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대화-
‘임자, 자남?’
‘아니유, 이제사 좀 조용해 진 것 같네. 시도 때도 없시유, 그냥.’
나는 밤낮이 멀다 하고 중노동에 힘쓰는 안사람이 더욱 안쓰럽기만 했다. 나야 가끔 그것도 가뭄에 콩 나듯이 일을 했지만 서도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낮이고 밤이고, 가릴 것 없이 들이닥치는 차들로 인해서 힘이 들기가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오늘은 어째, 이불도 안 덮고?’
‘주인 집에서 오늘은 이불을 걷어 가더니만 주지도 않고, 할 수 없지 뭐. 이렇게 날밤 깔 수 밖에…’
주인집 양반은 껌뻑 하면 이부자리를 걷어 가서 이렇게 오돌돌 떨면서 날밤을 까기 일쑤였다. 아내는 나와 같이 주차장 업을 하고는 있지만 나보다는 손님이 많고, 밤낮을 가릴 줄 몰랐다. 하긴 내 차고는 가드레일도 여느 주차장 보다 거추장 스럽고, 내 게으름으로 인해 입구가 지저분해서 항상 아내의 핀잔을 듣고는 있었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정기적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주차 했다가 빠져 나가는 분뇨차로 인해서 내 주차장은 깨끗할 때가 없었으니까. 매일 주차장을 닦는 다고는 하는데, 지저분하기는 매한가지 였고, 안사람의 차고가 가득 차서 내 차고까지 이용할 때면 여지없이 오물이 넘쳐 나서 아내는 그러길래 평소에 물청소 할 때 게으름 피지 말고 깨끗이 닦아 놓으면 어디 덧 나느냐고 원성이 자자했다. 그래도 나는 나 나름대로 아내를 지적하기에 여념이 없기도 했다.
‘임자는 주차장 입구 청소는 나보다 깨끗이는 한다만, 왜 벌초는 안 하는 겨?’
‘아니 이 사람이 미쳤나? 주인 양반 들으면 어쩔 라구, 이게 잡초로 보이남? 엄연히 정원구실을 하는 풀들인디, 잡초타령은 왠 말이래유? 지가 안 치워도 일하는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 것이 뵈지도 않남? 시비를 걸 것을 걸어야지.’
두 사람은 언제나 그렇지만 쉬는 시간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요즈음 밤에는 언제나 정해진 차량만 주차가 되었지만 낮에는 상황이 영 달랐다. 물밀듯이 차량이 밀려 들어오면 아내는 자기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허풍을 치다가도 결국에 가서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다반사 였다. 그러다 보니 주인집 양반의 관리상태에 반기를 드는 적도 꽤 있기는 했다.
‘아니, 오늘은 일 안 하는 겨?’
‘안 하기는 왜 안 혀요? 어제부터 하수도가 터져서 그렇지 곧 있으면 차가 들어올 심산인 것 같던디…’
‘그 놈의 하수도는 매달 터지고 지랄이여? 도대처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니깐. 나도 지난 달에 주차한 손님이 왔다 간 후로, 입구에 하수도가 터졌는지 물이 겁나게 새더라니깐.’
‘제가 그 말 이여유. 사람도 쉬어가면서 일을 혀야지 어쩌자고 보수공사는 제대로 혀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일들을 시키는 건지 원.’
‘아니, 그리고 장마 때도 아닌데 왠 토사 물은 매달 그렇게 흘러 내리는 거여? 혹시 딴 곳에서 우리쪽으로 물을 내다 버리는 거 아녀?’
‘그럴 리가유? 가끔 별일 없이 달을 넘기는 때도 있잖여유?’
그건 그랬다. 주인집은 언제나 낮 시간이 붐비면서 차들이 왔다 갔다 했지, 저녁 시간에는 언제나 정기주차 손님 이외에는 발길이 뜸 했으니까. 그래도 주인집 양반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성화가 대단 했다. 언제나 삿대질을 해가며, 주차장 입구가 비좁고 협소하니 차라도 잘 다닐 수 있도록 기름 칠을 해야 되질 않느냐며, 손가락질에 정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입구를 넘나드는 차량이 걸리적 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차량이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기름칠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떤 때는 아내가 너무 기름을 많이 들어 붓는 바람에 내 주차장 입구까지 기름이 흘러 내려와 내 울화를 치미게 할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아니, 오늘 낮에 왔다간 손님한테 얘기는 해 봤는 겨?’
‘저 주차장 입구 담벼락이요?’
‘응, 아니, 사람들이 그렇게 눈대중도 없남? 입구가 좁으면 들어오다가도 차를 빼야지 원, 그렇게 밀고 들어오니 입구가 맨날 저 모냥으로 부서지지, 안 그려?’
‘어디 사람들이 말을 듣남유? 가뜩이나 주차 난으로 고생들을 하고 있는디, 이런 오래된 골목길에 차를 들여 놓을라 치면 그게 바로 전쟁인디, 워떡허겄시유? 자리만 있다 싶으면 그냥 밀치고 들어오는 거지유. 뭐 별 수 있간디? 아니 지난 주에는 두 사람이서 주차장 입구에서 피 터지게 싸우던 것 알지유? 기억 나유? 한 차는 검은 리무진에, 하나는 누런 색 트럭인가, 아무튼 그 두 사람, 주차장 입구에서 겁나게 싸웠다니깐유?’
‘n땜시 싸웠디야?’
‘지야 모르쥬, 주차하기는 힘들고, 그러니 치미는 울화에 그냥 차를 앞에 부려놓고 싸웠는디, 그 리무진 기사 양반이 그 트럭 운전수 턱주바리를 돌려 치니 고만, 침인지 핏덩어린 지 쏟으면서 고꾸라 지던디, 그 리무진 운전기사 양반은 한가락 디게 하는 모양 입디다.’
‘세상 무섭다니깬, 주차하다가 사람 죽는 일도 이제는 예삿일 이라니까. 몸조심 해야지 원.’
아내와 나는 나날이 흉폭 해져가는 사람들의 주차 전쟁에 넌덜머리가 나기도 했지만 배운 도둑질이 이 짓이니 무얼 다른 걸 한다는 것도 사실 엄두를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리야 주인 양반의 배려로 이렇게 백화점 한 구섞에 자리를 빌려 주차장을 하고 있었지만, 주인 양반이 소유하고 있는 주차장은 백화점 저 윗 쪽에 한 곳이 더 있기는 했다. 사실 그곳은 주차장 이라기 보다는 먹을 음식들을 부려놓고 가는 곳이 었기 때문에 식품 하역장 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러나, 그곳에 주차 하던 차들은 언제나 단기 주차 차량들 뿐이었고, 무전기를 이용해서 바로 집사람의 주차장으로 차가 갈 거라는 연락이 떨어지면 예사 없이 차들은 그 윗쪽 식품 하역 주차장에서 쏜살같이 아내의 주차장으로 차를 몰아왔다. 낮이 되면 어김없이 차량들은 뻔질나게 아내의 주차장을 찾아왔고, 차가 붐비면 여지없이 내쪽으로도 차를 주차 시키려고 넘보기 일 쑤였다.
‘아니, 여보, 저 차는 뭐래유?’
아내가 눈이 휘둥그래 져서 나에게 물어왔다.
‘저게 요즈음 새로 나왔다는 무인 승용차지 아마.’
나는 아는 채를 하며 아내의 콧대를 눌러 버렸다.
‘무인 자동차 라니유?’
‘제게 휘발유를 쓰질 않고 전기로 가는 자동차라지 아마, 사람이 없어도 그 뭐라더라 옳지, 리모트 콘트롤로 운전이 가능하게 해서 손 대지 않고도 저절로 간다 않혀? 세상 참 좋아 졌다니깐 두루.’
아내는 차를 주차 시키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차량의 외형은 엄청나게 컸지만 그래도 주차장 입구를 건드리지는 않고서 주차가 가능했다. 대개 차량을 주차 시키려면 좁은 주차장 면적으로 인해 차의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수도 없이 이리 뺐다가 저리 넣고, 하는 통에 아내의 분주함은 극에 달하고 곁에서 바라보는 나도 애간장이 타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러다 보니, 가끔 주차하러 차가 들어 왔다가는 빠꾸를 잘 못해서 주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가듯이 빠져나가 버리는 차들도 꽤 있었다. 그럴 때면 아내나 나나 한 소리 않 나올 수는 없었다.
‘운전대를 저리 못 돌려서야 원…쯧쯧…’
그래도 주차에 실패하는 차들은 별로 보질 못했다. 언젠가 한번, 대낮에 주차하려고 들어 온 차의 바퀴가 펑크가 나는 바람에 차를 할 수없이 빼버린 경우는 있었지만 그 뒤를 이어서 대번에 차가 밀려 들어서 그 바퀴에 바람 빠진 자동차는 주차도 못시키고 물러나, 기억에 남기는 했었다.
‘근데, 그 전기자동차는 어째, 엔진 소리가 너무 시끄럽네, 그랴. 아무래도 휘발유차 같질 않은가벼. 이건 디젤차보다 더 시끄럽네.’
내 불평을 듣기나 한 것처럼 그 전기자동차는 미끄러지듯이 다시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아내는 또 불만이다.
‘저렇게 들어왔다가 바로 빠져 나가면 주차비는 어떻게 받으라고 그러남? 돈도 안내고 저렇게 빠져나가니 무슨 수로 돈을 받나. 사람이 없으니 물어 볼 수도 없고…..’
차들은 주차와 동시에 아내의 계수기가 작동하면서 주차비를 산정해 나갔다. 어떤 차들은 레슬링 시합에서 원투쓰리를 너무 빨리 내두른다고 심판에게 항의 하는 프로 레슬러들 처럼 아내의 계수기에 불만을 표시하는 적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 마누라가 어떤 사람인가? 쇠망치처럼 단단하기가 이를 데 없이 주인양반의 엄명에 죽을 것처럼 따라 붙는, 이른바, 딸랑 딸랑이 아닌가 말이다. 운전수가 뭐라 하든 간에, 때가 지날 쯔음 이면, 차량 양쪽에 위치한 바리케이트를 이용해서 차의 옆면을 툭툭 때려 가면서 어서 빨리 돈 내고 나가라고 하면서 눈에 쌍심지를 돋우었 으니까. 어떤 사기꾼 같은 놈들은 돈도 안내고 이따가 돈 준다며 차를 디리 빼서는 내 차고로 돌진하는 웃기는 짬뽕들도 많았다. 내가 그렇다고 그런 놈들을 받을 성 싶나? 대번에 입구의 바리케이트를 쳐대고 씨근덕대 곤 하지만 곧 이어서 노래진 얼굴로 아내가 주인 양반으로부터 걸려온 무전기를 나에게 건네 준다. 아니나 다를까 문 열어 주란다. 으이그…가뜩이나 급하게 아내의 주차장으로 들이닥친 차들이 대부분 이라서 나는 입구의 턱에 바를 기름이 모자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 이번에도 부랴부랴 아내의 주차장 입구에서 기름을 손으로 퍼와서는 입구에 바르고 차를 들여 보낸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한 낮이라 분뇨차가 빠져나가지 않은 관계로 그 차도 고생 꽤나 하고 있을 것이지만 나는 아랑곳 하질 않았다. 내 잘 못인가? 들어가라고 무전 때린 주인 양반 책임이지….
‘당신, 또 청소 않 했지유?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
아내는 또다시 나의 게으름에 핀잔을 멕인다. 제일 난감할 때가 바로 동시 주차 였다. 아내는 이럴 때면 의례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계수기 숫자 세기에 여념이 없다. 그나마 좁은 입구에 차들이 겹으로 주차하는 것도 모자라 한적하기만 한 내 주차장까지 차가 밀고 들어올 때에는 왠만한 인내와 기술이 아니고서는 그 많은 차를 한꺼번에 맞이하는 것은 거의 곡예에 가까 왔으니 말이다. 이럴 때면 아내나 나나 발레파킹의 좋은 시절이 언제나 오나 하는 마음 뿐이었다. 그러나, 야간 정기 주차 손님은 언제나 점잖기 그지 없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그것도 날짜를 정해서 차를 들이미는 그 운전기사 양반은 언제나 나와 마누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차장 입구를 허물어 뜨리는 법도 없었고, 내 주차장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으니까. 아내는 저런 차들만 있으면 100년은 넘게시리 이 장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게다가 꼭꼭 내야 될 주차비를 비닐 봉투에 넣어서 건네는 그 손님의 깍듯함에 혀를 내두르면서 머리 조아리기에 바쁘다는 아내의 일평 이었다. 낮에 오는 것들은 비닐봉투는 커녕 돈을 어디 사료 뿌리듯이 난장판으로 내깔기고, 차를 빼는 놈들이 대부분이라 저녁 정기주차 손님의 점잖은 행동은 모든 차들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직 하다는 것이 아내의 덧붙임이었다.
‘또 그 놈일세 그랴.’
아내가 제일로 진저리를 내는 것은 되도 않는 오토바이 엔진을 매단 삼륜차였다. 크기도 좇도 안 되는 것들이 차랍시고 주차하려고 껍벅대는 꼴을 아내는 도저히 용납하질 못했다. 그래서 아내는 그런 삼륜차가 주차장 입구에 차를 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대는 것도 아니고 들락날락하면서 부하를 지를 때면, 여지없이 몸으로 밀고 나가면서 소리를 쳐 댔다.
‘차도 차 같지 않은 것들이 지랄이여, 지랄은!’
항시 아내의 그 서슬에 놀라 삼륜차들은 주차를 시키는 것 같이 몇번 입구를 들락이다가 몸으로 막아선 아내에게 툇자를 맞기 일 쑤 였다. 그러다 보면, 때 맞추어 주인 양반의 무전기가 덜덜 울렸다. 삼륜차 주인이 다른 트럭을 보낼 터이니 이번에는 아무 소리 말고 들여보내라는 시큰둥한 명령. 아내는 풀이 죽을 대로 죽지만 할 수 있나? 빌붙어 사는 주제비에…
‘내가 못 살아, 저런 놈들에게 멸시 받고 사니, 내가 지레 늙지…’
나는 아내를 위로 한답시고, 몇 마디 해보지만 퉁퉁 불은 표정으로, 이내 들이닥치는 트럭을 맞기에 여념이 없다. 그럼 그렇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꼭 그런 놈의 트럭들은 지가 들어 오기 전에 길 닦아 놓듯이, 그 쬐끄만 삼륜차를 달달 거리면서 주차장 입구에 내려놓고는 사람 심사를 긁어 놓고 가는 것이 대부분 이었다.
‘저 새끼, 매일 오는 놈인디, 저 삼륜차 끌고 오는 버릇을 버리질 못하네. 트럭이나 몰고 다니는 주제에…’
아내는 눈을 흘겨 보지만 그래도 매일, 하루가 멀다 하고 주차해 오는 고정 고객이니 어쩌겠는가? 꿀꺽 침 한번 생키고, 화를 가라앉히는 수밖에…오늘 낮에도 그 놈은 어김 없이 삼륜차를 앞세우고 아내의 부하를 싸질렀지만 끝끝내 참는 아내의 인내가 가상해서 나는 멀리서 나마 아내를 향해 입맞춤을 날려 주었다. 그건 그렇고, 저녁이 되었는데도 이불이 없으니 어쩐다?
‘여보 이불 없이 자려니 잠이 잘 않와, 워떡혀지?’
‘아니 뭐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이당가요? 그냥 그러려니 하며, 눈이나 붙입시다. 얼마 안 있으면 그 점잖으신 정기주차 손님이 들어오실 시간인디, 그 때, 맞추어 서비스나 잘 해 드려야지 않겄소?’
아내는 이내 마음을 돌려 먹는다. 둘이서 몸을 있는 대로 웅크리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아내가 버럭 소리를 친다.
‘하이고 저 씨발 놈, 또 온다.’
아니나 다를까, 다 저녁에 그 삼륜차 새끼가 탈탈 거리며, 아내 쪽 주차장으로 다가선다.
‘이런 호로새끼, 술까정 쳐먹고 차를 몰아? 이걸 그냥 짭새 에게 찔르고, 한번 붙어?’
멀리서도 그 삼륜차가 술을 쳐먹고 차를 모는 것이 확연했다. 역하게 풍기는 술냄새가 입구에서 넌지시 쳐다보고 있는 내 코까지 냄새가 번져 왔으니까.
‘저 새끼를 경찰에 확 꼰질러?’
나도 덩달아 울화가 치밀어 한 소리 한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술 취한 채로 아내의 주차장 입구에서 질질 침이나 흘리면서 설레발을 떨던 그 삼륜차 뒤로, 줄창 낮에 주차를 하는 그놈의 트럭새끼가 돌진해 온다. 얼씨구? 저 새끼도 술에 취했는지 차의 정면이고 옆면이고 할 것 없이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 게다가 술을 끼얹졌는지 차의 주위가 엉망이었다. 트럭은 삼륜차가 사라지기 무섭게 아내의 주차장에 범퍼를 들이대고…아내가 앞에서 유도를 하는 것도 아랑곳 하질 않고 내리 밟아 재끼더니 기어이 주차장 입구의 기둥을 또다시 허물면서 짓이기듯이 주차장 안으로 기어 들어간다.
‘내 저 새끼, 술 쳐 먹드니 저럴 줄 알았지. 으이그 목구녕이 포도청만 아니면 그냥…’
내 두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술 취한 놈이 별 수 있으랴? 주차장 안에서도 제 자리를 못찾고 이리 쿵, 저리 쿵, 온갖 지랄을 다 하면서도 주차하나 제대로 시키질 못하고 야단 법석이다. 아내는 이미 그 트럭의 종횡무진, 지랄발광에 기력을 다 잃은 듯이 보였다.
‘야, 이, 씨발 놈아, 차 빼, 얼릉?’
둘러선 내 입에서 기어이 쌍욕이 튀어 나왔다. 평소 점잖기로 유명한 내 입에서 험한 소리가 튀어 나오는 것에 놀랐는지 그 트럭 기사 놈이 비질비질 차를 뺀다. 그러나, 빼는 순간, 나는 돌치 듯이 핸들을 꺾어 채면서, 내쪽으로 돌진하는 그 트럭에 하마터면 받칠 뻔 한, 채로 바닥에 나 동그라 졌다. 그 새끼는 집사람의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척 하다가 바로 핸들을 돌려 내 주차장에 그 범퍼를 보기 좋게 박아 버린 것이었다. 운전을 못하면 술을 쳐먹덜 말든가, 아이구 씨부럴 놈! 나는 아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 놈 욕을 해주려다가 멈칫 자리에서 먼지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주차장에는 언제나 점잖기로 소문난 그 정기주차 손님께서 때 아니게 동시 주차를 하려고 기둘리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미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그 손님에게 자리를 안내하면서 주차를 유도하고 있었다. 나는 돌아서서 내 쪽 주차장에서 술취한 채로 주차하는데 난장을 벌이고 있는 그 트럭운전기사 새끼의 쌍판을 보려고 다가갔다. 어쭈? 이거 봐라. 아주 죽을려고 환장을 했구만! 그 기사 새끼는 술 취한 것도 모자라 주차라고 한답시고 차의 범퍼를 아내 쪽 주차장 벽을 향해 퉁퉁 쳐박으면서 히죽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야, 이 썩을 놈아, 벽 무너져 임마! 점잖으신 양반, 차에 흠집이라도 내면 어쩔려구 그 지랄이야, 그 지랄은?’
‘여보, 오늘, 조금 이상혀요. 저 정기주차 손님도 술을 쪼깨 드셨는 갑서? 차를 주차 시키는 폼이 영 이상하질 않소?’
그건 그랬다. 평소와 다르게 어눌한 폼으로 그 트럭 놈팽이가 있는 벽쪽으로 차의 뒷 범퍼를 툭툭 받는 폼이 아무래도 술을 드셨어도 한잔 거하게 드셨는 것이 분명했다. 아내나 나나, 속으로 술 취한 놈들은 몽조리 개라는 옛말을 곱씹으며, 저러다 벽을 사이에 두고 범퍼로 쳐대는 저 두 사람의 차로 인해서 벽이 무너져 내리지나 않나 하면서 걱정 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아내가 놀라서 소리를 쳤다.
‘아이구 여보, 큰일 났시유. 저러다 주차장 다 무너지 겄시유. 이를 워째요?’
이런 일은 예전에 없었다. 두 차가 아내의 주차장과 내 주차 공간을 벌집 쑤시듯이 돌려 대면서 차를 갖고 놀아 재끼기 시작 혀는디…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지경 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이런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워쩌겄어? 우리 땅도 아닌디…그냥 놀게 내뻔져 둬. 저러다 지풀에 지치겄지.’
지풀에 지치긴 했다. 두 차가 모두 주차 놀음에 질력이 났는지 모두 주차비를 바닥에 휙하니 뿌려 놓고는 비척 대면서 주차장을 빠져나가 버렸으니까. 나와 아내는 부서진 곳은 없는가 하고 차가 빠져 나간 주차장을 살펴 보았지만 다행히 멀쩡한 그대로 였다. 뭔가 평소와 달랐던 것은 그 점잖으신 분이 평소 같으면 비닐봉투에 곱게 접어 주차비를 내고 가셨을 터인데, 오늘은 그것도 구섞에 그 허연 수표를 수도 없이 뿌려 놓고 가신 것이 이상했다. 나는 그 트럭 기사 새끼가 빠져 나가기 무섭게 퉤퉤 침을 뱉아가며, 바닥에 늘어 붙은 그 수표들을 줍기에 바빴는데, 돌연, 들리는 주차장 안의 아내의 비명에 놀라, 한 걸음에 따라 들어갔다. 아내는 주차장 뒷담을 통해 들어온 년과 한판 거시게 수표를 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워찌 된 일이여? 저 년은?’
‘아, 그 분이 저 수표를 뿌려 놓고 가시기 바쁘게 저 년이 담치기를 해 갔고는 들어와 설랑, 이 돈이 지 돈이니 가져가야 쓰겄다고 지랄 이잖여유, 시방.’
평소에는 돈을 하나하나 모아서 주차장 밖에 있는 큰 함에 모아서 넣어 두면 주인 양반이 냉큼냉큼 치워가곤 해서 우리는 월급만 받을 뿐이지, 주차비에 대해서는 노탓치 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질 못했다. 험한 세상에서, 험한 꼴을, 그것도 몸집이 산만한 기집년 에게 시골떼기 둘이 흠씬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이서 그 집채만한 체구의 기집년을 감당한다는 것은 역부족 이었다. 기어이 우리 두 사람은 기운만 쪽 빼앗기고 그 뭉태기 수표를 그 년에게 뺏기고 바닥에 널부러 졌다. 그 년은 히죽히죽 웃으며, 넘어 들어 왔던 담장 너머로 바람같이 사라지고…다음 날 주인 양반에게 죽도록 터진 것은 당연한 처사 였다. 우리 두 내외의 실 수 때문인지, 대낮의 주차 손님은 그 날 부로 뚝 끊기고, 아내는 하릴 없이 노는 날이 많아져 갔다. 나도 정기적인 분뇨차의 주차 외에는 더 이상 오는 주차 손님이 없었고, 그 야간 정기 주차 손님도 그 일이 있은 후, 맨 처음에는 자주 오시는가 싶더니 요즈음은 발길을 뚝 끊었다. 다만 식품 하역장의 주차장이 우리와 다르게 밤낮으로 바쁘다는 무전만 들릴 뿐이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꼼짝없이 짤릴 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 양반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한 사나흘 집에 내려가 쉬고 오라는 얘기였다. 나는 속으로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아내도 눈물을 찔끔 대면서 짤리는 것이 아니냐고 죽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주인 양반에게 되물었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며, 웃음만 지을 뿐이었고, 며칠 지나면 괜찮을 터이니 어디 가서 푹 쉬고 오라는 말 뿐이었다. 집사람과 나는 그래도 짤리기 싫어서 인지 주차장 주변을 어슬렁 거리면서 놀러 가지도 못하고 비어 있는 주차장을 바라다 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자고 있는 나를 아내가 겁나게 깨우는 것이었다.
‘여보, 큰 일 났시유, 주차장이 무너진 당께요.’
‘뭣이여?’
나는 튕기듯이 밖으로 튀어 나왔는데 정말 아내 쪽의 주차장이 안쪽에서부터 무엇이 밀고 내려 오는 것처럼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그 크기가 하도 커서 나는 무신 바위덩어리가 굴러 내려오는 건줄 알고 하늘이 다 노랗게 보였다. 그 덩어리는 아내 쪽의 주차장 입구를 몽조리 바수는 것도 모자라 내 주차장 쪽의 입구 기둥도 허물면서 앞으로 튀어 나오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바들바들 떨면서 그 광경에 실신을 하고 말았다. 세상 끝장나는 갑서!!!
‘여보, 일어나 봐유!’
아내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돌쳐 일어나 보니 아내의 주차장은 어쩐 일인지 멀쩡 했다. 다만 입구의 기둥이 조금 부서진 채 넓혀져 있었고, 그 돌덩어리가 훌치고 갔는지 주차장의 내부도 예전보다는 훨씬 넓혀져 있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내쪽은 별다른 피해는 없고 다만 아내 쪽으로 연해 있는 기둥이 조끔 허물어져 있었다.
‘하이고 우리 살았네, 우리, 살았어, 천지신명이 도운 것이여…..’
그 날, 이후로 우리 두 사람은 다시 또 그 주차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야간에 주차하는 그 정기고객 이외에는 차를 대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에 주차난이 심각해도 이곳은 그런대로 사람 살만한 그런 주차장 임을 아내나 나나 기꺼워 하며 감사하고 지내고 있는 것을 주인 양반은 알고나 있을까?
P.S.: 오랜 부부간의 불화 끝에 성공적으로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고 잘 사시는 어느 부인의 00와 00부부얘기 입니다. 주차장 얘기가 아니고……차근 차근 이해하시길 고대하며….
-끝-
‘임자, 자남?’
‘아니유, 이제사 좀 조용해 진 것 같네. 시도 때도 없시유, 그냥.’
나는 밤낮이 멀다 하고 중노동에 힘쓰는 안사람이 더욱 안쓰럽기만 했다. 나야 가끔 그것도 가뭄에 콩 나듯이 일을 했지만 서도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낮이고 밤이고, 가릴 것 없이 들이닥치는 차들로 인해서 힘이 들기가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오늘은 어째, 이불도 안 덮고?’
‘주인 집에서 오늘은 이불을 걷어 가더니만 주지도 않고, 할 수 없지 뭐. 이렇게 날밤 깔 수 밖에…’
주인집 양반은 껌뻑 하면 이부자리를 걷어 가서 이렇게 오돌돌 떨면서 날밤을 까기 일쑤였다. 아내는 나와 같이 주차장 업을 하고는 있지만 나보다는 손님이 많고, 밤낮을 가릴 줄 몰랐다. 하긴 내 차고는 가드레일도 여느 주차장 보다 거추장 스럽고, 내 게으름으로 인해 입구가 지저분해서 항상 아내의 핀잔을 듣고는 있었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정기적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주차 했다가 빠져 나가는 분뇨차로 인해서 내 주차장은 깨끗할 때가 없었으니까. 매일 주차장을 닦는 다고는 하는데, 지저분하기는 매한가지 였고, 안사람의 차고가 가득 차서 내 차고까지 이용할 때면 여지없이 오물이 넘쳐 나서 아내는 그러길래 평소에 물청소 할 때 게으름 피지 말고 깨끗이 닦아 놓으면 어디 덧 나느냐고 원성이 자자했다. 그래도 나는 나 나름대로 아내를 지적하기에 여념이 없기도 했다.
‘임자는 주차장 입구 청소는 나보다 깨끗이는 한다만, 왜 벌초는 안 하는 겨?’
‘아니 이 사람이 미쳤나? 주인 양반 들으면 어쩔 라구, 이게 잡초로 보이남? 엄연히 정원구실을 하는 풀들인디, 잡초타령은 왠 말이래유? 지가 안 치워도 일하는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 것이 뵈지도 않남? 시비를 걸 것을 걸어야지.’
두 사람은 언제나 그렇지만 쉬는 시간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요즈음 밤에는 언제나 정해진 차량만 주차가 되었지만 낮에는 상황이 영 달랐다. 물밀듯이 차량이 밀려 들어오면 아내는 자기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허풍을 치다가도 결국에 가서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다반사 였다. 그러다 보니 주인집 양반의 관리상태에 반기를 드는 적도 꽤 있기는 했다.
‘아니, 오늘은 일 안 하는 겨?’
‘안 하기는 왜 안 혀요? 어제부터 하수도가 터져서 그렇지 곧 있으면 차가 들어올 심산인 것 같던디…’
‘그 놈의 하수도는 매달 터지고 지랄이여? 도대처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니깐. 나도 지난 달에 주차한 손님이 왔다 간 후로, 입구에 하수도가 터졌는지 물이 겁나게 새더라니깐.’
‘제가 그 말 이여유. 사람도 쉬어가면서 일을 혀야지 어쩌자고 보수공사는 제대로 혀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일들을 시키는 건지 원.’
‘아니, 그리고 장마 때도 아닌데 왠 토사 물은 매달 그렇게 흘러 내리는 거여? 혹시 딴 곳에서 우리쪽으로 물을 내다 버리는 거 아녀?’
‘그럴 리가유? 가끔 별일 없이 달을 넘기는 때도 있잖여유?’
그건 그랬다. 주인집은 언제나 낮 시간이 붐비면서 차들이 왔다 갔다 했지, 저녁 시간에는 언제나 정기주차 손님 이외에는 발길이 뜸 했으니까. 그래도 주인집 양반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성화가 대단 했다. 언제나 삿대질을 해가며, 주차장 입구가 비좁고 협소하니 차라도 잘 다닐 수 있도록 기름 칠을 해야 되질 않느냐며, 손가락질에 정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입구를 넘나드는 차량이 걸리적 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차량이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기름칠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떤 때는 아내가 너무 기름을 많이 들어 붓는 바람에 내 주차장 입구까지 기름이 흘러 내려와 내 울화를 치미게 할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아니, 오늘 낮에 왔다간 손님한테 얘기는 해 봤는 겨?’
‘저 주차장 입구 담벼락이요?’
‘응, 아니, 사람들이 그렇게 눈대중도 없남? 입구가 좁으면 들어오다가도 차를 빼야지 원, 그렇게 밀고 들어오니 입구가 맨날 저 모냥으로 부서지지, 안 그려?’
‘어디 사람들이 말을 듣남유? 가뜩이나 주차 난으로 고생들을 하고 있는디, 이런 오래된 골목길에 차를 들여 놓을라 치면 그게 바로 전쟁인디, 워떡허겄시유? 자리만 있다 싶으면 그냥 밀치고 들어오는 거지유. 뭐 별 수 있간디? 아니 지난 주에는 두 사람이서 주차장 입구에서 피 터지게 싸우던 것 알지유? 기억 나유? 한 차는 검은 리무진에, 하나는 누런 색 트럭인가, 아무튼 그 두 사람, 주차장 입구에서 겁나게 싸웠다니깐유?’
‘n땜시 싸웠디야?’
‘지야 모르쥬, 주차하기는 힘들고, 그러니 치미는 울화에 그냥 차를 앞에 부려놓고 싸웠는디, 그 리무진 기사 양반이 그 트럭 운전수 턱주바리를 돌려 치니 고만, 침인지 핏덩어린 지 쏟으면서 고꾸라 지던디, 그 리무진 운전기사 양반은 한가락 디게 하는 모양 입디다.’
‘세상 무섭다니깬, 주차하다가 사람 죽는 일도 이제는 예삿일 이라니까. 몸조심 해야지 원.’
아내와 나는 나날이 흉폭 해져가는 사람들의 주차 전쟁에 넌덜머리가 나기도 했지만 배운 도둑질이 이 짓이니 무얼 다른 걸 한다는 것도 사실 엄두를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리야 주인 양반의 배려로 이렇게 백화점 한 구섞에 자리를 빌려 주차장을 하고 있었지만, 주인 양반이 소유하고 있는 주차장은 백화점 저 윗 쪽에 한 곳이 더 있기는 했다. 사실 그곳은 주차장 이라기 보다는 먹을 음식들을 부려놓고 가는 곳이 었기 때문에 식품 하역장 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러나, 그곳에 주차 하던 차들은 언제나 단기 주차 차량들 뿐이었고, 무전기를 이용해서 바로 집사람의 주차장으로 차가 갈 거라는 연락이 떨어지면 예사 없이 차들은 그 윗쪽 식품 하역 주차장에서 쏜살같이 아내의 주차장으로 차를 몰아왔다. 낮이 되면 어김없이 차량들은 뻔질나게 아내의 주차장을 찾아왔고, 차가 붐비면 여지없이 내쪽으로도 차를 주차 시키려고 넘보기 일 쑤였다.
‘아니, 여보, 저 차는 뭐래유?’
아내가 눈이 휘둥그래 져서 나에게 물어왔다.
‘저게 요즈음 새로 나왔다는 무인 승용차지 아마.’
나는 아는 채를 하며 아내의 콧대를 눌러 버렸다.
‘무인 자동차 라니유?’
‘제게 휘발유를 쓰질 않고 전기로 가는 자동차라지 아마, 사람이 없어도 그 뭐라더라 옳지, 리모트 콘트롤로 운전이 가능하게 해서 손 대지 않고도 저절로 간다 않혀? 세상 참 좋아 졌다니깐 두루.’
아내는 차를 주차 시키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차량의 외형은 엄청나게 컸지만 그래도 주차장 입구를 건드리지는 않고서 주차가 가능했다. 대개 차량을 주차 시키려면 좁은 주차장 면적으로 인해 차의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수도 없이 이리 뺐다가 저리 넣고, 하는 통에 아내의 분주함은 극에 달하고 곁에서 바라보는 나도 애간장이 타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러다 보니, 가끔 주차하러 차가 들어 왔다가는 빠꾸를 잘 못해서 주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가듯이 빠져나가 버리는 차들도 꽤 있었다. 그럴 때면 아내나 나나 한 소리 않 나올 수는 없었다.
‘운전대를 저리 못 돌려서야 원…쯧쯧…’
그래도 주차에 실패하는 차들은 별로 보질 못했다. 언젠가 한번, 대낮에 주차하려고 들어 온 차의 바퀴가 펑크가 나는 바람에 차를 할 수없이 빼버린 경우는 있었지만 그 뒤를 이어서 대번에 차가 밀려 들어서 그 바퀴에 바람 빠진 자동차는 주차도 못시키고 물러나, 기억에 남기는 했었다.
‘근데, 그 전기자동차는 어째, 엔진 소리가 너무 시끄럽네, 그랴. 아무래도 휘발유차 같질 않은가벼. 이건 디젤차보다 더 시끄럽네.’
내 불평을 듣기나 한 것처럼 그 전기자동차는 미끄러지듯이 다시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아내는 또 불만이다.
‘저렇게 들어왔다가 바로 빠져 나가면 주차비는 어떻게 받으라고 그러남? 돈도 안내고 저렇게 빠져나가니 무슨 수로 돈을 받나. 사람이 없으니 물어 볼 수도 없고…..’
차들은 주차와 동시에 아내의 계수기가 작동하면서 주차비를 산정해 나갔다. 어떤 차들은 레슬링 시합에서 원투쓰리를 너무 빨리 내두른다고 심판에게 항의 하는 프로 레슬러들 처럼 아내의 계수기에 불만을 표시하는 적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 마누라가 어떤 사람인가? 쇠망치처럼 단단하기가 이를 데 없이 주인양반의 엄명에 죽을 것처럼 따라 붙는, 이른바, 딸랑 딸랑이 아닌가 말이다. 운전수가 뭐라 하든 간에, 때가 지날 쯔음 이면, 차량 양쪽에 위치한 바리케이트를 이용해서 차의 옆면을 툭툭 때려 가면서 어서 빨리 돈 내고 나가라고 하면서 눈에 쌍심지를 돋우었 으니까. 어떤 사기꾼 같은 놈들은 돈도 안내고 이따가 돈 준다며 차를 디리 빼서는 내 차고로 돌진하는 웃기는 짬뽕들도 많았다. 내가 그렇다고 그런 놈들을 받을 성 싶나? 대번에 입구의 바리케이트를 쳐대고 씨근덕대 곤 하지만 곧 이어서 노래진 얼굴로 아내가 주인 양반으로부터 걸려온 무전기를 나에게 건네 준다. 아니나 다를까 문 열어 주란다. 으이그…가뜩이나 급하게 아내의 주차장으로 들이닥친 차들이 대부분 이라서 나는 입구의 턱에 바를 기름이 모자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 이번에도 부랴부랴 아내의 주차장 입구에서 기름을 손으로 퍼와서는 입구에 바르고 차를 들여 보낸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한 낮이라 분뇨차가 빠져나가지 않은 관계로 그 차도 고생 꽤나 하고 있을 것이지만 나는 아랑곳 하질 않았다. 내 잘 못인가? 들어가라고 무전 때린 주인 양반 책임이지….
‘당신, 또 청소 않 했지유?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
아내는 또다시 나의 게으름에 핀잔을 멕인다. 제일 난감할 때가 바로 동시 주차 였다. 아내는 이럴 때면 의례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계수기 숫자 세기에 여념이 없다. 그나마 좁은 입구에 차들이 겹으로 주차하는 것도 모자라 한적하기만 한 내 주차장까지 차가 밀고 들어올 때에는 왠만한 인내와 기술이 아니고서는 그 많은 차를 한꺼번에 맞이하는 것은 거의 곡예에 가까 왔으니 말이다. 이럴 때면 아내나 나나 발레파킹의 좋은 시절이 언제나 오나 하는 마음 뿐이었다. 그러나, 야간 정기 주차 손님은 언제나 점잖기 그지 없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그것도 날짜를 정해서 차를 들이미는 그 운전기사 양반은 언제나 나와 마누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차장 입구를 허물어 뜨리는 법도 없었고, 내 주차장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으니까. 아내는 저런 차들만 있으면 100년은 넘게시리 이 장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게다가 꼭꼭 내야 될 주차비를 비닐 봉투에 넣어서 건네는 그 손님의 깍듯함에 혀를 내두르면서 머리 조아리기에 바쁘다는 아내의 일평 이었다. 낮에 오는 것들은 비닐봉투는 커녕 돈을 어디 사료 뿌리듯이 난장판으로 내깔기고, 차를 빼는 놈들이 대부분이라 저녁 정기주차 손님의 점잖은 행동은 모든 차들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직 하다는 것이 아내의 덧붙임이었다.
‘또 그 놈일세 그랴.’
아내가 제일로 진저리를 내는 것은 되도 않는 오토바이 엔진을 매단 삼륜차였다. 크기도 좇도 안 되는 것들이 차랍시고 주차하려고 껍벅대는 꼴을 아내는 도저히 용납하질 못했다. 그래서 아내는 그런 삼륜차가 주차장 입구에 차를 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대는 것도 아니고 들락날락하면서 부하를 지를 때면, 여지없이 몸으로 밀고 나가면서 소리를 쳐 댔다.
‘차도 차 같지 않은 것들이 지랄이여, 지랄은!’
항시 아내의 그 서슬에 놀라 삼륜차들은 주차를 시키는 것 같이 몇번 입구를 들락이다가 몸으로 막아선 아내에게 툇자를 맞기 일 쑤 였다. 그러다 보면, 때 맞추어 주인 양반의 무전기가 덜덜 울렸다. 삼륜차 주인이 다른 트럭을 보낼 터이니 이번에는 아무 소리 말고 들여보내라는 시큰둥한 명령. 아내는 풀이 죽을 대로 죽지만 할 수 있나? 빌붙어 사는 주제비에…
‘내가 못 살아, 저런 놈들에게 멸시 받고 사니, 내가 지레 늙지…’
나는 아내를 위로 한답시고, 몇 마디 해보지만 퉁퉁 불은 표정으로, 이내 들이닥치는 트럭을 맞기에 여념이 없다. 그럼 그렇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꼭 그런 놈의 트럭들은 지가 들어 오기 전에 길 닦아 놓듯이, 그 쬐끄만 삼륜차를 달달 거리면서 주차장 입구에 내려놓고는 사람 심사를 긁어 놓고 가는 것이 대부분 이었다.
‘저 새끼, 매일 오는 놈인디, 저 삼륜차 끌고 오는 버릇을 버리질 못하네. 트럭이나 몰고 다니는 주제에…’
아내는 눈을 흘겨 보지만 그래도 매일, 하루가 멀다 하고 주차해 오는 고정 고객이니 어쩌겠는가? 꿀꺽 침 한번 생키고, 화를 가라앉히는 수밖에…오늘 낮에도 그 놈은 어김 없이 삼륜차를 앞세우고 아내의 부하를 싸질렀지만 끝끝내 참는 아내의 인내가 가상해서 나는 멀리서 나마 아내를 향해 입맞춤을 날려 주었다. 그건 그렇고, 저녁이 되었는데도 이불이 없으니 어쩐다?
‘여보 이불 없이 자려니 잠이 잘 않와, 워떡혀지?’
‘아니 뭐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이당가요? 그냥 그러려니 하며, 눈이나 붙입시다. 얼마 안 있으면 그 점잖으신 정기주차 손님이 들어오실 시간인디, 그 때, 맞추어 서비스나 잘 해 드려야지 않겄소?’
아내는 이내 마음을 돌려 먹는다. 둘이서 몸을 있는 대로 웅크리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아내가 버럭 소리를 친다.
‘하이고 저 씨발 놈, 또 온다.’
아니나 다를까, 다 저녁에 그 삼륜차 새끼가 탈탈 거리며, 아내 쪽 주차장으로 다가선다.
‘이런 호로새끼, 술까정 쳐먹고 차를 몰아? 이걸 그냥 짭새 에게 찔르고, 한번 붙어?’
멀리서도 그 삼륜차가 술을 쳐먹고 차를 모는 것이 확연했다. 역하게 풍기는 술냄새가 입구에서 넌지시 쳐다보고 있는 내 코까지 냄새가 번져 왔으니까.
‘저 새끼를 경찰에 확 꼰질러?’
나도 덩달아 울화가 치밀어 한 소리 한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술 취한 채로 아내의 주차장 입구에서 질질 침이나 흘리면서 설레발을 떨던 그 삼륜차 뒤로, 줄창 낮에 주차를 하는 그놈의 트럭새끼가 돌진해 온다. 얼씨구? 저 새끼도 술에 취했는지 차의 정면이고 옆면이고 할 것 없이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 게다가 술을 끼얹졌는지 차의 주위가 엉망이었다. 트럭은 삼륜차가 사라지기 무섭게 아내의 주차장에 범퍼를 들이대고…아내가 앞에서 유도를 하는 것도 아랑곳 하질 않고 내리 밟아 재끼더니 기어이 주차장 입구의 기둥을 또다시 허물면서 짓이기듯이 주차장 안으로 기어 들어간다.
‘내 저 새끼, 술 쳐 먹드니 저럴 줄 알았지. 으이그 목구녕이 포도청만 아니면 그냥…’
내 두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술 취한 놈이 별 수 있으랴? 주차장 안에서도 제 자리를 못찾고 이리 쿵, 저리 쿵, 온갖 지랄을 다 하면서도 주차하나 제대로 시키질 못하고 야단 법석이다. 아내는 이미 그 트럭의 종횡무진, 지랄발광에 기력을 다 잃은 듯이 보였다.
‘야, 이, 씨발 놈아, 차 빼, 얼릉?’
둘러선 내 입에서 기어이 쌍욕이 튀어 나왔다. 평소 점잖기로 유명한 내 입에서 험한 소리가 튀어 나오는 것에 놀랐는지 그 트럭 기사 놈이 비질비질 차를 뺀다. 그러나, 빼는 순간, 나는 돌치 듯이 핸들을 꺾어 채면서, 내쪽으로 돌진하는 그 트럭에 하마터면 받칠 뻔 한, 채로 바닥에 나 동그라 졌다. 그 새끼는 집사람의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척 하다가 바로 핸들을 돌려 내 주차장에 그 범퍼를 보기 좋게 박아 버린 것이었다. 운전을 못하면 술을 쳐먹덜 말든가, 아이구 씨부럴 놈! 나는 아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 놈 욕을 해주려다가 멈칫 자리에서 먼지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주차장에는 언제나 점잖기로 소문난 그 정기주차 손님께서 때 아니게 동시 주차를 하려고 기둘리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미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그 손님에게 자리를 안내하면서 주차를 유도하고 있었다. 나는 돌아서서 내 쪽 주차장에서 술취한 채로 주차하는데 난장을 벌이고 있는 그 트럭운전기사 새끼의 쌍판을 보려고 다가갔다. 어쭈? 이거 봐라. 아주 죽을려고 환장을 했구만! 그 기사 새끼는 술 취한 것도 모자라 주차라고 한답시고 차의 범퍼를 아내 쪽 주차장 벽을 향해 퉁퉁 쳐박으면서 히죽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야, 이 썩을 놈아, 벽 무너져 임마! 점잖으신 양반, 차에 흠집이라도 내면 어쩔려구 그 지랄이야, 그 지랄은?’
‘여보, 오늘, 조금 이상혀요. 저 정기주차 손님도 술을 쪼깨 드셨는 갑서? 차를 주차 시키는 폼이 영 이상하질 않소?’
그건 그랬다. 평소와 다르게 어눌한 폼으로 그 트럭 놈팽이가 있는 벽쪽으로 차의 뒷 범퍼를 툭툭 받는 폼이 아무래도 술을 드셨어도 한잔 거하게 드셨는 것이 분명했다. 아내나 나나, 속으로 술 취한 놈들은 몽조리 개라는 옛말을 곱씹으며, 저러다 벽을 사이에 두고 범퍼로 쳐대는 저 두 사람의 차로 인해서 벽이 무너져 내리지나 않나 하면서 걱정 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아내가 놀라서 소리를 쳤다.
‘아이구 여보, 큰일 났시유. 저러다 주차장 다 무너지 겄시유. 이를 워째요?’
이런 일은 예전에 없었다. 두 차가 아내의 주차장과 내 주차 공간을 벌집 쑤시듯이 돌려 대면서 차를 갖고 놀아 재끼기 시작 혀는디…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지경 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이런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워쩌겄어? 우리 땅도 아닌디…그냥 놀게 내뻔져 둬. 저러다 지풀에 지치겄지.’
지풀에 지치긴 했다. 두 차가 모두 주차 놀음에 질력이 났는지 모두 주차비를 바닥에 휙하니 뿌려 놓고는 비척 대면서 주차장을 빠져나가 버렸으니까. 나와 아내는 부서진 곳은 없는가 하고 차가 빠져 나간 주차장을 살펴 보았지만 다행히 멀쩡한 그대로 였다. 뭔가 평소와 달랐던 것은 그 점잖으신 분이 평소 같으면 비닐봉투에 곱게 접어 주차비를 내고 가셨을 터인데, 오늘은 그것도 구섞에 그 허연 수표를 수도 없이 뿌려 놓고 가신 것이 이상했다. 나는 그 트럭 기사 새끼가 빠져 나가기 무섭게 퉤퉤 침을 뱉아가며, 바닥에 늘어 붙은 그 수표들을 줍기에 바빴는데, 돌연, 들리는 주차장 안의 아내의 비명에 놀라, 한 걸음에 따라 들어갔다. 아내는 주차장 뒷담을 통해 들어온 년과 한판 거시게 수표를 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워찌 된 일이여? 저 년은?’
‘아, 그 분이 저 수표를 뿌려 놓고 가시기 바쁘게 저 년이 담치기를 해 갔고는 들어와 설랑, 이 돈이 지 돈이니 가져가야 쓰겄다고 지랄 이잖여유, 시방.’
평소에는 돈을 하나하나 모아서 주차장 밖에 있는 큰 함에 모아서 넣어 두면 주인 양반이 냉큼냉큼 치워가곤 해서 우리는 월급만 받을 뿐이지, 주차비에 대해서는 노탓치 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질 못했다. 험한 세상에서, 험한 꼴을, 그것도 몸집이 산만한 기집년 에게 시골떼기 둘이 흠씬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이서 그 집채만한 체구의 기집년을 감당한다는 것은 역부족 이었다. 기어이 우리 두 사람은 기운만 쪽 빼앗기고 그 뭉태기 수표를 그 년에게 뺏기고 바닥에 널부러 졌다. 그 년은 히죽히죽 웃으며, 넘어 들어 왔던 담장 너머로 바람같이 사라지고…다음 날 주인 양반에게 죽도록 터진 것은 당연한 처사 였다. 우리 두 내외의 실 수 때문인지, 대낮의 주차 손님은 그 날 부로 뚝 끊기고, 아내는 하릴 없이 노는 날이 많아져 갔다. 나도 정기적인 분뇨차의 주차 외에는 더 이상 오는 주차 손님이 없었고, 그 야간 정기 주차 손님도 그 일이 있은 후, 맨 처음에는 자주 오시는가 싶더니 요즈음은 발길을 뚝 끊었다. 다만 식품 하역장의 주차장이 우리와 다르게 밤낮으로 바쁘다는 무전만 들릴 뿐이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꼼짝없이 짤릴 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 양반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한 사나흘 집에 내려가 쉬고 오라는 얘기였다. 나는 속으로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아내도 눈물을 찔끔 대면서 짤리는 것이 아니냐고 죽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주인 양반에게 되물었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며, 웃음만 지을 뿐이었고, 며칠 지나면 괜찮을 터이니 어디 가서 푹 쉬고 오라는 말 뿐이었다. 집사람과 나는 그래도 짤리기 싫어서 인지 주차장 주변을 어슬렁 거리면서 놀러 가지도 못하고 비어 있는 주차장을 바라다 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자고 있는 나를 아내가 겁나게 깨우는 것이었다.
‘여보, 큰 일 났시유, 주차장이 무너진 당께요.’
‘뭣이여?’
나는 튕기듯이 밖으로 튀어 나왔는데 정말 아내 쪽의 주차장이 안쪽에서부터 무엇이 밀고 내려 오는 것처럼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그 크기가 하도 커서 나는 무신 바위덩어리가 굴러 내려오는 건줄 알고 하늘이 다 노랗게 보였다. 그 덩어리는 아내 쪽의 주차장 입구를 몽조리 바수는 것도 모자라 내 주차장 쪽의 입구 기둥도 허물면서 앞으로 튀어 나오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바들바들 떨면서 그 광경에 실신을 하고 말았다. 세상 끝장나는 갑서!!!
‘여보, 일어나 봐유!’
아내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돌쳐 일어나 보니 아내의 주차장은 어쩐 일인지 멀쩡 했다. 다만 입구의 기둥이 조금 부서진 채 넓혀져 있었고, 그 돌덩어리가 훌치고 갔는지 주차장의 내부도 예전보다는 훨씬 넓혀져 있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내쪽은 별다른 피해는 없고 다만 아내 쪽으로 연해 있는 기둥이 조끔 허물어져 있었다.
‘하이고 우리 살았네, 우리, 살았어, 천지신명이 도운 것이여…..’
그 날, 이후로 우리 두 사람은 다시 또 그 주차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야간에 주차하는 그 정기고객 이외에는 차를 대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에 주차난이 심각해도 이곳은 그런대로 사람 살만한 그런 주차장 임을 아내나 나나 기꺼워 하며 감사하고 지내고 있는 것을 주인 양반은 알고나 있을까?
P.S.: 오랜 부부간의 불화 끝에 성공적으로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고 잘 사시는 어느 부인의 00와 00부부얘기 입니다. 주차장 얘기가 아니고……차근 차근 이해하시길 고대하며….
-끝-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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