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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쾌락 - 단편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1:19 1,774회 0건
-그들만의 쾌락-

‘오늘은 연방력 2092년 4월 12일 입니다 좋은 아침 되십시오’

방안을 뒤 흔드는 목소리에 잠이 깼다.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깨우는 것을 보니 밤사이 일이 많이 밀려들어 왔지 싶다. 이제는 예전처럼 시간을 놓치는 일이 없다. 얼마 전에 새로이 선보인 신제품으로 바꾼 이후에는 보다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소리로 깨우기 이전에 침대 머리쪽에 장치되어 있는 뇌파 감지 센서가 자고 있는 나의 뇌파에 변조 파형을 발사해서 대낮의 정신 상태처럼 깨워주기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에 나를 깨우는 기계음은 내가 일을 마친 시간 부터 지금까지 접수된 일들과 오늘의 일정을 계산해서 감안된 기상신호 음성 이었다. 일어나기가 무섭게 방안에는 오늘의 일정들이 브리핑 되고, 나는 구두로 여러 가지 일들을 우선 예약한다.

‘오늘 예약 된 케이스는 모두 몇 건이지?’

‘지난 밤 사이에 치안수사 본청과 연방 중앙병원으로부터 접수된 분석 사례가 모두 8건 입니다. 현재, 당신의 신체반응 지수와 업무 처리지침 및 반응속도를 계산해 볼 때, 최소 8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며, 오늘의 추정된 신체함수로 볼 때, 너무 뜨거운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점심식사는 어떤 메뉴로 예약할까요?’

’23-35가 어떨까?’

‘그것은 너무 기름집니다. 지난 주, 지방간 포화지수가 적정수치를 상회했기 때문에 이번 주에는 보다 저열량의 식사가 요구 됩니다. 27-04가 적당합니다.’

‘그럼 그걸로 해줘.’

‘시간과 장소를 설정해 주십시오.’

‘12시 정각에 시료실로 보내 줘.’

항상 모든 것을 지시해 줘야 하고 성가시게 조건을 만족시켜 줘야 하는 요즈음의 메이드(가정용 컴퓨터의 지칭)는 시시때때로 겪는 일이지만 좀더 편한 방법은 없는가 하고 고민하게 된다.

‘메이드6, 오늘의 개인 약속을 말해줘.’

‘오늘의 개인 약속은 1시 30분에 20분간 고산소 충전 참선이 있고, 5시에는 다음 주의 일정 계획을 전달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퇴근 전에 연방중앙 감사실의 보고용 검토자료를 집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승인서를 받으셔야 하는 것이 전부 입니다.’

나는 집을 나섰다. 직장이라고 해야 직원들을 위한 집단 거주지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이지만 그것도 직장이라고 나는 항상 부담이 되곤 했다. 나는 시료실에 들어서자, T5(일반업무 관리용 컴퓨터)의 목소리가 나를 반긴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직 아침식사를 하질 않으신 공복상태가 확인 되었습니다. 무엇을 해드릴까요?’

나는 자리에 앉아서 오늘의 일과를 오픈 하라고 명령했다. T5에서 명령을 이어 받아 곧 이어 연합정부의 주전산망으로 접속하는 화면이 공중에 떠 올랐다. 나의 신분확인이 끝나고 나서 의례 하는 것처럼 개인모드로 전환하라고 명령했다. 나의 일은 비밀 스런 업무는 아니었지만 개인의 신상 명세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개인모드로 전환하면 설사 옆 자리에 사람이 붙어 앉아 있어도 나 밖에는 내용과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달랐다. 이것은 정부관련 전산 시스템의 혁명적인 기능으로서 개개인의 신체특성과 사용자 감각기관의 특성함수를 계산하여 고안된 일종의 보안 기능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사망한 사람의 범죄행위 라든가 특별히 죽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찾고 싶은 것이 있을 때, 24시간 이내에 시체를 인수 받아 뇌의 조직을 검사하는 일이었다. 나의 직함은 뉴우런 감식사 였고, 항상 시체를 대하는 것도 그렇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되는 것들로 인해 연합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만 처리 될 수 있는 사례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러나, 심심찮게 일반 병원에서도 정부를 상대로 의뢰를 해오기 때문에 정부의 준 관공서 같은 분위기로 보면 이해가 쉬웠다. 뉴우런 감식사의 업무는 대강 이러하다. 사람이 사망하고 24시간이 경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뇌간추적기로 죽은 사람의 뇌를 연결시키면 아직 경직되고 고사 되지 않은 뇌세포에서 형태적으로 남아있는 굵직굵직한 기억들을 다차원 영상으로 분리해 내서 재 조합하는 일이 나의 주 임무였다. 우리는 이것을 파노라마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재 조합 해서 연결한 영상은 영화와 진배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추출된 영상 속에서의 사실 진위여부는 치안 수사과 에서 할 일이었고, 우리는 그 영상 속에서 그것이 진정 실제 일어난 사건 속에서 형성된 이미지 인지, 아니면 자신만의 상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코멘트를 섞어주면 그만 이었다. 사람의 세포는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서부터 시시각각, 그 선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검거되어진 범죄자 혹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일반 환자라면 사망과 동시에 시료실로 보내지기 때문에 어떤 때는 시료추출이 있고 나서 후보고를 하는 바쁜 나날들도 있었지만 오늘은 맨 처음 사례이외에는 별로 그런 케이스는 없는 듯 싶다. 내가 시료추출을 하는 모든 상황은 중앙정부와 연방정부에 실시간으로 보고 되어지며, 그에 대한 추가 감사가 정례적으로 다음주에 있을 예정이다. 왜냐하면 이런 신상정보를 이용해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빼돌리거나 조작해서 허위로 정부에 보고하는 불법적인 뉴우런 감식사의 행태를 살피기 위한 일환이었다. 이런 배경 뒤에는 범죄조직이 버티고 있다거나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때가 많았다. 간혹 감식사가 추출시료 중에서 음란한 부분들을 따로이 보관해서 팔아먹거나 개인의 섹스나 유흥에 쓸 목적으로 수집하는 행위가 일절 금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때는 슬며시 나도 그러고 싶은 못된 심리가 발동할 때도 많았다. 오늘 접수된 사례는 한 건을 제외하고는 이미 노령화로 사망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고, 이런 경우는 유가족들이 생전의 고인이 간직한 기억을 정부의 허가를 받은 상태 하에서 인수 받아 보관 하고 싶은 예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감식사 끼리의 개방형 노동조합 모임에 나가보면 정말 희한한 방법으로 시료물을 빼돌리는 사례들에 대해서 보고되는 것이 허다 했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그 의문의 기술들이 암암리에 전수되고 매매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나도 만일에 대비해서 그 중에 한 프로그램을 지인을 통해 얻어서 보관하고 있는데, 아직 실행해 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메이드를 통해서 프로그램을 실행 시킬 경우에는 반드시 정부허가 코드를 요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답을 못했을 경우에는 곧바로 정부의 중앙 통제실로 보고되어 사실 규명을 위한 출석요구서를 대번에 수령할 수도 있기 때문 이었다. 이 출석요구서에 의해 불려나가서 제대로 답변을 하질 못하면 엄청난 벌금과 함께, 개인적인 불이익은 물론, 더 나아가서는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사회에서 매장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회원들끼리는 불법이기는 해도 고철로 버리는, 이제는 낙후된 메이드 모델들을 얻어다가 손수 개조해서 정부 중앙통제망 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불법적인 모임들 간의 메이드 서버에 연결해서 돌리는 것이 다반사 였다. 나는 접수된 순서 중에서 가장 처음 케이스를 오픈 했다. 정부허가 코드를 입력하고 나서 바로 시료실의 구섞과 연결되어 있는 옆 방의 시체 보관실에서 콘베이어를 통해 내 방으로 부패방지 팩에 싸인 여자로 보이는 시체가 자동적으로 이동되어 지고…나는 익숙한 솜씨로 두부의 중요위치에 뇌간 추적기의 탐침 압점을 부착시키고 기기를 작동 시킨다. 추적기가 시체의 죽음의 순간 에서부터 추적 가능한 시기까지 영상을 추출하는 동안에 나는 정부로부터 전달되어 온 개인의 신상명세 내역을 살피고…

‘여성이고, 24세…이름도 없고, 아깝네. 체격도 그만 이던데…치안중앙본부…관리감시… 대상 구분코드….이거 무지막지한 범죄잔가? 저렇게 애띄게 생기고 육체파인 여자가 무쉰 범죄? 이건 또 뭐야? 추출시료는 열람금지 및 검토서 작성 불필요, 신속하게 중앙 통제실로 전송요망?’

별 해괴한 주문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 때였다. 추적기와 연결되어 있는 시료추출 영상에서 경고가 들어왔다.

‘현재의 시료는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사망 후, 6시간이 경과 했으므로 추출 영상의 선명도가 87퍼센트에 도달해야 되나 모든 영상의 추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뇌조직이 와해 되었습니다. 본 추적 함수의 판단에 의거하면 극미세파로 뇌조직의 기억부위를 의도적으로 와해 시킨 것으로 판단 됩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저 여자의 기억을 지웠다는 것인데…나는 긴급하게 연방정부의 감사부서를 호출 했다.

‘안녕하십니까? 현승원입니다. 상태는 지금 보고 계시죠?’

‘응, 그렇네. 그런데, 그 시체의 인도 시기와 인도 부서에 대해서 남아 있는 결과를 화면에 띄워줄 수 있나?’

나는 치안부서에서 이첩된 정보를 화면 구석에 띄웠다.

‘ 잘 받았네. 내가 연락해 봄세.’

언제나 그렇지만 윗자리에 그것도 감사 부서에 앉아있는 것들은 거만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밑도 끝도 없이 호출 상황을 종료하는 폼하며, 괘씸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까. 나는 시체에서 압점을 제거하고 시체를 다시 보관실로 돌려 보냈다. 그 날은 그 한 건을 제외하고는 무사하게 일이 종료되어 집으로 올 수 있었고…나는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메이드로 부터 오늘의 화상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 때 였다. 누군가 방문 했다는 말이 메이드로 부터 흘러 나왔다. 나는 현관 문을 열기 전에 방문자의 신분 인식 코드를 살피라고 명령했다. 거실의 허공에 떠 있는 메이드가 송출하고 있는 영상에는 아주 젊은 여자가 완숙한 정장의 차림으로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곧 이어 연합정부의 감사실 소속 파견 직원이라는 표시와 함께 나에게 문을 열어도 되겠느냐는 메이드의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그러라고 했고, 곧 이어 현관이 열리면서 그 여자가 들어섰다.

‘감사실 제2분과 3실 소속의 송현아 입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 뵈어서 죄송합니다.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요?’

‘괜찮습니다. 무슨 일로 집에까지 이렇게?’

‘오늘 낮에 조사하신 시료번호 92-87-458번에 대한 건 때문입니다.’

나는 그 여자 시체의 일이라고 짐작했다.

‘앉으시죠. 뭐 마실 거라도?’

‘차거운 것이 있으면…’

자리에 앉는 그 여자는 다소곳한 모습이 참 보기에 좋았다.

‘집이 꽤 아담하네요?’

그녀는 감사실에서 일하는 사람 치고는 사람 냄새가 조금 풍기는 듯 했다. 나는 무슨 이유인지 먼저 물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H7(휴대용 정보처리기)을 꺼내서 메이드 에게 정부망과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부망과 연결되고 나서 그녀는 얘기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지금의 대화상황도 모두 정부에 보고되어져야 하는 모양 이었다.

‘오늘 검사하신 시료가 조금 문제가 있어서요.’

‘무슨 문제 인데요?’

‘시체를 인도한 부서도 그렇고, 담당 조사관도 석연치 않은 증언을 해서 말이지요.’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그 여자는 의문의 약물복용 과다로 숨진 채, 병원에 실려왔는데, DOA(사망이후 도착)로 보고되어 있고, 연고자도 없을 뿐더러, 더 이상한 것은 그녀의 신분 인식 코드도 허위였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사망 원인을 추적할 수도 없을 뿐더러 내 쪽에서 뇌파의 영상 시료추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건이 자칫 오리무중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에 내방 했다는 것 이었다.

‘전 그래요. 그 여자는 불법적인 기기와 노련한 기술로 뇌조직이 와해된 것으로 보아 대단한 조직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여자가 죽기 직전에 보았던 기억의 부분들이 보여져서는 안된다는 판단 하에 그렇게 무모한 짓을 저질르지 않았겠느냐는 것이죠.’

‘그럼 다른 방법으로는 그 영상을 추출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가요?’

‘한번 찾아보죠. 조합의 회원들 사이에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긴 한데…’

‘그런데요?’

나는 대답 대신에 휘파람을 길게 두번 불었다. 그 신호는 메이드와 연결된 정부망과 H7의 연결을 끊어 버리는 나만의 비밀 코드였다.

‘어째서 연결을?’

‘이건 오프 더 레코드로 해야 하거든요. 만일 그것에 동조하지 않으시면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조합원들 간의 맹약과도 같은 것이거든요.’

그녀는 동의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기에 그녀는 조금 신출나기 인 것 같았다.

‘만일 뇌간추적기로 추출할 수 없는 경우, 이렇게 불법적인 기기로 뇌조직을 손상시켰을 때를 대비해서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편법은 바로 안구를 통한 방법입니다. 인간의 시신경은 뇌만큼은 못해도 그 기능이 장난이 아니죠. 특히 놀란 상태에서 급사를 했다거나 살해를 당했을 때, 그 피해자의 망막에는 공포 스럽던 그 마지막의 영상이 맺힌 채로 눈을 감게 되죠. 그때 망막을 흥분 시켰던 그 마지막 정보영상이 뇌로 전달 되는 순간, 먼저 시신경을 타고 흐르는데, 살아 있는 경우는 계속 들어오는 추가정보에 떠밀려 지우고, 받아들이는 연쇄작용을 되풀이 하면서 남아있기가 힘든데 죽음의 경우는 조금 다르거든요. 그 시신경 속에 근육이 쥐가 나는 것처럼 마지막 영상과 함께 시신경이 경련을 하면서 정지된다 이겁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뉴우런 감식사가 뇌가 아닌 그 시신경의 말단에 남아있는 처절한 마지막 영상을 한 장의 사진으로나마 받아 볼 수 있도록 추출한다 이거죠. 이 이론이 이해가 가세요?’

‘그렇다면 시체 보관실에 들어가 있는 시체를 정부 허가 코드 없이 어떻게 꺼내서 시료를 추출 할 수가 있죠?’

‘그건 저야 모르죠. 허가야 지금 상황에서는 어차피 감사실이 키를 쥐고 있으니 그 쪽에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시는 것 밖에는 달리 별 도리가 없지요.’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의 선에서 해결 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것이 분명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상부에 연결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다시 메이드를 호출했다. 곧 이어서 낮에 화상으로 보았던 감사실의 그 건방진 간부의 모습이 공중에 비추어졌다.

‘무슨 일인가?’

그녀는 자신의 보스에게 편법이긴 하지만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시체를 다시 인수하여 시료를 추출 할 수 있도록 허가 코드를 다시 발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상사도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화상으로 허가코드를 전송해 왔다. 그녀는 시료가 추출되는 대로 바로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호출을 끊었다. 허가코드를 받아 쥐고 그녀는 H7을 챙긴 뒤에 나와 같이 시료실로 가자고 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사안의 중대성으로 미루어 나는 옷을 갈아입고, 조합원들이 M이라고 부르는 그 귀신 같은 인물에게 호출을 넣었다. 그에게 나는 우리들 끼리의 은어인 찬밥이라는 기기를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찬밥이라고 하는 기기는 정부망과 연결 되지 않은 상태에서 뇌간추적기를 이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개조된 휴대형 메이드 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는 그는 우리가 현관을 나가서 1분도 채 걷지않은 시간에 우리 앞에 나타났다.

‘현승원씨, 조심하셔야 될 것은 반드시 공중망으로 연결하지 말고, T5의 뒤편에 마련된 커버를 열고 그 안에 비상용으로 되어있는 연결구에 직접 이 케이블로 찬밥을 연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망에 걸리질 않으니까요.’

나는 알겠노라고 하고는 감사하다는 말을 거푸 남겼다. 그녀와 나는 한달음에 시료실로 들어갔다. T5와 연결되고 정부 승인 코드를 넣자마자, 옆 방과 연결된 문이 열리면서 아침에 보았던 그 여자 시체가 밀려 들어왔다. 나는 압점을 머리쪽에 연결하고는 T5의 후면 커버를 열었다. 그러자, T5는 열어서는 안된다는 경고음성을 연발했다. 나는 아랑곳 하질 않고 가져간 케이블과 찬밥을 연결했다. 그러자, 정부망과 연결된 실시간 자막이 사라지면서 T5는 기능을 정지했고 그 명령체계를 고스란히 찬밥이 이어 받으면서 셀프모드 라는 자막이 깜박거리면서 공중에 투사 되었다.

‘이제 되었네요. 그렇다면 여기에 더하여 탐침을 하나 더 꽂아야 되는데, 좀 도와 주시겠어요?’

나는 보관하고 있었던 망막에 장착할 탐침 두개를 들고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눈꺼풀을 열고 탐침을 망막 정 중앙에 꽂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기에…그녀는 끔찍하다는 표정을 하면서 시체의 눈꺼풀을 위아래로 벌렸다. 고개를 외면 하고 눈물까지 글썽한 채로…

‘그럼,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 40여분 있어야 되겠네요.’

그녀와 나는 조용한 방안에서 찬밥이 혼자 작업을 하는 동안, 아무런 할 일이 없어지자, 왠지 그녀와 같이 있는 것이 머쓱해져서 아무런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소식 들으셨어요? 동그라미라는 신제품이요.’

‘이거요?’

하면서 그녀가 목을 내 보인다. 동그라미는 요즈음 새로이 개발된 여성의 섹스조절기를 말했다. 월경주기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고, 목에 차는 것 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섹스 스타일, 흥분의 깊이, 오르가즘의 횟수까지 조절이 가능한 젊은 여성들의 필수품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아무리 흉측하게 생긴 추남이라고 할지라도 섹스하고 싶어 못 견딜 지경으로 심정 변화를 일으키고 남자가 잘하나 못하느냐에 관계 없이 자신은 끝내주는 섹스를 경험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효과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가 싶어서요.’

어차피 시간도 그렇고, 40여분을 그냥 말없이 기다린 다는 것이 그렇기도 해서 그런지 그녀는 목에 차고 있는 동그라미의 버튼을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이렇게 이 파란 것과 보라색을 같이 눌러주면 곧바로 섹스감각이 발현되죠. 그리고, 복잡한 기능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여러 사람과 해야 된다든가 수치심을 없애주는 버튼이 이거든가, 아무튼 그래요. 그런데 제가 써 보니 한번 눌러서 몸이 발동이 되고 나면 그 주기가 끝날 때 까지 취소가 안된다는 점이 불편하ㅈ….’

얘기를 하다 말고 동그라미를 내려다 보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나에게 설명을 해주다가 잘못해서 버튼을 누른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 눈빛을 나에게 퍼부으면서 정장의 윗도리를 벗어 제꼈다. 블라우스도, 치마도 흡사 스트립 쇼를 하는 여자처럼 벗어대면서 책상 옆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시선을 빨아먹을 듯이 즐기고 있는 눈치였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시간도 넉넉했고 아리따운 묘령의 여자와 시료실에서 시체를 옆에 두고 섹스를 해본다는 사실은 나를 감격시키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녀는 어느 새, 묶어 올렸던 머리를 풀어 내려 헤드뱅잉을 하면서 그 훌륭한 나체를 비비 꼬기 시작한다. 나는 한 편의 멋진 생라이브 쇼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뒤 돌아 서서 길다란 두 다리를 뻗쳐 서서는 엉덩이를 흔들면서 두 손으로 나를 향해 둔부를 양쪽으로 쩍 가르는 모습은 가히 환상이었다. 나는 옷을 벗자마자, 무릎을 꿇고서 그녀의 엉덩이 뒤로 달겨 들었다. 동그라미의 위력은 대단했다. 언제 그녀의 성중추신경을 건드렸는지도 모르게 그녀의 보지는 흠씬 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꿀물을 삼키듯이 뒤돌아 서있는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보지사이로 내 혀를 집어넣어 굴을 파듯이 씹구녕을 후벼 파고 있었다.

‘아, 나 미쳐, 이래서 동그라미를 버릴 수가 없다니깐.’

그녀는 그 와중에도 동그라미 칭찬을 하고 있었다. 온통 털로 뒤 덮혀 있는 그녀의 보지는 그 까실한 씹 털의 느낌만으로도 나를 황천으로 보내기에 충분했다. 나의 침과 뒤섞여 그녀의 씹물은 천천히 그녀의 탄력 있는 넓적다리를 타고 아래로 질질 새어 흐르고, 자신의 보지가 더 까발려져서 잘 보이게 하려는 것처럼 그녀의 양 손은 더욱 힘을 주어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려서 그나마 있던 그녀의 똥꾸멍 주름까지 펴져서 반질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보지에서 흐르는 씹물을 삼키기까지 하면서 혀끝으로 그녀의 공알을 찾았다. 한 팔로 그녀의 등을 지그시 내려 누르자, 그 의도를 알아차린 듯이 그녀의 상체는 다리를 편 채로, 요가를 하듯이 앞으로 수그러 들고 그와 동시에 다리 안쪽으로 숨어 들어가 있던 그녀의 보지의 전면이 뒤로 까발려지고, 혀끝으로 닿기 힘들었던 공알은 이제 부풀대로 부풀어 내 혀 끝에서 놀고 있었다. 내가 혀를 단단하게 세워 그녀의 공알을 건드릴 때마다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주절댔다.

‘아,…음….음….윽…..윽….보지 좀 더 빨아줘, 다 닳아 없어지게, 더 빨아줘, 손가락은 뭐해? 보지 구녕이 불나 죽겠는데 안 쑤셔주고?’

옳거니. 그녀는 이제 흥분의 정도를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반대로 그녀를 앉혔다. 그녀는 다리를 벌린 채, 야구의 포수처럼 조져 앉아서는 한 손으로는 보지 구녕을 쑤시면서 다른 한 손은 내 좇을 잡고 좇대를 빨아댔다.

‘음, 웁, 너무 좋아, 나 이런 벌떡 거리는 좇, 너무 좋아…웁, 웁, 웁…’

‘좋으면 더 먹어야지. 옳지 목구멍이 터져라 더 먹어야지, 옳지 그렇게…’

여자의 기도는 그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구역질을 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도 끝끝내 좇을 그 밑둥 까지 삼켜대는 여체의 신비는 같은 목구멍을 갖고 있는 남자인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는 내 좇을 깊이 입 속으로 침몰 시키면서 코 끝에 와 닿아있는 털에 코까지 박고서 그 좇 냄새를 음미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즐거움을 내버려 둘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를 일으켜 세워서는 책상 위에 엎드리게 했다. 그 탄력 있고 풍요롭기 까지한 히프가 뒤로 벌려 지면서 나는 입맛을 다셨다. 나는 그녀의 보지에 쾌감과 아픔을 동시에 안겨주려는 심사로 대번에 좇을 박았다. 보지의 속살이 물 풍선 처럼 내 좇을 감싸고 압박해 온다. 한번 길게 좇이 빠질 것처럼 빼니 그녀의 씹살이 커튼처럼 딸려 나오고 다시 푹 박으니 그 씹살은 좇과 함께 주르륵 말려 들어간다. 다 빼는 듯이 훌치자,

‘빼지마, 계속 쑤셔줘, 빼지마, 빼지 말고 보지 찢어지게 계속 쑤셔줘, 박아줘, 어흥, 억,억억…’

그녀는 별로 펌핑을 격심하게 하지도 않았는데 제 풀에 오르가즘에 휩싸이면서 책상을 두 팔로 내리치고 있었다. 위대한 동그라미 만세!

‘자, 이렇게? 요렇게, 아니면 이렇게?’

나는 속도를 빠르게 했다가, 느리게 했다가 깊이 찔렀다가 얕게 쑤셨다가 진퇴의 리듬감을 이용해서 격이 다른 쑤심의 잔상을 보지에 남겨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면서 이제는 히프를 내 쪽으로 척척 밀어대면서 보다 깊이 쑤셔주기를 갈망하고… 나도 그 여운에 부응해서 허리가 휘도록 그녀의 내장이 뚫어져라 보지 안쪽으로 좇 끝의 기운을 집중시켰다.

‘아유, 나 죽어, 아, 악 나 미쳐, 나 미쳐, 더, 더, 더, 억…억…억…’

이제는 머리통을 책상에 부딪치기까지 하면서 격심한 오르가즘에 몸을 떨고 있는 그녀. 아무리 동그라미가 위대하기로 서니 저렇게 끝내 줄 수가! 나는 그녀의 보지 안에 좇을 담근 채로 그녀의 히프를 붙들고 좌우로, 상하로 요동 치게 흔들어 댔다. 깊이 삽입된 내 좇 끝으로 건들거려지는 그녀의 자궁입구를 느끼면서 이제는 사정을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할 차례였다. 그녀가 옴짝달싹 할 수 없도록 나는 그녀의 골반뼈 양쪽을 움켜 잡았다. 그리고는 내가 허리를 들이미는 것과 동시에 붙잡은 그녀의 엉덩이를 내 앞으로 불끈 잡아 땡겼다. 박아지는 충격과 잡아채는 허리의 물러남이 동시에 맞부딪쳐 심벌즈를 울리듯이 내 앞섶과 그녀의 보지는 철퍼덕 하는 파도를 일으키고 동시에 두 사람의 가슴속에 잊을 수 없는 뜨거운 섹스의 여운을 갈갈이 파 재끼고…

‘철퍼덕, 철퍼덕, 철퍼덕….’

쉴 새없이 파도가 치면서 나는 잠깐 이지만 머릿 속으로 한 마리 갈매기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의 두 다리를 뻐근하게 저려오는 폭발의 느낌이 지리지리 하게 전신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보지에 뭉클하며 쏟아버린 좇물…얼마간 그녀의 등 뒤에 엎드려 있었는데, 그녀가 소리쳤다.

‘저거 보세요! 영상이 잡혔어요!’

공중에는 한 사람을 둘러서 내려다 보고 있는 벌거벗은 남자들의 군상이 투영되고 있었다. 둘러선 남자들은 모두 지긋한 나이에 아랫배가 나온 신사 분들 이었는데, 얼굴이 어디에선가 본 듯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어느 여자가 젖을 남자들에게 움켜 잡힌 채로 무릎을 꿇고서 좇을 빨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바로 지금 나와 같이 징한 섹스를 펼친 감사부의 송현아 였다.

‘저 안의 사람들이 누군지 아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글쎄요 어디에선가 본 것도 같은데….’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정부의 고관 대작 들이지요. 주기적으로 열리는 섹스 파티에, 그들만의 쾌락의 도구로, 입 막기가 쉽다고 여긴 감사실의 여직원들을 데려다가 저 짓거리를 하면서 놀아댔던 겁니다. 동그라미를 차기 싫다는 그 애에게는 약을 먹여서 갖은 해괴한 짓거리를 다하고, 계속 싫다고 앙탈을 부리는 것이 뵈기 싫다고 마구 잡이로 약을 때려 넣다가 저렇게 널부러 져서 죽어갔던 겁니다. 흑흑…제 상관도, 치안본부의 개새끼들도 모두 한 통속이지요. 이제 당신도 위험해요. 살려면 이 사진을 갖고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합니다. 어서 빨리요.’

나는 찬밥에 영상을 저장하고는 케이블을 빼서는 번개같이 챙겨 시료실을 그녀와 빠져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누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을런지 생각이 정리되질 않고 있었다. 늦은 시간 때문인지 밖으로 통하는 문은 잠겨 있었다. 내가 품속에서 신분 확인 코드를 꺼내려고 찬밥을 들고 있으라고 그녀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찬밥을 들고는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다시 찬밥을 받아 들려고 했을 때, 그녀는 나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현관문을 돌아다 보는데 어디선가 뻥 하는 소리에 나는 뒤로 나동그라 졌다. 현관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면서 돌진한 총알은 나의 몸을 관통하고 나는 누운 채로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곧 이어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 감사실의 상관 이었다.

‘장관님께, 작전 끝났다고 알려드리고 안심하시라고 해. 미스 송, 수고했어, 제법이야.’

나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그 년 놈의 영상을 망막에 남기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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