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부터는 집필실 자유게시판으로 이동해서 게시하겠습니다! 5부는 다음주에... 댓글과 추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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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우를 믿어라. 그래야 적지에서 네가 살 수 있다.”
파도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영으로 보급품이 있는 곳까지 접근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뭍에서는 지켜보던 고천식 교관이 상당한 실력으로 헤엄치는 우 하사와 가슴 높이의 물에서 방황하는 이 소위를 관찰한다.
이 소위는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자 겁을 먹고 더는 다가갈 수 없었다. 그저 대답하지 않는 우 하사만 부를 뿐이다.
“우 하사! 같이 가!”
“어푸~ 어푸.”
그렇게 한 참을 헤엄치던 우 하사가 보급품이 떠 있는 위치에 도착하자 보급품을 붙잡고 무인도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직 들어오지 않은 이 소위를 발견했다.
“왜 아직도 안 들어오고 저러고 있는 거지?”
이 소위가 망설이는 것을 확인한 고천식 교관이 고함을 질렀다.
“왜 들어가지 않는 거야! 너의 전우가 저 바다 한가운데 혼자 있게 내버려 둘 텐가?!!”
“아... 아닙니다. 하지만...”
“수영을 못해도 자신의 전우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들어가라!”
“네... 넵.”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소위를 바라보는 우 하사는 수영을 못하는 이 소위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싶었다.
“이 소위님! 제가 보급품을 가지고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들어오지 마십쇼!”
“그럴까? 그럼...”
“예!”
우 하사가 보급품 끝에 달려 있던 끈을 자신의 허리에 묶고 다시 헤엄을 치며 뭍을 향해 출발했다. 이 소위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수영을 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자신 쪽으로 헤엄을 치던 우 하사가 이상하게 보였다.
“다리에 쥐가...!”
“뭐라고?!”
헤엄을 치던 우 하사가 다리에 쥐가 났다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확인한 이 소위가 고천식 교관을 향해 소리쳤다.
“교관님, 우 하사 다리에 쥐가 났답니다!”
“.....”
“교관님!”
고천식 교관은 이 소위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고 팔짱만 낀 채 허우적거리는 우 하사를 지켜 볼 뿐이었다. 미동도 없는 고천식 교관을 야속하게 지켜보던 이 소위의 마음이 조급해 졌다. 빨리 우 하사를 구하지 못하면 익사하고 말 것이기에 이 소위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떻게 좀 해보십쇼!”
이 소위의 말에 고천식 교관이 입을 연다.
“지금 허우적거리는 우 하사는 너와 한팀이다. 너의 동지이고 전우다. 어떻게 할 것인가.”
“.....!”
고천식 교관이 수영을 못하는 이 소위를 위해 구조용 튜브를 던져주며 우 하사를 구할 것인지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자신의 앞에 떨어진 구조용 튜브를 쳐다보던 이 소위가 입술을 깨물며 튜브를 잡고 바다로 들어간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지금 가고 있어! 우 하사.”
뭍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 상사는 우 하사가 절대 쥐가 난 게 아니란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영을 못하는 이 소위에게 구조용 튜브를 던져준 고천식 교관의 속내도 잘 알고 있었다. 전우애를 확인해 보기 위한 기회였을 테니.
“우 하사가 영리하네.”
구조용 튜브를 잡고 자신에게 어설프게 헤엄치며 다가오는 이 소위를 확인한 우 하사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 하사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우 하사! 안 돼!”
몸에 힘을 빼고 물속으로 잠기는 시늉을 하는 우 하사를 꺼내기 위해 이 소위가 물속으로 잠수를 해 우 하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물 밖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 수영이 서툰 이 소위에게는 힘든 상황이었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뭍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 상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교관들에게 말을 했다.
“교관님 이 소위님 괜찮을까요?”
“이것도 이겨내지 못하면 북파 침투 훈련에서 낙오자가 되는 거야. 위관으로써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그래도 아직 수영이 서툰 이 소위에게 너무 힘든 상황 같습니다.”
“전우를 믿어라. 그래야 적지에서 네가 살 수 있다.”
섬에 있는 4명은 모두 바다를 바라보며 이 소위의 전우애를 확인하고 있었다. 물속에서 한참을 있던 이 소위가 간신히 우 하사를 끌고 물위로 떠오르자 구조용 튜브에 손을 올리며 눈을 감고 있는 우 하사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 하사! 우 하사! 정신 차려!”
눈을 뜨지 않는 우 하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라고 소리치는 이 소위가 많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었다. 빨리 섬으로 돌아가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보급품과 기절한 듯한 우 하사를 끌고 튜브에 의존해 뭍으로 헤엄을 친다.
“왜 이렇게 무겁냐.”
헤엄을 치는 이 소위 뒤로 정신을 잃은 척을 했던 우 하사의 눈이 번쩍 떠지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이 소위를 보며 웃고 있었다.
“용기는 대단하시네요.”
“응? 깨어났어? 괜찮아?”
“예. 아주 괜찮죠.”
갑자기 배영을 하며 이 소위 주변을 헤엄치며 자신은 아주 평온하다는 듯 여유를 즐겼다. 이 소위는 속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우 하사에게 고함을 치며 뭍으로 올라가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날 속여? 이따가 두고 봐!”
“때리지만 말아주십쇼. 때리시며 제 몸 건드리고 느끼실 것 같아요.”
“뭐... 뭐야?!”
장난을 친 우 하사가 함께 이 소위를 도와 보급품을 끌고 무인도로 돌아오게 되었고 바닷물에 흠뻑 젓은 군복은 무겁기만 했다. 군화를 벗어 가득 찬 물을 쏟아내는 이 소위가 뭍으로 올라온 우 하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을 눈치 챘는지 우 하사가 눈을 피한다.
물에서 나온 우 하사의 옷은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우 하사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까도 확인한 큰 가슴과 홀쭉한 허리... 뒤로 꽁지머리로 묶은 머리를 풀어 헤치는 우 하사의 모습에 화가 났던 이 소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두현 소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고천식 교관의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 소위는 이미 우 하사 몸매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신을 놓고 감상하는 모습은 머리를 풀러 헤친 우 하사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 좀 그만 훔쳐보시고 교관님을 보십쇼.”
“어... 아니야, 아니야. 나 안 봤어!”
이 소위가 고개를 돌려 고천식 교관을 처다 보자 지휘봉이 이 소위의 머리를 내리쳤다. 딱!
“아야!”
“망설이면 전우가 죽는다. 앞으로는 절대 망설이지 말도록.”
“교관님... 저는 속아서 저기 바다까지 갔다 왔습니다. 그런데 때리시면 어떡합니까.”
“수영은 꽝이군.”
고천식 교관의 말이 끝나자 머리를 말리고 있던 우 하사가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영~ 꽝입니다.”
그 말에 이 소위가 버럭하며 우 하사를 쳐다봤지만 이미 우 하사에게 전우 이상의 감정이 생겨버린 이 소위가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쳇!”
그러자 고천식 교관이 다시 이 소위의 머리를 지휘봉으로 때린다. 딱!
“아야! 왜 또 그러십니까?”
“흑심금지.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네?! 제가요?!! 에이~ 교관님, 농담을 못하시는 분인 줄 알았더니...”
“됐고, 보급품 끌어올리고 잠시 쉬었다 다시 실시하겠다.”
“예, 예. 알겠습니다.”
이 소위가 고천식 교관의 말을 비꼬듯 대답하자 고천식 교관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그 기세에 눌려 이 소위가 자리를 피해 보급품을 끌어올린다.
“조 상사님 같이 올리죠.”
“알겠습니다.”
조 상사가 이 소위에게 다가가 줄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우 하사 예쁘죠?”
“말도 안 되는 말씀을...”
“벌써 소위님이 빠지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임무는 임무에 충실해야 성공을 하는 거죠.”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사사로이 감정이 휘둘리지는 않는다고요.”
“그럼, 다행입니다.”
“조 상사님도 참...”
그들이 보급품을 끌어올릴 때쯤 서쪽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밤이 된 다는 것은 북한 풍계리의 마을이 음산해 진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조사실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마을의 이름은 보리골이었다. 50세대가 모여 살고 있으며 약 100여명이 살고 있다.
“밖으로 해가 지면 나가기 무서워서 어떻게 나가야 할지 고민입네다.”
“짐승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을 습격하면 어떻게 합네까?”
보리골 마을회관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이번 사태를 공산당 당원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보리골을 관리하는 공산당원이 마을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이번일이 잘 해결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말을 하며 주민들을 안정시키고 있다.
“에미나이들 이런 시골에 늑대 새끼 한 마리 나타난 걸 가지고 지래 겁먹지 말라우.”
“그래도 동무...”
“지금 조사실에서 조사 중이니 걱정하지 말라우.”
“아까 낮에 총소리도 나고 했는데 별일 없갔지요?”
“미국 양키 놈들 만나도 굴하지 않는 우리가 이 갓일로 겁을 먹어서 되갔어?”
“기리지요.”
정말로 늑대의 울음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그러자 마을 주민이 정말 늑대 소리가 들린다며 호들갑이다.
“방금 늑대 소리 들리지 않았음메?”
“늑대?”
“내래 분명 들은 것 같은데... 무서워서 살갔어?”
“진정들 하시고 그만 집으로 돌아들 가시라요.”
“밤길이 무서워 돌아다닐 수가 없으니...”
그렇게 보리골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고 배가 아팠던 최청승은 마을회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었다.
“끙...”
주민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 간지도 모르고 화장실에 남아 있는 최청승과 공산당원들도 서둘러 마을회관에서 철수하였다. 이제 마을회관에는 최청승 혼자 남게 되었다. 일을 모두 다 본 최청승이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내래 한 방에 끝냈지미. 응? 다 오디간기야?”
아무도 없는 마을회관에 혼자 서서 멍하니 서 있던 최청승이 겁을 먹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자꾸 누군가 자신을 따라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최청승이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산길을 지나야 했는데 으슥한 나머지 진땀이 났다.
“여보시오~ 아무도 없는 것이요?”
혼잣말을 하며 걸어가던 그때, 숲속에서 뭔가가 부스럭 거리기 시작했다. 두려운 마음에 처다도 보지 않고 곧장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데 최청승의 다리에 돌부리가 걸려 넘어지게 되었다.
“아이코, 발목이야...”
넘어지며 발목을 접질린 최청승이 다리를 붙잡고 신음하자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르릉... 크르릉...”
“뭐이가? 이런 망할...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이는 발로 집을 향하고 있는데 짐승의 울음소리가 확연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주변의 새들이 푸득이며 하늘로 날아간다.
“으악! 깜짝이야.”
그때 군복을 입은 사람이 최청승 눈에 보였다. 공산당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본 최청승이 안심하며 그 사람에게 손짓을 했다.
“내래 요 아랫집 최청승입니다. 누구시라요?”
“크르릉...”
최청승이 군복을 입은 군인에게 다가가 얼굴을 보자 두 눈이 커지며 놀랐다.
“뭐... 뭐지?!”
“카우!”
아까 조사실에서 좀비가 된 군인이었다. 좀비는 최청승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최청승의 양 어깨를 잡아당기며 목젖을 한 입 물었다. 그 상태로 성대를 뜯어냈고 최청송은 그 자리에 쓰러져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몸만 떨고 있었다.
곧이어 다른 군복을 입은 좀비가 나타나 최청승의 몸을 뜯어먹으려 했다. 두 좀비는 먹잇감을 놓고 싸우는 짐승들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어디선가 빛이 비추었다. 번쩍.
좀비들이 빛이 번쩍이는 한 나무 위를 쳐다보자 화살이 날아와 한 좀비의 이마에 명중한다.
쉬이익~ 퍽!
“끼야아악!!”
머리에 화살을 맞은 좀비가 넘어지며 몸에 불이 붙고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또 다른 좀비가 그 모습을 보고 나무 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화살 한발이 다시 날아와 나무 위로 달려드는 좀비의 가슴에 꽂힌다. 퍽! 나무 위에 앉아 있던 사람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쳇! 빗맞았잖아.”
좀비를 피해 나무에서 뛰어내린 의문의 사람이 허리춤에 있던 이상하게 생긴 권총을 꺼낸다. 나무 위로 달려들었던 좀비가 소리를 지르며 의문의 사람을 향해 뛰어 내렸다.
“카우우웅!!”
좀비의 공격을 피한 의문의 사람이 들고 있던 권총을 좀비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피융! 총에 맞은 좀비의 몸에 불이 붙고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아까 좀비가 소리를 질러서 였을까. 주변의 다른 좀비들이 의문의 사람이 있던 자리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자신의 무기를 확인한 의문의 사람이 어쩔 수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과연 이자는 누구일까. 좀비들과 싸우는 이자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새벽이 왔다. 하루의 힘든 훈련에서 꿀잠에 취해 자고 있던 무인도의 세 명은 코를 골며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새벽 4시.
천막 밖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꿀잠을 자고 있는 세 명의 사람들을 부른다.
“기상!!”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세 명의 요원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뭐야?!”
“지금 몇 시인데...”
“기상!!”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간 세 명의 요원들이 투덜대며 눈도 뜨지 못한 채 사열하게 되었다. 그 앞에는 천대공 교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함~ 교관님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아십니까?”
“너무 늦게 일어났어.”
“늦게라니요. 아직 해도 안 떴단 말입니다.”
“전원 앞에 있는 총에 실탄 장착한다. 실시.”
“네?”
“총알 장착한다.”
“잠도 안 깼는데 말입니까?”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아... 알겠습니다.”
이 소위가 제일 먼저 탄창에 총알을 장착하며 옆에 있는 우 하사에게 썩은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우 하사, 굿모닝.”
그런 우 하사는 아무 말 없이 총알만 장착할 뿐이었다. 조 상사가 이 소위를 보며 말한다.
“이 소위님 간밤에 어찌나 코를 고시는지 한 숨도 못 잤습니다. 아십니까?”
“제가요?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었는데.”
“저도 골았습니까?”
“심하셨죠. 전 조 상사님 오늘 아침에 못 볼 줄 알았어요.”
이 소위와 조 상사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벌써 총알을 모두 장착한 우 하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들을 향해 말했다.
“하극상해도 됩니까?”
“왜?”
“어제 진짜 두 분 때문에... 제가 말을 말아야죠.”
“응?”
지난밤 이 소위와 조 상사는 탱크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로 코를 골았고 우 하사는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던 두 남자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깨만 들썩일 뿐이었다.
“왜 이리 총알을 못 끼시나요? 두 분...”
아직 탄창에 총알을 반도 못 채운 두 남자에게 천대공 교관이 지긋이 묻자 서둘러 총알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다 됐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자신의 소총을 미리 준비한 천대공 교관이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하늘에 총구를 겨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도 소리가 장엄한 곳을 향해 총성이 들렸다. 탕!
총 소리에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벽에 하늘을 날던 갈매기다.
“우와, 저게 눈에 보이셨습니까?”
“사격은 눈으로 하는 게 아니야. 감으로 하는 거지.”
“감? 보여야 감으로 쏘죠.”
조 상사의 질문이 끝나자 다시 새벽하늘을 향해 한 발의 총성이 들렸다. 탕!
그리고 또 한 마리의 갈매기가 바다로 떨어진다. 이 소위를 포함한 두 명의 요원들도 믿기지 않는다며 떨어진 갈매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격이라 함은 상대를 일발로 제압해야 한다. 두발의 사격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모두 기억해라. 실력들을 한 번 볼까?”
긴장한 세 명의 요원들이 천대공 교관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고 바위 위에는 50원짜리 동전이 놓여 있었다. 이 소위는 총으로 50원을 맞추라는 말로 알아듣고 매우 쉬운 일이라며 먼저 사격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조준을 하는데 천대공 교관이 말했다.
“눈을 가리고 쏴라.”
“네?!”
“지금 목표가 저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눈을 가리고 사격을 할 수 있도록.”
“아무리 감이라고 해도 그게 가능합니까?”
“그래야 북으로 간다.”
답답한 말이었다. 눈을 가린 채 감으로만 사격을 하라니... 이 소위와 조 상사, 우 하사는 천대공 교관의 말에 당황하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 소위의 눈을 가리고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생각한 위치를 조준해 총을 쐈다. 탕!
이 소위가 쏜 총알은 동전이 놓인 바위를 때렸고 동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소위가 어떻게 됐냐는 질문을 하자 우 하사가 아무 이상도 없다고 대답했다. 다시 동전이 놓인 위치의 공간을 상상하며 총알을 쏜 이 소위가 딱 소리를 듣고 실패했음을 인지했다.
“쳇. 이거 너무 어려운걸...”
눈가리개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선 이 소위가 잘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조 상사가 눈을 가린 채 머릿속으로 기억한 동전의 위치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동전이 있는 거리는 약 30m... 둥근 바위 위... 이곳에서 봤을 때 손가락 두마디 정도의 높이... 그렇다면 이정도의 조준으로 쐈을 때...’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신중하게 발사한 조 상사의 탄알이 동전의 바로 앞을 맞춘다. 탕!
“우와~! 맞출 뻔 했는데... 아깝다!!”
이 소위의 감탄에 조 상사가 다시 생각을 시작한다.
‘내가 일어섰을 때의 거리와 앉아 있을 때의 거리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까 보다 약간 높은 위치... 바로 이곳!’
탕! 팅~!!
조 상사가 발사한 총알은 동전을 정확하게 맞췄다. 이 소위는 조 상사의 사격을 보며 대단하다 느끼고 있었고 우 하사는 벌써부터 총알이든 자신의 소총을 장전하며 사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 하사, 조 상사 대단하지 않아?”
“네. 대단하시네요.”
“뭐야? 그 신통치 않다는 반응은.”
두 번에 동전을 맞춘 조 상사가 흐뭇한 표정으로 눈가리개를 풀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를 지켜본 천대공 교관이 손뼉을 쳐주며 말한다.
“조 상사, 대단하군. 두 번에 성공할 줄이야.”
“감사합니다. 교관님.”
조 상사가 걸음을 옮겨 사격지점으로 이동하자 이 소위가 눈가리개를 묶어주며 귓에 대고 얘기한다.
“천천히 쏴. 긴장하지 말고. 빗나가는 게 정상이야.”
이 소위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던 우 하사가 자신의 눈가리개를 다 묶고 일어서는 이 소위 앞에서 곧장 사격을 시작했다. 탕! 팅~ 이 소위는 깜짝 놀라며 기겁했다.
일격에 동전을 맞춘 우 하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다시 하겠습니다. 새로 타켓을 올려주십쇼.”
아직 눈가리개를 풀지 않고 있던 중이기에 새로운 타켓이 올라와도 거리감을 잡기가 어려울 것인데 새로운 목표물을 올려달라며 기다리고 있는 우 하사. 천대공 교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자리에 똑같은 동전을 새로 올려놓았다.
“한번 해봐. 타켓은 똑같은 위치다.”
“예.”
천대공 교관의 말에 대답을 한 우 하사가 무릎을 꿇고 앉아 아까와 비슷한 속도로 망설임 없이 사격을 한다. 탕! 팅~
“뭐... 뭐야!!”
연속해서 동전을 맞춘 우 하사를 보고 이 소위가 놀라며 어떻게 맞출 수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제야 눈가리개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선 우 하사가 대답했다.
“한 번 본 목표물을 머리에 그리고 쏘면 쉽게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전이 저렇게 큰대 맞추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뭐... 뭐라고?”
멍하니 자신을 처다보는 이 소위를 스쳐지나가며 우 하사가 무표정으로 있자 이 소위가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 모습에 조 상사가 천대공 교관에게 새로운 동전을 받아 똑같은 자리에 동전을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우 하사! 내 눈 다시 묶어봐. 나도 다시 쏜다.”
천대공 교관이 이 소위에 말에 미소를 지으며 일이 재미있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우 하사는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이 소위에게 다가가 자신의 두 손으로 이 소위의 눈을 가려주며 말했다.
“눈으로 보지 말고 머리로 생각해 보세요. 거리와 위치를.”
“오케이.”
이 소위가 생각을 하며 동전의 위치를 그려본다.
‘총구가 이곳이면 동전 위... 그렇다고 밑으로 내리면 바위를 맞출 것이고... 그렇다면 그 중간인 이곳에 조준하여 사격한다면...’
탕! 딱~
이 소위가 신중히 쏜 총알이 동전 바로 밑 부분을 쏘며 동전을 맞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근접한 사격을 한 이 소위를 바라본 천대공 교관이 팔짱을 끼며 놀라워하고 있었다.
‘모두 대단한 실력들이야. 나는 5.56㎜ 탄 박스 한 박스를 모두 사용해도 근처를 못 갈 줄 알았는데... 훗. 놀랍군.’
탕! 팅~
이 소위의 신중한 재사격에 조 상사와 같은 두 번에 성공을 이뤄냈다. 동전이 튀는 팅 소리에 숨을 깊게 몰아쉬던 이 소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의 눈을 가려준 우 하사를 쳐다본다.
“나도 맞췄어. 잘난 채 하지 마.”
“훗. 대단하십니다.”
우 하사는 이 소위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따라잡으려 하는 투지가 우 하사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이 소위는 정말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등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펼쳐진 일이므로 사실과 무관하고 소설화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남한과 북한의 등장인물은 이름을 변경 또는 가상의 인물로 하여 등장합니다. 혼돈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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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우를 믿어라. 그래야 적지에서 네가 살 수 있다.”
파도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영으로 보급품이 있는 곳까지 접근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뭍에서는 지켜보던 고천식 교관이 상당한 실력으로 헤엄치는 우 하사와 가슴 높이의 물에서 방황하는 이 소위를 관찰한다.
이 소위는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자 겁을 먹고 더는 다가갈 수 없었다. 그저 대답하지 않는 우 하사만 부를 뿐이다.
“우 하사! 같이 가!”
“어푸~ 어푸.”
그렇게 한 참을 헤엄치던 우 하사가 보급품이 떠 있는 위치에 도착하자 보급품을 붙잡고 무인도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직 들어오지 않은 이 소위를 발견했다.
“왜 아직도 안 들어오고 저러고 있는 거지?”
이 소위가 망설이는 것을 확인한 고천식 교관이 고함을 질렀다.
“왜 들어가지 않는 거야! 너의 전우가 저 바다 한가운데 혼자 있게 내버려 둘 텐가?!!”
“아... 아닙니다. 하지만...”
“수영을 못해도 자신의 전우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들어가라!”
“네... 넵.”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소위를 바라보는 우 하사는 수영을 못하는 이 소위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싶었다.
“이 소위님! 제가 보급품을 가지고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들어오지 마십쇼!”
“그럴까? 그럼...”
“예!”
우 하사가 보급품 끝에 달려 있던 끈을 자신의 허리에 묶고 다시 헤엄을 치며 뭍을 향해 출발했다. 이 소위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수영을 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자신 쪽으로 헤엄을 치던 우 하사가 이상하게 보였다.
“다리에 쥐가...!”
“뭐라고?!”
헤엄을 치던 우 하사가 다리에 쥐가 났다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확인한 이 소위가 고천식 교관을 향해 소리쳤다.
“교관님, 우 하사 다리에 쥐가 났답니다!”
“.....”
“교관님!”
고천식 교관은 이 소위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고 팔짱만 낀 채 허우적거리는 우 하사를 지켜 볼 뿐이었다. 미동도 없는 고천식 교관을 야속하게 지켜보던 이 소위의 마음이 조급해 졌다. 빨리 우 하사를 구하지 못하면 익사하고 말 것이기에 이 소위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떻게 좀 해보십쇼!”
이 소위의 말에 고천식 교관이 입을 연다.
“지금 허우적거리는 우 하사는 너와 한팀이다. 너의 동지이고 전우다. 어떻게 할 것인가.”
“.....!”
고천식 교관이 수영을 못하는 이 소위를 위해 구조용 튜브를 던져주며 우 하사를 구할 것인지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자신의 앞에 떨어진 구조용 튜브를 쳐다보던 이 소위가 입술을 깨물며 튜브를 잡고 바다로 들어간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지금 가고 있어! 우 하사.”
뭍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 상사는 우 하사가 절대 쥐가 난 게 아니란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영을 못하는 이 소위에게 구조용 튜브를 던져준 고천식 교관의 속내도 잘 알고 있었다. 전우애를 확인해 보기 위한 기회였을 테니.
“우 하사가 영리하네.”
구조용 튜브를 잡고 자신에게 어설프게 헤엄치며 다가오는 이 소위를 확인한 우 하사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 하사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우 하사! 안 돼!”
몸에 힘을 빼고 물속으로 잠기는 시늉을 하는 우 하사를 꺼내기 위해 이 소위가 물속으로 잠수를 해 우 하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물 밖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 수영이 서툰 이 소위에게는 힘든 상황이었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뭍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 상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교관들에게 말을 했다.
“교관님 이 소위님 괜찮을까요?”
“이것도 이겨내지 못하면 북파 침투 훈련에서 낙오자가 되는 거야. 위관으로써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그래도 아직 수영이 서툰 이 소위에게 너무 힘든 상황 같습니다.”
“전우를 믿어라. 그래야 적지에서 네가 살 수 있다.”
섬에 있는 4명은 모두 바다를 바라보며 이 소위의 전우애를 확인하고 있었다. 물속에서 한참을 있던 이 소위가 간신히 우 하사를 끌고 물위로 떠오르자 구조용 튜브에 손을 올리며 눈을 감고 있는 우 하사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 하사! 우 하사! 정신 차려!”
눈을 뜨지 않는 우 하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라고 소리치는 이 소위가 많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었다. 빨리 섬으로 돌아가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보급품과 기절한 듯한 우 하사를 끌고 튜브에 의존해 뭍으로 헤엄을 친다.
“왜 이렇게 무겁냐.”
헤엄을 치는 이 소위 뒤로 정신을 잃은 척을 했던 우 하사의 눈이 번쩍 떠지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이 소위를 보며 웃고 있었다.
“용기는 대단하시네요.”
“응? 깨어났어? 괜찮아?”
“예. 아주 괜찮죠.”
갑자기 배영을 하며 이 소위 주변을 헤엄치며 자신은 아주 평온하다는 듯 여유를 즐겼다. 이 소위는 속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우 하사에게 고함을 치며 뭍으로 올라가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날 속여? 이따가 두고 봐!”
“때리지만 말아주십쇼. 때리시며 제 몸 건드리고 느끼실 것 같아요.”
“뭐... 뭐야?!”
장난을 친 우 하사가 함께 이 소위를 도와 보급품을 끌고 무인도로 돌아오게 되었고 바닷물에 흠뻑 젓은 군복은 무겁기만 했다. 군화를 벗어 가득 찬 물을 쏟아내는 이 소위가 뭍으로 올라온 우 하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을 눈치 챘는지 우 하사가 눈을 피한다.
물에서 나온 우 하사의 옷은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우 하사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까도 확인한 큰 가슴과 홀쭉한 허리... 뒤로 꽁지머리로 묶은 머리를 풀어 헤치는 우 하사의 모습에 화가 났던 이 소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두현 소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고천식 교관의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 소위는 이미 우 하사 몸매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신을 놓고 감상하는 모습은 머리를 풀러 헤친 우 하사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 좀 그만 훔쳐보시고 교관님을 보십쇼.”
“어... 아니야, 아니야. 나 안 봤어!”
이 소위가 고개를 돌려 고천식 교관을 처다 보자 지휘봉이 이 소위의 머리를 내리쳤다. 딱!
“아야!”
“망설이면 전우가 죽는다. 앞으로는 절대 망설이지 말도록.”
“교관님... 저는 속아서 저기 바다까지 갔다 왔습니다. 그런데 때리시면 어떡합니까.”
“수영은 꽝이군.”
고천식 교관의 말이 끝나자 머리를 말리고 있던 우 하사가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영~ 꽝입니다.”
그 말에 이 소위가 버럭하며 우 하사를 쳐다봤지만 이미 우 하사에게 전우 이상의 감정이 생겨버린 이 소위가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쳇!”
그러자 고천식 교관이 다시 이 소위의 머리를 지휘봉으로 때린다. 딱!
“아야! 왜 또 그러십니까?”
“흑심금지.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네?! 제가요?!! 에이~ 교관님, 농담을 못하시는 분인 줄 알았더니...”
“됐고, 보급품 끌어올리고 잠시 쉬었다 다시 실시하겠다.”
“예, 예. 알겠습니다.”
이 소위가 고천식 교관의 말을 비꼬듯 대답하자 고천식 교관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그 기세에 눌려 이 소위가 자리를 피해 보급품을 끌어올린다.
“조 상사님 같이 올리죠.”
“알겠습니다.”
조 상사가 이 소위에게 다가가 줄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우 하사 예쁘죠?”
“말도 안 되는 말씀을...”
“벌써 소위님이 빠지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임무는 임무에 충실해야 성공을 하는 거죠.”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사사로이 감정이 휘둘리지는 않는다고요.”
“그럼, 다행입니다.”
“조 상사님도 참...”
그들이 보급품을 끌어올릴 때쯤 서쪽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밤이 된 다는 것은 북한 풍계리의 마을이 음산해 진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조사실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마을의 이름은 보리골이었다. 50세대가 모여 살고 있으며 약 100여명이 살고 있다.
“밖으로 해가 지면 나가기 무서워서 어떻게 나가야 할지 고민입네다.”
“짐승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을 습격하면 어떻게 합네까?”
보리골 마을회관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이번 사태를 공산당 당원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보리골을 관리하는 공산당원이 마을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이번일이 잘 해결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말을 하며 주민들을 안정시키고 있다.
“에미나이들 이런 시골에 늑대 새끼 한 마리 나타난 걸 가지고 지래 겁먹지 말라우.”
“그래도 동무...”
“지금 조사실에서 조사 중이니 걱정하지 말라우.”
“아까 낮에 총소리도 나고 했는데 별일 없갔지요?”
“미국 양키 놈들 만나도 굴하지 않는 우리가 이 갓일로 겁을 먹어서 되갔어?”
“기리지요.”
정말로 늑대의 울음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그러자 마을 주민이 정말 늑대 소리가 들린다며 호들갑이다.
“방금 늑대 소리 들리지 않았음메?”
“늑대?”
“내래 분명 들은 것 같은데... 무서워서 살갔어?”
“진정들 하시고 그만 집으로 돌아들 가시라요.”
“밤길이 무서워 돌아다닐 수가 없으니...”
그렇게 보리골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고 배가 아팠던 최청승은 마을회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었다.
“끙...”
주민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 간지도 모르고 화장실에 남아 있는 최청승과 공산당원들도 서둘러 마을회관에서 철수하였다. 이제 마을회관에는 최청승 혼자 남게 되었다. 일을 모두 다 본 최청승이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내래 한 방에 끝냈지미. 응? 다 오디간기야?”
아무도 없는 마을회관에 혼자 서서 멍하니 서 있던 최청승이 겁을 먹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자꾸 누군가 자신을 따라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최청승이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산길을 지나야 했는데 으슥한 나머지 진땀이 났다.
“여보시오~ 아무도 없는 것이요?”
혼잣말을 하며 걸어가던 그때, 숲속에서 뭔가가 부스럭 거리기 시작했다. 두려운 마음에 처다도 보지 않고 곧장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데 최청승의 다리에 돌부리가 걸려 넘어지게 되었다.
“아이코, 발목이야...”
넘어지며 발목을 접질린 최청승이 다리를 붙잡고 신음하자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르릉... 크르릉...”
“뭐이가? 이런 망할...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이는 발로 집을 향하고 있는데 짐승의 울음소리가 확연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주변의 새들이 푸득이며 하늘로 날아간다.
“으악! 깜짝이야.”
그때 군복을 입은 사람이 최청승 눈에 보였다. 공산당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본 최청승이 안심하며 그 사람에게 손짓을 했다.
“내래 요 아랫집 최청승입니다. 누구시라요?”
“크르릉...”
최청승이 군복을 입은 군인에게 다가가 얼굴을 보자 두 눈이 커지며 놀랐다.
“뭐... 뭐지?!”
“카우!”
아까 조사실에서 좀비가 된 군인이었다. 좀비는 최청승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최청승의 양 어깨를 잡아당기며 목젖을 한 입 물었다. 그 상태로 성대를 뜯어냈고 최청송은 그 자리에 쓰러져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몸만 떨고 있었다.
곧이어 다른 군복을 입은 좀비가 나타나 최청승의 몸을 뜯어먹으려 했다. 두 좀비는 먹잇감을 놓고 싸우는 짐승들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어디선가 빛이 비추었다. 번쩍.
좀비들이 빛이 번쩍이는 한 나무 위를 쳐다보자 화살이 날아와 한 좀비의 이마에 명중한다.
쉬이익~ 퍽!
“끼야아악!!”
머리에 화살을 맞은 좀비가 넘어지며 몸에 불이 붙고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또 다른 좀비가 그 모습을 보고 나무 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화살 한발이 다시 날아와 나무 위로 달려드는 좀비의 가슴에 꽂힌다. 퍽! 나무 위에 앉아 있던 사람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쳇! 빗맞았잖아.”
좀비를 피해 나무에서 뛰어내린 의문의 사람이 허리춤에 있던 이상하게 생긴 권총을 꺼낸다. 나무 위로 달려들었던 좀비가 소리를 지르며 의문의 사람을 향해 뛰어 내렸다.
“카우우웅!!”
좀비의 공격을 피한 의문의 사람이 들고 있던 권총을 좀비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피융! 총에 맞은 좀비의 몸에 불이 붙고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아까 좀비가 소리를 질러서 였을까. 주변의 다른 좀비들이 의문의 사람이 있던 자리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자신의 무기를 확인한 의문의 사람이 어쩔 수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과연 이자는 누구일까. 좀비들과 싸우는 이자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새벽이 왔다. 하루의 힘든 훈련에서 꿀잠에 취해 자고 있던 무인도의 세 명은 코를 골며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새벽 4시.
천막 밖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꿀잠을 자고 있는 세 명의 사람들을 부른다.
“기상!!”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세 명의 요원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뭐야?!”
“지금 몇 시인데...”
“기상!!”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간 세 명의 요원들이 투덜대며 눈도 뜨지 못한 채 사열하게 되었다. 그 앞에는 천대공 교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함~ 교관님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아십니까?”
“너무 늦게 일어났어.”
“늦게라니요. 아직 해도 안 떴단 말입니다.”
“전원 앞에 있는 총에 실탄 장착한다. 실시.”
“네?”
“총알 장착한다.”
“잠도 안 깼는데 말입니까?”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아... 알겠습니다.”
이 소위가 제일 먼저 탄창에 총알을 장착하며 옆에 있는 우 하사에게 썩은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우 하사, 굿모닝.”
그런 우 하사는 아무 말 없이 총알만 장착할 뿐이었다. 조 상사가 이 소위를 보며 말한다.
“이 소위님 간밤에 어찌나 코를 고시는지 한 숨도 못 잤습니다. 아십니까?”
“제가요?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었는데.”
“저도 골았습니까?”
“심하셨죠. 전 조 상사님 오늘 아침에 못 볼 줄 알았어요.”
이 소위와 조 상사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벌써 총알을 모두 장착한 우 하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들을 향해 말했다.
“하극상해도 됩니까?”
“왜?”
“어제 진짜 두 분 때문에... 제가 말을 말아야죠.”
“응?”
지난밤 이 소위와 조 상사는 탱크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로 코를 골았고 우 하사는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던 두 남자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깨만 들썩일 뿐이었다.
“왜 이리 총알을 못 끼시나요? 두 분...”
아직 탄창에 총알을 반도 못 채운 두 남자에게 천대공 교관이 지긋이 묻자 서둘러 총알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다 됐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자신의 소총을 미리 준비한 천대공 교관이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하늘에 총구를 겨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도 소리가 장엄한 곳을 향해 총성이 들렸다. 탕!
총 소리에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벽에 하늘을 날던 갈매기다.
“우와, 저게 눈에 보이셨습니까?”
“사격은 눈으로 하는 게 아니야. 감으로 하는 거지.”
“감? 보여야 감으로 쏘죠.”
조 상사의 질문이 끝나자 다시 새벽하늘을 향해 한 발의 총성이 들렸다. 탕!
그리고 또 한 마리의 갈매기가 바다로 떨어진다. 이 소위를 포함한 두 명의 요원들도 믿기지 않는다며 떨어진 갈매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격이라 함은 상대를 일발로 제압해야 한다. 두발의 사격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모두 기억해라. 실력들을 한 번 볼까?”
긴장한 세 명의 요원들이 천대공 교관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고 바위 위에는 50원짜리 동전이 놓여 있었다. 이 소위는 총으로 50원을 맞추라는 말로 알아듣고 매우 쉬운 일이라며 먼저 사격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조준을 하는데 천대공 교관이 말했다.
“눈을 가리고 쏴라.”
“네?!”
“지금 목표가 저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눈을 가리고 사격을 할 수 있도록.”
“아무리 감이라고 해도 그게 가능합니까?”
“그래야 북으로 간다.”
답답한 말이었다. 눈을 가린 채 감으로만 사격을 하라니... 이 소위와 조 상사, 우 하사는 천대공 교관의 말에 당황하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 소위의 눈을 가리고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생각한 위치를 조준해 총을 쐈다. 탕!
이 소위가 쏜 총알은 동전이 놓인 바위를 때렸고 동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소위가 어떻게 됐냐는 질문을 하자 우 하사가 아무 이상도 없다고 대답했다. 다시 동전이 놓인 위치의 공간을 상상하며 총알을 쏜 이 소위가 딱 소리를 듣고 실패했음을 인지했다.
“쳇. 이거 너무 어려운걸...”
눈가리개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선 이 소위가 잘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조 상사가 눈을 가린 채 머릿속으로 기억한 동전의 위치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동전이 있는 거리는 약 30m... 둥근 바위 위... 이곳에서 봤을 때 손가락 두마디 정도의 높이... 그렇다면 이정도의 조준으로 쐈을 때...’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신중하게 발사한 조 상사의 탄알이 동전의 바로 앞을 맞춘다. 탕!
“우와~! 맞출 뻔 했는데... 아깝다!!”
이 소위의 감탄에 조 상사가 다시 생각을 시작한다.
‘내가 일어섰을 때의 거리와 앉아 있을 때의 거리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까 보다 약간 높은 위치... 바로 이곳!’
탕! 팅~!!
조 상사가 발사한 총알은 동전을 정확하게 맞췄다. 이 소위는 조 상사의 사격을 보며 대단하다 느끼고 있었고 우 하사는 벌써부터 총알이든 자신의 소총을 장전하며 사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 하사, 조 상사 대단하지 않아?”
“네. 대단하시네요.”
“뭐야? 그 신통치 않다는 반응은.”
두 번에 동전을 맞춘 조 상사가 흐뭇한 표정으로 눈가리개를 풀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를 지켜본 천대공 교관이 손뼉을 쳐주며 말한다.
“조 상사, 대단하군. 두 번에 성공할 줄이야.”
“감사합니다. 교관님.”
조 상사가 걸음을 옮겨 사격지점으로 이동하자 이 소위가 눈가리개를 묶어주며 귓에 대고 얘기한다.
“천천히 쏴. 긴장하지 말고. 빗나가는 게 정상이야.”
이 소위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던 우 하사가 자신의 눈가리개를 다 묶고 일어서는 이 소위 앞에서 곧장 사격을 시작했다. 탕! 팅~ 이 소위는 깜짝 놀라며 기겁했다.
일격에 동전을 맞춘 우 하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다시 하겠습니다. 새로 타켓을 올려주십쇼.”
아직 눈가리개를 풀지 않고 있던 중이기에 새로운 타켓이 올라와도 거리감을 잡기가 어려울 것인데 새로운 목표물을 올려달라며 기다리고 있는 우 하사. 천대공 교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자리에 똑같은 동전을 새로 올려놓았다.
“한번 해봐. 타켓은 똑같은 위치다.”
“예.”
천대공 교관의 말에 대답을 한 우 하사가 무릎을 꿇고 앉아 아까와 비슷한 속도로 망설임 없이 사격을 한다. 탕! 팅~
“뭐... 뭐야!!”
연속해서 동전을 맞춘 우 하사를 보고 이 소위가 놀라며 어떻게 맞출 수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제야 눈가리개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선 우 하사가 대답했다.
“한 번 본 목표물을 머리에 그리고 쏘면 쉽게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전이 저렇게 큰대 맞추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뭐... 뭐라고?”
멍하니 자신을 처다보는 이 소위를 스쳐지나가며 우 하사가 무표정으로 있자 이 소위가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 모습에 조 상사가 천대공 교관에게 새로운 동전을 받아 똑같은 자리에 동전을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우 하사! 내 눈 다시 묶어봐. 나도 다시 쏜다.”
천대공 교관이 이 소위에 말에 미소를 지으며 일이 재미있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우 하사는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이 소위에게 다가가 자신의 두 손으로 이 소위의 눈을 가려주며 말했다.
“눈으로 보지 말고 머리로 생각해 보세요. 거리와 위치를.”
“오케이.”
이 소위가 생각을 하며 동전의 위치를 그려본다.
‘총구가 이곳이면 동전 위... 그렇다고 밑으로 내리면 바위를 맞출 것이고... 그렇다면 그 중간인 이곳에 조준하여 사격한다면...’
탕! 딱~
이 소위가 신중히 쏜 총알이 동전 바로 밑 부분을 쏘며 동전을 맞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근접한 사격을 한 이 소위를 바라본 천대공 교관이 팔짱을 끼며 놀라워하고 있었다.
‘모두 대단한 실력들이야. 나는 5.56㎜ 탄 박스 한 박스를 모두 사용해도 근처를 못 갈 줄 알았는데... 훗. 놀랍군.’
탕! 팅~
이 소위의 신중한 재사격에 조 상사와 같은 두 번에 성공을 이뤄냈다. 동전이 튀는 팅 소리에 숨을 깊게 몰아쉬던 이 소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의 눈을 가려준 우 하사를 쳐다본다.
“나도 맞췄어. 잘난 채 하지 마.”
“훗. 대단하십니다.”
우 하사는 이 소위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따라잡으려 하는 투지가 우 하사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이 소위는 정말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등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펼쳐진 일이므로 사실과 무관하고 소설화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남한과 북한의 등장인물은 이름을 변경 또는 가상의 인물로 하여 등장합니다. 혼돈 없으시기 바랍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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