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이는 15살[디리리리링~~딩동댕~~]
"자..오늘 배운 내용 집에 가서 요약하고 다음주에 있을 기말고사에 대비하도록 이상..반장.."
"차렷! 선생님께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강남의 J중학교 2학년 3반 교실이다.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교실에서 벌써부터 급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2학년 3반은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는데도 쥐죽은듯이 조용하다. 여느 중학생 교실답지않은 정적 싸늘한 기운마저 감도는데..
"밥들 먹어라..떠들지 말고.."
감정없는 목소리가 교실 뒤에서 들려온다. 교실의 맨뒷자리에 반 아이들보다 머리하나는 아이가 앉아있다. 창밖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모습으로 말을 한다. 바로 민혁이다. 아이들은 2학년이면서 J중학교의 짱인 민혁이를 두려워한다. 한번도 반 아이들에게 주먹한번 큰소리 한번 치지 않은 민혁이지만 아이들은 안다. J중학교뿐만 아니라 인근 중학교를 위시해 강남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고등학교 짱들까지 민혁이 앞에선 한수접어준다는것을..
민혁의 말이 떨어지자 비로서 아이들은 점심을 먹을 준비를 한다.
[드르르륵~~]
"민혁아~~"
영수가 뒷문을 열고 들어오며 민혁을 부른다. 사실 영수는 3학년이고 민혁이 전학오기 전까지 J중학교에선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짱이었다. 영수의 형이 강남 SS파의 중간보스라는 소문은 일찍부터 들려왔지만 그 소문은 둘째치고라도 영수의 주먹은 늘 서슬이 시퍼렇다.
"이새끼들..민혁이 밥 안먹었잔아..비켜봐!!"
영수는 교실로 들어오자 마자 아이들을 밀치고 식판에 밥을 담는다. 그리고 옆에 서있던 진희에게 자신의 밥을 퍼오라 시키고는 민혁의 자리로 간다.
"짱..밥먹자.."
영수가 건내는 수저를 들며 민혁은 말없이 웃는다. 지난 가을 J중학교로 전학오면서 영수와는 처음 부딪혔었다. 중학생치고 아니 성인들보다도 더 큰 키의 민혁은 어딜가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더군다나 J중학교는 MR엔터테인먼트의 재단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이사장 조영만의 자유로운 복장에서 자유로운 표현이 나온다는 지론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민혁의 긴 머리는 여학생들의 머리처럼 길었다. 큰키에 긴 머리는 늘 민혁이 사람들틈에서 유독 튀는 그런 모습이었다.
J중학교는 강남 인근에서 세가지로 유명하다. 이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선 부모의 직업과 재산정도가 필수이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인 우리나라에서 특별 수업 명목으로 일년에 몇백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J중학교 학생들의 부모는 중견기업의 이사급 이상이다.
두번째는 전국 중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대거 모여있는곳이 바로 J중학교이다. 학생들 99% 이상이 다른 학교에 전학가면 그학교의 전교 1~2위를 다투는 실력들이다. 특히 유명한 특목고 외고는 대부분 J중학교 학생들이 진학하는곳이다.
세번째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고 부모들이 대단한 집 아이들이 모여있는 이 J중학교가 아이러니하게도 주먹으로도 유명하다. 부모들이 돈도 많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니 허약할꺼라 여긴 인근 중학교 심지어 고등학교 일진들이 J중학교 인근에서 아이들에게 삥을 뜯다 모두 병원으로 실려간건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 중심에 서있던 주먹이 바로 영수였다.
민혁이 전학온 첫날 10시가 넘은 시간에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오던 모습이 영수에 눈에 띄었다. 가뜩이나 눈에 확띄는 외모를 가진 민혁이 늦은 시간에 여유롭게 등교하는 모습이 영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었고 아이들에게 수소문해서 점심시간에 민혁의 반에 ?아가 이유없이 민혁에게 다가가 겁을 주며 괴롭히다 묵묵히 듣고있는 민혁에게 주먹을 날렸었다. 그러나 잠시후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건 영수였다.
영수는 언제 어떻게 민혁에게 맞았는지 모른채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있다 벌떡일어나 땅에 떨어진 짱의 위상을 찾으려 다시 민혁에게 돌진했고 민혁은 말없이 서있다 영수의 주먹을 피하고 날린 발차기에 영수는 다시 쓰러졌고 민혁은 쓰러진 영수를 잡아 일으켜 밖으로 끌고나갔다.
영수는 그날 민혁에게 붙잡혀 학교 강당뒤에서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 쉬지않고 맞았다. 어딜 어떻게 때리는지 보이지도 않는 민혁의 주먹이 영수의 몸에 꽂힐때마다 온몸의 뼈마디 하나 하나가 다 부서지는 아픔을 느끼며 영수는 마지막 민혁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바닥에 엎드려 울며 빌었다.
"제발..살려줘..제발..."
영수는 구급차에 실려갔고 민혁은 학생주임에게 불려갔지만 이사장 조영만이 그 얘기를 듣고 달려와 살기 등등한 학생주임앞에 묵묵히 앉아있던 민혁을 데리고 가버렸다. 이 한번의 사건으로 민혁은 J중학교에서 언터처블이란 별명을 얻게되었다. 그리고 베일에 싸인 민혁의 배경도 아이들에게 커다란 호기심이었다.
"짱..오늘밤에..컬트에서 배틀있다는데 갈꺼지?"
컬트는 한강뚝섬 유원지안에 있는 스케이트보드 스팟이다. 공식명칭인 "훈련원공원"보다 컬트로 더 알려져있다. 영수는 스케이트보드 메니아다 아니 프로보다 더 멋진 폼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근데 민혁앞에서 꼬리를 말아버렸다. 민혁의 뒤돌기 360도 알리기술을 본 영수는 입이 쩍벌어졌고 그자리에서 무릅을꿇고 사부~~하고 외쳤을 정도였다.
"몇신데.."
"어..6시"
"종호도 불러라.."
"그래 짱..으히히히히 오늘 또 짱의 그 현란한 기술을 보는구나..오메 짜릿한거.."
넉살좋게 웃으면서 영수는 민혁과 마저 점심을 먹고 아이들에게 눈짓으로 식판을 치우라 얘기하고 교실밖을 나가는 민혁을 따라붙는다.
"후우~~~쪼옥~~후우~~"
민혁과 영수는 강당 뒤에 잔디밭에 누워 담배를 피운다. 민혁의 별명이 언터처블이라면 이곳 강당뒤 잔디밭 또한 언터처블이다. 늘 영수가 점심시간에 담배를 피는곳 그리고 이젠 민혁과 함께 늘 담배를 피우는곳이기때문에 학생들은 물론이고 어지간해선 선생들도 오지않는다.
"근데..짱..어제 그년..삼삼하던데..쓰발..밤새 고년 다리가 아른거려서 미치는줄 알았다..히히.."
"..."
대답없는 민혁을 돌아보며 영수가 말을 이어간다.
"고년 언제 작업할까? 종호가 아마 그년 집하고 다 확인했을꺼야.."
"천천히..며칠후에 하지 모.."
"그래..히히히..그년 맛 죽일꺼야..어제 만져본 보지가 어찌나 탱탱하던지 아흐..."
둘은 잔디밭에 누워 담배를 피우며 어제 공사장으로 끌고갔던 민주의 얘길 한다. 사실 그동안 민혁을 따라다니며 영수와 종호는 맘껏 여자를 주물러댔었다. 그러나 어제 본 민주는 예전에 알던 그런 여자들하곤 질이 달랐다. 눈에 확띄는 외모에 탄탄한 몸매 그리고 자기들보다 10살이상이 많은 민주에게 영수는 욕정이 솟는다.
그 시간..민혁과 영수가 얘기하는 대상인 민주의 집에선....
"민주야..밥 먹자..아프더라도 밥은 먹어야지.."
"..생각없어요..그냥 혼자 놔두세요.."
"어디가 아픈지 말도 안하고 혼자서 왜그래..병원이라도 가보자.."
"磯募歐楮?.그냥 놔두세요.."
"이구 웬일이래..알았어 엄마 나갔다 올테니까 배고프면 차려먹어.."
민주는 침대에 엎드려 꼼짝하지 않는다. 어제 당한 일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강간 납치 폭행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그런 흉악범죄들이 자신과는 무관하다 여기며 살아온 민주였는데 어제는 죽을만큼 무섭고 끔찍했다. 다행히 돈도 몸도 뺏기지 않고 후들 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집에 와서 현관에서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지만 아무리 무슨일이냐 묻는 엄마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오늘 회사에 아프다고 얘기하고 출근도 하지 못했다.
"흑흑..흑흑.."
엎드린 민주는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어제의 그 끔찍한 기억과 그 아이의 섬뜻한 음성이 민주의 귓가를 때린다.
"다시보게될꺼야..다시보게될꺼야..다시보게될꺼야..다시보게될꺼야..."
그아이의 감정없는 목소리가 계속 환청처럼 민주의 귀에 들리며 민주는 절망속에 흐느낀다. 경찰에도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못한다. 그 아이의 기억은 그만큼 민주에게 강렬했고 너무 큰 공포감을 심어준다.
민주는 또 다시 그 아이를 만나면 아마도 심장이 오그라져 그자리에서 죽어버릴것같다는 생각을 한다. 왜 자신에게 그런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민주는 어떻게 할수없는 현실에 그냥 죽고만 싶어진다. 그렇게 민주는 혼자 자기 방에서 어제의 기억에 대한 공포와 앞으로 다가올 불안에 떨며 이 고통스런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밖엔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날 저녁..컬트에서...
[슈르르르륵~~처억~~가르르르륵~~]
"와아...죽인다..."
[짝짝짝짝~~~~]
스케이트보드의 휠이 스팟의 바닥에 돌아가는소리가 들리며 민혁은 하프파이프의 안쪽을 힘차게 돌려 360도 회전을 한뒤 반대쪽 파이프에 안착해서 멎진 모습으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그걸 지켜보던 아이들은 모두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친다.
그렇게 몇차례 민혁은 고난위도의 기술을 선보였고 오늘 배틀을 하는 상대 아이들은 기가 죽어 보드만 손에 잡고 만지작 거리며 감히 민혁의 배틀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최종 배틀에서 아무도 민혁에게 배틀을 신청하지 못하자 게임은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래도 각 지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아이들인데 또한 그중에는 외국 스케이트보드 대회에 참가해서 입상한 아이도 있는데도 모두들 압도적인 민혁의 기술앞에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영수는 오늘 참가한 나머지 세 팀의 팀장에가 다가간다. 그리고 말없이 손을 내민다. 아이들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영수의 손에 건내준다. 돈을 받은 영수는 그자리에서 세어본다
[하나..둘..셋..쉰 아홉..예순..]
총 60만원이다. 한팀당 20만원씩 걸고 내기 배틀을 한것이었다. 영수는 돈을 다세고 액수가 맞자 만족한 웃음을 날린다.
"새끼들..언제든지 붙고싶으면 도전해..그럼 우린 간다.."
민혁의 스케이트보드를 손에 든 종호가 영수에게 눈짓을 했고 영수는 손가락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민혁은 돈 액수가 맞는지 관심없다는 듯이 먼저 걸어간다.
"종호야..우리 오늘 저녁 한잔 제대로 빨자..우히히히.."
"새끼는 민혁이가 재주부리고 니가 떼놈이냐? 그돈 받아서 신나게?"
"히히히 그래도 우린 식구잔아..어 민혁아 같이가.."
멀어져가는 세사람을 바라보며 스케이트보드 배틀에 참가했던 다른 아이들은 그저 묵묵히 그들을 바라본다. 엄청난 민혁의 실력에 기가 질려 아까운 표정도 보이지 못한다. 그렇게 세 아이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지는 해를 등지고 오늘밤 취할수있는곳으로 향한다.
"자~~건배.."
"하하하..부장님 오늘 기분 좋으신가보네요"
"그럼 그럼 하하하 나 오늘 사장님한테 칭찬받았잔아...내가 입사하고 사장님의 극찬은 처음이었어..이게 다 김과장 덕분이야..자 맘껏마셔 내가 오늘 3차까지 책임진다 브라보.."
시끌벅적한 한우식당안에서 은지는 직원들과 마주앉아 회식을 하는중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신규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를 공모했고 은지가 제안하고 작성한 프로젝트가 최종으로 결정되면서 사장은 이부장에게 극찬을 했고 기분좋은 이부장이 오늘 부 직원들을 전부 데리고 한우등심으로 한상 크게 쏜다.
은지는 37살 주부 사원이다. 남편은 부산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을 하기때문에 일년에 서너번 만나는게 고작이고 결혼과 동시에 집에서 살림만 하던 은지는 아들 인석이 고등학생이되면서 특목고 입학해서 일주일에 한차례만 집에 오게되자 결혼전에 재능을 살려 지금 다니는 S물산에 지원했고 결혼전 은지의 케리어를 높이 산 면접관이 은지를 채용해 작년부터 이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이번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결정하면서 직원들에게 프로젝트를 공모를 했었다.
"자 마셔 마셔 오늘은 다들 3차까지 가는거야..중간에 도망가면 내가 용서안해..자 마시자고.."
이부장이 호기롭게 떠들자 직원들도 이에 질세라 소주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해가며 술을 마신다. 은지는 잘 못하는 술인데 오늘 워낙 직원들이 기분이 좋아 소주를 5잔째 비우는 중이다. 평소에는 3잔만 마셔도 빙빙 도는 은지지만 분위기때문인지 오늘은 꽤 마신다.
시끄러운 이부장과 은지팀들 뒤로 민혁과 아이들이 앉아있다. 셋다 머리가 길고 덩치들이 좋다보니 아무곳에서나 술을 마셔도 누가 미성년자라는 생각은 안한다. 가끔 혹시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종업원들이 있긴 하지만 민혁의 차갑고도 섬뜻한 눈빛에 기가 질려 아무말 못하고 술을 가져다 준다.
민혁은 영수와 종호와 술을 마시면서 자꾸 눈길이 은지에게 간다. 파스텔톤 투피스 정장 치마를 입은 은지의 모습은 단연 돋보인다.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도 여성스러운데 살짝 웃으면서 들어나는 백옥같은 치아가 민혁의 맘을 설레이게 한다. 얼굴은 20대 후반에서 많아야 30대 초반처럼 보이는데 입고잇는 옷을 보니 나이가 좀더 들어보이긴 하다.
남자들 틈에 끼어 술을 마시는데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의 은지는 단정하고 정갈해보인다. 민혁은 은지의 모습을 보며 진흑창에서도 꼿꼿하게 자태를 지탱하고있는 순백색의 꽃잎을 보는듯하다. 그런 깨끗함에 민혁은 은지의 모습에서 눈을 뗄수없었다. 하지만 민혁의 마음속에 솟구치는 감정은 그렇게 백합처럼 순수해 보이는 은지를 처참하게 꺽어 발로 짖밟고싶다는 충동이 느껴진다.
9시 30분을 가리키는 시계바늘..이부장은 3차까지 책임진다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여느때처럼 만취가 되서 태이블에 머리를 쳐박고 코를 곤다. 이부장은 무시하고 술을 마시던 일행들은 은지에게 먼저 일어나라한다. 이대리가 일어나 택시를 잡아주겠다는걸 한사코 손사래를 친 은지는 일행을 뒤로하고 식당에서 나온다. 일행들속에서는 취기를 참고있었는데 식당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휘청한다. 그래도 은지는 오늘 너무 기분이좋다. 자세를 바로 하고 꼿꼿하게 걸어 길가에 서있던 택시를 잡은 은지는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은지가 택시를 타자마자 민혁의 일행도 택시를 서둘러 잡는다.
"앞차좀 따라가주세요.."
영수의 말에 룸미러를 힐끗 보면서 기사는 의미 심장하게 웃는다.
"놓치면 안되겠죠? 하하 내가 운전 경력 10년이 넘으니까 안심하세요 하하하..으음..."
농담비슷한 소리에 앞 택시만 주시하는 민혁의 일행을 보며 뻘쭘해진 기사는 말없이 앞 차를 ?아간다. 그렇게 민혁의 일행이 뒤?아오는지도 모르는 은지는 핸드폰을 열어 저장버튼을 누른다.
"엄마..어디야?"
"호호 엄마 지금 술마시고 집에가는길이야.."
"술? 누구랑?"
"오늘 엄마가 제출한 프로젝트가 사장님 최종 승인이 났다고 부장님하고 직원들한테 축하받고 저녁먹으며서 술한잔 했어.."
"그래? 축하해 엄마..이야 우리 엄마 진짜 대단해"
"호호 아들 엄마도 너무 행복해..우리 아들 보고싶다.."
"그래 엄마 토요일에 일찍갈께요..조심해서 들어가.."
"그래 아들..엄마가 토요일에 맛있는거 많이 해줄께..건강하고.."
"응 엄마..끊을께.."
인석과 통화한 은지는 행복한 마음에 가슴이 터질것같다. 37살의 나이에 새로 직장에 들어가 남자들 눈치 봐가며 일년을 보냈는데 이제는 더 당당하게 회사일을 할수있겠다 싶어 마냥 기분이 좋다.
[끼이익~~]
은지의 택시가 아파트 입구에 선다. 은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기사에게 건내주고 택시문을 열고 내린다. 집앞이라 긴장이 풀린것일까..은지는 차에서 내리자 제대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그 순간..시커먼 그림자가 은지의 허리를 잡는다. 놀란 은지가 모라 말할 사이도 없이..
"엄마 조심해야지..넘어지겠네...흐흐흐.."
"..누구..헉.."
종호는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서둘러 은지곁으로 다가왔고 비틀거리는 은지를 부축하는척 하며 은지의 옆구리에 어제 민주의 얼굴에 대고있던 서슬퍼런 칼을 들이댄다.
"..허억..누구세요..."
종호는 은지의 옆구리에 들이댄 칼날로 쿡쿡 찌르면서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씨발년 누군지 알면..모할껀데..떠들지마 죽여버린다.."
은지는 취기가 확 깨면서 지금의 상황이 너무 무서워 어찌할줄을 모른다. 이제 10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아파트 주변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하나 있다고 해도 조금 떨어진곳에서 본다면 그저 술취한 엄마를 부축해주는 아들정도로 보일것이다.
"니네 집 어디야?"
"제발..살려주세요..제발.."
"이런 씨발년 집이 어디냐니까!! 배때기에 구멍나고싶어? 앙?"
낮은 종호의 목소리에 은지는 뼈골까지 시린느낌이다. 지옥의 야차같은 종호의 목소리에 은지는 혼이 빠진다. 덜덜 떨며 종호에게 잡힌 은지의 팔이 저려온다.
"..1209호.."
"몇동?"
"..7동이요..흑흑..제발.."
울며 애원하는 은지의 팔을 움켜잡은 종호가 고개를 돌려 영수에게 낮은 소리로 말한다.
"7동이래"
"7동? 오케이..먼저간다.."
종호에게 몇동인지를 확인한 영수가 일행보다 먼저 7동으로 향한다. 은지의 아파트는 동과 동 사이에 경비실이 있다. 그래서 치밀한 그들은 우선 영수부터 보내 경비실을 확인하고 만약 문제가 될것같으면 영수가 경비들의 시선을 딴데로 돌릴작정인것이다.
"지금부터 니네 집으로 가는데..만약 허툰짓하거나 떠들거나 소리치면 바로 이 칼로 찍어버린다..알았어?"
"흑흑..집에 남편있어요..제발..보내주세요..흑흑..제발.."
"흐흐흐흐 쌍년 짱돌 존나 굴리네..아까 식당에서 니년 남편은 부산에 아들은 기숙사에 있는거 다확인했어..이년 이거 정신좀 차리게 해야겠는데.."
종호는 은지의 팔을 다시 세차게 움켜잡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아파트 단지앞 상가에 사람이 몇명있지만 여기서 나는 소리를 들을정도는 아니다.
[철썩~~]
"악...흑흑흑..."
종호는 주위를 둘어보고 근처에 사람이 없는것을 확인하자 솥뚜껑같은 손을 들어올려 보드라운 은지의 뺨을 힘껏 내리친다. 은지는 눈앞에 별이 튀어나오는듯한 아픔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울기 시작한다.
"또 한번만 그따위 잔대가가 굴리면 이번엔 주먹이야..울지마 썅년아..자 가자.."
종호는 은지의 팔을 붙잡고 끌다시피 하며 7동으로 향한다. 그뒤를 말없이 민혁이 뒤따른다. 영수는 앞서가 경비실을 확인하는데 다행히 7동과 8동 사이에 경비실은 8동에 치우쳐져있고 종호가 은지를 끌고와도 경비실에선 확인이 안될것같이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수는 경비실 근처에서 긴장하며 일행을 기다린다.
"흑흑흑..제발..제발..흑흑흑.."
"어따 그년 말 존나 많네..뒤질래? 콱.."
"아악..잘못했어요..흑흑.."
영수의 귀에 질질끌려오며 울던 은지의 허벅지를 종호가 무릅으로 찍는 모습이 보였다. 은지는 허벅지에 가해진 순간의 고통에 기가 질린다. 걷는데는 지장없는데 은지의 허벅지 뼈속까지 울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종호는 은지를 끌고 아파트 앞에 섰고 종호는 은지에게 카드키를 꺼내라고 지시한다. 덜덜 떨며 은지는 가방에서 카드키를 빼서 현관 입구 센서에 대니 유리문이 열린다. 종호가 은지를 끌고 들어가고 민혁이 뒤따르는 모습을 본 영수는 재빨리 뛰어 문안으로 들어간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서있다. 민혁의 일행은 은지를 엘리베이터 왼쪽 구석에 밀어넣고 CCTV에 은지를 잡고있는 팔과 칼이 보이지 않게 에워싼다. 12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려는데 유리문앞에 사람이 들어온다. 은지의 눈에는 희망의 빛이 순간 반짝였는데 영수가 서둘러 닫힘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문을 닫고 출발한다.
문이 닫히자 은지는 이제 절망의 늪으로 빠진 기분이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를 이 세아이를 은지는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무섭다 아니 죽을것같은 공포속에 그저 벌벌떨며 애원만한다.
"제발..흑흑..제발..흑흑흑..."
종호는 은지의 울음을 들으며 민혁의 키에 가린 CCTV는 무시하고 시퍼런 칼날을 은지의 눈앞에 댄다. 엘리베이터 형광등 불빛에 반짝이는 칼날이 은지의 눈앞에서 무섭게 흔들린다. 은지는 칼날을 보자 심장이 멎는듯했고 숨을 죽이며 흐느낀다.
[땡~~]
12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서둘러 은지를 잡아끈 종호가 은지에게 디지털 키를 열도록 종용한다. 은지는 몇번이나 긴장으로 공포에 떨며 키를 잘못눌러대다가 종호가 쿡쿡 찔려대는 칼날에 마직막으로 정신을 차리고 번호를 누른다.
[철컥~~]
디지털 도어록이 풀리는 소리가 나자 영수는 문을 열고 먼저 안으로 뛰어든다. 식당에서 들은 내용으론 은지의 집안엔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했지만 혹시 몰라 영수가 먼저 확인차 들어간것이다.
[철컥~]
은지를 잡아끌고 들어온 종호와 민혁의 뒤로 문이 다시 닫힌다. 영수는 신발을 신은채로 이방저방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한후 일행에게 손짓한다.
그제야 안심한 종호는 은지를 거칠게 밀며 거실로 들어간다. 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집안에 들어가 거실을 둘러본다. 아이보리색 가죽소파 앞엔 티 테이블이 놓여있고 한쪽벽엔 티비가 놓여있는 장식장이 있다. 소파뒤에 벽엔 언젠가 수업시간에 보았던 샤갈의 무슨 모 라는 그림이 걸려있다. 은지의 취향을 알만하다. 거실을 둘러본 민혁은 1인용 소파에 몸을 묻는다 그리고 테이블에 신발을 신은채로 발을 올려놓는다.
영수는 민혁이 앉는것을 보고 주방으로 간다. 홈바에 있는 양주가 눈에 들어온것이다. 발렌타인 30년부터 조니워커 블루 로얄 살루트 헤네시 XO 등 이름모를 와인들과 양주가 한가득이다. 술을 조아하는 영수는 입이 헤벌레 해지며 양주를 꺼낸후 유리컵을 찾아들고 냉장고문을 열어 안주가 될만한 치즈 따위를 꺼내온다.
종호는 은지의 팔을 잡았던 손에 힘을 조금푼다. 그러자 간신히 버티고 서있던 은지는 그자리에 덜썩 주저앉아 엉엉 운다.
"엉엉..흑흑..제발..살려주세요..엉엉..흑흑.."
종호는 주저앉은 은지의 얼굴앞에 쪼그려 앉으며 칼날을 다시한번 은지의 코에 댄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은지는 몸이 얼어붙어버린다.
"지금부터 하는말 따라한다..만약 내 말을 따라하다 한자 틀릴때마다 귀싸대기 한대씩이다..알았지?"
"엉엉..흑흑..제발.."
[쫘~~~~~~악]
"아아악...."
종호의 무지막지한 손바닥이 은지의 뺨을 후려갈긴다. 은지는 갑자기 날라온 종호의 손에 뺨을 얻어맞고는 눈에 불이 번쩍 하며 옆으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종호는 쓰러진 은지의 머리에 신발을 신은채로 발을 올려놓고는 눌러댄다.
"아악..제발..잘못했어요.."
은지의 머리통을 담배공초 비비듯이 자근자근 밟던 종호는 다시 은지의 앞에 쭈그려 앉아 말을 이어간다.
"내가 말이 끈나고 대답이 없거나 내말을 따라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배는 아플꺼야..각오해..알겠어?"
"..네..흑흑"
은지의 입안이 터진것같다. 한대 맞는순간 별이 번쩍하며 고통을 느끼고 종호의 말에 화들짝 놀라 대답을 하는데 은지의 입안에 비릿한 피맛이 느껴진다.
"오늘 나는 한마리 암캐에 불과합니다."
".."
[쫘~~~악]
"꺄~~악"
대답이 없자 종호는 은지의 뺨을 풀스윙으로 후려갈긴다. 그 힘에 은지는 밀려가며 테이블에 머리를 찧는다. 다시 종호가 일어나 이번엔 은지의 엎드린 등을 밟는다.
"커억..제발..잘못했어요..흑흑"
[휘익~~]
종호는 은지의 머리채를 잡아채더니 거실 중앙으로 패대기친다. 종호의 억센힘에 머리카락이 뽑히는듯한 은지의 머리속엔 그저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이 상황이 어서 끝나기만 기다랄뿐이다.
은지를 그렇게 패대기 친 종호가 다시 은지의 앞에 쭈그려 앉으며 말한다.
"나는 오늘 한마리 암캐에 불과합니다!"
"..흑흑..나는..오늘..한마리..암캐에..불과합니다..흑흑"
종호의 엄청난 힘과 무서움에 은지는 맞지 않기위해 인형처럼 입을 벌려 종호의 말을 따라한다.
"그래 그래 잘하잔아 그렇게 진작 했으면 매도 안맞잔아.."
음흉한 미소를 띠우며 종호는 말을 이어간다
"암캐는 주인님이 시키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합니다!"
"암캐는..흑흑..주인님이..시키시는것은..흑흑..무엇이든..합니다..훌쩍..흑흑"
"암캐를 마음껏 가지고 놀아주세요!"
"흑흑 암캐를..마음껏..가지고..놀아주세요..흑흑흑.."
거실 바닥에 종호의 손에 뺨을 맞아 벌건 손자국이 생긴 은지는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내뱉은 말의 내용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종호의 매질에서 벗어나려 앵무새처럼 따라한다. 파스텔톤 치마는 종호의 거친 행동으로 쓰러지며 은지의 뽀얀 허벅지가 살짝 들어나 보이게 말려 올라가있다.
37살..이런 일은 영화나 티비에서 나오는 일일뿐인듯 살아가던 단정하고 정숙한 은지의 눈앞에 먹이를 잡아먹기위한 의식을 진행하는듯한 맹수처럼 종호와 그 일행은 두려움에 온몸을 떨고있는 은지를 바라본다....
가련한 여인 은지에게 천청벽력같은 일이 생길줄이야..은지의 운명은 바람앞에 촛불처럼 꺼질듯 꺼질듯 흔들리고있는데..은지에게 무슨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하기 싫은 순간이다....
(^^좀 잔인하고 가혹한 장면이 많이 등장할겁니다. 다음편부터 심장이 약한 분 혐오스럽다 생각하시는분들은 특히 여성분들은 청심환 드시고 읽으시길 바랍니다..그럼 잔인하게 변한 민혁과 그 일당들의 행동을 기대하시길 바라며..행복한 저녁보내세요...)
"자..오늘 배운 내용 집에 가서 요약하고 다음주에 있을 기말고사에 대비하도록 이상..반장.."
"차렷! 선생님께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강남의 J중학교 2학년 3반 교실이다.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교실에서 벌써부터 급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2학년 3반은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는데도 쥐죽은듯이 조용하다. 여느 중학생 교실답지않은 정적 싸늘한 기운마저 감도는데..
"밥들 먹어라..떠들지 말고.."
감정없는 목소리가 교실 뒤에서 들려온다. 교실의 맨뒷자리에 반 아이들보다 머리하나는 아이가 앉아있다. 창밖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모습으로 말을 한다. 바로 민혁이다. 아이들은 2학년이면서 J중학교의 짱인 민혁이를 두려워한다. 한번도 반 아이들에게 주먹한번 큰소리 한번 치지 않은 민혁이지만 아이들은 안다. J중학교뿐만 아니라 인근 중학교를 위시해 강남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고등학교 짱들까지 민혁이 앞에선 한수접어준다는것을..
민혁의 말이 떨어지자 비로서 아이들은 점심을 먹을 준비를 한다.
[드르르륵~~]
"민혁아~~"
영수가 뒷문을 열고 들어오며 민혁을 부른다. 사실 영수는 3학년이고 민혁이 전학오기 전까지 J중학교에선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짱이었다. 영수의 형이 강남 SS파의 중간보스라는 소문은 일찍부터 들려왔지만 그 소문은 둘째치고라도 영수의 주먹은 늘 서슬이 시퍼렇다.
"이새끼들..민혁이 밥 안먹었잔아..비켜봐!!"
영수는 교실로 들어오자 마자 아이들을 밀치고 식판에 밥을 담는다. 그리고 옆에 서있던 진희에게 자신의 밥을 퍼오라 시키고는 민혁의 자리로 간다.
"짱..밥먹자.."
영수가 건내는 수저를 들며 민혁은 말없이 웃는다. 지난 가을 J중학교로 전학오면서 영수와는 처음 부딪혔었다. 중학생치고 아니 성인들보다도 더 큰 키의 민혁은 어딜가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더군다나 J중학교는 MR엔터테인먼트의 재단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이사장 조영만의 자유로운 복장에서 자유로운 표현이 나온다는 지론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민혁의 긴 머리는 여학생들의 머리처럼 길었다. 큰키에 긴 머리는 늘 민혁이 사람들틈에서 유독 튀는 그런 모습이었다.
J중학교는 강남 인근에서 세가지로 유명하다. 이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선 부모의 직업과 재산정도가 필수이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인 우리나라에서 특별 수업 명목으로 일년에 몇백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J중학교 학생들의 부모는 중견기업의 이사급 이상이다.
두번째는 전국 중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대거 모여있는곳이 바로 J중학교이다. 학생들 99% 이상이 다른 학교에 전학가면 그학교의 전교 1~2위를 다투는 실력들이다. 특히 유명한 특목고 외고는 대부분 J중학교 학생들이 진학하는곳이다.
세번째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고 부모들이 대단한 집 아이들이 모여있는 이 J중학교가 아이러니하게도 주먹으로도 유명하다. 부모들이 돈도 많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니 허약할꺼라 여긴 인근 중학교 심지어 고등학교 일진들이 J중학교 인근에서 아이들에게 삥을 뜯다 모두 병원으로 실려간건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 중심에 서있던 주먹이 바로 영수였다.
민혁이 전학온 첫날 10시가 넘은 시간에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오던 모습이 영수에 눈에 띄었다. 가뜩이나 눈에 확띄는 외모를 가진 민혁이 늦은 시간에 여유롭게 등교하는 모습이 영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었고 아이들에게 수소문해서 점심시간에 민혁의 반에 ?아가 이유없이 민혁에게 다가가 겁을 주며 괴롭히다 묵묵히 듣고있는 민혁에게 주먹을 날렸었다. 그러나 잠시후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건 영수였다.
영수는 언제 어떻게 민혁에게 맞았는지 모른채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있다 벌떡일어나 땅에 떨어진 짱의 위상을 찾으려 다시 민혁에게 돌진했고 민혁은 말없이 서있다 영수의 주먹을 피하고 날린 발차기에 영수는 다시 쓰러졌고 민혁은 쓰러진 영수를 잡아 일으켜 밖으로 끌고나갔다.
영수는 그날 민혁에게 붙잡혀 학교 강당뒤에서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 쉬지않고 맞았다. 어딜 어떻게 때리는지 보이지도 않는 민혁의 주먹이 영수의 몸에 꽂힐때마다 온몸의 뼈마디 하나 하나가 다 부서지는 아픔을 느끼며 영수는 마지막 민혁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바닥에 엎드려 울며 빌었다.
"제발..살려줘..제발..."
영수는 구급차에 실려갔고 민혁은 학생주임에게 불려갔지만 이사장 조영만이 그 얘기를 듣고 달려와 살기 등등한 학생주임앞에 묵묵히 앉아있던 민혁을 데리고 가버렸다. 이 한번의 사건으로 민혁은 J중학교에서 언터처블이란 별명을 얻게되었다. 그리고 베일에 싸인 민혁의 배경도 아이들에게 커다란 호기심이었다.
"짱..오늘밤에..컬트에서 배틀있다는데 갈꺼지?"
컬트는 한강뚝섬 유원지안에 있는 스케이트보드 스팟이다. 공식명칭인 "훈련원공원"보다 컬트로 더 알려져있다. 영수는 스케이트보드 메니아다 아니 프로보다 더 멋진 폼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근데 민혁앞에서 꼬리를 말아버렸다. 민혁의 뒤돌기 360도 알리기술을 본 영수는 입이 쩍벌어졌고 그자리에서 무릅을꿇고 사부~~하고 외쳤을 정도였다.
"몇신데.."
"어..6시"
"종호도 불러라.."
"그래 짱..으히히히히 오늘 또 짱의 그 현란한 기술을 보는구나..오메 짜릿한거.."
넉살좋게 웃으면서 영수는 민혁과 마저 점심을 먹고 아이들에게 눈짓으로 식판을 치우라 얘기하고 교실밖을 나가는 민혁을 따라붙는다.
"후우~~~쪼옥~~후우~~"
민혁과 영수는 강당 뒤에 잔디밭에 누워 담배를 피운다. 민혁의 별명이 언터처블이라면 이곳 강당뒤 잔디밭 또한 언터처블이다. 늘 영수가 점심시간에 담배를 피는곳 그리고 이젠 민혁과 함께 늘 담배를 피우는곳이기때문에 학생들은 물론이고 어지간해선 선생들도 오지않는다.
"근데..짱..어제 그년..삼삼하던데..쓰발..밤새 고년 다리가 아른거려서 미치는줄 알았다..히히.."
"..."
대답없는 민혁을 돌아보며 영수가 말을 이어간다.
"고년 언제 작업할까? 종호가 아마 그년 집하고 다 확인했을꺼야.."
"천천히..며칠후에 하지 모.."
"그래..히히히..그년 맛 죽일꺼야..어제 만져본 보지가 어찌나 탱탱하던지 아흐..."
둘은 잔디밭에 누워 담배를 피우며 어제 공사장으로 끌고갔던 민주의 얘길 한다. 사실 그동안 민혁을 따라다니며 영수와 종호는 맘껏 여자를 주물러댔었다. 그러나 어제 본 민주는 예전에 알던 그런 여자들하곤 질이 달랐다. 눈에 확띄는 외모에 탄탄한 몸매 그리고 자기들보다 10살이상이 많은 민주에게 영수는 욕정이 솟는다.
그 시간..민혁과 영수가 얘기하는 대상인 민주의 집에선....
"민주야..밥 먹자..아프더라도 밥은 먹어야지.."
"..생각없어요..그냥 혼자 놔두세요.."
"어디가 아픈지 말도 안하고 혼자서 왜그래..병원이라도 가보자.."
"磯募歐楮?.그냥 놔두세요.."
"이구 웬일이래..알았어 엄마 나갔다 올테니까 배고프면 차려먹어.."
민주는 침대에 엎드려 꼼짝하지 않는다. 어제 당한 일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강간 납치 폭행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그런 흉악범죄들이 자신과는 무관하다 여기며 살아온 민주였는데 어제는 죽을만큼 무섭고 끔찍했다. 다행히 돈도 몸도 뺏기지 않고 후들 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집에 와서 현관에서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지만 아무리 무슨일이냐 묻는 엄마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오늘 회사에 아프다고 얘기하고 출근도 하지 못했다.
"흑흑..흑흑.."
엎드린 민주는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어제의 그 끔찍한 기억과 그 아이의 섬뜻한 음성이 민주의 귓가를 때린다.
"다시보게될꺼야..다시보게될꺼야..다시보게될꺼야..다시보게될꺼야..."
그아이의 감정없는 목소리가 계속 환청처럼 민주의 귀에 들리며 민주는 절망속에 흐느낀다. 경찰에도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못한다. 그 아이의 기억은 그만큼 민주에게 강렬했고 너무 큰 공포감을 심어준다.
민주는 또 다시 그 아이를 만나면 아마도 심장이 오그라져 그자리에서 죽어버릴것같다는 생각을 한다. 왜 자신에게 그런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민주는 어떻게 할수없는 현실에 그냥 죽고만 싶어진다. 그렇게 민주는 혼자 자기 방에서 어제의 기억에 대한 공포와 앞으로 다가올 불안에 떨며 이 고통스런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밖엔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날 저녁..컬트에서...
[슈르르르륵~~처억~~가르르르륵~~]
"와아...죽인다..."
[짝짝짝짝~~~~]
스케이트보드의 휠이 스팟의 바닥에 돌아가는소리가 들리며 민혁은 하프파이프의 안쪽을 힘차게 돌려 360도 회전을 한뒤 반대쪽 파이프에 안착해서 멎진 모습으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그걸 지켜보던 아이들은 모두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친다.
그렇게 몇차례 민혁은 고난위도의 기술을 선보였고 오늘 배틀을 하는 상대 아이들은 기가 죽어 보드만 손에 잡고 만지작 거리며 감히 민혁의 배틀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최종 배틀에서 아무도 민혁에게 배틀을 신청하지 못하자 게임은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래도 각 지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아이들인데 또한 그중에는 외국 스케이트보드 대회에 참가해서 입상한 아이도 있는데도 모두들 압도적인 민혁의 기술앞에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영수는 오늘 참가한 나머지 세 팀의 팀장에가 다가간다. 그리고 말없이 손을 내민다. 아이들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영수의 손에 건내준다. 돈을 받은 영수는 그자리에서 세어본다
[하나..둘..셋..쉰 아홉..예순..]
총 60만원이다. 한팀당 20만원씩 걸고 내기 배틀을 한것이었다. 영수는 돈을 다세고 액수가 맞자 만족한 웃음을 날린다.
"새끼들..언제든지 붙고싶으면 도전해..그럼 우린 간다.."
민혁의 스케이트보드를 손에 든 종호가 영수에게 눈짓을 했고 영수는 손가락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민혁은 돈 액수가 맞는지 관심없다는 듯이 먼저 걸어간다.
"종호야..우리 오늘 저녁 한잔 제대로 빨자..우히히히.."
"새끼는 민혁이가 재주부리고 니가 떼놈이냐? 그돈 받아서 신나게?"
"히히히 그래도 우린 식구잔아..어 민혁아 같이가.."
멀어져가는 세사람을 바라보며 스케이트보드 배틀에 참가했던 다른 아이들은 그저 묵묵히 그들을 바라본다. 엄청난 민혁의 실력에 기가 질려 아까운 표정도 보이지 못한다. 그렇게 세 아이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지는 해를 등지고 오늘밤 취할수있는곳으로 향한다.
"자~~건배.."
"하하하..부장님 오늘 기분 좋으신가보네요"
"그럼 그럼 하하하 나 오늘 사장님한테 칭찬받았잔아...내가 입사하고 사장님의 극찬은 처음이었어..이게 다 김과장 덕분이야..자 맘껏마셔 내가 오늘 3차까지 책임진다 브라보.."
시끌벅적한 한우식당안에서 은지는 직원들과 마주앉아 회식을 하는중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신규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를 공모했고 은지가 제안하고 작성한 프로젝트가 최종으로 결정되면서 사장은 이부장에게 극찬을 했고 기분좋은 이부장이 오늘 부 직원들을 전부 데리고 한우등심으로 한상 크게 쏜다.
은지는 37살 주부 사원이다. 남편은 부산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을 하기때문에 일년에 서너번 만나는게 고작이고 결혼과 동시에 집에서 살림만 하던 은지는 아들 인석이 고등학생이되면서 특목고 입학해서 일주일에 한차례만 집에 오게되자 결혼전에 재능을 살려 지금 다니는 S물산에 지원했고 결혼전 은지의 케리어를 높이 산 면접관이 은지를 채용해 작년부터 이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이번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결정하면서 직원들에게 프로젝트를 공모를 했었다.
"자 마셔 마셔 오늘은 다들 3차까지 가는거야..중간에 도망가면 내가 용서안해..자 마시자고.."
이부장이 호기롭게 떠들자 직원들도 이에 질세라 소주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해가며 술을 마신다. 은지는 잘 못하는 술인데 오늘 워낙 직원들이 기분이 좋아 소주를 5잔째 비우는 중이다. 평소에는 3잔만 마셔도 빙빙 도는 은지지만 분위기때문인지 오늘은 꽤 마신다.
시끄러운 이부장과 은지팀들 뒤로 민혁과 아이들이 앉아있다. 셋다 머리가 길고 덩치들이 좋다보니 아무곳에서나 술을 마셔도 누가 미성년자라는 생각은 안한다. 가끔 혹시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종업원들이 있긴 하지만 민혁의 차갑고도 섬뜻한 눈빛에 기가 질려 아무말 못하고 술을 가져다 준다.
민혁은 영수와 종호와 술을 마시면서 자꾸 눈길이 은지에게 간다. 파스텔톤 투피스 정장 치마를 입은 은지의 모습은 단연 돋보인다.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도 여성스러운데 살짝 웃으면서 들어나는 백옥같은 치아가 민혁의 맘을 설레이게 한다. 얼굴은 20대 후반에서 많아야 30대 초반처럼 보이는데 입고잇는 옷을 보니 나이가 좀더 들어보이긴 하다.
남자들 틈에 끼어 술을 마시는데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의 은지는 단정하고 정갈해보인다. 민혁은 은지의 모습을 보며 진흑창에서도 꼿꼿하게 자태를 지탱하고있는 순백색의 꽃잎을 보는듯하다. 그런 깨끗함에 민혁은 은지의 모습에서 눈을 뗄수없었다. 하지만 민혁의 마음속에 솟구치는 감정은 그렇게 백합처럼 순수해 보이는 은지를 처참하게 꺽어 발로 짖밟고싶다는 충동이 느껴진다.
9시 30분을 가리키는 시계바늘..이부장은 3차까지 책임진다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여느때처럼 만취가 되서 태이블에 머리를 쳐박고 코를 곤다. 이부장은 무시하고 술을 마시던 일행들은 은지에게 먼저 일어나라한다. 이대리가 일어나 택시를 잡아주겠다는걸 한사코 손사래를 친 은지는 일행을 뒤로하고 식당에서 나온다. 일행들속에서는 취기를 참고있었는데 식당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휘청한다. 그래도 은지는 오늘 너무 기분이좋다. 자세를 바로 하고 꼿꼿하게 걸어 길가에 서있던 택시를 잡은 은지는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은지가 택시를 타자마자 민혁의 일행도 택시를 서둘러 잡는다.
"앞차좀 따라가주세요.."
영수의 말에 룸미러를 힐끗 보면서 기사는 의미 심장하게 웃는다.
"놓치면 안되겠죠? 하하 내가 운전 경력 10년이 넘으니까 안심하세요 하하하..으음..."
농담비슷한 소리에 앞 택시만 주시하는 민혁의 일행을 보며 뻘쭘해진 기사는 말없이 앞 차를 ?아간다. 그렇게 민혁의 일행이 뒤?아오는지도 모르는 은지는 핸드폰을 열어 저장버튼을 누른다.
"엄마..어디야?"
"호호 엄마 지금 술마시고 집에가는길이야.."
"술? 누구랑?"
"오늘 엄마가 제출한 프로젝트가 사장님 최종 승인이 났다고 부장님하고 직원들한테 축하받고 저녁먹으며서 술한잔 했어.."
"그래? 축하해 엄마..이야 우리 엄마 진짜 대단해"
"호호 아들 엄마도 너무 행복해..우리 아들 보고싶다.."
"그래 엄마 토요일에 일찍갈께요..조심해서 들어가.."
"그래 아들..엄마가 토요일에 맛있는거 많이 해줄께..건강하고.."
"응 엄마..끊을께.."
인석과 통화한 은지는 행복한 마음에 가슴이 터질것같다. 37살의 나이에 새로 직장에 들어가 남자들 눈치 봐가며 일년을 보냈는데 이제는 더 당당하게 회사일을 할수있겠다 싶어 마냥 기분이 좋다.
[끼이익~~]
은지의 택시가 아파트 입구에 선다. 은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기사에게 건내주고 택시문을 열고 내린다. 집앞이라 긴장이 풀린것일까..은지는 차에서 내리자 제대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그 순간..시커먼 그림자가 은지의 허리를 잡는다. 놀란 은지가 모라 말할 사이도 없이..
"엄마 조심해야지..넘어지겠네...흐흐흐.."
"..누구..헉.."
종호는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서둘러 은지곁으로 다가왔고 비틀거리는 은지를 부축하는척 하며 은지의 옆구리에 어제 민주의 얼굴에 대고있던 서슬퍼런 칼을 들이댄다.
"..허억..누구세요..."
종호는 은지의 옆구리에 들이댄 칼날로 쿡쿡 찌르면서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씨발년 누군지 알면..모할껀데..떠들지마 죽여버린다.."
은지는 취기가 확 깨면서 지금의 상황이 너무 무서워 어찌할줄을 모른다. 이제 10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아파트 주변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하나 있다고 해도 조금 떨어진곳에서 본다면 그저 술취한 엄마를 부축해주는 아들정도로 보일것이다.
"니네 집 어디야?"
"제발..살려주세요..제발.."
"이런 씨발년 집이 어디냐니까!! 배때기에 구멍나고싶어? 앙?"
낮은 종호의 목소리에 은지는 뼈골까지 시린느낌이다. 지옥의 야차같은 종호의 목소리에 은지는 혼이 빠진다. 덜덜 떨며 종호에게 잡힌 은지의 팔이 저려온다.
"..1209호.."
"몇동?"
"..7동이요..흑흑..제발.."
울며 애원하는 은지의 팔을 움켜잡은 종호가 고개를 돌려 영수에게 낮은 소리로 말한다.
"7동이래"
"7동? 오케이..먼저간다.."
종호에게 몇동인지를 확인한 영수가 일행보다 먼저 7동으로 향한다. 은지의 아파트는 동과 동 사이에 경비실이 있다. 그래서 치밀한 그들은 우선 영수부터 보내 경비실을 확인하고 만약 문제가 될것같으면 영수가 경비들의 시선을 딴데로 돌릴작정인것이다.
"지금부터 니네 집으로 가는데..만약 허툰짓하거나 떠들거나 소리치면 바로 이 칼로 찍어버린다..알았어?"
"흑흑..집에 남편있어요..제발..보내주세요..흑흑..제발.."
"흐흐흐흐 쌍년 짱돌 존나 굴리네..아까 식당에서 니년 남편은 부산에 아들은 기숙사에 있는거 다확인했어..이년 이거 정신좀 차리게 해야겠는데.."
종호는 은지의 팔을 다시 세차게 움켜잡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아파트 단지앞 상가에 사람이 몇명있지만 여기서 나는 소리를 들을정도는 아니다.
[철썩~~]
"악...흑흑흑..."
종호는 주위를 둘어보고 근처에 사람이 없는것을 확인하자 솥뚜껑같은 손을 들어올려 보드라운 은지의 뺨을 힘껏 내리친다. 은지는 눈앞에 별이 튀어나오는듯한 아픔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울기 시작한다.
"또 한번만 그따위 잔대가가 굴리면 이번엔 주먹이야..울지마 썅년아..자 가자.."
종호는 은지의 팔을 붙잡고 끌다시피 하며 7동으로 향한다. 그뒤를 말없이 민혁이 뒤따른다. 영수는 앞서가 경비실을 확인하는데 다행히 7동과 8동 사이에 경비실은 8동에 치우쳐져있고 종호가 은지를 끌고와도 경비실에선 확인이 안될것같이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수는 경비실 근처에서 긴장하며 일행을 기다린다.
"흑흑흑..제발..제발..흑흑흑.."
"어따 그년 말 존나 많네..뒤질래? 콱.."
"아악..잘못했어요..흑흑.."
영수의 귀에 질질끌려오며 울던 은지의 허벅지를 종호가 무릅으로 찍는 모습이 보였다. 은지는 허벅지에 가해진 순간의 고통에 기가 질린다. 걷는데는 지장없는데 은지의 허벅지 뼈속까지 울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종호는 은지를 끌고 아파트 앞에 섰고 종호는 은지에게 카드키를 꺼내라고 지시한다. 덜덜 떨며 은지는 가방에서 카드키를 빼서 현관 입구 센서에 대니 유리문이 열린다. 종호가 은지를 끌고 들어가고 민혁이 뒤따르는 모습을 본 영수는 재빨리 뛰어 문안으로 들어간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서있다. 민혁의 일행은 은지를 엘리베이터 왼쪽 구석에 밀어넣고 CCTV에 은지를 잡고있는 팔과 칼이 보이지 않게 에워싼다. 12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려는데 유리문앞에 사람이 들어온다. 은지의 눈에는 희망의 빛이 순간 반짝였는데 영수가 서둘러 닫힘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문을 닫고 출발한다.
문이 닫히자 은지는 이제 절망의 늪으로 빠진 기분이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를 이 세아이를 은지는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무섭다 아니 죽을것같은 공포속에 그저 벌벌떨며 애원만한다.
"제발..흑흑..제발..흑흑흑..."
종호는 은지의 울음을 들으며 민혁의 키에 가린 CCTV는 무시하고 시퍼런 칼날을 은지의 눈앞에 댄다. 엘리베이터 형광등 불빛에 반짝이는 칼날이 은지의 눈앞에서 무섭게 흔들린다. 은지는 칼날을 보자 심장이 멎는듯했고 숨을 죽이며 흐느낀다.
[땡~~]
12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서둘러 은지를 잡아끈 종호가 은지에게 디지털 키를 열도록 종용한다. 은지는 몇번이나 긴장으로 공포에 떨며 키를 잘못눌러대다가 종호가 쿡쿡 찔려대는 칼날에 마직막으로 정신을 차리고 번호를 누른다.
[철컥~~]
디지털 도어록이 풀리는 소리가 나자 영수는 문을 열고 먼저 안으로 뛰어든다. 식당에서 들은 내용으론 은지의 집안엔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했지만 혹시 몰라 영수가 먼저 확인차 들어간것이다.
[철컥~]
은지를 잡아끌고 들어온 종호와 민혁의 뒤로 문이 다시 닫힌다. 영수는 신발을 신은채로 이방저방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한후 일행에게 손짓한다.
그제야 안심한 종호는 은지를 거칠게 밀며 거실로 들어간다. 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집안에 들어가 거실을 둘러본다. 아이보리색 가죽소파 앞엔 티 테이블이 놓여있고 한쪽벽엔 티비가 놓여있는 장식장이 있다. 소파뒤에 벽엔 언젠가 수업시간에 보았던 샤갈의 무슨 모 라는 그림이 걸려있다. 은지의 취향을 알만하다. 거실을 둘러본 민혁은 1인용 소파에 몸을 묻는다 그리고 테이블에 신발을 신은채로 발을 올려놓는다.
영수는 민혁이 앉는것을 보고 주방으로 간다. 홈바에 있는 양주가 눈에 들어온것이다. 발렌타인 30년부터 조니워커 블루 로얄 살루트 헤네시 XO 등 이름모를 와인들과 양주가 한가득이다. 술을 조아하는 영수는 입이 헤벌레 해지며 양주를 꺼낸후 유리컵을 찾아들고 냉장고문을 열어 안주가 될만한 치즈 따위를 꺼내온다.
종호는 은지의 팔을 잡았던 손에 힘을 조금푼다. 그러자 간신히 버티고 서있던 은지는 그자리에 덜썩 주저앉아 엉엉 운다.
"엉엉..흑흑..제발..살려주세요..엉엉..흑흑.."
종호는 주저앉은 은지의 얼굴앞에 쪼그려 앉으며 칼날을 다시한번 은지의 코에 댄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은지는 몸이 얼어붙어버린다.
"지금부터 하는말 따라한다..만약 내 말을 따라하다 한자 틀릴때마다 귀싸대기 한대씩이다..알았지?"
"엉엉..흑흑..제발.."
[쫘~~~~~~악]
"아아악...."
종호의 무지막지한 손바닥이 은지의 뺨을 후려갈긴다. 은지는 갑자기 날라온 종호의 손에 뺨을 얻어맞고는 눈에 불이 번쩍 하며 옆으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종호는 쓰러진 은지의 머리에 신발을 신은채로 발을 올려놓고는 눌러댄다.
"아악..제발..잘못했어요.."
은지의 머리통을 담배공초 비비듯이 자근자근 밟던 종호는 다시 은지의 앞에 쭈그려 앉아 말을 이어간다.
"내가 말이 끈나고 대답이 없거나 내말을 따라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배는 아플꺼야..각오해..알겠어?"
"..네..흑흑"
은지의 입안이 터진것같다. 한대 맞는순간 별이 번쩍하며 고통을 느끼고 종호의 말에 화들짝 놀라 대답을 하는데 은지의 입안에 비릿한 피맛이 느껴진다.
"오늘 나는 한마리 암캐에 불과합니다."
".."
[쫘~~~악]
"꺄~~악"
대답이 없자 종호는 은지의 뺨을 풀스윙으로 후려갈긴다. 그 힘에 은지는 밀려가며 테이블에 머리를 찧는다. 다시 종호가 일어나 이번엔 은지의 엎드린 등을 밟는다.
"커억..제발..잘못했어요..흑흑"
[휘익~~]
종호는 은지의 머리채를 잡아채더니 거실 중앙으로 패대기친다. 종호의 억센힘에 머리카락이 뽑히는듯한 은지의 머리속엔 그저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이 상황이 어서 끝나기만 기다랄뿐이다.
은지를 그렇게 패대기 친 종호가 다시 은지의 앞에 쭈그려 앉으며 말한다.
"나는 오늘 한마리 암캐에 불과합니다!"
"..흑흑..나는..오늘..한마리..암캐에..불과합니다..흑흑"
종호의 엄청난 힘과 무서움에 은지는 맞지 않기위해 인형처럼 입을 벌려 종호의 말을 따라한다.
"그래 그래 잘하잔아 그렇게 진작 했으면 매도 안맞잔아.."
음흉한 미소를 띠우며 종호는 말을 이어간다
"암캐는 주인님이 시키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합니다!"
"암캐는..흑흑..주인님이..시키시는것은..흑흑..무엇이든..합니다..훌쩍..흑흑"
"암캐를 마음껏 가지고 놀아주세요!"
"흑흑 암캐를..마음껏..가지고..놀아주세요..흑흑흑.."
거실 바닥에 종호의 손에 뺨을 맞아 벌건 손자국이 생긴 은지는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내뱉은 말의 내용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저 종호의 매질에서 벗어나려 앵무새처럼 따라한다. 파스텔톤 치마는 종호의 거친 행동으로 쓰러지며 은지의 뽀얀 허벅지가 살짝 들어나 보이게 말려 올라가있다.
37살..이런 일은 영화나 티비에서 나오는 일일뿐인듯 살아가던 단정하고 정숙한 은지의 눈앞에 먹이를 잡아먹기위한 의식을 진행하는듯한 맹수처럼 종호와 그 일행은 두려움에 온몸을 떨고있는 은지를 바라본다....
가련한 여인 은지에게 천청벽력같은 일이 생길줄이야..은지의 운명은 바람앞에 촛불처럼 꺼질듯 꺼질듯 흔들리고있는데..은지에게 무슨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하기 싫은 순간이다....
(^^좀 잔인하고 가혹한 장면이 많이 등장할겁니다. 다음편부터 심장이 약한 분 혐오스럽다 생각하시는분들은 특히 여성분들은 청심환 드시고 읽으시길 바랍니다..그럼 잔인하게 변한 민혁과 그 일당들의 행동을 기대하시길 바라며..행복한 저녁보내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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