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뽀얀. 그리고 긴 발에 연분홍색 패티큐어를 정성껏 칠하고 있는 나.
이런 내 머리 위로는 다른 하나의 발이 짖 누르고 있으며 그 위로 애교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질투심에 가슴이 터질것 같다.
그런 내 감정을 읽었는지 그녀는 짖누른 발에 더욱 힘을 주며 통화를 이어나간다.
정성껏 페티큐어를 칠하며 옛 회상에 빠진다.
그녀의 이름은 김연주. 1년 가량 내 옆을 지켜 주었던 내 여자친구.
예쁘지도 못나지도 않은 평범한 외모에 착한 성격. 내 모든 투정을 받아주고 나를 이해해주던 아이.
첫 만남의 설레임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편안함으로 이어졌고 권태기라 불리는 것이 우리를 찾아왔다.
결국 서로간의 시간을 갖자는 그녀의 말에 연락없이 지냈던 몇일.
그 간 난 그녀의 소중함을 너무 절실히 깨닫고 잘해주리라 행복하게 해주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 생각했다.
떨어져 있던 일주일. 그리고 다시 재회.
평소보다 그녀는 더 꾸미고 나왔다.
하얀 셔츠에 꽃무늬 치마. 그 위를 덮은 살색 스타킹과 마찬가지로 꽃무늬 하이힐
마음가짐이 변하였는지 그녀가 너무 예뻐보였다. 사랑스러웠다.
첫 만남처럼 설레고 들떴던 나에게 그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별을 고했다.
"미안 오빠. 난 더이상 옛 감정이 생기지 않나봐 ... .......... 그만하자"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너무나 슬프지만 내 가슴속에 스며든 그녀의 한마디한마디.
붙잡았다. 그리고 또 붙잡았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결국 그녀와의 이별이 기정사실화 되고 난 술에 쩌들어 몇날 몇일을 울고 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붙잡기 위해 마지막 장문의 카톡을 적던 와중 그녀의 프로필 사진이 바꼈다.
조금은 진하고 화려한 화장을 한.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와 의문의 한 남자.
뒤에서 포옹하고 있는 그 남자와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친구.
끓어오는 질투와 배신감. 내 자신이 너무 처량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러나 그 순간에도 내 마음은 그녀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있고 싶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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