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53부-
“어서 오십시오. 이사님......”
“음...... 황부장. 이리 와 보세요.”
강주는 인천 사무실로 돌아와 엉거주춤 맞이하는 황부장을 발코니로 불러낸다. 나와 있던 몇몇 직원들은 두 사람을 보고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가고 두 사람은 파라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는다.
“당신, 왜 그렇게 어리석어요? 적당한 선에서 멈췄어야지? 그렇게 입조심을 하라고 했는데, 마누라 등에 업고 어떻게 해 보기라도 할 생각이었어요?”
“죄송합니다. 이사님......”
“결국 당신은 마누라하고 이혼하게 됐고, 그간 쌓아올린 기반 하루아침에 다 잃어버렸는데...... 아직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겠어요?”
“아, 아닙니다. 이젠 충분히 알았습니다.”
“사장님에겐 어디까지 보고가 됐습니까?”
“네, 네?......”
“당신, 강원장하고 이혼한 부인 뒤를 캐고 다녔잖아? 어디까지 보고했느냐 말이야?”
“아, 아...... 네, 그거요?...... 그 언니가 사는 집이 예전 이사님이 관리하던 매장 근처라서 거기까지만 보고 드렸습니다.”
“그래? 그래서 사장님이 뭐라고 합디까?”
“네...... 별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당신...... 지금이라도 재기하고 싶으면 국으로 죽었습니다...... 하고 살 수 있겠어요?”
“네,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미경이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당신도 새로 출발해. 미경이는 이미 당신에게서 맘이 완전히 떠났더라고...... 내 말 알아들어요?”
“네, 알았습니다.”
“그럼 따라 와요.”
강주의 차는 황부장을 태우고 미경이가 기다리는 아파트로 향한다. 강주는 전화를 꺼내 보란 듯이 미경이에게 전화를 하고 입구에 대기하라고 말을 한다. 잠시 후 미경이 앞에 차를 세우자 그녀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냉큼 뒷자리에 있는 강주의 옆으로 올라탄다. 황부장은 조수석에서 반가운 표시도 못하고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그저 멍청히 앉아 차창으로 스쳐가는 경치에만 몰두할 뿐이다.
“어디 가는 거예요? 이사님.....”
미경이 역시 황부장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으응...... 아무래도 당신 졸개들 병원에 보내줘야 할 것 같아서...... 뭐, 어차피 이제 당신도 내 사람이니까...... 그 산에 있는 친구들도 불편할 텐데 거점도 황부장이 있다는 곳하고 연결시켜 줄까 싶어서...... 참, 황부장...... 당신 아이들은 어떻게 했어요?”
“아! 네...... 애들 할머니에게 보냈습니다.”
“음, 음......”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황부장의 대답에 미경이가 헛기침으로 응수한다. 강주는 이 기회에 미경이와 황부장을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해서 정필이 패거리의 실체를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언제까지 발목을 잡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끌어안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 차라리 강주의 눈밖에 벗어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린치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용인에 도착하니 어차피 깊은 산중에서 뼈를 다친 녀석들이 도망갈 수도 없음인지 풀어두어서 붙잡혀 온 녀석들도 컨테이너 근처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승용차가 도착하자 장정들이 몰려온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황부장이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내려 강주의 차 문을 열어준다. 내리는 강주를 따라 미경이도 따라 내리고 자연스럽게 강주의 팔에 매달린다. 미경이도 내심 긴장하고 있음을 팔을 잡은 그녀의 손에서 전해오는 느낌으로 알 수 있고 미경이를 발견한 똘마니들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절뚝거리며 다가와 아는 척을 해 온다.
“어, 어...... 누님?......”
“이...... 새끼들이?......”
다가서던 녀석은 옆에서 윽박지르는 정필이 패거리의 위세에 눌려 금방 뒤로 물러선다. 컨테이너 안에 있었는지 잠시 후에 정필이가 나선다.
“아! 매형 오셨습니까?”
“오! 처남...... 어디 간 줄 알았더니......”
“하하...... 잠깐 잠을 좀 잤습니다.”
정필이에게 두 사람을 소개시키고 앞으로 협조할 것을 당부한다. 다친 녀석들은 승합차에 나눠 싣고 병원으로 보내주지만 앞으로는 정필이의 통제 하에 있을 것을 지시한다. 앞으로도 미경이의 몸을 탐해 집적거린다면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띄워주는 강주에게 고마운지 정말 마누라라도 된 듯 더욱 붙어오고 황부장은 이제 안중에도 없으나 정작 황부장 마저도 패거리의 기세에 눌려 강주의 말에 적극적으로 눈빛을 바꿔가며 동조를 해 온다.
“저...... 이사님, 사실은 어제......”
“어제 뭐요?”
“어제 사장님이 강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 다녀오시고선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무척 좋아하시던데...... 좀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으흠...... 그래요? 뭐...... 이제라도 말씀을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자...... 이제 모두 정리가 되었는데, 앞으로 황부장은 그 아지트를 잘 좀 관리하면서 정필이에게 적극 협조를 하고, 만에 하나...... 다른 생각을 품는다면 그 끝이 어떻게 될 거라는 것은 미리 말을 안 해도 잘 알겠지요?”
“네, 네...... 물론입니다. 무엇이든지 이사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미경이, 너도?......”
“어머! 섭섭해요. 저는 벌써부터 이사님 말씀만 듣는다고 했잖아요?”
“그럼 미경이, 너는 강원장을 통하든지 사장을 통하든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알아봐 줘야겠다. 할 수 있겠지?”
“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정필이의 배웅을 받으며 산을 빠져나와 황부장을 내려주고 미경이와 아파트로 돌아온다. 하나하나 회장과 사장 주변의 측근세력을 장악하게 되니 정보를 얻는 문제는 비교적 안심해도 될 것이다.
“자, 그럼 인호 너는 수원에 들러서 의류회사 이사로 등록할 친구들 인감하고 기타서류들을 장선배 회사에 전해줘라. 오늘은 늦었으니까 동생들하고 쉬고 내일 내려 와.”
“네, 알았습니다.”
몸을 돌려 아파트로 들어서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네......”
“이사님, 저 황부장입니다.”
“아! 네...... 무슨 일입니까?”
“조금 전에 사장님이 강원장을 만나고 온 모양입니다.”
“그래서요?”
“저한테 귀띔을 해 주는데 뭔가 합의를 하고 온 거 같아요. 굉장히 좋아하면서 조만간 강원장 전 부인을 자기가 데리고 올 수 있을 거라고 하던데...... 무슨 일인지 빨리 알아보셔야겠습니다.”
“그래요? 그 외에는...... 다른 말은 없어요?”
“예, 아직 그 외에는 아는 게 없습니다.”
“알았습니다. 다른 정보가 있으면 즉시 전화 주셔야 합니다.”
“네, 알았습니다.”
역시 눈앞의 위협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는 모양이다. 용인에 다녀온 후 즉시 정보가 입수되기 시작한다. 아파트를 뺏을 때만해도 뭔가 방법을 모색하던 황부장이 이제는 포기한 듯 그간 모셔왔던 주인의 발꿈치를 물기 시작하는 셈이다. 강주의 통화내용을 들은 미경이도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뭐예요? 이사님?......”
“사장이 뭔가 수를 쓴 모양인데...... 네가 좀 즉시 알아봐야 하겠다. 조만간 민희를 데려올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는 모양인데......”
“음...... 그럼 혹시 민희도 이사님이 감춰두고 계신 거예요?”
“그건 네가 알 것 없고...... 알아볼 수 있어? 없어?”
“치...... 나한테는 무섭게만 하고......”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나 참...... 내가 데리고 있다. 이제 됐니?”
“피...... 그럴 줄 알았어요. 잠깐만이요.
민희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려 했지만 마침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손을 멈추고 그 전화로 이내 모든 궁금증은 풀리게 되어 버린다.
“어머! 언니......”
회장의 전화인지 미경은 조용하란 표시로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통화를 이어 나간다.
“네, 강원장이요?”
옆에 있는 강주에게 마치 잘 들으라는 듯 일일이 전화내용을 반복해가며 다시 확인을 하는 모습에 사람사이의 의리라는 것이 허무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강주에게는 다행한 일인 것이다.
“......”
“네,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전화를 해 볼게요. 네, 네......”
강주는 전화를 접어 넣는 미경이에게 재촉하듯 물어본다.
“뭐야? 회장이 뭐라고 해?”
“호홋...... 별 일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애들 풀어서 강원장 부탁을 들어주라는데...... 우선 올라가요. 우리가 안 움직이면 일단은 아무 것도 진행될 수 없잖아요?”
강원장과 사장이 모종의 협의를 이루고 그 내용이 민희에 대한 것이라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일단 민희야 강주가 숨겨두고 있으니 당장 위험이 닥칠 리는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민희에게 들은 바로는 강원장도 회장의 성적 노리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으니 그들 사이에 또 무슨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는 일이다.
이제 저녁시간이 이슥해 다시 외출할 일도 없으니 강주는 샤워를 하며 밤을 보낼 준비를 하고 미경이는 기대에 젖어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음...... 같이 씻게?......”
“치...... 우리 신혼이나 마찬가진데 아직 나 안아주지도 않았잖아요?”
“킥...... 그럼 들어와. 이제 시간도 많은데 뭐가 그리 급해?”
강주는 이미 옷을 벗고 들어서는 미경이에게 샤워기를 건네주며 가슴을 주물러 준다. 보드라운 피부가 몽글거리며 잡혀온다.
“으흠.......”
“아이, 살살......”
미경은 즉시 세면대를 의지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 자세를 잡아가고 강주는 여지없이 샴푸를 잡아든다.
“으흑, 차가워...... 또 뒤로 하려고?......”
“너도 이참에 강원장 만나거든 처녀막 재생이나 해 달라고 해라. 요즘 그거 유행이라고 하던데......”
“내가 그 정도로 재미없어?”
“야! 너...... 그간 그 똘마니 놈들 상대하느라고 말이 아닐 거라는 걸 왜 몰라? 너도 재미가 덜 할 거 아냐?”
“치...... 알았어요. 그래도 강원장은 창피하니까 다른 데서 할래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후욱, 후욱......”
좁은 항문으로 힘겹게 좆을 밀어 넣는다. 놀림을 당한 뒤여서 그런지 샴푸로 적셔진 강주의 좆을 끊어낼 듯 힘주어 물어 준다.
“아흑...... 으흥......”
“쑤우우욱...... 후욱..... 후욱......”
한 번 길이 열리자 드나드는 좆을 전체적으로 압박해와 완전히 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귀두의 촉감을 즐긴다. 좁아지는 항문이 채 좁아지기 전 다시 밀어 넣으니 그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은 두 사람을 모두 나락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한 모양이다.
“하악, 하악...... 아흑...... 여보......”
“으응, 그래...... 좋아...... 후욱......”
손을 앞으로 뻗어 두 젖가슴을 움켜쥐고 허리를 놀리니 약해진 허리놀림에 이제는 미경이가 요분질로 흥분을 끌어올린다.
“아흑, 좀 더...... 빨리......”
“이런...... 색골을 봤나?......”
다시 골반을 거머쥐고 바르게 좆질을 해 댄다. 치고 올라오는 사정감에 허리를 내밀며 잔 경련을 일으킨다.
“으으으흑, 울컥.......”
“아흑, 이상해...... 하악......”
침대에 누워 있는 강주의 코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들어온다.
“이사님, 식사하세요.”
“응, 그래...... 소주도 한 잔 할까?”
“아유...... 이사님은?...... 차라리 양주를 한 잔 하세요.”
“아니야. 이런 안주엔 소주가 제격이지. 미경이 너...... 제일 좋은 안주가 뭔지 알아?”
“안주요? 글쎄요? 고기 안주?......”
“킥...... 비슷하지. 샐러리맨들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씹는 안주가 최고지.”
“어머! 호호호.......”
“그럼 오늘은 누구를 씹어볼까? 하하...... 이건 농담이고...... 아닌 게 아니라 술안주로는 사람이 최고야.”
“그게 그 소리 아니에요?”
“아니...... 씹는다는 게 아니고 아무리 허름한 안주를 놓고 술을 마신다고 해도 마주앉아 마시는 사람이 훌륭한 안주가 될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기분 나쁜 상대와 술을 마시면 그 끝이 안 좋은 거고,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며 마시면 밤을 새 가며 마셔도 끄떡없는 거 아니겠어?”
“그럼 저는 어때요? 좋은 안주예요?”
“음...... 물론 미경이는 훌륭한 과일 안주지. 앵두 같은 입술에...... 가슴엔 건포도 한 알씩...... 킥......”
“아유, 못 됐어...... 호호호......”
“요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냐가 관건이지. 미경이는 나하고 말이 통하려나 몰라...... 씹는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씹혀주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 남자들이 가족을 위해서 죽을 고생을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럼 나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 줄 거예요?”
강주는 또 다시 다가오는 모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경이에게 새로운 흥정을 할 모양이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회장과 사장이 강원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번 아차 실수했으면 희숙이를 영영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소 서두르는 감이 있지만 미경이를 완전히 회유하기로 한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얼마든지 다시 배신할 수 있다는 상식에 기초하는 것이니 뭔가 미끼를 던져 두어야 할 것이다.
“미경이 너...... 앞으로 일 년만 고생해라. 일 년 뒤 오늘 날짜로 이 아파트 네 명의로 다시 이전해 줄 테니까......”
“어머! 이사님, 정말이에요?”
“그래, 그 대신 그동안은 정말 잘 해야 돼.”
“그럼요. 잘 하고말고...... 나 내일 당장 수술 받고 올게요. 호호호......”
침대에 누워 미경이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미경이는 강원장에게 전화를 한다.
“네, 강원장님...... 전화 해 달라고 하셨다면서요?”
미경이는 어느새 버튼을 눌러 강원장의 음성이 강주에게도 들리도록 하고는 강주를 향해 윙크를 한다.
“아! 네...... 미경씨. 다름이 아니라...... 회장님께 들으니까 미경씨가 관리하는 청년들이 있다고 해서......”
“네...... 그렇긴 한데...... 강원장님이 무슨 일로......”
“아! 이 일이 잘 되면 제가 한 턱 쏘겠습니다. 신세는 잊지 않을 테니까......”
“호호...... 글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네, 제가 주소를 불러드릴 테니까...... 사람을 좀 데려왔으면 해서요.”
“사람을 데려오라고요? 그거...... 납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음...... 흠...... 납치라기보다는...... 뭐, 그런 셈이지요.”
“네, 말씀해 보세요.”
“음...... 이름은 신송희......”
순간 강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강주의 행동에 놀란 미경이는 덩달아 몸을 경직시키지만 이내 계속하라는 강주의 손짓에 다시 통화를 이어 나간다. 통화를 모두 끝내고 나니 사태가 어렴풋이나마 파악이 되는 것 같다.
사장은 강원장에게 모종의 제의를 하면서 민희에 대한 제안을 했을 것이고 강원장은 어차피 이혼한 아내에게 미련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약간의 배신감도 있을 터이니 일종의 소유권 내지는 사교계에서의 기득권을 양도하면서 나름의 이익을 취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숨어있는 민희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민희의 동생 송희를 납치하려는 모양이니 강주가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 어떻게 하지요? 이사님......”
송희도 희숙이처럼 어디에 감춰 둘 수도 없는 일이니 딱히 대처할 방안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리고 이 위협이 송희를 지나친다 해도 장차 그 큰 언니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니 미봉책으로 마무리 지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야...... 글쎄...... 지독한 인간들일세...... 할 수 없지. 이젠 나도 회장과 합의 본 게 있으니까 마주 들이 대는 수밖에......”
강주는 전화기를 꺼내 인호에게 전화를 건다.
“응, 인호야. 내일 영통에 가서 민희 좀 태워 와야겠다.”
“네, 알았습니다.”
“어머! 이사님...... 어떻게 하시게요?”
“음...... 할 수 없지. 내가 민희를 데리고 병원에 한 번 놀러갈까 싶어서...... 어차피 민희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누구보다 강원장이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제 내 여자라는 것을 공표하고 손대지 못하도록 해야지.”
“어머! 그런다고 멈추겠어요? 이젠 사장님이 몸이 달아서 저러는 모양인데......”
“사장은 어차피 회장이 제압할 수 있어. 강원장도 회장하곤 섹스로 맺어졌으니까 이런 부탁을 했을 것이고 모르면 몰라도 아마 회장이 민희나 민희 동생을 납치하는 것에 동의를 했다면 자기가 예전처럼 친위대로 써 먹기 위해서지, 사장의 성 노리개로 주려고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 지금 세 사람이 서로 이해가 맞물려서 중간에서 강원장이 장난을 치는 것 같단 말이야.”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까 차라리 모른 척하고 내 사람이라고 공개를 해 버리면 회장은 나하고 약속한 것이 있으니까 미경이 너한테 지시한 걸 철회할 것이고, 그러면 사장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럼 회장님 모르게 두 사람이 또 무슨 짓을 하진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일단 강원장을 만나서 담판을 지어 보면 알게 되겠지. 어떤 대가를 받고 그러기로 했는지 짐작이 가긴 하지만......”
“무슨 대가요?”
“그 건물이 강원장 소유가 아니라면서?...... 뭐, 그 일로 건물을 주지야 않겠지만 몇 년간 쓸 수 있게 해 주겠다든지...... 반대급부가 있었겠지.”
“그럼...... 사장이 아무도 모르게 한다면?......”
“아...... 씨바...... 너, 자꾸 꼬치꼬치 캐물을래?”
“아, 아...... 알았어요. 호호호......”
웃고 넘겼지만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의외로 소심한 성격에 민희에게 집중하는 편집증적인 증상으로 보자면 능히 그러고도 남음이 있는 일이지만 일단 하나하나 풀어 나가기로 하고 다시 눕는다.
“깡패 새끼들 동원해서 사람을 납치나 하려하고...... 정...... 말이 통하지 않으면 똑같은 방식으로 말을 알아듣게 해 줘야지. 다른 수가 없잖아?”
마음을 전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말이나 글로써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화도 훌륭한 의사 전달의 수단이 될 수 있고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온 이들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간혹 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랑하는 이들끼리 다투기도 하는데 하물며 남들 간에는 그 정도가 훨씬 큰 것이 당연한 일일 게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방적인 의사 전달이 아니라 적어도 대화라고 한다면 쌍방 간의 교통이 가능해야 비로소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좋지 않은 부부의 경우처럼 툭 던져두고 뒤돌아 눕는 식의 대화라면 이미 대화가 아니라 본인의 하고 싶은 말만 던지고 돌아서는 일방적인 통보일 테니 차라리 배설에 가까울 것이다.
대화를 하겠다면 적어도 돌아오는 말을 경청할 수 있는 열려있는 자세부터 갖추어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간혹 부부싸움이 심각한 지경까지 가게 되는 경우 대부분 남자들의 폭력이 동원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여자들이 자초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융단폭격에 대부분의 남자들은 얘기를 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기 일쑤이니 몇 마디 더듬거리다 결국엔 만지기도 아까운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 손바닥을 올려붙인다.
입을 빠르게 놀릴 수 있는 것은 재주가 아니라 화근에 가깝다.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는 말도 있으니 여자들이 화를 자초한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미 상대방이 말 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 자체가 대화를 포기한다는 선언이고 그 다음에는 정한 순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교통 없는 일방통행은 이미 대화가 아니고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통보하는 것에 불과하고, 돌아오는 상대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끝내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여 깡패들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부도덕한 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니 돌아오는 대접이 그에 상응하게 융숭하여도 어디에 하소연할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부 간의 폭력을 당연하다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무릇 토론을 함에 있어서는 자신의 처음 주장이 잘못되었거나 상대방의 의견이 더욱 훌륭하다는 깨우침이 있다면 그 즉시 상대방의 손을 들어주거나 자신의 의견을 철회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일이니 부부처럼 더 할 수 없이 가까운 사이라도 대화의 분위기가 아니거나 토론의 장이 아니라면 의사표현에 신중해야 할 일이다.
자신의 의사표현을 상대방은 배설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 똥바가지를 뒤집어 쓴 이가 미소로 답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자기야, 나 왔어.”
“으응...... 어서 와라.”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내려서는 강주를 곱게 볼 리 없는 민희가 한 마디 쏘아 붙인다.
“얼씨구...... 잘 났어. 정말...... 이젠 아주 미경이 언니 집에 둥지를 트셨네......”
“하하...... 어서 앉기나 해. 오늘 강원장하고 담판 지으러 가자.”
“담판이라니?......”
강주와 미경이는 사정을 설명하고 민희는 더욱 기가 막혀 이 지루한 싸움을 빨리 멈추고 싶어 한다.
“어머! 아유...... 정말 어떻게 하니? 기가 막혀서......”
“걱정하지 마. 일단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지. 그리고 만약을 위해서라도 송희하고 누님에게도 우리 식구들을 배치해 둘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꼭 그렇게 해 줘야 돼?”
“당연하지. 다 내 여잔데...... 킥......”
“으이그...... 정말...... 그나저나 무섭다...... 병원에 직접 가려고?......”
“뭐가 무서워? 나도 있고 저기 인호는 일당백인데......”
“후훗...... 자기는 필요 없고 인호 삼촌 옆에 딱 붙어 있어야겠다. 호호호......”
“일단 미경이는 집에 있어라. 나하고 민희가 먼저 다녀 올 테니까......”
“알았어요. 우선 식사부터 하시고......”
“흥! 언니 아주 깨가 쏟아지시네......”
“호호호...... 아유, 얘는......”
모두 함께 식사를 마치고 강주 와 민희는 강원장의 병원으로 향하고 이동 중에 강주의 전화벨이 울린다.
“아! 회장님?......”
“으응, 최이사...... 나야.”
“네......”
“오늘 저녁에 집으로 좀 와. 저녁식사나 같이 하게...... 유미랑 만났다면서?......”
“아! 네...... 허허......”
“호호호...... 그것 봐, 내가 뭐랬어...... 유미도 맘에 있어 할 거라니까...... 아유, 계집애, 벌써 오빠라고 하던데......”
“허허...... 우리들이야 젊지 않습니까? 뭐, 말이 통하자면 금방 통할 수도 있는 거지요.”
“그래, 그래...... 잘 됐어. 유미도 올 거니까 너무 늦지 않게 와야 돼.”
“네, 알았습니다.”
차는 어느새 병원 앞에 도착해 주차할 곳을 찾고 있고, 알 수 없는 상황에 민희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의 빛이 돌고 있다.
“이사님, 저기 저 병원입니까?”
“응, 그래...... 인호도 함께 올라가서 형수 옆에 꼭 붙어 있어라.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뭐, 별 일이야 있겠냐만......”
“어서 오십시오. 이사님......”
“음...... 황부장. 이리 와 보세요.”
강주는 인천 사무실로 돌아와 엉거주춤 맞이하는 황부장을 발코니로 불러낸다. 나와 있던 몇몇 직원들은 두 사람을 보고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가고 두 사람은 파라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는다.
“당신, 왜 그렇게 어리석어요? 적당한 선에서 멈췄어야지? 그렇게 입조심을 하라고 했는데, 마누라 등에 업고 어떻게 해 보기라도 할 생각이었어요?”
“죄송합니다. 이사님......”
“결국 당신은 마누라하고 이혼하게 됐고, 그간 쌓아올린 기반 하루아침에 다 잃어버렸는데...... 아직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겠어요?”
“아, 아닙니다. 이젠 충분히 알았습니다.”
“사장님에겐 어디까지 보고가 됐습니까?”
“네, 네?......”
“당신, 강원장하고 이혼한 부인 뒤를 캐고 다녔잖아? 어디까지 보고했느냐 말이야?”
“아, 아...... 네, 그거요?...... 그 언니가 사는 집이 예전 이사님이 관리하던 매장 근처라서 거기까지만 보고 드렸습니다.”
“그래? 그래서 사장님이 뭐라고 합디까?”
“네...... 별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당신...... 지금이라도 재기하고 싶으면 국으로 죽었습니다...... 하고 살 수 있겠어요?”
“네,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미경이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당신도 새로 출발해. 미경이는 이미 당신에게서 맘이 완전히 떠났더라고...... 내 말 알아들어요?”
“네, 알았습니다.”
“그럼 따라 와요.”
강주의 차는 황부장을 태우고 미경이가 기다리는 아파트로 향한다. 강주는 전화를 꺼내 보란 듯이 미경이에게 전화를 하고 입구에 대기하라고 말을 한다. 잠시 후 미경이 앞에 차를 세우자 그녀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냉큼 뒷자리에 있는 강주의 옆으로 올라탄다. 황부장은 조수석에서 반가운 표시도 못하고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그저 멍청히 앉아 차창으로 스쳐가는 경치에만 몰두할 뿐이다.
“어디 가는 거예요? 이사님.....”
미경이 역시 황부장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으응...... 아무래도 당신 졸개들 병원에 보내줘야 할 것 같아서...... 뭐, 어차피 이제 당신도 내 사람이니까...... 그 산에 있는 친구들도 불편할 텐데 거점도 황부장이 있다는 곳하고 연결시켜 줄까 싶어서...... 참, 황부장...... 당신 아이들은 어떻게 했어요?”
“아! 네...... 애들 할머니에게 보냈습니다.”
“음, 음......”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황부장의 대답에 미경이가 헛기침으로 응수한다. 강주는 이 기회에 미경이와 황부장을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해서 정필이 패거리의 실체를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언제까지 발목을 잡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끌어안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 차라리 강주의 눈밖에 벗어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린치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용인에 도착하니 어차피 깊은 산중에서 뼈를 다친 녀석들이 도망갈 수도 없음인지 풀어두어서 붙잡혀 온 녀석들도 컨테이너 근처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승용차가 도착하자 장정들이 몰려온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황부장이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내려 강주의 차 문을 열어준다. 내리는 강주를 따라 미경이도 따라 내리고 자연스럽게 강주의 팔에 매달린다. 미경이도 내심 긴장하고 있음을 팔을 잡은 그녀의 손에서 전해오는 느낌으로 알 수 있고 미경이를 발견한 똘마니들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절뚝거리며 다가와 아는 척을 해 온다.
“어, 어...... 누님?......”
“이...... 새끼들이?......”
다가서던 녀석은 옆에서 윽박지르는 정필이 패거리의 위세에 눌려 금방 뒤로 물러선다. 컨테이너 안에 있었는지 잠시 후에 정필이가 나선다.
“아! 매형 오셨습니까?”
“오! 처남...... 어디 간 줄 알았더니......”
“하하...... 잠깐 잠을 좀 잤습니다.”
정필이에게 두 사람을 소개시키고 앞으로 협조할 것을 당부한다. 다친 녀석들은 승합차에 나눠 싣고 병원으로 보내주지만 앞으로는 정필이의 통제 하에 있을 것을 지시한다. 앞으로도 미경이의 몸을 탐해 집적거린다면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띄워주는 강주에게 고마운지 정말 마누라라도 된 듯 더욱 붙어오고 황부장은 이제 안중에도 없으나 정작 황부장 마저도 패거리의 기세에 눌려 강주의 말에 적극적으로 눈빛을 바꿔가며 동조를 해 온다.
“저...... 이사님, 사실은 어제......”
“어제 뭐요?”
“어제 사장님이 강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 다녀오시고선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무척 좋아하시던데...... 좀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으흠...... 그래요? 뭐...... 이제라도 말씀을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자...... 이제 모두 정리가 되었는데, 앞으로 황부장은 그 아지트를 잘 좀 관리하면서 정필이에게 적극 협조를 하고, 만에 하나...... 다른 생각을 품는다면 그 끝이 어떻게 될 거라는 것은 미리 말을 안 해도 잘 알겠지요?”
“네, 네...... 물론입니다. 무엇이든지 이사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미경이, 너도?......”
“어머! 섭섭해요. 저는 벌써부터 이사님 말씀만 듣는다고 했잖아요?”
“그럼 미경이, 너는 강원장을 통하든지 사장을 통하든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알아봐 줘야겠다. 할 수 있겠지?”
“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정필이의 배웅을 받으며 산을 빠져나와 황부장을 내려주고 미경이와 아파트로 돌아온다. 하나하나 회장과 사장 주변의 측근세력을 장악하게 되니 정보를 얻는 문제는 비교적 안심해도 될 것이다.
“자, 그럼 인호 너는 수원에 들러서 의류회사 이사로 등록할 친구들 인감하고 기타서류들을 장선배 회사에 전해줘라. 오늘은 늦었으니까 동생들하고 쉬고 내일 내려 와.”
“네, 알았습니다.”
몸을 돌려 아파트로 들어서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네......”
“이사님, 저 황부장입니다.”
“아! 네...... 무슨 일입니까?”
“조금 전에 사장님이 강원장을 만나고 온 모양입니다.”
“그래서요?”
“저한테 귀띔을 해 주는데 뭔가 합의를 하고 온 거 같아요. 굉장히 좋아하면서 조만간 강원장 전 부인을 자기가 데리고 올 수 있을 거라고 하던데...... 무슨 일인지 빨리 알아보셔야겠습니다.”
“그래요? 그 외에는...... 다른 말은 없어요?”
“예, 아직 그 외에는 아는 게 없습니다.”
“알았습니다. 다른 정보가 있으면 즉시 전화 주셔야 합니다.”
“네, 알았습니다.”
역시 눈앞의 위협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는 모양이다. 용인에 다녀온 후 즉시 정보가 입수되기 시작한다. 아파트를 뺏을 때만해도 뭔가 방법을 모색하던 황부장이 이제는 포기한 듯 그간 모셔왔던 주인의 발꿈치를 물기 시작하는 셈이다. 강주의 통화내용을 들은 미경이도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뭐예요? 이사님?......”
“사장이 뭔가 수를 쓴 모양인데...... 네가 좀 즉시 알아봐야 하겠다. 조만간 민희를 데려올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는 모양인데......”
“음...... 그럼 혹시 민희도 이사님이 감춰두고 계신 거예요?”
“그건 네가 알 것 없고...... 알아볼 수 있어? 없어?”
“치...... 나한테는 무섭게만 하고......”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나 참...... 내가 데리고 있다. 이제 됐니?”
“피...... 그럴 줄 알았어요. 잠깐만이요.
민희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려 했지만 마침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손을 멈추고 그 전화로 이내 모든 궁금증은 풀리게 되어 버린다.
“어머! 언니......”
회장의 전화인지 미경은 조용하란 표시로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통화를 이어 나간다.
“네, 강원장이요?”
옆에 있는 강주에게 마치 잘 들으라는 듯 일일이 전화내용을 반복해가며 다시 확인을 하는 모습에 사람사이의 의리라는 것이 허무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강주에게는 다행한 일인 것이다.
“......”
“네,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전화를 해 볼게요. 네, 네......”
강주는 전화를 접어 넣는 미경이에게 재촉하듯 물어본다.
“뭐야? 회장이 뭐라고 해?”
“호홋...... 별 일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애들 풀어서 강원장 부탁을 들어주라는데...... 우선 올라가요. 우리가 안 움직이면 일단은 아무 것도 진행될 수 없잖아요?”
강원장과 사장이 모종의 협의를 이루고 그 내용이 민희에 대한 것이라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일단 민희야 강주가 숨겨두고 있으니 당장 위험이 닥칠 리는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민희에게 들은 바로는 강원장도 회장의 성적 노리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으니 그들 사이에 또 무슨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는 일이다.
이제 저녁시간이 이슥해 다시 외출할 일도 없으니 강주는 샤워를 하며 밤을 보낼 준비를 하고 미경이는 기대에 젖어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음...... 같이 씻게?......”
“치...... 우리 신혼이나 마찬가진데 아직 나 안아주지도 않았잖아요?”
“킥...... 그럼 들어와. 이제 시간도 많은데 뭐가 그리 급해?”
강주는 이미 옷을 벗고 들어서는 미경이에게 샤워기를 건네주며 가슴을 주물러 준다. 보드라운 피부가 몽글거리며 잡혀온다.
“으흠.......”
“아이, 살살......”
미경은 즉시 세면대를 의지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 자세를 잡아가고 강주는 여지없이 샴푸를 잡아든다.
“으흑, 차가워...... 또 뒤로 하려고?......”
“너도 이참에 강원장 만나거든 처녀막 재생이나 해 달라고 해라. 요즘 그거 유행이라고 하던데......”
“내가 그 정도로 재미없어?”
“야! 너...... 그간 그 똘마니 놈들 상대하느라고 말이 아닐 거라는 걸 왜 몰라? 너도 재미가 덜 할 거 아냐?”
“치...... 알았어요. 그래도 강원장은 창피하니까 다른 데서 할래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후욱, 후욱......”
좁은 항문으로 힘겹게 좆을 밀어 넣는다. 놀림을 당한 뒤여서 그런지 샴푸로 적셔진 강주의 좆을 끊어낼 듯 힘주어 물어 준다.
“아흑...... 으흥......”
“쑤우우욱...... 후욱..... 후욱......”
한 번 길이 열리자 드나드는 좆을 전체적으로 압박해와 완전히 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귀두의 촉감을 즐긴다. 좁아지는 항문이 채 좁아지기 전 다시 밀어 넣으니 그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은 두 사람을 모두 나락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한 모양이다.
“하악, 하악...... 아흑...... 여보......”
“으응, 그래...... 좋아...... 후욱......”
손을 앞으로 뻗어 두 젖가슴을 움켜쥐고 허리를 놀리니 약해진 허리놀림에 이제는 미경이가 요분질로 흥분을 끌어올린다.
“아흑, 좀 더...... 빨리......”
“이런...... 색골을 봤나?......”
다시 골반을 거머쥐고 바르게 좆질을 해 댄다. 치고 올라오는 사정감에 허리를 내밀며 잔 경련을 일으킨다.
“으으으흑, 울컥.......”
“아흑, 이상해...... 하악......”
침대에 누워 있는 강주의 코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들어온다.
“이사님, 식사하세요.”
“응, 그래...... 소주도 한 잔 할까?”
“아유...... 이사님은?...... 차라리 양주를 한 잔 하세요.”
“아니야. 이런 안주엔 소주가 제격이지. 미경이 너...... 제일 좋은 안주가 뭔지 알아?”
“안주요? 글쎄요? 고기 안주?......”
“킥...... 비슷하지. 샐러리맨들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씹는 안주가 최고지.”
“어머! 호호호.......”
“그럼 오늘은 누구를 씹어볼까? 하하...... 이건 농담이고...... 아닌 게 아니라 술안주로는 사람이 최고야.”
“그게 그 소리 아니에요?”
“아니...... 씹는다는 게 아니고 아무리 허름한 안주를 놓고 술을 마신다고 해도 마주앉아 마시는 사람이 훌륭한 안주가 될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기분 나쁜 상대와 술을 마시면 그 끝이 안 좋은 거고,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며 마시면 밤을 새 가며 마셔도 끄떡없는 거 아니겠어?”
“그럼 저는 어때요? 좋은 안주예요?”
“음...... 물론 미경이는 훌륭한 과일 안주지. 앵두 같은 입술에...... 가슴엔 건포도 한 알씩...... 킥......”
“아유, 못 됐어...... 호호호......”
“요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냐가 관건이지. 미경이는 나하고 말이 통하려나 몰라...... 씹는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씹혀주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 남자들이 가족을 위해서 죽을 고생을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럼 나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 줄 거예요?”
강주는 또 다시 다가오는 모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경이에게 새로운 흥정을 할 모양이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회장과 사장이 강원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번 아차 실수했으면 희숙이를 영영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소 서두르는 감이 있지만 미경이를 완전히 회유하기로 한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얼마든지 다시 배신할 수 있다는 상식에 기초하는 것이니 뭔가 미끼를 던져 두어야 할 것이다.
“미경이 너...... 앞으로 일 년만 고생해라. 일 년 뒤 오늘 날짜로 이 아파트 네 명의로 다시 이전해 줄 테니까......”
“어머! 이사님, 정말이에요?”
“그래, 그 대신 그동안은 정말 잘 해야 돼.”
“그럼요. 잘 하고말고...... 나 내일 당장 수술 받고 올게요. 호호호......”
침대에 누워 미경이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미경이는 강원장에게 전화를 한다.
“네, 강원장님...... 전화 해 달라고 하셨다면서요?”
미경이는 어느새 버튼을 눌러 강원장의 음성이 강주에게도 들리도록 하고는 강주를 향해 윙크를 한다.
“아! 네...... 미경씨. 다름이 아니라...... 회장님께 들으니까 미경씨가 관리하는 청년들이 있다고 해서......”
“네...... 그렇긴 한데...... 강원장님이 무슨 일로......”
“아! 이 일이 잘 되면 제가 한 턱 쏘겠습니다. 신세는 잊지 않을 테니까......”
“호호...... 글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네, 제가 주소를 불러드릴 테니까...... 사람을 좀 데려왔으면 해서요.”
“사람을 데려오라고요? 그거...... 납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음...... 흠...... 납치라기보다는...... 뭐, 그런 셈이지요.”
“네, 말씀해 보세요.”
“음...... 이름은 신송희......”
순간 강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강주의 행동에 놀란 미경이는 덩달아 몸을 경직시키지만 이내 계속하라는 강주의 손짓에 다시 통화를 이어 나간다. 통화를 모두 끝내고 나니 사태가 어렴풋이나마 파악이 되는 것 같다.
사장은 강원장에게 모종의 제의를 하면서 민희에 대한 제안을 했을 것이고 강원장은 어차피 이혼한 아내에게 미련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약간의 배신감도 있을 터이니 일종의 소유권 내지는 사교계에서의 기득권을 양도하면서 나름의 이익을 취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숨어있는 민희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민희의 동생 송희를 납치하려는 모양이니 강주가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 어떻게 하지요? 이사님......”
송희도 희숙이처럼 어디에 감춰 둘 수도 없는 일이니 딱히 대처할 방안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리고 이 위협이 송희를 지나친다 해도 장차 그 큰 언니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니 미봉책으로 마무리 지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야...... 글쎄...... 지독한 인간들일세...... 할 수 없지. 이젠 나도 회장과 합의 본 게 있으니까 마주 들이 대는 수밖에......”
강주는 전화기를 꺼내 인호에게 전화를 건다.
“응, 인호야. 내일 영통에 가서 민희 좀 태워 와야겠다.”
“네, 알았습니다.”
“어머! 이사님...... 어떻게 하시게요?”
“음...... 할 수 없지. 내가 민희를 데리고 병원에 한 번 놀러갈까 싶어서...... 어차피 민희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누구보다 강원장이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제 내 여자라는 것을 공표하고 손대지 못하도록 해야지.”
“어머! 그런다고 멈추겠어요? 이젠 사장님이 몸이 달아서 저러는 모양인데......”
“사장은 어차피 회장이 제압할 수 있어. 강원장도 회장하곤 섹스로 맺어졌으니까 이런 부탁을 했을 것이고 모르면 몰라도 아마 회장이 민희나 민희 동생을 납치하는 것에 동의를 했다면 자기가 예전처럼 친위대로 써 먹기 위해서지, 사장의 성 노리개로 주려고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 지금 세 사람이 서로 이해가 맞물려서 중간에서 강원장이 장난을 치는 것 같단 말이야.”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까 차라리 모른 척하고 내 사람이라고 공개를 해 버리면 회장은 나하고 약속한 것이 있으니까 미경이 너한테 지시한 걸 철회할 것이고, 그러면 사장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럼 회장님 모르게 두 사람이 또 무슨 짓을 하진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일단 강원장을 만나서 담판을 지어 보면 알게 되겠지. 어떤 대가를 받고 그러기로 했는지 짐작이 가긴 하지만......”
“무슨 대가요?”
“그 건물이 강원장 소유가 아니라면서?...... 뭐, 그 일로 건물을 주지야 않겠지만 몇 년간 쓸 수 있게 해 주겠다든지...... 반대급부가 있었겠지.”
“그럼...... 사장이 아무도 모르게 한다면?......”
“아...... 씨바...... 너, 자꾸 꼬치꼬치 캐물을래?”
“아, 아...... 알았어요. 호호호......”
웃고 넘겼지만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의외로 소심한 성격에 민희에게 집중하는 편집증적인 증상으로 보자면 능히 그러고도 남음이 있는 일이지만 일단 하나하나 풀어 나가기로 하고 다시 눕는다.
“깡패 새끼들 동원해서 사람을 납치나 하려하고...... 정...... 말이 통하지 않으면 똑같은 방식으로 말을 알아듣게 해 줘야지. 다른 수가 없잖아?”
마음을 전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말이나 글로써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화도 훌륭한 의사 전달의 수단이 될 수 있고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온 이들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간혹 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랑하는 이들끼리 다투기도 하는데 하물며 남들 간에는 그 정도가 훨씬 큰 것이 당연한 일일 게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방적인 의사 전달이 아니라 적어도 대화라고 한다면 쌍방 간의 교통이 가능해야 비로소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좋지 않은 부부의 경우처럼 툭 던져두고 뒤돌아 눕는 식의 대화라면 이미 대화가 아니라 본인의 하고 싶은 말만 던지고 돌아서는 일방적인 통보일 테니 차라리 배설에 가까울 것이다.
대화를 하겠다면 적어도 돌아오는 말을 경청할 수 있는 열려있는 자세부터 갖추어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간혹 부부싸움이 심각한 지경까지 가게 되는 경우 대부분 남자들의 폭력이 동원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여자들이 자초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융단폭격에 대부분의 남자들은 얘기를 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기 일쑤이니 몇 마디 더듬거리다 결국엔 만지기도 아까운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 손바닥을 올려붙인다.
입을 빠르게 놀릴 수 있는 것은 재주가 아니라 화근에 가깝다.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는 말도 있으니 여자들이 화를 자초한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미 상대방이 말 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 자체가 대화를 포기한다는 선언이고 그 다음에는 정한 순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교통 없는 일방통행은 이미 대화가 아니고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통보하는 것에 불과하고, 돌아오는 상대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끝내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여 깡패들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부도덕한 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니 돌아오는 대접이 그에 상응하게 융숭하여도 어디에 하소연할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부 간의 폭력을 당연하다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무릇 토론을 함에 있어서는 자신의 처음 주장이 잘못되었거나 상대방의 의견이 더욱 훌륭하다는 깨우침이 있다면 그 즉시 상대방의 손을 들어주거나 자신의 의견을 철회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일이니 부부처럼 더 할 수 없이 가까운 사이라도 대화의 분위기가 아니거나 토론의 장이 아니라면 의사표현에 신중해야 할 일이다.
자신의 의사표현을 상대방은 배설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 똥바가지를 뒤집어 쓴 이가 미소로 답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자기야, 나 왔어.”
“으응...... 어서 와라.”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내려서는 강주를 곱게 볼 리 없는 민희가 한 마디 쏘아 붙인다.
“얼씨구...... 잘 났어. 정말...... 이젠 아주 미경이 언니 집에 둥지를 트셨네......”
“하하...... 어서 앉기나 해. 오늘 강원장하고 담판 지으러 가자.”
“담판이라니?......”
강주와 미경이는 사정을 설명하고 민희는 더욱 기가 막혀 이 지루한 싸움을 빨리 멈추고 싶어 한다.
“어머! 아유...... 정말 어떻게 하니? 기가 막혀서......”
“걱정하지 마. 일단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지. 그리고 만약을 위해서라도 송희하고 누님에게도 우리 식구들을 배치해 둘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꼭 그렇게 해 줘야 돼?”
“당연하지. 다 내 여잔데...... 킥......”
“으이그...... 정말...... 그나저나 무섭다...... 병원에 직접 가려고?......”
“뭐가 무서워? 나도 있고 저기 인호는 일당백인데......”
“후훗...... 자기는 필요 없고 인호 삼촌 옆에 딱 붙어 있어야겠다. 호호호......”
“일단 미경이는 집에 있어라. 나하고 민희가 먼저 다녀 올 테니까......”
“알았어요. 우선 식사부터 하시고......”
“흥! 언니 아주 깨가 쏟아지시네......”
“호호호...... 아유, 얘는......”
모두 함께 식사를 마치고 강주 와 민희는 강원장의 병원으로 향하고 이동 중에 강주의 전화벨이 울린다.
“아! 회장님?......”
“으응, 최이사...... 나야.”
“네......”
“오늘 저녁에 집으로 좀 와. 저녁식사나 같이 하게...... 유미랑 만났다면서?......”
“아! 네...... 허허......”
“호호호...... 그것 봐, 내가 뭐랬어...... 유미도 맘에 있어 할 거라니까...... 아유, 계집애, 벌써 오빠라고 하던데......”
“허허...... 우리들이야 젊지 않습니까? 뭐, 말이 통하자면 금방 통할 수도 있는 거지요.”
“그래, 그래...... 잘 됐어. 유미도 올 거니까 너무 늦지 않게 와야 돼.”
“네, 알았습니다.”
차는 어느새 병원 앞에 도착해 주차할 곳을 찾고 있고, 알 수 없는 상황에 민희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의 빛이 돌고 있다.
“이사님, 저기 저 병원입니까?”
“응, 그래...... 인호도 함께 올라가서 형수 옆에 꼭 붙어 있어라.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뭐, 별 일이야 있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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