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 남자의 죽음)
2부 First Mission - REBIRTH 9.
헉헉...푸아!!!
깊은 천지의 호수를 가르고 물속에서 튀어나온 혁은 한동안 숨이 가빠서 호흡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헉헉.. 대충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신 장소가 여긴지 싶은데...."
끝도없이 험준한 산의 골짜기에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왠지 바람소리는 흐느끼는 듯 슬프게 들렸다.
이 넓은 계곡에서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인적도 없는데...
상상외로 어마어마한 계곡의 넓이에 혁은 당황하고 있었다.
"어...? 저건 뭐야...폐폐!!"
혁은 반가와서 폐폐를 붙잡으러 뛰어갔다.
하지만 폐폐는 혁을 한번 힐끗 쳐다본뒤 쏜살같이 달려갔다.
"어! 어디로 가는거야!! 야. 같이가...!!!"
혁은 급히 폐폐를 쫓아 달려갔다.
허겁지겁 폐폐를 쫓아 1시진(時辰: 2시간)을 달려갔으니 끝내 폐폐를 놓치고 말았다.
"어라? 여긴 또 어디야?"
혁의 정면에는 거대한 일곱 장군상이 늘어서 있었고 거대한 문의 입구에는 고대 가림토문자로 쓰여진 거대한 석판이 붙어 있었다.
"음... 여기 이외에는 달리 들어갈 곳도 없으니.... 근데 용기와 지혜의 문이라..... 용기를 시험하는 곳인가 보군."
혁은 너무나 거대한 문과 석상의 크기에 약간 겁을 먹었으나 달리 되돌아 갈 수도 없어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의 크기는 대략 100M정도 되었으나 치우비의 공력까지 얻은 혁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는 크기가 아니었다.
까앙.... 돌로된 거대한 석문(石門)은 혁이 열고 들어가자 몇천년은 되보이는 먼지를 우수수 떨구며 열렸다.
.........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바탕 거대한 모래 바람이 불어닥쳤다.
"에퇴퇴.... 페엣! 뭐야 이거.....또 초원이잖아. 이글 진짜 초원 많이 나오네.. 카아~~~악! 퇴엣!"
혁은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에 투덜대며 옷깃을 여미고 걷기 시작했다.
갑자기 혁의 시야에 까마득히..... 한 점이 보였다.
"어라? 저게 뭐야... 사람같은데..... "
눈에 내공을 집중해서 자세히 보니 한 사내가 말에 탄 채 쫓기고 있었다.
"허억....허억..... 크윽.....상처가....."
피를 흘리며 말을 탄 채 쫓기고 있는 사내의 배에서 꾸역꾸역 내장이 삐져 나오고 잇었다.
"절대로...... 본진에 도착하기 전에 죽으면 안되는데.... 이건 당(唐)의 함정이야.....!!!"
사내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입으로 꾸역꾸역 핏물을 게워가면서 사내는 끊임없이 말을 채찍질해서 달려가고 있었으나 점점 속도가 떨어져서 추격자들과의 간격이 자꾸만 좁혀지고 있었다.
"잡아라!! 저놈의 목에 황금 100만냥이 걸려있다. 이랴!! 이랴!!"
3인의 추격자들은 모두 가벼운 경장 차림이었다. 모두들 무림인인 듯 태양혈이 불룩 솟아나오고 얼굴이 붉었다.
끝내 사내가 기절하자 사내를 태운 말은 더욱 속도가 떨어져서 마침내 추격자들에거 사로잡히게 되었다.
"흐흐흐.... 우리가 네놈을 추격한지 10달째...드디어 여우같은 네놈의 꼬리를 잡았구나..."
추격자들은 서서히 기절한 사내의 포위망을 좁혀갔다.
"형님! 혹시 저놈이 기절한척 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하십시오!! 워낙 약은 놈이 아닙니까!"
"흐흐흐.... 걱정할 것 없다! 우리의 환혼전(還魂箭)을 맞고도 아직 살아난 놈은 못봤으니까..."
"하긴...우리의 환혼전은 아직 빗나간 적이 없긴 하죠 흐흐흐...."
느끼한 웃음을 교환한 세 사내는 기절한 사내의 목을 베러 접근하였다.
"...음...저놈들은 중국말을 쓰는걸 보니 중국놈이구나. 인상을 보아하니 착한 놈 같지는 않고 쩝.... 뭐 기절한 놈도 그리 착한 놈 같지는 않지만..... 일단 내 앞에서 사람 죽이는 꼴은 못보니 일단 구해주고 보자!"
결심한 혁을 치우비의 내공을 이용해서 하늘로 솟구쳐 사뿐히 추격자 앞에 나타났다.
"잠깐 멈추시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기절한 상대의 목을 벤다는건 좀 비겁한 일 같소만...."
"크흐흐...죽고싶어 환장한 놈이구나.... 저놈은 조정에서 수배를 붙인 대역무도한 죄인이다!! 가만..가만....오호라!!...옷을 보아하니 네놈도 저놈과 같은 패거리구나! 저놈도 목을 잘라가야 되겠구나. 현상금이 늘어나겠는 걸....크흐흐..."
3인조중에서 허리가 구부정하고 매부리코의 괴인이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기형도를 휘둘러왔다.
"네놈!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다마는 물건도 쓸만한지 네놈 목을 잘라보고 나서 물건도 봐야 겠구나 크크크.... 우리 하북삼성(河北三聖)에게 죽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거라..."
"이 변태같은놈이 보자보자 하니 누굴 호구로 아나... 네놈 좆이나 뽑아서 귀구멍이나 후벼야겠구나. "
혁은 마주대하며 현대 한국에서 쓰는 고상한 표현으로 상대방의 꼭지를 돌게 만들었다.
귀구멍에 좆박는다는... 아주 고상한 표현으로....
"크아앗!!! 진정 네놈이 죽을려고 나 인노(人老)를 화나게 하는구나. 내 꼭 네놈을 목을 베어 그 잘난 혓바닥을 씹어 먹으리라!!!"
인노라고 불리는 변태 중년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귀구멍에서 연기가 풀풀 나올 지경이었다.
"후후....느려.....이렇게 느려가지고야 언제 좆 뽑아서 귀구멍이나 쑤시겠냐?"
"이...이놈이...크아앗!!!"
혁은 여유있게 인노를 놀리며 움직이지 않고 잠자코 싸움을 구경하는 나머지 두 추격자를 주시하였다.
"헉헉.... 뭐가 이리 빨라!! 네놈은 피하는 법만 배웠느냐! "
"아니! 이런것도 있지!"
샥! 혁을 말하면서 동시에 인노의 목을 상큼하게(?) 베어주었다.
인노라고 불리는 변태 중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상큼하게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어이...거기 두놈도 보아하니 한패거리 같은데.... 나 바쁘거든. 한거번에 덤벼. 보아하니 이 바보보다는 실력이 좀 나은것도 같은데..."
혁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잇던 두 변태일당(?)을 향해 말했다.
"......우리 하북삼성이 네놈보다는 실력이 딸리긴 하나...... 우리도 무인(武人)이다. 죽을때는 당당하게 죽으리라!! "
며 호쾌하게 외친 대머리와 외팔이는 벼락같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혁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아씨! 너그들 이리 안와! 무인이라매? "
"물러섬을 아는것도 무인이 가는길! 다음에 볼때는 가만두지 않겠다!!"
전혀 상황과 맞지않는 소리를 지껄이며 하북삼성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우리의 뒤에는 조정의 100만 군사가 있다! 다음에 보자!!.........!"
"으이구..... 소설에서나 현실에서나 어찌 나쁜놈들은 대사가 모두 한결같냐.......쩝........"
사실 혁에게 머리를 잘린 인노가 포함된 무리들은 현상금 사냥을 전문적으로 하는 하북삼흉(河北三凶)이라고 불린 무리였다.
혁은 순간적으로 저놈들을 쫓아가서 고추를 베어서 귓구멍에다 꽂아줄가?하는 생각을 하다가 기절한 사내의 안색이 점점 푸르게 물드는 것을 보고는 다른 추격자를 우려하여 급히 사내를 들쳐업고 자리를 피신하였다.
".....으음....."
"정신이 드십니까...? "
"......누군....지는 모르겠으나......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으윽...쿨럭!!"
"지금 제가 응급처치로 터진 상처는 꿰메놓았습니다. 말을 많이 하지 마시고 요양하십시오"
"시간.....이......없소......제가.....죽더라도..... 제가 ....알아낸 사실은.......전해야 하는.....데....."
사내의 얼굴은 희미하게 혈색이 돌아오며 회광반조(回光返照)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혁은 급히 공력을 끌어올려 사내의 명문혈에 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푸우.......아직 은인의 성함도 아직 알지 못했군요. 저는 말갈족의 추장 걸사비우라고 합니다."
"아......네..... 저는 이혁이라고 합니다."
"이혁! 그럼 당신은 당인(唐人)인가!"
순간적으로 사내는 적의를 띄며 주춤주춤 혁에게서 물러나려 하였다.
"하하하.....아닙니다. 저는 당당한 배달족의 후예입니다."
"으음.... 내가 워낙 정신이 없어서 순간적으로 착각했소....미안하오....."
"마음 쓰지 마십시오."
혁은 미안해하는 걸사비우에게 담담하게 대꾸해주었다.
"추격자들을 물리친 솜씨로 보아 무공이 대단하신 것 같으신데....."
"별거 아닙니다. 국선도를 약간 익혔을 뿐이지요."
"국선도!!!! 그럼 당신은 고구려의 후인인가!!!"
걸사비우는 국선도를 익혔다는 혁의 말에 놀라며 비명성을 질렀다.
"뭐.....그런 셈이지요......"
거짓말은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며 혁은 대답하였다. 광개토 대제와 연개소문에게 진국선도를 배운 혁은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볼수도 있지 않겠는가.
"당신이 고구려의 후예라면 우리는 한 형제나 마찬가지오! 혁님! 우리는 지금 당의 포악한 학정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선 고구려 백성들이오. 혁님도 고구려의 후손이라면 우리를 도와주시오!"
"아니! 고구려가 멸망했단 말입니까?"
혁은 걸사비우의 말에 놀라와하며 물었다.
"그렇소..... 벌써 대(大)고구려가 무너진지 20년이 지났다오. 그동안 당(唐)은 우리 고구려의 유민들을 역적의 무리라 하여 인간사냥을하며 마구 죽이고 있다오. 이에 우리 고구려 유민들은 당을 물리치고 다시 고구려를 셍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오. 혁형제! 우리를 제발 도와주시오!!"
걸사비우는 피눈물을 흘려가며 절절히 혁에게 부탁하였다. 나라를 잃은 유민(流民)의 슬픔이 혁에게도 전염된 것일까? 혁도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좋습니다! 도와 드리지요! 그런데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혁형제! 나는 하북삼흉에게 암수를 맞아 이제 얼마 살지를 못하오...이 서찰을 요동(療東) 영주(營州)에 있는 나의 형제에게 전해주시오! 그리고....혁 형제의 놀라운 무공은 반드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것이니........"
걸사비우는 중간에 말을 끊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말갈족의 추장이 되어 주시오!!"
"네??? 추장......이라뇨?"
"혁 형제의 무공이나 인품은 가히 우리 말갈족의 추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소. 부디 내 부탁을 들어주시오! 우리 말갈족을 위해! 대 고구려의 부활을 위해!!"
혁은 갑작스런 걸사비우의 부탁에 고민이 되었다. 걸사비우를 도와 고구려 부흥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일이나 말갈족의 추장이 되라니....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혁 형제.....제발 부탁이오......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을 무시하지 말아주시오....."
"........"
혁은 고민하다가 드디어 결심을 했다.
"말갈족의 추장이 되겠습니다!"
"고맙소 혁형제! 그리고 또 하나의 부탁이 있소...."
"무엇입니까...?"
"나에게는 일찌기 고구려 부흥운동을 하다 죽은 아우가 있소. 혁 형제를 보니 죽은 아우와 꼭 닮앗구려. 내가 죽기전에 나에게.........형.....이라고 불러주시지 않겠소."
".....정 그러시다면.....이 자리에서 의형제를 맺읍시다."
일단 말갈족의 추장이 되기로 결심한 혁에게는 걸사비우가 남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둘은 마주보며 삼배를 하며 의형제를 맺었다.
"고맙네...혁아우.....이제 나는 죽어도 편히 눈을 감을수 있을 것 같으이..."
"형님! 무슨 말슴이십니까!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형님을 꼭 살려내고 말겠습니다!!"
"....아니네.....이미 죽었어야 할 내 목숨을 아우가 살려준것이네...."
"아닙니다! 형님!!! 이 아우에게는 치우비 스승님게서 전수해주신 조화곡과 천지생광곡이 있습니다. 꼭 형님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치우비라는 소리에 놀란 표정을 짓던 걸사비우는 곧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후후....놀랍군. 아우가 치우가(蚩尤家)의 무공까지 익혔을 줄이야....하지만 이미 난 내장이 박살나고 근골이 모두 부셔졌네. 염라대왕이 살아 돌아와도 살수가 없어....후후후..."
"형님....."
"아우님의 말을 보니 더더욱 믿음직 하.....네....쿨럭!!! 우왁!!!!"
걸사비우는 말을 하다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을 내뱉으며 피를 쏟았다.
"형님!!! 형님!!!"
".......아......우......님.......우리......고구려에는......형이.....죽으면....아우가.......형의 아내를.....거느리는 ......풍습이.....있네........내....아내들을.....부탁하오......."
"형님!! 무슨 말슴이십니까!! 안됩니다!! 형님!!"
".....내......아...내들은......굉......장한.....미인들이....네........잠......자리....기술도.....끝내주지......후후후.....쿨럭!!! 쿨럭!!! 으웩!!!"
"형님!! 말씀을 더 이상 마십이오. 아우가 살려드리겠습니다!!! 조화곡(造花曲)!!!!"
"....아우.....님.....내.....딸.......내 딸도........거두어.......주시게.....나.......으웩!!!"
걸사비우는 끝내 혁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피를 한움큼 쏟아내고 숨을 거두었다.
"형님!!! 아우가 당을 무찌르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가시면 어떻하십니까....!!! 형님!!!!"
혁은 걸사비우의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悟悅)하였다.
유명계에서 처음 만난 혁형제는 이렇게 만나자 말자 이별을 하였다.
2부 First Mission - REBIRTH 9.
헉헉...푸아!!!
깊은 천지의 호수를 가르고 물속에서 튀어나온 혁은 한동안 숨이 가빠서 호흡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헉헉.. 대충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신 장소가 여긴지 싶은데...."
끝도없이 험준한 산의 골짜기에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왠지 바람소리는 흐느끼는 듯 슬프게 들렸다.
이 넓은 계곡에서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인적도 없는데...
상상외로 어마어마한 계곡의 넓이에 혁은 당황하고 있었다.
"어...? 저건 뭐야...폐폐!!"
혁은 반가와서 폐폐를 붙잡으러 뛰어갔다.
하지만 폐폐는 혁을 한번 힐끗 쳐다본뒤 쏜살같이 달려갔다.
"어! 어디로 가는거야!! 야. 같이가...!!!"
혁은 급히 폐폐를 쫓아 달려갔다.
허겁지겁 폐폐를 쫓아 1시진(時辰: 2시간)을 달려갔으니 끝내 폐폐를 놓치고 말았다.
"어라? 여긴 또 어디야?"
혁의 정면에는 거대한 일곱 장군상이 늘어서 있었고 거대한 문의 입구에는 고대 가림토문자로 쓰여진 거대한 석판이 붙어 있었다.
"음... 여기 이외에는 달리 들어갈 곳도 없으니.... 근데 용기와 지혜의 문이라..... 용기를 시험하는 곳인가 보군."
혁은 너무나 거대한 문과 석상의 크기에 약간 겁을 먹었으나 달리 되돌아 갈 수도 없어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의 크기는 대략 100M정도 되었으나 치우비의 공력까지 얻은 혁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는 크기가 아니었다.
까앙.... 돌로된 거대한 석문(石門)은 혁이 열고 들어가자 몇천년은 되보이는 먼지를 우수수 떨구며 열렸다.
.........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바탕 거대한 모래 바람이 불어닥쳤다.
"에퇴퇴.... 페엣! 뭐야 이거.....또 초원이잖아. 이글 진짜 초원 많이 나오네.. 카아~~~악! 퇴엣!"
혁은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에 투덜대며 옷깃을 여미고 걷기 시작했다.
갑자기 혁의 시야에 까마득히..... 한 점이 보였다.
"어라? 저게 뭐야... 사람같은데..... "
눈에 내공을 집중해서 자세히 보니 한 사내가 말에 탄 채 쫓기고 있었다.
"허억....허억..... 크윽.....상처가....."
피를 흘리며 말을 탄 채 쫓기고 있는 사내의 배에서 꾸역꾸역 내장이 삐져 나오고 잇었다.
"절대로...... 본진에 도착하기 전에 죽으면 안되는데.... 이건 당(唐)의 함정이야.....!!!"
사내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입으로 꾸역꾸역 핏물을 게워가면서 사내는 끊임없이 말을 채찍질해서 달려가고 있었으나 점점 속도가 떨어져서 추격자들과의 간격이 자꾸만 좁혀지고 있었다.
"잡아라!! 저놈의 목에 황금 100만냥이 걸려있다. 이랴!! 이랴!!"
3인의 추격자들은 모두 가벼운 경장 차림이었다. 모두들 무림인인 듯 태양혈이 불룩 솟아나오고 얼굴이 붉었다.
끝내 사내가 기절하자 사내를 태운 말은 더욱 속도가 떨어져서 마침내 추격자들에거 사로잡히게 되었다.
"흐흐흐.... 우리가 네놈을 추격한지 10달째...드디어 여우같은 네놈의 꼬리를 잡았구나..."
추격자들은 서서히 기절한 사내의 포위망을 좁혀갔다.
"형님! 혹시 저놈이 기절한척 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하십시오!! 워낙 약은 놈이 아닙니까!"
"흐흐흐.... 걱정할 것 없다! 우리의 환혼전(還魂箭)을 맞고도 아직 살아난 놈은 못봤으니까..."
"하긴...우리의 환혼전은 아직 빗나간 적이 없긴 하죠 흐흐흐...."
느끼한 웃음을 교환한 세 사내는 기절한 사내의 목을 베러 접근하였다.
"...음...저놈들은 중국말을 쓰는걸 보니 중국놈이구나. 인상을 보아하니 착한 놈 같지는 않고 쩝.... 뭐 기절한 놈도 그리 착한 놈 같지는 않지만..... 일단 내 앞에서 사람 죽이는 꼴은 못보니 일단 구해주고 보자!"
결심한 혁을 치우비의 내공을 이용해서 하늘로 솟구쳐 사뿐히 추격자 앞에 나타났다.
"잠깐 멈추시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기절한 상대의 목을 벤다는건 좀 비겁한 일 같소만...."
"크흐흐...죽고싶어 환장한 놈이구나.... 저놈은 조정에서 수배를 붙인 대역무도한 죄인이다!! 가만..가만....오호라!!...옷을 보아하니 네놈도 저놈과 같은 패거리구나! 저놈도 목을 잘라가야 되겠구나. 현상금이 늘어나겠는 걸....크흐흐..."
3인조중에서 허리가 구부정하고 매부리코의 괴인이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기형도를 휘둘러왔다.
"네놈!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다마는 물건도 쓸만한지 네놈 목을 잘라보고 나서 물건도 봐야 겠구나 크크크.... 우리 하북삼성(河北三聖)에게 죽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거라..."
"이 변태같은놈이 보자보자 하니 누굴 호구로 아나... 네놈 좆이나 뽑아서 귀구멍이나 후벼야겠구나. "
혁은 마주대하며 현대 한국에서 쓰는 고상한 표현으로 상대방의 꼭지를 돌게 만들었다.
귀구멍에 좆박는다는... 아주 고상한 표현으로....
"크아앗!!! 진정 네놈이 죽을려고 나 인노(人老)를 화나게 하는구나. 내 꼭 네놈을 목을 베어 그 잘난 혓바닥을 씹어 먹으리라!!!"
인노라고 불리는 변태 중년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귀구멍에서 연기가 풀풀 나올 지경이었다.
"후후....느려.....이렇게 느려가지고야 언제 좆 뽑아서 귀구멍이나 쑤시겠냐?"
"이...이놈이...크아앗!!!"
혁은 여유있게 인노를 놀리며 움직이지 않고 잠자코 싸움을 구경하는 나머지 두 추격자를 주시하였다.
"헉헉.... 뭐가 이리 빨라!! 네놈은 피하는 법만 배웠느냐! "
"아니! 이런것도 있지!"
샥! 혁을 말하면서 동시에 인노의 목을 상큼하게(?) 베어주었다.
인노라고 불리는 변태 중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상큼하게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어이...거기 두놈도 보아하니 한패거리 같은데.... 나 바쁘거든. 한거번에 덤벼. 보아하니 이 바보보다는 실력이 좀 나은것도 같은데..."
혁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잇던 두 변태일당(?)을 향해 말했다.
"......우리 하북삼성이 네놈보다는 실력이 딸리긴 하나...... 우리도 무인(武人)이다. 죽을때는 당당하게 죽으리라!! "
며 호쾌하게 외친 대머리와 외팔이는 벼락같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혁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아씨! 너그들 이리 안와! 무인이라매? "
"물러섬을 아는것도 무인이 가는길! 다음에 볼때는 가만두지 않겠다!!"
전혀 상황과 맞지않는 소리를 지껄이며 하북삼성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우리의 뒤에는 조정의 100만 군사가 있다! 다음에 보자!!.........!"
"으이구..... 소설에서나 현실에서나 어찌 나쁜놈들은 대사가 모두 한결같냐.......쩝........"
사실 혁에게 머리를 잘린 인노가 포함된 무리들은 현상금 사냥을 전문적으로 하는 하북삼흉(河北三凶)이라고 불린 무리였다.
혁은 순간적으로 저놈들을 쫓아가서 고추를 베어서 귓구멍에다 꽂아줄가?하는 생각을 하다가 기절한 사내의 안색이 점점 푸르게 물드는 것을 보고는 다른 추격자를 우려하여 급히 사내를 들쳐업고 자리를 피신하였다.
".....으음....."
"정신이 드십니까...? "
"......누군....지는 모르겠으나......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으윽...쿨럭!!"
"지금 제가 응급처치로 터진 상처는 꿰메놓았습니다. 말을 많이 하지 마시고 요양하십시오"
"시간.....이......없소......제가.....죽더라도..... 제가 ....알아낸 사실은.......전해야 하는.....데....."
사내의 얼굴은 희미하게 혈색이 돌아오며 회광반조(回光返照)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혁은 급히 공력을 끌어올려 사내의 명문혈에 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푸우.......아직 은인의 성함도 아직 알지 못했군요. 저는 말갈족의 추장 걸사비우라고 합니다."
"아......네..... 저는 이혁이라고 합니다."
"이혁! 그럼 당신은 당인(唐人)인가!"
순간적으로 사내는 적의를 띄며 주춤주춤 혁에게서 물러나려 하였다.
"하하하.....아닙니다. 저는 당당한 배달족의 후예입니다."
"으음.... 내가 워낙 정신이 없어서 순간적으로 착각했소....미안하오....."
"마음 쓰지 마십시오."
혁은 미안해하는 걸사비우에게 담담하게 대꾸해주었다.
"추격자들을 물리친 솜씨로 보아 무공이 대단하신 것 같으신데....."
"별거 아닙니다. 국선도를 약간 익혔을 뿐이지요."
"국선도!!!! 그럼 당신은 고구려의 후인인가!!!"
걸사비우는 국선도를 익혔다는 혁의 말에 놀라며 비명성을 질렀다.
"뭐.....그런 셈이지요......"
거짓말은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며 혁은 대답하였다. 광개토 대제와 연개소문에게 진국선도를 배운 혁은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볼수도 있지 않겠는가.
"당신이 고구려의 후예라면 우리는 한 형제나 마찬가지오! 혁님! 우리는 지금 당의 포악한 학정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선 고구려 백성들이오. 혁님도 고구려의 후손이라면 우리를 도와주시오!"
"아니! 고구려가 멸망했단 말입니까?"
혁은 걸사비우의 말에 놀라와하며 물었다.
"그렇소..... 벌써 대(大)고구려가 무너진지 20년이 지났다오. 그동안 당(唐)은 우리 고구려의 유민들을 역적의 무리라 하여 인간사냥을하며 마구 죽이고 있다오. 이에 우리 고구려 유민들은 당을 물리치고 다시 고구려를 셍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오. 혁형제! 우리를 제발 도와주시오!!"
걸사비우는 피눈물을 흘려가며 절절히 혁에게 부탁하였다. 나라를 잃은 유민(流民)의 슬픔이 혁에게도 전염된 것일까? 혁도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좋습니다! 도와 드리지요! 그런데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혁형제! 나는 하북삼흉에게 암수를 맞아 이제 얼마 살지를 못하오...이 서찰을 요동(療東) 영주(營州)에 있는 나의 형제에게 전해주시오! 그리고....혁 형제의 놀라운 무공은 반드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것이니........"
걸사비우는 중간에 말을 끊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말갈족의 추장이 되어 주시오!!"
"네??? 추장......이라뇨?"
"혁 형제의 무공이나 인품은 가히 우리 말갈족의 추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소. 부디 내 부탁을 들어주시오! 우리 말갈족을 위해! 대 고구려의 부활을 위해!!"
혁은 갑작스런 걸사비우의 부탁에 고민이 되었다. 걸사비우를 도와 고구려 부흥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일이나 말갈족의 추장이 되라니....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혁 형제.....제발 부탁이오......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을 무시하지 말아주시오....."
"........"
혁은 고민하다가 드디어 결심을 했다.
"말갈족의 추장이 되겠습니다!"
"고맙소 혁형제! 그리고 또 하나의 부탁이 있소...."
"무엇입니까...?"
"나에게는 일찌기 고구려 부흥운동을 하다 죽은 아우가 있소. 혁 형제를 보니 죽은 아우와 꼭 닮앗구려. 내가 죽기전에 나에게.........형.....이라고 불러주시지 않겠소."
".....정 그러시다면.....이 자리에서 의형제를 맺읍시다."
일단 말갈족의 추장이 되기로 결심한 혁에게는 걸사비우가 남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둘은 마주보며 삼배를 하며 의형제를 맺었다.
"고맙네...혁아우.....이제 나는 죽어도 편히 눈을 감을수 있을 것 같으이..."
"형님! 무슨 말슴이십니까!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형님을 꼭 살려내고 말겠습니다!!"
"....아니네.....이미 죽었어야 할 내 목숨을 아우가 살려준것이네...."
"아닙니다! 형님!!! 이 아우에게는 치우비 스승님게서 전수해주신 조화곡과 천지생광곡이 있습니다. 꼭 형님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치우비라는 소리에 놀란 표정을 짓던 걸사비우는 곧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후후....놀랍군. 아우가 치우가(蚩尤家)의 무공까지 익혔을 줄이야....하지만 이미 난 내장이 박살나고 근골이 모두 부셔졌네. 염라대왕이 살아 돌아와도 살수가 없어....후후후..."
"형님....."
"아우님의 말을 보니 더더욱 믿음직 하.....네....쿨럭!!! 우왁!!!!"
걸사비우는 말을 하다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을 내뱉으며 피를 쏟았다.
"형님!!! 형님!!!"
".......아......우......님.......우리......고구려에는......형이.....죽으면....아우가.......형의 아내를.....거느리는 ......풍습이.....있네........내....아내들을.....부탁하오......."
"형님!! 무슨 말슴이십니까!! 안됩니다!! 형님!!"
".....내......아...내들은......굉......장한.....미인들이....네........잠......자리....기술도.....끝내주지......후후후.....쿨럭!!! 쿨럭!!! 으웩!!!"
"형님!! 말씀을 더 이상 마십이오. 아우가 살려드리겠습니다!!! 조화곡(造花曲)!!!!"
"....아우.....님.....내.....딸.......내 딸도........거두어.......주시게.....나.......으웩!!!"
걸사비우는 끝내 혁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피를 한움큼 쏟아내고 숨을 거두었다.
"형님!!! 아우가 당을 무찌르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가시면 어떻하십니까....!!! 형님!!!!"
혁은 걸사비우의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悟悅)하였다.
유명계에서 처음 만난 혁형제는 이렇게 만나자 말자 이별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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