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으응~"
쥬라는 콧소리를 내며 나른한 자신의 상태를 표현했다. 소파에 고혹적인 포즈로 누워있던 그녀는 그녀의 앞에서 옷을 입고 있는 성진을 뒤에서 끌어안아 그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
"정말 좋았어. 호호홋."
문득 성진은 쥬라의 한국어 발음이 무척 능숙하다는 것을 알았다. 교실에서의 그 어색했던 발음이 거짓이었던듯 쥬라는 한국인과 거의 다를것 없는 발음을 구사하고 있었다.
"한국어가 능숙한데?"
"어머~? Never! 여자를 다루는 니 솜씨만큼은 아니지. 호홋. 어때? 오늘.. 우리집에서 지금의 이 즐거움을 이어가지 않겠어?"
성진은 자신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유혹하는 쥬라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자심의 가슴을 안은 쥬라의 팔을 떨어뜨리고 몸을 일으켰다. 학생회장실은 수업도 빼먹고 광란의 섹스를 즐긴 그들로 인해 상당히 어지럽혀져 있었다. 특히 바닥에 깔린 붉은 융단은 온통 쥬라가 내뿜은 사정액으로 온통 얼룩져있었다.
"미안. 오늘은 선약이 있어."
"뭐? 선약? 흐응~ 여자?"
조금 일그러졌던 쥬라의 눈썹이 알겠다는 듯 다시 미려한 곡선을 그렸다. 성진은 대답하지 않고 웃는 것으로 대답을 미루었다.
"뭐.. 오늘은 봐주겠어. 하지만.. 다음번엔 절대 안되. 알았지? 진??"
성진은 마치 자신의 애인인척 "진"이라 친근하게 부르는 쥬라가 조금 어이가 없었다.
과연 서양 여자라는 것일까?
개방화 되었다지만 아직도 성에 관해 보수적인 한국 여자들과는 달리 쥬라는 정열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왜 여름의 꽃이라 불리는지 알만했다. 그리고 그녀를 길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인과 사고방식이 다른 그녀는 성진에 의해 느끼는 그 절대적인 쾌락을 "즐기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교실로 갈거야?"
교복 단?잠그며 옷을 추스르는 성진을 보며 쥬라가 물었다. 성진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지. 벌써 1시간 수업을 빼먹었는데..."
"흐~응. 아.. 난 좀더 쉴래. 이래가지곤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겠단 말야. 날 이렇게 만들다니! 정말 못獰? 진~ 호호홋."
"그만큼 넌 매력적이라는거야."
성진은 뒤로 돌아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순간적으로 기분좋은 듯 몽롱한 빛이 쥬라의 눈동자에 스쳤다. 문득 쥬라의 입술에 키스하고 몸을 일으킨 성진은 창문 너머로 이상한 것을 보았다.
"응?"
옥상에 누군가 있었다. 제법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보이는 교복은 여학생의 교복이었고 키는 무척 작고 단발머리였다. 자살이라도 하려는 걸까? 문득 교복치고는 뭔가 단정하지 않고 꽤 더럽혀져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왜 그래?"
"아, 옥상에 누가 있어."
"옥상에? 흐음... 아, 그 년이네."
"응? 알아?"
쥬라는 옥상에 위태롭게 서있는 그녀가 누군인지 아는 모양이었다.
"호호. 저 애 지금 네 짝이야."
"......??! 뭐?"
"네 짝. 혜영이라는 이름 가진 짜증나는 여자애. 브라이언 그 바보가 또 못참고 일벌인 모양이야. 어? 진?? 진!!"
성진은 쥬라의 말이 미쳐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혜영이라고? 브라이언? 자신이 때린 그 재수없는 짜증나는 자식이??
"씨발.. 씨발.. 씨발!!!"
콰앙!!!!!
아무도 없는 복도를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성진은 치솟는 분노를 참지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문득 튀어나와있던 벽에 맞은 그 주먹은 그대로 그 벽을 부숴버렸다.
그랬던걸까? 그래서 그 자식을 본 순간 짜증이 일었던 걸까? 자신이 선택한 혜영을 감히 강제로 범한 자식이라서?
혜영을 감싸고 있던 그 어두운 불길한 안개의 정체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혜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살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살아있는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녀는 심각한 상태였다.
"젠자앙!!!!"
카라와 계약(?)을 통해 받은 괴물같은 육체로 성진은 달리고 또 달렸다. 곧장 6층까지 달려간 성진은 긴 복도를 달리며 옥상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을 찾았다. 계단을 올라 벌컥 문을 열어 젖혔다
"이혜영!!!"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던 혜영은 성진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지 미동조차 없었다. 성진은 그녀를 감싼 짙은 검은 안개가 거의 그녀를 뒤덮을 지경가지 이르른 것을 확인했다.
"젠장!!!!"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고작 30m정도 밖에 안될 거리였지만 정말 멀어보였다.
끝이야.. 이젠.. 이젠.. 정말.. 끝이야...
"끝낼거야..."
조용한 혜영의 중얼거림.. 그리고 그녀의 몸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바닥을 보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잠시 머릿속에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스쳤다.
"미안해 아빠.. 엄마..."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스쳤다. 잔인하도록 매력적인 미소.. 오늘 아침만나 자신에게 수치를 준 그.. 지금쯤... 쥬라와 있을... 그러고 보니 방금 그의 목소리가 들린 듯 도 했다.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 혜영도 쥬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그 위로도 그녀의 폭발적인 가슴과 잘록한 허리선, 늘씬하고 섹시한 다리는 늘 부러웠다. 발육부진인 자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 그는 지금 즐거울 것이다. 남자는 여자와 그런것을 하면 즐거운 모양이니까...
헌데.. 왜이렇게 끝나지 않는걸까? 떨어지는 시간이 이렇게 긴 걸까? 너무 길어서 쓸데없는 생각까지 다 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볼에서 화끈한 통증을 느꼈다.
짜아악!!!
"이혜영!!!"
그녀는 정신이 들었다. 멍했던 눈빛에 반짝이는 빛이 돌아오고 그녀는 성진을 보았다.
"에? 어..어째서?"
왜 그가 자신 앞에 있는 걸까? 쥬라는?
그는 무척 화난 표정이었다. 혜영은 어이없게도 화난 그의 얼굴보다는 잔인한 미소를 짓는 그가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순간 그녀는 다시한번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방금전것으로 단순히 의식이 돌아왔다면 이번엔 완전한 현실이 파악되는 것이었다.
"어?? 나..난.."
살아있다?
짜아악!!
"아악!!"
혜영의 고개가 또한번 돌아갔다. 조근전 비명도 저지르지 않았던 그녀는 그제야 화끈거리는 아픔에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양쪽 볼이 모두 불에 덴듯 화끈거렸다.
"누가 마음대로 죽으라고 그랬지?"
나지막한 성진의 음성이 들렸다. 무척 분노한 듯 한 목소리였다. 혜영은 고개를 숙인채 대답하지 않았다. 성진은 그런 그녀의 턱을 잡고 자신의 얼굴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넌 절대 죽을 수 없어. 내 허락없인. 알았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혜영은 순간적으로 "네"라고 대답할뻔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성진의 손을 탁치며 그를 노려보았다.
"싫어. 내가 왜 그래야돼? 니가 먼데? 내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 알아?? 아냐구우!!!"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며 소리치는 것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성진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도 그렇잖아.. 오늘.. 오늘 니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어? 왜.. 왜 나한테만 그래? 왜 모두 나한테만 그러느냔 말야... 흐흐흑!!"
소리치는 동안 그동안 당했던 수모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신을 피하던 친구들.. 자신을 보며 비웃던 그들과 그녀들.. 그리고... 자신이 당했던.... 그녀는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견디지 못하고 울었다.
"흐으윽.. 내..내가.. 흑.. 멀.. 잘못했다고.. 흐흑.. 그러냔 말야.. 흐으으윽.. 흐으웁??!"
성진은 흐느끼는 그녀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입을 맞췄다. 놀란듯 동그랗게 눈을 뜨는 그녀의 입에서 웬지 이상한 비위가 상하는 맛이 느껴졌다. 메스꺼운 이 냄새는 아마도 토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성진은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넣으며 그녀의 입안을 핥아갔다. 놀란 그녀가 성진을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연약한 그녀의 힘으로 성진을 밀어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결국 성진은 한참동안 혜영의 입안을 헤집은 뒤에야 입술을 떼며 떨어졌다.
"니가 무슨 짓을 당했건 그건 내가 알바아냐. 단지 넌 나한테 걸렸어. 나한테 걸린 이상 나에게 길들일때까지 넌 죽을 수 없어."
"무..무슨 말이야? 너 미쳤니? 내가 죽건 말건 그건 내 맘이야! 이까짓.. 이까짓... 이잇!!"
성진은 악을 쓰며 질끈 눈을 감는 그녀를 보고 그녀가 혀를 깨물려고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번개같이 손을 들어 그녀의 입안으로 집어 넣었다.
으드득!!
혜영의 이빨이 성진의 살을 파고 들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도로 입을 벌리고 떨어졌지만 이미 성진의 손가락은 혜영의 이빨이 살을 파고들어 살이 터진 자국이 선명했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신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맛과 냄새에 혜영은 당황한 눈으로 성진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그녀를 보면서 미소짓고 있었다. 처음 그녀를 유린할 때와 같이 잔인하고 매력적인 미소였다.
"이제 알겠지? 넌 내 허락 없이 절대 죽을 수 없어."
"마.. 말도 안되.. 아?! 가희야!!!"
성진을 보며 귀여운 검은 두 눈동자를 떨던 그녀는 성진의 언제부터인가 서있던 가희를 발견하고 달려갔다. 성진은 "가희"라는 이름에 눈을 빛내며 달려가는 혜영과 함께 몸을 돌렸다.
묘한 미소를 지은 성진과 차갑게 얼굴을 굳힌 그녀는 서로 눈을 마주한채 침묵했다.
"........."
"........."
"...오랜만이라고 해야겠지?"
"........."
가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차가운 눈에 분노를 담고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가희의 품에 안기듯 성진에게서 몸을 숨긴 혜영은 성진을 노려보는 가희의 새하얀볼이 조금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과 언제나 안정적이고 규칙적이었던 그녀의 심장박동이 무척 빨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 애 나한테 주는게 어때? 어차피 너로서는 감당 불가능한거 아니었나?"
가희의 몸이 흠짓 떨렸다. 혜영이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보는 가운데 가만히 입술을 깨문 그녀는 잠시후 체념하듯 한숨을 내쉬며 혜영의 등을 떠밀었다.
"에에??!! 가..가희야?"
"가."
"가..가희야.."
"저 녀석은... 널 보호해 줄 수 있어."
"그..그게 무슨 말이야? 가희야?! 가희야!!"
가희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돌렸다. 친구를 팔아넘기는 것이 힘들어서 일까? 아니면... 그녀는 등을 돌린채 입을 열었다.
"혜영일 부탁할게."
"아아.. 모처럼 내 맘에 든 애니까."
성진은 여유로운 미소로 그녀에게 놀리듯 말했다. 능글맞은 그의 목소리에 몸을 돌린 가희는 다시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저 녀석은.. 알고 있어. 이것도.. 그리고 그것도...
"그리고.. 나한테 맡겨 놓은거... 빨리 찾아가. 더는 갖고 있기 힘드니까..."
"후훗. 그렇게 하지. 나도 조만간 찾아갈 생각이야. 처음으로 내 마음에 들었던 너를 말야. 후후훗."
성진의 대답에 가희는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것보다도 몸의 좀더 깊은 곳에서 안타까운 떨림이 그녀의 온몸을 떨게 했다. 그녀는 애써 태연한척 차갑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래? 그거 잘됐네. 빨리 찾으러 오길 바래. 그럼.. 혜영일... 부탁할게."
"후후훗."
"가..가희야..."
"오늘 나랑 이 애는 조퇴한다. 그렇게 알아둬!"
뒤에서 혜영의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와 성진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녀는 무시하듯 옥상에서 내려왔다. 태연한 얼굴이지만 마음이 조급해져 이빨을 악문 그녀는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아..안되! 조금만.. 조금만..!"
쾅!!
다른 소녀들이 놀랄정도로 문을 강하게 닫아버린 그녀는 닫혀진 문에 몸을 기대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위험했다. 정말 위험했다. 이미 흥건히 젖다 못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한 애액의 싸늘한 느낌...
"하아..하아... 흐윽...!"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신음에 그녀는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같이 새하얀 그녀의 얼굴이 복숭아 빛으로 물든 모습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웠으며 고혹적이었다.
그녀는 교복이 더러워 지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스르르 미끄러지며 화장실 바닥에 주저 앉았다. 새하얀 작은 손으로 입을 막은 왼손을 가만히 놓아둔채 그녀는 떨리는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치마 속으로 집어 넣었다.
"제발.. 제발 진정해줘... 이제 곧.. 곧이야.. 그가 왔어.. 그러니까 제발.."
그녀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그녀의 소중한 곳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가려져 보이지 않는 교복치마속에서 그녀의 손이 무언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일그러진 아미와 눈을 꼭 감은 그녀는 입을 다문채 애타는 신음을 삼켰다.
"이거 놔!! 놔!! 놓아란 말야!!"
성진은 혜영의 발버둥을 무시한채 강제로 끌고 갔다. 성진에게 한손을 잡힌 혜영은 있는 힘껏 반항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이 성진에게 끌려가기만 하고 있었다. 끌려가며 혜영은
가만히 자신의 등을 밀던 가희를 떠올렸다. 어째서 그녀는 자신을 이런 저질스런 남자에게 맡긴 것일까? 그리고 찾아가라니? 옛날부터 가희와 이 남자가 알고 있던 사이란 말인가? 가희의 마지막말 자신을 지켜줄거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도데체 자신을 어디까지 끌고 가려는 것일까? 이대로 러브호텔이라도 데려 가는 걸까? 혜영은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왕 더럽혀진 몸이었다. 이까짓 몸따위... 한번 더럽혀지나 두번 더럽혀지나 더러운건 똑같았다.
성진은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 혜영이 사는 곳도 꽤 잘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성진이 사는 곳은 그녀의 집보다도 훨씬 잘 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평범한 일반 집들과 구조와 규모가 다른 집들을 보며 혜영은 잠시 감탄했다. 한참 그녀의 한손을 잡고 끌고 가던 성진은 붉은 벽돌담이 길게 뻗어 있는 은색 대문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이..이거 좀 나봐!! 아...! 아,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 어..어서 와. 그래.. 안녕."
학교에 있어야할 성진이 들어오자 잠시 놀랐던 선미는 성진이 한 소녀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을 바꾸었다. 성진은 그런 그녀를 신경쓰지 않고 혜영을 끌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혜영은 성진의 누나로 보이는 여성이 있음에도 그가 자신을 끌고 당당히 들어가자 조금 놀랐다. 도데체 자신을 끌고 어쩌려고 저러는 걸까? 그리고 그녀는 곧 들려온 성진과 여성의 대화에 입을 떡 벌렸다.
"이 애 조교할거야. 너도 준비해."
"아, 네. 주인님."
혜영은 눈을 동그랗게 떳다. 조교라니? 주인님이라니? 조교라는 말보다도 성진의 누나라고 생각했던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이 성진을 주인님이라고 부른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우아한 여성은 자신을 끌고가는 성진을 앞질러 거실의 넓은 벽 가운데로 가다갔다. 그리고 위쪽에 걸린 액자를 조작하더니 벽에 있던 비밀문이 열렸다.
성진은 혜영을 끌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감옥같이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에 혜영은 그곳으로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시..싫어!!"
성진은 갑자기 저항이 거세진 혜영을 힐끔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심하게 몸부림치는 그녀를 별로 힘든 기색도 없이 강제로 끌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내내 혜영은 발버둥쳤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몸부림은 지하실로 내려온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지하에는 학교 교실만큼이나 넓은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횟불을 닮은 붉은 등이 곳곳에 켜져 있는 그곳은 밝지 않았지만 웬지 묘한 어둠이 그녀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벽면 곳곳에 걸린 도무지 어디에 쓰일지도 모르는 수많은 고문도구들과 쇠사슬.. 가운데 놓인 대형 침대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보기에도 여자를 유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방이었다.
"많은 여자들이 너처럼 여기들어오면 죽은듯이 조용해지지. 그리고 여기에 한번 들어온 여자들이 다음번에 여기 들어올때는....."
나지막한 성진의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성진이 우아한 여성의 치마를 확 들어올렸다. 여성은 깜작 놀랐지만 이내 혜영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혜영은 보였다. 수치스럽고 보기 싫었지만 여성의 사타구니에 멈춰버린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몸은 이미 그녀의 하얀색 레이스 팬티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이었지만 혜영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성진이 혜영을 끌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지하실 가운데 놓인 대형 침대위로 그녀를 집어 던졌다. 혜영은 까악하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쓰러졌지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아까부터 본능적인 공포로 잔뜩 굳은 그녀의 몸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진이 거친 동작으로 자신의 교복을 벗고 있는 것을 혜영은 그저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내 교복 셔츠를 벗어 버린 성진은 혜영의 몸위에 자신의 몸을 겹쳤다.
"다시는... 죽을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만들어주지..."
성진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덮어오자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철컥...! 쾅!!!
"응?"
그녀는 갑자기 문이 열렸다가 강하게 닫히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후다닥 거리는 빠른 발걸음 소리. 문단속을 분명히해 놓았기 때문에 지금 시간에 들어올 사람은 자신의 귀여운 외동딸 혜영뿐이었다.
"혜영이니? 혜영아??"
거실에서 TV를 보던 그녀는 2층으로 뛰어 도도도 뛰어 올라가는 소녀의 여고생 교복을 보았다. 잠시 보인 그 뒷모습은 혜영이 분명했다. 자신이 불렀는데도 대답도 하지 않고 뛰어 올라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는 걸음을 옮겼다.
쾅!!
"혜영아??"
2층에서 방문 닫히는 소리가 또한번 크게 들려왔다. 문득 2층에 올라가려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 TV를 보던 소파로 향했다. 저 나이때는 충분히 복잡한 나이라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착하고 귀여운 딸을 믿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그녀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뜨거운 불길이 몸 속에서 꺼지지 않는다. 자신의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그녀는 웬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마..말도 안되.. 이건 말도 안되..!!"
*********************
오래 기다리셧네요..^^;;
잠시 놀러 다녀왔습니다..ㅋㅋ
혜영은 절대 죽일리 없지요..^^;;(그래도 중요 히로인인데...;;)
이 작품의 중요 히로인은 백화고교의 四花입니다. 머.. 그외 따로 몇명 더 추가되겠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이 넷이 될꺼에요..
그리고.. 후후훗...
저도 고등학생때 그분(?)의 왕팬이었답니다..ㅎㅎ
그 망할놈의 자식(아시죠?) 확 째버리고 싶은 충동도 많이 느꼈었지요...-_-
아무튼.. 즐독하세요..^^
쥬라는 콧소리를 내며 나른한 자신의 상태를 표현했다. 소파에 고혹적인 포즈로 누워있던 그녀는 그녀의 앞에서 옷을 입고 있는 성진을 뒤에서 끌어안아 그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
"정말 좋았어. 호호홋."
문득 성진은 쥬라의 한국어 발음이 무척 능숙하다는 것을 알았다. 교실에서의 그 어색했던 발음이 거짓이었던듯 쥬라는 한국인과 거의 다를것 없는 발음을 구사하고 있었다.
"한국어가 능숙한데?"
"어머~? Never! 여자를 다루는 니 솜씨만큼은 아니지. 호홋. 어때? 오늘.. 우리집에서 지금의 이 즐거움을 이어가지 않겠어?"
성진은 자신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유혹하는 쥬라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자심의 가슴을 안은 쥬라의 팔을 떨어뜨리고 몸을 일으켰다. 학생회장실은 수업도 빼먹고 광란의 섹스를 즐긴 그들로 인해 상당히 어지럽혀져 있었다. 특히 바닥에 깔린 붉은 융단은 온통 쥬라가 내뿜은 사정액으로 온통 얼룩져있었다.
"미안. 오늘은 선약이 있어."
"뭐? 선약? 흐응~ 여자?"
조금 일그러졌던 쥬라의 눈썹이 알겠다는 듯 다시 미려한 곡선을 그렸다. 성진은 대답하지 않고 웃는 것으로 대답을 미루었다.
"뭐.. 오늘은 봐주겠어. 하지만.. 다음번엔 절대 안되. 알았지? 진??"
성진은 마치 자신의 애인인척 "진"이라 친근하게 부르는 쥬라가 조금 어이가 없었다.
과연 서양 여자라는 것일까?
개방화 되었다지만 아직도 성에 관해 보수적인 한국 여자들과는 달리 쥬라는 정열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왜 여름의 꽃이라 불리는지 알만했다. 그리고 그녀를 길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인과 사고방식이 다른 그녀는 성진에 의해 느끼는 그 절대적인 쾌락을 "즐기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교실로 갈거야?"
교복 단?잠그며 옷을 추스르는 성진을 보며 쥬라가 물었다. 성진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지. 벌써 1시간 수업을 빼먹었는데..."
"흐~응. 아.. 난 좀더 쉴래. 이래가지곤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겠단 말야. 날 이렇게 만들다니! 정말 못獰? 진~ 호호홋."
"그만큼 넌 매력적이라는거야."
성진은 뒤로 돌아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순간적으로 기분좋은 듯 몽롱한 빛이 쥬라의 눈동자에 스쳤다. 문득 쥬라의 입술에 키스하고 몸을 일으킨 성진은 창문 너머로 이상한 것을 보았다.
"응?"
옥상에 누군가 있었다. 제법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보이는 교복은 여학생의 교복이었고 키는 무척 작고 단발머리였다. 자살이라도 하려는 걸까? 문득 교복치고는 뭔가 단정하지 않고 꽤 더럽혀져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왜 그래?"
"아, 옥상에 누가 있어."
"옥상에? 흐음... 아, 그 년이네."
"응? 알아?"
쥬라는 옥상에 위태롭게 서있는 그녀가 누군인지 아는 모양이었다.
"호호. 저 애 지금 네 짝이야."
"......??! 뭐?"
"네 짝. 혜영이라는 이름 가진 짜증나는 여자애. 브라이언 그 바보가 또 못참고 일벌인 모양이야. 어? 진?? 진!!"
성진은 쥬라의 말이 미쳐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혜영이라고? 브라이언? 자신이 때린 그 재수없는 짜증나는 자식이??
"씨발.. 씨발.. 씨발!!!"
콰앙!!!!!
아무도 없는 복도를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성진은 치솟는 분노를 참지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문득 튀어나와있던 벽에 맞은 그 주먹은 그대로 그 벽을 부숴버렸다.
그랬던걸까? 그래서 그 자식을 본 순간 짜증이 일었던 걸까? 자신이 선택한 혜영을 감히 강제로 범한 자식이라서?
혜영을 감싸고 있던 그 어두운 불길한 안개의 정체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혜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살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살아있는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녀는 심각한 상태였다.
"젠자앙!!!!"
카라와 계약(?)을 통해 받은 괴물같은 육체로 성진은 달리고 또 달렸다. 곧장 6층까지 달려간 성진은 긴 복도를 달리며 옥상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을 찾았다. 계단을 올라 벌컥 문을 열어 젖혔다
"이혜영!!!"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던 혜영은 성진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지 미동조차 없었다. 성진은 그녀를 감싼 짙은 검은 안개가 거의 그녀를 뒤덮을 지경가지 이르른 것을 확인했다.
"젠장!!!!"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고작 30m정도 밖에 안될 거리였지만 정말 멀어보였다.
끝이야.. 이젠.. 이젠.. 정말.. 끝이야...
"끝낼거야..."
조용한 혜영의 중얼거림.. 그리고 그녀의 몸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바닥을 보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잠시 머릿속에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스쳤다.
"미안해 아빠.. 엄마..."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스쳤다. 잔인하도록 매력적인 미소.. 오늘 아침만나 자신에게 수치를 준 그.. 지금쯤... 쥬라와 있을... 그러고 보니 방금 그의 목소리가 들린 듯 도 했다.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 혜영도 쥬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그 위로도 그녀의 폭발적인 가슴과 잘록한 허리선, 늘씬하고 섹시한 다리는 늘 부러웠다. 발육부진인 자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 그는 지금 즐거울 것이다. 남자는 여자와 그런것을 하면 즐거운 모양이니까...
헌데.. 왜이렇게 끝나지 않는걸까? 떨어지는 시간이 이렇게 긴 걸까? 너무 길어서 쓸데없는 생각까지 다 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볼에서 화끈한 통증을 느꼈다.
짜아악!!!
"이혜영!!!"
그녀는 정신이 들었다. 멍했던 눈빛에 반짝이는 빛이 돌아오고 그녀는 성진을 보았다.
"에? 어..어째서?"
왜 그가 자신 앞에 있는 걸까? 쥬라는?
그는 무척 화난 표정이었다. 혜영은 어이없게도 화난 그의 얼굴보다는 잔인한 미소를 짓는 그가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순간 그녀는 다시한번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방금전것으로 단순히 의식이 돌아왔다면 이번엔 완전한 현실이 파악되는 것이었다.
"어?? 나..난.."
살아있다?
짜아악!!
"아악!!"
혜영의 고개가 또한번 돌아갔다. 조근전 비명도 저지르지 않았던 그녀는 그제야 화끈거리는 아픔에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양쪽 볼이 모두 불에 덴듯 화끈거렸다.
"누가 마음대로 죽으라고 그랬지?"
나지막한 성진의 음성이 들렸다. 무척 분노한 듯 한 목소리였다. 혜영은 고개를 숙인채 대답하지 않았다. 성진은 그런 그녀의 턱을 잡고 자신의 얼굴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넌 절대 죽을 수 없어. 내 허락없인. 알았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혜영은 순간적으로 "네"라고 대답할뻔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성진의 손을 탁치며 그를 노려보았다.
"싫어. 내가 왜 그래야돼? 니가 먼데? 내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 알아?? 아냐구우!!!"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며 소리치는 것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성진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도 그렇잖아.. 오늘.. 오늘 니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어? 왜.. 왜 나한테만 그래? 왜 모두 나한테만 그러느냔 말야... 흐흐흑!!"
소리치는 동안 그동안 당했던 수모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신을 피하던 친구들.. 자신을 보며 비웃던 그들과 그녀들.. 그리고... 자신이 당했던.... 그녀는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견디지 못하고 울었다.
"흐으윽.. 내..내가.. 흑.. 멀.. 잘못했다고.. 흐흑.. 그러냔 말야.. 흐으으윽.. 흐으웁??!"
성진은 흐느끼는 그녀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입을 맞췄다. 놀란듯 동그랗게 눈을 뜨는 그녀의 입에서 웬지 이상한 비위가 상하는 맛이 느껴졌다. 메스꺼운 이 냄새는 아마도 토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성진은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넣으며 그녀의 입안을 핥아갔다. 놀란 그녀가 성진을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연약한 그녀의 힘으로 성진을 밀어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결국 성진은 한참동안 혜영의 입안을 헤집은 뒤에야 입술을 떼며 떨어졌다.
"니가 무슨 짓을 당했건 그건 내가 알바아냐. 단지 넌 나한테 걸렸어. 나한테 걸린 이상 나에게 길들일때까지 넌 죽을 수 없어."
"무..무슨 말이야? 너 미쳤니? 내가 죽건 말건 그건 내 맘이야! 이까짓.. 이까짓... 이잇!!"
성진은 악을 쓰며 질끈 눈을 감는 그녀를 보고 그녀가 혀를 깨물려고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번개같이 손을 들어 그녀의 입안으로 집어 넣었다.
으드득!!
혜영의 이빨이 성진의 살을 파고 들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도로 입을 벌리고 떨어졌지만 이미 성진의 손가락은 혜영의 이빨이 살을 파고들어 살이 터진 자국이 선명했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신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맛과 냄새에 혜영은 당황한 눈으로 성진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그녀를 보면서 미소짓고 있었다. 처음 그녀를 유린할 때와 같이 잔인하고 매력적인 미소였다.
"이제 알겠지? 넌 내 허락 없이 절대 죽을 수 없어."
"마.. 말도 안되.. 아?! 가희야!!!"
성진을 보며 귀여운 검은 두 눈동자를 떨던 그녀는 성진의 언제부터인가 서있던 가희를 발견하고 달려갔다. 성진은 "가희"라는 이름에 눈을 빛내며 달려가는 혜영과 함께 몸을 돌렸다.
묘한 미소를 지은 성진과 차갑게 얼굴을 굳힌 그녀는 서로 눈을 마주한채 침묵했다.
"........."
"........."
"...오랜만이라고 해야겠지?"
"........."
가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차가운 눈에 분노를 담고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가희의 품에 안기듯 성진에게서 몸을 숨긴 혜영은 성진을 노려보는 가희의 새하얀볼이 조금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과 언제나 안정적이고 규칙적이었던 그녀의 심장박동이 무척 빨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 애 나한테 주는게 어때? 어차피 너로서는 감당 불가능한거 아니었나?"
가희의 몸이 흠짓 떨렸다. 혜영이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보는 가운데 가만히 입술을 깨문 그녀는 잠시후 체념하듯 한숨을 내쉬며 혜영의 등을 떠밀었다.
"에에??!! 가..가희야?"
"가."
"가..가희야.."
"저 녀석은... 널 보호해 줄 수 있어."
"그..그게 무슨 말이야? 가희야?! 가희야!!"
가희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돌렸다. 친구를 팔아넘기는 것이 힘들어서 일까? 아니면... 그녀는 등을 돌린채 입을 열었다.
"혜영일 부탁할게."
"아아.. 모처럼 내 맘에 든 애니까."
성진은 여유로운 미소로 그녀에게 놀리듯 말했다. 능글맞은 그의 목소리에 몸을 돌린 가희는 다시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저 녀석은.. 알고 있어. 이것도.. 그리고 그것도...
"그리고.. 나한테 맡겨 놓은거... 빨리 찾아가. 더는 갖고 있기 힘드니까..."
"후훗. 그렇게 하지. 나도 조만간 찾아갈 생각이야. 처음으로 내 마음에 들었던 너를 말야. 후후훗."
성진의 대답에 가희는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것보다도 몸의 좀더 깊은 곳에서 안타까운 떨림이 그녀의 온몸을 떨게 했다. 그녀는 애써 태연한척 차갑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래? 그거 잘됐네. 빨리 찾으러 오길 바래. 그럼.. 혜영일... 부탁할게."
"후후훗."
"가..가희야..."
"오늘 나랑 이 애는 조퇴한다. 그렇게 알아둬!"
뒤에서 혜영의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와 성진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녀는 무시하듯 옥상에서 내려왔다. 태연한 얼굴이지만 마음이 조급해져 이빨을 악문 그녀는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아..안되! 조금만.. 조금만..!"
쾅!!
다른 소녀들이 놀랄정도로 문을 강하게 닫아버린 그녀는 닫혀진 문에 몸을 기대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위험했다. 정말 위험했다. 이미 흥건히 젖다 못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한 애액의 싸늘한 느낌...
"하아..하아... 흐윽...!"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신음에 그녀는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같이 새하얀 그녀의 얼굴이 복숭아 빛으로 물든 모습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웠으며 고혹적이었다.
그녀는 교복이 더러워 지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스르르 미끄러지며 화장실 바닥에 주저 앉았다. 새하얀 작은 손으로 입을 막은 왼손을 가만히 놓아둔채 그녀는 떨리는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치마 속으로 집어 넣었다.
"제발.. 제발 진정해줘... 이제 곧.. 곧이야.. 그가 왔어.. 그러니까 제발.."
그녀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그녀의 소중한 곳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가려져 보이지 않는 교복치마속에서 그녀의 손이 무언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일그러진 아미와 눈을 꼭 감은 그녀는 입을 다문채 애타는 신음을 삼켰다.
"이거 놔!! 놔!! 놓아란 말야!!"
성진은 혜영의 발버둥을 무시한채 강제로 끌고 갔다. 성진에게 한손을 잡힌 혜영은 있는 힘껏 반항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이 성진에게 끌려가기만 하고 있었다. 끌려가며 혜영은
가만히 자신의 등을 밀던 가희를 떠올렸다. 어째서 그녀는 자신을 이런 저질스런 남자에게 맡긴 것일까? 그리고 찾아가라니? 옛날부터 가희와 이 남자가 알고 있던 사이란 말인가? 가희의 마지막말 자신을 지켜줄거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도데체 자신을 어디까지 끌고 가려는 것일까? 이대로 러브호텔이라도 데려 가는 걸까? 혜영은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왕 더럽혀진 몸이었다. 이까짓 몸따위... 한번 더럽혀지나 두번 더럽혀지나 더러운건 똑같았다.
성진은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 혜영이 사는 곳도 꽤 잘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성진이 사는 곳은 그녀의 집보다도 훨씬 잘 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평범한 일반 집들과 구조와 규모가 다른 집들을 보며 혜영은 잠시 감탄했다. 한참 그녀의 한손을 잡고 끌고 가던 성진은 붉은 벽돌담이 길게 뻗어 있는 은색 대문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이..이거 좀 나봐!! 아...! 아,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 어..어서 와. 그래.. 안녕."
학교에 있어야할 성진이 들어오자 잠시 놀랐던 선미는 성진이 한 소녀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을 바꾸었다. 성진은 그런 그녀를 신경쓰지 않고 혜영을 끌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혜영은 성진의 누나로 보이는 여성이 있음에도 그가 자신을 끌고 당당히 들어가자 조금 놀랐다. 도데체 자신을 끌고 어쩌려고 저러는 걸까? 그리고 그녀는 곧 들려온 성진과 여성의 대화에 입을 떡 벌렸다.
"이 애 조교할거야. 너도 준비해."
"아, 네. 주인님."
혜영은 눈을 동그랗게 떳다. 조교라니? 주인님이라니? 조교라는 말보다도 성진의 누나라고 생각했던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이 성진을 주인님이라고 부른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우아한 여성은 자신을 끌고가는 성진을 앞질러 거실의 넓은 벽 가운데로 가다갔다. 그리고 위쪽에 걸린 액자를 조작하더니 벽에 있던 비밀문이 열렸다.
성진은 혜영을 끌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감옥같이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에 혜영은 그곳으로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시..싫어!!"
성진은 갑자기 저항이 거세진 혜영을 힐끔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심하게 몸부림치는 그녀를 별로 힘든 기색도 없이 강제로 끌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내내 혜영은 발버둥쳤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몸부림은 지하실로 내려온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지하에는 학교 교실만큼이나 넓은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횟불을 닮은 붉은 등이 곳곳에 켜져 있는 그곳은 밝지 않았지만 웬지 묘한 어둠이 그녀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벽면 곳곳에 걸린 도무지 어디에 쓰일지도 모르는 수많은 고문도구들과 쇠사슬.. 가운데 놓인 대형 침대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보기에도 여자를 유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방이었다.
"많은 여자들이 너처럼 여기들어오면 죽은듯이 조용해지지. 그리고 여기에 한번 들어온 여자들이 다음번에 여기 들어올때는....."
나지막한 성진의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성진이 우아한 여성의 치마를 확 들어올렸다. 여성은 깜작 놀랐지만 이내 혜영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혜영은 보였다. 수치스럽고 보기 싫었지만 여성의 사타구니에 멈춰버린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몸은 이미 그녀의 하얀색 레이스 팬티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이었지만 혜영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성진이 혜영을 끌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지하실 가운데 놓인 대형 침대위로 그녀를 집어 던졌다. 혜영은 까악하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쓰러졌지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아까부터 본능적인 공포로 잔뜩 굳은 그녀의 몸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진이 거친 동작으로 자신의 교복을 벗고 있는 것을 혜영은 그저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내 교복 셔츠를 벗어 버린 성진은 혜영의 몸위에 자신의 몸을 겹쳤다.
"다시는... 죽을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만들어주지..."
성진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덮어오자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철컥...! 쾅!!!
"응?"
그녀는 갑자기 문이 열렸다가 강하게 닫히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후다닥 거리는 빠른 발걸음 소리. 문단속을 분명히해 놓았기 때문에 지금 시간에 들어올 사람은 자신의 귀여운 외동딸 혜영뿐이었다.
"혜영이니? 혜영아??"
거실에서 TV를 보던 그녀는 2층으로 뛰어 도도도 뛰어 올라가는 소녀의 여고생 교복을 보았다. 잠시 보인 그 뒷모습은 혜영이 분명했다. 자신이 불렀는데도 대답도 하지 않고 뛰어 올라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는 걸음을 옮겼다.
쾅!!
"혜영아??"
2층에서 방문 닫히는 소리가 또한번 크게 들려왔다. 문득 2층에 올라가려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 TV를 보던 소파로 향했다. 저 나이때는 충분히 복잡한 나이라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착하고 귀여운 딸을 믿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그녀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뜨거운 불길이 몸 속에서 꺼지지 않는다. 자신의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그녀는 웬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마..말도 안되.. 이건 말도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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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셧네요..^^;;
잠시 놀러 다녀왔습니다..ㅋㅋ
혜영은 절대 죽일리 없지요..^^;;(그래도 중요 히로인인데...;;)
이 작품의 중요 히로인은 백화고교의 四花입니다. 머.. 그외 따로 몇명 더 추가되겠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이 넷이 될꺼에요..
그리고.. 후후훗...
저도 고등학생때 그분(?)의 왕팬이었답니다..ㅎㅎ
그 망할놈의 자식(아시죠?) 확 째버리고 싶은 충동도 많이 느꼈었지요...-_-
아무튼.. 즐독하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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