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사람착한사람se 2-2
아리의 친구 미희-하
“민기 오빠 대단하더라.”
“....”
“내 생각대로 아리 너한테는 많이 아까운 남자더라.”
“그래?”
전공수업이 끝나자마자 미희가 아리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다.
충혈 된 눈으로 입맛을 다시는 미희의 모습에 아리는 냉정하게 행동하며 시선조차 마주하지 않는다. 미희만큼이나 아리도 잠 한 숨 못 이뤘기에 피곤한 몸을 책상의 엎드리려던 찰나에 방해꾼인 미희가 등장한 것이다.
민기가 집에 들어온 시간은 새벽 5시가 넘은..
아리가 이미 편한 반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고 막 잠이 들려던 그때였었다.
“굵기도 굵기지만 지속력이 무슨 야생마로 착각할 정도로 대단하던데.. 너한테 많이 만족을 못했었나봐?”
“......”
“하긴 아직 순진한 척 하는 네가 섹스 맛을 제대로 알긴 하겠니?”
강의실에서, 그것도 여자 둘이 나누기엔 너무도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얘길 아무리 소리죽여 하는 말이라도 서슴없이
뱉어내는 미희의 행동에 아리가 고개를 돌려 미희의 얼굴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남자랑 동거하면서 어떻게 그런 순진한 척을 할 수 있니? 참~ 존경스럽다 너!. 학교에서는 아주 도도한척 순진한 척은 다하면서.. 하긴 민기오빠 같은 남자랑 살을 맞대고 살면 여기 애들은 진짜 애들로밖에 안보일지도 모르겠네.”
“그러니?”
“....”
노골적인 도발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도 않는 아리의 모습에 미희가 입을 다물곤 잠시 생각을 한다. 애써 진정하려 행동하는 아리라고 하기엔 너무도 태연하게 책가방을 챙겼고, 책가방을 챙기는 손에도 전혀 떨림이 없었기에 머뭇거리게 된다.
잠 한 숨 이루지 못한 어제의 일을 다시 떠올리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아리와의 시선을 피하게 된다.
“아리랑 동거한지 오래됐어요?”
“...”
“아리 몸매 좋던데.. 속궁합도 잘 맞아요?”
“그런 얘길 하자고 날 부른 건 아닐 테고,, 부탁할거란 게 뭐지?”
“....”
“딴 생각이었다면 난 됐으니 가볼게.”
“오빠도 봤으니 알겠지만.. 제가 좀 곤란한 입장이라 서요.”
“...”
“혹시 날 그렇고 그런 여자로 보는 건 아니시죠? 물론 제가 좀 놀긴 했지만 싸구려는 아니거든요. 단지 좀 즐길 줄 아는 여자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저도 아리만큼이나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나한테 이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은데.”
“오해하실까.. 봐요. 그 놈이란 남자를 잘 못 만나서 못 보여드릴 걸 보여드렸지.. 제가 그런 여자가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해서 먼저 말씀 드린 거예요.”
미희가 말을 하며 앉은 의자를 조금 더 민기에게 끌어 옮긴다.
아리와 말싸움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미희는 옷을 몇 번이고 갈아입었었다. 처음엔 아주 짧고 가슴이 깊게 파인 야한 원피스를 업었다가 헐렁한 티셔츠에 핫팬츠로 갈아입는 등 몇 벌의 옷으로 바꿔 입고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아리와 비슷한 추리닝으로 세팅을 한 지금의 복장은 아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섹시함이란 단어를 갖추고 있었다.
검은색 벨벳으로 이뤄진 원단의 광택은 몸에 심하게 밀착된 추리닝의 굴곡을 유감없이 빛에 의해 도드라지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었고 추리닝이라기 보단 여성의 요가복과도 같은 형태였다.
몸에 자신감이 충만한 미희였기에 거의 엉덩이에서 이어지는 허벅지의 윤각이 알몸처럼 드러나는 추리닝의 타이트함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추리닝의 타이트함이 얼마나 심했는지 자세히 보면 미희의 가랑이사이 도끼자국까지 보일 정도였다.
“내가 오해할 필요가 없...”
민기가 미희의 말을 자르며 귀찮다는 듯 맥주를 마시려고 막 들었을 때 미희가 추리닝 상의의 지퍼를 반쯤 내린다. 검은색 추리닝 사이로 회색 스포츠 브래지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덥지 않아요?”
“....”
“나만 덥나?”
“지금 뭐하자는 거지?”
“네? 왜요?”
“..용건 없으면 그만 하자.”
“옷 갈아입고 나오는데.. 그 남자가 골목에서 나왔어요. 다행히 절 발견 못해서 뒤쪽으로 도망 나올 수 있었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집요한 질 잠시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보고 그 사람을 처리라도 해 달라는 말인가?”
“....아니요.”
“그럼?”
“아리 아르바이트 간다고 했을 때 그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나오긴 했는데.. 막상 갈 곳이 없어서.. 모텔이라도 갈려고 했는데 너무 급하게 나오다보니까 지갑도 못 가져왔어요.”
‘툭~’
미희의 앞뒤도 맞지 않는 말에 민기는 정말로 귀찮다는 듯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있는 지폐를 다 꺼내 테이블 위에 툭하고 던져 놓는다.
“지금 있는 건 이게 다다. 이정도면 며칠은 충분할걸.”
“누.........굴 거지로 아세요?”
“....”
“전 공짜로 주는 건 10억이라도 절대 안 받아요.”
“누가 공짜로 준다고 했나? 갚아.”
“...돈 말고 다른 걸로 갚으면 안 될까요?”
“......너 몇 살이냐?”
“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벌써부터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재수 없어.”
“....뭐?”
“어차피 내가 다 벗고 덤비면 빨딱거리면서 엎어트릴 걸..”
“....”
“위선자라는 말 들어봤어요?”
“네 얘길 듣고 있으니까 귀가 썩겠다.”
“앉아요!!!”
민기가 말을 끝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의자에 걸쳐놨던 양복 상의를 들고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는데 미희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악을 쓰며 민기의 소매를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찌지직~~~’
“.....”
“....”
소매의 이음새가 뜯어져 민기의 어깨부위가 드러나 버렸다.
“지금 뭐하냐?”
“.....그..거 문신이에요?”
“....”
“오빠.. 뭐 하는 사람이에요? 세일즈맨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 세일즈맨. 일회용이니까 신경 끄고 니 갈 길이나 가세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 헤나랑 문신하고 구별도 못하는 여자로 보여요?”
“.....”
“무..뭘 그렇게 노려봐요. 그런다고 제가 겁먹을 거 같아요?”
“왜 계속 신경이 쓰였나 했는데.. 아리의 불량버전 같구나. 너.”
“네..네??? 아리가 저랑 닮았다는 말이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니! 닮았는지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넌 그냥 아리를 흉내 내고 있는 것뿐이었네.”
“뭐라고요!! 그런 년을 제가 왜 흉내를 낸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부족한 게 뭔지도 모르고, 좋은 사람 만나서 호강만만 하면서 살아온 아리를 제가 왜..”
“그러게... 왜 그러는 거냐?”
“말이 안 되잖아요.”
“너 남이 좋은 걸 갖고 있으면 배가 아프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뺏고 싶고.. 그 무슨 짓이란 것엔 몸까지도 이용할 수 있고 말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제가 뭐가 부족해서!! 뭐? 아리를 내가 흉내를 낸다고??”
“오간가.. 아버님의 성함이 맞나?”
“......”
“강남에서 한 때 유명하셨던..”
“너 뭐야!!”
“....”
“왜 사람 뒷조사까지 하는 건데!”
“숨기고 싶은 과거란 건 알겠는데, 너무 목소리가 큰 거 아닌가? 다른 사람이 봐서 안 좋은 건 그 쪽 아닌가?”
“시..발......”
“한번 만 더 욕해라..”
“어쩔 건데? 여자를 때리기라도 할라고?”
“아가리 찢어져 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알지...”
소리를 지르는 미희와 달리 한층 더 낮은 톤으로 조용히 얘기하는 민기의 목소리에 더 살기가 서려있었고 느낀 것도 미희였고, 압도당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 미희였다.
문제는 미희란 여자의 아집이었다. 지금까지 겪어온 온갖 위협과 상황에서도 아리와는 다른 의미에서 자신의 몸 하나로 헤쳐 나온 미희였기에 지금 상황에 고집도 아닌 아집을 부리게 된다.
“후~... 내가 이런 핏덩어리를 상대로 뭘 하는 건지...”
“뭐라고요?”
“됐다.. 그래. 나한테 부탁하고 싶다는 게 정말로 있다고 치고... 있기는 하냐?”
“아리랑 제가 뭐가 다른데요?”
“뭐가 똑같냐고 박박 우기던 게 언젠데,,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그러는데?”
“같은 나이고! 저도 어디 가서 미인이란 소릴 들으면 들었지 못 생겼다는 얘긴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어요. 몸매?? 아리가 가슴이 더 크다는 건 저도 인정하는데!! 저도 B컵은 되거든요! 솔직히 아리같이 순진한 여자가 보기엔 좋아도 먹기엔 별로라는 거 아직 모르시죠? 아니지.. 그렇게 순진한 척 다하는 년이 뒤로는 호박씨를 엄청 까는지도 모를 일이네~. 맞네! 그러니까 어제도 당하면서 느꼈지! 맞네!!”
“너 이거 안보여?”
“무..뭘요?”
민기가 입은 양복 상의의 목덜미 부분을 옆으로 젖히듯 벌리곤 찢어진 소매사이로 문신을 드러내며 기가 찬 듯 얘길 이어갔다.
“문신이 왜요?”
“이런 걸 새길 정도면 내가 왕년에 어떻게 놀았는지 파악 안 되나? 어디서 그 더러운 입으로 아리 이름을 함부로 올려! 정말 확 그냥....”
“....하나도 안 무섭거든! 양아치같이 몸에 같잖은 문신이나 새기고. 딱 감이 오네.. 양아치랑 어울리는 아리..”
“닥쳐라. 한 번만 걸레 같은 입으로 아리 이름 부르면 정말로 수락산 절벽 한가운데에 거꾸로 매달리는 수가 있다.”
“......”
“됐다. 너랑 더 이상 섞을 말도 아깝다. 길거리에서 자든지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 븅신 새끼 같은 놈들하고 다시 붕가붕가하면서 놀러가던가.”
“잠깐만요!”
“...시끄럽게.”
“정말.. 집에까지만 데려다 줘요..”
“..내가 미쳤냐?”
“잘못했다고요.. 잘못했다고 말하잖아요. 그러니까 집까지만 데려다 달라고요... 무섭다고요.”
“....”
“저.. 손 좀 씻고 올게요. 진짜 가지 말고.. 집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알았으니까. 다녀와.”
마지막으로 속아주기로 마음먹은 민기였다.
미희란 어린 여자가 지금 뭘 하려는 지 눈에 뻔히 보였기에 민기는 생각보다 조금 싱겁다는 감정을 느끼며 방금 전 미희에게 했던 말이 너무 과한 건 아니었는지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아리의 일이라면 감정을 쉽사리 추스를 수 없는 자신에게 실망한다.
폭력과 잔인성이란 감정이 아리로 인해 많이 희석된 반면에 집착이라 부를 수 있는 아리에 대한 감정은 조금 더 커졌고, 현역일 때보다 더 발끈하는 일이 많았던 경험에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
포커페이스란 별명까지 얻었던 과거의 민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가요.”
“똥이라도 쌌냐? 뭐 이리 오래 걸려?”
“매너 없게.. 알았으니까 가요.”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하더니’란 생각에 걸어가는 미희의 뒤에서 피식하고 웃는 민기였다. 자신이 불리해지자 결국 모든 걸 회피하는 미희의 모습에 역시나 나이에 맞는 스무 살 다운 행동이란 생각에 미소 짓게 된 민기의 행동이었다.
커피 전문점에서 막 나온 민기는 벌써 1시간이나 지난 시간을 확인하곤 핸드폰을 꺼내 아리에게 전화를 걸려 전원버튼을 살짝 누른다. 그러나 핸드폰의 액정화면은 깜깜하게 막혀 있었다.
‘어.. 핸드폰이 왜 꺼져있지?’
“뭐해요?”
“으..응?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았나..”
“줘봐요.”
“됐다. 이제 들어갈 건데...욱!!”
핸드폰을 들고 있던 민기를 몰아붙인 건 미희였다.
과거에 살얼음판과도 같은 생활 속에서 살기와 폭력에 몸이 먼저 반응하며 대응을 했던 민기였지만 살기도 그렇다고 건장한 남자도 아닌 가려린 미희의 갑작스러운 돌방행동엔 속수무책으로 벽에 등을 찢게 되었고 강제적으로 맞춘 입술의 격돌에 쓰라린 피 내음이 민이의 입속으로 전해졌다.
“꺅!!!”
기습에 의해 입술을 당한 민기였지만 아무리 아리의 비호아래에서 평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왕년의 순발력과 몸놀림으로 곧바로 대응하며 미희를 밀어버렸다.
커피전문점의 바로 옆 골목 쪽으로 엉덩방아를 찧은 미희가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너 지금 뭐하는 건데!?”
‘꺄~~악!!!! 사..사람 살려!!! 사람!!“
“이게 미쳐...ㅆ...”
엉덩이부터 바닥에 찧은 미희가 갑자기 추리닝 상의의 지퍼를 거의 아래까지 내려버리곤 스포츠 브래지어를 위로 잡아 당겼다. 출렁이며 미희의 가슴이 드러난 상태 그대로 주저앉은 채 미희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기에 멍한 표정으로 민기가 내려다보고 있을 때 뒤에서부터 민기를 제압하려는 갑작스러운 기척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을 한다.
민기의 손목을 잡아 비틀려는 남자에게 민기는 발걸음 옆으로 옮겨 팔꿈치로 덮치려던 남자의 코를 가격한다. 가격이라기 보단 달려드는 남자의 힘에 그냥 대고 있던 민기의 팔꿈치를 얹은 꼴이었지만 그 충격은 상당한 듯 달려들던 남자의 코뼈가 주저 앉아버렸다.
“어떤 새끼...가.....”
고개를 돌리며 주저앉은 남자와 그 옆에서 머뭇거리는 남자의 정체를 확인 한 민기가 말을 잇지 못한다.
“경찰 아저씨!! 저.. 저 새끼에요!! 저 스토커 새끼가 절... 절....으앙~~~”
리얼하게 눈물을 흘리며 민기를 가리키는 미희의 모습에 겨우 사태파악을 하게 된 민기는 또다시 찾아온 두통에 그 자세 그대로 서서 한 손을 올려 지끈거리는 이마를 쥔다.
“나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거짓말까지 하니?”
“거짓말이라니? 무슨 근거로 내가 지금 하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하는 건데?”
“우리 오빠랑 어제... 했다고? 그걸?”
“그게 뭐니? 섹스면 섹스지.”
“그래서? 지금 나한테 그걸 자랑하려고 일부러 말까지 걸었다고? 어제 그렇게 가버리고서?”
“알려줘야 될 거 같아서. 그래도! 너랑 같이 사는 오.빠.잖아. 물론 민기 오빠는 너같이 순진해 빠진 여자랑 하는 것보다 나 같이 제대로 할 줄 아는 여자가 훨씬 매력적이고 구미가 당긴다나?”
“풋~....미안.”
“지금 비웃는 거니?”
“아니.. 네가 하는 말이 웃겨서.”
“뭐가?”
“울 오빠가 그런 말을 했어?”
“그..그래! 무..문신도 멋지던데! 과거 있는 남자라서 그런지 전문가더라. 어제 몇 번이나 오르가즘을 느꼈는지.. 생각만 해도 또..”
“그래. 나 이제 그만 가 봐도 될까?”
“넌 화도 안 나? 내가 어제 네가 사랑하는 오빠랑 열정적으로 뒹굴었다는데 화가 안 나냐고!”
“안 나는데.”
“ㅇ,,왜? 넌 배알도 없니?”
“배알? 만약에 정말로 오빠가 너랑 몸을 섞었다고 하면.. 글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로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울 오빠 발기부전이야.”
“ㅁ..뭐??????”
“몰랐어? 어제 몸까지 섞었다면서?”
“.......”
“우린 네가 생각하는 그렇게 저급한 사이 아니라고. 울 오빠....정말로 상처 많은 사람이야. 그래서 몸도 예전 같지 않고...”
“......”
“너 얼굴 빨개졌다.”
‘탁!!!!’
아리의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일어난 미희는 곧바로 강의실에서 걸어 나가 버렸다.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쥔 손에 꽉 힘을 주며 당장이라도 부셔버릴 것처럼 행동하며 미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택시를 잡으려 학교 정문으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왔어요? 오늘은 부대찌개 끓였는데.. 꺅~”
“...”
“무..뭐해...웁~”
앞치마를 두른 채 들고 있던 국자를 내려놓으며 들어온 민기의 양복 상의를 받으러 나가던 아리를 민기는 다짜고짜 벽에 밀고는 키스를 퍼부었다. 언제나처럼 핫팬츠 같은 면 반바지와 흰색 티셔츠에 앞치마를 두른 아리에게 키스를 퍼붓던 민기가 손을 티셔츠 속으로 밀어 넣어 탐스럽고 부드러운 아리의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쥔다.
“훅.. 그..그만해요. 바..밥 먹고...”
“쪼~옥~~”
“히익~”
아리가 몸서리를 치며 목을 뺀다.
아리의 급소 중 턱 바로 아래의 목을 민기가 강하게 빨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리가 몸서리를 치며 엉덩이를 빼게 되지만 아리의 허리를 두른 민기의 팔에 의해 더 민기의 몸과 밀착되어져 버렸고 그런 민기를 밀어내려고 가슴과 가슴사이에 손을 넣은 팔에 힘을 줘 보는 아리였지만 역시나 민감한 목을 공략 당하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게 돼 버린다.
“그..그만해요.”
“쪼옥..쪽~”
“흑!..자..잠깐.. 나 씻지도 않았다고..요... 흑~~”
이미 앞치마 안에 있는 아리의 티셔츠와 브래지어는 위까지 올라가 커더란 가슴을 드러내게 되었고 어느새 일어선 유두가 가린 하늘색 앞치마에 작은 점을 돌출시키며 윤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목덜미를 강하게 빠는 동시에 혀를 내어 핥기도 하던 민기가 아리의 골반과 허리를 두른 팔을 그대로 입술을 천천히 밑으로 움직인다. 아리의 목덜미에서 라운드 티 바로 위 쇄골까지,, 아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민기의 가슴에서 머리로 옮긴 자신의 손으로 입술을 틀어막게 된다.
현관 바로 앞이었기에 복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혹여나 자신의 신음소리가 드릴까봐 걱정되어 하는 필사적인 아리의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리의 노력에도 민기의 노골적인 애무는 점점 더 수위를 높여갔고 앞치마와 함께 아리의 작은 유두를 침을 묻히며 소리 내어 빨기 시작했다.
앞치마에 민기의 침에 의해 얼룩이 번질수록 아리의 허리와 다리엔 힘이 더 빠져나갔고 골반을 쥔 민기의 손이 나머지 아리의 가슴을 움켜쥐었을 땐 단발마와 같은 탁한 신음소리를 끝으로 손을 깨물며 내는 끙끙거리는 소리만으로도 아리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을 쥐던 손을 내려 아리의 반바지 속으로 들어갔을 때 아리의 마지막 반항이 기다리고 있었다.
얇은 면 반바지 속에 팬티의 중심이 이미 젖어들기 시작한 걸 확인한 민기의 중지가 그대로 위로 올라갔다 팬티 속으로 쑤욱 하고 들어가자 아리의 부드러운 적은 숱의 털들이 매만져졌고 그 풀숲을 가르듯 좀 더 내려갔을 때 아리가 주저앉듯 풀린 다리를 주채하지 못하고 민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팔로 민기를 끌어안는다.
반항하듯 굳게 닫혔던 아리의 허벅지가 계속 된 민기의 혀놀림에 서서히 벌어지듯 힘이 더 풀려가기 시작하자 방벽이 무너진 틈을 놓칠 리 없는 민기의 손가락이 아리의 보지 계곡을 어루만지듯 주위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흐윽..흑.. 그..그만... 오빠.. 나..씨..씻고..으응??..오빠..”
“아리 땀 냄새도 향기 같아서 좋아.”
“그..그런 게.. 어딨...어... 그..만... 헉!!”
아리의 반바지를 아예 내려 허벅지에 걸치게 만든 민기는 곧 무릎을 꿇고는 아리의 아랫배에 입술을 살짝 대곤 천천히 더 아래로 움직인다. 간질이듯 움직이는 민기의 입술에 아리가 허리를 굽히며 더 끙끙거리길 반복한다.
그러나 신장 차이로 인해 더 이상 아래로 이동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민기는 아리의 몸을 반대로 돌리게 된다.
이미 힘이 빠진 아리였기에 너무도 쉽게 민기의 의도대로 현관 앞에서 반바지를 내린 채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ㄱ억 자로 허리만 구부린 채 서 있게 된다.
“꺅~ 자..잠깐만!!! 무..뭘 하려고...흑!!!!!”
아리의 복숭아처럼 동그란 엉덩이를 양 손으로 크게 벌린 민기가 그 골 사이로 얼굴을 파묻자 후들거리는 다리로 몇 번이나 주저앉으려 한 아리였다.
“자..잠깐!! 오..오빠!! 나 화낼...아!~~~”
아리의 미력한 반항은 민기의 혀가 아리의 이미 젖은 보지 속에 들어가자 흐느낌으로 변해버린다.
“왜..왜 이..래요..자..잠깐..만 차..참고....흑~..바..밥 먹...아!~~”
“...내가 고자냐?”
“!!!!?”
“고자가 이렇게 금방 커져? 참나.. 회사에서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
“스..스톱!! 무슨.. 말이에요? 내가 언...아흑!~~”
숙인 아리의 허리가 더 숙여졌다.
이미 젖은 아리의 보지인데도 민기의 자지가 빡빡하게 밀고 들어가자 고통과 함께 쾌감을 동시에 느끼며 아리가 벽을 짚던 손을 주먹 쥐며 고개까지 더 숙이곤 입술을 꽉 깨물어 버린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아리의 속살은 역시나 민기에게도 엄청난 쾌감을 몰아치게 만들었다.
첫 관계 후 서로의 일과 상황으로 인해 결코 많은 횟수는 아니었지만 분명 천성적으로 좁은 아리의 보지는 평균보다 굵은 민기의 자지가 들어가길 반복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도 좀처럼 늘어나질 않았기에 민기에게 첫 관계의 그때를 항상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동안의 조폭 생활로 여러 여자를 안아본 민기였고 남자를 후리는 기술에 능한 여자도 그 중 포함되어 있었지만 아리 같은 여자는 난생 처음이었다.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주는, 그 고통스러운 느낌이 엄청난 조임으로 인해 전해지는 쾌감으로 시작되어져 움직일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아리의 느낌대로 변해가는 속살의 움직임들에 명기란 게 있다면 아리 같은 여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신비스러운 몸이었다.
그래서 깊은 첫 삽입 후에 잠시 동안 멈추는 민기의 행동은 버릇처럼 되어버렸다.
아리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고 아리의 보지가 주는 조임에 느껴지는 쾌감을 자신도 음미하는 두 가지의 이유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항상 버릇처럼 하게 되어버렸다.
아리도 이런 민기의 행동에 이젠 길들어졌다.
첫 삽입 시에 거칠게 들어올 때도, 부드럽게 자신을 채울 때도 있었지만 항상 꽉 채운 채로 잠시 동안 머물러 주는 민기의 버릇에 묵직한 그 느낌을 이젠 음미하듯 가쁜 숨을 같이 몰아쉬며 같이 느끼는 아리였다.
“오..빠.. 방으로 가자....응?”
“....이대로 가.”
“무..뭐?? 싫어!!!”
“왜?”
“미쳤..”
‘띵똥~~띵똥~’
“ㄲ...흡!!!”
“아악!! 아파!!”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에 억지로 허리를 들어 빼는 아리의 행동은 민기에게 엄청난 고통을 전해주게 된다.
황급히 민기의 입을 틀어막고는 황급히 옷을 챙겨 입는 아리의 행동은 민기가 놀랄 만큼 재빠르고 정확했다.
“누..누구세요?”
“오~ 아리학상~~”
“동..민 오빠?”
“그라지~ 바로 나 곰팅이지~~”
“네..네.. 잠시 만요.”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민기의 바지를 추켜올리며 곁눈질로 빨리 방으로 들어가라는 시늉을 하는 아리의 행동에 그 자리에서 허리띠를 채우는 민기였다.
“어.. 이 곰팅이가 아무리 반가워도 글치 형님까지 문 앞에 마중 나오셨음까?”
“누가 반가워 새끼야!”
“어라~.. 와 화를 내고 그라신데..”
“누가! 화를.. 냈다고 그래.. 이 시간에 뭔 일인데!?”
“화내고 있구만..”
“이 새끼가.. 오랜만에 반타작 함 할까?”
“반~타작 이 웬 말이요~~”
“이 새끼가 완전히 빠져가지고...”
“큭큭큭~”
덩실덩실 춤까지 추는 동민의 행동에 아리가 큭큭거리며 어깨를 들썩거린다.
“넌 뭐 좋다고 웃어! 밥이나 차려 밥 먹게.”
“피~~ 방금 전에는 방 생각도 없어 보이더만~”
“....너까지.........”
“큭큭~ 알았어요. 동민 오빠도 식사 안하셨죠?”
“나야 땅쓰지~ 근데 아리 학상은 왜 곰팅이라고 안 부르는 겨?”
“에이~ 이제 정식으로 결혼도 하셨는데.. 언니한테 혼나요.”
“그란가??”
“큭큭.. 동민오빠는 더 재밌어 지신 거 같아요.”
“나야 원래 재밌는 사람이었지. 내가 기민형.. 아니.. 민기형님 밑에서 유머감각을 억압받으면서 살아서 그렇지 원래 개그 본능이 충실한 놈이었다는 거 아니냐.”
“남자 새끼가 뭘 그렇게 나불대! 그 서류봉투나 내려놓고 가라.”
“어허~ 형님! 오랜만에 아리 학상의 진수성찬... 그런데 음식 솜씨는 좀 늘었나?”
“당근이죠!! 아마 깜짝 놀라 실걸요!”
“하하하하. 그람 아리 학상의.... 어....”
“???”
동민이 말을 끊고는 아리를 빤히 쳐다본다. 아리의 얼굴이 아닌 가슴을 쳐다본다.
“왜요?...”
“그거.. 풀어졌나보네. 오호~~~~”
“네?... 꺅!!!!!!!!!!!!”
아리가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신속하지만 정확히 채웠다고 생각한 브래지어의 후크가 그냥 걸쳐있었는지 요리를 준비하며 움직이자 완전히 풀어져 티셔츠 등에 브래지어의 끈 부위가 노출되어지는 그 순간 동민이 발견한 것이다.
“오호~.. 형님이 화를 왜 내셨나 했네~”
“뭐가?”
“아따.. 밥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 하긴 밥이 중한 게 아니지..크크크크.”
“쓸데없는 얘긴 그만하고.. 그 양아치 새끼에 대해선 알아봤냐?”
“네. 여기 서류 안에 다 있습니다.”
“그건 됐고, 그 새끼랑 미희란 학생이 어떻게 엮이게 된 거냐?”
“뻔 한 스토리던데 말입니다. 단란주점에서 알바 뛰던 삼삼한 미희란 여자하고 거기 관리하는 그 며루치란 놈하고 만나기 시작한 거죠 뭐. 사진으로 봐도 삼삼하니 잘 빠진 년.. 학생이다 보니 며루치 새끼 눈에 든 거고, 드러운 새끼한테 걸려서 이것저것 좋은 짓은 다 하고 다닌 거죠 뭐.”
“좋은 짓?? 근데 며루치가 뭐냐?”
“멸치 모르십니까? 멸치?? 그걸 그 놈은 며루치라고 불리던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왜 며루치냐고?”
“그것까진 저도 잘...”
“그럼 됐고.. 좋은 짓은 뭔데?”
“약 빼곤 다 했던데 말입니다. 접대 식으로 2차까지 나가는 학생이다 보니 몸 굴리는 건 예사도 아니었고, 제대로 섹스 맛에...”
“식사하셔야죠.”
“미안 아리야. 잠깐만 있다가 먹자.”
“찌개 식는데.. 알았어요. 저 과제하고 있을 테니까 끝나면 불러요.”
“응.. 미안.”
“그게 다는 아니지? 느낌상으로 그 여자도 많이 뜯어낸 거 같던데... 아니야?”
“아~.. 그것도 좀 그렇슴다. 기둥서방이면 보통은 여자 등골 속까지 쪽쪽 빨아먹는 게 일인데.. 요사스러운 건지 오히려 용돈을 받아 쓴거 같던데 말입니다.”
“.....”
“그런데 왜 이런 피라미한테 신경을 쓰시는 겁니까?”
“이쪽이면 고만이형님 쪽 라인이지?”
“형님. 1년 사이에 많이 변하지 않았음까. 철민 큰형님이 은퇴하시고 나서 덩치 불리기에 바쁜 고만이 파 안에서도 거의 내놓은 구역입니다요.”
“그럼? 그새 전쟁이라도 하고 있다는 말이냐?”
“정착상태입니다. 형님들도 서로 눈치 보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구역 안에서도 피라미들 끌어들이기에만 급급하고.. 후계자 지목도 흐지부지로 넘어가시고 물러난 큰형님이 가장 큰 문제.....죄송합니다.”
“그게 큰형님 잘못이냐? 세 형님 중에서 큰형님 의중을 받을 형님이 없어서 그렇지.”
“뭐.. 그런 정치적인 얘기는 골 아파서 모르겠고 말입니다. 미희란 학생은 고딩때부터 자기 몸을 어떻게 굴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질 잘 알고 있던 거 같습니다. 지 아부지란 사람이 강간범이란 것도 충격이었겠지만...”
“그런 거...같더라.”
“예?”
“내가 그 년 때문에 어제 유치장에... 에휴.. 됐다.”
“허.. 형님은 또 뭔 짓을 하셨기에 유치장에 다녀오셨습니까?”
“됐다고... 말할 가치도 없다.”
“미희란 여자 때문에?”
“됐다고!”
“설...마....”
“뭐! 뭐 이 새끼야!?”
“아닙니다!.. 설마 아리학상도 있는데.... 에이~”
“....”
“짐..승.....”
“이 새끼가!!!!!!”
“아~~~~~~~~~~”
긴 탄성이 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아리가 민기의 땀에 흠뻑 젖은 등을 움켜쥐듯 긁어 되다 멈춘다.
오르가즘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민기를 끌어안으며 하는 아리의 행동은 민기의 등에 세운 손톱의 훈장과도 같은 자국을 남기며 얼마만큼 만족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격렬한지를 말해주듯 온 체중을 아리의 몸에 싣기를 잠시 짓눌린 가슴에 아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무거움을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나서야 민기는 바로 옆에 눕게 된다.
언제나처럼 거의 비슷한 패턴이긴 했지만 그 충족감과 만족감에 서로 전혀 불만이 없는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숨을 고르게 된다.
“저기... 오빠.”
“응?”
“아까... 동민 오빠랑 한 얘기요.. 미희 얘기죠?”
“.......”
“미희 아빠가... 강..간범이었어요?”
“몰라도 돼...”
“어떻게 몰라도 되요... 내 친군데...”
“네 친구? 걔가 친구야?”
“......네.”
“걔가 어제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 질.... 아니다.”
“또 말하다 말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거죠?”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래.”
“정...말이죠?”
“그래.”
“설마..... 둘이서 다른.. 걸 한 건 아니죠?”
“다른 거??”
“.....”
“아~.. 걔가 또 뭔 헛소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헛소리야.”
“그럼 왜 새벽에 들어왔어요?”
“그 년 때문에!!.... 경찰서에서 잤다.. 됐냐?”
“네에~!??? 경찰서?? 왜요?”
“몰라!!! 아씨.. 생각하니까 또 열 받네..”
“......”
“앞으로 그 가스나랑 어울리지 마! 근본부터 썩은 년이니까! 놀지 말라고.”
“...욕하지 마라요.”
“넌 그러고 싶냐? 지금 보니까 너한테도 헛소리 한 거 같은데 욕이 안 나오게 생겼냐?”
“그래도 친구에요.”
“참나... 사람을 믿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사람이 다 착한 줄 아냐?”
“전 성선설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요!”
“선성?? 뭐?”
“성선설이란 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다는 학설인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맹자님이 말 한 걸로 이 세상에 나쁘게 태어나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며 그렇기에 누구나 가슴 깊숙이 착함을 품고 있다는...”
“미쳤냐?”
“...예?”
“맹자인지 맹꽁이인지 미쳤냐고. 그럼 이 세상에 살인이나 강도, 강간은 왜 있는데? 그럼 착하니까 남의 것을 뺏고 그런 거라고?”
“제 짧은 소견으로 맹자님이 하신 말씀을 다 표현할 순 없지만.. 음~ 그런 거 아닐까요? 사람이 아무리 악한 행동을 하더라도 근본적인 착함이 그 속에 있다고.. 그러니까 용서할 수 있는 거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착함을 드러낼 수 있고, 또 통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덜 마라. 네가 아직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글치.. 세상에 나가보면 얼마나 삭막한지 모르지? 돈 때문에 살인하고 돈 때문에 자기 자식을 팔아버리는 게 바로 인간이란 동물이야. 이렇게 순진해서 더 걱정이라고 이 바보야!”
“그건 솔직히 다 털어놓고 얘길 나눠보지 않아서 그래요. 미희도...... 미희도 만약에 평범하게 자랐다면.. 미희 아빠가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미희가 이렇게 변색 될 리 없다고 생각해요.. 다 털어놓고 얘기 할 수 있는 친구만 있었다면 말이에요.”
“그럼 미희 아빠란 사람은?? 중학생까지 강간을 했단다. 피는 못 속인다고..”
“아니에요.”
“허~.. 또 고집 부린다.”
“씨! 아니라고요. 미희 아빠는 병에 걸린 거였을지 모르잖아요.”
“그게 병이냐? 핏덩어리를 강간하는 쳐 죽일 놈이 병에 걸린 거라고?”
“넌 옛날 일을 벌써 까먹었어!? 너도 그렇게 당.......”
“......”
“아리야.. 미희랑 너무 깊게 어울리지 마...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니까.”
“미희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해주시는 건 항상 고맙지만.. 미희는 제 친구잖아요.”
“...에휴.”
한숨을 쉬는 민기의 모습에 아리가 꼭 끌어안으며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머릿속으론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잔뜩 갖게 된 민기였지만 아리의 고래 힘줄만큼 질긴 고집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음을 맡기 시작했다.
어느새 새근거리며 잠이 든 아리의 숨소리에 민기의 눈도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해.”
“왜? 내가 우습다 못해 이젠 대놓고 따라도 시키게?”
“어떻게 생각하든 네 맘이지만 나랑 얘기 좀 해. 미희야.”
“좋아. 하지만 민기 오빠 얘기가 전부 거짓말은 아니란 것만 알아둬.”
“....”
엉뚱하게 아리는 미희를 데리고 택시를 탄다.
강의실을 걸어 나가는 아리의 모습에 근처 커피 전문점이나 가는 줄 알았던 미희는 택시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이내 자신이 꿀릴 것 없다는 모습으로 당당히 택시에 올라탔다.
“아저씨. OO동 사거리요.”
“여기가 어딘데?”
“따라 와 봐.”
아리는 골목을 걸어가다 말고 잠시 고개를 들어 고시원의 간판을 올려다본다. 그리움이란 추억이 묻어나는 시선으로 허름한 고시원의 간판과 건물의 창문을 찬찬히 둘러보던 아리는 이내 발걸음을 옮겨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는 거니?”
“따라 와.”
“참나.. 낮술이라도 할라고? 뭐.. 나야 땡스지.”
“여기야. 아! 여기 온 김에 오랜만에 오빠들한테 인사 좀 하고 가자.”
“오..빠?”
“안녕하세요!!!”
“어!! 아리야~”
“엇. 아리야 원일이야.”
“오~~ 이게 누구야~ 그새 보고 싶어서 이 곰팅 오빠를 직접 찾아 왔노?”
“피~ 지나가다가 들린거거든욧! 근데 일 안해요? 어째 사무실에 세영, 강철오빠에 동민오빠까지 다 계신데요.”
“그러게 말이다! 만날 일이라고 받아오는 건 불륜조사에 뒷조사가 전부다. 울 형님이라는 분이!!!”
“큭큭.. 강철 오빠는 여전하시구나.”
“아리야. 어쩐 일이야.”
“정말 지나가다가 들렸어요. 세영 오빠도 별일 없으시죠?”
“나야 뭐...”
“그럼 인사도 했고, 전 일보러 갈게요. 언제 집에 들르세요. 맛 나는 닭볶음탕 해드릴게요.”
“진짜? 아리 이제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그럼요!”
“내가 그제 부대찌개를 먹어봐서 아는데 아리학상 음식솜씨가 일기월창이더라.”
“형님..일취월장이겠지 말입니다.”
“이 건방진 새끼를 보소! 감히 형님을 가르치려드네... 야! 강철아! 빠따 좀 가져와라!!”
“큭큭큭~ 다음에 꼭 들려요! 동민 오빠는 빼고요!”
“어!! 아리학상! 그람 섭한데...”
“안녕히 계세요~ 하하하하하”
흥신소에서 인사를 마친 아리는 곧 엘르란 간판이 적인 지하의 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아직 낮이라 거의 없는 종업원들로 몇 명의 사람, 그리고 주방 아주머니와는 눈물의 인사를 나누곤 다시 거리로 나왔다.
“...너 정체가 뭐니?”
“응? 뭐가?”
“뭘 했는데.. 저기 깡패 같은 사람들하고.. 여기 단란빵에서 환대를 받냐고..”
“환대인가? 그냥 인사한 건데.”
“....”
“다 왔다. 여기야.”
“여..기???”
반 블록쯤 더 걸어가 아리가 안내한 곳은 일명 방석집이었다.
오래되어 허름한 간판엔 장미란 흔한 이름이 걸려 있었고, 유리문도 벽과 같이 온통 검은색으로 선팅이 되어 있는 조금은 오래 된 방석집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긴 왜?”
“..... 안녕하세요.”
“어머.. 아리 맞니? 진짜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아리 너 떠나고 나서 얼마나 섭섭했는데.. 야속하게 한 번을 안 들르니?? 진짜 서운했어 얘!”
“하하하.. 죄송해요 언니.”
“죄송한 걸 알기는 하고?”
“그럼요! 진짜 공부하고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간이 안 나서 그랬지. 마음으로 하루에도 한 번씩은 들렸어요.”
“말이라도 못하면.. 아고~ 내 정신 좀 여기 앉아. 음료수 줄까? 아님 맥주??”
“맥주요! 이젠 당당히 마실 수 있어요.”
“호호호호. 그래 기분이다! 안주 준비해서 내올 테니까 거기 앉아 있어.”
자신을 벌줌이 세워둔 채 자신의 말대로 정말 아리를 환대하는 중년 여성의 모습에 할 말을 잃게 된 미희였다.
익숙한 듯 입구의 좁은 테이블을 사이에 둔 작은 의자에 앉은 아리는 미희에게도 앉으라는 듯 손짓을 한다.
“여긴 뭐야?”
“술집이잖아.”
“누가 보면 몰라? 여기에 날 왜 데려왔냐고!?”
“나 고등학교 때까지 아까 엘르란 곳에서 일했어.”
“...뭐?”
“아빠 돌아가시고,, 엄마는 재혼했는데.. 그 재혼한 새아빠라는 사람이 나한테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해서 무작정 도망 나왔고.. 사촌 오빠였던..... 민기 오빠한테 달려 왔었다.”
“사촌??”
“정확히는 입양 된 아이였다나 봐. 내가.”
“.....”
“민기 오빠는 아까 그 흥신소에서 일했는데.. 간판만 흥신소지 사실 깡패였데.”
“그건 딱 보면 알겠더라.. 그런데?”
“엘르란 곳에서 일하면서.. 나 많은 걸 배웠다. 언니들한테도 배웠고, 엄마.. 주방 아주머니를 엄마라고 불렀거든.. 하여튼 엄마한테도 많이 배웠고.. 물론 나쁜 일이 전혀 없었다고만은 할 수 없었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언니 그냥 맥주만 주세요!”
“어떻게 그러니~ 잠깐만 과일 안주 금방 돼.”
“저 분은?”
“응? 아는 언니.”
“언니라..고 하기엔 나이가 넘 많은 거 아니야?”
“엄마뻘은 아니잖아. 그리고 언니는 이모란 소릴 제일 싫어해..큭큭큭~”
“....”
“자~ 다 됐다. 맥주도 시야기 해놨던 거야.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켜라~”
“하하하.. 감솨합니다! 음~~캬~~~”
“호호호호. 여전하구나 아리는.”
“그럼요! 이제 겨우 일 년인데. 아! 미희야 인사드려 울 큰 언니야.”
“어솨요.”
“.....”
“보자~ 술은 좀 늘었니? 맥주 1/3잔도 겨우 먹었잖아.”
“이젠 한 병까지는 거뜬해요!”
“호호... 하긴 가장 좋을 때다. 내가 아리 나이만 할 때엔 진짜 남자들이 줄을 운동장 반 바퀴만큼 섰었는데. 그땐 술 사준다는 오빠들이 사방 천지에 널렸었다고. 아리 너도 학교에서 인기 많지?”
“아뇨. 공부하느라 정신없어요.”
“아고~ 그래야지! 공부해서 훌륭한 의사 돼야지!”
“의사 아니고 간호사! 나이팅게일 같은 간호사 될 거라니까요.”
“그거나 저거나..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까지 왔어? 정말 맥주 얻어먹으려고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음~.. 언니. 나 여기서 일 해도 될까요?”
“나야 대 찬성이지! 엘르에서도 음식솜씨로 인기가 어마어마했는데!.”
“..안주만 만들 줄 아는 거죠.. 음식 못한다고 하두 구박을.. 그리고 주방 말고요.”
“..................”
아리의 말에 처음엔 놀란 듯 입을 다문 여주인은 잠시 후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너 미쳤니!! 대학교까지 들어가서 이런 대는 왜 다니려고!!!”
“학비도 그렇고.. 돈이 좀 필요해서요.”
“아르바이트 한다면서!! 아르바이트 하는데 왜 이런 대를 다닐 생각을 하니!”
“소리 좀 줄여요 언니.. 친구 놀라겠어요.”
“놀라라지!! 지금 말 같은 말을 해야 받아주지! 이걸 말이라고 해!? 뭐? 돈이 필요하다고 여길 다녀?”
“요즘은 사회가 많이 변했대요. 언니. 옛날처럼 처녀 아니라고 소박맞을 걱정도 없고..”
“민기씨 때문이니? 혹시 민기씨가 너보고 돈 벌어 오래?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닐 텐데.. 정말이야??”
“아니에요. 오빠는 몰라요.”
“....나가!”
“어..언니.”
“나가라고!!! 네 말 같지도 않은 얘기 들어줄 한가한 사람 아니야. 나!!”
“언니도 여기서 일하잖아요. 한 때는 여기, 이 거리에서 퀸으로 통했다고 저한테 자랑까지 하셨음서..”
“아리야.. 너 왜이러니.. 응!?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어? 돈 필요해? 내가 줄...빌려 줄까?”
“제가 언제 돈 빌리는 거 보셨어요? 벌었으면 벌었지!”
“그러니까 왜!!.... 아리야. 이런 곳에 한 번 발들이면 인생 끝이야. 아무리 요즘 시대가 달라졌고 한 때 즐기면서 돈 벌다가 나중에 결혼만 잘하면 인생 장땡이라는 생각들 하는데.. 그래. 잘 나갈 때야 월 일이천도 우습지.. 그게 얼마나 지속 될 거 같니? 돈 모으면서 알뜰하게 몸 판다고? 치장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 줄 알아!? 미용실에 마사지에 화장품들.. 한 달에 버는 만큼 꼴아 박아야 일 년이라도 이 생활 더 할 수 있다는 압박감이란 걸 못 느껴본 애송이들이나 쉽게 벌면서 즐긴다는 생각하지.. 1년이 긴 거 같지? 이십대? 나이를 먹을수록 지나가는 시간도 빨라진다는 걸 이 나이 돼서야 겨우 알게 되더라.”
“.....”
“그래.. 네 말대로 쉽게 벌고 즐긴다고 치자.. 한 달에 일이천 벌면서 치장하다가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니면서 받는 일이백 가지고 성에 찰 거 같니? 백이면 백 다시 돌아오게 돼 있어.. 돌아오면? 이십대 초반 지나고 중반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본다고 하자.. 남자란 속물들 나이가 들수록 지들 딸년 같은 어린것들한테 더 환장하고, 못 먹어서 안달이야! 이십대 중후반은 여자로도 안 본다. 그러면 가게 되는 곳이 2류가 되는 거고 3류로 넘어가는 거야. 너는 아닐 거라고? 누가 그래? 노래방까지 전전하다가 나중엔 몸만 파는 화냥년 되는 건 십중팔구 뻔할 뻔자라고! 이 철없는 것아!”
“그냥 노는 게 좋아서 몇 년 만 일할 수 있잖아요.”
“아리야.. 너 왜 이렇게 됐니.... 너..... 내가 낙태를 몇 번 했는지 알아?”
“......”
“6번이야... 한 두 번도 아니고.. 6번.. 처음엔 많이도 울었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지더라.. 그냥 병원 가서 다리 벌리고 누우면 끝이라고.. 그게 얼마나 후회 할 짓 인 줄도 모르고...”
“낙태 한 두 번이 그렇게 큰일이에요? 태어나서 불행할 게 뻔 하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미희라고 했니? 세상 이치란 게.. 특히나 몸에 관해서는 업보란 게 존재한다는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단다.”
“업보요?”
“그래.. 낙태를 버릇처럼 하니..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몸이라고 산할매도 벌을 주시더라고.. 다시는 임신도 못하는.. 월경도 못하는 반 빙신이 돼 버린 게 스물여덟인가.. 아홉인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요즘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데요. 사이비 의사한테 다니니까 그런 거지..”
“너 아리 친구 맞니?”
“....”
“너 남자 좋아하지? 얼굴상을 딱 보니 맞네.”
“아줌마가 무슨 점쟁이라도 되요?”
“연륜이라고도 하지. 아가씨한테 충고삼아 한마디 할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는 것도 좋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준비되기 전에는 꼭 피임정도는 하라고.. ”
“걱정 마세요! 제 앞길은 제가 알아서...”
‘쿵!.’
여주인이 소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곤 조용히 쪽방으로 보이는 안쪽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시 후 나온 여주인의 손에는 작은 나무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뭔지 알겠니?”
“..뭔데요?”
“열어 봐.”
“헉!!!!!”
“.... 마지막 이었어. 더 이상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말을 의사한테 듣고 난 후에 그 때 남편하고 아무 기대도 없었던 내게 준 마지막 하늘의 선물이었... 아리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절대로 이런 일 한다는 말.. 입 밖으로 꺼내지 마. 더군다나 엘르 같은 곳이 아닌,, 이런 곳은 말이야.”
“.....”
손까지 파르르 떨던 미희가 여주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버렸다.
눈물을 흘리며 겨우 말을 끝낸 여주인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리가 사과를 한다.
“언니.. 죄송해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
“저 아이지?”
“..네?”
“저 아이한테 충고하고 싶어서 여길 데려온 거지?”
“........네. 죄송해요.”
“아니야. 남 같지 않아서, 꼭 내 젊었을 때 보는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오지랖을 부렸네.. 괜히 보여주지 않아도 될 걸...”
“죄송해요.”
“얼른 나가 봐.. 미희란 얘도 충격을 받았을 텐데..”
“..네.. 언니 다시 올게요.”
일어나서 정중히 인사를 한 아리가 미희를 찾아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미희의 모습을 이미 도로 위에서 찾을 수 없는 아리였기에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미희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전화기가 꺼져 있다.
“뭐냐 너!?”
“나 술 좀 사주라.”
“이게 미쳤나.. 야! 도망갈 땐 언제가 며칠 동안 잠수 타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술 사달라고 지럴이야!?”
“술 좀 사줘!”
“뭐야. 벌써 한 잔 꺽으셨냐?”
“독한 걸로.. 나 지금 최고로 기분 더러워.”
“미친.. 돈 없어 이년아! 너한테 꼬라박은 돈이 얼만데.. 있어도 못 사!”
“아! 시발... 술 좀 사달라고!”
“이게 진짜 쥐약이라도 처마시고 왔나..”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지저분한 건물속의 지저분한 방에 들이닥친 미희가 모텔에서 함께 있던 남자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아!.. 저기 냉장고에 소주 있으니까 그거라도 처마시던가.”
“....후.”
“미친년.. 아주 나발을 부네.”
“흐윽..딸꾹.. 아 씨발.. 안주 없어? 하루 종일 암 것도 안 먹고 마셨더니..”
“왜? 아주 진수성찬을 차려달라고 명령이라도 하시지.”
“....나 지금 최악이거든. 자꾸 비꼴래?”
“니년이 기분이 드럽던 말던, 그리고 난 기분이 졸라 좋아서 지금 널 상대하는 줄 알아!?”
“....됐다. 무식해서 남 생각은 눈곱만큼도 할 줄 모르는 오빠한테 내가 뭘 바라냐.”
“무식?? 이 년이......”
“꿀꺽~꿀꺽~”
“야! 천천히 마셔!.”
“내 마음이야!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해!?”
이미 취한 미희는 남자에게 막말을 한다. 그런 미희의 행동에 윽박을 지르거나 화를 낼만도 한데 묵묵히 노려보기만 할 뿐인 남자였다. 평소와는 다른 남자의 모습을 미희라면 눈치 채고도 남았을텐데.. 낮에 있었던 일로 심한 충격을 받은 미희는 이미 판단력이 많이 흐려진 상태였었다.
“....... 술보다 더 좋은 거 줄까?”
“....뭐?”
“뭐긴 뭐야...이런 거지.”
“이제 약장사까지 하니? 진짜 최악으로 치솟는구나..”
“이번에 돈 좀 만져볼라 그란다. 왜! 시음회라는 것도 하던데. 이거 한 방이면 괴로운 거 다 잊는다더라. 어때??”
“됐어. 나 그렇게 까진 타락하지 않았거든.”
“타락 좋아하시네. 니 년 인생은 어차피 밑바닥이야 이년아.”
“.....”
“내가 틀린 말 했냐? 왜 그렇게 꼬라보는데!?”
“됐다.. 오빠랑 어울리다간 손에 은팔찌 차기 딱이네.. 나한테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빠이다~ 딸꾹~”
이미 술에 반취한 미희는 비틀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비틀거리며 고개를 돌려 입구를 확인하곤 또 비틀거리며 또각거리는 하이힐의 구둣발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어~ 어디가 미희야.”
“집에... 말 걸지 마.. 어지럽다.”
“어어~ 이렇게 가면 이 오빠가 섭섭하지.”
“...이거 놔라.”
“에이~ 우리 막나가는 미희양께서 왜 이렇게 빼실까.”
“이거 놓으라고!.. 놔!!”
부축하듯 팔뚝에 손을 넣어 잡은 남자를 미희가 밀쳐내며 화를 낸다. 정말로 짜증을 내며 미희가 남자를 풀린 눈으로 한 번 노려보곤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문을 열고 들어온 뚱뚱하지만 작은 키의 남자가 조용히 문을 잠그기 시작했다.
“...너.. 너 뭐야!”
“어허~ 다 잊게 해준다니까. 힘든 것도 괴로운 것도!.. 모르냐? 들장미소녀 캔디도 이거 한방에 괴롭고 힘들 일을 단번에 이겨내서 또 달려갔잖냐.”
“이..이거 놓으,,.라고...”
“진짜 왜 이러시나. 우리 미희양은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여자잖아?”
“...소..리 지른다!. 나 정말 신고한다!”
“...”
“내가 못 할 줄 알아? 경찰서에 가서 확 다 까발...악!!!”
“짝!!!!!!!!!!!!”
미희가 억센 남자의 손바닥에 뺨을 맞고는 거의 날아가듯 소파에 처박히게 된다.
너무 놀라 술이 단번에 깬 여자처럼 튕겨지듯 상체를 일으킨 미희의 입술은 귀싸대기의 충격으로 터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그런 상처보다 자신을 때린 남자의 행동을 참지 못하겠는지 무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날 때려?!! 지금 나한테 손찌검 한 거지!!! 감히 이 나 한...”
남자가 미희에게 걸어가선 양 볼을 손으로 짓누르며 꽉 쥐자 입을 크게 벌린 채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하게 된 미희였다. 사실 미희가 이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희의 몸에 손찌검을 한 적 없었던 남자의 행동은 민기와 아리의 충고와 걱정에도 모든 걸 무시하는 큰 원인 중에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오냐오냐 하니까 우리가 아주 핫바지로 보이지? 이 갈보년아!”
“우욱.. 이..이거 놔! 아..아프다고!!”
“뭐? 신고를 해? 이 년이!!”
‘짝!!’
“악!!!!”
“야! 이 시발년 좀 잡아!”
“아악!! 무..뭘... 하..하지 말라고!!”
한 번 더 미희의 뺨을 후려갈긴 남자는 악을 지르며 크게 반항하는 쓰러진 미희의 위에 올라타선 미희의 두 팔을 머리 위로 옭아매듯 잡아 올리곤 꼼짝 못하게 속박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남자의 행동에 얼굴이 사색이 된 미희가 더 크게 바동거리며 반항을 시작했지만 두 남자와의 일방적인 힘의 차이로 인해 미약한 반동만을 소파에 전해주고 있었다.
팔걸이에 걸친 미희의 팔을 잡은 남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얇은 주사바늘을 미희의 위에 올라탄 남자에게 건네자 어디서 본 건 있는지 그 주사기를 손가락으로 몇 번 튕기곤 남은 공기를 빼내기 위해 허공에 정체모를 주사액의 물줄기를 뿌려댔다.
“형님 아깝게 그걸 왜 버리십니까?”
“이 무식한 새끼야. 공기 들어가면 죽는 거 몰라?!”
“아~~ 그렇습니까?”
“잘 잡기나 해!”
“하..하지 마!! 하지 말라고!!! 야!!! 이거 안 놔!!! 야!!”
“후흑흑큭.. 이 년아 바동대봐야 너만 손해야. 어디서 발악이야 발악이. 오늘 진짜 죽여줄게. 홍콩에 보내준다니까 좀 가만히 있으라고 이년아!”
“야!! 겨..경고 했다! 그거 놓기만 해! 진짜 경찰한테 전부 불어 버린다고 말...악!!”
‘푹~’
두 남자에 의해 짓눌린 채 팔뚝에 느껴지는 이물질의 감촉을 미희는 제대로 된 저항도 한 번 못해보고 느끼게 된다. 따가움에서 오는 고통보다 자신의 몸을 뚫고 들어온 바늘에서 들어올 액체에 대한 공포로 최후의 발악을 하며 지금까지 와는 비교도 안 될 몸부림을 쳐보지만 그럴수록 미희의 두 팔을 잡은 뚱뚱한 남자의 팔에 더 큰 힘이 실리며 팔을 꺾었으며 미희를 깔고 앉은 남자의 허벅지에 온 체중을 싣기 시작한다.
“이 개 같은 놈아!! 이..이거 안..놔!!! 놓으..라고!! 놔!!! 아악!!”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한 남자가 천천히 누르기 시작한 주사기에서 전달되기 시작한 차갑고 지극히 비정상적인 이물질감이 느껴지는 액체가 침범하기 시작하자 미희의 반항이 서서히 멈추기 시작한다.
“...노..놔... 그만... 놓으..라...고...”
“이거 한방이면 되는 건가 모르겠네?”
“글쎄요.. 저도 이런 건 처음이라서...”
“야! 한 방 만 더 줘봐.”
“괜찮을까요?”
“이년이 뒤지기밖에 더하겠냐? 줘 봐!”
“어.. 한 방이면 충분한 거 같은데 말입니다.”
“....?”
반항이란 단어와는 전혀 다른 미희의 몸짓을 올라탄 허벅지에 느끼게 된 남자는 미희의 머리채를 움켜쥐곤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게 된다.
풀린 눈동자로 멍하니 뭔가를 바라보는 미희의 흐릿한 시선과 벌린 입에서 흐르는 침을 보게 된 남자는 반항의 몸짓이 아닌 미약한 경련임을 알게 되곤 짓눌렀던 체중을 걷어 미희를 내려다보며 일어난다.
“이거 제대로네..”
“그러게 말입니다. 잘난 체 덩어리였던 미희씨가 완전히 맛 갔는데 말
아리의 친구 미희-하
“민기 오빠 대단하더라.”
“....”
“내 생각대로 아리 너한테는 많이 아까운 남자더라.”
“그래?”
전공수업이 끝나자마자 미희가 아리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다.
충혈 된 눈으로 입맛을 다시는 미희의 모습에 아리는 냉정하게 행동하며 시선조차 마주하지 않는다. 미희만큼이나 아리도 잠 한 숨 못 이뤘기에 피곤한 몸을 책상의 엎드리려던 찰나에 방해꾼인 미희가 등장한 것이다.
민기가 집에 들어온 시간은 새벽 5시가 넘은..
아리가 이미 편한 반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고 막 잠이 들려던 그때였었다.
“굵기도 굵기지만 지속력이 무슨 야생마로 착각할 정도로 대단하던데.. 너한테 많이 만족을 못했었나봐?”
“......”
“하긴 아직 순진한 척 하는 네가 섹스 맛을 제대로 알긴 하겠니?”
강의실에서, 그것도 여자 둘이 나누기엔 너무도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얘길 아무리 소리죽여 하는 말이라도 서슴없이
뱉어내는 미희의 행동에 아리가 고개를 돌려 미희의 얼굴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남자랑 동거하면서 어떻게 그런 순진한 척을 할 수 있니? 참~ 존경스럽다 너!. 학교에서는 아주 도도한척 순진한 척은 다하면서.. 하긴 민기오빠 같은 남자랑 살을 맞대고 살면 여기 애들은 진짜 애들로밖에 안보일지도 모르겠네.”
“그러니?”
“....”
노골적인 도발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도 않는 아리의 모습에 미희가 입을 다물곤 잠시 생각을 한다. 애써 진정하려 행동하는 아리라고 하기엔 너무도 태연하게 책가방을 챙겼고, 책가방을 챙기는 손에도 전혀 떨림이 없었기에 머뭇거리게 된다.
잠 한 숨 이루지 못한 어제의 일을 다시 떠올리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아리와의 시선을 피하게 된다.
“아리랑 동거한지 오래됐어요?”
“...”
“아리 몸매 좋던데.. 속궁합도 잘 맞아요?”
“그런 얘길 하자고 날 부른 건 아닐 테고,, 부탁할거란 게 뭐지?”
“....”
“딴 생각이었다면 난 됐으니 가볼게.”
“오빠도 봤으니 알겠지만.. 제가 좀 곤란한 입장이라 서요.”
“...”
“혹시 날 그렇고 그런 여자로 보는 건 아니시죠? 물론 제가 좀 놀긴 했지만 싸구려는 아니거든요. 단지 좀 즐길 줄 아는 여자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저도 아리만큼이나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나한테 이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은데.”
“오해하실까.. 봐요. 그 놈이란 남자를 잘 못 만나서 못 보여드릴 걸 보여드렸지.. 제가 그런 여자가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해서 먼저 말씀 드린 거예요.”
미희가 말을 하며 앉은 의자를 조금 더 민기에게 끌어 옮긴다.
아리와 말싸움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미희는 옷을 몇 번이고 갈아입었었다. 처음엔 아주 짧고 가슴이 깊게 파인 야한 원피스를 업었다가 헐렁한 티셔츠에 핫팬츠로 갈아입는 등 몇 벌의 옷으로 바꿔 입고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아리와 비슷한 추리닝으로 세팅을 한 지금의 복장은 아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섹시함이란 단어를 갖추고 있었다.
검은색 벨벳으로 이뤄진 원단의 광택은 몸에 심하게 밀착된 추리닝의 굴곡을 유감없이 빛에 의해 도드라지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었고 추리닝이라기 보단 여성의 요가복과도 같은 형태였다.
몸에 자신감이 충만한 미희였기에 거의 엉덩이에서 이어지는 허벅지의 윤각이 알몸처럼 드러나는 추리닝의 타이트함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추리닝의 타이트함이 얼마나 심했는지 자세히 보면 미희의 가랑이사이 도끼자국까지 보일 정도였다.
“내가 오해할 필요가 없...”
민기가 미희의 말을 자르며 귀찮다는 듯 맥주를 마시려고 막 들었을 때 미희가 추리닝 상의의 지퍼를 반쯤 내린다. 검은색 추리닝 사이로 회색 스포츠 브래지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덥지 않아요?”
“....”
“나만 덥나?”
“지금 뭐하자는 거지?”
“네? 왜요?”
“..용건 없으면 그만 하자.”
“옷 갈아입고 나오는데.. 그 남자가 골목에서 나왔어요. 다행히 절 발견 못해서 뒤쪽으로 도망 나올 수 있었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집요한 질 잠시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보고 그 사람을 처리라도 해 달라는 말인가?”
“....아니요.”
“그럼?”
“아리 아르바이트 간다고 했을 때 그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나오긴 했는데.. 막상 갈 곳이 없어서.. 모텔이라도 갈려고 했는데 너무 급하게 나오다보니까 지갑도 못 가져왔어요.”
‘툭~’
미희의 앞뒤도 맞지 않는 말에 민기는 정말로 귀찮다는 듯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있는 지폐를 다 꺼내 테이블 위에 툭하고 던져 놓는다.
“지금 있는 건 이게 다다. 이정도면 며칠은 충분할걸.”
“누.........굴 거지로 아세요?”
“....”
“전 공짜로 주는 건 10억이라도 절대 안 받아요.”
“누가 공짜로 준다고 했나? 갚아.”
“...돈 말고 다른 걸로 갚으면 안 될까요?”
“......너 몇 살이냐?”
“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벌써부터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재수 없어.”
“....뭐?”
“어차피 내가 다 벗고 덤비면 빨딱거리면서 엎어트릴 걸..”
“....”
“위선자라는 말 들어봤어요?”
“네 얘길 듣고 있으니까 귀가 썩겠다.”
“앉아요!!!”
민기가 말을 끝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의자에 걸쳐놨던 양복 상의를 들고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는데 미희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악을 쓰며 민기의 소매를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찌지직~~~’
“.....”
“....”
소매의 이음새가 뜯어져 민기의 어깨부위가 드러나 버렸다.
“지금 뭐하냐?”
“.....그..거 문신이에요?”
“....”
“오빠.. 뭐 하는 사람이에요? 세일즈맨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 세일즈맨. 일회용이니까 신경 끄고 니 갈 길이나 가세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 헤나랑 문신하고 구별도 못하는 여자로 보여요?”
“.....”
“무..뭘 그렇게 노려봐요. 그런다고 제가 겁먹을 거 같아요?”
“왜 계속 신경이 쓰였나 했는데.. 아리의 불량버전 같구나. 너.”
“네..네??? 아리가 저랑 닮았다는 말이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니! 닮았는지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넌 그냥 아리를 흉내 내고 있는 것뿐이었네.”
“뭐라고요!! 그런 년을 제가 왜 흉내를 낸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부족한 게 뭔지도 모르고, 좋은 사람 만나서 호강만만 하면서 살아온 아리를 제가 왜..”
“그러게... 왜 그러는 거냐?”
“말이 안 되잖아요.”
“너 남이 좋은 걸 갖고 있으면 배가 아프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뺏고 싶고.. 그 무슨 짓이란 것엔 몸까지도 이용할 수 있고 말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제가 뭐가 부족해서!! 뭐? 아리를 내가 흉내를 낸다고??”
“오간가.. 아버님의 성함이 맞나?”
“......”
“강남에서 한 때 유명하셨던..”
“너 뭐야!!”
“....”
“왜 사람 뒷조사까지 하는 건데!”
“숨기고 싶은 과거란 건 알겠는데, 너무 목소리가 큰 거 아닌가? 다른 사람이 봐서 안 좋은 건 그 쪽 아닌가?”
“시..발......”
“한번 만 더 욕해라..”
“어쩔 건데? 여자를 때리기라도 할라고?”
“아가리 찢어져 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알지...”
소리를 지르는 미희와 달리 한층 더 낮은 톤으로 조용히 얘기하는 민기의 목소리에 더 살기가 서려있었고 느낀 것도 미희였고, 압도당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 미희였다.
문제는 미희란 여자의 아집이었다. 지금까지 겪어온 온갖 위협과 상황에서도 아리와는 다른 의미에서 자신의 몸 하나로 헤쳐 나온 미희였기에 지금 상황에 고집도 아닌 아집을 부리게 된다.
“후~... 내가 이런 핏덩어리를 상대로 뭘 하는 건지...”
“뭐라고요?”
“됐다.. 그래. 나한테 부탁하고 싶다는 게 정말로 있다고 치고... 있기는 하냐?”
“아리랑 제가 뭐가 다른데요?”
“뭐가 똑같냐고 박박 우기던 게 언젠데,,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그러는데?”
“같은 나이고! 저도 어디 가서 미인이란 소릴 들으면 들었지 못 생겼다는 얘긴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어요. 몸매?? 아리가 가슴이 더 크다는 건 저도 인정하는데!! 저도 B컵은 되거든요! 솔직히 아리같이 순진한 여자가 보기엔 좋아도 먹기엔 별로라는 거 아직 모르시죠? 아니지.. 그렇게 순진한 척 다하는 년이 뒤로는 호박씨를 엄청 까는지도 모를 일이네~. 맞네! 그러니까 어제도 당하면서 느꼈지! 맞네!!”
“너 이거 안보여?”
“무..뭘요?”
민기가 입은 양복 상의의 목덜미 부분을 옆으로 젖히듯 벌리곤 찢어진 소매사이로 문신을 드러내며 기가 찬 듯 얘길 이어갔다.
“문신이 왜요?”
“이런 걸 새길 정도면 내가 왕년에 어떻게 놀았는지 파악 안 되나? 어디서 그 더러운 입으로 아리 이름을 함부로 올려! 정말 확 그냥....”
“....하나도 안 무섭거든! 양아치같이 몸에 같잖은 문신이나 새기고. 딱 감이 오네.. 양아치랑 어울리는 아리..”
“닥쳐라. 한 번만 걸레 같은 입으로 아리 이름 부르면 정말로 수락산 절벽 한가운데에 거꾸로 매달리는 수가 있다.”
“......”
“됐다. 너랑 더 이상 섞을 말도 아깝다. 길거리에서 자든지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 븅신 새끼 같은 놈들하고 다시 붕가붕가하면서 놀러가던가.”
“잠깐만요!”
“...시끄럽게.”
“정말.. 집에까지만 데려다 줘요..”
“..내가 미쳤냐?”
“잘못했다고요.. 잘못했다고 말하잖아요. 그러니까 집까지만 데려다 달라고요... 무섭다고요.”
“....”
“저.. 손 좀 씻고 올게요. 진짜 가지 말고.. 집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알았으니까. 다녀와.”
마지막으로 속아주기로 마음먹은 민기였다.
미희란 어린 여자가 지금 뭘 하려는 지 눈에 뻔히 보였기에 민기는 생각보다 조금 싱겁다는 감정을 느끼며 방금 전 미희에게 했던 말이 너무 과한 건 아니었는지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아리의 일이라면 감정을 쉽사리 추스를 수 없는 자신에게 실망한다.
폭력과 잔인성이란 감정이 아리로 인해 많이 희석된 반면에 집착이라 부를 수 있는 아리에 대한 감정은 조금 더 커졌고, 현역일 때보다 더 발끈하는 일이 많았던 경험에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
포커페이스란 별명까지 얻었던 과거의 민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가요.”
“똥이라도 쌌냐? 뭐 이리 오래 걸려?”
“매너 없게.. 알았으니까 가요.”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하더니’란 생각에 걸어가는 미희의 뒤에서 피식하고 웃는 민기였다. 자신이 불리해지자 결국 모든 걸 회피하는 미희의 모습에 역시나 나이에 맞는 스무 살 다운 행동이란 생각에 미소 짓게 된 민기의 행동이었다.
커피 전문점에서 막 나온 민기는 벌써 1시간이나 지난 시간을 확인하곤 핸드폰을 꺼내 아리에게 전화를 걸려 전원버튼을 살짝 누른다. 그러나 핸드폰의 액정화면은 깜깜하게 막혀 있었다.
‘어.. 핸드폰이 왜 꺼져있지?’
“뭐해요?”
“으..응?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았나..”
“줘봐요.”
“됐다. 이제 들어갈 건데...욱!!”
핸드폰을 들고 있던 민기를 몰아붙인 건 미희였다.
과거에 살얼음판과도 같은 생활 속에서 살기와 폭력에 몸이 먼저 반응하며 대응을 했던 민기였지만 살기도 그렇다고 건장한 남자도 아닌 가려린 미희의 갑작스러운 돌방행동엔 속수무책으로 벽에 등을 찢게 되었고 강제적으로 맞춘 입술의 격돌에 쓰라린 피 내음이 민이의 입속으로 전해졌다.
“꺅!!!”
기습에 의해 입술을 당한 민기였지만 아무리 아리의 비호아래에서 평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왕년의 순발력과 몸놀림으로 곧바로 대응하며 미희를 밀어버렸다.
커피전문점의 바로 옆 골목 쪽으로 엉덩방아를 찧은 미희가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너 지금 뭐하는 건데!?”
‘꺄~~악!!!! 사..사람 살려!!! 사람!!“
“이게 미쳐...ㅆ...”
엉덩이부터 바닥에 찧은 미희가 갑자기 추리닝 상의의 지퍼를 거의 아래까지 내려버리곤 스포츠 브래지어를 위로 잡아 당겼다. 출렁이며 미희의 가슴이 드러난 상태 그대로 주저앉은 채 미희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기에 멍한 표정으로 민기가 내려다보고 있을 때 뒤에서부터 민기를 제압하려는 갑작스러운 기척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을 한다.
민기의 손목을 잡아 비틀려는 남자에게 민기는 발걸음 옆으로 옮겨 팔꿈치로 덮치려던 남자의 코를 가격한다. 가격이라기 보단 달려드는 남자의 힘에 그냥 대고 있던 민기의 팔꿈치를 얹은 꼴이었지만 그 충격은 상당한 듯 달려들던 남자의 코뼈가 주저 앉아버렸다.
“어떤 새끼...가.....”
고개를 돌리며 주저앉은 남자와 그 옆에서 머뭇거리는 남자의 정체를 확인 한 민기가 말을 잇지 못한다.
“경찰 아저씨!! 저.. 저 새끼에요!! 저 스토커 새끼가 절... 절....으앙~~~”
리얼하게 눈물을 흘리며 민기를 가리키는 미희의 모습에 겨우 사태파악을 하게 된 민기는 또다시 찾아온 두통에 그 자세 그대로 서서 한 손을 올려 지끈거리는 이마를 쥔다.
“나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거짓말까지 하니?”
“거짓말이라니? 무슨 근거로 내가 지금 하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하는 건데?”
“우리 오빠랑 어제... 했다고? 그걸?”
“그게 뭐니? 섹스면 섹스지.”
“그래서? 지금 나한테 그걸 자랑하려고 일부러 말까지 걸었다고? 어제 그렇게 가버리고서?”
“알려줘야 될 거 같아서. 그래도! 너랑 같이 사는 오.빠.잖아. 물론 민기 오빠는 너같이 순진해 빠진 여자랑 하는 것보다 나 같이 제대로 할 줄 아는 여자가 훨씬 매력적이고 구미가 당긴다나?”
“풋~....미안.”
“지금 비웃는 거니?”
“아니.. 네가 하는 말이 웃겨서.”
“뭐가?”
“울 오빠가 그런 말을 했어?”
“그..그래! 무..문신도 멋지던데! 과거 있는 남자라서 그런지 전문가더라. 어제 몇 번이나 오르가즘을 느꼈는지.. 생각만 해도 또..”
“그래. 나 이제 그만 가 봐도 될까?”
“넌 화도 안 나? 내가 어제 네가 사랑하는 오빠랑 열정적으로 뒹굴었다는데 화가 안 나냐고!”
“안 나는데.”
“ㅇ,,왜? 넌 배알도 없니?”
“배알? 만약에 정말로 오빠가 너랑 몸을 섞었다고 하면.. 글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로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울 오빠 발기부전이야.”
“ㅁ..뭐??????”
“몰랐어? 어제 몸까지 섞었다면서?”
“.......”
“우린 네가 생각하는 그렇게 저급한 사이 아니라고. 울 오빠....정말로 상처 많은 사람이야. 그래서 몸도 예전 같지 않고...”
“......”
“너 얼굴 빨개졌다.”
‘탁!!!!’
아리의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일어난 미희는 곧바로 강의실에서 걸어 나가 버렸다.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쥔 손에 꽉 힘을 주며 당장이라도 부셔버릴 것처럼 행동하며 미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택시를 잡으려 학교 정문으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왔어요? 오늘은 부대찌개 끓였는데.. 꺅~”
“...”
“무..뭐해...웁~”
앞치마를 두른 채 들고 있던 국자를 내려놓으며 들어온 민기의 양복 상의를 받으러 나가던 아리를 민기는 다짜고짜 벽에 밀고는 키스를 퍼부었다. 언제나처럼 핫팬츠 같은 면 반바지와 흰색 티셔츠에 앞치마를 두른 아리에게 키스를 퍼붓던 민기가 손을 티셔츠 속으로 밀어 넣어 탐스럽고 부드러운 아리의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쥔다.
“훅.. 그..그만해요. 바..밥 먹고...”
“쪼~옥~~”
“히익~”
아리가 몸서리를 치며 목을 뺀다.
아리의 급소 중 턱 바로 아래의 목을 민기가 강하게 빨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리가 몸서리를 치며 엉덩이를 빼게 되지만 아리의 허리를 두른 민기의 팔에 의해 더 민기의 몸과 밀착되어져 버렸고 그런 민기를 밀어내려고 가슴과 가슴사이에 손을 넣은 팔에 힘을 줘 보는 아리였지만 역시나 민감한 목을 공략 당하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게 돼 버린다.
“그..그만해요.”
“쪼옥..쪽~”
“흑!..자..잠깐.. 나 씻지도 않았다고..요... 흑~~”
이미 앞치마 안에 있는 아리의 티셔츠와 브래지어는 위까지 올라가 커더란 가슴을 드러내게 되었고 어느새 일어선 유두가 가린 하늘색 앞치마에 작은 점을 돌출시키며 윤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목덜미를 강하게 빠는 동시에 혀를 내어 핥기도 하던 민기가 아리의 골반과 허리를 두른 팔을 그대로 입술을 천천히 밑으로 움직인다. 아리의 목덜미에서 라운드 티 바로 위 쇄골까지,, 아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민기의 가슴에서 머리로 옮긴 자신의 손으로 입술을 틀어막게 된다.
현관 바로 앞이었기에 복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혹여나 자신의 신음소리가 드릴까봐 걱정되어 하는 필사적인 아리의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리의 노력에도 민기의 노골적인 애무는 점점 더 수위를 높여갔고 앞치마와 함께 아리의 작은 유두를 침을 묻히며 소리 내어 빨기 시작했다.
앞치마에 민기의 침에 의해 얼룩이 번질수록 아리의 허리와 다리엔 힘이 더 빠져나갔고 골반을 쥔 민기의 손이 나머지 아리의 가슴을 움켜쥐었을 땐 단발마와 같은 탁한 신음소리를 끝으로 손을 깨물며 내는 끙끙거리는 소리만으로도 아리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을 쥐던 손을 내려 아리의 반바지 속으로 들어갔을 때 아리의 마지막 반항이 기다리고 있었다.
얇은 면 반바지 속에 팬티의 중심이 이미 젖어들기 시작한 걸 확인한 민기의 중지가 그대로 위로 올라갔다 팬티 속으로 쑤욱 하고 들어가자 아리의 부드러운 적은 숱의 털들이 매만져졌고 그 풀숲을 가르듯 좀 더 내려갔을 때 아리가 주저앉듯 풀린 다리를 주채하지 못하고 민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팔로 민기를 끌어안는다.
반항하듯 굳게 닫혔던 아리의 허벅지가 계속 된 민기의 혀놀림에 서서히 벌어지듯 힘이 더 풀려가기 시작하자 방벽이 무너진 틈을 놓칠 리 없는 민기의 손가락이 아리의 보지 계곡을 어루만지듯 주위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흐윽..흑.. 그..그만... 오빠.. 나..씨..씻고..으응??..오빠..”
“아리 땀 냄새도 향기 같아서 좋아.”
“그..그런 게.. 어딨...어... 그..만... 헉!!”
아리의 반바지를 아예 내려 허벅지에 걸치게 만든 민기는 곧 무릎을 꿇고는 아리의 아랫배에 입술을 살짝 대곤 천천히 더 아래로 움직인다. 간질이듯 움직이는 민기의 입술에 아리가 허리를 굽히며 더 끙끙거리길 반복한다.
그러나 신장 차이로 인해 더 이상 아래로 이동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민기는 아리의 몸을 반대로 돌리게 된다.
이미 힘이 빠진 아리였기에 너무도 쉽게 민기의 의도대로 현관 앞에서 반바지를 내린 채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ㄱ억 자로 허리만 구부린 채 서 있게 된다.
“꺅~ 자..잠깐만!!! 무..뭘 하려고...흑!!!!!”
아리의 복숭아처럼 동그란 엉덩이를 양 손으로 크게 벌린 민기가 그 골 사이로 얼굴을 파묻자 후들거리는 다리로 몇 번이나 주저앉으려 한 아리였다.
“자..잠깐!! 오..오빠!! 나 화낼...아!~~~”
아리의 미력한 반항은 민기의 혀가 아리의 이미 젖은 보지 속에 들어가자 흐느낌으로 변해버린다.
“왜..왜 이..래요..자..잠깐..만 차..참고....흑~..바..밥 먹...아!~~”
“...내가 고자냐?”
“!!!!?”
“고자가 이렇게 금방 커져? 참나.. 회사에서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
“스..스톱!! 무슨.. 말이에요? 내가 언...아흑!~~”
숙인 아리의 허리가 더 숙여졌다.
이미 젖은 아리의 보지인데도 민기의 자지가 빡빡하게 밀고 들어가자 고통과 함께 쾌감을 동시에 느끼며 아리가 벽을 짚던 손을 주먹 쥐며 고개까지 더 숙이곤 입술을 꽉 깨물어 버린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아리의 속살은 역시나 민기에게도 엄청난 쾌감을 몰아치게 만들었다.
첫 관계 후 서로의 일과 상황으로 인해 결코 많은 횟수는 아니었지만 분명 천성적으로 좁은 아리의 보지는 평균보다 굵은 민기의 자지가 들어가길 반복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도 좀처럼 늘어나질 않았기에 민기에게 첫 관계의 그때를 항상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동안의 조폭 생활로 여러 여자를 안아본 민기였고 남자를 후리는 기술에 능한 여자도 그 중 포함되어 있었지만 아리 같은 여자는 난생 처음이었다.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주는, 그 고통스러운 느낌이 엄청난 조임으로 인해 전해지는 쾌감으로 시작되어져 움직일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아리의 느낌대로 변해가는 속살의 움직임들에 명기란 게 있다면 아리 같은 여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신비스러운 몸이었다.
그래서 깊은 첫 삽입 후에 잠시 동안 멈추는 민기의 행동은 버릇처럼 되어버렸다.
아리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고 아리의 보지가 주는 조임에 느껴지는 쾌감을 자신도 음미하는 두 가지의 이유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항상 버릇처럼 하게 되어버렸다.
아리도 이런 민기의 행동에 이젠 길들어졌다.
첫 삽입 시에 거칠게 들어올 때도, 부드럽게 자신을 채울 때도 있었지만 항상 꽉 채운 채로 잠시 동안 머물러 주는 민기의 버릇에 묵직한 그 느낌을 이젠 음미하듯 가쁜 숨을 같이 몰아쉬며 같이 느끼는 아리였다.
“오..빠.. 방으로 가자....응?”
“....이대로 가.”
“무..뭐?? 싫어!!!”
“왜?”
“미쳤..”
‘띵똥~~띵똥~’
“ㄲ...흡!!!”
“아악!! 아파!!”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에 억지로 허리를 들어 빼는 아리의 행동은 민기에게 엄청난 고통을 전해주게 된다.
황급히 민기의 입을 틀어막고는 황급히 옷을 챙겨 입는 아리의 행동은 민기가 놀랄 만큼 재빠르고 정확했다.
“누..누구세요?”
“오~ 아리학상~~”
“동..민 오빠?”
“그라지~ 바로 나 곰팅이지~~”
“네..네.. 잠시 만요.”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민기의 바지를 추켜올리며 곁눈질로 빨리 방으로 들어가라는 시늉을 하는 아리의 행동에 그 자리에서 허리띠를 채우는 민기였다.
“어.. 이 곰팅이가 아무리 반가워도 글치 형님까지 문 앞에 마중 나오셨음까?”
“누가 반가워 새끼야!”
“어라~.. 와 화를 내고 그라신데..”
“누가! 화를.. 냈다고 그래.. 이 시간에 뭔 일인데!?”
“화내고 있구만..”
“이 새끼가.. 오랜만에 반타작 함 할까?”
“반~타작 이 웬 말이요~~”
“이 새끼가 완전히 빠져가지고...”
“큭큭큭~”
덩실덩실 춤까지 추는 동민의 행동에 아리가 큭큭거리며 어깨를 들썩거린다.
“넌 뭐 좋다고 웃어! 밥이나 차려 밥 먹게.”
“피~~ 방금 전에는 방 생각도 없어 보이더만~”
“....너까지.........”
“큭큭~ 알았어요. 동민 오빠도 식사 안하셨죠?”
“나야 땅쓰지~ 근데 아리 학상은 왜 곰팅이라고 안 부르는 겨?”
“에이~ 이제 정식으로 결혼도 하셨는데.. 언니한테 혼나요.”
“그란가??”
“큭큭.. 동민오빠는 더 재밌어 지신 거 같아요.”
“나야 원래 재밌는 사람이었지. 내가 기민형.. 아니.. 민기형님 밑에서 유머감각을 억압받으면서 살아서 그렇지 원래 개그 본능이 충실한 놈이었다는 거 아니냐.”
“남자 새끼가 뭘 그렇게 나불대! 그 서류봉투나 내려놓고 가라.”
“어허~ 형님! 오랜만에 아리 학상의 진수성찬... 그런데 음식 솜씨는 좀 늘었나?”
“당근이죠!! 아마 깜짝 놀라 실걸요!”
“하하하하. 그람 아리 학상의.... 어....”
“???”
동민이 말을 끊고는 아리를 빤히 쳐다본다. 아리의 얼굴이 아닌 가슴을 쳐다본다.
“왜요?...”
“그거.. 풀어졌나보네. 오호~~~~”
“네?... 꺅!!!!!!!!!!!!”
아리가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신속하지만 정확히 채웠다고 생각한 브래지어의 후크가 그냥 걸쳐있었는지 요리를 준비하며 움직이자 완전히 풀어져 티셔츠 등에 브래지어의 끈 부위가 노출되어지는 그 순간 동민이 발견한 것이다.
“오호~.. 형님이 화를 왜 내셨나 했네~”
“뭐가?”
“아따.. 밥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 하긴 밥이 중한 게 아니지..크크크크.”
“쓸데없는 얘긴 그만하고.. 그 양아치 새끼에 대해선 알아봤냐?”
“네. 여기 서류 안에 다 있습니다.”
“그건 됐고, 그 새끼랑 미희란 학생이 어떻게 엮이게 된 거냐?”
“뻔 한 스토리던데 말입니다. 단란주점에서 알바 뛰던 삼삼한 미희란 여자하고 거기 관리하는 그 며루치란 놈하고 만나기 시작한 거죠 뭐. 사진으로 봐도 삼삼하니 잘 빠진 년.. 학생이다 보니 며루치 새끼 눈에 든 거고, 드러운 새끼한테 걸려서 이것저것 좋은 짓은 다 하고 다닌 거죠 뭐.”
“좋은 짓?? 근데 며루치가 뭐냐?”
“멸치 모르십니까? 멸치?? 그걸 그 놈은 며루치라고 불리던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왜 며루치냐고?”
“그것까진 저도 잘...”
“그럼 됐고.. 좋은 짓은 뭔데?”
“약 빼곤 다 했던데 말입니다. 접대 식으로 2차까지 나가는 학생이다 보니 몸 굴리는 건 예사도 아니었고, 제대로 섹스 맛에...”
“식사하셔야죠.”
“미안 아리야. 잠깐만 있다가 먹자.”
“찌개 식는데.. 알았어요. 저 과제하고 있을 테니까 끝나면 불러요.”
“응.. 미안.”
“그게 다는 아니지? 느낌상으로 그 여자도 많이 뜯어낸 거 같던데... 아니야?”
“아~.. 그것도 좀 그렇슴다. 기둥서방이면 보통은 여자 등골 속까지 쪽쪽 빨아먹는 게 일인데.. 요사스러운 건지 오히려 용돈을 받아 쓴거 같던데 말입니다.”
“.....”
“그런데 왜 이런 피라미한테 신경을 쓰시는 겁니까?”
“이쪽이면 고만이형님 쪽 라인이지?”
“형님. 1년 사이에 많이 변하지 않았음까. 철민 큰형님이 은퇴하시고 나서 덩치 불리기에 바쁜 고만이 파 안에서도 거의 내놓은 구역입니다요.”
“그럼? 그새 전쟁이라도 하고 있다는 말이냐?”
“정착상태입니다. 형님들도 서로 눈치 보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구역 안에서도 피라미들 끌어들이기에만 급급하고.. 후계자 지목도 흐지부지로 넘어가시고 물러난 큰형님이 가장 큰 문제.....죄송합니다.”
“그게 큰형님 잘못이냐? 세 형님 중에서 큰형님 의중을 받을 형님이 없어서 그렇지.”
“뭐.. 그런 정치적인 얘기는 골 아파서 모르겠고 말입니다. 미희란 학생은 고딩때부터 자기 몸을 어떻게 굴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질 잘 알고 있던 거 같습니다. 지 아부지란 사람이 강간범이란 것도 충격이었겠지만...”
“그런 거...같더라.”
“예?”
“내가 그 년 때문에 어제 유치장에... 에휴.. 됐다.”
“허.. 형님은 또 뭔 짓을 하셨기에 유치장에 다녀오셨습니까?”
“됐다고... 말할 가치도 없다.”
“미희란 여자 때문에?”
“됐다고!”
“설...마....”
“뭐! 뭐 이 새끼야!?”
“아닙니다!.. 설마 아리학상도 있는데.... 에이~”
“....”
“짐..승.....”
“이 새끼가!!!!!!”
“아~~~~~~~~~~”
긴 탄성이 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아리가 민기의 땀에 흠뻑 젖은 등을 움켜쥐듯 긁어 되다 멈춘다.
오르가즘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민기를 끌어안으며 하는 아리의 행동은 민기의 등에 세운 손톱의 훈장과도 같은 자국을 남기며 얼마만큼 만족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격렬한지를 말해주듯 온 체중을 아리의 몸에 싣기를 잠시 짓눌린 가슴에 아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무거움을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나서야 민기는 바로 옆에 눕게 된다.
언제나처럼 거의 비슷한 패턴이긴 했지만 그 충족감과 만족감에 서로 전혀 불만이 없는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숨을 고르게 된다.
“저기... 오빠.”
“응?”
“아까... 동민 오빠랑 한 얘기요.. 미희 얘기죠?”
“.......”
“미희 아빠가... 강..간범이었어요?”
“몰라도 돼...”
“어떻게 몰라도 되요... 내 친군데...”
“네 친구? 걔가 친구야?”
“......네.”
“걔가 어제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 질.... 아니다.”
“또 말하다 말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거죠?”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래.”
“정...말이죠?”
“그래.”
“설마..... 둘이서 다른.. 걸 한 건 아니죠?”
“다른 거??”
“.....”
“아~.. 걔가 또 뭔 헛소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헛소리야.”
“그럼 왜 새벽에 들어왔어요?”
“그 년 때문에!!.... 경찰서에서 잤다.. 됐냐?”
“네에~!??? 경찰서?? 왜요?”
“몰라!!! 아씨.. 생각하니까 또 열 받네..”
“......”
“앞으로 그 가스나랑 어울리지 마! 근본부터 썩은 년이니까! 놀지 말라고.”
“...욕하지 마라요.”
“넌 그러고 싶냐? 지금 보니까 너한테도 헛소리 한 거 같은데 욕이 안 나오게 생겼냐?”
“그래도 친구에요.”
“참나... 사람을 믿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사람이 다 착한 줄 아냐?”
“전 성선설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요!”
“선성?? 뭐?”
“성선설이란 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다는 학설인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맹자님이 말 한 걸로 이 세상에 나쁘게 태어나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며 그렇기에 누구나 가슴 깊숙이 착함을 품고 있다는...”
“미쳤냐?”
“...예?”
“맹자인지 맹꽁이인지 미쳤냐고. 그럼 이 세상에 살인이나 강도, 강간은 왜 있는데? 그럼 착하니까 남의 것을 뺏고 그런 거라고?”
“제 짧은 소견으로 맹자님이 하신 말씀을 다 표현할 순 없지만.. 음~ 그런 거 아닐까요? 사람이 아무리 악한 행동을 하더라도 근본적인 착함이 그 속에 있다고.. 그러니까 용서할 수 있는 거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착함을 드러낼 수 있고, 또 통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덜 마라. 네가 아직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글치.. 세상에 나가보면 얼마나 삭막한지 모르지? 돈 때문에 살인하고 돈 때문에 자기 자식을 팔아버리는 게 바로 인간이란 동물이야. 이렇게 순진해서 더 걱정이라고 이 바보야!”
“그건 솔직히 다 털어놓고 얘길 나눠보지 않아서 그래요. 미희도...... 미희도 만약에 평범하게 자랐다면.. 미희 아빠가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미희가 이렇게 변색 될 리 없다고 생각해요.. 다 털어놓고 얘기 할 수 있는 친구만 있었다면 말이에요.”
“그럼 미희 아빠란 사람은?? 중학생까지 강간을 했단다. 피는 못 속인다고..”
“아니에요.”
“허~.. 또 고집 부린다.”
“씨! 아니라고요. 미희 아빠는 병에 걸린 거였을지 모르잖아요.”
“그게 병이냐? 핏덩어리를 강간하는 쳐 죽일 놈이 병에 걸린 거라고?”
“넌 옛날 일을 벌써 까먹었어!? 너도 그렇게 당.......”
“......”
“아리야.. 미희랑 너무 깊게 어울리지 마...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니까.”
“미희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해주시는 건 항상 고맙지만.. 미희는 제 친구잖아요.”
“...에휴.”
한숨을 쉬는 민기의 모습에 아리가 꼭 끌어안으며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머릿속으론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잔뜩 갖게 된 민기였지만 아리의 고래 힘줄만큼 질긴 고집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음을 맡기 시작했다.
어느새 새근거리며 잠이 든 아리의 숨소리에 민기의 눈도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해.”
“왜? 내가 우습다 못해 이젠 대놓고 따라도 시키게?”
“어떻게 생각하든 네 맘이지만 나랑 얘기 좀 해. 미희야.”
“좋아. 하지만 민기 오빠 얘기가 전부 거짓말은 아니란 것만 알아둬.”
“....”
엉뚱하게 아리는 미희를 데리고 택시를 탄다.
강의실을 걸어 나가는 아리의 모습에 근처 커피 전문점이나 가는 줄 알았던 미희는 택시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이내 자신이 꿀릴 것 없다는 모습으로 당당히 택시에 올라탔다.
“아저씨. OO동 사거리요.”
“여기가 어딘데?”
“따라 와 봐.”
아리는 골목을 걸어가다 말고 잠시 고개를 들어 고시원의 간판을 올려다본다. 그리움이란 추억이 묻어나는 시선으로 허름한 고시원의 간판과 건물의 창문을 찬찬히 둘러보던 아리는 이내 발걸음을 옮겨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는 거니?”
“따라 와.”
“참나.. 낮술이라도 할라고? 뭐.. 나야 땡스지.”
“여기야. 아! 여기 온 김에 오랜만에 오빠들한테 인사 좀 하고 가자.”
“오..빠?”
“안녕하세요!!!”
“어!! 아리야~”
“엇. 아리야 원일이야.”
“오~~ 이게 누구야~ 그새 보고 싶어서 이 곰팅 오빠를 직접 찾아 왔노?”
“피~ 지나가다가 들린거거든욧! 근데 일 안해요? 어째 사무실에 세영, 강철오빠에 동민오빠까지 다 계신데요.”
“그러게 말이다! 만날 일이라고 받아오는 건 불륜조사에 뒷조사가 전부다. 울 형님이라는 분이!!!”
“큭큭.. 강철 오빠는 여전하시구나.”
“아리야. 어쩐 일이야.”
“정말 지나가다가 들렸어요. 세영 오빠도 별일 없으시죠?”
“나야 뭐...”
“그럼 인사도 했고, 전 일보러 갈게요. 언제 집에 들르세요. 맛 나는 닭볶음탕 해드릴게요.”
“진짜? 아리 이제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그럼요!”
“내가 그제 부대찌개를 먹어봐서 아는데 아리학상 음식솜씨가 일기월창이더라.”
“형님..일취월장이겠지 말입니다.”
“이 건방진 새끼를 보소! 감히 형님을 가르치려드네... 야! 강철아! 빠따 좀 가져와라!!”
“큭큭큭~ 다음에 꼭 들려요! 동민 오빠는 빼고요!”
“어!! 아리학상! 그람 섭한데...”
“안녕히 계세요~ 하하하하하”
흥신소에서 인사를 마친 아리는 곧 엘르란 간판이 적인 지하의 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아직 낮이라 거의 없는 종업원들로 몇 명의 사람, 그리고 주방 아주머니와는 눈물의 인사를 나누곤 다시 거리로 나왔다.
“...너 정체가 뭐니?”
“응? 뭐가?”
“뭘 했는데.. 저기 깡패 같은 사람들하고.. 여기 단란빵에서 환대를 받냐고..”
“환대인가? 그냥 인사한 건데.”
“....”
“다 왔다. 여기야.”
“여..기???”
반 블록쯤 더 걸어가 아리가 안내한 곳은 일명 방석집이었다.
오래되어 허름한 간판엔 장미란 흔한 이름이 걸려 있었고, 유리문도 벽과 같이 온통 검은색으로 선팅이 되어 있는 조금은 오래 된 방석집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긴 왜?”
“..... 안녕하세요.”
“어머.. 아리 맞니? 진짜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아리 너 떠나고 나서 얼마나 섭섭했는데.. 야속하게 한 번을 안 들르니?? 진짜 서운했어 얘!”
“하하하.. 죄송해요 언니.”
“죄송한 걸 알기는 하고?”
“그럼요! 진짜 공부하고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간이 안 나서 그랬지. 마음으로 하루에도 한 번씩은 들렸어요.”
“말이라도 못하면.. 아고~ 내 정신 좀 여기 앉아. 음료수 줄까? 아님 맥주??”
“맥주요! 이젠 당당히 마실 수 있어요.”
“호호호호. 그래 기분이다! 안주 준비해서 내올 테니까 거기 앉아 있어.”
자신을 벌줌이 세워둔 채 자신의 말대로 정말 아리를 환대하는 중년 여성의 모습에 할 말을 잃게 된 미희였다.
익숙한 듯 입구의 좁은 테이블을 사이에 둔 작은 의자에 앉은 아리는 미희에게도 앉으라는 듯 손짓을 한다.
“여긴 뭐야?”
“술집이잖아.”
“누가 보면 몰라? 여기에 날 왜 데려왔냐고!?”
“나 고등학교 때까지 아까 엘르란 곳에서 일했어.”
“...뭐?”
“아빠 돌아가시고,, 엄마는 재혼했는데.. 그 재혼한 새아빠라는 사람이 나한테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해서 무작정 도망 나왔고.. 사촌 오빠였던..... 민기 오빠한테 달려 왔었다.”
“사촌??”
“정확히는 입양 된 아이였다나 봐. 내가.”
“.....”
“민기 오빠는 아까 그 흥신소에서 일했는데.. 간판만 흥신소지 사실 깡패였데.”
“그건 딱 보면 알겠더라.. 그런데?”
“엘르란 곳에서 일하면서.. 나 많은 걸 배웠다. 언니들한테도 배웠고, 엄마.. 주방 아주머니를 엄마라고 불렀거든.. 하여튼 엄마한테도 많이 배웠고.. 물론 나쁜 일이 전혀 없었다고만은 할 수 없었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언니 그냥 맥주만 주세요!”
“어떻게 그러니~ 잠깐만 과일 안주 금방 돼.”
“저 분은?”
“응? 아는 언니.”
“언니라..고 하기엔 나이가 넘 많은 거 아니야?”
“엄마뻘은 아니잖아. 그리고 언니는 이모란 소릴 제일 싫어해..큭큭큭~”
“....”
“자~ 다 됐다. 맥주도 시야기 해놨던 거야.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켜라~”
“하하하.. 감솨합니다! 음~~캬~~~”
“호호호호. 여전하구나 아리는.”
“그럼요! 이제 겨우 일 년인데. 아! 미희야 인사드려 울 큰 언니야.”
“어솨요.”
“.....”
“보자~ 술은 좀 늘었니? 맥주 1/3잔도 겨우 먹었잖아.”
“이젠 한 병까지는 거뜬해요!”
“호호... 하긴 가장 좋을 때다. 내가 아리 나이만 할 때엔 진짜 남자들이 줄을 운동장 반 바퀴만큼 섰었는데. 그땐 술 사준다는 오빠들이 사방 천지에 널렸었다고. 아리 너도 학교에서 인기 많지?”
“아뇨. 공부하느라 정신없어요.”
“아고~ 그래야지! 공부해서 훌륭한 의사 돼야지!”
“의사 아니고 간호사! 나이팅게일 같은 간호사 될 거라니까요.”
“그거나 저거나..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까지 왔어? 정말 맥주 얻어먹으려고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음~.. 언니. 나 여기서 일 해도 될까요?”
“나야 대 찬성이지! 엘르에서도 음식솜씨로 인기가 어마어마했는데!.”
“..안주만 만들 줄 아는 거죠.. 음식 못한다고 하두 구박을.. 그리고 주방 말고요.”
“..................”
아리의 말에 처음엔 놀란 듯 입을 다문 여주인은 잠시 후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너 미쳤니!! 대학교까지 들어가서 이런 대는 왜 다니려고!!!”
“학비도 그렇고.. 돈이 좀 필요해서요.”
“아르바이트 한다면서!! 아르바이트 하는데 왜 이런 대를 다닐 생각을 하니!”
“소리 좀 줄여요 언니.. 친구 놀라겠어요.”
“놀라라지!! 지금 말 같은 말을 해야 받아주지! 이걸 말이라고 해!? 뭐? 돈이 필요하다고 여길 다녀?”
“요즘은 사회가 많이 변했대요. 언니. 옛날처럼 처녀 아니라고 소박맞을 걱정도 없고..”
“민기씨 때문이니? 혹시 민기씨가 너보고 돈 벌어 오래?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닐 텐데.. 정말이야??”
“아니에요. 오빠는 몰라요.”
“....나가!”
“어..언니.”
“나가라고!!! 네 말 같지도 않은 얘기 들어줄 한가한 사람 아니야. 나!!”
“언니도 여기서 일하잖아요. 한 때는 여기, 이 거리에서 퀸으로 통했다고 저한테 자랑까지 하셨음서..”
“아리야.. 너 왜이러니.. 응!?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어? 돈 필요해? 내가 줄...빌려 줄까?”
“제가 언제 돈 빌리는 거 보셨어요? 벌었으면 벌었지!”
“그러니까 왜!!.... 아리야. 이런 곳에 한 번 발들이면 인생 끝이야. 아무리 요즘 시대가 달라졌고 한 때 즐기면서 돈 벌다가 나중에 결혼만 잘하면 인생 장땡이라는 생각들 하는데.. 그래. 잘 나갈 때야 월 일이천도 우습지.. 그게 얼마나 지속 될 거 같니? 돈 모으면서 알뜰하게 몸 판다고? 치장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 줄 알아!? 미용실에 마사지에 화장품들.. 한 달에 버는 만큼 꼴아 박아야 일 년이라도 이 생활 더 할 수 있다는 압박감이란 걸 못 느껴본 애송이들이나 쉽게 벌면서 즐긴다는 생각하지.. 1년이 긴 거 같지? 이십대? 나이를 먹을수록 지나가는 시간도 빨라진다는 걸 이 나이 돼서야 겨우 알게 되더라.”
“.....”
“그래.. 네 말대로 쉽게 벌고 즐긴다고 치자.. 한 달에 일이천 벌면서 치장하다가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니면서 받는 일이백 가지고 성에 찰 거 같니? 백이면 백 다시 돌아오게 돼 있어.. 돌아오면? 이십대 초반 지나고 중반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본다고 하자.. 남자란 속물들 나이가 들수록 지들 딸년 같은 어린것들한테 더 환장하고, 못 먹어서 안달이야! 이십대 중후반은 여자로도 안 본다. 그러면 가게 되는 곳이 2류가 되는 거고 3류로 넘어가는 거야. 너는 아닐 거라고? 누가 그래? 노래방까지 전전하다가 나중엔 몸만 파는 화냥년 되는 건 십중팔구 뻔할 뻔자라고! 이 철없는 것아!”
“그냥 노는 게 좋아서 몇 년 만 일할 수 있잖아요.”
“아리야.. 너 왜 이렇게 됐니.... 너..... 내가 낙태를 몇 번 했는지 알아?”
“......”
“6번이야... 한 두 번도 아니고.. 6번.. 처음엔 많이도 울었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지더라.. 그냥 병원 가서 다리 벌리고 누우면 끝이라고.. 그게 얼마나 후회 할 짓 인 줄도 모르고...”
“낙태 한 두 번이 그렇게 큰일이에요? 태어나서 불행할 게 뻔 하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미희라고 했니? 세상 이치란 게.. 특히나 몸에 관해서는 업보란 게 존재한다는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단다.”
“업보요?”
“그래.. 낙태를 버릇처럼 하니..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몸이라고 산할매도 벌을 주시더라고.. 다시는 임신도 못하는.. 월경도 못하는 반 빙신이 돼 버린 게 스물여덟인가.. 아홉인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요즘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데요. 사이비 의사한테 다니니까 그런 거지..”
“너 아리 친구 맞니?”
“....”
“너 남자 좋아하지? 얼굴상을 딱 보니 맞네.”
“아줌마가 무슨 점쟁이라도 되요?”
“연륜이라고도 하지. 아가씨한테 충고삼아 한마디 할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는 것도 좋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준비되기 전에는 꼭 피임정도는 하라고.. ”
“걱정 마세요! 제 앞길은 제가 알아서...”
‘쿵!.’
여주인이 소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곤 조용히 쪽방으로 보이는 안쪽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시 후 나온 여주인의 손에는 작은 나무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뭔지 알겠니?”
“..뭔데요?”
“열어 봐.”
“헉!!!!!”
“.... 마지막 이었어. 더 이상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말을 의사한테 듣고 난 후에 그 때 남편하고 아무 기대도 없었던 내게 준 마지막 하늘의 선물이었... 아리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절대로 이런 일 한다는 말.. 입 밖으로 꺼내지 마. 더군다나 엘르 같은 곳이 아닌,, 이런 곳은 말이야.”
“.....”
손까지 파르르 떨던 미희가 여주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버렸다.
눈물을 흘리며 겨우 말을 끝낸 여주인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리가 사과를 한다.
“언니.. 죄송해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
“저 아이지?”
“..네?”
“저 아이한테 충고하고 싶어서 여길 데려온 거지?”
“........네. 죄송해요.”
“아니야. 남 같지 않아서, 꼭 내 젊었을 때 보는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오지랖을 부렸네.. 괜히 보여주지 않아도 될 걸...”
“죄송해요.”
“얼른 나가 봐.. 미희란 얘도 충격을 받았을 텐데..”
“..네.. 언니 다시 올게요.”
일어나서 정중히 인사를 한 아리가 미희를 찾아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미희의 모습을 이미 도로 위에서 찾을 수 없는 아리였기에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미희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전화기가 꺼져 있다.
“뭐냐 너!?”
“나 술 좀 사주라.”
“이게 미쳤나.. 야! 도망갈 땐 언제가 며칠 동안 잠수 타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술 사달라고 지럴이야!?”
“술 좀 사줘!”
“뭐야. 벌써 한 잔 꺽으셨냐?”
“독한 걸로.. 나 지금 최고로 기분 더러워.”
“미친.. 돈 없어 이년아! 너한테 꼬라박은 돈이 얼만데.. 있어도 못 사!”
“아! 시발... 술 좀 사달라고!”
“이게 진짜 쥐약이라도 처마시고 왔나..”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지저분한 건물속의 지저분한 방에 들이닥친 미희가 모텔에서 함께 있던 남자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아!.. 저기 냉장고에 소주 있으니까 그거라도 처마시던가.”
“....후.”
“미친년.. 아주 나발을 부네.”
“흐윽..딸꾹.. 아 씨발.. 안주 없어? 하루 종일 암 것도 안 먹고 마셨더니..”
“왜? 아주 진수성찬을 차려달라고 명령이라도 하시지.”
“....나 지금 최악이거든. 자꾸 비꼴래?”
“니년이 기분이 드럽던 말던, 그리고 난 기분이 졸라 좋아서 지금 널 상대하는 줄 알아!?”
“....됐다. 무식해서 남 생각은 눈곱만큼도 할 줄 모르는 오빠한테 내가 뭘 바라냐.”
“무식?? 이 년이......”
“꿀꺽~꿀꺽~”
“야! 천천히 마셔!.”
“내 마음이야!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해!?”
이미 취한 미희는 남자에게 막말을 한다. 그런 미희의 행동에 윽박을 지르거나 화를 낼만도 한데 묵묵히 노려보기만 할 뿐인 남자였다. 평소와는 다른 남자의 모습을 미희라면 눈치 채고도 남았을텐데.. 낮에 있었던 일로 심한 충격을 받은 미희는 이미 판단력이 많이 흐려진 상태였었다.
“....... 술보다 더 좋은 거 줄까?”
“....뭐?”
“뭐긴 뭐야...이런 거지.”
“이제 약장사까지 하니? 진짜 최악으로 치솟는구나..”
“이번에 돈 좀 만져볼라 그란다. 왜! 시음회라는 것도 하던데. 이거 한 방이면 괴로운 거 다 잊는다더라. 어때??”
“됐어. 나 그렇게 까진 타락하지 않았거든.”
“타락 좋아하시네. 니 년 인생은 어차피 밑바닥이야 이년아.”
“.....”
“내가 틀린 말 했냐? 왜 그렇게 꼬라보는데!?”
“됐다.. 오빠랑 어울리다간 손에 은팔찌 차기 딱이네.. 나한테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빠이다~ 딸꾹~”
이미 술에 반취한 미희는 비틀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비틀거리며 고개를 돌려 입구를 확인하곤 또 비틀거리며 또각거리는 하이힐의 구둣발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어~ 어디가 미희야.”
“집에... 말 걸지 마.. 어지럽다.”
“어어~ 이렇게 가면 이 오빠가 섭섭하지.”
“...이거 놔라.”
“에이~ 우리 막나가는 미희양께서 왜 이렇게 빼실까.”
“이거 놓으라고!.. 놔!!”
부축하듯 팔뚝에 손을 넣어 잡은 남자를 미희가 밀쳐내며 화를 낸다. 정말로 짜증을 내며 미희가 남자를 풀린 눈으로 한 번 노려보곤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문을 열고 들어온 뚱뚱하지만 작은 키의 남자가 조용히 문을 잠그기 시작했다.
“...너.. 너 뭐야!”
“어허~ 다 잊게 해준다니까. 힘든 것도 괴로운 것도!.. 모르냐? 들장미소녀 캔디도 이거 한방에 괴롭고 힘들 일을 단번에 이겨내서 또 달려갔잖냐.”
“이..이거 놓으,,.라고...”
“진짜 왜 이러시나. 우리 미희양은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여자잖아?”
“...소..리 지른다!. 나 정말 신고한다!”
“...”
“내가 못 할 줄 알아? 경찰서에 가서 확 다 까발...악!!!”
“짝!!!!!!!!!!!!”
미희가 억센 남자의 손바닥에 뺨을 맞고는 거의 날아가듯 소파에 처박히게 된다.
너무 놀라 술이 단번에 깬 여자처럼 튕겨지듯 상체를 일으킨 미희의 입술은 귀싸대기의 충격으로 터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그런 상처보다 자신을 때린 남자의 행동을 참지 못하겠는지 무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날 때려?!! 지금 나한테 손찌검 한 거지!!! 감히 이 나 한...”
남자가 미희에게 걸어가선 양 볼을 손으로 짓누르며 꽉 쥐자 입을 크게 벌린 채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하게 된 미희였다. 사실 미희가 이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희의 몸에 손찌검을 한 적 없었던 남자의 행동은 민기와 아리의 충고와 걱정에도 모든 걸 무시하는 큰 원인 중에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오냐오냐 하니까 우리가 아주 핫바지로 보이지? 이 갈보년아!”
“우욱.. 이..이거 놔! 아..아프다고!!”
“뭐? 신고를 해? 이 년이!!”
‘짝!!’
“악!!!!”
“야! 이 시발년 좀 잡아!”
“아악!! 무..뭘... 하..하지 말라고!!”
한 번 더 미희의 뺨을 후려갈긴 남자는 악을 지르며 크게 반항하는 쓰러진 미희의 위에 올라타선 미희의 두 팔을 머리 위로 옭아매듯 잡아 올리곤 꼼짝 못하게 속박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남자의 행동에 얼굴이 사색이 된 미희가 더 크게 바동거리며 반항을 시작했지만 두 남자와의 일방적인 힘의 차이로 인해 미약한 반동만을 소파에 전해주고 있었다.
팔걸이에 걸친 미희의 팔을 잡은 남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얇은 주사바늘을 미희의 위에 올라탄 남자에게 건네자 어디서 본 건 있는지 그 주사기를 손가락으로 몇 번 튕기곤 남은 공기를 빼내기 위해 허공에 정체모를 주사액의 물줄기를 뿌려댔다.
“형님 아깝게 그걸 왜 버리십니까?”
“이 무식한 새끼야. 공기 들어가면 죽는 거 몰라?!”
“아~~ 그렇습니까?”
“잘 잡기나 해!”
“하..하지 마!! 하지 말라고!!! 야!!! 이거 안 놔!!! 야!!”
“후흑흑큭.. 이 년아 바동대봐야 너만 손해야. 어디서 발악이야 발악이. 오늘 진짜 죽여줄게. 홍콩에 보내준다니까 좀 가만히 있으라고 이년아!”
“야!! 겨..경고 했다! 그거 놓기만 해! 진짜 경찰한테 전부 불어 버린다고 말...악!!”
‘푹~’
두 남자에 의해 짓눌린 채 팔뚝에 느껴지는 이물질의 감촉을 미희는 제대로 된 저항도 한 번 못해보고 느끼게 된다. 따가움에서 오는 고통보다 자신의 몸을 뚫고 들어온 바늘에서 들어올 액체에 대한 공포로 최후의 발악을 하며 지금까지 와는 비교도 안 될 몸부림을 쳐보지만 그럴수록 미희의 두 팔을 잡은 뚱뚱한 남자의 팔에 더 큰 힘이 실리며 팔을 꺾었으며 미희를 깔고 앉은 남자의 허벅지에 온 체중을 싣기 시작한다.
“이 개 같은 놈아!! 이..이거 안..놔!!! 놓으..라고!! 놔!!! 아악!!”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한 남자가 천천히 누르기 시작한 주사기에서 전달되기 시작한 차갑고 지극히 비정상적인 이물질감이 느껴지는 액체가 침범하기 시작하자 미희의 반항이 서서히 멈추기 시작한다.
“...노..놔... 그만... 놓으..라...고...”
“이거 한방이면 되는 건가 모르겠네?”
“글쎄요.. 저도 이런 건 처음이라서...”
“야! 한 방 만 더 줘봐.”
“괜찮을까요?”
“이년이 뒤지기밖에 더하겠냐? 줘 봐!”
“어.. 한 방이면 충분한 거 같은데 말입니다.”
“....?”
반항이란 단어와는 전혀 다른 미희의 몸짓을 올라탄 허벅지에 느끼게 된 남자는 미희의 머리채를 움켜쥐곤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게 된다.
풀린 눈동자로 멍하니 뭔가를 바라보는 미희의 흐릿한 시선과 벌린 입에서 흐르는 침을 보게 된 남자는 반항의 몸짓이 아닌 미약한 경련임을 알게 되곤 짓눌렀던 체중을 걷어 미희를 내려다보며 일어난다.
“이거 제대로네..”
“그러게 말입니다. 잘난 체 덩어리였던 미희씨가 완전히 맛 갔는데 말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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