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려한 난투
장지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하자쿠라단의 긴코와 아케미였다.
"게이코를 차에 싣고 왔습니다."
긴코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알리고는 침구 위에 묶여 있는 전라의
시즈코 부인을 보고 샐쭉 웃었다.
"히야! 굉장한 포즈를 취하고 있군, 부인. 도야마 부인의 망측스런 가랑이
벌리기라. 이런 포즈는 주인 양반도 본 적이 없겠지?"
긴코가 야유하자 시즈코 부인은 붉어진 얼굴을 어깨에 파묻고, 이를 갈며
분에 못 이겨 흐느꼈다.
가와다에게, 지금부터 다시로 사장 일행과 의사 놀이를 할거라는 얘기를
들은 긴코와 아케미는 부인에게 다가갔다.
"우리들도 의사 놀이에 끼워 줘. 응, 좋지? 부인."
긴코가 낮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시즈코 부인은 오싹할 정도의 혐오감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다.
"가까이 오지마! 너, 너희들 같은 짐승의 노리개만은 되고 싶지 않아!"
동성에게 성적 희롱을 당한다는 것에 대한 굴욕감으로 시즈코 부인은 거의
광란의 상태가 되었다. 그것을 간파한 가와다는 가학적인 쾌감이 밀려왔다.
"긴코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보복이 무섭지도 않나, 부인."
긴코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말했다.
"우리들보고 짐승이라고 했겠다? 조금만 기다려. 그 높은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지."
그러면서 긴코는 들고 온 종이 봉투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마른나무
섬유를 몇 겹으로 말아 붙인 것 같은 기묘한 막대였다.
"이게, 뭔지 알아, 부인? 이건 토란 줄기를 감아 만든 자위 기군데, 성능이
아주 뛰어나지. 의사 놀이를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도구야."
긴코는 그 기묘한 막대를 시즈코 부인 코앞에 들이밀었다 그 도구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부인은 크게 당황하여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그것에서 눈길을
거두었다.
"이봐, 작은 것도 있어."
아케미가 종이 봉투 안에서 역시 토란 줄기를 감은 가는 막대를 꺼내더니
이것은 항문에 넣는 도구야, 하며 그것으로 시즈코 부인의 달아오른 뺨을 간질였다.
"이 두 개를 앞뒤에서 동시에 사용해주지. 아마 끙끙 신음 소리가 나올 걸."
긴코는 아케미와 얼굴을 마주보고 깔깔 웃어댔다.
"그전에 부인의 그 부분을 자세히 조사해보고 싶은데."
긴코와 아케미가 그러면서 부인에게 다시 다가왔다.
"어때, 나하고 키스 한번 해보자고. 부인에게 레즈비언 맛을 가르쳐줄 테니."
긴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부인의 뺨을 두 손으로 꼼짝 못 하게 눌렀다.
"싫어! 미친 짓 그만해!"
시즈코 부인은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어 긴코의 입술을 뿌리치려고 하자
아케미가 고소한 듯이 웃었다.
"그렇게 고집 부리지 말고 언니에게 혀를 빨아달라고 해. 그러면 내가 부인의
클리토리스 껍질을 잘 벗겨드릴게."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부인의 하복부에 찰싹 달라붙어 부드럽게 솟아오른
섬모를 손바닥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다시 날카로운 비명이 부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아케미의 손끝이 그곳에
닿는 순간 좌우로 벌어진 부인의 허벅지의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사내들은 히죽히죽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여자들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었다.
부인이 여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받으면서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내는 것이 가와다나
다시로에겐 짜릿한 흥분이었다.
긴코의 키스와 아케미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시즈코
부인.
"여자들에게 희롱을 당하다니! 어, 어째서 내가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해야
하는 거야. 응, 어째서, 가와다 씨!"
시즈코 부인은 오히려 가와다에게 구원을 요청하듯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사랑해 준 다잖아. 다정하게 사랑해주려는데 지금 태도가 그게 뭐야!"
강한 반발에 직면한 긴코는 울컥 화가 치밀어 세차게 부인의 따귀를 갈겼다.
"입맞추는 게 그렇게 싫다면 아랫입술을 빨아주지."
그러더니 부인의 하복부로 몸을 틀었다.
"아앗, 제발요, 그만해!"
긴코가 허벅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하면서 아케미와 같이 부드러운 섬모를
애무하자 부인은 격하게 흐느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 틈새를 크게 벌려봐."
섬모를 쓸어 올려 여체의 생생한 세로줄을 드러낸 여자들은 이번에는 마치
조개라도 벌리듯이 부드러운 여체를 벌려갔다.
"아악!"
시즈코 부인은 호흡이 멈출 정도의 치욕에 목덜미를 곧추세우고는 비통한
소리를 질렀다.
"이봐 가와다 씨, 구경만 하지 말고 부인의 젖가슴이라도 주물러 줘. 기분이
나게 말이야."
긴코가 문득 얼굴을 들고 여자들의 솜씨에 도취되어 넋을 놓고있는 사내들에게
말했다. 퍼뜩 제정신이 돌아온 가와다는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눈을 찔끔했다.
"하반신은 여자들에게 맡기고 사장님과 모리다 두목은 부인의 상반신을 애무해
주시죠?"
가와다의 말에 다시로와 모리다는 부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다시로는 충혈된
눈으로 부인의 요염한 목덜미를 한참 쳐다보더니 자늑자늑한 어깨와 발그레하니
상기된 뺨에 뜨거운 키스를 비오듯 쏟아 부었다. 모리다는 오랏줄로 조인 부인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꽃봉오리 같은 유두에 입술을 바짝 들이대고 달콤하게
빨아댔다.
사내들과 여자들의 집요한 성적 학대가 위아래로 쏟아지자 시즈코 부인은
궁지에 몰린 심정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통렬한 혐오감, 굴욕감과 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쾌감 같은 것이 밀려와 어금니를 깨문 입에선 비통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후후후, 귀여워하는 마음이 강한 만큼 한번 미워지면 미움이 그보다 커진다는
말이 있지? 실컷 괴롭혀줄게. 자, 속속들이 드러내는 거야."
긴코는 소리 없이 웃으면서 부인의 비열(秘裂)을 손가락을 사용해 활짝 벌렸다.
그러자 축축한 질 층이 신선한 어육처럼 선명한 분홍색을 띠며 생생하게 불거져
나왔다.
"어머, 예뻐 꼭 처녀처럼 장밋빛이야."
긴코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
"게다가 멋지게 위에 붙었어. 사장 부인다운 관록이 있는데? 클리토리스
역시 정말 근사해."
아케미도 맞장구를 치며 몇 곁이나 겹쳐진 옅은 홍색의 부드러운 주름 층을
껍질이라도 벗기듯이 한 장 한 장 벌려갔다.
동성의 손으로 음란한 학대를 받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입장에서는 태어나서
처음 당하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굴욕이었다. 그러나 그저 땀이 맺힌 이마를
고통스럽게 일그러뜨리며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피하려야
피할 길 없는 피학성의 괴상한 쾌감이 온몸에 번짐을 느끼게 되었다.
시즈코 부인이 숨을 몰아쉬고 허벅지를 뒤틀며 요동치기 시작한 것을 본
긴코와 아케미는 사냥감을 놓고 다투듯이 교대로 손가락을 사용해서 부인의
점막 내측의 깊숙한 속까지 휘저었다 그리고 그 부분이 흥건하게 젖어 감을
깨닫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보고 빙긋이 웃었다.
"뭐야! 싫어, 그만해 하고 불평을 늘어놓더니 벌써 이렇게 젖어버렸잖아?"
"어머, 클리토리스가 발기했어. 꽤 기분이 좋아지셨나 봐."
긴코와 아케미는 부인의 음핵이 팽창하기 시작한 것을 보고 기세가 올라
야유해했다. 그런 여자들의 조소를 견디지 못하고 시즈코 부인은 얼굴을 흔들며
흐느껴 울었다.
"귀부인치고는 행실이 안 좋군. 아무리 기분이 좋아졌다지만 부끄러운 봉오리를
이렇게까지 환히 내보일 건 없잖아."
시즈코 부인은 그런 여자들의 음란한 학대와 독살스런 야유를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스스로 몸을 던지듯이 집요하게 입술을 포개려고 몸을 내미는
다시로의 입술에 얼른 입술을 포개었다.
다시로는 무아지경에 빠져 부인의 달콤한 혀끝을 입안으로 끌어들이고, 혀가
빠질 정도로 세게 빨아들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긴코는, 그러면 우리도 시작해볼까? 하며 계속 비틀어대고
있는 부인의 허벅지를 돌연 떠받치듯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여자의 중심부, 뜨겁게 여문 질 층을 입술을 사용해 간질이면서
단단히 발기한 음핵을 입안에 넣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그 순간, 부인의 온몸에
전류가 통한 듯이 부르르 경련이 일었다.
이삼 분 동안 부인의 음핵을 빨던 긴코가 만족스럽게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얼굴을 들고, 다시로도 입안에 빨아 당긴 부인의 혀끝을 해방시켜줬지만, 시즈코
부인은 이미 완전히 넋이나가 멍하니 반쯤 벌린 입술 사이로 혀끝을 내보인
채 거칠게 헐떡이고 있었다.
"어때, 부인. 아직도 우리들이 미워? 이왕 이렇게까지 됐으니 앞으로 사이
좋게 지내자고."
긴코가 끈적끈적하게 그렇게 속삭여오자 시즈코 부인은 고개를 옆으로 묻고
흐느껴 울었다.
"울음으로 얼버무리지 말아. 기분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때?"
이어 아케미가 자, 죄다 보여줘,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질척하게 젖은
질 벽을 벌려 질구까지 환하게 노출시켜버렸다. 그리고 질의 주변을 혀로 간질이고
질 벽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성적 희롱을 받는 동안에 질구도 소음 순도 열기를 띠고 팽창해 가는
것이 가와다의 눈에도 또렷이 비쳤다. 여자들이 더 음탕하고 잔학하다고 생각하며
가와다는 집요한 여자들의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활짝 개화한 부인의 질 벽에서 불에 데인 듯한 뜨거운 질 액이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나왔다.
"어머, 완전히 기분이 오른 모양이네. 이렇게 싸주시면 이쪽도 서비스한
보람이 있지."
긴코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엄청난 수액을 흘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응시하며 환성을 길렀다.
"그래 거리낄 것 없어, 부인. 좀더 야단스럽게 싸는 거야."
"이제부터 토란 줄기를 감은 자위 기구로 마구 쑤셔드리지, 질 액이 많을수록
토란 줄기의 액이 그것과 융합해서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 테니까."
악녀 둘은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교대로 손가락 두 개를 시즈코 부인의
점막 안쪽에 깊숙이 찔러 넣고, 다시 질 액이 나오도록 마구 휘저었다.
"아, 악!"
시즈코 부인은 단속적인 비명을 지르며 결박된 상반신을 활처럼 휘고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며 경련이 이는 듯한 울음소리를 토했다.
끈덕지게 휘젓는 긴코의 손가락에 부인의 질 벽 층이 마치 수중의 해초처럼
끈끈하게 휘감겨져 왔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그 뜨거운 질 층이 긴코의 두
손가락을 꽉 조였다. 긴코는 부인의 그 괴이할 정도로 강한 수축력을 손가락에
확실하게 느끼자 반색을 하고 부인의 젖가슴을 빨고있는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말했다.
"가와다 씨의 말대로, 이 부인은 정말 명기의 소유자예요."
"맞아, 속된 말로 염낭 주머니지!"
가와다가 낄낄거렸다.
"어디어디, 나도 한번 시험해 보자고"
이번엔 아케미가 손가락 두 개를 아주 깊숙이 찔러 넣고, 자, 조여봐, 하고
명령하듯이 말하고는 손가락을 짧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코나 아케미에게 대해 처음엔 심한 적의와 반발을 보인 시즈코 부인이었지만,
지금은 두 여자의 그곳에 대한 뜨거운 입맞춤과 교묘한 손놀림에 의해 몸도
마음도 녹진녹진하게 녹아있다.
"이봐, 단단히 조이지 못해!"
아케미가 야단치듯 말하자 단번에 수축력을 발휘하여 아케미의 손가락에
여문 질육(膣肉)을 휘감고 꽉 조였다.
"이거 대단한데? 도야마 재벌의 사장 부인이 염낭 주머니라니."
아케미와 긴코가 얼굴을 마주하고, 큰 입을 벌려 웃기 시작했다.
그때 시즈코 부인이 뭔가에 겁먹은 듯이 상기된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긴코가 한쪽 손가락으로 단단히 발기된 음핵을 가볍게 만지면서, 다른 한쪽
손가락을 질구 깊숙이 찔러 넣고 다시 애무를 개시한 순간, 급기야 시즈코
부인이 옥죄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아, 기다려 긴코! 더 이상 참지 못하겠어."
"왜 그래, 기분이 났다는 거야?"
긴코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곤혹스러운 눈길로 긴코를 바라보고는, 자못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더 하게 되면 나, 이 자리에서 아아, ……그런 부끄러운 꼴을 보이지 않게
해줘."
긴코에게 애원하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가와다는 이것으로 부인과 여자들
사이의 응어리가 풀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까까지 여자들에게 보인 부인의
반발심은 약해지고, 하나의 연결 고리가 생기려고 하지 않는가.
"저런, 아직 기분을 내면 안 돼! 지금은 그저 부인의 물건을 조사하는 단계라고."
아케미도 그렇지, 하며 맞장구를 쳤다.
"조사가 끝나면 토란 줄기 막대를 삼키게 해줄게. 그놈을 물고 기분을 내보라고."
악녀들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잔인한 말을 내뱉어 부인의 혼란스러운
신경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고 했다.
"자 가와다 씨. 거기에 있는 토란 줄기 막대를 집어 줘."
그러자 시즈코 부인이 격하게 흐느끼면서 싫어! 그만해! 하고 온몸을 비틀었다.
"이봐, 잠깐 기다려!"
다시로가 제지를 했다.
"뭐 그런 걸 사용할 필요가 있겠어? 어차피 기분을 내려면 우리들의 육봉(脚隣)을
물고 조이는 편이 훨씬 만족스러울 텐데. 그런 토란 줄기 같은 것을 밀어 넣는
것은 부잣집 귀부인에 대한 실례지. 그리고 말야, 부인의 명기를 직접 맛보고
싶은걸."
"후후후, 그것도 괜찮겠죠. 사장님의 그곳 역시 단단해졌을 테니까."
그러자 다시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단단해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발딱 서 있다고."
그때 또다시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리 일행일 거야."
아케미가 일어나 장지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무스름한 오랏줄로 묶인 게이코가
여러 명의 불량 소녀들에게 이끌려 방으로 들어왔다. 입에는 단단히 재갈이
물려져있었다.
"허허, 이게 도야마의 딸인가? 아주 예쁘장하게 생겼군."
다시로는 음탐한 눈을 깜박이며 떨고 있는 게이코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마리 일행은 게이코를 커다란 륙색에 집어넣고, 택시를 세내어 여기까지
운반해온 과정을 호들갑을 떨며 설명했다. 그러다 에츠코가 문득 다리를 벌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부인, 굉장한 포즈를 취하고 있네?"
가와다가 히죽 웃었다.
"유감이군. 아가씨가 조금만 일찍 왔었더라면, 재미있는 구경을 했을 텐데.
뭐, 어쨌든 좋아. 아가씨도 이쪽으로 앉으라고."
긴코와 아케미가 필사적으로 뒷걸음질치려고 하는 게이코를 강제로 끌어와,
다시로 옆에 털썩 책상다리로 앉힌 다음 재빨리 교차시킨 다리를 끈으로 감아,
소위 책상다리 결박을 하였다.
게이코는 앞쪽을 응시하다가 그만 깜짝 놀라 얼굴을 돌렸다. 그러자 긴코와
아케미가 게이코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놓았다.
"봐야 돼. 친 엄마는 아니지만 네 엄마임에는 틀림없잖아? 똑똑히 눈을 뜨고
보란 말야!"
그들은 시즈코 부인의 수치심이 한층 고조될 것을 계산에 넣고있었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술안주는
눈앞에 가랑이를 벌린 채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과 책상다리로 결박된 게이코였다.
그 외의 사내들도 흥분이 덜 가신 무아지경 상태의 시즈코 부인을 에워싸고
계속 희롱을 해대고 있었다.
"쿄오코,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긴코는 쿄오코가 아까부터 방 한쪽 구석에서 멀거니 서 있는 것을 마음에
두고 말했다.
"호호호, 이런 장면을 처음 봤나 보지? 그래서 놀란 거로군."
아케미가 재미있어하며 웃었다.
쿄오코는 응, 좀 놀랐어, 하며 얼버무렸지만, 실제로는 이만저만 놀란 게
아니었다. 야마자키의 명령으로 불량 소녀로 가장, 하자쿠라단에 잠입한 쿄오코였지만
도야마 재벌의 귀부인이 이처럼 잔학한 방법으로 희롱을 당하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 정도하고 끝내는 게 어때. 아무리 미인이라 지만 저런 몰골은 별로 구경하고
싶지 않은데."
쿄오코의 말에 긴코도 아케미도 그것도 그렇군, 하고 웃으며 손수건에 맥주를
적셔 마치 물건이라도 닦듯이 시즈코 부인의 몸을 닦았다.
"안쓰러우니까 뒤처리를 해주지."
간신히 끈이 풀린 부인은 금방은 상체를 일으키지 못할 정도였지만, 이윽고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자유롭게 된 양손을 교차시켜 가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죽고 싶을 정도의 부끄러운 모습과 비참한 상태를 악마와 악녀들에게 여실히
드러낸 분함과 한심함으로, 시즈코 부인은 검은 머리칼을 흔들면서 치를 떨며
흐느꼈다.
"한데 다시로 사장님에게 명기의 맛을 보여주기로 했잖아?"
가와다는 자신의 잔혹한 말을 부인이 어느 정도나 참아내는지 시험이나 하듯이
깜짝 놀라 외면하는 부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아!"
시즈코 부인은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엎드리고 말았다. 등을 드러내고
오열하는 시즈코 부인에게 이번엔 아케미가 깐죽깐죽 끼여들었다.
"뻔뻔스럽게 남자들 앞에서 다리를 확 벌리고 모든 걸 다 드러내다니. 참
배짱도 좋아."
시즈코 부인은 더욱 격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쿄오코가 끼여들었다.
"언니들도 참 그만해. 내일도 있잖아?"
그러자 가와다가 얼굴을 들어 쿄오코를 보고 말을 건넸다.
"너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네, 쿄오코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꽤 반반하게 생겼는데, 너 정도면 미스 하자쿠라단쯤 되겠다. 나이는 몇
살이지?"
"스물 두 살입니다."
"흠. 그런데 너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쿄오코는 가슴이 철렁했다. 가와다는 도야마 가의 운전사가 아닌가? 전에
야마자키와 같이 가와다가 운전하는 차를 탄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다행히도 가와다는 금세 포기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하고 헷갈렸나 보군. 뭐 좋아, 하자쿠라단을 위해 열심히 해보라고."
쿄오코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짝 긴장했던 온몸의 긴장을 풀었다.
"이제 됐지. 가와다. 부인을 다시 묶어."
모리다가 말했다.
그러자 가와다가 잽싸게 끈을 집어들고 시즈코 부인의 등뒤로 돌아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충분히 쉬었지? 자, 손을 뒤로 돌려."
시즈코 부인은 저항할 기력도 없어 눈을 꼭 감고 손을 등뒤로 돌렸다.
"아주 고분고분해 졌군. 그래, 귀부인답게 깨끗이 단념하는 거야."
가와다는 주절주절 떠들면서 손에 침을 탁 뱉고 시즈코 부인을 단단히 뒷짐
결박해 갔다.
모리다가 다시로와 히죽거리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가와다를 향해 말했다.
"오늘밤은 사장님과 내가 도야마 부인을 실컷 즐겁게 해드리기로 했어. 돈을
지불했으니 물건은 이쪽 것이야. 자네 이견은 없겠지?"
그러자 가와다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럼요. 이미 양도한 물건인데, 남의 떡에 침을 흘리면 되겠습니까?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어르신 마음대로 하십시오."
"좋아, 그럼 도야마 부인을 사장님 방으로 옮기게."
"알았습니다. 헤헤헤, 사장님과 두목이 오늘 이후로 동서 지간이 되는 셈이군요."
"하하하, 뭐 그런 셈이지."
토지 브로커인 다시로가 불룩 튀어나온 배를 흔들며 웃었다.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술자리 여흥으로 게이코의 관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재갈이 풀린 게이코는 째지는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지만, 여전히 뒷짐 결박되어
있는 처참한 신세였다. 이내 아까 까지 시즈코 부인이 당했던 비참한 몰골로
묶여졌다.
"엄마, 엄마! 살려줘."
시즈코 부인은 퍼뜩 고개를 들고 게, 게이코, 하고 비통한 소리를 지르며
게이코 쪽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이봐, 멋대로 움직이면 곤란하지. 이제부터 사장님과 두목에게 듬뿍 사랑을
받을 차례야."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의 오랏줄을 세게 잡아끌더니 자, 걸어, 하고 부인의
엉덩이를 발로 밀었다.
시즈코 부인은 풀썩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떨며 가와다에게 끌려 복도로
나갔다. 그 뒤를 모리다와 다시로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뒤따라갔다.
다시로의 침실은 이층 복도를 두 개쯤 돌아선 막다른 곳에 있는 방이었다.
"엉덩이를 좀더 흔들어보는 게 어때? 도야마 부인."
다시로는 걷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그런 굴욕에 허덕이면서 시즈코 부인은 포박된 몸을 할미꽃처럼 구부리고
꺼지듯이 걸었다. 다시로의 침실로 들어서는 것을 일 분이라도, 일 초라도
늦추고 싶은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자, 여기야 부인."
다시로는 방 앞에 오자 취기로 휘청대면서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내 모리다에게
건네주었다. 모리다는 그것으로 문을 열고, 익살스런 포즈로 시즈코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자, 들어가시죠, 도야마 부인."
그곳은 한껏 멋을 부린 다다미방으로 모과나무 탁자와 병풍 등이 격식에
맞춰 놓여있고, 안쪽의 방 한 칸이 침실로 쓰이는 듯 꽃 모양의 물색 이불이
깔려있다. 그 판은 목욕탕이었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시즈코 부인을 목욕탕으로 밀고 갔다. 하얀 타일이 깔린
커다란 욕실에 부인을 밀어 넣은 가와다는 얼굴을 숙인 채 희미하게 떨고 있은
부인에게 말했다.
"사장님과 두목이 몸 구석구석까지 깨끗이 씻어주실 거야."
"그럼 두목과 사장님, 천천히 즐기십시오. 저는 그 사이에 잠자리하고 술상
준비나 해놓겠습니다."
가와다는 부인의 오랏줄을 다시로에게 건네주고 애교 띤 미소를 지었다.
목욕탕은 조금 전부터 난방이 돼 있었던 듯, 욕실 가득 뿌연 증기가 서려있었다.
시즈코 부인은 욕실 구석에 몸을 작게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그런 시즈코 부인의 모습을 핥듯이 바라보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욕조 가장자리에 뺨을 대고, 격하게 흐느꼈다. 죽기보다 괴로운
모습을 야비한 사내들에게 드러내고, 다시 악마나 다름없는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희롱을 당해야 하다니…… 부인은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면 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설령 구출된다고 해도, 더 이상 자신은 밝은 곳에는 나갈 수
없는 몸이 된 것이다. 시즈코 부인의 뇌리 속엔 도야마 가에 시집가고 나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덜커덩 하고 욕실 문이 열리자, 부인은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와 허벅지를
딱 밀착시키고 몸을 더욱 움츠렸다. 알몸이 된 다시로와 모리다가 들어왔다.
"헤헤헤헤, 부인. 우리 둘이서 깨끗하게 씻어줄게."
모리다가 그렇게 말하고 욕조의 물을 퍼 올려 쏴아― 하고 선 채로 어깨에서부터
끼얹었다. 물방울이 구석에 쭈그려 앉은 부인에게까지 튀었다. 다시로는 욕조
안에 거대한 몸을 담갔다.
"아아, 좋다. 자, 부인 사양하지 말고 이리로 들어와."
시즈코 부인은 참을 수 없어 일어나 욕실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모리다가
시즈코 부인의 매끈매끈한 양어깨를 뒤에서 잡았다.
"어, 어딜 가는 거야. 밖에는 부인이 무서워하는 가와다가 있다고. 그리고
사장님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잖아. 자, 탕 안으로 들어가서 사장님에게 깨끗이
씻어달라고 하라고."
그러더니 시즈코 부인의 오랏줄을 끌고, 욕조 앞까지 끌고 와 결박한 그대로
탕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뭘 꾸물대고 있어. 빨리 들어가지 않고."
모리다는 욕조 앞에 우뚝 선 채, 욕조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부인의 엉덩이를 세게 갈겼다. 시즈코 부인은 얼굴이 빨개져서 입술을 깨물고
있다.
"하하하, 사장님. 사장님이 그렇게 정면에서 눈을 접시 만하게 뜨고 쳐다보고
계시니까 부끄러워서 그러나 본데요?"
시즈코 부인은 모리다의 말에 한층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모리다는 부인의 홍조 띤 뺨을 쿡쿡 찌르더니 시즈코 부인의 몸을 안아 올리려고
했다.
"무, 무슨 짓이에요. 그만둬!"
다시로도 거들어 마침내 두 사람은 시즈코 부인의 부질없는 저항을 간단히
제압하고 욕조 안으로 밀어 넣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증기 속에 탕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시즈코 부인과 다시로. 그곳에 모리다도 점프하여 들어갔다.
"헤헤헤, 사장님. 도야마 녀석, 자기 마누라가 이곳에 이런 몰골로 우리들과
같이 목욕하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모르겠죠?"
모리다가 말하자 다시로도 싱글벙글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이것으로 옛날 원한을 갚은 셈이야. 나중에 부인의 숲을 조금 깎아서
도야마 녀석에게 보내줄까? 필시 깜짝 놀랄 거야. 하하하!"
다시로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다.
"부인, 오늘밤은 이 모리다 두목과 같이 뼈에 사무칠 때까지 즐겁게 해줄게.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이 방 밖에서는 들리지 않아. 걱정 말고 맘껏 신음 소리를
질러대라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얼굴을 숙이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코를 들어올리고
콧구멍 청소를 시작한 모리다가 자못 재밌다는 듯이 놀려댔다.
"콧구멍 청소가 끝나면 입안하고 귓구멍까지 해줄게. 후후후, 어때, 도야마
부인, 우리들 의외로 친절한 남자들이지?"
시즈코 부인은 귓불까지 붉게 물들이고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쿄오코는 이 자리를 빠져나가 야마자키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를 먼저 위험에서 구출해야 할지 망설였다. 게이코를
괴롭히는 데에 몰두해 있는 하자쿠라단과 모리다파의 야쿠자들, 그 틈에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야마자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들이 이곳에
구출하러 오는 사이 이층으로 끌려간 시즈코 부인이 온갖 야비하고 잔학한
방법으로 희롱 당할 게 분명했다.
어쨌든 일단 시즈코 부인을 위험에서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결심한
쿄오코는 살짝 그 자리를 빠져 나와 복도로 나왔다.
이층으로 올라가자 붉은 양탄자가 깔린 복도의 양옆에 방이 죽 붙어있었다.
쿄오코는 그 하나 하나를 열어보며 나아갔다. 이층 어딘가에서 시즈코 부인이
음란한 학대를 받으며 괴로워 몸부림치고 있다고 생각하자 쿄오코의 가슴이
심하게 고동쳐왔다.
가장 구석진 방의 문을 열려고 했을 때, 움찔 몸이 경직되었다. 가와다 일행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시즈코 부인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쿄오코는 숨을 삼키고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살금살금 걸어 장지문
틈새로 침실을 엿보던 쿄오코는 그만 앗! 소리가 나올 뻔했다.
침실의 도코노마 기둥에 시즈코 부인이 알몸인 채 묶여져 있었는데, 참혹하게도
한쪽 다리가 로프로 높이 매달아져 있었다. 부인은 그 처참한 모습으로 다시로와
모리다의 안주 거리가 되고있는 것이다.
가와다는 다시로와 모리다의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비굴하게 굽신굽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다시로는 충혈된 눈으로 시즈코 부인의 부드러운 살결을
응시하고 있었다.
"좋은 포즈군, 부인. 남편이 봤다면 뭐라고 할까. 후후후."
다시로는 입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사교계의 꽃이라든가 절세미인이라는
칭송을 받던 도야마 부인이 지금은 비참한 모습으로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희롱
당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무용수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 같은데, 안 그런가? 도야마 부인."
모리다가 맥주를 병째 들이켜서, 느릿느릿 시즈코 부인 곁으로 다가갔다.
시즈코 부인은 퍼뜩 얼굴을 들고는 매달린 한쪽 다리를 필사적으로 흔들며
외쳤다.
"다, 다가오지 말아! 제발 내게 다가오지 말아!"
모리다는 다시로 쪽을 보며 빙긋이 웃어 보였다.
"사장님, 역시 사장 부인이라서 이런 어마어마한 꼴을 당하고도, 아직 숫된
면이 남아있는데요. 다가오지 말라고 앙탈을 부리다니. 이거 지금 길들여놓지
않으면 나중에 상품으로 내놓기 힘들겠는데요?"
다시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격하게 흐느끼기 시작한 시즈코 부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질고, 홱 치켜들었다.
"후후후, 부인. 그만한 일로 참지 못하고 그렇게 울면 되나."
그러자 가와다가 모리다와 다시로에게 말했다.
"어르신들, 너무 부인을 애태우는 것 아닙니까? 여자라는 것은 몸을 허락한
남자에겐 온순해지는 법입니다. 게다가, 어르신들은 색에 대해서는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수완가 이시잖아요. 두 분이 교대로 공격하면 아무리 부잣집
마나님이라 해도 어르신들의 말씀에 순종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 시즈코 부인의 매달아 올려진 한쪽 다리를 올려다보면서 감탄했다.
"정말 멋진 다리야. 저 오동통한 허벅지 좀 봐. 색기가 넘치는군."
한참 음란한 눈을 번뜩이면서 부인의 그곳을 바라보던 모리다가 다시로의
팔을 쿡쿡 찔렀다.
"이제 슬슬 맛을 볼까요, 사장님."
"그럼, 이쯤에서 방해꾼은 퇴장하도록 하죠."
가와다는 의미 있게 웃고 방을 나가려다가 문득 시즈코 부인에게 시선을
보냈다.
"준비 됐지, 도야마 부인. 오늘밤은 사장님과 두목을 충분히 만족시켜 드려야
해."
쿄오코는 병풍 뒤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이 지옥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와다가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쿄오코가 숨어있는 병풍 앞을 지나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쿄오코는 가슴을 쓸어 내리고 다시 침실 안을 지켜보았다. 이제 적은
두 사람이다. 게다가 그들은 상당히 취해 있다.
여자이지만 당수 2단의 솜씨를 지닌 쿄오코는 술에 취한 두 사내를 때려눕히는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쿄오코는 발소리를 내지 않고 살며시 침실로 들어갔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부인을 괴롭히는 데에 열중하고 있어 아직 쿄오코가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진드기처럼 시즈코 부인의 살갗에
달라붙어 있었다.
"뭐, 뭐야, 너는?"
시즈코 부인의 치켜 올라간 다리 뒤를 핥고 간질이고 있던 모리다가 쿄오코를
보고 깜짝 놀랐다. 부인의 탐스런 젖가슴을 감상하고 있던, 다시로도 흠칫
놀라 쿄오코를 바라보았다.
쿄오코는 즉시 바닥을 차고 돌진해 모리다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악! 소리를 지르며 모리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누구야, 너는!"
다시로가 쿄오코의 안면에 강한 펀치를 날렸지만, 쿄오코가 몸을 낮추는
바람에 허공만 가르고 몸의 균형을 잃었다. 쿄오코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깨를 강하게 내리치자 윽!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부인, 정신차리세요. 저는 야마자키 씨의 비서입니다."
쿄오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등산용 나이프를 꺼내, 부인의 한쪽
다리를 매달고 있는 로프를 끊었다
"고, 고맙습니다. 저, 저……."
시즈코 부인은 살았다고 생각하자 목이 메는 것 같았다.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의 등뒤로 돌아가 나머지 끈을 마저 끊었다.
"고생하셨죠? 부인, 이제 괜찮습니다."
가까스로 자유를 찾은 부인은 걸으려고 해보았지만 손과 다리가 마비되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게다가 이런 나락의 밑바닥에서 구원받자
알몸인 자신이 한층 부끄럽게 느껴졌다.
한 손으로 젖가슴을 가리면서 시즈코 부인은 허리를 움츠리고 뭔가 걸칠
것을 찾았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쿄오코에게 맞은 곳을 손으로 부여잡고, 짐승처럼
신음하면서 뒹굴고있었다. 두 사람 모두 목욕 가운을 입고 있는 것을 본 쿄오코는
두 사람에게서 그것을 벗겨냈다.
"제기랄, 무슨 짓이야!"
그렇지만 쿄오코의 일격이 상당히 효과가 있었는지 여전히 일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자, 부인. 이거라도 입고 빨리 도망칩시다."
쿄오코는 알몸의 다시로와 모리다를 방금 전까지 시즈코 부인에게 감겨있던
끈으로 친친 얽어 묶었다.
"이봐, 용서해 줘, 묶지 말라고! 우리들이 잘못했어!"
다시로와 모리다는 자존심도 없이 용서를 구걸하였다.
"뻔뻔스런 놈들. 부인에게 죽기보다 고통스러운 짓을 하고도 우는소리를
내!"
쿄오코가 나이프를 손에 고쳐들었다.
다시로는 움찔하여 살려줘! 하고 악을 썼다. 찌르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허둥댈 것 없어. 너같이 벌레 같은 놈을 뭣 하러 죽이겠어. 경찰에 인도하기
전에 꼴불견인 콧수염이나 깎아주려는 거야."
다시로는 모리다의 뒤로 몸을 숨기려고 무릎걸음으로 걸었다. 모리다도 당황하여
다시로의 뒤로 몸을 숨기려고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뒷짐 결박되어 있어 생각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너희들이 부인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자, 각오해!"
쿄오코는 다시로를 다다미 위로 넘어뜨리고 가슴을 타고 앉아 콧수염을 깎아버렸다.
"자, 부인도 이놈을 발로 차든지 때리든지 조금이라도 원한을 푸세요."
쿄오코는 곁에 멍하니 선 채 꼼짝 않는 시즈코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의
아름다운 얼굴은 다시로와 모리다에 대한 증오로 경직되어 있었다. 이들에게
받은 수모는 두 사람을 죽인다 해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쿄오코가 이곳에
달려와 주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이 두 사람에게 뼈까지 핥음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자 시즈코 부인은 분노가 치밀어와 자기도 모르게 옆에
떨어져 있던 청죽을 집어들었다.
"너희들은 인간도 아니야. 짐승이야!"
부인은 그렇게 외치면서 다시로의 허리께를 청죽으로 내리쳤다. 철퍼덕 둔탁한
소리가 나고 다시로가 비명을 질러댔다.
"살려줘! 부인. 부탁이야!"
시즈코 부인은 눈썹을 치켜 뜨고 계속 다시로의 몸을 청죽으로 때렸다.
"자, 부인, 어서 도망가시죠.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곧 야마자키 씨에게
연락해서 게이코 씨를 구출하겠어요."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을 재촉하여 방을 나갔다.
"쿄오코 씨,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 좋을지……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시즈코 부인은 쿄오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직 안심할 수 없어요. 여기는 적중이에요. 제 뒤를 따라서 조용조용 걸으세요."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의 손을 끌면서 발소리를 죽여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왔다. 하자쿠라단의 여자들과 모리다파의 똘마니 야쿠자들이 진탕 마시고
소란을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패거리에게 게이코가 어떤 몹쓸 짓을 당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시즈코
부인의 마음이 저려왔지만, 게이코를 구하려면 일단 자신들이 이 지옥의 저택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사람은 살금살금 패거리들이 떠들고 있는 방 앞을 지나쳐 정원으로 내려섰다.
이 정원을 가로지르면 뒷문이 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단숨에 달렸다.
"앗! 쿄오코 아냐!"
누군가 뒤쪽 툇마루에서 외쳤다. 깜짝 놀란 쿄오코가 뒤돌아보니 하자쿠라단의
우두머리인 긴코가 손짓을 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큰일났어! 쿄오코가 도야마 부인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어!"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의 손을 잡아끌고 달렸다. 부인의 발이 늦어 애가 탔다.
"부인, 어서 어서."
시즈코 부인도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오랜 시간 몸이 묶여 있던 탓에 발이
생각대로 따라주질 않았다. 소나무 밑동에 발이 채여 비틀거리던 부인이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탁탁탁 하고 쫓아오는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부인, 어서 어서! 놈들에게 붙잡히면 끝장이에요. 힘을 내세요!"
쿄오코가 부인의 몸을 안아 일으켰지만, 이미 때는 늦어 두 사람의 주위를
하자쿠라단과 모리다파가 에워쌌다.
"제기랄, 어쩐지 처음부터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어."
가와다가 쿄오코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긴코도 아케미도 화가 치밀어
나이프를 꺼내며 자세를 취했다.
"감히 우리들을 속여? 이젠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야!"
쿄오코도 시즈코 부인을 뒤로 감싸면서, 나이프를 꺼내 태세를 갖추었다.
한 발짝 남은 곳에서 그들에게 발각되어 버린 원통함에 쿄오코는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었다. 어떻게든 혈로를 열어 도야마 부인만이라도 도망치게
해야 한다고 결심한 쿄오코는 뒷문 쪽을 지키고 있는 모리다파의 똘마니 야쿠자에게
돌진했다.
"아이쿠!"
야쿠자 하나가 손등을 부여잡고 물러섰다. 여자라고 깔보고 방심한 탓이었다.
"이년이!"
가와다가 이어서 달려들었지만, 옆구리를 발로 차이고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떨어졌다.
"이년, 당수를 사용하니까 다들 조심해."
야쿠자들이 포위망을 서서히 좁혀오고 있었다.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을 등뒤에 둔 채 필사적인 눈으로 주위의 적을 노려보고
있었다.
5. 구원의 실패
어떻게든 혈로를 뚫으려고 쿄오코는 야쿠자들이 굳게 방비하고 있는 뒷문을
향해 돌진했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아케미와 긴코가 나이프를 거꾸로 쥐고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을 쫓아왔다.
두 사람을 놓친다면 모리다파도 하자쿠라단도 파멸하게 된다. 도망치는 쪽도
필사적이지만 쫓는 쪽도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좀 전에 가와다가 당했던 것을 잠시 잊었다. 막무가내로
달려든 긴코와 아케미는 쿄오코의 당수에 둘 다 심하게 얻어맞았다.
"캬악!"
괴성을 지르며 여자들이 쓰러지자,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뒷문을 지키고 있던
야쿠자들도 쿄오코의 기세에 튕겨 나가듯이 좌우로 흩어졌다.
"자, 부인, 어서!"
쿄오코는 재빨리 시즈코 부인의 손을 잡고 뒷문을 열려고 했다.
"흥, 그렇게는 안 되지."
쿄오코가 고개를 돌리자 아까 쿄오코에게 콧수염을 깎인 다시로가 섬뜩하게
빛나는 권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쿄오코는 깜짝 놀라 시즈코 부인을 등뒤로
비호하며 다시로를 노려봤다.
정원에 고꾸라져 있던 가와다는 다시로의 권총을 보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장님, 이렇게 된 이상 성가신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 두 사람을 천국으로
보내버리죠. 방아쇠를 확 당겨버리세요."
"두 사람 모두 각오해. 함께 죽여줄 테니!"
다시로는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에게 권총을 들이댔다.
"이봐들, 이 두 년을 단단히 묶어요. 계속 바동거리면 사장님께 처리해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가와다의 말에 야쿠자들은 그제야 오랏줄을 쥐고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에게
육박해왔다. 쿄오코는 결국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당수 2단의 솜씨도
총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쿄오코는 원통함에 이를 바드득 갈면서 조금씩 좁혀오는 야쿠자들을 휘둘러보았다.
"이봐, 쿄오코. 배때기에 바람구멍 나고 싶지 않으면 얌전하게 손을 뒤로
돌려!"
사내들은 그래도 주뼛주뼛 쿄오코에게 접근해 갔다. 그녀의 당수 실력이
꽤나 겁나는 모양이었다.
자신은 처치하고라도 시즈코 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들의
말에 따르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한 쿄오코는 눈을 꼭 감고 양손을
등뒤로 돌렸다.
"아주 체념이 깨끗한데?"
사내들은 용기를 내서 쿄오코가 등뒤로 돌린 양 손목을 단단히 묶고, 남은
오랏줄을 앞으로 돌려 볼록한 가슴의 융기를 블라우스 위로 묶었다. 당수를
휘두르는 손을 묶었으니, 그것으로 안심이라고 생각했는지 사내들은 기세가
올라 쿄오코의 오랏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시즈코 부인도 살았다고 생각한 것도 잠깐, 사내들에게 어깨와 등을 쿡쿡
찔려 울상이 되어 두 손을 뒤로 돌렸다.
"냉큼 걸어!"
뒷짐 결박된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은 풀썩 고개를 떨구고 사내들에게 끌려갔다.
등을 찔리고 허리를 차이며 두 사람은 정원을 지나 다시 툇마루에서 아래로
떠밀려갔다.
"두 번 다시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하실로 끌고 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모리다가 절름거리면서 복도로 나와 야쿠자들에게 지시했다.
복도를 두 번쯤 돈 곳의 막다른 벽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스르르 위쪽으로 올라가고, 그 뒤에 휑한 구멍이 드러났다. 계단이
아래쪽으로 나 있었다.
"부인 쪽은 우리들이 맡지. 아까 하던 일을 계속해야겠어."
다시로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와다의 손에서 시즈코 부인의 오랏줄을 낚아채듯이
받아 쥐었다.
"나와 모리다 두목에게 물을 먹인 벌이야. 아침까지 잔뜩 괴롭혀주지, 부인."
"쿄오코 언니 쪽은 우리들이 맡지. 하자쿠라단의 무서움이 뭔지 확실히 보여줘야겠어."
시즈코 부인은 다시로에게, 쿄오코는 긴코 일행에게 끌려 양쪽으로 갈려졌다.
"아앗, 부인……."
쿄오코가 분한 듯이 이를 갈며 다시로에게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에게 비통한
시선을 보냈다.
"아아, 쿄오코 씨! 저 때문에 당신까지 이렇게 되어서, 미안해요."
시즈코 부인은 참지 못하고 흐느끼면서 외쳤다.
"부인 희망을 잃지 마세요. 반드시 구출하러 올 거예요. 참고 기다리세요,
부인!"
그러자 긴코가 쿄오코의 머리채를 움켜쥐며 험악하게 말했다.
"시끄러워! 냉큼 지하실로 내려가지 못해!"
쿄오코가 여자들에게 연행된 지하실은 밀수품 창고인 듯 짐꾸러미 상자가
쌓여있고, 중앙에는 나무 기둥이 두 개 나란히 서 있었다 그밖에 목재 침대,
그리고 천장의 들보로부터는 쇠사슬이 몇 줄 매달려있어 고문실 같은 오싹함이
감도는 지하실이었다.
"우리들을 바보로 만들었겠다! 이제부터 하자쿠라단의 처벌이 어떤 것인지,
골수에 사무치도록 가르쳐주지!"
아케미가 으름장을 놓자, 장소가 장소인 만큼 당찬 쿄오코도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재판을 시작하겠다. 모리다파와 하자쿠라단을 붕괴시키려 한 대죄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까 후후…… 가와다 씨가 검사를 맡지."
긴코가 주절주절 떠들어대다가 가와다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아니 그전에 두 번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알몸으로 만들어놓는 게 어때?"
아케미도 들떠서 떠들어댔다.
"사내들도 당해낼 수 없는 쿄오코 언니의 당수 솜씨에는 감탄했어. 과연
체격이 어떤지 한번 보여줘 봐."
"그거 좋은 생각이군. 어이, 쿄오코 언니 어쩔 수 없이 알몸이 되 줘야겠는데."
서로 눈짓을 주고받은 긴코와 아케미, 거기에다 모리다파의 야쿠자들까지
쿄오코 앞으로 다가섰다. 그들의 손이 몸에 닿자, 쿄오코는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짓이야! 지, 짐승들!"
옷을 벗기려고 다가서는 긴코를 쿄오코가 아직 자유로운 발을 날려 걷어찼다.
"으악!"
긴코가 심하게 옆구리를 차이고 얼굴을 찡그리며 그 자리에 고꾸라져 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아케미가 눈을 치켜 뜨고 나이프를 뺐다.
"아, 기다려."
가와다가 흥분하고 있는 아케미의 손에서 나이프를 빼앗았다.
"진정하라고 이런 진귀한 보물을 서둘러 죽여선 안 되지. 자, 내게 맡겨둬."
가와다는 아케미로부터 뺏은 나이프를 다른 손에 바꿔들고 말했다.
"시즈코 부인을 이리로 끌고 와서 저 쇠사슬에 거꾸로 매달아줄까? 부인의
비명을 듣고 싶지 않다면, 얌전하게 옷을 벗도록 해. 네가 그럴 마음이 들
때까지 부인에게 노래라도 부르라고 하지."
쿄오코는 정색을 하며 안 돼, 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럼, 옷을 벗겠다는 소리야?"
쿄오코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꼭 깨물고 눈을 옆으로 내리깔았다. 자신은
어떻게 되든 시즈코 부인만은 구해야 한다는 비통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렇게 나와야지. 과연 탐정 끄나풀이어서 배짱이 좋군."
가와다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쿄오코의 끈을 풀어주도록 모리다파의
사내들에게 명령했다.
"알아들었어? 딴 맘먹고 또 날뛰거나 하면 부인의 목숨은 없어. 알아서 기어."
아케미와 긴코가 쿄오코의 오랏줄을 잡고 지하실 중앙으로 끌고 갔다. 그런
쿄오코를 모리다파의 야쿠자들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목 검 등을 손에 든
채 에워싸고 있었다.
끈이 풀린 쿄오코가 가와다 쪽을 노려봤다.
"꼼지락거리지 말고 빨리 벗지 못해!?"
가와다가 호통을 치자 쿄오코는 눈을 감고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분통함으로 단추를 푸는 쿄오코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블라우스를
벗고 스커트 지퍼를 내렸다.
음란한 눈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쿄오코는 마침내 엷은 파란색 슬립
차림이 되었다.
균형 잡힌 쿄오코의 몸매에 남자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기적이 일어나 당장 이곳에 구원자가 나타나길 기도하면서 쿄오코는 천천히
스타킹을 벗었지만 도저히 더 이상 야비한 야쿠자와 여자들 앞에 나신을 드러낼
수 없어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뭐 하는 거야? 마저 벗지 않고!"
아케미가 뒤에서 쿄오코의 등을 찔렀다.
"정말 부인의 울음소리를 듣고싶은 거야!"
가와다도 쿄오코에게 협박을 해댔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숙인 채 쿄오코는 천천히 슬립의 어깨 끈을 내렸다. 슬립이
쿄오코의 몸에서 스르르 미끄러짐과 동시에 쿄오코도 그 자리에 몸을 움츠리고
주저앉았다.
쿄오코의 몸에 남은 것은 자수가 놓여진 브래지어와 물색의 프릴이 달린
나일론 팬티뿐이었다.
당차던 쿄오코도 그런 모습으로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인간들 앞에 설 용기는
없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원숭이처럼 움츠린 쿄오코를 여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소리 없이 웃었다.
"아주 근사한 몸매잖아, 후후……."
가와다가 눈을 번뜩이며 주절거렸다.
"자, 큰맘 먹고 전부 벗어버리라고. 어서 예쁜 알몸으로 하자쿠라단과 모리다파의
처벌을 받아야지 우물쭈물하면 부인이 상처투성이가 된단 말이야."
사내 하나가 살며시 쿄오코의 등뒤로 다가와 재빨리 쿄오코의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버렸다.
"무, 무슨 짓이야!"
쿄오코는 갑자기 브래지어가 벗겨지자 귓불까지 빨개져서 불쑥 튀어나온
탄력 있는 젖가슴을 필사적으로 가렸다.
쿄오코의 눈초리에서 굴욕의 눈물이 한 줄 두 줄 하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위에 흩어져 있는 쿄오코의 옷을 하자쿠라단의 여자들이 서로 빼앗듯이
집어갔다. 쿄오코가 벗은 스커트를 서로 잡아당기며, 네가 먼저 집었어! 하고
꽥꽥 소리지르기도 했다.
"너희들 다리 밑 시절의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어! 시끄러워!"
가와다가 고함을 지르며 스커트를 서로 뺏으려고 싸우고 있는 여자들을 냅다
밀쳤다.
"쳇, 내 건 아무것도 없잖아!"
에츠코가 입을 뽀로통하게 내밀었다. 포로의 소지품은 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라는 것이 그녀들의 상식이었다.
"걱정 말라고. 아직 하나 남았으니까."
가와다가 움츠리고 있는 쿄오코를 턱으로 가리켰다.
"쿄오코 언니, 뭘 망설이는 거야. 마지막 한 장도 냉큼 벗어주지 그래?"
아케미가 허리를 약간 굽히고 쿄오코의 매끈한 등을 찔렀다.
떨고 있던 쿄오코의 몸이 갑자기 긴장되었다. 탐스럽게 솟은 가슴하며 허리에서
다리에 걸친 빼어난 곡선미가 남자들의 관능을 들쑤시기에 충분했다.
"정말 번거롭게 할거야? 뒷마무리를 깨끗이 해야지!"
가와다가 다시 호통을 쳤다.
"부탁이야, 이, 이것만은 봐줘."
쿄오코는 울상이 되어 가와다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후후후, 용감한 아가씨도 알몸이 되는 건 꽤 괴로운 모양이지? 하지만 네가
한 짓을 잘 생각해봐. 너를 알몸으로 만들지 않으면 우리들의 화가 가라앉질
않는단 말야. 자, 어서 벗으라고."
가와다는 기분 좋은 듯이 말했지만 쿄오코가 완강히 팬티를 잡고 있는 것을
보자 화가 치미는지 인상을 썼다.
"할 수 없군. 어이, 이봐 그년을 묶어. 스스로 벗지 못하겠다면, 우리들이
도와줘야지. 발버둥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어."
사내들이 오랏줄을 쥐고 쿄오코의 등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손으로 젖가슴을
한 손으로 팬티를 확 잡고 있던 쿄오코의 팔을 비틀어 구부리려고 했다.
"무, 무슨 짓이야!"
쿄오코가 엉겁결에 사내 하나를 밀쳤다. 이런 몰골로 묶이면 이 야비한 패거리들에게
어떤 끔찍한 방법으로 희롱 당할지 상상만으로도 미칠 것만 같았다.
"어라, 쿄오코. 아직도 버틸 거야?"
가와다가 초조한 듯이 시즈코 부인을 이리로 끌고 오라고 여자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쿄오코가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을 들었다.
"얌전하게 두 손을 뒤로 돌려."
가와다의 재촉에 쿄오코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고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풀어 등뒤로 돌렸다 쿄오코에게 떠밀린 요시무라라는
애송이 야쿠자가 다시 끈을 쥐고 초조한 눈초리로 쿄오코의 손목에 바싹 끈을
감아갔다.
쿄오코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훌쩍였다. 속눈썹이
눈물로 빛나고 있었다.
"가슴을 꽉 펴."
쿄오코의 등뒤에서 손을 묶던 요시무라는 남은 오랏줄 끝을 잡아당기면서
쿄오코의 매끈한 등을 찔렀다. 쿄오코는 눈을 꼭 감은 채 가슴을 폈다. 공기를
엎어놓은 듯한 예쁜 젖가슴의 위아래를 오랏줄이 친친 감았다.
"후후후, 왜 애를 먹이더니 이제는 손에 쥔 떡이군."
가와다는 고분고분 오랏줄로 묶이는 쿄오코를 즐거운 듯이 바라보았다.
"자, 일어나!"
팬티 한 장만 달랑 걸치고 있을 뿐인 쿄오코는 탐스런 가슴 모양이 일그러져
보일 만큼 오랏줄로 꽁꽁 묶여 일으켜 세워졌다. 그들은 천장에 늘어뜨려져
있는 쇠사슬에 다시 쿄오코를 묶은 오랏줄을 묶어 고정시켰다.
"이제 좀 정신이 드나? 이 첩자야."
아케미가 그러면서 쿄오코의 뺨을 두세 대 후려갈겼다.
"어, 기다려."
가와다가 말렸다.
"이 정도의 미인이라면 상품 가치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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