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무서운 함정
결국 시즈코 부인은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야마자키는 사무실 직원과
계속 연락을 취하며 팔방으로 수소문하였지만, 도무지 단서를 잡을 수 없었다.
다음날 저녁 무렵이 되어도 하자쿠라단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결국 경찰에
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도야마 다카요시가 허둥지둥 돌아왔다.
그에겐 이미 전보로 이 같은 사실을 알렸었다.
부인과 외동딸이 불량 소녀들에게 감금되어 있다는 소식을 야마자키로부터
상세히 전해들은 다카요시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아직 신혼인 그는 출장
중에도 시즈코 부인이 눈에 아른거려 스케줄을 앞당길 정도였다. 다카요시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물을 주르르 흘리기 시작했다.
"돈이라면 삼백 이든 사백 이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내겠네. 시즈코와
게이코를 빨리 구해주게. 경찰에게 알리면 안 돼. 미치광이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다카요시는 야마자키의 얼굴을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야마자키는 네 하고 대답을 한 뒤 쭈뼛쭈뼛 다카요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놈들이 연락을 해오지 않는 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어제 놈들이 부인의 옷가지들을 이쪽으로 보내왔습니다. 상황이 매우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경찰에 알려 손을 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만……."
다카요시의 안색이 획 변했다
"아니, 그럼 시즈코가 지금 알몸이 되어 악당들의 장난감이 되고 있단 말인가?"
"글쎄요,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야마자키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하녀를 시켜 하자쿠라단이 던져놓고 간
부인의 옷을 가져오게 했다.
꽃처럼 쌓인 부인의 기모노와 속옷을 보며 다카요시는 눈을 깜박였다. 허리띠,
허리띠를 눌러 매는 끈, 긴 속옷, 내의 등이 탁자 위에 쌓이자, 문득 시즈코
부인의 색향이 주위에 감도는 것 같았다.
돌연 다카요시가 미친 듯이 부인의 속옷을 움켜쥐고 얼굴에 비벼대며 엉엉
목이 메어 울부짖었다.
"어서 시즈코를 구해주게! 난, 난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만 같아."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야마자키가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하고 응답하더니, 퍼뜩 놀란 표정으로
다카요시에게 알렸다.
"그자들입니다 하자쿠라단."
다카요시도 침을 꿀꺽 삼키고는 필사적인 표정이 되어 말했다.
"알겠나. 돈이라면 얼마든지 내겠어. 저쪽 감정 건드리지 않도록 잘 교섭하게."
야마자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수화기를 귀에 갖다대었다.
어제 협박 전화를 걸어온 여자인 듯했다
"어때, 돈은 준비됐어?"
상대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 같았으나 얄밉게 침착한 말투였다.
"돈은 걱정 말고 장소와 시간만 말해."
야마자키는 눈을 번뜩이며 그렇게 말했다.
"호오. 역시 도야마 재벌이군. 좋아. 이삼 일 후에 다시 연락할 테니 현찰로
준비해 놓으라고. 경찰에 연락했다간 부인과 게이코의 목숨은 보장 못 하니까
그런 줄 알아."
"기, 기다려! 이봐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거래하자고. 부인과 게이코를
만나게 해줘."
"호호호,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두 사람 모두 거래가 끝날 때까지
움막 안에서 얌전하게 기다릴 테니."
"너희들, 두 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니겠지. 도야마 씨는 지금 걱정이
되어 병에 걸리실 정도가 됐어. 너희들도 사람이라면 양심을 좀 가져봐."
야마자키는 타이르는 조로 상대에게 하소연했다.
"흥. 고상 떨고 있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대우 방법이 있는 거야. 부인이나
게이코가 도망쳐버리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알몸으로 벗겨봤지만, 식사에서
소변 시중까지 다 들어주고 있다고."
"뭐, 뭐라고!"
수화기를 쥔 야마자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야마자키가 얼굴이 시뻘개져 흥분하기 시작하자 다카요시가 옆에서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보게, 뭐라고 하는 거야? 도대체?"
"네, 그것이 저……."
야마자키는 다카요시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 사이에도
상대의 말은 계속됐다.
"자, 삼 일 후 돈을 건네 받을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지. 그럼 안녕."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 당신들 삼 일 동안이나 부인과 게이코 씨를 알몸으로
움막에 가둬둘 셈이야? 너희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제정신이냔 말야!"
흥분하지 말자고 마음먹었건만 야마자키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심심하지 않게 우리들이 적당히 귀여워해 줄 테니까.
그리고 말이야, 그렇게 예쁜 부인을 도야마 노인 혼자서 즐기는 건 왠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안 그래?"
전화는 거기서 끊겼다.
그 날밤,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가 감금되어 있는 교외의 낡은 오두막에 고급
차 한 대가 스르르 멎었다. 도야마 가의 자가용이었다. 운전사인 가와다는
차창 밖으로 목을 내밀고 두세 번 경적을 울렸다.
오두막 문이 덜커덩 열리고, 하자쿠라단의 단장인 긴코가 두 명의 여자를
이끌고 나왔다.
"어때 잘 돼가나?"
가와다가 담배를 입에 물고 히죽거리며 긴코에게 물었다.
"그럼. 그런데 모리다파와 교섭을 벌이다니 당신도 상당한 수완가야. 하지만
몫은 50대 50이야. 아무리 당신과 나 사이라도 이것만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고."
"쳇, 악착스런 여자군."
가와다는 혀를 찼지만 별로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어때. 도야마 쪽에서 경찰에 신고할 낌새는 없어?"
"안심해 그 야마자키라는 애송이 탐정, 너희들이 보내온 부인 옷을 봤을
때의 그 괴상한 얼굴이라니."
"호호호. 그 정도 갖고 놀라긴. 앞으로 갈 길이 멀었는데 말이야."
가와다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오늘밤 안으로 부인을 모리다파에 보내야 돼. 저쪽에선 이미 천만
엔을 준비해 두고, 오늘 낮부터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데 모리다파도 상당한 모험을 하는걸. 아무리 유괴 권리를 산다고는 하지만,
만약 경찰의 수사가 뻗치면 그야말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텐데."
"걱정 마. 저쪽은 그 방면엔 도사거든. 게다가 시즈코 부인이 절세미인이잖아.
저만한 상품을 놓고 실수할 리가 없지. 누드 사진을 찍어 전국 루트로 흘려
보내거나, 비밀 쇼 등에 출연시키면 아마 큰돈을 벌걸."
가와다는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긴코 일행과 폐가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서너 명의 여자들이 화투를 치고 있다가 들어오는 가와다를 보고
말을 건넸다.
"어머, 오라버니 요즘. 경기가 어때?"
가와다는 실은, 동경의 술집을 근거지로 한 불량배로 인신매매를 전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수입이 계속 줄어들자 가와다는 계획적으로
큰 돈벌이를 하려고 도야마 가의 운전사로 들어가서 그 동안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부인과 아가씨는 어디에 계셔?"
가와다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야."
화투를 치고 있던 여자들이 자신들이 앉아 있은 바닥을 쿵쿵 두드렸다.
그녀들은 이내 다다미를 걷어내고, 회중전등으로 아래쪽을 비추었다. 그러자
2미터쯤의 구덩이 속에 하얀 여체가 선연히 나타났다.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는
서로 등을 맞댄 채 묶여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낡은 속옷 같은 것으로 재갈이
물려있고, 비닐 기저귀 커버가 그 위를 덮고있었다.
"도야마 재벌의 영부인과 아가씨도 이렇게 하니까 두더지나 다름없군."
여자들이 회중전등을 비추면서 놀리듯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눈을 감은
채 어깨를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와다는 처참하다 할 정도로 아름다운 시즈코 부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긴코에게 말했다.
"이봐 괜찮겠지? 그 동안은 그림의 떡이라 엄두도 못 냈는데, 그리고 오늘
아니면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
"흥. 그럴 줄 알았어. 예전에 인신매매를 할 때도 언제나 당신이 제일 먼저
맛을 봤었으니까."
"옛날 일은 꺼내지 마. 솔직히 나는 전부터 이 부인에게 마음이 끌렸었다고.
운전을 할 때마다 백미러에 비치는 부인을 보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런
여자와……."
"알았어. 결국 이 여자를 안고 싶다는 거 아냐. 좋아. 당신에게 꽤 신세를
졌고 하니 오늘밤은 맘껏 즐기게 해주지."
긴코는 웃으면서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부인을 위로 끌어올려. 오늘밤은 가와다 오라버니의 노리개가 되는 거야."
여자들은 사다리를 지하로 내리고, 야단법석을 떨며 시즈코 부인을 위로
끌어올렸다.
하복부에 겨우 얇은 기저귀 커버 하나만 걸친 채 부인은 약하게 떨고 있었다.
그러다 음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와다와 눈이 마주친 순간 부인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경직되었다. 순간적으로 가와다가 이 여깡패들과 공모한 사실을
깨달은 부인은 분한 마음이 불덩이처럼 치솟았지만, 그보다도 운전사인 가와다
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재갈을
문 얼굴을 푹 떨구며 몸을 비틀었다.
"뭐야, 부인 입에 물린 게 너희들 팬티잖아?"
가와다는 아케미와 요시코를 보고, 대재벌 사장 부인에게 너무 심한 게 아니냐며
떠벌렸지만, 이미 가학의 희열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래도 정중하게 다루고 있는 편이야. 아주 귀중한 인질이잖아."
아케미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신을 움츠리고 있는 부인의
하복부에 눈길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역시 귀부인이라 그런지 예의가 밝아. 아침부터 저 속에 넣어두었는데 기저귀가
전혀 젖지 않았어."
에츠코가, 게이코는 꽤 축축이 젖었는데 말야, 하며 웃어댔다.
그리고 움막에서 사다리를 끌어올린 여자들은 지하에 혼자 남겨져있는 게이코를
놀려댔다.
"기저귀는 조금 있다가 갈아줄게. 엄마에 대한 용무가 끝날 때까지 참고
있어."
게이코의 격한 오열 소리가 들려왔지만 널빤지와 다다미를 덮자 그 소리마저
들려오지 않았다.
긴코가 몸을 조그맣게 움츠리고 있는 부인의 입에서 재갈을 빼내며 가와다를
쳐다보고 통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무 고상하게 굴어서 내 팬티로 입을 막아줬지."
시즈코 부인은 굴욕의 헝겊이 벗겨지자 크게 두세 번 숨을 몰아쉬고 홍조
띤 단정한 뺨을 옆으로 파묻었다. 이제부터 이 여깡패들이 가와다 앞에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부인은 공포로 온몸이 돌처럼 경직되었다.
"자, 재갈을 벗겨 주었으니 가와다 씨에게 할말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해봐."
그러자 부인의 나신에 끈끈한 시선을 보내고 있던 가와다가 이끌리듯이 부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오지 말아!"
시즈코 부인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다,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 패거리들과 공모하고 있었다니,
도대체 내게 무슨 원한이……."
부인은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우윳빛 양어깨를 떨며 오열하였다.
"부인에게 원한이 있다니 천만에 말씀."
가와다는 입을 일그러뜨리며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지금까지 특별히 보살펴주시고, 가끔 과분하게 용돈까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요 부인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게 문제라면 문제죠.
부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이런 여자를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내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죽어도 좋다, 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도야마 영감이 부인의 아름다운 몸을 매일 밤 안는다는 생각만 하면 질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가와다는 제 흥에 젖은 듯 계속 지껄여댔다.
"그럴 바엔 색(色)과 돈을 동시에 얻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부인은 가와다를 역겨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내 목적은 돈보다는 부인이야."
가와다가 협박하듯이 말하자 부인은 오싹하여 움츠리고 앉은 알몸을 더욱
움츠렸다.
그러자 긴코가 턱을 세워들고 부인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평소에 가와다 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거든. 게다가 이번에도 상당한
돈벌이를 시켜줬고 해서 말이야. 부인이 우리들 체면 좀 세워줘야겠어. 그러니까
오늘밤 가와다 씨의 여자가 되어주는 거야."
시즈코 부인이 깜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이제부터 가와다 씨에게 듬뿍 귀여움 받는 거야, 알았지?"
깐죽거리며 끼여든 아케미의 말에 부인은 미친 듯이 격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싫어요, 그. 그런 짓, 절대로 못 해요."
부인이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한 발짝이라도 다가오면 물어뜯을
기세로 가와다를 노려보았다. 죽어도 이런 남자의 노리개는 될 수 없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흥! 운전사 따위에게 안기다니 소름끼친다는 말씀이군."
긴코는 시즈코 부인이 반발하면 할수록 의욕을 느꼈다.
"가와다 씨에게는 여자를 묶어놓고 못살게 구는 변태적인 면이 있는데. 우리들에게도
그 병이 감염되었나봐. 당신 같은 미인을 보면 공연히 괴롭혀주고 싶어지거든?"
그러면서 패거리들에게 부인을 기둥에 묶으라고 지시했다.
아케미와 요시코가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버둥대는 부인을 단숨에 일으켜
세웠다.
"싫어, 싫어!"
몸부림치는 부인의 알몸을 질질 끌다시피 해서 기둥에 세운 여자들은 순식간에
부인을 단단히 동여매었다.
"자, 가와다 씨, 사랑하는 사람의 홀딱 벗은 모습을 똑똑히 봐."
가와다는 황홀한 기분으로 시즈코 부인 쪽으로 느릿느릿 다가갔다.
"그 궁상맞은 기저귀 따윈 벗어버리시죠. 가와다 씨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곳을 환히 드러내야지?"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부인의 하복부를 덮고 있는 기저귀를 벗겨냈다. 부인은
귓불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획 하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기둥 앞에 쭈그리고 앉은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의 완전한 전라 상을 바라보며
무의식중에 군침을 삼켰다.
단단히 아래위로 조인 탐스런 공 모양의 젖가슴, 매끈하여 반들반들한 복부,
곡선을 그린 잘록한 허리, 적당히 살집이 오른 우윳빛 광택을 띠는 허벅지.
그런 시즈코 부인의 육체 하나 하나를 가와다는 정욕에 어린 시선으로 핥아대듯이
응시하고 있다. 이윽고 가와다의 시선이 부인의 농염한 숲 부분에 못 박혔다.
"여기, 아주 맛있겠죠?"
가와다의 시선을 따라가던 아케미가 부인의 옆쪽으로 돌아가 사타구니 윗부분의
색정적인 숲 주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자인 우리들도 반할 것 같아. 여기를 만져주면 금방 뜨거운 질 액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아."
에츠코도 맞장구를 치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 여자들의 음탕한 말에 시즈코 부인은 더는 견딜 수 없는 듯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좌우로 떨면서 오열이 뒤섞인 소리로 외쳤다.
"짐승들! 나는 남편에게서 돈을 받아내기 위한 인질이잖아. 그런데 어째서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 거지?"
순간 긴코의 거센 손이 시즈코 부인의 젖은 뺨을 세게 후려갈겼다.
"뭐, 짐승이라고? 두 번 다시 그런 소리 못 하도록 본때를 보여주지."
"게이코를 끌어내 피가 터질 정도로 청죽으로 패줄까?"
에츠코가 으름장을 놓자 부인의 겁에 질린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런 것보다 음핵 매달기는 어떨까?"
요시코도 거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이 자기들 특유의 징벌로, 여자를 큰 대(大)자
형으로 묶어 놓고 클리토리스를 빨래 집게에 물려 잡아당기는 잔학한 고문임을
이죽거리며 부인에게 설명했다.
"어떻게 생각해? 게이코와 같이 그런 형벌을 받겠다는 거야?"
긴코가 다그치자 흐느끼던 시즈코 부인은 알몸을 비틀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 당연히 싫겠지. 그러니까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하게
가와다 씨에게 몸을 맡기는 거야."
"가와다 씨의 여자가 되겠습니다, 하고 이 자리에서 맹세해."
여자들은 시즈코 부인의 좌우에 바싹 달라붙어 머리카락을 움켜잡거나 코를
손으로 비트는 등 못살게 굴었다.
"아, 알았어,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겠죠?"
부인이 마침내 자포자기한 듯 그렇게 외쳤다.
"가와다 씨의 여자가 되겠습니다, 라고 맹세해야 돼."
긴코가 꾸짖듯이 말했다.
"가와다 씨의, 여자가, 되겠어요."
떨리는 소리로 부인이 말하자, 악녀들은 와아 하고 환성을 질러댔고, 시즈코
부인은 우윳빛 어깨 끝을 떨며 흐느꼈다.
"이봐, 이 부인, 허리를 움찔움찔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오줌이 마려운
것 같아"
요시코가 부인의 허리께로 눈길을 떨구고 말했다.
"이러다가 한참 재미보는 중에 싸거나 하면 큰일이지."
요시코가 다시 웃으면서 한쪽 구석에서 낡은 대야를 들고 왔다.
"어때, 이 부인에게 한번 서서 오줌을 싸게 해보자고."
"그래. 서서 오줌싸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자, 부인 한번 해봐."
아케미가 거들자 시즈코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내겐 화, 화장실 갈 자유도 없는 거야?"
"그럼, 그럼, 여기에 있는 동안은 개나 고양이가 되는 거야."
그러면서 여자들이 일제히 자지러지게 웃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무리겠는걸. 우리들이 거들어줘야 되겠어."
여자들이 부인의 발치에 놓여 있던 대야를 들어 부인의 무성한 섬모 아래에
딱 밀어붙였다.
"바, 바보 같은 짓 그만둬!"
부인은 하복부를 격하게 뒤틀었다. 차가운 대야가 사타구니 부근에 닿자
전율 같은 것이 온몸에 들끓었다.
"바보는 부인이야. 내보내야 할 것을 그렇게 몸 안에 두고 있으면 되나?"
"자,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리를 약간만 벌려보라고."
"계속 반항하면 그 예쁜 숲을 전부 깎아버릴 테야."
여자들은 신바람이 나서 부인의 허벅지를 벌리게 하고, 그 사이에 대야를
밀어 넣었다.
"자, 이제 걱정 말고 오줌을 누라고."
"계속 힘 빼게 했다간 이거야!"
긴코가 그러면서 부인의 섬모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소스라치게 놀란 부인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할게! 할 테니까, 난폭한 짓은 제발 그만둬!"
부인은 흐느껴 울면서 몸을 흔들어 대다 문득 이쪽으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와다의 존재를 깨닫고 당황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가와다 씨! 부, 부탁이에요. 당신에게까지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요.
제발 여기에서 나가줘요!"
그러자 긴코가 빙긋이 웃으며 가와다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부끄러운 모습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군."
그러면서 가와다의 손을 잡고 턱짓을 해 보였다.
"새서방님께선 저쪽 침실에서 기다리고 계시죠."
"나도 구경하고 싶은데."
"안 돼. 정말 오줌이 안 나올지도 모른단 말야. 한번에 왕창 괴롭히면 안
돼. 조금씩 길들여가야 하지 않겠어?"
긴코는 가와다를 구슬려서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찢어진 장지문을 열고 들어선 방은 닳아서 해진 다다미가 깔린 광 겸용의
음습한 곳이었다.
"침실은 비록 누추하지만 신부가 절세 미인이니까 그럭저럭 참으라고."
긴코는 그렇게 말하더니 찢어진 벽장문을 열고 얇고 지저분한 이불을 끌어냈다.
"이거 폐를 끼치는군."
"아니, 별말씀을. 오히려 우리가 가와다 씨에게 여러 가지 신세를 지고 있잖아."
긴코는 이불을 깔고 나서 담배를 꺼내 가와다에게 권했다.
"그나저나 드디어 뜻을 이룰 수 있게 돼서 좋겠어, 가와다 씨."
"그런데 도야마 가의 귀부인이 너희들 앞에서 오줌까지 싸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어. 정말 놀랐다고."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긴코가 라이터를 켜 불을 붙여주었다.
"부잣집 여자를 저런 식으로 괴롭혀주면 마음이 후련해진단 말야. 우리들에게도
가와다 씨처럼 그런 심리가 있는 것 같아."
긴코는 그렇게 말하다 문득 생각난 듯이 찢어진 장지문을 조금 열고 밖에
대고 외쳤다.
"아직도 쩔쩔매고 있는 거야? 이쪽에선 신랑이 애가 타서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데."
가와다는 긴코의 뒤편에 비켜서서 찢어진 장지문 사이로 시즈코 부인 쪽을
내다보았다.
여자들이 부인을 둘러싼 채 하복부 쪽으로 허리를 굽히고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필시 부인은 대야를 사타구니에 갖다 댄 채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을
받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언제까지 점잔만 빼고 있을 거야? 빨리 끝내지 못하겠어?"
"가와다 씨에게 안겨 있는 도중에 싸기라도 하면 더 부끄러울걸. 자, 쌀
것은 빨리 싸버리는 게 나아."
"더 애먹일 거야? 그럼 관장을 할 수밖에 없지 뭐."
아케미의 그 말에 부인은 마침내 굴복의 뜻을 표했다.
"하, 할게! 할 테니까 보지 말아 줘, 제발!"
부인의 비통한 외침을 들은 가와다는 가학성의 쾌감이 온몸에 퍼져감을 느끼면서도
짐짓 그것을 감추며 긴코에게 말했다.
"이봐, 긴코. 장난이 좀 지나친 거 아니야?"
"상대는 지금까지 호화판으로 살아온 사장 부인이야. 이 정도 창피는 줘야
속이 풀리지."
긴코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시즈코 부인의 하반신을 둘러싸고 있던 여자들이 일제히 야단법석을
떨었다.
"히야! 드디어 시작했어!"
아케미는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시즈코 부인은 달아오른 얼굴을 격하게 흔들며 흐느껴 울었다.
"보지 말아! 제발 보지 말아 줘!"
그렇게 애원을 하면서도 일단 방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대야 바닥을
두드리는 물소리가 가와다의 귓가에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끝나면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주도록 해. 특히 신랑이 맛볼 그 부분은 젖은
타월로 잘 닦아주라고!"
긴코가 통쾌한 듯이 아케미 일행에게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다시 가와다가 기다리는 방으로 끌려온 것은 그로부터 약
십 분이 지나서였다. 몸도 마음도 지쳤는지 시즈코 부인은 좁은 방 한 쪽에
비틀거리며 앉았다.
"개운하시겠어요, 부인?"
긴코는 부인의 상기된 옆얼굴에 눈길을 보내면서 빈정거렸다.
시즈코 부인은 여자들에게 강제 배설을 당한 모욕을 참고 있는 탓인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부인의 우아하고 단정한 뺨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엉겨붙어 있어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
"그럼 오늘밤은 가와다 씨에게 듬뿍 사랑을 받으라고. 좋겠어?"
긴코는 부인과 가와다의 얼굴을 즐거운 듯이 번갈아 바라보았다.
"가와다 씨가 이제까지는 부인 집의 운전사였지만 오늘밤부터는 바로 당신의
남편이야. 실컷 응석을 부려 사랑을 받아보라고."
완전히 체념한 시즈코 부인이었지만, 가와다가 상체를 벗어 던진 채 다가오자
일순 당황하여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가와다가 부인의 뒤로 돌아오더니 어깨를 두 팔로 휘감았다. 퍼뜩 놀란 부인이
홍조 띤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이미 각오는 돼 있을 텐데 그렇게까지 얼 거 없잖아?"
아케미가 빈정거리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다, 당신들, 내가 가와다 씨에게 당하는 장면까지 구경할 셈이야?"
시즈코 부인은 여전히 쪼그려 앉은 채 여자들에게 적의에 찬 눈길을 보냈다.
"하긴, 방해꾼은 이제 슬슬 퇴장해야겠군. 우리들이 이렇게 버티고있으면
가와다 씨도 기분이 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긴코가 말하자 아케미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오줌까지 배설시켜줬는데 키스하는 장면 정도는 구경시켜줘야 하는
거 아냐? 허리를 뒤흔드는 장면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여자들이 일제히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앗, 싫엇!"
부인은 완강히 거부하며 얼굴을 좌우로 내저었지만 가와다는 부인의 목덜미와
뺨에 격렬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한쪽 손으로는 연신 젖무덤을 주무르고
있었다.
"아앗!"
이미 저항을 포기한 시즈코 부인은 숨을 헐떡이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가와다의 입술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포갰다.
가와다의 입술과 부인의 입술이 맞닿은 것을 보고 여자들은 환성을 질렀다.
"좀더 기분을 내보라고 부인. 이렇게 된 이상 맘 편히 먹고 즐기라고."
여자들이 큰 소리로 외쳐대는 가운데 가와다는 부인의 입에 억지로 혀를
밀어 넣고 혀끝을 거칠게 휘감았다.
부인은 이미 신경이 완전히 마비되어 가와다의 혀를 두 눈을 꼭 감은 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역시 호색한이야. 키스만으로 벌써 상대의 얼을 빼놓았잖아?"
긴코는 가와다의 교묘한 키스 기술에 혀를 내둘렀다.
이윽고 가와다가 입술을 떼자, 시즈코 부인은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듯
가와다의 품안으로 쓰러졌다.
"자, 이제부터는 부인과 단둘이 있게 해줘. 그렇게들 쳐다보고 있으니 기분이
나지 않는데."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의 상체를 떠받치며 여자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악녀들이
입가에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좋아. 그럼 재미 많이 보라고."
긴코가 놀리듯 말하자 가와다가 적어도 서너 번은 치를 작정이라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히야, 왠지 질투가 나는데."
여자들이 일제히 요란스럽게 웃어댔다.
3. 미인 탐정 등장
가와다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새벽이 다 돼서였다.
"도대체 지금까지 어딜 돌아다닌 거야?"
그때까지 깨어 있던 다카요시가 나이트가운을 입은 채 차고까지 와서는 격노한
어조로 꾸짖었다 물론, 다카요시는 시즈코와 게이코 때문에 편히 잠자리에
들 형편이 못 되었다. 그는 수면 부족으로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있었다.
"예. 어떻게든 부인의 행방을 찾아보려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왔습니다."
가와다가 천연덕스런 얼굴로 대꾸하였다.
"그래서 뭐 실마리라도 찾아냈나?"
다카요시가 콜록이며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전연……."
……지금까지 네 사랑스런 여자와 실컷 즐기고 왔다, 고 가와다는 속으로
비웃었다.
"그래? 역시 허사란 말인가! 할 수 없지. 내일은 경찰에 알리는 수밖에."
다카요시가 괴로운 표정으로 힘없이 말하며 저택 쪽으로 돌아갔다.
가와다는 멋대로 해봐, 라고 중얼거리며 방으로 돌아왔지만 막상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가와다는 이내 시즈코 부인의 근사한 몸을 마음속에서
다시 그려보고 있었다.
터질 듯이 풍만한 유방, 매끄러운 하얀 살결, 탄력 있는 엉덩이…… 가와다는
인신매매 범으로 악명을 날릴 때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자를 범해봤지만,
시즈코 부인처럼 훌륭한 육체를 지닌 여자는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꿈도 못 꾸어보던 고액의 꽃 아닌가? 여자의 얼굴이
예쁘고 육체가 훌륭할수록 철저하게 공격을 가하는 것이 호색가의 철칙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지그시 눈을 감던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가 뇌리에
떠올랐다. 아! 드디어 절세 미녀를 내 것으로 만든 거야, 이루 형용할 길 없는
우월감이 용솟음쳤다. 그와 동시에, 그런 미녀를 모리다파에 넘기기로 한 자신의
처사에 대해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제기랄, 내가 그 여자에게 빠진 건가?"
가와다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야마자키 탐정이 쿄오코라는 여비서와 함께 도야마 저택을 찾아온 것은 점심
전이었다. 쿄오코는 스물 세 살의 이국적인 미녀로 쌍꺼풀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야마자키가 눈을 빛내며 다카요시에게 말했다.
"실은 사장님. 쿄오코가 단서를 하나 잡아왔습니다. 쿄오코 씨는 그 동안
신주쿠 불량 소녀들 틈에 섞여 여러 가지 정탐을 해왔는데, 마리라는 하자쿠라단
패거리 중의 한 명과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러자 다카요시가 반색을 하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음, 그, 그래, 그래서 뭐를 알아냈나?"
"마리 얘기로는 오늘 하자쿠라단이 모리다파 쪽으로 모종의 값진 물건을
운반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혹시 부인이나 아가씨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다카요시가 이번에는 쿄오코에게 물었다.
"음, 그럴 수 있겠군. 그런데 마리라는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자네에게
털어놨단 말인가?"
그러자 쿄오코가 팔을 걷어올려 벚꽃 문신을 다카요시에게 보였다.
"저, 하자쿠라단에 입단했습니다. 신주쿠의 불량배가 마리라는 여자 애에게
시비 거는 것을 제가 구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애가 꼭 하자쿠라단에 들어와
달라고 해서, 오늘 단장인 긴코라는 여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하자쿠라단의 은신처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쿄오코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에 들어왔는데, 재학
시절에 당수를 배워 공인 2단을 따놓고 있었다. 마리가 불량배들에게 걸려들었을
때 쿄오코는 불량배 세 명을 당수로 삽시간에 해치웠다. 마리가 하자쿠라단에
들어와 달라고 쿄오코에게 매달린 것도 그녀의 솜씨를 계산에 넣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카요시는 쿄오코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부탁이네. 어떻게든 시즈코와 게이코를 구해주게."
"사장님, 마음놓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부인과 따님을 구해내겠어요.
그러니 경찰에 신고하는 일만은 하루 이틀만 참아주세요."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자기의 상관인 야마자키의 체면을 깎는 일이었다.
"알겠네. 나 역시 시즈코와 게이코의 목숨이 걸린 일이고, 신문에까지 떠들썩하니
알리고 싶지 않아. 모두 자네에게 맡기지."
다카요시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아 하고 입 벌려."
아케미가 밥을 수저로 떠서 시즈코 부인의 입으로 가져갔다. 부인은 기둥에
등을 대고 책상다리 모양으로 묶여 있은 상태였다. 여전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시즈코 부인은 이젠 그녀들에게 저항할 기력도 잃었는지 입을 작게 벌려
여자들이 떠 먹여주는 것을 받아먹고 마실 뿐이었다.
"자, 이번엔 게이코 차례야. 입 벌려."
게이코도 부인과 똑같은 자세로 기둥에 묶여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꼭꼭 씹어 먹도록 해."
여자들은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가 겸연쩍어하면서 먹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다.
"자, 아침 식사는 이것으로 끝. 잘 먹었습니다. 해야지!"
긴코가 시즈코 부인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튀기며 말했다.
"……잘 먹었어요."
시즈코 부인은 머리를 떨구고 작게 말했다.
"상당히 온순해 졌군. 이 정도면 모리다파에 가서도 괜찮겠어."
에츠코의 말에 시즈코 부인은 퍼뜩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뭐야. 어제 가와다 씨에게 안겨서 그런 얘기도 못 들었어?"
시즈코 부인은 얼굴에 홍조를 띠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지옥 같았던 어젯밤을
떠올리고는 몸서리를 쳤다.
"모리다파에게 당신을 팔았단 말이야. 협박의 권리를 넘긴 셈이지. 모리다파는
당신 남편에게 삼 백만 엔을 받아낸 뒤 그 돈을 분배하고 조직을 해산할 모양이야.
앞으론 돈벌이에만 주력할 것 같은데, 부인과 게이코의 나체 사진을 갖고 말이야.
호호호."
시즈코 부인은 예상치 못한 일에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다. 가와다는
자신을 능욕한 뒤에, 그것도 모자라 비밀 사진 밀조 단에게 자신들을 팔아
넘긴 것이다. 개돼지만도 못한 그의 처사에 시즈코 부인은 격하게 오열을 토했다.
"울어봤자 소용없어. 당신의 새서방님이 한 일인걸. 그보다 어젯밤에 서방님이
어떤 식으로 귀여워해 줬는지 그거나 말해봐."
아케미가 놀려댔다. 에츠코와 긴코도 시즈코 부인의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키득거렸다.
"어젯밤에 새벽녘까지 괴로운 소리를 내던데."
"그다지 싫지 않았나 보지. 빨리 털어놔 봐,"
에츠코가 시즈코 부인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채근하였다. 그런 얘기를 게이코가
듣고있다고 생각하니 시즈코 부인은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밖에서 차 멎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부인 서방님이 오셨네."
들어온 것은 가와다였다.
"이봐, 색남, 어젯밤에 어땠어."
여자들이 가와다를 놀려대었다. 가와다는 기분이 좋은 듯 씩 웃으며 들고
온 파일을 긴코에게 건네주고 시즈코 부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부인. 기분이 어때. 아니 부인이라고 부르니 왠지 어색한데 어차피 내 여자가
되었으니 오늘부터는 시즈코라고 부르지."
가와다는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여자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부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시즈코 부인은 온몸의 기운이 일시에 빠져나감을 느꼈다.
한번 무너진 여자는 이렇게도 약해져버리는 걸까. 마음 가득 그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하지만 어느덧 그런 것은 까마득히 잊고 그의 페이스에 끌려간다. 어느
샌가,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 있었다. 여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도 전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시즈코 부인이 돌연 부끄러워 고개를 돌려버렸다.
"대단한 사람이야. 하룻밤만에 이 귀부인을 복종시키다니. 정말 당신은 전형적인
호색한이야."
긴코가 감탄하듯이 말했다.
"헤헤헤, 한번 내 맛을 본 여자는 나 없인 못 살게 돼 있지."
가와다는 뻔뻔스럽게도 여자들에게 어젯밤 일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시즈코
부인은 얼굴이 뜨거워져 고개를 떨구었지만, 가와다의 떠벌리는 소리가 어쩔
수 없이 귀에 들어왔다. 두 손이 자유로웠다면 귀를 틀어막았을 것이다.
"그럼, 슬슬 모리다파 쪽으로 가봐야겠는데."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의 몸을 기둥에서 풀고 오랏줄을 잡아채었다. 손을
묶은 밧줄은 그대로인 채였다.
"어떻게 해서 데려갈 거야? 알몸으론 볼썽사납지 않을까?"
"자동차 짐칸에 밀어 넣을 텐데 뭐, 답답하겠지만 잠깐인걸."
가와다가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시즈코 부인에게 입을 벌리라고 했다.
그녀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가와다를 바라보았다.
"가와다 씨, 너무해요. 너무해!"
"무슨 말이야! 둘이 살집을 마련하려면 너도 돈을 벌어야 한단 말이야. 설마
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고 나서도 염치없이 도야마 영감 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거야?"
부인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고 나서도…… 라는 말을 듣자 이젠 다카요시에게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된 자신을 깨달았다.
아아, 도대체 난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하고 고개를 떨어뜨리는 시즈코 부인
앞으로 가와다가 다시 손수건을 내밀었다.
"시간 없어. 자, 아 하고 입 벌려."
"부탁이에요. 뭔가 걸칠 것을 좀……."
"뭔가 걸쳐봐야 어차피 저쪽에 가면 알몸뚱이가 될 텐데. 게다가 여기엔
부인이 입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모두 도야마 집으로 보냈거든."
"그럼, 제발 아래만이라도……."
시즈코 부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하였다.
"할 수 없군. 이봐 긴코. 뭐 걸칠 만한 게 없을까?"
긴코는 히죽히죽 웃어댔다.
"지금 상태가 좋은데 뭐, 그대로 데리고 가요."
"정, 그렇다면 기저귄 더러워졌고, 어때요? 생리대라면 있는데."
에츠코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 잘됐군. 그거라도 어디야."
가와다도 웃으면서 대꾸하였다.
이어 에츠코가 생리대를 가져오자 시즈코 부인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몸부림을
치며 반항했지만 에츠코와 아케미, 긴코까지 합세해서 부인의 하복부에 그것을
채웠다.
"자 이젠 됐지. 그럼 입 벌려."
가와다가 다시 손수건을 내밀자 눈을 감은 시즈코 부인은 체념한 듯이 입을
벌렸다. 재갈을 물린 후 가와다는 부인의 발목을 묶고 번쩍 안아 올려서는
밖으로 나갔다.
차 트렁크에 부인을 밀어 넣은 가와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 참아. 얌전하게 굴어야 해."
그 차는 평소 시즈코 부인이 쇼핑하러 오갈 때 사용하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짐칸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럼, 가볼까."
가와다는 트렁크를 닫고 차를 출발시켰다. 가와다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전송하고 있던 긴코 패거리들은 이번엔 게이코의 운반 방법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게이코는 어떻게 운반하지, 언니?"
"오늘밤 우리들이 운반하자고. 등산복 차림으로 륙색에 넣어 가면 돼."
긴코가 대답했다. 가와다는 모리다파에 부인을 넘기고 일단은 도야마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래서 게이코까지 운반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악녀들은 폐가로 돌아와 기둥에 등을 대고 묶여 있은 게이코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게이코, 드디어 작별이군 모리다파에 가거든 엄마와 함에 열심히 일하는
거야."
게이코는 머리를 숙인 채, 더 이상 반항할 기력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긴코의 동생 마리였다.
"마리야, 도대체 어디를 싸돌아다니는 거니? 지금 한창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럴 때 혼자 돌아다니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래?"
긴코가 눈을 치켜 뜨며 야단쳤다.
"그렇지 않아도 봉변 당할 뻔했는데 쿄오코라는 언니가 구해줬어."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쿄오코 언니 들어와!"
엉거주춤 밖에서 들어온 것은 화려한 스커트를 입고 추잉검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키가 훤칠한 여자였는데, 말할 것도 없이 야마자키 탐정의 비서 쿄오코였다.
"여기에 모르는 사람을 데려오면 어떡해?"
긴코도 아케미도 정색한 얼굴로 마리를 꾸짖으며 쿄오코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자, 마리가 열심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언니, 내가 보증할게. 이 사람은 하자쿠라단을 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 보단 내가 졸라서 하자쿠라단에 입단하기로 했어. 봐."
마리는 쿄오코의 옷소매를 걷어올려 하자쿠라단의 문장인 벚꽃 문신을 내보였다
그리고 이 쿄오코라는 여자가 얼마나 당수가 센가 하는 것과, 자신을 위기에서
건져준 경위에 대해 재잘거렸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긴코는 쿄오코의 입단을 가까스로 허락하였다.
"주먹 쓰는 일 같으면 언제라도 맡겨줘요. 그럼 잘 부탁해요."
쿄오코는 단장인 긴코에게 인사했다. 이 바닥에서 상당히 굴러먹은 불량
소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믿음직스럽군 잘해봐. 그리고 마리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긴코가 호의적인 태도로 나왔다. 쿄오코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옆을 본 쿄오코는 움찔했다. 알몸으로 기둥에 묶여 있는 소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도야마 집안의 아가씨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지만
쿄오코는 시치미를 뚝 떼고 물어봤다.
"단장, 저기에 묶여 있은 계집애는 도대체 뭐죠? 규칙을 어겨서 처벌받은
건가요?"
긴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뭐, 그런 셈이지, 하고 말을 이었다.
"너도 오늘부터 우리 동료니까 대충 지금까지의 일을 얘기해주지."
그리고는 도야마 집안의 부인과 딸을 모리다파에게 팔아 넘길 계획의 일체를
득의양양하게 설명했다.
"과연 대단한 하자쿠라단이군요. 스케일이 커."
쿄오코는 짐짓 감탄한 듯이 말했다.
모리다파는 어느 실업가의 큰 저택의 일부를 빌려 그곳을 본거지로 삼고있다.
저택의 일부를 모리다파에게 내준 말하자면, 이 깡패 집단의 스폰서인 다시로
이페이는 옛날 모리다파에게 사업상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그 의리로 그들을
원조하고 대신 갖가지 자극과 엽기적인 쾌락을 제공받고 있었다. 비밀쇼, 비밀
사진 제조가 그들의 본업인 탓에 다시로는 여러 종류의 쾌락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사장님. 근사하고 귀한 보물이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보시겠습니까?"
거실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 다시로에게 모리다파의 간부인 다케지가 다가와
말했다.
"그럴까?"
호색한 다시로는 다케지의 뒤를 따라 모리다파에게 빌려주고 있는 별채로
향했다. 다시로는 쉰 살로 이제까지 여러 번 아내를 맞아들였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도망쳐버렸다. 그의 변태적인 성향을 여자들이 참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 고독한 그를 모리다파가 위로하고 있었다.
다다미 열 장의 거실에 모리다파 일원들이 떠들썩하니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다시로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아주었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미키조가 먼저 술 한잔 받으라며 다시로의 손에 컵을 쥐어주고 술을 찰랑찰랑
넘치게 부었다.
"어쩐 일이야. 낮부터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다시로가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
"네, 여간해서는 얻기 힘든 귀한 보석을 입수했습니다."
이어 다시로의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어떤 여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장님 바로 도야마 다카요시의 부인인
시즈코라는 절세 미인입니다"
"뭐! 정, 정말인가?"
다시로가 컵을 내려놓고 미키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야마 다카요시는 다시로에게 있어서 정말이지 불쾌한 존재이다. 언젠가
다시로가 이다시 교외에 있는 토지의 낙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도야마가
갑자기 끼여들어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자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어느 사회사업 단체의 자선 파티에 출석했을 때, 도야마
다카요시도 최근 결혼했다는 미모의 시즈코 부인을 동반하고 참석했었다. 다시로는
부아가 치밀어 멀찍이 떨어진 구석 테이블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각인 된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가 아직까지도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그 부인이 모리다파의 수중에 떨어졌다니…… 다시로는 두려우면서도 가슴
설레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분에 싸였다. 수일 전 큰일을 벌이려고 하니
백만 엔만 마련해달라는 모리다의 부탁을 받고 다시로가 큰맘 먹고 주었는데,
그게 이 부인 유괴에 필요한 돈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윽고 두목, 들여보낼까요,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장지문이 열리면서 손을
뒤로 묶인 시즈코 부인이 모리다파 간부 몇 명에게 둘러싸여 들어왔다. 부인의
오랏줄을 잡고있는 것은 가와다였다.
부인은 재갈을 물고, 하복부에는 생리대를 차고있는 굴욕적인 모습이었다.
"도코노마의 기둥에 세워 놔!"
가와다는 수치심에 몸을 움츠리는 부인의 등을 떠밀어 도코노마 쪽으로 밀고
갔다. 빙 둘러앉은 사내들은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의 풍만한 엉덩이가 실룩실룩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키득키득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도코노마로 올라선 부인은 사내들 쪽으로 돌려져 기둥에 등을 대고선 채로
묶여졌다.
"어떻습니까? 사장님. 얼굴도 반반하지만, 몸도 근사하지 않습니까?"
모리다가 다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로는 눈을 번뜩이며 부인의
나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가와다는 부인의 재갈을 벗겨줬다.
"그런데 이 부인, 지금 생리 중인가?"
모리다가 부인의 허리께에 달린 것을 보고 가와다에게 물었다.
"아뇨, 뭔가 입혀달라고 하는데, 공교롭게 이것밖에 없어서……."
가와다가 대답하자 사내들이 왁자하니 웃었다.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눈을 꼭 감았다. 아마 지옥에 떨어져 도깨비 앞에
끌려나온 심정일 것이다.
"그런 볼썽사나운 것은 치워버려! 허리를 주뼛주뼛하면서 부끄러워하고 있잖아?"
모리다의 말이 떨어지자 가와다는 부인의 허리에 찬 고무 밴드를 나이프로
끊어 벗겨냈다.
"정말 훌륭하군, 두목."
다시로가 시즈코 부인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백만 엔 치곤 좋은 물건이죠. 잘만 하면 도야마에게 삼 백만 엔은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설사 돈을 못 받아낸다 해도 이 정도의 여자라면 치장해서
쇼에 내보내거나, 사진을 만들어 팔아도 크게 히트 칠 게 분명합니다"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안쪽 호주머니에서 백만 엔 다발을 꺼내 가와다에게
건네주었다. 가와다는 손을 앞으로 모아 비벼대며 돈을 건네 받았다.
"네, 이거 감사합니다."
돈을 세어 안쪽 호주머니에 넣은 가와다는 뭔가 끝나지 않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두목. 도야마의 딸 게이코도 곧 이곳으로 데리고 올 텐데 어떻게
할까요? 그쪽은 삼십 만이라는 뎁쇼."
"뻔뻔스러운 놈이군. 그런 건 서비스로 해둬."
"아이고, 두목. 하자쿠라단의 계집애들이 여간 깐깐한 게 아니라 서요. 게다가
게이코라는 물건도 아주 팔팔해서 시즈코와는 또 다른 맛이 날 겁니다."
그러자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시로가 끼여들었다.
"어때? 그 삼십만은 내가 내도록 하지. 도야마의 부인과 딸을 치장해서 비밀
쇼에 내보내는 거야. 그럼 아주 재미있겠어."
다시로는 금방 수표를 써서 가와다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헤헤헤."
가와다는 굽실굽실 머리를 조아리며 그것을 받아 정중히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다시로의 입장에서 보면 도야마 다카요시에 대한 원한을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니 삼십만 엔이 아까울 리가 없었다.
"한몫 잡게 생겼군. 그 대신 사장님도 이렇게 오시고 했으리, 도야마 부인에게
술자리 여흥이나 돋우도록 해보지."
미키조가 가와다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노래를 시키든 춤을 추게 하든 아무거나 좋아."
모리다도 가와다가 부인과 보통 관계가 아님을 눈치챘는지 구체적인 주문을
했다.
"아직 훈련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가와다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부인을 흘끗 쳐다보며 다시로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작은 소리로 소곤댔다.
"뭐야! 부인의 거기가 명기(名器)란 말인가?"
"네, 뭐랄까, 염낭 주머니, 아니, 낙지라고 할까요?"
가와다가 다시로에게 비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렇다면 벌써 자네가 맛을 봤다는 말이군."
"그게, 뭐 혹시 독이 있을까 싶어 검사를 해본 건데, 저도 깜짝 놀랐지 뭡니까?
도야마 가의 젊은 부인이 명기의 소유주라니, 이건 상품으로서도 충분히 제값을
할겁니다."
가와다는 백만 엔이라는 돈이 결코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도야마 영감에게 이런 후처라니, 정말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죠."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자 다시로는 군침을 삼키며 다시 한번 시즈코 부인의
전라 상에 시선을 보냈다.
얼굴과 몸도 훌륭한데 그 부분까지 명기라니…… 다시로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집요하게 시즈코 부인의 알몸을 응시하였다.
"자, 어떻습니까? 여흥으로 다시로 사장님과 모리다 두목이 의사가 돼서,
그러니까 자위 기구 같은 것을 사용해서 의사 놀이를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가와다의 말에 다시로는 싱긋 웃으며 좋지, 하고 대답했다.
"자네가 말하는 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기 전에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고."
다시로의 말에 모리다가 부하들에게 이불을 갖고 오라고 명령했다.
그때까지 시즈코 부인의 알몸을 넋을 잃고 쳐다보던 모리다의 부하들이 "빨리
하질 않고" 하는 두목의 호통 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하들이 벽장을 열고 침구를 날라 오자 가와다는 족쇄로 쓸 청죽을 하나
준비해달라고 그들에게 주문했다.
시즈코 부인은 그런 가와다를 증오에 찬 눈으로 쏘아봤다.
"가와다, 다 당신이란 사람은……."
분한 마음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시즈코 부인은 어깻죽지를 떨며 오열을
했다. 가와다의 악마 같은 행위에 시즈코 부인은 차라리 낭떠러지에서 떠밀린
듯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가와다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리다의 부하들에게 말했다.
"자, 지금부터 부인을 이곳에 눕힐 테니 다리를 벌려서 이 청죽의 양끝에
묶어주세요."
다케지와 사부로가 기둥에 묶여 있는 부인의 오랏줄을 풀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은 모리다파의 간부로 평소 같으면 거들 떠도 보지 않을 일이었건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직접 손을 쓰고 있는 것이다.
뒷짐 결박한 오랏줄은 그냥 놔둔 채 다케지는 부인의 오랏줄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야!"
침구 위로 내던져진 시즈코 부인은 주위를 에워싸듯이 접근해 오는 사내들에게
당황한 시선을 보냈다.
"의사 놀이를 하려고. 우리들은 의사의 조수 역을 맡았지."
다케지가 쿡쿡 웃으면서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알몸을 움츠리고 입술을 떨며 가와다를 향해 욕설을 퍼붓듯이
말했다.
"가와다 씨! 그, 그만큼 내게 모욕을 주고도 아직 성이 차질 않는단 말이야!
이 자리에서 나를 모두의 노리개로 삼을 생각이야?"
그러자 가와다가 코웃음을 쳤다.
"모욕이라고? 부인 역시 열에 들떠 허리를 흔들어대지 않았나요?"
가와다의 말에 다시로와 모리다가 그것 참 즐거웠겠군, 하며 빙긋이 웃었다.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야."
다시로가 그렇게 말하자 가와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정숙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귀부인께서 그 정도로 격렬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아! 가와다 씨 나, 또 갈 것 같아 하며 몇 번씩이나 기분을
냈다고요."
가와다의 그런 조소를 듣는 시즈코 부인의 얼굴은 굴욕과 수치심으로 불같이
뜨거워졌다.
가와다가 다시 자랑스럽게 시즈코 부인의 놀라운 수축력과 흡인력에 대해
설명하자 다시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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