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망연자실하여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간(奸)이라, 그것도 혈육을 간음함이라. 어떻게 보면 불쌍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나는 더 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재미있으니까.
"그대의 둘째 부인은 특히나 가관이지. 황제의 아내이면서 저놈의 애까지 가졌으니. 그리고... 흐음... 거기 너, 너. 저놈의 정액 냄새가 진동한다."
누구를 가리키는지 보이지도 않을 상황인데 3황녀와 5황녀가 움찔거렸다. 그 둘은 황태자의 아이를 가진 후궁의 딸이다. 친자매를 함께 간음하다니, 이 정도면 패륜도 수준급을 넘어간다. 근친상간만 아니었다면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그럴..."
"그럴 리 없다고?"
황제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기가 막혀서가 분명할 것이고. 그러나 그 일이 폭로되기도 전에 황후부터 시작해서 황족들 전원이 넙죽 엎드렸으니 기가 막혀도 한참 막힌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나만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황제를 다그쳤다.
"다른 건 됐고, 선택을 하란 말이다, 황제. 3가지 제시한 것이 있지 않은가."
"크으... 차, 참..."
황제가 "참수"라는 말을 꺼내려 하자 황태자가 크게 놀라 소리쳤다.
"폐하! 제발!"
"시끄럽다! 당장 이 자리에서 베어버리고 싶거늘!"
황제의 분노는 대단했다. 어찌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자신의 부인이며 딸들이 모조리 아들과 간음했다는데. 게다가 제1 후궁은 황태자의 애까지 가졌단다. 그걸 낳아놓고는 자신의 아이라고 기뻐할 뻔하지 않았느냔 말이다. 드래곤이야 부인이 낳은 새끼가 자기 새끼든 자기 아들의 새끼든 별로 신경도 안 쓴다지만, 인간은 그렇지가 않다.
하지만 별로 신경쓸 것은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애 가진 후궁과 황태자는 혈연적으로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나? 드래곤이라면 이런 상황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을 것인데. 역시 인간은 재미있다. 드래곤과 많이 달라서 말이다.
"아들인데도 죽이고 싶단 말인가?"
"저놈이 어딜 봐서 아들이란 말입니까! 큭!"
황제가 크게 소리치고는 스스로 놀라 목소리를 죽였다. 아무리 흥분했다고는 하더라도 감히 소리를 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퍼뜩 깨닫고 만 것 같다. 곧바로 사과가 이어졌으니까.
"죄,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하여 그만..."
"아아, 괜찮다. 그대는 인간이지 않은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헤아려주시니 감사드릴 뿐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을 빙 돌아 황태자에게로 다가갔다. 공포와 증오가 반씩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황태자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주었다.
"황제, 내게 맡기지 않겠는가? 기어이 죽일 생각이라면 좋은 방법이 있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고통 없이 죽여서는 아니 됩니다!"
고통 없이 죽여서는 안 된다? 큭큭, 좋다. 정말로 재미있어서 웃지 않고 견딜 도리가 없다. 좋다, 정말 최고의 고통을 줄 좋은 방법이 있지.
"폐하, 제발, 제발..."
황태자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애원한다.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풀어줬더니 살려달라는 말부터 하고 있다. 이제야 드래곤 무서운 줄을 알았는가? 죽게 되니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아졌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늦어버렸단 말이다. 내가 네놈의 목소리를 풀어준 것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라는 뜻이다!
- 마계의 창녀여, 이놈을 말려죽여라.
황태자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는 언령을 말했다. 그 순간 황태자가 대번 허리를 꺾으며 헛바람 소리를 냈다. 마계의 창녀가 정신에 침투한 것이다.
"허어억!"
드래곤만의 위엄이 서린 명령이다. 한낱 인간이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령이 황태자에게 먹혀들었다.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만이 남았다.
황태자는 자신의 성기를 두 손으로 붙잡고는 신음소리만 냈다. 몸에 착 붙은 옷의 가운데가 손으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인간 치고는 꽤나 큰 물건이다. 하긴 힘이 남아 돌았으니 무려 7명을 범할 수 있었겠지. 그것도 저 나이에.
"크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그가 쓰러졌다. 순식간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두 궁금해하는 눈치지만, 곧 깨달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황태자의 바지가 점점 젖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풍기는 정액의 비린내와 함께.
"큭큭, 언제고 한 번은 써보고 싶었다. 정(精)이 고갈되어 죽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거든."
그것이 "말려 죽인다"라는 것이다. 서큐버스라면 잘 해줄 것이다. 밤새 마계의 창녀와 정사를 치르다 보면 인간 남자 정도는 순식간에 말라 죽는다. 고통스러울지 즐거울지는 잘 모르겠다만.
"흐아아아!"
"네놈의 사인은 복상사다. 최고의 여자를 붙여줬으니."
나는 발길을 돌렸다. 굳이 저걸 계속 볼 필요는 없으니까. 남자놈이 쾌감에 몸부림치는 장면 따위, 한 때의 즐거움으로 족하다. 계속 봐서 눈을 오염시킬 정도의 가치는 없는 것이다.
내 뒤를 정신을 차린 세르네린과 네르세린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안타깝긴 하다. 저 황녀들, 처녀이기만 했다면 다 합격선인 것을. 이대로라면 자칫 황제가 그녀들을 내칠까 두려워졌다. 내 손에 들어오든 아니든간에, 어쨌든 눈이 즐거운 일이 사라지게 해서야 좋을 것 없지 않은가.
"황제. 제 어미까지 범한 놈이다. 그런 놈과 좋아서 놀아날 여자가 어디에 있겠나? 필시 강제였을 터, 용서하라."
황제를 향한 충고를 마치고, 나는 문 양쪽에서 긴장한 채로 서있는 기사들에게 황태자를 가리켜보였다.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이다. 그리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세르네린이 황태자를 불쌍한 눈으로 돌아보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황태자는 수십회의 사정 끝에 비쩍 마른 고목과 같은 모습으로 숨을 거두었다. 황궁 지하의 감옥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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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어요?"
네르세린이 물었다. 이 당돌한 아이는 소심한 언니와는 다르게 주인님에게 질문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버릇을 고쳐야 한다. 안 하면 라이아처럼 되고 말 게 뻔하다.
"뭘 말하는 거지?"
"아까 그거 말예요. 왜, 그... 저기..."
네르세린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얼굴을 확 붉혔다. 아무리 당돌하다고는 해도 남녀간의 불쾌한 일을 묻기에는 부끄러움이 이는 것이다, 이 어린 숙녀는. 그 귀여운 모습에 나는 작게 웃고 말았다. 아아, 정말이지 귀엽다, 귀여워.
"네르세린, 나는 네 주인이다."
"알아요. 새삼스럽게 그건 왜..."
"노예가 주인이 하는 일을 궁금해 할 필요가 있나?"
네르세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건 맞는 말이다. 원래의 신분이야 어쨌든, 그녀는 지금 노예다. 주인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일체 토를 달 수도 없고, 의문을 가져서도 안 되며, 그 일 자체를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황실에서도 교육이란 건 하니까.
내 목소리가 너무 엄했을까? 네르세린은 바로 울상을 지었다.
"됐다. 울지 마라. 너나 네 언니나 별다를 것도 없구나."
소심한 면에서 말이다. 하긴, 그 편이 더 귀엽다. 적당히 울 줄도 알고, 부끄러워 할 줄도 알고, 적당히 앙탈부리는 맛도 있는 것이 좋다. 적어도 내 노예라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아는 실격이다. 라이아는 나를 주인님이 아니라 애인 정도로 생각하는 눈치다. 으음, 곤란한데.
"사실 그리 신경쓰고 있던 건 아니었다. 물론 네 언니들이 처녀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만, 어쩌다 그리 된 것인지까지는 관심이 없었지."
"그런데 어떻게..."
우물쭈물하던 세르네린이 물어왔다. 2살이나 많은 주제에 동생보다 더 귀여운 모습이다. 말을 하려다가 급히 스스로 입을 막는 모습이 재미있다. 좀전의 네르세린에게서 본 것이 있으니.
"그놈이 감히 내것을 탐냈거든."
"에?"
둘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었나?
"잊었나? 그놈은 너희들의 어미까지 범했단 말이다. 너희를 노릴 거란 생각은 안 드나?"
"아... 어마마마까지..."
세르네린이 그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울상을 지었다. 제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쩌면 저리도 갸륵할 수가, 역시나 착하디 착한 아이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가녀린 모습이긴 하지만, 아무리 착하고 어여쁘다 하여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 말이다.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응?"
역시나 네르세린은 꽤 눈치가 빠르다. 제 언니보단 조금 약았다고 해야 할지, 덜 착하다고 해야 할지. 어미가 강제로 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제 몸을 더 챙긴다.
"잘못됐으면 우리까지 당할뻔 했다는 거야."
세르네린은 그제서야 나로 인해 구원받았음을 깨닫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노예가 주인님과 눈을 마주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드래곤 중에서는 가장 선량하다는 실버 드래곤의 후예가 노예를 그렇게 다뤄서야 쓰겠나.
"하지만, 저기..."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봐라. 들어 주마."
"어차피 범해진다는 사실은 똑같잖아요..."
이런 제기! 주인님에게 감사하는 게 아니었단 말이냐!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그런 상변태에게 강간당하는 걸 내 부드러운 섹스와 똑같이 생각할 수가 있다니! 아직 경험이 없어서인지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다. 대체 누가 섹스를 "범한다"라고 표현한단 말이냐!
"틀려!"
"네? 틀려요?"
네르세린이 반문했다. 얘가 그나마 세르네린보단 눈치도 있고 성격도 활달하다 싶긴 하지만, 역시나 이런 쪽의 지식은 전무한 모양이다.
"틀려. 그놈은 자기 마음대로 강간하고, 나는 상대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통정한다."
"결국 범한다는 것에서는 똑같네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괜시리 열이 솟는다. 아니, 얘네는 섹스한다와 범한다가 동의어라고 알고 있기라도 한 건가? 노예에게 설명까지 해주는 주인님의 수고를 무색하게 만드는 짓을 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별 수 없다, 별 수 없어.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보여주는 것!
"좋다. 그럼 이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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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둘째 부인은 특히나 가관이지. 황제의 아내이면서 저놈의 애까지 가졌으니. 그리고... 흐음... 거기 너, 너. 저놈의 정액 냄새가 진동한다."
누구를 가리키는지 보이지도 않을 상황인데 3황녀와 5황녀가 움찔거렸다. 그 둘은 황태자의 아이를 가진 후궁의 딸이다. 친자매를 함께 간음하다니, 이 정도면 패륜도 수준급을 넘어간다. 근친상간만 아니었다면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그럴..."
"그럴 리 없다고?"
황제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기가 막혀서가 분명할 것이고. 그러나 그 일이 폭로되기도 전에 황후부터 시작해서 황족들 전원이 넙죽 엎드렸으니 기가 막혀도 한참 막힌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나만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황제를 다그쳤다.
"다른 건 됐고, 선택을 하란 말이다, 황제. 3가지 제시한 것이 있지 않은가."
"크으... 차, 참..."
황제가 "참수"라는 말을 꺼내려 하자 황태자가 크게 놀라 소리쳤다.
"폐하! 제발!"
"시끄럽다! 당장 이 자리에서 베어버리고 싶거늘!"
황제의 분노는 대단했다. 어찌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자신의 부인이며 딸들이 모조리 아들과 간음했다는데. 게다가 제1 후궁은 황태자의 애까지 가졌단다. 그걸 낳아놓고는 자신의 아이라고 기뻐할 뻔하지 않았느냔 말이다. 드래곤이야 부인이 낳은 새끼가 자기 새끼든 자기 아들의 새끼든 별로 신경도 안 쓴다지만, 인간은 그렇지가 않다.
하지만 별로 신경쓸 것은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애 가진 후궁과 황태자는 혈연적으로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나? 드래곤이라면 이런 상황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을 것인데. 역시 인간은 재미있다. 드래곤과 많이 달라서 말이다.
"아들인데도 죽이고 싶단 말인가?"
"저놈이 어딜 봐서 아들이란 말입니까! 큭!"
황제가 크게 소리치고는 스스로 놀라 목소리를 죽였다. 아무리 흥분했다고는 하더라도 감히 소리를 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퍼뜩 깨닫고 만 것 같다. 곧바로 사과가 이어졌으니까.
"죄,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하여 그만..."
"아아, 괜찮다. 그대는 인간이지 않은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헤아려주시니 감사드릴 뿐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을 빙 돌아 황태자에게로 다가갔다. 공포와 증오가 반씩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황태자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주었다.
"황제, 내게 맡기지 않겠는가? 기어이 죽일 생각이라면 좋은 방법이 있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고통 없이 죽여서는 아니 됩니다!"
고통 없이 죽여서는 안 된다? 큭큭, 좋다. 정말로 재미있어서 웃지 않고 견딜 도리가 없다. 좋다, 정말 최고의 고통을 줄 좋은 방법이 있지.
"폐하, 제발, 제발..."
황태자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애원한다.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풀어줬더니 살려달라는 말부터 하고 있다. 이제야 드래곤 무서운 줄을 알았는가? 죽게 되니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아졌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늦어버렸단 말이다. 내가 네놈의 목소리를 풀어준 것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라는 뜻이다!
- 마계의 창녀여, 이놈을 말려죽여라.
황태자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는 언령을 말했다. 그 순간 황태자가 대번 허리를 꺾으며 헛바람 소리를 냈다. 마계의 창녀가 정신에 침투한 것이다.
"허어억!"
드래곤만의 위엄이 서린 명령이다. 한낱 인간이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령이 황태자에게 먹혀들었다.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만이 남았다.
황태자는 자신의 성기를 두 손으로 붙잡고는 신음소리만 냈다. 몸에 착 붙은 옷의 가운데가 손으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인간 치고는 꽤나 큰 물건이다. 하긴 힘이 남아 돌았으니 무려 7명을 범할 수 있었겠지. 그것도 저 나이에.
"크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그가 쓰러졌다. 순식간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두 궁금해하는 눈치지만, 곧 깨달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황태자의 바지가 점점 젖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풍기는 정액의 비린내와 함께.
"큭큭, 언제고 한 번은 써보고 싶었다. 정(精)이 고갈되어 죽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거든."
그것이 "말려 죽인다"라는 것이다. 서큐버스라면 잘 해줄 것이다. 밤새 마계의 창녀와 정사를 치르다 보면 인간 남자 정도는 순식간에 말라 죽는다. 고통스러울지 즐거울지는 잘 모르겠다만.
"흐아아아!"
"네놈의 사인은 복상사다. 최고의 여자를 붙여줬으니."
나는 발길을 돌렸다. 굳이 저걸 계속 볼 필요는 없으니까. 남자놈이 쾌감에 몸부림치는 장면 따위, 한 때의 즐거움으로 족하다. 계속 봐서 눈을 오염시킬 정도의 가치는 없는 것이다.
내 뒤를 정신을 차린 세르네린과 네르세린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안타깝긴 하다. 저 황녀들, 처녀이기만 했다면 다 합격선인 것을. 이대로라면 자칫 황제가 그녀들을 내칠까 두려워졌다. 내 손에 들어오든 아니든간에, 어쨌든 눈이 즐거운 일이 사라지게 해서야 좋을 것 없지 않은가.
"황제. 제 어미까지 범한 놈이다. 그런 놈과 좋아서 놀아날 여자가 어디에 있겠나? 필시 강제였을 터, 용서하라."
황제를 향한 충고를 마치고, 나는 문 양쪽에서 긴장한 채로 서있는 기사들에게 황태자를 가리켜보였다.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이다. 그리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세르네린이 황태자를 불쌍한 눈으로 돌아보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황태자는 수십회의 사정 끝에 비쩍 마른 고목과 같은 모습으로 숨을 거두었다. 황궁 지하의 감옥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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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어요?"
네르세린이 물었다. 이 당돌한 아이는 소심한 언니와는 다르게 주인님에게 질문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버릇을 고쳐야 한다. 안 하면 라이아처럼 되고 말 게 뻔하다.
"뭘 말하는 거지?"
"아까 그거 말예요. 왜, 그... 저기..."
네르세린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얼굴을 확 붉혔다. 아무리 당돌하다고는 해도 남녀간의 불쾌한 일을 묻기에는 부끄러움이 이는 것이다, 이 어린 숙녀는. 그 귀여운 모습에 나는 작게 웃고 말았다. 아아, 정말이지 귀엽다, 귀여워.
"네르세린, 나는 네 주인이다."
"알아요. 새삼스럽게 그건 왜..."
"노예가 주인이 하는 일을 궁금해 할 필요가 있나?"
네르세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건 맞는 말이다. 원래의 신분이야 어쨌든, 그녀는 지금 노예다. 주인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일체 토를 달 수도 없고, 의문을 가져서도 안 되며, 그 일 자체를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황실에서도 교육이란 건 하니까.
내 목소리가 너무 엄했을까? 네르세린은 바로 울상을 지었다.
"됐다. 울지 마라. 너나 네 언니나 별다를 것도 없구나."
소심한 면에서 말이다. 하긴, 그 편이 더 귀엽다. 적당히 울 줄도 알고, 부끄러워 할 줄도 알고, 적당히 앙탈부리는 맛도 있는 것이 좋다. 적어도 내 노예라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아는 실격이다. 라이아는 나를 주인님이 아니라 애인 정도로 생각하는 눈치다. 으음, 곤란한데.
"사실 그리 신경쓰고 있던 건 아니었다. 물론 네 언니들이 처녀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만, 어쩌다 그리 된 것인지까지는 관심이 없었지."
"그런데 어떻게..."
우물쭈물하던 세르네린이 물어왔다. 2살이나 많은 주제에 동생보다 더 귀여운 모습이다. 말을 하려다가 급히 스스로 입을 막는 모습이 재미있다. 좀전의 네르세린에게서 본 것이 있으니.
"그놈이 감히 내것을 탐냈거든."
"에?"
둘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었나?
"잊었나? 그놈은 너희들의 어미까지 범했단 말이다. 너희를 노릴 거란 생각은 안 드나?"
"아... 어마마마까지..."
세르네린이 그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울상을 지었다. 제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쩌면 저리도 갸륵할 수가, 역시나 착하디 착한 아이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가녀린 모습이긴 하지만, 아무리 착하고 어여쁘다 하여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 말이다.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응?"
역시나 네르세린은 꽤 눈치가 빠르다. 제 언니보단 조금 약았다고 해야 할지, 덜 착하다고 해야 할지. 어미가 강제로 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제 몸을 더 챙긴다.
"잘못됐으면 우리까지 당할뻔 했다는 거야."
세르네린은 그제서야 나로 인해 구원받았음을 깨닫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노예가 주인님과 눈을 마주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드래곤 중에서는 가장 선량하다는 실버 드래곤의 후예가 노예를 그렇게 다뤄서야 쓰겠나.
"하지만, 저기..."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봐라. 들어 주마."
"어차피 범해진다는 사실은 똑같잖아요..."
이런 제기! 주인님에게 감사하는 게 아니었단 말이냐!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그런 상변태에게 강간당하는 걸 내 부드러운 섹스와 똑같이 생각할 수가 있다니! 아직 경험이 없어서인지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다. 대체 누가 섹스를 "범한다"라고 표현한단 말이냐!
"틀려!"
"네? 틀려요?"
네르세린이 반문했다. 얘가 그나마 세르네린보단 눈치도 있고 성격도 활달하다 싶긴 하지만, 역시나 이런 쪽의 지식은 전무한 모양이다.
"틀려. 그놈은 자기 마음대로 강간하고, 나는 상대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통정한다."
"결국 범한다는 것에서는 똑같네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괜시리 열이 솟는다. 아니, 얘네는 섹스한다와 범한다가 동의어라고 알고 있기라도 한 건가? 노예에게 설명까지 해주는 주인님의 수고를 무색하게 만드는 짓을 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별 수 없다, 별 수 없어.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보여주는 것!
"좋다. 그럼 이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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