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 5부 -
"으 흐 흐~ 더 버 래 이.........무신 날이 이래 덥노???..........으 흐~"
몇시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실컷 잤는가 보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말순은 심한 갈증을 일으키며 눈을 떴다.
문밖이 조용한 걸 보니 그렇게 쏟아지던 비도 이제는 그친것 같은데
잠들기 전 덕구의 난데없는 부탁으로 문을 닫아 두었던 방안은 몹시 후덥지근 하다.
말순은 아직도 자고있는 덕구를 한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들기 전 덕구에게 잠시 보여주었던
자신의 아랫도리를 한번 쓰윽 문지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 보았다.
아직 구름이 완전히 물러가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이는 걸 보니 비는 더 오지 않을 것 같다.
실컷 잔 말순은 아무 생각없이 너덜거리는 검정 고무신을 질질 끌더니
마당 한구석으로 가서 오줌을 누려는지 엉덩이를 까제키며 쪼그리고 앉는다.
쏴아~ 하는 세찬 오줌줄기와 함께 말순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말순은 오줌을 누면서 어젯밤의 기억이 떠 올라 안방을 건너다 보았다.
안방문은 여전히 어제 밤처럼 열려 있다.
방안이 조용한 것을 보니 어메와 아부지는 아직도 자나보다.
흘러내린 오줌이 엉덩이를 다 적셨지만 말순은 신경도 쓰지않고 바지를 끌어 올리더니
질퍽거리는 마당을 가로 질러 사립문 밖으로 휑하니 나가 계곡이 있는 곳으로 달린다.
"질퍽..질퍽...타닥..타닥.........허억...헉....헉....."
새벽부터 내린 비 때문인지 군데 군데 움푹 파진 웅덩이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말순은 마음이 다급해진다.
가는 동안 길가에 아무렇게나 돋아 난 잡초들은 내린 비로 인해 더욱 푸르르지만
말순의 눈에는 맨날 똑같은 모습이요, 하찮은 것일 뿐이다.
"쿠 르 릉~ 콸 콸~~ 쿠 르 르 릉~"
계곡에는 성난 물살이 천둥소리를 내며 거칠게 내려간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선녀탕에 도착한 말순의 얼굴은 금새 시무룩해 졌다.
온통 시뻘건 황토물은 넘치듯이 흘러가는 것을 보니
이대로라면 최소한 이틀은 지나야 물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싸 질러 놓은 똥은 이번 물살에 모두 휩쓸려 가겠지만
순자와 점순에게 서울로 간다고 자랑을 해야하는 말순은 가슴이 답답해 진다.
사실 말순은 정말 자신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설령 간다 하더라도 어디로 가는지 조차 모른다.
하지만 순자와 점순이에게는 이 싸릿골을 떠나 서울로 간다고 자랑하고 싶을 뿐이다.
내린 비가 그렇게 원망 스러울 수가 없다.
"씨이~ 이래다가 ........내일 가게 되믄 우짜노? ...........우 씨 이~"
말순은 발길을 돌려 순자의 집으로 찾아 갈까도 생각하다가
확실하지도 않는 자랑을 하려고 남의 집까지 찾아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할 것 같아
선녀탕으로 향하던 발길과는 달리 돌아오는 말순의 발걸음이 무척 힘이들어 보인다.
"칠벅...칠벅...........어 어......... 아 이 쿠..................첨 버 덩~~"
큰일이다.
처적처적, 힘없이 걷던 말순이가 웅덩이를 비켜 가려다 발이 미끈 거리며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얼른 일어나 바지를 털어봤지만 이미 빨간 바지는 흙탕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자랑은 커녕 이젠 어메에게 맞아 뒈질 일만 생긴 것이다.
"씨 잉~ 흐흑... 씨이~ 으 으 으~~"
말순의 눈에는 금새 눈물이 고인다.
젖어버린 바지가 무거워진 발걸음을 더욱 힘들어 지는데
매를 맞을까봐 두려운 가슴은 자그마한 걱정거리에도 콩닥거리는 것이었다.
"말수이..... 니이~ 고게서 머~ 하노? 빨랑 들어 온나.... 저녁 먹어야제...."
벌써 그렇게 됐나?
하긴 촌에서는 해 넘어가면 바로 밤이니까 어둡기 전에 밥을 먹어야 석유 한 방울이라도 아낀다.
"어...어 메~~ 흐흑........... 나 아............흐흑..."
말순은 싸리나무로 만든 담 밖에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얼굴을 찡그린다.
"왜...왜?? 말수이 ..........어어~ 니 어데 넘어졌나? ..........아이구야~ 이...이게 머로?........아이구.."
이제 곧 고성이 뒤따를 것이고 매가 뒤따를 거라고 생각한 말순은 눈을 질끈 감았다.
"허 헝~ 어..어메.... 한번만 봐 도..... 다시는 안 그럴 께~ 허 어 헝~ 허헝~"
이상한 일이다. 너무 조용하다.
"빨랑 들어온나...지지바가 꼴이 그게 머로? 얼릉 들어 오그래이~"
꼭 감겨졌던 말순의 눈이 휘둥그레 진다.
불호령이 떨어지고 몽둥이가 날아 들 것이라 생각했던 말순은
뜻밖의 부드러운 어메의 말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안그래도 옷도 한벌 몬 사주는데... 잘 됐데이~ 얼릉 들어와 벗그라... 내 금방 빨아 줄끼구만...."
"흐흐흑...훌 쩍...훌쩍... 어..어메.... 아..안 때릴끼가? ...내 안 때리나? 훌쩍 ... 훌쩍........"
"그....그....그.....래....아...안 때릴 끼구머언~~"
"증말이가?.......... 내 .......드...들어가도 ... 안 때릴끼라? .....훌쩍...훌쩍...참말이라?"
"........................."
그러나 조심스럽게 사랍문 안으로 들어서던 말순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어메의 얼굴을 힐끗 쳐다 보았다.
웬일인지 어메의 눈 주위가 빨갛게 변한 것이 어찌 꼭 우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어 메.... 훌쩍...아..아..아 이 다...."
말순은 뭔가를 물으려다가 그만 두자 말순 에미는 방으로 들어가
옥양목으로 된 하얀 속치마를 가져 오더니 입으라는 것이다. 그건 어메의 속치마이다.
"자아~ 우선 이거 입고 .......얼릉 옷을 벗그라.... 어메가 ....퍼어뜩 빨아 줄끼구먼...."
말순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슬쩍 훔치며 어메가 주는 속치마를 건네받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는 덕구가 아직도 두 팔을 큰 대자로 벌린 채 자고 있다.
말순은 땀에 절여 누랗게 변색된 난닝구를 훌렁 벗고 습관적으로 옆구리를 벅벅 긁는다.
"어어~ 이..이게 뭐로? 아이구...남사 시러버라..."
말순에게는 꿈에서 조차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겨우 잘 익은 콩 하나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젖몽오리였다.
무척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러나 말순은 그게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말순은 손가락으로 그 콩알 같은 것을 살짝 만져 보았다.
"아야~........... 흐으~ 씨이~ 와........고거 디게 아프네...씨이~"
괜히 만졌다는 생각이 든 말순은 더 이상 만지는 것을 포기해 버리고
흙탕물에 흠뻑 젖어버린 고리땡 바지의 허리춤을 잡더니 그대로 끌어내렸다.
"어이구...저거... 이게 머 보고 싶다꼬... 냄새만 나는걸...."
바지가 벗겨지고 칼로 베은 듯한 민둥한 아랫도리가 나오자 자고있는 덕구를 한번 힐끗 내려다 보더니
말순은 도톰한 그곳을 손으로 슬쩍 문지르고는 벗어놓은 난닝구와 젖은 바지를 들고 발가벗은 채 밖으로 나간다.
"어메..... 이거 .......그만 내가 빨아뿌까? "
괜히 버려놓은 바지가 미안했던 말순은 어메의 눈치를 슬쩍 본다.
"왜.....그 치마 안 입노? 입고 나오제.... 아이다...잘 됐데이~ 이리 온나.... 내가 ..니 씻겨 주께..."
"아이다..어메야~ 그라믄..... 내 때문에 ......너무 힘든다 카이.... "
"개안타..... 이리 온나...얼릉~"
세살박이 막내 동생도 힘든다며 늘 말순이에게 씻겨 주라던 어메가
오늘은 웬일인지 말순이의 몸까지 씻겨 준다고 한다.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던 기분은 좋다.
말순은 실실 웃으며 어메를 따라 뒤안에 있는 자그마한 샘가로 갔다.
"으으 차거.....으 히 히 히~ 읏...차그....허헛..."
바가지에 물이 끼 얹어 질 때마다 몹시 차가워 말순은 몸을 움츠리며 소리를 질렀다.
어메의 손이 몸을 벅벅 문지를 때는 몹시 아프기도 했지만 말순은 이를 악 물고 참았다.
어메의 손이 허벅지로 내려간다. 몹시 간지럽다.
"우 히 히 히~ 아 우~ 아우~ 간 지 러 워....우 히 히~"
몹시 간지러운 말순은 두 팔을 옆구리에 딱 붙인 채 움찔거리며 킥킥거린다.
그런데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던 어메의 손이 갑자기 주춤거리는 것이 아닌가?
"흐흑....흐 흐 흐 흐....... 흐흑.....흐 으 으 으~"
"어...어 메.......... 지...지금 우는 거 아이라?........맞제? ... 어메....지금 울고있제?"
"흐흑... 아이다..... 우는거 ...아 이 다.... 흐흑..."
어메는 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어젯밤처럼 지금도 틀림없이 울고 있었다.
"왜 우는데?............ 울지 말그래이.... 어메야... 내가 가는거 ... 때문에 그래는 기라? "
말순의 말에 말순에미가 입을 닥 벌린 채 말순을 쳐다본다.
"아니..... 그..그..그 걸 ....니..니가...우...우...우째 ...아 노? 그..그걸 우째???"
"아...아...아... 그..그..그 거... 으 흠..........흐으~ 사..사실은...어제....내가 ...오줌 마려워서..."
말순은 간직해야만 하는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지더니 더듬거리며 어젯밤 들은 것을 이야기 했다.
"으 흐 흐 흑!! 마..마..말 순 아 이~~ 허 어 어 헝~~ 흐 흑...흐 흐 흑!!"
말순 애미는 말순이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흠뻑 젖은 말순의 몸을 와락 끌어안으며 그 동안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자
말순은 좀 의아하긴 했지만 어메가 그리 슬피우는 것을 보며 따라 눈물이 글썽거린다.
"그...근데...와....와 ... 우는데..? 훌쩍...내..내가 가는거 ...땜에 ...우는거라?.... 개안타.....내는 개안테이.."
"으 으으~ 아이고~ 이것아....허헝~ 지지리도 복이 없제......애비 애미 잘 못만나서....허 허 헝~~ 허헝~"
말순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저 건녀편 순자 언니도 집을 나가 잘 살기만 하고 이번 추석때는 선물까지 사온다고 하는데
어차피 이 산골 보다가는 도회지로 나가는 것이 출세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어메가 왜 이리 슬피 우는 것일까?
"아이구~ 이것아~~~ 흐흑... 어 허 허 헝~ 이... 불쌍한 것아....허 어 헝~어 엉~ 엉 엉~"
"어..어메야.......울지 마래이~ 흐흑...흑...나는 개안타 카이~~ 어메가 우니께...내도 슬퍼진데이..허엉..."
말순애미는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말순의 가랑이를 정성스럽게 씻어준다.
말순이 역시 훌쩍거리며 손등으로는 눈물을 훔치지만
어메의 손이 가랑이 사이에 닿을 때마다 이상하게스리 몹시 간지럽다는 것을 느낀다.
"흐흑... 인자 다 됐다.... 방에 들어가서..... 흑..흑...오늘은 어메 옷...흑 흑!! 입고 있그라..."
"으 음~ 근데...인자는 울지 마래이....... 어메가 우니께...내도 자꾸 ...슬퍼지잖아....훌쩍...훌쩍..."
말순애미는 자신의 옷이 다 젖는줄도 모르고 젖은 말순의 몸을 다시 한번 꼭 끌어안아 주었다.
어메의 몸에서는 땀냄새가 살짝 풍겼다.
하지만 이런일이 한번도 없었던 말순이기에 오늘은 어메의 그 짜리한 땀냄새 마저 따뜻하게 느껴진다.
"으 으 으 으~ 아 우~ 더버라..... 어 어!! 말수이 ...니..니~ 지금 머 하는 거로?"
말순이가 방으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잠에서 깬 덕구가 발가벗은 말순의 몸을 보며 눈이 둥그레진다.
"우 히 히~ 내 목깐하고 왔데이~ 히 히~ 어메가 내 목깐 시켜 줬데이....으 흐 흐~"
"어 휴~ 지지바가 집구석에서...홀딱 벗고 다니노... 니 혹시 오줌 싼게 아이라?"
"아이다..이 쌔끼야....시팔.... 내 언제 오줌 싸는거 봤나? 괜히 지랄이야..."
말순은 오빠가 오줌을 쌌냐고 묻자 괜히 화가 나는지 발을 들어 덕구를 찰려고 한다.
"히 히~ 아이다...내가 기냥 장난쳤데이... 그..근데....니이~ 으 으 흐~ 아..아..아이다..."
덕구가 바로 사과를 한다.
말순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될 것을 오빠에게 욕까지 한 것이 미안해진다.
"오..오빠야~ 내가 욕 하이깐..... 기분 나쁘제?"
"으응??? 아이다...개안타.............. 근데... 니 옷 안 입을꺼라?"
그러고 보니 아직도 말순은 발가벗은 몸이다.
말순은 배시시 웃으며 어메가 준 속치마를 집어 들었다.
"우 히 히~ 오늘은 이거 입을끼데이..... 내 옷은 다 빨았거등.... 히 히~"
말순은 얼른 속치마를 걸쳐 입었지만 위에는 다 들어나고 어째 입은 것 같지 않다.
"우 히 히~ 오빠야~ 히 히~ 내 폼 나제? 흐 흐 흐~"
말순은 덕구에게 두 팔을 들어보이자 덕구는 장난스럽게 속치마를 훌렁 걷어 붙인다.
"키 키 킥!! 이거 옷도 아이네...히힛... 봐라.. 이라믄 다 보이제...."
"야아~ 하..하지 마래이... 니 자꾸 그라믄 어메한테 다 일러뿔.......아..아이다... 할라믄 해라..."
말순은 덕구의 장난이 그리 싫지 않은지 금방 태도를 바꾸며 덕구의 곁에 바싹 다가 앉는다.
- 다음편에 계속 -
[email protected]
"으 흐 흐~ 더 버 래 이.........무신 날이 이래 덥노???..........으 흐~"
몇시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실컷 잤는가 보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말순은 심한 갈증을 일으키며 눈을 떴다.
문밖이 조용한 걸 보니 그렇게 쏟아지던 비도 이제는 그친것 같은데
잠들기 전 덕구의 난데없는 부탁으로 문을 닫아 두었던 방안은 몹시 후덥지근 하다.
말순은 아직도 자고있는 덕구를 한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들기 전 덕구에게 잠시 보여주었던
자신의 아랫도리를 한번 쓰윽 문지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 보았다.
아직 구름이 완전히 물러가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이는 걸 보니 비는 더 오지 않을 것 같다.
실컷 잔 말순은 아무 생각없이 너덜거리는 검정 고무신을 질질 끌더니
마당 한구석으로 가서 오줌을 누려는지 엉덩이를 까제키며 쪼그리고 앉는다.
쏴아~ 하는 세찬 오줌줄기와 함께 말순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말순은 오줌을 누면서 어젯밤의 기억이 떠 올라 안방을 건너다 보았다.
안방문은 여전히 어제 밤처럼 열려 있다.
방안이 조용한 것을 보니 어메와 아부지는 아직도 자나보다.
흘러내린 오줌이 엉덩이를 다 적셨지만 말순은 신경도 쓰지않고 바지를 끌어 올리더니
질퍽거리는 마당을 가로 질러 사립문 밖으로 휑하니 나가 계곡이 있는 곳으로 달린다.
"질퍽..질퍽...타닥..타닥.........허억...헉....헉....."
새벽부터 내린 비 때문인지 군데 군데 움푹 파진 웅덩이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말순은 마음이 다급해진다.
가는 동안 길가에 아무렇게나 돋아 난 잡초들은 내린 비로 인해 더욱 푸르르지만
말순의 눈에는 맨날 똑같은 모습이요, 하찮은 것일 뿐이다.
"쿠 르 릉~ 콸 콸~~ 쿠 르 르 릉~"
계곡에는 성난 물살이 천둥소리를 내며 거칠게 내려간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선녀탕에 도착한 말순의 얼굴은 금새 시무룩해 졌다.
온통 시뻘건 황토물은 넘치듯이 흘러가는 것을 보니
이대로라면 최소한 이틀은 지나야 물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싸 질러 놓은 똥은 이번 물살에 모두 휩쓸려 가겠지만
순자와 점순에게 서울로 간다고 자랑을 해야하는 말순은 가슴이 답답해 진다.
사실 말순은 정말 자신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설령 간다 하더라도 어디로 가는지 조차 모른다.
하지만 순자와 점순이에게는 이 싸릿골을 떠나 서울로 간다고 자랑하고 싶을 뿐이다.
내린 비가 그렇게 원망 스러울 수가 없다.
"씨이~ 이래다가 ........내일 가게 되믄 우짜노? ...........우 씨 이~"
말순은 발길을 돌려 순자의 집으로 찾아 갈까도 생각하다가
확실하지도 않는 자랑을 하려고 남의 집까지 찾아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할 것 같아
선녀탕으로 향하던 발길과는 달리 돌아오는 말순의 발걸음이 무척 힘이들어 보인다.
"칠벅...칠벅...........어 어......... 아 이 쿠..................첨 버 덩~~"
큰일이다.
처적처적, 힘없이 걷던 말순이가 웅덩이를 비켜 가려다 발이 미끈 거리며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얼른 일어나 바지를 털어봤지만 이미 빨간 바지는 흙탕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자랑은 커녕 이젠 어메에게 맞아 뒈질 일만 생긴 것이다.
"씨 잉~ 흐흑... 씨이~ 으 으 으~~"
말순의 눈에는 금새 눈물이 고인다.
젖어버린 바지가 무거워진 발걸음을 더욱 힘들어 지는데
매를 맞을까봐 두려운 가슴은 자그마한 걱정거리에도 콩닥거리는 것이었다.
"말수이..... 니이~ 고게서 머~ 하노? 빨랑 들어 온나.... 저녁 먹어야제...."
벌써 그렇게 됐나?
하긴 촌에서는 해 넘어가면 바로 밤이니까 어둡기 전에 밥을 먹어야 석유 한 방울이라도 아낀다.
"어...어 메~~ 흐흑........... 나 아............흐흑..."
말순은 싸리나무로 만든 담 밖에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얼굴을 찡그린다.
"왜...왜?? 말수이 ..........어어~ 니 어데 넘어졌나? ..........아이구야~ 이...이게 머로?........아이구.."
이제 곧 고성이 뒤따를 것이고 매가 뒤따를 거라고 생각한 말순은 눈을 질끈 감았다.
"허 헝~ 어..어메.... 한번만 봐 도..... 다시는 안 그럴 께~ 허 어 헝~ 허헝~"
이상한 일이다. 너무 조용하다.
"빨랑 들어온나...지지바가 꼴이 그게 머로? 얼릉 들어 오그래이~"
꼭 감겨졌던 말순의 눈이 휘둥그레 진다.
불호령이 떨어지고 몽둥이가 날아 들 것이라 생각했던 말순은
뜻밖의 부드러운 어메의 말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안그래도 옷도 한벌 몬 사주는데... 잘 됐데이~ 얼릉 들어와 벗그라... 내 금방 빨아 줄끼구만...."
"흐흐흑...훌 쩍...훌쩍... 어..어메.... 아..안 때릴끼가? ...내 안 때리나? 훌쩍 ... 훌쩍........"
"그....그....그.....래....아...안 때릴 끼구머언~~"
"증말이가?.......... 내 .......드...들어가도 ... 안 때릴끼라? .....훌쩍...훌쩍...참말이라?"
"........................."
그러나 조심스럽게 사랍문 안으로 들어서던 말순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어메의 얼굴을 힐끗 쳐다 보았다.
웬일인지 어메의 눈 주위가 빨갛게 변한 것이 어찌 꼭 우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어 메.... 훌쩍...아..아..아 이 다...."
말순은 뭔가를 물으려다가 그만 두자 말순 에미는 방으로 들어가
옥양목으로 된 하얀 속치마를 가져 오더니 입으라는 것이다. 그건 어메의 속치마이다.
"자아~ 우선 이거 입고 .......얼릉 옷을 벗그라.... 어메가 ....퍼어뜩 빨아 줄끼구먼...."
말순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슬쩍 훔치며 어메가 주는 속치마를 건네받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는 덕구가 아직도 두 팔을 큰 대자로 벌린 채 자고 있다.
말순은 땀에 절여 누랗게 변색된 난닝구를 훌렁 벗고 습관적으로 옆구리를 벅벅 긁는다.
"어어~ 이..이게 뭐로? 아이구...남사 시러버라..."
말순에게는 꿈에서 조차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겨우 잘 익은 콩 하나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젖몽오리였다.
무척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러나 말순은 그게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말순은 손가락으로 그 콩알 같은 것을 살짝 만져 보았다.
"아야~........... 흐으~ 씨이~ 와........고거 디게 아프네...씨이~"
괜히 만졌다는 생각이 든 말순은 더 이상 만지는 것을 포기해 버리고
흙탕물에 흠뻑 젖어버린 고리땡 바지의 허리춤을 잡더니 그대로 끌어내렸다.
"어이구...저거... 이게 머 보고 싶다꼬... 냄새만 나는걸...."
바지가 벗겨지고 칼로 베은 듯한 민둥한 아랫도리가 나오자 자고있는 덕구를 한번 힐끗 내려다 보더니
말순은 도톰한 그곳을 손으로 슬쩍 문지르고는 벗어놓은 난닝구와 젖은 바지를 들고 발가벗은 채 밖으로 나간다.
"어메..... 이거 .......그만 내가 빨아뿌까? "
괜히 버려놓은 바지가 미안했던 말순은 어메의 눈치를 슬쩍 본다.
"왜.....그 치마 안 입노? 입고 나오제.... 아이다...잘 됐데이~ 이리 온나.... 내가 ..니 씻겨 주께..."
"아이다..어메야~ 그라믄..... 내 때문에 ......너무 힘든다 카이.... "
"개안타..... 이리 온나...얼릉~"
세살박이 막내 동생도 힘든다며 늘 말순이에게 씻겨 주라던 어메가
오늘은 웬일인지 말순이의 몸까지 씻겨 준다고 한다.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던 기분은 좋다.
말순은 실실 웃으며 어메를 따라 뒤안에 있는 자그마한 샘가로 갔다.
"으으 차거.....으 히 히 히~ 읏...차그....허헛..."
바가지에 물이 끼 얹어 질 때마다 몹시 차가워 말순은 몸을 움츠리며 소리를 질렀다.
어메의 손이 몸을 벅벅 문지를 때는 몹시 아프기도 했지만 말순은 이를 악 물고 참았다.
어메의 손이 허벅지로 내려간다. 몹시 간지럽다.
"우 히 히 히~ 아 우~ 아우~ 간 지 러 워....우 히 히~"
몹시 간지러운 말순은 두 팔을 옆구리에 딱 붙인 채 움찔거리며 킥킥거린다.
그런데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던 어메의 손이 갑자기 주춤거리는 것이 아닌가?
"흐흑....흐 흐 흐 흐....... 흐흑.....흐 으 으 으~"
"어...어 메.......... 지...지금 우는 거 아이라?........맞제? ... 어메....지금 울고있제?"
"흐흑... 아이다..... 우는거 ...아 이 다.... 흐흑..."
어메는 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어젯밤처럼 지금도 틀림없이 울고 있었다.
"왜 우는데?............ 울지 말그래이.... 어메야... 내가 가는거 ... 때문에 그래는 기라? "
말순의 말에 말순에미가 입을 닥 벌린 채 말순을 쳐다본다.
"아니..... 그..그..그 걸 ....니..니가...우...우...우째 ...아 노? 그..그걸 우째???"
"아...아...아... 그..그..그 거... 으 흠..........흐으~ 사..사실은...어제....내가 ...오줌 마려워서..."
말순은 간직해야만 하는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지더니 더듬거리며 어젯밤 들은 것을 이야기 했다.
"으 흐 흐 흑!! 마..마..말 순 아 이~~ 허 어 어 헝~~ 흐 흑...흐 흐 흑!!"
말순 애미는 말순이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흠뻑 젖은 말순의 몸을 와락 끌어안으며 그 동안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자
말순은 좀 의아하긴 했지만 어메가 그리 슬피우는 것을 보며 따라 눈물이 글썽거린다.
"그...근데...와....와 ... 우는데..? 훌쩍...내..내가 가는거 ...땜에 ...우는거라?.... 개안타.....내는 개안테이.."
"으 으으~ 아이고~ 이것아....허헝~ 지지리도 복이 없제......애비 애미 잘 못만나서....허 허 헝~~ 허헝~"
말순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저 건녀편 순자 언니도 집을 나가 잘 살기만 하고 이번 추석때는 선물까지 사온다고 하는데
어차피 이 산골 보다가는 도회지로 나가는 것이 출세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어메가 왜 이리 슬피 우는 것일까?
"아이구~ 이것아~~~ 흐흑... 어 허 허 헝~ 이... 불쌍한 것아....허 어 헝~어 엉~ 엉 엉~"
"어..어메야.......울지 마래이~ 흐흑...흑...나는 개안타 카이~~ 어메가 우니께...내도 슬퍼진데이..허엉..."
말순애미는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말순의 가랑이를 정성스럽게 씻어준다.
말순이 역시 훌쩍거리며 손등으로는 눈물을 훔치지만
어메의 손이 가랑이 사이에 닿을 때마다 이상하게스리 몹시 간지럽다는 것을 느낀다.
"흐흑... 인자 다 됐다.... 방에 들어가서..... 흑..흑...오늘은 어메 옷...흑 흑!! 입고 있그라..."
"으 음~ 근데...인자는 울지 마래이....... 어메가 우니께...내도 자꾸 ...슬퍼지잖아....훌쩍...훌쩍..."
말순애미는 자신의 옷이 다 젖는줄도 모르고 젖은 말순의 몸을 다시 한번 꼭 끌어안아 주었다.
어메의 몸에서는 땀냄새가 살짝 풍겼다.
하지만 이런일이 한번도 없었던 말순이기에 오늘은 어메의 그 짜리한 땀냄새 마저 따뜻하게 느껴진다.
"으 으 으 으~ 아 우~ 더버라..... 어 어!! 말수이 ...니..니~ 지금 머 하는 거로?"
말순이가 방으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잠에서 깬 덕구가 발가벗은 말순의 몸을 보며 눈이 둥그레진다.
"우 히 히~ 내 목깐하고 왔데이~ 히 히~ 어메가 내 목깐 시켜 줬데이....으 흐 흐~"
"어 휴~ 지지바가 집구석에서...홀딱 벗고 다니노... 니 혹시 오줌 싼게 아이라?"
"아이다..이 쌔끼야....시팔.... 내 언제 오줌 싸는거 봤나? 괜히 지랄이야..."
말순은 오빠가 오줌을 쌌냐고 묻자 괜히 화가 나는지 발을 들어 덕구를 찰려고 한다.
"히 히~ 아이다...내가 기냥 장난쳤데이... 그..근데....니이~ 으 으 흐~ 아..아..아이다..."
덕구가 바로 사과를 한다.
말순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될 것을 오빠에게 욕까지 한 것이 미안해진다.
"오..오빠야~ 내가 욕 하이깐..... 기분 나쁘제?"
"으응??? 아이다...개안타.............. 근데... 니 옷 안 입을꺼라?"
그러고 보니 아직도 말순은 발가벗은 몸이다.
말순은 배시시 웃으며 어메가 준 속치마를 집어 들었다.
"우 히 히~ 오늘은 이거 입을끼데이..... 내 옷은 다 빨았거등.... 히 히~"
말순은 얼른 속치마를 걸쳐 입었지만 위에는 다 들어나고 어째 입은 것 같지 않다.
"우 히 히~ 오빠야~ 히 히~ 내 폼 나제? 흐 흐 흐~"
말순은 덕구에게 두 팔을 들어보이자 덕구는 장난스럽게 속치마를 훌렁 걷어 붙인다.
"키 키 킥!! 이거 옷도 아이네...히힛... 봐라.. 이라믄 다 보이제...."
"야아~ 하..하지 마래이... 니 자꾸 그라믄 어메한테 다 일러뿔.......아..아이다... 할라믄 해라..."
말순은 덕구의 장난이 그리 싫지 않은지 금방 태도를 바꾸며 덕구의 곁에 바싹 다가 앉는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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