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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34 750회 0건
<잠자는 공룡을 건드는 자들>



"그래서? 이 나를 어떻게 묶겠다구? 어서 해봐? 응?"


강희는 생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면서 들고 있던 캔콜라를 마저 다 마셔버린 후 벤치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다시 그렇게 물어 왔다.


"......지금 바로요?"


정안은 사실 이렇게 금방금방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기대하고 있었다. 상대는 다름아닌 최강희. 짝사랑하는 상대이자, 주변학생들 모두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지금 그녀와 자신이, TBM 까페의 일원들이라는 이유, 그리고 <결박>이라는 조건으로 다져진 만남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 최강희와 있는것은, 그녀와 자신 단 둘이서만 있는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최강희로서는 자신을 결박할 자라는 점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겠지만, 자신은 그게 아니었다.



강희는 지금 이 순간, 대상을 플레이를 같이 할 한명의 S로 보는 시선적 측면이 더 강하고, 자신은 강희와 데이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이 여자와 만나고 있는 매 순간 순간이 소중한, 황홀한 경험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근데 자꾸 이 여자가 플레이만을 두고 재촉을 하지 않느냔 말이다. 자신은 이야기를 좀 더 하면서 현 상항을 느긋하게, 오붓하게 즐기고 싶건만.



"강희 누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결박....그것 뿐인가? 나의 존재가치는 누나를 묶기 위해서만인건가? 남자로서의 나는......."



그런 것에 생각이 미치자 정안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강희는 갑자기 정안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의아하다는 시선을 던졌다.



"왜 그래? 표정이?"


"아뇨 그냥...저기 누나"


"음?"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도 되요?"



"물어봐"


"강희 누나는.....남자 친구가 있나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누르려 하면서 정안은 그리 물었다. 반면에 강희는 별 반응이 없는 표정으로 스스럼없이 말했다.



"없는데....왜?"



정안은 꽤 놀라면서 물었다.


"강희 누나가 애인이 없다구요? 누나가?"


"어, 없어"


"왜...왜요? 누나는 엄청 이쁘잖아요. 학교에서도 인기 좋고. 누나 좋아하는 사람 많을텐데..?"


"훗. 넌 학급이 틀려 따로 떨어져 있으니 제대로 못 들었나 보구나. 나의 친구들은 모두 여자란다. 난 애인은 커녕 알고 지내는 남학생이 한명도 없어. 가까이 하지 않지. 그런 녀석들"


"...남자가 싫어요?"


"좋아할 이유가 있나? 짐승들이지. 여자의 몸만 부둥켜안고 깔아뭉개고자 하는 족속들. 그게 남자들의 심리잖아?"


정안은 멍한 표정이 잠시 되었다가 문득 짚이는 게 있어 물었다.


"혹시...안 좋은 기억이라도..."


강희는 그에게서 눈을 뗀 체 시선을 정면으로 주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을 찬찬히 살피며 말해줬다.


"초등학생 때 납치될 뻔한 적이 있어. 어른 남자들에게"


"초...초등학생 때요?"


정안은 깜짝 놀라면서 강희를 봤고 강희는 계속 시선을 앞에 둔채로 고개만 까닥 해주고는 이어 말했다.


"응. 열살 때쯤이었나...자세한 나이는 기억 안나지만...여하튼간에 그런 일이 있었지. 당시의 나는 어렸으니 몰랐지만, 좀 나이가 먹고 나서 그들이 로리콘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지. 차종까진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튼 대기된 봉고차가 있었던거 같아. 나를 납치해서 태우려 했어. 골목에서 사거리로 이어지기 직전쪽이었지"


"아....."


이런 류의 말은 재촉보단 듣기만 하는것이 좋은걸 아는 정안은 그냥 묵묵히 듣기만 했고 강희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별 탈은 없었어. 초등학생이었다지만 그때 당시에도 이미 나의 힘은 평범한 어린 여자아이 한명의 힘이 아니었거든. 난 유치원생때 악력으로 숟가락을 구부러뜨린 적이 있어. 암튼, 그 아저씨들은 자기 무릎가량밖에 안 오는 여자아이인지라 얕볼수밖에. 난 날 잡으려고 하는 어른 둘을 바닥에 자빠뜨린 다음 도망쳤어. 단숨에 집까지 내달렸지.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쓴채 그렇게 누워 있었어"



"....다행이네요. 부모님도 아세요 그일?"


"..아니 몰라. 뭐 좋다고 얘기하냐? 그런 이야기 하면 까무러치시지. 부모님은 나를 그냥 성깔만 꽤 있는 평범한 딸로 알고 계셔. 난 누가 건들지만 않으면 나대는 성격은 아니거든. 내가 남들과 틀리다는걸 아는 이상, 막 힘자랑하고 다니면서 광고해대는 인간은 아냐"


"네에...."


"끄응~"


강희는 한번 기지개를 쭈욱 켰다가 정안에게 시선을 주면서 말했다.



"아, 이상해. 이런 이야기는 친구들한테도 안했는데 왜 너한테 하나 모르겠다"


"그...그래요?"


강희의 한마디때문에 또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다스리는 정안. 그때.......방해꾼이 왔다.




"휘익~! 그림 좋은데?"


휘파람 소리가 들리면서 왠지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를 듣게 되자, 소리의 근원지로 강희와 정안은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열명정도 되는 사내 녀석들이 그들에게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녀석들 중에는 야구 방망이를 든 녀석도 서너명 있었다. 그 녀석들을 이끌고 있는 놈은....혁기였다. 녀석은 한쪽 어깨에 깁스를 한 채였다.



강희는 눈썹을 조금 찡그렸다.



"또 너냐? 귀찮은 녀석일세...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왔대?"


열명의 남자가 둔기를 든채로 서있는대도 별 동요를 보이지 않는 여자애. 혁기는 이 여자의 그 도도함이 너무 싫었다. 얼마 전에도 저 여자는 저렇게 당당했다. 지가 뭐 잘났기에 남자들 앞에서 저리도 고개가 뻣뻣하단 말인가. 여자 주제에. 약한 여자 주제에.



"흥. 니 덕분에 깁스 신세를 지게 된 후에 계속 기회를 기다렸지. 크크. 왠일인지 오늘 공원에 사람이 없더라구. 그래서 이렇게 지난번 일을 이어나갈까 하고말이야~"



혁기는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면서 강희를 보았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가슴이며 늘씬하게 뻗친 종아리 등을 뱀처럼 오싹하게 훑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새 그의 입속은 막대한 침이 고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강희는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좋은 말 할때 가라 아가야. 누님이 지금 좀 바쁘단다."


"크크, 뭐가 그리 바쁜데? 응? 최강희는 알고 지내는 남자가 없다고 들었는데? 응?"



"....반말하지 마라. 어린 녀석아..."



강희의 눈썹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상 하면.... 폭발한다!!



"무...무섭다......."


강희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정안은 그녀의 옆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무서웠다. 정말로. 여학생 한명이 누군가를 단지 싸늘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줄 뿐인데...그럴 뿐인데 이건 마치.....


"파충류....."


정안은 목 뒤로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다.







<공룡과 인간의 전력차>




"제발....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라. 응? 내가 지금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안다면...가...."


강희는 애써 화를 억누르면서 혁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혁기는.....멍청했다.


"흐흐? 싫은데 누나? 아, 반말하지 말랬으니 이제 누나라고 불러줄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 강희 누나 좋아한다구. 응? 크크"


"..............."


"흐흐, 화난 얼굴도 이쁜데? 아, 근데 그거 알어 누나? 누나는 가만히 있어도 좀 화나 있는 듯한 얼굴인거. 뭐 암튼 그렇다 치고. 오늘은 내 말을 누나가 들어줘야 할듯한데 아무래도....친구들이랑 약속했거든. xx고등학교 퀸카랑 한번 하지 않겠냐고 말야. 아 누나 입장에선 여러명이나 돌림이겠지만. 누나 지난번에 보니까 힘 쎄던데, 우리 10명이랑 한다고 지치진 않겠지? 응? 크크"


"..............."


혁기는 음험한 이야기를 그렇게 해댔고 강희는 말이 없어지고 있었다. 그때, 계속 능글거리면서 웃음짓던 혁기가 잔인한 표정으로 강희를 보면서 말했다.



"각오해. 좀 아플 거야. 간단히는 안끝내지. 빌어먹을 년이 어디서.. 확실히 말하지. 넌 오늘 잘못 걸렸어. 내 말을 안들으면 팔이나 다리가 망가진 다음에 옷이 벗겨지든가, 아니면 굴복하고 스스로 벗든가. 그리고 나를 시작으로...10명이랑 하는거야. 알았냐? "


"..............."


"윗입술이 이쁘니 아랫입술도 이쁠것같아 넌. 안그러냐?"


혁기는 친구들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친구들은 대답은 안하고 다들 고개만 까닥이면서 킬킬거렸다.



그때, 강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두 손은 부르르 떨리면서 꼭 쥐어져 있었다.


"....안돼...안돼!!"


정안은 벌떡 일어서선 강희의 앞을 막아섰다.


"......비켜..."


정안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채 고개를 숙인채로 강희는 말했다. 정안은 그녀의 목소리에서 오싹함을 느꼈지만, 비키지 않은채 말했다.


"차...참아요 누나....누나 지금 그 기분에 싸우면.... 저녀석들....."


"..썅. 내가 저새끼들 몸생각까지 해가면서 싸워야 하니? 응?"


고개를 추켜세우면서 눈을 확 치뜬채 자신을 노려보는 강희를 대하자 정안은 정말 이 사람이 18세 여학생이 맞나 싶었다.


"그....으...."


정안은 다리가 진짜 다 후들거렸다. 무슨 놈의 여자가 이리도 무서운가 싶었다. 조폭들을 앞에 두고 서 있다 해도 이럴까 싶은 정안이었다.


그때...





"....어?"


강희는 놀랐다. 자기 앞을 막아섰던 정안의 눈이 갑자기 탁 풀리면서 허물어져 갔기 때문이다.


털썩


땡그렁


허물어지면서 바닥에 몸을 뉘이는 정안. 그리고 그 뒤에 바닥에 도그르르 굴러다니는 그것을 보면서 강희는 눈썹을 꿈틀했다.


그가 왜 바닥에 쓰러졌는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저쪽 녀석들 중 누군가 방금 정안에게 야구 방망이를 던진것이다. 불행히도 머리에 맞았나본데 뇌진탕을 일으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젠장...이봐. 괜찮아?!!"


강희는 입술을 깨물면서 쓰러진 정안을 흔들어보고 뺨을 어루만져 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강희는 서둘러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경동맥을 짚어봤다.


다행히 맥은 정상이었다. 뇌에 충격을 받고 기절한 모양이다.


강희는 잠시 기절한 남자애의 얼굴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중얼댔다.


"뭐야 이거...날 붙잡아 둘수 있을 자신이 있다면서......왠지 별거 없어 보이는데?"


강희는 일단 그를 들어서 벤치에 눕혀놓았다. 그녀가 그러는걸 보고 있는 패거리들은 좀 놀랐다.


그녀가 한 손으로 남학생을 덥썩 집어서 가벼운 물건 다루듯이 하며 벤치에 앉혔기 때문이다. 무슨 놈의 여자가 저리 힘이 쎄단 말인가.


그녀가 하는 양을 보면서 은은히 놀라운 심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에게 주의를 하라는 듯 혁기가 목소리를 낮게 해 소근거리듯 말했다.


"조심들 해라...며칠 전에 봤는데, 저년 이상하게 힘이 쎄드라. 섣불리 다가들지들 말고..."


다들 고개를 까닥이고 있는데 강희가 고개를 돌리곤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와서 혁기와 한 걸음을 사이에 두고 섰다.


혁기는 킬킬거리면서 물었다.


"후아, 무척 화난 표정인데? 왜? 누나한테 중요한 자식인가봐? 아는 동생? 애인? 응? 크크...."


"..............."


비아냥거리고 있는 그를 무표정으로 보면서 강희가 입술을 뗐다.



" 난 있지.. 누군가가 내 앞에서 다치는 것을 보면.....절대 안 참는다...."


"아...그래 그래...참지 말라구. 누나. 이따가 우리랑 할때도 참지 마. 알았지? 기대할테니까.크흐흐"


".....가라고 할때 갔으면 좋았을것을....머저리같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는 듯 손을 휘두르려 했다.


그때 벤치 쪽에서 소리가 났다.


"으음...."


"?"


강희가 돌아보자 정안이가 이마를 짚으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강희는 물었다.


"야! 괜찮어? 어?"


"으윽...."


그는 대답은 못하고 계속 끙끙대었다. 그러자 그 꼴이 보기 싫다는 듯 혁기가 친구들을 쳐다보자 패거리 중 또 한놈이 벤치에 앉아 있는 정안에게 방망이를 휙 던졌고.....그걸 본 강희는 마침내....거칠게 폭발하고 말았다.

타악

부우웅~


콰지끈!!


".......?......"


혁기와 혁기의 패거리는 잠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개중엔 눈을 계속 비비는 녀석도 있었다.


자신들이 잘못 본게 아닐까? 목각 재질의 야구 방망이가 부러져 있었다. 두쪽으로 깔끔히 쪼개져서 따로따로 바닥에 굴러 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눈으로 보지 못했지만 강희는 방금 제자리에서 오른발을 쭉 위로 뻗어 발끝으로 방망이의 가운데 부분을 차올렸었고 그 과정에서 배트가 짜개져버렸던 것이다.


방망이가 포물선으로 날아오는 중에 그걸 가운데 부분을 정확히 가격한것도, 그리고 올려친 발끝의 힘만으로 방망이를 쪼개는 각력도,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눈썰미와 스피드, 파워가 아닐수 없었다.


".....말도 안돼..."


혁기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다들 말이 없는 가운데 그들이 간과한게 있었다. 아직 그녀의 오른쪽 발바닥이 다시 지면을 딛지 않았다는 것을.


휘익


강희는 방망이를 차면서 들어올려졌던 오른 다리를 그냥 내리지 않고 그대로 혁기가 깁스를 하고 있는 쪽 팔의 반대쪽인 왼쪽 어깨에 자신의 발뒤꿈치를 내려꽂았다. 그러자...


쿠쿵!!!


강희의 오른발 뒷꿈치가 혁기의 어깨에 작렬하자 공원의 아스팔트 지면에 둔탁한 충격음이 퍼지고 충격파가 생기면서, 혁기가 밟고 있던 두 발이 공원의 콘크리트 지면에 푹 파이며 5 센티미터 가량 박혔다. 그리고 그가 서 있는 곳 주변의 아스팔트 표면 위에 미세한 금이 쫘자작 그어져 있었다.


"....커...억...."


혁기는 입에서 피거품을 주르륵 흘렸다. 그는 스스로의 상태를 제대로 인식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충격을 받은 시점에서 왼쪽 어깨뼈가 빠져버린 상황이었다.


어깨쪽에서 생긴 충격이 복부를 지나면서 내장기관들이 흔들렸고, 그 충격이 끊이지 않은채 하체 끝까지 다다르는 과정에서 혁기의 양 무릎의 연골이 작살나고 두 무릎뼈 역시 다 깨져버린 상태였다.


무릎뼈가 깨졌는데도 아직 서 있는 이유는 다리뼈가 짧아지면서 압축되고 무릎뼈만이 주저앉고, 발바닥이 아예 돌덩어리 지면깊이까지 파고들어가 그의 몸 자체가 <꽂아진> 상태가 되었기에 가능할 뿐, 이제 혁기는 영영 두 다리를 잃고 말았다.

무릎뼈가 아예 으깨져서 빻아지다시피 된 상황이었고 연골이 다 닳아버렸으니 재생불능이었다. 혁기는 눈앞의 여자에게 몇마디 씨부렸다가 병신이 되고 말았다.

"커억...으으..."

내장충격으로 인해 입에서 피를 흘리는 있는 혁기를 무표정으로 보던 강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 앞에 서 있는 녀석들 모두를 담고 있었다.


".....정신도 못 차리는 애한테 방망이를 던지다니....인간이 할 짓이 아냐. 너네 새끼들 부모님들이 니네 이러고 사는것을 아실까?"

".........."


그들은 방금 그녀가 보인 힘에 기가 질려 아예 찍소리도 못하고 얼어 있었다. 그들의 등은 어느새 축축히 젖어 있었다. 그들 모두 깨달았다. 진정 열받은 그녀와 대치한 지금, 자신들과 그녀의.....전력차 라는 것을 말이다.


이건 마치. 인간이 거대한 한마리의 공룡과 대적한다는 듯한 느낌..... 파충류같은 눈빛을 뿜으며 자신들을 바라보는 여자.


그녀는 차갑게 냉소하면서 말했다.


"너희같은 것들은....살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봐........그냥......오늘 여기서 다 죽어라...."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터턱


"커어?"


혁기는 눈을 커다랗게 뜬채 경악했다. 첫번째 타깃을 자신으로 삼았다는걸 깨달았을 땐, 이미 자신의 턱뼈도 깨진 상황. 강희가 한걸음 내디디면서 오른주먹을 그의 턱에 올려쳤고, 턱뼈와 이빨 모두가 깨져버렸다.


"케에엑~!!!"


강희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피거품을 내뿜는 혁기의 멱살을 오른손으로 잡아채어 패거리들쪽에 부웅 하고 던져버렸다.


"와앗~!!"


"피해~~!"


다들 혼비백산. 그들은 모두 패닉에 빠졌다. 이건 사람 대 사람의 싸움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싸움. 도살당하는 자들의 입장에 그들은 놓였다는것을 알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자작!!

와드득!!

우직!!




그녀가 움직인 시점을 시작으로 해서 남자애들 열이 부르르 떨면서 신음하게 되는 데는 1분이 걸리지 않았다. 공원 바닥엔 남자들 열명이 눈물을 흘리고 부르르 떨어대면서 벌레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누구 한명도 뼈가 아작나지 않은 이가 없었다. 가장 심한건 혁기였는데 이미 실신한지 오래였다.


녀석들 중엔 이젠 울먹거리는 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울지 않는 녀석들은 기절해 있거나 눈앞에 있는 여학생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중이었다.


그런 그들을 개똥 보듯이 하면서 강희는 차갑게 말했다.


"아직 멀었어. 이정도로 끝낼 내가 아니지. 살인은 처음이지만. 너희같은 것들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 살 가치 없는 쓰레기들......뒤져버려라...."



아직 깨어 있는 녀석들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진짜 공포를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저 여자가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걸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진짜로, 죽이려고 한다는 느낌, 진짜로 살해당한다는 느낌... 아깐 그녀의 가슴이나 종아리를 쳐다보면서 입맛을 다셨고, 그녀의 다리가 모이는, 배꼽의 아랫부분에 시선을 주면서 나름의 상상들을 즐겼는데...지금은 시선을 마주치기가 두려웠다.


"제...제발....잘못했어요..."


"우..우린 혁기가 그냥...잘 되면 강희 누나랑 사귈수 있다길래...."


"............."


"마...맞아요...진짜로...혁기가 하x어요. 혁기가 우리들 끌어모아서...."


"......추잡해...살고 싶으니 친구 파니? 역겨워 죽겠어. 안되겠어 넌 눈깔을 파버려야겠어"


"히이익~~!!!"


그녀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비명을 지르는 녀석. 그때 즈음....











<공룡의 발목을 잡는 자>


"누...누나...강희 누나..."



강희가 고개를 돌려보자 이마며 머리를 짚으면서 이마를 찡그린 표정으로 자신을 불러대는 정안이가 보였다.


강희는 몸을 날려 한달음에 그에게 다가갔다.


"괜찮은거야?"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희의 얼굴을 대하자 정안은 두통은 날지언정,마음은 벅차오르는걸 느꼈다.


"끝난 것 같네요..."


"응? 아아..저것들?"


아스팔트 바닥에서 바들거리며 움찍대는 혁기 패거리들에게 시선을 주는 정안을 보면서 강희는 물었다.


"네...이제 가요 누나..분풀이 다 했죠? 저정도여도 다들 중상인거 같은데요..."


강희는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했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아직 멀었어!! 지금부터 시작인데..내가 니 복수를 확실히 해줄께!!"

그러면서 다시 그들에게 가려는 강희의 왼손을 정안이 재빨리 잡았다. 정안은 말했다


"아..아뇨!! 나땜에 그러는거면 관둬요...누나가 잔인해지는거.... 싫으니까.... 그만 해요 이제...다들 잘못했다고 생각할거에요..."


강희는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이빨을 까드득 갈더니 말했다.


"세상엔 살아도 될 놈이 있고, 아닌 놈이 있어. 내가 보기에 저녀석들은 아냐. 저놈들 중의 하나가 니가 기절해 있는데 신음했다고 너한테 방망이 던진거 알어? 그런것들도 살아야 되나? 인간 맞아? 쓰레기 중의 쓰레기지!! 그리고 만약 내가 보통 여자애였다고 쳐봐. 아까 말하는거 못들었니? 지들 열이서 여자 하나를 가지고 논다는 거잖아. 그리고 또 그거!! 아 진짜....어처구니가 없어. 여자가 장난감이야? 난 저런 것들을 보면.....정말...."


강희는 더 말하기 싫다는 듯 혁기 패거리에게 가려 했다. 그때 어느 정도 정신을 추스린 정안이가 벤치에서 일어서더니 쪼그리고 앉아서 강희의 하체를 바라보면서 그녀 앞을 막아섰다.


"....뭐니?"


강희는 의아한 시선을 정안에게 준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정안은 흰색의 Puma 운동화를 신고 있는 강희의 발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작네요"


"응?"


"작다구요. 누나 발이 참...예쁘게 생겼을거 같아요"


강희는 눈썹을 찡그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중에 얘기하자. 일단 저것들부터 정리를........"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흐느적



"어..라?"


강희는 자신의 몸이 무너진다고 착각했다. 아니,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 자신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것이다.


강희는 속으로 외쳤다.


"뭐야....내 몸이?"


힘이 없었다. 마치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을 누군가에게 다 빼앗긴 듯했다. 어떻게 갑자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태어나서 한 번도 기력이 쇠해져본적도, 힘에 부쳐했던 날도, 기운없어 했던 날이란게 아예 없다.


자신은 끝없는 힘의 소유자. 공룡같은 체력과 힘. <완력>!! 그것이 자신의 진가. 근데 그것이 지금...무너졌다.


"어떻...게..."


강희는 공원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놀라서 중얼거렸다. 그때 퍼뜩 느껴지는게 있었다.


"발목!! 내 발목이..."


발목을 잡혀 있었다.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자가 있었다. 정안이었다. 쪼그린채 앉아 있었던 정안이가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정확히 왼쪽 발의 아킬레스건을 꽈악 잡고 있었다. 강희는 놀라서 그를 보며 말했다.


"너...니가....!!"


정안은 휴우 하고 한숨 쉬면서 씨익 미소짓곤 말했다.


"누나가 하도 힘이 쎄서, 아무리 나라도 될지 안될지 미지수였는데.....다행히 문제없이 잘 되네요~"


강희는 중얼거렸다.


"어...어떻게...나를?...힘이 하나도...하나도 없어...말밖에 못하겠어...말하기도 사실 힘들고...."


그녀는 확실히 말을 내뱉는데도 약간 힘들어했다. 온 몸이 무기력해지면 사람은 무엇 하나도 힘든 법이다. 지금의 그녀가 딱 그랬다. 힘없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대답을 요청해오는 그녀를 보면서 정안이 말했다.


"말했죠? 보통이 아닌 사람에겐 역시 보통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누나의 능력은 <힘>이죠? 나의 능력은 <무력화> 에요. 난 사람을 무력화 시킬수 있어요. 무기력하게"


"...조건은?"


"발목을 잡아야...아킬레스건을 잡아야 해요. 그게 능력사용조건이에요"


"...아킬레스건을...?"


"네. 손으로 사람의 발목을 잡으면 무력화시킬수 있어요. 완벽하게."


"....황당하네 정말"


"그리스 신화 알아요 누나? 그 유명한 아킬레스도 발목이 악점이었다는것을요. 물론 저하곤 좀 해당없는 이야기지만 전 그 신화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흔히들 꼼짝 못하게 된 경우를 두고 발목 잡혔다, 발목이 붙들렸다고들 하지요. 전 그것이 실현 가능한 녀석이에요. 이게...제가 누나를 붙들수 있다고 말한 이유에요. 누나의 힘에도 통할까 싶었지만....잘 되서 다행이에요. 후후."


"......믿어지지가 않네...어떻게 사람의 발목을 잡았다고 이렇게 힘을....빼놓을수 있지? 무력화시키는 능력이라니 정말..."


자신을 완전 외계인 보듯 하는 강희를 보며 정안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나...세상 사람들 입장에선 저보다 누나가 더 신기할걸요? 누나는 자동차도 쉽게 들었다 놨다 할수 있을거 아니에요? 혹시...톤도 들수 있어요?"


"톤? 몇톤?"


"아..암튼 1톤이라도. 1톤도 1000kg이라구요. 톤을 들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들수 있을거다. 측정은 안해봤지만, 1톤은 넘게 들수 있어"


정안은 진짜 이젠 완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누나, 몇 톤을 들수 있는 18살 여학생이랑, 발목을 잡아야만 사람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17살 남학생이 세상에 알려지면, 누가 더 신기하겠어요?"


강희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너"


"..........."


"야, 생각을 해봐. 힘이야 뭐, 그냥 쎄면 쎈거야!! 근데 어떻게 사람을 무력화시켜? 그게 초능력이지 힘이냐? 힘은, 완력은 그냥 운동하면 늘어나고 그런거잖아. 근데 넌 초능력이잖아. 니가 당연 더 대단하지. 발목 잡았다고 사람 힘빼놓을수 있는 인간 있어?"


"......220kg 철드럼 한손으로 가볍게 드는 여학생이 세상에 있어요?"


"아씨 몰라 그만해. 암튼....잘 알았어. 알았으니 놓아줘. 지금 저녀석들이랑 해결 봐야돼. 쟤들 치우고 나서 플레이 하러 가자. 응?"


강희는 지금 약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중이었다. 누구도 붙잡을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그런 자신의 발목을 붙잡아 완벽히 붙들어 매놓은 남학생이 오늘, 자기 인생에서 생전 처음으로 나타난 상황. 근데 지금 그녀의 기분은 대단히 안좋았고, 아직도 저녀석들을 해결 봐야 한다고 생각 중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성질이 불같아서, 한번 삘이 꽂히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사실 초반만 해도 이정돈 아니었는데, 신음하고 앉아 있는 정안에게 방망이를 던진 시점에서 이 패거리는 완전 대실수를 한 셈이었던 것이다. 그때 그녀가 제대로 폭발했으니까.


아무튼 정안은 지금 이런 심정의 그녀를 놔줄수가 없었다. 지금 간신히 공룡의 발목을 잡아놓았는데 이 사슬을 풀어놓으면 더욱 거칠게 요동칠게 분명하니까.


덥썩



"어? 어랏? 야! 뭐하는 짓이야?!!"



강희는 놀랐다. 갑자기 정안이 등을 돌려 자신을 업은 것이다.



"끙차, 휴, 역시 가볍네요. 누나"



정안은 여전히 그녀의 한쪽 발목을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잡아놓은 채 그녀를 들쳐 업고 공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강희는 움직일수 있는게 입밖에 없으니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팔다리를 놀릴 수 없는 그녀는 지금 꽤 당황한 상태였다.



"이...이녀석이....이것 빨리 안놔? 야, 놔~~!! 놓으란말야 이자식아!! "



강희가 발악하자 정안이 쉿- 하고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뜻을 내비쳤다.



"자자, 얌전히 있으라구요. 지금 제가 보기에 누나를 폴어줬다간 10명의 목숨들이 꺼질거 같다구요"



"당연하지!! 저런것들은 죽여버려야돼!! 빨리 놔, 그러니까. 안놔? 빨리 놓아~!!!"



계속 입으로 떠들어대곤 있었지만 그녀는 인상이 찡그러질 대로 찡그러진 채 쩔쩔 매는 상황이었다. 아까부터 자꾸 팔다리에 기운을 넣어보고 있긴 하지만, 정말이지 손가락이랑 발가락 끝마디가 바르르 떨리는 수준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정말 제대로 잡힌 듯하다.



꽈악



정안은 누나가 혹여 풀려날세라 그녀의 한쪽 아킬레스건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넣기 시작했고, 강희는 신음했다.



"으읏.."


그가 강희의 아킬레스건에 손가락의 힘을 많이 주면 줄수록 강희는 더욱 맥없어 했다.



강희는 헉헉대면서 말했다.



"야...푸...풀어....안풀어?응? 빨리...풀...어...."



너무 맥이 없어지자 그녀는 말도 느려졌다. 정안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제가 놓치면 절대 불가능이지만 일단 잡힌 시점이면 절대 안놓칠 자신 있어요. 누난 지금 절대로 제 손을 못벗어나요. 그리고...."



"......?"



"누난 지금.....누난 내꺼란 말이에요!! 누난....내 여자야!!"



"!!!"



"이 녀석?"



강희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이건.....플레이의 대상일 뿐인데...."



강희는 생각을 이어가려 했지만 흥분한 정안이 잡고 있는 그녀의 발목에 점차 손가락의 힘을 넣자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아으.......살살 좀 잡아라 이녀석아......정신을...못..차리겠...잖아....."



강희는 거기까지 생각을 끝으로 잠시 의식을 잃었다.



정안은 그렇게 말하곤 그렇게 강희의 발목을 붙잡은 채 공원을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1시간쯤 뒤


누군가의 제보를 받고 다수의 경창들이 공원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형사 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담배를 피워 물면서 같이 서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 이거야 원, 잡힌 녀석들이 죄다 남자새끼들인데 무슨 괴물이라도 봤나...질질 짜고나 있고...."



그의 옆에 서 있던 사람 중 한명이 말했다.


"실뇨를 한 녀석들도 몇 있었습니다"


"그나저나....그 뭐드라....공원에 새겨진 발자국 그거....도대체 그런게 만들어지려면 어떤 힘을 가해야 하는거야?"


"현장 조사 분석 중에 그것이 가장 큰 의외점입니다. 장애물이기도 하구요. 도대체 위에서 쇳덩어리라도 떨어진건지..."


"분석작업팀에서 뭐라는데?"


"그것이....톤 단위의 무게량이 느껴질만한 뭔가가 순간적으로 내리친 힘이랍니다"


반장은 담배를 집어던지면서 씹어뱉듯 말했다.



"신종 무기라도 나왔나. 어떻게 생겨먹은 기계인가 보고 싶군 그래. ?!!"


분석작업팀에선 괴상망측한 발자국으로 인해 한창 고생 중이었다.



<공룡의 웃음>




"정안아? 이제 그만....누나를 놓아주지 않으련? 응?"



"....안되요"


"아이 그러지 말고. 놔주라. 응? 누나 계속 이렇고 눕혀놓을거야? 너도 집에 가야지? 안그래?"



"...그냥은 안가죠. 지금 누구한테 유리한지 상황을 알텐데요?"



"..........이녀석이 정말...아 이런.....천하의 최강희가 설마 발목 하나 붙들렸다고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할줄이야."



"...암튼 얌전히 누워 있으라구요"



여기는 강희의 자취방. 정안은 자기쪽보단 강희가 사는 곳으로 가는것이 낫겠다고 판단, 즉시 강희 혼자 사는 자취집으로 온 것이다. 강희를 업고 들어오자 마자 운동화를 벗고 들어와선 그녀의 운동화를 벗기고는 침대에 1자로 눕혀놓은 채 여전히 한쪽 발목을 잡고 있는 정안이었다.



강희는 지금 왼쪽 아킬레스건이 여전히 잡혀 있는 상태라서 베개에 머리를 받힌 채 그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놀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쪽 발목만 잡고 있어도 되나보지?"



"네. 둘 다 잡아도, 한쪽만 잡아도 상관없어요"



"흠...두명까진 무력화할수 있겠네. 한사람 다리씩 잡고"



"네"



강희는 자기를 처음으로 붙잡아 매놓을 수 있는 남자애가 있다는 사실에 놀란지라 그의 능력에 계속 흥미를 가지고 물어봤다.


"언제 알았어?"


"어떤거요?"


"이런 거. 니 능력"


정안은 예전 추억을 떠올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초등학교때 어머니랑 길을 가는 중에 맘에 드는 장난감을 어떤 가게에서 보고 사달라고 했는데 안 사주시는거에요. 그래서 홧김에 어머니 발목을 꽉 꼬집었는데 멀쩡히 서 계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그걸 보고 되게 놀라서 울었죠"


"흠"


"...그 일이 있은 후에 비슷한 일을 살면서 몇번 더 겪어보곤 자연스레 알게 되었죠. 난 사람 발목을 잡으면 무력화시킬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걸. 사실 살면서 쓸모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요 딱 하나 좋은 점은 있더라구요"


"뭔데"



"싸움 났을때요"



"호, 확실히. 도움되겠군"


"그럼요. 제 마른 몸을 보면 알겠지만, 전 운동 안해요. 그림 그리길 좋아하죠. 암튼 전 싸움 되게 못해요. 치고 받고 하는거 싫어하고....그래도 얌전히 있어도 시비를 거는 애들은 꼭 있기 마련이죠. 그런 애들을 상대할땐 전 일단..."


"몸으로 부딪히고 자빠뜨린 다음에 한손으로 상대방 한쪽 발목을 잡은 후에 나머니 한 손으로 때린다. 대충 그런 식이겠지?"


"어...어떻게 알았어요?"


"그거 말고 패턴이 또 있냐.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흔하게 생각될 수법이지. 그런 능력이 있다면 말야"



"...누나는요?"


"나?"


"누나는 중학생때 싸움 많이 했어요?"


"글쎄다...그냥.....난 먼저 건드리는 사람은 아냐. 나 그렇게 막되먹은 여자 아냐. 너 나 이상한 사람 만드는거 같다?"


"아..아뇨...."


"암튼....놔줘. 제발? 응? 누나가 부탁할게. 지금이라도 가면 안늦었어. 아주 끝장내놓고 온다니깐?"


"............"


정안은 그냥 대답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강희의 붙잡힌 발목, 그리고 늘씬하게 뻗친 종아리, 신고 있는 새하얀 양말을 시선에 담았다.



스윽



흠칫



"야..."


양말을 신고 있는 자신의 발바닥에 검지손가락을 쓱 갖다대는 정안을 보면서 강희는 주춤했다.


"가..간지러...."


잠깐 만져졌지만 짜릿한 느낌이 그녀를 관통했다. 정안은 어느새 한손을 적극적으로 움직여 강희의 발목양말을 벗겨올리며 그녀의 맨발을 드러나게 하면서 말했다.



"누나가 말했죠? 누나는 자길 멈춰줄 사람을 찾는다고. 기분이 안 좋을때 자길 멈출수 있는 사람을 만날거고, 그리고 안 좋은 기분을 지우려고 간지럼을 당하려 한다구요. 즐거운 기분으로 안 좋았던 기분을 풀어버리려 한다고..."



"............"


꿀꺽



강희가 침을 한번 삼키면서 묵묵히 듣고 있는 동안 정안은 그녀의 반대쪽 양말도 마저 벗기고는 강희를 맨발 상태로 만들었다. 발목은 여전히 붙잡힌 채였다.


"내가 왜 아까 그렇게 기 쓰고 누나를 안 풀어줬는지 알아요?"


쓰윽


간질


"!!!"


움찔


"으흣....하...하지마..자..잠깐만.."


강희는 태어나 처음으로 당황을 했다. 이상하게 기분이.


"아 정말....지금....움직일수가 없구나.....내가...."


처음이었다. 자신이 움직일수 없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1살 아래의 남동생에게 발바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신은....


"내가...반항을 할수 없다니......최강희.....티렉스가..."



정안은 정안대로 입은 놀리고 있으면서 가슴이 쿵떡대고 있었다.



"이...이게 소문의.....티렉스.....강희 누나의 발......아 정말....말로 표현이 안돼...."


과연 명불허전. 체인맨이 말했었다. 붉은 빛깔과 흰 빛깔이 아름다운 대조를 그리면서 만들어내는 예술 그 자체. 아기자기하게 뻗쳐 꿈틀대는 발가락, 우아하게 들어간 아치, 달걀처럼 동그란 뒷꿈치, 그곳조차 말랑거려 보이고, 전체가 부드러운 피부를 자랑하는, 각질 하나 없는 완전무결 그 자체.



두근 두근


이미 아까 업고 들어와서 강희가 사는 자취방 곳곳에서 묻어나는 그녀의 체취며 향기를 맡을때 정신이 아득한 상황이었었다. 그때부터 황홀한 기분이 시작이었다. 지금은....마치 꿈결?



"강희 누나는....지금....나에게 잡혀 있여.....내게 발목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입을 열었다.



"아까 누나는....진짜로 그녀석들을....죽일 셈이었어요. 제가 잘못 본게 아니면....살기가 담겨 있었죠"



강희는 입술을 한번 깨물었다가 말했다.



"그...그런 녀석들..!! 죽여도 돼!! 죽여버려야~!!"



간질



"아학...큭큭....자,잠깐만...잠깐!! 하지말아봐아. 큭큭...아후후~~ 야!! 하지말라니까아아하하~~~!!"



최강희는 본격적으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진정안이 본격적으로 그녀의 발바닥을 긁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간질간질



"푸하하~~아후후!! 야!! 자!!잠깐!~파하하하하~~~아하하하하악~~~~으꺄아아악하하하~~~~"



정안이는 제대로 강희를 간지럽히기 시작하면서 간지러워 하는 중에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누나에겐 지금 웃음이 필요해요...화를 다스려야 한다구요. 누나는 지금 얌전히, 저한테 간지럼 당하면 되요. 알았어요?"


간질간질



부북 부북


손톱이 발바닥의 표면을 긁는 강도가 강해지자 강희의 얼굴이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채 폭소하면서 말했다.


"와하하핫~~!! 야~~!! 하!! 하지마~~!! 풀어줘!! 풀어어하하하하하하~~~~!!!!!"


정안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어 말했다. 말하는 중에도 손은 쉬지 않았다.


"안돼죠. 이건 누나가 원했던 거에요.그리고 누나도 말했잖아요. 자기 기분이 안좋을때 분명 뭔가가 크게 망가지거나 다칠 거라고. 전 누나를 막을 힘이 있고, 누난 제게 잡힌거에요. 누난 지금 아무런 힘도 쓸수 없는 한명의 여자에 불과해요. 얌전히 있으란 말이에요!!"


간질간질~~


"와하하핫!~! 그~~~그만!!!아후후후~~아, 이런 젠자아앙하하하하~~~!!!!!"



최강희는 오늘 정말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이다. 저절로 뱃속 깊은데서부터 목청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태어나 생전 처음으로, 저항 불능의 상태에서 짜릿한 맛을 느낄수 있을 정도로 발바닥이 유린되어지면서 간지럼 당해지고 있었다.



아무리 힘을 써도, 몸이 무력한 상태에서, 콧가가 시큰거릴 때까지, 발가락 끝이 바르르 떨릴 때까지 긁어져대는 발바닥. 정말이지 기분이 너무 묘해져셔 정신이 이상해질 듯했다.


미친듯이 웃는 강희에게 정안은 또 말했다.


"누나는....꼭 폭주기관차같은 존재에요.... 거대한 한마리의 공룡같은 힘을 가졌죠... 누나는 분명 착한 사람, 옳지 않은 일이나 장면은 넘기지 않는 성격임엔 틀림없는것 같지만...스스로도 제어를 잘 못해요. 오늘 내가 막지 않았으면 누나는 살인자가 되었을거에요. 난 누나가 그런 사람이 되는걸 원치 않아요. 누난 양날의 검같은 삶...누나에겐....검집이....누나를 가둬둘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강희는 폭소하면서 웃는 중이었지만 그의 말이 하나하나 번개처럼 뇌리에 점점이 박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온 몸은 간지러워 주체를 못하고 바르르 떨어대면서 저항 하나 못하지만, 그녀는 한편으론 무의식중에 생각했다.



"맞아...이게 내가 원했던 것....난...잡힌 거야.....묶인거야......그렇다면...."


그렇다면....


강희는 더 크게 웃었다. 너무나 간지러웠기에. 발바닥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만났어....완전한 S...."


그렇다면....


웃음소리가 점차 절박해진다. 숨이 헐떡여진다.


"맘대로 해봐.. 날....즐겁게 해줘봐..."


더러운 기분을 다 날려버릴만한 것을.

"날....맘껏 간질여봐....내 정신이 아득해질때까지....."



최강희. 열 여덟에 마침내, 제대로 웃기 성공!!!




30분 뒤.



"허억...허억.....후...크큭....으흐후~....."


부르르...


몸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한 여학생이 교복을 땀으로 후즐근하게 적신채 침대에 지친 기색으로 누워 있었다. 그런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명의 남학생이 있었다.


"어때요? 즐거워요?"


"후우...후우....."


"누나?"


"큭....크큭....그래그래...정말....태어나 처음으로....웃어봤어. 니덕분에...제대로말이야....오랫동안."


정안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만족할만해요? 저?"


그녀는 고개를 한번 크게 끄덕여주었다.


"훌륭해 정말로.....나를.....티렉스를 완전히....가지고 놀아주었어....멋지게....발바닥이 아직도 근질거리네. 흐우..."


그는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듣자 기분이 좋았다. 정안은 잠시 그녀가 숨을 돌리길 기다렸다가 입술을 뗐다.


"저...누나..."

"응?"

"저....진짜....진짜로요...꼭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뭐니?"

"전...전 유일하게 누나를 만족시킬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죠?"

왠지 절박한 표정의 정안을 보면서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채 잠시 있다가 말했다.

"....현재까진...그런 셈이지. 근데 왜?"


"그러니까...그러니까 제 부탁은요..."


"아...뜸들이지 말고. "


"...저...저랑...사귀어주세요!!"

".............."


정안의 핏대 올린 말을 듣고 강희는 일단 무대답. 그녀는 여전히 둥그런 눈동자를 그에게 박은채 눈만 깜박였다.


정안은 강희가 말이 없자 더욱 절박해졌다. 애가 타기 시작했다.


"놓치지 않아!!"


"전...전 누나를 만족시킬수 있잖아요? 그리고 전!! 누나 진짜로 좋아해요. 누나를 처음 본 날부터 좋아했어요. 누나 그림을 그린 스케치가 집에 한두장이 아니에요. 저 진짜 누나 좋아한단 말이에요...그러니까....그러니까...요"


".....안돼"


"왜?....요..."


강희는 천장에 눈을 응시한채 말했다. 간단하게.


"난 연하는 관심없어"


"........그게 다에요?"


"응. 그게 다야"


"내가 더 어릴 뿐인데...한살 적은데...그게 다에요? 더 늦게 태어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응? 사람마다 기호가, 취향이 있는거야 정안아. 알 나이면서 왜그래. 누나는 연하는 관심없어. 그게 다야"


"...혼자 살거에요?"


"흠. 글쎄..."


그녀가 그걸로 입을 닫을듯하자 정안이 또 소리치려 했지만 강희가 선수를 쳤다.


"잘 들어. 연애와 결혼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 넌 지금 단순히, 나를 좋아한다는 그 감정에 휩쓸려 미래를 안 보려 하고 있어. 스스로를 잘 생각해봐. 넌 그냥 단순히 내가 예쁘다고 생각되니까 끌리는거 아닐까? 그런 생각정돈 해보아야지 이녀석아. 고 1씩이 되어놓고선 어린애도 아니면서..."


"아...아닌데..진짜 누나 좋아해요..."


"글쎄...참 어린애 투정은 상대하기 어렵군. 암튼, 딱 잘라 말해주지. 난 앞으론 이제 너하곤 플레이를 자주 할거야. 나도 니가 꽤 맘에 들었어. 성격도 좋아 보이고. 생김도 순해보이고. 아. 이 내가 남자한테 이리도 관심을 준게 니가 처음이라는걸 아니? 나도 놀랍다 야. 학교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라. 최강희랑 대화 한마디라도 해본 남학생이 몇명이나 되는지. 넌 그거에 비하면 아주 특별해. 각별하다고 봐야지. 이걸론 부족해? 응?"


"...그 말의 뜻은....."


강희는 확실히 말했다.


"너하고 나는 그냥 플레이 상대일 뿐이야. TBM 까페로 인해 알게 된 티렉스와 즉흥화가. 이게 다인거야. 결박과 간지럼을 즐기기 위한 플레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착각하면 안된다? 난 너의 능력이 맘에 들었어. 넌 나의 겨드랑이가 맘에 드니? 내 발바닥이 맘에 들어? 내 발목을 붙잡아두면 맘대로 할 자신 있지? 그럼 그렇게 해. 난 너에게 내 몸을 맡기지. 어차피 현재까진 너밖에 없고. 날 잡아둘수 있는 사람이 말이야. 그리고 우린 그냥 플레이를 즐기면 되는 거야. 구별 잘 해라. 애정행각이 아니야. 그냥 서로가 원하는 것만 하면 되는 관계인 거야. 그게 다야. 플레이와 애정의 구별선을 잘 긋도록 해 진정안"


"...누난 제 능력 말고 또 다른 관심사 없어요?"


"응 없어. 그냥...귀여운 남동생 정도로는 보이는군. 너 귀엽게 생긴건 인정해주지"


거기까지 듣고 있다가 잠시 떨다가 애써 추스리면서 정안은 자신의 한 손가락을 공중에서 까닥거리며 간지럽히는 시늉을 보이며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을 지었다.


"누나"


"응?"


"누나 근데 아직 저한테 잡혀 있는거 알아요?"


"....왜?"


약간 불안감을 느끼면서 강희는 물었다. 아니나다를까. 정안이 자신의 발바닥에 쓱 손을 대려 하면서 말한다.


"누나한테 대답을 확실히 들어야겠어요. 저랑 사귀어준다고 할때까지 간지럽힐거에요. 누나 발을"


"뭐~~어?"


강희는 정말 당황했다. 오늘 도대체 몇번째의 당황인 것인가.


"이...이 고집불통 녀석이...뭐라고 떠드는거야? 그런다고 내가 연하 동생 녀석이랑 사귈 줄..."

간질간질


"와하하핫~~~으꺄하하하~~하!! 하지마아하하하~~~"


역시 최강희는 간지럼엔 쥐약이었다....


10분 뒤


"허억...허억..."


"흐흣, 어때요? 10분 논스톱으로 뛰어본 경험이? 아, 누나 땀 많이 흘렸네?"


부르르...


최강희는 인상을 팍 찡그린 채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말했다.


"이...이녀석이? 안놔? 너 진짜!! 내가 정말 발목만 풀리면 아오, 이걸 그냥!!"


간질간질


"와하하핫~~아!! 아냐아냐~~ 농담이었어 농담~~!! 아하하핫~~~꺄흐흐흐아하하하학~~!그, 그만해에하하하하하하하~~~"


10분 뒤





"하아...하아..."

개구장이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정안은 최강희가 굴복하기만을 기다렸다.


"어때요? 항복하시죠 누나? 아무리 누나라도 체력의 한계가 있을텐데...누나 지금 힘 못쓰잖아요? 보통 여학생이랑 똑같다구요."


"헤엑...헤엑....이...녀석이...."

최강희는 바르르 떨다가 이젠 고개도 움직이기 힘든지 베개에 아예 목을 늘어놓은 체 헥헥대었다.

"헉헉...아 젠장....죽겠네..."


최강희는 도합해서 1시간 가까이 발바닥이 유린되어지는 중이라서 지금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질대로 붉어지고, 발바닥에 피가 원활히 돌아 빨갛게 달아오른걸 보면 지금의 그녀가 얼마나 고역인지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정안은 또 장난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요? 누나 콧잔등이 붉게 피어올라 되게 예뻐요. 아니, 귀여워요~"


빠지직

최강희의 이마에 실핏줄이 떠올랐다.


"귀....귀엽다고? 이~!!짜식이 어디서 어린 녀석이 누나한테 귀엽다고 그래에~!!"


간질간질간질


"아악~~!!와하하하하하하아흐흐흐하아하하하제~~!!제발!! 그..그만~~!!와하하하하하하꺄하하하하악~~~~"


정안은 느긋하게 최강희의 발바닥을 긁으면서 말했다.


"그니깐...빨리 항복하래두요. 아니면 기절할지도 몰라요 누나~"


10분 뒤


"하아...하아........아으...."


"아직도 포기 못하겠어요? 제가 그리 동생같아만 보여요?"


"이..지독한....녀..."


쓰윽


정안이 다시 자신의 발바닥 아치에 손을 대려는 시늉을 하자 최강희는 흠칫 하면서 몸을 떨며 말했다.


"아...아냐아냐! 그냥 한소리야 한소리. 얘는..농담도 못해?"


"흠....암튼 빨리 항복해요. 저도 힘들어요. 배도 고프고....손톱이 다 아프려 하네. 하도 발바닥을 긁어댔더니.."


강희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겉으로 말하면 또 간지럼당할테니.


"비~~일어먹을 녀석이.....니가 배고프면 난 어떻겠어....체력소비는 내가 훨씬 심하다구웃~!! 게다가 손톱이 아퍼? 얼마나 세게 긁어대기에...아우...내 발바닥 ㅠㅠ"


강희도 느끼고 있었다. 이젠 진짜 얼마 못 버틴다. 하지만!! 그 자존심!! 자존심이 맘에 계속 걸렸다.


"이 내가!! 최강희가 간지럼 따위에 굴복할 까보냐!!"


최강희는 자존심 하나로 사는 여자. 절대로 승낙 못한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내가 연하랑 연애따위 할꺼같아~~!!"


최강희가 아직도 포기를 안할 기색을 비치자 그런 그녀를 지그시 보고 있다가 정안이 말했다.


"휴, 할수 없지 뭐. 손톱이 아프면 뭐 바꾸면 되지. 가만있자...내가 주머니에 볼펜을 넣어뒀던 듯한데?"

"보...볼펜?~!!"


최강희는 겉으로 티를 안내려 했지만 속으로 경악하는 중이었다.


"어? 뭐야? 이녀석? 설마 내가 못움직인다고 내 발바닥에 낙서하려구?"


최강희는 너무 당황해서 크게 소리쳐 물었다. 기운빠져 있었음에도 목소리가 화들짝 커진걸 보니 정말 어지간히 놀라고 당황한 모양이다.

"야~!! 야!! 너!! 너~!!"

"응? 왜요 누나?"

느긋하게 싱글대면서 말하는 정안에게 최강희는 왕방울만해진 눈과 떨리는 눈썹표정으로 떨면서 물었다.


"보...볼펜으로 뭐할라구? 내 발바닥에 낙서라도 할셈이야?~!!"


정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물론이죠. 걱정마세요. 낙서가 아니고 멋진 그림을 그려줄께요. 저 그림하난 잘그려요 누나~ 믿어봐요. 왼쪽 발바닥엔 그림그리고 음.. 반대쪽엔 누나 사랑해요를 꼼꼼히 써줄게요. 어때요? 멋지죠? 후후~"


"으...으윽...안돼..."


최강희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안돼안돼안돼....그림이라니....볼펜? 그런게 내 발바닥에서 돌아다니면 정말이지...아 상상하기도 무서워....더구나 그걸 그렸다가 저녀석? 나중엔 또 이번엔 지운답시고 또 설칠거 아냐? 게..게다가 지우고 또 그릴지도...."


정안은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닌 듯했다. 한 손으로 자기 주머니를 열심히 살피는 중인 것이다. 근데 주머니에 있을 줄 알았던 펜이 금방 안나타났다.


"어라? 이상하다? 왜 없지? 가만있어봐? 어? 진짜 이상하네? 아까 공원에서 흘렸나? 아닐텐데? 흠? 오다가?"


정안은 그림을 자주 그리기에 항상 상의윗도리 주머니에든 하의주머니에든 볼펜을 넣어가지고 다녔다. 근데 이상하게 어디서 흘렸는지 그게 안보이는 것이다.


"기다려보세요 누나? 어 이상하네 진짜..."


정안은 볼펜이 주머니에서 찾아도 찾아도 안나오자 한 손으로 찾기 귀찮은지 양 손으로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사실 한 손이 강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 손만 가지고 펜 찾기가 좀 수월치가 않은 편이라 귀찮아서 두 손으로 간편히 빨리 찾을 생각을 한 그는...본인도 의식 못한 사이에, 강희의 발목을 놨다.





아킬레스건이 풀려났다는 것을 강희도, 정안도 처음엔 눈치채지 못했다. 강희는 정안에게 잡혀 있는 시간이 도합 1시간이 넘을정도로 발목이 잡혀 있었는데 갑자기 떼어져서 얼떨떨한 상활이기도 했고, 또 너무나 심신이 지쳐 있어 녹초가 되어 있었던지라 의식이 그리로 안 미친 탓도 있었다.


정안은 두 손을 쓰기 위해 순간적으로 강희를 반드시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깜박 했고.


정안은 두 손으로 다 뒤져봐도 역시 자신에게 볼펜이 없다는걸 알고는 양 손을 으쓱 하면서 강희에게 아쉬운 듯 말했다.


"아...어디서 흘렸나봐요. 할수 없지. 그럼 다시 손톱으로...응?"


정안은 말하다 자신이 으쓱했던 제스처를 취했던걸 떠올리곤 자신의 양 손을 잠시 내려다봤다가....누워 있는 강희 누나의 발목을 보았다.


그땐 이미 강희도 정안의 제스처와 자신의 양 발목을 보고 있었다.


"................"


"................"


파바밧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강희는 몸을 앞으로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정안은 다시 강희의 발목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승자는....역시 일반 사람의 평균 신체조건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쪽이었다.


타악


"윽~!!"


"휴우....겨우 풀려났네....우후웃~ 잡았다~~!!이 귀여운 녀석~!! 각오는 되어 있겠지?"


멱살이 잡힌채 덜덜 떨면서 움찔대는 정안. 그런 그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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