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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46 878회 0건
스내치무의동 서울 시외버스 터미널....



검게 그을린 사내가 터미널 구석 스낵바에 앉아....

메뉴판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광재다...



상냥한 주인 아주머니가....

아니 풋풋한 새댁이...

아니...도통 나이를 알수 없는...

청순한 여자가 말을 걸어온다...



"뭘...드시겠어요?"



광재는 잠시 갈등을 하는듯....

눈을 몇차례 꿈뻑이더니....

나이를 알수 없는 여자에게....

주문을 한다...



"저기~우동 한그릇만..."

"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자가 양은 냄비를 하나 꺼내더니...

과하게 분주한 액션을 취하며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는다....



광재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검은색 더블백 지퍼를 열더니...

빳빳한 농협통장을 꺼내서는...

첫페이지를 넘긴다...



예금주 이광재



광재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를 쓱 한번 훔치고는 영길을 떠올린다...



"은인"



"그래~ 은인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



------------------------------------------------------------



광재는 와이프와 딸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광등포 고시촌을 찾았다....



없었다....



와이프와 딸이 아니라 고시촌자체가 없어졌다....



허름한 간판에 어울리지않게 "이카루스"라는 상호가 인상적이었던....

고시원은 사라졌다....



이곳에 닻기전....

멀찍이부터 보였던 흙먼지는 와이프와 어린 딸의 얼굴마저 지워버리듯...

광재의 곁을 히뿌연 덤프트럭과함께 휘몰아치고...

광재는 우두커니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



애월리 영길의 아지트



영길은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심하게 쥐어뜯었는지...

바닥에 듬성듬성 빠진 머리칼이 보인다...



자신을 거부하는 지현을 죽이고 싶었다...

지현의 안쓰러운 모습이 자신을 연민과 분노로 가득차게 만드는것도 참을수가 없었다...



꼬박 하루를 분노를 지새우고서야 평정심을 되찾을수 있었다...



벌떡 일어선 영길은...

창문이 없이 통풍이 안되는 방을 환기나 시킬 요량으로...

자신의 방을 활짝 열어젓히고는...



하루새....

가득찬 철재 제털이를 휴지통 대용인 검갈색 장독에 털털~ 털어낸다.



"그래~다시는 화내지 않으리라"



영길은 무표정한 얼굴에 결연함을 가득 표출하더니.....

이틀새...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현을 위하여....

닭죽을 삶는다....



축사옆 텃밭에서 뽑은 양파와 당근은 잘게 썰고...

닭도 삶은 다음 찹쌀과 함께 정성스레 끓인다....

마지막으로 깨소금 참기름을 첨가하고...맛소금으로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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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을 가지런히 놓고는 앉은 사내 말이 없다...

지현은 애써 겁먹은 표정을 감추려 노력하며...

냄비를 열어본다...



백숙이라 예상했던 지현은 곱게 끓여진 죽을 보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영길을 쳐다본다...



영길은 미안함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지현은 왠지 먹어야 할거 같았다...



겁이 나서가 아니다...

전날 그의 눈물을 보고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다...



먹어야할거 같다...

공포가 사라지자 허기가 진다...

먹어야할거 같다가 아니라 먹어야겠다...

난 지금 배가 아주 고프니까.....



------------------------------------------------------------



남자는 매 끼니마다...

닭을 달리 조리해왔다....



그날 저녁은 닭을 간장에 조려왔고....

다음날 아침은 닭을 고추장양념에 볶아왔다...

점심은 닭튀김이었다...



지현은 군소리없이 닭을 먹었다...



저녁을 챙겨주던 남자는....

문을 닫고 나서려다...

이내 들어와서는...

A4지 한장에 간단히 글을 써서는 지현에게 내밀고는...

지현이 받아들자....

방을 나가버린다...



"먹고싶은거 있으면 이야기해"



다음날 아침 남자가 들어온다...

지현의 옆에 앉는 남자...



지현은 남자를 쳐다본다...

뭐라도 말해야 할거 같다...



남자는 지현의 오른손을 덮고 있는 털장갑을 풀더니....

검은색 고나미볼펜을 들고 와서는 쥐어준다...



"왜 말을 안하지? 아직도 화가 많이 나있는건가?"



지현은 남자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이내 종이에 "커피"라고 쓴다...

남자는 씩~웃고 방을 나가더니 이내 돌아와서는...

밥그릇을 내민다...



커피다...

집에서 끓인...



지현은 자신도 모르고 웃음이 나왔다...

"풋~"



남자는 자뭇 자신이 대견한지 왼손은 허리에 오른손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더니...이내 사라진다....



점심...

"뭐 먹고싶은거 없어?"



지현은 적는다...

"커피 - 아메리카노"



남자는 쪽지를 들고 나가다 머리를 긁적이고는 돌아온다....

고나미 볼펜을 들고는 적는다...



"커피이름이야?"

"스타벅스에 팔아요"



남자는 그때서야 알겠다는듯 나간다...

두어시간이 지나서 나타난 남자는 조그만 커피용기를 내밀고는...

지현이 커피를 다마실때까지 지켜본다...



5일후...

"담배"



남자는 씩 웃더니...

"너 불량학생이구나"



남자는 자신의 상의에서 윌보루 담배를 하나 꺼내서는 지현의 입에 물려준다...

지현이 도리질을 쳤다...



남자는 의아한듯이 쳐다본다...



지현은 종이에 "레옹"이라고 쓴다...

"담배이름이야?"

"고양이"



남자는 알겠다는듯...

웃으며...

방을 나선다...



남자는 30분있다가 돌아왔다...

남자가 레옹의 옷을 벗겨낸다...



한까치 꺼내서는 지현의 입에 물려준다...

이내 불을 당긴다...



남자가 씩~웃더니...

지현의 곁에 앉아서는 윌보루 담배 한까치를 꺼내더니 자신도...

담배를 하나문다...



남자가 지현을 쳐다보며 웃는다...

지현도 웃는다...



남자가 나가려 한다...

지현이 말한다...



"아빠"



남자가 뒤돌아본다...



"아빠?"

"아빠라고 부르면 안될까요..."



남자는 말이 없다...

그런데 웃고 있다...



"오빠란 말은 아직 어색해서요...그냥 아빠라고 부르고 싶어요..."



남자가 웃으며 말한다...

"좋을대로 해...나도 아빠라는 말이 나쁘지는 않는걸..."



남자가 나가려 한다...



"아빠~저기..."



"왜...지현아?"



"여기 요강은 너무 불편해요...요 앞에 문 화장실아니에요?"

"............"



"그러고 보니 너도 숙녀가 되서 많이 부끄러웠겠구나..."



남자는 지현의 양 발목에 고정된 노끈을 풀어주고는 대신 허리춤에 줄을 연결한다....

그리고는 딱~화장실까지만 갈수 있도록 길이를 맞퉈준다....



"미안"

"괜찮아요"



지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참....아빠도 됐는데...오늘부터 지현이랑 같이 자도 되지?"

"그건......."



지현이 망설이는듯 보이자....

잽싸게 남자가 말을 끓는다....



"앞으로 같이 잔다...알았지?"



지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는 방문을 닫고 뛰쳐나간다....

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야호~"



지현은 털장갑으로 말없이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자책하다...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



장모님 댁에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사를 간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에도 없는건가?



광재는 앞이 캄캄했다....



보란듯이 가족앞에 나타나 기쁘게해주려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몇일째 멍하게 있는 동안에...

딸과 와이프에게 선물을 사줄 요량으로 찾았던...

100만원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다시금 노숙자로 돌아갈것만 같은 두려움이 머리속을 휘젖고 다닌다...



배가 고프고 춥다...

광재는 여관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이내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요량으로 찜질방을 찾는다...



------------------------------------------------------------------



따뜻하고....

맥반석계란이라는것도 맛있다...



조그만 아이가 쪼르륵 지나간다....

광재가 아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간이 피시방이다....



광재도 돈을 바꾼후 아이옆에 앉아서는 500원짜리를 집어 넣는다...

30분이라는 타이머가 뜬다...



돈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광재는 장사라도 할 요량으로 여기저기 뒤적이지만....

마땅한 것이 없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것이 쇼핑몰....



그렇지...작은 돈으로도 시작할수 있을거야...

그런데 뭘하지?



광재는 골똘하다....

우연히 가짜명품과 관련된 뉴스를 발견한다...



광재는 무릎을 탁친다...

이윽고 피시방을 나온 광재는 없는 공중전화기를 찾아나서다...

기어이 찾아내서는 중국을 의미하는 국제전화 앞대가리를 눌러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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