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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34 687회 0건
학교수업을 마친 후 강희는 오늘도 항상 즐겨 찾는 공원으로 가는 중이었다.





시선을 즐겁게 해주는 녹생 풍경의 나무들, 시원스럽게 살랑대는 바람. 넓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람이 적은 편에 속하는 아늑함. 이 공원의 모든 것이 그녀에겐 매력이었다.





강희는 시끄럽고, 소란스러운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인파가 많은 곳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자애였다.





물론 그런 곳을 갈 일이 있어도, 막상 돌아다니면 싫은 내색은 잘 안 하지만.





강희의 오른손에는 차가운 콜라가 한캔 들려 있고 등에는 작은 가방이 메어져 있었다.





강희는 걸으면서 생각 중이었다.





"정안이를 만나서 기분이 괜찮은건 사실이지만....과연....언제까지 갈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는 눈을 잠시 동그랗게, 그리고 크게 떴다.





자신이 항상 즐겨 앉는, 남들은 잘 앉지 않기에 어지간해선 비어 있는 벤치에, 한 명의 여자애가, 자기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위에 올려 꼬아 앉은 채로 고개까지 뒤로 젖힌 상태에서 꼴깍꼴깍 캔맥주를 마셔 대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뭐야 쟤는....?"





저 자리는 거의 항상, 확정적이라 봐도 좋을 정도로 자신의 자리였다. 전유물같다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이상하게 저 자리는 공원의 어느 사람들도 잘 앉지 않았다. 그게 맘에 들어서 저곳은 자신의 전형 좌석이다시피 하는 느낌마저 가지고 있는 강희였다.





근데 오늘은, 먼저 주인이 와 있는 것이다. 자기와 비슷한 나이일 것으로 추정대는 그 여자애는 고개가 뒤로 젖혀져 있어서 아직 강희를 보진 못했다.



그녀의 머리는 살짝 웨이브 느낌이 나게, 끝이 약간 말아올라져 있었다.





"..........."





강희가 멍하니 잠시 서있는데 그때 혼자 맛있게 캔맥주의 맛을 음미해대던 여자애는 고개를 다시 앞으로 젖혔다.





"푸-하!! 캬~! 조오~타!!"





".........."





맥주의 시원한 느낌을 그렇게 피력한 여자애는 그때서야 자기 앞에 지 또래로 보이는 여학생 한명이 서있는걸 보고는 시선을 쓰윽 들고는 강희를 마주 쳐다보았다.





".............."





".............."





잠시간의 공백이 둘 사이에 흘렀다. 강희도, 여자애도 서로의 눈동자만을 응시한채로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다.





그러다 강희가 먼저 입술을 열긴 열었다.





"아....음.......저...."





차마 <여긴 제 자린데요> 라고 말할순 없는 강희. 그렇잖은가. 자신이 이 공원에 전세를 낸 것도 아니고. 또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은 이 공원엔, 앉으려고만 들면 몇 발자국 다른 곳으로 이동만 하면 앉을 자리야 얼마든지 있으니.





그래서 강희는 입을 뗐다가 그냥 아, 음, 저... 이러고 머뭇거리는 식으로 계속 그렇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련이 남기는 남는 모양. 그때 강희를 보던 여자애가 생긋, 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싱그러운 느낌을 가져다주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왜 그러죠?"





"네?"





"이 자리에 앉고 싶어서 그래요?"





"아...음...."





"앉아요 뭐. 둘 아니라 셋도 앉겠네. 앉아요"





여자애는 벤치의 가쪽으로 몸을 이동한 후에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치면서 강희가 앉기를 권했다.





"아, 고마워요"





"뭘요, 어려운 일이 아닌걸"





타박 타박











강희는 그렇게 모르는 여자 애의 옆 자리에 앉고는 가방을 풀어서 앉아 있는 옆자리에 내려놨다. 그리곤 손에 들고 있던 캔콜라를 마시기 시작했다.





홀짝





홀짝





홀짝





홀짝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두명의 아름다운 여학생들은 그렇게 서로, 앞에만 시선을 준 채, 한명은 캔콜라로, 한명은 캔맥주로 입술을 적셔 가며 조금씩 홀짝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먼저 와 앉아 있었던 여자애가 끄응 하고 기지개를 한번 켰다가 강희쪽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자주 와요? 이 공원?"





"네?"





"자주 오냐구요. 여기"





"네... 자주 와요. 왜요?"





"전 오랜만에 와보았어요. 이곳은 놀이터였어요. 원래. 제가 이쪽에서 살때는... 이사한 후로 생각이 나서 한번 와봤죠. 지금은 공원이 되어 있군요"





"아...전 자취때문에 이리로 왔어요. 얼마 안되었는데...제가 왔을땐 이미 공원이었는데"





"그래요? 아 음...암튼 저도 여길 참 좋아했죠. 여기서 친구도 한명 만나고"





"그래요. 남자?"





"네. 저에게 좀 특별한 이미지를 가져다준 최초의 남자 녀석이었어요 후후"





"아...저도 이 공원에서 꽤나 특별한 남자애를 최근에 만났어요"





"아 그래요? 후후. 닮은꼴이 좀 있네요?"





"아...그렇..네요..."





강희는 싱글거리며 자신을 보고 있는 여자애를 보면서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보는 여자앤데, 이상하게 되게 마음이 편했다.





무엇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인데도 한없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이것은.





"동질감?"





문득 그런 인상을 받으면서 혼자 생각에 빠져 있는데 여자애가 또 말을 걸어 왔다.





"그 특별한 남자애는 그쪽을 만족시켜줄만하나요?"





"만족...이요?"





"네"





기대감 어린 눈빛을 시선에 가득 담고 여자애는 강희를 보면서 그리 물어왔다.





강희는 대답을 말없이 촉구하는 그녀를 보면서 잠시 자신의 손을 보았다가 콜라를 또 한입 홀짝인 후에 후 하고 한숨을 한번 쉰 후 말했다.





"지금 당장엔....일단 그런데로 만족할 만해요. 하지만....제가 원하는 건 좀 더 깊은....쪼금 더 제대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에요"





"깊은?...제대로?....흠...뭔가 간절히 갈망하는게 있군요. 그렇죠?"





"어? 어떻게 알아요?"





강희가 조금 놀란 시선으로 여자애를 보자 여자애는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눈동자에 고여진 감정의 깊이, 그리고 말에서 묻어나는 어떠한 간절함, 절박함, 그런게 다 담겨 있잖아요?"





"아......"





"나한테 한번 말해보지 그래요? 나라면 그쪽의 고민을 조금은 풀어줄수 있을 듯한데....."





"그쪽이요?"





"네"





강희가 자신을 말없이 멀뚱거리면서 보고 있자 여자애는 두손을 들어 으쓱 하면서 말했다.





"손해 볼건 없잖아요?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해봐요?"





"..............."





강희는 다시 자신의 손을 보면서 잠시 말없이 있었다. 그걸 보고 있던 여자애가 들고 있던 캔맥주를 마저 다 들이키곤 몇미터 오른쪽에 떨어져 있던 쓰레기통에 정확히 던져 넣고 난 후 다시 말했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억누르고 있어요....그렇지 않나요?"





"어...어떻게..."





강희는 또 새삼 놀라서 여자애를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뭐지? 내 감정을 속속들이 아는거같아 마치..."





강희가 놀라서 자신을 보자 여자애는 킥킥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보통 사람이랑...음...보통 여자랑 틀려 보여요. 내 말 맞죠?"





"....그런 게 있죠.....확실히.."





"그건 무언가...엄청난 거죠?"





"엄청...나다면 엄청날수..있겠네요...확실히 평범해 보이는 여자애가 할수 있다고 하기엔..엄청난 거죠...아니...인간이 할수 있다는게 엄청나다...해야하나?...."





여자애는 강희의 말에 한껏 기대감을 더욱 담고는 물었다.





"당신은....스스로의 힘을 주체할수 없어할때가 있군요? 안그래요?"





"아!.....마...맞아요...정말....당신은 참...신기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절 꿰뚫어보듯이 잘 알아요?"





강희가 정말 놀라서 상대에 대해 감탄의 뜻을 비치는데 여자애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공원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는데, 대단한 느낌, 대단한 사람이 온다는걸 직감했어요.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 다가온다는게 느껴졌거든요. 제쪽으로. 처음엔 싸우러 온줄 알았어요. 그래서 나름 준비를 하고 기다렸는데...설마하니 여자일줄이야 알았겠어요? 정말 놀랐어요. 처음에 보고"





"아....혹시.....무슨 .....능력이라도 있는...능력..자세요?"





"능력자? 능력자라...흠.....쿡쿡...."





여자애는 자신의 오른쪽에 있던 가방을 들췄다. 처음엔 자세히 안봤는데 그녀도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가방에서 나온건...병맥주였다.





".....맥주를 참 좋아하네요"





"후후. 그럼요. 술! 난 술을 참 좋아해요. 술의 매력이란. 아...."





여자애는 거기까지 말하곤 꺼낸 맥주병의 몸통을 왼손으로 잡더니 오른 손의 중지손톱을 엄지손가락의 지문으로 눌렀다가 꿀밤치기를 할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 손동작 그대로 병맥주의 상단의 한 지점에 대고 가로로 Y- 하곤 손가락을 그대로 튕겼다.





사각





떼구르르





그녀가 튕긴 손가락으로 인해 병맥주는 병따개도 없이 상단의 한 면이 깔끔히 잘라져서 마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모양이 되었다. 강희는 그걸 보고 눈을 똥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 병 그렇게 마셔요? 나도 집에서 그렇게 먹는데..."





여자애는 강희의 말을 듣고는 즐겁단 표정을 지었다.





"후후. 그래요? 확실히 이렇게 먹는게 편하죠? 병따개 찾는거보다"





"네. 전 그게 훨씬 편한데...그쪽도 항상 그렇게 드세요?"





"네. 이게 편하죠. 쿡쿡. 한잔 할래요?"





여자애는 병을 든채 손을 내밀어서 강희에게 권했지만 강희는 싱긋 웃어주곤 거절의 뜻을 밝혔다.





"아뇨. 난 술을 잘 못해요. 그리고 원래대로면 아직 먹지 말아야 할 나이잖아요"





그녀에게 술을 권한 여자애는 진정 애석하단 표정을 지었다.





"저런, 술을 잘 못한다니. 아쉽네요. 뭐 그리고 술이야. 원래 어릴때 잘 배워야 하는거에요~ 쿡쿡, 그렇다 치고 갈증 안나요?"





강희는 자신의 가방을 뒤지며 말했다.





"전 이게 있어요. 전 콜라만 많이 마셔도 취한 기분이 되곤 하죠"





"후후. 그래요?"





잠시 뒤 강희의 가방에선 콜라병이 나왔고 강희 역시 여자애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을 취한 후 병에 든 콜라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콜라를 마시는 강희를 보면서 여자애는 물었다.





"몇살이에요?"





"18살이요"





"18살? 그럼 나랑 나이가 같네요. 우리 말 놓죠?"





여자애가 급히 제안해오자 화끈한 성격이 있는 강희도 즉시 수락의 뜻으로 바로 말을 놨다.





"그러지 뭐"





둘은 잠시 맥주와 콜라의 맛을 놓고 음미의 감상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여자애가 물었다.





"아까 들어보니, 진정 원하는게 잘 안되는것 같기도 하고, 주위에서도 잘 못해주는것 같던데, 바라는게 뭔데 그래?"





강희는 씁쓸하게 웃었다.





"난....음....저...웃으면 안돼? 니가 편하니까 이야기하는거야"





"응응, 말해봐. 뭔데?"





강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앞을 보면서 말했다.





"난 말이야. 완~벽한 구속을 갈망해"





"완벽한 구속?"





상대 여자애가 꽤 큰 흥미를 보이자 강희는 고개를 끄덕여주곤 자세히 말하기 시작했다.





"응...그....영어로는 Bondage이고....결박을 말하는건데.....나 사실....보통 여자애들이랑 틀리거든...아니, 보통 사람이랑 많이 틀려. 나...힘이 정말...무식할 정도로 쎄서 말이야. 가끔 화가 나 주체가 안될때가 있는데, 그때 완벽한 결속을 필요로 하고, 또 날 완전히 묶을수 있는게 있었으면...하고 항상 바래왔거든"





상대 여자애는 눈을 크게 뜨면서 재미있어했다.





"와, 정말? 너 힘이 진짜 쎈가보다. 스스로 그렇게 말할 정도라니"





"응...진짜로...쎄. 난 인터넷에서 내가 소속해 있는 어떤 결박 까페에서 티렉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해. 내 자신의 힘이 마치 공룡같다고 생각되서, 스스로 티렉스라는 닉네임을 붙였어. 주위에서도 그리 불러주고...날 아는 이들은 그걸 이제 일종의 칭호 라고까지 추켜세워줄 정도이지"





"음....암튼 들어보니까 대충 스스로의 화를 주체할수가 없을때 묶이고 싶어하는 모양이구나. 근데 왜?"





"그게 말이지...사실은 최근에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면 날 완전히 붙잡아들 수 있는 남자애를 한명 만났어."





"이 공원에서 최근에 봤다는?"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걔야"





"특정한 조건?"





"응, 그 애는 일종의 초능력을 가졌더라구. 무슨....사람의 아킬레스건을 잡으면 잡힌 사람의 온 몸에 힘을 빼놓는...무력화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거야"





여자애는 또 대단히 흥미있어했다.





"호오...신기하네? 정말. 그런 애가 다 있구나. 암튼 그래서? 그럼 그 애는 널 만족시킨거 아닌가?"





강희는 쓸쓸하게 웃었다.





"일단....당장에는 즐거워. 하지만...그 앨 돌려보내고 집에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봤지. 그리고 얻은 결론은....그 앤 나의 완벽한 구속자는 아니다 싶었어"





"어째서?"





"그 애의 능력은 무력화야. 아예 힘 자체를 지우는, 없애는 힘인거야. 사실 그런쪽의 구속은 난 생각해보지 않았어. 좀 더 다른 것이길 기대했지. 설마 그런 식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 내가 원하는건...그런 힘이 아냐. 무력화는 아예 힘 자체를 지우는 거잖아? 힘을 쓸 수 있는 수단 자체를 잃는 셈이야. 내가 원하는 구속은...다른 거야"





"그럼 넌 어떤 구속을 원하는데?"





강희는 희열에 들떠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흥분해서 말했다. 콜라에조차 취기를 느낄만큼 약한 그녀인지라, 어느새 약간 그런 것이 몸에 작용한 탓도 있는듯했다.





"난! 정말로! 내가 진짜로 원하는 완전한 구속이란건말이야!! 내가 나의 힘을 온전히 다 가진 상태일때, 그런 상태의 나인데도 붙잡을 수 있는 어떤 "무언가"를 기대하는거야. 날 진짜로! 정말로 완벽하게 묶을수 있는, 결박해줄수 있는...일종의 머신? 기계를 원하는거야. 내 온몸을 다 결박할수 있는 기계를 말이야!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 뿜어내도 견딜 수 있는 그런 튼튼한, 듬직한 기계를 말이야!!"





상대 여자애는 강희의 흥분된 어투를 쭉 듣고 있다가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아, 너는 힘 자체를 쓸수 없게 만드는, 그런 상태가 된 구속을 원하는게 아니라, 니 힘을 다 뿜어내도 견딜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는거구나. 그런 구속 기계가 있었으면 싶은거지? 그렇지?"





강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게 진짜 완전한 구속이야. 사실 힘 자체를 지워버리면 그건...영 기분이 찝찝하더라구. 한번 당해봤는데...그건 내가 힘을 쓰고 자시고 할것도 없어. 아예 그냥 힘을 못쓰는것인걸. 난 그런거 싫어. 내 온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해. 한번도 태어나서 풀로 가동해본적이 없거든. 그런걸 견뎌 낸 것이 없었어. 적어도 주위에 그런것이 있을리가 없었지.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도대체 어느 정도의 힘이면 날 완전히 묶을 수 있는 기계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어. 암튼....그 남자애한테는 그때 당시 만족스러웠다고 말해줬는데....그날 밤에 느낀 기분은, 기분 나쁜, 더러웠다는 감정도 사실 생겼었어. 내 자신에게 혐오감도 들고...그 아이한테 미안하기도 하지만...진짜 그런 감정이 들더라구..."





답지 않게 자신을 자책하면서 강희는 마저 콜라병을 다 마신 후에 쓰레기통에 던져 놓곤 불만어린 표정을 지었다. 스스로에게 혐오를 느끼는건지, 그녀의 표정은 정말 불만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여자애는 그런 강희를 빤-히 보고 있다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그럼, 꼭 그런 구속이 아니더라도, 일단 너의 갈망 중에선, 힘을 풀로 다 돌려보고 싶다는, 있는 힘껏 다 써보고 싶다는 갈망도 하나 있는거구나. 응?"





강희는 여자애를 보면서 서글피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하지만 내가 온전히 힘을 다 주는데 견뎌 낼수 있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지. 아니 사람 아니라...사실 생물이라면...누구라도..."





강희의 슬픈 표정을 시선에 담으면서 여자애는 잠시 생각하더니 배시시 웃었다.





"나한테 한번...그 힘. 그 넘친다는 힘. 다 써볼래? 스트레스 해소겸 말이야"





"뭐-어?"





강희는 순간 이 여자애가 여지껏 무얼 들었나 하는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다.





강희는 급하게 설명에 들어갔다.





"아...안돼!! 내 힘은...내 팔힘은 고릴라보다 쎄다구. 이건 농담이 아니야. 진짜야. 믿어야돼. 응? 니가 어떻게 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래두?"





강희는 진짜 상대 여자애가 걱정스러워서 그런 배려를 해줬는데 여자애는 연신 즐거운 미소만 띄었다.





그렇게 한동안 실없어 보일정도로 웃던 여자애가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졌다.











"어...?"





강희는 속으로 기이한 느낌을 여자애로부터 받았다.





"분위기가.....바뀌었어"





좀 전까진 마냥 편해 보였던, 개구쟁이 아가씨로 여길 정도로 천진하던 얼굴이 전혀 색다른 느낌을 자신에게 선사해주기 시작했다.





여자애의 얼굴과 모습을 순간 빠르게 시선에 담은 강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마치.....뜨겁게 타오르는 거대한........"





화염. 뜨거운 불꽃. 작열하는 불꽃같은 화끈한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여자애가 어느새 강희 옆에 자리한채 앉아있었다.





강희가 그런 인상을 느끼고 있는데 여자애가 진지한 표정으로 미소를 슬쩍 띈 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람에겐 이미지란 게 있어....그 이미지에서는, 듬직함, 순수함, 천박함, 성스러움 등 온갖 것들이 묻어 나오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강하고!! 아니면 약하고!! 하는 이미지가 묻어나오게 되어 있지. 난 그 이미지들을 아주 잘 읽어"





"..........."





"아까 공원에 처음 들어설때부터 이미 너의 기운을 눈치챘었댔지?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그 기운을 느끼면서 난 이렇게 생각했지......공룡이 한 마리 공원에 어슬렁대는구나....하고 말이야. 거대한 공룡이.. 막대한 힘을 가진 무언가가...."





".........."





"그리고 나서 본게 너야. 넌 정말....나를 아주 즐겁게 해주었어. 이런 느낌. 참으로 오랜만에 받았거든. 가슴 속에 피가 끓는다고 할까나? 막 싸워보고 싶은거 있지? 뼈마디와 뼈마디가 어긋나도록, 서로 정말 진지하게 한판 해볼만큼. 화려하게 서로 얽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어. 하지만...."





"....하지만?"





여자애는 진정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남자들하곤 그렇게 싸울 수 있지만...니가 여자라는게 진정, 참으로 , 정말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차마 여자애하고 피를 묻혀 가면서까지 싸울 순 없다고 생각해. 난 아직 태어나 한번도 여자들하곤 진지하게 안 싸웠어. 여자하곤....못 싸워.....아...아까워라 정말....너하곤 정말 해보고 싶은데....니가 많이 다치는것도 원하지 않고, 나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야. 또...너 또한 여자를 상대로 진지하게 싸울수 있을거라 생각지 않아. 맞지?"





"...어..응....아무래도...너도 너고....여자한테 상처주긴 싫어...."





여자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이미...알고 있었어.....대신에......팔씨름으로 하자. 팔씨름 한번 어때?"





"파...팔씨름?"





난데없는 팔씨름을 하자는 제안에 강희는 놀랐다. 여자 둘이서 공원 한복판에서 팔씨름?





강희는 주위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쓱 훑어본 후에 여자애를 보면서 물었다.





"팔씨름을 하잔말이야? 지금 여기에서?"





여자애는 당연하단 표정이었다.





"그럼, 지금 여기서 하지 1년 뒤에 할래? 자자, 빨리 해보자. 니 스트레스는 내가 확실히 책임지고 풀어줄께"





"너 정말....나하고 하면...."





아직도 걱정스러워 하는 그녀를 보면서 여자애는 걱정말라는 제스처를 취하곤 아스팔트 바닥에 아예 배를 깔고 눕더니 그녀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해대고 있었다.





"자자, 빼지 말고 빨리 하자. 스트레스를 풀어보자고. 아까 나 병 손가락으로 따는거 봤지? 나도 힘이라면 누구한테도 안뒤지는 인간이야"





"....정말 해도 괜찮아?"





강희는 진짜 상대가 염려되었지만, 계속 상대가 재촉해대자 결국 오른손을 내밀고 바닥에 눕지 않을수가 없었다.





꽈악





손을 한번 맡잡고 난 후에 여자애는 싱글거리면서 어서 시작하라고 했다.





"자, 빨리 해봐. 어디 얼마나 쎈가 한번 보자"





".....그럼 적당히 할께"





"대충 몇십kg정도의 힘으로만 눌러주면 되겠지"





강희는 속마음은 그렇게 생각하곤 딱 그정도의 힘만 썼다. 그런데.....





"....어라?"





상대는 묵묵히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양 손은 서로 아직도 그대로 가운데에 있는 상황. 강희는 순간 자신의 힘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나 싶었다.





"뭐지? 이정도론 안되나?"





강희는 이상하다 싶어 약 100kg의 힘정도를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서로 잡고 있는 양 손아귀에서 꽈악 하는 압착소리만 더 날뿐 상대 여자애한텐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여자애는 아직 강희 얼굴을 보면서 생글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정말로?"





강희가 놀라서 여자애를 보자 여자애는 쿡쿡거리면서 말했다.





"왜그래? 난 상관말고 제대로 하래두?"





강희는 드디어 결심했다. 아무래도 상대는 대충 해선 되지 않을 듯한 여자애라는 직감이 왔기 때문이다.





"좋아 그럼...이번엔 제대로 간다?"





"얼마든지...니 스트레스를 위해서라면야 후훗.."





강희는 이번엔 드디어 힘을 제대로 주기 시작했다.







와드드드......







두 여자애의 손이 아스팔트 지면 위에서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쫘작





쫘자작





아스팔트 표면 위에 점차 빗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희는 지금.....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우르르...





두사람이 누워 있는 곳 주변에 부르르 미진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스팔트에 빗금이 그어지는 정도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강희는 속으로 지금 엄청나게 놀란 중이었다.





"이...이럴수가....어떻게....지금 진짜로...제대로 힘을 쓰고 있는 것인데...."





오른손에 들어간 힘은 지금 대략 잡아도 몇 톤을 훌쩍 넘어선 상태였다. 상대방 여자애의 오른손을 아스팔트 표면에 기울이게 하려고 수천 kg의 힘으로 내리누르려 하면서 보내고 있는데 상대 여자애가 그걸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이..이 애...도대체 정체가?"





태어나서 자신의 완력을 완벽하게 받아내는 사람을...더구나 또래 여자아이를 처음 만나본 최강희. 이건 정말 진정안을 만났을때의 놀람 못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컸다.





"이거 혹시 꿈 아냐?"





아직도 반신반의 하면서 그녀는 서로 잡고 있는 손이 아닌, 상대 여자애의 얼굴을 보았다. 여자애도 좀전관 달리 퍽 진지해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마에서 땀이 난다거나 하는 신체적 반응은 없었다.





이쯤 되자 강희도, 오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이익!!"





우르르....





다시 한번 공원의 땅 일부에서 약한 미진이 생성되었고 강희는 열심히 힘을 보내기 시작했고, 상대 여자애는 입을 꾹 다문 채 진지한 표정으로 묵묵히 그녀의 힘을 받아내고 있었다.





"크윽....이익...."





".....후............"





여자애도 강희의 힘을 계속 받아내면서 숨을 조금씩 돌려주고 있었고, 그렇게 잠시동안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이 진척됨에 따라 강희의 가슴속에 들끓는건...희열이었다.





"아아....드디어.....만났어....내 힘을 다 받아내주는....사람. 온전히 힘을 다 써보고 있어..지금...이 내가.....마음껏 써보고 있어...아아...."





너무 즐겁다.





그 짜릿한 희열감이 지금 강희의 전신을 관통했다.





10분 뒤.





"후아 후아....이익!!"





조금 숨을 돌려준 후 다시 힘을 쏟아부으려는 강희. 그때 여자애가 강희의 진지한 얼굴을 잠시 빤히 보고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이만 하자"





"어? 왜?"





"나름 재미있었잖아? 그리고 이런건 무식하게 끝장을 볼때까지 할 필요가 있는것도 아니잖아? 그냥 상대의 힘을 알기만 해도 되는거고, 무엇보다 게임이니만큼 즐기려고 하는거니까."





"그건...그렇지만..."





강희는 아쉬운 기색을 보이면서 입술을 잘근 물었지만 별 마땅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여자애는 생글거리며 말했다.





"와~ 진~~짜 감탄했어. 너 정말정말 쎄구나. 내가 여태껏 만났던 사람 중에서 톱클래스야. 진짜로. 대단, 대단해"





"톱클래스라....."





잠시 그녀의 말을 되새기던 강희는 그녀에게 물었다.





"넌 대체..누구야?"





"응?"





"어디 사는 누구야? 다니는 학교도 짐작이 안가. 사복차림이라서..."





강희는 학생복 차림이었지만 상대는 사복이었다. 여자애는 흐흥 하고 코를 흥얼대더니 말했다.





"그냥, 예전에 여기 살았던 여자애라고만 알아줘"





"겨우..그거야?"





"암튼 재미있었어 후후. 참 즐거웠어. 팔씨름"





여자애가 진짜 재미있었다는 표정을 띄었다. 그 표정에서, 역시 이어서는 안하겠다는 기색을 읽은 강희는 에휴 하고 한숨을 쉬곤 아하하 하곤 혼자 웃기 시작했다.





"하하...아하하~!!"





여자애는 그런 그녀를 생글거리면서 눈웃음지으며 보고 있었다.





"즐거운가보구나?"





"그럼~ 즐겁고 말고. 태어나 이렇게 마음껏 힘을 쏟아부어본게 처음인걸? 더구나 그게, 나랑 같은 나이의 여자애한테라니. 정말. 아직도 안믿겨져"





"좋았다니 나도 기분이 좋네. 어때 스트레스는? 좀 날라갔어?"





"아아, 덕분에.. 확실히 일부는 확 날라갔네"





"좋아. 그럼 된거야"





둘은 서로 마주보곤 깔깔거렸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 다시 벤치에 같이 앉은 두 사람. 둘은 좀 전 일로 인해 한껏 더욱 친해져 있었다. 이젠 강희가 먼저 말을 걸어올 정도였다.





"넌 뭐뭐 좋아해?"





강희가 상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묻자 여자애는 주저 하지 않고 말했다.





" 싸움~!! 술~!! "





"싸움...이 좋아?"





놀랍다는 표정으로 여자애를 보면서 강희가 물었다. 여자애는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싸움, 그것은 미학이라구!! 살과, 살. 뼈와 뼈가 부딪치는 그 순간은, 대장장이가 쇠를 담금질하고 제련하면서 망치로 내려칠때 튀는 불꽃!! 그래 그 불꽃!! 마치 그것처럼 한순간 순간, 매순간 순간, 타올르는거야. 거칠게, 화~끈하게. 어때? 멋있지? 죽이지 않니?"





싸움의 미학, 투쟁의 미학을 강조하는 여자애한테 강희는 자신의 의견을 읊었다.





"....글쎄....난 싸움같은건....그냥 나쁜 짓 하는 애들 보면 혼내주고, 또 시비거는 애들 있고 하면 손보긴 하는데...내가 막 싸움 일으키고 하진 않아"





"아~! 나도 막 싸움 일으키려고 돌아다니고 그런건 별로야. 다만 싸움이 벌어지길 기대하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길, 연출되길 기대하지. 일부러 그런 곳이 되려는 곳을 가기도 하고. 찾아다니는 스타일이야. 만드는 스타일은 별로 아니고"





"그...그렇구나.."





얼떨떨해 하면서 강희는 답해줬다. 여자애는 또 입을 열었다.





"술이야 뭐, 난 원래 술을 좋아해. 선천적으로"





"으응....근데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





"아까 팔씨름 해보면서 느낀건데...넌 나의 힘을 받아줄뿐 니쪽에서는 전력으로 힘을 다 쓴것 같지가 않아. 내 말 맞지?"





강희의 질문을 받고 여자앤 잠시 멀뚱거리다가 얼렁뚱땅 답했다.





"우후후~ 글쎄에? 좋을대로 생각해. 확실한건. 니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인식은 확실히 나한테 가져다주었다는거야"





".....너 싸움 좋아한댔지?"





"응"





"널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혹시 있니? 아니면 너랑 맞먹거나, 그도 아니면 아주 약간 더, 너보다 약한...그런 사람"





강희가 이번엔 하도 진지하게 물어보자 여자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했다.





"응 있어"





"있어?"





"어, 나랑 맞먹을수 있는 녀석이 따~악 한명 있어. 난 그녀석이 싫어서 도망쳤어. 아래로"





"아래...로?"





"응, 그녀석은 위에 있어"





"...위?"





"응. 암튼간 그래"





도대체 뭔말인지....강희는 가끔 여자애의 말을 알아들을순 없었지만 다른것을 또 묻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몇살인데?"





"어려 나보다. 연하지"





"연하? 연하라구?"





"응"





"세...세상에....그렇게 쎈 사람이 또 있단말이야? 더구나..너보다 어려?"





"응..근데 난 걔 싫어"





"왜?"





"그녀석이 나 좋아하거든? 난 연하 관심없어. 근데 자꾸 추근대잖아. 그래서 짱나서 도망친거야"





"아....나도 연하는 관심밖인데"





"그래? 후후, 우린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걸?"





"정말...그런것 같다"





여자애는 강희와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로 즐거운 것 같았다. 강희는 또 물었다.





"넌 이름이 뭐야?"





"...이름?"





"응, 이름이 궁금해. 너처럼 쎈 여자애, 아니 쎈 사람을 처음 봤어. 확실히 넌 절대 보통 여자앤 아냐. 니 이름을 알았으면 좋겠어"





"이름...이름이라? 하...듣고 웃으면 안돼?"





"이름 듣고 웃긴 왜 웃어?"





"그냥, 좀 특이해서"





"말해봐 뭔데?"





강희가 관심가지면서 물어 오자 여자애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성이 아 이고 이름은 수라 야"





"성이 아...이름은 수라....아..수라? 아수라?"





"........."





"니 이름이 아수라야? 아수라?"





"어. 내 이름이야 그게"





"진짜?"





강희는 웃지는 않고 꽤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당히 특이한 이름이네"





"아 음...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아무튼간에 그게 내 이름이야"





"그래....별로 웃기지 않아. 멋있는걸 뭐. 좋다 이름. 어감도. 누군가 부를때 수라야 하고 부를거 아냐. 좋은데 왜"





"후후.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고"





둘은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서로가 동질감도 많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강희가 수라를 퍽 맘에 들어하게 되었다.





수라가 말했다.





"싸움...싸움엔 쾌락이 있어. 그 순간 순간, 사선을 넘나드는 그 느낌, 그때야말로 지고의 쾌락을 나는 맛보고는 하지. 술 또한, 즐거움을 가져다주지. 맛있어 정말.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는 쾌락들이야"





수라의 열띈 표정을 보면사 강희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난 결박하고....음...간지럼에서 쾌락을 얻어"





수라는 재미있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간지럼이라....흐흠...확실히...그것도 쾌락, 즐거운 기분을 가져다주지"





강희가 눈을 좀 크게 뜨면서 물어 왔다.





"간지럼의 쾌락을 아니? 그 맛을?"





"그럼~ 훌륭한 맛이야.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것 중에 하나이지"





강희는 정말 더더욱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넌 정말...나를 잘 알아줄것 같은 성격이야...."





그렇게 한동안 쾌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라는 좀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갈 채비를 했다.





"가보아야겠어. 집에 가면 어두워지겠네. 정말 즐거웠어"





강희가 아쉬운 기색을 보이면서 물었다.





"바로 가려구?"





"응, 재미있었어. 그럼 안녕"





강희는 놀라서 허둥대며 그녀를 잡았다.





"자..잠깐만"





수라가 고개를 돌리자 강희는 물었다.





"치..친구 하면 안돼? 우리...."





"친구? 흠..."





수라는 잠시 생각하다 그녀를 정면으로 보면서 의아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친구 아닌가?"





"....아...."





그 대답을 듣고 강희는 짧게 탄식하면서 수라에게 진정 편안함을 느꼈다. 멍한 표정의 강희를 보면서 생글거리며 수라는 말했다.





"인연이란건 무시할게 못 돼. 오늘 우리 둘이 만난건 첫번째 인연이야. 시간의 흐름이 이끌어준다면, 우린 앞으로, 의도해서 만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두번째, 세번째 만남도 가질수 있을거야. 살면서 말이야. 난 그런 만남을 소중히 하지."





"그렇구나..."





상대가 굳이 연락처를 주고받으려 하지 않는다는것을 안 시점에서 강희는 깊은 아쉬움을 느꼈지만, 수라가 결코 그녀를 부담스러워해서 그러지 않는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인식하고도 남았다.





수라는 그녀에게 다가와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즐거웠어. 살다가 기회되면 또 보자"





강희 역시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면서 말했다.





"그래. 꼭 그러자"





꽈악





역시 보통을 아득히 뛰어넘는 여자애들이라 그런지 양 손아귀가 한번 만나자 뭔가 기이한 소리가 주위에 들릴 정도였다.





수라는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채 강희에게 권고하듯 말했다.





"넌 분명 강한 여자애지만....항상 조심해. 강한 자에겐 강한 자가 몰려들기 마련이야. 그리고 보통이 아닌 사람들이 분명 꼬이지. 언젠가 시련이 너에게 올지도 몰라. 나도 복잡하고 짜증나는게 싫어 이리로 도망쳐봐서 그걸 알아. 그래도...항상 즐겁고 긍정적으로, 재미있게 살아. 알았지?"





"....무슨 말인진 잘 모르겠지만 정말 고마워"





수라는 배시시 웃었다.





"내 힘으론 너의 스트레스 중 일부정도밖에 못 날려줬지만, 그...완벽한 구속이던가? 너의 그 진정한 갈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래줄께. 한명의, 친구로서"





강희는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마워. 정말...수라야"







수라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점점 멀어져서 공원 입구를 벗어나 사라져갔다. 강희는 수라와 잡았던 오른손을 한번 쳐다보더니 주먹을 한번 부르르 꼭 쥐면서 말했다.





"고마워.....나도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그리고...."





완전무결한 사랑 역시.









강희가 수라와의 만남을 가지고 있던 그 시각, TBM 까페에 누군가 한 사람이 홀연히 접속해서 까페를 둘러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비공개였지만, 아바타만은 공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등급은 특별회원이었다. 그 아바타는 채찍을 한 손에 들고서 검은 드레스를 걸친 성숙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타닥 타닥







TBM 까페에 홀로 접속해 있는 그 여성 아바타의 닉네임은 퀸, Queen 이었다.





퀸은 자신의 저택에서 열심히 TBM 까페에 올려져 있는 이미지 파일을 한껏 둘러보다가 자신의 입술을 혀로 쓱 핥고는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흐응....이게 누구야? 상당히 맘에 드는 애인걸?"





그녀는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티렉스의 얼굴이며 전신이 나온 jpg 파일과 그녀가 기재한 글을 둘러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와아, 보면 볼수록 탐나는 몸이야. 이런...오랜만에 까페에 접속을 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자주 들릴걸. 이런 최상등품이 돌아다니는줄 알았으면 말이야."





그녀는 진정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맛을 다시며 흥얼거렸다.





"자아 그럼..아리따운 렉스 양, 너의 겨드랑이는 얼마나 민감하니? 후훗~"







그녀는 연신 콧가를 흥얼거리며 최강희의 얼굴 이미지 파일을 크게 확대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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