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수업 내내 노팬티인 채로 불편했던 윤진은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마자 원찬의 반으로 갔다. 원찬은 자리에 없고 민성이만 있었다.
-민성아, 안녕.
윤진은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다급하게 원찬을 찾았다. 민성은 윤진의 물음에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원찬이?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문제집에 얼굴을 묻고 윤진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윤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민성아, 나랑 이렇게 지낼 필요는 없잖아. 누구랑 사귀던 우리가 친구인건 변함없는거 아니야?
-누가 뭐래? 그렇지만 넌 그 친하다는 친구가 한 경고를 그렇게 가볍게 무시한다면 친구관계를 쭉 이어가긴 어렵지.
민성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갔다. 윤진은 울음이 터질 뻔한 것을 참았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서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아이가 말했다.
-원찬이 도서관에 있을건데. 한번 그리로 가봐.
윤진은 도서관쪽으로 걸어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갈때마다 조심조심했다. 혹시라도 노팬티인걸 들킬까봐 치마를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윤진의 고등학교는 개방형 열람실 구조로 도서관을 운영했다가 분실과 입시 성적을 위해서 열람실을 폐쇄하고 버스표 파는 식의 조그만 입구만 허용해 놓고 도서대여카드를 작성하는 인원에게 대여당번이 책을 빌려주는 구조였다. 도서관 당번은 각 반이 돌아가면서 맡았는데 지금은 도혁이네 반에서 당번을 맡고 있었다. 외부에서는 문을 잠글 수가 있었기 때문에 도혁이네 반이 당번일때는 도혁은 열쇠를 강압적으로 달라고 해서 패거리들의 아지트로 삼았다.
윤진은 조심스럽게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불이 켜진것 같지는 않았지만 안에서 말소리가 조금씩 들렸다. 윤진은 책을 넣고 빼는 조그마한 입구에 얼굴을 갖다대고 안을 쳐다보았다.
-원찬아..
윤진은 작게 원찬을 불렀다. 갑자기 말소리가 뚝 끊기더니. 저 안쪽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윤진이야?
-응. 여기서 뭐해?
-잠깐 들어와봐.
원찬은 안에서 잠긴 문을 열고 윤진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러고서는 다시 문을 잠그고 가장 구석에 있는 형광등 하나만 켜고 있었다. 안에는 역시나 예상대로 도혁과 재욱이 케익과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어라? 우리 제수씨 왔네 ㅋㅋ
도혁이 의자를 빼주며 윤진을 환영했다.
-응. 도혁아 안녕. 니네 여기서 뭐하는거야?
-도혁이 오늘 생일이어서 우리가 파티해주는거야. 열쇠 달라고 해서 지금 몰래 이렇게 ㅋㅋ
원찬이 윤진을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 윤진은 자리에 앉아 그들이 주는 케익 한조각을 입에 대었다. 윤진은 도혁과 재욱을 등지고 앉아 원찬에게 재빨리 눈치를 줬다. 빨리 자신의 팬티를 달라는 눈치였다. 원찬은 모른척 하고 앉아 계속 떠들었다. 사실 윤진은 도서관 안에 처음 들어와봐 신기해 했다. 그 점을 약삭빠르게 눈치채고 원찬이 윤진에게 말했다.
-너 여기 처음 와보지? 나도 생각보다 책이 많아서 놀랐다. 이렇게까지 도서관을 만들어놓고는 왜 폐쇄형으로 바꿨는지 모르겠다.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고 책 명부도 업데이트 소홀히 해서 애들 뭐 판타지나 빌려보지, 진짜 도서관을 이용못하는거 같아.
-그러게.. 한번 둘러봐야겠다.
윤진은 원찬에게 팬티를 달라고 할 요량으로 팔을 살짝 끌어 구석으로 데려갔다. 원찬은 도혁에게 눈짓을 찡끗 하더니 윤진과 함께 서가 구석구석을 살피러 갔다.
-원찬아.. 빨리 돌려줘
-뭘?
-아까... 가져간거 있잖아. 나 불안하단 말이야.
-아.. 그거? 알았어 ㅋㅋ
원찬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만지작 거렸다.
-아! 그거 가방에 있나부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들키면 곤란하잖아. 그래서 가방에 넣어놨는데... 이를 어쩌지?
-빨리 가서 가지고 와.
-어차피 정액 다 묻어서 찝찝할텐데. 그냥 이러고 있어.
-안돼.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을래. 빨리 가자.
윤진은 나가자며 원찬의 팔을 끌었다. 원찬은 윤진에게 끌리는 척하면서 뒤에서 윤진을 와락 안았다. 도혁과 재욱에게는 안보이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들이 몇발자국만 움직인다면 원찬과 윤진은 눈에 띌 위치에 있었다.
-그럼 지금 아무것도 안입은거네? 아.. 이거 또 미치겠는데?
원찬은 윤진의 치마를 들춰 올렸다. 학교 자체가 야자하는 인원만 남고 다들 하교를 한 대다가 도서관은 더 조용했기 때문에 윤진은 원찬의 속삭임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뭘 할려고... 아 여기 애들도 있잖아.
윤진은 절박하게 속삭이며 원찬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힘으로 원찬을 이길 수는 없었다. 원찬은 기어코 윤진의 다리를 자신의 발로 벌리고 꽃잎에 손을 갖다 대었다.
-야.. 이러지마.. 제발... 나가서 하든가 하자.
-가만히 있어봐. 뭘 한다고 그래. 이러고만 있을거야. 노팬티라고 하니깐 너무 흥분되서 그래.
-으응...하... 하앙.. 그래두... 제발
윤진은 자신의 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손으로 입을 막고 시선은 아예 도혁쪽으로 고정시켰다. 별다른 소리나 움직임이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더 불안했다. 그러다가 이쪽으로 몸이라도 향하는 순간 자신의 모습이 들키고 말것이기 때문이다. 원찬은 언제나 그랬듯 윤진의 부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욕정을 채워만 갔다. 왼손으로 교복 블라우스 단추 두어개를 풀고 손을 안으로 집어넣어 유방을 주물럭 거렸다. 오른손으로는 윤진의 클리를 계속 범하면서 귀를 빨았다. 종합세트 공격에 윤진은 정신이 아른거렸다. 도혁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흥분감은 배가 되었다.
-아항... 읍.... 흥~ 아... 제발.. 흐음...
-왜 그래? 좋잖아. 저쪽에서는 안들리니깐 걱정하지 말고 힘좀 빼봐. 힘들다.
-아항... 하.... 야... 이..나쁜... 하아... 제발... 응? 하...
윤진은 아예 원찬의 팔에 매달리다 시피하면서 저지했다. 그러나 이미 유린당하고 있는 윤진의 꽃잎은 야속하게도 젖어들고 있었다. 더 이상 신음소리를 참을 수 없었던 윤진은 뒤로 돌아 원찬의 품에 자신의 얼굴을 파 묻었다. 원찬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윤진이 자신에게 안긴 상태를 틈타 교복 치마 후크를 풀렀다.
<후륵>
느닷없이 내려간 치마를 보고서도 윤진은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얼른 주저 앉아 치마를 잡으려고 했지만 원찬이 그냥 두고보지 않았다. 손가락을 윤진의 보지 안으로 넣어 질벽을 휘저었다. 그 자극 때문에 움직일수 없었던 윤진은 급기야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악!.. 음... 하아..... 그만해.. 엉..엉... 하...
윤진은 이미 들킨것 같다는 생각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도혁과 재욱은 저쪽에서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들은 지금 책상에서 일어나 윤진이 이동할 때 이미 윤진이 서있는 책꽂이 한칸 앞으로 와 있었다. 자세를 수그리고 윤진의 하체 높이에서 윤진이 능욕당하는 것을 책 사이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진아. 애들 나간거 같아. 아무소리도 안들리잖아.
-그래도 그만해.. 나쁜놈아. 엉.. 엉...
-울지마... 안할게 안할게..
-나쁜새끼...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넌 항상 너밖에 모르지? 민성이가 너같은 새끼랑 상종하지 말라고 할때부터 그랬어야 했는데..
윤진은 치마를 주워 입으며 말했다. 민성이란 단어가 나오자 원찬은 입꼬리가 한번 올라갔다가 부르르 떨렸다.
-야, 씨발 만져주면 좋다고 질질 싸는게 왜 이제와서 요조숙녀 행세하고 지랄이야? 너도 좋았잖아. 좋다고 허리 흔들면서 소리 지르던데 뭐야.. 이거 정말... 사람 꼴사납게.
-됐어. 이제 진짜 헤어지자. 너 그때 이후로 내가 잘 얘기하면 사람이 변할줄 알았는데 넌 참 구제불능인거 같아.
-처녀 따인 걸레년이 주면 주는대로 먹지. 가리기는.. 왜 이제 민성이가 그리워? 다시 돌아갈래? 아니면 민성이 그 새끼한테 벌써 벌려줬냐? 창녀같은 년.
원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진은 원찬에게 뺨을 날렸다. 그러나 원찬은 윤진의 손을 잡고 윤진의 뺨을 때렸다.
<짝~>
윤진은 뺨을 손으로 잡고 멍하니 서 있었다. 더 이상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이없고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아.. 좀 데리고 끝까지 먹어볼려고 했는데... 여기서 끝나네. 그럼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해야 하지 않겠어? 응?
-무슨 소리야..? 누구한테 얘기하는거야?
윤진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도혁과 재욱이 윤진의 앞뒤를 에워쌌다.
-좀 더 길들여서 먹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버렸구나.
도혁이 실실 웃으면서 윤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진은 도혁을 밀치고 문을 향해 냅다 뛰었다. 문은 열쇠로만 잠굴수가 있어서 누구하나 뛰어 윤진을 잡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윤진은 문이 열리지 않자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도혁과 재욱은 윤진에게 달려가 머리채를 잡고 다시 구석으로 질질 끌고 왔다.
-조용히 해 이년아. 우리 여기 온거 알면 안돼. 우리라 함은 이제 너도 포함된거고.
엎어져 있는 윤진에게 도혁이 말했다.
-너 원찬이한테 따먹힌거 캠으로 녹화된것도 모르지? 니 보지 걸레라는거 동네방네 소문 다 낼래? 아니면 여기서 거하게 한판 하고 쿨하게 끝낼래?
윤진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엎어져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재욱은 이미 윤진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기고 있었다. 윤진은 공포에 떨며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며 원찬을 바라보며 조용히 울기만 했다. 그래도 한때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자신을 보호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로 사치였다. 원찬은 재욱에게 말했다.
-야.. 옷 살살 벗겨. 아무 티도 안나야 되거든.
원찬은 바지를 벗으면서 윤진을 무릎꿀렸다. 딱딱하게 발기된 자지를 윤진의 입에 밀어넣었다. 한사코 입을 열지 않으려던 윤진은 도혁이 그 큰 손으로 볼 양옆을 누르자 조금씩 입이 벌어졌다.
-아윽... 아.. 씨발.. 좋다.
자지가 반쯤 들어간 상태에서 원찬이 눈을 감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
-혀좀 써봐 이년아.. 너 오늘 이거 하나 확실하게 가르치고 헤어져줄게.
원찬은 허리를 몇 번 튕기다가 고막이 떨어질듯한 비명을 질렀다.
-악~
원찬은 주먹으로 윤진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윤진이 원찬의 자지를 이로 세게 물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자지를 재빨리 뺄때 윤진의 치아에 긁혀 살이 벗겨져 있었다. 피가 나는 자지를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도혁과 재욱은 킥킥대며 좋아했다.
-재욱아 나부터 할게. 나 미칠거 같아. 니가 좀 잡아봐
재욱은 윤진을 눕히고 팔을 잡았다. 도혁은 윤진의 다리를 강하게 벌렸다. 힘은 이미 윤진의 고등학교에서 수준급이니 윤진의 다리는 속절없이 벌어지며 분홍빛 보지는 도혁에게 보여지고 말았다. 이미 원찬에게 강간을 한번 당한 뒤라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 의미없다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윤진은 그렇게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도혁은 깔끔하게 앙 다문 윤진의 대음순을 손가락으로 벌려보았다. 처녀의 그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아까 원찬의 애무가 있었기는 했지만 이미 말라버린 꽃잎 앞에서 도혁은 이성을 잃었다. 애무를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신의 발기된 자지를 꽂아넣었다.
-윽..으윽...
윤진이 고통스러운지 흥분에 찬 신음이 아닌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질렀다. 도혁은 윤진의 가슴에 가슴에 얼굴을 묻고 게걸스럽게 유방을 빨아대었다. 까슬한 도혁의 수염이 피부를 자극했는지 가슴과 입술부근이 벌겋게 올라왔다. 윤진은 키스만은 하지 않으려고 입을 이리 피하고 저리피했다. 도혁은 뚱뚱한 덩치에 비해 자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 씨발년 졸라 맛있다. 그동안 원찬이 새끼 혼자 먹는게 갑자기 분해지네 ㅋㅋㅋㅋ
도혁은 정자세로 윤진의 위에서 헉헉댔다. 육중한 도혁의 몸 밑에 깔린 윤진은 힘겹게 도혁을 받아내면서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어..어..억... 아.. 뭐야..
도혁은 몇 번 부르르 떨더니 윤진의 몸안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야.. 뭐야.. 나도 해야지. 내가 안에 쌀려고 너보고 먼저 하라고 한건데.
재욱이 투덜댔다.
-아. 몰라. 나도 밖에다 쌀려고 했는데 이 씨발년이 존나 조이네. 진짜 빨판 저리가라야.
-그니깐... 그렇게 맛있는거 제대로 먹으려고 했는데 니가 더럽혀놨다.
-재욱아 미안하다.. 설거지좀 부탁할게.
도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원찬의 옆으로 갔다. 벽에 기대 거친 호흡만 내쉬었다. 재욱은 손가락으로 윤진의 보지 안에서 정액을 꺼내었다. 찝찝했지만 대충 정액을 걷어내고 자신의 자지를 넣었다. 윤진은 아까의 고통보다는 덜했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재욱이만 거치면 이제 다시는 이 놈들과 어울리지 않으리라. 윤진은 굳게 마음먹으며 재욱의 능욕을 버텨냈다.
-아... 진짜 대단하다. 자지를 손으로 잡는거 같아 으윽...
재욱은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펌프질을 해댔다. 윤진은 통증을 느꼈지만 참았다. 오히려 힘을 주어 빨리 일을 끝내고 싶었다.
-아흑.. 윽... 흑.... 아...하...
재욱은 도혁과는 달리 조금은 부드럽게 들어왔다. 삽입전에 보지도 살짝 어루만져주고 손가락으로 유두도 끊임없이 괴롭혀줬다. 윤진은 조금씩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라? 이년 느끼는거봐. 개같은 년
-음... 흐윽.... 아학.... 빨리 끝내... 아항... 개새끼야 으흑...
윤진은 표독스럽게 눈을 뜨고 재욱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내 재욱의 그것이 강하게 들어오면 고개를 젖히며 무너지고 말았다.
-알았어. 안그래도 금방 쌀거같다... 윽... 진짜...씨발년 졸라 맛있어.
-아항..항...악...
최대한 신음을 참으려해보았다. 수치심과 치욕스러움이 성감에 방해가 되었다. 윤진은 빨리 일을 끝내고 싶었다.
여자경험이 없는 고등학생을 상대로 보지를 조여주니 재욱도 속절없이 떨어져나갔다. 재욱도 윤진의 자궁 안에 정액을 뿌리고 넉다운 했다.
일이 모두 끝난 뒤 윤진은 옷을 챙겨 입으며 밖으로 나갔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위험한 날은 다행히 아니어서 괜찮았다. 미친개에게 물렸을 뿐이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원찬은 오전 내내 레토나 전차량 엔진오일을 갈았다. 새 오일을 넣는 것은 그나마 할만한데 차 밑으로 들어가 폐 오일을 고무대야에 빼내는 것은 고역이었다. 손이나 입에 묻을 때는 정말 고역이었다. 6대의 차를 모두 끝내놓고야 간신히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후에도 쉬지 못했다. 위병소 근무를 다녀온 뒤, 선임들이 운행을 갔다오면 고스란히 세차를 해놓아야했다. 수년전 같은 사단 인근부대에서 병사가 자살을 한 뒤 내부 부조리는 어느정도 없어졌지만 민성과 두식은 은밀히 애들에게 차청소를 원찬에게 짬시킬 것을 종용했다. 세차기는 일병부터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원찬은 일일이 물통에 물을 떠와 걸레로 차를 닦았다.
다시 하루가 끝나고 컨테이너로 모두 복귀했다. 원찬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할 일을 어느정도 끝내놓았으므로 집단 갈굼을 피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취침 소등 하겠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원찬은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선임 몇몇은 키득키득 장난을 치다가 두식이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야, 모포로 창문 가리고 불 좀 켜봐. 글씨가 안보인다.
일신이 재빨리 모포로 창문을 가리고 불을 켠다음 문쪽으로 다가갔다. 망을 본다는 제스쳐였다. 두식은 주머니에 꺼낸 종이를 꺼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오늘 저녁을 먹은 후 인사계원인 박선보 상병이 건네준 종이였다.
-기두식 상병이 컨테이너 생활관에서 구타함. 김민규 상병이 여자친구와 전화를 한다며 끌어내 욕설과 구타함. 레토나 분대원들이 모두 조직적으로 기두식 상병과 김민규 상병의 범행에 동조함.....
두식은 종이에 적힌 글씨를 실실 웃으면서 읽었다. 자려고 누웠던 원찬은 몸이 굳었다.
-야, 이 씨발아. 일어나봐. 찌르는 건 좋지만 씨발아.. 나 병장이거든. 병장으로 찔러줄래?
-ㅋㅋㅋ 그봐 두식이형. 형 아직 짬찌야. 아직도 상병으로 부르는 애들도 있잖아.
찌
민성을 웃으면서 종이를 건네받았다.
-최민성은.... 어라? 난 씨발 계급도 없네? 내가 니 친구냐? 아..친구지.. 그래도 마음의 편지에 공식적으로 찌를때는 병장이라고좀 해줘라. 병장 달려고 진짜 좆뺑이 깠는데 인정해줘야지. 아무튼 최민성은 핸드폰을 군대내에서 사용하고 여군 하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음.
민성은 숨을 한번 크게 내쉬었다.
-원찬아... 나 핸드폰 1호할 때 정보과에서 정식 인가 받고 쓴 거고 중대장님도 아시는거야. 여군하사와 부적절? 야 이 씨발새끼야? 니가 뭘 안다고 지껄여? 너 증명 못하면 좆되는거 알지? 그리고 너 호국의 집에 핸드폰 맡겨놨지? 너도 내일 그거 말한다. 그거 영창감이거든. 한번 신병휴가 좆되바라.
원찬은 어제의 구타공포와는 비교도 될수 없을 만큼 공포를 느꼈다. 무기력함을 느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떻게 자신이 몰래 썼던 소원수리 종이가 두식에게 가 있었을까. 이런 업무는 오히려 간부들이 손을 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아무리 마음의 편지를 써봤자 인사계원이 다 취합한 다음 정리하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넘겨받았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원찬은 맥이 탁 풀렸다.
-와.. 이 새끼 지 잘못한건 모르고 다 찔렀네. 너 나한테 욕한건 왜 안썼냐? 하극상으로 한번 진짜 징계 심사위원회 가볼까? 핸드폰 걸리고 선임한테 씨발이라고 하고 군생활 개판으로 했는데 누가 이기나 한번 가보자. 너는 내가 분대장 달면 기본으로 출타제한 깔고 들어간다. 각오해 씨발새끼야. 다 들리면서 자는척 엉까지말고 씨발아.
김민규도 갑자기 흥분을 했는지 발로 원찬을 걷어찼다.
-와.. 이새끼 진짜 위험한 새끼네. 뒤로 뒤통수까는 새끼... 전쟁나면 아군한테 총 쏠 새끼야.. 일어나서 또 저번처럼 개겨봐? 너 잘하는 거 있잖아. 개년아
두식이 종이를 꾸겨 원찬 쪽으로 툭 던졌다. 원찬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개를 쑤셔박고 계속 누워있었다. 민성은 다시 불을 끄라고 지시하고 두식, 민규와 함께 욕을 하면서 밤을 보냈다.
회심의 일격이 무위로 돌아간 원찬은 그 이후로 선임들 사이로 소문이 돌아 힘겨운 군생활을 이어나갔다. 오히려 별다른 욕설이나 구타는 줄었지만 일과와 개인정비는 더 힘들어졌다. 누구도 자신과 대화를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자대에 전출 온 동기도 자신의 소대와 어울리고 원찬과는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전우조가 없으니 피엑스를 가지고 사지방에 가지고 못했다. 오로지 기댈 곳은 공중전화 하나였지만 소라도 전화를 자주 받아주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원찬은 길게 생각할 수 없이 모든 관심을 신병휴가에 돌렸다.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해서는 생각 할 수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소라의 품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한번만 안고 있을 수 있으면 고통이 다 사르륵 녹을 것만 같았다.
-야 이새끼야, 차 갖다 버릴래?
정비 왕고 유시원 상병이 스패너를 원찬쪽으로 던졌다. 스패너는 원찬의 정강이에 꽂혔다. 원찬은 다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아 임마. 차를 그렇게 만지는 놈이 어딨어? 그럼 쇼바 다 나가고 휠까지 다 나가는구만. 왜? 또 정비는 정비병이 하는거라고 지랄하게?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놈이 운전한다고 깝치니깐 안해도 되는 정비를 하는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다시 해놓겠습니다.
-아.. 꺼져. 그냥 넌 가서 작업병이나 도와라.
원찬이 건넨 스패너를 받아든 시원이 원찬은 툭 밀치며 걸어나갔다. 원찬은 다시 차로 이동하지 못하고 조용히 서서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이전 같았으면 자신이 털릴때 구경이라도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원찬은 더 미치겠는 심정을 느꼈다.
<그래.. 휴가까지만 참자. 어떻게든 되겠지>
원찬은 이를 악물며 작업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말년 오브 말년을 보내고 있는 민성은 아예 일과시간에 컨테이너에 누워 티비를 보면서 과자를 먹고 있었다. 이제는 간부가 보아도 장난스레 욕만 건네고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 일어나서 반납할 군장과 군수품을 만지작 거리고 간부가 나가면 다시 누워 티비를 보았다. 간부도 민성이 1호차를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휴가까지 다 미뤄가면서 성심성의껏 전 연대장을 모신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어느정도 배려는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성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든 병사들도 열심히 하면 말년에 편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도 했다. 민성은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소라가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시간인데 무슨 일이지 하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고등학교 친구 홍철희였다. 홍철희는 민성이 고2때 같은 반 이었고 내내 1등만 하던 친구였다. 2등을 하던 민성과는 꽤 친하게 지냈다. 철희는 민성과 한 등수 차이지만 점수차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났었다. 철희는 수능에서 아쉬운 결과를 내고 재수를 했었다. 그래서 같이 재수를 했던 윤진과도 연락이 닿았었다.
<윤진이 연락됐어 ㅎㅎ>
민성은 힘이 쪽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 철희에게 알아봐 달라고만 하고 기대도 안하고 잊고 있었는데 한달여만에 연락이 온것이다.
<윤진이 재수해서 경0대 들어갔대. 대구사나봐>
민성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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