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종이술사" 라는 종이를 갖고 재주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중 실력이 으뜸인 자가 시트론 왕국을 지배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소위 영웅이라 불리오는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영웅은 시트론 왕국을 대한 대가로 감금형에 처하게 된다.
이유는 단순했다.
"두렵기 때문"
영웅이 마음먹기에 따라 왕국을 전복시킬수 있었기에 왕족들이 내린 비열한 결정이었다.
영웅은 감금형에 처하면서 말했다고 한다.
「내가 다시 돌아온다면 결단코 이 나라를 용서치 않겠다.」라고 ..
그후 수백년이 흘렀다.
.
.
숲이 우거진 산속에 광활한 공터가 펼쳐져 있고 그 한가운데에 허름한 집 하나가 있었다. 그곳으로 피투성이로 걸어오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금발의 머릿결을 허리아래까지 늘어트리고 있었으며 용모는 아리따웠으나 온몸에 흩뿌린 피의 색처럼 얼굴은 창백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몸으로 문고리를 열려는 순간, 한발의 화살이 그녀의 머릿결을 스쳐 문짝에 박힌다.
파르르 -.
"여기까지다.. 아리스 기사단장. 금단의 구역까지 도망친것은 훌륭하나 끝이다."
말하는 남자가 다시금 활시위를 당기자, 느닷없이 문이 열린다. 아리스가 연것이 아니었다. 그안엔 흑발의 젊은 용모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꽤나 불쾌한 얼굴로.
"누구냐? 내 집 문에 화살을 꼽아박는 녀석이?"
푹 -!
하지만 남자의 협박이 무색하게도 다시금 날아오는 화살이 안구를 꿰뚫었다.
그러나, 남자는 오히려 인상을 어둡게하며.
"이 새끼들이 진짜 ..!!"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남자가 궁수들을 향해 달려든다. 궁수들은 당황한다. 궁수단장인 로이트는 침착했다. 하지만 놀란 면도 있었다. 수백년이 흘러 없을것이라 여기어지던 영웅의 유배지에 사람이 살고 있다니, 더욱이 이놈은 자신의 화살을 맞고도 멀쩡했다. 그렇다는 말은-.
"네가 종이술사 클렌인가 ?!"
"오호... 수백년이 흘렀어도 내 이름을 아는자가 있군."
클렌은 응답한다. 그 말에, 다른 궁수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전설이 맞다면 클렌은 엄청난 실력의 종이술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이트는 알고 있었다. 클렌이 수백년동안 이곳에 갖혀산건 이곳에 펼쳐진 결계도 있거니와 그의 마력이 약하기 때문이란걸.
그의 마력은 왕국에서 악의적으로 빼앗아갔다.
"녀석은 힘이 없다! 녀석의 마력은 왕국에서 보관중이야!"
로이트의 외침에 궁수들은 금새 자신감을 얻어 활시위를 당긴다. 역시나, 로이트의 외침처럼 클렌은 무기력하게 궁수들의 화살에 맞는다. 온 사지에 열발의 화살이 박혀있다. 곧 그의 몸 사이에 금이 쳐지기 시작하더니 무너져 내린다. 무너져 내리며 흩뿌려지는 종이다.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어."
로이트는 실소를 지으며 죽어간 클렌 너머의 아리스 기사단장을 본다. 그녀는 반쯤 체념한 눈빛이었으나 이내 동공이 커진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로이트의 등뒤에 서있던 궁수들의 비명이다. 로이트가 놀라며 뒤를 보자, 궁수들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 아니, 녹고있다는 표현이 맞았다. 허공에 흩날린 종이에 몸이 맞닿은 궁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지옥이었기에 남은 궁수들은 얼른 허공의 종이에 닿지 않도록 몸을 피했다.
"뭐.. 뭐지? 이 이상한 술법은 ?"
"끌끌.. 독 인형이다."
아리스의 등뒤에 나긋이 울리는 목소리.
거기엔 백발의 노인이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채 서있다. 그러며 노인이 손가락 사이를 튕기자 집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며 무너져 내린다. 그 안에서 나온것은 수천, 수만장의 종이조각들. 그 중 일부가 노인의 피부에 달라붙으며 아까본 젊은 용모의 남자로 변모시킨다. 나머지 종이들은 남자의 주변을 떠다닐뿐이다.
"남의 집 문짝을 손상시킨것도 모자라 나를 죽이려 한점... 니놈들의 목숨으로 바꿔가겠다."
순간, 허공에 떠다니던 종이조각들이 의지를 가진마냥 스스로 종이비행기 모양으로 접히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빠르게 궁수들의 몸을 꿰뚠다. 핏물이 이리저리 튀긴다. 이 압도적인 광경에 간신히 거리를 벌려 살아남은 로이트는 사지가 부들 떨렸다. 순식간에 모든 병력을 잃고 자신만이 남았다.
" 도대체 뭐지? 힘이 없다고 전해지던 전설은 거짓이었나? 그렇지 않고서야 저정도의 술법을 .. "
그의 선택지는 일단 "후퇴" 였다. 하지만 이 선택지를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순간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푸학!
머릿통을 으께는 종이 한장이었다.
모든 것이 죽음으로 처리되자, 아리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온몸은 피로로 누적되어 있지만 바로 옆에 서있는 클렌이란 남자는 그녀의 온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마력이 없음에도 이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을줄이야..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다.
클렌은 검은 눈동자를 그녀에게 향하며 묻는다.
"전후사정을 들어볼까? 여자.. 크큭."
그날 밤,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 집(?) 안에서 클렌은 아리스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어느새 20대 왕이 들어선 시트론 왕국에 하바손이란 귀족이 반란을 일으켜 도움을 청하러 이곳으로 왔노라고 말이다. 클렌은 그 이야기를 다 듣자마자 콧웃음쳤다.
"생각이 없구나.. 계집. 내가 네놈들을 도울거라 생각하느냐? 수백년전 나를 배신한것도 모자라 이런 곳에 감금까지 시킨 네놈들을 ...?! 나한텐 오히려 속시원한 일이지. 암 그래. 그렇고 말고."
"...만일..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대가는 치를것입니다."
"대가 ? 크큭.. 무슨 대가를 말이지?"
클렌은 비릿한 미소로 아리스를 본다.
"당신의 힘을 돌려드리겠어요."
그녀의 말에 클렌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린다. 그 점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나의 마력? 크큭! 이봐. 계집! 그건 원래 나의 힘이고 수백년전 니놈들이 빼앗은 나의 힘이다! 원래 내 물건임을 돌려주는게 대가다? 이봐. 이건 얘기자체가 될수 없어."
"그렇다면 그 힘을 선불로 드린다면.. 어떻하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클렌은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는다.
"뭐라..? 선불..? 그럼 내 마력을 지금 여기에 들고왔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성에서 도망칠때 당신의 마력을 챙겨왔죠.. 하지만 여기엔 없습니다. 같이 도망쳐나온 두 공주님께 마력을 맡기었죠. 공주님들은 제가 삼일내로 오지않는다면 마력을 들고 제가 알지못하는 장소로 이동할것입니다."
현 상황은 클렌에게 유리했으나 속사정은 아리스에게 유리했다. 지금 여기서 그녀를 죽이면, 자신의 마력은 영영 찾을수 없게 된다. 여기서 클렌은 머리를 빠르게 굴린다.
" 만약에 마력을 먼저 받고 저 년놈들을 싸그리 죽인다면 ....? "
마력만 받게된다면, 자신을 위협할 놈은 없다. 클렌도 사실 한정된 마력중 일부를 아침에 일어난 싸움에 쓰느라 마력의 잔량이 절반쯤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도 자신의 힘을 되찾는게 급선무였다.
묘한 이해관계가 클렌과 아리스 사이에 피어오른다.
곧 붙잡던 멱살을 푸는 클렌이다.
"그래.. 좋아."
클렌의 말에 그녀는 안도한다. 일단 이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된것이다. 하지만 그녀역시 어리석지 않다. 클렌에게 마력을 준다면 그가 정말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아니, 아까전 보인 그의 언동으로만 보아선 분명히 배신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력을 주기전까지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백년전 쌓인 앙금을 몇일사이에 푼다는것은 무리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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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 -ㅁ-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_^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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