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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07 354회 0건
세뇌학원 외전 1부:마루오의 경우 (1)



이곳은 아키하바라의 어느 메이드 까페. 수없이 많은 오타쿠들이 자신들의 환상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는 메이드 알바녀를 찾아서 몰려들고, 환상을 만족시켜준 댓가로 터무니 없는 폭리를 취하는 곳이다.

스즈키 마루오는 그런 오타쿠들 중 한명이었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빼빼 마른 몸매에, 여드름이 가득한 비열한 얼굴을 한 그는 오타쿠의 2대 종족인 안여돼와 안여멸 중에서 안여멸과에 속하는 자였다. 평소에는 거의 히키코모리처럼 방안에 처박혀 있는 그에게 아키하바라 외출과 메이드 까페 이용은 한달에 한번 정도 있는 청량음료와도 같은 행사였다.

그는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무시받는 인종이다. 하지만 이 곳에 오면 모두다 주인님 주인님 하면서 떠받들어 준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즐거워 올때마다 마음껏 돈을 탕진했다. 그러나 오늘은 이 메이드 까페에 앉아있어도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바로 까페 한 구석에 앉아있는 한 명의 안여돼 때문이었다.

그는 오타쿠들 중에서도 특히 못생기고 뚱뚱한 외모라서 이 가게에서도 눈에 뛰는 녀석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놀랍게도 여자를 둘이나 좌우에 끼고서 뻔뻔스럽게 이 가게에 앉아있었다. 게다가 둘다 엄청난 미인으로서 한 명은 섹시하고 지적인 인상의 글래머 여성이었고, 한명은 무척 청순하고 귀여운 스타일의 여고생이었다.

게다가 저 두 여자는 저 못생긴 오타쿠가 마치 자기들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열심히 아양을 떨면서 서비스 하는 것이 아닌가. 메이드 까페에서나 겨우 현실의 여성과 만나는 평범한 오타쿠들에게 이런 놈의 출입은 거의 테러나 다름 없었다. 마루오도 배가 아파서 못 견딜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피식 피식 웃으면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을 노골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어이 이봐. 나한테도 저 녀석처럼 입으로 파르페를 먹여줘."
"주인님. 그건 좀... 곤란합니다. 엣찌(H, 야한짓)한 것은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 하하하. 하하하."

결국 못참고 이성을 잃어버린 마루오는 한 명의 메이드 알바를 붙잡고 억지를 쓰기 시작했다. 메이드 알바는 마루오의 과도한 요구에 식은 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업무적인 웃음을 유지했다. 그 얼굴 뒤편에는 그야말로 혐오감이 가득했다. 타쿠로는 피씩 웃으면서 까페를 떠났다.

"뭐가 안된다는 거야? 난 주인님이야! 돈도 냈다고! 그 정도 서비스는 당연한 거 아냐?!"
"꺄... 꺄아악!"

마루오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당장이라도 메이드 알바를 두들겨 팰 것처럼 주먹을 쥔 손을 치켜올렸다. 메이드 알바는 그의 폭력적인 태도에 놀라 비명을 질럿다. 강한 자에게는 눈을 내리깔지만 여자나 어린아이 같은 약자에게는 강한 전형적인 오타쿠의 품성이었다.

콱!

"이러시면 안되요. 주.인.님."

그때 천장을 향해 치솟은 마루오의 손목에 갑자기 부드럽고 따듯한 손바닥의 감촉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이 가게의 넘버1메이드인 스도 마유미가 있었다. 트윈 테일로 곱게 땋은 비단결 같은 까만 흑발, 고양이처럼 도발적인 크고 예쁜 눈,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섹시한 입술, 그리고 날씬한 듯이 보이지만 의외로 상당히 볼륨이 있는 몸매. 나름대로 물이 좋기로 소문난 이 가게의 메이드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는 귀여운 미소녀였지만 절대로 호락호락해보이지는 않는 인상이었다.

마유미는 싱긋이 웃으면서도 명백히 조롱조의 태도로 단호하게 마루오의 폭력을 제지하고 있었다. 보통때의 마루오라면 이 정도 쯤에서 꼬리를 내렸겠지만, 지금의 그는 잔뜩 화가 난 상태라서 그만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뭐야?!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그리고 손목을 뿌리치려 했지만, 너무 단단히 잡혀있어서 도저히 그녀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아니, 뿌리치기는 커녕 마유미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마유미는 합기도3단에 공수도2단으로서 이 가게에서 성희롱을 하는 오타쿠들이 있으면 즉석에서 단호한 징계를 내리는 이 가게의 바운서 메이드이자 카리스마 걸이었다.

대단한 미소녀일 뿐만 아니라, 화려한 무술실력으로 변태적인 성희롱을 하려는 오타쿠를 가볍게 제압하는 그 단호한 태도가 소문에 퍼져, 은근히 이 일대에서는 그녀에 대한 ‘모에-’를 불태우는 오타쿠도 있었다. 마루오 같이 뼈에 살만 겨우 붙어있는 약골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유미는 더욱 단호한 태도로 그에게 소리쳤다.

"주인님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다른 주인님도 많이 게시니까. 폭력은 나빠요. 엣찌도 나빠요."
"맞아. 맞아. 마유미쨩을 귀찮게 하지마!"
"꺼져라. 우우!"

가게안의 여론은 수식간에 마유미 쪽으로 돌아섰다. 아무리 같은 오타쿠라고 해도 마루오 같이 생전 처음 보는 변태 녀석보다는 미소녀인 마유미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 노릇. 가게의 오타쿠들은 일제히 마루오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이... 이이익..."

화가 치솟은 반대쪽 손으로 마유미의 뺨을 때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마루오는 갑자기 가게바닥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돌진해오는 것을 보았고, 그의 코는 콘크리트 바닥에 부딧쳐 찌그러져 코피가 터졌다. 마유미가 합기도의 기술로 그의 힘을 흘리면서 바닥에 내팽겨치고 말았던 것이다. 호쾌하게 벌러덩 넘어지는 그 모습을 보고 가게 안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으.. 으아악... 피... 피다! 너너너... 감히 주인님을 쳤어! 너 같은건 메이드 실격이야!"

마루오는 코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호들갑을 떨며 마유미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하지만 마유미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천연덕스러운 태도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모래 한알 만큼의 죄책감도 비치지 않았다.

"어머나. 죄송해요. 바닥을 너무 깨끗하게 닦았나 보내요. 코뼈는 괜찮으세요? 부러지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아.. 아아아아악! 사, 사람살려!"

그녀는 휴지를 한장 뽑아다가 마루오의 코를 비틀어 버리듯이 꽉 움켜쥐었다. 아픈 코를 안 그래도 세게 비틀어버리자 마루오는 비명을 지르면서 가게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정말 코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이, 이년! 너너너... 폭행죄로 고발할테다!"
"예? 제가 무슨 폭행이요? 난 그저 바닥을 약간 깨끗하게 닦았을 뿐이고, 주.인.님.이 코피를 내니까 응급 조치를 해주려던 것 뿐인데요? 저기, 여러 주인님들~ 제가 혹시 폭행한 것을 보았나요?"
"아니야! 자기가 혼자 화끈하게 넘어져 놓구서는 마유미 쨩에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 안여멸 자식!"
"여자애라면 팬티가 보일테니까 확실히 봤겠지만, 사내자식이니까 일부러 고갤 돌렸지. 푸헤헤헤헤!"
"들었죠? 누구 이 주.인.님의 주장의 증인이 되주실분 있나요? 있으면 손. 이런, 역시나 아무도 안 드네요? 역시 위증은 폭행보다 더 나쁜 죄지요?"

마유미의 주인님이라는 말에는 명백하게 조롱이 담겨 있었다. 마루오는 얼이 확 빠졌다. 황당하게도 이 가게의 모든 인간은 거의 일방적으로 마유미의 편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메이드 알바들도 당연히 성희롱 오타쿠의 최후를 고소하다는 듯이 키득거리며 바라보고 있을 뿐. 그의 편을 들어줄 생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들은 모두 오타쿠를 은근히 혐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통쾌하게 한방 먹여준 마유미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유미는 의기양양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아.. 아아아...."

마루오는 아픈 코를 감싸쥐고 도망치듯이 메이드 까페를 빠져나갔다. 그의 등뒤쪽에서는 환성이 울려퍼졌다. 코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하지만 코 보다도 아픈 것은, 그가 마음의 위안으로 삼던 메이드 까페에서, 동지라고 생각했던 오타쿠들에게조차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마루오의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코피가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내렸다.

"우윽... 젠장. 너무해. 이 세상은 썩었어... 젠장... 젠장... 제기랄..."

그는 아키하바라 구석진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에게로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크크큭.... 이봐. 세상이 썩었다고 울고만 있으면 어쩌냐."
"으응? 너.. 너는...?"

마루오가 고개를 들어 보자 그곳에는 아까 전에 메이드 까페에 있었던 그 안여돼 오타쿠가 있었다. 여전히 그의 옆에는 두 사람의 미녀가 대동했다. 마루오는 이 녀석도 나를 놀리러 온 것인가 하고 생각하여 불쾌감이 확 치솟았다.

"아니. 난 널 놀리러 온 게 아니야. 동정해서 온 거지. 별 차이 없나? 음."
"뭐... 뭐야?"

마루오는 깜짝 놀랐다. 눈 앞의 이 안여돼 오타쿠는 자신이 방금한 생각을 마치 귀로 들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한 것이다. 마루오는 설마 우연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쯔쯔쯔. 우연이 아니야. 오타쿠 이면서 상상력이 그렇게 부족하면 안되지. 그렇지 않아?"
"이.. 이럴수가..."

상대는 마치 독심술을 쓰는 것 같았다. 마루오의 등에서는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대체 이 자는 누구란 말인가. 벌벌 떠는 마루오를 내려다보면서, 그 안여돼 오타쿠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덜덜 떨 것은 없어. 내 이름은 ‘칸자키 타쿠로’라고 한다. 그리고 이 여자는 세키코, 내 담임선생이지. 이쪽은 내 소꼽친구인 아이야. 아, 이름은 기억해둘 필요는 없다. 어차피 지금 나와 네가 나와 만난 기억은 곧 봉인해둘 테니까."
"기억을 봉인?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인간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읽고 조작하는 힘이 있지."
"무... 무슨 그럴 수가..."
"크크큭... 지금 막 만화에서만 나올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구나. 오타쿠이면서 그렇게 까지 만화를 안 믿어서야 쓰나?"

마루오는 자신의 마음을 손바닥 보듯이 읽어내고 있는 타쿠로를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동경심도 느껴졌다. 그의 좌우에 있는 여자들도 필시 이 능력을 사용해서 손에 넣은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도 본래는 너 같은 힘없는 오타쿠였기 때문에 방금 널 동정하게 되었어. 무력하고 불쌍한 오타쿠를 괴롭히는 쓰레기 같은 자식들.... 난 그 놈들도 증오하지.... 그래서 너한테 약간의 힘을 줄까 한다.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받아두는게 좋을 거다. 후후후."
"히... 힘? 당신과 같은...?"
"아니. 나와 같은 힘을 주면 내가 곤란해지잖아. 크크큭... 이 웹사이트로 들어가봐. 그곳에 가면 내가 주는 강력한 힘을 얻을수 있을 거야. 너, 아까 전의 그 메이드 알바. 엄청나게 미워했지? 강간하고 싶었지? 노예로 삼고 마음껏 학대해보고 싶었지? 거기 들어가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있게 될 거야. 네 욕망이 바라는대로."
"잠깐... 그렇게 좋은 힘이 있다면 왜 당신은 그 년을 내버려 두는 거야?"
"글세, 난 달리 바쁜 일이 많아서 말이야. 그리고 내 취향하고는 좀 거리가 멀거든. 크크크크큭..."

타쿠로는 광소를 터트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루오는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머리가 약간 멍 했다. 방금전에 무슨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머리속에서는 전혀 기억이 남아있지 않았다. 약 5분 정도의 기억이 사라진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곧 그 기억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조차 그의 머리속에서 지워져버렸다.

마루오의 손에는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가 적혀있는 메모지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그 종이를 본 순간, 마루오는 이 것을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전혀 기억할 수 없었으나 반드시 이 사이트에 접속해야 겠다는 강한 충동이 일어났다. 마루오는 메모지를 잘 감싸서 바지 주머니에 넣고 황급히 전철역으로 달려갔다.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온 마루오는 허겁지겁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즉시 메모지에 나온 주소를 타이핑 해서 사이트에 접속했다. 부팅하는 시간도,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시간도,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시간도 너무나 느려터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마루오의 방문을 확 열어젖히고 한 명의 소녀가 들어왔다.

"오빠! 내 신발 이렇게 한 거 너지?"
"어... 아아. 사... 사유리냐?"

그 소녀는 마루오의 여동생인 스즈키 사유리였다. 하지만 마루오와는 같은 유전자 풀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미소녀였다. 몸매는 군살 하나 없이 늘씬했고, 피부는 하얀 옥처럼 티하나 없이 곱고 촉촉했다.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에, 입술은 건강한 분홍빛이었으며, 콧날은 오똑하고, 갈색 눈동자가 별빛처럼 빛나는 눈은 아몬드형, 천연적인 갈색 머리카락은 한 가닥으로 묶은 포니테일로 찰랑찰랑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녀는 학교에 다니면서 늘 낙제수준의 점수를 받았던 마루오와는 달리 머리가 아주 좋아서 성적도 늘 학급에서 1위를 가볍게 고수할 정도였다. 리더쉽도 뛰어나고 아이들과의 친화력도 좋아 학급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했다. 촉망받는 수재에 미소녀... 그래서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은밀히 사모하고 있는 학교의 아이돌과 같은 그녀에게 단 한가지 흠이라면 바로 고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하고 중퇴해버린 구제불능의 오타쿠 스즈키 마루오가 그녀의 오빠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늘 사유리를 화나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항상 오빠를 부끄럽고 창피하게 생각했다. 바보같고 못생긴 오빠와 귀엽고 똑똑한 여동생이라는 식으로 비교되는 것까지도 싫어했다. 마루오와 한 묶음으로 엮이기도 한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견딜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일이었다. 오빠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닌 적도 있고, 밖에서 마루오를 아주 모르는 척 지나친 적도 수없이 많았다. 모든 면에서 완벽주의자였던 그녀는 마루오를 자신의 유일한 오점이라고 생각해서 아주 끔찍하게 싫어했던 것이다.

마루오가 학교를 중퇴하고 난 뒤에는 밖에서는 더 이상 마루오와 얽힐 일이 없어서 좋았지만, 마루오가 거의 히키코모리처럼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이상 집안에서는 얽힐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소한 일까지도 트집잡아서 화를 내곤 했다. 사유리는 자신의 구두를 마루오의 얼굴에 들이대며 소리쳤다.

"이 흙 좀 봐! 신발을 벗을때는 잘보고 벗어야지. 내 신발을 밟고 들어가면 어떡해!"
"미... 미안... 잘못했어... 닦아놓을 테니까...."

그리고 마루오는 늘 여동생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모든 면에서 자신이 여동생에 뒤진다는 것을 알 고 있었고, 부모님의 사랑도 그녀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잘 아는 일이었다. 사유리는 마루오가 순순히 고개를 숙이자 잠시 의기양양해졌다가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을 보고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저게 뭐야! 음란 사이트를 뛰우고 있잖아! 꺄악!"
"아... 아차...."

사유리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변태의 도에 통달한 오타쿠인 마루오와는 달리 그녀는 무척 순진하고 성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성격이었다. 야한 농담만 들어도 얼굴을 찌푸릴 정도였다. 포르노에 탐닉하는 마루오를 혐오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이제 됐어?"
"됐긴 뭐가 됐어? 다 봐버렸잖아! 이 변태!"
"미.. 미안해. 미안..."

마루오는 황급히 컴퓨터 모니터를 껐지만 이미 사유리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있었다. 감히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마루오에게 뭐든지 일을 시키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좋아. 내일까지 이 구두를 깨끗하게 닦아놓고, 내 운동화랑 실내화 중에 더러운게 있으니까 전부 깨끗하게 빨아놔."
"그... 그럼 용서해주겠어?"
"아니. 제대로 된 벌은 내일 생각하겠어. 각오해둬! 여동생 앞에서 성인 사이트를 본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할꺼야!"

사유리는 구두를 들고 마루오의 방에서 한시라도 있기 싫다는 듯이 황급히 밖으로 나가버렸다. 마루오는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가 여동생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이젠 슬슬 한도에 달하고 있었다.

아마 중학생 때, 사유리의 팬티를 훔쳐서 자위하던 것을 들키고 난 뒤로 그 일을 입다물어 주는 대신에 여동생을 위해 매일 학교까지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고, 그녀의 교실에 가서 청소당번인 그녀 대신 청소를 해주는 등 거의 하인같은 생활을 몇달이나 했던 것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 뒤에도 뭔가 꼬투리를 잡힌 뒤에는 주유소와 편의점의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고 월급을 몽땅 사유리의 용돈으로 가져다 바친 적도 있었고, 심지어 오타쿠에게는 피와 살과 뼈와 같은 아끼는 컬렉션을 팔아서 그녀의 입을 다물 바칠 용돈을 마련했던 적도 있었다.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밝게 대하는 탓에 스트레스가 쌓인 반동일까? 사유리는 마루오 앞에서는 완전히 악녀로 돌변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얻은 신용은 미소녀에, 공부도 잘하고, 행동도 똑부러지는 사유리가 훨씬 높았기 때문에 마루오는 도저히 그녀에게 반항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마루오는 또 다시 PC앞으로 다가가서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는 여전히 사유리를 크게 화나게 만들었던 에로 사이트가 떠있었다. 그는 속으로 그녀에게 이를 갈면서 자신에게 강한 강박관념을 가져다 준 사이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유료 컨텐츠였고, 사진이나 동영상의 모델이 모두다 S급 미녀·미소녀라는 것을 제외하면 별달리 특별할 것은 없는 사이트였다. 마루오는 자신이 왜 이런 곳에 집착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확실히 예쁜 여자들의 야한 사진과 동영상이 있어서 꼴리기는 했지만 단지 그런 이유 때문에 이렇게 서둘렀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 마루오의 손은 자연스럽게 홈페이지 우측 상단에 있는 쇼핑몰 메뉴를 눌렀다. 쇼핑몰에서는 이 사이트의 자료를 DVD화한 타이틀이 주 상품이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성인 용품들이 잔뜩 팔리고 있었다.

"어?"

그런데 성인용품들의 소개를 읽다가 마루오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전부다 터무니 없이 말도 안되는 설명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몇가지 눈에 뛰는 품목이라면....

...후타나리 페니스 밴드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사실적인 의사 페니스 밴드입니다. 볼알도 달려있고 외관이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거의 실제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밴드에는 항문 구멍이 나있어서 배설에 지장이 없습니다. 페니스에는 요도 역활을 하는 대롱이 있어서 선 채로 소변을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감각이 연장되어 이 페니스 밴드를 끼고 있으면 정말로 자지가 돋아난 것과 같은 느낌을 여성에게 제공해서 여태까지 느끼지 못했던 미지의 쾌락을 선사합니다. 사정하는 감각도 느낄수 있습니다.
주의:정말 페니스가 연장된 감각이기 때문에 통각도 그대로 재현됩니다. 일생 느낄 일이 없었단 볼알을 차지는 고통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사정감은 있지만 실제 사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위 중독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실리콘 재질이라 상시 발기 상태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착용에 주의해주세요.

...어쩐지 현대 과학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써있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감각이 연장된다니?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다른 것은 좀 더 가관이었다.

...암퇘지의 코훅
이 코훅을 하게 되면, 손을 쓸 수없고 돼지처럼 꿀꿀 우는 것만 가능합니다. 자신을 돼지라고 믿게 되고 돼지와 같은 행동을 합니다.
주의:너무 많은 음식을 먹어서 뚱뚱해지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영영 돼지로 살지 않게 코훅을 벗겨줄 만한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만 사용하세요....

괴상하다. 성인 용품 설명이라기보다는 무슨 판타지계 성인 게임의 에로틱한 마법 아이템을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루오는 피씩 피씩 웃으면서 상품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러다가 문득, 아주 강렬한 느낌이 오는 상품을 발견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이름이 붙은 약이었다. 생긴 것은 꼭 비타민 약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약에 붙은 설명이란....

...이 약품은 최면제입니다. 이 약을 먹은 여성은 그 즉시 심한 졸음이 오고 잠들게 됩니다. 사실 잠든 동안은 최면 상태이므로 귓가에 속삭여서 암시를 걸어 넣을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키스를 한번 해주면, 일어나는 즉시 암시의 내용을 실행하게 됩니다. 자세한 사용법은 설명서를 참조하세요.
주의:남성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이런 약이 있을리가 없어... 마루오의 이성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 약은 확실히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 약을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는 즉시 웹사이트를 통해 약을 주문하고, 입금을 하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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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세뇌학원을 끝낼 때 쯤에 예고했던 세뇌학원 외전입니다. 시점은 대략 5~7부 사이 정도? 일단은 4부 이후 인것은 확실합입니다만...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네가 써놓구선... ^^;;;;) 이 이야기에서 타쿠로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배후 조종자일 뿐이지요.
음 그리고 세뇌학원 외전은 세뇌학원을 쓰면서 여러가지로 메모해둔 구상이 있기 때문에, 이 마루오 편을 다 쓰고 나면 다른 구상도 쓸 예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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