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7일 째, 7월 9일 월요일]
부검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자잘한 사건을 해결했다.
사무실에 앉아 밀린 업무를 보고 있는데 팀장님이 찾았다.
“창굴이!”
“예”
“부검자료 나왔단다. 민원실에 있다니까 가서 찾아와!”
“어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성급히 민원실로 갔다. 경찰서 우편물은 등서하는 직원이 있어 각 서와 청 그리고 관계부서간의 우편물은 그 날 그 날 배달이 된다. 그리고 그 우편물들은 민원실로 일단 집결되고 해당부서로 전달이 되었다. 민원실로 가니 박미자 순경이 있었다.
“어머! 김형사님! 안녕하세요!”
“어 박순경 오랜만!”
“네! 참 국과수에서 우편물 왔어요!”
“응! 그거 찾으러 왔어!”
“근데 맨 날 이렇게 제가 전화 드리는데 식사 한 끼 안 사기에요!”
“흐흐 알았어! 날 만 잡으라고~!”
“맨날 그 말만! ”
“알았어! 진짜 내가 날 잡을게~히히”
“네 알았어요 이번에도 기다려 보지요! 호호”
박순경 얼굴은 반반하니 스럽게 생긴 여자다. 항상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끔 한번 꼬셔서 따 볼게 했지만 미영이가 있었다. 그래서 사실 그녀를 따로 만나기가 겁이 나서 슬슬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우편물을 들고 사무실로 뛰어갔다. 긴장된 맘으로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내서 복사를 하고 팀원들에게 나눠줬다. 우리는 서로 내용을 훑어 봤다.
먼저 박팀장이 소리 내어 중얼거리듯 읽어 내렸다.
“음~~사인은 질식사. 그리고 외상의 흔적은 없었고 혈액에서는 다량의 브롬을 포함한 브롬화칼륨, 브롬화나트륨, 브롬화암모늄, 브롬화칼슘이 발견..치사량은 아니고 위에서 다 흡수되어 혈액에서만 검출된 걸로 봐서 수면제를 먹고 최소한 3시간 이상 지난 것 같다는 소리고...음..그리고 직접적 사인은 가스중독이란 말이고 위 내용물 시반과 혈액 응고정도를 보니 사망추정 시간은 발견일로부터80시간 정도 되었고...그러니까 6월 30일 토요일 새벽이라는 소린가.....음..........”
“창균아 우리가 간 게 7월 3일 화요일 14시지?”
“네.. 처음 발견한게 12시고요.”
“그럼 맞네..토요일 새벽이..”
“음 그리고...방안에서 지문은 생활지문 정도고 특별히 의심할 만한 지문은 나오지 않았고 가스벨브에서도 역시 지문은 나오지 않았고 하기사 지문이 묻을 만한것은 아니지...그리고 약통에서는 김가희 지문만 나왔다는군...그럼 결국 자기 스스로 약통을 열어 먹었다는 소린데..후~~ 근데 칼이나 가위는 발견 되지 않았데?”
“네. 감식반에서도 발견 못 했다는 데요..”
박팀장은 한숨을 쉬며 서류를 책상에 내려놨다.
그리고 캔디형이 한마디 거뒀다.
“그때 남편은 출장 중이었고 집으로 침입한 흔적은 없었으니 이거 자살이 맞는거 같은데요.”
“그렇다니까~ 창굴아 종결 지어라 그냥!”
손권 형사가 또 한마디 거두었다.
“음...족적은 안 나왔나?”
“음...특별한 것 없다네요.. 마당의 흙은 이 사람 저사람 돌아다니고 비가와서 제대로 남지도 않았고.. 아 잠깐만요..”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그때 찍었던 사진 중 인화된 사진을 몇 장 꺼내 살펴 보았다.
“그 가스통이 있는 부분은 흙이 아니라 시멘트가 있는데...거기서도 족적 없었지요?”
“그럼 사건 발생 일부터 아주 격일로 비가 와 댔으니 남아 있을 리가 없지..”
“흠...............”
우리 팀원들은 모두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했다.
그리고는 박팀장이 먼저 말을 했다.
“창균아!”
“네?”
“어떻게 생각해?”
“음....좀 더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실 의문점이 남는게 잘려나간 나머지 호스는 어디있는지? 그리고 왜 잘라야만 했는지...이해가 안 갑니다..”
“그래? 음.....” 박팀장은 고개를 끄덕 거렸다.
“내 생각에는 잘려 나간 부분을 못 찾는거는..말이야! 자살 하는 사람들도 보면 그 준비를 할 때 모든걸 정리하는게 습성이거든 몸도 깨끗이 씻고 청소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물론 순간적인 충동에 의한 거라면 안 그러는데.... 준비된 자살은 대게 그래..그렇다 보니 잘라내고 남은 부분을 어디가서 버렸을 수도 있거든 깔끔하게.. 그리고 자살도 자살하려는 사람 스스로 범죄라고 생각해.. 약간의 죄의식이 있지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도...뭐 그런식인데 그래서 그 잘라낸 호스를 더 깊이 숨기게 돼! 남들은 그걸 봐도 설마 자살한다고 생각이나 하겠어? 하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괜히 신경 쓰이는거야..”
“그래 그건 권이 말이 맞아!”
“음....”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잘 못 생각하는게 잘려나간 부분이 길이가 얼마인가야! 지금 볼 때 무조건 길다고 생각 할 수도 있어 근데 역으로 아주 짧을 수도 있는 거거든 사진 보면 알겠지만 가스통에 남아있는 줄도 상당히 길거든 내가 볼적엔 잘려 나간 부분은 그리 길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 왜 잘랐는지도 약간 설명이 돼!”
“어떻게요?”
“보통 가스통과 가스렌지를 분리하잖아 그럼 그 연결된 부분을 쇠로 고정시켜놨기 때문에 가장 부식이 심해 그리고 분리하는 과정에서도 손상이 되고 이해해?”
“네..”
“그러니까 자연히 그 부분만 톡 잘라낼 수 있는거지..”
“음.....”
손권 선배 말이 일리가 있었다.
그때 팀장님이 입을 열었다.
“그래 창균이 니가 담당이니까 니가 결정해. 형사는 가끔은 느낌만으로 일 할 때도 있는 거야. 그게 형사야! 단 너무 시간은 끌지 말어. 한명의 억울한 죽음이 있다면 꼭 밝혀내서 원한을 풀어주는것도 우리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련 때문에 너무 매달리는것도 비효율적인거야.”
“네..알겠습니다.”
나는 커피를 한 잔 타서 취조실로 갔다. 담배를 한 대 물고 부검결과서를 다시 한번 훑어봤다. 아무리 읽어도 별 다른 내용이 없었다. 타살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결정적으로 한 때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었다. 주변에 원한 관계도 없고...그렇다고 자살로 판정지을 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
손 선배 말이 일리가 있긴 하지만 완전히 그 부분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일단 부검결과와 현장조사 결과도 나왔으니 주변인물을 더 탐문수색을 한 후에 어떤 결단이라도 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오늘 부검결과가 나왔으니 오늘쯤이면 시신이 가족에게 전달 되었을테고 그럼 바로 장례를 치를게 분명했다. 일단 장례식장을 가면 그 지인들을 만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김가희 남편에게 전화를 넣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00서 김창균 형사입니다.”
“아 네..안녕하세요”
남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부인 시신 전달 받으셨지요?”
“네....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던 참입니다.”
“네..시신 이양 받으시면서 들으셨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인은 가스에 의한 질식사구요.”
“네...들었습니다.”
“그리고 장례는..?”
“네...오늘 아침에 전달 받아 00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르고 있습니다.”
“벌써요?”
“네..미리 준비 했습니다..”
“네 그럼 저도 거기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네...알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니 뭘요...그럼 이만..”
왠지 남편이라는 사람은 자살로 단정을 지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장례식장에 가기전에 이요셉이라는 사람을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일 보고 바로 현장에서 퇴근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사무실을 나왔다. 나는 차를 몰아 이요셉이라는 사람이 근무한다는 회사 연구실로 갔다.
가는길에 유리창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에이 씨발 무슨 삼한사온도 아니고 삼우사청 처럼 비가 와대냐~~”
도로는 한산했다. 회사 앞에 도착해 보니 시간이 4시가 되었다. 다행히 퇴근시간 전이었다.
대기업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철저히 신분검사를 했다. 그나마 경찰신분증을 내미니 별 다른 제지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한참을 걸어 연구소 본관 앞에 당도해서 로비 인포메이션에서 이요섭을 찾으니 사무실로 전화를 걸더니 오늘 이요섭씨가 조퇴를 했다는 회신을 받았다.
“조퇴요?”
“네! 그렇습니다.”
“아하~~이걸 어쩌지..언제 나가셨나요?”
“잠시만요.”
그 직원은 컴퓨터로 직원 출입내역을 보는 듯 했다. 카드로 출입하다 보니 기록이 다 남는거 같았다.
“음 오늘 1시쯤에 나가셨네요.”
“아~네 감사합니다.”
“혹시 약속하고 오시건가요?”
“아니요. 그냥 왔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예 안녕히 가십시오”
“아~미리 전화하고 올 걸~!”
나는 다시 차를 몰아 장례식장으로 갔다. 도착해 보니 6시가 다 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비는 더욱 거세게 오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보니 옆에서는 신축 공사를 하는지 흙 더미가 많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도 비에 씻겨 내려온 흙들이 아스팔트 군데군데 뭉쳐 있었다.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니 아직 한산했다. 신랑 측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남편이 영정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남편이 일어났고 나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한 뒤 상주와 맞절을 했다.
“오셨습니까?”
“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와야죠..”
“그럼 앉아서 식사라도 하십시오. 이따 찾아 뵙겠습니다.”
“네...”
나는 뒤를 돌아보니 김준희가 저 구석에서 한 남자와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남자는 울고 있고 있었고 김준희가 그를 위로 하고 있었다. 순간 저 사람이 이요섭 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서 인기척을 냈다.
“으음..저 김준희씨”
나를 본 김준희가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울고 있던 그 남자는 나를 보더니 눈물을 닦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오셧어요.”
“네..아직 사람이 별로 없네.”
“네...여기 앉으세요”
“그래도 돼요?”
라며 나는 그 남자를 힐끗 쳐다봤다.
“아 이분이 요섭이 형이에요.”
라고 말하자 그 남자도 일어나 나를 쳐다봤다.
“형 이분이 담당 형사님이세요.”
“어 그래...안녕하세요. 이요섭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김창균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한번 만나 뵙고 싶어서 오늘 회사에
갔었는데 조퇴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러세요..그런데 저를 왜..?”
순간 그 남자는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김가희씨가 워낙 주변인물이 없으셔서 혹시 뭐 들을만한 게 있나 해서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 분 사이의 일은 이 친구한테 들었습니다.”
“아.....네..”
“형사님 식사 안 하셨죠.”
“네..아 녜...”
“말씀 놓으세요.. 형사님..”
“아...그래...”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식사 가져 올게요”
나는 자리에 앉았고 요섭도 자리에 앉았다.
“아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말해 뭐 합니까..”
“그렇지요....그런데 어떻게 알고..”
“제가 가희랑도 알지만 준기랑도 친구입니다.”
“아 그렇지요...”
“....................”
“..................”
할 말은 많았지만 여기서 할 말이 아닌 거 같아 참다보니 서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마침 준희가 식사를 가져왔고 식사를 내려놓고 앉았다.
“부검결과 들었지..?”
“네....”
“뭐 이렇다할 증거가 없어.. 자살이라는 증거도 타살이라는 증거도...그런데 정황상 자살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야..”
“근데..”
“알어 뭔 말인지..그래서 나도 동생 말 듣고 아직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니까 걱정말아...고인 가는 길 억울하게는 보내드리지 않을게..”
“고맙습니다...형사님..”
순간 내가 말하고도 자신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데 언제 복귀야?”
“아 이참에 말년휴가를 아예 땡겼어요..”
“아 그럼 시간이 좀 있구나?”
“네..그리고 위로휴가도 부대에서 줘서 아직 9일정도 남았어요.”
“음....그래 마음 잘 추스르고 그전에 좋은 결과 있기를 서로 기대하자..”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제대하면 어떻게 지낼거야?”
“후~~우~~일단 생활적인 부분은 군대가기전에 했던 것처럼 과외하고 하면 될 거 같아요..”
“당장 나오면 잘 때는 있고?”
“........생기겠지요...”
“아 그건 걱정마세요...준희 나오면 제 집에서 같이 있으면 됩니다.”
“아니에요 요섭이 형! ”
“말 들어! 오래 있으라는 거 아니야. 너 처음에 복학하고 과외 구하고 집 알아 보려면 시간 필요할거 아니야..그 때 까지만 있으라는거야.. 집이 학교랑도 가깝고..”
“그래 내가 생각해도 이요섭씨 말대로 하는 게 좋을것 같네..”
“...............감사합니다. 형...”
“그런말 하지마...나는 항상 너를 친동생처럼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더 미안하죠,...저는....”
“그만해 됐어!”
“매형은 어떤 얘기 없어?”
“어떤 얘기요..?”
“뭐 앞으로 동생 일에 대해서..”
“훗~~도와준다고 해도 제가 안 받을겁니다. 이제 사실상 남남인데요..”
“그래도......”
“사실 누나랑 사니까 매형이라고 하며 봤지 전 저 사람 별로 안 좋아합니다..”
“................”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했고 자꾸 하얀 소복을 입고 왔다갔다 하는 아주머니가 눈에 거슬렸다. 얼굴은 50대 초반 혹은 40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딱 봐도 지적으로 생기고 미인이라고 할 정도로 이쁜 얼굴이었지만 왠지 상가집하고는 안 어울리게 염색을 하고 손에 메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다. 그리고 전혀 표정에서 슬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 분 누구야?”
“누구요?” 라고 하며 내가 얼굴짓 하는 곳을 쳐다보더니
“사부인이에요..”
“아~시어머니...”
“흐흐 저 아주머니는 웃지만 않으셨지 기분 좋을 겁니다.”
“왜?”
“결혼할 때부터 누나를 싫어했어요. 격이 안 맞는다나.. 매형이 죽어도 하겠다니까 어쩔 수 없이 허락한거 뿐이에요..”
“아...사이가 많이 안 좋았나보지?”
“...아무튼 별로에요..”
“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대부분 남편 직장 동료와 친구들 같았다. 이요섭도 아는 사람이 와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러 갔고 준희도 손님상 차리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그 때 한 여자가 들어왔고 영정 앞으로 가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더니 준희가 그 여자를 일으켜 세웠고 준희와 인사를 하더니 준희가 내 쪽으로 그 여자를 데려왔다. 160정도 되는 키에 통통했으며 딱 봐도 30대중후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여자였다. 나는 일어나 그 여자를 맞았고 준희는 서로를 소개시켰다.
“누나 이 분이 담당형사분이셔”
“아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김창균입니다.”
“네..김민지입니다.”
“형사님 이 분은 우리누나랑 고등학교랑 대학교까지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분이세요.”
“아~~” 나는 다시 한 번 목례를 했고 서로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그 여자는 얼굴에 눈물기가 있었으며 목소리는 많이 잠겨 있었다.
“저 근데 가희가 자살이라고요?”
“네..현재 상황으로는 그렇게 볼 수 밖에 없는데 그건 더 수사를 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아네요...가희는 그럴 애가 아니에요..”
라며 김준희가 했던 식의 말을 했다. 항상 자기는 오래 살거라는 말...
“혹시 가희씨랑 최근에 만나거나 통화한게 언제신가요?”
“음....아마 6월 25일 월요일 쯤 되었던 거 같아요..”
“음...그럼 김가희씨가 사망하던 주 월요일이군요..김가희씨가 6월 30일 토요일에 사망한것 같거든요..”
“네...그렇겠네요..”
“뭐 통화하시면서 이상한 점 같은 건 있었나요?”
“음....아! 무슨 걱정이 있는지 한숨을 많이 쉬었어요..”
“무슨 걱정이라고 말하던가요?”
“아니요...말 할듯 하다가도 이내 말을 안 하더라구요. 저는 애 문제 때문에 원래 고민이 많았던 애다 보니까 또 그런가 보다 했어요..”
“아...”
“아 맞다. 그리고 통화할 때 잠이 안와서 몇 일 전부터 수면제를 다시 먹게 되었다고 걱정하더라구요....”
“아...네....그럼 한동안 안 먹었었나 보지요?”
“네..일 년 전부터 우울증 증세가 많이 나아져서 스스로 끊었었어요..”
“애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 받았나 봐요?”
“네...가희는 애를 간절히 원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불임이라..”
“네....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긴건 남편도 애에 대해 관심이 없고 시어머니란 사람도 그거에 대해서 전혀 말을 하지 않았데요... 뭐 시어머니야 며느리 부담 주기 싫어서 일수도 있고 결국은 자기 자식 문제니까 할 말이 없는 거죠..뭐..”
“네...”
“그래서 가희는 입양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남편하고 시어머니가 극구 반대하더래요..남의 씨는 키울 수 없다나...차라리 없는게 낫다고..”
“요즘은 기술도 많이 발전 했다는데...”
“그러게요..그런데 남편이 그걸 엄청 싫어했대요..자기 씨 없는 거 뭐 자랑이라고 가서 공식적으로 확인하냐고 화를 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얘기 하면.... 뭐 암튼~그래서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었죠..”
“네........... 부부 사이에 대해서 얘기 하던가요?”
“흠.....뭐 별다르게 나쁠것도 좋을것도 없는 부부였어요.. 남편 직장 번듯 하겠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끝나면 집으로 곧장 오는 사람이라.. 싸울일도 사실 없었죠..가희 말로는 남편은 집, 학교. 어머니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
“네...”
“가희씨랑 시어머니 사이는 뭐 아시는거 있나요?”
“사실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아요..가희가 워낙 애교도 없고 시어머니도 첨부터 가희를 좋아하지도 않았고....아예 며느리로 인정을 안 했죠... 가희도 첨엔 힘들어 하다가 인정받기를 포기했는지 시어머니 집에도 거의 안가고 남편만 혼자 가끔 다녀오는 정도였나 봐요..그래도 남편이 효자라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어머니 집에서 저녁을 먹고 왔어요. 남편도 그 사이에서 지쳤는지 그냥 그 상태에 대해 체념한 듯 했구요..”
“네...”
“뭐 특별하게 나쁠것 없었던 부부였어요...”
“아....다른 친구관계는?”
“친구라고는 저하고 고등학교 동창 그리고 대학동창해서 네 다섯명 정도 밖에 안되요. 그 중에서도 저랑 제일 친했어요... 가희 부모님 대학교때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어 했거든요..그 때 저도 조실부모한 터라 많이 위로해 주었는데 그 때 더욱 친해졌던거 같아요.. 그리고 사실 가희 첨부터 사교성이 없었던 애는 아니었어요. 혼자 배낭여행도 다닐 정도로 진취적이고 밝은 애였는데.. 부모가 사고로...”
“그렇지요... 그런 충격적인 일을 당하다 보면...”
서로 이런 얘기를 나누다 주위를 둘러보던 친구는 요섭을 보더니 뭔가 생각난듯 나에게 말했다.
“아! 가희가 저랑 통화할 때 저 요섭 선배 얘기를 하더라구요..”
“뭐라고요?”
“첨부터 요섭선배랑 결혼 했다면 어땠을까..하고요..”
“아..그리고 다른 말은요?”
“그리고 요섭선배 전화번호를 묻더라구요..”
“그랬어요?”
순간 무슨 직감이랄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그래서 알려줬는데..통화를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네...”
그 때 입구에서 몇 명의 여자들이 왔고 아마도 김가희씨 친구들인거 같았다. 그를 보자 앞에 앉아 있던 김민지도 그들을 맞이하러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꼭 좀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하며 절대 가희는 자살할 애가 아니라고 말 했다.
‘요섭 요섭이라.....음....’
얼마 안 있어 식장안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남편은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고 얼마 안 있어 나에게도 왔다. 그리고 이번엔 그 어머니도 함께 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 아닙니다.”
“인사하시죠 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이 쪽은 담당 형사님”
“네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셔요.”
“아닙니다. 아무쪼록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에~~효~~쯔쯔 몹쓸 것 이렇게 갈거면...에~효”
“네...안타깝지요...한 창 인데...”
“어머니께도 몇 가지 여쭤볼것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저한테요?”
“아~별거는 아니고 그냥 그동안 며느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사실 말씀 드릴게 별로 없어요... 우리 고부사이는 그렇게 살갑지 않았거든요..애가 좀 싹싹했으면 저도 이뻐했을 텐데 워낙 무뚝뚝한 애라....쉽게 정이 안 가더라구요...”
“네...”
“명절때나 한번 보니까 한 일년에 두 번 정도 보는 사이...”
“네... 손주라도 있었으면 달라졌을 텐데...말이지요..”
그 말에 시어머니는 흠칫 놀라며 아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나를 보고는
“그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뭐 자랑이라고....”
아마도 자신의 아들의 흠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눈치도 없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더 물어 볼거라도 있으신가요?”
“아~ 아닙니다. 혹시 더 있으면 나중에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그러세요..” 라고 하며 어머니는 먼저 자리를 떳다.
어머니가 떠나자 남편은 나를 보고 잠깐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나와 남편은 밖으로 나와 서로 담뱃불을 붙이고 얘기를 나눴다.
“음.....형사님..!”
“네?”
“뭔가 밝혀 지셨나요?”
“아니요..아직....아마도 처음 생각대로 인거 같습니다. 원한관계도 없는거 같고..”
“네....아~~후~~ 수고가 많으십니다. 정말....그리고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사실 어머니와 대화를 해봤는데 만약 자살이 맞다면 빨리 일을 마무리 졌으면 합니다.. 분위기도 안 좋고... 떠난 사람은 빨리 잊는게 좋을 거 같아서요..”
“그렇지요....걱정마십시오..저도 조금 더 수사를 해 봐야 겠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네...감사합니다..”
“참 그나저나 혼자 남은 동생이 불쌍하네요...”
“아...”
나는 슬며시 남편에게 동생 처우에 대해 슬쩍 떠 봤다.
“음.....저도 도와 주고 싶은데 아마 처남이 그러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그래서 죽은 와이프 이름으로 된 예금이 조금 있습니다. 그 정도면 어디가서 전셋집 얻는데는 부족하지 않을거 같더라구요. 아마 제 돈이라면 안 받겠지만 누나 돈이라면 받을 것 같아서 그렇게 라도 해야지요..”
“네...”
“맘 같아선 제 돈 얹어서 집이라도 하나 장만해 주고 싶지만.....”
“네 아무튼 상 잘 치르시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가시게요? ”
“네..가기전에 처남하고 인사하고 갈 건데 바쁘실것 같아 미리 인사 드리는 겁니다.”
“네 그러세요. 그럼 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네..들어가세요...”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거기에 서서 내리는 비를 보며 담배 한 대를 더 꺼내 피웠다. 담배를 피고 있는데 마침 김준희랑 요셉이 나왔다.
“어 여기 계셨네요? 그러지 않아도 어디 가셨나 찾았는데”
“음...어디가게? 아 요섭이형 가신다고 해서요..”
“아~벌써 가세요?”
“네...가야지요... 제가 있는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고 저와 가희 그리고 준기 사이의 일 다 알거든요... 보는 눈도 있고 해서 그만 가 보려구요...그리고 하~~아~~~가희 마지막 가는 날에나 한번 와봐야죠..”
“아 참 장지는 어디로?”
“아 그건 어머니 아버지 계신 납골당으로 정했어요..”
“ 아 그랬구나...그래도 마지막에 부모님 곁에 계시네..”
“네...이럴땐 자식이 없으니까 편하게 자기 갈 곳 찾아 가네요...자식이 있었으면 시댁 쪽 의견 따랐을텐데..”
“흠...그렇게되나...”
우리는 그렇게 서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고 중간에 내가 요섭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눈치를 챘는지 준희가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먼저 들어갔다.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
“........”
“허허 제가 쓸데없는것을 물었나 봅니다.”
“아닙니다....사실 처음 가희 소식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습니다.”
“아직 결혼 안하셨다구요...”
“네....못 했습니다.. 안 한게 아니라..”
“혹시 김가희씨 때문인가요?”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요..”
“네.....근데 혹시 김가희씨랑 최근에 통화하신적이나 만나신적 있으신가요?”
내 질문에 요섭은 순간 놀라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아니요..없습니다. 결혼하고 단둘이 연락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난 보았다. 날아가는 참새의 자지를...’
“네 그러세요..”
“...........네.”
“그럼 결혼 후의 얘기는 모르시겠네요..?”
“뭐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전해 들은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자연히 얘기는 결혼 전의 얘기로 돌아갔다.
“그런데 왜 두 분이 결혼을 못 하셨죠?”
“,.................”
순간 요섭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한 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처음엔 둘이 당연히 결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리고 주변 사람도 그렇고...그런데...”
“...?”
“어느 순간 준기가 끼어 들더군요...그 자식과 저는 언제나 라이벌이었어요. 하지만 항상 저는 그 자식에게 지지 않았어요.. 한 가지 딸리는게 있다면 돈이었지요..”
“네....”
“저는 그 녀석에게 돈에 대한 열등감으로 이기려 했고 그 넘은 저에 대해 실력에 대한 열등감으로 서로 경쟁했지요..”
“아....”
“흐...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녀석이 내 여자친구인 가희를 눈독을 들이더군요...결과적으로 그 놈이 이겼지요... 결국엔.. 말입니다... 하아~~~~~~~”
말을 잇던 중 요섭은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고 나도 같이 한 대 꺼내 물었다. 그리고 얘기는 계속되었다.
“가희도 힘들었어요.. 부모님 돌아가신 이후로 돈에 집착을 하더라구요.... 그러 던 중에 준기가 다가왔고 너무도 쉽게 무너지더라구요.... 돈에...”
“아....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네 첨엔요...하지만 저 가희 결정 이해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저도 불투명했기 때문에.... 그래서 저도 쉽게 보내줬습니다... 제 능력 밖의 일이니....”
“네....그래도 많이 사랑하셨으니까 지금까지 기다리신거 아닌가요?”
“기다린게 아닙니다...”
“그러면? 아까 하신 말씀은?”
“기다린게 아니라 그 만한 여자를 못 찾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결혼을..”
“아~~네.... 이해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후우~~~~~”
“외람된 말씀이지만 둘이 어떻게 만나셨나요?”
“...대학원에서요..저는 막 휴학에 휴학을 해서 석사 4학기차였고 그 때 가희는 석사 1학기였지요. 처음엔 친한 선후배로 지내다가 사귀게 되었는데 가희 부모님 돌아가시고 그 계기로 제가 많이 신경을 썼고 서로 더욱 가깝게 되었고 급기야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그리고 저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또 휴학하고 돈을 벌고 있었고 가희도 1년 정도 휴학을 하고 석사 3학기가 가 될 때 박사과정 4학기 차였던 준기가 끼어들었고 반 년 만에 둘이 결혼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한 2년 사귀었습니다.”
“네...”
“후훗...어떻게 보면 저도 미친놈 이지요..”
“민준기씨는 어땠어요?”
“준기요? 그 녀석은 욕심이 많았어요. 항상 지기 싫어했지요.. 그러면서도 내색은 절대 안 했지요.. 사람들 앞에서는 저를 항상 추켜 세웠지만 속내는 저에 대한 열등감과 적개심으로 가득차 있었어요.. 하지만 티를 안내니 저 또한 뭐라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효자에요 엄청난..”
“네 저도 들었습니다..”
“준기 어머니 자식 사랑이 끔찍한 분입니다. 제가 듣기론 나이 20에 혼자 되셨다고 하더라구요. 준기는 사생아였는데 시댁 그러니까 준기 아버지 집에서 재혼 안 한다는 조건으로 강남에 전답과 약간의 돈을 주셨나 보 더 라구요. 그런데 그게 몇 년 후에 재개발이 되면서 돈을 좀 만지셨는데 그 돈을 밑천 삼아 명동에서 일수놀이를 하셔서 엄청 많은 돈을 버셨다고 하더라구요..그리고 보란 듯이 준기를 대학교수까지 만들었지요.. 그런 어머니의 노력을 알다보니 자연히 준기도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각별했지요.. 정말 그 점 하나만은 높이 살만한 녀석입니다.”
“네...”
“그래서 처음에 가희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요.. 부모도 안 계시고... 그리고 가희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게 되셨나봐요.. 그래서 더욱 반대하고 싫어하셨죠.. 그래도 어쩝니까? 자기 자식이 좋다는데..”
“아 그랬군요..”
“하아~~~”
“네 어쨌든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안 좋은 기억 떠오르게 해서..”
“아닙니다.. 부탁드릴 것은 꼭 좀 범인 좀 잡아주세요.. 가희는 그렇게 죽을 애가 아니에요...”
“네...다 들 그렇게 말씀 하시네요..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럼 언제라도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라며 명함을 건냈다. 나는 명함을 지갑을 꺼내 넣고는 내 명함도 함께 주었다.
“네.. 참 차 가져 오셨나요?”
“네..저기 주차되어 있습니다.”
“우산 안 가져 오신거 같은데 제 우산 같이 쓰시죠.”
“그럴까요?”
그는 우산을 폈고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갔다. 비가 억수로 쏟아 붇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스팔트는 옆 공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흙으로 진흙 범벅이 되었다. 다행히도 그는 내 차 맞은편에 주차해 놓았었다. 차를 보니 렉서스 였다.
‘허 차 좋네~대기업 연구원이 좋긴 좋구나...아~나도 씨발 그냥 일반기업체 들어갈걸 그랬나..’
그는 나를 먼저 차에 배웅해 줬고 나는 얼릉 뛰어 차문에 키를 꼽아 돌리고 차에 올라탔다. 이럴 때면 차 리모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차에 타고 그에게 눈인사를 했다. 그도 역시 인사를 하고 자신의 차로 갔다.
삐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조등이 두 번 깜빡였다. 그리고 그는 차 문 옆에 서 바로 타지 않고 신발에 묻은 흙을 탁탁 털어 내는 듯 몇 번 땅에 발을 구르더니 이내 차에 탔다.
나는 거기까지 보고 출발했다.
운전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음..일단 아까 요섭이라는 사람이 김가희랑 통화했냐는 질문에 찔끔 하던 모습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왠지 그에게 관심이 쏠렸다. 지금 상황에서라면 어쩌면.. 과거에 대한 배신감으로 김가희를 살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김가희 친구 민지라는 여자와 통화에서 요섭을 그리워하며 전화번호를 물었다는 점, 그렇게 서로 연락이 되고 어떠한 일로 인해 예전에 배신감이 밀려와 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수롭지 않게 봤던 김가희 통화목록을 찾아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계를 보니 8시가 다 되어갔다. 통화목록은 사무실에 있어 사무실에 들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방향을 사무실로 틀었다. 그리고 차가 신호로 정지했을 때 지갑에서 아까 이요섭이 준 명함을 꺼내서 가만히 살펴봤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 로고와 수석연구원 이요섭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뒤에는 영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보다 그 전화번호를 유심히 살폈다.
‘그래 이 번호다. 제발 이 번호가 있어라!’
한참을 가니 사무실 까지 신호등 4개를 남겨 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나는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 움직이는 와이퍼를 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이요섭과 헤어지기 전까지의 모든 일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려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이요섭이다. 만약 이 예감도 틀리면 나도 어쩔 수 없는거지...음...이요섭이라......잠깐! 내가 그걸 왜 깜빡했지...!!’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경광등을 꺼내 차에 달았다. 그리고 내 차는 싸이렌을 울리기 시작했고 차들이 양보를 하자 급히 유턴을 하고 폐달을 밟았다.
“아 씨발 병신~왜 그걸 생각 못 했지!!”
에에에엥~삐옹삐옹~~
나는 운전을 하며 급히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미영아!”
“어?”
“어디야?”
“집”
“너 인터넷 가능해?
“엉 지금 하고 있는데.”
“빨리 날씨 좀 알아봐!“
“언제 날씨?”
“으으으 그러니까 지지난주 금요일이랑 토요일 날씨!”
“왜?”
“빨리!급해!”
“엉 잠깐만!”
몇 초간의 기다림이지만 몇 시간 처럼 길게 느껴졌다.
“일 주일 내내 비가 오다가 금요일날 오전에 그치고 다시 오후부터 토요일까지 내내 비왔어!”
“그래 확실해?”
“그럼! 예상날씨도 아니고 지나간 날씨 정보인데 확실하지..”
“어 알았어! 고마워!”
“무슨일인데 그래!”
“아니야 나중에 얘기할게~”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단축번호 2번을 눌렀다.
“네 감사합니다. 00서 강력계 김상식입니다.”
“어 형 있었어?”
“말도 마라 사건 하나 있어서 지금 조서 꾸민다.”
“형 김가희 집 열쇠 어디있지?”
“아직 수사 종결 된거 아니니까 아마 지구대에서 보관할 거야!”
“어 알았어! 참 아직 폴리스라인 쳐 있지?”
“아~이 색히 당연하지 수사 종결도 안 됐는데 당연하지.”
“알았어 땡뀨~”
나는 전화를 끊고 지구대로 달렸다. 지구대에 차를 대고 내리자 마자 들어가자 그때 그
박 경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이 이게 누구야? 왠일이야?”
“안녕하세요! 저 그때 그 김가희 집 열쇠 좀 주세요!”
“그거 왜?”
“지금 급해요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허허 참 잠깐만!”
박경사는 사물함을 열더니 뭔가를 찾더니 열쇠 묶음을 들어 나에게 줬다. 나는 그걸 급히 받아 들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허허 젊어서 저러나~암튼 조심히 가!”
“네!”
나는 차에 타자 마자 김가희 집으로 달렸다. 5분만에 김가희 집 근처에 왔는데 저녁이라 주차된 차로 인해 들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를 길가로 급히 주차하고 경광등만 켜 둔채 차를 내려 달렸다. 김가희 집 앞에 다다르자 대문이 닫혀 있었다. 열쇠꾸러미를 보니 3개가 있었고 나는 그것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빠른걸음으로 현관으로 갔다. 아직 현관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 있었다. 나는 폴리스 라인을 뜯어내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여니 사진에서 본 것 과 같이 여자 슬리퍼 한 짝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쉼호흡을 한번 하고는 그 여자신발을 든 채로 신발을 벋고 들어가 전등스위치를 찾았다. 몇 번 더듬거린 끝에 스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불이 켜지자 나는 다시 쉼 호흡을 하고 신발을 유심히 살폈다. 내가 원했던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현관 신발장으로 가서 다른 신발들을 봤다. 거기에는 김가희 것으로 보이는 운동화와 하히힐이 몇 켤레 있었다. 다 조사해봐도 없었다.
“그래! 없다. 이건 자살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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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아니라네요..자살이.
부검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자잘한 사건을 해결했다.
사무실에 앉아 밀린 업무를 보고 있는데 팀장님이 찾았다.
“창굴이!”
“예”
“부검자료 나왔단다. 민원실에 있다니까 가서 찾아와!”
“어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성급히 민원실로 갔다. 경찰서 우편물은 등서하는 직원이 있어 각 서와 청 그리고 관계부서간의 우편물은 그 날 그 날 배달이 된다. 그리고 그 우편물들은 민원실로 일단 집결되고 해당부서로 전달이 되었다. 민원실로 가니 박미자 순경이 있었다.
“어머! 김형사님! 안녕하세요!”
“어 박순경 오랜만!”
“네! 참 국과수에서 우편물 왔어요!”
“응! 그거 찾으러 왔어!”
“근데 맨 날 이렇게 제가 전화 드리는데 식사 한 끼 안 사기에요!”
“흐흐 알았어! 날 만 잡으라고~!”
“맨날 그 말만! ”
“알았어! 진짜 내가 날 잡을게~히히”
“네 알았어요 이번에도 기다려 보지요! 호호”
박순경 얼굴은 반반하니 스럽게 생긴 여자다. 항상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끔 한번 꼬셔서 따 볼게 했지만 미영이가 있었다. 그래서 사실 그녀를 따로 만나기가 겁이 나서 슬슬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우편물을 들고 사무실로 뛰어갔다. 긴장된 맘으로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내서 복사를 하고 팀원들에게 나눠줬다. 우리는 서로 내용을 훑어 봤다.
먼저 박팀장이 소리 내어 중얼거리듯 읽어 내렸다.
“음~~사인은 질식사. 그리고 외상의 흔적은 없었고 혈액에서는 다량의 브롬을 포함한 브롬화칼륨, 브롬화나트륨, 브롬화암모늄, 브롬화칼슘이 발견..치사량은 아니고 위에서 다 흡수되어 혈액에서만 검출된 걸로 봐서 수면제를 먹고 최소한 3시간 이상 지난 것 같다는 소리고...음..그리고 직접적 사인은 가스중독이란 말이고 위 내용물 시반과 혈액 응고정도를 보니 사망추정 시간은 발견일로부터80시간 정도 되었고...그러니까 6월 30일 토요일 새벽이라는 소린가.....음..........”
“창균아 우리가 간 게 7월 3일 화요일 14시지?”
“네.. 처음 발견한게 12시고요.”
“그럼 맞네..토요일 새벽이..”
“음 그리고...방안에서 지문은 생활지문 정도고 특별히 의심할 만한 지문은 나오지 않았고 가스벨브에서도 역시 지문은 나오지 않았고 하기사 지문이 묻을 만한것은 아니지...그리고 약통에서는 김가희 지문만 나왔다는군...그럼 결국 자기 스스로 약통을 열어 먹었다는 소린데..후~~ 근데 칼이나 가위는 발견 되지 않았데?”
“네. 감식반에서도 발견 못 했다는 데요..”
박팀장은 한숨을 쉬며 서류를 책상에 내려놨다.
그리고 캔디형이 한마디 거뒀다.
“그때 남편은 출장 중이었고 집으로 침입한 흔적은 없었으니 이거 자살이 맞는거 같은데요.”
“그렇다니까~ 창굴아 종결 지어라 그냥!”
손권 형사가 또 한마디 거두었다.
“음...족적은 안 나왔나?”
“음...특별한 것 없다네요.. 마당의 흙은 이 사람 저사람 돌아다니고 비가와서 제대로 남지도 않았고.. 아 잠깐만요..”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그때 찍었던 사진 중 인화된 사진을 몇 장 꺼내 살펴 보았다.
“그 가스통이 있는 부분은 흙이 아니라 시멘트가 있는데...거기서도 족적 없었지요?”
“그럼 사건 발생 일부터 아주 격일로 비가 와 댔으니 남아 있을 리가 없지..”
“흠...............”
우리 팀원들은 모두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했다.
그리고는 박팀장이 먼저 말을 했다.
“창균아!”
“네?”
“어떻게 생각해?”
“음....좀 더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실 의문점이 남는게 잘려나간 나머지 호스는 어디있는지? 그리고 왜 잘라야만 했는지...이해가 안 갑니다..”
“그래? 음.....” 박팀장은 고개를 끄덕 거렸다.
“내 생각에는 잘려 나간 부분을 못 찾는거는..말이야! 자살 하는 사람들도 보면 그 준비를 할 때 모든걸 정리하는게 습성이거든 몸도 깨끗이 씻고 청소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물론 순간적인 충동에 의한 거라면 안 그러는데.... 준비된 자살은 대게 그래..그렇다 보니 잘라내고 남은 부분을 어디가서 버렸을 수도 있거든 깔끔하게.. 그리고 자살도 자살하려는 사람 스스로 범죄라고 생각해.. 약간의 죄의식이 있지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도...뭐 그런식인데 그래서 그 잘라낸 호스를 더 깊이 숨기게 돼! 남들은 그걸 봐도 설마 자살한다고 생각이나 하겠어? 하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괜히 신경 쓰이는거야..”
“그래 그건 권이 말이 맞아!”
“음....”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잘 못 생각하는게 잘려나간 부분이 길이가 얼마인가야! 지금 볼 때 무조건 길다고 생각 할 수도 있어 근데 역으로 아주 짧을 수도 있는 거거든 사진 보면 알겠지만 가스통에 남아있는 줄도 상당히 길거든 내가 볼적엔 잘려 나간 부분은 그리 길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 왜 잘랐는지도 약간 설명이 돼!”
“어떻게요?”
“보통 가스통과 가스렌지를 분리하잖아 그럼 그 연결된 부분을 쇠로 고정시켜놨기 때문에 가장 부식이 심해 그리고 분리하는 과정에서도 손상이 되고 이해해?”
“네..”
“그러니까 자연히 그 부분만 톡 잘라낼 수 있는거지..”
“음.....”
손권 선배 말이 일리가 있었다.
그때 팀장님이 입을 열었다.
“그래 창균이 니가 담당이니까 니가 결정해. 형사는 가끔은 느낌만으로 일 할 때도 있는 거야. 그게 형사야! 단 너무 시간은 끌지 말어. 한명의 억울한 죽음이 있다면 꼭 밝혀내서 원한을 풀어주는것도 우리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련 때문에 너무 매달리는것도 비효율적인거야.”
“네..알겠습니다.”
나는 커피를 한 잔 타서 취조실로 갔다. 담배를 한 대 물고 부검결과서를 다시 한번 훑어봤다. 아무리 읽어도 별 다른 내용이 없었다. 타살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결정적으로 한 때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었다. 주변에 원한 관계도 없고...그렇다고 자살로 판정지을 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
손 선배 말이 일리가 있긴 하지만 완전히 그 부분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일단 부검결과와 현장조사 결과도 나왔으니 주변인물을 더 탐문수색을 한 후에 어떤 결단이라도 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오늘 부검결과가 나왔으니 오늘쯤이면 시신이 가족에게 전달 되었을테고 그럼 바로 장례를 치를게 분명했다. 일단 장례식장을 가면 그 지인들을 만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김가희 남편에게 전화를 넣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00서 김창균 형사입니다.”
“아 네..안녕하세요”
남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부인 시신 전달 받으셨지요?”
“네....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던 참입니다.”
“네..시신 이양 받으시면서 들으셨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인은 가스에 의한 질식사구요.”
“네...들었습니다.”
“그리고 장례는..?”
“네...오늘 아침에 전달 받아 00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르고 있습니다.”
“벌써요?”
“네..미리 준비 했습니다..”
“네 그럼 저도 거기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네...알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니 뭘요...그럼 이만..”
왠지 남편이라는 사람은 자살로 단정을 지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장례식장에 가기전에 이요셉이라는 사람을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일 보고 바로 현장에서 퇴근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사무실을 나왔다. 나는 차를 몰아 이요셉이라는 사람이 근무한다는 회사 연구실로 갔다.
가는길에 유리창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에이 씨발 무슨 삼한사온도 아니고 삼우사청 처럼 비가 와대냐~~”
도로는 한산했다. 회사 앞에 도착해 보니 시간이 4시가 되었다. 다행히 퇴근시간 전이었다.
대기업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철저히 신분검사를 했다. 그나마 경찰신분증을 내미니 별 다른 제지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한참을 걸어 연구소 본관 앞에 당도해서 로비 인포메이션에서 이요섭을 찾으니 사무실로 전화를 걸더니 오늘 이요섭씨가 조퇴를 했다는 회신을 받았다.
“조퇴요?”
“네! 그렇습니다.”
“아하~~이걸 어쩌지..언제 나가셨나요?”
“잠시만요.”
그 직원은 컴퓨터로 직원 출입내역을 보는 듯 했다. 카드로 출입하다 보니 기록이 다 남는거 같았다.
“음 오늘 1시쯤에 나가셨네요.”
“아~네 감사합니다.”
“혹시 약속하고 오시건가요?”
“아니요. 그냥 왔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예 안녕히 가십시오”
“아~미리 전화하고 올 걸~!”
나는 다시 차를 몰아 장례식장으로 갔다. 도착해 보니 6시가 다 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비는 더욱 거세게 오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보니 옆에서는 신축 공사를 하는지 흙 더미가 많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도 비에 씻겨 내려온 흙들이 아스팔트 군데군데 뭉쳐 있었다.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니 아직 한산했다. 신랑 측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남편이 영정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남편이 일어났고 나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한 뒤 상주와 맞절을 했다.
“오셨습니까?”
“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와야죠..”
“그럼 앉아서 식사라도 하십시오. 이따 찾아 뵙겠습니다.”
“네...”
나는 뒤를 돌아보니 김준희가 저 구석에서 한 남자와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남자는 울고 있고 있었고 김준희가 그를 위로 하고 있었다. 순간 저 사람이 이요섭 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서 인기척을 냈다.
“으음..저 김준희씨”
나를 본 김준희가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울고 있던 그 남자는 나를 보더니 눈물을 닦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오셧어요.”
“네..아직 사람이 별로 없네.”
“네...여기 앉으세요”
“그래도 돼요?”
라며 나는 그 남자를 힐끗 쳐다봤다.
“아 이분이 요섭이 형이에요.”
라고 말하자 그 남자도 일어나 나를 쳐다봤다.
“형 이분이 담당 형사님이세요.”
“어 그래...안녕하세요. 이요섭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김창균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한번 만나 뵙고 싶어서 오늘 회사에
갔었는데 조퇴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러세요..그런데 저를 왜..?”
순간 그 남자는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김가희씨가 워낙 주변인물이 없으셔서 혹시 뭐 들을만한 게 있나 해서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 분 사이의 일은 이 친구한테 들었습니다.”
“아.....네..”
“형사님 식사 안 하셨죠.”
“네..아 녜...”
“말씀 놓으세요.. 형사님..”
“아...그래...”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식사 가져 올게요”
나는 자리에 앉았고 요섭도 자리에 앉았다.
“아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말해 뭐 합니까..”
“그렇지요....그런데 어떻게 알고..”
“제가 가희랑도 알지만 준기랑도 친구입니다.”
“아 그렇지요...”
“....................”
“..................”
할 말은 많았지만 여기서 할 말이 아닌 거 같아 참다보니 서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마침 준희가 식사를 가져왔고 식사를 내려놓고 앉았다.
“부검결과 들었지..?”
“네....”
“뭐 이렇다할 증거가 없어.. 자살이라는 증거도 타살이라는 증거도...그런데 정황상 자살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야..”
“근데..”
“알어 뭔 말인지..그래서 나도 동생 말 듣고 아직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니까 걱정말아...고인 가는 길 억울하게는 보내드리지 않을게..”
“고맙습니다...형사님..”
순간 내가 말하고도 자신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데 언제 복귀야?”
“아 이참에 말년휴가를 아예 땡겼어요..”
“아 그럼 시간이 좀 있구나?”
“네..그리고 위로휴가도 부대에서 줘서 아직 9일정도 남았어요.”
“음....그래 마음 잘 추스르고 그전에 좋은 결과 있기를 서로 기대하자..”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제대하면 어떻게 지낼거야?”
“후~~우~~일단 생활적인 부분은 군대가기전에 했던 것처럼 과외하고 하면 될 거 같아요..”
“당장 나오면 잘 때는 있고?”
“........생기겠지요...”
“아 그건 걱정마세요...준희 나오면 제 집에서 같이 있으면 됩니다.”
“아니에요 요섭이 형! ”
“말 들어! 오래 있으라는 거 아니야. 너 처음에 복학하고 과외 구하고 집 알아 보려면 시간 필요할거 아니야..그 때 까지만 있으라는거야.. 집이 학교랑도 가깝고..”
“그래 내가 생각해도 이요섭씨 말대로 하는 게 좋을것 같네..”
“...............감사합니다. 형...”
“그런말 하지마...나는 항상 너를 친동생처럼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더 미안하죠,...저는....”
“그만해 됐어!”
“매형은 어떤 얘기 없어?”
“어떤 얘기요..?”
“뭐 앞으로 동생 일에 대해서..”
“훗~~도와준다고 해도 제가 안 받을겁니다. 이제 사실상 남남인데요..”
“그래도......”
“사실 누나랑 사니까 매형이라고 하며 봤지 전 저 사람 별로 안 좋아합니다..”
“................”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했고 자꾸 하얀 소복을 입고 왔다갔다 하는 아주머니가 눈에 거슬렸다. 얼굴은 50대 초반 혹은 40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딱 봐도 지적으로 생기고 미인이라고 할 정도로 이쁜 얼굴이었지만 왠지 상가집하고는 안 어울리게 염색을 하고 손에 메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다. 그리고 전혀 표정에서 슬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 분 누구야?”
“누구요?” 라고 하며 내가 얼굴짓 하는 곳을 쳐다보더니
“사부인이에요..”
“아~시어머니...”
“흐흐 저 아주머니는 웃지만 않으셨지 기분 좋을 겁니다.”
“왜?”
“결혼할 때부터 누나를 싫어했어요. 격이 안 맞는다나.. 매형이 죽어도 하겠다니까 어쩔 수 없이 허락한거 뿐이에요..”
“아...사이가 많이 안 좋았나보지?”
“...아무튼 별로에요..”
“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대부분 남편 직장 동료와 친구들 같았다. 이요섭도 아는 사람이 와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러 갔고 준희도 손님상 차리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그 때 한 여자가 들어왔고 영정 앞으로 가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더니 준희가 그 여자를 일으켜 세웠고 준희와 인사를 하더니 준희가 내 쪽으로 그 여자를 데려왔다. 160정도 되는 키에 통통했으며 딱 봐도 30대중후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여자였다. 나는 일어나 그 여자를 맞았고 준희는 서로를 소개시켰다.
“누나 이 분이 담당형사분이셔”
“아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김창균입니다.”
“네..김민지입니다.”
“형사님 이 분은 우리누나랑 고등학교랑 대학교까지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분이세요.”
“아~~” 나는 다시 한 번 목례를 했고 서로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그 여자는 얼굴에 눈물기가 있었으며 목소리는 많이 잠겨 있었다.
“저 근데 가희가 자살이라고요?”
“네..현재 상황으로는 그렇게 볼 수 밖에 없는데 그건 더 수사를 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아네요...가희는 그럴 애가 아니에요..”
라며 김준희가 했던 식의 말을 했다. 항상 자기는 오래 살거라는 말...
“혹시 가희씨랑 최근에 만나거나 통화한게 언제신가요?”
“음....아마 6월 25일 월요일 쯤 되었던 거 같아요..”
“음...그럼 김가희씨가 사망하던 주 월요일이군요..김가희씨가 6월 30일 토요일에 사망한것 같거든요..”
“네...그렇겠네요..”
“뭐 통화하시면서 이상한 점 같은 건 있었나요?”
“음....아! 무슨 걱정이 있는지 한숨을 많이 쉬었어요..”
“무슨 걱정이라고 말하던가요?”
“아니요...말 할듯 하다가도 이내 말을 안 하더라구요. 저는 애 문제 때문에 원래 고민이 많았던 애다 보니까 또 그런가 보다 했어요..”
“아...”
“아 맞다. 그리고 통화할 때 잠이 안와서 몇 일 전부터 수면제를 다시 먹게 되었다고 걱정하더라구요....”
“아...네....그럼 한동안 안 먹었었나 보지요?”
“네..일 년 전부터 우울증 증세가 많이 나아져서 스스로 끊었었어요..”
“애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 받았나 봐요?”
“네...가희는 애를 간절히 원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불임이라..”
“네....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긴건 남편도 애에 대해 관심이 없고 시어머니란 사람도 그거에 대해서 전혀 말을 하지 않았데요... 뭐 시어머니야 며느리 부담 주기 싫어서 일수도 있고 결국은 자기 자식 문제니까 할 말이 없는 거죠..뭐..”
“네...”
“그래서 가희는 입양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남편하고 시어머니가 극구 반대하더래요..남의 씨는 키울 수 없다나...차라리 없는게 낫다고..”
“요즘은 기술도 많이 발전 했다는데...”
“그러게요..그런데 남편이 그걸 엄청 싫어했대요..자기 씨 없는 거 뭐 자랑이라고 가서 공식적으로 확인하냐고 화를 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얘기 하면.... 뭐 암튼~그래서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었죠..”
“네........... 부부 사이에 대해서 얘기 하던가요?”
“흠.....뭐 별다르게 나쁠것도 좋을것도 없는 부부였어요.. 남편 직장 번듯 하겠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끝나면 집으로 곧장 오는 사람이라.. 싸울일도 사실 없었죠..가희 말로는 남편은 집, 학교. 어머니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
“네...”
“가희씨랑 시어머니 사이는 뭐 아시는거 있나요?”
“사실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아요..가희가 워낙 애교도 없고 시어머니도 첨부터 가희를 좋아하지도 않았고....아예 며느리로 인정을 안 했죠... 가희도 첨엔 힘들어 하다가 인정받기를 포기했는지 시어머니 집에도 거의 안가고 남편만 혼자 가끔 다녀오는 정도였나 봐요..그래도 남편이 효자라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어머니 집에서 저녁을 먹고 왔어요. 남편도 그 사이에서 지쳤는지 그냥 그 상태에 대해 체념한 듯 했구요..”
“네...”
“뭐 특별하게 나쁠것 없었던 부부였어요...”
“아....다른 친구관계는?”
“친구라고는 저하고 고등학교 동창 그리고 대학동창해서 네 다섯명 정도 밖에 안되요. 그 중에서도 저랑 제일 친했어요... 가희 부모님 대학교때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어 했거든요..그 때 저도 조실부모한 터라 많이 위로해 주었는데 그 때 더욱 친해졌던거 같아요.. 그리고 사실 가희 첨부터 사교성이 없었던 애는 아니었어요. 혼자 배낭여행도 다닐 정도로 진취적이고 밝은 애였는데.. 부모가 사고로...”
“그렇지요... 그런 충격적인 일을 당하다 보면...”
서로 이런 얘기를 나누다 주위를 둘러보던 친구는 요섭을 보더니 뭔가 생각난듯 나에게 말했다.
“아! 가희가 저랑 통화할 때 저 요섭 선배 얘기를 하더라구요..”
“뭐라고요?”
“첨부터 요섭선배랑 결혼 했다면 어땠을까..하고요..”
“아..그리고 다른 말은요?”
“그리고 요섭선배 전화번호를 묻더라구요..”
“그랬어요?”
순간 무슨 직감이랄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그래서 알려줬는데..통화를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네...”
그 때 입구에서 몇 명의 여자들이 왔고 아마도 김가희씨 친구들인거 같았다. 그를 보자 앞에 앉아 있던 김민지도 그들을 맞이하러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꼭 좀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하며 절대 가희는 자살할 애가 아니라고 말 했다.
‘요섭 요섭이라.....음....’
얼마 안 있어 식장안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남편은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고 얼마 안 있어 나에게도 왔다. 그리고 이번엔 그 어머니도 함께 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 아닙니다.”
“인사하시죠 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이 쪽은 담당 형사님”
“네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셔요.”
“아닙니다. 아무쪼록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에~~효~~쯔쯔 몹쓸 것 이렇게 갈거면...에~효”
“네...안타깝지요...한 창 인데...”
“어머니께도 몇 가지 여쭤볼것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저한테요?”
“아~별거는 아니고 그냥 그동안 며느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사실 말씀 드릴게 별로 없어요... 우리 고부사이는 그렇게 살갑지 않았거든요..애가 좀 싹싹했으면 저도 이뻐했을 텐데 워낙 무뚝뚝한 애라....쉽게 정이 안 가더라구요...”
“네...”
“명절때나 한번 보니까 한 일년에 두 번 정도 보는 사이...”
“네... 손주라도 있었으면 달라졌을 텐데...말이지요..”
그 말에 시어머니는 흠칫 놀라며 아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나를 보고는
“그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뭐 자랑이라고....”
아마도 자신의 아들의 흠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눈치도 없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더 물어 볼거라도 있으신가요?”
“아~ 아닙니다. 혹시 더 있으면 나중에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그러세요..” 라고 하며 어머니는 먼저 자리를 떳다.
어머니가 떠나자 남편은 나를 보고 잠깐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나와 남편은 밖으로 나와 서로 담뱃불을 붙이고 얘기를 나눴다.
“음.....형사님..!”
“네?”
“뭔가 밝혀 지셨나요?”
“아니요..아직....아마도 처음 생각대로 인거 같습니다. 원한관계도 없는거 같고..”
“네....아~~후~~ 수고가 많으십니다. 정말....그리고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사실 어머니와 대화를 해봤는데 만약 자살이 맞다면 빨리 일을 마무리 졌으면 합니다.. 분위기도 안 좋고... 떠난 사람은 빨리 잊는게 좋을 거 같아서요..”
“그렇지요....걱정마십시오..저도 조금 더 수사를 해 봐야 겠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네...감사합니다..”
“참 그나저나 혼자 남은 동생이 불쌍하네요...”
“아...”
나는 슬며시 남편에게 동생 처우에 대해 슬쩍 떠 봤다.
“음.....저도 도와 주고 싶은데 아마 처남이 그러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그래서 죽은 와이프 이름으로 된 예금이 조금 있습니다. 그 정도면 어디가서 전셋집 얻는데는 부족하지 않을거 같더라구요. 아마 제 돈이라면 안 받겠지만 누나 돈이라면 받을 것 같아서 그렇게 라도 해야지요..”
“네...”
“맘 같아선 제 돈 얹어서 집이라도 하나 장만해 주고 싶지만.....”
“네 아무튼 상 잘 치르시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가시게요? ”
“네..가기전에 처남하고 인사하고 갈 건데 바쁘실것 같아 미리 인사 드리는 겁니다.”
“네 그러세요. 그럼 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네..들어가세요...”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거기에 서서 내리는 비를 보며 담배 한 대를 더 꺼내 피웠다. 담배를 피고 있는데 마침 김준희랑 요셉이 나왔다.
“어 여기 계셨네요? 그러지 않아도 어디 가셨나 찾았는데”
“음...어디가게? 아 요섭이형 가신다고 해서요..”
“아~벌써 가세요?”
“네...가야지요... 제가 있는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고 저와 가희 그리고 준기 사이의 일 다 알거든요... 보는 눈도 있고 해서 그만 가 보려구요...그리고 하~~아~~~가희 마지막 가는 날에나 한번 와봐야죠..”
“아 참 장지는 어디로?”
“아 그건 어머니 아버지 계신 납골당으로 정했어요..”
“ 아 그랬구나...그래도 마지막에 부모님 곁에 계시네..”
“네...이럴땐 자식이 없으니까 편하게 자기 갈 곳 찾아 가네요...자식이 있었으면 시댁 쪽 의견 따랐을텐데..”
“흠...그렇게되나...”
우리는 그렇게 서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고 중간에 내가 요섭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눈치를 챘는지 준희가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먼저 들어갔다.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
“........”
“허허 제가 쓸데없는것을 물었나 봅니다.”
“아닙니다....사실 처음 가희 소식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습니다.”
“아직 결혼 안하셨다구요...”
“네....못 했습니다.. 안 한게 아니라..”
“혹시 김가희씨 때문인가요?”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요..”
“네.....근데 혹시 김가희씨랑 최근에 통화하신적이나 만나신적 있으신가요?”
내 질문에 요섭은 순간 놀라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아니요..없습니다. 결혼하고 단둘이 연락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난 보았다. 날아가는 참새의 자지를...’
“네 그러세요..”
“...........네.”
“그럼 결혼 후의 얘기는 모르시겠네요..?”
“뭐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전해 들은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자연히 얘기는 결혼 전의 얘기로 돌아갔다.
“그런데 왜 두 분이 결혼을 못 하셨죠?”
“,.................”
순간 요섭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한 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처음엔 둘이 당연히 결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리고 주변 사람도 그렇고...그런데...”
“...?”
“어느 순간 준기가 끼어 들더군요...그 자식과 저는 언제나 라이벌이었어요. 하지만 항상 저는 그 자식에게 지지 않았어요.. 한 가지 딸리는게 있다면 돈이었지요..”
“네....”
“저는 그 녀석에게 돈에 대한 열등감으로 이기려 했고 그 넘은 저에 대해 실력에 대한 열등감으로 서로 경쟁했지요..”
“아....”
“흐...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녀석이 내 여자친구인 가희를 눈독을 들이더군요...결과적으로 그 놈이 이겼지요... 결국엔.. 말입니다... 하아~~~~~~~”
말을 잇던 중 요섭은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고 나도 같이 한 대 꺼내 물었다. 그리고 얘기는 계속되었다.
“가희도 힘들었어요.. 부모님 돌아가신 이후로 돈에 집착을 하더라구요.... 그러 던 중에 준기가 다가왔고 너무도 쉽게 무너지더라구요.... 돈에...”
“아....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네 첨엔요...하지만 저 가희 결정 이해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저도 불투명했기 때문에.... 그래서 저도 쉽게 보내줬습니다... 제 능력 밖의 일이니....”
“네....그래도 많이 사랑하셨으니까 지금까지 기다리신거 아닌가요?”
“기다린게 아닙니다...”
“그러면? 아까 하신 말씀은?”
“기다린게 아니라 그 만한 여자를 못 찾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결혼을..”
“아~~네.... 이해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후우~~~~~”
“외람된 말씀이지만 둘이 어떻게 만나셨나요?”
“...대학원에서요..저는 막 휴학에 휴학을 해서 석사 4학기차였고 그 때 가희는 석사 1학기였지요. 처음엔 친한 선후배로 지내다가 사귀게 되었는데 가희 부모님 돌아가시고 그 계기로 제가 많이 신경을 썼고 서로 더욱 가깝게 되었고 급기야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그리고 저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또 휴학하고 돈을 벌고 있었고 가희도 1년 정도 휴학을 하고 석사 3학기가 가 될 때 박사과정 4학기 차였던 준기가 끼어들었고 반 년 만에 둘이 결혼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한 2년 사귀었습니다.”
“네...”
“후훗...어떻게 보면 저도 미친놈 이지요..”
“민준기씨는 어땠어요?”
“준기요? 그 녀석은 욕심이 많았어요. 항상 지기 싫어했지요.. 그러면서도 내색은 절대 안 했지요.. 사람들 앞에서는 저를 항상 추켜 세웠지만 속내는 저에 대한 열등감과 적개심으로 가득차 있었어요.. 하지만 티를 안내니 저 또한 뭐라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효자에요 엄청난..”
“네 저도 들었습니다..”
“준기 어머니 자식 사랑이 끔찍한 분입니다. 제가 듣기론 나이 20에 혼자 되셨다고 하더라구요. 준기는 사생아였는데 시댁 그러니까 준기 아버지 집에서 재혼 안 한다는 조건으로 강남에 전답과 약간의 돈을 주셨나 보 더 라구요. 그런데 그게 몇 년 후에 재개발이 되면서 돈을 좀 만지셨는데 그 돈을 밑천 삼아 명동에서 일수놀이를 하셔서 엄청 많은 돈을 버셨다고 하더라구요..그리고 보란 듯이 준기를 대학교수까지 만들었지요.. 그런 어머니의 노력을 알다보니 자연히 준기도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각별했지요.. 정말 그 점 하나만은 높이 살만한 녀석입니다.”
“네...”
“그래서 처음에 가희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요.. 부모도 안 계시고... 그리고 가희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게 되셨나봐요.. 그래서 더욱 반대하고 싫어하셨죠.. 그래도 어쩝니까? 자기 자식이 좋다는데..”
“아 그랬군요..”
“하아~~~”
“네 어쨌든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안 좋은 기억 떠오르게 해서..”
“아닙니다.. 부탁드릴 것은 꼭 좀 범인 좀 잡아주세요.. 가희는 그렇게 죽을 애가 아니에요...”
“네...다 들 그렇게 말씀 하시네요..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럼 언제라도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라며 명함을 건냈다. 나는 명함을 지갑을 꺼내 넣고는 내 명함도 함께 주었다.
“네.. 참 차 가져 오셨나요?”
“네..저기 주차되어 있습니다.”
“우산 안 가져 오신거 같은데 제 우산 같이 쓰시죠.”
“그럴까요?”
그는 우산을 폈고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갔다. 비가 억수로 쏟아 붇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스팔트는 옆 공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흙으로 진흙 범벅이 되었다. 다행히도 그는 내 차 맞은편에 주차해 놓았었다. 차를 보니 렉서스 였다.
‘허 차 좋네~대기업 연구원이 좋긴 좋구나...아~나도 씨발 그냥 일반기업체 들어갈걸 그랬나..’
그는 나를 먼저 차에 배웅해 줬고 나는 얼릉 뛰어 차문에 키를 꼽아 돌리고 차에 올라탔다. 이럴 때면 차 리모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차에 타고 그에게 눈인사를 했다. 그도 역시 인사를 하고 자신의 차로 갔다.
삐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조등이 두 번 깜빡였다. 그리고 그는 차 문 옆에 서 바로 타지 않고 신발에 묻은 흙을 탁탁 털어 내는 듯 몇 번 땅에 발을 구르더니 이내 차에 탔다.
나는 거기까지 보고 출발했다.
운전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음..일단 아까 요섭이라는 사람이 김가희랑 통화했냐는 질문에 찔끔 하던 모습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왠지 그에게 관심이 쏠렸다. 지금 상황에서라면 어쩌면.. 과거에 대한 배신감으로 김가희를 살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김가희 친구 민지라는 여자와 통화에서 요섭을 그리워하며 전화번호를 물었다는 점, 그렇게 서로 연락이 되고 어떠한 일로 인해 예전에 배신감이 밀려와 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수롭지 않게 봤던 김가희 통화목록을 찾아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계를 보니 8시가 다 되어갔다. 통화목록은 사무실에 있어 사무실에 들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방향을 사무실로 틀었다. 그리고 차가 신호로 정지했을 때 지갑에서 아까 이요섭이 준 명함을 꺼내서 가만히 살펴봤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 로고와 수석연구원 이요섭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뒤에는 영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보다 그 전화번호를 유심히 살폈다.
‘그래 이 번호다. 제발 이 번호가 있어라!’
한참을 가니 사무실 까지 신호등 4개를 남겨 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나는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 움직이는 와이퍼를 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이요섭과 헤어지기 전까지의 모든 일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려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이요섭이다. 만약 이 예감도 틀리면 나도 어쩔 수 없는거지...음...이요섭이라......잠깐! 내가 그걸 왜 깜빡했지...!!’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경광등을 꺼내 차에 달았다. 그리고 내 차는 싸이렌을 울리기 시작했고 차들이 양보를 하자 급히 유턴을 하고 폐달을 밟았다.
“아 씨발 병신~왜 그걸 생각 못 했지!!”
에에에엥~삐옹삐옹~~
나는 운전을 하며 급히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미영아!”
“어?”
“어디야?”
“집”
“너 인터넷 가능해?
“엉 지금 하고 있는데.”
“빨리 날씨 좀 알아봐!“
“언제 날씨?”
“으으으 그러니까 지지난주 금요일이랑 토요일 날씨!”
“왜?”
“빨리!급해!”
“엉 잠깐만!”
몇 초간의 기다림이지만 몇 시간 처럼 길게 느껴졌다.
“일 주일 내내 비가 오다가 금요일날 오전에 그치고 다시 오후부터 토요일까지 내내 비왔어!”
“그래 확실해?”
“그럼! 예상날씨도 아니고 지나간 날씨 정보인데 확실하지..”
“어 알았어! 고마워!”
“무슨일인데 그래!”
“아니야 나중에 얘기할게~”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단축번호 2번을 눌렀다.
“네 감사합니다. 00서 강력계 김상식입니다.”
“어 형 있었어?”
“말도 마라 사건 하나 있어서 지금 조서 꾸민다.”
“형 김가희 집 열쇠 어디있지?”
“아직 수사 종결 된거 아니니까 아마 지구대에서 보관할 거야!”
“어 알았어! 참 아직 폴리스라인 쳐 있지?”
“아~이 색히 당연하지 수사 종결도 안 됐는데 당연하지.”
“알았어 땡뀨~”
나는 전화를 끊고 지구대로 달렸다. 지구대에 차를 대고 내리자 마자 들어가자 그때 그
박 경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이 이게 누구야? 왠일이야?”
“안녕하세요! 저 그때 그 김가희 집 열쇠 좀 주세요!”
“그거 왜?”
“지금 급해요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허허 참 잠깐만!”
박경사는 사물함을 열더니 뭔가를 찾더니 열쇠 묶음을 들어 나에게 줬다. 나는 그걸 급히 받아 들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허허 젊어서 저러나~암튼 조심히 가!”
“네!”
나는 차에 타자 마자 김가희 집으로 달렸다. 5분만에 김가희 집 근처에 왔는데 저녁이라 주차된 차로 인해 들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를 길가로 급히 주차하고 경광등만 켜 둔채 차를 내려 달렸다. 김가희 집 앞에 다다르자 대문이 닫혀 있었다. 열쇠꾸러미를 보니 3개가 있었고 나는 그것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빠른걸음으로 현관으로 갔다. 아직 현관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 있었다. 나는 폴리스 라인을 뜯어내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여니 사진에서 본 것 과 같이 여자 슬리퍼 한 짝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쉼호흡을 한번 하고는 그 여자신발을 든 채로 신발을 벋고 들어가 전등스위치를 찾았다. 몇 번 더듬거린 끝에 스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불이 켜지자 나는 다시 쉼 호흡을 하고 신발을 유심히 살폈다. 내가 원했던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현관 신발장으로 가서 다른 신발들을 봤다. 거기에는 김가희 것으로 보이는 운동화와 하히힐이 몇 켤레 있었다. 다 조사해봐도 없었다.
“그래! 없다. 이건 자살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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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아니라네요..자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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