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K여고 2학년 4반의 수업시간.
교과서를 읽는듯한 억양의 수학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 자신 때문에 지루해하고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와 같은 태도로 그리고 아마 내일도 같을 태도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 한결같음일 지도 모르나, 적어도 학급 내에서 그런 선생의 태도를 좋아하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몇몇 아이들은 엎드려 죽은 듯 자고 있었고 몇몇 아이들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다른 책을 읽거나, 열심히 속닥이고 있다. 그리고 수업을 듣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나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볼펜 끝을 입에 물고 턱을 받친 채 멍하니 바라보는 학교의 운동장은 수학 선생의 수업만큼이나 공허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아니, 가라앉은 것 운동장이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
“응? 그치? 맞지?”
“으응….”
뒷자리의 주희와 떠들던 희연이가 무언가 동의를 구했지만 건성으로 대답해 버린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연이는 거봐! 라면서 뭔가를 자신 있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도, 그 대화에 참여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볼펜을 이빨로 돌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요즘은 통 이상한 일 뿐이다. 도대체 그 아이는 누구일까?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엄마의 표정이 변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는 사이일까? 그 아이는 마치 날 알고 있던 것처럼 친근하게 굴었지만 나는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나타난 이후로 변한 엄마 아빠의 태도에서 나는 이상한 위하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연일까? 기분 탓일까?
멍하니 바라보는 운동장 끝에 위치한 교문에 한 택시가 선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내린다. 작고 순수한 귀여운 아이. 오늘도 수업 끝날 시간을 기다려 나를 마중 나온 것이겠지. ‘언니가 내 생각처럼 착하고 예쁜 사람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영문 모를 소리로 즐거워하던 그녀는 외동딸인 내게 마치 동생이 생긴 것 같은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 부모님이랑 무슨 상관이람. 저 아이가 날 좋아해주는 것처럼 나도 그녀가 좋은걸. 운동장에서 양팔을 다 써서 손을 흔드는 그녀를 보자, 그 귀여움에 풋 하고 웃음이 나온다. 오늘은 그녀와 어디에 놀러갈까 잠시 고민에 빠진다. 나도 모르게 나는 미소 짓고 있었다.
“우웅….”
밝은 빛이 가늘게 뜬 눈 사이로 새어나온다. 하지만 이 포근하고 따뜻한 담요의 유혹은 무척 달콤한 것이어서 몸을 빙글 돌려 빛을 외면해버린다. 조금만 더 잘래. 5분만. 하지만 단잠을 방해하는 저 빛과 두런두런 들려오는 목소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내 의식에서 점점 잠이 밀려나고 그 안을 이성이 채운다. 그리고 그 줄다리기에서 이성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을 때, 나는 번쩍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악….”
나는 작게 비명을 토한다. 기억해버렸다. 내가 교실에서 저질러버린 그 창피한 모습들을. 또래 집단에게 일방적인 린치를 당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렇게 괴롭혀지면서 나는 느꼈던 것이다. 더럽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그러지 말았어야할 행위를 하고 말았다. 많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아….”
죽고 싶다. 다신 그 아이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볼 수 없다. 더럽고 추잡해. 제정신이 아니야. 어떻게 그런! 꿈일 거라고 무언가 착각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보지만 그때마다 생생한 아픔과 동시에 쾌락이 기억난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나 이제 어떡해…. 엄마, 아빠. 명랑하지만 조신하고 착한 딸로 기억하던 부모님이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 할 것인가. 엄마, 아빠….
난 그제야 문득 내가 있는 이곳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색 천정, 하얀 시트와 담요, 배게. 공기를 맴도는 약품냄새. 침대 옆에는 커튼이 쳐져있어 방의 모습을 살필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이곳은 어쩌면 병원. 아니, 아마도 양호실이다. 그래, 난 교실에서 기절했어. 엉덩이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담요 밑의 내 몸에 대해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다리는 움직일까. 다행히도 이대로 불구가 되는 것이 아닐까 했던 하반신은 느낌을 회복했다. 뜻대로 무리 없이 움직인다. 다행이야. 나는 씁쓸한 기분으로 상체를 일으키고, 내가 알몸으로 누워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목에 채워진 가죽 목걸이만이 유일했다. 나는 담요를 끌어다 가슴을 가리고 손을 코에 대어 냄새를 맡아본다. 향긋한 비누냄새. 씻겨진 걸까? 누가? 어떻게?
“율희 일어났니?”
“예? 예! 일어났어요.”
나는 커튼 너머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살짝 커튼을 걷는다. 혹시 남자라도 있으면 곤란하니 담요로 몸을 가리고. 커튼 밖에 있는 것은 양호 선생님이었다. 어쩐지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은 타입인 그녀는 이곳의 교사들 중에서는 가장 사람처럼 보이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몸은 어때?”
알고 있는 거구나. 커튼 밖으로 빼꼼 내민 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내가 창피한 꼴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구나.
“아, 저… 그게…”
“아퍼?”
아니, 아프진 않다. 나는 담요 속으로 내 엉덩이를 만져본다. 기억속의 그 끔찍한 피부의 감촉과 다시 조우할 것을 각오하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뜻밖에 내 손에 닿은 것은 예전처럼 부드러운 피부였다. 나았어? 그 심한 상처가?
“아뇨…. 괜찮은 거 같아요. 저, 그런데 선생님 전 여기 얼마나 있었나요?”
조심스레 물어본다.
“글쎄? 한 세 시간 된 것 같은데?”
양호 선생은 얇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양호 선생님이 양호실에서 담배를 펴도 되는 걸까. 그녀에게 묘한 자유분방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런 날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를 한모금 내뿜고는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간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누가 이런 것인지는 묻지 않는다. 처방을 내려주는 것도 아니고 걱정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마치 나란 사람이 투명인간이 된 것 같다. …나는 문득 외롭다고 느낀다. 아무도 걱정해주지 않고 보살펴주지 않는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 나는 커튼을 닫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서 무릎을 감싸 안는다. 울고 싶어진다.
“저 들어가요~”
“응? 어서와 혜지.”
문 여는 소리와 양호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혜지? 그럼 주인님?
“어휴. 선생님 양호실에서 담배를 피면 어떡해요? 환자한테 안좋게.”
“에~ 한번만 봐줘. 나 여기 못 뜨는거 알잖니.”
주인님은 정말~이라고 책망하는 투로 말하며 내 침대의 커튼을 연다.
“일어났구나. 몸은 괜찮니 율희?”
맞은편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저녁 햇빛을 배경으로 살짝 상체를 숙여 나를 바라보는 그녀는 무척 신비로워 보인다.
“언니….”
내 목소리는 눈물을 가득 머금어 떨리고 있다.
“정말 잘 견뎌냈어.”
따뜻한 미소로 그렇게 말하며 주인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더러운 창피한 줄 모르는 애라고 내 스스로에게 뱉는 자책조차 그녀의 한마디로 녹는 듯 사라진다. 어쩌면 매 쉬는 시간마다 내가 걱정돼서 왔었을까? 나를 염려해주는 걸까? 날 소중히 생각해주는 걸까? 눈물이 날 것 같다.
“언니…!”
결국 나는 그녀의 품에 안기어 울기 시작한다.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이러면 안되는 것을 알지만 견딜 수 없다. 아주 조금, 아주 조금만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 지금 흐르는 이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나도 잘 알 수 없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소리 내어 오열했다. 내 가슴속의 답답함도, 괴로움도 다 씻어 내리려는 것처럼. 주인님의 교복에 내 눈물이 자국을 남겼지만 그녀는 전혀 싫은 기색 없이 나를 조용히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 손길은 무척 다정하고 따뜻했다.
“언니. 언니. 율희 이제 정말 잘할 거에요.”
폭포 같은 오열 속에서 나는 간신히, 간신히 말했고, 언니는 그냥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언니, 언니. 언니! 속으로 계속해서 그녀를 부르며 나는 지금 이순간만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일 그녀에게 더욱 깊숙이 안겨들었다.
하지만 이 영원과도 같은 시간을 깬 것은 수업 시작 종소리였다.
-----<10장 end>
뭐가 우찌될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mail protected]
K여고 2학년 4반의 수업시간.
교과서를 읽는듯한 억양의 수학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 자신 때문에 지루해하고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와 같은 태도로 그리고 아마 내일도 같을 태도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 한결같음일 지도 모르나, 적어도 학급 내에서 그런 선생의 태도를 좋아하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몇몇 아이들은 엎드려 죽은 듯 자고 있었고 몇몇 아이들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다른 책을 읽거나, 열심히 속닥이고 있다. 그리고 수업을 듣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나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볼펜 끝을 입에 물고 턱을 받친 채 멍하니 바라보는 학교의 운동장은 수학 선생의 수업만큼이나 공허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아니, 가라앉은 것 운동장이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
“응? 그치? 맞지?”
“으응….”
뒷자리의 주희와 떠들던 희연이가 무언가 동의를 구했지만 건성으로 대답해 버린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연이는 거봐! 라면서 뭔가를 자신 있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도, 그 대화에 참여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볼펜을 이빨로 돌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요즘은 통 이상한 일 뿐이다. 도대체 그 아이는 누구일까?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엄마의 표정이 변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는 사이일까? 그 아이는 마치 날 알고 있던 것처럼 친근하게 굴었지만 나는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나타난 이후로 변한 엄마 아빠의 태도에서 나는 이상한 위하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연일까? 기분 탓일까?
멍하니 바라보는 운동장 끝에 위치한 교문에 한 택시가 선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내린다. 작고 순수한 귀여운 아이. 오늘도 수업 끝날 시간을 기다려 나를 마중 나온 것이겠지. ‘언니가 내 생각처럼 착하고 예쁜 사람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영문 모를 소리로 즐거워하던 그녀는 외동딸인 내게 마치 동생이 생긴 것 같은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 부모님이랑 무슨 상관이람. 저 아이가 날 좋아해주는 것처럼 나도 그녀가 좋은걸. 운동장에서 양팔을 다 써서 손을 흔드는 그녀를 보자, 그 귀여움에 풋 하고 웃음이 나온다. 오늘은 그녀와 어디에 놀러갈까 잠시 고민에 빠진다. 나도 모르게 나는 미소 짓고 있었다.
“우웅….”
밝은 빛이 가늘게 뜬 눈 사이로 새어나온다. 하지만 이 포근하고 따뜻한 담요의 유혹은 무척 달콤한 것이어서 몸을 빙글 돌려 빛을 외면해버린다. 조금만 더 잘래. 5분만. 하지만 단잠을 방해하는 저 빛과 두런두런 들려오는 목소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내 의식에서 점점 잠이 밀려나고 그 안을 이성이 채운다. 그리고 그 줄다리기에서 이성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을 때, 나는 번쩍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악….”
나는 작게 비명을 토한다. 기억해버렸다. 내가 교실에서 저질러버린 그 창피한 모습들을. 또래 집단에게 일방적인 린치를 당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렇게 괴롭혀지면서 나는 느꼈던 것이다. 더럽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그러지 말았어야할 행위를 하고 말았다. 많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아….”
죽고 싶다. 다신 그 아이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볼 수 없다. 더럽고 추잡해. 제정신이 아니야. 어떻게 그런! 꿈일 거라고 무언가 착각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보지만 그때마다 생생한 아픔과 동시에 쾌락이 기억난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나 이제 어떡해…. 엄마, 아빠. 명랑하지만 조신하고 착한 딸로 기억하던 부모님이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 할 것인가. 엄마, 아빠….
난 그제야 문득 내가 있는 이곳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색 천정, 하얀 시트와 담요, 배게. 공기를 맴도는 약품냄새. 침대 옆에는 커튼이 쳐져있어 방의 모습을 살필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이곳은 어쩌면 병원. 아니, 아마도 양호실이다. 그래, 난 교실에서 기절했어. 엉덩이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담요 밑의 내 몸에 대해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다리는 움직일까. 다행히도 이대로 불구가 되는 것이 아닐까 했던 하반신은 느낌을 회복했다. 뜻대로 무리 없이 움직인다. 다행이야. 나는 씁쓸한 기분으로 상체를 일으키고, 내가 알몸으로 누워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목에 채워진 가죽 목걸이만이 유일했다. 나는 담요를 끌어다 가슴을 가리고 손을 코에 대어 냄새를 맡아본다. 향긋한 비누냄새. 씻겨진 걸까? 누가? 어떻게?
“율희 일어났니?”
“예? 예! 일어났어요.”
나는 커튼 너머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살짝 커튼을 걷는다. 혹시 남자라도 있으면 곤란하니 담요로 몸을 가리고. 커튼 밖에 있는 것은 양호 선생님이었다. 어쩐지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은 타입인 그녀는 이곳의 교사들 중에서는 가장 사람처럼 보이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몸은 어때?”
알고 있는 거구나. 커튼 밖으로 빼꼼 내민 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내가 창피한 꼴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구나.
“아, 저… 그게…”
“아퍼?”
아니, 아프진 않다. 나는 담요 속으로 내 엉덩이를 만져본다. 기억속의 그 끔찍한 피부의 감촉과 다시 조우할 것을 각오하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뜻밖에 내 손에 닿은 것은 예전처럼 부드러운 피부였다. 나았어? 그 심한 상처가?
“아뇨…. 괜찮은 거 같아요. 저, 그런데 선생님 전 여기 얼마나 있었나요?”
조심스레 물어본다.
“글쎄? 한 세 시간 된 것 같은데?”
양호 선생은 얇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양호 선생님이 양호실에서 담배를 펴도 되는 걸까. 그녀에게 묘한 자유분방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런 날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를 한모금 내뿜고는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간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누가 이런 것인지는 묻지 않는다. 처방을 내려주는 것도 아니고 걱정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마치 나란 사람이 투명인간이 된 것 같다. …나는 문득 외롭다고 느낀다. 아무도 걱정해주지 않고 보살펴주지 않는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 나는 커튼을 닫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서 무릎을 감싸 안는다. 울고 싶어진다.
“저 들어가요~”
“응? 어서와 혜지.”
문 여는 소리와 양호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혜지? 그럼 주인님?
“어휴. 선생님 양호실에서 담배를 피면 어떡해요? 환자한테 안좋게.”
“에~ 한번만 봐줘. 나 여기 못 뜨는거 알잖니.”
주인님은 정말~이라고 책망하는 투로 말하며 내 침대의 커튼을 연다.
“일어났구나. 몸은 괜찮니 율희?”
맞은편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저녁 햇빛을 배경으로 살짝 상체를 숙여 나를 바라보는 그녀는 무척 신비로워 보인다.
“언니….”
내 목소리는 눈물을 가득 머금어 떨리고 있다.
“정말 잘 견뎌냈어.”
따뜻한 미소로 그렇게 말하며 주인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더러운 창피한 줄 모르는 애라고 내 스스로에게 뱉는 자책조차 그녀의 한마디로 녹는 듯 사라진다. 어쩌면 매 쉬는 시간마다 내가 걱정돼서 왔었을까? 나를 염려해주는 걸까? 날 소중히 생각해주는 걸까? 눈물이 날 것 같다.
“언니…!”
결국 나는 그녀의 품에 안기어 울기 시작한다.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이러면 안되는 것을 알지만 견딜 수 없다. 아주 조금, 아주 조금만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 지금 흐르는 이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나도 잘 알 수 없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소리 내어 오열했다. 내 가슴속의 답답함도, 괴로움도 다 씻어 내리려는 것처럼. 주인님의 교복에 내 눈물이 자국을 남겼지만 그녀는 전혀 싫은 기색 없이 나를 조용히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 손길은 무척 다정하고 따뜻했다.
“언니. 언니. 율희 이제 정말 잘할 거에요.”
폭포 같은 오열 속에서 나는 간신히, 간신히 말했고, 언니는 그냥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언니, 언니. 언니! 속으로 계속해서 그녀를 부르며 나는 지금 이순간만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일 그녀에게 더욱 깊숙이 안겨들었다.
하지만 이 영원과도 같은 시간을 깬 것은 수업 시작 종소리였다.
-----<10장 end>
뭐가 우찌될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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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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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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