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79
김정호 정순자와 나, 이른바 전국학술경진대회에 참가했던 3명은 겨울방학이 끝난 개학식에서 전교생이 보는 가운데 영웅 대접을 받았다.
연단에 선 교장 선생의 연설은 일상적인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방학도 끝났으니 남은 학기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좋은 결실을 보기 바란다. ······ ”
대충 이런 것이 골자였다.
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서 겨울방학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방학이 끝난 이날도 날씨는 꽤 추웠다.
우리학교의 모든 선생들도 우리들 앞에 도열해 있지만 연단의 바로 옆에 서있는 교감선생을 보면서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교장과 교감 선생은 우리 3명이 학술경진대회의 서울 결선대회에 참가했을 때 함께 갔다가 우리가 묵는 여관에서 빠구리를 했다. 우리반 반장인 김정호가 그 현장을 보았다니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우리의 서울 관광일정에서 두 선생이 자주 빠졌던 것을 보면 한번이 아니라 더 했을지도 모른다. 두사람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높은 선생들인데 지금도 여전히 빠구리를 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제군들은 겨울방학을 잘 보냈는가?”
교장 선생의 말은 학생들의 대답을 유도하는 것인데 첫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왜 이렇게 대답이 작아? ······ 제군들! 겨울방학을 잘 보냈는가?”
교장 선생은 더욱 큰 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네에!”
이번에는 전교생이 일제히 소리를 질러대자 그 함성이 우레처럼 들렸다.
“제군들이 집에서 방학을 즐기고 있는 중에 우리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영광스런 일이 있었음을 본인도 제군들에게 알리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하는 바이다.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5학년의 3명이 제5회 전국학술경진대회에 참가하여 우리 군의 예선에서 우승, 경상북도 예선에서도 우승, 서울에서 열린 결선대회에서도 5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적은 우리 군의 국민학교에서 처음일 뿐 아니라 경상북도의 국민학교에서도 처음 일어난 경사로서 우리학교 5학년의 학업실력이 전국에서도 5등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증명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나, 전교생 앞에서 교장 선생의 소개말을 들으니 너무 거창한 것 같아 나는 얼굴이 좀 화끈거렸다.
“제군들이 방학이라고 쉬고있는 중에 우리학교의 명예를 한껏 드높이며 활약한 학생들을 소개하겠다. 호명된 학생은 앞으로 나오도록 ······ 김정호!”
“네!”하고 정호가 뛰어나가자 이어서,
“문영도!”
“네!”하고 나도 뛰어나가자 이어서,
“정순자!”
“예!”하고 순자도 나왔다.
3명의 이름을 내리 불러서 함께 나갔으면 시간도 절약될 텐데 교장 선생은 이 장면을 좀 더 오래 끌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호명된 학생은 이리 올라오도록.”
지시대로 우리 3명은 교단에 올라섰다. 교단에서 보니 3백수십명이나 되는 전교생이 한눈에 들어온다. 1학년은 앞줄부터 비뚤어져 있고, 4학년 중간 줄에는 여학생 둘이 마주보고 웃는 것도 보이고 6학년 뒷줄에서는 남학생 둘이 권투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전교생을 한눈에 보고 훈시나 호령을 할 수 있으니 교장이라는 직업도 꽤 괜찮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 5학년의 삼총사가 우리 학교 명예를 빛낸 주인공이다. 제군들은 힘찬 박수로 이들을 환영해주기 바란다.”
박수 소리는 꽤 크게 울려 퍼졌다. 박수 소리가 좀 잦아지는데 정호가 90도 각도로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것을 보고 순자와 나도 급히 따라 했더니 다시 큰 박수가 이어졌다.
“자, 이제부터 상패와 상장, 상품을 수여하겠다.”
우리 3명은 교단에서 내려와 교장 선생과 마주 섰다.
“우승패! 내리국민학교, 괄호 하고 경상북도 화도군 내리면 괄호 닫고, 상기학교는 제5회 전국학술경진대회의 화도군 예선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우승하였기에 이 상패를 수여함. 1976년 12월 3일. 경상북도 화도군 군수 임동한.”
상패는 정호가 받았다. 이미 대회에서 우리가 받았던 것을 교장 선생이 회수해 가더니 전교생 앞에서 재탕을 하는 것이다. 개인별로 이름이 쓰인 상장은 내가 일괄로 받고 상품은 순자가 받았다. 그때마다 박수도 조금씩 나왔다.
우리는 방금 교장 선생에게서 받은 것들을 교단에 올려놔야 했다. 다시 경상북도 지사의 이름으로 된 상패와 상장, 상품들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문교부장관 명의의 5위라고 등수가 적힌 참가증명서와 기념품까지 ······ 내가 저 줄에 서서 박수나 치며 구경했다면 꽤 지루했을 만큼 시간을 오래 끌었다.
그런데 아직도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 삼총사가 활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을 잘 가르쳐 주시고 단련시켜 주신 담임 선생님의 노고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제군들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이원주 선생님을 다시 한번 소개하니 힘찬 박수로 환영해주기 바란다.”
이원주 선생도 교단에 서서 박수를 받고 답례를 한 뒤 그녀에게도 화도군수 명의의 감사장이 수여되었다.
개학식 조회는 우리 3명의 활약을 소개하고 상패 수여 등의 요란한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호가 받은 우승상패는 다 회수되었는데 아마 교장실이나 교무실에 걸리게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 3명은 상장과 한아름이나 되는 상품들을 안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서도 한동안 우리는 친구들에게 둘러 싸였다. 서울의 결선대회에서 우리가 TV에 나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이도 있었다. 요즘처럼 녹화나 재시청을 할 수 있었다면 좋을텐데 우리가 나왔다는 것을 당사자들이 못본 것은 좀 아쉬웠다.
그런데 반 아이들의 관심사는 행사 자체보다 서울과 대구의 구경에 쏠려 있었다. 나는 말주변이 없어 “그저 그랬다.”식으로 말하는데 정호와 순자는 꽤 수다를 부렸다.
“우리 엄마가 느그들 점심 같이 묵자고 했다. 음식도 꽤 준비한 것 같더라.”
오전 수업만으로 학교를 떠나려는데 정호가 순자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빨리 집에 가서 상품들을 엄마와 누나에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일부러 우리를 초대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었다.
“어서들 온나! 느그들 수고도 많이 했지만 이제 유명해졌다. 텔레비에도 다 나오고 ······ 어서들 드가라.”
이미 한번 인사한 적이 있는 정호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TV에서 우리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등장하는 장면은 단 3컷, 그것도 두 장면은 멀리서 찍힌 것이고 3명의 얼굴이 제대로 보인 것은 2~3초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나마 참가자중 유독 박박머리와 단발머리, 그리고 까무잡잡한 얼굴에다 촌티나는 차림 때문에 카메라도 잠시 잡아주고 눈에 잘 뜨였을 것이다.
점심밥상은 불고기와 생선조림에다 반찬들이 풍성했다. 우리 면의 면장인 정호 아버지까지 밥상에 참석해 우리를 칭찬해 주어 아주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정호방에 모여 과일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었다.
“교장 선생님이 우리를 삼총사라고 하셨다. 느그들 삼총사가 누군지 아나?”
“하모! 아토스 포로토스 아라미스 아이가.”
“아, 니도 그 소설을 읽었구나.”
정호의 질문에 내가 바로 대답을 하자 정호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삼총사가 뭔데 ······ ?”
순자가 묻는 것을 보니 소설을 못 읽은 것이 확실하다.
“그건 영도한테 물어봐라.”
정호는 우리에게 한번 으스대려는 기회를 잃자 내가 얼마나 아는가를 시험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알렉산더 듀마가 쓴 소설 제목인데 실제 주인공은 탈타니앙이라는 젊은이다. 그런데 삼총사의 도움을 받으며 여러 가지 모험이 펄쳐 진다.”
나는 소설 한권 읽은 것으로 폼을 재고 싶은 마음은 애초에 없었고 순자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영도도 소설을 많이 읽은 모양이네.”
순자의 말에 정호는 좀 더 시무룩해졌다.
나는 상품 중에 국어사전이 궁금했다.
우리가 받은 상품은 “전교생 앞에서 수여하겠다.”고 교장 선생이 다 회수해 갔지만 그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모두를 궁금해서 살짝 열어보았기 때문이다.
군 예선에서 받은 것은 국어사전, 도 예선에서 받은 것은 문구 일습으로 노트 몇권과 스케치 북에다 연필 한다스, 지우개며 색연필 등도 고급으로 들어있고 특히 36가지 색깔이 있는 수채화 물감이 눈을 끌었다. 서울에서 받은 기념품은 책상에 놓을 수 있는 문진과 대회의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 그밖에 노트 몇권과 동화책 3권이 있었는데 그저 기념품이라 그런지 실속은 도 예선에서 받은 것만 못했다.
나는 내 상품 보따리 중 두툼한 국어사전을 펼쳐보았다. 굵은 글씨로 짧은 글이 있고 일반 글씨는 그 굵은 글씨의 해설 같았다.
“이걸 우째 보는 기고?”
“간단하다. 우선 기역 니은 디귿 리을 순에다 아 야 어 여를 붙여가 ······ 디귿자를 보면 다, 다가, 다간. 다갈 ······ 이런 식으로 단어를 찾아 보마 되는 기다.”
“아, 그렇구나!”
나는 쉽게 사전사용법을 이해했다.
“순자, 니는 국어사전이 집에 있나?”
정호가 순자에게 물었다.
“내 것은 없지만 집에 오빠 언니 쓰는 건 있다.”
“그래가 니도 단어를 찾아봤나?”
“그저 가끔 ······ ”
“무슨 말을 찾아봤는데 ······ ?”
“그거야 지금 갑자기 ······ ”
“자지 보지도 찾아봤나?”
나는 깜짝 놀랐다. 여자애도 있는 자리에서 국어사전 이야기를 하다가 자지 보지가 갑자기 왜 나오는 것일까. 순자의 반응이 나보다 좀 늦은 것은 그녀 역시 엉뚱한 말이 잠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니 니, ······ 무, 무슨 그런 말을 ······ ”
“와? ······ 니나 내나 다 달려있는 긴데 말 못할 기 뭐고?”
“그렇다고 이런 자리에서 ······ ”
능글맞게 웃는 정호와 달리 순자는 얼굴을 붉히며 화난 표정이 역력하다.
“하 하 하, 니는 괜히 내숭을 부리지만 사전에는 당당히 그 말이 나와 있단 말이다. ······ 자, 봐라. 자지는 남자의 생식기 중 몸 바깥으로 길게 내민 부분. 이래 설명이 나와 있단 말이다.”
나는 급히 보지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아, 보지도 있네. 여성 생식기의 바깥 부분이라고 ······ ”
“와 자꾸 그라노? 느그들 변태가?”
순자는 거의 울듯한 표정이다.
“변태? 그건 무슨 뜻이고?”
“니는 그 말도 못 알아듣나? 니처럼 상스런 소리나 하고 여자를 창피주는 그런 머슴아지.”
“어디 사전에도 그렇게 말하나 한번 보자. 변태 ······ 이건 변태성욕의 준말이라 카네. 그럼 변태성욕을 봐야지. ······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고자 하는 성적 욕망. ······ 하 하 하, 내가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할라 캤나? 나는 학술적으로 사전에 나와 있는 말을 정확히 알고 싶어 했을 뿐인데 ······ ”
정호의 짓궂음은 멈추지 않고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3학년 때 변소깐에 ‘김정호 정순자 빠구리했다’라는 낙서가 있었제? 그래가 니는 울고불고 하다 결석까지 하고 ······ 그런데 내가 니한테 빠구리하자고 한 적이 있었나?”
“와 자꾸 그런 이야기만 ······ 또 그때 내가 결석한 건 감기 때문이다.“
“흥, 거짓말하지 마라. 다음날 느그 어머니가 니 데리고 학교 와서 교무실에서 낙서한 놈 찾아내라고 얼마나 야단을 떨었는데 ······ ”
“그건 어무이가 그런 기지, 내가 그런기가?”
3학년 때 그런 일이 있었던가, 나는 기억에 없다. 하여튼 우리학교 변소간에는 빠구리와 관련된 낙서나 서툰 그림이 지워도 또 쓰여지곤 했다.
“니도 빠구리가 무슨 말인지는 알제? 사전에는 성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럼 성교는 뭘까? ······ 흠, 여기 나와있네. 남녀의 성적 교접을 이르는 말.”
정호의 장난은 좀 도를 넘은 것 같다. 순자는 벌떡 일어났다.
“자꾸 그런 상스럽고 변태 같은 말만 하마 나는 갈 끼다!”
“흥, 그래가 느그 어머니 또 데려올라고? 오늘은 여기 영도도 증인으로 있다. 내가 니한테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려 하지 않았다는 걸 증언해 줄 기다.”
“니가 빠구리를 할 수나 있나?”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하던 순자가 갑자기 눈을 치뜨고 정호를 노려본다.
“못할 건 뭐고? 하지만 빠구리는 남녀의 성적 교접이라 카니까, ······ 히 히, 혼자는 못하고 상대가 있어야지.”
“빠구리하마 남자는 정액이 나오는 기다. 니까짓게 지금 정액이 나오나?”
“그기사 언젠가 나오겠지.”
“그러이 니는 지금 정액도 못 나오제? 내 말 맞제?”
정호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못하는 것이 바로 순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정호는 무안한지 그 붉어진 얼굴로 나를 끌어들였다.
“영도, 니는 나오나?”
“뭐가 ······ ?”
“정액말이다.”
“아니.”
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정호를 더 이상 기를 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액도 안 나오는 기 와 벌써부터 빠구리 타령이고? 밥 더 처묵고 키도 좀 크마 그런 말 씨부려라.”
순자는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는 제 발로 나가겠다고 일어서더니 이제는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국어사전과 자지 보지로 비롯된 이 말싸움은 확실히 순자가 이겼다. 정호는 이죽거리며 순자를 계속 코너로 몰며 펀치를 날렸지만 정액도 안나온다는 지적의 카운터 펀치를 맞고 뻗어버린 것이다.
당시는 나도 좀 민망했지만 뒤에 생각하면 그 말싸움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순자가 그리 당찬 줄도 몰랐다. 우리반 부반장이며 공부도 잘하지만 그저 순하게만 보였던 그녀가 정액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올 때 나는 정말 놀랐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엄마와 영미 누나 앞에서 내가 타온 상품들을 자랑했다.
엄마는 경탄과 흡족한 표정으로 나를 더 우쭐하게 했다. 누나도 가끔 경탄의 표정을 보였지만 또 샐쭉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나는 누나의 그런 반응도 속으로 좀 고소했다. 심통쟁이가 오늘을 약도 오르겠지 하면서.
“엄마야! 이 에누구는 참말로 좋은 기네. 색깔도 가만 있자 ······ 어머, 서른여섯가지네! 내는 열두가지 색뿐인데 ·····상표도 제일 비싼 기고 . ”
그때 사람들은 수채화 물감을 에누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누나가 샐쭉한 표정을 짓기 전에 나는 결단을 내렸다.
“누부야, 이거 누부야가 쓸래?”
“참말로 ······ ?”
누나가 눈을 크게 뜨고 묻는데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우리는 미술시간에 크레파스를 썼고 수채화는 6학년부터 배우기 시작한다고 알고 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별로 관심도 없었으며 이 36가지 색깔이 있는 것을 누나와 같이 써도 될 것이다.
“고맙다, 영도야!”
누나가 감격스런 어조로 말했다. 영미 누나가 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을까. 진정어린 그 말을 처음 듣는 것만으로도 선물한 가치는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고행자의 집으로 향했다.
개학식이 끝난 후의 우리 교실에서 반 아이들 중 몇은 내 앞에도 몰려들었지만 고행자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지난 날 한동안 스토커 짓을 할 때는 남자아이들만 모여서 이야기할 때도 괜히 다가와 별로 우습지도 않은 말에 깔깔거리기도 했지만 우리가 빠구리를 한 이래, 특히 둘이 연애한다는 소문이 나돈 뒤의 그녀는 교실 안에서 우리가 친하다는 내색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그녀는 표정만으로도 달랐다. 멀찌감치 있기는 하지만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그 눈빛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도야, 빨리 나를 안아 줘! 우리가 약속했던 한달은 벌써 지났잖아. 오늘이 한달 하고도 보름이 넘었단 말야.”
그런데 막상 그녀의 집까지 찾아가 다시 얼굴을 마주 했을 때 그녀는 덤덤함을 지나쳐 냉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왔니?”
그 말만 하고서 먼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너 내일도 교실에서 나한테 그렇게 하면 아주 망신을 주겠다고 작정을 했었어!”
방에서 마주 서자 그녀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난 표정을 지었다.
“뭐를 ······ 내가 우쨌는데 ······ ?”
“너 나한테 웃음을 짓기는 커녕 눈인사도 한번 안했잖아. 내일도 또 그랬다간 그냥 교실에서 ······ ”
“우짤낀데 ······ ?”
“이렇게 ······ ”
그녀는 폴짝 뛰면서 내 어깨에 팔을 걸고 두다리로 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 입술을 맞댔다. 나는 푸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완전히 공중에 뜬 상태로 나에게 매달리며 서로의 혀가 오갔다.
그녀의 몸집이 나보다 작다지만 그런 자세로 키스까지 하려니 힘이 들었다. 그녀를 내려놓았더니 곧 방바닥에 요를 폈다.
“잠깐 ······ ”
그 말만 하고 그녀가 방을 나선 사이에 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가 다시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완전히 알몸으로 들어 누워 있었다. 다음 일어날 일을 짐작하며 자지도 벌떡 서 있었다.
“요녀석! 어디를 쏘다니다 이제야 오니? 너는 벌을 받아야 해. 우선 좀 깨물어 줄까?”
그녀는 수직으로 선 자지를 손바닥과 손등으로 툭툭 건드리더니 입에 물려고 한다.
“아, 내는 아직 씻도 안했는데 ······ 그라고 니는 안 벗나?”
“히 히, 마음이 급해서 ······ ”
그녀는 서둘러 윗옷을 벗고 나에게 등을 돌렸다. 압박붕대를 풀어줘야 하는 작업이 남았기 때문이다.
“아따, 그새 젖통이 더 커진 것 같다.”
볼 때마다 놀라듯 그녀의 젖통은 정말 국민학교 5학년짜리라고 생각할 수 없도록 컸다. 더욱이 조금 전 헤어진 정순자는 체격이 행자보다 크고 당찬 소리도 잘 하지만 분명 가슴은 납작했다.
행자는 알몸인 채 쪽문을 열고 부엌에 나갔다가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물수건이 들려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영숙 누나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물수건으로 자지를 꼼꼼히 닦더니 입에 물었다.
8살 때 첫 빠구리를 하고 그 뒤 수10명의 남자와 빠구리를 해왔다는 그녀가 막상 나와 빠구리를 할 때는 반응이 시원찮길래 한번은 정성을 들여 애무를 하고 보지도 빨아준 뒤 시작했더니 엉엉 울기까지 하면서 “이런 기분 처음.”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그녀와 나 사이에는 빠구리를 하면 정해진 코스처럼 이렇게 서로 자지 보지를 빨아주게 되었다.
그녀의 자지 빠는 솜씨는 송금순처럼 목구멍으로 넘기기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능숙한 편이다.
입술을 오무려 자지기둥을 압박하고 방아질할 때처럼 위아래로 입을 움직인다. 혀로 귀두를 훑어가다가 오줌 구멍을 콕콕 눌러주면 자지도 반응을 보여 벌떡거린다.
나는 그녀를 눕히고 이른바 식스나인 자세를 취했다. 꽤 커진 젖통처럼 보지털도 역시 볼 때마다 한번씩은 놀라게 된다.
서울띠기나 이원주 선생처럼 그리 수북한 것은 아니지만 최나영이나 영자 누나 만큼은 되게 자라 있었다.
나는 또 아까 헤어진 순자 생각이 났다.
정호의 짓궂은 놀림을 받으며 울상을 짓다가도 당차게 “니까짓게 정액이나 나와?”라며 반격을 할 때는 나도 놀랐다. 그런 것을 보면 순자도 내숭을 떨고 있지만 빠구리와 관련해서는 꽤 아는 것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정호가 아직 정액을 못 만든 것처럼, 또 그녀의 가슴이 납작한 것처럼 보지에 털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의 한반에 있고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남녀학생이지만 행자와 나, 그리고 정호와 순자는 성숙도에 있어서는 정말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아까 국어사전에서 비롯된 재미있는 장면이 떠 올랐다. 이제 자지 보지 빨아주기도 끝나고 보지에 꼽을 시간인데 잠시 진행을 중단하고 말을 걸었다.
“행자야, 느그 집에도 국어사전이 있나?”
“아니 없는데 ······ 그건 왜 ······ ?”
“그거 들춰보니 되게 재미있더라. 언제 니도 한번 빌려줄게.”
“뭐가 그리 재미있는데 ······ ?”
“니, 자지 보지를 한번 설명해봐라.”
“응? 자지는 여기 이렇게 덜렁거리는 것이고 보지는 방금 전까지 네가 빨아댄 거지.”
“아니, 그렇게 말고 ······ 우리 국어시간에 낱말풀이 하듯이 말이다.”
“낱말풀이 ······ ? 국어시간에 그런 것 배운 적이 없잖아.”
“히 히, 그런데 그게 국어사전에는 다 나와 있단 말이다. 자지는 남자 생식기의 길게 내민 부분, 보지는 여성 생식기의 바깥 부분이라고 ······ ”
“그래서 ······ ?”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히 히, 신기하잖나? 우리가 남 들을까 쉬쉬하면서 몰래 나누던 말들이 사전에는 버젓이 나와 있는 기라. 빠구리는 성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변태는 변태성욕의 준말인데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고자 하는 성적 욕망을 가르키는 기다.”
“그래서 ······ ?”
그녀는 같은 말로 다시 묻는다.
“뭐가 그래서고? 사전에 그런 말이 다 나와있고 친절한 설명이 붙어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
“너는 이런 때 꽤 멍청하고 답답하구나. 그래, 사전까지 뒤져봐서 너는 뭐를 새로 알았니? 자지는 남자 생식기의 길게 내민 부분, 보지는 여성 생식기의 바깥 부분 ······ ? 하 하 하, 그런 설명이 없으면 너는 자지 보지가 뭔지도 몰랐었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단어들이 국어사전이라는 책에 버젓이 나오고 다 설명이 돼있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말 찾아보려 너한테 사전 빌려볼 마음도 없고 너도 괜히 사전 들춰보는 고생하지 말고 알고 싶은 것 있으면 나한테 물어.”
“뭐를 물으라꼬 ······ ?”
나는 그녀가 시큰둥한 반응뿐 아니라 나를 비아냥하는데 맥이 빠졌다.
“뭐든지 ······ 자지는 어린애는 고추, 어른 자지는 좆, 너도 내가 보기에 웬만한 어른들보다 크고 이제 음모도 났으니 좆이라고 해야겠지. 그밖에도 양물, 음경, 영어로는 페니스. ······ 보지도 어린애 것은 조개, 어른 보지는 씹, 씹은 또 빠구리처럼 성교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여. 내 보지도 음모가 나고 좆맛을 봤으니 씹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겠지. 그밖에도 옥문, 음부, 영어로는 바기나. ······ 또 뭘 더 알고싶니?”
나는 기가 막혔다. 우선 국어사전의 단어 몇 개를 보고 신기해했다는 것이 창피했고 그녀가 저렇게 술술 늘어놓는 말에 놀랐다. 까진 계집애들은 정말 말도 잘한다.
“니는 그런 걸 다 우째 알았노? 어디서 배웠노?”
“배우기는 ······ ? 어른들 말 엿듣고, 친구들과도 말을 나누다 보면 알게 되는 거지. 너같은 숙맥도 있기는 하지만 내 또래 중에도 아는 게 꽤 많은 아이들도 있어. 더러는 틀린 지식도 있지만. ······ 또 소설이나 병원에 다닐 때는 의학 관련 서적들도 조금씩 훔쳐보고 ······ 하지만 영도야. 너무 기죽지 마. 너도 나한테 가르쳐 준 것이 있어. 바로 오르가슴, 여자만이 느낄 수 있다는 오르가슴을 ······ ”
그녀가 기죽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벌써 기가 죽었다. 사실 사전에 자지 보지 빠구리 같은 말이 등재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지, 그 설명으로 더 알게되는 것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면 나 역시 빠구리를 알게 된 후 새롭게 얻은 지식이 많기는 하다.
멘스 --- 생리, 월경, 경도, 달거리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거의 한달에 한번씩 보지에서 피가 나는 것이고 그것은 여인들의 몸에서 난자가 만들어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
남자가 한번 사정하는 정액에 얼마나 많은 정자들이 꿈틀거린다는 것도 안다. 또 콘돔을 써서 그 정자를 막아놓으면 임신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빠구리를 하자고 한여인과 알몸으로 맞대고 있는 지금 그런 것이 새삼 왜 필요한가. 실제로 한참 서로 빨아주며 팽팽했던 자지가 옆길로 빠지는 바람에 콱 죽어 있었다.
“어머나, 얘 좀 봐!”
그녀가 풀죽은 자지를 매만지며 말했다.
“영도, 네 이것은 이럴 때가 더 귀여워. 이것 봐! 말랑말랑한 게 ······ 하지만 이 상태로는 나를 뿅 가게 못하잖아. 인제 일어나! 어 요녀석, 말을 안 듣네. 그럼 벌을 받아야겠어. 우선 좀 깨물어 줄까?”
그녀가 장난을 치는 것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자지를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것은 좀 거슬렸다.
“야야, 남자의 자지, 아니 좆이 얼마나 엄중하고 고귀한 건데 니가 이리 갖고 놀라 카나?”
“히 히, 제가 기분 좋으려면 어차피 내 품에, 내 몸속에 들어와야 하는 건데 내가 텃세 좀 부리면 어때?”
“뭐 텃세 ······ ? 그러마 나도 배짱을 부릴 기다. 니 품속에 안 들어가겠다는 기다. 안 박아줄 기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나는 우선 벌을 줘야겠어.”
그녀는 내 자지를 덥석 물고는 위아래로 입술을 움직였다. 이왕 그녀가 장난을 걸었으니 이럴 때 자지가 반응을 안했으면 재미있겠다 싶어 다른 생각을 하며 그녀의 입놀림을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새 자자는 탱탱해 졌다.
“자, 이제는 됐지? 어서 내 품에 들어오렴.”
그녀가 바로 누우면서 무릎을 세우고 재촉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 옆에 벌렁 누워버렸다.
“싫다! 오늘의 양물, 음경, 페니스는 좀 쉬어야겠다.”
“이게 정말 ······ 너 한달을 넘기고도 보름만에 와서 이렇게 게으름을 필 거야?”
벌떡 서있는 자지를 손으로 배틀다 손바닥으로 툭툭 때린다. 그 감촉도 괜찮지만 나는 모르쇠로 그냥 누워배짱을 부렸다.
“니가 너무 장난감 취급을 하며 데불고 놀았으니 오늘은 양물님이 영 기분이 안내킨다 카신다. 소녀가 다시는 실례하지 않겠사오니 부디 옥문에 드셔 주옵소서 하고 사정을 해봐라.”
“아쭈 ······ 이렇게까지 공들여 세워줬는데 투정이야? 나도 사정은 못해.”
“오야 좋다. 내는 그냥 이래 쉴 기다. 그럼 양물도 다시 줄어들겠지.”
“그래? 산이 안 움직이면 내가 산에 오르듯이 그럼 옥문께서 양물을 포박하지.”
그녀는 나를 올라타고 자지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보지에 힘을 주어 의식적으로 옴찔거린다.
“어, 요녀석! 포박을 당했으면서 꿈틀거려? 가만히 있지 못하겠느냐?”
나는 정말 가만히 있으려 했다. 그러나 따뜻한 습기로 가득한 보지의 질벽이 자꾸 수축을 해오자 나도 모르게 벌떡거리며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녀와 빠구리를 하면서도 이런 장난은 처음인데 재미는 있었다.
행자가 엉덩이를 움직였다. 위에서 움직이는 것도 그녀는 능숙했다. 엉덩이를 내릴 때는 재빨리 위로 치받고 엉덩이를 올릴 때는 자지가 안빠질 정도에서 천천히, 다시 빨리 위로 치받고 천천히 빼고, 자지도 슬슬 그 맛에 취해가고 그녀는 가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지경까지 되자 나는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녀가 동작을 잠시 중단하고 가쁜 숨을 고르는 중 자지가 그냥 꼽힌 채로 몸을 빙그르 돌려 내가 위로 올라갔다. 바로 본격적인 방아질이 시작됐다.
“하아! ······ 하아! ······ 학! ······ 학! ······ ”
그녀의 가쁜 숨소리가 점점 비명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문득 아버지와 엄마가 빠구리하는 것을 처음 보았던 날 아버지가 엄마를 놀리던 장면이 생각났다. 싱긋 웃으며 나는 동작을 멈추었다.
“왜, 왜 그래?”
잠시 기다려도 동작이 없자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저 하기 싫어서 ······ ”
나는 능청을 부렸다. 그녀도 내 의도를 알았나보다. 세웠던 무릎을 내리고 껴안고 있던 팔도 풀면서 말했다.
“체, 네 맘대로 해.”
잠시 후 나는 방아질을 재개했다. 그녀는 막 고비에 다다르는지 껴안은 팔에 힘을 주고 신음이 커진다. 나는 또 동작을 멈추었다. 그녀도 팔을 풀었다. 누가 잘 견딜 수 있는지 우리는 일종의 시합에 들어갔다.
나는 다시 방아질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신음이 비명으로 바뀔 때까지 꽤 오래 계속하다 중단했다.
“아이, 너 정말 이럴래? 자꾸 약올리지 마!”
그녀는 나를 재촉하듯 엉덩이로 나를 몇 번 치받으며 화난 소리가 나왔다.
“와, 더해달라고? 그럼 니가 아까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제발 해달라고 사정해라.”
“싫어! 사정은 못해! 까짓거 안하면 되지. 자, 너도 빼!”
그녀는 엉덩이를 비틀며 내 몸을 벗어나려 했다.
“나도 그래는 못하겠다. 이대로 그냥 있을란다.”
몸을 꾹 누른 채 꼼짝 못하게 해놓고서는 아주 천천히 방아질을 시작했다.
“아이, 정말 이렇게 약올리지 말라니까 ······ ”
그녀는 나를 꼬집으며 또 몸을 비틀었다. 꽤 아팠지만 웃음이 나왔다.
“와, 내가 우쨌는데 ······ ? 우째하라고 ······ ?”
“그냥 빼던지 제대로 하던지 하란말야!”
“그럼 니가 사정을 하라니까.”
“아이 참, 사람을 말려 죽이려고 ······ 알았어. ······ 영도서방님, 소녀가 잘못했아옵니다. 제발 콱콱박아주옵소서! 됐어? 제대로 못하기만 해봐라.”
내가 이겼다. 옥문이 아무리 체를 하고 거드름을 피워봤지 공격의 기능이 있는 양물이 이긴 것이다.
나는 제대로 해줬다. 그녀의 조그만 다리도 나를 휘감고 엉덩이로 박자를 맞추고 신음이 비명으로 바뀌고 결국 “악! 엄마 ······ ”하며 울컥 물을 쏟아낼 때까지.
사정을 하고 나서도 우리는 한동안 껴안은 채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만족한 여인은 다시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가득했다. 웃는 얼굴로 자지와 불알을 꼼꼼히 닦아주었고 팬티를 입고 나서 나에게 등을 돌렸다. 가슴에 압박붕대를 감아줘야 할 시간이다.
나는 그녀를 돌려세워 거의 내 주먹만한 젖통을 잠시 주무르다 번갈아 젖꼭지를 빨았다. 그녀는 내 머리를 감싸면서 한손으로 등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모처럼 장난을 쳐가면서 빠구리를 했다. 그것도 이색적인 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그 발단이 된 사전찾기와 함께, 낮에 김정호의 방에서 벌어진 일도 떠올랐다.
나는 행자에게 대충 그 내용을 들려주었다. 정호가 짓궂게 순자를 놀리다가 “정액도 안나오는게.”라는 순자의 반격에 꼼짝도 못했다는 것을.
행자도 내 말에 약간은 웃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 에피소드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아, 그런 애들이 부러워. 그렇게 순진하면서 천천히 성장해가는 과정이 ······ .”
“순진하기는 ······ 갸들도 알건 다 알더라. 정호는 아예 사전까지 찾아보며 학술적으로 달려들고, 순자 갸도 그래 얌전해 보이는 아가 정액을 들먹이며 창피주는 것 봐라.”
“그 정도는 그 나이의 대부분 아이들이 알고있는 거야. 너같은 숙맥 말고는 ······ 하지만 아직 정액도 못만들고 순자 역시 2차성징이 아직 안 나타났으니 점점 성장해가면서 호기심과 환상처럼 몸도 서서히 부풀어 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과정이겠어. 그게 부럽단 말야.”
나는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기 뭐 그리 부럽노? 갸들은 니말대로 아직 유치한 수준인데 니와 내는 이미 어른처럼 이래 빠구리도 할 수 있잖나?”
“그런 현실이 바로 나한테는 슬픔이란 말이야. ······ 남자도 여자도 사춘기라는 것이 있어. 정호나 순자도 몇 년 안에 그런 시기를 맞겠지. 소설에 보면 그 사춘기가 얼마나 애틋하고 가슴 설레며 또 감미롭게 사람을 성숙시켜 주는지가 그려져 있지. 하지만 너나 나는 그런 시절을 맛보지도 못하고 그냥 짐승처럼 섹스만 해대잖아. 어디선가 인간의 용적은 일정해서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는다는 말을 읽었는데 나는 어른처럼 섹스를 할 줄은 알아도 그 아름다운 시절은 영영 잃어버렸단 말이야.”
행자의 다시 우울해지는 표정과 그 말에 공감을 하게되면서 나도 약간은 스산한 기분이었다.
김정호 정순자와 나, 이른바 전국학술경진대회에 참가했던 3명은 겨울방학이 끝난 개학식에서 전교생이 보는 가운데 영웅 대접을 받았다.
연단에 선 교장 선생의 연설은 일상적인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방학도 끝났으니 남은 학기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좋은 결실을 보기 바란다. ······ ”
대충 이런 것이 골자였다.
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서 겨울방학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방학이 끝난 이날도 날씨는 꽤 추웠다.
우리학교의 모든 선생들도 우리들 앞에 도열해 있지만 연단의 바로 옆에 서있는 교감선생을 보면서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교장과 교감 선생은 우리 3명이 학술경진대회의 서울 결선대회에 참가했을 때 함께 갔다가 우리가 묵는 여관에서 빠구리를 했다. 우리반 반장인 김정호가 그 현장을 보았다니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우리의 서울 관광일정에서 두 선생이 자주 빠졌던 것을 보면 한번이 아니라 더 했을지도 모른다. 두사람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높은 선생들인데 지금도 여전히 빠구리를 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제군들은 겨울방학을 잘 보냈는가?”
교장 선생의 말은 학생들의 대답을 유도하는 것인데 첫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왜 이렇게 대답이 작아? ······ 제군들! 겨울방학을 잘 보냈는가?”
교장 선생은 더욱 큰 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네에!”
이번에는 전교생이 일제히 소리를 질러대자 그 함성이 우레처럼 들렸다.
“제군들이 집에서 방학을 즐기고 있는 중에 우리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영광스런 일이 있었음을 본인도 제군들에게 알리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하는 바이다.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5학년의 3명이 제5회 전국학술경진대회에 참가하여 우리 군의 예선에서 우승, 경상북도 예선에서도 우승, 서울에서 열린 결선대회에서도 5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적은 우리 군의 국민학교에서 처음일 뿐 아니라 경상북도의 국민학교에서도 처음 일어난 경사로서 우리학교 5학년의 학업실력이 전국에서도 5등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증명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나, 전교생 앞에서 교장 선생의 소개말을 들으니 너무 거창한 것 같아 나는 얼굴이 좀 화끈거렸다.
“제군들이 방학이라고 쉬고있는 중에 우리학교의 명예를 한껏 드높이며 활약한 학생들을 소개하겠다. 호명된 학생은 앞으로 나오도록 ······ 김정호!”
“네!”하고 정호가 뛰어나가자 이어서,
“문영도!”
“네!”하고 나도 뛰어나가자 이어서,
“정순자!”
“예!”하고 순자도 나왔다.
3명의 이름을 내리 불러서 함께 나갔으면 시간도 절약될 텐데 교장 선생은 이 장면을 좀 더 오래 끌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호명된 학생은 이리 올라오도록.”
지시대로 우리 3명은 교단에 올라섰다. 교단에서 보니 3백수십명이나 되는 전교생이 한눈에 들어온다. 1학년은 앞줄부터 비뚤어져 있고, 4학년 중간 줄에는 여학생 둘이 마주보고 웃는 것도 보이고 6학년 뒷줄에서는 남학생 둘이 권투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전교생을 한눈에 보고 훈시나 호령을 할 수 있으니 교장이라는 직업도 꽤 괜찮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 5학년의 삼총사가 우리 학교 명예를 빛낸 주인공이다. 제군들은 힘찬 박수로 이들을 환영해주기 바란다.”
박수 소리는 꽤 크게 울려 퍼졌다. 박수 소리가 좀 잦아지는데 정호가 90도 각도로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것을 보고 순자와 나도 급히 따라 했더니 다시 큰 박수가 이어졌다.
“자, 이제부터 상패와 상장, 상품을 수여하겠다.”
우리 3명은 교단에서 내려와 교장 선생과 마주 섰다.
“우승패! 내리국민학교, 괄호 하고 경상북도 화도군 내리면 괄호 닫고, 상기학교는 제5회 전국학술경진대회의 화도군 예선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우승하였기에 이 상패를 수여함. 1976년 12월 3일. 경상북도 화도군 군수 임동한.”
상패는 정호가 받았다. 이미 대회에서 우리가 받았던 것을 교장 선생이 회수해 가더니 전교생 앞에서 재탕을 하는 것이다. 개인별로 이름이 쓰인 상장은 내가 일괄로 받고 상품은 순자가 받았다. 그때마다 박수도 조금씩 나왔다.
우리는 방금 교장 선생에게서 받은 것들을 교단에 올려놔야 했다. 다시 경상북도 지사의 이름으로 된 상패와 상장, 상품들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문교부장관 명의의 5위라고 등수가 적힌 참가증명서와 기념품까지 ······ 내가 저 줄에 서서 박수나 치며 구경했다면 꽤 지루했을 만큼 시간을 오래 끌었다.
그런데 아직도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 삼총사가 활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을 잘 가르쳐 주시고 단련시켜 주신 담임 선생님의 노고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제군들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이원주 선생님을 다시 한번 소개하니 힘찬 박수로 환영해주기 바란다.”
이원주 선생도 교단에 서서 박수를 받고 답례를 한 뒤 그녀에게도 화도군수 명의의 감사장이 수여되었다.
개학식 조회는 우리 3명의 활약을 소개하고 상패 수여 등의 요란한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호가 받은 우승상패는 다 회수되었는데 아마 교장실이나 교무실에 걸리게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 3명은 상장과 한아름이나 되는 상품들을 안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서도 한동안 우리는 친구들에게 둘러 싸였다. 서울의 결선대회에서 우리가 TV에 나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이도 있었다. 요즘처럼 녹화나 재시청을 할 수 있었다면 좋을텐데 우리가 나왔다는 것을 당사자들이 못본 것은 좀 아쉬웠다.
그런데 반 아이들의 관심사는 행사 자체보다 서울과 대구의 구경에 쏠려 있었다. 나는 말주변이 없어 “그저 그랬다.”식으로 말하는데 정호와 순자는 꽤 수다를 부렸다.
“우리 엄마가 느그들 점심 같이 묵자고 했다. 음식도 꽤 준비한 것 같더라.”
오전 수업만으로 학교를 떠나려는데 정호가 순자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빨리 집에 가서 상품들을 엄마와 누나에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일부러 우리를 초대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었다.
“어서들 온나! 느그들 수고도 많이 했지만 이제 유명해졌다. 텔레비에도 다 나오고 ······ 어서들 드가라.”
이미 한번 인사한 적이 있는 정호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TV에서 우리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등장하는 장면은 단 3컷, 그것도 두 장면은 멀리서 찍힌 것이고 3명의 얼굴이 제대로 보인 것은 2~3초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나마 참가자중 유독 박박머리와 단발머리, 그리고 까무잡잡한 얼굴에다 촌티나는 차림 때문에 카메라도 잠시 잡아주고 눈에 잘 뜨였을 것이다.
점심밥상은 불고기와 생선조림에다 반찬들이 풍성했다. 우리 면의 면장인 정호 아버지까지 밥상에 참석해 우리를 칭찬해 주어 아주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정호방에 모여 과일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었다.
“교장 선생님이 우리를 삼총사라고 하셨다. 느그들 삼총사가 누군지 아나?”
“하모! 아토스 포로토스 아라미스 아이가.”
“아, 니도 그 소설을 읽었구나.”
정호의 질문에 내가 바로 대답을 하자 정호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삼총사가 뭔데 ······ ?”
순자가 묻는 것을 보니 소설을 못 읽은 것이 확실하다.
“그건 영도한테 물어봐라.”
정호는 우리에게 한번 으스대려는 기회를 잃자 내가 얼마나 아는가를 시험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알렉산더 듀마가 쓴 소설 제목인데 실제 주인공은 탈타니앙이라는 젊은이다. 그런데 삼총사의 도움을 받으며 여러 가지 모험이 펄쳐 진다.”
나는 소설 한권 읽은 것으로 폼을 재고 싶은 마음은 애초에 없었고 순자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영도도 소설을 많이 읽은 모양이네.”
순자의 말에 정호는 좀 더 시무룩해졌다.
나는 상품 중에 국어사전이 궁금했다.
우리가 받은 상품은 “전교생 앞에서 수여하겠다.”고 교장 선생이 다 회수해 갔지만 그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모두를 궁금해서 살짝 열어보았기 때문이다.
군 예선에서 받은 것은 국어사전, 도 예선에서 받은 것은 문구 일습으로 노트 몇권과 스케치 북에다 연필 한다스, 지우개며 색연필 등도 고급으로 들어있고 특히 36가지 색깔이 있는 수채화 물감이 눈을 끌었다. 서울에서 받은 기념품은 책상에 놓을 수 있는 문진과 대회의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 그밖에 노트 몇권과 동화책 3권이 있었는데 그저 기념품이라 그런지 실속은 도 예선에서 받은 것만 못했다.
나는 내 상품 보따리 중 두툼한 국어사전을 펼쳐보았다. 굵은 글씨로 짧은 글이 있고 일반 글씨는 그 굵은 글씨의 해설 같았다.
“이걸 우째 보는 기고?”
“간단하다. 우선 기역 니은 디귿 리을 순에다 아 야 어 여를 붙여가 ······ 디귿자를 보면 다, 다가, 다간. 다갈 ······ 이런 식으로 단어를 찾아 보마 되는 기다.”
“아, 그렇구나!”
나는 쉽게 사전사용법을 이해했다.
“순자, 니는 국어사전이 집에 있나?”
정호가 순자에게 물었다.
“내 것은 없지만 집에 오빠 언니 쓰는 건 있다.”
“그래가 니도 단어를 찾아봤나?”
“그저 가끔 ······ ”
“무슨 말을 찾아봤는데 ······ ?”
“그거야 지금 갑자기 ······ ”
“자지 보지도 찾아봤나?”
나는 깜짝 놀랐다. 여자애도 있는 자리에서 국어사전 이야기를 하다가 자지 보지가 갑자기 왜 나오는 것일까. 순자의 반응이 나보다 좀 늦은 것은 그녀 역시 엉뚱한 말이 잠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니 니, ······ 무, 무슨 그런 말을 ······ ”
“와? ······ 니나 내나 다 달려있는 긴데 말 못할 기 뭐고?”
“그렇다고 이런 자리에서 ······ ”
능글맞게 웃는 정호와 달리 순자는 얼굴을 붉히며 화난 표정이 역력하다.
“하 하 하, 니는 괜히 내숭을 부리지만 사전에는 당당히 그 말이 나와 있단 말이다. ······ 자, 봐라. 자지는 남자의 생식기 중 몸 바깥으로 길게 내민 부분. 이래 설명이 나와 있단 말이다.”
나는 급히 보지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아, 보지도 있네. 여성 생식기의 바깥 부분이라고 ······ ”
“와 자꾸 그라노? 느그들 변태가?”
순자는 거의 울듯한 표정이다.
“변태? 그건 무슨 뜻이고?”
“니는 그 말도 못 알아듣나? 니처럼 상스런 소리나 하고 여자를 창피주는 그런 머슴아지.”
“어디 사전에도 그렇게 말하나 한번 보자. 변태 ······ 이건 변태성욕의 준말이라 카네. 그럼 변태성욕을 봐야지. ······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고자 하는 성적 욕망. ······ 하 하 하, 내가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할라 캤나? 나는 학술적으로 사전에 나와 있는 말을 정확히 알고 싶어 했을 뿐인데 ······ ”
정호의 짓궂음은 멈추지 않고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3학년 때 변소깐에 ‘김정호 정순자 빠구리했다’라는 낙서가 있었제? 그래가 니는 울고불고 하다 결석까지 하고 ······ 그런데 내가 니한테 빠구리하자고 한 적이 있었나?”
“와 자꾸 그런 이야기만 ······ 또 그때 내가 결석한 건 감기 때문이다.“
“흥, 거짓말하지 마라. 다음날 느그 어머니가 니 데리고 학교 와서 교무실에서 낙서한 놈 찾아내라고 얼마나 야단을 떨었는데 ······ ”
“그건 어무이가 그런 기지, 내가 그런기가?”
3학년 때 그런 일이 있었던가, 나는 기억에 없다. 하여튼 우리학교 변소간에는 빠구리와 관련된 낙서나 서툰 그림이 지워도 또 쓰여지곤 했다.
“니도 빠구리가 무슨 말인지는 알제? 사전에는 성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럼 성교는 뭘까? ······ 흠, 여기 나와있네. 남녀의 성적 교접을 이르는 말.”
정호의 장난은 좀 도를 넘은 것 같다. 순자는 벌떡 일어났다.
“자꾸 그런 상스럽고 변태 같은 말만 하마 나는 갈 끼다!”
“흥, 그래가 느그 어머니 또 데려올라고? 오늘은 여기 영도도 증인으로 있다. 내가 니한테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려 하지 않았다는 걸 증언해 줄 기다.”
“니가 빠구리를 할 수나 있나?”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하던 순자가 갑자기 눈을 치뜨고 정호를 노려본다.
“못할 건 뭐고? 하지만 빠구리는 남녀의 성적 교접이라 카니까, ······ 히 히, 혼자는 못하고 상대가 있어야지.”
“빠구리하마 남자는 정액이 나오는 기다. 니까짓게 지금 정액이 나오나?”
“그기사 언젠가 나오겠지.”
“그러이 니는 지금 정액도 못 나오제? 내 말 맞제?”
정호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못하는 것이 바로 순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정호는 무안한지 그 붉어진 얼굴로 나를 끌어들였다.
“영도, 니는 나오나?”
“뭐가 ······ ?”
“정액말이다.”
“아니.”
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정호를 더 이상 기를 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액도 안 나오는 기 와 벌써부터 빠구리 타령이고? 밥 더 처묵고 키도 좀 크마 그런 말 씨부려라.”
순자는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는 제 발로 나가겠다고 일어서더니 이제는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국어사전과 자지 보지로 비롯된 이 말싸움은 확실히 순자가 이겼다. 정호는 이죽거리며 순자를 계속 코너로 몰며 펀치를 날렸지만 정액도 안나온다는 지적의 카운터 펀치를 맞고 뻗어버린 것이다.
당시는 나도 좀 민망했지만 뒤에 생각하면 그 말싸움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순자가 그리 당찬 줄도 몰랐다. 우리반 부반장이며 공부도 잘하지만 그저 순하게만 보였던 그녀가 정액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올 때 나는 정말 놀랐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엄마와 영미 누나 앞에서 내가 타온 상품들을 자랑했다.
엄마는 경탄과 흡족한 표정으로 나를 더 우쭐하게 했다. 누나도 가끔 경탄의 표정을 보였지만 또 샐쭉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나는 누나의 그런 반응도 속으로 좀 고소했다. 심통쟁이가 오늘을 약도 오르겠지 하면서.
“엄마야! 이 에누구는 참말로 좋은 기네. 색깔도 가만 있자 ······ 어머, 서른여섯가지네! 내는 열두가지 색뿐인데 ·····상표도 제일 비싼 기고 . ”
그때 사람들은 수채화 물감을 에누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누나가 샐쭉한 표정을 짓기 전에 나는 결단을 내렸다.
“누부야, 이거 누부야가 쓸래?”
“참말로 ······ ?”
누나가 눈을 크게 뜨고 묻는데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우리는 미술시간에 크레파스를 썼고 수채화는 6학년부터 배우기 시작한다고 알고 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별로 관심도 없었으며 이 36가지 색깔이 있는 것을 누나와 같이 써도 될 것이다.
“고맙다, 영도야!”
누나가 감격스런 어조로 말했다. 영미 누나가 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을까. 진정어린 그 말을 처음 듣는 것만으로도 선물한 가치는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고행자의 집으로 향했다.
개학식이 끝난 후의 우리 교실에서 반 아이들 중 몇은 내 앞에도 몰려들었지만 고행자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지난 날 한동안 스토커 짓을 할 때는 남자아이들만 모여서 이야기할 때도 괜히 다가와 별로 우습지도 않은 말에 깔깔거리기도 했지만 우리가 빠구리를 한 이래, 특히 둘이 연애한다는 소문이 나돈 뒤의 그녀는 교실 안에서 우리가 친하다는 내색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그녀는 표정만으로도 달랐다. 멀찌감치 있기는 하지만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그 눈빛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도야, 빨리 나를 안아 줘! 우리가 약속했던 한달은 벌써 지났잖아. 오늘이 한달 하고도 보름이 넘었단 말야.”
그런데 막상 그녀의 집까지 찾아가 다시 얼굴을 마주 했을 때 그녀는 덤덤함을 지나쳐 냉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왔니?”
그 말만 하고서 먼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너 내일도 교실에서 나한테 그렇게 하면 아주 망신을 주겠다고 작정을 했었어!”
방에서 마주 서자 그녀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난 표정을 지었다.
“뭐를 ······ 내가 우쨌는데 ······ ?”
“너 나한테 웃음을 짓기는 커녕 눈인사도 한번 안했잖아. 내일도 또 그랬다간 그냥 교실에서 ······ ”
“우짤낀데 ······ ?”
“이렇게 ······ ”
그녀는 폴짝 뛰면서 내 어깨에 팔을 걸고 두다리로 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 입술을 맞댔다. 나는 푸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완전히 공중에 뜬 상태로 나에게 매달리며 서로의 혀가 오갔다.
그녀의 몸집이 나보다 작다지만 그런 자세로 키스까지 하려니 힘이 들었다. 그녀를 내려놓았더니 곧 방바닥에 요를 폈다.
“잠깐 ······ ”
그 말만 하고 그녀가 방을 나선 사이에 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가 다시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완전히 알몸으로 들어 누워 있었다. 다음 일어날 일을 짐작하며 자지도 벌떡 서 있었다.
“요녀석! 어디를 쏘다니다 이제야 오니? 너는 벌을 받아야 해. 우선 좀 깨물어 줄까?”
그녀는 수직으로 선 자지를 손바닥과 손등으로 툭툭 건드리더니 입에 물려고 한다.
“아, 내는 아직 씻도 안했는데 ······ 그라고 니는 안 벗나?”
“히 히, 마음이 급해서 ······ ”
그녀는 서둘러 윗옷을 벗고 나에게 등을 돌렸다. 압박붕대를 풀어줘야 하는 작업이 남았기 때문이다.
“아따, 그새 젖통이 더 커진 것 같다.”
볼 때마다 놀라듯 그녀의 젖통은 정말 국민학교 5학년짜리라고 생각할 수 없도록 컸다. 더욱이 조금 전 헤어진 정순자는 체격이 행자보다 크고 당찬 소리도 잘 하지만 분명 가슴은 납작했다.
행자는 알몸인 채 쪽문을 열고 부엌에 나갔다가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물수건이 들려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영숙 누나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물수건으로 자지를 꼼꼼히 닦더니 입에 물었다.
8살 때 첫 빠구리를 하고 그 뒤 수10명의 남자와 빠구리를 해왔다는 그녀가 막상 나와 빠구리를 할 때는 반응이 시원찮길래 한번은 정성을 들여 애무를 하고 보지도 빨아준 뒤 시작했더니 엉엉 울기까지 하면서 “이런 기분 처음.”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그녀와 나 사이에는 빠구리를 하면 정해진 코스처럼 이렇게 서로 자지 보지를 빨아주게 되었다.
그녀의 자지 빠는 솜씨는 송금순처럼 목구멍으로 넘기기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능숙한 편이다.
입술을 오무려 자지기둥을 압박하고 방아질할 때처럼 위아래로 입을 움직인다. 혀로 귀두를 훑어가다가 오줌 구멍을 콕콕 눌러주면 자지도 반응을 보여 벌떡거린다.
나는 그녀를 눕히고 이른바 식스나인 자세를 취했다. 꽤 커진 젖통처럼 보지털도 역시 볼 때마다 한번씩은 놀라게 된다.
서울띠기나 이원주 선생처럼 그리 수북한 것은 아니지만 최나영이나 영자 누나 만큼은 되게 자라 있었다.
나는 또 아까 헤어진 순자 생각이 났다.
정호의 짓궂은 놀림을 받으며 울상을 짓다가도 당차게 “니까짓게 정액이나 나와?”라며 반격을 할 때는 나도 놀랐다. 그런 것을 보면 순자도 내숭을 떨고 있지만 빠구리와 관련해서는 꽤 아는 것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정호가 아직 정액을 못 만든 것처럼, 또 그녀의 가슴이 납작한 것처럼 보지에 털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의 한반에 있고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남녀학생이지만 행자와 나, 그리고 정호와 순자는 성숙도에 있어서는 정말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아까 국어사전에서 비롯된 재미있는 장면이 떠 올랐다. 이제 자지 보지 빨아주기도 끝나고 보지에 꼽을 시간인데 잠시 진행을 중단하고 말을 걸었다.
“행자야, 느그 집에도 국어사전이 있나?”
“아니 없는데 ······ 그건 왜 ······ ?”
“그거 들춰보니 되게 재미있더라. 언제 니도 한번 빌려줄게.”
“뭐가 그리 재미있는데 ······ ?”
“니, 자지 보지를 한번 설명해봐라.”
“응? 자지는 여기 이렇게 덜렁거리는 것이고 보지는 방금 전까지 네가 빨아댄 거지.”
“아니, 그렇게 말고 ······ 우리 국어시간에 낱말풀이 하듯이 말이다.”
“낱말풀이 ······ ? 국어시간에 그런 것 배운 적이 없잖아.”
“히 히, 그런데 그게 국어사전에는 다 나와 있단 말이다. 자지는 남자 생식기의 길게 내민 부분, 보지는 여성 생식기의 바깥 부분이라고 ······ ”
“그래서 ······ ?”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히 히, 신기하잖나? 우리가 남 들을까 쉬쉬하면서 몰래 나누던 말들이 사전에는 버젓이 나와 있는 기라. 빠구리는 성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변태는 변태성욕의 준말인데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고자 하는 성적 욕망을 가르키는 기다.”
“그래서 ······ ?”
그녀는 같은 말로 다시 묻는다.
“뭐가 그래서고? 사전에 그런 말이 다 나와있고 친절한 설명이 붙어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
“너는 이런 때 꽤 멍청하고 답답하구나. 그래, 사전까지 뒤져봐서 너는 뭐를 새로 알았니? 자지는 남자 생식기의 길게 내민 부분, 보지는 여성 생식기의 바깥 부분 ······ ? 하 하 하, 그런 설명이 없으면 너는 자지 보지가 뭔지도 몰랐었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단어들이 국어사전이라는 책에 버젓이 나오고 다 설명이 돼있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말 찾아보려 너한테 사전 빌려볼 마음도 없고 너도 괜히 사전 들춰보는 고생하지 말고 알고 싶은 것 있으면 나한테 물어.”
“뭐를 물으라꼬 ······ ?”
나는 그녀가 시큰둥한 반응뿐 아니라 나를 비아냥하는데 맥이 빠졌다.
“뭐든지 ······ 자지는 어린애는 고추, 어른 자지는 좆, 너도 내가 보기에 웬만한 어른들보다 크고 이제 음모도 났으니 좆이라고 해야겠지. 그밖에도 양물, 음경, 영어로는 페니스. ······ 보지도 어린애 것은 조개, 어른 보지는 씹, 씹은 또 빠구리처럼 성교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여. 내 보지도 음모가 나고 좆맛을 봤으니 씹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겠지. 그밖에도 옥문, 음부, 영어로는 바기나. ······ 또 뭘 더 알고싶니?”
나는 기가 막혔다. 우선 국어사전의 단어 몇 개를 보고 신기해했다는 것이 창피했고 그녀가 저렇게 술술 늘어놓는 말에 놀랐다. 까진 계집애들은 정말 말도 잘한다.
“니는 그런 걸 다 우째 알았노? 어디서 배웠노?”
“배우기는 ······ ? 어른들 말 엿듣고, 친구들과도 말을 나누다 보면 알게 되는 거지. 너같은 숙맥도 있기는 하지만 내 또래 중에도 아는 게 꽤 많은 아이들도 있어. 더러는 틀린 지식도 있지만. ······ 또 소설이나 병원에 다닐 때는 의학 관련 서적들도 조금씩 훔쳐보고 ······ 하지만 영도야. 너무 기죽지 마. 너도 나한테 가르쳐 준 것이 있어. 바로 오르가슴, 여자만이 느낄 수 있다는 오르가슴을 ······ ”
그녀가 기죽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벌써 기가 죽었다. 사실 사전에 자지 보지 빠구리 같은 말이 등재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지, 그 설명으로 더 알게되는 것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면 나 역시 빠구리를 알게 된 후 새롭게 얻은 지식이 많기는 하다.
멘스 --- 생리, 월경, 경도, 달거리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거의 한달에 한번씩 보지에서 피가 나는 것이고 그것은 여인들의 몸에서 난자가 만들어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
남자가 한번 사정하는 정액에 얼마나 많은 정자들이 꿈틀거린다는 것도 안다. 또 콘돔을 써서 그 정자를 막아놓으면 임신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빠구리를 하자고 한여인과 알몸으로 맞대고 있는 지금 그런 것이 새삼 왜 필요한가. 실제로 한참 서로 빨아주며 팽팽했던 자지가 옆길로 빠지는 바람에 콱 죽어 있었다.
“어머나, 얘 좀 봐!”
그녀가 풀죽은 자지를 매만지며 말했다.
“영도, 네 이것은 이럴 때가 더 귀여워. 이것 봐! 말랑말랑한 게 ······ 하지만 이 상태로는 나를 뿅 가게 못하잖아. 인제 일어나! 어 요녀석, 말을 안 듣네. 그럼 벌을 받아야겠어. 우선 좀 깨물어 줄까?”
그녀가 장난을 치는 것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자지를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것은 좀 거슬렸다.
“야야, 남자의 자지, 아니 좆이 얼마나 엄중하고 고귀한 건데 니가 이리 갖고 놀라 카나?”
“히 히, 제가 기분 좋으려면 어차피 내 품에, 내 몸속에 들어와야 하는 건데 내가 텃세 좀 부리면 어때?”
“뭐 텃세 ······ ? 그러마 나도 배짱을 부릴 기다. 니 품속에 안 들어가겠다는 기다. 안 박아줄 기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나는 우선 벌을 줘야겠어.”
그녀는 내 자지를 덥석 물고는 위아래로 입술을 움직였다. 이왕 그녀가 장난을 걸었으니 이럴 때 자지가 반응을 안했으면 재미있겠다 싶어 다른 생각을 하며 그녀의 입놀림을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새 자자는 탱탱해 졌다.
“자, 이제는 됐지? 어서 내 품에 들어오렴.”
그녀가 바로 누우면서 무릎을 세우고 재촉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 옆에 벌렁 누워버렸다.
“싫다! 오늘의 양물, 음경, 페니스는 좀 쉬어야겠다.”
“이게 정말 ······ 너 한달을 넘기고도 보름만에 와서 이렇게 게으름을 필 거야?”
벌떡 서있는 자지를 손으로 배틀다 손바닥으로 툭툭 때린다. 그 감촉도 괜찮지만 나는 모르쇠로 그냥 누워배짱을 부렸다.
“니가 너무 장난감 취급을 하며 데불고 놀았으니 오늘은 양물님이 영 기분이 안내킨다 카신다. 소녀가 다시는 실례하지 않겠사오니 부디 옥문에 드셔 주옵소서 하고 사정을 해봐라.”
“아쭈 ······ 이렇게까지 공들여 세워줬는데 투정이야? 나도 사정은 못해.”
“오야 좋다. 내는 그냥 이래 쉴 기다. 그럼 양물도 다시 줄어들겠지.”
“그래? 산이 안 움직이면 내가 산에 오르듯이 그럼 옥문께서 양물을 포박하지.”
그녀는 나를 올라타고 자지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보지에 힘을 주어 의식적으로 옴찔거린다.
“어, 요녀석! 포박을 당했으면서 꿈틀거려? 가만히 있지 못하겠느냐?”
나는 정말 가만히 있으려 했다. 그러나 따뜻한 습기로 가득한 보지의 질벽이 자꾸 수축을 해오자 나도 모르게 벌떡거리며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녀와 빠구리를 하면서도 이런 장난은 처음인데 재미는 있었다.
행자가 엉덩이를 움직였다. 위에서 움직이는 것도 그녀는 능숙했다. 엉덩이를 내릴 때는 재빨리 위로 치받고 엉덩이를 올릴 때는 자지가 안빠질 정도에서 천천히, 다시 빨리 위로 치받고 천천히 빼고, 자지도 슬슬 그 맛에 취해가고 그녀는 가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지경까지 되자 나는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녀가 동작을 잠시 중단하고 가쁜 숨을 고르는 중 자지가 그냥 꼽힌 채로 몸을 빙그르 돌려 내가 위로 올라갔다. 바로 본격적인 방아질이 시작됐다.
“하아! ······ 하아! ······ 학! ······ 학! ······ ”
그녀의 가쁜 숨소리가 점점 비명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문득 아버지와 엄마가 빠구리하는 것을 처음 보았던 날 아버지가 엄마를 놀리던 장면이 생각났다. 싱긋 웃으며 나는 동작을 멈추었다.
“왜, 왜 그래?”
잠시 기다려도 동작이 없자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저 하기 싫어서 ······ ”
나는 능청을 부렸다. 그녀도 내 의도를 알았나보다. 세웠던 무릎을 내리고 껴안고 있던 팔도 풀면서 말했다.
“체, 네 맘대로 해.”
잠시 후 나는 방아질을 재개했다. 그녀는 막 고비에 다다르는지 껴안은 팔에 힘을 주고 신음이 커진다. 나는 또 동작을 멈추었다. 그녀도 팔을 풀었다. 누가 잘 견딜 수 있는지 우리는 일종의 시합에 들어갔다.
나는 다시 방아질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신음이 비명으로 바뀔 때까지 꽤 오래 계속하다 중단했다.
“아이, 너 정말 이럴래? 자꾸 약올리지 마!”
그녀는 나를 재촉하듯 엉덩이로 나를 몇 번 치받으며 화난 소리가 나왔다.
“와, 더해달라고? 그럼 니가 아까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제발 해달라고 사정해라.”
“싫어! 사정은 못해! 까짓거 안하면 되지. 자, 너도 빼!”
그녀는 엉덩이를 비틀며 내 몸을 벗어나려 했다.
“나도 그래는 못하겠다. 이대로 그냥 있을란다.”
몸을 꾹 누른 채 꼼짝 못하게 해놓고서는 아주 천천히 방아질을 시작했다.
“아이, 정말 이렇게 약올리지 말라니까 ······ ”
그녀는 나를 꼬집으며 또 몸을 비틀었다. 꽤 아팠지만 웃음이 나왔다.
“와, 내가 우쨌는데 ······ ? 우째하라고 ······ ?”
“그냥 빼던지 제대로 하던지 하란말야!”
“그럼 니가 사정을 하라니까.”
“아이 참, 사람을 말려 죽이려고 ······ 알았어. ······ 영도서방님, 소녀가 잘못했아옵니다. 제발 콱콱박아주옵소서! 됐어? 제대로 못하기만 해봐라.”
내가 이겼다. 옥문이 아무리 체를 하고 거드름을 피워봤지 공격의 기능이 있는 양물이 이긴 것이다.
나는 제대로 해줬다. 그녀의 조그만 다리도 나를 휘감고 엉덩이로 박자를 맞추고 신음이 비명으로 바뀌고 결국 “악! 엄마 ······ ”하며 울컥 물을 쏟아낼 때까지.
사정을 하고 나서도 우리는 한동안 껴안은 채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만족한 여인은 다시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가득했다. 웃는 얼굴로 자지와 불알을 꼼꼼히 닦아주었고 팬티를 입고 나서 나에게 등을 돌렸다. 가슴에 압박붕대를 감아줘야 할 시간이다.
나는 그녀를 돌려세워 거의 내 주먹만한 젖통을 잠시 주무르다 번갈아 젖꼭지를 빨았다. 그녀는 내 머리를 감싸면서 한손으로 등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모처럼 장난을 쳐가면서 빠구리를 했다. 그것도 이색적인 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그 발단이 된 사전찾기와 함께, 낮에 김정호의 방에서 벌어진 일도 떠올랐다.
나는 행자에게 대충 그 내용을 들려주었다. 정호가 짓궂게 순자를 놀리다가 “정액도 안나오는게.”라는 순자의 반격에 꼼짝도 못했다는 것을.
행자도 내 말에 약간은 웃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 에피소드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아, 그런 애들이 부러워. 그렇게 순진하면서 천천히 성장해가는 과정이 ······ .”
“순진하기는 ······ 갸들도 알건 다 알더라. 정호는 아예 사전까지 찾아보며 학술적으로 달려들고, 순자 갸도 그래 얌전해 보이는 아가 정액을 들먹이며 창피주는 것 봐라.”
“그 정도는 그 나이의 대부분 아이들이 알고있는 거야. 너같은 숙맥 말고는 ······ 하지만 아직 정액도 못만들고 순자 역시 2차성징이 아직 안 나타났으니 점점 성장해가면서 호기심과 환상처럼 몸도 서서히 부풀어 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과정이겠어. 그게 부럽단 말야.”
나는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기 뭐 그리 부럽노? 갸들은 니말대로 아직 유치한 수준인데 니와 내는 이미 어른처럼 이래 빠구리도 할 수 있잖나?”
“그런 현실이 바로 나한테는 슬픔이란 말이야. ······ 남자도 여자도 사춘기라는 것이 있어. 정호나 순자도 몇 년 안에 그런 시기를 맞겠지. 소설에 보면 그 사춘기가 얼마나 애틋하고 가슴 설레며 또 감미롭게 사람을 성숙시켜 주는지가 그려져 있지. 하지만 너나 나는 그런 시절을 맛보지도 못하고 그냥 짐승처럼 섹스만 해대잖아. 어디선가 인간의 용적은 일정해서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는다는 말을 읽었는데 나는 어른처럼 섹스를 할 줄은 알아도 그 아름다운 시절은 영영 잃어버렸단 말이야.”
행자의 다시 우울해지는 표정과 그 말에 공감을 하게되면서 나도 약간은 스산한 기분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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