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이 / 후세인 장남
쿠사이 / 후세인 차남
아이스 / 한국인
마흐드 / 수니 지도자
툴파 / SSO 사령부 작전차모
라작 / SSO 사령부 정보참모
누만 / 바트 지역사령관
그대들은 아는가? 그 옛날 마호메트님이 날개 달린 천마(天馬) 부라크를 타고 메카에서 예루살렘으로 날아갔다는 <밤의 여행>의 기적을.........
<성스러운 모스크에서 먼 곳의 모스크까지 당신의 종을 밤의 여행에 이끄신 분에게 영광이 있을지어다>란 코란 17장 1절을 기억하라.
우리는 지금 밤의 여행을 떠날 것이다. 천마 부라크는 저 수니놈들의 목으로 대신하자.
피 묻은 목을 타고 밤으로의 여행을 떠나자. - 바스라의 쿠사이
제11부 오! 바스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온 바다바람이 소금기보다는 역한 휘발유 냄새를 풍기며 바스라 항구를 채우고 있다. 푸른 바다 위 갈매기들이 떼 지어 놀다 지나가는 거대한 원유수송선의 갑판위에 앉는다. 수송선이 내뿜은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지만 바람에 날려 흩어진다. 역한 냄새는 수송선이 쉴 새 없이 뿜어내는 내연기관의 찌꺼기들에서 나왔다. 하루에도 수천 톤의 탱크들이 오가는 바스라 항구는 출렁이는 바다와는 달리 조용하게 가라 앉아 있다. 태풍의 눈이 이런 것인가 싶다.
이라크 남쪽에 있는 유일한 항구, 바스라. 이라크 내의 모든 석유는 이곳으로 집결돼 외국으로 팔려갔다. 외국이라고 해봐야 미국이나 영국이 중심인 다국적기업들이었다. 1900년대부터 아랍으로 밀고 들어온 서방세계는 가난한 이 땅의 사람들에게 몇 푼, 푼돈을 쥐어주고 지하의 보물을 깡그리 자기들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가장 앞장 선 족속들이 조지아나 텍사스 마피아들이었다. 마피아? 이라크는 그들을 마피아라고 불렀다. 비밀조직처럼 스며들어와 야금야금 갉아먹은 마피아들이 제격이었다. 사우디 바보들은 얼씨구나, 하고 싸구려 무기들을 사들이고 대신 검은 돈을 지불했다. 웃으며 악수하는 그들, 마피아의 속내를 모른 중동지역 왕족들은 창녀처럼 마주 웃으며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후세인은 그것이 싫었다. 아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제의 착취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를 침탈했던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와 다를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무엇이 청교도정신이고 누가 미국을 도덕국가라고 한 단 말인가. 달콤한 초콜릿이 이를 썩게 만드는 데도 아랍인들은 그것도 모른 채 좋다고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미국이 친구라고 웃고 있는 사우디도 천박한 당나귀로 보였다.
쿠사이는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바트당 남부지역 위원회 건물인 SSO사령부에서 멀리 바스라항구를 보며 아버지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피를 나눈 자식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이기기에는 힘이 너무 부족했다. 이번 쿠웨이트전만 해도 한 달이 못 갔다. 아니 버틸 수가 없었다. 막강한 군사력이라고 하지만 비처럼 쏟아부어대는 화력과 현대군사력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평화로운 항구 풍경에 잠긴 쿠사이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티크리트를 떠올렸다. 그때 그 풍경과 너무나 닮았지만 풍경 속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평화와 너무 멀었다. 가면의 평화다.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처럼 얼굴의 본색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쿠사이는 화장을 싫어하는 편이다. 맨 얼굴의 향기, 비누냄새와 젖샘을 타고 올라온 모유의 향기를 좋아한다. 인위적인 색, 작위적인 치장은 자신을 속이는 것과 똑같다고 여기는 쿠사이다. 그래서 라다란 여자를 미치게 찾았고 그녀 품에서 모유의 향기를 맡고 있는 그다. 실핏줄이 드러난 라다의 젖가슴은 티그리스 강처럼 생명을 주는 여신의 가슴이었다. 이곳 바스라로 떠나오기 전날도 그는 그녀의 탐스러운 유방을 만지며 젖꼭지를 빨았다. 티그리스 강물로 목을 적시며 수천 년,수만 년을 살아온 이라크인처럼 쿠사이는 라다의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마음을 적셨다.
“툴파, 라작”
“네, 네”
군복차림이 아닌 이슬람 전통복장의 두 건장한 남자가 자세를 바로하며 젊은 사내에게 고개를 숙이며 쩔쩔맨다.
두 사람은 이 방만 벗어나면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SSO 최고 참모들이다. 다만 이 방, 이 젊은 사내 앞에서는 자신들이 떨어지는 새가 된다.
1993년, 여름이 한창 기승을 부리며 건조한 바람을 일으키는 8월. 쿠사이는 바스라항에 눈길을 두고 둘을 계속 다그친다.
“정보는 정확하오?”
“무, 물론입니다.”
“틀림없습니다.”
둘은 동시에 대답을 하며 서로를 쳐다본다.
바스라 지역 수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는 라작이 먼저였다. 라작이 보고하자마자 뒤늦을세라 툴파 역시 같은 정보분석을 올린 것이다.
쿠사이도 진작부터 낌새는 알아차렸지만 설마, 했던 것은 사실이다. 시아파가 수적으로 열세지만 수니파들은 강경하지 않았다. 시트일당들은 폭력을 일삼곤 했지만 수니들은 시기를 기다리는 순교자들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또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후세인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들의 정치적 기반은 워낙 확고했다. 바스라 역시 수니가 많이 살고 있지만 바트당의 감시 눈길에 죽은 듯 지내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하지?”
혼잣말을 던지는 쿠사이의 목소리는 바람이 점차 가라앉는 항구에 일말의 위안을 가진듯하다.
“아닙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이놈들 틀림없습니다. 분명히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라작이다. 정보참모인 라작은 실수가 아님을 강하게 주장하자
“어떻게? 그 년 말을 믿는단 말입니까, 지금”
그 년. 수니 지도자 마흐드의 딸을 그년, 이라고 부른 쿠사이는 라작을 노려본다.
라작. 쿠웨이트 합병 때의 치욕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아이스에게 정보 파악이 밀린 라작은 한때 SSO에서도 한직으로 밀려나 불안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었다. 다행히 쿠사이의 부름 때문에 이렇게 조국에 충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툴파는 실눈으로 라작을 보다
“그러지 마시고 직접 마흐드를 만나 살짝 떠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제게 좋은 생각이 있는 데요”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쿠사이의 얼굴을 가까이 하며 툴파는 귀엣말을 나눈다. 찡그린 얼굴을 펴며 쿠사이는
“좋아. 좋은 생각이야. 아이스의 말이 떠오르는군.
아이스란 단어에 라작이나 툴파는 불편한 속내를 숨기는 기색이다.
“그는 이렇게 말을 했단 말이야. 자네들도 잘 들어”
< 적을 죽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그들의 눈에 핏물이 고이게 만드는 거지. 죽음은 너무 편한 선물이야. 적에게 선물을 준다면 그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누이나 아내나 어머니를 굴욕에 잠기게 하고 더러워진 알몸으로 그들에게 기어가게 마들면 적들은 아마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맛볼 거야. 눈은 핏발이 서 터질 듯하고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겠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거야. 일어서면 그들의 어머니와 누이와 아내의 발목을 자르고 땅바닥을 벌벌 기게 만들어주는 거야. 뜨거운 땅바닥을 벌레처럼 기어다니는 그들을 보면 아마 다시는 일어설 기억을 잊어버릴 거야. 처음부터 기어다니는 존재로 인식하겠지.>
“루나, 벗으란 말 몰라?”
우다이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자신을 품안에 안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귀를 간질이던 그가 아니었다. 처음 바그다드 방송사에서 만난 우다이는 강한 외모에 부드러운 마음을 느껴주던 남자였지만 지금은 성격파탄에 더 가까웠다.
루나는 눈물이 떨어지려는 얼굴을 돌리며 그를 피했다. 우다이는 집요하게 루나를 몰아갔다.
“벗어 라고. 그 잘난 몸을 보여 달란 내 말이 우스운가 보지. 너도 나를 무시하는 거야. 앙! 이런.......”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이 벽에 부딪쳐 깨졌다. 이미 취한 우다이는 풀린 눈이다. 술에 취한 것도 취한 것이지만 옆으로 널브러진 미국아이들 얼굴에서도 알 수 있듯 또 약에 취한 것이다.
주먹을 휘두를 참인 우다이를 끌어안은 리브. 허리를 감싸며 얼굴을 아랫도리에 묻었다. 곤두선 그의 성기를 입에 물고 이리저리 휘저었다.
‘끄으응.......’ 우다이는 강한 자극에 고개를 젖혔다. 잇몸으로 자근자근 물고 있는 리브의 입안은 너무 평화롭고 부드러운 바람이었다.
“흡! 흡! 벗어, 빨리 벗어”
흥분으로 거친 숨을 몰아쉰 우다이는 루나의 알몸을 꼭 보겠다는 것이다. 그를 내려보던 루나는 나이어린 소녀들을 의식하면서 옷깃에 손을 가져가 천천히 알몸이 되었다. 아름다운 선이 드러났다. 성숙한 여체는 그리스 조각의 여신이었다. 단단한 아랫배 위로 잘 익은 과일의 싱그러움이 널려있는 가슴. 곧 폭발할 것 같은 엉덩이의 풍만함이 미국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다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리브의 금발을 쓰다듬었다. ‘쭉! 쭉!’ 그의 검붉은 물건을 빨며 리브도 루나의 벗은 몸을 힐긋 봤다.
“아! 역시 아름다운 여자야. 당신은......., 보물이지. 암, 보물이고말고. 내가 왜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다른 여자들이랑 놀았을까. 그렇지 않아, 루나?”
침대에 몸을 거의 눕힌 우다이는 루나를 손짓하여 불렀다. 팔로 가슴과 하체를 가린 루나는 쪽 뻗은 다리를 펴 그에게 다가갔다.
“너희들은 저리로 가 있어. 리브 너도. 왜, 하고 싶어? 기다려. 내 강아지들. 낄낄낄“
더 풀어진 눈이었다. 루나는 부끄러움보다 안쓰러움이 앞섰다.
‘이 남자는 이래선 안 되는데........, 이렇게 엉망인 모습은 어울리지 않은데..........,’ 루나의 이런 생각은 우다이가 손을 잡아끌자 끊겼다.
‘앗!’ 짧은 외마디를 낸 루나는 그대로 우다이에게 쓸어졌다. 큰 엉덩이가 출렁이며 우다이의 다리에 걸쳐졌다. 마치 우다이를 의자처럼 앉는 자세가 된 루나는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눈을 감았다. 눈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왜 눈물을......, 하는 얼굴을 하며 리브는 침이 흐르고 있는 촉촉한 입을 루나의 허벅지로 가져갔다. 손으로 어루만지며 혀를 내밀어 핥자 루나는 징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 마, 하지 마. 저리 가”
“호호호. 좋으면서.......”
리브는 루나의 허벅지 안쪽을 빨며 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물씬 풍기는 성숙한 여인의 향기에 리브는 흥분을 가누지 못하고 루나의 두 다리를 벌려 벌어진 틈을 핥았다.
샘을 파는 삽. 우다이의 성기는 그 삽처럼 마른 샘을 파기 시작했다. 리브의 침이 묻은 입구를 살살 문지르며 샘에 물이 고이기를 기다렸다.
마른 샘은 쉽게 적셔지지 않았지만 파고든 삽이 계속 쑤셔대자 조금씩 물기가 솟아났다. 루나는 다리를 벌린, 마치 말을 탄 자세였다. 허리를 세워 엉덩이를 빼내려한 루나는 젖가슴을 움켜잡고 유두를 주무른 우다이에 오히려 몸을 맡기고 반은 누운 자세가 되었다. 리브는 루나의 속을 헤집고 있는 검붉은 막대기에 혀를 내밀어 핥았다. 하얀 물기를 빨아먹은 리브의 눈 역시 풀려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헉! 헉!’ 두 손으로 큼직한 루나의 엉덩이를 받히며 들었다놨다한 우다이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루나의 하얀 귓볼을 잘근잘근 씹었다.
바닥에 앉아 자기를 쳐다본 어린 소녀들을 마주 보다 아랫도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음!’ 숨을 들이쉬며 허리를 뒤틀었다. 큰 막대기가 부드러운 속을 뚫고 들어온 아픔은 불에 덴듯했다. 예전과는 다른 느낌. 우다이의 성기는 그 무엇이든 뚫어버릴 기세였다. 앞을 가로막은 가느다란 질막이나 좁은 통로 따위는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았다.
우다이는 루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그대로 넘어지듯 침대위로 쓸어졌다. 루나는 누운 채로 그를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다리를 당겨 우다이의 성기에 앉는 자세를 취하곤 몸을 들었다 내렸다하며 빨리 그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물기를 줄줄 흘린 자신이지만 애정이 없는 결합이었다.
허리를 잡고 하체를 비비던 우다이는 거친 숨을 쉬며 흥분에 취한 듯 한쪽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페기를 잡아끌어 거꾸로 얼굴위에 앉혔다. 무릎을 꿇으며 허벅지를 벌린 페기는 궁둥이를 우다이 얼굴에 걸치자 바로 앞에 여자의 기름진 등이 보였다.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는 다리를 옆으로 쫙 벌린 채 헉헉대고 있었다. 헉헉거리는 숨결에 따라 커다란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둘로 예쁘게 갈려진 살집 사이로 번질거리는 살덩이가 오르락내리락했다.
‘?! ?!. 아하, 아하’ 우다이는 페기의 작은 음문을 빨며 아랫도리에 힘을 줬다. 알리스와 리브도 교성을 토하며 서로 끌어안고 유방과 음부를 더듬기 시작했다. 방안은 더운 열기로 가득했다. 끝을 향해 질주하는 트럭처럼 시꺼먼 연기를 품어내며 속도를 더했다.
‘으으윽!!!’ 우다이는 낭떠러지에 처박힌 트럭처럼, 아니 삽자루가 부러진 것처럼 페기의 엉덩이를 끌어당기며 신음을 내뿜었다. 불출.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붉은 용암 대신 희뿌연 점액질이 루나의 계곡에서 흘렀다. 숨을 고른 우다이는 리브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먹고 싶지. 마시고 싶을 거야. 갈증을 참을 수 없을 걸. 자, 깨끗이 핥아먹어. 내 귀여운 강아지. 흐흐흐”
루나의 애액과 자신의 정액이 섞여있는 물건을 얼굴에 대자 리브는 갈증을 참을 수 없는 목마름에 허겁지겁 우다이의 성기를 물었다. 불출이 끝나 반 늘어진 성기를 혀로 핥으며 허연 분비물을 빨아먹자 페기와 알리스도 우다이의 불알에 혀를 내밀어 성수를 마시듯 핥았다.
숨을 가라앉힌 루나는 땀에 젖은 몸을 가리며 그런 소녀들을 말없이 바라보다 눈을 걷어 우다이를 봤다. 침대에 널브러진 그는 아랫도리를 소녀들의 얼굴에 맡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부인을 아직 본 적은 없었다. 이름은 알고 있지만 우다이와 함께 지내온 지금까지 부인을 만난 적도 부인에 대에 말한 적도 없었다. 바그다드방송사를 퇴근하면 이 집으로 곧장 오기 때문에 부인이 있는 집에는 거의 가지 않은 것 같았다.
약에 취한 우다이가 일어날 기색이 없자 루나는 옷가지를 추려 빠져나왔다. 정원에 가득 핀 꽃들이 눈을 부시게 하는 여름 오후였다. 그런 오후를 깨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무스타파! 무슨 일이야”
루나는 놀란 눈으로 우다이의 경호원인 무스타파를 불렀다. 무스타파는 가느다라며 긴 채찍으로 윗몸을 훤히 드러낸 여자의 젖가슴을 후려치고 있었다. 여름 오후를 깬 비명소리는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벌을 선 아이처럼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높이 들고 발가벗은 상체를 드러낸 여자는 한 대씩 맞을 때마다 날 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벌써 가슴은 발갛게 부풀어 올라 보기에도 흉측한 몰골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란 말만 하지 도망도 치지 못하고 있는 여자다.
“아, 글쎄 이 년이 우다이님의 귀중한 잔을 훔치려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다시는 이딴 짓을 하지 못하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마치 당신은 빠져, 란 어투다. 무스타파는 루나의 주인 행세가 우습게 보였다. 첩이나 노리개인 주제에 부인 행세를 하는 꼴이 같잖았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곳에서”
“괜찮습니다. 벌써 우다이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년들은 매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요. 이리 가슴을 내”
스물 후반의 청년 앞에 마흔이 넘은 여인이 젖가슴을 드러내고 꿇어 앉아 있는 모습은 보기 민망할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보였다.
저 여인 역시 처음엔 우다이가 어디선가 끌고 온 노리개였다. 나이는 마흔이 넘었지만 자태와 얼굴 생김이 원숙한 중년이었다. 통통한 몸매가 차분한 매력을 준 여자였다. 그렇지만 마음껏 즐기고 난 우다이는 돌려보내지 않고 집에서 잡일을 시켰다. 루나 역시 잘 알고 있는 여자다. 자신도 언젠가 저렇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래선 안돼요. 당장 그만 두세요.”
루나의 말을 무시하듯 채찍은 ‘휘익’ 소리를 내며 가슴에 떨어졌다. ‘아그그그....,’ 여인은 죽은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유방을 가렸다. 울긋불긋한 젖가슴이 터져나갈 듯 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흑흑”
손을 모아 비는 여인은 울면서 무스타파의 채찍 든 손을 잡았다. 너무나 아픈 고통에 정신이 어찔어찔한 여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운이 좋았던지 마침 루나가 나타나주기도 해 무스타파의 손을 잡으며 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무슨 일이야. 엉. 왜 이리 시끄럽나?”
우다이였다. 하체만 겨우 가린 우다이가 미국소녀들을 뒤에 거느리고 시끄런 소리에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뒤에 따라붙은 셋은 거의 발가벗은 차림이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실실 웃음을 흘리며 무스타파와 여인을 바라봤다.
“아까 말씀드린 그 여자입니다. 감히 사령관님의 물건에 더러운 손을 댄........,”
“그런데 지금까지 이러고 있나? 물건을 훔치면 어떻게 하라고 율법에 있지?”
“도둑질 한 손은 자른다고 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하라고”
“네,”
“아악!! 살려주세요. 용서해주세요. 다신, 다신 안하겠습니다.”
여인은 그 말뜻이 뭔지 알고 미치듯 매달렸지만 이미 우다이는 자리를 떠나고 루나 역시 포기하듯 몸을 돌렸다.
“바라 이 년아. 왜 시끄럽게 악을 쓰고 지랄을 떨어. 이 젖통에 몇 대 맞고 말지. 응.”
무스타파는 여인의 잦아든 울음을 즐기며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아니에요. 훔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보기만, 헉!”
강한 통증이 아랫배를 찾아왔다. 억센 주먹이 복부에 떨어지자 여자는 말을 끝내지도 못 하고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나도 당신이 여기에 오기 전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알고 있지. 당신을 데리고 온 내가 아니던가.”
여자는 보석세공사였다. 바그다드 상가의 큰 보석가게에서 세공사로 일을 하고 있던 여자는 어느 날 그곳을 들른 우다이에게 찍혔다. 평소에도 보석에 관심이 많았던 우다이는 거기서 이 여자를 보자마자 무스타파에게 데리고 오라 한 것이다.
“그 잔은 당신이 세공한 작품이지. 우다이님도 아주 좋아하는 잔이야. 하지만 이제 끝이야. 손목이 잘려나가면 다신 그런 아름다운 작품은 못 만들겠지. 어때? 내말 잘 들으면 손목만은 그대로 둘 텐데.....,”
울먹인 몸짓으로 알았다는 여자의 가슴을 끌어당겨 의자에 앉혔다. 양손잡이가 있는 의자다. 양 다리를 손잡이에 걸치고 앉자 두 다리가 벌어져 팬티가 드러났다. 분홍색의 팬티다. 가운데가 덥수룩한 걸로 봐 털을 깎지 않았나 보다. 우다이는 여자의 그곳이 깨끗하게 밀어진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어느 여자나 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면도로 음모를 깨끗하게 깎았다. 민둥산이 계곡은 여자의 은밀한 부위를 숨길 수 없었다.
무스타파는 바지춤에서 좆을 꺼내 손으로 잡고 용두질을 시작했다. 팬티를 벗은 손길을 따라 무성한 풀숲이 나타났다. 은은한 향기가 풍겨져 나왔다. 남자를 자극하는 향기다. 무스타파는 코를 끙끙거리며 향기를 맡더니 손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쏟아져 나오기 직전의 흥분. 무스타파의 얼굴이 그랬다. 피가 몰린 얼굴이 발그레했다.
“벌려, 손으로 벌려, 더, 더”
여자는 다리를 옆으로 벌린 채 손가락으로 음순을 잡아 벌렸다. 분홍색 속살 터널. 마치 복숭아 꽃길 같다.
그는 터지기 직전의 팽창한 좆을 세워 터널 안으로 파고들었다.
“학!” 너무나 큰 물건이 파고들자 여자는 두 발을 오므리며 아픔에 얼굴을 찡그렸다. 남자의 성기는 너무 컸다. 지금까지 대한 남자들은 이 남자에 비하면 젓가락이었다. ‘아, 아파. 천천히, 천천히, 허, 헉!’ 여자의 발목을 잡은 그가 높이 들고 몸을 파고들자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아랫도리를 떠돌았다. 무언가로 꽉 채운 아랫도리를 남자는 두 발을 어깨 높이 걸치고 박아댔다.
아지나. 공화국수비대 알 우리 장군의 딸이며 후세인대통령 장남 우다이의 처 아지나는 남편의 얼굴을 본지가 언젠지 아득하기만 했다. 한창 나이의 몸은 물이 올라 하루에도 수차례 넘쳐났다. 옆으로 누우며 자식 무스타파를 드려다 봤다. 우다이의 강한 눈매를 많이 닮았다. 거의 강제로 하다시피 한 결혼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스물 둘의 나이에 우다이를 만난 아지나는 처음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티크리트 나와프 알 지단 숙부의 집에서 처음 만난 우다이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짙은 눈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접근해왔었다.
“너무 아름답소.”
군복차림의 그는 투박한 어투로 아지나에게 말을 건넸다. 아지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름다움이 뭔지는 아나요?”
시골 인상의 그에게서는 아름다움보다는 투박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바그다드국립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아지나는 사막을 사랑하고 강을 사랑하는 낭만적인 여자였다.
“아름다움은 모르오. 그러나 표현이 서투르지만 아름다운이란 것은 이런 꽃들은 아닐 것이오.”
탁자 위 수반에 꼽힌 꽃을 빼며 말을 느릿느릿 이어갔다.
“아름다움은 우리 이라크 사람들이오. 수 만년 삶을 거칠게 이어온 우리들이 바로 아름답지 않소? 마른 땅에서 목마름으로 샘을 파던 우리들의 그 손끝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생각이오. 그것이 아니라면........”
그의 눈매는 날이 섰다. 시퍼런 불꽃이 일 것 같은 눈이었다.
“아니, 맞는 말씀입니다.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실체도 있겠지만 사령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추상적인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겠죠. 저도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진흙을 반죽해 움막을 짓고 밀을 뿌려 곡식을 거두며 세계 문명의 문을 열었던 우리들, 정말 자랑스럽죠? 근데 저를 만나시자고 한 이유는?”
알 지단에게 청을 넣은 우다이였다. 한번 만났으면 한 우다이에게 눈치 빠른 알 지단이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
“그것은.....,”
얼굴이 화끈거린 우다이는 말을 더듬으며
“거기, 그러니까 아지나를 사랑하게 된 것이오. 처음 거기를 봤을 때 마음이 끌렸다면, 웃을 일이 아니라 내겐 중요한 것이오.”
호호호, 웃음을 터트린 아지나였다. 아버지인 알 우리 장군도 군인이었지만 군인은 항상 이렇게 단순하고 서투른가 싶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에게 혹시 실례가 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령관님을 뵀을 때 사실은 호감이 있었습니다. 큰일을 척척 해내시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던데요. 근데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이 있으세요?”
그 당시 떠도는 소문을 아지나도 알고 있었다. 특히 여자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은 여자인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잘못된 소문일 뿐이오, 키르쿠크의 일은 나라를 위한 추정일 뿐이오.”
우다이는 믿고 있었다. 적을 단숨에 죽이기보다는 핏물이 고인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것은 적에 대한 군인의 길이었다.
아지나는 아들 옆의 빈자리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그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은 자리였다. 폐다인에서 밀려 난 이후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은 그였다.
“무스타파. 너도 아빠가 보고 싶니? 응”
요람에 누워있는 아기는 잠에 빠져 있다 아지나의 목소리를 듣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기를 안아 젖가슴을 꺼내 물렸다. 큰 가슴의 젖꼭지를 문 아기는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이 년 젖통 좀 봐. 왜 이리 커. 바가지를 매달아 놓은 것 같은데. 손에 잡히지도 않아”
“흐흐흐 이 년 아랫도리의 이 털을 좀 봐요. 되게 무성하네. 한 움큼 잡고 뽑아내면 수북이 쌓이겠는데. 보드라운 구멍도 촉촉하고.......,”
“이 배 좀 만져 봐. 너무 매끄러워서 미끄러질 것 같군. 잘 닦은 유리잔 같아. 뽀드득 소리를 들어볼까, 흐흐흐”
“여기 허벅지도 탱탱한 게 이 놈으로 허리를 감으면 노곳노곳 하겠어. 죽었던 놈이 살아나 구멍을 찾아다닐 것 같은데, 크크크.”
“아냐, 이 년 입술이 죽여. 두툼한 입술이 꼭 물어주면 물이 마른 좆도 빡빡 서겠어.”
열아홉이나 스물로 보인 여자는 발가벗은 몸을 두 남자에게 맡기고 죽은 듯 누워있다. 잠을 자고 있는 듯 가끔 숨을 크게 쉬곤 한다.
라작과 툴파는 쿠사이의 결정대로 바스라 수니파 지도자 마흐드의 딸을 납치해와 능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저녁 식탁을 꾸며줄 여체는 바로 이 마흐드의 딸이다. 저녁 식사 초대장은 마흐드에게 이미 보내졌다. 바스라 수니 지도자인 마흐드는 아마 성찬을 즐길 것이다.
SSO는 집을 감시하고 있다 외출 차림의 딸이 집을 나서자마자 전기충격기로 혼절시키고 이곳으로 납치했다. 충격이 너무나 컸던지 둘 앞에 던져질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너부러져 있었다. 돌돌 말아진 겉옷을 벗기고 속옷마저 뜯어내자 하얀 살결이 눈을 부시며 드러났다. 라작은 가슴으로 손을 내밀고 툴파는 아랫도리를 더듬으며 여자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야! 벌써 물기가 스미는데......., 냄새도 죽여주구만”
툴파는 검지를 들어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는 라작에게 손가락을 내밀자
“아니, 이 년 이 침 좀 봐. 달콤한 침으로 내 좆을 감싸면 죽여줄 것 같아”
“글쎄, 이 년 이 향기 좀 맡아 봐. 녹아내려”
마지못해 검지에 코를 댄 라작은
“흐으음, 이 년 아주 처녀로군, 그래. 오늘 맛 좀 볼까”
“그거 좋지. 그럼 먼저”
바지를 내린 툴파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계속 쑤시며 양손가락으로 벌린다. 분홍빛 속살이 물기에 반짝거린다. 분홍색 속살은 깊이 들어갈수록 더 진하다. 검은 털을 젖히고 구멍을 활짝 벌리자 여자는 끙, 대며 몸을 뒤척인다.
“너무 작아. 이 년 경험이 한번도 없는 가봐. 처녀막이 가로 막은 것 같은데”
“뚫어버려, SSO의 힘을 보여라고. 힘!‘
엉덩이를 뒤로 빼 다시 앞으로 몸을 밀어내자 여자는 그때서야 ‘크아’하며 비명을 내지른다. 발가벗은 몸이 탁자 위에 눕혀 있고 두 남자가 자신의 몸을 잡고 있는 것이다. 상체를 일으키려 한 여자는 강한 힘이 얼굴을 내리누르자 다시 탁자에 눕혀진다. 아랫도리는 남자가 파고들고 있었다. 두 발목을 잡고 다리를 벌려 그 사이에 몸을 실은 남자는 앙탈을 부린 여자를 몸으로 찍어 누르며 박고 있는 것이다.
고통, 아픔, 남자의 그것은 부드럽지가 않았다. 마른 살이 마찰한 것처럼 쓰라렸다.
“아, 아파. 그만해요. 흑흑”
“이 년이......., 너도 좋은 거야. 가만있어. 자꾸 지랄하면 찢어버릴 거야”
“안 돼요. 놔 주세요. 흑흑”
“그래? 그렇다면 맛을 보여줄까, 응?”
“그게 좋겠어. 이런 년들은 따끔한 맛을 봐야지 고분고분하거든”
여자는 무슨 말인지 몰라 빨개진 얼굴로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며 손으로 가슴을 가린다.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군. 우린 SSO야. 우눈 얘도 울음을 그친다는 SSO, 알간?”
“아악! 살려주세요. 아악!”
여자는 SSO란 말에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뛰쳐나갈 기세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에게 SSO를 조심하란 말을 많이 들었다. 특히 바스라지역에 대규모 군대가 올 것이란 말도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지금 SSO에게 끌려와 있다니........,
“사, 살려주세요. 자, 잘못 했어요”
“그럼, 그럼. 이제야 고분고분해지는군. 진작 그럴 것이지”
발버둥치던 여자가 눈을 감고 힘없이 드러눕자 툴파는 다시 죽은 좆을 잡고 여자의 구멍에 대고 비비기 시작한다. 여자의 질액이 묻은 좆은 몇 번 문지르자 다시 팽팽해진다. 천천히 귀두를 넣으며 허리를 움직이자 뿅, 소리라도 낼 것처럼 분홍터널을 더듬어 들어간다.
“아저씨들이 좋은 일을 해주는 거야. 누가 이렇게 해주는 줄 아니. 학학”
툴파는 거칠게 몰아쉬며 두 발을 더 벌려 밀착시킨다. 여자의 구멍과 툴파의 아랫도리가 붙어버린 자세다. 박아 넣은 채 허리를 돌리자 여자는 고통에 입을 벌리며 신음을 연신 토한다. 아랫도리가 둘로 갈라진 아픔이다. 날카로운 칼로 잘라낸 고통이 하체 전체로 퍼져간다. ‘으으으....’ 땀으로 번들거린 얼굴이 찡그러지며 손으로 남자를 밀어내려 한다.
“다음은 나야. 너무 깊이 파면 안 돼.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파라고”
라작이 바지를 내리고 여자의 구멍에 가까이 댄다. 처녀막이 찢어진 듯 붉은 피가 한 줄 엉덩이께로 흐르고 있다.
“어디 맛 좀 볼까? 이곳 계집년들은 맛이 좋다고 소문났다는데”
바스라지역은 항구 도시로 예전부터 미인이 많다는 소문이 있었다. 외국과의 교류나 이웃나라와의 교류가 빈번해 피가 많이 섞인 탓일 거다.
“수니년들은 역시 맛이 좋아. 헉헉”
라작도 숨을 몰아쉬며 씩씩, 댄다. 한번 지나간 터널이지만 신축성을 잃지 않고 밀고 당길 때마다 좆을 물고 있는 것이다.
라작이 진한 사정을 끝내며 몸을 일으켜도 여자는 죽은 듯 꼼짝 않는다.
“자, 그럼 시작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머리에 쓰고 있던 히잡을 벗겨 자신의 성기를 닦은 툴파는 구석에서 병을 들고 온다. 노란 액체가 담겨 있는 병이다.
“이걸 마시면 아마 누가 죽일지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질걸. 흐흐흐. 작업하기에도 좋고”
“파닥파닥 뛰는, 살아있는 생선이 더 좋지 않을까?”
“그것도 좋지만 쉽게 처리하지”
툴파는 병을 따 입을 벌리고 병의 액체를 부었다. 얼굴을 돌리며 마시지 않으려고 버티지만 손아귀의 힘은 여자의 꽉 다문 입보다 더 셌다. ‘꿀꺽, 꿀꺽’ 소리를 내며 마시자 1분도 되지 않아 고개를 꺾고 죽은 듯 누웠다.
“그런데 툴파, 아까 무슨 얘기를 한거야. 대충은 알겠지만”
라작은 손과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여자의 젖가슴을 손으로 쥐며 묻자
“오늘 저녁 만찬을 멋지게 하자는 거지. 그 자식을 불러다 그 놈 딸년을 맛있게 먹이는 거야. 생각 만해도 멋지지 않아. 자기가 먹은 요리가 자기 딸년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흐흐흐. 죽이는 생각이 아닌가?”
“오, 그거 대단한 발상이로군. 근데 어디를 요리하지. 이 가슴?”
라작은 봉긋한 젖가슴을 두 손으로 눌러 젖꼭지를 세우곤 엄지로 쿡쿡, 눌렀다. 터질듯 한 가슴이다. 진한 갈색의 유두를 계속 문질러대자 곳곳하게, 마치 발기한 것처럼 되었다.
“가슴, 좋지. 그러나 여기가 더 좋지 않을까?”
툴파는 음부에 넣고 꼼지락거린 손가락을 꺼내 하얗고 탄력 있는 허벅지를 주물렀다.
“여기를 떼어내 구워놓으면 먹음직스럽지 않을까? 아니면 여기 탱탱한 종아리를......., 흐흐흐. 가늘게 썰어 물판에 구우면 양고기처럼 입맛을 당겨줄 거야.”
두 남자의 손가락이 이곳저곳을 주물럭거려도 여자는 요동도 없다. 이미 죽은 양이 도마 위에 올려져 있는 것 같다.
목이 잘린 여자들이 춤을 추면서 다가왔다. 잘린 목에서는 붉은 피가 철철 흘렀다. 도망을 치려고 몸을 돌리면 온 몸에 긴 바늘을 꼽은 여자들이 울부짖으며 다가섰다. 어떤 여자는 하얀 몸에서 하얀 바늘을 품어내기도 했다. 으악!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손을 저었다. 그 여자는 쟈드이기도 하고 너무나 오래된 그 여자이기도 했다. 피부가 고운 여자의 엉덩이를 남자들이 붙잡고 방망이 같은 성기를 꺼내 서로 쑤셔댔다. 다시 몸을 돌리자 거대한 바늘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아악! 단발마를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꿈이었다. 지옥에서 돌아온 몸처럼 땀이 흥건했다. 몸이 무거워지며 떨리기도 했다.
아이스는 꿈속의 광경이 현실처럼 너무나 생생했다. 그 여자들은 자신과 연관이 있었다. 자신이 바늘로 눈과 귀와 성기와 발가락을 후볐던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목이 잘린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내가 목을 잘랐나. 아닌데......., 아무튼 불길한 꿈이로군.
땀으로 흥건한 몸을 씻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옆으로 무언가 뭉클한 물체가 느껴졌다. 누구지? 아, 그렇군. 바실리였다.
그 때 우다이의 안내로 촬영장을 간 바로 그 날 소개를 받았던 여자가 바실리였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래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아이스는 그 여자에게 호감을 가졌고 눈치를 챈 우다이가 반강제로 맺어준 것이다.
그럼 그 꿈속의 여자들은 이 여자를 통해서 내게 찾아왔단 말인가. 원한을 풀려고......,
이불을 걷어내자 몸을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바시리는 눈을 뜨며 아이스를 올려다 봤다. 속눈썹이 길고 눈동자가 깊은 여자다. 그래서 신비의 바다를 보고 있는 듯 했다. 많은 해초들이 감싸고 있는 바다가 그 소금향기 대신 맑고 깊은 바다의 향기를 전해 주고 있다. 검은 눈동자를 크게 뜨며 바라다보자 아이스는 몸을 돌려 일어났다.
“미스터 아이스? 그냥 아이스라고 부를까요. 호호호. 이름과는 다르게 아주 뜨겁던 데요? 이름을 미스터 핫, 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어쩌죠?”
“.........”
아이스는 꿈이 너무 생생해 바시리의 농을 등 뒤로 흘리며 샤워실로 들어섰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생경했다.
‘넌 누구인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가? 나, 나는 피를 탐하는 가시나무 가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새, 목을 높이 들고 맑은 소리로 노래를 즐기는 휘파람새가 바로 나지. 그런데 넌 누구지? 넌 누구기에 이렇게 내 영혼 속을 찾아와 흔들어놓은 거야. 쟈드, 당신인가? 아니면.........’
쟈드의 마지막 얼굴이 뿌연 거울 속에 떠올랐다.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던 그녀의 얼굴이 포스터처럼 김 서린 거울에 나타나자 아이스는 손으로 지웠다. 꿈을 잊고 싶은 것처럼 찬 물을 뒤집어 쓴 그.
머리가 아파왔다. 무언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바로 어제저녁 우다이와 함께 마신 술 탓은 아닌 것 같다. 금지된 음주지만 우다이가 자주 다니는 클럽에선 통하지 않았다. 강렬한 음악과 요란한 조명이 퍼붓는 바에서 우다이는 연신 독한 위스키를 따라주고 자신도 마셨다. 거기엔 사업가 나와프 알 지단도 함께 있었다. 그 위스키는 그가 가지고 온 것이었다. 불법으로 들여온 술이지만 떳떳하게 마시며 취했던 기억이 끝이었다. 아, 바시리란 여자도 함께 있었지. 우다이가 옆에 앉힌 기억이 살아났다. 그리고 아침의 흩어진 침대다.
아이스는 무거운 머리를 잊으려는 듯 바시리의 풍만한 가슴을 입술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정성스럽게 유두를 입술로 물고 세게 빨다 혀를 동글게 말아 간질였다. 그때마다 바시리는 교성을 흘리며 아이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는 매끄러운 가슴의 선을 따라 혀를 움직여 안으로 패인 배꼽을 혀로 감치다 무성한 숲을 헤치며 페로몬 향기로 가득한 음부를 벌렸다. 입안으로 몰려들어온 검은 털은 손으로 쓰다듬듯 밀치고 강하게 빨았다. 처음엔 부드럽게 천천히 핥다가 허벅지를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질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철퍽대는 계곡은 갈수기가 지난 우기의 저수지처럼 물이 고였다. 아이스는 가뭄 끝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저수지를 힘차게 헤엄쳤다.
“아, 이젠......., 이제‘
유두가 긴장으로 딱딱하게 일어선 바시리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그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긴 다리를 뻗어 그의 허리를 감싸며 발그레한 얼굴로 남자를 재촉했다.
아이스는 짓누르고 있는 꿈을 애써 누르려는 듯 바시리의 몸을 누르기 시작했다. 따뜻한 살결과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 같은 푹신한 가슴을 올라타고 하체를 눌렀다. 물이 넘치고 있는 바시리의 음문은 저항력을 잃은 성이 스스로 문을 열어 적을 맞이했다. 촉촉한 두 겹의 살이 갈라지며 안으로 쑥, 밀고 들어갔다. 미끈미끈한 음문이었다.
‘학!’ 문을 열자마자 바시리는 짧고 뜨거운 교성을 내며 입술로 아이스의 입술을 찾아 빨았다. 시큼한 냄새는 여자의 입이 아니라 저 안 깊은 곳에서 품어져 나온 열기였다. 시큼한 냄새는 곧 잘 익은 석류향기가 되었다. 아이스는 바시리의 석류의 향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랫도리를 깊게 누르며 여자의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어 허파가 터져나가라고 한껏 빨아들였다.
꿈속의 여자들이 하나 둘 떨어져나가 마지막엔 둘만이 남아있었다. 한 여자는 쟈드였다. 쿠웨이트의 밤하늘을 보며 자신의 몸을 연 쟈드. 그리고 또 한 여자는 그때서야 또렷이 윤곽을 잡았다. 그녀는 너무나 오래 전의 일이어서 마치 녹이 슨 바늘이 부수어진 듯 했다. 신미나. 맞다. 그녀의 이름은 미나였다. 다시 한번 힘을 몰아 바시리의 뜨거운 계곡을 채울 때 전율처럼 지나간 얼굴과 이름이었다.
아이스가 바시리의 몸 위에 마지막 사정할 때 그 자세로 가만 있자 그녀 역시 흥분이 지나간 뒤의 자국을 되돌리는 듯 솜을 죽으며 눈을 감았다.
아름다운 얼굴이군, 눈꺼풀이 덥힌 눈이지만 그래도 커보였다. 검은 갈색의 눈동자는 고향의 포구에 빽빽이 핀 갈대를 떠올렸다. 키가 큰 갈대는 세상에서 자신을 숨겨주었다. 어린 시절 갈대밭에 숨어 세상을 도망친 기억이 이 여자에게서 떠올라, 그래서 바시리에게 감정을 느꼈을까? 아이스는 땀에 젖은 몸을 들어 바시리가 감고 있는 눈에 입맞춤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SSO임시사령부에 들어서자마자 마흐드는 후세인의 차남이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쿠사이가 두 팔을 벌리고 끌어안자 당혹감이 앞섰다. 소문으로는 바스라의 씨를 말리겠단 그들이 아니던가. 그런 그들이 거짓으로라도 가슴을 열어 반기자 수니지도자인 마흐드는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 쿠사이를 안았다.
“감사합니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바스라에게 모든 영광을 베풀어 주시는 알라께 삼가 기도합니다.”
“저 역시 알라께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자 들어가시죠. 오늘을 위해 좋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라작, 툴파. 안내해드리게”
“네, 네, 따라 오시죠”
마흐드는 무장한 군인들이 비록 도열해 있지만 그들의 상냥함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복도를 따라 실내로 들어섰다.
“오늘 회담은 만찬을 즐기며 하시죠. 좋은 저녁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흐드 지도자”
그들이 지도자라고 부르자 그때서야 마흐드는 자신의 위치를 알아챌 정도로 이들은 능수능란하게 맞이했다.
둘을 따라 1층에 있는 작은 룸에 들어선 마흐드는 하얀 천에 덥힌 식탁과 가지런히 놓인 빈 식기에 마음을 놓았다. 이들이 먼저 초대하면서 전한 평화회담이 맞긴 맞는가 보군, 마흐드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았다. 식탁은 단 둘만이 앉을 수 있었다. 크기는 크지만 의자가 단 둘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도구 역시 두 사람 몫뿐이었다. 마흐드가 자리에 앉자 그때서야 쿠사이가 들어섰다. 수행원은 문밖에 도열하고 혼자 들어온 쿠사이는 박수를 치며 음식을 내놓으란 지시를 했다.
김이 모락모락 일어난 음식은 이라크 전통요리인 양구이였다. 향신료와 야채재료가 알맞게 배합돼 정성스레 구운 냄새가 룸을 채웠다. 마흐드 앞에 놓인 빈 접시에도 기름이 잘잘 흐르는 양고기에 야채로 장식한 요리가 나왔다.
“드시면서 얘기할까요? 마흐드 지도자”
“사령관님의 인상이 보기에 좋군요. 소문과는 많이 다릅니다. 알라의 은총이 가득한 분이십니다. 저희 바스라의 모든 수니는 알라께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후세인 각하께는.....?
어떤 은총을 내리겠냐는 쿠사이의 질문에 마흐드는 말을 잠시 멈췄다. 후세인은 지금 바스라에게는 적이었다. 소수의 시아파들이 정권을 잡은 후로 다수의 수니파들은 정권 밖으로 떠밀려 가난과 멸시 속에 헐떡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쿠르드나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트파와는 다른 성격이었다. 같은 이라크민족으로서 수니만 도외시 당한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래 일어난 운동이 수니 부흥운동이었고 이 운동은 외국과 교류가 빈번한 바스라에서 먼저 일어난 것이다.
“말이 없으시군요. 그렇다면 후세인 각하께 칼을 겨누시겠다는 건가요?”
“그, 그건 아닙니다. 다만”
“다만 뭐라는 말이요?”
쿠사이의 목소리는 차츰 낮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차가움이 묻어난 목소리다.
“다만, 우리 수니에게도 기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똑 같은 기회를”
“기회라, 그 판단은 누가하는 거요? 당신들 수니가”
“...........”
마흐드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한 입 문 고기 조각을 우물우물 씹으며 쿠사이만 쳐다보았다.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것이오. 보여줄 게 있는데........”
말을 멈춘 쿠사이는 툴파를 불렀다. 이미 요리는 식어갔다. 마흐드 역시 손을 걷어 식사를 끝낼 참이었다.
요리를 끌고 들어온 그 문으로 검은 천으로 가려진 커다란 물체가 들어섰다. 제법 부피가 컸다. 마흐드는 호기심 반 놀람 반 심정으로 검은 천을 볼 뿐이다.
“당신들 수니에게 보여주겠소. 우리들에게 자비를 구하는 더러운 족속들을........, 이들 역시 우리들 판단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이오. 마흐드 당신도 잘 알 것이오.”
마흐드는 함부로 내뱉은 쿠사이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검은 천이 거두어지는 걸 봤다. 마치 무대의 막이 올라가듯 검은 천이 거두어지자 거기엔 두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옷은 발가벗겨져 음경과 음부를 훤히 보이고 있고 손은 뒤로 돌려져 지주처럼 박힌 철제기둥에 묶여있었다. 입은 테이프로 붙여져서인지 작은 비명소리하나 세나오지 못했다.
“이들이 누군지 아시겠소? 이들은 작년 바그다드에서 테러를 하려다 체포된 작자들이오, 출신이 이곳 바스라라고 하던데, 아는 얼굴이 아닌가요?”
마흐드가 모를 리 없었다.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바그다드로 떠난 젊은이들이다. 청년은 마흐드의 친구 아들이고 처녀는 저 청년의 이상에 빠져 함께 움직이겠다는 수니열성신도였다.
“아, 어떻게 저럴 수가”
분노에 찬 마흐드의 얼굴을 오히려 즐기는 쿠사이는
“지금부터가 더 즐거울 것이오. 우린, 마저 식사를 끝내죠. 식욕이 갑자기 돋아나는데”
“아니오, 난 가겠소. 당신들은 지옥의 사자들임에 분명하오. 이런 일이 있다니”
“흥분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하하하. 아직 죽지는 않았으니 좀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지 않겠소.”
그의 말대로 아직 살아있었다. 눈을 멍하게 뜨고 가끔 몸을 비틀거린 걸 보아 아직 살아있는 게 틀림이 없었다.
자세히 보니 목에 가느다란 줄이 걸려있었다. 선 자세로 목을 감아 매달아 놓은 것이다. 그 가느다란 줄은 목을 점점 파고들어 당장이라도 이승의 숨을 끊어버릴 것 같다. 더 끔찍한 것은 그 둘의 무게를 지탱하는 유일한 것이 투명해 보이는 물체였다. 무엇인가 처음엔 몰랐지만 점점 녹아드는 걸 보니 얼음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얼음은 녹아 무게를 이기지 못한 줄은 목을 파고들어 빨간 자국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살려주시오. 지금이라도 멈추면 저들을 살릴 수 있소”
“이미 늦은 일입니다. 마흐드. 판단은 우리가 한다지 않았소. 저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란 말이오.”
“제발, 살려주시오. 쿠란의 자비를 베푸시오. 오! 알라”
숨이 있는 몸은 열기가 남아 있어 두 발바닥이 닿은 얼음은 옴폭하게 녹아들었다. 발목을 묶어놓아 차가운 얼음을 피할 수 없었다. 숨이 막힌 여자는 발끝을 세워 목을 느슨하게 하려했지만 그 통에 발이 미끄러졌다. 비명소리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세차게 흔들어댄 몸부림에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가 느낄 수 있었다. 청년 역시 녹아드는 얼음에 속수무책으로 목의 줄이 당겨져 숨을 끊자 몇 번 발버둥치다 그대로 늘어졌다. 둘의 목숨은, 방금 전 살아 있는 생명체는 죽었다. 마흐드는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쥐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하하. 어떻소? 식욕이 당기지는 않습니까, 하하하”
쿠사이는 다시 고기 덩어리를 칼로 썰며 식사를 하지만 마흐드는 분노를 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수니, 잘 들으시오, 우리에게 반항하거나 저항하거나 하는 짓은 살아 있는 알라. 후세인 각하가 용서치 않을 것이오, 우리가 미국놈들에게 쿠웨이트에서 비록 졌지만 우리의 힘은 아직 크오. 당신들 역시 후세인 각하께 충성을 다하여 영광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하하”
양고기를 물어뜯은 쿠사이는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마흐드를 조롱했다.
“당신은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려. 어떻게 지도자가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모른단 말입니까. 안 그렇소? 하하하”
“뭐, 뭐란 말이야. 이것은 양고기가 아니라고?”
놀란 마흐드는 접시에 담겨 있는 고기를 손에 들고 쿠사이를 봤다.
“그것은, 하하하. 차마 내입으로는 말하기 두렵소이다. 이봐, 라작! 요리를 가지고 와”
요리? 마흐드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눈으로 라작을 볼뿐이었다. 라작은 그릇을 올려놓은 서빙대를 밀고 들어섰다. 바퀴가 달린 서빙대가 멈추자 뚜껑이 있는 그릇을 열었다.
“아아악! 너희들은 악마들이야. 악마들!”
마흐드는 일어서지도 못한 채 주먹을 부들부들 떨다가 정신을 잃었다. 뚜껑이 열린 그릇엔 사랑스런 자기의 딸이 눈을 감은 채 있었던 것이다. 목이 잘린 머리지만 얼굴은 살아있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자기가 맛있게 먹은 고기가 딸의 몸이었다니. ‘쿠웩 ,쿠우윽’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사라진 의식 저 편으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치워버려, 쓰레기는 쓰레기장으로 가야지 제격이겠지. 그리고 작전 준비해.”
쓰레기는 곧 치워졌다. 아랍의상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철제기둥에 널브러진 둘을 어깨와 다리를 들어 나가자 남은 사람들은 수레 주위의 더러운 분비물을 쓸어 담았다.
“작전은 어떤 걸로 할까요? 사령관님”
“1번으로”
기다린 대답을 한 것처럼 쿠사이는 짧게 던지고 모두를 둘러보았다.
1번은 최고수위의 작전이다. 점령지의 모든 것, 살아서 움직인다고 판단되는 모든 동물들을 그 자리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일명 ‘크린’으로 불리는 이 작전은 이라크 내 쿠르드세력을 쓸어냈을 때도 했었다. 그때는 화학무기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청소했었다.
라작과 툴파, 그리고 SSO 정예요원들은 쿠사이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타는 눈빛으로 둘러본 쿠사이는 코란 17장 1절을 인용하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번 작정의 성공은 자신이 분명 2인자 나아가 후계자의 자리를 굳혀줄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성스러운 모스크에서 먼 곳의 모스크까지 당신의 종을 밤의 여행에 이끄신 분에게 영광이 있을지어다>란 코란 17장 1절을 기억하라. 너희들 모두에게 영광을 주겠다.“
마흐드는 아득해져간 의식을 붙잡기를 여러 번이었다. 가끔은 몸을 떨면서 분노인지 공포인지 모를 외침을 지르기도 했다. 그 날 이후로 마흐드는 잠을 못 이루며 복수를 꿈꾸었다.
수니 지도부. 마흐드가 돌아온 지 사흘이 지난 날.
“아무래도 저들은 제정신이 아니오. 우리가 가만있어도 당하고 움직여도 당할 것이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들의 용기를 보여줍시다. 우리들의 후손에게 우리는 이렇게 외쳤다고 보여주는 길이 수니의 갈 길이란 생각이오. 어떻소?”
마흐드는 강한 어조로 설득을 시작했다. 복수심을 억제하며 지도부의 의기를 살렸다. 아직도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딸의 웃는 얼굴이 아른거렸다. 거센 반항을 유도하려는 그들의 사전 공작임을 알았지만 이미 쏘아 보낸 화살이었다.
“맞소. 우리가 개죽음을 당하더라도 떳떳하게 알라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세상은 우리들의 죽음을 결코 가벼이 다루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동참하겠소.”
아들의 최후를 마흐드에게 전해들은 수니 바스라남부대표가 강하게 동조하자 너도나도 주먹을 쥐며 하늘을 향했다.
아침의 바스라는 예전과는 달리 어수선한 기척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불기 시작한 모래바람처럼 마른 바람들이 사람들 속을 파고들었다. 항구에 정박 중인 외국 선박들도 눈치를 채고 하나둘 밧줄을 풀었다.
처음 소요는 바스라 남쪽에서 일어났다. 바트당 바스라당사 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나며 검은 연기가 피어났다. 마른 바람이 검은 연기를 부지런히 북으로 날랐다. 북쪽에서도 땅을 뒤흔들 폭발음이 나왔다. 이라크 공군비행장이었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알라’를 외치고 ‘후세인에게 죽음을’이란 팻말을 들고 뛰어다녔다. 허름한 트럭의 허리에도 똑같은 구호가 걸렸다.
쿠사이는 이런 광경을 바스라에서 조금 떨어진 산에서 구경하듯 보고 있었다. 이미 임시막사는 철수한지 오래였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낮은 저들에게 맡기고 밤을 기다리자고. 밤으로의 여행을 떠나려면 해가 지기를 기다려야지. 저 태양이 호르무즈 해협에 떨어지면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될 거야. 그때를 위해 저들의 연극을 지켜보자고, 하하하”
쿠사이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검은 연기가 차츰 스러지는 하늘을 봤다. 하늘은 검은 연기가 걷히자 사막처럼 발갛게 물들었다. 태양이 지고 있었다. 어스름은 길지 않았다. 태양이 지자마자 바스라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이제부터 접수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잡아들여.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처치할 것.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과는 내 앞으로 가져온 발목으로 정한다. 그 누구든 발목을 잘라올 것.”
쿠사이는 아이스의 말을 이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거야. 일어서면 그들의 어머니와 누이와 아내의 발목을 자르고 땅바닥을 벌벌 기게 만들어주는 거야. 뜨거운 땅바닥을 벌레처럼 기어다니는 그들을 보면 아마 다시는 일어설 기억을 잊어버릴걸. 처음부터 기어 다녔던 존재로 인식하겠지. 알겠나? “
라작은 쿠사이의 환심을 사려는 듯 말을 보탰다.
“아예 걸어 다니지도 못하게 허벅지부터 잘라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사령관님”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근데 힘들지 않을까? 시간도 걸리고.”
둘의 대화는 마치 양이나 염소를 다루는 모양이다.
“알아서들 해. 계집년들은 허벅지부터 잘라버리라구. 두둑한 보상을 해줄 테니까 말이야”
“넷, 기꺼이 앞장서겠습니다.”
어둠이 천막을 치는 시간. 바스라 남쪽지역부터 투입된 군경은 물샐틈없는 포위망을 구축하며 가가호호 훑었다. 바리케이드가 쳐진 남쪽은 주로 바스라에서도 부촌에 속했다. 예전부터 상업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부를 이루고 그들끼리 모여 살았다.
밤을 찢으며 총성이 연거푸 들리는 걸로 보아 저항세력도 만만찮았다. 총성은 점점 잦아들고 대신 울부짖은 외침이 하늘을 할퀴었다. 자식들을 부르거나 부모를 찾는 울부짖음이었다. 정전이 내려진 집과 거리는 군경들의 손에 들린 손전등과 트럭과 지프차에서 비추는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어지럽게 춤췄다.
‘모든 주민은 집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거리로 나오지 마십시오. 폭도들의 난동은 곧 진압이 될 것입니다. 안심하시고 집안에 머무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절대 거리로 나서지 마십시오. 총기를 반납하는 주민은 사면하겠습니다.’
트럭에 매달린 거대한 스피커에서 쏟아진 말은 어두운 바스라를 훑고 지났다. 거리의 사람들은 불에 타 날름거린 경찰서 건물을 뒤로 두고 골목으로 흩어졌다. 그들을 따라 군복차림이 뒤쫓았다. 총알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라작과 툴파는 각각 남쪽과 북쪽을 책임지고 부하들을 인솔해 몰아갔다. 좀 널찍한 장소에 트럭을 대고 잡혀오는 족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목부터 잘랐다. 포승줄에 굴비 역듯 끌려온 반국가사범, 이들은 그들을 반국가사범으로 불렀다. 이라크를 해치는 반국가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사전에 제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SSO작전참모 툴파. 군복 상의와 하의엔 검은 얼룩이 묻어났다. 언뜻 스친 헤드라이트 빛에 그 얼룩은 검붉은 피가 되었다. 트럭을 중심으로 곳곳에 날이 시퍼런 작두가 놓여있다.
집과 거리에서 끌려온 주민들은 피가 묻은 작두를 보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도망친 사람들은 몇 걸음도 못가 드르륵 소리와 동시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숨이 채 끊어지지 않은 청년이 손을 저으며 바닥을 기었지만 병사들이 달려들어 다리와 어깨를 잡아 작두에 올려놓았다. ‘으으, 아!!’ 속이 빠진 듯한 괴성. 바지를 걷어 발목을 날이 잘 선 작두에 올려놓고는 손잡이를 누르자 ‘썩!’ 소리를 내며 잘려나갔다. 전기로 작동한 작두는 근육과 뼈의 저항을 우습게보았다. 잘린 발이 바닥에서 몇 번 튀다가 병사 손에 들려 트럭위로 던져졌다. 트럭 위에 병사는 하나하나 올려질 때마다 핏물을 닦고 발가락에 번호표를 매달았다. 번호표는 군번처럼 일률적으로 기호와 번호가 매겨져있다. 그런 번호표를 들어 익숙하게 남자를 표시하고 엄지발가락에 걸었다. 피내음이 역한 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다.
“다음은 저 년 차례”
라작이 손으로 가리킨 여자는 무너질 듯 주저앉았다. 오줌이라도 지렸는지 바닥이 축축했다.
“살려주세요. 악!!”
앉은 자세로 손을 비는 여자를 병사들이 달려들어 어깨와 발을 끄잡고 작두로 질질 끌었다. 손짓 발짓으로 악을 쓰며 매달린 여자를 워커발로 짓밟으며 오른 다리를 길게 뺐다. 치마가 입혀진 그대로 가랭이 바로 밑을 작두에 올려놓고 스위치를 눌렀다. ‘위잉!’ 소리와 동시 ‘척!’ ‘캬악!’ 소리만 주위를 채웠다. 어둠 속에서도 여자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긴 신음을 끝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끌려온 주민들은 얼굴을 돌려 작두날을 보지 않으려했지만 비명소리는 귀안을 맴돌았다.
잘린 치마를 걷어내자 하얀 다리가 드러났다. 발엔 샌들이 신겨진 그대로였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장난감 부속을 집어던지듯 트럭위로 던져 놓자 병사는 잽싼 동작으로 샌들을 벗기고 엄지발가락에 153번이 찍힌 번호표를 걸더니 허벅지 바로 윗부분, 그러니까 날에 잘린 뭉툭한 부분에 밀가루 같은 하얀 분말을 발랐다. 아마 응고제가 아닌 듯싶다. 벌써 트럭 위엔 주인 잃은 발과 다리가 수북이 쌓였다. 어느 정도 쌓이면 트럭을 보내고 다시 빈 트럭을 불렀다. 트럭이 많을수록 라작의 전공은 높아가는 것이다.
“다음은.......”
라작은 총부리에 겨누어진 무리들을 둘러보다 열대여섯 보이는 소녀를 지목했다. 소녀는 손가락이 가리켜지자 부모로 보인 중년의 둘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년은 이리 끌고 와. 얼굴이 제법 반반한 게 맛있겠어. 다른 사람들은 빨리빨리 처리하가고. 툴파에게 지면 너희들 역시 국물도 없을 거야. 알겠나, 엉”
라작은 젖살이 올라 있는 소녀의 뺨을 톡톡 치며 겁을 주었다.
“네 년은 한쪽 다리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쩔뚝거리지도 못하겠지? 기어다니는 꼴이 아주 가관이겠지. 그렇게 해줄까 아니면”
뜸을 들일 필요도 없이 소녀는 울먹인 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이 불룩하니 좋아 보여. 이 조그만 입도 귀엽군. 안은 물렁물렁하니 솜사탕 같겠지?”
손가락으로 입을 벌려 쑤셔 넣은 라작은 입속을 휘저었다.
“빨아. 손가락을 쪽쪽 빨아 보아란 말이야. 옳지 잘하는 군. 그렇게 빨아야 해“
바지춤을 내려 성으로 고개를 까닥거린 물건을 작은 입에 밀어 넣었다. 따뜻한 온기가
쿠사이 / 후세인 차남
아이스 / 한국인
마흐드 / 수니 지도자
툴파 / SSO 사령부 작전차모
라작 / SSO 사령부 정보참모
누만 / 바트 지역사령관
그대들은 아는가? 그 옛날 마호메트님이 날개 달린 천마(天馬) 부라크를 타고 메카에서 예루살렘으로 날아갔다는 <밤의 여행>의 기적을.........
<성스러운 모스크에서 먼 곳의 모스크까지 당신의 종을 밤의 여행에 이끄신 분에게 영광이 있을지어다>란 코란 17장 1절을 기억하라.
우리는 지금 밤의 여행을 떠날 것이다. 천마 부라크는 저 수니놈들의 목으로 대신하자.
피 묻은 목을 타고 밤으로의 여행을 떠나자. - 바스라의 쿠사이
제11부 오! 바스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온 바다바람이 소금기보다는 역한 휘발유 냄새를 풍기며 바스라 항구를 채우고 있다. 푸른 바다 위 갈매기들이 떼 지어 놀다 지나가는 거대한 원유수송선의 갑판위에 앉는다. 수송선이 내뿜은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지만 바람에 날려 흩어진다. 역한 냄새는 수송선이 쉴 새 없이 뿜어내는 내연기관의 찌꺼기들에서 나왔다. 하루에도 수천 톤의 탱크들이 오가는 바스라 항구는 출렁이는 바다와는 달리 조용하게 가라 앉아 있다. 태풍의 눈이 이런 것인가 싶다.
이라크 남쪽에 있는 유일한 항구, 바스라. 이라크 내의 모든 석유는 이곳으로 집결돼 외국으로 팔려갔다. 외국이라고 해봐야 미국이나 영국이 중심인 다국적기업들이었다. 1900년대부터 아랍으로 밀고 들어온 서방세계는 가난한 이 땅의 사람들에게 몇 푼, 푼돈을 쥐어주고 지하의 보물을 깡그리 자기들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가장 앞장 선 족속들이 조지아나 텍사스 마피아들이었다. 마피아? 이라크는 그들을 마피아라고 불렀다. 비밀조직처럼 스며들어와 야금야금 갉아먹은 마피아들이 제격이었다. 사우디 바보들은 얼씨구나, 하고 싸구려 무기들을 사들이고 대신 검은 돈을 지불했다. 웃으며 악수하는 그들, 마피아의 속내를 모른 중동지역 왕족들은 창녀처럼 마주 웃으며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후세인은 그것이 싫었다. 아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제의 착취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를 침탈했던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와 다를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무엇이 청교도정신이고 누가 미국을 도덕국가라고 한 단 말인가. 달콤한 초콜릿이 이를 썩게 만드는 데도 아랍인들은 그것도 모른 채 좋다고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미국이 친구라고 웃고 있는 사우디도 천박한 당나귀로 보였다.
쿠사이는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바트당 남부지역 위원회 건물인 SSO사령부에서 멀리 바스라항구를 보며 아버지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피를 나눈 자식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이기기에는 힘이 너무 부족했다. 이번 쿠웨이트전만 해도 한 달이 못 갔다. 아니 버틸 수가 없었다. 막강한 군사력이라고 하지만 비처럼 쏟아부어대는 화력과 현대군사력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평화로운 항구 풍경에 잠긴 쿠사이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티크리트를 떠올렸다. 그때 그 풍경과 너무나 닮았지만 풍경 속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평화와 너무 멀었다. 가면의 평화다.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처럼 얼굴의 본색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쿠사이는 화장을 싫어하는 편이다. 맨 얼굴의 향기, 비누냄새와 젖샘을 타고 올라온 모유의 향기를 좋아한다. 인위적인 색, 작위적인 치장은 자신을 속이는 것과 똑같다고 여기는 쿠사이다. 그래서 라다란 여자를 미치게 찾았고 그녀 품에서 모유의 향기를 맡고 있는 그다. 실핏줄이 드러난 라다의 젖가슴은 티그리스 강처럼 생명을 주는 여신의 가슴이었다. 이곳 바스라로 떠나오기 전날도 그는 그녀의 탐스러운 유방을 만지며 젖꼭지를 빨았다. 티그리스 강물로 목을 적시며 수천 년,수만 년을 살아온 이라크인처럼 쿠사이는 라다의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마음을 적셨다.
“툴파, 라작”
“네, 네”
군복차림이 아닌 이슬람 전통복장의 두 건장한 남자가 자세를 바로하며 젊은 사내에게 고개를 숙이며 쩔쩔맨다.
두 사람은 이 방만 벗어나면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SSO 최고 참모들이다. 다만 이 방, 이 젊은 사내 앞에서는 자신들이 떨어지는 새가 된다.
1993년, 여름이 한창 기승을 부리며 건조한 바람을 일으키는 8월. 쿠사이는 바스라항에 눈길을 두고 둘을 계속 다그친다.
“정보는 정확하오?”
“무, 물론입니다.”
“틀림없습니다.”
둘은 동시에 대답을 하며 서로를 쳐다본다.
바스라 지역 수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는 라작이 먼저였다. 라작이 보고하자마자 뒤늦을세라 툴파 역시 같은 정보분석을 올린 것이다.
쿠사이도 진작부터 낌새는 알아차렸지만 설마, 했던 것은 사실이다. 시아파가 수적으로 열세지만 수니파들은 강경하지 않았다. 시트일당들은 폭력을 일삼곤 했지만 수니들은 시기를 기다리는 순교자들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또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후세인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들의 정치적 기반은 워낙 확고했다. 바스라 역시 수니가 많이 살고 있지만 바트당의 감시 눈길에 죽은 듯 지내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하지?”
혼잣말을 던지는 쿠사이의 목소리는 바람이 점차 가라앉는 항구에 일말의 위안을 가진듯하다.
“아닙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이놈들 틀림없습니다. 분명히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라작이다. 정보참모인 라작은 실수가 아님을 강하게 주장하자
“어떻게? 그 년 말을 믿는단 말입니까, 지금”
그 년. 수니 지도자 마흐드의 딸을 그년, 이라고 부른 쿠사이는 라작을 노려본다.
라작. 쿠웨이트 합병 때의 치욕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아이스에게 정보 파악이 밀린 라작은 한때 SSO에서도 한직으로 밀려나 불안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었다. 다행히 쿠사이의 부름 때문에 이렇게 조국에 충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툴파는 실눈으로 라작을 보다
“그러지 마시고 직접 마흐드를 만나 살짝 떠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제게 좋은 생각이 있는 데요”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쿠사이의 얼굴을 가까이 하며 툴파는 귀엣말을 나눈다. 찡그린 얼굴을 펴며 쿠사이는
“좋아. 좋은 생각이야. 아이스의 말이 떠오르는군.
아이스란 단어에 라작이나 툴파는 불편한 속내를 숨기는 기색이다.
“그는 이렇게 말을 했단 말이야. 자네들도 잘 들어”
< 적을 죽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그들의 눈에 핏물이 고이게 만드는 거지. 죽음은 너무 편한 선물이야. 적에게 선물을 준다면 그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누이나 아내나 어머니를 굴욕에 잠기게 하고 더러워진 알몸으로 그들에게 기어가게 마들면 적들은 아마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맛볼 거야. 눈은 핏발이 서 터질 듯하고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겠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거야. 일어서면 그들의 어머니와 누이와 아내의 발목을 자르고 땅바닥을 벌벌 기게 만들어주는 거야. 뜨거운 땅바닥을 벌레처럼 기어다니는 그들을 보면 아마 다시는 일어설 기억을 잊어버릴 거야. 처음부터 기어다니는 존재로 인식하겠지.>
“루나, 벗으란 말 몰라?”
우다이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자신을 품안에 안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귀를 간질이던 그가 아니었다. 처음 바그다드 방송사에서 만난 우다이는 강한 외모에 부드러운 마음을 느껴주던 남자였지만 지금은 성격파탄에 더 가까웠다.
루나는 눈물이 떨어지려는 얼굴을 돌리며 그를 피했다. 우다이는 집요하게 루나를 몰아갔다.
“벗어 라고. 그 잘난 몸을 보여 달란 내 말이 우스운가 보지. 너도 나를 무시하는 거야. 앙! 이런.......”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이 벽에 부딪쳐 깨졌다. 이미 취한 우다이는 풀린 눈이다. 술에 취한 것도 취한 것이지만 옆으로 널브러진 미국아이들 얼굴에서도 알 수 있듯 또 약에 취한 것이다.
주먹을 휘두를 참인 우다이를 끌어안은 리브. 허리를 감싸며 얼굴을 아랫도리에 묻었다. 곤두선 그의 성기를 입에 물고 이리저리 휘저었다.
‘끄으응.......’ 우다이는 강한 자극에 고개를 젖혔다. 잇몸으로 자근자근 물고 있는 리브의 입안은 너무 평화롭고 부드러운 바람이었다.
“흡! 흡! 벗어, 빨리 벗어”
흥분으로 거친 숨을 몰아쉰 우다이는 루나의 알몸을 꼭 보겠다는 것이다. 그를 내려보던 루나는 나이어린 소녀들을 의식하면서 옷깃에 손을 가져가 천천히 알몸이 되었다. 아름다운 선이 드러났다. 성숙한 여체는 그리스 조각의 여신이었다. 단단한 아랫배 위로 잘 익은 과일의 싱그러움이 널려있는 가슴. 곧 폭발할 것 같은 엉덩이의 풍만함이 미국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다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리브의 금발을 쓰다듬었다. ‘쭉! 쭉!’ 그의 검붉은 물건을 빨며 리브도 루나의 벗은 몸을 힐긋 봤다.
“아! 역시 아름다운 여자야. 당신은......., 보물이지. 암, 보물이고말고. 내가 왜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다른 여자들이랑 놀았을까. 그렇지 않아, 루나?”
침대에 몸을 거의 눕힌 우다이는 루나를 손짓하여 불렀다. 팔로 가슴과 하체를 가린 루나는 쪽 뻗은 다리를 펴 그에게 다가갔다.
“너희들은 저리로 가 있어. 리브 너도. 왜, 하고 싶어? 기다려. 내 강아지들. 낄낄낄“
더 풀어진 눈이었다. 루나는 부끄러움보다 안쓰러움이 앞섰다.
‘이 남자는 이래선 안 되는데........, 이렇게 엉망인 모습은 어울리지 않은데..........,’ 루나의 이런 생각은 우다이가 손을 잡아끌자 끊겼다.
‘앗!’ 짧은 외마디를 낸 루나는 그대로 우다이에게 쓸어졌다. 큰 엉덩이가 출렁이며 우다이의 다리에 걸쳐졌다. 마치 우다이를 의자처럼 앉는 자세가 된 루나는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눈을 감았다. 눈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왜 눈물을......, 하는 얼굴을 하며 리브는 침이 흐르고 있는 촉촉한 입을 루나의 허벅지로 가져갔다. 손으로 어루만지며 혀를 내밀어 핥자 루나는 징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 마, 하지 마. 저리 가”
“호호호. 좋으면서.......”
리브는 루나의 허벅지 안쪽을 빨며 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물씬 풍기는 성숙한 여인의 향기에 리브는 흥분을 가누지 못하고 루나의 두 다리를 벌려 벌어진 틈을 핥았다.
샘을 파는 삽. 우다이의 성기는 그 삽처럼 마른 샘을 파기 시작했다. 리브의 침이 묻은 입구를 살살 문지르며 샘에 물이 고이기를 기다렸다.
마른 샘은 쉽게 적셔지지 않았지만 파고든 삽이 계속 쑤셔대자 조금씩 물기가 솟아났다. 루나는 다리를 벌린, 마치 말을 탄 자세였다. 허리를 세워 엉덩이를 빼내려한 루나는 젖가슴을 움켜잡고 유두를 주무른 우다이에 오히려 몸을 맡기고 반은 누운 자세가 되었다. 리브는 루나의 속을 헤집고 있는 검붉은 막대기에 혀를 내밀어 핥았다. 하얀 물기를 빨아먹은 리브의 눈 역시 풀려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헉! 헉!’ 두 손으로 큼직한 루나의 엉덩이를 받히며 들었다놨다한 우다이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루나의 하얀 귓볼을 잘근잘근 씹었다.
바닥에 앉아 자기를 쳐다본 어린 소녀들을 마주 보다 아랫도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음!’ 숨을 들이쉬며 허리를 뒤틀었다. 큰 막대기가 부드러운 속을 뚫고 들어온 아픔은 불에 덴듯했다. 예전과는 다른 느낌. 우다이의 성기는 그 무엇이든 뚫어버릴 기세였다. 앞을 가로막은 가느다란 질막이나 좁은 통로 따위는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았다.
우다이는 루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그대로 넘어지듯 침대위로 쓸어졌다. 루나는 누운 채로 그를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다리를 당겨 우다이의 성기에 앉는 자세를 취하곤 몸을 들었다 내렸다하며 빨리 그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물기를 줄줄 흘린 자신이지만 애정이 없는 결합이었다.
허리를 잡고 하체를 비비던 우다이는 거친 숨을 쉬며 흥분에 취한 듯 한쪽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페기를 잡아끌어 거꾸로 얼굴위에 앉혔다. 무릎을 꿇으며 허벅지를 벌린 페기는 궁둥이를 우다이 얼굴에 걸치자 바로 앞에 여자의 기름진 등이 보였다.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는 다리를 옆으로 쫙 벌린 채 헉헉대고 있었다. 헉헉거리는 숨결에 따라 커다란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둘로 예쁘게 갈려진 살집 사이로 번질거리는 살덩이가 오르락내리락했다.
‘?! ?!. 아하, 아하’ 우다이는 페기의 작은 음문을 빨며 아랫도리에 힘을 줬다. 알리스와 리브도 교성을 토하며 서로 끌어안고 유방과 음부를 더듬기 시작했다. 방안은 더운 열기로 가득했다. 끝을 향해 질주하는 트럭처럼 시꺼먼 연기를 품어내며 속도를 더했다.
‘으으윽!!!’ 우다이는 낭떠러지에 처박힌 트럭처럼, 아니 삽자루가 부러진 것처럼 페기의 엉덩이를 끌어당기며 신음을 내뿜었다. 불출.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붉은 용암 대신 희뿌연 점액질이 루나의 계곡에서 흘렀다. 숨을 고른 우다이는 리브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먹고 싶지. 마시고 싶을 거야. 갈증을 참을 수 없을 걸. 자, 깨끗이 핥아먹어. 내 귀여운 강아지. 흐흐흐”
루나의 애액과 자신의 정액이 섞여있는 물건을 얼굴에 대자 리브는 갈증을 참을 수 없는 목마름에 허겁지겁 우다이의 성기를 물었다. 불출이 끝나 반 늘어진 성기를 혀로 핥으며 허연 분비물을 빨아먹자 페기와 알리스도 우다이의 불알에 혀를 내밀어 성수를 마시듯 핥았다.
숨을 가라앉힌 루나는 땀에 젖은 몸을 가리며 그런 소녀들을 말없이 바라보다 눈을 걷어 우다이를 봤다. 침대에 널브러진 그는 아랫도리를 소녀들의 얼굴에 맡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부인을 아직 본 적은 없었다. 이름은 알고 있지만 우다이와 함께 지내온 지금까지 부인을 만난 적도 부인에 대에 말한 적도 없었다. 바그다드방송사를 퇴근하면 이 집으로 곧장 오기 때문에 부인이 있는 집에는 거의 가지 않은 것 같았다.
약에 취한 우다이가 일어날 기색이 없자 루나는 옷가지를 추려 빠져나왔다. 정원에 가득 핀 꽃들이 눈을 부시게 하는 여름 오후였다. 그런 오후를 깨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무스타파! 무슨 일이야”
루나는 놀란 눈으로 우다이의 경호원인 무스타파를 불렀다. 무스타파는 가느다라며 긴 채찍으로 윗몸을 훤히 드러낸 여자의 젖가슴을 후려치고 있었다. 여름 오후를 깬 비명소리는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벌을 선 아이처럼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높이 들고 발가벗은 상체를 드러낸 여자는 한 대씩 맞을 때마다 날 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벌써 가슴은 발갛게 부풀어 올라 보기에도 흉측한 몰골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란 말만 하지 도망도 치지 못하고 있는 여자다.
“아, 글쎄 이 년이 우다이님의 귀중한 잔을 훔치려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다시는 이딴 짓을 하지 못하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마치 당신은 빠져, 란 어투다. 무스타파는 루나의 주인 행세가 우습게 보였다. 첩이나 노리개인 주제에 부인 행세를 하는 꼴이 같잖았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곳에서”
“괜찮습니다. 벌써 우다이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년들은 매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요. 이리 가슴을 내”
스물 후반의 청년 앞에 마흔이 넘은 여인이 젖가슴을 드러내고 꿇어 앉아 있는 모습은 보기 민망할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보였다.
저 여인 역시 처음엔 우다이가 어디선가 끌고 온 노리개였다. 나이는 마흔이 넘었지만 자태와 얼굴 생김이 원숙한 중년이었다. 통통한 몸매가 차분한 매력을 준 여자였다. 그렇지만 마음껏 즐기고 난 우다이는 돌려보내지 않고 집에서 잡일을 시켰다. 루나 역시 잘 알고 있는 여자다. 자신도 언젠가 저렇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래선 안돼요. 당장 그만 두세요.”
루나의 말을 무시하듯 채찍은 ‘휘익’ 소리를 내며 가슴에 떨어졌다. ‘아그그그....,’ 여인은 죽은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유방을 가렸다. 울긋불긋한 젖가슴이 터져나갈 듯 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흑흑”
손을 모아 비는 여인은 울면서 무스타파의 채찍 든 손을 잡았다. 너무나 아픈 고통에 정신이 어찔어찔한 여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운이 좋았던지 마침 루나가 나타나주기도 해 무스타파의 손을 잡으며 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무슨 일이야. 엉. 왜 이리 시끄럽나?”
우다이였다. 하체만 겨우 가린 우다이가 미국소녀들을 뒤에 거느리고 시끄런 소리에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뒤에 따라붙은 셋은 거의 발가벗은 차림이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실실 웃음을 흘리며 무스타파와 여인을 바라봤다.
“아까 말씀드린 그 여자입니다. 감히 사령관님의 물건에 더러운 손을 댄........,”
“그런데 지금까지 이러고 있나? 물건을 훔치면 어떻게 하라고 율법에 있지?”
“도둑질 한 손은 자른다고 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하라고”
“네,”
“아악!! 살려주세요. 용서해주세요. 다신, 다신 안하겠습니다.”
여인은 그 말뜻이 뭔지 알고 미치듯 매달렸지만 이미 우다이는 자리를 떠나고 루나 역시 포기하듯 몸을 돌렸다.
“바라 이 년아. 왜 시끄럽게 악을 쓰고 지랄을 떨어. 이 젖통에 몇 대 맞고 말지. 응.”
무스타파는 여인의 잦아든 울음을 즐기며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아니에요. 훔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보기만, 헉!”
강한 통증이 아랫배를 찾아왔다. 억센 주먹이 복부에 떨어지자 여자는 말을 끝내지도 못 하고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나도 당신이 여기에 오기 전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알고 있지. 당신을 데리고 온 내가 아니던가.”
여자는 보석세공사였다. 바그다드 상가의 큰 보석가게에서 세공사로 일을 하고 있던 여자는 어느 날 그곳을 들른 우다이에게 찍혔다. 평소에도 보석에 관심이 많았던 우다이는 거기서 이 여자를 보자마자 무스타파에게 데리고 오라 한 것이다.
“그 잔은 당신이 세공한 작품이지. 우다이님도 아주 좋아하는 잔이야. 하지만 이제 끝이야. 손목이 잘려나가면 다신 그런 아름다운 작품은 못 만들겠지. 어때? 내말 잘 들으면 손목만은 그대로 둘 텐데.....,”
울먹인 몸짓으로 알았다는 여자의 가슴을 끌어당겨 의자에 앉혔다. 양손잡이가 있는 의자다. 양 다리를 손잡이에 걸치고 앉자 두 다리가 벌어져 팬티가 드러났다. 분홍색의 팬티다. 가운데가 덥수룩한 걸로 봐 털을 깎지 않았나 보다. 우다이는 여자의 그곳이 깨끗하게 밀어진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어느 여자나 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면도로 음모를 깨끗하게 깎았다. 민둥산이 계곡은 여자의 은밀한 부위를 숨길 수 없었다.
무스타파는 바지춤에서 좆을 꺼내 손으로 잡고 용두질을 시작했다. 팬티를 벗은 손길을 따라 무성한 풀숲이 나타났다. 은은한 향기가 풍겨져 나왔다. 남자를 자극하는 향기다. 무스타파는 코를 끙끙거리며 향기를 맡더니 손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쏟아져 나오기 직전의 흥분. 무스타파의 얼굴이 그랬다. 피가 몰린 얼굴이 발그레했다.
“벌려, 손으로 벌려, 더, 더”
여자는 다리를 옆으로 벌린 채 손가락으로 음순을 잡아 벌렸다. 분홍색 속살 터널. 마치 복숭아 꽃길 같다.
그는 터지기 직전의 팽창한 좆을 세워 터널 안으로 파고들었다.
“학!” 너무나 큰 물건이 파고들자 여자는 두 발을 오므리며 아픔에 얼굴을 찡그렸다. 남자의 성기는 너무 컸다. 지금까지 대한 남자들은 이 남자에 비하면 젓가락이었다. ‘아, 아파. 천천히, 천천히, 허, 헉!’ 여자의 발목을 잡은 그가 높이 들고 몸을 파고들자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아랫도리를 떠돌았다. 무언가로 꽉 채운 아랫도리를 남자는 두 발을 어깨 높이 걸치고 박아댔다.
아지나. 공화국수비대 알 우리 장군의 딸이며 후세인대통령 장남 우다이의 처 아지나는 남편의 얼굴을 본지가 언젠지 아득하기만 했다. 한창 나이의 몸은 물이 올라 하루에도 수차례 넘쳐났다. 옆으로 누우며 자식 무스타파를 드려다 봤다. 우다이의 강한 눈매를 많이 닮았다. 거의 강제로 하다시피 한 결혼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스물 둘의 나이에 우다이를 만난 아지나는 처음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티크리트 나와프 알 지단 숙부의 집에서 처음 만난 우다이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짙은 눈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접근해왔었다.
“너무 아름답소.”
군복차림의 그는 투박한 어투로 아지나에게 말을 건넸다. 아지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름다움이 뭔지는 아나요?”
시골 인상의 그에게서는 아름다움보다는 투박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바그다드국립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아지나는 사막을 사랑하고 강을 사랑하는 낭만적인 여자였다.
“아름다움은 모르오. 그러나 표현이 서투르지만 아름다운이란 것은 이런 꽃들은 아닐 것이오.”
탁자 위 수반에 꼽힌 꽃을 빼며 말을 느릿느릿 이어갔다.
“아름다움은 우리 이라크 사람들이오. 수 만년 삶을 거칠게 이어온 우리들이 바로 아름답지 않소? 마른 땅에서 목마름으로 샘을 파던 우리들의 그 손끝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생각이오. 그것이 아니라면........”
그의 눈매는 날이 섰다. 시퍼런 불꽃이 일 것 같은 눈이었다.
“아니, 맞는 말씀입니다.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실체도 있겠지만 사령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추상적인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겠죠. 저도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진흙을 반죽해 움막을 짓고 밀을 뿌려 곡식을 거두며 세계 문명의 문을 열었던 우리들, 정말 자랑스럽죠? 근데 저를 만나시자고 한 이유는?”
알 지단에게 청을 넣은 우다이였다. 한번 만났으면 한 우다이에게 눈치 빠른 알 지단이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
“그것은.....,”
얼굴이 화끈거린 우다이는 말을 더듬으며
“거기, 그러니까 아지나를 사랑하게 된 것이오. 처음 거기를 봤을 때 마음이 끌렸다면, 웃을 일이 아니라 내겐 중요한 것이오.”
호호호, 웃음을 터트린 아지나였다. 아버지인 알 우리 장군도 군인이었지만 군인은 항상 이렇게 단순하고 서투른가 싶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에게 혹시 실례가 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령관님을 뵀을 때 사실은 호감이 있었습니다. 큰일을 척척 해내시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던데요. 근데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이 있으세요?”
그 당시 떠도는 소문을 아지나도 알고 있었다. 특히 여자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은 여자인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잘못된 소문일 뿐이오, 키르쿠크의 일은 나라를 위한 추정일 뿐이오.”
우다이는 믿고 있었다. 적을 단숨에 죽이기보다는 핏물이 고인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것은 적에 대한 군인의 길이었다.
아지나는 아들 옆의 빈자리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그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은 자리였다. 폐다인에서 밀려 난 이후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은 그였다.
“무스타파. 너도 아빠가 보고 싶니? 응”
요람에 누워있는 아기는 잠에 빠져 있다 아지나의 목소리를 듣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기를 안아 젖가슴을 꺼내 물렸다. 큰 가슴의 젖꼭지를 문 아기는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이 년 젖통 좀 봐. 왜 이리 커. 바가지를 매달아 놓은 것 같은데. 손에 잡히지도 않아”
“흐흐흐 이 년 아랫도리의 이 털을 좀 봐요. 되게 무성하네. 한 움큼 잡고 뽑아내면 수북이 쌓이겠는데. 보드라운 구멍도 촉촉하고.......,”
“이 배 좀 만져 봐. 너무 매끄러워서 미끄러질 것 같군. 잘 닦은 유리잔 같아. 뽀드득 소리를 들어볼까, 흐흐흐”
“여기 허벅지도 탱탱한 게 이 놈으로 허리를 감으면 노곳노곳 하겠어. 죽었던 놈이 살아나 구멍을 찾아다닐 것 같은데, 크크크.”
“아냐, 이 년 입술이 죽여. 두툼한 입술이 꼭 물어주면 물이 마른 좆도 빡빡 서겠어.”
열아홉이나 스물로 보인 여자는 발가벗은 몸을 두 남자에게 맡기고 죽은 듯 누워있다. 잠을 자고 있는 듯 가끔 숨을 크게 쉬곤 한다.
라작과 툴파는 쿠사이의 결정대로 바스라 수니파 지도자 마흐드의 딸을 납치해와 능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저녁 식탁을 꾸며줄 여체는 바로 이 마흐드의 딸이다. 저녁 식사 초대장은 마흐드에게 이미 보내졌다. 바스라 수니 지도자인 마흐드는 아마 성찬을 즐길 것이다.
SSO는 집을 감시하고 있다 외출 차림의 딸이 집을 나서자마자 전기충격기로 혼절시키고 이곳으로 납치했다. 충격이 너무나 컸던지 둘 앞에 던져질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너부러져 있었다. 돌돌 말아진 겉옷을 벗기고 속옷마저 뜯어내자 하얀 살결이 눈을 부시며 드러났다. 라작은 가슴으로 손을 내밀고 툴파는 아랫도리를 더듬으며 여자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야! 벌써 물기가 스미는데......., 냄새도 죽여주구만”
툴파는 검지를 들어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는 라작에게 손가락을 내밀자
“아니, 이 년 이 침 좀 봐. 달콤한 침으로 내 좆을 감싸면 죽여줄 것 같아”
“글쎄, 이 년 이 향기 좀 맡아 봐. 녹아내려”
마지못해 검지에 코를 댄 라작은
“흐으음, 이 년 아주 처녀로군, 그래. 오늘 맛 좀 볼까”
“그거 좋지. 그럼 먼저”
바지를 내린 툴파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계속 쑤시며 양손가락으로 벌린다. 분홍빛 속살이 물기에 반짝거린다. 분홍색 속살은 깊이 들어갈수록 더 진하다. 검은 털을 젖히고 구멍을 활짝 벌리자 여자는 끙, 대며 몸을 뒤척인다.
“너무 작아. 이 년 경험이 한번도 없는 가봐. 처녀막이 가로 막은 것 같은데”
“뚫어버려, SSO의 힘을 보여라고. 힘!‘
엉덩이를 뒤로 빼 다시 앞으로 몸을 밀어내자 여자는 그때서야 ‘크아’하며 비명을 내지른다. 발가벗은 몸이 탁자 위에 눕혀 있고 두 남자가 자신의 몸을 잡고 있는 것이다. 상체를 일으키려 한 여자는 강한 힘이 얼굴을 내리누르자 다시 탁자에 눕혀진다. 아랫도리는 남자가 파고들고 있었다. 두 발목을 잡고 다리를 벌려 그 사이에 몸을 실은 남자는 앙탈을 부린 여자를 몸으로 찍어 누르며 박고 있는 것이다.
고통, 아픔, 남자의 그것은 부드럽지가 않았다. 마른 살이 마찰한 것처럼 쓰라렸다.
“아, 아파. 그만해요. 흑흑”
“이 년이......., 너도 좋은 거야. 가만있어. 자꾸 지랄하면 찢어버릴 거야”
“안 돼요. 놔 주세요. 흑흑”
“그래? 그렇다면 맛을 보여줄까, 응?”
“그게 좋겠어. 이런 년들은 따끔한 맛을 봐야지 고분고분하거든”
여자는 무슨 말인지 몰라 빨개진 얼굴로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며 손으로 가슴을 가린다.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군. 우린 SSO야. 우눈 얘도 울음을 그친다는 SSO, 알간?”
“아악! 살려주세요. 아악!”
여자는 SSO란 말에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뛰쳐나갈 기세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에게 SSO를 조심하란 말을 많이 들었다. 특히 바스라지역에 대규모 군대가 올 것이란 말도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지금 SSO에게 끌려와 있다니........,
“사, 살려주세요. 자, 잘못 했어요”
“그럼, 그럼. 이제야 고분고분해지는군. 진작 그럴 것이지”
발버둥치던 여자가 눈을 감고 힘없이 드러눕자 툴파는 다시 죽은 좆을 잡고 여자의 구멍에 대고 비비기 시작한다. 여자의 질액이 묻은 좆은 몇 번 문지르자 다시 팽팽해진다. 천천히 귀두를 넣으며 허리를 움직이자 뿅, 소리라도 낼 것처럼 분홍터널을 더듬어 들어간다.
“아저씨들이 좋은 일을 해주는 거야. 누가 이렇게 해주는 줄 아니. 학학”
툴파는 거칠게 몰아쉬며 두 발을 더 벌려 밀착시킨다. 여자의 구멍과 툴파의 아랫도리가 붙어버린 자세다. 박아 넣은 채 허리를 돌리자 여자는 고통에 입을 벌리며 신음을 연신 토한다. 아랫도리가 둘로 갈라진 아픔이다. 날카로운 칼로 잘라낸 고통이 하체 전체로 퍼져간다. ‘으으으....’ 땀으로 번들거린 얼굴이 찡그러지며 손으로 남자를 밀어내려 한다.
“다음은 나야. 너무 깊이 파면 안 돼.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파라고”
라작이 바지를 내리고 여자의 구멍에 가까이 댄다. 처녀막이 찢어진 듯 붉은 피가 한 줄 엉덩이께로 흐르고 있다.
“어디 맛 좀 볼까? 이곳 계집년들은 맛이 좋다고 소문났다는데”
바스라지역은 항구 도시로 예전부터 미인이 많다는 소문이 있었다. 외국과의 교류나 이웃나라와의 교류가 빈번해 피가 많이 섞인 탓일 거다.
“수니년들은 역시 맛이 좋아. 헉헉”
라작도 숨을 몰아쉬며 씩씩, 댄다. 한번 지나간 터널이지만 신축성을 잃지 않고 밀고 당길 때마다 좆을 물고 있는 것이다.
라작이 진한 사정을 끝내며 몸을 일으켜도 여자는 죽은 듯 꼼짝 않는다.
“자, 그럼 시작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머리에 쓰고 있던 히잡을 벗겨 자신의 성기를 닦은 툴파는 구석에서 병을 들고 온다. 노란 액체가 담겨 있는 병이다.
“이걸 마시면 아마 누가 죽일지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질걸. 흐흐흐. 작업하기에도 좋고”
“파닥파닥 뛰는, 살아있는 생선이 더 좋지 않을까?”
“그것도 좋지만 쉽게 처리하지”
툴파는 병을 따 입을 벌리고 병의 액체를 부었다. 얼굴을 돌리며 마시지 않으려고 버티지만 손아귀의 힘은 여자의 꽉 다문 입보다 더 셌다. ‘꿀꺽, 꿀꺽’ 소리를 내며 마시자 1분도 되지 않아 고개를 꺾고 죽은 듯 누웠다.
“그런데 툴파, 아까 무슨 얘기를 한거야. 대충은 알겠지만”
라작은 손과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여자의 젖가슴을 손으로 쥐며 묻자
“오늘 저녁 만찬을 멋지게 하자는 거지. 그 자식을 불러다 그 놈 딸년을 맛있게 먹이는 거야. 생각 만해도 멋지지 않아. 자기가 먹은 요리가 자기 딸년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흐흐흐. 죽이는 생각이 아닌가?”
“오, 그거 대단한 발상이로군. 근데 어디를 요리하지. 이 가슴?”
라작은 봉긋한 젖가슴을 두 손으로 눌러 젖꼭지를 세우곤 엄지로 쿡쿡, 눌렀다. 터질듯 한 가슴이다. 진한 갈색의 유두를 계속 문질러대자 곳곳하게, 마치 발기한 것처럼 되었다.
“가슴, 좋지. 그러나 여기가 더 좋지 않을까?”
툴파는 음부에 넣고 꼼지락거린 손가락을 꺼내 하얗고 탄력 있는 허벅지를 주물렀다.
“여기를 떼어내 구워놓으면 먹음직스럽지 않을까? 아니면 여기 탱탱한 종아리를......., 흐흐흐. 가늘게 썰어 물판에 구우면 양고기처럼 입맛을 당겨줄 거야.”
두 남자의 손가락이 이곳저곳을 주물럭거려도 여자는 요동도 없다. 이미 죽은 양이 도마 위에 올려져 있는 것 같다.
목이 잘린 여자들이 춤을 추면서 다가왔다. 잘린 목에서는 붉은 피가 철철 흘렀다. 도망을 치려고 몸을 돌리면 온 몸에 긴 바늘을 꼽은 여자들이 울부짖으며 다가섰다. 어떤 여자는 하얀 몸에서 하얀 바늘을 품어내기도 했다. 으악!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손을 저었다. 그 여자는 쟈드이기도 하고 너무나 오래된 그 여자이기도 했다. 피부가 고운 여자의 엉덩이를 남자들이 붙잡고 방망이 같은 성기를 꺼내 서로 쑤셔댔다. 다시 몸을 돌리자 거대한 바늘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아악! 단발마를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꿈이었다. 지옥에서 돌아온 몸처럼 땀이 흥건했다. 몸이 무거워지며 떨리기도 했다.
아이스는 꿈속의 광경이 현실처럼 너무나 생생했다. 그 여자들은 자신과 연관이 있었다. 자신이 바늘로 눈과 귀와 성기와 발가락을 후볐던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목이 잘린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내가 목을 잘랐나. 아닌데......., 아무튼 불길한 꿈이로군.
땀으로 흥건한 몸을 씻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옆으로 무언가 뭉클한 물체가 느껴졌다. 누구지? 아, 그렇군. 바실리였다.
그 때 우다이의 안내로 촬영장을 간 바로 그 날 소개를 받았던 여자가 바실리였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래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아이스는 그 여자에게 호감을 가졌고 눈치를 챈 우다이가 반강제로 맺어준 것이다.
그럼 그 꿈속의 여자들은 이 여자를 통해서 내게 찾아왔단 말인가. 원한을 풀려고......,
이불을 걷어내자 몸을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바시리는 눈을 뜨며 아이스를 올려다 봤다. 속눈썹이 길고 눈동자가 깊은 여자다. 그래서 신비의 바다를 보고 있는 듯 했다. 많은 해초들이 감싸고 있는 바다가 그 소금향기 대신 맑고 깊은 바다의 향기를 전해 주고 있다. 검은 눈동자를 크게 뜨며 바라다보자 아이스는 몸을 돌려 일어났다.
“미스터 아이스? 그냥 아이스라고 부를까요. 호호호. 이름과는 다르게 아주 뜨겁던 데요? 이름을 미스터 핫, 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어쩌죠?”
“.........”
아이스는 꿈이 너무 생생해 바시리의 농을 등 뒤로 흘리며 샤워실로 들어섰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생경했다.
‘넌 누구인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가? 나, 나는 피를 탐하는 가시나무 가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새, 목을 높이 들고 맑은 소리로 노래를 즐기는 휘파람새가 바로 나지. 그런데 넌 누구지? 넌 누구기에 이렇게 내 영혼 속을 찾아와 흔들어놓은 거야. 쟈드, 당신인가? 아니면.........’
쟈드의 마지막 얼굴이 뿌연 거울 속에 떠올랐다.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던 그녀의 얼굴이 포스터처럼 김 서린 거울에 나타나자 아이스는 손으로 지웠다. 꿈을 잊고 싶은 것처럼 찬 물을 뒤집어 쓴 그.
머리가 아파왔다. 무언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바로 어제저녁 우다이와 함께 마신 술 탓은 아닌 것 같다. 금지된 음주지만 우다이가 자주 다니는 클럽에선 통하지 않았다. 강렬한 음악과 요란한 조명이 퍼붓는 바에서 우다이는 연신 독한 위스키를 따라주고 자신도 마셨다. 거기엔 사업가 나와프 알 지단도 함께 있었다. 그 위스키는 그가 가지고 온 것이었다. 불법으로 들여온 술이지만 떳떳하게 마시며 취했던 기억이 끝이었다. 아, 바시리란 여자도 함께 있었지. 우다이가 옆에 앉힌 기억이 살아났다. 그리고 아침의 흩어진 침대다.
아이스는 무거운 머리를 잊으려는 듯 바시리의 풍만한 가슴을 입술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정성스럽게 유두를 입술로 물고 세게 빨다 혀를 동글게 말아 간질였다. 그때마다 바시리는 교성을 흘리며 아이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는 매끄러운 가슴의 선을 따라 혀를 움직여 안으로 패인 배꼽을 혀로 감치다 무성한 숲을 헤치며 페로몬 향기로 가득한 음부를 벌렸다. 입안으로 몰려들어온 검은 털은 손으로 쓰다듬듯 밀치고 강하게 빨았다. 처음엔 부드럽게 천천히 핥다가 허벅지를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질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철퍽대는 계곡은 갈수기가 지난 우기의 저수지처럼 물이 고였다. 아이스는 가뭄 끝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저수지를 힘차게 헤엄쳤다.
“아, 이젠......., 이제‘
유두가 긴장으로 딱딱하게 일어선 바시리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그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긴 다리를 뻗어 그의 허리를 감싸며 발그레한 얼굴로 남자를 재촉했다.
아이스는 짓누르고 있는 꿈을 애써 누르려는 듯 바시리의 몸을 누르기 시작했다. 따뜻한 살결과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 같은 푹신한 가슴을 올라타고 하체를 눌렀다. 물이 넘치고 있는 바시리의 음문은 저항력을 잃은 성이 스스로 문을 열어 적을 맞이했다. 촉촉한 두 겹의 살이 갈라지며 안으로 쑥, 밀고 들어갔다. 미끈미끈한 음문이었다.
‘학!’ 문을 열자마자 바시리는 짧고 뜨거운 교성을 내며 입술로 아이스의 입술을 찾아 빨았다. 시큼한 냄새는 여자의 입이 아니라 저 안 깊은 곳에서 품어져 나온 열기였다. 시큼한 냄새는 곧 잘 익은 석류향기가 되었다. 아이스는 바시리의 석류의 향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랫도리를 깊게 누르며 여자의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어 허파가 터져나가라고 한껏 빨아들였다.
꿈속의 여자들이 하나 둘 떨어져나가 마지막엔 둘만이 남아있었다. 한 여자는 쟈드였다. 쿠웨이트의 밤하늘을 보며 자신의 몸을 연 쟈드. 그리고 또 한 여자는 그때서야 또렷이 윤곽을 잡았다. 그녀는 너무나 오래 전의 일이어서 마치 녹이 슨 바늘이 부수어진 듯 했다. 신미나. 맞다. 그녀의 이름은 미나였다. 다시 한번 힘을 몰아 바시리의 뜨거운 계곡을 채울 때 전율처럼 지나간 얼굴과 이름이었다.
아이스가 바시리의 몸 위에 마지막 사정할 때 그 자세로 가만 있자 그녀 역시 흥분이 지나간 뒤의 자국을 되돌리는 듯 솜을 죽으며 눈을 감았다.
아름다운 얼굴이군, 눈꺼풀이 덥힌 눈이지만 그래도 커보였다. 검은 갈색의 눈동자는 고향의 포구에 빽빽이 핀 갈대를 떠올렸다. 키가 큰 갈대는 세상에서 자신을 숨겨주었다. 어린 시절 갈대밭에 숨어 세상을 도망친 기억이 이 여자에게서 떠올라, 그래서 바시리에게 감정을 느꼈을까? 아이스는 땀에 젖은 몸을 들어 바시리가 감고 있는 눈에 입맞춤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SSO임시사령부에 들어서자마자 마흐드는 후세인의 차남이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쿠사이가 두 팔을 벌리고 끌어안자 당혹감이 앞섰다. 소문으로는 바스라의 씨를 말리겠단 그들이 아니던가. 그런 그들이 거짓으로라도 가슴을 열어 반기자 수니지도자인 마흐드는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 쿠사이를 안았다.
“감사합니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바스라에게 모든 영광을 베풀어 주시는 알라께 삼가 기도합니다.”
“저 역시 알라께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자 들어가시죠. 오늘을 위해 좋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라작, 툴파. 안내해드리게”
“네, 네, 따라 오시죠”
마흐드는 무장한 군인들이 비록 도열해 있지만 그들의 상냥함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복도를 따라 실내로 들어섰다.
“오늘 회담은 만찬을 즐기며 하시죠. 좋은 저녁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흐드 지도자”
그들이 지도자라고 부르자 그때서야 마흐드는 자신의 위치를 알아챌 정도로 이들은 능수능란하게 맞이했다.
둘을 따라 1층에 있는 작은 룸에 들어선 마흐드는 하얀 천에 덥힌 식탁과 가지런히 놓인 빈 식기에 마음을 놓았다. 이들이 먼저 초대하면서 전한 평화회담이 맞긴 맞는가 보군, 마흐드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았다. 식탁은 단 둘만이 앉을 수 있었다. 크기는 크지만 의자가 단 둘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도구 역시 두 사람 몫뿐이었다. 마흐드가 자리에 앉자 그때서야 쿠사이가 들어섰다. 수행원은 문밖에 도열하고 혼자 들어온 쿠사이는 박수를 치며 음식을 내놓으란 지시를 했다.
김이 모락모락 일어난 음식은 이라크 전통요리인 양구이였다. 향신료와 야채재료가 알맞게 배합돼 정성스레 구운 냄새가 룸을 채웠다. 마흐드 앞에 놓인 빈 접시에도 기름이 잘잘 흐르는 양고기에 야채로 장식한 요리가 나왔다.
“드시면서 얘기할까요? 마흐드 지도자”
“사령관님의 인상이 보기에 좋군요. 소문과는 많이 다릅니다. 알라의 은총이 가득한 분이십니다. 저희 바스라의 모든 수니는 알라께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후세인 각하께는.....?
어떤 은총을 내리겠냐는 쿠사이의 질문에 마흐드는 말을 잠시 멈췄다. 후세인은 지금 바스라에게는 적이었다. 소수의 시아파들이 정권을 잡은 후로 다수의 수니파들은 정권 밖으로 떠밀려 가난과 멸시 속에 헐떡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쿠르드나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트파와는 다른 성격이었다. 같은 이라크민족으로서 수니만 도외시 당한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래 일어난 운동이 수니 부흥운동이었고 이 운동은 외국과 교류가 빈번한 바스라에서 먼저 일어난 것이다.
“말이 없으시군요. 그렇다면 후세인 각하께 칼을 겨누시겠다는 건가요?”
“그, 그건 아닙니다. 다만”
“다만 뭐라는 말이요?”
쿠사이의 목소리는 차츰 낮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차가움이 묻어난 목소리다.
“다만, 우리 수니에게도 기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똑 같은 기회를”
“기회라, 그 판단은 누가하는 거요? 당신들 수니가”
“...........”
마흐드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한 입 문 고기 조각을 우물우물 씹으며 쿠사이만 쳐다보았다.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것이오. 보여줄 게 있는데........”
말을 멈춘 쿠사이는 툴파를 불렀다. 이미 요리는 식어갔다. 마흐드 역시 손을 걷어 식사를 끝낼 참이었다.
요리를 끌고 들어온 그 문으로 검은 천으로 가려진 커다란 물체가 들어섰다. 제법 부피가 컸다. 마흐드는 호기심 반 놀람 반 심정으로 검은 천을 볼 뿐이다.
“당신들 수니에게 보여주겠소. 우리들에게 자비를 구하는 더러운 족속들을........, 이들 역시 우리들 판단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이오. 마흐드 당신도 잘 알 것이오.”
마흐드는 함부로 내뱉은 쿠사이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검은 천이 거두어지는 걸 봤다. 마치 무대의 막이 올라가듯 검은 천이 거두어지자 거기엔 두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옷은 발가벗겨져 음경과 음부를 훤히 보이고 있고 손은 뒤로 돌려져 지주처럼 박힌 철제기둥에 묶여있었다. 입은 테이프로 붙여져서인지 작은 비명소리하나 세나오지 못했다.
“이들이 누군지 아시겠소? 이들은 작년 바그다드에서 테러를 하려다 체포된 작자들이오, 출신이 이곳 바스라라고 하던데, 아는 얼굴이 아닌가요?”
마흐드가 모를 리 없었다.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바그다드로 떠난 젊은이들이다. 청년은 마흐드의 친구 아들이고 처녀는 저 청년의 이상에 빠져 함께 움직이겠다는 수니열성신도였다.
“아, 어떻게 저럴 수가”
분노에 찬 마흐드의 얼굴을 오히려 즐기는 쿠사이는
“지금부터가 더 즐거울 것이오. 우린, 마저 식사를 끝내죠. 식욕이 갑자기 돋아나는데”
“아니오, 난 가겠소. 당신들은 지옥의 사자들임에 분명하오. 이런 일이 있다니”
“흥분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하하하. 아직 죽지는 않았으니 좀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지 않겠소.”
그의 말대로 아직 살아있었다. 눈을 멍하게 뜨고 가끔 몸을 비틀거린 걸 보아 아직 살아있는 게 틀림이 없었다.
자세히 보니 목에 가느다란 줄이 걸려있었다. 선 자세로 목을 감아 매달아 놓은 것이다. 그 가느다란 줄은 목을 점점 파고들어 당장이라도 이승의 숨을 끊어버릴 것 같다. 더 끔찍한 것은 그 둘의 무게를 지탱하는 유일한 것이 투명해 보이는 물체였다. 무엇인가 처음엔 몰랐지만 점점 녹아드는 걸 보니 얼음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얼음은 녹아 무게를 이기지 못한 줄은 목을 파고들어 빨간 자국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살려주시오. 지금이라도 멈추면 저들을 살릴 수 있소”
“이미 늦은 일입니다. 마흐드. 판단은 우리가 한다지 않았소. 저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란 말이오.”
“제발, 살려주시오. 쿠란의 자비를 베푸시오. 오! 알라”
숨이 있는 몸은 열기가 남아 있어 두 발바닥이 닿은 얼음은 옴폭하게 녹아들었다. 발목을 묶어놓아 차가운 얼음을 피할 수 없었다. 숨이 막힌 여자는 발끝을 세워 목을 느슨하게 하려했지만 그 통에 발이 미끄러졌다. 비명소리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세차게 흔들어댄 몸부림에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가 느낄 수 있었다. 청년 역시 녹아드는 얼음에 속수무책으로 목의 줄이 당겨져 숨을 끊자 몇 번 발버둥치다 그대로 늘어졌다. 둘의 목숨은, 방금 전 살아 있는 생명체는 죽었다. 마흐드는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쥐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하하. 어떻소? 식욕이 당기지는 않습니까, 하하하”
쿠사이는 다시 고기 덩어리를 칼로 썰며 식사를 하지만 마흐드는 분노를 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수니, 잘 들으시오, 우리에게 반항하거나 저항하거나 하는 짓은 살아 있는 알라. 후세인 각하가 용서치 않을 것이오, 우리가 미국놈들에게 쿠웨이트에서 비록 졌지만 우리의 힘은 아직 크오. 당신들 역시 후세인 각하께 충성을 다하여 영광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하하”
양고기를 물어뜯은 쿠사이는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마흐드를 조롱했다.
“당신은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려. 어떻게 지도자가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모른단 말입니까. 안 그렇소? 하하하”
“뭐, 뭐란 말이야. 이것은 양고기가 아니라고?”
놀란 마흐드는 접시에 담겨 있는 고기를 손에 들고 쿠사이를 봤다.
“그것은, 하하하. 차마 내입으로는 말하기 두렵소이다. 이봐, 라작! 요리를 가지고 와”
요리? 마흐드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눈으로 라작을 볼뿐이었다. 라작은 그릇을 올려놓은 서빙대를 밀고 들어섰다. 바퀴가 달린 서빙대가 멈추자 뚜껑이 있는 그릇을 열었다.
“아아악! 너희들은 악마들이야. 악마들!”
마흐드는 일어서지도 못한 채 주먹을 부들부들 떨다가 정신을 잃었다. 뚜껑이 열린 그릇엔 사랑스런 자기의 딸이 눈을 감은 채 있었던 것이다. 목이 잘린 머리지만 얼굴은 살아있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자기가 맛있게 먹은 고기가 딸의 몸이었다니. ‘쿠웩 ,쿠우윽’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사라진 의식 저 편으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치워버려, 쓰레기는 쓰레기장으로 가야지 제격이겠지. 그리고 작전 준비해.”
쓰레기는 곧 치워졌다. 아랍의상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철제기둥에 널브러진 둘을 어깨와 다리를 들어 나가자 남은 사람들은 수레 주위의 더러운 분비물을 쓸어 담았다.
“작전은 어떤 걸로 할까요? 사령관님”
“1번으로”
기다린 대답을 한 것처럼 쿠사이는 짧게 던지고 모두를 둘러보았다.
1번은 최고수위의 작전이다. 점령지의 모든 것, 살아서 움직인다고 판단되는 모든 동물들을 그 자리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일명 ‘크린’으로 불리는 이 작전은 이라크 내 쿠르드세력을 쓸어냈을 때도 했었다. 그때는 화학무기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청소했었다.
라작과 툴파, 그리고 SSO 정예요원들은 쿠사이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타는 눈빛으로 둘러본 쿠사이는 코란 17장 1절을 인용하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번 작정의 성공은 자신이 분명 2인자 나아가 후계자의 자리를 굳혀줄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성스러운 모스크에서 먼 곳의 모스크까지 당신의 종을 밤의 여행에 이끄신 분에게 영광이 있을지어다>란 코란 17장 1절을 기억하라. 너희들 모두에게 영광을 주겠다.“
마흐드는 아득해져간 의식을 붙잡기를 여러 번이었다. 가끔은 몸을 떨면서 분노인지 공포인지 모를 외침을 지르기도 했다. 그 날 이후로 마흐드는 잠을 못 이루며 복수를 꿈꾸었다.
수니 지도부. 마흐드가 돌아온 지 사흘이 지난 날.
“아무래도 저들은 제정신이 아니오. 우리가 가만있어도 당하고 움직여도 당할 것이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들의 용기를 보여줍시다. 우리들의 후손에게 우리는 이렇게 외쳤다고 보여주는 길이 수니의 갈 길이란 생각이오. 어떻소?”
마흐드는 강한 어조로 설득을 시작했다. 복수심을 억제하며 지도부의 의기를 살렸다. 아직도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딸의 웃는 얼굴이 아른거렸다. 거센 반항을 유도하려는 그들의 사전 공작임을 알았지만 이미 쏘아 보낸 화살이었다.
“맞소. 우리가 개죽음을 당하더라도 떳떳하게 알라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세상은 우리들의 죽음을 결코 가벼이 다루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동참하겠소.”
아들의 최후를 마흐드에게 전해들은 수니 바스라남부대표가 강하게 동조하자 너도나도 주먹을 쥐며 하늘을 향했다.
아침의 바스라는 예전과는 달리 어수선한 기척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불기 시작한 모래바람처럼 마른 바람들이 사람들 속을 파고들었다. 항구에 정박 중인 외국 선박들도 눈치를 채고 하나둘 밧줄을 풀었다.
처음 소요는 바스라 남쪽에서 일어났다. 바트당 바스라당사 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나며 검은 연기가 피어났다. 마른 바람이 검은 연기를 부지런히 북으로 날랐다. 북쪽에서도 땅을 뒤흔들 폭발음이 나왔다. 이라크 공군비행장이었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알라’를 외치고 ‘후세인에게 죽음을’이란 팻말을 들고 뛰어다녔다. 허름한 트럭의 허리에도 똑같은 구호가 걸렸다.
쿠사이는 이런 광경을 바스라에서 조금 떨어진 산에서 구경하듯 보고 있었다. 이미 임시막사는 철수한지 오래였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낮은 저들에게 맡기고 밤을 기다리자고. 밤으로의 여행을 떠나려면 해가 지기를 기다려야지. 저 태양이 호르무즈 해협에 떨어지면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될 거야. 그때를 위해 저들의 연극을 지켜보자고, 하하하”
쿠사이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검은 연기가 차츰 스러지는 하늘을 봤다. 하늘은 검은 연기가 걷히자 사막처럼 발갛게 물들었다. 태양이 지고 있었다. 어스름은 길지 않았다. 태양이 지자마자 바스라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이제부터 접수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잡아들여.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처치할 것.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과는 내 앞으로 가져온 발목으로 정한다. 그 누구든 발목을 잘라올 것.”
쿠사이는 아이스의 말을 이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거야. 일어서면 그들의 어머니와 누이와 아내의 발목을 자르고 땅바닥을 벌벌 기게 만들어주는 거야. 뜨거운 땅바닥을 벌레처럼 기어다니는 그들을 보면 아마 다시는 일어설 기억을 잊어버릴걸. 처음부터 기어 다녔던 존재로 인식하겠지. 알겠나? “
라작은 쿠사이의 환심을 사려는 듯 말을 보탰다.
“아예 걸어 다니지도 못하게 허벅지부터 잘라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사령관님”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근데 힘들지 않을까? 시간도 걸리고.”
둘의 대화는 마치 양이나 염소를 다루는 모양이다.
“알아서들 해. 계집년들은 허벅지부터 잘라버리라구. 두둑한 보상을 해줄 테니까 말이야”
“넷, 기꺼이 앞장서겠습니다.”
어둠이 천막을 치는 시간. 바스라 남쪽지역부터 투입된 군경은 물샐틈없는 포위망을 구축하며 가가호호 훑었다. 바리케이드가 쳐진 남쪽은 주로 바스라에서도 부촌에 속했다. 예전부터 상업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부를 이루고 그들끼리 모여 살았다.
밤을 찢으며 총성이 연거푸 들리는 걸로 보아 저항세력도 만만찮았다. 총성은 점점 잦아들고 대신 울부짖은 외침이 하늘을 할퀴었다. 자식들을 부르거나 부모를 찾는 울부짖음이었다. 정전이 내려진 집과 거리는 군경들의 손에 들린 손전등과 트럭과 지프차에서 비추는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어지럽게 춤췄다.
‘모든 주민은 집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거리로 나오지 마십시오. 폭도들의 난동은 곧 진압이 될 것입니다. 안심하시고 집안에 머무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절대 거리로 나서지 마십시오. 총기를 반납하는 주민은 사면하겠습니다.’
트럭에 매달린 거대한 스피커에서 쏟아진 말은 어두운 바스라를 훑고 지났다. 거리의 사람들은 불에 타 날름거린 경찰서 건물을 뒤로 두고 골목으로 흩어졌다. 그들을 따라 군복차림이 뒤쫓았다. 총알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라작과 툴파는 각각 남쪽과 북쪽을 책임지고 부하들을 인솔해 몰아갔다. 좀 널찍한 장소에 트럭을 대고 잡혀오는 족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목부터 잘랐다. 포승줄에 굴비 역듯 끌려온 반국가사범, 이들은 그들을 반국가사범으로 불렀다. 이라크를 해치는 반국가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사전에 제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SSO작전참모 툴파. 군복 상의와 하의엔 검은 얼룩이 묻어났다. 언뜻 스친 헤드라이트 빛에 그 얼룩은 검붉은 피가 되었다. 트럭을 중심으로 곳곳에 날이 시퍼런 작두가 놓여있다.
집과 거리에서 끌려온 주민들은 피가 묻은 작두를 보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도망친 사람들은 몇 걸음도 못가 드르륵 소리와 동시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숨이 채 끊어지지 않은 청년이 손을 저으며 바닥을 기었지만 병사들이 달려들어 다리와 어깨를 잡아 작두에 올려놓았다. ‘으으, 아!!’ 속이 빠진 듯한 괴성. 바지를 걷어 발목을 날이 잘 선 작두에 올려놓고는 손잡이를 누르자 ‘썩!’ 소리를 내며 잘려나갔다. 전기로 작동한 작두는 근육과 뼈의 저항을 우습게보았다. 잘린 발이 바닥에서 몇 번 튀다가 병사 손에 들려 트럭위로 던져졌다. 트럭 위에 병사는 하나하나 올려질 때마다 핏물을 닦고 발가락에 번호표를 매달았다. 번호표는 군번처럼 일률적으로 기호와 번호가 매겨져있다. 그런 번호표를 들어 익숙하게 남자를 표시하고 엄지발가락에 걸었다. 피내음이 역한 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다.
“다음은 저 년 차례”
라작이 손으로 가리킨 여자는 무너질 듯 주저앉았다. 오줌이라도 지렸는지 바닥이 축축했다.
“살려주세요. 악!!”
앉은 자세로 손을 비는 여자를 병사들이 달려들어 어깨와 발을 끄잡고 작두로 질질 끌었다. 손짓 발짓으로 악을 쓰며 매달린 여자를 워커발로 짓밟으며 오른 다리를 길게 뺐다. 치마가 입혀진 그대로 가랭이 바로 밑을 작두에 올려놓고 스위치를 눌렀다. ‘위잉!’ 소리와 동시 ‘척!’ ‘캬악!’ 소리만 주위를 채웠다. 어둠 속에서도 여자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긴 신음을 끝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끌려온 주민들은 얼굴을 돌려 작두날을 보지 않으려했지만 비명소리는 귀안을 맴돌았다.
잘린 치마를 걷어내자 하얀 다리가 드러났다. 발엔 샌들이 신겨진 그대로였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장난감 부속을 집어던지듯 트럭위로 던져 놓자 병사는 잽싼 동작으로 샌들을 벗기고 엄지발가락에 153번이 찍힌 번호표를 걸더니 허벅지 바로 윗부분, 그러니까 날에 잘린 뭉툭한 부분에 밀가루 같은 하얀 분말을 발랐다. 아마 응고제가 아닌 듯싶다. 벌써 트럭 위엔 주인 잃은 발과 다리가 수북이 쌓였다. 어느 정도 쌓이면 트럭을 보내고 다시 빈 트럭을 불렀다. 트럭이 많을수록 라작의 전공은 높아가는 것이다.
“다음은.......”
라작은 총부리에 겨누어진 무리들을 둘러보다 열대여섯 보이는 소녀를 지목했다. 소녀는 손가락이 가리켜지자 부모로 보인 중년의 둘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년은 이리 끌고 와. 얼굴이 제법 반반한 게 맛있겠어. 다른 사람들은 빨리빨리 처리하가고. 툴파에게 지면 너희들 역시 국물도 없을 거야. 알겠나, 엉”
라작은 젖살이 올라 있는 소녀의 뺨을 톡톡 치며 겁을 주었다.
“네 년은 한쪽 다리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쩔뚝거리지도 못하겠지? 기어다니는 꼴이 아주 가관이겠지. 그렇게 해줄까 아니면”
뜸을 들일 필요도 없이 소녀는 울먹인 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이 불룩하니 좋아 보여. 이 조그만 입도 귀엽군. 안은 물렁물렁하니 솜사탕 같겠지?”
손가락으로 입을 벌려 쑤셔 넣은 라작은 입속을 휘저었다.
“빨아. 손가락을 쪽쪽 빨아 보아란 말이야. 옳지 잘하는 군. 그렇게 빨아야 해“
바지춤을 내려 성으로 고개를 까닥거린 물건을 작은 입에 밀어 넣었다. 따뜻한 온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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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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