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립스틱*이글은 시대적 배경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작품으로 시대의 사실과 다른 허구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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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든가 혹은 괴로운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생은 타인을 사랑하는데 인생의 반을 소모하고, 타인을 증오하는데 반을 소모한다. 증오란 정당한 것이다. 부정을 미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정의를 사랑하지 못한다. 사랑에서 야망으로 옮겨가는 사람은 많지만, 야망에서 사랑으로 돌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랑의 고뇌처럼 달콤한 것은 없고, 사랑의 슬픔처럼 즐거운 것은 없으며, 사랑의 괴로움처럼 기쁜 것은 없고, 사랑에 죽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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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의 봄, 석가탄신일의 봉축법요식을 준비하는 광주의 원효사에는 꽃등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밤이슬이 내리고 꽃등들의 화려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러나 저명한 야당 정치인이 연행되고 운동권 학생들이 거사하기로 하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광주의 밤거리는 적막과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날이 밝고 문공부장관은 24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계엄확대가 발표되고 두 시간이 지난 후, 전남대와 조선대 캠퍼스에 특전사가 두입되었다. 오전10시, 휴교령이 내린 상태에서 전남대 정문 앞에 모여든 학생 백여 명과 무장 공수대원이 대치하였다. 이삼백 명 정도로 수가 불어나자,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계엄령 해제하라!”
“계엄군 물러가라!”
“휴교령 철회하라"”
“민주인사 석방하라!”
이어서 대치중이던 공수부대 책임자가 "돌격 앞으로!" 라는 명령에 따라 공수대원들은 학생들에게 파고들면서 곤봉을 휘둘렀다. 이에 맞선 학생들은 투석전을 벌였다. 공수대원들의 곤봉은 쇠심이 박힌 곤봉으로, 이를 맞은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누군가 흥분하여 외쳤다.
“공수부대 병사들이 마음껏 모든 폭력을 행사한다. 지나친 폭력에 항의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무지막지하게 구타하고, 여성들의 옷을 찢고 심지어 젖가슴을 대검으로 난자하였다.”
격분한 학생시위대가 화염병과 보도블록으로 대항했다. 시위대의 저항이 거세지자 공수부대원들이 무차별로 학생들을 진압하기 시작하고, 학생들은 밀리고 몰려다니며 대항하다가 쓰러진다. 공수부대원과 학생들의 대치는 전남대뿐만이 아니라, 광주에 소재한 대학과 고등학교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도심지에서도 시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몰려드는 군중에서 누군가 울분을 터트린다.
“공수 놈들이 여학생을 발가벗긴 채 세워놓고 대검으로 유방을 도려내어 죽였다.”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공수부대 놈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공수부대원이 임신한 여자의 배를 대검으로 찔렀다!”
“대검으로 시민의 머리 가죽을 벗겨냈다.”
누구도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군중의 물결 속에 어느 할아버지는 저럴 수가 있느냐, 일제 때 순사보다 악랄하고, 육이오 시절의 공산당도 저럴 수는 없다고 외친다. 총검만으로도 모자랐던 것인가! 심지어 화염방사기까지 시민들을 향하여 뿜어졌다. 해가 저물고 다시 해가 떠오르며 공수부대뿐 만 아니라, 군경이 합세하며 분노하며 늘어나는 시민들을 악랄하게 진압하였다.
전쟁터 같은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정오의 정각에 고층 건물 외부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건 공수부대의 집단 발포를 알리는 신호였다. 공수부대의 총기에서 불을 뿜는 총성이 들리고, 시민들이 결성한 시민군이 등장하였다. 공수부대와 대치한 시민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몰려 있는 공공건물에 수류탄이 투척되고, 광주 진월동 저수지에서 놀던 아이들이 집중사격을 받고 즉사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8시쯤, 광주교도소 앞길에서 담양방면으로 나가던 시민군이 교도소를 지키고 있던 공수부대원들에게 저지당했다. 교도소 옥상에 설치된 캘리버기관총을 난사하는 공수부대와 이에 대항하는 시민군 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시민군이 숨지고 많은 인원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흥분하여 날뛰었다. 해외언론에서는 정부와 비인간적인 군인들의 진압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간간이 울리는 총성과 함께 밤이 깊어갔다. 공수부대의 비밀 벙커 작전 지휘부에는 지휘관들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희미한 전등불 아래 양복을 걸친 공무원, 국방부 고위간부와 공수부대 복장의 지휘관, 경찰 수뇌부등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연다.
“상부에서는 해외 언론을 주시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군인들이 정치 도구로 이용되어 무자비하게 시민을 학살한다는 언론기사와 민심에 무척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진압하라는 말이죠?”
“지금으로서는 별도리가 없는데........”
“제 생각으로는 군대와 경찰이 아닌 조직을 이용하는 것도.......”
“그럼, 언론과 민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자는 말씀!?”
“이를테면 북한군이 개입되었다던가, 국가 테러 조직에 의한 음모라던가.......”
“지금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을 이용하면 어떨는지........”
“죄수들이 탈출해서 난동을 부렸다고 하는 것도 괜찮겠는데요.”
한마디씩 의사를 표시한 그들은 침묵을 지킬 뿐이다. 누구도 지시할 수 없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각자가 해야 할 결론을 얻은 것이다.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두가 벙커를 나가고 양복을 걸친 정보 책임자만 남아 있었다. 그는 중앙정보부의 요직을 맡고 있는 최태웅이다.
최태웅은 신정권으로부터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군부 출신이다. 육군의 수사기관 출신인 그는 남다른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출세하여 부유한 삶을 누리고 싶은 심정이다, 무엇인가 결심을 한 듯 최태웅은 탁자를 주먹으로 치고 벙커를 나간다. 벙커 앞에 총검을 들고 부동자세로 서있던 공수부대원들이 그에게 거수경례를 한다.
공수부대를 떠난 최대웅은 광주시 한 건물 지하에서 점퍼 차림의 체격이 우람한 남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 남자도 중앙정보부 직원으로 최태웅의 수족 같은 존재인 남경식이다. 남경식은 최태웅의 지시에 무척 두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놈들이 체포되거나 발각이 되면 어쩌지요?”
“흑사회는 한 번도 배신 한적 없어, 풀어줘야 하지만, CIA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거야.”
“그놈들이 말을 들을까요?”
“홍콩에서 연락도 왔고, 우리가 알선해주지 않으면, CIA나 수사기관에 다시 잡히고 만다는 것을 놈들도 잘 알고 있어.”
“그럼.......! 조치를 취하지요.”
“실수 없이 장비 지원하고. GIS 지시는 꼭 실시해야 돼.”
“네. 알았습니다.”
남경식이 꾸벅 인사를 하고 건물을 나간다.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흑사회는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국제 폭력조직이고, 밀수뿐만 아니라 테러와 살인을 청탁받기도 한다. 흑사회는 한국에도 거점을 만들기 위해 하부조직을 만들었던 것이다.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흑사회 조직원들은 한국지부 소속의 폭력배들로서 마약 밀수를 하다가 채포되어 구금되었다.
최태웅이 남아있는 지하실 한쪽에는 의자들이 쌓여있고 중앙에는 당구대가 놓여있다. 당구대 주위를 서성거리는 최태웅은 손으로 턱을 괴고 멈추어 섰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짜증을 내는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 최태웅이 지하실을 빠져 나간다. 건물 입구에 시동을 걸고 있던 검은 지프차에서 운전수가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고 기다린다. 최태웅을 태운 지프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에 어둠이 내려앉은 광주 외곽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군인들과 시민군이 대치중이다. 며칠간을 처절한 진압과 항거로 군인이나 시민군 모두 지치고 피로가 쌓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민군 쪽에서는 붕대를 감고 신음하는 사람,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들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돌연한 총성이 울렸다. 골목길로부터 갑작스럽게 검은 복장의 괴한들이 튀어나와 시민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길바닥에 눕기도 하고 서로 등을 대고 잠들었던 시민군은 갈팡질팡하고 누군가 총탄에 맞았는지 피를 흘리고 쓰러진다. 분노한 시민군들도 검은 복장의 괴한들을 향해 총을 쏘며 대항한다. 괴한들 중 누군가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간나 새끼들! 모두 죽일꺼야!”
“미제 앞잡이들! 되지라우!”
북한 말투가 음산하게 퍼진다. 그들은 무차별로 시민군에게 사격을 하고 골목길로 뛰어간다. 시민군이 우르르 그들을 쫓아간다. 그러나 괴한들의 자취가 보이지 않아 뒤쫓는 시민군들이 갈팡질팡한다. 시민군들에게 쫓긴 괴한들은 밀집한 민가를 벗어나 야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괴한들은 야산 밑의 구가옥의 담장을 넘어 뛰어 들어갔다.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군화발로 거실을 지나 안방으로 뛰어든다. 잠들어 있던 나이든 노인 여자와 젊은 여자가 기겁을 하고 일어나서 벌벌 떤다. 새파랗게 질린 노인 여자가 소리를 지른다.
“웬 놈들이야!? 너희 놈들 누구야?”
“쌍 간나 노인네! 소리를 질러!? 되지고 싶은 모양야!”
괴한이 들고 있는 기관총에서 불꽃이 튄다. 연달아 들리는 총성과 함께 두 여자는 기관총에 난사당해 신음소리도 흘리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된다. 우르르 뛰어들었던 괴한들은 다시 가옥을 뛰쳐나가 되돌아 정원을 가로지른다. 대문을 박차고 나간 그들은 거리를 질주한다. 동시에 안방을 마주하고 있는 거실 옆의 방문이 벌컥 열린다. 그리고 체격이 다부진 젊은 남자가 팬티 차림으로 튀어나오더니 안방으로 달려간다. 남자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 선혈이 낭자한 노인 여자를 부둥켜안고 오열을 터트린다.
그는 국가 첩보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강민우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일정의 틈을 내서 휴가 중이었던 그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 잠들었었다. 잠결에 총성을 듣고 튀어 나온 것이다.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진 두 여자는 그의 홀어머니와 여동생이다. 예기치 않은 광경에 그는 털썩 주저앉아 어머니와 여동생의 시신을 안고 부들부들 떤다.
눈물을 쏟으며 꺽꺽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울음소리를 흘리던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다. 단숨에 옆방으로 들어가 점퍼와 바지를 걸치고 나오는 그의 눈물이 맺힌 눈빛이 사납게 번쩍인다. 집을 뛰쳐나온 그는 골목을 둘러보더니 쏜살같이 달려간다.
자신들의 가야할 길을 알고 있는지 괴한들은 일사불란하게 시민군을 따돌리고 골목과 골목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괴한들을 ?아왔던 강민우는 잠시 주춤하다가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골목으로 사력을 다해 달린다. 그는 첩보기관에 근무하기 전에 청와대 경호원을 거쳤으며 특공무술 등으로 단련된 몸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괴한들을 발견하지 못한 그는 또 다른 골목을 향해 질주한다.
골목을 돌아 나온 괴한들은 천주교 성당 옆의 고아원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원생들이 모든 잠든 고아원은 불이 꺼지고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적막 속에 고아원으로 침입한 괴한들의 구둣발자국 소리가 음산하게 들린다. 고아들이 잠든 방으로 괴한들이 침입하였다. 괴한들은 누군가를 찾는지 잠들어 있는 고아들을 구둣발로 걷어차며 일일이 명찰들을 확인했다. 선잠이 깬 어린이들이 괴한들을 보고 기겁을 하여 외마디를 지르는 소리에 다른 원생들도 깨어나 아우성을 쳤다.
“엄마 야~!”
“사, 살려 주세요.”
“무, 무서워요. 아 악!”
“쌍 간나들!”
목쉰 소리와 함께 괴한들의 총구가 어린이를 향해 불을 뿜었다. ‘탕, 타당!’ 피투성이가 된 어린이가 볏짚 단처럼 쓰러진다. 다른 방의 원아와 원생들도 깨어나며 아우성치고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진다. 괴한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원생들을 구둣발로 짓밟고 다녔다. 쓰러진 원생들을 껴안던 수녀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 장편 소설로 초고를 작성한 것이라 올려도 될지 망설여집니다. 응원해주시면 머무리를 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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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든가 혹은 괴로운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생은 타인을 사랑하는데 인생의 반을 소모하고, 타인을 증오하는데 반을 소모한다. 증오란 정당한 것이다. 부정을 미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정의를 사랑하지 못한다. 사랑에서 야망으로 옮겨가는 사람은 많지만, 야망에서 사랑으로 돌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랑의 고뇌처럼 달콤한 것은 없고, 사랑의 슬픔처럼 즐거운 것은 없으며, 사랑의 괴로움처럼 기쁜 것은 없고, 사랑에 죽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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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의 봄, 석가탄신일의 봉축법요식을 준비하는 광주의 원효사에는 꽃등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밤이슬이 내리고 꽃등들의 화려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러나 저명한 야당 정치인이 연행되고 운동권 학생들이 거사하기로 하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광주의 밤거리는 적막과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날이 밝고 문공부장관은 24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계엄확대가 발표되고 두 시간이 지난 후, 전남대와 조선대 캠퍼스에 특전사가 두입되었다. 오전10시, 휴교령이 내린 상태에서 전남대 정문 앞에 모여든 학생 백여 명과 무장 공수대원이 대치하였다. 이삼백 명 정도로 수가 불어나자,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계엄령 해제하라!”
“계엄군 물러가라!”
“휴교령 철회하라"”
“민주인사 석방하라!”
이어서 대치중이던 공수부대 책임자가 "돌격 앞으로!" 라는 명령에 따라 공수대원들은 학생들에게 파고들면서 곤봉을 휘둘렀다. 이에 맞선 학생들은 투석전을 벌였다. 공수대원들의 곤봉은 쇠심이 박힌 곤봉으로, 이를 맞은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누군가 흥분하여 외쳤다.
“공수부대 병사들이 마음껏 모든 폭력을 행사한다. 지나친 폭력에 항의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무지막지하게 구타하고, 여성들의 옷을 찢고 심지어 젖가슴을 대검으로 난자하였다.”
격분한 학생시위대가 화염병과 보도블록으로 대항했다. 시위대의 저항이 거세지자 공수부대원들이 무차별로 학생들을 진압하기 시작하고, 학생들은 밀리고 몰려다니며 대항하다가 쓰러진다. 공수부대원과 학생들의 대치는 전남대뿐만이 아니라, 광주에 소재한 대학과 고등학교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도심지에서도 시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몰려드는 군중에서 누군가 울분을 터트린다.
“공수 놈들이 여학생을 발가벗긴 채 세워놓고 대검으로 유방을 도려내어 죽였다.”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공수부대 놈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공수부대원이 임신한 여자의 배를 대검으로 찔렀다!”
“대검으로 시민의 머리 가죽을 벗겨냈다.”
누구도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군중의 물결 속에 어느 할아버지는 저럴 수가 있느냐, 일제 때 순사보다 악랄하고, 육이오 시절의 공산당도 저럴 수는 없다고 외친다. 총검만으로도 모자랐던 것인가! 심지어 화염방사기까지 시민들을 향하여 뿜어졌다. 해가 저물고 다시 해가 떠오르며 공수부대뿐 만 아니라, 군경이 합세하며 분노하며 늘어나는 시민들을 악랄하게 진압하였다.
전쟁터 같은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정오의 정각에 고층 건물 외부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건 공수부대의 집단 발포를 알리는 신호였다. 공수부대의 총기에서 불을 뿜는 총성이 들리고, 시민들이 결성한 시민군이 등장하였다. 공수부대와 대치한 시민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몰려 있는 공공건물에 수류탄이 투척되고, 광주 진월동 저수지에서 놀던 아이들이 집중사격을 받고 즉사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8시쯤, 광주교도소 앞길에서 담양방면으로 나가던 시민군이 교도소를 지키고 있던 공수부대원들에게 저지당했다. 교도소 옥상에 설치된 캘리버기관총을 난사하는 공수부대와 이에 대항하는 시민군 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시민군이 숨지고 많은 인원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흥분하여 날뛰었다. 해외언론에서는 정부와 비인간적인 군인들의 진압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간간이 울리는 총성과 함께 밤이 깊어갔다. 공수부대의 비밀 벙커 작전 지휘부에는 지휘관들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희미한 전등불 아래 양복을 걸친 공무원, 국방부 고위간부와 공수부대 복장의 지휘관, 경찰 수뇌부등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연다.
“상부에서는 해외 언론을 주시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군인들이 정치 도구로 이용되어 무자비하게 시민을 학살한다는 언론기사와 민심에 무척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진압하라는 말이죠?”
“지금으로서는 별도리가 없는데........”
“제 생각으로는 군대와 경찰이 아닌 조직을 이용하는 것도.......”
“그럼, 언론과 민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자는 말씀!?”
“이를테면 북한군이 개입되었다던가, 국가 테러 조직에 의한 음모라던가.......”
“지금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을 이용하면 어떨는지........”
“죄수들이 탈출해서 난동을 부렸다고 하는 것도 괜찮겠는데요.”
한마디씩 의사를 표시한 그들은 침묵을 지킬 뿐이다. 누구도 지시할 수 없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각자가 해야 할 결론을 얻은 것이다.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두가 벙커를 나가고 양복을 걸친 정보 책임자만 남아 있었다. 그는 중앙정보부의 요직을 맡고 있는 최태웅이다.
최태웅은 신정권으로부터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군부 출신이다. 육군의 수사기관 출신인 그는 남다른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출세하여 부유한 삶을 누리고 싶은 심정이다, 무엇인가 결심을 한 듯 최태웅은 탁자를 주먹으로 치고 벙커를 나간다. 벙커 앞에 총검을 들고 부동자세로 서있던 공수부대원들이 그에게 거수경례를 한다.
공수부대를 떠난 최대웅은 광주시 한 건물 지하에서 점퍼 차림의 체격이 우람한 남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 남자도 중앙정보부 직원으로 최태웅의 수족 같은 존재인 남경식이다. 남경식은 최태웅의 지시에 무척 두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놈들이 체포되거나 발각이 되면 어쩌지요?”
“흑사회는 한 번도 배신 한적 없어, 풀어줘야 하지만, CIA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거야.”
“그놈들이 말을 들을까요?”
“홍콩에서 연락도 왔고, 우리가 알선해주지 않으면, CIA나 수사기관에 다시 잡히고 만다는 것을 놈들도 잘 알고 있어.”
“그럼.......! 조치를 취하지요.”
“실수 없이 장비 지원하고. GIS 지시는 꼭 실시해야 돼.”
“네. 알았습니다.”
남경식이 꾸벅 인사를 하고 건물을 나간다.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흑사회는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국제 폭력조직이고, 밀수뿐만 아니라 테러와 살인을 청탁받기도 한다. 흑사회는 한국에도 거점을 만들기 위해 하부조직을 만들었던 것이다.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흑사회 조직원들은 한국지부 소속의 폭력배들로서 마약 밀수를 하다가 채포되어 구금되었다.
최태웅이 남아있는 지하실 한쪽에는 의자들이 쌓여있고 중앙에는 당구대가 놓여있다. 당구대 주위를 서성거리는 최태웅은 손으로 턱을 괴고 멈추어 섰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짜증을 내는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 최태웅이 지하실을 빠져 나간다. 건물 입구에 시동을 걸고 있던 검은 지프차에서 운전수가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고 기다린다. 최태웅을 태운 지프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에 어둠이 내려앉은 광주 외곽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군인들과 시민군이 대치중이다. 며칠간을 처절한 진압과 항거로 군인이나 시민군 모두 지치고 피로가 쌓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민군 쪽에서는 붕대를 감고 신음하는 사람,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들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돌연한 총성이 울렸다. 골목길로부터 갑작스럽게 검은 복장의 괴한들이 튀어나와 시민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길바닥에 눕기도 하고 서로 등을 대고 잠들었던 시민군은 갈팡질팡하고 누군가 총탄에 맞았는지 피를 흘리고 쓰러진다. 분노한 시민군들도 검은 복장의 괴한들을 향해 총을 쏘며 대항한다. 괴한들 중 누군가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간나 새끼들! 모두 죽일꺼야!”
“미제 앞잡이들! 되지라우!”
북한 말투가 음산하게 퍼진다. 그들은 무차별로 시민군에게 사격을 하고 골목길로 뛰어간다. 시민군이 우르르 그들을 쫓아간다. 그러나 괴한들의 자취가 보이지 않아 뒤쫓는 시민군들이 갈팡질팡한다. 시민군들에게 쫓긴 괴한들은 밀집한 민가를 벗어나 야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괴한들은 야산 밑의 구가옥의 담장을 넘어 뛰어 들어갔다.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군화발로 거실을 지나 안방으로 뛰어든다. 잠들어 있던 나이든 노인 여자와 젊은 여자가 기겁을 하고 일어나서 벌벌 떤다. 새파랗게 질린 노인 여자가 소리를 지른다.
“웬 놈들이야!? 너희 놈들 누구야?”
“쌍 간나 노인네! 소리를 질러!? 되지고 싶은 모양야!”
괴한이 들고 있는 기관총에서 불꽃이 튄다. 연달아 들리는 총성과 함께 두 여자는 기관총에 난사당해 신음소리도 흘리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된다. 우르르 뛰어들었던 괴한들은 다시 가옥을 뛰쳐나가 되돌아 정원을 가로지른다. 대문을 박차고 나간 그들은 거리를 질주한다. 동시에 안방을 마주하고 있는 거실 옆의 방문이 벌컥 열린다. 그리고 체격이 다부진 젊은 남자가 팬티 차림으로 튀어나오더니 안방으로 달려간다. 남자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 선혈이 낭자한 노인 여자를 부둥켜안고 오열을 터트린다.
그는 국가 첩보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강민우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일정의 틈을 내서 휴가 중이었던 그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 잠들었었다. 잠결에 총성을 듣고 튀어 나온 것이다.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진 두 여자는 그의 홀어머니와 여동생이다. 예기치 않은 광경에 그는 털썩 주저앉아 어머니와 여동생의 시신을 안고 부들부들 떤다.
눈물을 쏟으며 꺽꺽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울음소리를 흘리던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다. 단숨에 옆방으로 들어가 점퍼와 바지를 걸치고 나오는 그의 눈물이 맺힌 눈빛이 사납게 번쩍인다. 집을 뛰쳐나온 그는 골목을 둘러보더니 쏜살같이 달려간다.
자신들의 가야할 길을 알고 있는지 괴한들은 일사불란하게 시민군을 따돌리고 골목과 골목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괴한들을 ?아왔던 강민우는 잠시 주춤하다가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골목으로 사력을 다해 달린다. 그는 첩보기관에 근무하기 전에 청와대 경호원을 거쳤으며 특공무술 등으로 단련된 몸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괴한들을 발견하지 못한 그는 또 다른 골목을 향해 질주한다.
골목을 돌아 나온 괴한들은 천주교 성당 옆의 고아원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원생들이 모든 잠든 고아원은 불이 꺼지고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적막 속에 고아원으로 침입한 괴한들의 구둣발자국 소리가 음산하게 들린다. 고아들이 잠든 방으로 괴한들이 침입하였다. 괴한들은 누군가를 찾는지 잠들어 있는 고아들을 구둣발로 걷어차며 일일이 명찰들을 확인했다. 선잠이 깬 어린이들이 괴한들을 보고 기겁을 하여 외마디를 지르는 소리에 다른 원생들도 깨어나 아우성을 쳤다.
“엄마 야~!”
“사, 살려 주세요.”
“무, 무서워요. 아 악!”
“쌍 간나들!”
목쉰 소리와 함께 괴한들의 총구가 어린이를 향해 불을 뿜었다. ‘탕, 타당!’ 피투성이가 된 어린이가 볏짚 단처럼 쓰러진다. 다른 방의 원아와 원생들도 깨어나며 아우성치고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진다. 괴한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원생들을 구둣발로 짓밟고 다녔다. 쓰러진 원생들을 껴안던 수녀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 장편 소설로 초고를 작성한 것이라 올려도 될지 망설여집니다. 응원해주시면 머무리를 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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