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6부-
“에이...... 씨바...... 저 년 또 왔네......”
“네? 소장님. 누구요?”
“응? 아, 저기 저 년...... 개량한복 입은 년.”
“그 여자가 왜요?”
“아...... 저거...... 아무리 봐도 도둑년 같은데 씨바...... 잡지를 못하겠더라고.”
“그럼 제가 매뉴얼대로 따라다니며 눈치를 좀 줄까요? 그럼 알아서 나가지 않겠습니까?”
“아냐. 그냥 둬. 그래서 내가 저 년 잡으려고 며칠 전에 작업을 좀 해 뒀어. 부소장은 여기서 그냥 레지아웃이나 하고 있어. 내가 저년 오늘은 꼭 잡고 말 거야.”
강주가 이 매장에 부임하고서 눈치가 수상한 손님들 거의 대부분을 적발해 내 이제는 어쩌다 하나씩 잡혀도 그야말로 뜨내기에다가 반찬 값 절약하자는 정도라서 애교로 봐 줄만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도둑을 잡아내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강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장본인이 바로 지금 매장 안에서 바구니를 들고 쇼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저기...... 언니야. 너희들은 계산대 가서 포장 좀 도와줘라. 너도......”
강주는 오히려 매장 뒤쪽에 포진하고 있는 여직원들을 일부러 자리를 비우도록 속삭여 지시하고, 여직원들은 평소와 다른 엉뚱한 지시를 하는 게 이상했지만 어쨌거나 강주의 지시는 매장 안에서는 법률이나 다름없으니 이내 자리를 뜬다.
슬쩍 코너를 돌아 나오면서 여자를 흩어보지만 바구니 외에 들고 있는 것은 손지갑뿐이라서 달리 담아갈 데도 없는데 번번이 눈이 마주치는 것이 수상하기 짝이 없다.
“혹시 저 년을 술집에서 봤나? 아니지...... 술집 계집애 같으면 분명 아는 체를 했을 텐데......”
다시 안내대로 돌아와 매장 전체를 흩어보는데 여자가 보이질 않는다.
“소장님, 아무 것도 아닙니까?”
“응? 아니야...... 분명히 뭔가 있어. 지금도 그 여자 안보이지?
“저쪽 냉장코너 쪽에 있는데, 지금 진열대에 가려서 안 보이는데요.”
“그래. 부소장...... 저 년이 번번이 저런다고...... 오늘은 저거 맛 좀 보여줘야 돼. 자넨 여기 그대로 있어. 알았지? 눈치 못 채게......”
“네, 알았습니다.”
강주는 이미 여러 번 수상하다는 생각을 했으나 확신이 서질 않아 그냥 보내놓고 난 후 이 여자의 행동패턴에 맞추어 벽 진열대 뒤 창고로 들어가 구멍을 내 둔 적이 있었다. 진열대 벽체에는 걸고리나 후크 따위를 걸 수 있도록 구멍이 나 있다. 그곳을 송곳으로 후벼 파 창고로 들어가서 보면 안내 데스크에서는 보이지 않는 매장 뒤편이 고스란히 한 눈에 들어온다.
“이년...... 어디...... 걸리기만 걸려 봐라. 아, 씨바...... 전임소장은 도대체 어쨌기에 이렇게 도둑년이 많은 거야?”
잠시 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쭈그리고 앉아 벽에 코를 바짝 대고 붙어있는 강주의 시야에 그 여자가 들어온다. 여자는 역시 앞에서 보이지 않도록 진열대 끝 END 진열대에 붙어 물건을 고르는 척 좌우를 둘러보며 얼른 바구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놓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유히 시야에서 벗어난다.
“뭐야? 저년...... 도대체...... 감시하는 거 눈치를 챘나? 알 수가 없네......”
강주는 할 수 없이 다시 안내대로 돌아와 갸우뚱거리며 매장 쪽을 바라보고 그 표정을 본 부소장은 이미 짐작이 가는 듯 어찌 됐냐고 묻지도 않는다.
그 여자는 또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강주는 몇 번이고 예전과 다름없이 매장을 반복해서 오가는 여자의 모습에 이제는 신경질이 날 정도로 약이 올라 있다.
“에이, 씨바...... 부소장. 저거 나갈 때 무조건 사무실로 데리고 와.”
“네? 아! 확인하셨습니까?”
“아니야.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실례 범하지 말고 소장이 잠시만 보자고 한다고 해. 그냥 타일러서 앞으로나 못 하게 해야 되겠어.”
“아니? 그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시려고요?”
“에이...... 누가 드러내놓고 하나? 저거 새파란 년이 아주 영악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그냥 단골로 자주 오시니 고맙다고 증정품이나 몇 개 주면서...... 내가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만 심어주고 말아야지.”
“하하하......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이...... 씨바......”
강주는 잔뜩 벼르다가 별 소득도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버리고 잠시 후 부소장이 손님을 모시고 들어선다.
“아유...... 뭘 자꾸 주신다고 그러세요. 전 괜찮다니까......”
“아, 네. 이리 앉으세요. 자주 오시니 고마워서...... 부소장. 뭐해? 창고에 가서 뭐...... 증정품 쓸 만한 거 많잖아...... 좀 가져와.”
부소장이 나간 후에도 여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서 있고 여러 차례 앉기를 권해도 괜찮다며 앉지를 않는다. 괜한 여자 잘못 건드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지만, 순간 강주의 머리에 휙 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실수라면 큰일이니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미쓰김 좀 나가 있어라. 부소장은 데스크에 있으라고 하고......”
“네, 알았습니다.”
미쓰김에게는 너무 자주 있는 일이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서 나가며 문을 잠근다. 문을 잠그며 나가자 그제서 여자는 약간 당황한 빛을 띠고 강주는 재차 앉기를 권한다.
“자, 이제 마음 편히 앉으세요.”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강주가 문을 잠그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그저 여직원이 나가면서 무심결에 문을 잠갔을 뿐이다. 직원을 내보내고 부소장을 대기하라고 한 것은 단지 쇼핑 오신 손님에게 이런 저런 매장 분위기에 대해 비밀리에 설문조사를 부탁하려고 했을 뿐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좀 앉으세요. 제가 뭐...... 설문조사로 좀 여쭤볼 것도 있고 해서......”
“아...... 네......”
더 이상 사양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엉거주춤 앉는 여자의 모습을 눈 여겨 보는 강주의 눈초리가 매섭다. 오감을 열어두고 집중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냥감을 노려보는 맹수의 그것이었고 천천히 긴장을 풀어 담배로 손이 가는 것을 보니 그 중에서 무언가 건진 모습이다.
“자주 오시네요? 어디...... 이 근처 사시나 봐요.”
“네? 아...... 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도 항상 한복을 입으세요? 그런 옷이 좋으시면 뭐...... 월남치마 같은 것도 괜찮지 않나요? 여전히 풍성하고 공기 잘 통해서 좋을 텐데......”
“네?”
“이제 꺼내 놓으시죠? 군데군데 울퉁불퉁 그 정도면 무겁기도 꽤 무거울 텐데...... 도대체 속에 뭐가 있는 거요?”
“있긴 뭐가 있다고 그래요? 어머! 이 아저씨가 왜 이래. 사람 어찌 보고...... 저리 비켜요. 가겠어요.”
발끈 화를 내고 서둘러 일어서 나가려는 여자의 팔을 붙잡아 돌려 세운다.
“어머! 왜 이래요? 여자한테...... 아저씨 자꾸 이러면 성폭행으로 신고할 거예요? 빨리 못 놓겠어요?”
강주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여자를 밀치며 치마폭에 손을 갖다 댄다. 여자가 이렇게 버티는데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피차 막판인 것이다. 실수라면 명예훼손에 성희롱 따위의 부담스런 꼬리들이 따라다니겠지만 어쨌든 애사심에서 비롯되어 그런 것으로 포장되지 않겠는가?
“야...... 이거 아주 고약한 년일세...... 이게 다 뭐야? 당장 안 꺼내 놓을래?
강주가 손에 잡히는 것 중 하나를 붙들고 흔들어대니 포기한 듯 여자가 주저앉는다.
인터폰을 들어 미쓰김을 호출하니 부소장도 내심 궁금했는지 함께 들어온다.
“미쓰김, 이거 넘겨버려.”
미쓰김은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공갈전화를 하고선 사무실을 나가버리고 부소장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 나선다.
“자 이젠 다 꺼내.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훔쳐갔냐? 내가 널 잡으려고 벌써 언제부터 벼른 줄이나 알아? 아...... 좆같은 년.”
“......”
“이리 와. 이년아”
여자를 가까이 끌어당겨 치마폭을 두드리니 여기저기서 많은 물건이 만져진다.
“이거? 씨바...... 도대체 어떻게 집어넣은 거야? 이거 완전히 전문가네...... 전문가.”
이곳저곳 건드려도 여자는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마치 마네킹처럼 협조도 않고 요지부동이다. 저고리를 들춰 개량한복 치마의 허리춤을 잡아당기니 끈을 고무줄로 개조하고 그 속에는 바지로 된 한복을 덧입고 있었다. 바지에는 마치 각설이 옷처럼 커다란 건빵 주머니를 달고 그 속에서 많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씨바...... 넌 덥지도 않냐? 이렇게 껴입고...... 그래서 네가 저 구석에서 자꾸 뭘 꺼내는 것처럼 보였구나. 사타구니로 쳐 집어넣는 걸 모르고...... 와~ 이게 다 얼마치냐?”
“......”
“너......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안 하는데 배 째라 이거냐?”
“......”
“지갑 이리 내. 이년아.”
여자의 손지갑에는 놀랍게도 백만 원 권 수표가 두 장이나 있었다. 강주는 아무 말 없이 수표와 나머지 지폐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계속 지갑을 뒤져나간다. 여자는 그제서 치마를 다시 끌어올리며 강주에게 입을 뗀다.
“아저씨, 그 돈 다 드리면 봐주실 거예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너, 아까 신고하는 거 못 봤어?”
“가짜로 하는 거 다 봤어요...... 아저씨, 미안해요. 다시는 이 매장 안 올게요.”
“오호라...... 역시 너 전문가로구나? 어쩐지...... 여기저기 많이 다니나 보지? 좋다. 그래, 앉아라. 선수로 예우해 주지. 긴장하지도 않았겠지만 어쨌든 긴장 풀고...... 너, 담배 피우냐?”
“하나, 주세요.”
“이건 뭐야? 홍...... 혜...... 숙. 너 공무원이냐? 이 신분증은 뭐야? 위조한 거야?”
“아니요. 저...... 학교에 나가요.”
“뭐야? 그럼 선생이란 말이냐? 나 원......”
“그동안 제가 훔쳐간 거 다 합해도 오십만 원도 안 돼요. 그러니 저 돈 갖고 이제 그냥 보내주세요.”
“너...... 주제를 모르고 자꾸 그렇게 도도하게 굴면 진짜 확 넘겨 버린다. 이런...... 좆같은 년. 학교고 뭐고 다 좆 되는 거야. 알아?”
“그러면 저녁에 만나요. 그래도 안 돼요?”
“허 참, 이거 아주 사람 질려버리게 만드네. 야. 너 그렇게 나오니까 은근히 매력 있다? 남편은 뭐하는 사람이냐?”
“남편 같은 거 없어요.”
“결혼을 안 한 거야?...... 아니면 이혼 한 거야?......”
“이혼했어요.”
“하, 이것 참...... 대답을 하기 시작하니 맹랑하게 잘하네. 너, 그러지 말고...... 나하고 친구할래? 나 오늘 너 같은 애는 처음이라 굉장히 혼란스러운데, 앞으로 우리 서로 연구를 좀 해보자. 허헛 참......”
“그쪽 몇 살인데요? 제가 더 많을 것 같은데요?”
“그쪽? 하하...... 아, 씨바...... 좋다. 뭐, 남녀 간에 친구하는데 나이가 꼭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 내가 몇 살 어리면 어때? 그래서 싫어?”
“내가 싫다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 할 수 없잖아요?”
“하...... 씨바, 쌀쌀맞긴...... 이거 내가 통사정하는 것 같은데 너랑 나랑 뭔가 입장이 많이 바뀐 것 같지 않니?”
“푸훗......”
“웃어? 너, 저 돈은 뭐냐? 무슨 돈이야?”
“그냥, 컴퓨터나 바꿀까 싶어서 은행에서 찾은 거예요. 훔친 거 아니니까 안심해도 돼요. 왜요? 이서라도 해 드려요?”
“됐다. 자...... 한 장은 그간 가져간 것으로 치고 나머지는 돌려줄게......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제 친구하기로 했는데, 친구 돈을 등쳐먹을 수야 없잖아. 안 그래? 피차 선수끼리...... 자, 여기 내 명함이야. 나중에 전화 하든지...... 싫으면 말고......”
“돈 다 가져요. 컴퓨터 안 바꿔도 되니까...... 내가 전화 안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휴...... 모르겠다. 널 보니까 내가 뭐 하는 짓인지 그냥 많이 헛갈린다. 저기 쇼핑백 있지? 물건 거기에다 담아갖고 가. 에이...... 씨바...... 평소 같으면 지금쯤 한참 응응응 하고 있을 텐데...... 너 혹시 최면술 같은 거 하는 거 아냐?”
“푸훗...... 고마워요.”
강주가 장난스럽게 허리를 놀리며 일어서자. 여자도 따라 일어서 짐을 꾸린다.
강주는 확실히 보통의 범위를 넘어 보이는, 낯 도깨비 같은 여자에게서 어떤 연민을 느꼈는지, 아니면 극에서 극으로 치달리는 변화무쌍한 태도에 정말 기가 질렸는지 마치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작정하고 들이대는 여자를 기약도 없이 순순히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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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상가 번영회장이 찾아왔다.
“소장님, 어제 왔더니 안 계시데......”
“아이고,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절 찾으셨다구 해서......”
“예, 우리 창고가 비좁아서 3층에 비어있는 점포를 잠시만 사용했으면 싶어서요.”
“예? 에이 안 돼요. 외부에서 보기도 안 좋고......더구나 점포가 비어 있어야 계약도 빨리 될 거구......”
“아, 그렇습니까? 이거 큰일 났네요. 물건은 곧 들어올 텐데...... 저는 회장님만 믿고 있었는데......”
“그건 둘째 치고 나야말로 소장님한테 섭섭한 일도 있어서 겸사겸사 왔습니다.”
“예? 제게 섭섭하신 일이 있다고요?”
“거...... 액세서리 가게 말입니다. 저하고 한 번 상의도 없이 턱하니 자리를 내주면 어떻게 합니까? 재계약이 될 거였는데......”
“아, 그거 말씀입니까? 아니에요. 저에게는 이미 철수한 후에 오셨는데요.”
“에이, 뭘 그래요. 뭔가 언질이 있었으니 그랬겠지. 아무튼 3층은 못씁니다. 그렇게 아세요.”
번영회장이 나가는 뒤통수에 눈을 흘기며 미쓰김이 한마디 한다.
“어머, 웃겨...... 소장님, 그럼 어떻게 하죠?”
“그러게 말이다. 뭔가 단단히 오해 한 모양이네.”
“소장님이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할 수 없지. 뭐...... 왔다 갔다 하려면 직원들이 힘들까봐 그렇지. 외부에다 얻으면 못 얻을 것도 없어. 젠장......공짜로 쓸까 했는데 생돈 들게 생겼네. 아...... 씨바...... 거, 기분 굉장히 꿀꿀하네......”
강주는 부소장에게 매장을 맡기고 나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아......씨바...... 술 무지하게 취하네...... 응? 뭐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최강주 소장님?”
“네. 그런데 누구시죠?”
“벌써 목소리 기억 안 나세요? 저, 홍혜숙이에요.”
“아! 친구...... 내 친구...... 혜숙이.”
“벌써 어디서 술 많이 마셨나 봐요? 다음에 전화 할까요?”
“아니야. 아니야. 친구가 왔는데...... 지금 어디서 전화 하는 거지?”
“저...... 매장 근처예요.”
“응...... 그러면 매장에서 찻길 건너서 골목으로 쭉 들어오면 엉터리 식당이라고 있을 거야. 나도 그쪽으로 갈 테니까, 친구도 그리 와. 거기서 만나자고......”
“네, 그래요.”
강주는 수원영업소로 부임한 후 그럭저럭 호시절을 구가하며 지내는데, 번영회장과의 일로 적잖이 기분이 상해 있었다. 그렇지만 번영회장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자기 권한 안에서 합리적인 결정으로 빈 점포를 줄 수 없다고 했을 뿐, 오히려 무리한 부탁이라면 강주가 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주는 화 풀을 길이 없어 더욱 속이 상해 홧술을 마시고 있었다.
혜숙은 예쁜 정장치마를 갖춰 입고서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 선 치마가 저녁 훈풍에 살랑거린다.
“야...... 친구야. 이렇게 하고 오니까 이젠 네가 더 어려 보인다. 야.”
“푸훗...... 자꾸 웃기지 말고...... 술 더 드시겠어요?”
“너는 저녁 먹었어?”
“아직 전이에요.”
“그럼 뭐...... 멀리 갈 거 있나? 여기서 먹지. 술도 한 잔 하고......”
부대찌개가 보글거리고 강주와 혜숙은 오래 된 친구처럼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친구야...... 이제 너도 말 놓아라. 선수끼리 왜 자꾸 존댓말이야? 끝내 내가 친구로 싫어서 그래?”
“푸훗, 아니에요. 우리 친구 해요. 나도 좋아요.”
“그런데, 왜? 지금도......”
“뭐, 친구끼리는 존댓말 하면 안 되나요? 마음만 통하면 친군데...... 팔십 노인하고도 친구고...... 스무 살 청년하고도 친구 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존댓말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씨바...... 그러면 나보고도 존댓말 하라는 거잖아?”
“어머? 누가 그러래요? 그냥 내가 편한 대로 할게요. 나중에 더 편해지면 그때 반말 할게요. 술 많이 됐어요. 투정 부리지 말고 이제 그만 나가요.”
“그래, 어디 갈까? 이제 맥주 마시러 갈까?”
“내가 안내할게 따라와요.”
혜숙은 강주의 팔짱을 끼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강주를 인도한다. 밤길을 한참 걸어 몇 블록쯤을 걸었는지 주변 경관이 낯설어질 즈음 여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이 결혼을 앞둔 애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다정해 보인다.
“저, 씻고 나올게요. 기다려요. 먼저 잠들면 그냥 가 버릴 거예요.”
“집에서 나올 때 안 씻었어? 그냥 이리 와.”
“아까 식당에서 화장실도 다녀왔잖아요. 그럼 그냥 뒷물만 하고 나올게요.”
“그래, 혼자 있기 싫어. 빨리 와.”
“어머! 웬 어리광? 잘 하면 젖 달라고 하겠네요?”
“그럼 안 줄 거야?”
“글쎄요? 젖먹이 친구는 내 사주에 없는 것 같아서...... 푸훗......”
“하하하......”
강주는 물소리를 들으며 옷을 벗어 한 쪽으로 던져두고 벌렁 드러눕는다.
“자, 강주씨도 씻어요.”
“야...... 섹시한데...... 아까는 한복이 풍성해서 그랬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비행기 그만 태우고 얼른 씻어요.”
“싫어. 그냥 자자. 자, 이리 와.”
“아이, 싫어...... 읍...... 으음...... 싫다....니까.....으흡......”
“쭙....... 쭈룹...... 아...... 좋다......”
“아유, 술 냄새...... 양치라도 하고 올 것이지.”
“너도 마셨는데 술 냄새가 맡아지니? 난 모르겠던데......”
“에이그, 친구니까 봐 줄...... 으흥...... 저것 봐...... 손도 안...... 씻고...... 집어...... 넣으면 어째?”
강주는 어느새 젖꼭지를 입에 물어 혀를 굴려가고 한 손은 혜숙의 음순을 흩어내려 손가락으로 질벽을 희롱하고 있다.
“으흠...... 너도 물이...... 많니?”
“아흑...... 엄...... 마...... 살......사알......해...... 강주씨이......”
“물이 많으냐니까?”
“흐윽...... 아유, 바람둥......이 같이...... 그런 ...... 걸...... 엄마야...... 싫어!”
“가만히 있어 봐.”
강주는 몸을 일으켜 혜숙의 사타구니로 코를 박는다. 몸을 사리는 혜숙의 아랫배를 이마로 누르고 손가락으로 음순을 헤집어 공알을 혀로 굴려준다.
“흐루룹...... 흐룹...... 쭈우웁......후룩.”
“아학, 엄마...... 흐응...... 싫어...... 흐윽...... 하...... 지 마......”
새콤한 냄새가 이렇게 정겨운지 미처 몰랐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당돌하기 짝이 없는 이 계집애에게는 그냥 너그럽게 대해주고 싶다. 코를 박아 냄새를 즐기며 긁어주기도 하고 간혹 이로 물어 잘근잘근 씹어주니 혜숙의 고개가 뒤로 꺾이고 강주는 갈증을 느끼며 쏟아지는 물을 달게 들이킨다.
“쭈우우웁...... 후룩...... 쭈루루룹...... 후릅. 으음......”
“아악! 엄마야...... 아항...... 으흐윽...... 아학. 그만, 그만. 제발......”
혜숙은 있는 힘을 다해서 강주를 사타구니에서 떼어놓고 힘겹게 숨을 고르며 밉지 않게 눈을 흘겨 사정을 한다.
“하......악, 하악, 이제...... 그마....... 안. 나, 그런 거...... 싫어...... 엄마야!”
강주는 장난스럽게 침대로 뛰어올라 혜숙의 몸 위로 엎어지고 혜숙은 그런 강주의 좆을 잡아 천천히 질구멍에 맞춰준다.
“으흥...... 강주씨...... 으흥...... 으흥...... 천천......히......”
“응, 그래...... 사알...... 살......히힛”
“푸훗, 장난꾸러기 애기 같...... 애, 흐윽, 아유, 그렇게...... 깊이...... 말...... 고......”
“조금...... 만 있어...... 봐. 후욱, 후욱,”
“아학, 아학, 으흥...... 으흥......
혜숙은 마치 엄마 뱃속에서 웅크린 아기처럼 다리를 바짝 웅크려 무릎이 어깨에 턱턱 부딪히는 소리를 내도록 엉덩이를 들어 강주를 받아들이고 강주는 양손으로 혜숙의 발을 잡고 엉거주춤 앉아 혜숙의 보지를 찍어 내리고 있다. 방안에는 오직 두 사람의 살 부딪히는 소리와 거친 호흡소리만이 울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학, 아학, 아학, 아아악, 으흐응...... 으흥...... 으윽, 아항......”
“턱, 턱, 턱, 뿌적, 뿌적.”
“훅, 훅, 훅, 흑, 훅.”
“아흑, 우우욱, 아학, 여......보...... 우흐응...... 여보! 여보! 아하아아앙......” 그만. 그만. 나 해 버렸어어...... 여보......“
“벌써?...... 조금...... 허억...... 만 기다...... 려...... 허억.”
“하아아 하아아 하아앙...... 엄마야...... 하아앙...... 여..... 보......그마안 흐으으응.”
“으흑. 다...... 됐어......울컥. 울컥. 울컥.”
“아아아학, 흐어어엉...... 아하학.”
“헉, 허......억, 헉, 헉, 후우우우우......”
“쭈룹, 흐루룹, 흐음...... 으으흠..... 아이.... 숨 막혀...... 헉, 헉헉.”
강주는 뜨거운 좆물을 한껏 혜숙의 몸 안에 뿌려주고 다시 가슴을 주무르며 입술을 찾아 마구 빨아들인다. 혜숙에게서 나는 향기로운 단내가 아직도 강주를 자극한다.
“아하아앙...... 이제 그만...... 이제...... 아이잉......”
“허억, 헉, 헉 으으흥......”
“하으으응...... 이제 먼저...... 씻으세요. 하아, 하아......”
“뭘 씻어? 그냥 자자...... 휴우...... 휴우......”
“집에 안 들어가도 안 혼나요? 내일 어쩌시려고......”
“젠장...... 아무도 없는 집에 가면 뭐해? 이렇게 혜숙이 끌어안고...... 왜? 너 가야 돼?”
“강주씨? 결혼 안 했어요?”
“으응? 아! 하하하...... 바보, 나 결혼 한 줄 알았구나?”
“어머! 그랬어요? 어머머머...... 자칫 했으면 이렇게 고추도 실한 총각 신세 망칠 뻔 했네? 호호호......”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휴...... 요즘 나 작정하고 도둑질하러 다니거든......”
강주는 몸을 틀어 팔베개를 해준 후 혜숙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다음 말을 기다리고 혜숙은 강주의 겨드랑이 털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잇는다.
“사실 우리...... 신랑도 이런 매장 책임자였어요. 거기선 점장이라고 하던데......”
“오...... 그래? 그렇지 점장이라고 하는 곳도 있지. 그래서......?”
“뭐, 별 거 아니에요. 내가 애를 못 가진다고 이혼하고, 아니...... 시어머니가 이혼 시킨 거나 다름없죠. 나야 아기를 못 낳는 약점이 있으니 두고 보고만 있었고, 그렇게 죽고 못 살던 남편도 결국 모른 척 자기 어머니 말씀을 따르더라고요. 삼년 만에 이혼 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슈퍼에 뭘 사러 가면 시집에 괜한 복수심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하나씩 훔치게 되더라고요. 그냥 그랬어요.”
“응, 그랬구나......”
“그러다가 한 번 된통 걸린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사정하다가 주인에게 강제로 당한 적도 있고...... 아까 강주씨도 나 그러려고 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겁도 안 나고 오히려 간이 커지더라고요. 옳지! 이놈들 너희도 한 번 당해봐라. 왜 저기 북문시장에 큰 슈퍼 있잖아요? 거기 남자는 내가 집어넣어 버렸잖아. 쿡쿡...... 성폭행으로...... 그래서 합의금 받아내고 풀어주고......”
“뭐야? 너 정말...... 그럼 나도?”
“푸훗...... 강주씨도 아까 나 손댔으면 지금쯤 유치장 안에 있을 걸. 그래서 내가 일부러 뻣뻣하게 굴은 건데...... 쿡쿡...... 그런데 아까 왜 참은 거예요?”
“그러게...... 그러고 보니 정말 ...... 모르겠어. 한 번도 잡힌 여자들 그냥 보낸 적이 없었는데, 왜 너는 그러고 싶지 않았을까? 못생겨서 그랬나? 쿡쿡......”
“뭐라고요? 이리 와! 죽었어.”
“하하하...... 그만, 그만, 알았어. 미안해.”
“강주씨...... 나 같은 여자 또 만나면 신세 망치니까 여자생각나면 이제 나를 불러요. 자기가 부르면 바로 올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잖아. 친구가 잘못 되면 나도 맘이 안 좋을 것 같으니까...... 어차피 나는 여기저기 다 망가진 여자라서 괜찮아요.”
“망가지긴 네가 뭘...... 얼굴에, 몸매에...... 아직도 한창 때 아가씨 같은데......”
“바보 같은 소리...... 여자가 아이를 못 낳아서 이혼을 당했을 땐 모두 끝난 거예요...... 강주씨 같으면 제 자식도 못 낳아주는 여자랑 살겠어요? 게다가 이제는 제법 혼자 사는 법도 터득해서 학교든 교육청이든 여기저기 곤란한 문제들 생기면 가랑이 벌려서 해결하니 오히려 더 해결이 빠르더라고...... 호호호...... 하지만 뭐...... 자기들도 내 위에서 헐떡거리는 건 좋아하지만 같이 살자면 아마 십리 밖으로 도망갈 걸? 호호호......”
“......”
“그래도 나 같은 여자 정말로 따뜻하게 친구 해줄 거면...... 우린 친구니까 강주씨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러자...... 최강주는 홍혜숙이랑 영원한 친구다. 땅,땅,땅.”
“그럼, 약속해요. 어서......”
혜숙은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는 강주의 손을 끌어 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한다. 강주는 공연히 혜숙을 위로해 주고 싶은 기분이 들어 순순히 응한다.
“그럼 이제 정말로 우린 친구니까 배신하기 없기다. 쿡쿡...... 부부는 등 돌리면 남이라지만 친구는 그런 거 없는 거다. 우리 친구...... 출세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하고 자라고 부탁해도 내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아까 강주씨 그랬지? 나...... 전문가거든. 그러니까 내가 어리바리한 총각한테 들어붙을까 봐 걱정은 하지 말고...... 쿡쿡......”
혜숙은 말을 이으며 강주의 사타구니를 흩어서 불알을 붙들고 장난스럽게 흔들어 준다.
“그래, 말만 들어도 고맙다. 아...... 혜숙아...... 오늘 밤은 생각이 많다. 우리 자자. 꼭 끌어안고......”
“푸훗, 여보세요. 아저씨. 왜 이렇게 애기처럼 굴어?”
“그래 앞으로 내가 네 애기 해 줄게...... 아유......찌찌 이리 줘 봐...... 배고프다.”
“에이...... 씨바...... 저 년 또 왔네......”
“네? 소장님. 누구요?”
“응? 아, 저기 저 년...... 개량한복 입은 년.”
“그 여자가 왜요?”
“아...... 저거...... 아무리 봐도 도둑년 같은데 씨바...... 잡지를 못하겠더라고.”
“그럼 제가 매뉴얼대로 따라다니며 눈치를 좀 줄까요? 그럼 알아서 나가지 않겠습니까?”
“아냐. 그냥 둬. 그래서 내가 저 년 잡으려고 며칠 전에 작업을 좀 해 뒀어. 부소장은 여기서 그냥 레지아웃이나 하고 있어. 내가 저년 오늘은 꼭 잡고 말 거야.”
강주가 이 매장에 부임하고서 눈치가 수상한 손님들 거의 대부분을 적발해 내 이제는 어쩌다 하나씩 잡혀도 그야말로 뜨내기에다가 반찬 값 절약하자는 정도라서 애교로 봐 줄만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도둑을 잡아내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강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장본인이 바로 지금 매장 안에서 바구니를 들고 쇼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저기...... 언니야. 너희들은 계산대 가서 포장 좀 도와줘라. 너도......”
강주는 오히려 매장 뒤쪽에 포진하고 있는 여직원들을 일부러 자리를 비우도록 속삭여 지시하고, 여직원들은 평소와 다른 엉뚱한 지시를 하는 게 이상했지만 어쨌거나 강주의 지시는 매장 안에서는 법률이나 다름없으니 이내 자리를 뜬다.
슬쩍 코너를 돌아 나오면서 여자를 흩어보지만 바구니 외에 들고 있는 것은 손지갑뿐이라서 달리 담아갈 데도 없는데 번번이 눈이 마주치는 것이 수상하기 짝이 없다.
“혹시 저 년을 술집에서 봤나? 아니지...... 술집 계집애 같으면 분명 아는 체를 했을 텐데......”
다시 안내대로 돌아와 매장 전체를 흩어보는데 여자가 보이질 않는다.
“소장님, 아무 것도 아닙니까?”
“응? 아니야...... 분명히 뭔가 있어. 지금도 그 여자 안보이지?
“저쪽 냉장코너 쪽에 있는데, 지금 진열대에 가려서 안 보이는데요.”
“그래. 부소장...... 저 년이 번번이 저런다고...... 오늘은 저거 맛 좀 보여줘야 돼. 자넨 여기 그대로 있어. 알았지? 눈치 못 채게......”
“네, 알았습니다.”
강주는 이미 여러 번 수상하다는 생각을 했으나 확신이 서질 않아 그냥 보내놓고 난 후 이 여자의 행동패턴에 맞추어 벽 진열대 뒤 창고로 들어가 구멍을 내 둔 적이 있었다. 진열대 벽체에는 걸고리나 후크 따위를 걸 수 있도록 구멍이 나 있다. 그곳을 송곳으로 후벼 파 창고로 들어가서 보면 안내 데스크에서는 보이지 않는 매장 뒤편이 고스란히 한 눈에 들어온다.
“이년...... 어디...... 걸리기만 걸려 봐라. 아, 씨바...... 전임소장은 도대체 어쨌기에 이렇게 도둑년이 많은 거야?”
잠시 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쭈그리고 앉아 벽에 코를 바짝 대고 붙어있는 강주의 시야에 그 여자가 들어온다. 여자는 역시 앞에서 보이지 않도록 진열대 끝 END 진열대에 붙어 물건을 고르는 척 좌우를 둘러보며 얼른 바구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놓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유히 시야에서 벗어난다.
“뭐야? 저년...... 도대체...... 감시하는 거 눈치를 챘나? 알 수가 없네......”
강주는 할 수 없이 다시 안내대로 돌아와 갸우뚱거리며 매장 쪽을 바라보고 그 표정을 본 부소장은 이미 짐작이 가는 듯 어찌 됐냐고 묻지도 않는다.
그 여자는 또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강주는 몇 번이고 예전과 다름없이 매장을 반복해서 오가는 여자의 모습에 이제는 신경질이 날 정도로 약이 올라 있다.
“에이, 씨바...... 부소장. 저거 나갈 때 무조건 사무실로 데리고 와.”
“네? 아! 확인하셨습니까?”
“아니야.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실례 범하지 말고 소장이 잠시만 보자고 한다고 해. 그냥 타일러서 앞으로나 못 하게 해야 되겠어.”
“아니? 그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시려고요?”
“에이...... 누가 드러내놓고 하나? 저거 새파란 년이 아주 영악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그냥 단골로 자주 오시니 고맙다고 증정품이나 몇 개 주면서...... 내가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만 심어주고 말아야지.”
“하하하......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이...... 씨바......”
강주는 잔뜩 벼르다가 별 소득도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버리고 잠시 후 부소장이 손님을 모시고 들어선다.
“아유...... 뭘 자꾸 주신다고 그러세요. 전 괜찮다니까......”
“아, 네. 이리 앉으세요. 자주 오시니 고마워서...... 부소장. 뭐해? 창고에 가서 뭐...... 증정품 쓸 만한 거 많잖아...... 좀 가져와.”
부소장이 나간 후에도 여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서 있고 여러 차례 앉기를 권해도 괜찮다며 앉지를 않는다. 괜한 여자 잘못 건드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지만, 순간 강주의 머리에 휙 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실수라면 큰일이니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미쓰김 좀 나가 있어라. 부소장은 데스크에 있으라고 하고......”
“네, 알았습니다.”
미쓰김에게는 너무 자주 있는 일이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서 나가며 문을 잠근다. 문을 잠그며 나가자 그제서 여자는 약간 당황한 빛을 띠고 강주는 재차 앉기를 권한다.
“자, 이제 마음 편히 앉으세요.”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강주가 문을 잠그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그저 여직원이 나가면서 무심결에 문을 잠갔을 뿐이다. 직원을 내보내고 부소장을 대기하라고 한 것은 단지 쇼핑 오신 손님에게 이런 저런 매장 분위기에 대해 비밀리에 설문조사를 부탁하려고 했을 뿐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좀 앉으세요. 제가 뭐...... 설문조사로 좀 여쭤볼 것도 있고 해서......”
“아...... 네......”
더 이상 사양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엉거주춤 앉는 여자의 모습을 눈 여겨 보는 강주의 눈초리가 매섭다. 오감을 열어두고 집중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냥감을 노려보는 맹수의 그것이었고 천천히 긴장을 풀어 담배로 손이 가는 것을 보니 그 중에서 무언가 건진 모습이다.
“자주 오시네요? 어디...... 이 근처 사시나 봐요.”
“네? 아...... 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도 항상 한복을 입으세요? 그런 옷이 좋으시면 뭐...... 월남치마 같은 것도 괜찮지 않나요? 여전히 풍성하고 공기 잘 통해서 좋을 텐데......”
“네?”
“이제 꺼내 놓으시죠? 군데군데 울퉁불퉁 그 정도면 무겁기도 꽤 무거울 텐데...... 도대체 속에 뭐가 있는 거요?”
“있긴 뭐가 있다고 그래요? 어머! 이 아저씨가 왜 이래. 사람 어찌 보고...... 저리 비켜요. 가겠어요.”
발끈 화를 내고 서둘러 일어서 나가려는 여자의 팔을 붙잡아 돌려 세운다.
“어머! 왜 이래요? 여자한테...... 아저씨 자꾸 이러면 성폭행으로 신고할 거예요? 빨리 못 놓겠어요?”
강주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여자를 밀치며 치마폭에 손을 갖다 댄다. 여자가 이렇게 버티는데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피차 막판인 것이다. 실수라면 명예훼손에 성희롱 따위의 부담스런 꼬리들이 따라다니겠지만 어쨌든 애사심에서 비롯되어 그런 것으로 포장되지 않겠는가?
“야...... 이거 아주 고약한 년일세...... 이게 다 뭐야? 당장 안 꺼내 놓을래?
강주가 손에 잡히는 것 중 하나를 붙들고 흔들어대니 포기한 듯 여자가 주저앉는다.
인터폰을 들어 미쓰김을 호출하니 부소장도 내심 궁금했는지 함께 들어온다.
“미쓰김, 이거 넘겨버려.”
미쓰김은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공갈전화를 하고선 사무실을 나가버리고 부소장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 나선다.
“자 이젠 다 꺼내.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훔쳐갔냐? 내가 널 잡으려고 벌써 언제부터 벼른 줄이나 알아? 아...... 좆같은 년.”
“......”
“이리 와. 이년아”
여자를 가까이 끌어당겨 치마폭을 두드리니 여기저기서 많은 물건이 만져진다.
“이거? 씨바...... 도대체 어떻게 집어넣은 거야? 이거 완전히 전문가네...... 전문가.”
이곳저곳 건드려도 여자는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마치 마네킹처럼 협조도 않고 요지부동이다. 저고리를 들춰 개량한복 치마의 허리춤을 잡아당기니 끈을 고무줄로 개조하고 그 속에는 바지로 된 한복을 덧입고 있었다. 바지에는 마치 각설이 옷처럼 커다란 건빵 주머니를 달고 그 속에서 많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씨바...... 넌 덥지도 않냐? 이렇게 껴입고...... 그래서 네가 저 구석에서 자꾸 뭘 꺼내는 것처럼 보였구나. 사타구니로 쳐 집어넣는 걸 모르고...... 와~ 이게 다 얼마치냐?”
“......”
“너......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안 하는데 배 째라 이거냐?”
“......”
“지갑 이리 내. 이년아.”
여자의 손지갑에는 놀랍게도 백만 원 권 수표가 두 장이나 있었다. 강주는 아무 말 없이 수표와 나머지 지폐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계속 지갑을 뒤져나간다. 여자는 그제서 치마를 다시 끌어올리며 강주에게 입을 뗀다.
“아저씨, 그 돈 다 드리면 봐주실 거예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너, 아까 신고하는 거 못 봤어?”
“가짜로 하는 거 다 봤어요...... 아저씨, 미안해요. 다시는 이 매장 안 올게요.”
“오호라...... 역시 너 전문가로구나? 어쩐지...... 여기저기 많이 다니나 보지? 좋다. 그래, 앉아라. 선수로 예우해 주지. 긴장하지도 않았겠지만 어쨌든 긴장 풀고...... 너, 담배 피우냐?”
“하나, 주세요.”
“이건 뭐야? 홍...... 혜...... 숙. 너 공무원이냐? 이 신분증은 뭐야? 위조한 거야?”
“아니요. 저...... 학교에 나가요.”
“뭐야? 그럼 선생이란 말이냐? 나 원......”
“그동안 제가 훔쳐간 거 다 합해도 오십만 원도 안 돼요. 그러니 저 돈 갖고 이제 그냥 보내주세요.”
“너...... 주제를 모르고 자꾸 그렇게 도도하게 굴면 진짜 확 넘겨 버린다. 이런...... 좆같은 년. 학교고 뭐고 다 좆 되는 거야. 알아?”
“그러면 저녁에 만나요. 그래도 안 돼요?”
“허 참, 이거 아주 사람 질려버리게 만드네. 야. 너 그렇게 나오니까 은근히 매력 있다? 남편은 뭐하는 사람이냐?”
“남편 같은 거 없어요.”
“결혼을 안 한 거야?...... 아니면 이혼 한 거야?......”
“이혼했어요.”
“하, 이것 참...... 대답을 하기 시작하니 맹랑하게 잘하네. 너, 그러지 말고...... 나하고 친구할래? 나 오늘 너 같은 애는 처음이라 굉장히 혼란스러운데, 앞으로 우리 서로 연구를 좀 해보자. 허헛 참......”
“그쪽 몇 살인데요? 제가 더 많을 것 같은데요?”
“그쪽? 하하...... 아, 씨바...... 좋다. 뭐, 남녀 간에 친구하는데 나이가 꼭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 내가 몇 살 어리면 어때? 그래서 싫어?”
“내가 싫다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 할 수 없잖아요?”
“하...... 씨바, 쌀쌀맞긴...... 이거 내가 통사정하는 것 같은데 너랑 나랑 뭔가 입장이 많이 바뀐 것 같지 않니?”
“푸훗......”
“웃어? 너, 저 돈은 뭐냐? 무슨 돈이야?”
“그냥, 컴퓨터나 바꿀까 싶어서 은행에서 찾은 거예요. 훔친 거 아니니까 안심해도 돼요. 왜요? 이서라도 해 드려요?”
“됐다. 자...... 한 장은 그간 가져간 것으로 치고 나머지는 돌려줄게......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제 친구하기로 했는데, 친구 돈을 등쳐먹을 수야 없잖아. 안 그래? 피차 선수끼리...... 자, 여기 내 명함이야. 나중에 전화 하든지...... 싫으면 말고......”
“돈 다 가져요. 컴퓨터 안 바꿔도 되니까...... 내가 전화 안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휴...... 모르겠다. 널 보니까 내가 뭐 하는 짓인지 그냥 많이 헛갈린다. 저기 쇼핑백 있지? 물건 거기에다 담아갖고 가. 에이...... 씨바...... 평소 같으면 지금쯤 한참 응응응 하고 있을 텐데...... 너 혹시 최면술 같은 거 하는 거 아냐?”
“푸훗...... 고마워요.”
강주가 장난스럽게 허리를 놀리며 일어서자. 여자도 따라 일어서 짐을 꾸린다.
강주는 확실히 보통의 범위를 넘어 보이는, 낯 도깨비 같은 여자에게서 어떤 연민을 느꼈는지, 아니면 극에서 극으로 치달리는 변화무쌍한 태도에 정말 기가 질렸는지 마치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작정하고 들이대는 여자를 기약도 없이 순순히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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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상가 번영회장이 찾아왔다.
“소장님, 어제 왔더니 안 계시데......”
“아이고,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절 찾으셨다구 해서......”
“예, 우리 창고가 비좁아서 3층에 비어있는 점포를 잠시만 사용했으면 싶어서요.”
“예? 에이 안 돼요. 외부에서 보기도 안 좋고......더구나 점포가 비어 있어야 계약도 빨리 될 거구......”
“아, 그렇습니까? 이거 큰일 났네요. 물건은 곧 들어올 텐데...... 저는 회장님만 믿고 있었는데......”
“그건 둘째 치고 나야말로 소장님한테 섭섭한 일도 있어서 겸사겸사 왔습니다.”
“예? 제게 섭섭하신 일이 있다고요?”
“거...... 액세서리 가게 말입니다. 저하고 한 번 상의도 없이 턱하니 자리를 내주면 어떻게 합니까? 재계약이 될 거였는데......”
“아, 그거 말씀입니까? 아니에요. 저에게는 이미 철수한 후에 오셨는데요.”
“에이, 뭘 그래요. 뭔가 언질이 있었으니 그랬겠지. 아무튼 3층은 못씁니다. 그렇게 아세요.”
번영회장이 나가는 뒤통수에 눈을 흘기며 미쓰김이 한마디 한다.
“어머, 웃겨...... 소장님, 그럼 어떻게 하죠?”
“그러게 말이다. 뭔가 단단히 오해 한 모양이네.”
“소장님이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할 수 없지. 뭐...... 왔다 갔다 하려면 직원들이 힘들까봐 그렇지. 외부에다 얻으면 못 얻을 것도 없어. 젠장......공짜로 쓸까 했는데 생돈 들게 생겼네. 아...... 씨바...... 거, 기분 굉장히 꿀꿀하네......”
강주는 부소장에게 매장을 맡기고 나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아......씨바...... 술 무지하게 취하네...... 응? 뭐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최강주 소장님?”
“네. 그런데 누구시죠?”
“벌써 목소리 기억 안 나세요? 저, 홍혜숙이에요.”
“아! 친구...... 내 친구...... 혜숙이.”
“벌써 어디서 술 많이 마셨나 봐요? 다음에 전화 할까요?”
“아니야. 아니야. 친구가 왔는데...... 지금 어디서 전화 하는 거지?”
“저...... 매장 근처예요.”
“응...... 그러면 매장에서 찻길 건너서 골목으로 쭉 들어오면 엉터리 식당이라고 있을 거야. 나도 그쪽으로 갈 테니까, 친구도 그리 와. 거기서 만나자고......”
“네, 그래요.”
강주는 수원영업소로 부임한 후 그럭저럭 호시절을 구가하며 지내는데, 번영회장과의 일로 적잖이 기분이 상해 있었다. 그렇지만 번영회장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자기 권한 안에서 합리적인 결정으로 빈 점포를 줄 수 없다고 했을 뿐, 오히려 무리한 부탁이라면 강주가 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주는 화 풀을 길이 없어 더욱 속이 상해 홧술을 마시고 있었다.
혜숙은 예쁜 정장치마를 갖춰 입고서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 선 치마가 저녁 훈풍에 살랑거린다.
“야...... 친구야. 이렇게 하고 오니까 이젠 네가 더 어려 보인다. 야.”
“푸훗...... 자꾸 웃기지 말고...... 술 더 드시겠어요?”
“너는 저녁 먹었어?”
“아직 전이에요.”
“그럼 뭐...... 멀리 갈 거 있나? 여기서 먹지. 술도 한 잔 하고......”
부대찌개가 보글거리고 강주와 혜숙은 오래 된 친구처럼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친구야...... 이제 너도 말 놓아라. 선수끼리 왜 자꾸 존댓말이야? 끝내 내가 친구로 싫어서 그래?”
“푸훗, 아니에요. 우리 친구 해요. 나도 좋아요.”
“그런데, 왜? 지금도......”
“뭐, 친구끼리는 존댓말 하면 안 되나요? 마음만 통하면 친군데...... 팔십 노인하고도 친구고...... 스무 살 청년하고도 친구 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존댓말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씨바...... 그러면 나보고도 존댓말 하라는 거잖아?”
“어머? 누가 그러래요? 그냥 내가 편한 대로 할게요. 나중에 더 편해지면 그때 반말 할게요. 술 많이 됐어요. 투정 부리지 말고 이제 그만 나가요.”
“그래, 어디 갈까? 이제 맥주 마시러 갈까?”
“내가 안내할게 따라와요.”
혜숙은 강주의 팔짱을 끼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강주를 인도한다. 밤길을 한참 걸어 몇 블록쯤을 걸었는지 주변 경관이 낯설어질 즈음 여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이 결혼을 앞둔 애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다정해 보인다.
“저, 씻고 나올게요. 기다려요. 먼저 잠들면 그냥 가 버릴 거예요.”
“집에서 나올 때 안 씻었어? 그냥 이리 와.”
“아까 식당에서 화장실도 다녀왔잖아요. 그럼 그냥 뒷물만 하고 나올게요.”
“그래, 혼자 있기 싫어. 빨리 와.”
“어머! 웬 어리광? 잘 하면 젖 달라고 하겠네요?”
“그럼 안 줄 거야?”
“글쎄요? 젖먹이 친구는 내 사주에 없는 것 같아서...... 푸훗......”
“하하하......”
강주는 물소리를 들으며 옷을 벗어 한 쪽으로 던져두고 벌렁 드러눕는다.
“자, 강주씨도 씻어요.”
“야...... 섹시한데...... 아까는 한복이 풍성해서 그랬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비행기 그만 태우고 얼른 씻어요.”
“싫어. 그냥 자자. 자, 이리 와.”
“아이, 싫어...... 읍...... 으음...... 싫다....니까.....으흡......”
“쭙....... 쭈룹...... 아...... 좋다......”
“아유, 술 냄새...... 양치라도 하고 올 것이지.”
“너도 마셨는데 술 냄새가 맡아지니? 난 모르겠던데......”
“에이그, 친구니까 봐 줄...... 으흥...... 저것 봐...... 손도 안...... 씻고...... 집어...... 넣으면 어째?”
강주는 어느새 젖꼭지를 입에 물어 혀를 굴려가고 한 손은 혜숙의 음순을 흩어내려 손가락으로 질벽을 희롱하고 있다.
“으흠...... 너도 물이...... 많니?”
“아흑...... 엄...... 마...... 살......사알......해...... 강주씨이......”
“물이 많으냐니까?”
“흐윽...... 아유, 바람둥......이 같이...... 그런 ...... 걸...... 엄마야...... 싫어!”
“가만히 있어 봐.”
강주는 몸을 일으켜 혜숙의 사타구니로 코를 박는다. 몸을 사리는 혜숙의 아랫배를 이마로 누르고 손가락으로 음순을 헤집어 공알을 혀로 굴려준다.
“흐루룹...... 흐룹...... 쭈우웁......후룩.”
“아학, 엄마...... 흐응...... 싫어...... 흐윽...... 하...... 지 마......”
새콤한 냄새가 이렇게 정겨운지 미처 몰랐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당돌하기 짝이 없는 이 계집애에게는 그냥 너그럽게 대해주고 싶다. 코를 박아 냄새를 즐기며 긁어주기도 하고 간혹 이로 물어 잘근잘근 씹어주니 혜숙의 고개가 뒤로 꺾이고 강주는 갈증을 느끼며 쏟아지는 물을 달게 들이킨다.
“쭈우우웁...... 후룩...... 쭈루루룹...... 후릅. 으음......”
“아악! 엄마야...... 아항...... 으흐윽...... 아학. 그만, 그만. 제발......”
혜숙은 있는 힘을 다해서 강주를 사타구니에서 떼어놓고 힘겹게 숨을 고르며 밉지 않게 눈을 흘겨 사정을 한다.
“하......악, 하악, 이제...... 그마....... 안. 나, 그런 거...... 싫어...... 엄마야!”
강주는 장난스럽게 침대로 뛰어올라 혜숙의 몸 위로 엎어지고 혜숙은 그런 강주의 좆을 잡아 천천히 질구멍에 맞춰준다.
“으흥...... 강주씨...... 으흥...... 으흥...... 천천......히......”
“응, 그래...... 사알...... 살......히힛”
“푸훗, 장난꾸러기 애기 같...... 애, 흐윽, 아유, 그렇게...... 깊이...... 말...... 고......”
“조금...... 만 있어...... 봐. 후욱, 후욱,”
“아학, 아학, 으흥...... 으흥......
혜숙은 마치 엄마 뱃속에서 웅크린 아기처럼 다리를 바짝 웅크려 무릎이 어깨에 턱턱 부딪히는 소리를 내도록 엉덩이를 들어 강주를 받아들이고 강주는 양손으로 혜숙의 발을 잡고 엉거주춤 앉아 혜숙의 보지를 찍어 내리고 있다. 방안에는 오직 두 사람의 살 부딪히는 소리와 거친 호흡소리만이 울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학, 아학, 아학, 아아악, 으흐응...... 으흥...... 으윽, 아항......”
“턱, 턱, 턱, 뿌적, 뿌적.”
“훅, 훅, 훅, 흑, 훅.”
“아흑, 우우욱, 아학, 여......보...... 우흐응...... 여보! 여보! 아하아아앙......” 그만. 그만. 나 해 버렸어어...... 여보......“
“벌써?...... 조금...... 허억...... 만 기다...... 려...... 허억.”
“하아아 하아아 하아앙...... 엄마야...... 하아앙...... 여..... 보......그마안 흐으으응.”
“으흑. 다...... 됐어......울컥. 울컥. 울컥.”
“아아아학, 흐어어엉...... 아하학.”
“헉, 허......억, 헉, 헉, 후우우우우......”
“쭈룹, 흐루룹, 흐음...... 으으흠..... 아이.... 숨 막혀...... 헉, 헉헉.”
강주는 뜨거운 좆물을 한껏 혜숙의 몸 안에 뿌려주고 다시 가슴을 주무르며 입술을 찾아 마구 빨아들인다. 혜숙에게서 나는 향기로운 단내가 아직도 강주를 자극한다.
“아하아앙...... 이제 그만...... 이제...... 아이잉......”
“허억, 헉, 헉 으으흥......”
“하으으응...... 이제 먼저...... 씻으세요. 하아, 하아......”
“뭘 씻어? 그냥 자자...... 휴우...... 휴우......”
“집에 안 들어가도 안 혼나요? 내일 어쩌시려고......”
“젠장...... 아무도 없는 집에 가면 뭐해? 이렇게 혜숙이 끌어안고...... 왜? 너 가야 돼?”
“강주씨? 결혼 안 했어요?”
“으응? 아! 하하하...... 바보, 나 결혼 한 줄 알았구나?”
“어머! 그랬어요? 어머머머...... 자칫 했으면 이렇게 고추도 실한 총각 신세 망칠 뻔 했네? 호호호......”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휴...... 요즘 나 작정하고 도둑질하러 다니거든......”
강주는 몸을 틀어 팔베개를 해준 후 혜숙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다음 말을 기다리고 혜숙은 강주의 겨드랑이 털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잇는다.
“사실 우리...... 신랑도 이런 매장 책임자였어요. 거기선 점장이라고 하던데......”
“오...... 그래? 그렇지 점장이라고 하는 곳도 있지. 그래서......?”
“뭐, 별 거 아니에요. 내가 애를 못 가진다고 이혼하고, 아니...... 시어머니가 이혼 시킨 거나 다름없죠. 나야 아기를 못 낳는 약점이 있으니 두고 보고만 있었고, 그렇게 죽고 못 살던 남편도 결국 모른 척 자기 어머니 말씀을 따르더라고요. 삼년 만에 이혼 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슈퍼에 뭘 사러 가면 시집에 괜한 복수심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하나씩 훔치게 되더라고요. 그냥 그랬어요.”
“응, 그랬구나......”
“그러다가 한 번 된통 걸린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사정하다가 주인에게 강제로 당한 적도 있고...... 아까 강주씨도 나 그러려고 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겁도 안 나고 오히려 간이 커지더라고요. 옳지! 이놈들 너희도 한 번 당해봐라. 왜 저기 북문시장에 큰 슈퍼 있잖아요? 거기 남자는 내가 집어넣어 버렸잖아. 쿡쿡...... 성폭행으로...... 그래서 합의금 받아내고 풀어주고......”
“뭐야? 너 정말...... 그럼 나도?”
“푸훗...... 강주씨도 아까 나 손댔으면 지금쯤 유치장 안에 있을 걸. 그래서 내가 일부러 뻣뻣하게 굴은 건데...... 쿡쿡...... 그런데 아까 왜 참은 거예요?”
“그러게...... 그러고 보니 정말 ...... 모르겠어. 한 번도 잡힌 여자들 그냥 보낸 적이 없었는데, 왜 너는 그러고 싶지 않았을까? 못생겨서 그랬나? 쿡쿡......”
“뭐라고요? 이리 와! 죽었어.”
“하하하...... 그만, 그만, 알았어. 미안해.”
“강주씨...... 나 같은 여자 또 만나면 신세 망치니까 여자생각나면 이제 나를 불러요. 자기가 부르면 바로 올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잖아. 친구가 잘못 되면 나도 맘이 안 좋을 것 같으니까...... 어차피 나는 여기저기 다 망가진 여자라서 괜찮아요.”
“망가지긴 네가 뭘...... 얼굴에, 몸매에...... 아직도 한창 때 아가씨 같은데......”
“바보 같은 소리...... 여자가 아이를 못 낳아서 이혼을 당했을 땐 모두 끝난 거예요...... 강주씨 같으면 제 자식도 못 낳아주는 여자랑 살겠어요? 게다가 이제는 제법 혼자 사는 법도 터득해서 학교든 교육청이든 여기저기 곤란한 문제들 생기면 가랑이 벌려서 해결하니 오히려 더 해결이 빠르더라고...... 호호호...... 하지만 뭐...... 자기들도 내 위에서 헐떡거리는 건 좋아하지만 같이 살자면 아마 십리 밖으로 도망갈 걸? 호호호......”
“......”
“그래도 나 같은 여자 정말로 따뜻하게 친구 해줄 거면...... 우린 친구니까 강주씨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러자...... 최강주는 홍혜숙이랑 영원한 친구다. 땅,땅,땅.”
“그럼, 약속해요. 어서......”
혜숙은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는 강주의 손을 끌어 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한다. 강주는 공연히 혜숙을 위로해 주고 싶은 기분이 들어 순순히 응한다.
“그럼 이제 정말로 우린 친구니까 배신하기 없기다. 쿡쿡...... 부부는 등 돌리면 남이라지만 친구는 그런 거 없는 거다. 우리 친구...... 출세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하고 자라고 부탁해도 내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아까 강주씨 그랬지? 나...... 전문가거든. 그러니까 내가 어리바리한 총각한테 들어붙을까 봐 걱정은 하지 말고...... 쿡쿡......”
혜숙은 말을 이으며 강주의 사타구니를 흩어서 불알을 붙들고 장난스럽게 흔들어 준다.
“그래, 말만 들어도 고맙다. 아...... 혜숙아...... 오늘 밤은 생각이 많다. 우리 자자. 꼭 끌어안고......”
“푸훗, 여보세요. 아저씨. 왜 이렇게 애기처럼 굴어?”
“그래 앞으로 내가 네 애기 해 줄게...... 아유......찌찌 이리 줘 봐...... 배고프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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