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28부-
“소장님, 저 면회 다녀올게요.”
“그래, 사무실에는 미쓰오 보고 있으라고 하고......”
“어머! 왜 하필 미쓰오 언니지요? 소장님...... 혹시...... 아침부터......”
강주는 허리를 숙여 미쓰김의 엉덩이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때려준다.
“아이고, 이 물귀신아. 아무면 어때서 그러니? 그러면 미쓰정 보고 지키라고 해.”
“호호호...... 네, 알았습니다.”
“부소장도 상황은 잘 알고 있을 테고, 혹시라도 직장문제로 고민하거든...... 이미 의왕매장에 근무하는 걸로 처리해 뒀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
“소장님, 거긴 아직 오픈도 안했잖아요?”
“그럼, 밥 굶으란 소리냐? 우선 인사코드만 잡아 두는 거니까 괜찮아...... 돈이야 내가 주면 그만이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뭐 필요한 거 있나 잘 좀 알아보고......”
“네, 다녀올게요.”
강주는 부소장이 자리에 없는 관계로 종일 계산대 근처를 떠나지 못한다. 모처럼 만의 일이다. 한참 안내방송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부녀회 총무가 서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강주는 반갑게 눈인사를 하고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어제 늦게까지 술 마셨다면서?”
“네...... 형님은 술이 약한지 별로 안마시고 떨어지던데......”
“이제 어떻게 하니? 어제 난 놀라서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
“하하하...... 뭘 그렇게 걱정해요? 뭐...... 어떻게 되겠지요. 그래, 형님 출근은 늦지 않게 했어요?”
“겨우 겨우 일어나서 나갔어.”
“누님,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편하게 생각해요.”
“어떻게 고민을 안 하니?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
“말 좀 해봐.”
“나중에...... 나, 지금 부소장이 없어서 자리 지켜야 하거든......”
강주는 부녀회 총무를 따라 어슬렁거리며 매장을 돌다가 다시 계산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마침, 배달사원이 들어와서 강주에게 말을 전한다.
“소장님, 밖에 어떤 분이 찾으시는데요.”
“누가?”
“여자 분인데 팥빙수 코너 앞에서 기다린다고......”
“그래, 알았다.”
부소장 부인이었다. 흰색 원피스에 천막빛깔이 투영되어 분홍빛으로 물들어있고 여전히 웨이브 진 긴 머리는 등에서 찰랑거리고 있다. 뒤에서 부르자 돌아보는 그녀의 짙은 눈썹이 강주의 동공으로 빨려 들어온다.
“아! 지금 보고 오시는 길이신가요?”
“네...... 안녕하셨어요?”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우선 사무실로 가시죠.”
“네......”
사무실에는 미쓰오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강주가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선다.
“미쓰오, 차 좀 준비해 주고 계산대에 가 있다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네, 소장님.”
“그래, 많이 놀라셨죠?”
“흑...... 지금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뭐, 일이 안 풀리다보니 그랬나 보죠. 부소장이 나쁜 맘으로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그 또래 아이들이 원래 맹랑하잖아요.”
“......”
“어제 제가 그...... 담당형사가 소개해 주는 변호사를 벌써 선임해 뒀습니다. 지금 피해자 측하고 합의도 끌어내고 있는 중이고...... 뭐...... 본인이 다 시인한 사건이고 하니까 썩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
“그래도 일단 구치소로 옮기고 검찰에서 부를 때까지는 시일이 제법 걸릴 건데 지금 살림은 어떠십니까? 제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전에도 도움을 여러 번 주셨는데, 인사도 못 드리고 번번이......”
“어어...... 아닙니다. 그런 걱정 하지 마세요. 부소장이 나오는 대로 할 일도 이미 정해 두었으니까 걱정 마시고 그동안이라도 사모님이 잘 계셔야지요. 급여일에 맞춰서 부소장 월급 계좌로 계속 같은 금액을 송금해 드리면 우선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으실지......”
“아뇨. 아니에요. 돈 부탁드리러 온 게 아니고요. 사실 그이에게 소장님께서 새로 오픈하는 매장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아무 일이라도 일을 좀 거들 수 있게 해 주시면...... 소장님께 신세도 갚아야 하고......”
“아...... 하하하......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니면 까짓 거 부소장이 가불하는 걸로 해도 되고요. 어차피 부소장은 제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고, 본인만 싫다고 안하면 앞으로도 저하고 같이 일을 하게 될 겁니다. 굳이 무리해서 사모님까지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면회를 다녀 온 미쓰김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소장님, 다녀왔습니다.”
“응, 그래. 수고했다. 인사 드려라. 부소장님 사모님이시다.”
“어머! 안녕하세요? 제 앞에 다녀가셨다더니......”
“아! 네, 거길 다녀오시나요?”
“네, 제가 보냈습니다. 그래...... 뭐 필요한 거는?”
“소장님이 주고 가신 돈이 넉넉해서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하시던데요. 그리고......”
“응, 그리고?”
“저...... 이제 곧 어디로 넘어가신다고 면회 오지 말라고 하시면서...... 나올 때까지 사모님 좀 잘 돌봐 달라고...... 소장님께 죄송하다고......”
“그래, 알겠다. 계산대에 좀 나가 있어라. 미쓰오는 이제 볼 일 보라고 하고......”
“네...... 참...... 어떤 분이 이거 전해 드리라고 하면서 주시던데요.”
“뭔데?......”
미쓰김이 전해 주는 명함을 받아보니 다방을 하는 정아의 동생 정필이었다.
“이걸 왜?...... 어디서...... 경찰서에서?......”
“네......”
“그래, 알았다. 나가 봐라.”
“저...... 그이가 언제가 됐든 나오기야 하겠지만 저도 할 수만 있다면 이 기회에 일을 해 보고 싶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괜히 우울해지기도 하고...... 또 저이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항상 형편도 그렇고...... 또 이번에 소장님께 신세 지는 돈도 모두 갚아드려야 할 텐데......”
“허허...... 참...... 그건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요. 어차피 회사에서 일어난 일인데...... 제가 부소장에겐 아직 못들은 것 같은데...... 혹시 자녀는......”
“아, 아직 없습니다.”
“음...... 그럼 그렇게 한 번 해 보시든지...... 아침 일찍 나오시는데 문제는 없겠지요?”
“네...... 일찍 나올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소장님.”
“자, 그럼 내일부터라도 출근하세요. 지난 번 그 매장 자리는 아시죠? 가서 사장님 찾아뵙고 제가 보내서 왔다고 하세요. 제가 전화 해 둘 테니까요. 저도 조만간 한 번 건너갈 겁니다.”
“네, 그럼......”
함께 근무하던 부소장이 그렇게 되자 내심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부인이 보기와 달리 적극적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어 일면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야 모른 척하고 넘어가지만 마침 강주에게는 임대보증금으로 받은 돈 중 진정이에게 돌려보낸 돈 말고도 아직 여유가 있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그런데...... 또 무슨 일인고......”
무엇을 찾는지 서랍을 열어 뒤적거리다가 전화를 걸어보지만 한참을 신호가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렇겠지...... 붙잡혀 있으면 전화도 뺏겼겠지......”
마땅히 부탁할 만한 사람도 없는 터에 마침 유니폼을 입고 간 미쓰김을 보고 명함을 건네준 모양이다. 예전에 풍물시장에서 신세를 진 메리야스 코너 사장이 아니더라도 왠지 정아에게는 알싸한 정이 있어 도와줄 수만 있다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매장이 비어있어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미쓰김을 세워두고 찻길을 건너 다방으로 들어선다.
“뭐야?...... 이게 왜 이래? 아침부터......”
다방은 기물이 엎어진 채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고, 정아와 정아 모친은 산발을 한 채 얼굴은 온통 마스카라가 번져 흉측하기 짝이 없는 몰골이었다.
“뭐 하러 왔어요?...... 지금 커피 못 마시잖아요. 보면 몰라요?”
강주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테이블을 한 개 일으켜 세워서 소파 앞으로 끌어당기고 자리에 앉는다. 모친은 낯 뜨거운 장면을 보이기 싫은지 아무 말 없이 부엌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정아는 주방에 쭈그리고 앉아 세수를 한다.
말없이 커피를 끓이며 무표정하게 머리를 빗고 있는 정아에게서 또 다른 색감을 발견한다.
“에고...... 미친 놈......”
이 상황에서도 정아를 보고 느끼는 자신을 속으로 자책하며 커피를 들고 와 건너편에서 설탕을 넣고 저어주는 정아에게 묻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처남은 경찰서에 있는 모양이던데...... 여기서 행패 부려서 네가 집어넣은 거야?”
“쳇...... 처남은 무슨 처남이야? 약 올리지 말고 빨리 커피나 들고 가셔......”
“야...... 아무리 그래도 남매간에 이게 무슨 꼴이냐? 모친 마음도 헤아려 줘야지......”
“내가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면?.....”
“흑...... 아유...... 속상해......”
“말해 봐......”
감정을 달래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말을 잇는다.
“큼......큼...... 내가 이 동네에서 어떻게 해서 밥 벌어먹는지는 자기도 잘 알잖아...... 오늘 반상회를 하다가 젊은 년들이 쳐들어 왔더라고...... 마침 내 동생도 와 있다가 그렇게 된 거지......”
“에이그...... 참......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런데 넌 어떻게 안 끌려가고 무사하냐?”
“칫...... 말이라도...... 서방이라는 게..... 나도 끌려갔으면 좋겠니? 제 년들이 날 집어넣으려면 제 서방들도 잡아 쳐 넣어야 되는데...... 그걸 말 하겠어?”
“허허...... 참...... 하긴 그런가 보네...... 그럼 처남이 여자들을 때린 거야?”
“뭐...... 사람들이 워낙 많았으니까 밀치다가 그랬나 보지. 그 애가 정말 때렸으면 여러 년 죽어 나갔지 다들 무사하겠어?......”
강주는 할 수 없이 이미 선임해 둔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사무장에게 빠른 시간 안에 합의를 얻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자, 너무 걱정하지 마. 이제 곧 나올 거야. 폭력이야 뭐...... 합의만 보면 나오니까......”
“핏...... 샌님인 줄만 알았더니 별 걸 다 알고 있네?”
“하하하...... 정아 기둥서방 하려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그건 그렇고 너도 이제 차라리 전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
“아닌 게 아니라 집 주인이 그 꼴을 보더니 가게 빼라고 하더라...... 그 돈 가지고는 어디 가서 가게 얻기도 힘 드는데......”
강주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일어서며 정아에게 당부를 한다.
“난 매장이 비어서 이만 가 볼 테니까...... 처남 나오거든 나한테 좀 오라고 해. 알았지?”
“응, 그래...... 그리고 고마워......”
매장에 돌아오니 잠실영업소 소장이 안내 데스크에서 미쓰김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소장님이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매장 비워두고......”
잠실 소장은 웃으며 멋쩍어하기만 하고 옆에 있는 미쓰김이 안타까운 듯 작은 소리로 보고를 한다.
“아유...... 소장님...... 잠실 소장님이 강등 당해서 부소장님으로 오셨대요.”
“뭐야?...... 아니...... 나한테는 전화도 없었는데...... 미쓰김은 들었어?”
“아니요. 저도 지금 들었어요.”
“일단 사무실로 들어가시죠.”
매출이 높은 매장이라서 본사에서도 신속하게 보충 인원을 발령해주어 새 부소장이 출근했지만 소장 출신 고참 사원이 강등되어 발령을 받아 강주의 입장이 더욱 곤란해지게 되었다.
아마도 김과장을 끌어내기 위해 정보를 흘렸던 것 때문에 연대책임을 물어 떨려 난 것으로 보이니 강주로서는 기가 막혀도 어떻게 말 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김과장 일로 회사에서는 맛을 들였는지 회사에서 내보내기 위한 초석으로 수원영업소를 전진기지 삼아 보내는 모양이었다.
이런 경우 본인이 감수할 경우 단련을 거쳐 다시 소장으로 진출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영업부장과의 통화에서 여러 번 부탁하고 사정도 하였으나 회사에서는 이미 의도적으로 나이어린 소장이 있는 매장으로 보내기로 방침을 정한 듯 소용이 없었다.
직원들 역시 불과 며칠 전까지 한 매장을 책임지던 소장에게 부소장이란 호칭을 사용하기가 매우 쑥스럽고 미안한 노릇이었다.
“저...... 그럼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아! 예.”
“미쓰김, 삼층에 가 있으마.”
다방 꼴이 저 모양이니 그리 갈 수도 없고 마침 점심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삼층의 식당가로 올라간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네?”
“아니, 회사에서는 옷 벗으란 심사 아니겠습니까?”
“네...... 할 수 없죠. 버티는 수밖에......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아...... 이거 참...... 그런 각오시라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부소장님보다 새까만 후배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제가 매장 내에서 존중해 드리기 어렵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사석에서 동료 소장님들을 만나면 물론 형님 대접을 해 드리겠지만 적어도 우리 매장 안에서는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이 매장에서 근무하시는 동안은 서운하셔도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 점은 이해를 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소장님. 저도 그 정도야 각오하고 왔습니다.”
“기존 부소장에게도 그랬지만 거의 전권을 드릴 테니까 여기서 저와 함께 있는 동안 회복해서 다시 진출하셔야지요.”
“네, 고맙습니다.”
“출퇴근은 어떻게 하십니까?”
“전철로 하면 생각보다 빨리 오더군요.”
“그래요. 그럼 잘 해 봅시다. 저기...... 불편하실 테니 책상은 창고 안에 공간을 마련해서 따로 넣어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책상은 필요 없습니다. 소장님. 제 입장은 너무 배려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저도 외람되지만 이 회사생활 십오 년째 아닙니까?”
“그래요.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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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소장님,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네, 그냥 갈 수 없지요. 일부러 왔습니다. 하하하......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세요. 언제 올라올 때, 커피 한 통 들고 오십시오. 우리 커피는 소장님이 다 마시는 것 같은데...... 허허허......”
“아, 회장님. 하루가 다르게 쩨쩨하게 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러지 말고 저 책상 저거는 얼마나 합니까?”
“왜요? 저거 쓰시게요? 아! 소장님이 쓰시겠다면 싸게 드려야지요.”
“아니, 제가 쓸 게 아니고 우리 부소장이 새로 왔는데, 워낙 고참이라 책상이라도 하나 넣어줘야 할 것 같아서......”
“어머! 조금 전에 내려간 분이 새로 온 부소장이에요? 난 본사에서 감독 나온 사람인 줄 알았네. 나이가 들어 보이던데......”
“네, 좌천당해서 왔어요. 저보다도 고참인데......”
“어머나! 그런 수도 있나 봐요?”
“애고......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 뭐...... 소장님, 그럼 사무실에 넣어드릴까요?”
“아니요. 그러면 부소장도 불편할 테니까, 창고 들어가 보면 입구에 책상 하나 정도 들어갈 공간이 나올 겁니다. 그리 넣어 주세요.”
“네, 그럼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지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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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차 드세요...... 어머! 아유, 누가 보면 어쩌려고......”
“여긴 물건에 가려서 아무데도 안보이잖아요. 잠깐만 이리 와요.”
“아이...... 참......”
강주는 번영회장이 배달을 나가자 농 뒤에 숨어 수작을 건다. 강주의 손끝이 바쁘게 움직인다. 치마를 걷어 올려 팬티를 밀치고 손가락을 굴곡을 따라 밀어 넣는다.
“이따가 그이 올라오면 먼저 나갈 테니까 바로 따라 나오세요. 아유, 조금만 참아. 여기서 그러면 어떻게 해? 점점 변태 같이 굴어......”
“아니야, 지금 부소장도 낯설어서 오래 자리 비우면 안 되니까 여기서 잠깐만......”
“찔꺽...... 찔꺽...... 아흑, 아이...... 차암...... 흐윽.”
“와...... 씨바...... 벌써 이렇게 물이 나오네...... 흐흐흐......”
“아흑, 손가락으로...... 흐윽...... 그렇게........ 아학.”
“아휴...... 이거 좆을 못 집어넣으니 아쉬워 죽겠네......”
“아파...... 이제 그만해요...... 아흑...... 올 때 다 됐어요.”
잠시 후 인기척이 들리고 번영회장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강주의 손가락은 물기로 번질거리고 회장부인은 멀찍이서 호흡을 달래고 있다.
“소장님, 내려가서 한 번 보세요. 자리가 잘 잡혔는지......”
“뭐, 쓸 사람이 알아서 고치겠지요. 자, 그럼 돈은 미쓰김 시켜서 나중에 보내겠습니다.”
“네, 소장님. 고맙습니다.”
“하하하...... 뭘요. 항상 제가 고맙지요. 잘 먹었습니다.”
손가락을 빨아 먹으며 인사를 하는 강주의 말이 커피를 잘 먹었다는 얘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회장 뒤로 부인만 아슬아슬하여 눈을 흘기며 발을 동동 구르고 영문을 모르는 번영회장의 대답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아 참 나...... 아까 그 말은 농담입니다. 소장님께는 항상 문호 개방이니까 언제든지 와서 드십시오.
“하하하...... 네, 그러지요...... 오늘 건 특별히 더 맛이 좋았습니다......”
계단을 돌아 내려오는데 창문 밖으로 정필이가 찻길을 건너오는 게 눈에 들어온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주차장으로 나선다.
“어이...... 처남, 이리 와.”
“아! 매형...... 허허허......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니...... 어떻게 벌써 나왔어? 거기 사무장한테서 돈 보내라는 전화도 안 왔는데......”
“하하하...... 형님도 참...... 그 사람들 전문가 아닙니까? 저도 물어봤더니 우리 누나하고 자기네 남편들하고 싹 잡아 쳐 넣는다고 공갈을 친 모양이에요. 그러니 합의서 안 써주고 배길 수 있나요? 하하하......”
“참 나...... 기가 막혀서...... 정말 먹고 사는 재주들도 다양하구먼...... 그건 그렇고...... 좀 성질 좀 죽이지. 결국 그래서 가게도 빼라고 한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동생이라는 사람이 누나한테 힘은 돼 주질 못하고......”
정필이는 멋쩍어 뒤통수만 긁으며 입맛을 다신다.
“아직 밥 안 먹었지? 여기 좀 앉아 있어. 아줌마, 여기 뭐 요기 될 만 한 거 있으면 좀 차려줘요. 내 건 필요 없고......”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서랍을 뒤져 서류를 몇 장 챙기곤 다시 밖으로 나간다.
“자. 먹으면서 들어 봐.”
강주는 보험 설계를 하는 희자에게서 건물을 먹기 위한 계획을 들려주고는 계속 말을 잇는다. 정필이는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 먹는 것도 잊어버린 채 강주의 말에 몰두한다.
“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그 오빠라는 사람이 다시 뒷돈을 대 줄 수가 있단 말이야. 그러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이 주소를 찾아가서 우편함에 넣든지...... 그 부인이 어떻게든 이 등본을 보게 해서 돈을 갚은 것을 알게 하란 말이야. 그러면 마누라가 돈 내놓으란 그 등쌀에 동생한테 돈을 달라고는 못해도 더 이상 밀어주지는 못할 거 아냐?”
“네, 네......”
“그래야...... 그 점포가 확실히 내 앞으로 떨어지니까...... 거기가 길목이 좋아서 정아가 식당이나 다방을 해도 장사가 제법 잘 될 거야.”
“아! 네...... 알았습니다. 매형,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아는 동생들 시켜서 도청도 할 수 있으니까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참 나...... 처남..... 무슨 영화 찍어? 아무튼 그...... 사람들은 다치게 하면 절대로 안 돼. 알았지? 내가 정아한테 세를 받을 것도 아니니까 그러면 너희 누나도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누나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잘 처리해.”
“네, 고맙습니다.”
“그 대신...... 나도 부탁 하나 더 하자.”
“네, 말씀하십시오.”
강주는 등본을 하나 더 건네주며 말을 계속 한다.
“여기는 용인에 있는 내 산인데...... 시간 되면 여기 가서 어디 적당한 곳에 컨테이너 하나만 구해다가 둬. 가끔 주말농장 삼아서 농사나 지어 볼 거거든...... 컨테이너...... 어디 알아보면 중고로 아마 이, 삼백이면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네. 알았습니다. 매형...... 그러면...... 허허허...... 저도 가끔 동생들 데리고 놀러가도 괜찮을까요?”
“아, 그야 물론이지...... 처남매부 사이에...... 거기 보기보다 산이 깊어서 좋아. 너희들도 텃밭을 가꾸든지 해 봐...... 뭐...... 고기 싸들고 가서 놀기도 좋고......”
“네, 하하하......그렇게 하지요......”
“자, 그럼 누나한테 가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 난 들어가 볼 테니까......”
“네, 형님 고맙습니다.”
“매형이냐? 형님이냐? 좀 확실히 해라.”
“하하하......”
회사의 입장이야 어찌 됐든 경륜이 있는 부소장이 오게 되니 강주는 더욱 안심하고 매장을 맡길 수 있어 좋았다.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고참소장들로부터 당부의 전화를 수도 없이 받게 되었고 그네들도 같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입장이다 보니 총무부 김과장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자,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부소장님, 그럼 조만간 술이나 한 잔 하시죠. 잘 들어가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여직원들이 많으니 헤어지는 인사도 시끌벅적하다. 강주는 숙소가 바로 코앞이니 모두 가는 뒤를 보고 나중에야 발길을 돌린다. 앙코르 매장으로 가 볼까 싶어 차에 오르려는데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저...... 소장님......”
“어! 사모님...... 아직 안 가셨습니까?”
부소장 부인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날은 어둑하기만 할뿐이어서 멀리서도 그녀의 창백한 피부는 빛을 발하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네...... 그냥 집에 가야 할 일도 없고...... 영화 보고...... 돌아다니다가 왔어요.”
늦은 시간에 다시 찾아 온 이유를 강주가 모를 리 없지만 섣불리 잘 왔다고 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서 있자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괜히 의식되어 숙소로 안내한다.
“저기...... 우선 들어갑시다.”
“네......”
마치 만나기로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럽게 강주를 따라 한 걸음 뒤에서 따라 온다.
“앉으세요.”
“네...... 고맙습니다.”
강주가 음료수를 내 놓지만 두 사람 모두 마시지는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서로 말문을 열어주기만 기다리는 듯하다.
“......”
“......”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오히려 오랜 침묵이 오랜 설득이나 웅변보다 두 사람의 교감을 빠르게 이끌어낸 듯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곧이어 침대 곁으로 가서 옷을 벗는지 등 뒤에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주는 일어서서 그녀의 뒤로 다가가 살며시 안아준다.
“괜찮겠어요?......”
“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나쁜 여자라고 욕하진 말아 주세요.”
강주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그녀의 몸을 돌려 입술을 덮어버린다.
“흐읍...... 으으음...... 쭈우웁......”
“하악......”
연이어 가슴을 쥐어간다. 마구 일그러지는 가슴에서 짜릿한 고통이 그녀의 숨을 멈추게 한다.
가까이서 보는 그녀는 얼굴에도 팔에도 가는 솜털이 무척 귀여운 여자다.
“아항...... 허억...... 아파요......”
“흐읍..... 우우우웅......”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마구 침을 바르고 빨아대다가 문득 멈추고 바삐 옷을 벗는다. 달아오른 그녀도 서둘러 나머지 옷을 떼어내고 두 사람은 원색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어서 서로를 끌어안고 침대로 넘어진다.
그녀의 체모는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 음순을 가릴 정도여서 강주를 놀라게 한다. 그녀의 짙은 눈썹과 온몸을 덮은 솜털로도 짐작이 안 되는 정도였다.
“흐읍...... 후루룹......”
입안으로 들어오는 털을 뱉어내며 계속 음순을 흩어 속살을 맛보고야 만다. 새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고, 이미 적극적으로 안겨 오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바라보니 안타까운 듯 흥분에 겨워 바라본다.
몸을 일으켜 좆을 들이대니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좆을 인도해 구멍으로 맞춰준다.
“후욱, 쑤우욱......”
“아아흑......”
좆을 끼운 채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니 부끄러워 고개를 돌린다.
“이름이 뭐지?”
“아학, 조여진이에요.”
“여진아...... 앞으론 내가 잘 살펴줄게......”
“흐윽, 고마워요...... 오빠......”
“허허...... 오빠?...... 그래...... 좋다. 오빠 하자.”
“하악, 아아...... 빨리......”
“응, 훅...... 쑤우욱...... 후욱, 후욱......”
“아학, 하아악......아아흥......”
열정에 들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부소장의 부인과 이렇게 될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던 강주는 마치 손에 넣지 못할 귀한 보물을 얻은 듯 품에 넣고서도 아까운 듯 여러 차례 눈을 맞추어 애정을 표시한다.
“허억, 싸겠어...... 후욱......”
“네에...... 하악...... 아학......”
“우욱...... 울컥...... 꿀럭......”
“하악, 하악, 하악......”
아직도 쌔근대며 거친 숨을 고르는 그녀를 애무해주곤 번쩍 안아들어 샤워실로 간다. 맨바닥에 내려둬도 열정이 몰아친 뒤라서인지 차갑다는 앙탈도 없이 강주가 하는 대로 보고만 있다.
“학...... 하악...... 오빠...... 어쩌시게요?......”
“가만히 있어 봐...... 내가 너 면도해 줄게......”
“어디를...... 어머! 싫어요...... 그이가 보면 어쩌라고......”
“그냥 미용으로 했다고 해. 그리고 부소장 나오려면 한참 걸려서 괜찮잖아.”
“아이 차암......”
강주는 자기가 쓰는 면도거품을 듬뿍 짜내 여진의 사타구니를 벌리고 발라준다. 아직도 여흥이 가시지 않아 콧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아흥...... 아아학...... 하아아아......”
사각거리는 소리에 뽀얀 살들이 일어난다. 음순을 이리저리 재껴가며 골고루 밀어주니 그 모습이 우스운지 움찔거리며 웃어댄다.
“쿡쿡...... 아이 뭘 그리 들여다봐요..... 창피하게......”
“어어...... 움직이지 마. 잘못하면 피 나......”
한참을 코를 박고 면도를 하던 강주가 물을 틀어 씻어주니 뽀얀 사타구니 사이로 선홍빛 입술만 보여 다시금 강주를 자극한다.
“자...... 이젠 일어서 봐...... 뒤로......”
“오빠...... 또요?...... 아이 차암......”
털이 모두 밀려 뽀얀 사타구니를 손바닥으로 쓸어주곤 다시 좆을 맞추어 간다.
“후우욱......”
“아아흑......”
“소장님, 저 면회 다녀올게요.”
“그래, 사무실에는 미쓰오 보고 있으라고 하고......”
“어머! 왜 하필 미쓰오 언니지요? 소장님...... 혹시...... 아침부터......”
강주는 허리를 숙여 미쓰김의 엉덩이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때려준다.
“아이고, 이 물귀신아. 아무면 어때서 그러니? 그러면 미쓰정 보고 지키라고 해.”
“호호호...... 네, 알았습니다.”
“부소장도 상황은 잘 알고 있을 테고, 혹시라도 직장문제로 고민하거든...... 이미 의왕매장에 근무하는 걸로 처리해 뒀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
“소장님, 거긴 아직 오픈도 안했잖아요?”
“그럼, 밥 굶으란 소리냐? 우선 인사코드만 잡아 두는 거니까 괜찮아...... 돈이야 내가 주면 그만이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뭐 필요한 거 있나 잘 좀 알아보고......”
“네, 다녀올게요.”
강주는 부소장이 자리에 없는 관계로 종일 계산대 근처를 떠나지 못한다. 모처럼 만의 일이다. 한참 안내방송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부녀회 총무가 서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강주는 반갑게 눈인사를 하고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어제 늦게까지 술 마셨다면서?”
“네...... 형님은 술이 약한지 별로 안마시고 떨어지던데......”
“이제 어떻게 하니? 어제 난 놀라서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
“하하하...... 뭘 그렇게 걱정해요? 뭐...... 어떻게 되겠지요. 그래, 형님 출근은 늦지 않게 했어요?”
“겨우 겨우 일어나서 나갔어.”
“누님,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편하게 생각해요.”
“어떻게 고민을 안 하니?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
“말 좀 해봐.”
“나중에...... 나, 지금 부소장이 없어서 자리 지켜야 하거든......”
강주는 부녀회 총무를 따라 어슬렁거리며 매장을 돌다가 다시 계산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마침, 배달사원이 들어와서 강주에게 말을 전한다.
“소장님, 밖에 어떤 분이 찾으시는데요.”
“누가?”
“여자 분인데 팥빙수 코너 앞에서 기다린다고......”
“그래, 알았다.”
부소장 부인이었다. 흰색 원피스에 천막빛깔이 투영되어 분홍빛으로 물들어있고 여전히 웨이브 진 긴 머리는 등에서 찰랑거리고 있다. 뒤에서 부르자 돌아보는 그녀의 짙은 눈썹이 강주의 동공으로 빨려 들어온다.
“아! 지금 보고 오시는 길이신가요?”
“네...... 안녕하셨어요?”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우선 사무실로 가시죠.”
“네......”
사무실에는 미쓰오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강주가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선다.
“미쓰오, 차 좀 준비해 주고 계산대에 가 있다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네, 소장님.”
“그래, 많이 놀라셨죠?”
“흑...... 지금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뭐, 일이 안 풀리다보니 그랬나 보죠. 부소장이 나쁜 맘으로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그 또래 아이들이 원래 맹랑하잖아요.”
“......”
“어제 제가 그...... 담당형사가 소개해 주는 변호사를 벌써 선임해 뒀습니다. 지금 피해자 측하고 합의도 끌어내고 있는 중이고...... 뭐...... 본인이 다 시인한 사건이고 하니까 썩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
“그래도 일단 구치소로 옮기고 검찰에서 부를 때까지는 시일이 제법 걸릴 건데 지금 살림은 어떠십니까? 제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전에도 도움을 여러 번 주셨는데, 인사도 못 드리고 번번이......”
“어어...... 아닙니다. 그런 걱정 하지 마세요. 부소장이 나오는 대로 할 일도 이미 정해 두었으니까 걱정 마시고 그동안이라도 사모님이 잘 계셔야지요. 급여일에 맞춰서 부소장 월급 계좌로 계속 같은 금액을 송금해 드리면 우선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으실지......”
“아뇨. 아니에요. 돈 부탁드리러 온 게 아니고요. 사실 그이에게 소장님께서 새로 오픈하는 매장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아무 일이라도 일을 좀 거들 수 있게 해 주시면...... 소장님께 신세도 갚아야 하고......”
“아...... 하하하......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니면 까짓 거 부소장이 가불하는 걸로 해도 되고요. 어차피 부소장은 제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고, 본인만 싫다고 안하면 앞으로도 저하고 같이 일을 하게 될 겁니다. 굳이 무리해서 사모님까지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면회를 다녀 온 미쓰김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소장님, 다녀왔습니다.”
“응, 그래. 수고했다. 인사 드려라. 부소장님 사모님이시다.”
“어머! 안녕하세요? 제 앞에 다녀가셨다더니......”
“아! 네, 거길 다녀오시나요?”
“네, 제가 보냈습니다. 그래...... 뭐 필요한 거는?”
“소장님이 주고 가신 돈이 넉넉해서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하시던데요. 그리고......”
“응, 그리고?”
“저...... 이제 곧 어디로 넘어가신다고 면회 오지 말라고 하시면서...... 나올 때까지 사모님 좀 잘 돌봐 달라고...... 소장님께 죄송하다고......”
“그래, 알겠다. 계산대에 좀 나가 있어라. 미쓰오는 이제 볼 일 보라고 하고......”
“네...... 참...... 어떤 분이 이거 전해 드리라고 하면서 주시던데요.”
“뭔데?......”
미쓰김이 전해 주는 명함을 받아보니 다방을 하는 정아의 동생 정필이었다.
“이걸 왜?...... 어디서...... 경찰서에서?......”
“네......”
“그래, 알았다. 나가 봐라.”
“저...... 그이가 언제가 됐든 나오기야 하겠지만 저도 할 수만 있다면 이 기회에 일을 해 보고 싶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괜히 우울해지기도 하고...... 또 저이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항상 형편도 그렇고...... 또 이번에 소장님께 신세 지는 돈도 모두 갚아드려야 할 텐데......”
“허허...... 참...... 그건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요. 어차피 회사에서 일어난 일인데...... 제가 부소장에겐 아직 못들은 것 같은데...... 혹시 자녀는......”
“아, 아직 없습니다.”
“음...... 그럼 그렇게 한 번 해 보시든지...... 아침 일찍 나오시는데 문제는 없겠지요?”
“네...... 일찍 나올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소장님.”
“자, 그럼 내일부터라도 출근하세요. 지난 번 그 매장 자리는 아시죠? 가서 사장님 찾아뵙고 제가 보내서 왔다고 하세요. 제가 전화 해 둘 테니까요. 저도 조만간 한 번 건너갈 겁니다.”
“네, 그럼......”
함께 근무하던 부소장이 그렇게 되자 내심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부인이 보기와 달리 적극적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어 일면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야 모른 척하고 넘어가지만 마침 강주에게는 임대보증금으로 받은 돈 중 진정이에게 돌려보낸 돈 말고도 아직 여유가 있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그런데...... 또 무슨 일인고......”
무엇을 찾는지 서랍을 열어 뒤적거리다가 전화를 걸어보지만 한참을 신호가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렇겠지...... 붙잡혀 있으면 전화도 뺏겼겠지......”
마땅히 부탁할 만한 사람도 없는 터에 마침 유니폼을 입고 간 미쓰김을 보고 명함을 건네준 모양이다. 예전에 풍물시장에서 신세를 진 메리야스 코너 사장이 아니더라도 왠지 정아에게는 알싸한 정이 있어 도와줄 수만 있다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매장이 비어있어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미쓰김을 세워두고 찻길을 건너 다방으로 들어선다.
“뭐야?...... 이게 왜 이래? 아침부터......”
다방은 기물이 엎어진 채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고, 정아와 정아 모친은 산발을 한 채 얼굴은 온통 마스카라가 번져 흉측하기 짝이 없는 몰골이었다.
“뭐 하러 왔어요?...... 지금 커피 못 마시잖아요. 보면 몰라요?”
강주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테이블을 한 개 일으켜 세워서 소파 앞으로 끌어당기고 자리에 앉는다. 모친은 낯 뜨거운 장면을 보이기 싫은지 아무 말 없이 부엌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정아는 주방에 쭈그리고 앉아 세수를 한다.
말없이 커피를 끓이며 무표정하게 머리를 빗고 있는 정아에게서 또 다른 색감을 발견한다.
“에고...... 미친 놈......”
이 상황에서도 정아를 보고 느끼는 자신을 속으로 자책하며 커피를 들고 와 건너편에서 설탕을 넣고 저어주는 정아에게 묻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처남은 경찰서에 있는 모양이던데...... 여기서 행패 부려서 네가 집어넣은 거야?”
“쳇...... 처남은 무슨 처남이야? 약 올리지 말고 빨리 커피나 들고 가셔......”
“야...... 아무리 그래도 남매간에 이게 무슨 꼴이냐? 모친 마음도 헤아려 줘야지......”
“내가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면?.....”
“흑...... 아유...... 속상해......”
“말해 봐......”
감정을 달래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말을 잇는다.
“큼......큼...... 내가 이 동네에서 어떻게 해서 밥 벌어먹는지는 자기도 잘 알잖아...... 오늘 반상회를 하다가 젊은 년들이 쳐들어 왔더라고...... 마침 내 동생도 와 있다가 그렇게 된 거지......”
“에이그...... 참......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런데 넌 어떻게 안 끌려가고 무사하냐?”
“칫...... 말이라도...... 서방이라는 게..... 나도 끌려갔으면 좋겠니? 제 년들이 날 집어넣으려면 제 서방들도 잡아 쳐 넣어야 되는데...... 그걸 말 하겠어?”
“허허...... 참...... 하긴 그런가 보네...... 그럼 처남이 여자들을 때린 거야?”
“뭐...... 사람들이 워낙 많았으니까 밀치다가 그랬나 보지. 그 애가 정말 때렸으면 여러 년 죽어 나갔지 다들 무사하겠어?......”
강주는 할 수 없이 이미 선임해 둔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사무장에게 빠른 시간 안에 합의를 얻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자, 너무 걱정하지 마. 이제 곧 나올 거야. 폭력이야 뭐...... 합의만 보면 나오니까......”
“핏...... 샌님인 줄만 알았더니 별 걸 다 알고 있네?”
“하하하...... 정아 기둥서방 하려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그건 그렇고 너도 이제 차라리 전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
“아닌 게 아니라 집 주인이 그 꼴을 보더니 가게 빼라고 하더라...... 그 돈 가지고는 어디 가서 가게 얻기도 힘 드는데......”
강주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일어서며 정아에게 당부를 한다.
“난 매장이 비어서 이만 가 볼 테니까...... 처남 나오거든 나한테 좀 오라고 해. 알았지?”
“응, 그래...... 그리고 고마워......”
매장에 돌아오니 잠실영업소 소장이 안내 데스크에서 미쓰김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소장님이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매장 비워두고......”
잠실 소장은 웃으며 멋쩍어하기만 하고 옆에 있는 미쓰김이 안타까운 듯 작은 소리로 보고를 한다.
“아유...... 소장님...... 잠실 소장님이 강등 당해서 부소장님으로 오셨대요.”
“뭐야?...... 아니...... 나한테는 전화도 없었는데...... 미쓰김은 들었어?”
“아니요. 저도 지금 들었어요.”
“일단 사무실로 들어가시죠.”
매출이 높은 매장이라서 본사에서도 신속하게 보충 인원을 발령해주어 새 부소장이 출근했지만 소장 출신 고참 사원이 강등되어 발령을 받아 강주의 입장이 더욱 곤란해지게 되었다.
아마도 김과장을 끌어내기 위해 정보를 흘렸던 것 때문에 연대책임을 물어 떨려 난 것으로 보이니 강주로서는 기가 막혀도 어떻게 말 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김과장 일로 회사에서는 맛을 들였는지 회사에서 내보내기 위한 초석으로 수원영업소를 전진기지 삼아 보내는 모양이었다.
이런 경우 본인이 감수할 경우 단련을 거쳐 다시 소장으로 진출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영업부장과의 통화에서 여러 번 부탁하고 사정도 하였으나 회사에서는 이미 의도적으로 나이어린 소장이 있는 매장으로 보내기로 방침을 정한 듯 소용이 없었다.
직원들 역시 불과 며칠 전까지 한 매장을 책임지던 소장에게 부소장이란 호칭을 사용하기가 매우 쑥스럽고 미안한 노릇이었다.
“저...... 그럼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아! 예.”
“미쓰김, 삼층에 가 있으마.”
다방 꼴이 저 모양이니 그리 갈 수도 없고 마침 점심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삼층의 식당가로 올라간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네?”
“아니, 회사에서는 옷 벗으란 심사 아니겠습니까?”
“네...... 할 수 없죠. 버티는 수밖에......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아...... 이거 참...... 그런 각오시라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부소장님보다 새까만 후배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제가 매장 내에서 존중해 드리기 어렵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사석에서 동료 소장님들을 만나면 물론 형님 대접을 해 드리겠지만 적어도 우리 매장 안에서는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이 매장에서 근무하시는 동안은 서운하셔도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 점은 이해를 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소장님. 저도 그 정도야 각오하고 왔습니다.”
“기존 부소장에게도 그랬지만 거의 전권을 드릴 테니까 여기서 저와 함께 있는 동안 회복해서 다시 진출하셔야지요.”
“네, 고맙습니다.”
“출퇴근은 어떻게 하십니까?”
“전철로 하면 생각보다 빨리 오더군요.”
“그래요. 그럼 잘 해 봅시다. 저기...... 불편하실 테니 책상은 창고 안에 공간을 마련해서 따로 넣어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책상은 필요 없습니다. 소장님. 제 입장은 너무 배려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저도 외람되지만 이 회사생활 십오 년째 아닙니까?”
“그래요. 잘 부탁합니다.”
-
“어머...... 소장님,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네, 그냥 갈 수 없지요. 일부러 왔습니다. 하하하......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세요. 언제 올라올 때, 커피 한 통 들고 오십시오. 우리 커피는 소장님이 다 마시는 것 같은데...... 허허허......”
“아, 회장님. 하루가 다르게 쩨쩨하게 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러지 말고 저 책상 저거는 얼마나 합니까?”
“왜요? 저거 쓰시게요? 아! 소장님이 쓰시겠다면 싸게 드려야지요.”
“아니, 제가 쓸 게 아니고 우리 부소장이 새로 왔는데, 워낙 고참이라 책상이라도 하나 넣어줘야 할 것 같아서......”
“어머! 조금 전에 내려간 분이 새로 온 부소장이에요? 난 본사에서 감독 나온 사람인 줄 알았네. 나이가 들어 보이던데......”
“네, 좌천당해서 왔어요. 저보다도 고참인데......”
“어머나! 그런 수도 있나 봐요?”
“애고......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 뭐...... 소장님, 그럼 사무실에 넣어드릴까요?”
“아니요. 그러면 부소장도 불편할 테니까, 창고 들어가 보면 입구에 책상 하나 정도 들어갈 공간이 나올 겁니다. 그리 넣어 주세요.”
“네, 그럼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지금, 갑니다.”
-
“소장님, 차 드세요...... 어머! 아유, 누가 보면 어쩌려고......”
“여긴 물건에 가려서 아무데도 안보이잖아요. 잠깐만 이리 와요.”
“아이...... 참......”
강주는 번영회장이 배달을 나가자 농 뒤에 숨어 수작을 건다. 강주의 손끝이 바쁘게 움직인다. 치마를 걷어 올려 팬티를 밀치고 손가락을 굴곡을 따라 밀어 넣는다.
“이따가 그이 올라오면 먼저 나갈 테니까 바로 따라 나오세요. 아유, 조금만 참아. 여기서 그러면 어떻게 해? 점점 변태 같이 굴어......”
“아니야, 지금 부소장도 낯설어서 오래 자리 비우면 안 되니까 여기서 잠깐만......”
“찔꺽...... 찔꺽...... 아흑, 아이...... 차암...... 흐윽.”
“와...... 씨바...... 벌써 이렇게 물이 나오네...... 흐흐흐......”
“아흑, 손가락으로...... 흐윽...... 그렇게........ 아학.”
“아휴...... 이거 좆을 못 집어넣으니 아쉬워 죽겠네......”
“아파...... 이제 그만해요...... 아흑...... 올 때 다 됐어요.”
잠시 후 인기척이 들리고 번영회장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강주의 손가락은 물기로 번질거리고 회장부인은 멀찍이서 호흡을 달래고 있다.
“소장님, 내려가서 한 번 보세요. 자리가 잘 잡혔는지......”
“뭐, 쓸 사람이 알아서 고치겠지요. 자, 그럼 돈은 미쓰김 시켜서 나중에 보내겠습니다.”
“네, 소장님. 고맙습니다.”
“하하하...... 뭘요. 항상 제가 고맙지요. 잘 먹었습니다.”
손가락을 빨아 먹으며 인사를 하는 강주의 말이 커피를 잘 먹었다는 얘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회장 뒤로 부인만 아슬아슬하여 눈을 흘기며 발을 동동 구르고 영문을 모르는 번영회장의 대답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아 참 나...... 아까 그 말은 농담입니다. 소장님께는 항상 문호 개방이니까 언제든지 와서 드십시오.
“하하하...... 네, 그러지요...... 오늘 건 특별히 더 맛이 좋았습니다......”
계단을 돌아 내려오는데 창문 밖으로 정필이가 찻길을 건너오는 게 눈에 들어온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주차장으로 나선다.
“어이...... 처남, 이리 와.”
“아! 매형...... 허허허......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니...... 어떻게 벌써 나왔어? 거기 사무장한테서 돈 보내라는 전화도 안 왔는데......”
“하하하...... 형님도 참...... 그 사람들 전문가 아닙니까? 저도 물어봤더니 우리 누나하고 자기네 남편들하고 싹 잡아 쳐 넣는다고 공갈을 친 모양이에요. 그러니 합의서 안 써주고 배길 수 있나요? 하하하......”
“참 나...... 기가 막혀서...... 정말 먹고 사는 재주들도 다양하구먼...... 그건 그렇고...... 좀 성질 좀 죽이지. 결국 그래서 가게도 빼라고 한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동생이라는 사람이 누나한테 힘은 돼 주질 못하고......”
정필이는 멋쩍어 뒤통수만 긁으며 입맛을 다신다.
“아직 밥 안 먹었지? 여기 좀 앉아 있어. 아줌마, 여기 뭐 요기 될 만 한 거 있으면 좀 차려줘요. 내 건 필요 없고......”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서랍을 뒤져 서류를 몇 장 챙기곤 다시 밖으로 나간다.
“자. 먹으면서 들어 봐.”
강주는 보험 설계를 하는 희자에게서 건물을 먹기 위한 계획을 들려주고는 계속 말을 잇는다. 정필이는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 먹는 것도 잊어버린 채 강주의 말에 몰두한다.
“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그 오빠라는 사람이 다시 뒷돈을 대 줄 수가 있단 말이야. 그러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이 주소를 찾아가서 우편함에 넣든지...... 그 부인이 어떻게든 이 등본을 보게 해서 돈을 갚은 것을 알게 하란 말이야. 그러면 마누라가 돈 내놓으란 그 등쌀에 동생한테 돈을 달라고는 못해도 더 이상 밀어주지는 못할 거 아냐?”
“네, 네......”
“그래야...... 그 점포가 확실히 내 앞으로 떨어지니까...... 거기가 길목이 좋아서 정아가 식당이나 다방을 해도 장사가 제법 잘 될 거야.”
“아! 네...... 알았습니다. 매형,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아는 동생들 시켜서 도청도 할 수 있으니까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참 나...... 처남..... 무슨 영화 찍어? 아무튼 그...... 사람들은 다치게 하면 절대로 안 돼. 알았지? 내가 정아한테 세를 받을 것도 아니니까 그러면 너희 누나도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누나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잘 처리해.”
“네, 고맙습니다.”
“그 대신...... 나도 부탁 하나 더 하자.”
“네, 말씀하십시오.”
강주는 등본을 하나 더 건네주며 말을 계속 한다.
“여기는 용인에 있는 내 산인데...... 시간 되면 여기 가서 어디 적당한 곳에 컨테이너 하나만 구해다가 둬. 가끔 주말농장 삼아서 농사나 지어 볼 거거든...... 컨테이너...... 어디 알아보면 중고로 아마 이, 삼백이면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네. 알았습니다. 매형...... 그러면...... 허허허...... 저도 가끔 동생들 데리고 놀러가도 괜찮을까요?”
“아, 그야 물론이지...... 처남매부 사이에...... 거기 보기보다 산이 깊어서 좋아. 너희들도 텃밭을 가꾸든지 해 봐...... 뭐...... 고기 싸들고 가서 놀기도 좋고......”
“네, 하하하......그렇게 하지요......”
“자, 그럼 누나한테 가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 난 들어가 볼 테니까......”
“네, 형님 고맙습니다.”
“매형이냐? 형님이냐? 좀 확실히 해라.”
“하하하......”
회사의 입장이야 어찌 됐든 경륜이 있는 부소장이 오게 되니 강주는 더욱 안심하고 매장을 맡길 수 있어 좋았다.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고참소장들로부터 당부의 전화를 수도 없이 받게 되었고 그네들도 같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입장이다 보니 총무부 김과장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자,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부소장님, 그럼 조만간 술이나 한 잔 하시죠. 잘 들어가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여직원들이 많으니 헤어지는 인사도 시끌벅적하다. 강주는 숙소가 바로 코앞이니 모두 가는 뒤를 보고 나중에야 발길을 돌린다. 앙코르 매장으로 가 볼까 싶어 차에 오르려는데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저...... 소장님......”
“어! 사모님...... 아직 안 가셨습니까?”
부소장 부인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날은 어둑하기만 할뿐이어서 멀리서도 그녀의 창백한 피부는 빛을 발하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네...... 그냥 집에 가야 할 일도 없고...... 영화 보고...... 돌아다니다가 왔어요.”
늦은 시간에 다시 찾아 온 이유를 강주가 모를 리 없지만 섣불리 잘 왔다고 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서 있자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괜히 의식되어 숙소로 안내한다.
“저기...... 우선 들어갑시다.”
“네......”
마치 만나기로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럽게 강주를 따라 한 걸음 뒤에서 따라 온다.
“앉으세요.”
“네...... 고맙습니다.”
강주가 음료수를 내 놓지만 두 사람 모두 마시지는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서로 말문을 열어주기만 기다리는 듯하다.
“......”
“......”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오히려 오랜 침묵이 오랜 설득이나 웅변보다 두 사람의 교감을 빠르게 이끌어낸 듯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곧이어 침대 곁으로 가서 옷을 벗는지 등 뒤에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주는 일어서서 그녀의 뒤로 다가가 살며시 안아준다.
“괜찮겠어요?......”
“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나쁜 여자라고 욕하진 말아 주세요.”
강주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그녀의 몸을 돌려 입술을 덮어버린다.
“흐읍...... 으으음...... 쭈우웁......”
“하악......”
연이어 가슴을 쥐어간다. 마구 일그러지는 가슴에서 짜릿한 고통이 그녀의 숨을 멈추게 한다.
가까이서 보는 그녀는 얼굴에도 팔에도 가는 솜털이 무척 귀여운 여자다.
“아항...... 허억...... 아파요......”
“흐읍..... 우우우웅......”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마구 침을 바르고 빨아대다가 문득 멈추고 바삐 옷을 벗는다. 달아오른 그녀도 서둘러 나머지 옷을 떼어내고 두 사람은 원색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어서 서로를 끌어안고 침대로 넘어진다.
그녀의 체모는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 음순을 가릴 정도여서 강주를 놀라게 한다. 그녀의 짙은 눈썹과 온몸을 덮은 솜털로도 짐작이 안 되는 정도였다.
“흐읍...... 후루룹......”
입안으로 들어오는 털을 뱉어내며 계속 음순을 흩어 속살을 맛보고야 만다. 새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고, 이미 적극적으로 안겨 오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바라보니 안타까운 듯 흥분에 겨워 바라본다.
몸을 일으켜 좆을 들이대니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좆을 인도해 구멍으로 맞춰준다.
“후욱, 쑤우욱......”
“아아흑......”
좆을 끼운 채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니 부끄러워 고개를 돌린다.
“이름이 뭐지?”
“아학, 조여진이에요.”
“여진아...... 앞으론 내가 잘 살펴줄게......”
“흐윽, 고마워요...... 오빠......”
“허허...... 오빠?...... 그래...... 좋다. 오빠 하자.”
“하악, 아아...... 빨리......”
“응, 훅...... 쑤우욱...... 후욱, 후욱......”
“아학, 하아악......아아흥......”
열정에 들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부소장의 부인과 이렇게 될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던 강주는 마치 손에 넣지 못할 귀한 보물을 얻은 듯 품에 넣고서도 아까운 듯 여러 차례 눈을 맞추어 애정을 표시한다.
“허억, 싸겠어...... 후욱......”
“네에...... 하악...... 아학......”
“우욱...... 울컥...... 꿀럭......”
“하악, 하악, 하악......”
아직도 쌔근대며 거친 숨을 고르는 그녀를 애무해주곤 번쩍 안아들어 샤워실로 간다. 맨바닥에 내려둬도 열정이 몰아친 뒤라서인지 차갑다는 앙탈도 없이 강주가 하는 대로 보고만 있다.
“학...... 하악...... 오빠...... 어쩌시게요?......”
“가만히 있어 봐...... 내가 너 면도해 줄게......”
“어디를...... 어머! 싫어요...... 그이가 보면 어쩌라고......”
“그냥 미용으로 했다고 해. 그리고 부소장 나오려면 한참 걸려서 괜찮잖아.”
“아이 차암......”
강주는 자기가 쓰는 면도거품을 듬뿍 짜내 여진의 사타구니를 벌리고 발라준다. 아직도 여흥이 가시지 않아 콧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아흥...... 아아학...... 하아아아......”
사각거리는 소리에 뽀얀 살들이 일어난다. 음순을 이리저리 재껴가며 골고루 밀어주니 그 모습이 우스운지 움찔거리며 웃어댄다.
“쿡쿡...... 아이 뭘 그리 들여다봐요..... 창피하게......”
“어어...... 움직이지 마. 잘못하면 피 나......”
한참을 코를 박고 면도를 하던 강주가 물을 틀어 씻어주니 뽀얀 사타구니 사이로 선홍빛 입술만 보여 다시금 강주를 자극한다.
“자...... 이젠 일어서 봐...... 뒤로......”
“오빠...... 또요?...... 아이 차암......”
털이 모두 밀려 뽀얀 사타구니를 손바닥으로 쓸어주곤 다시 좆을 맞추어 간다.
“후우욱......”
“아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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