랄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분위기가 좋아서 그렇게 된 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적당히 취한 술김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예쁜 여자가 팔짱을 끼고 내 팔에 젖가슴을 비벼대고 있는데 유혹이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노래방을 찾았다.
맥주를 한 캔씩 앞에 놓고 노래를 부르는데 소리지르고 스트레스 풀겠다던 지연씨는 발라드만 불렀다.
나는 당시 회식을 하면 과장이나 선배가 좋아하는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뽕짝만 주로 불렀었는데,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뽕짝만 고르고 있었다.

- 아이, 재미 없어. 한선생님 이제 보니까 완전 아저씨잖아?
- 네?
- 순 아저씨 노래만 하잖아. 썰렁하게...
- 아, 네에... 그럼 다른 거 할까요? 어디 보자...
- 이거까지는 그냥 부르고요.

하필 그때 대기중인 노래는 나훈아의 갈무리였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
뭐, 몰라도 모르는 대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지연씨가 나와서 나를 돌려세웠다.

- 우리, 춤춰요.
- ......

뽕짝 부르면서 출 수 있는 춤 중에 내가 아는 건 남녀가 껴안고 흔들흔들거리는 블루스라는 춤 뿐이었다.
지연씨는 어떤 춤을 출지 잠시 생각했는데,
지연씨도 다르지 않았다.
내 품에 안기듯이 어깨에 손을 얹고 좌우로 왔다갔다....

- 아이, 뭐예요? 나만...

지연씨는 가만히 노래만 부르는 나를 책망하더니 내 한 손을 끌어다 자기 허리에 얹어 주었다.
여자가 스킨십을 주도하는 상황은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싫어하는 남자는 있을 것 같지 않다. 물론, 나도 남자였다.

지연씨의 허리 라인에는 군살이 하나도 없었다.
날씬한 여자도 허리춤에 잡히는 살이 조금은 있게 마련인데, 지연씨는 그런 게 없었다.
치마의 허리라인으로 조여댄 부분에도 아무 굴곡이 없이 매끈했다.
손맛... 이랄까? 느낌이 최고였다.
옆구리에서 힙까지 쓰다듬어도 완만한 신체의 곡선 뿐, 걸리는 게 없을 듯했다.
얇은 옷감 너머로 은근히 손바닥 전체를 대고 지연씨의 매끈한 라인을 슬쩍슬쩍 쓰다듬었다.

한손은 마이크를 들고, 한손은 지연씨의 허리께를 쓰다듬고 있는데 지연씨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이쯤 되었는데 더 빼면 지연씨가 민망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핑계였을 뿐, 나도 슬슬 응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연씨를 처음 만나면서부터 섹시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호프집에서 가까이 마주 앉아 지연씨의 가늘고 긴 팔을 보며,
몇 번이나 발기했다 수그러들었다 하며 쿠퍼액으로 팬티만 적시는 불쌍한 자지를
어떻게 해주지도 못하고 있었으니까.

팔을 지연씨의 허리에 둘러 거의 껴안듯이 하고, 지연씨의 어깨 근처에 마이크를 대고 노래를 불렀다.
날씬한 허리는 내 한 팔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는 노래하는 내내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
가끔은 일부러 지연씨의 귓가에 내 숨결을 내뿜었다.

노래가 끝나고도 지연씨는 계속 내 품에 기댄 채 흥얼거렸다.
리모콘으로 다음 노래를 눌렀고, 반주 음악이 나오는데도 우리는 계속 서로 안고 있는 상태였다.

지연씨가 고개를 드는 게 느껴져서 나도 지연씨를 내려다 보았다.
자리에 가서 앉자는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지연씨는 흥얼거리던 소리도 내지 않고, 흔들거리던 어깨도 멈추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내 어깨에 얹었던 손을 미끄러뜨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는 그러는 지연씨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이 여자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지연씨가 섹시한지 예쁜지도 머릿속에는 없었다.
그저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던 그녀의 손가락이 주는 짜릿한 느낌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잠시 후 드는 생각은 여기서?... 였다.
노래방에서 섹스할 수 있을까? 라는...

노래방은 어두웠고, 문에는 창이 있었지만
문 쪽 벽에 붙은 소파라면 창으로 들여다 봐도 제대로 보이지는 않을 듯했다.
지연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전혀 궁금해 하지 않았었다.
지연씨도 섹스하고 싶을 거라고 확신해서는 아니었다.
그녀의 의도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내가 보기에 그건 분명히 유혹하는 행동이었고,
나는 이미 너무 흥분해서 판단력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또, 내 불쌍한 자지는 또 미친 듯이 발기해서 지연씨의 사타구니를 찔러 대고 있어서,
다른 생각보다는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또, 내 자지가 지연씨와 내 몸 사이에서 눌리는 느낌을 받는 순간,
지연씨의 표정에 묘한 웃음기가 스쳐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지연씨의 그 웃음을 나는 그 때 분명히 보았다.

지연씨의 손은 그때 이미 내 가슴까지 내려왔다.
내 얇은 셔츠를 사이에 두고 지연씨의 손가락이 내 젖꼭지에 닿았다.
거기서 지연씨의 손가락은 더 내려가지 않고, 젖꼭지를 살짝살짝 돌리듯 쓰다듬었다.
그건 분명히 애무였고, 유혹이라기보다는 도발에 가까웠다.

예쁜 여자가, 섹시한 옷차림으로 내 품에 안겨서 내 젖꼭지를 만지고 있는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절대 아니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라고 생각하며 지연씨를 바라보았다.
눈으로 묻는다는 느낌으로, 지연씨는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듯,
내 눈빛으로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는 눈을 감았다.
입술도 살짝 내밀었다.
아니, 내가 흥분해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지만, 키스해 달라는 뜻으로 생각했고,
당장 바로 옆에 벼락이 떨어진대도 그 순간에는 키스를 하고 싶었다.

하고 싶으면 해야 했다. 그때는 그랬다.
지연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얼굴을 점점 가까이 가져갔다.
지연씨가 스르르 눈을 감을 때, 그 빨간 입술에 내 입술을 덮었다.
얼굴도 주먹만한 지연씨는 입술도 작고 통통해서 내 입술이 거의 덮었다는 게 맞을 거다.
오랜만에 빨아보는 여자의 입술은 달콤했다.

사실은 기분만 달콤했을 뿐, 처음에는 방금 먹은 맥주와 새우깡 맛이 났다.
그렇지만 그 맛도 불쾌하지는 않았고,
계속 서로 빨아대자 맥주맛과 과자맛은 금새 사라지고 부드러운 느낌만 남았다.
진짜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그 부드러운 입술을 빨아대고, 그 부드러운 혀를 핥아댔다. 정신없이... 진짜 정신없이...

혜진이는 거의 내가 주도하는 키스에 입술을 맡기고 내가 혀를 넣어주면 빨고,
내가 혀를 빼면 혜진이의 혀가 따라 나오고...
그랬지만, 지연씨와 키스할 땐, 처음에만 내가 지연씨의 입술을 빨았을 뿐,
지연씨가 내 입 안으로 혀를 밀어넣은 다음부터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키스에 빠져들어서
키스만으로 황홀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지연씨를 껴안고 등과 허리를 쓰다듬던 팔을 앞으로 돌려 얇은 블라우스 앞섶으로 손을 올렸다.
내 젖꼭지를 쓰다듬던 지연씨의 손은 어느 새 매달리듯이 내 목을 껴안고 있었다.
지연씨의 가슴에 손을 가만히 얹었다.
살짝 눌러본 지연씨의 가슴은 아까 팔짱을 낄 때 짐작했었지만
탱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탄력이 있었다.

혜진이의 가슴이 그저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면,
지연씨의 가슴은 탱탱하다고 할 수 있었다.
블라우스 위로 가슴을 만지다가 블라우스를 치마에서 꺼내, 그 밑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지연씨는 눈을 뜨지 않은 채 계속 내 입술을 빨고 있었다.
브라 컵을 위로 살짝 밀어올리고 손을 넣어 지연씨의 맨 가슴을 만졌다.

그 작고 아담한 체격에 알맞게 아담한 가슴이었지만
내 손에 들어온 지연씨 가슴은 마치 작은 고무공같이 탱탱했다.
발딱 선 작은 젖꼭지가 손 끝에 걸렸다.
비슷한 체격이었던 혜진이의 가슴보다는 좀 컸고 내 손에 꽉 차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만났던 여자들은 대부분 날씬하고 아담한 여자들이었는데,
지연씨 가슴은 그들 중에는 체격에 비해서 큰 편이었다.
내 손이 남자 치고는 작은 편이긴 했지만 손에 꽉 차는 느낌을 주는 가슴은
손에 쏙 들어오는 빈약한 가슴보다는 나았다.

지연씨가 입술을 좀더 세게 빨면서 코로 신음을 흘렸다.

- 흐음~

그 소리가 무슨 마법의 명령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다른 한 손도 올려 양쪽 가슴을 같이 만지기 시작했다.
블라우스가 밀려 올라갔고 자칫하면 찢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한 손은 계속 가슴을 만지면서 한 손으로는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단추를 다 풀어내고, 내친 김에 손을 뒤로 돌려 브라 호크까지 풀어냈다.
지연씨는 움찔거렸지만 거부하거나 내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지연씨가 보여주는 반응에 더욱 흥분해서 몇 분 동안 정신없이 가슴을 주무르기만 했다.
지연씨는 또 아까처럼 신음을 흘렸다.
또 애무를 바꿔 달라는 신호로 들렸다.
나는 지연씨의 혀를 놓아주고 턱으로 입술을 옮겼다.
가슴을 만지던 손도 하나를 빼서 지연씨를 끌어안았다.

입술은 턱에서 목으로 목에서 쇄골로, 어깨로...
지연씨의 블라우스는 이미 거의 벗겨져서 어깨도 일부 드러나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까만 브라 끈이 선명할 정도로 새하얀 어깨였다.
살짝만 빨아도 키스마크가 생길 듯하다는 생각에, 아주 조심스럽게 핥듯이 빨았다.

내 입술은 지연씨의 어깨를 돌아 다시 쇄골을 거쳐 목으로 올라왔다.
혜진이를 애무했을 때에는 그렇게 돌아와서 다른 쪽 쇄골을 향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지연씨의 목으로 올라올 때, 택시 안에서 짜릿했던 귀 애무가 생각나서
지연씨의 목을 타고 올라가 귀로 향했다.

혀를 내밀어 지연씨의 귓불을 처음 건드렸을 때, 지연씨가 움찔, 몸을 떨었다.
얘도 여기가 민감하구나... 살짝살짝 핥다가 입에 살짝 넣어 빨았다.

내 목을 안았던 지연씨의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이제 지연씨의 팔은 그저 내 어깨 위에 얹어 놓았을 뿐, 끌어안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따금 어깨를 꼬집듯 움켜쥐기만 했다.

지연씨의 귓불을 조금씩 빨다가 귀 전체를 입에 넣고 혀로 귓바퀴 안쪽을 핥았다.
지연씨가 바들바들 떨면서 신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내 품에서 바들거리는 지연씨의 떨림을 느끼면서 귀를 빨다가, 혀로 귓구멍을 톡톡 쳤다.

- 하응... 하앙...

지연씨의 몸은 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내 혀가 귓구멍을 건드릴 때마다 숨을 가쁘게 쉬며 움찔거리고 바들바들 떨었다.
반응이 좋으면 애무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애무할 맛이 난다고나 할까,

뺨으로 내려와 입술에 잠깐 키스한 후 오른쪽 귀도 똑같이 애무해 주었다.
오른쪽 귀로 가다가 들른 입술에 잠시 머물렀을 때 미친 듯이 내 혀를 빨아대던 지연씨의 반응으로 보아,
귀 애무는 지연씨를 꽤 자극한 것 같아서 나 혼자 흡족해 했다.

키스하고 가슴을 만지고 귀를 핥고 빨면서 잔뜩 흥분시켜 놓고,
한 손으로 지연씨의 엉덩이께를 만지면서 잡히는 대로 치마를 끄집어 올렸다.
몇 번을 접어 올리자 치마 밑단이 잡혔고, 그 안으로 손을 넣어 지연씨의 허벅지에 손을 댔다.
허벅지는 마치 무슨 아기 피부처럼 매끈했다. 지연씨가 입술을 빨며 혀를 들이밀었다.

내가 만져 본 여자 피부래야 혜진이밖에 없지만,
혜진이만 만질 때에는 비교 대상이 없었으니까 매끈한지 않은지 평가하지도 않았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지연씨의 피부는 진짜 매끈했다.
모공이나 솜털 같은 그 어떤 것도 손에 걸리는 느낌이 전혀 없이 말 그대로 매끈한 피부였다...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런 여자를 안게 되다니...

지연씨가 내주는 혀를 빨며 손이 닿는 대로 지연씨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손을 펴서 천천히 쓰다듬을 때에는 엉덩이를 움찔거렸고,
손끝을 세워 스치듯 긁을 때는 콧소리를 내며 거친 콧숨을 내뿜었다.
뺨에 느껴지는 지연씨의 숨결은 후끈하고 축축했다.
지연씨의 혀가 빠져나갔고, 따라가는 내 혀를 뽑아먹을 듯 빨아댔다.

지연씨의 다리 사이로 내 다리를 넣으며 뒷걸음질쳐 소파에 앉았다.
변기 위에 앉아 혜진이를 안았던 섹스가 생각났지만, 잠시 뿐이었다.
내 입과 혀를 쉬지 못하게 하는 지연씨의 입술과 귀,
내 손을 가만 두지 못하게 하는 지연씨의 매끄러운 피부는 딴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내 양손에 들어온 지연씨의 엉덩이....

지연씨의 엉덩이는 날씬한 몸매에 비해서는 살집이 있었고, 탄력이 있었다.
손을 떼고 싶지 않은 매끈함과 거기에 더해서 탱탱한 탄력감...
팬티를 벗기고 자지를 박아야겠다는 생각조차 잊고, 그 엉덩이를 만졌다.
밝은 데서 다 벗기고 보고 싶었다. 지연씨의 엉덩이가 위로 올라붙어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틀림없이 위로 올라붙어 있겠지? 탄탄하게...

이런 죽여주는 몸매를 가진 여자가 내 품에서 내 애무에 몸을 떨며 신음하고 있다는 뿌듯한 기분과 함께,
자지도 더욱 뿌듯해졌다.
지연씨가 하으응~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뒤틀었다.
내 목덜미에 거친 숨을 내뿜으며 여전히 내 손길에 엉덩이를 맡기고 내 목을 안고 있는 지연씨의 치마 밑으로
양손을 다 넣어 팬티를 끄집어 내리...려 했는데

내가 치마 안쪽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쓸어 올라가자
지연씨는 엉덩이에 힘을 주어 내 무릎을 꽉 누르며 저항했다.
당황스러웠다. 아니, 당황스러움을 넘어서 화가 났다.

왜지? 한참 안겨서 내 입술을 빨아댈 땐 언제고,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에 흐느적거리며 흥분한 건 뭐고,
이 상황까지 와서 섹스는 거부하는 건가?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게 하고 내 품에 안겨서 내 자지를 느끼고 있으면서,
팬티는 못 벗기게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하아... 한선생님... 하아...
- ......??

지연씨는 말없이 노래방기계 화면을 바라보았다.
예약한 노래들이 벌써 다 끝나 있었다.
음악이 멈추는 것도 모르고 지연씨를 빨고 만지는 느낌에 빠져 있었던 거였다.
빙글빙글 돌아가던 알록달록한 조명도 멈추고,
그 노래방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건, 지연씨를 주무르는 내 손 뿐이었다.

- 우리, 다른 데로 가요... 응?

지연씨는 나를 꼬옥 껴안으면서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후끈한 숨결만 느껴졌지만 입술이 스치는 듯했고, 또 귀를 핥는 것 같은 짜릿한 느낌에 몸이 살짝 떨렸다.
섹시한 목소리가 마치 꿈결같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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