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왔다. 그렇다면 최소한 가스통 까지 갔다 왔다면 흙 바닥을 지났어야 했고 사람무게로 젖은 흙바닥을 지날 때는 바닥뿐만 아니라 밑창 옆면까지 잠긴다. 그렇다면 바닥이나 밑창 옆면에는 흙이 묻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신발은 여자들이 주로 싣는 통굽 슬리퍼다. 이 신발의 특징은 밑바닥이 틈도 없는 민무늬라는 것이다. 그러니 집으로 다시 들어올 때는 시멘트로 된 바닥을 지났을 거고 거기에 머금은 물로 인해 신발 바닥의 흙은 쉽게 씻겨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신발 밑창 옆면의 흙은 그렇게 쉽게 씻겨지지 않는다. 최소한 흙탕물 자국이라도 남아야 하는데 깨끗하다. 특히 통굽이다. 더 깊게 잠긴다. 그런데...하다못해 흙탕물이 마른 자국도 없다.
특히 밑창의 옆면 재질이 통고무가 아니라 미세한 구멍이 뚫린 합성재질이야! 그래.. 김가희는 가스통 근처는 가지도 않았어! 그래 이제 생각해 보니 가스벨브가 커튼 뒤에 숨겨져 있었어 자살이라면 일부러 그렇게 숨기지도 않아! 아 바보 왜 이제 그걸 생각해 낸거야!!! 밀실과 자살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 때문에 수사의 가장 기본인데 피해자의 신발을 생각지도 못했어..아~바보~ 이 병신아!!! ’
그랬다. 너무 깨끗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마치 범인이라도 잡은 듯 심장이 뛰었다. 나는 쉼호흡을 연거푸 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
그리고 부엌을 뒤져 비닐봉지를 몇 장을 찾아내 신발들을 넣고 밖으로 나와 마당 6곳에서 흙을 퍼 담아 나왔다. 문을 잠그고 다른 비닐에 마당에 있는 흙을 조금 퍼 넣은 뒤 나는 다시 뛰어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차를 몰아 사무실로 급히 돌아갔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상식이 형은 아직도 조서를 꾸미고 있었다.
“어 왔냐? 야! 아깐 왜 그랬어?”
“어 잠깐만!”
나는 부랴부랴 책상으로 가 김가희 통화목록을 찾아봤다.
“6월 25일 이후 어디보자....3456...3456...3456.....있다!”
정확히 6월 27일 오후 2시에 10분간 통화를 했다. 그리고...28일에는 3시쯤에 30초간 통화 , 사망 전날 6월 29일에 낮에 1분간.. ...
‘음...너무 짧아..그러면 남자가 했다는 소리 일 수도 있지...전화 받은건 안 나오니 음.....’
“형!”
“왜?”
“전화 건거 말고 받은거 정보 알 수 있나?”
“어~아 그거~전화기 보면 알 수 있고 지웠더라도 메모리 복구해 보면 알 수 있다는데!”
“아 맞다~히히”
“야 어디가?”
“감식반에!”
나는 감식반으로 가서 김가희 핸드폰을 인수해 왔다. 그리고 전원을 켜니 다행이 베터리가 있었다. 그런데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아씨~젠장! 어떡해 하지? 이거!”
나는 다시 감식반으로 가서 비밀번호 풀 수 있냐고 하니까 전화기를 줘 보라고 하더니 컴퓨터에 연결하더니 쉽게 비밀번호를 풀어줬다.
나는 전화기를 확인해 보니 이상하게 6월 20일부터 사건당일까지 사용한 기록은 남아 있는데 이요섭과 통화한 내용만 싹 지워져 있었다. 그래서 감식반 직원에게 지워진 통화목록 살릴 수 있냐고 물으니 그건 제조사로 가서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너무 늦었고 내일 찾아가면 될 일이었다. 낼 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일단 실마리가 풀려가는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가지고 간 신발과 흙을 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검사 좀 해달라고 했고 급한거니 빨리 부탁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적어도 2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급한거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감식반을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상식이 형은 여전히 조서를 꾸미며 낑낑 대고 있었다.
“형!”
“어!”
“그만 들어가 뭐해!”
“아 이거 낼까지 보고해야돼!”
“흐흐 고생이 많네!”
“너 무슨일 있어?”
“응? 아하 무슨 일 있지~암튼 낼 얘기해 형! 낼 회의시간에 말할게!”
“허 참! 그래라 그럼 지금 바쁘니까 말 시키지마!”
“알았어!”
나는 사무실에 있으면 더 힘들거 같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보니 미영이가 먼저 와 있었다.
나는 미영이와 늦은 저녁을 하고 미영이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해줬더니 미영이도 놀라면서 내 의견에 동조했다.
“맞아 그 신발 특징이 비오는날 신으면 흙탕물이 굽 옆에 스며들어 마르면 자국이 생겨! 그런데 밑바닥은 깨끗해져!”
“그렇지?”
“응~오~우리 자기 한건 제대로 했네~”
“아직은 아니지...이제 시작이지...”
“아무튼 열심히 해 우리 자기야!”
우리는 그런 얘기를 나누며 잠이 들었다. 의외로 쉽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사건발생 8일째 7월 10일 화요일]
아침에 출근해 보니 모두 나와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팀장님은 커피를 타 오라고 했고 나와 상식이 형은 가서 커피를 타왔다. 조회를 했다. 각자 자기가 맡은 사건의 진척상황을 설명했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어서 나는 어제의 일을 모두 설명했다.
그러자 팀장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감식결과 언제 나와?”
“아마 낼 중으로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음...그럼 너는 회의 끝나는 대로 전화기 제조사 AS센터 가서 정보 살려보면 대충 윤곽이 잡히겠네..”
“네 그렇지요...”
나는 의기양양하게 대답을 했고 옆에 있던 손형사가 한마디 거뒀다.
“너무 급하게 하지마 아직 결과 나온거 아니니까!”
나는 그 말에 약간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팀장님도 같은 주문을 했다.
“그건 권이 말이 맞아 아무리 심증이 있고 뭐 해도 증거 없으면 안 돼! 그 이요섭이라는 자가 김가희랑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잡아 넣을 수는 없는거야!”
들어보니 그 말도 맞았다.
“네...알겠습니다.”
“그래도 수고했어! 미처 생각 못 했던 걸 여기까지 밝혀 냈으니!”
“그럼 팀장님 창균이 말대로라면 아니 그 신발에서 마당 흙과 같은 성분이 안 나오면 자살이라고 보긴 어렵네요..?”
“음 그렇지..그런데 문제는 누가 어떻게 했냐는 거야..그리고 그걸 밝혀 내야 하는거고”
“음...하기사 그게 젤 어렵지요..허허” 그 말에 캔디형도 그저 웃고 말았다.
“그리고 다들 잘 들어! 이번에 창균이가 밝혀낸거 칭찬할 일이긴 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반성해야돼! 물론 나도 포함되는거고. 우리 스스로 너무 매너리즘에 빠져있던게 아닌가 생각해 보자고!”
“네!”
회의가 끝나고 핸드폰 관련 업체에 제출 할 공문을 만들고 과장님 결제까지 받아서 부리나케 젤 가까운 핸드폰 AS센터를 방문했다. 그리고 서류를 제출하니 기사가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컴퓨터에 연결하더니 이것저것 시도해보더니 옆에 있는 프린터에서 뭔가가 출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
“다행이 자료가 남아있네요. 여기 있습니다.”
“어 감사합니다!”
나는 종이를 받아들고는 데스크로 가 직원에게 그 출력물 복사를 부탁하니 흔쾌히 복사를 해주었다. 나는 종이를 받아 들고 차로 와 원본은 옆에 두고 복사본을 들고 펜으로 체크를 해봤다.
정리를 해보니 이랬다.
---김가희 전화 기준
6월 27일 오후 2시 12분 - 10분간 요섭에게 발신
6월 27일 오후 5시 03분 - 30분간 요섭으로부터 수신
6월 28일 오후 1시 00분 - 1시간 요섭으로부터 수신
6월 28일 오후 3시 16분 - 30초간 요섭에게 발신
6월 29일 오후 2시 33분 - 3분간 요섭으로부터 수신
6월 29일 오후 3시 01분 - 1분간 요섭에게 발신
‘일단 이요섭이 거짓말을 했다. 그것은 뭔가 캥기는게 있다는 소리고 일단 그것만으로도 의심하기에는 충분해. 내일 신발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바로 착수해야 겠군’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팀장님에게 가서 출력해온 결과를 보여줬다.
“어라 진짜 냄새가 나는데..그러니까 이요섭이는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거지?”
“네. 그래서 신발에 대한 결과 나오면 바로 불러서 조사 하려구요.”
“음..그래.. 그런데 이요섭이가 전화통화 한 것만으로는 안 돼! 너도 알다시피 뭔가 결정적인 것이 필요해! 가스벨브를 자를때 썼던 도구라든가 그런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계속 수고해!”
“네.”
[사건 9일차 7월 11일 수요일]
띠리리링~
“네 감사합니다. 김창균입니다.”
“아 여보세요. 여기 국과수 연구원 이창수입니다.”
“아 네!”
“의뢰한 신발과 흙에 대한 검시결과가 나와서 전화드렸어요. 급한거라고 하셔서 서류 보내기전에 미리 전화 드린겁니다.”
“아 네! 어떻게 되었나요?”
“네! 일단은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아닌 부분도 있고”
“네?”
나는 일치라는 말에 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러니까 어떤 토양이든지 한 지역에 있는 토양이라면 어느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니까 꼭 그 마당에 있는 흙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토양에서도 발견되는 부분이지요.”
“아 네...그럼 그 마당흙이라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뭐~그렇긴 한데 보통 사건에서 이정도 공통점은 어떠한 증거로 사용이 잘 되지 않아요. 그래서 보통 유기질과 무기질의 양과 종류의 차이등으로 동일한 흙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데..”
“네..”
“그 마당 주변에 혹시 화단 같은게 조성 되어 있던가요?”
“음..아 네...있었어요 화분도 있고 벽 쪽으로 조그마한 화단이 있었어요!”
“음 그럴거에요. 그 흙에서 다량의 유기질과 발견 되었거든요. 또 인공유기질도 있는 걸 봐서 비료 성분이 빗물을 흘러서 마당으로 퍼진거지요. 아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마당 양쪽으로 화단과 화분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을것 같은데 맞나요?”
“네! 어떻게 그걸?”
“그러니 양쪽에서 새어나와 마당을 적실 수 있었을 겁니다..”
“아...”
“일단 흙은 그런데 신발에서는 아주 극소량의 토양성분이 있었긴 한데 무기질은 발견되었는데 유기질은 발견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 그럼 어떻게 생각을 해야하지요?”
“최소한 비오는 날 그 마당 흙은 밟지 않았다고 하는게 정확한 것일 겁니다. 설령 밟았다고 해도 그 이후에 그 신발을 신고 여기저기를 많이 돌아다니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긴 하는데.. 그거 사건당일 이 후로는 한번도 안 신은 신발이잖아요?”
“네 맞아요!”
“하하 그럼 김 형사님 추측이 맞는거 같네요!”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원래 하는 일인데요~그리고 정확한 서류는 오늘 등서 직원을 통해 보냈으니 확인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요!”
“네! 수고하세요!”
“팀장님! 틀려요!”
“뭔 소리야! 저거!”
“신발에 대한 추측이 맞다고요. 그날 김가희는 가스통 근처로 가지 않았아요.!”
“음 그럼 일단 가족들한테 알리지 말고 더 보강할 수사 있으면 해놔!”
“네 알겠습니다.”
심장이 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요섭을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며 이요섭의 명함을 만지작 거렸다.
“네. 이요섭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어제 만나던 김창균 형사입니다!”
“아 네..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일로..?”
“다름이 아니라 몇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아....그래요...근데 지금 제가 좀 바쁜데요”
“아~네 어차피 전화로 하기는 좀 애매한 내용이라서요. 만나 뵙고 하고 싶은데..”
“아...그러세요..그럼 퇴근 후에 연락을 드릴게요..”
“아..죄송한 부탁인데 경찰서에서 뵐 수 있을까요?”
“경찰서요..?”
아무래도 경찰서라고 하니까 망설이는 눈치였다.
‘흐흐 겁나지..새끼야..’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많이 밀려서 지금 어디 나가기 뭐한 상황이라서요.”
“음........그러지요...뭐..”
“아 감사합니다.”
“제가 퇴근 후에 경찰서로 찾아 뵐게요”
“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이요섭 휴대폰에 대한 통화목록과 발신위치 정보 협조공문을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충분히 결제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바로 과장님 결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협조공문을 통신사로 보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후 8시가 되었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이요섭이 들어왔다.
“여깁니다.”
나는 일어서 이요섭을 반겼고 이요섭은 경찰서 형사과가 첨인지 두리번 거리며 내 앞으로 왔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가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야..”
“네. 앉으세요!”
“네..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음..일단 커피 드세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요섭은 왠진 불안해 보였다. 말투보다는 자꾸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시선을 고정 못하는게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갑자기 단호하게 말하는 나의 태도에 이요섭은 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네....”
“김가희씨랑 통화 하신적 없다고 하셨죠?”
“네?...네...”
“이요섭씨!”
“네?”
“이요섭씨 정도면 요즘 통화목록 정도로 충분히 그런건 알 수 있다는거 몰랐습니까?”
“..........”
이요섭은 당황했는지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김가희 통화목록을 보여주었다.
“거기 체크 되어 있는 번호 이요섭씨 꺼 맞지요?”
이요섭은 서류를 받아들고 잠깐 훑어 보더니 바로 내리고 고개를 숙이며 한 숨을 크게 쉬었다.
“후,,,,,,,,,,,,,,,,,,,,,,,,,,,네.. 맞습니다.”
“왜 거짓말 했어요?”
“그건.......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이요섭씨만 더 불리해져요.”
“................”
“이요섭씨 전화한 것만으로 이요섭씨를 범인으로 보지 않아요!”
“.............”
“하지만 거짓말을 했다는 점과 지금의 태도로는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는 거에요. 범인으로는 못해도 최소한 내막은 알고 있는 것으로 말입니다.”
“....................”
이요섭은 계속 고개만 숙인채 눈을 감고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허......참.......”
“...............”
“그냥 왜 전화를 했고 그 사실을 왜 숨겼는지만 말하면 되는데..그게 어렵습니까?”
“.....실은......”
“네..말해봐요..실은요?”
요섭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떨렸다.
“...실은..지난 달 마지막 수요일이었을 겁니다. 그때 전화가 왔습니다. 가희한테..저로서는 너무 뜻밖의 전화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전화해서 뭐라던가요?”
“처음엔 그냥 안부를 묻더니 이내 울기만 하더군요...흠.....”
“그래서요...”
“형사님 담배 한 대만 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모두 퇴근을 하고 당직자 몇 명 만 있을 때는 사무실에서 흡연을 암묵적으로 허용이 된다.
이요섭은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한 참 울다가 미안하다며 끊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그 때 마침 중요한 일이 생겨서 전화를 할 시간이 없었지요..그래서 다시 오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전화를 받더군요...........후.............”
“편하게 말하세요..”
“다시 전화 받아서 아까 왜 울었냐고 물었더니 말을 하지 않더군요..그러면서 자기 죽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첨이었어요.. 평소에도 죽고 싶다는 말은 농담으로도 안 하던 애인데..”
“.....죽고싶다고 했다고요..?”
“네...그렇다고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어요...그냥 제 느낌에...아무튼 계속 무슨일이냐고 했더니 자기 이혼 하고 싶은데 준기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자신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이유는 모르시고요?”
“아마...뭐..애 때문이기도 하고...”
“하고요..?”
“아무튼 그 때는 그런 얘기만 하고 별 다른 내용은 없었어요.. 과거에 미안했다는 말...뭐 그런거요..... 그리고 자기를 용서해달라.... 그런데 그 때 남편이 들어왔는지 급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흠..... 그 다음은..?”
“그리고 저는 머리가 복잡해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구요..그래서 담날 다시 통화를 했습니다. 그 때도 같은 얘기만 했어요. 이유는 말 안하고 힘들다고....그래서 가희한테 갔습니다. 집 근처 커피숍으로 가서 전화를 했더니 가희도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만났군요.”
“네..둘이 만났습니다. 얼굴이 많이 창백해져 있더라구요.”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가희도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핵심은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그러면서 나보고 도와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유를 알아야 도울 수 있다고 하니 그건 말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사실 가희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나에게 돌아오나 싶었지요...그래서 도울 수 있는 건 뭐든지 돕겠다고 했습니다.”
“진짜 이유 몰라요?”
“네..진짜 모릅니다..”
“그리고 또 만났어요?”
“네....29일날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지요.. 남편이 출장 간다고..”
“음..그 날 김가희씨가 돌아가셨습니다..엄밀히 말하면 그 다음날 30일 새벽에 돌아가셨지요”
“네...흑흑....흑흑....제가 그 때 같이 도망갔어야 했는데.....도망가자고 했어야 했는데...흑흑.... 그 날 가희가 같이 있자고 해서.... 같이 있어줬어야 했는데.. 흑흑..흑흑...”
갑자기 요섭은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꼈다.
“무슨 말이에요? 그건?”
“그날 만났는데...남편 출장 갔다며 집에 혼자 있기 싫다고 하더라구요... 그 날 만 같이 있어 주면 안되냐고..... 자기도 수면제 먹기 싫다고...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런데요?”
“제가 그 날 회사에 일이 있어서... 그 날만 잘 참으라고 그럼 주말 내내 같이 있을 수 있으니 좀만 참으라고 했어요....흑흑...사실 그렇게 다급한 일은 아니었어요..흑흑....하아~~씨발 내가...그날.........성격이 일을 하면 마무리져야 하는 성격이에요...그래서 그 날도 하던일 마무리 짓고 맘 편하게 가희를 만나고 싶었어요....결국...흐~~~~씨발.....”
“흠.....”
통화목록대로라면 이요섭의 말이 신빙성이 있었다.
이요섭은 울음을 그치며 쉼호흡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죄송합니다...그리고 이게 모두 사실입니다.”
“네...근데 정말 말 안하던가요?”
“...네...준기를 똑 바로 쳐다 볼 자신이 없다고만 했어요..그리고 이유는 말 할 수 없다고만 했고요...그리고 이혼을 요구해도 남편이 절대 안된다며 폭력을 썼다고 하더라구요...”
“폭력이요?”
“네...저도 그 소리에 놀라서 다그쳤더니 따귀 한 대였대요...”
“음...네...”
“그게 다 인가요?”
“네......이거 전부입니다..”
“그런데 왜 첨에 말 안했어요?”
“...겁났어요....제가 오해 받을까봐서요...그런데 전 진짜 아니에요...29일날 만나고 2시간 만에 헤어졌어요..”
“흠.....그건 더 조사를 해 보면 나오겠지요..”
“.....................”
“이요섭씨!”
“네?”
“제가 언제 타살이라고 말 했나요? 그런데 이요섭씨는 자신이 안 했다면서도 타살인 것으로 생각하시죠?”
“네..?”
요섭은 또 당황했다.
“그건.....그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자살할 만한 애가 아니라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다른책상으로 가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첨에 팀장님은 나의 결정에 우려하는 듯한 말을 했지만 결정은 내가 하라며 허락을 해주었다.
“이요섭씨! 당신을 김가희씨 살해 용의자로 긴급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 할 수도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법정에서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라며 수갑을 꺼냈고 내 말과 행동에 요섭은 놀라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수갑이 채워졌다.
“아니에요! 난 아니에요! 형사님 난 아니에요!”
“그건 조사해 보면 나오고 아니면 풀려 나는 겁니다.”
라며 긴급체포 서류를 꾸미고 그가 했던 말을 정식으로 조서를 꾸몄다. 그는 조서를 꾸미는 내내 아까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조서를 다 꾸미고 그를 유치장에 안치 시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그런지 이요섭은 패닉 상태에 빠진 듯 어떠한 반항도 없었다. 나는 일부러 긴급체포 시작시간을 늦추기 위해 천천히 일을 진행했다. 겨우 자정을 넘겨 정확히 12일 00시 30분에 긴급체포를 한 것으로 했다.
‘48시간이다. 48시간 안에 증거를 잡아야 한다. 일단 도주의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하긴 했지만 아직 확실한것은 없다. 48시간 안에 해결해야 해..!’
나는 미영이한테 전화를 걸어 사정설명을 하고 오늘 집에 못 들어간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내일 이요섭 집과 차에 대한 수색영장을 청구하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느라 거의 밤을 샜다.
[사건발생 10일째 7월 12일 목요일, 긴급체포 1일째]
아침에 내가 당직실에서 나오는 것을 본 다른 팀원들은 나를 보며 의아해 했다.
“너 어제 안 들어갔냐?”
“흐흐 네!”
“평소에 당직서기 죽기보다 싫어하는 놈이 왠 일이래!”
“그냥~일이 있어서!”
그 때 팀장님이 들어오셨다.
“어제 잘 했어!?”
“네!”
어제 긴급체포 하기전에 팀장님에게 긴급체포에 대해 허락을 받았기 위해 전화로 말씀드렸고 팀장님은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다.
“뭔 소리야?” 상식이 형이 물었다.
“자자 회의 시작하자! 다 모여!” 그 때 팀장님이 회의시작을 알렸고 내가 제일 먼저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우리 창균이가 일을 벌였구나~”
손권 선배가 말했다.
“흐흐 자신있어?” 옆에서 캔디형도 거들었다.
“네! ”
“하하~ 그래 이왕 했으니 한번 밀어 붙어봐! 이제 창균이가 형사가 되어 가는구만!”
옆에 있던 팀장님이 내가 대견스러운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던 실망하지 말고! 이런일이야 비일비재 하니까 윗선에서 뭐라 하면 내가 책임질테니까 자신있게 해봐!”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나는 수색영장 관련 서류를 팀장에게 줬고 팀장님은 그 서류를 검토한 후에 과장실로 갔고 반나절이 되어서야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 부 되었다. 영장발부심사 판사가 다행히 과장 고등학교 선배라 쉽게 나올 수 있었다.
우리 팀원중 손 선배와 의경 한명은 주차장에 있는 이요섭의 차를 그리고 반장님을 제외한 나와 상식이형 그리고 캔디 형은 이요섭의 집으로 갔다.
“창균아 자신있냐?”
“네!”
“그래 자신감은 언제나 좋은거지..그런데 솔직히 난 좀 미심쩍다.”
“...뭐가요?”
“증거가 없잖아! 전화통화만으로는 힘들어...너도 알잖아..”
“네..그렇지요..”
“팀장님도 그걸 몰라서 이렇게 지원해 주는건 아니야.. 너 기 살려 주려고 그러는거지..”
“...알아요...”
“그러니까 결과가 어떻든 너무 실망하지마라!”
“네..고마워요 캔디형!”
“어쨌든 빨리 가자!”
우리는 차를 달려 이요섭의 집에 도착했고 영장을 관리사무실에 보여주며 문을 따고 들어갔다. 방은 비교적 깨끗한 원룸형 오피스텔이었고 증거가 될 만한 것은 모조리 찾았다. 칼 가위, 신발 등등..
“후~다 찾은거 같은데~”
“그렇지요?”
“그런데 이게 다지?”
“네..”
“아무튼 돌아가자!”
“네..”
너무 부실했다. 신발 네 켤레와 책상에 있는 칼과 가위 등이 전부였다.
우리는 사무실로 돌아왔고 차를 수색했던 권 선배가 가져온 것이라고는 차 운전석 발판이었다.
나는 국과수에 전화를 걸어 긴급체포건에 대해 설명하고 발판과 신발에 묻은 흙과 전에 보낸 흙의 샘플과 성분비교와 칼과 가위 단면과 가스벨브 단면을 비교분석을 부탁하고 긴급으로 국과수로 보냈다. 국과수에서도 내일 중 으로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시간은 충분했다. 결과가 중요할 뿐이었다.
유치장으로 가서 이요섭을 만나 얘기를 해도 똑 같은 얘기만 했다. 그리고 변호사를 부르지도 않았다. 이건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이 있다는 얘긴가? 아무튼 그는 회사에도 그냥 연차를 내고 유치장에 있었다.
“참 이요섭씨! 걱정 안돼요?”
“형사님! 죄 지은게 없는데 뭐가 걱정이 됩니까?”
“......흠......그래요.. 죄가 없으면 내일 풀려 나실겁니다.”
“네...그리고 어찌 보면 제가 가희를 방치했으니 저도 죄값을 치러야죠..”
“흠....아무튼 힘들더라도 조그만 참아요!”
“네..”
나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날짜를 보니 이미 김가희씨 장례가 끝났을 시간이었다. 나는 어제 이요섭이 한 얘기도 있고 해서 남편을 만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 때 한 통의 팩스가 왔다. 어제 통신사에 의뢰한 자료였다.
나는 그 자료를 쭉 훑어봤다.
이동 동선도 이요섭의 말과 일치하게 나왔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29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까지 전화신호가 이요섭 회사로 추정되는 곳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며 이요섭이 전화기를 일부러 사무실에 놔두고 범행을 실행하기 위해 김가희 집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어쨌든 나는 그 서류를 들고 차를 타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어머니 집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가도 되냐고 물으니 머뭇거리더니 결국은 오라고 했다. 나는 주소를 물어 집으로 찾아갔다.
집은 강남 대치동의 부촌이었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보안센터를 통과해 집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띵똥~
“네 들어오세요”
집으로 들어갔더니 이건 뭐 집이 아니라 궁전 같았다. 대리석 바닥에 갖가지 그림 그리고 거실엔 호피같은 것이 깔려 있고 고급 가죽 쇼파 그리고 엔틱풍의 가구들... 눈이 휘둥그레 졌다. 50대 여자혼자 살기에는 너무 크고 화려해 보였다.
거실은 내가 사는 집 보다 커 보였다.
“아 집 좋네요..”
나는 들어가며 말을 했고 그에 대해 남편은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거실로 들어서자 그 어머니가 나를 맞았다.
“어서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네 앉으세요.”
나와 남편은 쇼파에 앉았고 어머니는 음료를 가지러 주방으로 갔다.
“상은 잘 치르셨나요?”
“예 덕분에..”
“아 집에는 어머니만 사시나 보지요?”
“네..”
“일하는 아주머니가 있음직 한데 없네요.”
“아 어머니가 불편하시다고 해서 그냥 어머니 혼자 사세요”
“네..”
“근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죠?”
“아...실은...”
나는 이요섭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요섭이 한 얘기 또한 했다.
얘기를 다 들은 남편은 주먹을 불끈 지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개새끼...”
“네?”
“아...죄송합니다... 하흐.....”
“뭐 아직 이렇다할 증거가 있는건 아닙니다. ”
“그럼 자살이 아닌게 확실한가요?”
“네..지금까지는요...그런데 워낙 증거가 없어요...자살이 아니라고 해도 범인을 못 잡으면 매 한가지입니다...그리고 범인이 눈에 보여도 증거가 없으면 기각될 확률이 매우 높구요..”
“흠......”
그 때 그 어머니가 과일과 음료를 들고 나왔다. 가만히 보니 굉장히 미인이었다. 그 때는 상복을 입어서 그런가 했는데 지금 보니 몸매도 좋고 옷 또한 골프웨어를 입었는데 세련되어 보였다.
특히 바지를 입었는데 바지가 타이트해서 그런가 몸을 숙일때 마다 엉덩이 곡선이 들어났는데 굉장히 탄력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건 무슨 소립니까? 김가희씨가 이혼을 요구했다는게..”
순간 남편과 그 어머니가 눈빛을 서로 마주치더니 눈치를 주고 받는거 같았다.
“아 그건.. 다시 수면제를 먹고 그러기에 내가 뭐라고 했더니 이혼하자도 하더라구요. 자신이 애를 갖고 싶다며..”
“그래서 제가 싫다고 했죠..”
“요즘이 시대에 애 못 낳는다고 이혼사유가 되는 시대도 아닌데...에이 몹쓸 것! 그 동안 먹여주고 입혀줬더니...배은망덕한 것”
옆에 있던 시어머니도 거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것 때문만은 아닌것 같다고 이요섭씨가 그러던데요..”
순간 남편은 흠칫 했지만 이내 평상심으로
“그거 때문이에요..실은 제가 싸우다가 한 대 때렸거든요..그것 때문일수도 있구요..”
“네...”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순간을 못 참고..”
“네...”
“맞아도 싸지 그런거는 어디 감히”
시어머니는 화가 났는지 열을 올렸다.
“어머니..” 라며 남편이 어머니를 자제 시켰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내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만..’
“흠....”
대화를 통해 알았지만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적개심은 굉장할 정도였다.
“앞으로 어떻게 지내실 건가요?”
“이번에 일본으로 가려고 합니다.”
“일본이요?”
“네..일본 대학에 교수자리가 나서요..그 쪽으로 옮길 생각입니다.”
“그건 언제 결정되었던 거지요?”
“한 한달 전부터 나왔던 얘긴데 이번에 일 당하고 확실히 결심 굳혔습니다.”
“네..”
“그럼 어머니 혼자만 계시겠네요..”
“아니에요. 저도 애 따라서 같이 갈려구요”
“아 두분이서요?”
“애도 외로워 하고 저도 한국에 정 없어요..”
“네...”
“그건 그렇고 자살이 아니라면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네 아무래도.. 힘드시겠지만..좀 참아 주세요.”
“뭐 그건 괜찮은데..명일동 집에 짐을 좀 가져 왔으면 하는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음...그건 좀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사건 종결되기 전에는 현장이라 보존할 필요가 있거든요..혹시 뭐 중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
“옷가지랑 책이죠..”
“아 네..그건 사건이랑 별 상관 없으니 조만간에 제가 빼 갈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고맙고요.”
“별 말씀을...아무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왜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아닙니다. 가봐야지요..”
“아 그럼 잠시만요.” 라며 시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 죄송한데 제가 화장실 좀 쓸게요”
“네 그러세요!” 라고 하며 화장실을 안내 해 줬다.
소변을 보고 손을 씻고 거울을 잠깐 보는데 옆 수납장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꺼내 자세히 보니 일명 ‘칙칙이’라고 하는 사정지연 스프레이가 있었다.
‘헉 이게 뭐야~흐흐 저 여자 색 스럽게 생겼다 했더니 애인이 계신가 보네~ 하기사 그 나이면 쓸 때지...흐흐’
나는 다시 그것을 넣어두고 화장실을 나왔다. 나왔더니 그 시어머니와 남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시어미니가 잠깐 나를 부르더니 손에 봉투를 쥐어 줬다.
“어 이게 뭡니까?”
“아이 부담갖지 마시고 식사라도 하세요!”
“아~이러시면 안됩니다. 이런거 받으면 큰일 납니다. 성의만 받을테니 집어 넣으세요”
라고 뿌리쳤고 시어머니는 몇 번 더 권하더니 내가 계속 거절하니 손 부끄러운 듯 슬며시
집어 넣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 도망가듯 나왔다.
“허허 돈이 많으니~ 허허”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고 이요섭이 증언했던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숍으로 가서 사장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김가희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니 다행이 기억하고 있었다.
“네 알아요! 음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나는데 오셨었어요. 어떤 남자분이랑!”
“어떻게 기억하시네요?”
“아~오셔서 막 우니까 기억했죠..”
“아..”
“특별하게 기억될 만한 게 있었나요?”
“아니요.. 울었던거 외에는 한 두 번인가 오셨어요”
“네..아무튼 감사합니다.”
“네..”
나는 그 곳을 나왔다. 모든 게 이요섭의 진술과 일치했다.
“음...진술은 일관되는데...”
나는 그곳에서 바로 퇴근을 했고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졸음이 밀려와 집에 가자마자 씻고 잠이 들었다.
[사건 11일째 7월 13일 금요일, 긴급체포 2일째]
아침에 일어나니 미영이가 밥을 차려놓고 있었다.
“어제 피곤했나봐 나 오니까 자고 있데?”
“응 엊그저께 잠을 못 자서”
“그래서 안 깨웠어 그런데 일은 잘 돼가?”
나는 어제사이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자기야! 잘 할 수 있을거라 난 믿어!”
“응 고마워!”
우린 밥을 먹고 출근을 했다. 평상시와 같이 그녀를 데려다 주고 나는 사무실로 갔다.
가는데 한통의 문자가 왔다.
[자기 나 요즘 피부 맛사지 못하는거 알지? 나 좀 챙겨!]
미영이었다.
[흐흐 알았어 조만간에 아주 제대로 얼굴에 싸 줄게~ㅎㅎ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오늘도 수고!]
“조금만 기다려라 이거 끝나면 제대로 된 선물 해줄게!”
사무실에 도착해 간단한 조회를 하고 이요섭을 불러내 담배와 커피 한잔을 먹이고 다시 유치장에 넣어두고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과수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00서인데요..”
“아~잠깐만요!마침 전화 드리려 했는데~”
“결과 나왔어요?”
특히 밑창의 옆면 재질이 통고무가 아니라 미세한 구멍이 뚫린 합성재질이야! 그래.. 김가희는 가스통 근처는 가지도 않았어! 그래 이제 생각해 보니 가스벨브가 커튼 뒤에 숨겨져 있었어 자살이라면 일부러 그렇게 숨기지도 않아! 아 바보 왜 이제 그걸 생각해 낸거야!!! 밀실과 자살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 때문에 수사의 가장 기본인데 피해자의 신발을 생각지도 못했어..아~바보~ 이 병신아!!! ’
그랬다. 너무 깨끗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마치 범인이라도 잡은 듯 심장이 뛰었다. 나는 쉼호흡을 연거푸 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
그리고 부엌을 뒤져 비닐봉지를 몇 장을 찾아내 신발들을 넣고 밖으로 나와 마당 6곳에서 흙을 퍼 담아 나왔다. 문을 잠그고 다른 비닐에 마당에 있는 흙을 조금 퍼 넣은 뒤 나는 다시 뛰어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차를 몰아 사무실로 급히 돌아갔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상식이 형은 아직도 조서를 꾸미고 있었다.
“어 왔냐? 야! 아깐 왜 그랬어?”
“어 잠깐만!”
나는 부랴부랴 책상으로 가 김가희 통화목록을 찾아봤다.
“6월 25일 이후 어디보자....3456...3456...3456.....있다!”
정확히 6월 27일 오후 2시에 10분간 통화를 했다. 그리고...28일에는 3시쯤에 30초간 통화 , 사망 전날 6월 29일에 낮에 1분간.. ...
‘음...너무 짧아..그러면 남자가 했다는 소리 일 수도 있지...전화 받은건 안 나오니 음.....’
“형!”
“왜?”
“전화 건거 말고 받은거 정보 알 수 있나?”
“어~아 그거~전화기 보면 알 수 있고 지웠더라도 메모리 복구해 보면 알 수 있다는데!”
“아 맞다~히히”
“야 어디가?”
“감식반에!”
나는 감식반으로 가서 김가희 핸드폰을 인수해 왔다. 그리고 전원을 켜니 다행이 베터리가 있었다. 그런데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아씨~젠장! 어떡해 하지? 이거!”
나는 다시 감식반으로 가서 비밀번호 풀 수 있냐고 하니까 전화기를 줘 보라고 하더니 컴퓨터에 연결하더니 쉽게 비밀번호를 풀어줬다.
나는 전화기를 확인해 보니 이상하게 6월 20일부터 사건당일까지 사용한 기록은 남아 있는데 이요섭과 통화한 내용만 싹 지워져 있었다. 그래서 감식반 직원에게 지워진 통화목록 살릴 수 있냐고 물으니 그건 제조사로 가서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너무 늦었고 내일 찾아가면 될 일이었다. 낼 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일단 실마리가 풀려가는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가지고 간 신발과 흙을 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검사 좀 해달라고 했고 급한거니 빨리 부탁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적어도 2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급한거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감식반을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상식이 형은 여전히 조서를 꾸미며 낑낑 대고 있었다.
“형!”
“어!”
“그만 들어가 뭐해!”
“아 이거 낼까지 보고해야돼!”
“흐흐 고생이 많네!”
“너 무슨일 있어?”
“응? 아하 무슨 일 있지~암튼 낼 얘기해 형! 낼 회의시간에 말할게!”
“허 참! 그래라 그럼 지금 바쁘니까 말 시키지마!”
“알았어!”
나는 사무실에 있으면 더 힘들거 같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보니 미영이가 먼저 와 있었다.
나는 미영이와 늦은 저녁을 하고 미영이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해줬더니 미영이도 놀라면서 내 의견에 동조했다.
“맞아 그 신발 특징이 비오는날 신으면 흙탕물이 굽 옆에 스며들어 마르면 자국이 생겨! 그런데 밑바닥은 깨끗해져!”
“그렇지?”
“응~오~우리 자기 한건 제대로 했네~”
“아직은 아니지...이제 시작이지...”
“아무튼 열심히 해 우리 자기야!”
우리는 그런 얘기를 나누며 잠이 들었다. 의외로 쉽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사건발생 8일째 7월 10일 화요일]
아침에 출근해 보니 모두 나와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팀장님은 커피를 타 오라고 했고 나와 상식이 형은 가서 커피를 타왔다. 조회를 했다. 각자 자기가 맡은 사건의 진척상황을 설명했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어서 나는 어제의 일을 모두 설명했다.
그러자 팀장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감식결과 언제 나와?”
“아마 낼 중으로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음...그럼 너는 회의 끝나는 대로 전화기 제조사 AS센터 가서 정보 살려보면 대충 윤곽이 잡히겠네..”
“네 그렇지요...”
나는 의기양양하게 대답을 했고 옆에 있던 손형사가 한마디 거뒀다.
“너무 급하게 하지마 아직 결과 나온거 아니니까!”
나는 그 말에 약간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팀장님도 같은 주문을 했다.
“그건 권이 말이 맞아 아무리 심증이 있고 뭐 해도 증거 없으면 안 돼! 그 이요섭이라는 자가 김가희랑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잡아 넣을 수는 없는거야!”
들어보니 그 말도 맞았다.
“네...알겠습니다.”
“그래도 수고했어! 미처 생각 못 했던 걸 여기까지 밝혀 냈으니!”
“그럼 팀장님 창균이 말대로라면 아니 그 신발에서 마당 흙과 같은 성분이 안 나오면 자살이라고 보긴 어렵네요..?”
“음 그렇지..그런데 문제는 누가 어떻게 했냐는 거야..그리고 그걸 밝혀 내야 하는거고”
“음...하기사 그게 젤 어렵지요..허허” 그 말에 캔디형도 그저 웃고 말았다.
“그리고 다들 잘 들어! 이번에 창균이가 밝혀낸거 칭찬할 일이긴 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반성해야돼! 물론 나도 포함되는거고. 우리 스스로 너무 매너리즘에 빠져있던게 아닌가 생각해 보자고!”
“네!”
회의가 끝나고 핸드폰 관련 업체에 제출 할 공문을 만들고 과장님 결제까지 받아서 부리나케 젤 가까운 핸드폰 AS센터를 방문했다. 그리고 서류를 제출하니 기사가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컴퓨터에 연결하더니 이것저것 시도해보더니 옆에 있는 프린터에서 뭔가가 출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
“다행이 자료가 남아있네요. 여기 있습니다.”
“어 감사합니다!”
나는 종이를 받아들고는 데스크로 가 직원에게 그 출력물 복사를 부탁하니 흔쾌히 복사를 해주었다. 나는 종이를 받아 들고 차로 와 원본은 옆에 두고 복사본을 들고 펜으로 체크를 해봤다.
정리를 해보니 이랬다.
---김가희 전화 기준
6월 27일 오후 2시 12분 - 10분간 요섭에게 발신
6월 27일 오후 5시 03분 - 30분간 요섭으로부터 수신
6월 28일 오후 1시 00분 - 1시간 요섭으로부터 수신
6월 28일 오후 3시 16분 - 30초간 요섭에게 발신
6월 29일 오후 2시 33분 - 3분간 요섭으로부터 수신
6월 29일 오후 3시 01분 - 1분간 요섭에게 발신
‘일단 이요섭이 거짓말을 했다. 그것은 뭔가 캥기는게 있다는 소리고 일단 그것만으로도 의심하기에는 충분해. 내일 신발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바로 착수해야 겠군’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팀장님에게 가서 출력해온 결과를 보여줬다.
“어라 진짜 냄새가 나는데..그러니까 이요섭이는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거지?”
“네. 그래서 신발에 대한 결과 나오면 바로 불러서 조사 하려구요.”
“음..그래.. 그런데 이요섭이가 전화통화 한 것만으로는 안 돼! 너도 알다시피 뭔가 결정적인 것이 필요해! 가스벨브를 자를때 썼던 도구라든가 그런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계속 수고해!”
“네.”
[사건 9일차 7월 11일 수요일]
띠리리링~
“네 감사합니다. 김창균입니다.”
“아 여보세요. 여기 국과수 연구원 이창수입니다.”
“아 네!”
“의뢰한 신발과 흙에 대한 검시결과가 나와서 전화드렸어요. 급한거라고 하셔서 서류 보내기전에 미리 전화 드린겁니다.”
“아 네! 어떻게 되었나요?”
“네! 일단은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아닌 부분도 있고”
“네?”
나는 일치라는 말에 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러니까 어떤 토양이든지 한 지역에 있는 토양이라면 어느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니까 꼭 그 마당에 있는 흙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토양에서도 발견되는 부분이지요.”
“아 네...그럼 그 마당흙이라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뭐~그렇긴 한데 보통 사건에서 이정도 공통점은 어떠한 증거로 사용이 잘 되지 않아요. 그래서 보통 유기질과 무기질의 양과 종류의 차이등으로 동일한 흙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데..”
“네..”
“그 마당 주변에 혹시 화단 같은게 조성 되어 있던가요?”
“음..아 네...있었어요 화분도 있고 벽 쪽으로 조그마한 화단이 있었어요!”
“음 그럴거에요. 그 흙에서 다량의 유기질과 발견 되었거든요. 또 인공유기질도 있는 걸 봐서 비료 성분이 빗물을 흘러서 마당으로 퍼진거지요. 아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마당 양쪽으로 화단과 화분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을것 같은데 맞나요?”
“네! 어떻게 그걸?”
“그러니 양쪽에서 새어나와 마당을 적실 수 있었을 겁니다..”
“아...”
“일단 흙은 그런데 신발에서는 아주 극소량의 토양성분이 있었긴 한데 무기질은 발견되었는데 유기질은 발견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 그럼 어떻게 생각을 해야하지요?”
“최소한 비오는 날 그 마당 흙은 밟지 않았다고 하는게 정확한 것일 겁니다. 설령 밟았다고 해도 그 이후에 그 신발을 신고 여기저기를 많이 돌아다니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긴 하는데.. 그거 사건당일 이 후로는 한번도 안 신은 신발이잖아요?”
“네 맞아요!”
“하하 그럼 김 형사님 추측이 맞는거 같네요!”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원래 하는 일인데요~그리고 정확한 서류는 오늘 등서 직원을 통해 보냈으니 확인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요!”
“네! 수고하세요!”
“팀장님! 틀려요!”
“뭔 소리야! 저거!”
“신발에 대한 추측이 맞다고요. 그날 김가희는 가스통 근처로 가지 않았아요.!”
“음 그럼 일단 가족들한테 알리지 말고 더 보강할 수사 있으면 해놔!”
“네 알겠습니다.”
심장이 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요섭을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며 이요섭의 명함을 만지작 거렸다.
“네. 이요섭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어제 만나던 김창균 형사입니다!”
“아 네..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일로..?”
“다름이 아니라 몇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아....그래요...근데 지금 제가 좀 바쁜데요”
“아~네 어차피 전화로 하기는 좀 애매한 내용이라서요. 만나 뵙고 하고 싶은데..”
“아...그러세요..그럼 퇴근 후에 연락을 드릴게요..”
“아..죄송한 부탁인데 경찰서에서 뵐 수 있을까요?”
“경찰서요..?”
아무래도 경찰서라고 하니까 망설이는 눈치였다.
‘흐흐 겁나지..새끼야..’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많이 밀려서 지금 어디 나가기 뭐한 상황이라서요.”
“음........그러지요...뭐..”
“아 감사합니다.”
“제가 퇴근 후에 경찰서로 찾아 뵐게요”
“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이요섭 휴대폰에 대한 통화목록과 발신위치 정보 협조공문을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충분히 결제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바로 과장님 결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협조공문을 통신사로 보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후 8시가 되었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이요섭이 들어왔다.
“여깁니다.”
나는 일어서 이요섭을 반겼고 이요섭은 경찰서 형사과가 첨인지 두리번 거리며 내 앞으로 왔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가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야..”
“네. 앉으세요!”
“네..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음..일단 커피 드세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요섭은 왠진 불안해 보였다. 말투보다는 자꾸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시선을 고정 못하는게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갑자기 단호하게 말하는 나의 태도에 이요섭은 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네....”
“김가희씨랑 통화 하신적 없다고 하셨죠?”
“네?...네...”
“이요섭씨!”
“네?”
“이요섭씨 정도면 요즘 통화목록 정도로 충분히 그런건 알 수 있다는거 몰랐습니까?”
“..........”
이요섭은 당황했는지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김가희 통화목록을 보여주었다.
“거기 체크 되어 있는 번호 이요섭씨 꺼 맞지요?”
이요섭은 서류를 받아들고 잠깐 훑어 보더니 바로 내리고 고개를 숙이며 한 숨을 크게 쉬었다.
“후,,,,,,,,,,,,,,,,,,,,,,,,,,,네.. 맞습니다.”
“왜 거짓말 했어요?”
“그건.......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이요섭씨만 더 불리해져요.”
“................”
“이요섭씨 전화한 것만으로 이요섭씨를 범인으로 보지 않아요!”
“.............”
“하지만 거짓말을 했다는 점과 지금의 태도로는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는 거에요. 범인으로는 못해도 최소한 내막은 알고 있는 것으로 말입니다.”
“....................”
이요섭은 계속 고개만 숙인채 눈을 감고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허......참.......”
“...............”
“그냥 왜 전화를 했고 그 사실을 왜 숨겼는지만 말하면 되는데..그게 어렵습니까?”
“.....실은......”
“네..말해봐요..실은요?”
요섭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떨렸다.
“...실은..지난 달 마지막 수요일이었을 겁니다. 그때 전화가 왔습니다. 가희한테..저로서는 너무 뜻밖의 전화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전화해서 뭐라던가요?”
“처음엔 그냥 안부를 묻더니 이내 울기만 하더군요...흠.....”
“그래서요...”
“형사님 담배 한 대만 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모두 퇴근을 하고 당직자 몇 명 만 있을 때는 사무실에서 흡연을 암묵적으로 허용이 된다.
이요섭은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한 참 울다가 미안하다며 끊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그 때 마침 중요한 일이 생겨서 전화를 할 시간이 없었지요..그래서 다시 오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전화를 받더군요...........후.............”
“편하게 말하세요..”
“다시 전화 받아서 아까 왜 울었냐고 물었더니 말을 하지 않더군요..그러면서 자기 죽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첨이었어요.. 평소에도 죽고 싶다는 말은 농담으로도 안 하던 애인데..”
“.....죽고싶다고 했다고요..?”
“네...그렇다고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어요...그냥 제 느낌에...아무튼 계속 무슨일이냐고 했더니 자기 이혼 하고 싶은데 준기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자신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이유는 모르시고요?”
“아마...뭐..애 때문이기도 하고...”
“하고요..?”
“아무튼 그 때는 그런 얘기만 하고 별 다른 내용은 없었어요.. 과거에 미안했다는 말...뭐 그런거요..... 그리고 자기를 용서해달라.... 그런데 그 때 남편이 들어왔는지 급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흠..... 그 다음은..?”
“그리고 저는 머리가 복잡해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구요..그래서 담날 다시 통화를 했습니다. 그 때도 같은 얘기만 했어요. 이유는 말 안하고 힘들다고....그래서 가희한테 갔습니다. 집 근처 커피숍으로 가서 전화를 했더니 가희도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만났군요.”
“네..둘이 만났습니다. 얼굴이 많이 창백해져 있더라구요.”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가희도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핵심은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그러면서 나보고 도와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유를 알아야 도울 수 있다고 하니 그건 말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사실 가희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나에게 돌아오나 싶었지요...그래서 도울 수 있는 건 뭐든지 돕겠다고 했습니다.”
“진짜 이유 몰라요?”
“네..진짜 모릅니다..”
“그리고 또 만났어요?”
“네....29일날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지요.. 남편이 출장 간다고..”
“음..그 날 김가희씨가 돌아가셨습니다..엄밀히 말하면 그 다음날 30일 새벽에 돌아가셨지요”
“네...흑흑....흑흑....제가 그 때 같이 도망갔어야 했는데.....도망가자고 했어야 했는데...흑흑.... 그 날 가희가 같이 있자고 해서.... 같이 있어줬어야 했는데.. 흑흑..흑흑...”
갑자기 요섭은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꼈다.
“무슨 말이에요? 그건?”
“그날 만났는데...남편 출장 갔다며 집에 혼자 있기 싫다고 하더라구요... 그 날 만 같이 있어 주면 안되냐고..... 자기도 수면제 먹기 싫다고...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런데요?”
“제가 그 날 회사에 일이 있어서... 그 날만 잘 참으라고 그럼 주말 내내 같이 있을 수 있으니 좀만 참으라고 했어요....흑흑...사실 그렇게 다급한 일은 아니었어요..흑흑....하아~~씨발 내가...그날.........성격이 일을 하면 마무리져야 하는 성격이에요...그래서 그 날도 하던일 마무리 짓고 맘 편하게 가희를 만나고 싶었어요....결국...흐~~~~씨발.....”
“흠.....”
통화목록대로라면 이요섭의 말이 신빙성이 있었다.
이요섭은 울음을 그치며 쉼호흡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죄송합니다...그리고 이게 모두 사실입니다.”
“네...근데 정말 말 안하던가요?”
“...네...준기를 똑 바로 쳐다 볼 자신이 없다고만 했어요..그리고 이유는 말 할 수 없다고만 했고요...그리고 이혼을 요구해도 남편이 절대 안된다며 폭력을 썼다고 하더라구요...”
“폭력이요?”
“네...저도 그 소리에 놀라서 다그쳤더니 따귀 한 대였대요...”
“음...네...”
“그게 다 인가요?”
“네......이거 전부입니다..”
“그런데 왜 첨에 말 안했어요?”
“...겁났어요....제가 오해 받을까봐서요...그런데 전 진짜 아니에요...29일날 만나고 2시간 만에 헤어졌어요..”
“흠.....그건 더 조사를 해 보면 나오겠지요..”
“.....................”
“이요섭씨!”
“네?”
“제가 언제 타살이라고 말 했나요? 그런데 이요섭씨는 자신이 안 했다면서도 타살인 것으로 생각하시죠?”
“네..?”
요섭은 또 당황했다.
“그건.....그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자살할 만한 애가 아니라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다른책상으로 가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첨에 팀장님은 나의 결정에 우려하는 듯한 말을 했지만 결정은 내가 하라며 허락을 해주었다.
“이요섭씨! 당신을 김가희씨 살해 용의자로 긴급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 할 수도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법정에서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라며 수갑을 꺼냈고 내 말과 행동에 요섭은 놀라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수갑이 채워졌다.
“아니에요! 난 아니에요! 형사님 난 아니에요!”
“그건 조사해 보면 나오고 아니면 풀려 나는 겁니다.”
라며 긴급체포 서류를 꾸미고 그가 했던 말을 정식으로 조서를 꾸몄다. 그는 조서를 꾸미는 내내 아까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조서를 다 꾸미고 그를 유치장에 안치 시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그런지 이요섭은 패닉 상태에 빠진 듯 어떠한 반항도 없었다. 나는 일부러 긴급체포 시작시간을 늦추기 위해 천천히 일을 진행했다. 겨우 자정을 넘겨 정확히 12일 00시 30분에 긴급체포를 한 것으로 했다.
‘48시간이다. 48시간 안에 증거를 잡아야 한다. 일단 도주의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하긴 했지만 아직 확실한것은 없다. 48시간 안에 해결해야 해..!’
나는 미영이한테 전화를 걸어 사정설명을 하고 오늘 집에 못 들어간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내일 이요섭 집과 차에 대한 수색영장을 청구하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느라 거의 밤을 샜다.
[사건발생 10일째 7월 12일 목요일, 긴급체포 1일째]
아침에 내가 당직실에서 나오는 것을 본 다른 팀원들은 나를 보며 의아해 했다.
“너 어제 안 들어갔냐?”
“흐흐 네!”
“평소에 당직서기 죽기보다 싫어하는 놈이 왠 일이래!”
“그냥~일이 있어서!”
그 때 팀장님이 들어오셨다.
“어제 잘 했어!?”
“네!”
어제 긴급체포 하기전에 팀장님에게 긴급체포에 대해 허락을 받았기 위해 전화로 말씀드렸고 팀장님은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다.
“뭔 소리야?” 상식이 형이 물었다.
“자자 회의 시작하자! 다 모여!” 그 때 팀장님이 회의시작을 알렸고 내가 제일 먼저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우리 창균이가 일을 벌였구나~”
손권 선배가 말했다.
“흐흐 자신있어?” 옆에서 캔디형도 거들었다.
“네! ”
“하하~ 그래 이왕 했으니 한번 밀어 붙어봐! 이제 창균이가 형사가 되어 가는구만!”
옆에 있던 팀장님이 내가 대견스러운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던 실망하지 말고! 이런일이야 비일비재 하니까 윗선에서 뭐라 하면 내가 책임질테니까 자신있게 해봐!”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나는 수색영장 관련 서류를 팀장에게 줬고 팀장님은 그 서류를 검토한 후에 과장실로 갔고 반나절이 되어서야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 부 되었다. 영장발부심사 판사가 다행히 과장 고등학교 선배라 쉽게 나올 수 있었다.
우리 팀원중 손 선배와 의경 한명은 주차장에 있는 이요섭의 차를 그리고 반장님을 제외한 나와 상식이형 그리고 캔디 형은 이요섭의 집으로 갔다.
“창균아 자신있냐?”
“네!”
“그래 자신감은 언제나 좋은거지..그런데 솔직히 난 좀 미심쩍다.”
“...뭐가요?”
“증거가 없잖아! 전화통화만으로는 힘들어...너도 알잖아..”
“네..그렇지요..”
“팀장님도 그걸 몰라서 이렇게 지원해 주는건 아니야.. 너 기 살려 주려고 그러는거지..”
“...알아요...”
“그러니까 결과가 어떻든 너무 실망하지마라!”
“네..고마워요 캔디형!”
“어쨌든 빨리 가자!”
우리는 차를 달려 이요섭의 집에 도착했고 영장을 관리사무실에 보여주며 문을 따고 들어갔다. 방은 비교적 깨끗한 원룸형 오피스텔이었고 증거가 될 만한 것은 모조리 찾았다. 칼 가위, 신발 등등..
“후~다 찾은거 같은데~”
“그렇지요?”
“그런데 이게 다지?”
“네..”
“아무튼 돌아가자!”
“네..”
너무 부실했다. 신발 네 켤레와 책상에 있는 칼과 가위 등이 전부였다.
우리는 사무실로 돌아왔고 차를 수색했던 권 선배가 가져온 것이라고는 차 운전석 발판이었다.
나는 국과수에 전화를 걸어 긴급체포건에 대해 설명하고 발판과 신발에 묻은 흙과 전에 보낸 흙의 샘플과 성분비교와 칼과 가위 단면과 가스벨브 단면을 비교분석을 부탁하고 긴급으로 국과수로 보냈다. 국과수에서도 내일 중 으로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시간은 충분했다. 결과가 중요할 뿐이었다.
유치장으로 가서 이요섭을 만나 얘기를 해도 똑 같은 얘기만 했다. 그리고 변호사를 부르지도 않았다. 이건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이 있다는 얘긴가? 아무튼 그는 회사에도 그냥 연차를 내고 유치장에 있었다.
“참 이요섭씨! 걱정 안돼요?”
“형사님! 죄 지은게 없는데 뭐가 걱정이 됩니까?”
“......흠......그래요.. 죄가 없으면 내일 풀려 나실겁니다.”
“네...그리고 어찌 보면 제가 가희를 방치했으니 저도 죄값을 치러야죠..”
“흠....아무튼 힘들더라도 조그만 참아요!”
“네..”
나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날짜를 보니 이미 김가희씨 장례가 끝났을 시간이었다. 나는 어제 이요섭이 한 얘기도 있고 해서 남편을 만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 때 한 통의 팩스가 왔다. 어제 통신사에 의뢰한 자료였다.
나는 그 자료를 쭉 훑어봤다.
이동 동선도 이요섭의 말과 일치하게 나왔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29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까지 전화신호가 이요섭 회사로 추정되는 곳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며 이요섭이 전화기를 일부러 사무실에 놔두고 범행을 실행하기 위해 김가희 집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어쨌든 나는 그 서류를 들고 차를 타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어머니 집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가도 되냐고 물으니 머뭇거리더니 결국은 오라고 했다. 나는 주소를 물어 집으로 찾아갔다.
집은 강남 대치동의 부촌이었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보안센터를 통과해 집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띵똥~
“네 들어오세요”
집으로 들어갔더니 이건 뭐 집이 아니라 궁전 같았다. 대리석 바닥에 갖가지 그림 그리고 거실엔 호피같은 것이 깔려 있고 고급 가죽 쇼파 그리고 엔틱풍의 가구들... 눈이 휘둥그레 졌다. 50대 여자혼자 살기에는 너무 크고 화려해 보였다.
거실은 내가 사는 집 보다 커 보였다.
“아 집 좋네요..”
나는 들어가며 말을 했고 그에 대해 남편은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거실로 들어서자 그 어머니가 나를 맞았다.
“어서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네 앉으세요.”
나와 남편은 쇼파에 앉았고 어머니는 음료를 가지러 주방으로 갔다.
“상은 잘 치르셨나요?”
“예 덕분에..”
“아 집에는 어머니만 사시나 보지요?”
“네..”
“일하는 아주머니가 있음직 한데 없네요.”
“아 어머니가 불편하시다고 해서 그냥 어머니 혼자 사세요”
“네..”
“근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죠?”
“아...실은...”
나는 이요섭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요섭이 한 얘기 또한 했다.
얘기를 다 들은 남편은 주먹을 불끈 지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개새끼...”
“네?”
“아...죄송합니다... 하흐.....”
“뭐 아직 이렇다할 증거가 있는건 아닙니다. ”
“그럼 자살이 아닌게 확실한가요?”
“네..지금까지는요...그런데 워낙 증거가 없어요...자살이 아니라고 해도 범인을 못 잡으면 매 한가지입니다...그리고 범인이 눈에 보여도 증거가 없으면 기각될 확률이 매우 높구요..”
“흠......”
그 때 그 어머니가 과일과 음료를 들고 나왔다. 가만히 보니 굉장히 미인이었다. 그 때는 상복을 입어서 그런가 했는데 지금 보니 몸매도 좋고 옷 또한 골프웨어를 입었는데 세련되어 보였다.
특히 바지를 입었는데 바지가 타이트해서 그런가 몸을 숙일때 마다 엉덩이 곡선이 들어났는데 굉장히 탄력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건 무슨 소립니까? 김가희씨가 이혼을 요구했다는게..”
순간 남편과 그 어머니가 눈빛을 서로 마주치더니 눈치를 주고 받는거 같았다.
“아 그건.. 다시 수면제를 먹고 그러기에 내가 뭐라고 했더니 이혼하자도 하더라구요. 자신이 애를 갖고 싶다며..”
“그래서 제가 싫다고 했죠..”
“요즘이 시대에 애 못 낳는다고 이혼사유가 되는 시대도 아닌데...에이 몹쓸 것! 그 동안 먹여주고 입혀줬더니...배은망덕한 것”
옆에 있던 시어머니도 거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것 때문만은 아닌것 같다고 이요섭씨가 그러던데요..”
순간 남편은 흠칫 했지만 이내 평상심으로
“그거 때문이에요..실은 제가 싸우다가 한 대 때렸거든요..그것 때문일수도 있구요..”
“네...”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순간을 못 참고..”
“네...”
“맞아도 싸지 그런거는 어디 감히”
시어머니는 화가 났는지 열을 올렸다.
“어머니..” 라며 남편이 어머니를 자제 시켰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내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만..’
“흠....”
대화를 통해 알았지만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적개심은 굉장할 정도였다.
“앞으로 어떻게 지내실 건가요?”
“이번에 일본으로 가려고 합니다.”
“일본이요?”
“네..일본 대학에 교수자리가 나서요..그 쪽으로 옮길 생각입니다.”
“그건 언제 결정되었던 거지요?”
“한 한달 전부터 나왔던 얘긴데 이번에 일 당하고 확실히 결심 굳혔습니다.”
“네..”
“그럼 어머니 혼자만 계시겠네요..”
“아니에요. 저도 애 따라서 같이 갈려구요”
“아 두분이서요?”
“애도 외로워 하고 저도 한국에 정 없어요..”
“네...”
“그건 그렇고 자살이 아니라면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네 아무래도.. 힘드시겠지만..좀 참아 주세요.”
“뭐 그건 괜찮은데..명일동 집에 짐을 좀 가져 왔으면 하는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음...그건 좀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사건 종결되기 전에는 현장이라 보존할 필요가 있거든요..혹시 뭐 중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
“옷가지랑 책이죠..”
“아 네..그건 사건이랑 별 상관 없으니 조만간에 제가 빼 갈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고맙고요.”
“별 말씀을...아무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왜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아닙니다. 가봐야지요..”
“아 그럼 잠시만요.” 라며 시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 죄송한데 제가 화장실 좀 쓸게요”
“네 그러세요!” 라고 하며 화장실을 안내 해 줬다.
소변을 보고 손을 씻고 거울을 잠깐 보는데 옆 수납장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꺼내 자세히 보니 일명 ‘칙칙이’라고 하는 사정지연 스프레이가 있었다.
‘헉 이게 뭐야~흐흐 저 여자 색 스럽게 생겼다 했더니 애인이 계신가 보네~ 하기사 그 나이면 쓸 때지...흐흐’
나는 다시 그것을 넣어두고 화장실을 나왔다. 나왔더니 그 시어머니와 남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시어미니가 잠깐 나를 부르더니 손에 봉투를 쥐어 줬다.
“어 이게 뭡니까?”
“아이 부담갖지 마시고 식사라도 하세요!”
“아~이러시면 안됩니다. 이런거 받으면 큰일 납니다. 성의만 받을테니 집어 넣으세요”
라고 뿌리쳤고 시어머니는 몇 번 더 권하더니 내가 계속 거절하니 손 부끄러운 듯 슬며시
집어 넣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 도망가듯 나왔다.
“허허 돈이 많으니~ 허허”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고 이요섭이 증언했던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숍으로 가서 사장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김가희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니 다행이 기억하고 있었다.
“네 알아요! 음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나는데 오셨었어요. 어떤 남자분이랑!”
“어떻게 기억하시네요?”
“아~오셔서 막 우니까 기억했죠..”
“아..”
“특별하게 기억될 만한 게 있었나요?”
“아니요.. 울었던거 외에는 한 두 번인가 오셨어요”
“네..아무튼 감사합니다.”
“네..”
나는 그 곳을 나왔다. 모든 게 이요섭의 진술과 일치했다.
“음...진술은 일관되는데...”
나는 그곳에서 바로 퇴근을 했고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졸음이 밀려와 집에 가자마자 씻고 잠이 들었다.
[사건 11일째 7월 13일 금요일, 긴급체포 2일째]
아침에 일어나니 미영이가 밥을 차려놓고 있었다.
“어제 피곤했나봐 나 오니까 자고 있데?”
“응 엊그저께 잠을 못 자서”
“그래서 안 깨웠어 그런데 일은 잘 돼가?”
나는 어제사이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자기야! 잘 할 수 있을거라 난 믿어!”
“응 고마워!”
우린 밥을 먹고 출근을 했다. 평상시와 같이 그녀를 데려다 주고 나는 사무실로 갔다.
가는데 한통의 문자가 왔다.
[자기 나 요즘 피부 맛사지 못하는거 알지? 나 좀 챙겨!]
미영이었다.
[흐흐 알았어 조만간에 아주 제대로 얼굴에 싸 줄게~ㅎㅎ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오늘도 수고!]
“조금만 기다려라 이거 끝나면 제대로 된 선물 해줄게!”
사무실에 도착해 간단한 조회를 하고 이요섭을 불러내 담배와 커피 한잔을 먹이고 다시 유치장에 넣어두고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과수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00서인데요..”
“아~잠깐만요!마침 전화 드리려 했는데~”
“결과 나왔어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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