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 올립니다^^;; 평소보다 조금 길게 적은 것 같네요~~~!
이른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 론의 일행은 중간이 쉬는 것과 점심을 제외하곤 하루 종일 걸려 해가 질쯤 되어서야 영지에 거의 도달 할 수 있었다.
영지의 정문에 대다를 수록 들어서는 인파들의 숫자도 북적였고 여행객으로 보이는 이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안텔로 백작의 영애의 생일을 맞아 벌어지는 축제여서 그런지 여느 때보다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정문이네요.”
앞서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안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야~! 이거... 헤어지기 참 아쉬운데?”
"언젠간 또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싱긋 미소 지으며 위로를 하듯 중얼거리는 안나의 말에 생각보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보태는 듯 했다.
“그렇겠지?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참 즐거웠어.”
거의 말이 없는 론과 함께 다녀서 뭐가 재밌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밥도 얻어먹고 안나라는 귀여운 소녀와 지냈으니 나쁘진 않았다.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심성이 착한 소녀였고 밝는 표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다.
안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몰랐을 때와 알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제대로 대화를 해본 건 정작 이틀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사이에 이 두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함께 다니는지는 간접적으로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론은 안나를 위하고 있었고 대체적으로 그녀를 위한 행동과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안나 또한 자신을 구해준 론에게 감사해 하고 있는 것은 물론 그에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만남이라...’
아무런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론을 힐끔 바라 보곤 안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렇게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전혀 그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소녀같지가 않다.
만약 안나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이나 하였을까.
‘이렇게 어린 안나또한 자신의 처한 현실을 수긍하고 이겨내려 노력하는데 도대체 난 무얼 했던 거지.’
누군가에게 구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지난날의 고통과 상처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안나 또한 그 상처를 이겨내려 노력하는 것이지 이겨냈다고 할 수는 없다.
저렇게 밝은 표정과 미소를 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삶에 대한 포기를 하지 않은 것만도 대단했다.
‘공작의 아들이라도 뭐라도 된단 말이냐... 네가 처한 현실을 봐라. 빈털터리에다 가진 것이라곤 검밖에 없지 않은가.’
한 나라의 고위 귀족이자 공작가의 도련님이라 해도 지금은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신이 택해서 뛰쳐나온 집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귀족이라는 생각과 모습에서 떨처 내지 못 한단 말인가.
‘어쩌면 여기 눈앞에 있는 소녀보다 내가 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 하다고 할 수도 있겠어.’
[바보 같은 놈... 네 얼굴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여기서 나가라.]
서재에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에게 간청을 했던 그날.
돌아온 대답은 냉정한 표정과 차가운 시선, 그리고 비수를 꼽는 말뿐이었다.
‘내가 택하고 나온 길이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하는 일이 곧 의지고 행동이다.
어린애도 아닌 마당에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도, 응석을 부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해보는 거야.’
마음을 다잡은 글레인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뭔가 심각한 표정의 글레인의 모습에 걱정이 되었는지 안나가 질문을 던졌다.
“조금...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어.”
그런 안나에게 글레인은 따뜻한 표정으로 응답하며 웃어주었다.
론은 그런 두 사람을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병사들의 형식전인 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선 론과 안나는 글레인과 마주보고 섰다.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는거 겠지?”
“네... 그럴 수 있을 거예요.”
“고맙다... 안나.”
설마하니 이렇게 어린 소녀에게서 용기를 얻을 줄 몰랐던 글레인은 안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니... 뭐가 말이에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는 안나에게 그저 미소를 지어보인 글레인이 고개를 돌려 론을 바라보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다. 밥도 맛있었고.”
“그런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보도록 하지.‘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론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피식 웃은 글레인이 손을 들어 보이곤 몸을 돌렸다.
저 만치 나아가는 글레인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안나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오빠... 귀족인거 같은데... 제가 알던 분들과는 달랐던 거 같아요.”
“......”
“전... 귀족이라고 하면 권위적이고 저희 같은 사람은 경멸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만 갈까.”
시야에서 글레인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안나가 고개를 돌려 론을 올려다보며 싱긋 미소지었다.
“네!”
19살 정도 되었을까.
하늘거리는 푸른 드레스에 그에 어울리는 하늘색 머리의 갸름한 턱선의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인이 무심한 표정으로 넓게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턱을 괴고 도시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과도 같아 보였다.
그런 그녀와 다르게 뒤에서 침대의 이불을 정리하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은 머기 그리 즐거운지 콧소리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제 이틀 후면 아가씨 생일이네요? 후훗... 이번엔 제법 많은 귀빈들이 오신다는 거 알아요? 게다가 세슬러 후작가문의 드로아 도련님까지 참석하신다니 어쩌면 정말로 아가씨에게 관심이 있는 거 아닐까요? 아무래도 이번 생일은 정말로 생각만 해도 두근거려요~!”
무심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작게 입을 열었다.
“유모... 전에도 말 했지만 나 드로아 그 사람에게 관심 없어.”
“하지만 아가씨? 드로아 도련님이라면 20대 중반의 나이에 익스퍼트 중급에 오른 실력자라구요. 주변 이들에게도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고 장차 이 나라를 이끌 대장군이 될지 모를 사람이에요. 거기다 외모 또한 출중하니 전 아가씨의 그런 대답을 들을 때면 정말로 안타까워요.”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돌린 여인이 똑바로 유모라 불린 중년 여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난 누가 뭐하는 사람인지, 얼마나 잘생겼는지 관심 있지 않아. 그저... 내 삶이 비참할 뿐이라고.”
“아가씨...”
“유모도 알잖아? 난 그저 가문에 도움이 되기만 한 다면 누구에게도 보내버릴 거야.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니까. 내 삶이란 게 있었어? 언제나 교양 있어야 한다. 백작가문의 영애라면 거기에 걸 맞는 위식과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게 아버지와 가문을 위한 삶이었어. 난... 가문을 위한 소모품에 지나지 않아.”
“그렇지 않아요. 백작님은 아가씨를 따님으로써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생일파티를 겸한 축제도 열고......”
“벗어나고 싶어.”
“아가씨......”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 같단 말이야.”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대로 허물어져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천천히 곁으로 다가간 유모가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 더 이상 이런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지내기 싫어.”
“아가씨......”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바라보는 유모의 눈가에도 촉촉이 젖어 들어갔다.
여관으로 들어선 안나는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사람과 부쩍이는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로 축제인가 봐요...”
“대단하지?”
그런 안나의 반응이 귀여워서인지 피식 웃음을 지은 론이 중얼거리자 흥분한 표정으로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이세요?”
안으로 들어선 론과 안나에게 다가간 종업원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두 사람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사이 물을 한 잔 따라서 마신 론이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겨보는 거야.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다 들어 줄 테니까.”
“괘, 괜찮아요... 그렇게 해주지 않아도. 전... 지금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걸요. 그리고 이렇게 웃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덩달아 저 까지 기분이 좋아요.”
“그래?”
“론 오빠는 저를 구해주셨고 이렇게 멋진 하루하루를 보내주게 해주셨어요. 그것 이상으로 바라면 욕심 이예요. 오빠는... 이미 저에게 많은 것을 해주셨어요. 미안해요, 오빠.”
안나는 정말로 론에게 삼사하고 있었다.
언제 자신이 이렇게 여행을 해보고, 축제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잠시후 음식이 하나 둘 나누고 두 사람은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그리곤 소화도 시킬 겸 잠시 밖에 들렸다가 돌아와 씻을 후에 잡아 놓은 방으로 올라가 안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자는 것이라 포근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나는 그대로 잠이 든것 같았다.
‘미안해 할 사람은 나다... 네가 아니라.’
안나의 입장에선 좋은 의도로 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모르고 자신에게 이렇게 감사하고 미안해하는 안나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불편한 것은 론이었다.
잠시 동안 잠들어 있는 안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론이 씁쓸한 표정으로 조용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걸음을 옮겨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와 여관 밖으로 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힘이 없어서 미안해. 론을 지켜줘야 하는데 난 그러지 못했어......]
품에 안기어 정말로 서럽게 눈물을 흘리던 에닐리의 얼굴을 떠올린 론이 쓴웃음을 지었다.
‘바보 같은 생각 하지마. 그런 미련한 행동은 한 번이면 족하지 않은가.’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는 상태고 다시 한 번 몬스터의 생기를 흡수 할 수 없다.
이미 그 헌 번의 기회를 사용 했으니까.
‘답답하군’
이대론 잠을 청할 수 없을 것 같아 걸음을 옮겨 길을 따라 나아갔다.
가볍게 산책이라도 한다고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대로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는 것 보다 바람을 쐬며 걷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유모까지 끌어드려서.”
“미안해 할 것 없어요, 아가씨. 전 유모가 되어 가지고 아가씨가 그렇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무래도 전 유모 자격이 없나 봅니다.”
슬픈 표정으로 말하는 유모의 모습에 그녀, 세실리아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어머니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유모가 절 키워주셨잖아요. 유모는 저의 어머니세요.”
“아가씨...”
눈물을 글썽이는 유모의 어깨를 감싸 안아준 세실리아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팔을 활짝 펼쳤다.
“이렇게... 하루 만이라도 자유롭고 싶었어요. 누구에게 관섭도 받지 않고. 가보고 싶은 곳에 갈 갈 수도 있고, 고마워요.”
이렇게 행복해 하는 세실리아의 모습을 보자 위험을 감수하고 몰래 성을 빠져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실리아는 하루라고 했지만 유모는 그녀가 언제나 행복했으면 했다.
‘그렇게 웃어요... 아가씨는 웃는 모습이 어울려요......’
미소를 짓고 있는 세실리아의 표정을 바라보는 유모의 표정은 정말로 어머니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 세실리아 같지 않아?”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놀란 유모가 몸을 돌려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던 풀숲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이 들은 두 사람의 사내 였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은 바지를 치켜 올리고 있었다.
“설마하니 저 여자가 영주의 딸이라고...... 미쳤다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영주의 딸이 기사도 대동하지 않고 달란 저 늙은 여자 하나만 데리고 성을 나서겠어?”
“옷은 평범 하지만 저 외모 아무리 봐도 세실리아 같은데.”
“세실리아든 뭐든 상관없겠지. 기절한 년보다 외모가 끝내준다는 건 확실하니까.”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공터로 다가오는 두 사내의 모습에 유모는 직감 적으로 불길함을 감지했다.
게다가 저 둘의 말투로 보아 저기 풀숲엔 저 둘 말고도 한 명의 여자가 쓰러져 있는 듯 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 진 생각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망가세요, 아가씨!”
뒤로 돌아보며 소리치는 유모의 말에 긴장 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세실리아가 망설였다.
“하지만 유모는......”
“전 괜찮으니까 어서!”
“어딜 도망가려고!”
그때 젭싸게 달려온 덩치큰 사내가 세실리아의 팔목을 제압하고 뒤에서 포박 하듯 잡아 쳈다.
“꺄아악!”
“아가씨!”
“가까이서 보니 이년 진짜 죽이는데?”
바로 앞에서 보니 그 미모가 한 층 더 빛을 바라는 것 같아 절로 음심이 동햇다.
“놔라 이놈! 네놈이 함부로 할 분이 아니시다!”
“오~! 함부로 할 분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이 년이 정말로 세실리아란 말이냐?”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뱉는 사내의 말에 유모가 화가 난 표정으로 외쳤다.
“그렇다 이놈!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놈들은 무사하지 못 할 것이야!”
“그렇단 말이지...?”
이곳 영지의 영주인 안텔로 백작의 영애인 걸 알았으면 무서워해야 정상이건만 오히려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유모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기사도 대동하지 않고 이렇게 단 둘이 나왔다는 게 보나마나 제대로 된 절차를 받고 나온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몰래 나온 것 같은데?”
“그, 그건......”
순간 멈칫한 유모의 모습에 맞췄다는 것을 알아차린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조차 성에선 모르겠군그래.”
“놔라 이놈!”
틀렸다는 생각이 든 순간 유모는 그대로 셀실리아를 포박하고 있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어디서 감히!”
퍼억!“
“유모!”
하지만 아녀자인 유모가 근육질의 건장한 청년은 당해 낼 수 없었는지 그대로 배를 걷어 차이고 바닥에 쓰러졌다.
“저딴 년 끝내버려.”
“그럴 참이었어.”
배를 걷어찬 사내가 바닥에 쓰러진 유모에게 다가가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려 걷어 처버렸다.
퍼억!
“아, 안돼! 그만해!”
퍼억! 팍! 푸아악!
자신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며 사정없이 걷어 차이는 유모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만! 그만 하란 말이야! 유모!”
“크크큭! 죽어라 이 개년아!”
눈물을 흘리며 발악하는 세실리아의 모습이 재밌었는지 사정없이 입술이 터지고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유모를 걷어찼다.
“아, 안돼! 제발...! 제발 그만해! 제발!”
세실리아가 7살이 되던 해 몸이 허약하셨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언제나 엄격하셨던 아버지와 다르게 어머니는 세실리아가 웃을 수 있고 어리광 부릴 수 있는 마지막 기댈 곳이었다.
그런 어머니고 돌아가시고 세실리아의 생활은 언제나 우울했고 슬픔에 가득찼었다.
그런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유모였다.
어떤 짓궂은 장난을 처도, 어리광은 부려도 유모는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고열에 시달려 침대에서 고통스러워 할 때도 옆에서 눈물을 흘리며 밤을 새가며 지켜 주었던 사람도 유모였다.
언제나 자신을 위했다.
괜찮다고, 이겨 낼 거라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언제나 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응석 때문에, 괴롭다는 그 말 한 마디에 만약 들키면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도 유모는 이렇게 자신을 데려나와 주었다.
그랬는데.
“그만해! 제발 그만 하란 말이야! 으흐흑!”
미친 듯이 사정없이 얻어 맞고 있는 유모의 모습에 세실리아는 목소리가 쉬도록 소리쳤다.
어누새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었고 몸은 심하게 떨렸다.
“아, 아가씨......”
퍽!
“어디서 손을 올려 이년이!”
세실리아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리는 것을 걷어 차버린다.
“아아악!”
그 모습에 세실리아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만 하고 이제 끝내버려.”
“그럴까?”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남자가 마지막으로 끝내기 위해 발을 들어 올렸다.
“아, 안돼......!”
세실리아의 그런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남자는 그대로 발을 내리 꽂았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그 발은 유모의 머리가 아니라 내려가다가 그대로 허공에 멈추고 말았다.
“뭐, 뭐야 이거?”
자신의 발을 감싸고 있는 하얀 안개에 의아함을 드러내며 동료를 바라보자 자신처럼 놀라는 것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니 아무도 없는 공터 앞쪽에 로브를 걸친 무심한 표정의 사내가 서있었다.
이른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 론의 일행은 중간이 쉬는 것과 점심을 제외하곤 하루 종일 걸려 해가 질쯤 되어서야 영지에 거의 도달 할 수 있었다.
영지의 정문에 대다를 수록 들어서는 인파들의 숫자도 북적였고 여행객으로 보이는 이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안텔로 백작의 영애의 생일을 맞아 벌어지는 축제여서 그런지 여느 때보다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정문이네요.”
앞서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안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야~! 이거... 헤어지기 참 아쉬운데?”
"언젠간 또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싱긋 미소 지으며 위로를 하듯 중얼거리는 안나의 말에 생각보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보태는 듯 했다.
“그렇겠지?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참 즐거웠어.”
거의 말이 없는 론과 함께 다녀서 뭐가 재밌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밥도 얻어먹고 안나라는 귀여운 소녀와 지냈으니 나쁘진 않았다.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심성이 착한 소녀였고 밝는 표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다.
안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몰랐을 때와 알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제대로 대화를 해본 건 정작 이틀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사이에 이 두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함께 다니는지는 간접적으로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론은 안나를 위하고 있었고 대체적으로 그녀를 위한 행동과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안나 또한 자신을 구해준 론에게 감사해 하고 있는 것은 물론 그에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만남이라...’
아무런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론을 힐끔 바라 보곤 안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렇게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전혀 그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소녀같지가 않다.
만약 안나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이나 하였을까.
‘이렇게 어린 안나또한 자신의 처한 현실을 수긍하고 이겨내려 노력하는데 도대체 난 무얼 했던 거지.’
누군가에게 구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지난날의 고통과 상처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안나 또한 그 상처를 이겨내려 노력하는 것이지 이겨냈다고 할 수는 없다.
저렇게 밝은 표정과 미소를 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삶에 대한 포기를 하지 않은 것만도 대단했다.
‘공작의 아들이라도 뭐라도 된단 말이냐... 네가 처한 현실을 봐라. 빈털터리에다 가진 것이라곤 검밖에 없지 않은가.’
한 나라의 고위 귀족이자 공작가의 도련님이라 해도 지금은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신이 택해서 뛰쳐나온 집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귀족이라는 생각과 모습에서 떨처 내지 못 한단 말인가.
‘어쩌면 여기 눈앞에 있는 소녀보다 내가 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 하다고 할 수도 있겠어.’
[바보 같은 놈... 네 얼굴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여기서 나가라.]
서재에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에게 간청을 했던 그날.
돌아온 대답은 냉정한 표정과 차가운 시선, 그리고 비수를 꼽는 말뿐이었다.
‘내가 택하고 나온 길이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하는 일이 곧 의지고 행동이다.
어린애도 아닌 마당에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도, 응석을 부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해보는 거야.’
마음을 다잡은 글레인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뭔가 심각한 표정의 글레인의 모습에 걱정이 되었는지 안나가 질문을 던졌다.
“조금...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어.”
그런 안나에게 글레인은 따뜻한 표정으로 응답하며 웃어주었다.
론은 그런 두 사람을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병사들의 형식전인 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선 론과 안나는 글레인과 마주보고 섰다.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는거 겠지?”
“네... 그럴 수 있을 거예요.”
“고맙다... 안나.”
설마하니 이렇게 어린 소녀에게서 용기를 얻을 줄 몰랐던 글레인은 안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니... 뭐가 말이에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는 안나에게 그저 미소를 지어보인 글레인이 고개를 돌려 론을 바라보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다. 밥도 맛있었고.”
“그런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보도록 하지.‘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론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피식 웃은 글레인이 손을 들어 보이곤 몸을 돌렸다.
저 만치 나아가는 글레인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안나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오빠... 귀족인거 같은데... 제가 알던 분들과는 달랐던 거 같아요.”
“......”
“전... 귀족이라고 하면 권위적이고 저희 같은 사람은 경멸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만 갈까.”
시야에서 글레인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안나가 고개를 돌려 론을 올려다보며 싱긋 미소지었다.
“네!”
19살 정도 되었을까.
하늘거리는 푸른 드레스에 그에 어울리는 하늘색 머리의 갸름한 턱선의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인이 무심한 표정으로 넓게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턱을 괴고 도시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과도 같아 보였다.
그런 그녀와 다르게 뒤에서 침대의 이불을 정리하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은 머기 그리 즐거운지 콧소리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제 이틀 후면 아가씨 생일이네요? 후훗... 이번엔 제법 많은 귀빈들이 오신다는 거 알아요? 게다가 세슬러 후작가문의 드로아 도련님까지 참석하신다니 어쩌면 정말로 아가씨에게 관심이 있는 거 아닐까요? 아무래도 이번 생일은 정말로 생각만 해도 두근거려요~!”
무심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작게 입을 열었다.
“유모... 전에도 말 했지만 나 드로아 그 사람에게 관심 없어.”
“하지만 아가씨? 드로아 도련님이라면 20대 중반의 나이에 익스퍼트 중급에 오른 실력자라구요. 주변 이들에게도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고 장차 이 나라를 이끌 대장군이 될지 모를 사람이에요. 거기다 외모 또한 출중하니 전 아가씨의 그런 대답을 들을 때면 정말로 안타까워요.”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돌린 여인이 똑바로 유모라 불린 중년 여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난 누가 뭐하는 사람인지, 얼마나 잘생겼는지 관심 있지 않아. 그저... 내 삶이 비참할 뿐이라고.”
“아가씨...”
“유모도 알잖아? 난 그저 가문에 도움이 되기만 한 다면 누구에게도 보내버릴 거야.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니까. 내 삶이란 게 있었어? 언제나 교양 있어야 한다. 백작가문의 영애라면 거기에 걸 맞는 위식과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게 아버지와 가문을 위한 삶이었어. 난... 가문을 위한 소모품에 지나지 않아.”
“그렇지 않아요. 백작님은 아가씨를 따님으로써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생일파티를 겸한 축제도 열고......”
“벗어나고 싶어.”
“아가씨......”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 같단 말이야.”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대로 허물어져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천천히 곁으로 다가간 유모가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 더 이상 이런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지내기 싫어.”
“아가씨......”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바라보는 유모의 눈가에도 촉촉이 젖어 들어갔다.
여관으로 들어선 안나는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사람과 부쩍이는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로 축제인가 봐요...”
“대단하지?”
그런 안나의 반응이 귀여워서인지 피식 웃음을 지은 론이 중얼거리자 흥분한 표정으로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이세요?”
안으로 들어선 론과 안나에게 다가간 종업원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두 사람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사이 물을 한 잔 따라서 마신 론이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겨보는 거야.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다 들어 줄 테니까.”
“괘, 괜찮아요... 그렇게 해주지 않아도. 전... 지금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걸요. 그리고 이렇게 웃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덩달아 저 까지 기분이 좋아요.”
“그래?”
“론 오빠는 저를 구해주셨고 이렇게 멋진 하루하루를 보내주게 해주셨어요. 그것 이상으로 바라면 욕심 이예요. 오빠는... 이미 저에게 많은 것을 해주셨어요. 미안해요, 오빠.”
안나는 정말로 론에게 삼사하고 있었다.
언제 자신이 이렇게 여행을 해보고, 축제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잠시후 음식이 하나 둘 나누고 두 사람은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그리곤 소화도 시킬 겸 잠시 밖에 들렸다가 돌아와 씻을 후에 잡아 놓은 방으로 올라가 안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자는 것이라 포근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나는 그대로 잠이 든것 같았다.
‘미안해 할 사람은 나다... 네가 아니라.’
안나의 입장에선 좋은 의도로 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모르고 자신에게 이렇게 감사하고 미안해하는 안나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불편한 것은 론이었다.
잠시 동안 잠들어 있는 안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론이 씁쓸한 표정으로 조용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걸음을 옮겨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와 여관 밖으로 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힘이 없어서 미안해. 론을 지켜줘야 하는데 난 그러지 못했어......]
품에 안기어 정말로 서럽게 눈물을 흘리던 에닐리의 얼굴을 떠올린 론이 쓴웃음을 지었다.
‘바보 같은 생각 하지마. 그런 미련한 행동은 한 번이면 족하지 않은가.’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는 상태고 다시 한 번 몬스터의 생기를 흡수 할 수 없다.
이미 그 헌 번의 기회를 사용 했으니까.
‘답답하군’
이대론 잠을 청할 수 없을 것 같아 걸음을 옮겨 길을 따라 나아갔다.
가볍게 산책이라도 한다고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대로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는 것 보다 바람을 쐬며 걷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유모까지 끌어드려서.”
“미안해 할 것 없어요, 아가씨. 전 유모가 되어 가지고 아가씨가 그렇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무래도 전 유모 자격이 없나 봅니다.”
슬픈 표정으로 말하는 유모의 모습에 그녀, 세실리아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어머니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유모가 절 키워주셨잖아요. 유모는 저의 어머니세요.”
“아가씨...”
눈물을 글썽이는 유모의 어깨를 감싸 안아준 세실리아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팔을 활짝 펼쳤다.
“이렇게... 하루 만이라도 자유롭고 싶었어요. 누구에게 관섭도 받지 않고. 가보고 싶은 곳에 갈 갈 수도 있고, 고마워요.”
이렇게 행복해 하는 세실리아의 모습을 보자 위험을 감수하고 몰래 성을 빠져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실리아는 하루라고 했지만 유모는 그녀가 언제나 행복했으면 했다.
‘그렇게 웃어요... 아가씨는 웃는 모습이 어울려요......’
미소를 짓고 있는 세실리아의 표정을 바라보는 유모의 표정은 정말로 어머니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 세실리아 같지 않아?”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놀란 유모가 몸을 돌려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던 풀숲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이 들은 두 사람의 사내 였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은 바지를 치켜 올리고 있었다.
“설마하니 저 여자가 영주의 딸이라고...... 미쳤다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영주의 딸이 기사도 대동하지 않고 달란 저 늙은 여자 하나만 데리고 성을 나서겠어?”
“옷은 평범 하지만 저 외모 아무리 봐도 세실리아 같은데.”
“세실리아든 뭐든 상관없겠지. 기절한 년보다 외모가 끝내준다는 건 확실하니까.”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공터로 다가오는 두 사내의 모습에 유모는 직감 적으로 불길함을 감지했다.
게다가 저 둘의 말투로 보아 저기 풀숲엔 저 둘 말고도 한 명의 여자가 쓰러져 있는 듯 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 진 생각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망가세요, 아가씨!”
뒤로 돌아보며 소리치는 유모의 말에 긴장 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세실리아가 망설였다.
“하지만 유모는......”
“전 괜찮으니까 어서!”
“어딜 도망가려고!”
그때 젭싸게 달려온 덩치큰 사내가 세실리아의 팔목을 제압하고 뒤에서 포박 하듯 잡아 쳈다.
“꺄아악!”
“아가씨!”
“가까이서 보니 이년 진짜 죽이는데?”
바로 앞에서 보니 그 미모가 한 층 더 빛을 바라는 것 같아 절로 음심이 동햇다.
“놔라 이놈! 네놈이 함부로 할 분이 아니시다!”
“오~! 함부로 할 분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이 년이 정말로 세실리아란 말이냐?”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뱉는 사내의 말에 유모가 화가 난 표정으로 외쳤다.
“그렇다 이놈!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놈들은 무사하지 못 할 것이야!”
“그렇단 말이지...?”
이곳 영지의 영주인 안텔로 백작의 영애인 걸 알았으면 무서워해야 정상이건만 오히려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유모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기사도 대동하지 않고 이렇게 단 둘이 나왔다는 게 보나마나 제대로 된 절차를 받고 나온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몰래 나온 것 같은데?”
“그, 그건......”
순간 멈칫한 유모의 모습에 맞췄다는 것을 알아차린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조차 성에선 모르겠군그래.”
“놔라 이놈!”
틀렸다는 생각이 든 순간 유모는 그대로 셀실리아를 포박하고 있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어디서 감히!”
퍼억!“
“유모!”
하지만 아녀자인 유모가 근육질의 건장한 청년은 당해 낼 수 없었는지 그대로 배를 걷어 차이고 바닥에 쓰러졌다.
“저딴 년 끝내버려.”
“그럴 참이었어.”
배를 걷어찬 사내가 바닥에 쓰러진 유모에게 다가가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려 걷어 처버렸다.
퍼억!
“아, 안돼! 그만해!”
퍼억! 팍! 푸아악!
자신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며 사정없이 걷어 차이는 유모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만! 그만 하란 말이야! 유모!”
“크크큭! 죽어라 이 개년아!”
눈물을 흘리며 발악하는 세실리아의 모습이 재밌었는지 사정없이 입술이 터지고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유모를 걷어찼다.
“아, 안돼! 제발...! 제발 그만해! 제발!”
세실리아가 7살이 되던 해 몸이 허약하셨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언제나 엄격하셨던 아버지와 다르게 어머니는 세실리아가 웃을 수 있고 어리광 부릴 수 있는 마지막 기댈 곳이었다.
그런 어머니고 돌아가시고 세실리아의 생활은 언제나 우울했고 슬픔에 가득찼었다.
그런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유모였다.
어떤 짓궂은 장난을 처도, 어리광은 부려도 유모는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고열에 시달려 침대에서 고통스러워 할 때도 옆에서 눈물을 흘리며 밤을 새가며 지켜 주었던 사람도 유모였다.
언제나 자신을 위했다.
괜찮다고, 이겨 낼 거라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언제나 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응석 때문에, 괴롭다는 그 말 한 마디에 만약 들키면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도 유모는 이렇게 자신을 데려나와 주었다.
그랬는데.
“그만해! 제발 그만 하란 말이야! 으흐흑!”
미친 듯이 사정없이 얻어 맞고 있는 유모의 모습에 세실리아는 목소리가 쉬도록 소리쳤다.
어누새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었고 몸은 심하게 떨렸다.
“아, 아가씨......”
퍽!
“어디서 손을 올려 이년이!”
세실리아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리는 것을 걷어 차버린다.
“아아악!”
그 모습에 세실리아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만 하고 이제 끝내버려.”
“그럴까?”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남자가 마지막으로 끝내기 위해 발을 들어 올렸다.
“아, 안돼......!”
세실리아의 그런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남자는 그대로 발을 내리 꽂았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그 발은 유모의 머리가 아니라 내려가다가 그대로 허공에 멈추고 말았다.
“뭐, 뭐야 이거?”
자신의 발을 감싸고 있는 하얀 안개에 의아함을 드러내며 동료를 바라보자 자신처럼 놀라는 것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니 아무도 없는 공터 앞쪽에 로브를 걸친 무심한 표정의 사내가 서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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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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