妖惑 (요혹)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녘 고요하고 적막한 산길 위로 세명의 사내가 그 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이 올라가는 산길위에 있는 장소는 이 야심한 새벽녘에 올라가기에는 영 꺼림직하고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그런 장소였다. 산길 위, 맨 꼭대기에 만들어져 있는것은 바로 공동묘지였던 것이다.
이 인적없는 산길위로 어두컴컴한 꼭두새벽에 공동묘지를 찾아가는 세 명의 사내들의 모습은 그 누가 보더라도 뭔가 미심적고 꺼림직한 모습이 아닐수 없었다.
"교수님, 정말 이런식으로까지 해야겠습니까?"
제일 뒤에서 열발자국 정도 뒤에 쳐져서 걸어가는 사내가 숨이 가쁘면서 상당히 짜증이 뒤섞인 어구를 자신의 앞에서 앞장서서 걸어가는 제일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내를 향해 날리기 시작했다.
"......"
맨 뒤에서 짜증이 잔뜩 섞인 맨트를 자신에게 날린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했을 법한 중년의 남성이었지만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채 그저 묵묵히 산길을 계속 올라갈 따름 이었다.
".........장학문 교수님!"
자신의 말에 어떠한 답변도 해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 사내는 몹시 성질이 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약간은 큰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는 장학문 이란 사람의 이름을 불러재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학문의 옆에서 말없어 걸어가던 사내가 앞으로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뒤로 돌리곤 자신의 뒤에 걸어오는 사내를 흘려보면서 그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다그치듯이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암성씨, 지금 당신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장교수님이 손수 앞장서서 나서고 있는거라고요. 짜증 부릴 상황이 아니란 말이죠."
자신을 다그치는 사내의 어구를 들은 뒤를 따라가던 사내는 방금전까지 장학문이란 사내에게 원망스런 눈빛과 표정을 날리던 그 시선을 바로 그 사내에게 이어 날리기 시작하며 그의 다그치는 어구에 바로 쏘아붙이듯이 대꾸를 해대기 시작했다.
"이성금 선배, 장교수님과 선배가 저와 제 가족을 위해서 많이 애써주신것은 그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잘 알지요. 그렇지만..그렇지만요.."
암성은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두었었던 앙금이 담긴듯한 말을 차마 바로 내뱉지 못하고 분을 속으로 내심 삭히면서 속을 달랜후에 아까보다는 훨씬 차분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이성금이란 사내에게 자신의 의견을말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에요..이미 저희 집안은 다 풍지박산 나 버렸잖아요. 어머니, 아버지 모두 다 행방불명된 상태이고 누나마저 죽어버렸는데..이 마당에 누나의 묘에가서 누나의 시체를 봐야겠다고 하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입장 바꿔서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말을 하면서도 분통이 터지고 끔직하다는듯이 몸서리를 치면서 암성의 모습에 성금은 안스럽다는듯이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고는 아까와는 다른 목소리로 그를 달래듯이 말을 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해. 하지만 이건 자네의 상식을 벗어난 일이 벌어난 것이기 때문에 지금 교수님이 이렇게 손수 나서는 거란 말이야."
"상식을 벗어났다는게 무슨 말입니까? 제 어머니, 아버지가 사라지고 누나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린게 무슨 귀신이 와서 우리 가족을 이렇게 만든거라다 된다는 겁니까?"
암성은 헛소리좀 그만 하라는 듯이 어두컴컴한 산기슭에서 목이 터지라 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버럭버럭 성질을 내는 듯한 어구를 토해내가기 시작했다.
"바로맞췄네. 암성군."
장학문은 암성과 성금의 논쟁을 계속 듣고만 있던 도중에 암성의 귀신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이 갑작스럽게 둘의 논쟁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
암성은 장교수의 말에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다시금 어이가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그의 말에 반문하는 어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교수님..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귀신 운운 하십니까. 우리 가족이 그럼 귀신한테 홀려서 해꼬지를 당한 거란 말입니까. 그럼 저는 뭔데요? 왜 저는 멀쩡히.이렇게 살아 있는건데요? 뭔가 말이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안찮습니까."
"...어쩌면 자네 가족에게 해를 입힌 사람은 어쩌면.."
학문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암성에게 대답을 하던 도중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뭔데요? 얼른 말을 이어서 해보세요."
암성은 진지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장교수의 모습에 웬지모를 불안감을 느끼면서 그의 다음 말을 계속 재촉하는 어구를 내뱉기 시작했다.
장학문은 암성의 재촉어린 어구를 듣고는 어쩔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끊었던 말을 이어서 내뱉기 시작했다.
"어쩌면 암성군의 가족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당신의 누나일수도 있어."
"..........하...하..."
암성은 장학문의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허탈하면서도 어이가 없단 눈빛으로 장교수을 노려보면서 그에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교수님..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울 누나..기윤주 방년 29세에 평소 몸이 허약하고 최근들어 급격한 빈혈과 호흡곤란으러 인해서 이틀전에 먼저 이 세상을 떠났단 말입니다."
바득바득 이를 갈면서 장학문의 말에 반박하는 어구를 토해내는 암성의 모습을 보면서 학문은 이해할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에게 마구 화를 퍼붇는 암성의 모습을 잠자코 보고만 있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언성이 잠잠해지자 그제서야 학문은 암성을 지긋이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그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뱉어가기 시작했다.
"암성군, 자네의 누나가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 도시에서의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되어서 자네 부모님이 누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는것을 난 잘 알고 있었네. 그런데 그때 내가 뭐라고 했었지?"
"...이 집은 터가 안좋으니 이곳 말고 다른곳을 알아보라고 하셨었죠."
암성은 장교수의 질문에 이를 곱씹으면서 그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었다.
"그래...내 전공이 뭔지는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민속학이네. 특히 나는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이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왔고 이 지역에서 교수 노릇을 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은 거의 모르는게 없을 정도란 말이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암성군 가족이 이사를 올려는 그 집을 반대했던거네. 그 집은 일단 풍수학으로도 수많은 수맥이 흘러 사람이 잠을 자거나 생활하는데에는 몸에 좋지 않은 기운이 발생할수 있다고 분명히 경고 했었네."
"........"
암성은 장교수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의 말이 말도 안된다는것을 그 역시 질 알고 있었다. 아무리 집안이 수맥이 흐르고 좋지 않은 기운이 집안 곳곳을 휘젓고 다닌다고 해도 사람을 죽일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지금 그의 가족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죽거나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차라리 자신을 의심하는 말을 했다면 어느정도 수긍이 갈련만...지금 장교수의 말은 거의 궤변과도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여듣고 있었다. 어째서 누나가 죽었는지 어째서 자신의 부모님이 갑자기 사라졌는지 그 실마리를 장교수가 알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심정으로 그는 묵묵히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경청해 나갔다.
"교수님..이야기기 길어지실거 같으면 어딘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게 어떨까요?"
성금은 장교수의 이야기가 길어질거 같자 넌지시 자신의 뜻을 교수에게 전달해갔다. 그렇잖아도 가파른 산길을 이 어두컴컴한 새벽녘에 간다는 것이 참으로 고되고 힘든 일이었는데 괜찮은 핑계거리가 생겼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교수는 그런 성금의 생각에 찬물을 껴안는 어구를 내뱉어대고 있었다.
"아니..이제 얼마 남지.않았어. 걸어가면서 계속 이야기하지. 성금군, 앞장서서 걷게나."
"네......교수님.."
장교수의 대답에 적잖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성금은 풀이 죽은듯한 목소리로 교수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어두운 밤길을 비추는 랜턴을 자신의 손에 다시금 꼭 움켜쥐고는 둘보다 한발 앞장서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암성군..그럼 걸어가면서 계속 말을 이어가도록 하겠네."
학문은 암성을 다시금 넌지시 바라보며 아까보다는 확실히 기가 죽있는듯한 그를 다독거리는 듯한 자상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붙였고 암성은 그런 장교수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네 가족이 왜 그 집을 고집?는지는 어느정도 이해가 가긴 하네..자네 아버지도 그저 소규모 기업에서 일하는 월급쟁이 일텐데..빠듯한 살림에 딸자식 하나 건강하게 해보겠다고 이곳까지 왔으니..좋은 집을 구해주고 싶었겠지.. 방세칸에 마당도 꽤 크고 주차공간도 넓직한 이런 집이 그리 싸게 매물로 나왔을테니 혹했을거고..."
거기까지 말한 학문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들고는 그 안에서 담배 한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는 다른 주머니에서 라이타를 찾기위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성금은 교수가 라이타를 찾는 모습이 자신의 눈에 보이자 잽싸게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들고는 그의 입가에 라이타의 부싯돌을 당겨 불을 붙여 다가가기.시작했다.
장교수는 그런 성금의 행동에 바로 고맙다는듯이 약간 고개를 까닥거리고는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목안에 금새 뿌연 담배의 연기가 가득 차는 느낌이 정말 꿀맛이었다. 그는 입을 약간 벌려 담배연기를 밖으로 배출해내고는 발걸음을 다시금 묘지쪽으로 걸어가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그건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네..어디에서든지 시세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싼 집은 일단은 의심을 했었어야해..그 집에 살았던 사람치고 좋게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이 없었단 말이네. 자세한 내막은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 집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이 족히 열명이 넘는단 말이야. 사람의 정신을 온전케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수 있는 양기의 기운이 그 집에는 매우 부족하단 말일세."
"그렇지만 아무리 집이 터가 안좋고 그렇담쳐도 그게 우리 누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앉찮습니까. 우리 누나는 피해자면 모를까 절대 가해자가 될수 없어요."
암성은 학문의 말에 반박을 날리는 어구를 슬슬 내뱉기 시작했다. 자신 역시 그 집에 살았고 부모님과 누나 모두 그 집에 함께 살았었다. 그런데 어째서 교수님은 집 터 운운 하는 어구를 내뱉느냔 말이다. 지금 장교수의 말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듯했다.
"암성군 자네는 이 마을로 이사왔을때 몹시 싫었을거네. 자네가 다니는 학교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고 형편상 방을 얻어 나갈 처지도 되지 못했을테네 말이야."
장교수의 말에 암성은 묵묵히 듣고만 있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가겠다는 부모님의 말에 암성은 차마 반대의 뜻을 내비치지는 못했지만 내심 속으로는 이사를 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랬었다. 다니는 학교와도 통학거리가 몇배는 더 멀어지기도 했거니와 교통편도 너무나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처음 운행하는 버스를 타야지 간신히 지각을 면할수 있었고 돌아올때는 버스를 한두시간 기다리는것은 예삿일이었다.
그렇지만 누나의 건강을 위해서 부모님이 큰 결심을 한것이라고 하니 암성은 차마 자신의 속내를 내비쳐 보일수 없었다. 그 역시 자신의 누나가 어서 빨리 몸이 건강해져서 밝게 웃는 모습을 다시금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그 집에서 어찌보면 제일 이방인 같은 신세였던거야."
"이방인.....이라니요?"
장교수의 말에 암성은 물그러미 학문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문이 가득찬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반문하듯이 그의 말에 토를 달아댔다.
학문은 그런 암성의 표정을 보고는 당연한 표정이라는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금 그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비쳐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야...내 말을 너무 속에 담아두지는 않기 바라네."
장교수의 사뭇 진지한 어구를 들은 암성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문은 그런 암성의 모습을 보고 이내 자신의 생각이 담긴 의견을 암성에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들어보게. 자네 가족이 이사왔을때 그 집에는 자네 가족들 말고는 그 누구도 살고 있지 않았을거야. 그렇지..? 그렇지만 만약에 그 집에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그 무언가가 아주 오래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그 집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단 말이야. 그게 귀신이든 그 집에 있는 수호신이든 지박령이든 아무튼 그 무언가가 말이야..그래..쉽게 이해할수있게 그것이 그냥 귀신이라고 치세. 그 귀신은 자네 가족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것에 대해 두가지 반응을 보일수 있을걸세. 반겨주거나..아니면 성질을 내거나 말이야..자..귀신이 이 두가지의 반응을 보일때 자네는 어떤게 더 사람에게 이롭거나 해가 될거라고 생각하나?"
암성은 말없이 교수의 의견을 듣던 와중에 갑작스럽데 자신에게 질문이 들어오 약간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내비쳐 보였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의 물음에 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성질을 부리는 귀신이 더 해로운게 아닐까요? 진짜로 귀신이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지요..”
암성의 대답을 들은 장학문은 그 대답이 나올줄 알았다면서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신 앞에 앞서가는 성금을 향해도 넌지시 방금 물었던 질문을 그에게도 되묻기 시작했다.
“성금군, 자네도 그리 생각하나?”
“아...네? 아...그..그렇지요. 아무래도 귀신이 해꼬지를 한다는것 자체가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그런는게 아닐까요.”
성금 역시 암성의 대답과 별반 차이가 없는 대답을 보이자 학문은 씁쓸한 미소를 내비쳐 보였다. 그래도 자신의 수제자라 여기는 이성금 역시 이런 대답을 했다는 것이 내심 실망감이 없잖아 있던 그였다.
장학금은 둘에게 설명을 하듯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자..귀신은 두가지의 성향이 있다고 했지. 여기서 성질을 부리는 귀신이라는 것은 보통 자신이 주거하는 지역에 침입하여서 화를 내는 유형이 대부분이야. 다시 바꿔 말하자면 자신의 주거지역에 침입하지 않는 다면 그 귀신에게 해꼬지를 당할 위험은 상당히 적어진다는 소리겠지. 하지만 말이야..그 귀신이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에 들어온 사람에게 호감을 보이고 그를 반긴다는것.......그것부터 상당히 문제가 불거져 올수 있단 말이네.”
암성과 성금은 장교수의 말에 호기심이 잔뜩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교수가 걸어가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함께 걸어가면서 그가 말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했다. 학문은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되었을때..그때부터는 사람이 가졌던 이성적인 생각이나 도덕적인 관념, 원칙 그런것들은 전부 다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단 말이지..그렇기에 귀신이 되어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 되버린단 말이네. 귀신이 사람을 위해서 뭔가를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은 사람의 이성으로서나 아니면 도덕적인 관념을 무시한채 그 일을 행할려고 한다는 말일세. 그렇게 된다는 것은 귀신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주변의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가 갈수도 있다는 뜻이란 말이네. 이제 대충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가?”
장교수의 말을 귀담아 듣던 두사람, 특히 암성은 그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을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가 된다고 대답을 해 나갔다. 학문은 그런 암성의 모습에 만족을 했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그에게 내비쳐 보이고는 다시금 자신의 뜻이 담긴 의견을 계속 그 둘에게 이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집에 이사를 왔을때 그 집에 가장 오래 있을 사람이 누구일거 같은가? 자네의 아버지는 이곳에 이사를 오고나서 제일 처음에 한 일이 바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었을 거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소규모 공장 같은데에 어떻게 손이 닿아서 취직이 된걸로 알고 있네. 자네 아버지 취업의 뒤를 봐준 사람이 바로 나니까..”
암성은 그 사실은 이미 전에 아버지에게 들어 알고 있었기에 장교수의 말에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일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라는 말을 잊지않고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장교수는 그런 암성의 태도에 흐뭇한 미소를 한번 내비쳐 보이고는 다시금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 어머니도 남편의 빠뜻한 월급 가지고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파트타임 일자리로 이 동네에서 하나뿐인 대형마트에 취직 한걸로 알고 있네..대략 그 일하는 시간이 4~5시간인걸로 알고 있네..맞나?”
“네...일주일에 3번에서 4번 5시간에서 6시간 근무하는 일을 잡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암성은 교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물음에 곧장 답을 해주었다.
“그래....그리고 자네는 아까도 말했지만 제일 아침에 집을 나가서 늦은 밤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고 휴일에도 거의 집을 나가서 마을 도서관 같은데 가서 공부를 했던걸로 알고 있네. 맞나?”
“네.....그렇습니다..”
암성은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현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집에 있는 것 자체가 그는 싫었다. 병든 누나와 삶에 찌든 부모님과 매일 눈을 맞대고 사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자신의 미래가 암담하고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집에 오래 있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별다른 일이 없는한 집에 있고 싶지가 않았기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 가면서 집을 벗어나길 반복해 왔었다.
“그건 정말 잘한거네..암성군..그 집안의 기운을 그나마 자네가 가장 덜 받았던 거야.”
“......”
장교수의 말에 암성은 그래도 아직은 미덥지 못하다는 얼굴 빛을 띄면서도 계속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수 밖엔 없었다. 그 역시 누나의 갑작스런 죽음의 정확한 원인을 잘 알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그 집에서 가장 오래 있던 사람은 첫번째는 자네 누나..그 다음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네 일세. 그럼 그 집에 터줏대감처럼 눌러앉은 귀신이 그 집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세. 누가 가장 귀신을 접하기 쉬울거 같은가?”
“......윤주씨겠죠..”
장교수의 암성과 계속 같이 듣고 있던 성금은 교수의 말에 바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어구를 내뱉었고 장교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암성군 자네의 누나가 그 집에 가장 오래 있을수밖엔 없는 사람이네. 그리고 자네 누나는 이 집에 오기 전부터 몹시 허약한 상태였어. 옛부터 몸이 건강한 사람한테는 건강한 기운이 흐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 반대의 사람한테는 음기의 기운이 강하게 흐르기 때문에 귀신이 훨씬 쉽게 달라붙을수 있다네...귀신은 자네의 누나가 아주 좋은 먹잇감 혹은 아주 좋은 놀잇감, 장난감 같은 것으로 보였을거야. 귀신은 분명히 힘들어 하는 자네의 누나의 옆으로 다가가 이런 저런 말로 누나를 유혹했을거네. 아마도 몸을 건강하게 해주겠다..병을 없애줄수 있다..뭐 이런 식으로 말이네.”
암성은 장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뭔가 얼핏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을 내보였다. 확실히 그랬었다. 이 집에 이사를 오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누나의 얼굴빛은 확실히 좋아졌었던 적이 있었다. 매일 아파서 낑낑 거리던 그 모습은 점점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예전보다도 훨씬 수척해지고 있었던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귀신은 사람을 희롱하고 괴롭히는것에서 끝내는게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간혹가다 있다네. 예를 들자면 이승에서 못다한 한이 가득한 것들은 그 한을 풀기전에는 저승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한다고 하더군..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지..단지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에 질투를 느낀단 말이야. 그래서 그 사람의 몸에 강제적으로 들어갈려고도 한단 말일세. 그게 바로 빙의, 즉 씌인다는 것일세. 자네의 누나가 죽기전에 너무나도 괴롭고 힘들어한다고 해서 내가 성금군과 함께 자네의 누나의 상태를 확인하러 간적이 있었지. 그때 자네의 누나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았네. 마치 수백년 묵은 여우가 들어간듯한 모습을 보였었지 않나. 나와 성금군을 마치 홀려서 잡아먹기라도 할려는 듯한 눈초리를 보이면서 괜히 가슴팍을 풀어헤치기도 하면서 말일세.”
“........”
암성은 그때의 일을 다시금 떠오르게 말하는 교수의 어구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교수의 말대로 그 당시의 누나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마치 남자를 품지 않으면 미쳐버릴거 같은 색녀의 모습을 했던 것처럼 옷을 마구 풀어헤치고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고 흔들면서 혓바닥을 낼름 낼름 거리며 교수와 성금을 향해 교태스럽고 농염한 어구를 마구 흩날려대는 모습을 보였더랬다. 암성은 그때의 누나의 모습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아 바로 교수와 성금을 누나의 방에서 내보낸후에 그저 누나 혼자 방치한채 집을 빠져나와 버렸었다. 그리고 한참후에 집을 다시 찾아갔을때 누나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가쁜 숨을 쉬면서 집에 돌아온 자신을 바라보며 힘겨운 목소리로 “.....왔니..” 라는 말을 내뱉으는 모습을 보였었다.
누나의 그 모습은 마치 이중인격자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 당시의 누나의 모습이 원래 그런 모습이 아닐거라고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네....암성이 자네의 누나를 보고나서 내가 느낀것은 분명 무언가 우리가 이성적인 생각과 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자네의 누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리고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네의 아버지가 행방불명 되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 어머니 마저 소식이 끊겼잖은가...귀신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자신이 흥미를 가진 것에는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몰두하지. 내가 보기에는 분명 자네의 누나가 무슨 짓을 자네의 부모님에게 벌인게 분명해. 그리고 그 일이 끝나고 나자 더이상 귀신은 자네의 누나에게 흥미를 잃은게 틀림 없어. 그래서 아마도 그 귀신은 누나의 몸에서 빠져나왔고 그 여파로 자네의 누나는 급격히 체력적으로 허약해졌을것이네. 아마도 누나의 몸을 지탱해왔던것은 그 귀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거야. 그런데 그런 귀신이 갑작스레 몸을 빠져나왔다면 누나의 몸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거 아니겠는가..”
암성은 장교수의 말을 계속 들어가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까부터 계속 맘속에 걸리고 있던 그 생각이 계속 그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 생각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러니까 우리 누나는 귀신때문에 죽었다는 거지요. 그래요..교수님의 말이 다 맞다고 치자구요. 그런데 그렇게 죽은 우리 누나의 무덤을 왜 다시 파헤치자는 겁니까..?”
암성은 장교수를 의혹에 가득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에게 자신의 가슴에 엉켜있던 응어리에 가득찬 질문을 내뱉어대기 시작했다.
장교수는 암성의 질문을 받고 약간은 언짢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그에게 조심스레 자신의 뜻이 담긴 답변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했었네..그저 집의 터가 좋지 않아서..그래서 자네의 누나는 귀신이 씌여서 그렇게 된것이라고..운이 좋지 않은 케이스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네..그런데 말일세..”
장학문은 이제 앞으로 자신이 암성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지금까지 자신의 가설이 틀리다는 말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듯 그 이야기를 내뱉는게 상당히 껄끄러웠다. 여지껏 지금껏 있었던 벌여진 일들이 모두 그 집안의 귀신 탓이라고 여겼다고 생각했었던 것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나의 가설은 말이야..반은 맞고 반은 틀린거 같아..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자네 누나를 직접 보고 나서 나는 자네가 사는 그 집에 대해서 조사를 조금 해보았다네. 이 주택은 대략 지어진지 20년이 조금 더 된 거 같더군..그동안 이 집을 거쳐간 세대수는 대략 12세대 정도 일세..20년동안 무려 12가구가 이 집을 거쳐갔단 소리네..그 말은 이 집에서 2년을 넘게 살았던 가족은 없다는 뜻도 된다는 말일세..”
학문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썰을 계속 털어놓는다는 것이 몹시나 안타까웠던 것인지 주머니에서 다시금 담배 한개비를 꺼내 들고는 바로 입에 물어 버렸고 그 광경을 본 성금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할 정도로 잽싸게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어 그의 입 가까이에 라이타 불을 키워 담배에 불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후우....”
학문은 담배를 길게 빨아들인후에 그 연기를 길게 뿜어내어가면서 담배를 손가락에 걸고 자신의 이마를 살짝 긁어대기 시작했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아까도 내가 이야기 했다시피 죽거나 다친 사람이 10명정도가 된다고 했네. 이 저택에 이사온 가족은 20년동안 12식구가 왔다고 내가 방금 이야기했지. 그렇다면 이 저택에 이사온 한 가구당 한명꼴로 죽은것이라고 볼수도 있겠지. 나는 그 부분을 조사해 보았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이곳에 이사온 가족들 모두 가족당 한명꼴로 죽어나갔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어.”
장교수의 말을 들은 암성과 성금은 그의 말에 오금이 저리면서 소름이 등어리에 쫙 끼얹어가는 느낌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암성이 살고 있는 그 집은 저승으로 가는 출입구나 다름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좀더 그 집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네..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집이 무슨 일로 그렇게 사람이 죽어나가게 되었는지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 어차피 귀신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 사람이야. 그럼 귀신이 사람에게 해꼬지를 하는 일은 뭐 이런 저런 이유가 다 있으니까 그런것에는 그다지 관심없었어. 다만 내가 궁금했던건 과연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이 어떤식으로 죽어나갔느냐 하는게 궁금했던거지..”
학문은 다소 심각한 어구로 암성에게 말하면서 산길을 걸어가던 것도 멈춘채 그를 바라보면서 다소 심각한 목소리로 다시금 그에게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난 이 마을에 있는 종합 병원에 가서 그들의 사망원인을 하나같이 일일이 검토해 보았다네..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증상이 모두 일괄적으로 비슷했지..그건 암성군 자네의 누나에게도 해당되네. 그건 바로 만성적인 빈혈증세.....그것이었네..”
암성과 성금은 장교수의 말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민속학의 교수라는 직함은 괜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가 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언제 그렇게 이것저것 조사했는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또 놀라운것은 빈혈증세를 가진 사람의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하나같이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지..바로 암성군 자네의 부모님 처럼 말이야.."
"......."
암성은 장교수의 이야기에 침묵만을 할 뿐이었다. 지금 장교수가 하는 말의 요점은 부모님이 실종된 것이 어쩌면 자신의 누나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로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교수의 이야기가 썩 기분좋게 들리지 않았다.
"교수님, 차라리 저를 의심하는 말을 하세요.지금 교수님은 죽은 우리 누나가 제 부모님의 실종과 연관이 있으신것처럼 말씀하시는데 그건 죽은자에 대한 모욕으로밖엔 저는 들리지 않아요."
몹시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대꾸하는 암성의 어구에 학문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금 그에게 자신의 뜻을 마저 전달하기 위해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내 말을 마저 들어보게. 내 이야기는 아마 정말 터무니없이 들릴수 있을거라도 생각이 들겠지. 나 역시 내가 지금 하는 이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야..하지만 말일세..이 저택에서 죽은 사람이 말일세. 이 저택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면 꼭 니 마을에 사는 어린 아이나 갓난아이들이 산짐승들에게 물려죽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됐네."
장교수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가 이미 필터 끝까지 다다랐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을 정도로 암성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었다.
암성은 장교수의 말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 집에서 사람이 죽은후에 어린애들이 들짐승에게 물려 죽는 현상이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는 교수의 설명에 슬슬 짜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수님, 이해가 전혀 되질 않아요. 지금 겨우 그런것 때문에 우리 누나의 무덤으로 간다는 말입니까? 그럼 우리 누나가 죽고나서 이 마을에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그게 다 전부 우리 누나 탓이겟이겟네요. 살아있는 사람도 아닌 죽어있는 우리 누나 때문에 말이죠."
암성은 장교수의 이야기에 더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는듯이 계속 그의 말에 꼬리를 물고 다그치는 어구를 마구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학문은 그런 암성의 태도가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이내 그의 고양되고 격한 감정을 추스리게 하기 위해서 아까보다도 좀더 침착하고 나긋나긋한 어구로 그에게 다시금 말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암성군. 내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게."
"아니요. 이젠 더이상 들을 가치도 없는거 같네요. 저는 아만 내려갈렵니다. 교수님과 선배님도 저와 같이 어서 마을로 돌아가시죠. 행여나 제가 없을때 저 몰래 제 누나의 시신응 가지고 무슨 짓을 할까 겁이 나네요."
장교수와 암성의 이야기를 옆에서 계속 듣고만 있었던 성금은 암성의 점점 장교수에게 말하는 그의 거칠어지는 어구를 더이상 두고만 볼수 없었는지 둘의 논쟁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야! 너 지금 교수님에게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성금은 암성을 다그치는 듯한 어구를 내뱉기 시작하자 암성은 장교수에게 쏘아댔던 매서운 어구를 이제는 성금에게 이어서 내뱉어대기 시작했다.
“왜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지금 이 어두컴컴한 새벽녘에 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입니까? 저는 지금 몹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요. 요 며칠 사이에 제 정신 상태는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란 말입니다. 제 가족중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저는 이제 고아가 됐단 말입니다.”
암성은 거의 절규에 가까운듯한 목소리로 울부짓듯이 성금에게 자신의 속내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 표정은 매우 일그러져있었고 그의 눈동자는 붉게 충열되어져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아직 내 이야기 안 끝났네. 암성군.”
장학문은 암성에게 나직하고 짤막하게 자신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리는 어구를 내뱉어댔다. 그는 슬픔에 가득찬 암성의 얼굴을 또렷이 바라보면서 다시금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까도 이야기했었지만 나는 이 땅에 아직 우리 인간이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고 생각해. 특히 사람이 죽어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람도 확실하고 명쾌한 해답을 해줄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말이야. 그렇기에 나는 귀신이 있다고 믿고 있네. 나의 믿음은 틀릴수도 있지만 그 믿음이 틀리다고 증거를 확실히 제시할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 나의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네.”
“요점이 뭔가요? 교수님.. 이젠 교수님이 제게 하는 말씀에 슬슬 질려오고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지금 피곤하고 졸립고 몸도 오슬오슬 떨려오기 때문에 슬슬 집에 돌아가 자고 싶은데요.”
암성은 자신에게 또다시 주절주절 이야기를 내뱉으려는 장교수의 설명이 질렸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그의 말에 가시가 돋아있는 어구를 내뱉기 시작했다.
“내 말은 귀신이 있다고 믿는 순간 이 세상에는 그 어떤 다른것도 존재할수 있다는 것을 뜻한단 말이네.”
“...........그....래서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요..?”암성은 장교수의 설명에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어서 빨리 그와의 논쟁을 끝내고 다시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그러니까 암성군 자네의 집이 터가 안좋고 귀신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것때문에 자네의 누나와 부모님이 안좋은 일을 당했다고 내가 했던 말..그 말은 전부 틀린 얘기네.”
“하아~? 그건 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암성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야기가 틀렸다고 말을 하는 장교수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의 수제자인 성금 역시 교수의 말에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그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교수님...”
“하지만......말일세.....단 한가지...단 한가지만 바꾸면 내 말은 모두 다 진실이 된다네.”
“단 한가지요..?”
“그게 뭔가요? 교수님?”
암성과 성금은 교수의 다음 말이 무척이나 궁금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거의 동시에 교수에게 궁금증이 가득 담긴 어구를 내뱉어댔다.
“그렇다네..단 한가지..내가 말한것..바로 귀신 말이네..그것을 다른 걸로 대체한다면 내 이야기는 거의 다 들어맞게 된다네..”
장학문은 암성과 성금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면서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는 것이 내심 만족스러웠는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약간 뜸을 들이듯이 말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다시금 담배 한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고는 성금에게 담배에 눈빛을 보이자 성금은 곧바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어 다시금 교수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던것..바로 귀신 그것을 흡혈귀로 대체한다면 내가 한 말은 대부분 다 들어맞는다네.”
“흐...흡혈귀라구요?”
암성과 성금은 거의 동시에 흡혈귀라는 말을 교수에게 내뱉었다. 장교수는 그런 둘의 모습이 사뭇 재밌었는지 그의 입가에선 약간의 미소가 내비쳐 보였고 다시금 그들에게 설명을 하듯이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자.....잘 들어보게..사람에게는 양의 기운이 흐른다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는 음의 기운이 흐르지. 그러니까 암성군 자네의 집에 귀신이 아닌 다른 어떤것..사람에게 해로운 것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면 그것이 귀신이 아닌 다른 존재라도 충분히 음의 기운이 충만하여 사람이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몸이 해로울수 있겠지..물론 그 기운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을수 있었겠지만 이미 몸과 마음과 정신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안좋아진 자네의 누나 기윤주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로 발전할수 있었을거네....”
여기까지 말한 장교수는 담배를 깊게 입에 빨아넣고는 곧바로 연기를 길게 내뿜기 시작했다. 벌써 이 산길을 오르면서 세개의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를 하루에 몇개비 피지 않는 장학문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담배를 몇번이나 피면서 자신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말을 제대로 이어나갈수 없을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귀신을 흡혈귀로 바꾸면 아구가 딱 딱 들어맞는단 말이네..자..보게..자네 가족이 이곳에 이사왔을때 그 흡혈귀는 분명 자네가 이사온 집 어딘가에서 살고 있었을거네..아니면 그 집 근처 어딘가에서..그리고 자네 가족중 제일 몸과 마음이 피페해진 누나를 제일 먼저 타겟으로 잡았던 거네..그리고 아무도 없는 야심한 밤에 자네의 누나를 먹이로 삼았을거야.....”
“그런...무슨..그건 말도 안돼요..”
암성은 장교수의 말에 무섭고도 두려운 생각이 들었는지 그의 등뒤에선 오싹하고 서늘한 기운이 가득 느껴져오기 시작했다.
“아니..말이 안된다고 생각을 하지 말고 그저 들어보게..내가 말한 귀신이라는 존재를 잊고 그것을 모두 흡혈귀로 대체해서 생각해보란 말이네.”
장학문은 암성의 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자네의 누나는 분명 흡혈귀에게 공격을 받고 아마도 흡혈귀가 되었거나 아니면 그 괴물의 하수인이 되었을거네. 자네 누나를 처음 만났을때 누나가 내게 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나와 여기 성금군을 유혹하기 위해서 온갖 교태섞인 행동을 취했던것을 말일세..그건 자네의 누나가 우리를 유혹해서 우리를 먹이로 삼기위해서 했던 행동으로 보이네..그리고..자네의 부모님도..어쩌면 누나의 먹이가 되었거나 아니면 자네의 집에 있는 흡혈귀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네. 보게...자네의 누나가 죽었지만 이 마을에 벌여진 저주는 끊이지 않았네..자네의 누나가 죽고나서 이 마을에는 벌써 세명의 아이들이 마을에서 사라져 버렸네..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나? 분명 자네의 누나는 죽어서도 죽은 몸이 아닌거란 말이네..자네의 누나는 이 밤을 휘젓고 다니는 괴물..흡혈귀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해..그리고 누나..윤주가 분명 이 마을의 아이들을 데리고 그 아이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배를 채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네.”
“그만..!! 그만하세요! 교수님!!”
암성은 장교수의 언변에 도저히 버틸수 없었는지 그의 말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믿을수 없는 말이 계속 교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누나가 흡혈귀에게 당했다니..그리고 지금 그의 누나가 죽어버린 그의 누나가 이 마을에서 아이들을 납치해 먹이로 삼고 있다는 말에 그는 겉잡을수 없는 분노와 함께 믿을수 없다는 표현을 장교수에게 미칠듯이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걸 확인하러 함께 가자는 것이네. 자네의 누나가 온전히 죽어있는 상태인지 아닌지 말일세. 잠깐이면 되네.”
학문은 거의 쇼크 상태에 가까운 충격을 받은 듯한 암성에게 달래는 듯한 어구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해 나가기 시작했고 암성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고는 다른 손으로 거부의 뜻을 표현하듯이 절레 절레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니요..교수님이 우리 누나를 괴물 취급 한다는 것을 안 이상 저는 승낙할수 없어요. 누나의 무덤을 함부로 파헤칠수 없단 말입니다.”
암성의 말에 장교수는 씁쓸한 얼굴을 내비쳐 보였다. 괜한 말을 그에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직감은 암성의 누나 윤주가 뭔가 안좋은 것으로 되었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그는 마을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과 죽은 윤주를 위해서라도 이 의혹의 매듭을 확실하게 풀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암성군, 자네 누나는 아직 땅속에 묻혀있지 않을거네."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암성은 장교수가 또다시 자신에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갖다붙이려는 심산으로 말을 하는 것으로 보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반문의 어구를 내뱉었다.
"묘지 관리인 박씨에게 어제 내가 부탁해 두었다네. 어제가 발인이었겠지만 내가 부탁해서 아마 자네 누나는 아직 안치소에 있을거네. 그러니까 자네 누나의 무덤을 파헤치는 일은 없다는 소리지."
"하...!"
암성은 장교수의 말에 기가 찬다는 듯한 표정을 내비쳐보이고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허공을 바라보며 몇번이고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뱉어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자신의 학교의 교수만 아니었으면 벌써 주먹이 그의 얼굴에 몇번은 날아 갔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맘대오 그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교수님..."
암성은 간신히 분을 삭히고는 장교수를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작고 나직한 목소리지만 그 목소리는 몹시 분노가 잔뜩 뒤섞여있는 어구를 내뱉어대기 시작했다.
“이해해주게. 암성군..이게 다 우리 마을의 안전과 더불어 어떻게 보면 자네 누나를 위한 일일수도 있는 거네. 그저 올라가서 누나의 시신만 확인하면 되는거네. 어려울거 없지 않은가.”
“.........그렇게까지 우리 누나의 시신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
암성은 이 늦은 새벽녘에 장교수와 계속 이 어두컴컴한 산길에서 말씨름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 슬슬 질려오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차분하고 자상한 어구였지만 그의 속내에는 자신의 굳게 굳은 의지가 다분히 섞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암성을 설득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암성은 지쳐버렸다. 이제 만사가 귀찮아져오기 시작했다. 그래..원하는데로 해드리자. 그리고 그 다음 일은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알겠습니다..좋으실대로 하세요. 이제 저는 더이상 교수님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하지 않겠습니다. 교수님이 그렇게까지 하시고 싶으시다는데 제가 더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장학문은 암성이 자신의 뜻에 따르겠다는 어구에 그제야 안심이 됐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가 뭔가 자신에게 말할려고 하는것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여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만........뭔가..암성군?”
“시체 안치소에 만약에 누나가 그대로 누워있다면 아무런 일도 아닌거지만...만약에 누나가 그 안에 없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거죠..?
암성은 이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진짜 실제로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누나는 죽은 사람인데 누나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괴물로 변해버린 상태가 된다면..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고 무섭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때는.........자네도 각오를 해두게..아마 많이 보기가 어렵고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일세..”
장학문의 대답을 들은 암성은 더이상 그에게 아무런 질문도, 자신의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속마음은 누나가 온전히 관 안에 누워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만약에 장교수의 말대로 되어버린다면 그때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종잡을수 없을만큼 마음 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듯이 아주 고요했다. 서로간의 언쟁이 오고 간것이 언제 그랬냐는듯이 세사람은 한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산길위를 계속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말도 안돼는 소리야..참..나 교수님의 말은 전혀 얼토당토 하다고..지금 시대가 어느땐데...아우...정말...어쩌자고 내가 이런 사람의 제자가 되었을꼬..’
성금은 장교수와 암성의 중간에 끼어 걸어가면서 속으로는 매우 불쾌하고 귀찮고 짜증난다는 짓거리를 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었다. 거기다가 장교수가 암성과 함께 논쟁을 벌이는 것을 계속 들어가게 되자 그제서야 교수가 자신에게 들고가라고 떠맏긴 가방안의 내용물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의 오른손에는 한손가방이 들려 있었는데 그 안에는 커다랗고 굵은 나무못이 두개와 함께 망치,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보다도 훨씬 커다란 십자가가 들어가져 있었다. 성금은 이 야심한 새벽에 곤히 자고 있는 자신을 깨워 이런 연장들을 가방에 챙기라고 했던 장교수의 진의를 이제서야 알수 있었다.
꽤나 무게가 나가는 이것을 혼자서 계속 짊어지고 이 야심한 새벽녘의 산길을 올라간다는 것은 꽤나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장교수는 자신의 ‘갑’ 아닌가..그리고 자신은 ‘을’ 이고 말이다..
“이제 다 와가네..저기 불빛이 보이지..?”
장학문은 손가락으로 산길 위에 흐리지만 약간의 빛이 분명히 보이는 언덕 둔치를 가리키면서 암성과 성금에게 말했다. 둘은 그 불빛을 보고서 이제야 이 춥고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것이 끝나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 찾아오기 시작했다.
공동묘지의 입구에 다다르게 되자 장교수는 제일 먼저 앞장서서 앞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햇다. 그는 묘지의 옆에 조그맣게 자리잡인 관리실의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서는 손등으로 문을 두세번 두들긴후 약간은 큰 목소리를 내어서 안에 있는 관리인에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보게. 박씨..날세.”
“.........”
“박씨.....나야..학문이. 안에 있는가?”
두번이나 문에 노크를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 장학문이었지만 관리실에서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이 늦은 새벽녘에 관리인 박씨가 관리실 이외에 다른 곳을 갈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라도 간거 아니면 어디 잠깐 순찰이라도 돌러 나가신게 아닐까요?”
성금의 말에 장교수는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관리실 문의 고리를 슬그머니 돌리기 시작했다. 끼이익 조용하면서도 약간은 소름이 돋는듯이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장교수는 문이 열리자 두사람에게 안으로 들어가자는 눈짓을 보내었다.
“일단 들어가서 기다리세. 박씨가 있어야지..안치실에 들어갈수 있을테니.”
장교수는 관리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입고 있던 외투의 속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가 꺼낸것은 중저가 브랜드의 포도주 였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는 박씨에게 주기위해서 가까운 주류점에 가서 한병을 구입해 왔던 것이다.
“박씨..안에.........!!!”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혹시나 박씨가 안에서 졸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신이 왔다는 인기척을 내면서 안으로 들어가던 장교수는 관리실 안에 벌어진 일을 보고 두눈을 부릅뜨고 경악스런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히..히이익!!”
“..........!!!”
“아..아니..이건 대체..”
관리실에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이 벌려진것같은 일이 보이고 있었다. 관리실 안에 놓여져있는 책상과 의자에는 검붉은 핏물이 가득 묻어져 있었고 그 책상위에 있는 싸구려 컴퓨터는 옆으로 쓰러져 있었으며 모니터는 책상에서 떨어져 화면 액정이 깨지고 그 깨진 액정 유리조각위에 검은 머리카락이 덩어리째 얼기설기 핏물과 함께 끈적하게 달라붙어져 있었다.
관리실 안에는 끔찍스러운 광경과 함께 지독한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 끔찍스러운 광경을 만들게 된 원인을 찾을수가 없었다. 즉 이 핏덩이들이 관리인 박씨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침입한 흔적인지를 확인할수 없었던 것이다.
“아...교수님..이것좀 보세요.”
성금은 관리실 바닥에 떨어진 핏물 웅덩이에서 뭔가를 발견하고는 그곳에 손가락질을 하며 장교수에게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장교수와 암성은 성금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시선이 자리잡은 그 핏물 웅덩이에서는 관리인 박씨의 근무복으로 보이는 파란색 천쪼가리가 바닥에 핏물에 버려져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이건....분명 박씨가 입는 옷이 분명해..그렇다면 지금 여기 바닥에 흥건한 이 핏물들과 핏덩이들은...”
“.......”
“......교..수님..”
성금과 암성은 오금이 저리고 등골이 오싹해져 오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마치 악몽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힘들게 새벽녘에 이곳까지 와서 이런 끔찍한 광경을 자신의 두눈에 생생하게 각인이 되도록 봐야 하는지 너무나도 지금의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고 또한 끔찍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그들의 온몸을 감싸앉고 있었다. 성금은 그 끔찍한 광경에 더이상 참을수 없었는지 입을 틀어막고 관리실 밖으로 허겁지겁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암성 역시 이 붉게 물들어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의 몸은 선듯 밖으로 빠져나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이것이 자신의 누나가 한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혹함과 함께 불안감 두려움 오만가지 감정들이 그의 마음속을 꾸역꾸역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의 얼굴 표정에서는 그런 말로 다할수 없는 감정들이 차마 다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안치실로 가보세..시체 안치실 말일세..”
학문은 입술을 굳게 다문채 억지로 냉정함을 유지한채로 관리실 밖으로 서둘로 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암성은 장교수마저 관리실에서 몸을 빼내자 그 역시 그제서야 패닉에 빠졌었던 정신이 그나마 잠깐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장교수의 말에 그 역시 관리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서두르세. 저쪽일세..그리고 성금군, 가방안에 있는 것들 확실히 챙겨가지고 따라오게.”
장교수는 격양된 감정을 간신히 추스리고는 관리실 반대편에 40여미터쯤 떨어져있는 시체 안치실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고는 그곳으로 이동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성금은 장교수의 말에 구토를 하던것을 간신히 멈추고는 손깃으로 대충 입을 닦아낸후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정말 이번만큼은 그의 말에 응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도리가 없었다. 그는 너무나도 두렵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혼자서 이곳에 남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에 장교수의 뒤를 서둘러 뒤따라 가기 시작했다.
암성은 장교수의 말에 묵묵히 뒤를 따라 걸어나갔다. 이제는 교수의 뒤를 따라 가는 것만이 그가 지금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자신의 누나가 진짜로 이런 짓을 한거라면 이제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지고 암담해지며 참담한 감정이 마음속에 가득 자리잡혀가고 있었다.
시체 안치소의 출입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다. 일부러 열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누가 강제로 열어놓은 것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저것보게..자네 누나의 관이네.”
장교수는 안치소의 문을 열자 그 중앙 부근즈음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나무목재 관을 바라보면서 암성에게 말했다. 암성은 그 관을 보자 숨이 컥컥 막혀져 왔다. 제발 저 안에 누나가 온전히 누워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예전에 누나가 살아있을때는 제발 누나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기를 너무나도 간절히 바래왔는데 지금은 그와는 완전히 반대의 입장이 되고 말았다. 제발..지금 누나가 저 관 안에서 온전히 누운체 시신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마지 않고 있었다.
시체 안치실 안으로 들어온 세사람은 숨을 잔뜩 죽인채 안치실 중앙에 위치한 암성의 누나 기윤주가 들어있을 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세사람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문은 어두컴컴한 새벽녘의 쌀쌀한 날씨를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바로 이 관속에 누워있는 시체를 확인하러 온 것인데 선듯 그 관의 뚜껑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역시 지금의 순간이 무섭고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이 지역에서 그래도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는 민속학자였기 때문에 이 지역에 귀신이 들린 집이라든지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지 않은 지역을 많이 찾아가서 그곳에 무엇이 안좋은지 원인을 밝혀내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었다. 그렇기에 나름 귀신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보다는 제법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일단 사람이 죽은 흔적이 너무나도 또렷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신이라면 그저 집안을 어지럽히거나 집에 들어갔을때 사람이 느낄수 있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고 내뿜는게 고작이고 개중에는 물건을 부수고 하는 일이 정말 가끔 일어나곤 했지만 이런식으로 사람을 처참하게 죽이는 요물은 그의 귀신과 함께한 인생에서 생애 처음 있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호흡이 점점 가빠와져 오기 시작했다.
두렵고 떨리고 숨이 막혀져온다. 하지만 확인을 안할수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 결과를 확인도 안하고 그냥 갈수는 없었다. 장학문은 암성과 성금을 한번씩 ?어본후 고개를 약간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학문의 모습을 본 두사람 역시 그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학문은 성금을 바라보면서 손으로 관을 가리키면서 열라는 제스쳐를 보내기 시작했다. 성금은 그런 장교수의 손짓에 잔뜩 울상을 지어보이고는 절대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좌우로 흔들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교수의 말이 절대적이라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따르고 싶지 않았다. 교수는 그런 성금의 모습에 몹시 실망을 금치 못했고 그를 바라보면서 약간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를 계속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암묵적인 명령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성금은 그런 장교수의 시선을 고개를 아래로 떨구며 회피했다.
“성금군...자네..”
“제가 열게요.”
장학문은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는 모습을 보인 성금에게 따끔한 어구를 날려 그를 질타하려 했지만 장교수와 성금의 모습을 본 암성은 답답함과 동시에 짜증이 갑작스럽게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순간을 어서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만이 간절했었다. 암성은 자신이 연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두 손으로 관의 뚜껑을 움켜쥐고는 힘있게 그 뚜껑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끼기기긱..끼긱..
목재로 만든 관의 뚜껑이 거친 마찰음을 내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장학문과 성금은 조금씩 열어저가는 관 안으로 서서히 시선을 고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
“......”
“.........없어..”
관 뚜껑을 열어 젖힌 암성은 제일 뒤늦게 누나의 관 안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있어야할 누나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흔적조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관 안에 아무것도 없는것이 확인되자 성금은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주춤거리면서 뒤로 몸을 슬금슬금 빼내기 시작했다. 그의 이빨은 연신 딱딱딱 부딪히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지금 당장에라도 도망을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장교수와 암성, 그리고 성금, 세사람은 지금의 이 상황에 뭐라고 함부로 말을 할수가 없었다. 정말 자신의 말대로 암성의 누나가 흡혈귀가 된 것이라면 그녀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설마 관리인 박씨를 잡아먹은것도 모자라서 또 어딘가로 먹이를 공수하러 간것은 아닐까..지금 시간이 새벽 세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세시간 정도만 지나면 해가 뜰 것이다. 그때까지는 그녀는 분명 이 곳으로 돌아올것이 분명했다.
응애!! 응애!!
그때 안치실 출입문 쪽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져오기 시작했다. 고양이 울음소리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었지만 그것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확실한 사람의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장교수는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잔뜩 웅크리고는 시체 안치실의 시체들을 보관해놓는 상자 옆으로 몸을 숨기곤 다른 두사람을 서둘러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보내기 시작했다.
암성과 성금은 장교수의 손짓을 보고는 잽싸게 그가 있는곳으로 몸을 웅크린채로 서둘러 달음박질을 하여 그에게 다가가 몸을 숨겼고 안치실 출입구를 숨을 죽이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응애!! 응애애!!
아기의 울음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져 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안치실의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치실로 들어온 사람은 하얀색 소복같은 얇은 천의 옷걸이를 하고 있었고 길고 짙은 검은색 머리를 너울 거리면서 시체 안치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기윤주 바로 암성의 누나였다.
그녀의 두손에는 이제 태어난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녘 고요하고 적막한 산길 위로 세명의 사내가 그 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이 올라가는 산길위에 있는 장소는 이 야심한 새벽녘에 올라가기에는 영 꺼림직하고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그런 장소였다. 산길 위, 맨 꼭대기에 만들어져 있는것은 바로 공동묘지였던 것이다.
이 인적없는 산길위로 어두컴컴한 꼭두새벽에 공동묘지를 찾아가는 세 명의 사내들의 모습은 그 누가 보더라도 뭔가 미심적고 꺼림직한 모습이 아닐수 없었다.
"교수님, 정말 이런식으로까지 해야겠습니까?"
제일 뒤에서 열발자국 정도 뒤에 쳐져서 걸어가는 사내가 숨이 가쁘면서 상당히 짜증이 뒤섞인 어구를 자신의 앞에서 앞장서서 걸어가는 제일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내를 향해 날리기 시작했다.
"......"
맨 뒤에서 짜증이 잔뜩 섞인 맨트를 자신에게 날린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했을 법한 중년의 남성이었지만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채 그저 묵묵히 산길을 계속 올라갈 따름 이었다.
".........장학문 교수님!"
자신의 말에 어떠한 답변도 해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 사내는 몹시 성질이 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약간은 큰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는 장학문 이란 사람의 이름을 불러재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학문의 옆에서 말없어 걸어가던 사내가 앞으로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뒤로 돌리곤 자신의 뒤에 걸어오는 사내를 흘려보면서 그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다그치듯이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암성씨, 지금 당신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장교수님이 손수 앞장서서 나서고 있는거라고요. 짜증 부릴 상황이 아니란 말이죠."
자신을 다그치는 사내의 어구를 들은 뒤를 따라가던 사내는 방금전까지 장학문이란 사내에게 원망스런 눈빛과 표정을 날리던 그 시선을 바로 그 사내에게 이어 날리기 시작하며 그의 다그치는 어구에 바로 쏘아붙이듯이 대꾸를 해대기 시작했다.
"이성금 선배, 장교수님과 선배가 저와 제 가족을 위해서 많이 애써주신것은 그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잘 알지요. 그렇지만..그렇지만요.."
암성은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두었었던 앙금이 담긴듯한 말을 차마 바로 내뱉지 못하고 분을 속으로 내심 삭히면서 속을 달랜후에 아까보다는 훨씬 차분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이성금이란 사내에게 자신의 의견을말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에요..이미 저희 집안은 다 풍지박산 나 버렸잖아요. 어머니, 아버지 모두 다 행방불명된 상태이고 누나마저 죽어버렸는데..이 마당에 누나의 묘에가서 누나의 시체를 봐야겠다고 하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입장 바꿔서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말을 하면서도 분통이 터지고 끔직하다는듯이 몸서리를 치면서 암성의 모습에 성금은 안스럽다는듯이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고는 아까와는 다른 목소리로 그를 달래듯이 말을 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해. 하지만 이건 자네의 상식을 벗어난 일이 벌어난 것이기 때문에 지금 교수님이 이렇게 손수 나서는 거란 말이야."
"상식을 벗어났다는게 무슨 말입니까? 제 어머니, 아버지가 사라지고 누나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린게 무슨 귀신이 와서 우리 가족을 이렇게 만든거라다 된다는 겁니까?"
암성은 헛소리좀 그만 하라는 듯이 어두컴컴한 산기슭에서 목이 터지라 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버럭버럭 성질을 내는 듯한 어구를 토해내가기 시작했다.
"바로맞췄네. 암성군."
장학문은 암성과 성금의 논쟁을 계속 듣고만 있던 도중에 암성의 귀신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이 갑작스럽게 둘의 논쟁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
암성은 장교수의 말에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다시금 어이가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그의 말에 반문하는 어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교수님..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귀신 운운 하십니까. 우리 가족이 그럼 귀신한테 홀려서 해꼬지를 당한 거란 말입니까. 그럼 저는 뭔데요? 왜 저는 멀쩡히.이렇게 살아 있는건데요? 뭔가 말이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안찮습니까."
"...어쩌면 자네 가족에게 해를 입힌 사람은 어쩌면.."
학문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암성에게 대답을 하던 도중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뭔데요? 얼른 말을 이어서 해보세요."
암성은 진지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장교수의 모습에 웬지모를 불안감을 느끼면서 그의 다음 말을 계속 재촉하는 어구를 내뱉기 시작했다.
장학문은 암성의 재촉어린 어구를 듣고는 어쩔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끊었던 말을 이어서 내뱉기 시작했다.
"어쩌면 암성군의 가족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당신의 누나일수도 있어."
"..........하...하..."
암성은 장학문의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허탈하면서도 어이가 없단 눈빛으로 장교수을 노려보면서 그에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교수님..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울 누나..기윤주 방년 29세에 평소 몸이 허약하고 최근들어 급격한 빈혈과 호흡곤란으러 인해서 이틀전에 먼저 이 세상을 떠났단 말입니다."
바득바득 이를 갈면서 장학문의 말에 반박하는 어구를 토해내는 암성의 모습을 보면서 학문은 이해할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에게 마구 화를 퍼붇는 암성의 모습을 잠자코 보고만 있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언성이 잠잠해지자 그제서야 학문은 암성을 지긋이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그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뱉어가기 시작했다.
"암성군, 자네의 누나가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 도시에서의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되어서 자네 부모님이 누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는것을 난 잘 알고 있었네. 그런데 그때 내가 뭐라고 했었지?"
"...이 집은 터가 안좋으니 이곳 말고 다른곳을 알아보라고 하셨었죠."
암성은 장교수의 질문에 이를 곱씹으면서 그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었다.
"그래...내 전공이 뭔지는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민속학이네. 특히 나는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이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왔고 이 지역에서 교수 노릇을 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은 거의 모르는게 없을 정도란 말이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암성군 가족이 이사를 올려는 그 집을 반대했던거네. 그 집은 일단 풍수학으로도 수많은 수맥이 흘러 사람이 잠을 자거나 생활하는데에는 몸에 좋지 않은 기운이 발생할수 있다고 분명히 경고 했었네."
"........"
암성은 장교수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의 말이 말도 안된다는것을 그 역시 질 알고 있었다. 아무리 집안이 수맥이 흐르고 좋지 않은 기운이 집안 곳곳을 휘젓고 다닌다고 해도 사람을 죽일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지금 그의 가족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죽거나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차라리 자신을 의심하는 말을 했다면 어느정도 수긍이 갈련만...지금 장교수의 말은 거의 궤변과도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여듣고 있었다. 어째서 누나가 죽었는지 어째서 자신의 부모님이 갑자기 사라졌는지 그 실마리를 장교수가 알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심정으로 그는 묵묵히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경청해 나갔다.
"교수님..이야기기 길어지실거 같으면 어딘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게 어떨까요?"
성금은 장교수의 이야기가 길어질거 같자 넌지시 자신의 뜻을 교수에게 전달해갔다. 그렇잖아도 가파른 산길을 이 어두컴컴한 새벽녘에 간다는 것이 참으로 고되고 힘든 일이었는데 괜찮은 핑계거리가 생겼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교수는 그런 성금의 생각에 찬물을 껴안는 어구를 내뱉어대고 있었다.
"아니..이제 얼마 남지.않았어. 걸어가면서 계속 이야기하지. 성금군, 앞장서서 걷게나."
"네......교수님.."
장교수의 대답에 적잖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성금은 풀이 죽은듯한 목소리로 교수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어두운 밤길을 비추는 랜턴을 자신의 손에 다시금 꼭 움켜쥐고는 둘보다 한발 앞장서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암성군..그럼 걸어가면서 계속 말을 이어가도록 하겠네."
학문은 암성을 다시금 넌지시 바라보며 아까보다는 확실히 기가 죽있는듯한 그를 다독거리는 듯한 자상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붙였고 암성은 그런 장교수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네 가족이 왜 그 집을 고집?는지는 어느정도 이해가 가긴 하네..자네 아버지도 그저 소규모 기업에서 일하는 월급쟁이 일텐데..빠듯한 살림에 딸자식 하나 건강하게 해보겠다고 이곳까지 왔으니..좋은 집을 구해주고 싶었겠지.. 방세칸에 마당도 꽤 크고 주차공간도 넓직한 이런 집이 그리 싸게 매물로 나왔을테니 혹했을거고..."
거기까지 말한 학문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들고는 그 안에서 담배 한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는 다른 주머니에서 라이타를 찾기위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성금은 교수가 라이타를 찾는 모습이 자신의 눈에 보이자 잽싸게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들고는 그의 입가에 라이타의 부싯돌을 당겨 불을 붙여 다가가기.시작했다.
장교수는 그런 성금의 행동에 바로 고맙다는듯이 약간 고개를 까닥거리고는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목안에 금새 뿌연 담배의 연기가 가득 차는 느낌이 정말 꿀맛이었다. 그는 입을 약간 벌려 담배연기를 밖으로 배출해내고는 발걸음을 다시금 묘지쪽으로 걸어가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그건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네..어디에서든지 시세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싼 집은 일단은 의심을 했었어야해..그 집에 살았던 사람치고 좋게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이 없었단 말이네. 자세한 내막은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 집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이 족히 열명이 넘는단 말이야. 사람의 정신을 온전케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수 있는 양기의 기운이 그 집에는 매우 부족하단 말일세."
"그렇지만 아무리 집이 터가 안좋고 그렇담쳐도 그게 우리 누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앉찮습니까. 우리 누나는 피해자면 모를까 절대 가해자가 될수 없어요."
암성은 학문의 말에 반박을 날리는 어구를 슬슬 내뱉기 시작했다. 자신 역시 그 집에 살았고 부모님과 누나 모두 그 집에 함께 살았었다. 그런데 어째서 교수님은 집 터 운운 하는 어구를 내뱉느냔 말이다. 지금 장교수의 말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듯했다.
"암성군 자네는 이 마을로 이사왔을때 몹시 싫었을거네. 자네가 다니는 학교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고 형편상 방을 얻어 나갈 처지도 되지 못했을테네 말이야."
장교수의 말에 암성은 묵묵히 듣고만 있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가겠다는 부모님의 말에 암성은 차마 반대의 뜻을 내비치지는 못했지만 내심 속으로는 이사를 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랬었다. 다니는 학교와도 통학거리가 몇배는 더 멀어지기도 했거니와 교통편도 너무나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처음 운행하는 버스를 타야지 간신히 지각을 면할수 있었고 돌아올때는 버스를 한두시간 기다리는것은 예삿일이었다.
그렇지만 누나의 건강을 위해서 부모님이 큰 결심을 한것이라고 하니 암성은 차마 자신의 속내를 내비쳐 보일수 없었다. 그 역시 자신의 누나가 어서 빨리 몸이 건강해져서 밝게 웃는 모습을 다시금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그 집에서 어찌보면 제일 이방인 같은 신세였던거야."
"이방인.....이라니요?"
장교수의 말에 암성은 물그러미 학문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문이 가득찬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반문하듯이 그의 말에 토를 달아댔다.
학문은 그런 암성의 표정을 보고는 당연한 표정이라는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금 그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비쳐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야...내 말을 너무 속에 담아두지는 않기 바라네."
장교수의 사뭇 진지한 어구를 들은 암성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문은 그런 암성의 모습을 보고 이내 자신의 생각이 담긴 의견을 암성에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들어보게. 자네 가족이 이사왔을때 그 집에는 자네 가족들 말고는 그 누구도 살고 있지 않았을거야. 그렇지..? 그렇지만 만약에 그 집에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그 무언가가 아주 오래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그 집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단 말이야. 그게 귀신이든 그 집에 있는 수호신이든 지박령이든 아무튼 그 무언가가 말이야..그래..쉽게 이해할수있게 그것이 그냥 귀신이라고 치세. 그 귀신은 자네 가족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것에 대해 두가지 반응을 보일수 있을걸세. 반겨주거나..아니면 성질을 내거나 말이야..자..귀신이 이 두가지의 반응을 보일때 자네는 어떤게 더 사람에게 이롭거나 해가 될거라고 생각하나?"
암성은 말없이 교수의 의견을 듣던 와중에 갑작스럽데 자신에게 질문이 들어오 약간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내비쳐 보였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의 물음에 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성질을 부리는 귀신이 더 해로운게 아닐까요? 진짜로 귀신이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지요..”
암성의 대답을 들은 장학문은 그 대답이 나올줄 알았다면서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신 앞에 앞서가는 성금을 향해도 넌지시 방금 물었던 질문을 그에게도 되묻기 시작했다.
“성금군, 자네도 그리 생각하나?”
“아...네? 아...그..그렇지요. 아무래도 귀신이 해꼬지를 한다는것 자체가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그런는게 아닐까요.”
성금 역시 암성의 대답과 별반 차이가 없는 대답을 보이자 학문은 씁쓸한 미소를 내비쳐 보였다. 그래도 자신의 수제자라 여기는 이성금 역시 이런 대답을 했다는 것이 내심 실망감이 없잖아 있던 그였다.
장학금은 둘에게 설명을 하듯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자..귀신은 두가지의 성향이 있다고 했지. 여기서 성질을 부리는 귀신이라는 것은 보통 자신이 주거하는 지역에 침입하여서 화를 내는 유형이 대부분이야. 다시 바꿔 말하자면 자신의 주거지역에 침입하지 않는 다면 그 귀신에게 해꼬지를 당할 위험은 상당히 적어진다는 소리겠지. 하지만 말이야..그 귀신이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에 들어온 사람에게 호감을 보이고 그를 반긴다는것.......그것부터 상당히 문제가 불거져 올수 있단 말이네.”
암성과 성금은 장교수의 말에 호기심이 잔뜩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교수가 걸어가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함께 걸어가면서 그가 말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했다. 학문은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되었을때..그때부터는 사람이 가졌던 이성적인 생각이나 도덕적인 관념, 원칙 그런것들은 전부 다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단 말이지..그렇기에 귀신이 되어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 되버린단 말이네. 귀신이 사람을 위해서 뭔가를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은 사람의 이성으로서나 아니면 도덕적인 관념을 무시한채 그 일을 행할려고 한다는 말일세. 그렇게 된다는 것은 귀신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주변의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가 갈수도 있다는 뜻이란 말이네. 이제 대충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가?”
장교수의 말을 귀담아 듣던 두사람, 특히 암성은 그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을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가 된다고 대답을 해 나갔다. 학문은 그런 암성의 모습에 만족을 했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그에게 내비쳐 보이고는 다시금 자신의 뜻이 담긴 의견을 계속 그 둘에게 이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집에 이사를 왔을때 그 집에 가장 오래 있을 사람이 누구일거 같은가? 자네의 아버지는 이곳에 이사를 오고나서 제일 처음에 한 일이 바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었을 거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소규모 공장 같은데에 어떻게 손이 닿아서 취직이 된걸로 알고 있네. 자네 아버지 취업의 뒤를 봐준 사람이 바로 나니까..”
암성은 그 사실은 이미 전에 아버지에게 들어 알고 있었기에 장교수의 말에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일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라는 말을 잊지않고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장교수는 그런 암성의 태도에 흐뭇한 미소를 한번 내비쳐 보이고는 다시금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 어머니도 남편의 빠뜻한 월급 가지고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파트타임 일자리로 이 동네에서 하나뿐인 대형마트에 취직 한걸로 알고 있네..대략 그 일하는 시간이 4~5시간인걸로 알고 있네..맞나?”
“네...일주일에 3번에서 4번 5시간에서 6시간 근무하는 일을 잡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암성은 교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물음에 곧장 답을 해주었다.
“그래....그리고 자네는 아까도 말했지만 제일 아침에 집을 나가서 늦은 밤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고 휴일에도 거의 집을 나가서 마을 도서관 같은데 가서 공부를 했던걸로 알고 있네. 맞나?”
“네.....그렇습니다..”
암성은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현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집에 있는 것 자체가 그는 싫었다. 병든 누나와 삶에 찌든 부모님과 매일 눈을 맞대고 사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자신의 미래가 암담하고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집에 오래 있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별다른 일이 없는한 집에 있고 싶지가 않았기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 가면서 집을 벗어나길 반복해 왔었다.
“그건 정말 잘한거네..암성군..그 집안의 기운을 그나마 자네가 가장 덜 받았던 거야.”
“......”
장교수의 말에 암성은 그래도 아직은 미덥지 못하다는 얼굴 빛을 띄면서도 계속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수 밖엔 없었다. 그 역시 누나의 갑작스런 죽음의 정확한 원인을 잘 알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그 집에서 가장 오래 있던 사람은 첫번째는 자네 누나..그 다음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네 일세. 그럼 그 집에 터줏대감처럼 눌러앉은 귀신이 그 집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세. 누가 가장 귀신을 접하기 쉬울거 같은가?”
“......윤주씨겠죠..”
장교수의 암성과 계속 같이 듣고 있던 성금은 교수의 말에 바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어구를 내뱉었고 장교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암성군 자네의 누나가 그 집에 가장 오래 있을수밖엔 없는 사람이네. 그리고 자네 누나는 이 집에 오기 전부터 몹시 허약한 상태였어. 옛부터 몸이 건강한 사람한테는 건강한 기운이 흐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 반대의 사람한테는 음기의 기운이 강하게 흐르기 때문에 귀신이 훨씬 쉽게 달라붙을수 있다네...귀신은 자네의 누나가 아주 좋은 먹잇감 혹은 아주 좋은 놀잇감, 장난감 같은 것으로 보였을거야. 귀신은 분명히 힘들어 하는 자네의 누나의 옆으로 다가가 이런 저런 말로 누나를 유혹했을거네. 아마도 몸을 건강하게 해주겠다..병을 없애줄수 있다..뭐 이런 식으로 말이네.”
암성은 장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뭔가 얼핏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을 내보였다. 확실히 그랬었다. 이 집에 이사를 오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누나의 얼굴빛은 확실히 좋아졌었던 적이 있었다. 매일 아파서 낑낑 거리던 그 모습은 점점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예전보다도 훨씬 수척해지고 있었던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귀신은 사람을 희롱하고 괴롭히는것에서 끝내는게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간혹가다 있다네. 예를 들자면 이승에서 못다한 한이 가득한 것들은 그 한을 풀기전에는 저승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한다고 하더군..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지..단지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에 질투를 느낀단 말이야. 그래서 그 사람의 몸에 강제적으로 들어갈려고도 한단 말일세. 그게 바로 빙의, 즉 씌인다는 것일세. 자네의 누나가 죽기전에 너무나도 괴롭고 힘들어한다고 해서 내가 성금군과 함께 자네의 누나의 상태를 확인하러 간적이 있었지. 그때 자네의 누나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았네. 마치 수백년 묵은 여우가 들어간듯한 모습을 보였었지 않나. 나와 성금군을 마치 홀려서 잡아먹기라도 할려는 듯한 눈초리를 보이면서 괜히 가슴팍을 풀어헤치기도 하면서 말일세.”
“........”
암성은 그때의 일을 다시금 떠오르게 말하는 교수의 어구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교수의 말대로 그 당시의 누나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마치 남자를 품지 않으면 미쳐버릴거 같은 색녀의 모습을 했던 것처럼 옷을 마구 풀어헤치고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고 흔들면서 혓바닥을 낼름 낼름 거리며 교수와 성금을 향해 교태스럽고 농염한 어구를 마구 흩날려대는 모습을 보였더랬다. 암성은 그때의 누나의 모습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아 바로 교수와 성금을 누나의 방에서 내보낸후에 그저 누나 혼자 방치한채 집을 빠져나와 버렸었다. 그리고 한참후에 집을 다시 찾아갔을때 누나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가쁜 숨을 쉬면서 집에 돌아온 자신을 바라보며 힘겨운 목소리로 “.....왔니..” 라는 말을 내뱉으는 모습을 보였었다.
누나의 그 모습은 마치 이중인격자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 당시의 누나의 모습이 원래 그런 모습이 아닐거라고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네....암성이 자네의 누나를 보고나서 내가 느낀것은 분명 무언가 우리가 이성적인 생각과 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자네의 누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리고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네의 아버지가 행방불명 되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 어머니 마저 소식이 끊겼잖은가...귀신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자신이 흥미를 가진 것에는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몰두하지. 내가 보기에는 분명 자네의 누나가 무슨 짓을 자네의 부모님에게 벌인게 분명해. 그리고 그 일이 끝나고 나자 더이상 귀신은 자네의 누나에게 흥미를 잃은게 틀림 없어. 그래서 아마도 그 귀신은 누나의 몸에서 빠져나왔고 그 여파로 자네의 누나는 급격히 체력적으로 허약해졌을것이네. 아마도 누나의 몸을 지탱해왔던것은 그 귀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거야. 그런데 그런 귀신이 갑작스레 몸을 빠져나왔다면 누나의 몸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거 아니겠는가..”
암성은 장교수의 말을 계속 들어가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까부터 계속 맘속에 걸리고 있던 그 생각이 계속 그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 생각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러니까 우리 누나는 귀신때문에 죽었다는 거지요. 그래요..교수님의 말이 다 맞다고 치자구요. 그런데 그렇게 죽은 우리 누나의 무덤을 왜 다시 파헤치자는 겁니까..?”
암성은 장교수를 의혹에 가득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에게 자신의 가슴에 엉켜있던 응어리에 가득찬 질문을 내뱉어대기 시작했다.
장교수는 암성의 질문을 받고 약간은 언짢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그에게 조심스레 자신의 뜻이 담긴 답변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했었네..그저 집의 터가 좋지 않아서..그래서 자네의 누나는 귀신이 씌여서 그렇게 된것이라고..운이 좋지 않은 케이스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네..그런데 말일세..”
장학문은 이제 앞으로 자신이 암성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지금까지 자신의 가설이 틀리다는 말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듯 그 이야기를 내뱉는게 상당히 껄끄러웠다. 여지껏 지금껏 있었던 벌여진 일들이 모두 그 집안의 귀신 탓이라고 여겼다고 생각했었던 것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나의 가설은 말이야..반은 맞고 반은 틀린거 같아..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자네 누나를 직접 보고 나서 나는 자네가 사는 그 집에 대해서 조사를 조금 해보았다네. 이 주택은 대략 지어진지 20년이 조금 더 된 거 같더군..그동안 이 집을 거쳐간 세대수는 대략 12세대 정도 일세..20년동안 무려 12가구가 이 집을 거쳐갔단 소리네..그 말은 이 집에서 2년을 넘게 살았던 가족은 없다는 뜻도 된다는 말일세..”
학문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썰을 계속 털어놓는다는 것이 몹시나 안타까웠던 것인지 주머니에서 다시금 담배 한개비를 꺼내 들고는 바로 입에 물어 버렸고 그 광경을 본 성금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할 정도로 잽싸게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어 그의 입 가까이에 라이타 불을 키워 담배에 불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후우....”
학문은 담배를 길게 빨아들인후에 그 연기를 길게 뿜어내어가면서 담배를 손가락에 걸고 자신의 이마를 살짝 긁어대기 시작했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아까도 내가 이야기 했다시피 죽거나 다친 사람이 10명정도가 된다고 했네. 이 저택에 이사온 가족은 20년동안 12식구가 왔다고 내가 방금 이야기했지. 그렇다면 이 저택에 이사온 한 가구당 한명꼴로 죽은것이라고 볼수도 있겠지. 나는 그 부분을 조사해 보았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이곳에 이사온 가족들 모두 가족당 한명꼴로 죽어나갔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어.”
장교수의 말을 들은 암성과 성금은 그의 말에 오금이 저리면서 소름이 등어리에 쫙 끼얹어가는 느낌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암성이 살고 있는 그 집은 저승으로 가는 출입구나 다름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좀더 그 집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네..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집이 무슨 일로 그렇게 사람이 죽어나가게 되었는지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 어차피 귀신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 사람이야. 그럼 귀신이 사람에게 해꼬지를 하는 일은 뭐 이런 저런 이유가 다 있으니까 그런것에는 그다지 관심없었어. 다만 내가 궁금했던건 과연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이 어떤식으로 죽어나갔느냐 하는게 궁금했던거지..”
학문은 다소 심각한 어구로 암성에게 말하면서 산길을 걸어가던 것도 멈춘채 그를 바라보면서 다소 심각한 목소리로 다시금 그에게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난 이 마을에 있는 종합 병원에 가서 그들의 사망원인을 하나같이 일일이 검토해 보았다네..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증상이 모두 일괄적으로 비슷했지..그건 암성군 자네의 누나에게도 해당되네. 그건 바로 만성적인 빈혈증세.....그것이었네..”
암성과 성금은 장교수의 말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민속학의 교수라는 직함은 괜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가 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언제 그렇게 이것저것 조사했는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또 놀라운것은 빈혈증세를 가진 사람의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하나같이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지..바로 암성군 자네의 부모님 처럼 말이야.."
"......."
암성은 장교수의 이야기에 침묵만을 할 뿐이었다. 지금 장교수가 하는 말의 요점은 부모님이 실종된 것이 어쩌면 자신의 누나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로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교수의 이야기가 썩 기분좋게 들리지 않았다.
"교수님, 차라리 저를 의심하는 말을 하세요.지금 교수님은 죽은 우리 누나가 제 부모님의 실종과 연관이 있으신것처럼 말씀하시는데 그건 죽은자에 대한 모욕으로밖엔 저는 들리지 않아요."
몹시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대꾸하는 암성의 어구에 학문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금 그에게 자신의 뜻을 마저 전달하기 위해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내 말을 마저 들어보게. 내 이야기는 아마 정말 터무니없이 들릴수 있을거라도 생각이 들겠지. 나 역시 내가 지금 하는 이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야..하지만 말일세..이 저택에서 죽은 사람이 말일세. 이 저택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면 꼭 니 마을에 사는 어린 아이나 갓난아이들이 산짐승들에게 물려죽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됐네."
장교수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가 이미 필터 끝까지 다다랐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을 정도로 암성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었다.
암성은 장교수의 말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 집에서 사람이 죽은후에 어린애들이 들짐승에게 물려 죽는 현상이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는 교수의 설명에 슬슬 짜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수님, 이해가 전혀 되질 않아요. 지금 겨우 그런것 때문에 우리 누나의 무덤으로 간다는 말입니까? 그럼 우리 누나가 죽고나서 이 마을에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그게 다 전부 우리 누나 탓이겟이겟네요. 살아있는 사람도 아닌 죽어있는 우리 누나 때문에 말이죠."
암성은 장교수의 이야기에 더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는듯이 계속 그의 말에 꼬리를 물고 다그치는 어구를 마구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학문은 그런 암성의 태도가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이내 그의 고양되고 격한 감정을 추스리게 하기 위해서 아까보다도 좀더 침착하고 나긋나긋한 어구로 그에게 다시금 말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암성군. 내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게."
"아니요. 이젠 더이상 들을 가치도 없는거 같네요. 저는 아만 내려갈렵니다. 교수님과 선배님도 저와 같이 어서 마을로 돌아가시죠. 행여나 제가 없을때 저 몰래 제 누나의 시신응 가지고 무슨 짓을 할까 겁이 나네요."
장교수와 암성의 이야기를 옆에서 계속 듣고만 있었던 성금은 암성의 점점 장교수에게 말하는 그의 거칠어지는 어구를 더이상 두고만 볼수 없었는지 둘의 논쟁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야! 너 지금 교수님에게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성금은 암성을 다그치는 듯한 어구를 내뱉기 시작하자 암성은 장교수에게 쏘아댔던 매서운 어구를 이제는 성금에게 이어서 내뱉어대기 시작했다.
“왜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지금 이 어두컴컴한 새벽녘에 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입니까? 저는 지금 몹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요. 요 며칠 사이에 제 정신 상태는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란 말입니다. 제 가족중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저는 이제 고아가 됐단 말입니다.”
암성은 거의 절규에 가까운듯한 목소리로 울부짓듯이 성금에게 자신의 속내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 표정은 매우 일그러져있었고 그의 눈동자는 붉게 충열되어져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아직 내 이야기 안 끝났네. 암성군.”
장학문은 암성에게 나직하고 짤막하게 자신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리는 어구를 내뱉어댔다. 그는 슬픔에 가득찬 암성의 얼굴을 또렷이 바라보면서 다시금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까도 이야기했었지만 나는 이 땅에 아직 우리 인간이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고 생각해. 특히 사람이 죽어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람도 확실하고 명쾌한 해답을 해줄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말이야. 그렇기에 나는 귀신이 있다고 믿고 있네. 나의 믿음은 틀릴수도 있지만 그 믿음이 틀리다고 증거를 확실히 제시할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 나의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네.”
“요점이 뭔가요? 교수님.. 이젠 교수님이 제게 하는 말씀에 슬슬 질려오고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지금 피곤하고 졸립고 몸도 오슬오슬 떨려오기 때문에 슬슬 집에 돌아가 자고 싶은데요.”
암성은 자신에게 또다시 주절주절 이야기를 내뱉으려는 장교수의 설명이 질렸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그의 말에 가시가 돋아있는 어구를 내뱉기 시작했다.
“내 말은 귀신이 있다고 믿는 순간 이 세상에는 그 어떤 다른것도 존재할수 있다는 것을 뜻한단 말이네.”
“...........그....래서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요..?”암성은 장교수의 설명에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어서 빨리 그와의 논쟁을 끝내고 다시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그러니까 암성군 자네의 집이 터가 안좋고 귀신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것때문에 자네의 누나와 부모님이 안좋은 일을 당했다고 내가 했던 말..그 말은 전부 틀린 얘기네.”
“하아~? 그건 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암성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야기가 틀렸다고 말을 하는 장교수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의 수제자인 성금 역시 교수의 말에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그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교수님...”
“하지만......말일세.....단 한가지...단 한가지만 바꾸면 내 말은 모두 다 진실이 된다네.”
“단 한가지요..?”
“그게 뭔가요? 교수님?”
암성과 성금은 교수의 다음 말이 무척이나 궁금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거의 동시에 교수에게 궁금증이 가득 담긴 어구를 내뱉어댔다.
“그렇다네..단 한가지..내가 말한것..바로 귀신 말이네..그것을 다른 걸로 대체한다면 내 이야기는 거의 다 들어맞게 된다네..”
장학문은 암성과 성금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면서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는 것이 내심 만족스러웠는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약간 뜸을 들이듯이 말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다시금 담배 한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고는 성금에게 담배에 눈빛을 보이자 성금은 곧바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어 다시금 교수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던것..바로 귀신 그것을 흡혈귀로 대체한다면 내가 한 말은 대부분 다 들어맞는다네.”
“흐...흡혈귀라구요?”
암성과 성금은 거의 동시에 흡혈귀라는 말을 교수에게 내뱉었다. 장교수는 그런 둘의 모습이 사뭇 재밌었는지 그의 입가에선 약간의 미소가 내비쳐 보였고 다시금 그들에게 설명을 하듯이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자.....잘 들어보게..사람에게는 양의 기운이 흐른다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는 음의 기운이 흐르지. 그러니까 암성군 자네의 집에 귀신이 아닌 다른 어떤것..사람에게 해로운 것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면 그것이 귀신이 아닌 다른 존재라도 충분히 음의 기운이 충만하여 사람이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몸이 해로울수 있겠지..물론 그 기운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을수 있었겠지만 이미 몸과 마음과 정신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안좋아진 자네의 누나 기윤주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로 발전할수 있었을거네....”
여기까지 말한 장교수는 담배를 깊게 입에 빨아넣고는 곧바로 연기를 길게 내뿜기 시작했다. 벌써 이 산길을 오르면서 세개의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를 하루에 몇개비 피지 않는 장학문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담배를 몇번이나 피면서 자신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말을 제대로 이어나갈수 없을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귀신을 흡혈귀로 바꾸면 아구가 딱 딱 들어맞는단 말이네..자..보게..자네 가족이 이곳에 이사왔을때 그 흡혈귀는 분명 자네가 이사온 집 어딘가에서 살고 있었을거네..아니면 그 집 근처 어딘가에서..그리고 자네 가족중 제일 몸과 마음이 피페해진 누나를 제일 먼저 타겟으로 잡았던 거네..그리고 아무도 없는 야심한 밤에 자네의 누나를 먹이로 삼았을거야.....”
“그런...무슨..그건 말도 안돼요..”
암성은 장교수의 말에 무섭고도 두려운 생각이 들었는지 그의 등뒤에선 오싹하고 서늘한 기운이 가득 느껴져오기 시작했다.
“아니..말이 안된다고 생각을 하지 말고 그저 들어보게..내가 말한 귀신이라는 존재를 잊고 그것을 모두 흡혈귀로 대체해서 생각해보란 말이네.”
장학문은 암성의 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자네의 누나는 분명 흡혈귀에게 공격을 받고 아마도 흡혈귀가 되었거나 아니면 그 괴물의 하수인이 되었을거네. 자네 누나를 처음 만났을때 누나가 내게 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나와 여기 성금군을 유혹하기 위해서 온갖 교태섞인 행동을 취했던것을 말일세..그건 자네의 누나가 우리를 유혹해서 우리를 먹이로 삼기위해서 했던 행동으로 보이네..그리고..자네의 부모님도..어쩌면 누나의 먹이가 되었거나 아니면 자네의 집에 있는 흡혈귀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네. 보게...자네의 누나가 죽었지만 이 마을에 벌여진 저주는 끊이지 않았네..자네의 누나가 죽고나서 이 마을에는 벌써 세명의 아이들이 마을에서 사라져 버렸네..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나? 분명 자네의 누나는 죽어서도 죽은 몸이 아닌거란 말이네..자네의 누나는 이 밤을 휘젓고 다니는 괴물..흡혈귀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해..그리고 누나..윤주가 분명 이 마을의 아이들을 데리고 그 아이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배를 채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네.”
“그만..!! 그만하세요! 교수님!!”
암성은 장교수의 언변에 도저히 버틸수 없었는지 그의 말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믿을수 없는 말이 계속 교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누나가 흡혈귀에게 당했다니..그리고 지금 그의 누나가 죽어버린 그의 누나가 이 마을에서 아이들을 납치해 먹이로 삼고 있다는 말에 그는 겉잡을수 없는 분노와 함께 믿을수 없다는 표현을 장교수에게 미칠듯이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걸 확인하러 함께 가자는 것이네. 자네의 누나가 온전히 죽어있는 상태인지 아닌지 말일세. 잠깐이면 되네.”
학문은 거의 쇼크 상태에 가까운 충격을 받은 듯한 암성에게 달래는 듯한 어구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해 나가기 시작했고 암성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고는 다른 손으로 거부의 뜻을 표현하듯이 절레 절레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니요..교수님이 우리 누나를 괴물 취급 한다는 것을 안 이상 저는 승낙할수 없어요. 누나의 무덤을 함부로 파헤칠수 없단 말입니다.”
암성의 말에 장교수는 씁쓸한 얼굴을 내비쳐 보였다. 괜한 말을 그에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직감은 암성의 누나 윤주가 뭔가 안좋은 것으로 되었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그는 마을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과 죽은 윤주를 위해서라도 이 의혹의 매듭을 확실하게 풀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암성군, 자네 누나는 아직 땅속에 묻혀있지 않을거네."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암성은 장교수가 또다시 자신에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갖다붙이려는 심산으로 말을 하는 것으로 보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반문의 어구를 내뱉었다.
"묘지 관리인 박씨에게 어제 내가 부탁해 두었다네. 어제가 발인이었겠지만 내가 부탁해서 아마 자네 누나는 아직 안치소에 있을거네. 그러니까 자네 누나의 무덤을 파헤치는 일은 없다는 소리지."
"하...!"
암성은 장교수의 말에 기가 찬다는 듯한 표정을 내비쳐보이고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허공을 바라보며 몇번이고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뱉어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자신의 학교의 교수만 아니었으면 벌써 주먹이 그의 얼굴에 몇번은 날아 갔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맘대오 그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교수님..."
암성은 간신히 분을 삭히고는 장교수를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작고 나직한 목소리지만 그 목소리는 몹시 분노가 잔뜩 뒤섞여있는 어구를 내뱉어대기 시작했다.
“이해해주게. 암성군..이게 다 우리 마을의 안전과 더불어 어떻게 보면 자네 누나를 위한 일일수도 있는 거네. 그저 올라가서 누나의 시신만 확인하면 되는거네. 어려울거 없지 않은가.”
“.........그렇게까지 우리 누나의 시신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
암성은 이 늦은 새벽녘에 장교수와 계속 이 어두컴컴한 산길에서 말씨름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 슬슬 질려오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차분하고 자상한 어구였지만 그의 속내에는 자신의 굳게 굳은 의지가 다분히 섞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암성을 설득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암성은 지쳐버렸다. 이제 만사가 귀찮아져오기 시작했다. 그래..원하는데로 해드리자. 그리고 그 다음 일은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알겠습니다..좋으실대로 하세요. 이제 저는 더이상 교수님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하지 않겠습니다. 교수님이 그렇게까지 하시고 싶으시다는데 제가 더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장학문은 암성이 자신의 뜻에 따르겠다는 어구에 그제야 안심이 됐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가 뭔가 자신에게 말할려고 하는것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여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만........뭔가..암성군?”
“시체 안치소에 만약에 누나가 그대로 누워있다면 아무런 일도 아닌거지만...만약에 누나가 그 안에 없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거죠..?
암성은 이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진짜 실제로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누나는 죽은 사람인데 누나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괴물로 변해버린 상태가 된다면..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고 무섭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때는.........자네도 각오를 해두게..아마 많이 보기가 어렵고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일세..”
장학문의 대답을 들은 암성은 더이상 그에게 아무런 질문도, 자신의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속마음은 누나가 온전히 관 안에 누워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만약에 장교수의 말대로 되어버린다면 그때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종잡을수 없을만큼 마음 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듯이 아주 고요했다. 서로간의 언쟁이 오고 간것이 언제 그랬냐는듯이 세사람은 한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산길위를 계속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말도 안돼는 소리야..참..나 교수님의 말은 전혀 얼토당토 하다고..지금 시대가 어느땐데...아우...정말...어쩌자고 내가 이런 사람의 제자가 되었을꼬..’
성금은 장교수와 암성의 중간에 끼어 걸어가면서 속으로는 매우 불쾌하고 귀찮고 짜증난다는 짓거리를 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었다. 거기다가 장교수가 암성과 함께 논쟁을 벌이는 것을 계속 들어가게 되자 그제서야 교수가 자신에게 들고가라고 떠맏긴 가방안의 내용물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의 오른손에는 한손가방이 들려 있었는데 그 안에는 커다랗고 굵은 나무못이 두개와 함께 망치,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보다도 훨씬 커다란 십자가가 들어가져 있었다. 성금은 이 야심한 새벽에 곤히 자고 있는 자신을 깨워 이런 연장들을 가방에 챙기라고 했던 장교수의 진의를 이제서야 알수 있었다.
꽤나 무게가 나가는 이것을 혼자서 계속 짊어지고 이 야심한 새벽녘의 산길을 올라간다는 것은 꽤나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장교수는 자신의 ‘갑’ 아닌가..그리고 자신은 ‘을’ 이고 말이다..
“이제 다 와가네..저기 불빛이 보이지..?”
장학문은 손가락으로 산길 위에 흐리지만 약간의 빛이 분명히 보이는 언덕 둔치를 가리키면서 암성과 성금에게 말했다. 둘은 그 불빛을 보고서 이제야 이 춥고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것이 끝나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 찾아오기 시작했다.
공동묘지의 입구에 다다르게 되자 장교수는 제일 먼저 앞장서서 앞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햇다. 그는 묘지의 옆에 조그맣게 자리잡인 관리실의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서는 손등으로 문을 두세번 두들긴후 약간은 큰 목소리를 내어서 안에 있는 관리인에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보게. 박씨..날세.”
“.........”
“박씨.....나야..학문이. 안에 있는가?”
두번이나 문에 노크를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 장학문이었지만 관리실에서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이 늦은 새벽녘에 관리인 박씨가 관리실 이외에 다른 곳을 갈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라도 간거 아니면 어디 잠깐 순찰이라도 돌러 나가신게 아닐까요?”
성금의 말에 장교수는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관리실 문의 고리를 슬그머니 돌리기 시작했다. 끼이익 조용하면서도 약간은 소름이 돋는듯이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장교수는 문이 열리자 두사람에게 안으로 들어가자는 눈짓을 보내었다.
“일단 들어가서 기다리세. 박씨가 있어야지..안치실에 들어갈수 있을테니.”
장교수는 관리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입고 있던 외투의 속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가 꺼낸것은 중저가 브랜드의 포도주 였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는 박씨에게 주기위해서 가까운 주류점에 가서 한병을 구입해 왔던 것이다.
“박씨..안에.........!!!”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혹시나 박씨가 안에서 졸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신이 왔다는 인기척을 내면서 안으로 들어가던 장교수는 관리실 안에 벌어진 일을 보고 두눈을 부릅뜨고 경악스런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히..히이익!!”
“..........!!!”
“아..아니..이건 대체..”
관리실에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이 벌려진것같은 일이 보이고 있었다. 관리실 안에 놓여져있는 책상과 의자에는 검붉은 핏물이 가득 묻어져 있었고 그 책상위에 있는 싸구려 컴퓨터는 옆으로 쓰러져 있었으며 모니터는 책상에서 떨어져 화면 액정이 깨지고 그 깨진 액정 유리조각위에 검은 머리카락이 덩어리째 얼기설기 핏물과 함께 끈적하게 달라붙어져 있었다.
관리실 안에는 끔찍스러운 광경과 함께 지독한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 끔찍스러운 광경을 만들게 된 원인을 찾을수가 없었다. 즉 이 핏덩이들이 관리인 박씨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침입한 흔적인지를 확인할수 없었던 것이다.
“아...교수님..이것좀 보세요.”
성금은 관리실 바닥에 떨어진 핏물 웅덩이에서 뭔가를 발견하고는 그곳에 손가락질을 하며 장교수에게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장교수와 암성은 성금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시선이 자리잡은 그 핏물 웅덩이에서는 관리인 박씨의 근무복으로 보이는 파란색 천쪼가리가 바닥에 핏물에 버려져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이건....분명 박씨가 입는 옷이 분명해..그렇다면 지금 여기 바닥에 흥건한 이 핏물들과 핏덩이들은...”
“.......”
“......교..수님..”
성금과 암성은 오금이 저리고 등골이 오싹해져 오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마치 악몽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힘들게 새벽녘에 이곳까지 와서 이런 끔찍한 광경을 자신의 두눈에 생생하게 각인이 되도록 봐야 하는지 너무나도 지금의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고 또한 끔찍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그들의 온몸을 감싸앉고 있었다. 성금은 그 끔찍한 광경에 더이상 참을수 없었는지 입을 틀어막고 관리실 밖으로 허겁지겁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암성 역시 이 붉게 물들어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의 몸은 선듯 밖으로 빠져나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이것이 자신의 누나가 한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혹함과 함께 불안감 두려움 오만가지 감정들이 그의 마음속을 꾸역꾸역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의 얼굴 표정에서는 그런 말로 다할수 없는 감정들이 차마 다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안치실로 가보세..시체 안치실 말일세..”
학문은 입술을 굳게 다문채 억지로 냉정함을 유지한채로 관리실 밖으로 서둘로 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암성은 장교수마저 관리실에서 몸을 빼내자 그 역시 그제서야 패닉에 빠졌었던 정신이 그나마 잠깐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장교수의 말에 그 역시 관리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서두르세. 저쪽일세..그리고 성금군, 가방안에 있는 것들 확실히 챙겨가지고 따라오게.”
장교수는 격양된 감정을 간신히 추스리고는 관리실 반대편에 40여미터쯤 떨어져있는 시체 안치실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고는 그곳으로 이동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성금은 장교수의 말에 구토를 하던것을 간신히 멈추고는 손깃으로 대충 입을 닦아낸후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정말 이번만큼은 그의 말에 응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도리가 없었다. 그는 너무나도 두렵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혼자서 이곳에 남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에 장교수의 뒤를 서둘러 뒤따라 가기 시작했다.
암성은 장교수의 말에 묵묵히 뒤를 따라 걸어나갔다. 이제는 교수의 뒤를 따라 가는 것만이 그가 지금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자신의 누나가 진짜로 이런 짓을 한거라면 이제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지고 암담해지며 참담한 감정이 마음속에 가득 자리잡혀가고 있었다.
시체 안치소의 출입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다. 일부러 열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누가 강제로 열어놓은 것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저것보게..자네 누나의 관이네.”
장교수는 안치소의 문을 열자 그 중앙 부근즈음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나무목재 관을 바라보면서 암성에게 말했다. 암성은 그 관을 보자 숨이 컥컥 막혀져 왔다. 제발 저 안에 누나가 온전히 누워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예전에 누나가 살아있을때는 제발 누나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기를 너무나도 간절히 바래왔는데 지금은 그와는 완전히 반대의 입장이 되고 말았다. 제발..지금 누나가 저 관 안에서 온전히 누운체 시신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마지 않고 있었다.
시체 안치실 안으로 들어온 세사람은 숨을 잔뜩 죽인채 안치실 중앙에 위치한 암성의 누나 기윤주가 들어있을 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세사람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문은 어두컴컴한 새벽녘의 쌀쌀한 날씨를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바로 이 관속에 누워있는 시체를 확인하러 온 것인데 선듯 그 관의 뚜껑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역시 지금의 순간이 무섭고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이 지역에서 그래도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는 민속학자였기 때문에 이 지역에 귀신이 들린 집이라든지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지 않은 지역을 많이 찾아가서 그곳에 무엇이 안좋은지 원인을 밝혀내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었다. 그렇기에 나름 귀신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보다는 제법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일단 사람이 죽은 흔적이 너무나도 또렷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신이라면 그저 집안을 어지럽히거나 집에 들어갔을때 사람이 느낄수 있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고 내뿜는게 고작이고 개중에는 물건을 부수고 하는 일이 정말 가끔 일어나곤 했지만 이런식으로 사람을 처참하게 죽이는 요물은 그의 귀신과 함께한 인생에서 생애 처음 있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호흡이 점점 가빠와져 오기 시작했다.
두렵고 떨리고 숨이 막혀져온다. 하지만 확인을 안할수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 결과를 확인도 안하고 그냥 갈수는 없었다. 장학문은 암성과 성금을 한번씩 ?어본후 고개를 약간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학문의 모습을 본 두사람 역시 그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학문은 성금을 바라보면서 손으로 관을 가리키면서 열라는 제스쳐를 보내기 시작했다. 성금은 그런 장교수의 손짓에 잔뜩 울상을 지어보이고는 절대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좌우로 흔들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교수의 말이 절대적이라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따르고 싶지 않았다. 교수는 그런 성금의 모습에 몹시 실망을 금치 못했고 그를 바라보면서 약간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를 계속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암묵적인 명령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성금은 그런 장교수의 시선을 고개를 아래로 떨구며 회피했다.
“성금군...자네..”
“제가 열게요.”
장학문은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는 모습을 보인 성금에게 따끔한 어구를 날려 그를 질타하려 했지만 장교수와 성금의 모습을 본 암성은 답답함과 동시에 짜증이 갑작스럽게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순간을 어서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만이 간절했었다. 암성은 자신이 연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두 손으로 관의 뚜껑을 움켜쥐고는 힘있게 그 뚜껑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끼기기긱..끼긱..
목재로 만든 관의 뚜껑이 거친 마찰음을 내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장학문과 성금은 조금씩 열어저가는 관 안으로 서서히 시선을 고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
“......”
“.........없어..”
관 뚜껑을 열어 젖힌 암성은 제일 뒤늦게 누나의 관 안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있어야할 누나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흔적조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관 안에 아무것도 없는것이 확인되자 성금은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주춤거리면서 뒤로 몸을 슬금슬금 빼내기 시작했다. 그의 이빨은 연신 딱딱딱 부딪히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지금 당장에라도 도망을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장교수와 암성, 그리고 성금, 세사람은 지금의 이 상황에 뭐라고 함부로 말을 할수가 없었다. 정말 자신의 말대로 암성의 누나가 흡혈귀가 된 것이라면 그녀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설마 관리인 박씨를 잡아먹은것도 모자라서 또 어딘가로 먹이를 공수하러 간것은 아닐까..지금 시간이 새벽 세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세시간 정도만 지나면 해가 뜰 것이다. 그때까지는 그녀는 분명 이 곳으로 돌아올것이 분명했다.
응애!! 응애!!
그때 안치실 출입문 쪽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져오기 시작했다. 고양이 울음소리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었지만 그것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확실한 사람의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장교수는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잔뜩 웅크리고는 시체 안치실의 시체들을 보관해놓는 상자 옆으로 몸을 숨기곤 다른 두사람을 서둘러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보내기 시작했다.
암성과 성금은 장교수의 손짓을 보고는 잽싸게 그가 있는곳으로 몸을 웅크린채로 서둘러 달음박질을 하여 그에게 다가가 몸을 숨겼고 안치실 출입구를 숨을 죽이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응애!! 응애애!!
아기의 울음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져 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안치실의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치실로 들어온 사람은 하얀색 소복같은 얇은 천의 옷걸이를 하고 있었고 길고 짙은 검은색 머리를 너울 거리면서 시체 안치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기윤주 바로 암성의 누나였다.
그녀의 두손에는 이제 태어난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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