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단우는 집안에서 옛 문서를 다시금 처음부터 뒤지고 있었다.
시조와 하군원 대감에 대한 일이니, 집안의 문서들에는 제대로 기록될 리 없을 터. 하지만 그 편린이라도 맛볼 수 있을 터였다.
한편 이강혜는 회사에서 메일로 직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용한 무당이나 퇴마사를 찾아봐.”
하중경을 쫓아내야만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하중경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유민주 때문에 서둘러 결혼하긴 했지만 이젠 유민주는 더 이상 보이지도 않는다.
장사꾼은 손해볼 장사는 하지 않는다. 하단우는 유민주를 막은 것으로 소임을 다했고, 어차피 길어야 3개월 안에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하중경을 내쫓은 후에, 하단우를 처리해야 할 것 같다.
오사카 항 앞.
후지와라 마사히토는 도쿄의 가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오리냐?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지금 어디세요?’
“오사카다. “
“니이가타에서 오사카까지 가셨어요?” “그래. 한국을 다녀올까 한다. 강준이에게서 연락은 없니?” “연락이 있어요.” “그 집에 좀 가보려고 한다.”
가오리는 마츠나가 미츠루에 대한 일은 모른다. 지금은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길어야 3개월 후면 모든 진상이 밝혀질 테니까.
강준의 아버지가 마츠나가 미츠루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만 하면 이야기는 쉽게 끝난다.
“저도 가도 돼요?” “여비는 어떻게 구하게?”
“강준이가 돈을 보내 준다고 했어요.”
그는 잠시 생각했다. 강준이라는 아이는 가오리에게 매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걸 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겠지.
“좋다. 그러면 연락을 해라.” “네?”
가오리는 다 좋은데 머리가 나쁜 게 큰 문제였다. 하지만 타고나길 그렇게 났으니 어쩌겠는가.
“강준이네 집에서 보자.”
그는 전화를 끊었다.
--
그는 17년 전, 13년 전의 기록들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아카호시 고테츠의 본명은 아카호시 고이치(赤星光一) 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호인 고테츠(甲鐵)을 더 선호했다.
니이가타 현에서도 알아주는 지주의 외아들로 태어난 고테츠는 도쿄의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더우기 니이가타 출신의 다나카 가쿠에이 (주: 일본의 전 수상. 비리와 금권정치의 달인이었음) 시절에 그를 지원했던 고테츠의 부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다나카의 스폰서로 유명해던 오사노 겐지 (주: 당시 일본 제일의 부자. 한국의 경제개발에도 상당히 개입한 인물) 도 유명했지만, 니이가타 시에서는 고테츠도 그에 못지 않다고들 했다.
하지만 그는 도쿄를 싫어하여 모든 거래를 니이가타 시내에 있는 집에서 전화로 처리했다.
다나카가 수상에서 물러난 이후, 집 밖에는 거의 나가지 않고 사람을 믿지 않으며 모든 음식을 배달시켜 먹던 기벽을 가졌던 고테츠가 달라진 것은 고혈압으로 쓰러진 후의 일이었다.
고테츠의 재산은 수백억 엔이라고 공개되었지만, 실상을 아는 사람들은 적어도 그 몇 배 정도는 될 것이라고들 했다. 그의 재산내역을 잘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
상속자가 없는 고테츠는 평소에도 그의 재산을 죽으면 니이가타 시에 모두 기증할 것이라고 말해 왔었다.
그런데..
--
수도권의 Z군.
이만국은 지역의 유지들을 만나며 표밭 다지기에 한창이었다.
이 때 전화가 울렸다.
“회장님. 오늘 저녁에 윤호석 의원께서 뵙자십니다.”
보나마나 또 정치자금이겠지. “알았어.”
정치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에게 정치는 쉽다. 이 때 또 전화가 울렸다. 이 전화는 가족들만 가진 전화인데 또 뭔가? 강혜는 회사를 통해 전화할 테고, 강준이는 집에 있을 테니 전화할 일이 없을 텐데?
“모시모시.”
‘일본어다. 잘못 걸린 전화는 아닐 텐데?
그는 무심코 일본어로 대답했다. “모시모시.”
“마츠나가상. 목소리는 여전하군.” 마사히토가 말했다. 저 놈이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지?
“스미마셍. 와타시와 마츠나가상가 아리마센.”
만국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보니 강준이가 일본 드나든다고 난리였고, 강혜와 하단우가 니이가타를 다녀왔었다. 내가 그렇게 가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 말들을 안 들었어.
어쩌다가 전화번호까지 흘리고 다니는 거니? 좀 골치아프게 되었다.
--
현해탄 위.
역시 그놈은 마츠나가가 맞군. 목소리는 조금 바뀌었어도, 그 톤은 바뀌지 않지. 하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 들이댔다간 마사히토 같은 약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법의 힘으로도 잡지 못한 그놈이다. 그놈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면 그의 재산은 모두 이강혜와 이강준에게 상속될 것이다.
그놈을 체포하고 재산을 되찾아 니이가타 시에 돌려야만 마사히토 자신의 명예가 회복된다.
이 때 웬 여자 노인이 그 앞에 앉는다. “당신은 왜 한국에 가려는 거지요?’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요. 당신은?”
“한류스타 송병하가 부산에서 영화를 찍는다기에 구경하러 가는 겁니다.”
할망구가 할 일 없으면 집에서 잠이나 잘 것이지 . 마사히토도 사실 마츠나가 건만 아님 한국에 갈 일은 없었다.
--
3등 선실.
여러 명과 같이 쓰는 선실이다. 마사히토는 눈을 지그시 감고 옛일을 생각한다.
16년 전 아카호시 고테츠가 돌봐 주는 간호부 마츠나가 루리코와 결혼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고테츠는 반신을 제대로 쓰지 못하기 때문에 섹스도 제대로 못할 텐데 왜 그 몸을 해 가지고 그런 여자와 결혼했을지 모든 사람들이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마침 그 시점에 도쿄에서 사린가스 테러가 나는 바람에 그 문제는 그냥 넘어갔다.
그녀와 함께 그녀의 이복 오빠라는 마츠나가 미츠루라는 자도 아카호시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 후 불과 6개월도 안 되어 아카호시 고테츠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간단히 자필로 쓴 유언장에는 전재산을 아내 아카호시 루리코(39세)에게 넘긴다고만 되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살인임이 확실했던 사건이기에 마사히토 자신이 직접 체포영장을 받아 그녀를 체포했지만,
반장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고만 했다.
그는 반장과의 다툼에도 불구하고 끝내 루리코를 법정에 세웠으나, 판사도 루리코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후 루리코와 미츠루는 그곳을 떠났다. 반장은 승진했고, 마사히토는 교통계로 발령이 났다. 사실상 사표를 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꿋꿋이 교통경찰로 몇 년을 보냈다.
상속녀 루리코는 세계를 여행하며 책도 냈고, 방송에도 출연하여 약간 유명세를 탔었다.
1997년 초 나가노의 어느 스키장에서 그녀가 사고로 목이 부러져 죽기까지 말이다.
--
어느 고급 SM방.
만국은 채찍을 들고 여자를 내리치고 있었다.
여자는 만국 앞에 꿇어앉아 말했다. “주인님. 제게 주인님의 성기를 빨 수 있는 영광을 주세요.”
“너같은 천것에게 그런 영광은 없어!” 그는 채찍으로 다시금 여자의 등을 내리쳤다.
돈 벌자고 하는 짓이다. 저 짓 1년 정도 하면 전세 얻을 돈은 나오지. 하긴 그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일본인 현지처 등쳐먹고 살던 옛일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는 잘라서 없는 밑둥이 허전한 감이 들었다. 그를 의심하는 아카호시 고테츠의 앞에서 그는 고테츠가 가진 명검으로 한칼에 그의 자지와 불알을 잘랐다.
루리코는 그렇게 해야 고테츠가 믿을 거라고 말했다.
이미 고테츠가 불러 놓은 의사들이 뒷처리를 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것은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란 것을, 마사히토 놈은 절대 깨닫지 못할 거야.
그는 그 때 아픔조차도 없었다. 쓰레기로 살아온 과거를 자르는 의식이었으니까.
고테츠는 잘린 만국의 자지와 불알을 기르던 아키타 개 유키에게 먹도록 했다. 유키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그것을 다 핥아먹고 바닥의 피까지 다 핥아먹었다. 나중에 고테츠가 죽던 그날 저녁 유키는 만국의 뱃속에 들어갔다.
만국은 다시 세게 여자의 가슴과 목을 채찍으로 쳤다. 여자가 아파하면 아파할수록 만국의 쾌감은 더했다.
옛날의 태감 (주: 환관 대장) 들도 이런 식으로 욕구를 달랬겠지. 그는 정신없이 채찍을 계속 휘둘렀다.
여자는 채찍으로 맞으면서도 만국의 발가락을 교대로 빨았다. 이것이 돈의 힘이지.
--
세토해 서부 해상.
그는 아카호시 루리코의 살해범으로 그녀의 이복오빠 마츠나가 미츠루를 지목하고 그를 체포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장. 그러니까 2년 전에 반장이었다가 승진한 그 사람과 크게 싸워야 했다.
루리코의 집에서 빈둥대고 있던 마츠나가 미츠루는 참고인으로 불려 왔으나 상부의 방침으로 그는 구속도 되지 않고 칙사대접을 받았다.
마사히토는 여러 가지 증거들을 모아 언론에 공개하려고 했으나, 신문에 기사는 나지 않았다.
마츠나가 미츠루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사실보도를 막았고, 지방에서는 부자들의 힘이 최고이다. 루리코의 유언장에 의해 마츠나가 미츠루는 전재산을 상속받고 무사히 빠져 나갔으며 얼마 후 호주에서 서핑 중 사망했다.
그리고 마사히토는 경찰 조직을 해친 죄로 냉정히 쫓겨났다.
고테츠의 그 엄청난 재산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마츠나가 미츠루는 모든 흔적을 없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다 찾아 오리라. 내가.
--
하은선 등의 숙소,
전기형은 하은선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털어 놓았다. 차성진은 헌팅 나갔는지 집에 없다.
은선이 말했다. “이봐 화가 양반. 여자가 고프지 않아?”
“나 같은 게 무슨 여자를…”
전기형은 여자를 안아 본 지 10년이 넘었다. 다리가 그렇게 되고 난 후에는 아예 여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릴 도와 준다면 나도 댓가를 치뤄야지.”
아무래도 차성진의 의견을 들어 주지 않으면 성진의 힘을 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차성진을 받아들이기에는 아까왔다.
어차피 인간의 몸을 빌렸으니 유민주가 저 남자와 섹스하는 것이지 그녀가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전기형의 벨트를 끌렀다. “난 불임이야. 안에다 해도 되니까 콘돔은 필요없어.”
“하지만 같이 사는 그 남자는.. “ “그 남자는 내 경호원이지 애인이 아니야. “
전기형은 생각했다. 이게 웬 떡이야?
은선은 전기형의 바지에 손을 넣어 그의 잠든 남근을 깨웠다.
하군원이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임병(임질)에 걸린 물건을 집어넣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바지를 벗어 내렸고, 은선의 치마를 벗기지도 않고 팬티만 끌어 내렸다. 급하긴 급한가 보군.
이런 일일수록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전기형은 불편한 다리 때문에 그녀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고, 재빨리 위치를 찾아 자신의 귀두를 은선의 채 젖지도 않은 입구에 집어 넣었다.
하단영. 그래. 이렇게 너를 잊는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은선은 하성연, 하군원 부자에게서 본의 아니게 배운 기술들을 쓰기 시작했다. 호흡을 두 번 빨리, 두 번 늦게 하면서 아랫배를 오무렸다 폈다 했다.
그녀의 질벽은 기형의 지친 성기를 포근히 감싸 주었고, 10년 굶은 전기형은 몇 번 박지도 못하고 사정했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으며 자신의 씨앗을, 대답 없을 유민주의 자궁에 토해냈다.
은선은 전기형의 머리를 쓰다 듬었다. 그녀가 유령이 아니라면 사랑하고 싶은 남자였다. 하지만 길어야 두 달이면 끝날 인연, 정을 줄 필요가 없다.
하단우는 집안에서 옛 문서를 다시금 처음부터 뒤지고 있었다.
시조와 하군원 대감에 대한 일이니, 집안의 문서들에는 제대로 기록될 리 없을 터. 하지만 그 편린이라도 맛볼 수 있을 터였다.
한편 이강혜는 회사에서 메일로 직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용한 무당이나 퇴마사를 찾아봐.”
하중경을 쫓아내야만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하중경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유민주 때문에 서둘러 결혼하긴 했지만 이젠 유민주는 더 이상 보이지도 않는다.
장사꾼은 손해볼 장사는 하지 않는다. 하단우는 유민주를 막은 것으로 소임을 다했고, 어차피 길어야 3개월 안에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하중경을 내쫓은 후에, 하단우를 처리해야 할 것 같다.
오사카 항 앞.
후지와라 마사히토는 도쿄의 가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오리냐?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지금 어디세요?’
“오사카다. “
“니이가타에서 오사카까지 가셨어요?” “그래. 한국을 다녀올까 한다. 강준이에게서 연락은 없니?” “연락이 있어요.” “그 집에 좀 가보려고 한다.”
가오리는 마츠나가 미츠루에 대한 일은 모른다. 지금은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길어야 3개월 후면 모든 진상이 밝혀질 테니까.
강준의 아버지가 마츠나가 미츠루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만 하면 이야기는 쉽게 끝난다.
“저도 가도 돼요?” “여비는 어떻게 구하게?”
“강준이가 돈을 보내 준다고 했어요.”
그는 잠시 생각했다. 강준이라는 아이는 가오리에게 매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걸 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겠지.
“좋다. 그러면 연락을 해라.” “네?”
가오리는 다 좋은데 머리가 나쁜 게 큰 문제였다. 하지만 타고나길 그렇게 났으니 어쩌겠는가.
“강준이네 집에서 보자.”
그는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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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7년 전, 13년 전의 기록들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아카호시 고테츠의 본명은 아카호시 고이치(赤星光一) 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호인 고테츠(甲鐵)을 더 선호했다.
니이가타 현에서도 알아주는 지주의 외아들로 태어난 고테츠는 도쿄의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더우기 니이가타 출신의 다나카 가쿠에이 (주: 일본의 전 수상. 비리와 금권정치의 달인이었음) 시절에 그를 지원했던 고테츠의 부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다나카의 스폰서로 유명해던 오사노 겐지 (주: 당시 일본 제일의 부자. 한국의 경제개발에도 상당히 개입한 인물) 도 유명했지만, 니이가타 시에서는 고테츠도 그에 못지 않다고들 했다.
하지만 그는 도쿄를 싫어하여 모든 거래를 니이가타 시내에 있는 집에서 전화로 처리했다.
다나카가 수상에서 물러난 이후, 집 밖에는 거의 나가지 않고 사람을 믿지 않으며 모든 음식을 배달시켜 먹던 기벽을 가졌던 고테츠가 달라진 것은 고혈압으로 쓰러진 후의 일이었다.
고테츠의 재산은 수백억 엔이라고 공개되었지만, 실상을 아는 사람들은 적어도 그 몇 배 정도는 될 것이라고들 했다. 그의 재산내역을 잘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
상속자가 없는 고테츠는 평소에도 그의 재산을 죽으면 니이가타 시에 모두 기증할 것이라고 말해 왔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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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Z군.
이만국은 지역의 유지들을 만나며 표밭 다지기에 한창이었다.
이 때 전화가 울렸다.
“회장님. 오늘 저녁에 윤호석 의원께서 뵙자십니다.”
보나마나 또 정치자금이겠지. “알았어.”
정치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에게 정치는 쉽다. 이 때 또 전화가 울렸다. 이 전화는 가족들만 가진 전화인데 또 뭔가? 강혜는 회사를 통해 전화할 테고, 강준이는 집에 있을 테니 전화할 일이 없을 텐데?
“모시모시.”
‘일본어다. 잘못 걸린 전화는 아닐 텐데?
그는 무심코 일본어로 대답했다. “모시모시.”
“마츠나가상. 목소리는 여전하군.” 마사히토가 말했다. 저 놈이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지?
“스미마셍. 와타시와 마츠나가상가 아리마센.”
만국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보니 강준이가 일본 드나든다고 난리였고, 강혜와 하단우가 니이가타를 다녀왔었다. 내가 그렇게 가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 말들을 안 들었어.
어쩌다가 전화번호까지 흘리고 다니는 거니? 좀 골치아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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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탄 위.
역시 그놈은 마츠나가가 맞군. 목소리는 조금 바뀌었어도, 그 톤은 바뀌지 않지. 하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 들이댔다간 마사히토 같은 약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법의 힘으로도 잡지 못한 그놈이다. 그놈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면 그의 재산은 모두 이강혜와 이강준에게 상속될 것이다.
그놈을 체포하고 재산을 되찾아 니이가타 시에 돌려야만 마사히토 자신의 명예가 회복된다.
이 때 웬 여자 노인이 그 앞에 앉는다. “당신은 왜 한국에 가려는 거지요?’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요. 당신은?”
“한류스타 송병하가 부산에서 영화를 찍는다기에 구경하러 가는 겁니다.”
할망구가 할 일 없으면 집에서 잠이나 잘 것이지 . 마사히토도 사실 마츠나가 건만 아님 한국에 갈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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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선실.
여러 명과 같이 쓰는 선실이다. 마사히토는 눈을 지그시 감고 옛일을 생각한다.
16년 전 아카호시 고테츠가 돌봐 주는 간호부 마츠나가 루리코와 결혼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고테츠는 반신을 제대로 쓰지 못하기 때문에 섹스도 제대로 못할 텐데 왜 그 몸을 해 가지고 그런 여자와 결혼했을지 모든 사람들이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마침 그 시점에 도쿄에서 사린가스 테러가 나는 바람에 그 문제는 그냥 넘어갔다.
그녀와 함께 그녀의 이복 오빠라는 마츠나가 미츠루라는 자도 아카호시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 후 불과 6개월도 안 되어 아카호시 고테츠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간단히 자필로 쓴 유언장에는 전재산을 아내 아카호시 루리코(39세)에게 넘긴다고만 되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살인임이 확실했던 사건이기에 마사히토 자신이 직접 체포영장을 받아 그녀를 체포했지만,
반장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고만 했다.
그는 반장과의 다툼에도 불구하고 끝내 루리코를 법정에 세웠으나, 판사도 루리코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후 루리코와 미츠루는 그곳을 떠났다. 반장은 승진했고, 마사히토는 교통계로 발령이 났다. 사실상 사표를 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꿋꿋이 교통경찰로 몇 년을 보냈다.
상속녀 루리코는 세계를 여행하며 책도 냈고, 방송에도 출연하여 약간 유명세를 탔었다.
1997년 초 나가노의 어느 스키장에서 그녀가 사고로 목이 부러져 죽기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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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급 SM방.
만국은 채찍을 들고 여자를 내리치고 있었다.
여자는 만국 앞에 꿇어앉아 말했다. “주인님. 제게 주인님의 성기를 빨 수 있는 영광을 주세요.”
“너같은 천것에게 그런 영광은 없어!” 그는 채찍으로 다시금 여자의 등을 내리쳤다.
돈 벌자고 하는 짓이다. 저 짓 1년 정도 하면 전세 얻을 돈은 나오지. 하긴 그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일본인 현지처 등쳐먹고 살던 옛일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는 잘라서 없는 밑둥이 허전한 감이 들었다. 그를 의심하는 아카호시 고테츠의 앞에서 그는 고테츠가 가진 명검으로 한칼에 그의 자지와 불알을 잘랐다.
루리코는 그렇게 해야 고테츠가 믿을 거라고 말했다.
이미 고테츠가 불러 놓은 의사들이 뒷처리를 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것은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란 것을, 마사히토 놈은 절대 깨닫지 못할 거야.
그는 그 때 아픔조차도 없었다. 쓰레기로 살아온 과거를 자르는 의식이었으니까.
고테츠는 잘린 만국의 자지와 불알을 기르던 아키타 개 유키에게 먹도록 했다. 유키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그것을 다 핥아먹고 바닥의 피까지 다 핥아먹었다. 나중에 고테츠가 죽던 그날 저녁 유키는 만국의 뱃속에 들어갔다.
만국은 다시 세게 여자의 가슴과 목을 채찍으로 쳤다. 여자가 아파하면 아파할수록 만국의 쾌감은 더했다.
옛날의 태감 (주: 환관 대장) 들도 이런 식으로 욕구를 달랬겠지. 그는 정신없이 채찍을 계속 휘둘렀다.
여자는 채찍으로 맞으면서도 만국의 발가락을 교대로 빨았다. 이것이 돈의 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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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해 서부 해상.
그는 아카호시 루리코의 살해범으로 그녀의 이복오빠 마츠나가 미츠루를 지목하고 그를 체포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장. 그러니까 2년 전에 반장이었다가 승진한 그 사람과 크게 싸워야 했다.
루리코의 집에서 빈둥대고 있던 마츠나가 미츠루는 참고인으로 불려 왔으나 상부의 방침으로 그는 구속도 되지 않고 칙사대접을 받았다.
마사히토는 여러 가지 증거들을 모아 언론에 공개하려고 했으나, 신문에 기사는 나지 않았다.
마츠나가 미츠루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사실보도를 막았고, 지방에서는 부자들의 힘이 최고이다. 루리코의 유언장에 의해 마츠나가 미츠루는 전재산을 상속받고 무사히 빠져 나갔으며 얼마 후 호주에서 서핑 중 사망했다.
그리고 마사히토는 경찰 조직을 해친 죄로 냉정히 쫓겨났다.
고테츠의 그 엄청난 재산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마츠나가 미츠루는 모든 흔적을 없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다 찾아 오리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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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등의 숙소,
전기형은 하은선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털어 놓았다. 차성진은 헌팅 나갔는지 집에 없다.
은선이 말했다. “이봐 화가 양반. 여자가 고프지 않아?”
“나 같은 게 무슨 여자를…”
전기형은 여자를 안아 본 지 10년이 넘었다. 다리가 그렇게 되고 난 후에는 아예 여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릴 도와 준다면 나도 댓가를 치뤄야지.”
아무래도 차성진의 의견을 들어 주지 않으면 성진의 힘을 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차성진을 받아들이기에는 아까왔다.
어차피 인간의 몸을 빌렸으니 유민주가 저 남자와 섹스하는 것이지 그녀가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전기형의 벨트를 끌렀다. “난 불임이야. 안에다 해도 되니까 콘돔은 필요없어.”
“하지만 같이 사는 그 남자는.. “ “그 남자는 내 경호원이지 애인이 아니야. “
전기형은 생각했다. 이게 웬 떡이야?
은선은 전기형의 바지에 손을 넣어 그의 잠든 남근을 깨웠다.
하군원이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임병(임질)에 걸린 물건을 집어넣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바지를 벗어 내렸고, 은선의 치마를 벗기지도 않고 팬티만 끌어 내렸다. 급하긴 급한가 보군.
이런 일일수록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전기형은 불편한 다리 때문에 그녀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고, 재빨리 위치를 찾아 자신의 귀두를 은선의 채 젖지도 않은 입구에 집어 넣었다.
하단영. 그래. 이렇게 너를 잊는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은선은 하성연, 하군원 부자에게서 본의 아니게 배운 기술들을 쓰기 시작했다. 호흡을 두 번 빨리, 두 번 늦게 하면서 아랫배를 오무렸다 폈다 했다.
그녀의 질벽은 기형의 지친 성기를 포근히 감싸 주었고, 10년 굶은 전기형은 몇 번 박지도 못하고 사정했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으며 자신의 씨앗을, 대답 없을 유민주의 자궁에 토해냈다.
은선은 전기형의 머리를 쓰다 듬었다. 그녀가 유령이 아니라면 사랑하고 싶은 남자였다. 하지만 길어야 두 달이면 끝날 인연, 정을 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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