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들의 눈이 내게로 향했다. 하나는 무덤덤한 눈, 그 옆에는 흥미로워 하는 눈, 나머지 하나는 적의로 가득찬 눈. 거 참, 심란하구만. 저들의 눈을 부정할 수 없는 내가 한심스럽다. 하긴 어젯밤이 조금 격렬하긴 했지만서도.
"손이... 아주 빠르십니다?"
건방진 공작놈이 말했다. 손이 빠르다? 아디가 빠르다는 거냐. 노예 삼은 당일도 아니고 다음날에서야 취했는데.
네르세린은 내 눈이 향한 상대를 보고는 놀라고 있었다.
"아... 할아버님..."
도끼눈을 치켜뜨고 나를 째려보던 네르세린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하는 짓을 보아하니 제 할애비라는 놈에게 어떻게든 얼굴을 안 보이려는 것 같은데, 인간의 행동패턴 중 하나라는 것이 기억났다.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친했던 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하던가. 분명히 그랫던 것 같다.
나는 네르세린의 모습을 보고는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이 노예가 된 것이 그렇게까지 부끄러운 일인가? 내게 거둬진 것이 그렇게도 면목 없는 일인 것일까? 인간들의 행동패턴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지만, 도무지 거기에 깔린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가 없다.
"6황녀 마마. 어찌 존귀하신 마마께오서 노예 따위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놈은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는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아니, 도대체 왜? 존귀하신 몸이면 지고하신 분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는 거냐? 사실 드래곤 앞에서 인간의 신분 따위가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이냐. 인간이기만 하다면 그게 노예든 황족이든 드래곤 앞에서는 별다를 것도 없거늘.
저놈이 하는 말보다 더 화나는 것은 네르세린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는 거다. 긍정하는가? 자신이 노예 따위가 된 것에 절망하고 있는가? 그래서 제 할애비가 말해주는 어이 없는 말에 스스로를 동정하는 것인가!
"네르세린."
네르세린은 내가 불렀는데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부르는 것을 들은 기색이 보여 일단 말했다. 어제부터 계속 생각해온 것을.
"원한다면 노예가 되겠다던 맹세는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
내 말에 네르세린은 크게 놀랐다. 네르세린 뿐만이 아니라 방 안에 있던 공작 3명과 라이아까지도 놀랐다. 내 말이 진심인지 의심하는 모양인데, 분명히 말해 나는 진심이다. 겉모습도 마음에 들고 세르네린과 자매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노예 삼기에는 아무래도 문제가 많다. 차라리 7황녀였나 하는 휴린 또래의 여자애로 바꿔서 같이 키우기라도 하면 기분 만큼은 차라리 낫겠다.
"너 대신 7황녀를 노예 삼으면 되니 나로서는 아쉬울 것도 없지."
"그럼 언니는요?"
욕심도 많지, 설마 내가 세르네린까지 풀어주려고 생각하는 건가?
"너 혼자다. 네르세린, 욕심 많은 아이야."
네르세린은 무안한지 다시 고개를 수그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네르세린이 마음에 든다. 성격도 약간 문제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나름대로 지낼 만은 하고, 생긴 거야 성노 삼기에는 전혀 하자 없는 훌륭한 몸이다. 풀러주려니 아깝긴 하다. 아쉬울 것도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7황녀 그 꼬맹이가 네르세린 만큼 자란다면 또 모를까, 지금 당장 노예 삼기에 네르세린보다 나을 리가 있나.
그러나 나는 태연히 휴린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독촉했다.
"결정하거라."
네르세린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저 망설임 자체가 나로서는 짜증이 난다. 상식적으로 망설일 필요가 없는 일인데 왜 고심하는가. 내게서 그렇게나 떠나고 싶더냐?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그렇게도 힘들더냐? 7황녀를 대신 희생시킬 정도로 이기적인 인간이더냐?
"네르세린... 안 돼..."
세르네린이 힘겹게 동생을 부르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의 대화, 들었겠지? 고통에 제정신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못 들었을 리는 없나.
"우리, 여기서 같이 살아... 응?"
"언니..."
네르세린이 측은한 눈으로 제 언니를 바라보았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인지 어렴풋이는 이해할 수 있다. 세르네린은 이미 내 노예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네르세린은 맹세까지 한 주제에 아직도 자각이 없다. 그 차이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네르세린이 이미 길들여져버린 세르네린을 동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구해졌잖아? 우리까지 당할뻔 했는데, 구해졌잖아?"
맞다. 내가 구해줬지. 둘 뿐만이 아니라 그놈한테 겁간당하고 있던 여자들 모두를 내가 구해주었지.
"하지만 언니, 노예잖아. 여기 있으면 우린 노예잖아."
역시 그게 문제였던 거냐. 단지 "노예"라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나 망설였던 것이냐. 진짜 노예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차마 노예라고는 말 못할 생활을 하는 주제에, 노예로 남는 것이 싫어서 떠나기를 갈망했던 것이냐!
"네르세린. 난 내가 노예가 됨으로써 제국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아니, 이미 했어."
세르네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흘긋 훔쳐봤다. 저것이 무슨 의미의 눈치인지 알만하다. 제국을 구한다, 자신의 주인이 된 내게서. 드래곤의 분노로부터 제국을 지키기 위해 드래곤의 노예가 된다, 글쎄. 누구도 알아주진 않겠다만. 아니, 이제 적어도 공작 늙은이들이라면 알아줄만은 하려나.
"맹세, 너도 했잖아? 응? 그러니까... 가지 마..."
세르네린이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녀는 네르세린이 떠날까 못내 불안했던 모양이다. 헤픈 눈물을 흘려가며 동생의 손을 꼭 붙들고 놓지 않았다. 언니의 그런 모습에 감화라도 된 것인지, 네르세린은 착잡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언니... 나, 안 갈게. 언니랑 같이 살 테니까, 울지 마..."
네르세린이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을 확인하듯, 그리고 내게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이 단호히 말했다.
"나... 이대로 괜찮아요. 안 떠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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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는 너무 짧아서(3KB도 되지 않았습니다) 두편씩 묶었습니다만
이젠 충분히 길기 때문에(4KB 정도씩은 다 넘어갑니다) 한편씩 올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 글은 조아라에서 퍼온 것이 아닙니다. 제가 조아라에 올리는 그놈입니다;;;
"손이... 아주 빠르십니다?"
건방진 공작놈이 말했다. 손이 빠르다? 아디가 빠르다는 거냐. 노예 삼은 당일도 아니고 다음날에서야 취했는데.
네르세린은 내 눈이 향한 상대를 보고는 놀라고 있었다.
"아... 할아버님..."
도끼눈을 치켜뜨고 나를 째려보던 네르세린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하는 짓을 보아하니 제 할애비라는 놈에게 어떻게든 얼굴을 안 보이려는 것 같은데, 인간의 행동패턴 중 하나라는 것이 기억났다.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친했던 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하던가. 분명히 그랫던 것 같다.
나는 네르세린의 모습을 보고는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이 노예가 된 것이 그렇게까지 부끄러운 일인가? 내게 거둬진 것이 그렇게도 면목 없는 일인 것일까? 인간들의 행동패턴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지만, 도무지 거기에 깔린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가 없다.
"6황녀 마마. 어찌 존귀하신 마마께오서 노예 따위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놈은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는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아니, 도대체 왜? 존귀하신 몸이면 지고하신 분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는 거냐? 사실 드래곤 앞에서 인간의 신분 따위가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이냐. 인간이기만 하다면 그게 노예든 황족이든 드래곤 앞에서는 별다를 것도 없거늘.
저놈이 하는 말보다 더 화나는 것은 네르세린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는 거다. 긍정하는가? 자신이 노예 따위가 된 것에 절망하고 있는가? 그래서 제 할애비가 말해주는 어이 없는 말에 스스로를 동정하는 것인가!
"네르세린."
네르세린은 내가 불렀는데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부르는 것을 들은 기색이 보여 일단 말했다. 어제부터 계속 생각해온 것을.
"원한다면 노예가 되겠다던 맹세는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
내 말에 네르세린은 크게 놀랐다. 네르세린 뿐만이 아니라 방 안에 있던 공작 3명과 라이아까지도 놀랐다. 내 말이 진심인지 의심하는 모양인데, 분명히 말해 나는 진심이다. 겉모습도 마음에 들고 세르네린과 자매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노예 삼기에는 아무래도 문제가 많다. 차라리 7황녀였나 하는 휴린 또래의 여자애로 바꿔서 같이 키우기라도 하면 기분 만큼은 차라리 낫겠다.
"너 대신 7황녀를 노예 삼으면 되니 나로서는 아쉬울 것도 없지."
"그럼 언니는요?"
욕심도 많지, 설마 내가 세르네린까지 풀어주려고 생각하는 건가?
"너 혼자다. 네르세린, 욕심 많은 아이야."
네르세린은 무안한지 다시 고개를 수그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네르세린이 마음에 든다. 성격도 약간 문제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나름대로 지낼 만은 하고, 생긴 거야 성노 삼기에는 전혀 하자 없는 훌륭한 몸이다. 풀러주려니 아깝긴 하다. 아쉬울 것도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7황녀 그 꼬맹이가 네르세린 만큼 자란다면 또 모를까, 지금 당장 노예 삼기에 네르세린보다 나을 리가 있나.
그러나 나는 태연히 휴린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독촉했다.
"결정하거라."
네르세린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저 망설임 자체가 나로서는 짜증이 난다. 상식적으로 망설일 필요가 없는 일인데 왜 고심하는가. 내게서 그렇게나 떠나고 싶더냐?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그렇게도 힘들더냐? 7황녀를 대신 희생시킬 정도로 이기적인 인간이더냐?
"네르세린... 안 돼..."
세르네린이 힘겹게 동생을 부르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의 대화, 들었겠지? 고통에 제정신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못 들었을 리는 없나.
"우리, 여기서 같이 살아... 응?"
"언니..."
네르세린이 측은한 눈으로 제 언니를 바라보았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인지 어렴풋이는 이해할 수 있다. 세르네린은 이미 내 노예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네르세린은 맹세까지 한 주제에 아직도 자각이 없다. 그 차이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네르세린이 이미 길들여져버린 세르네린을 동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구해졌잖아? 우리까지 당할뻔 했는데, 구해졌잖아?"
맞다. 내가 구해줬지. 둘 뿐만이 아니라 그놈한테 겁간당하고 있던 여자들 모두를 내가 구해주었지.
"하지만 언니, 노예잖아. 여기 있으면 우린 노예잖아."
역시 그게 문제였던 거냐. 단지 "노예"라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나 망설였던 것이냐. 진짜 노예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차마 노예라고는 말 못할 생활을 하는 주제에, 노예로 남는 것이 싫어서 떠나기를 갈망했던 것이냐!
"네르세린. 난 내가 노예가 됨으로써 제국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아니, 이미 했어."
세르네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흘긋 훔쳐봤다. 저것이 무슨 의미의 눈치인지 알만하다. 제국을 구한다, 자신의 주인이 된 내게서. 드래곤의 분노로부터 제국을 지키기 위해 드래곤의 노예가 된다, 글쎄. 누구도 알아주진 않겠다만. 아니, 이제 적어도 공작 늙은이들이라면 알아줄만은 하려나.
"맹세, 너도 했잖아? 응? 그러니까... 가지 마..."
세르네린이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녀는 네르세린이 떠날까 못내 불안했던 모양이다. 헤픈 눈물을 흘려가며 동생의 손을 꼭 붙들고 놓지 않았다. 언니의 그런 모습에 감화라도 된 것인지, 네르세린은 착잡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언니... 나, 안 갈게. 언니랑 같이 살 테니까, 울지 마..."
네르세린이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을 확인하듯, 그리고 내게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이 단호히 말했다.
"나... 이대로 괜찮아요. 안 떠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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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는 너무 짧아서(3KB도 되지 않았습니다) 두편씩 묶었습니다만
이젠 충분히 길기 때문에(4KB 정도씩은 다 넘어갑니다) 한편씩 올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 글은 조아라에서 퍼온 것이 아닙니다. 제가 조아라에 올리는 그놈입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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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9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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