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릭 후작령에 있게 된 지 한달이 지났을 무렵,도적들을 토벌하기 위하여 칠흑색 갑주에 사자의 머리 모양인 투구를 장착한 리처드는 자신의 앞에 놓인 검을 바라 보았다.
무게 중심이 그립 부위에 잘 잡혀져 있는 바스타드 소드이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린 채 검을 들고 이리저리 휘둘러 본 리처드는 혀를 차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온실 속에서 검만 휘둘러 본 계집년이 무슨 전투를 벌이겠다고...쯧."
리처드의 말에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기사들 중 하나인 엘레노아는 미간을 팍 찌푸리고 발걸음을 빠르게 하여 리처드의 옆에 나란히 걸으며 말하였다.
"베아스트 가문을 멸문했다고 한들,너보다 강한 이가 이 대륙에 넘쳐 흐를 정도로 많아!고작 도적놈들을 토벌하러 가는 것 뿐이니 기고만장해있지 말라고!"
관리를 안하는 듯 치렁치렁한 금발을 뒤로 쓸어넘기며 리처드의 말을 맞받아친 엘레노아는 은백색의 갑주에 T자로 홈이 파여져 있는 투구를 눌러 썼다.
그런 둘 중 리처드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사들은 일전에 윈드릭 후작과 함께 온 리처드가 한 말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이 몸의 이름은 리처드.너희같은 잔챙이에게 볼 일은 없으니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후작을 통해 말을 전하도록."
시종일관 건방진 태도로 있는 리처드는 도적 따위를 처리하는데 자신이 나선다는 사실이 못마땅하였지만 윈드릭 후작에게는 도적 따위는 자신이 싸그리 없애 버리겠다고 호탕하게 맥주잔을 기울이며 말을 했었기에 빠져 나갈 수 없었다.
100명의 보병들과 자신을 포함한 8명의 기사와 함께 후작령을 벗어난 리처드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한가지 사실을 곰씹어 보았다.
"어째서 후작 씩이나 되는 녀석이 병력 수가 왜 이렇게 없는거야...?이렇게 되면 귀찮게 내가 나설 일이 많아질텐데..."
뭐,아무래도 상관없나라는 생각을 끝으로 어깨를 으쓱인 리처드는 도적들이 곧잘 출몰한다는 페리트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격을 통하여 확실한 토벌을 하기 위해 말에 시승한 기사들은 일렬횡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얼마 가지 못하여 나타난 도적들의 모습에 리처드는 헛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뭐야?이 멍청한 새끼들은..."
"일기토를 신청한다!명예를 아는 기사라면 당연히 받아 들이겠지?"
도적들의 두목으로 보이는 대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이 특징인 우락부락한 중년의 남성이 워액스를 양 손에 쥔 채 수십여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그 말에 몇몇 기사들이 반응하여 무어라 말을 하려던 찰나 리처드는 코웃음치며 도적단의 두목에게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고 말하였다.
"하?몬스터에게서 몸을 지키지 못하는 너희들을 보호해주는 명목으로 받는 세금을 내기 싫어서 도망쳐 나온 거지 나부랭이들이 감히 준귀족에 해당하는 기사에게 뭐라도 되는 마냥 일기토를 하자는거냐?"
"명예도 없는건가...!"
"명예 들먹이지마라.나는 좆도 관심없고,너희같이 잔챙이 따위를 상대로 발걸음을 옮겨준 것 만으로 감사하며 목이나 내밀어라."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차서 앞으로 돌진한 리처드는 바스타드 소드를 크게 휘둘렀고,그런 리처드의 돌격에 도적들은 혼비백산하여 이리저리 움직였다.
리처드의 행동을 본 다른 기사들 역시 그를 따라서 도적들을 향해 말을 돌진시켰고,기사들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은 넓게 흩어져 도적들을 둘러싸려고 노력하였다.
리처드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도적이 한둘씩 죽어 나가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도적단의 두목은 워액스를 크게 휘둘러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던 한 기사의 말의 다리를 베어 내었다.
"히히이잉-!"
길게 울부짖으며 제자리에서 볼품없이 고꾸라진 말의 위에 타고 있던 엘레노아는 재빠르게 낙법을 취하여 적은 충격을 받았고,자신에게 워액스를 휘두르는 두목을 보고 황급히 왼 팔목에 장착한 버클러를 들어 올렸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팔이 저릿해져 오는 것을 느낀 엘레노아는 이어지는 공격에 재빠르게 옆으로 구르며 검을 휘둘렀다.
그런 엘레노아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낸 두목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워액스를 크게 휘둘러 접근하지 못하게 한 뒤 엘레노아를 중점으로 공격을 시도하였다.
그 때 엘레노아가 고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다른 기사들이 그녀를 돕기 위해 두목을 향해 돌격하였다.
그런 기사들의 행동을 눈치챈 두목은 엘레노아를 향해 워액스를 크게 들어 올렸다가 힘껏 내리쳤고,저 것을 막아도 그대로 자신을 찍어 누를 것 같은 기세에 황급히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해낸 엘레노아는 자신의 옆구리를 발로 찬 두목의 공격에 몇번 나뒹굴어 나무에 부딪치게 되었다.
"커억!"
워액스를 자연스럽게 휘두르며 기사들의 합공을 막아내는 두목의 실력에 윈드릭의 병사들의 사기가 낮아졌지만,그런 그 들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 리처드는 이미 자신에게 도망치고 있는 도적을 향해 근처에 떨어진 검을 내던져 등을 맞추고 고삐를 비틀어 한껏 위용을 펼치고 있는 두목에게 다가갔다.
지척에 다다르자 말에서 뛰어내린 리처드는 그 기세와 함께 두목을 향해 검을 내리 찍었다.
"흐허억...!"
두목은 황급히 도끼를 들어올려 리처드의 공격을 막아 보았지만,체격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차이나 보이는 둘은 모습과는 달리 리처드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리처드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 검격을 막기 급급한 두목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몸을 회전시키며 크게 워액스를 휘둘렀다.
재빨리 백스탭을 한 리처드에게 시선을 뗀 두목은 근처에 있던 엘레노아를 향해 가속력이 담긴 워액스를 휘둘렀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던 엘레노아는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워액스를 보고 눈을 질끈 감으며 버클러를 들어 올렸다.
"카앙-!"
강렬한 소리와 함께 나무에 다시 한번 부딪친 엘레노아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쓰러졌고,다른 기사들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던 두목의 등을 단번에 검으로 베어버린 리처드는 그 들의 경외에 찬 눈빛을 받으며 비틀거리면서 반격하려는 두목의 목젖을 검으로 찔렀다.
푸슈욱하는 파육음과 함께 검을 찔러 넣은 리처드는 그대로 검을 옆으로 틀어서 목을 베어버렸고,울컥거리며 피를 토해내는 두목을 발로 찬 뒤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병사들과 함께 도망치는 놈들을 싸그리 죽여버려라!"
"...예!"
도적들과 싸우기 전에는 리처드를 무시하던 기사들은 그의 위용에 위축되어 황급히 자리를 옮겼고,검날끼리 맞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쓰러져있는 엘레노아에게 눈길을 준 리처드는 이내 관심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한창 도망치고 있는 도적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으윽...하앗!"
정신을 차린 엘레노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렸고,정신을 잃기 전 상황을 떠올리고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목조 가구들이 인상적인 방 안에는 자신말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고,침대 위에 우두커니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은 엘레노아는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들춰낸 순간 동공을 확대시켰다.
"내,내가...도적따위에게 진거야...?"
흐릿한 기억 속에서 자신을 기절시킨 두목이 리처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것을 떠올린 엘레노아는 자괴감에 고개를 푹 수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긍지높은 프로데릭 가문의 기사인 내가...고작 도적놈 따위에게...게다가 그 빌어먹을 자식은 간단하게 이겼다고...!?"
주먹을 불끈 쥔 손으로 침대를 내려친 엘레노아는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옷 안에 입고 있던 옷 그대로이자 땀으로 눅눅해졌기에 천천히 그 옷을 벗으며 생각하였다.
"가문의 수치다...윈드릭 후작님께 뭐라 설명해야하지...?다시 기사 수련을 하러 돌아다니기에는 이미 그에게 속해 있는데 고작 도적따위에게 진 나를...어떻게 생각하실까?"
잡념에 빠진 엘레노아는 이를 갈며 옷을 벗던 도중 문이 두번 두드려진 뒤 낡은 쇳소리를 내며 열려지자 들어온 이에게 자신의 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이게 되었다.
얼굴이 잔뜩 붉어진 엘레노아의 풍만한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노란 수풀 아래로 나있는 곡선을 아무렇지 않게 훑어본 이는 다름아닌 리처드였다.
"이...!익...!"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도 않게 된 엘레노아의 전신을 훑어본 리처드는 어깨를 으쓱인 뒤 그녀의 떨리는 눈을 직시한 채 말하였다.
"도적단 두목인 녀석은 옆 영지인 체리얼 백작의 기사인 아키토프 였다.그로 인해 일주일 후 페리스 초원에서 전쟁을 벌일 예정이니 알고 있어라."
그 말을 끝으로 엘레노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으며 방을 나선 리처드는 방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신경 끄고 엘레노아의 나신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범할 맛이 나겠는데...?기회가 되면 강제로라도 따먹어야겠군."
무게 중심이 그립 부위에 잘 잡혀져 있는 바스타드 소드이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린 채 검을 들고 이리저리 휘둘러 본 리처드는 혀를 차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온실 속에서 검만 휘둘러 본 계집년이 무슨 전투를 벌이겠다고...쯧."
리처드의 말에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기사들 중 하나인 엘레노아는 미간을 팍 찌푸리고 발걸음을 빠르게 하여 리처드의 옆에 나란히 걸으며 말하였다.
"베아스트 가문을 멸문했다고 한들,너보다 강한 이가 이 대륙에 넘쳐 흐를 정도로 많아!고작 도적놈들을 토벌하러 가는 것 뿐이니 기고만장해있지 말라고!"
관리를 안하는 듯 치렁치렁한 금발을 뒤로 쓸어넘기며 리처드의 말을 맞받아친 엘레노아는 은백색의 갑주에 T자로 홈이 파여져 있는 투구를 눌러 썼다.
그런 둘 중 리처드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사들은 일전에 윈드릭 후작과 함께 온 리처드가 한 말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이 몸의 이름은 리처드.너희같은 잔챙이에게 볼 일은 없으니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후작을 통해 말을 전하도록."
시종일관 건방진 태도로 있는 리처드는 도적 따위를 처리하는데 자신이 나선다는 사실이 못마땅하였지만 윈드릭 후작에게는 도적 따위는 자신이 싸그리 없애 버리겠다고 호탕하게 맥주잔을 기울이며 말을 했었기에 빠져 나갈 수 없었다.
100명의 보병들과 자신을 포함한 8명의 기사와 함께 후작령을 벗어난 리처드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한가지 사실을 곰씹어 보았다.
"어째서 후작 씩이나 되는 녀석이 병력 수가 왜 이렇게 없는거야...?이렇게 되면 귀찮게 내가 나설 일이 많아질텐데..."
뭐,아무래도 상관없나라는 생각을 끝으로 어깨를 으쓱인 리처드는 도적들이 곧잘 출몰한다는 페리트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격을 통하여 확실한 토벌을 하기 위해 말에 시승한 기사들은 일렬횡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얼마 가지 못하여 나타난 도적들의 모습에 리처드는 헛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뭐야?이 멍청한 새끼들은..."
"일기토를 신청한다!명예를 아는 기사라면 당연히 받아 들이겠지?"
도적들의 두목으로 보이는 대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이 특징인 우락부락한 중년의 남성이 워액스를 양 손에 쥔 채 수십여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그 말에 몇몇 기사들이 반응하여 무어라 말을 하려던 찰나 리처드는 코웃음치며 도적단의 두목에게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고 말하였다.
"하?몬스터에게서 몸을 지키지 못하는 너희들을 보호해주는 명목으로 받는 세금을 내기 싫어서 도망쳐 나온 거지 나부랭이들이 감히 준귀족에 해당하는 기사에게 뭐라도 되는 마냥 일기토를 하자는거냐?"
"명예도 없는건가...!"
"명예 들먹이지마라.나는 좆도 관심없고,너희같이 잔챙이 따위를 상대로 발걸음을 옮겨준 것 만으로 감사하며 목이나 내밀어라."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차서 앞으로 돌진한 리처드는 바스타드 소드를 크게 휘둘렀고,그런 리처드의 돌격에 도적들은 혼비백산하여 이리저리 움직였다.
리처드의 행동을 본 다른 기사들 역시 그를 따라서 도적들을 향해 말을 돌진시켰고,기사들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은 넓게 흩어져 도적들을 둘러싸려고 노력하였다.
리처드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도적이 한둘씩 죽어 나가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도적단의 두목은 워액스를 크게 휘둘러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던 한 기사의 말의 다리를 베어 내었다.
"히히이잉-!"
길게 울부짖으며 제자리에서 볼품없이 고꾸라진 말의 위에 타고 있던 엘레노아는 재빠르게 낙법을 취하여 적은 충격을 받았고,자신에게 워액스를 휘두르는 두목을 보고 황급히 왼 팔목에 장착한 버클러를 들어 올렸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팔이 저릿해져 오는 것을 느낀 엘레노아는 이어지는 공격에 재빠르게 옆으로 구르며 검을 휘둘렀다.
그런 엘레노아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낸 두목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워액스를 크게 휘둘러 접근하지 못하게 한 뒤 엘레노아를 중점으로 공격을 시도하였다.
그 때 엘레노아가 고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다른 기사들이 그녀를 돕기 위해 두목을 향해 돌격하였다.
그런 기사들의 행동을 눈치챈 두목은 엘레노아를 향해 워액스를 크게 들어 올렸다가 힘껏 내리쳤고,저 것을 막아도 그대로 자신을 찍어 누를 것 같은 기세에 황급히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해낸 엘레노아는 자신의 옆구리를 발로 찬 두목의 공격에 몇번 나뒹굴어 나무에 부딪치게 되었다.
"커억!"
워액스를 자연스럽게 휘두르며 기사들의 합공을 막아내는 두목의 실력에 윈드릭의 병사들의 사기가 낮아졌지만,그런 그 들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 리처드는 이미 자신에게 도망치고 있는 도적을 향해 근처에 떨어진 검을 내던져 등을 맞추고 고삐를 비틀어 한껏 위용을 펼치고 있는 두목에게 다가갔다.
지척에 다다르자 말에서 뛰어내린 리처드는 그 기세와 함께 두목을 향해 검을 내리 찍었다.
"흐허억...!"
두목은 황급히 도끼를 들어올려 리처드의 공격을 막아 보았지만,체격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차이나 보이는 둘은 모습과는 달리 리처드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리처드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 검격을 막기 급급한 두목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몸을 회전시키며 크게 워액스를 휘둘렀다.
재빨리 백스탭을 한 리처드에게 시선을 뗀 두목은 근처에 있던 엘레노아를 향해 가속력이 담긴 워액스를 휘둘렀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던 엘레노아는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워액스를 보고 눈을 질끈 감으며 버클러를 들어 올렸다.
"카앙-!"
강렬한 소리와 함께 나무에 다시 한번 부딪친 엘레노아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쓰러졌고,다른 기사들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던 두목의 등을 단번에 검으로 베어버린 리처드는 그 들의 경외에 찬 눈빛을 받으며 비틀거리면서 반격하려는 두목의 목젖을 검으로 찔렀다.
푸슈욱하는 파육음과 함께 검을 찔러 넣은 리처드는 그대로 검을 옆으로 틀어서 목을 베어버렸고,울컥거리며 피를 토해내는 두목을 발로 찬 뒤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병사들과 함께 도망치는 놈들을 싸그리 죽여버려라!"
"...예!"
도적들과 싸우기 전에는 리처드를 무시하던 기사들은 그의 위용에 위축되어 황급히 자리를 옮겼고,검날끼리 맞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쓰러져있는 엘레노아에게 눈길을 준 리처드는 이내 관심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한창 도망치고 있는 도적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으윽...하앗!"
정신을 차린 엘레노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렸고,정신을 잃기 전 상황을 떠올리고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목조 가구들이 인상적인 방 안에는 자신말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고,침대 위에 우두커니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은 엘레노아는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들춰낸 순간 동공을 확대시켰다.
"내,내가...도적따위에게 진거야...?"
흐릿한 기억 속에서 자신을 기절시킨 두목이 리처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것을 떠올린 엘레노아는 자괴감에 고개를 푹 수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긍지높은 프로데릭 가문의 기사인 내가...고작 도적놈 따위에게...게다가 그 빌어먹을 자식은 간단하게 이겼다고...!?"
주먹을 불끈 쥔 손으로 침대를 내려친 엘레노아는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옷 안에 입고 있던 옷 그대로이자 땀으로 눅눅해졌기에 천천히 그 옷을 벗으며 생각하였다.
"가문의 수치다...윈드릭 후작님께 뭐라 설명해야하지...?다시 기사 수련을 하러 돌아다니기에는 이미 그에게 속해 있는데 고작 도적따위에게 진 나를...어떻게 생각하실까?"
잡념에 빠진 엘레노아는 이를 갈며 옷을 벗던 도중 문이 두번 두드려진 뒤 낡은 쇳소리를 내며 열려지자 들어온 이에게 자신의 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이게 되었다.
얼굴이 잔뜩 붉어진 엘레노아의 풍만한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노란 수풀 아래로 나있는 곡선을 아무렇지 않게 훑어본 이는 다름아닌 리처드였다.
"이...!익...!"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도 않게 된 엘레노아의 전신을 훑어본 리처드는 어깨를 으쓱인 뒤 그녀의 떨리는 눈을 직시한 채 말하였다.
"도적단 두목인 녀석은 옆 영지인 체리얼 백작의 기사인 아키토프 였다.그로 인해 일주일 후 페리스 초원에서 전쟁을 벌일 예정이니 알고 있어라."
그 말을 끝으로 엘레노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으며 방을 나선 리처드는 방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신경 끄고 엘레노아의 나신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범할 맛이 나겠는데...?기회가 되면 강제로라도 따먹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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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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