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四話 月下星雨
시몬은 발키리 세사람을 데리고 작전회의실로 들어갔다. 방은 조금 전의 베릴과 발키리의 전투의 영향을 받아 의자가 쓰러져지고 서류가 흩어져 있지만, 회의를 열기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안에는 달리아가 평소의 백의를 입고 서 있었다.
「···호오, 다진 고기가 되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지가 멀쩡하네.」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면 전해지는 거야. 세뇌도 좋지만, 보통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지금부터 다진 고기로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원한다면」
조용하게 살벌한 말을 내뱉는 루피아의 옆에서, 달리아에게 시선을 돌린 카네리아가 외쳤다.
「아∼~~!! 너, 그 때의 꼬마잖아!」
「···그 때는 신세를 졌다.」
「···너희들,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나를 속인 거야?」
「그 정도의 연기에 속는 쪽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카네리아의 머리카락이, 전투태세에 들어간 고양이처럼 거꾸로 치솟기 시작했다.
「······아~달리아, 쓸데없는 도발은 하지마」
「······카네리아도 조금은 침착하세요. 어른스럽지 못해요.」
시몬은 무시하듯 팔짱을 끼고 있는 달리아를, 루피아는 달리아에게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카네리아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그 상황을 멈출 수 있었다.
달리아는 대략적인, 현재의 상황을 세사람에게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두가지. 베릴님의 활동 정지, 및 기관부에 모인 에너지의 방출이다.」
「그 두가지를 해내려면 , 우선 처음엔 그녀가 쓸모없는 공격을 연사하게 해서 기관부의 에너지를 안전치까지 떨어뜨린다. 그 후에 그녀를 활동 정지로 몰아넣는다.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냐.」
시몬의 말에 로즈가 이의를 제기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당신도 보고 있었겠죠? 지금의 우리들로는 그런 괴물에게는 이길 수 없어요···. 분하지만」
「···지금의 베릴은···뭐랄까, 쉽게 말해 토규의 소 같은 거야. 전략적으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아무리 강렬한 일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상당히 어설픈 전략처럼 들립니다만···」
「실제로, 그거 밖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수평으로 그 에너지 공격을 무진장하게 방출하게 되면, 이 근처는 전부··· 아니, 그 뿐 아니라 이 별 전체가 불타 버릴 거야.」
「그렇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중요해. 우선,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루피아뿐이야?」
「···다른 사람도 날 수는 있습니다만, 제가 제일 비행 능력이 높습니다.」
「그러면, 루피아는 하늘에서 베릴의 표적이 되어 줘. 가끔 도발하는 것 이외는 피하는데 전념해.」
「이해했습니다.」
「남은 두 명은, 수평공격으로 옮겼을 때의 방어요원이다. 그대로 막는 건 힘들 테니, 하늘로 튕겨내」
「···루피아 혼자서 괜찮을까? 목표」
「가끔은, 너희들도 날아서 커버해 줘, 목표가 한사람뿐이면 아무래도 격추될 수 있으니.」
「···듣고 보니, 우리들만 일하는 것 같은데, 너희들은 뭘 하는 거야?」
「에너지를 방출한 후, 그녀의 활동을 멈추는 것은, 우리들이 한다.」
「너희들이 할 수 있다는 거야?」
「······할 수 있을까?」
「어째서 나한테 되묻는 거야?」
달리아가 기가 막힌 듯 시몬을 째려봤다.
「···일단, 이런 때를 위한 병기는 개발되어 있어.」
달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투명한 플라스틱제 케이스를 백의 주머니에서 꺼냈다. 은빛으로 둔하게 빛나는 탄환이 한 타스 들어 있다.
「···뭐야 이건?」
「대(對)베릴님용 최종병기야. 탄환이 체내에 들어가면 그녀의 저항력을 빼앗는 기능을 가졌어. ···하지만, 이 탄환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가 에너지를 다 사용해서, 방어 장벽을 충분히 칠 수 없게 되었을 때야. 그렇지 않으면 맞지도 않아. 그 상태로 끌고 가려면 너희의 협력이 필요해」
「···잠깐. 어떻게 너 그런 걸 가지고 있어?」
「유비무환이다.」
무엇에 대비한 걸까. 시몬은 뭔가 무서운 상상이 엄습해 오는 걸 느꼈다.
「···그런 이유로, 여기는 우리들이 맡는다. 그래니, 그쪽도 불필요한 전투기나 전차따위는 부르지마. 어차피 효과도 없으니까, 시체가 늘어날 뿐이야.」
「···알았어요.」
로즈가 대답을 하자, 팔짱을 낀 채로 대화를 듣고 있던 루피아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진심으로 우리에게 협력하는 겁니까?」
「의심하는 거야?」
「···지금까지 실컷 더러운 책략으로 우리를 농락한 상대를 그렇게 쉽게 믿을 수 있을 만큼, 저도 사람이 좋지는 않습니다···」
시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당장 우리들을 죽여. 이제 세뇌도 풀었고 무기도 건네줬어. 죽여도 상관 없어. ···다만···」
시몬은 루피아를 향해 한 걸음 내디B다.
「너희들의 결단이 이 별의 운명과 역사를 좌우할 거다. 일단 그거는 생각하고 행동해라」
「······」
그들 사이의 침묵을 깬 것은 로즈였다.
「···루피아, 기분은 알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은 그들을 믿읍시다.」
「···로즈 사령···」
「뭐 그런 얼굴 하지 마, 루피아. 나도 아직 ‘사누키’도 ‘이나니와’도 먹지 못했는데 죽을 수는 없어」
달리아의 귀가 쫑긋 하고 움직였다.
「···시몬. 뭐야? 그 「사누키」와 「이나니와」라는 건?」
「···」
시몬이 ‘일 났다!’ 하는 표정을 했다.
「···사누키, 이나니와···라면, 우동?」
「···우동?」
카네리아의 목소리에 달리아가 뒤를 돌아봤다.
「···응. 지방 특산품 우동으로, 유명해요.」
「···시몬. 너, 우동에는 「츠키미(달맞이)」 「아카이 키츠네(붉은 여우)」 「미도리노 타누키(초록 너구리)」밖에 없다, 고 말하지 않았었냐?」
(*역주:츠키미우동-계란의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고 얹어 달을 표현한다. 키쯔네우동 - 유부가 들어간 것 (여우가 유부를 좋아 한다고 해서),타누키우동 - 튀김 부스러기를 넣은 것.
이 세 가지는 우동 중에 가장 일반적이고 간‧편‧한‧ 우동이죠. 사누키(讚岐)는 가가와(香川)현의 옛이름입니다. 이 사누키우동은 일본 우동의 원조이자 가장 맛있는 우동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의 우동 전문점에도 파는 곳이 있다는데... 그리고 이나니와 우동은 아키타의 우동으로 맛이 무척 부드럽고 보통 우동의 면발보다 가늘고 매끌매끌하면서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라네요.)
「············그런 어려운 논의는 나중에 하자. 그럼, 아무쪼록 부탁해, 너희들」
시몬이 방에서 도망치듯이 나가자, 달리아는 수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시몬을 뒤쫓았다.
세명의 발키리는 방에 남겨졌다.
「........................」
「우동을 좋아했어. 그 우주인···」
「으응, 어쩐지 잘 알 수 없는 녀석들이야···. 어떻게 생각해? 루피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에, 그, 그래? 뭐 확실히 지금까지는 확실히 나쁜 짓들을 해 온 무리니까···」
「···우동을 말하면서, 그 맛있는 우동을 언급하지 않다니···」
투덜투덜 중얼거리는 루피아에게서 멀리 떨어져, 카네리아가 로즈에게 물었다.
「···뭔가 루피아가 이상해요, 사령···」
「···그녀, 고향이 나고야거든······」
「······」
*역주 : 나고야는 카레국물로 만든 카레우동이 유명합니다.-_-
꾸밈 없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클론베릴···, 아니, 이제 본체와 합일한 이상, 베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저(地底)로부터 이어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녀는, 건물을 나와, 아무런 의지도 없는 눈동자로 지상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격렬한 싸움의 결과로, 완전히 조망이 좋아진 아지트 앞에는, 검을 쥔 카네리아와 메이스를 들고 있는 로즈가 서 있다.
베릴의 눈동자가 조금 커지며, 지휘를 하듯 손이 천천히 춤추었다. 대겸(大鎌)이 나타나며 달빛을 받은 칼날이 둔하게 빛났다.
베릴이 낫을 한 번 휘두르자, 초승달 모양의 하얀 에너지탄이 연달아 세발, 두 사람을 향해 쏘아졌다. 카네리아는 검으로, 로즈는 메이스로 즉각 하늘로 튕겨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에너지의 파도가 베릴을 목표로 떨어져 내렸다. 루피아의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지상에서 발해진 베릴의 공격에 상쇄되었다···.
「···시작했군」
시몬과 달리아는 가까운 언덕 위에서 베릴과 발키리의 전투를 구경하고 있었다. 베릴이 발하는 하얀 에너지의 분류가 속사포처럼 밤하늘로 빨려 들여갔다. 가끔 파랗거나 빨간 빛이 섞이는 것은 카네리아와 로즈의 바리어일 것이다. 하늘을 춤추는 루피아의 주위에도 때때로 베릴의 공격을 받아 에너지의 플라스마가 빛났다.
「에너지의 상태는 어때? 달리아」
달리아가 단말기의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보냈다.
「···2시간 내에 폭발할 것 같았는데, 2시간 30분정도로 늘어났다.」
「전혀 소용없다, 라는 건가···」
시몬은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생각에 빠졌다. 달리아는 그런 시몬의 옆얼굴을 지그시 노려보다가 던지듯 말했다.
「···드물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
「일단 조금은 책임을 느끼는 거야, 나라고해도」
「당연하지. 이렇게 해놓고서 느끼는 게 없다면 곤란해.」
「·········으음. 에너지의 소비와 베릴의 정지. 어느 쪽이든 어려운 문제야.···」
시몬이 다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뭐, 에너지에 관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냐.」
「뭐가 있어?」
「···혹시, 잘하면 될지도 모른다···라는 식이지만 가능할 지도 모르지.」
「뭐야, 정말 있어. 성격이 나쁘다니까 달리아도. 그러면 빨리 준비해 줘.」
「······알았어. 시몬, 너는 조금이라도 저 녀석들을 도와줘. 상당히 고생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저런 인간세상 밖의 싸움에 껴들라니, 내가 뭘 할수 있다는 거야?」
달리아는 입을 다물고 시몬에게 예의 탄환 케이스를 건넸다.
「···지금 상태의 베릴에게 보통의 공격은 맞지 않는다, 고 한 건 너야.」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조금 강력한 무기도 준비해 두었다.」
달리아는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금속제 슈트케이스를 어디에선가 굴려서 와 시몬에게 건네주었다.
「뭐야 이건?」
「결국 베릴님 앞에서는 장난감 총에 불과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꺼야. 할 수 있는 한 머리를 써서 어떻게든 맞혀 봐. ······나는 에너지의 해결을 시도하러 갈테니까」
달리아는 되돌아 보지 않고 , 그대로언덕을 내려 어둠안에 사라져 갔다.
「············하아~. 한마디로 말해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하지 말고 움직이라는 거냐···」
시몬은 건네받은 슈트케이스의 열쇠를 열었다.
「···정말이지 이래서야 쉴 틈이 없네요···」
카네리아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상대의 움직임이 너무도 빠르게, 여기저기로 이동하고 있는 동안 로즈를 놓쳐 버려사, 지금은 혼자였다.
확실히 시몬이 말하는 대로, 베릴의 공격은 지극히 단조로웠다. 공격받는 장소와 타이밍마저 예측할 수 있다면, 공격을 튕겨내는 건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긴 해도, 벌써 100발 이상 튕겨내고 있으니, 과연 피로가 몰려 왔다. 한편, 베릴은 바닥이 없는 건지, 전혀 공격을 느슨하게 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물론 느슨해지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지만···.
「시몬?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야? 이 상태로 괜찮은 거야?」
인컴을 통해 몇 번째 인지도 모를 원망의 소리를 높였다.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할 수 밖에 없어」
「···정말 넌 언제나 그 따위로···」
노이즈 너머로 시몬의 시치미 뗀 응답에 카네리아가 고함을 치려고 하는 찰나, 바로 뒤에서 이상한 기색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갈라진 지면에 발이 걸려 무심코 자세가 무너졌다.
고개만 뒤로 돌린 순간, 세계가 하얗게 물들었다. 굉음이 고막을 찢고, 순간적으로 가드한 팔에 자갈이 날아와 때렸다. 굉장한 풍압에 몸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무심코 무릎을 꿇고 지면에 달라붙듯 엎드렸지만, 지면에 손톱자국을 남기며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보자, 거기에는 하얀 인영이 서 있었다.
「이런···」
베릴의 손바닥이 카네리아의 얼굴 바로 앞으로 쑥 내밀어지더니, 청백서 오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에너지 장벽으로 막는다고 해도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그 순간 그녀의 옆을 뭔가가 스쳐 날아거더니, 굉음과 함께 베릴의 몸을 날려버렸다.
잠시 후 모래 먼지 저 편에서 나타난 것은, 은빛으로 무겁게 빛나는 대포 같은 것을 어깨에 올리고 있는 시몬이었다. 상반신에는 특수한 장갑이 붙여져, 묘하게 딱딱한 복장이 되어 있었지만, 바이저를 올리자 언제나와 같은 긴장감 없는 얼굴이 나타났다.
「무사하냐?」
「···뭐, 일단은」
카네리아는 일어나서, 옷에 붙은 모래를 털었다. 목소리는 기운찼지만. 무릎이 흔들리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방심하지 마. 맞기 전에 바리어를 쳤기 때문에 본체에는 맞지 않았어. ···아무리 최고 제 2 우주속도 레벨의 초속이 나오는 레일암(Rail Arm)이라고 해도, 상당히 허를 찌르지 않으면 무리야.」
「레、레일 암우주ー속도」
「전자포······ 쉽게 말해 전기를 이용해 초고속 탄을 날리는 총이야. 반동이 심해서 관성 제동용 파워드슈츠(Powered Suit)를 장비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리고 우주 속도라고 하는 건··· 다음에 루피아에 설명해달라고 해라.」
시몬은 가슴과 어깨에 장착하고 있는 특수장갑(裝甲)을 두드리며 말했다.
.
「···좀 더 강력한 무기는 없냐?」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마. 이 이상이라고 하면 전술핵 정도 밖에는···. 너희들, 방사선에 약하지 않냐?」
그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 바이저를 되돌리고, 베릴이 날려가버린 방향으로 레일 암을 겨누고 시몬은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콰앙···.
연달아 두발, 굉음과 함께 장갑탄이 쏘아져 나갔다. 탄환은 충격파를 뒤에 남기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어째서 나같은 전투형이 아닌 남자까지 이런 짓에··· 이런 일은 괴력난신(怪力神) 여자들한테 맡겨 두면 좋을텐데 ···」
「누가 괴력이야···」
치잉···치잉···.
「···방금 소리, 뭐지?」
「···글쎄···」
시몬이 바이저의 투시기능을 이용해 앞을 주시했다.
「·········엎드려, 카네리아」
「에, 에엑···꺄아!」
시몬이 카네리아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억지로 몸을 바닥으로 숙이게 했다. 엎드린 두 명의 몸 위를 공기 저항으로 가열되어 하얗게 빛나는 탄환 두발이 굉음과 함께 지나갔다.
「···되돌려 보냈어.···」
「···과연 우리 상사. 적이지만 대단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우씨, 머리카락이 엉켜버렸잖아···. 빨리 손 떼」
「자, 잠깐, 손가락에 얽혀서···이건 이렇게···」
시몬이 엉켜 붙은 카네리아의 머리카락을 풀려고 했지만, 서둘면 서둘수록 더욱 엉켰다.
「···카네리아, 시몬···목표가 옵니다···」
상공을 날고 있는 루피아로부터 이어폰을 통해 연락이 왔다.
「아니, 그런 말 해줘봤자 이게···」
「아―이상한 데서 방해하지마―」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카네리아···」
하늘을 날고 있는 루피아는, 지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슬랩스틱코미디 같은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겠네요···」
시몬과 카네리아가 있는 위치에서 베릴이 있는 지점까지는 수킬로. 로즈는 베릴의 후방에서 공격을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두 명을 커버하러 올 수는 없다.
루피아는 지팡이를 치켜들어 영창을 시작했다. 하얀 빛이 루피아의 주위에 모이기 시작했다.
「에어···」
그 순간, 베릴이 루피아의 눈을 응시했다. 아니, 이 어두운 곳에서 수킬로 이상은 떨어져 있으니 정확하게는 얼굴을 향했다는 것밖에는 알 수 없었지만···, 루피아에게는, 그 의사가 없는 투명한 눈이 자신을 꿰뚫은 것처럼 느껴졌다.
「······」
베릴이 치켜든 낫에서 굉음과 함께 칠흑의 불기둥이 루피아를 향해 솟구쳤다.
당했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주문을 외우던 중이었기 때문에 에너지를 방어로 전환할 여유가 없었다.
루피아는 몸을 굳히며, 무심코 눈감았다.
쿠오오오오오옹···.
육중한 소음이 대기를 흔들었다···.
······.
그러나, 그 것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
루피아가 눈을 뜨자, 눈앞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것은 카네리아와 시몬이었다. 카네리아가 베릴의 검은 불길을 검에서 분출하는 불길로 튕겨내며, 그 카네리아를 거대한 대포를 짊어진 시몬이 한 손으로 껴안고 있는 형태가 되어 있었다. 아직 다른 한쪽 손이 카네리아의 머리에 달라붙어 있는 것은··· 카네리아의 머리가 좋아지게하는 뭔가의 주술일까.
「······루피아, 방심은 금물이야!」
「···감사합니다」
「······감사는 좋지만, 조금 이 머리카락 좀 떼어 주지 않을래? 이런 체중의 무거운 아가씨가 한 손에 붙어 있는 것은···. 아―, 카네리아, 지금은 발작 금지. 여기는 전장이야.」
「······알겠습니다···」
루피아는 시몬의 손가락에 엉켜 붙어 있는 카네리아의 머리카락을 풀었다.
「···풀렸습니다」
「큐-」
시몬이 손을 떼어 놓자, 카네리아는 맹스피드로 시몬에게서 떨어졌다.
「우우···헝클어졌다···」
「그거 굉장한데.」
시몬은 간신히 자유로워진 오른손을 흔들었다. 관성제어 기술은 중력 제어에도 응용할 수 있다. 시몬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그런 이치였다. ···그렇긴 해도 눈앞의 마법 소녀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보다 사정이 조금 바뀌었어. 에너지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 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에, 우선 무엇보다도 그녀의 행동 정지를 우선한다. 부탁할께, 두 사람 모두」
「너는?」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만 움직이는 계열이라.」
「 어째서 너는 언제나 그렇게 편한 일만···」
「······옵니다」
루피아의 긴박한 목소리에 시몬과 카네리아는 농담을 멈추었다.
지상으로부터 흰 죽음의 신이 비래 한다.
시몬을 감싸듯이 카네리아가 움직였다.
「너는 내려가 있어. 방해 되니까」
「······예」
거역할 이유는 없었다. 시몬은 전투공역에서 이탈했다.
시몬이 물러나자, 등 뒤에서 섬광과, 잇따른 폭음이 이어졌다.
뒤를 돌아보자 배후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느 샌가 로즈도 합류해 3대 1이 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발키리들 쪽이 밀리고 있다.
시몬은 바이저를 내리고, 조준을 맞추었다. 속도를 설정하고, 발키리가 베릴에게서 멀어진 것을 가늠한 뒤··· 레일 암의 방아쇠를 당겼다. 관성 제어의 영향으로 일순간 공간이 뒤틀리며, 시야가 일그러졌다. 굉음이 고막을 격렬하게 울렸다. 탄환은, 콤마세크의 차이로 베릴의 몸에 도달···터졌다.
···그러나, 시몬의 공격을 예측한 듯이 사격점에 두텁게 집약된 베릴의 에너지방벽은, 최고조에 달한 탄환을 무산 시켰다.
잔탄(殘彈), 8.
「···머리를 써라···고 해봤자, 이렇게까지 완력 대 완력의 세계가 되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아무래도 베릴은 시몬의 기색을 항상 감지하고 있어서, 자신과 시몬의 사이에 항상 바리어를 집약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는 맞을 리가 없다.
적어도 한 번에 두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면···, 이라고는 해도 무기는 한개 밖에는 없다.
시몬은 눈앞에서 전개되는 격전과 레일 암의 컨트롤 패널을 잠시 동안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툭 던지듯 이렇게 말했다.
「·········도박을 해 볼까」
말해놓고는 스스로 웃어 버렸다.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도박이 아니었던 것이 있었을 까.
시몬은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어렵네요···」
로즈는 약간 초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방어를 중시한 싸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치명상은 가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혀 피로를 느끼지 않는 베릴에 비해, 벌써 이전 베릴과의 싸움으로 인한 피로도 회복하지 못한 발키리 세명은 확실히 스피드, 집중력 모두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그 때, 이어폰에서 시몬의 목소리가 들려 왔.
「···로즈, 카네리아, 루피아. 미하지만 한가지 수를 쓰고 싶어. 협력해 줘.」
「···상관은 없지만, 쓸데없는 책략은 그만둬요.」
「···이대로라면 결말이 나지 않아. 놈에게 탄환을 박아 보겠어. 로즈와 카네리아는 전방 두 방향에서 베릴을 공격해서 놈의 시선을 끌어 줘. 그리고···」
시몬은 재빨리 세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여유는 없었다.
바람이, 미친 듯 춤을 추었다. 지상 수킬로미터 상공의 바람은, 계절에 비해 차갑고 강했다. 그러나 베릴에게 있어 지금이 언제인지, 이 바람이 이 계절에 비해서 차가운 것인지···그런 것들은 전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면,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과 하얀 달. 그것들조차 그녀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베릴은, 무표정으로 눈앞의 정경을 관찰했다.
어두운 어둠에, 인간이 떠올라 있다. 붉은 옷과 흰 옷을 입은 여자가 각각 한명씩, 전방에.
그리고, 후방에도 기척을 느낀다. 어쩌면, 녹색 옷을 입은 여자일 것이다···이 여자는 앞에 있는 여자들과 같은 편이다.
그녀들이 누구인지···베릴은 잘 몰랐다. 다만, 그녀들의 전투 능력 데이터는 풍부하게 갖추어져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아득히 상공 후방에 기척을 느꼈다. 나와 동족, 검은색 남자 한사람.
베릴은, 총수로서의 인격이 주입되기 전에 인격 전송이 정지되었기 때문에, 베릴로서의 기억과 인격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보유한 것은, 다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인격. 그 목적을 위해서 적을 말살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쓸 수 있는, 거의 무한이라고 할 수 있는 체력과 에너지.
···빨강, 초록, 흰색은, 방심을 하지 않는 한 자신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었다. 그러나, 검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무기··· 그것은 위험하다. 그 무기에서 발사되는 탄환을 회피하는 것이 최우선. 거기에 더해 빨강, 초록, 흰색을 말살한다. 검은색은 그 무기만 주의하면 단순한 잡어에 지나지 않는다. 그 무기의 특성에 대한 데이터는 있었다. 전자포. 직선, 초고속 공격. 탄환은 열두발 밖에 제조되지 않았고, 그 중 네발은 이미 소비되었다. 그 탄환의 질량은 미소했지만, 지금의 자신의 생체를 파괴하기에는 충분한 파괴력이었다. 그러나 그와 자신과의 사선(射線)상에 충분한 두께의 방어벽을 전개하면, 그 탄환은 휘발 한다. 문제는 없었다.
네 사람의 맥동을 느꼈다. 난폭한 숨결. 이마에 배어나는 땀. 크게 울리는 심장 뛰는 소리. 흥분과 공포에 빠진 생명의 박동. ···예전 베릴이라면 그들의 무력함에, 그리고 자신을 향한 공포로 무너질 듯한 인간들의 마음을 희롱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베릴에게는 그런 취향은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그녀가 가지는 무기질의 강함에, 빈 틈은 없다.
방어를 완벽하게 굳히고 상대의 체력을 조금씩 깎아낸다.
방위 인격이 계산하는 전략은, 단순했지만 그만큼 철벽과도 같았다.
···물론, 그 결과적으로, 그녀의 근원인 함선이, 주체 못한 방대한 에너지를 태내에서 토해내, 이 별 모두와 그녀 자신까지 불태워버릴 거라는 건,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현재의 전술 지침을 조금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고려해야 할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문득, 흰색과 빨강, 초록의 맥동이 변화했다.
···뭔가를 하려고 한다···.
흰색과 빨강의 앞에 에너지가 집결하고 있었다.
「···뇌신의 이름에 걸고, 내가 명한다··· 모든 걸 파괴하는 창뢰여, 나의 메이스에 모여 적을 멸하라···」
「···불꽃의 마검의 이름을 걸고, 내가 명한다···모든 걸 불사르는 지옥의 겁화여, 나의 검에 모여 적을 멸하라···」
이전보다 분명 거대한 에너지. 영창의 시간도 이전보다 길다.
베릴은 달빛에 빛나는 대겸의 칼날에 기함에서 전송 되어 오는 에너지량을 증대시켰다.
「···토르·스트로크!」
「···레비아탄·슬래쉬!」
창백한 플라스마와 다홍색 불길이 두 사람과 베릴 사이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지금까지의 공격보다 한자리수 이상 에너지치가 높았다. 단순한 에너지 장벽으로는 막지 못한다.
「···다크 플레어···」
검은 에너지덩어리가 베릴의 낫을 중심으로 퍼져, 해방되었다.
세사람의 에너지가 접촉한 순간, 굉음으로 대기가 울렸다.
찰나, 베릴은 검은 남자의 기척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상공에서 남자가 급강하하고 있었다. ···탄환을 발사할 생각일까.
베릴은 비어 있는 왼손에 에너지를 집약시켜, 남자와 자신 사이의 사선을 봉하기 위해 후방에 에너지 장벽을 전개시켰다.
그러나 일순간, 눈앞에서 불길을 마구 뿜어대고 있는 붉은 여자의 시선이 자신의 우측을 향했다.
베릴은 그 시선의 움직임을 따라 반사적으로 우측에도 에너지 장벽을 급속 전개시켰다.
장갑탄은, 베릴의 오른 쪽 겨드랑이에서 불과 20 cm 떨어진 부분에서 휘발되었다.
「···」
위험을 감지한 베릴은 맹렬한 스피드로 왼쪽 하늘위로 이동했다···.
콰앙···콰앙···. 레일 암의 소리가 그 후로 여러발, 작렬 했지만, 탄환은 허무하게 허공에서 사라져 갔다.
「···알아챈 건가···」
시몬은 원망스러운 듯 상공을 바라보았다. 부쩍부쩍 벌려지는 베릴과의 거리.
로즈와 카네리아의 공격은 물론, 시몬의 움직임도 미끼였다. 베릴이 시몬과 자신 사이에 장벽을 전개 하고 있는 사이에, 중력 제어장치를 달아 우측 공중에 띄워 둔 레일 암에 자동연사를 시킨 거였지만···.
「중간까지는 잘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것까지 눈치 채는 괴물을 상대로는··· 만사휴의인가?」
시몬은 턱에 손가락을 대고 신음소리를 냈다.
「···카네리아의 시선이 읽혀진 것 같습니다···」
「응?」
어느샌가 옆에는 루피아가 와서 시몬과 같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카네리아가 시선을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그쪽 방향으로 방벽을 쳤으니까···」
「···」
「···그···카네리아에게 뭐라고 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럴 생각은 없어. 그렇지만 정말로 괴물이야···이래서야···. 곤란한 데···」
「······침착하고 있습니다만···. 당신, 떨어지고 있어요?」
떨어지고 있는 것은 루피아도 같았다. 다만 다른 것은, 루피아는 언제라도 멈출 수 있지만, 시몬은 멈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중력 제어장치를 레일 암에 달아 버렸으니, 시몬은 지금, 자유낙하하는 중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도와 줘」
루피아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시몬의 목덜미를 잡았다.
「쿠억. 콜록, 콜록···. ······어이 좀 더 편하게 잡아 줘. 마음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다시 또, 떨어지고 싶습니까?」
「···아니요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루피아님. 내가 나빴습니다···. ···아, 카네리아, 미안한데 레일 암 좀 회수해 줘···」
상공에서는 로즈가 베릴의 공격이 다른 세사람에게 향하지 않도록 열심히 방어전을 하고 있었다. 카네리아는 마이크 너머로 시몬의 소리를 받아 불평을 토하면서 레일 암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잔탄은 몇 발이나 남아 있습니까?」
「···2발」
「···6발이나 낭비 했습니까.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이제, 그녀에게 그 방법은 먹히지 않아요. 굉장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튼, 진정해. 이미 수는 써 놨다.」
「······그것은···?」
「···그건 비밀이야. 뭐, 여기서 한번쯤은 나를 믿고 따라 와라」
근거도 없이 가슴을 두드리는 시몬을 지상에 내던지고 싶어지는 충동을, 가까스로 한숨으로 삼키면서, 루피아는 상공으로 되돌아왔다···.
···그 후에도, 베릴과 발키리들 사이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이미 발키리들에게는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착실하게 파상 공격을 가하다가 만일 틈이 생기면 시몬이 공격한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피로가 더욱 심해질 뿐이었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상당양의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져, 일방적인 방어전으로 몰리고 있다. 게다가 베릴은 한층 강고한 방어 포진을 짜고 있어 도저히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다.
「···라고는 했지만, 이제 어찌할 방법이 없는데···」
시몬은 살짝 시계를 보았다. 조금 전의 작전에서부터 한시간 이상 경과하고 있었다. ···조금 전, 루피아에게는 잘난 척하듯 말하긴 했지만, 그 수에 대해서는 그다지 자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나머지 두발의 탄환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다. 시몬은 레일 암의 쓸데없이 긴 포신을 원망하듯 바라보았다.
「···시몬···」
돌연, 이어폰에서 그리운 음성이 들려왔다. 달리아였다.
「! ···. 달리아냐?」
「아···조금 애먹긴 했지만, 어떻게든 에너지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쪽은 좀 어때?」
「···너의 노력에 의해 지구는 무사하게 된다고 해도, 우리들은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
「···무능한 녀석···」
달리아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전방의 싸움을 응시하고 있는데 이어폰에서 잡음섞인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시몬. 너의 결단이 필요해」
「?」
「···너, 정말로 이 별을 구할 마음이 있는 거야?」
달리아의 목소리는 묘하게 무거웠다.
「···그거야, 뭐, 음···, 관계방면과의 제휴를 꾀하면서 적절한 대처를 할···」
「······뭐 좋아.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을 때의 너의 얼굴을 믿겠어.」
「···?」
달리아와의 통신은 거기서 끊어졌다.
「···나쁜 예감이 드는데···」
그러나, 달리아에게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자신은 자신의 역할을 완수할 뿐이다.
시몬은 바이저를 내리고, 타이밍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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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본편이군요.
소라도 이래저래 곤란해졌네요.
오피셜 페이지 : http://clocker8.hp.infoseek.co.jp/
시몬은 발키리 세사람을 데리고 작전회의실로 들어갔다. 방은 조금 전의 베릴과 발키리의 전투의 영향을 받아 의자가 쓰러져지고 서류가 흩어져 있지만, 회의를 열기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안에는 달리아가 평소의 백의를 입고 서 있었다.
「···호오, 다진 고기가 되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지가 멀쩡하네.」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면 전해지는 거야. 세뇌도 좋지만, 보통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지금부터 다진 고기로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원한다면」
조용하게 살벌한 말을 내뱉는 루피아의 옆에서, 달리아에게 시선을 돌린 카네리아가 외쳤다.
「아∼~~!! 너, 그 때의 꼬마잖아!」
「···그 때는 신세를 졌다.」
「···너희들,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나를 속인 거야?」
「그 정도의 연기에 속는 쪽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카네리아의 머리카락이, 전투태세에 들어간 고양이처럼 거꾸로 치솟기 시작했다.
「······아~달리아, 쓸데없는 도발은 하지마」
「······카네리아도 조금은 침착하세요. 어른스럽지 못해요.」
시몬은 무시하듯 팔짱을 끼고 있는 달리아를, 루피아는 달리아에게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카네리아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그 상황을 멈출 수 있었다.
달리아는 대략적인, 현재의 상황을 세사람에게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두가지. 베릴님의 활동 정지, 및 기관부에 모인 에너지의 방출이다.」
「그 두가지를 해내려면 , 우선 처음엔 그녀가 쓸모없는 공격을 연사하게 해서 기관부의 에너지를 안전치까지 떨어뜨린다. 그 후에 그녀를 활동 정지로 몰아넣는다.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냐.」
시몬의 말에 로즈가 이의를 제기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당신도 보고 있었겠죠? 지금의 우리들로는 그런 괴물에게는 이길 수 없어요···. 분하지만」
「···지금의 베릴은···뭐랄까, 쉽게 말해 토규의 소 같은 거야. 전략적으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아무리 강렬한 일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상당히 어설픈 전략처럼 들립니다만···」
「실제로, 그거 밖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수평으로 그 에너지 공격을 무진장하게 방출하게 되면, 이 근처는 전부··· 아니, 그 뿐 아니라 이 별 전체가 불타 버릴 거야.」
「그렇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중요해. 우선,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루피아뿐이야?」
「···다른 사람도 날 수는 있습니다만, 제가 제일 비행 능력이 높습니다.」
「그러면, 루피아는 하늘에서 베릴의 표적이 되어 줘. 가끔 도발하는 것 이외는 피하는데 전념해.」
「이해했습니다.」
「남은 두 명은, 수평공격으로 옮겼을 때의 방어요원이다. 그대로 막는 건 힘들 테니, 하늘로 튕겨내」
「···루피아 혼자서 괜찮을까? 목표」
「가끔은, 너희들도 날아서 커버해 줘, 목표가 한사람뿐이면 아무래도 격추될 수 있으니.」
「···듣고 보니, 우리들만 일하는 것 같은데, 너희들은 뭘 하는 거야?」
「에너지를 방출한 후, 그녀의 활동을 멈추는 것은, 우리들이 한다.」
「너희들이 할 수 있다는 거야?」
「······할 수 있을까?」
「어째서 나한테 되묻는 거야?」
달리아가 기가 막힌 듯 시몬을 째려봤다.
「···일단, 이런 때를 위한 병기는 개발되어 있어.」
달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투명한 플라스틱제 케이스를 백의 주머니에서 꺼냈다. 은빛으로 둔하게 빛나는 탄환이 한 타스 들어 있다.
「···뭐야 이건?」
「대(對)베릴님용 최종병기야. 탄환이 체내에 들어가면 그녀의 저항력을 빼앗는 기능을 가졌어. ···하지만, 이 탄환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가 에너지를 다 사용해서, 방어 장벽을 충분히 칠 수 없게 되었을 때야. 그렇지 않으면 맞지도 않아. 그 상태로 끌고 가려면 너희의 협력이 필요해」
「···잠깐. 어떻게 너 그런 걸 가지고 있어?」
「유비무환이다.」
무엇에 대비한 걸까. 시몬은 뭔가 무서운 상상이 엄습해 오는 걸 느꼈다.
「···그런 이유로, 여기는 우리들이 맡는다. 그래니, 그쪽도 불필요한 전투기나 전차따위는 부르지마. 어차피 효과도 없으니까, 시체가 늘어날 뿐이야.」
「···알았어요.」
로즈가 대답을 하자, 팔짱을 낀 채로 대화를 듣고 있던 루피아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진심으로 우리에게 협력하는 겁니까?」
「의심하는 거야?」
「···지금까지 실컷 더러운 책략으로 우리를 농락한 상대를 그렇게 쉽게 믿을 수 있을 만큼, 저도 사람이 좋지는 않습니다···」
시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당장 우리들을 죽여. 이제 세뇌도 풀었고 무기도 건네줬어. 죽여도 상관 없어. ···다만···」
시몬은 루피아를 향해 한 걸음 내디B다.
「너희들의 결단이 이 별의 운명과 역사를 좌우할 거다. 일단 그거는 생각하고 행동해라」
「······」
그들 사이의 침묵을 깬 것은 로즈였다.
「···루피아, 기분은 알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은 그들을 믿읍시다.」
「···로즈 사령···」
「뭐 그런 얼굴 하지 마, 루피아. 나도 아직 ‘사누키’도 ‘이나니와’도 먹지 못했는데 죽을 수는 없어」
달리아의 귀가 쫑긋 하고 움직였다.
「···시몬. 뭐야? 그 「사누키」와 「이나니와」라는 건?」
「···」
시몬이 ‘일 났다!’ 하는 표정을 했다.
「···사누키, 이나니와···라면, 우동?」
「···우동?」
카네리아의 목소리에 달리아가 뒤를 돌아봤다.
「···응. 지방 특산품 우동으로, 유명해요.」
「···시몬. 너, 우동에는 「츠키미(달맞이)」 「아카이 키츠네(붉은 여우)」 「미도리노 타누키(초록 너구리)」밖에 없다, 고 말하지 않았었냐?」
(*역주:츠키미우동-계란의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고 얹어 달을 표현한다. 키쯔네우동 - 유부가 들어간 것 (여우가 유부를 좋아 한다고 해서),타누키우동 - 튀김 부스러기를 넣은 것.
이 세 가지는 우동 중에 가장 일반적이고 간‧편‧한‧ 우동이죠. 사누키(讚岐)는 가가와(香川)현의 옛이름입니다. 이 사누키우동은 일본 우동의 원조이자 가장 맛있는 우동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의 우동 전문점에도 파는 곳이 있다는데... 그리고 이나니와 우동은 아키타의 우동으로 맛이 무척 부드럽고 보통 우동의 면발보다 가늘고 매끌매끌하면서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라네요.)
「············그런 어려운 논의는 나중에 하자. 그럼, 아무쪼록 부탁해, 너희들」
시몬이 방에서 도망치듯이 나가자, 달리아는 수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시몬을 뒤쫓았다.
세명의 발키리는 방에 남겨졌다.
「........................」
「우동을 좋아했어. 그 우주인···」
「으응, 어쩐지 잘 알 수 없는 녀석들이야···. 어떻게 생각해? 루피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에, 그, 그래? 뭐 확실히 지금까지는 확실히 나쁜 짓들을 해 온 무리니까···」
「···우동을 말하면서, 그 맛있는 우동을 언급하지 않다니···」
투덜투덜 중얼거리는 루피아에게서 멀리 떨어져, 카네리아가 로즈에게 물었다.
「···뭔가 루피아가 이상해요, 사령···」
「···그녀, 고향이 나고야거든······」
「······」
*역주 : 나고야는 카레국물로 만든 카레우동이 유명합니다.-_-
꾸밈 없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클론베릴···, 아니, 이제 본체와 합일한 이상, 베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저(地底)로부터 이어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녀는, 건물을 나와, 아무런 의지도 없는 눈동자로 지상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격렬한 싸움의 결과로, 완전히 조망이 좋아진 아지트 앞에는, 검을 쥔 카네리아와 메이스를 들고 있는 로즈가 서 있다.
베릴의 눈동자가 조금 커지며, 지휘를 하듯 손이 천천히 춤추었다. 대겸(大鎌)이 나타나며 달빛을 받은 칼날이 둔하게 빛났다.
베릴이 낫을 한 번 휘두르자, 초승달 모양의 하얀 에너지탄이 연달아 세발, 두 사람을 향해 쏘아졌다. 카네리아는 검으로, 로즈는 메이스로 즉각 하늘로 튕겨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에너지의 파도가 베릴을 목표로 떨어져 내렸다. 루피아의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지상에서 발해진 베릴의 공격에 상쇄되었다···.
「···시작했군」
시몬과 달리아는 가까운 언덕 위에서 베릴과 발키리의 전투를 구경하고 있었다. 베릴이 발하는 하얀 에너지의 분류가 속사포처럼 밤하늘로 빨려 들여갔다. 가끔 파랗거나 빨간 빛이 섞이는 것은 카네리아와 로즈의 바리어일 것이다. 하늘을 춤추는 루피아의 주위에도 때때로 베릴의 공격을 받아 에너지의 플라스마가 빛났다.
「에너지의 상태는 어때? 달리아」
달리아가 단말기의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보냈다.
「···2시간 내에 폭발할 것 같았는데, 2시간 30분정도로 늘어났다.」
「전혀 소용없다, 라는 건가···」
시몬은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생각에 빠졌다. 달리아는 그런 시몬의 옆얼굴을 지그시 노려보다가 던지듯 말했다.
「···드물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
「일단 조금은 책임을 느끼는 거야, 나라고해도」
「당연하지. 이렇게 해놓고서 느끼는 게 없다면 곤란해.」
「·········으음. 에너지의 소비와 베릴의 정지. 어느 쪽이든 어려운 문제야.···」
시몬이 다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뭐, 에너지에 관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냐.」
「뭐가 있어?」
「···혹시, 잘하면 될지도 모른다···라는 식이지만 가능할 지도 모르지.」
「뭐야, 정말 있어. 성격이 나쁘다니까 달리아도. 그러면 빨리 준비해 줘.」
「······알았어. 시몬, 너는 조금이라도 저 녀석들을 도와줘. 상당히 고생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저런 인간세상 밖의 싸움에 껴들라니, 내가 뭘 할수 있다는 거야?」
달리아는 입을 다물고 시몬에게 예의 탄환 케이스를 건넸다.
「···지금 상태의 베릴에게 보통의 공격은 맞지 않는다, 고 한 건 너야.」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조금 강력한 무기도 준비해 두었다.」
달리아는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금속제 슈트케이스를 어디에선가 굴려서 와 시몬에게 건네주었다.
「뭐야 이건?」
「결국 베릴님 앞에서는 장난감 총에 불과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꺼야. 할 수 있는 한 머리를 써서 어떻게든 맞혀 봐. ······나는 에너지의 해결을 시도하러 갈테니까」
달리아는 되돌아 보지 않고 , 그대로언덕을 내려 어둠안에 사라져 갔다.
「············하아~. 한마디로 말해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하지 말고 움직이라는 거냐···」
시몬은 건네받은 슈트케이스의 열쇠를 열었다.
「···정말이지 이래서야 쉴 틈이 없네요···」
카네리아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상대의 움직임이 너무도 빠르게, 여기저기로 이동하고 있는 동안 로즈를 놓쳐 버려사, 지금은 혼자였다.
확실히 시몬이 말하는 대로, 베릴의 공격은 지극히 단조로웠다. 공격받는 장소와 타이밍마저 예측할 수 있다면, 공격을 튕겨내는 건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긴 해도, 벌써 100발 이상 튕겨내고 있으니, 과연 피로가 몰려 왔다. 한편, 베릴은 바닥이 없는 건지, 전혀 공격을 느슨하게 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물론 느슨해지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지만···.
「시몬?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야? 이 상태로 괜찮은 거야?」
인컴을 통해 몇 번째 인지도 모를 원망의 소리를 높였다.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할 수 밖에 없어」
「···정말 넌 언제나 그 따위로···」
노이즈 너머로 시몬의 시치미 뗀 응답에 카네리아가 고함을 치려고 하는 찰나, 바로 뒤에서 이상한 기색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갈라진 지면에 발이 걸려 무심코 자세가 무너졌다.
고개만 뒤로 돌린 순간, 세계가 하얗게 물들었다. 굉음이 고막을 찢고, 순간적으로 가드한 팔에 자갈이 날아와 때렸다. 굉장한 풍압에 몸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무심코 무릎을 꿇고 지면에 달라붙듯 엎드렸지만, 지면에 손톱자국을 남기며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보자, 거기에는 하얀 인영이 서 있었다.
「이런···」
베릴의 손바닥이 카네리아의 얼굴 바로 앞으로 쑥 내밀어지더니, 청백서 오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에너지 장벽으로 막는다고 해도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그 순간 그녀의 옆을 뭔가가 스쳐 날아거더니, 굉음과 함께 베릴의 몸을 날려버렸다.
잠시 후 모래 먼지 저 편에서 나타난 것은, 은빛으로 무겁게 빛나는 대포 같은 것을 어깨에 올리고 있는 시몬이었다. 상반신에는 특수한 장갑이 붙여져, 묘하게 딱딱한 복장이 되어 있었지만, 바이저를 올리자 언제나와 같은 긴장감 없는 얼굴이 나타났다.
「무사하냐?」
「···뭐, 일단은」
카네리아는 일어나서, 옷에 붙은 모래를 털었다. 목소리는 기운찼지만. 무릎이 흔들리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방심하지 마. 맞기 전에 바리어를 쳤기 때문에 본체에는 맞지 않았어. ···아무리 최고 제 2 우주속도 레벨의 초속이 나오는 레일암(Rail Arm)이라고 해도, 상당히 허를 찌르지 않으면 무리야.」
「레、레일 암우주ー속도」
「전자포······ 쉽게 말해 전기를 이용해 초고속 탄을 날리는 총이야. 반동이 심해서 관성 제동용 파워드슈츠(Powered Suit)를 장비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리고 우주 속도라고 하는 건··· 다음에 루피아에 설명해달라고 해라.」
시몬은 가슴과 어깨에 장착하고 있는 특수장갑(裝甲)을 두드리며 말했다.
.
「···좀 더 강력한 무기는 없냐?」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마. 이 이상이라고 하면 전술핵 정도 밖에는···. 너희들, 방사선에 약하지 않냐?」
그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 바이저를 되돌리고, 베릴이 날려가버린 방향으로 레일 암을 겨누고 시몬은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콰앙···.
연달아 두발, 굉음과 함께 장갑탄이 쏘아져 나갔다. 탄환은 충격파를 뒤에 남기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어째서 나같은 전투형이 아닌 남자까지 이런 짓에··· 이런 일은 괴력난신(怪力神) 여자들한테 맡겨 두면 좋을텐데 ···」
「누가 괴력이야···」
치잉···치잉···.
「···방금 소리, 뭐지?」
「···글쎄···」
시몬이 바이저의 투시기능을 이용해 앞을 주시했다.
「·········엎드려, 카네리아」
「에, 에엑···꺄아!」
시몬이 카네리아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억지로 몸을 바닥으로 숙이게 했다. 엎드린 두 명의 몸 위를 공기 저항으로 가열되어 하얗게 빛나는 탄환 두발이 굉음과 함께 지나갔다.
「···되돌려 보냈어.···」
「···과연 우리 상사. 적이지만 대단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우씨, 머리카락이 엉켜버렸잖아···. 빨리 손 떼」
「자, 잠깐, 손가락에 얽혀서···이건 이렇게···」
시몬이 엉켜 붙은 카네리아의 머리카락을 풀려고 했지만, 서둘면 서둘수록 더욱 엉켰다.
「···카네리아, 시몬···목표가 옵니다···」
상공을 날고 있는 루피아로부터 이어폰을 통해 연락이 왔다.
「아니, 그런 말 해줘봤자 이게···」
「아―이상한 데서 방해하지마―」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카네리아···」
하늘을 날고 있는 루피아는, 지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슬랩스틱코미디 같은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겠네요···」
시몬과 카네리아가 있는 위치에서 베릴이 있는 지점까지는 수킬로. 로즈는 베릴의 후방에서 공격을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두 명을 커버하러 올 수는 없다.
루피아는 지팡이를 치켜들어 영창을 시작했다. 하얀 빛이 루피아의 주위에 모이기 시작했다.
「에어···」
그 순간, 베릴이 루피아의 눈을 응시했다. 아니, 이 어두운 곳에서 수킬로 이상은 떨어져 있으니 정확하게는 얼굴을 향했다는 것밖에는 알 수 없었지만···, 루피아에게는, 그 의사가 없는 투명한 눈이 자신을 꿰뚫은 것처럼 느껴졌다.
「······」
베릴이 치켜든 낫에서 굉음과 함께 칠흑의 불기둥이 루피아를 향해 솟구쳤다.
당했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주문을 외우던 중이었기 때문에 에너지를 방어로 전환할 여유가 없었다.
루피아는 몸을 굳히며, 무심코 눈감았다.
쿠오오오오오옹···.
육중한 소음이 대기를 흔들었다···.
······.
그러나, 그 것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
루피아가 눈을 뜨자, 눈앞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것은 카네리아와 시몬이었다. 카네리아가 베릴의 검은 불길을 검에서 분출하는 불길로 튕겨내며, 그 카네리아를 거대한 대포를 짊어진 시몬이 한 손으로 껴안고 있는 형태가 되어 있었다. 아직 다른 한쪽 손이 카네리아의 머리에 달라붙어 있는 것은··· 카네리아의 머리가 좋아지게하는 뭔가의 주술일까.
「······루피아, 방심은 금물이야!」
「···감사합니다」
「······감사는 좋지만, 조금 이 머리카락 좀 떼어 주지 않을래? 이런 체중의 무거운 아가씨가 한 손에 붙어 있는 것은···. 아―, 카네리아, 지금은 발작 금지. 여기는 전장이야.」
「······알겠습니다···」
루피아는 시몬의 손가락에 엉켜 붙어 있는 카네리아의 머리카락을 풀었다.
「···풀렸습니다」
「큐-」
시몬이 손을 떼어 놓자, 카네리아는 맹스피드로 시몬에게서 떨어졌다.
「우우···헝클어졌다···」
「그거 굉장한데.」
시몬은 간신히 자유로워진 오른손을 흔들었다. 관성제어 기술은 중력 제어에도 응용할 수 있다. 시몬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그런 이치였다. ···그렇긴 해도 눈앞의 마법 소녀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보다 사정이 조금 바뀌었어. 에너지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 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에, 우선 무엇보다도 그녀의 행동 정지를 우선한다. 부탁할께, 두 사람 모두」
「너는?」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만 움직이는 계열이라.」
「 어째서 너는 언제나 그렇게 편한 일만···」
「······옵니다」
루피아의 긴박한 목소리에 시몬과 카네리아는 농담을 멈추었다.
지상으로부터 흰 죽음의 신이 비래 한다.
시몬을 감싸듯이 카네리아가 움직였다.
「너는 내려가 있어. 방해 되니까」
「······예」
거역할 이유는 없었다. 시몬은 전투공역에서 이탈했다.
시몬이 물러나자, 등 뒤에서 섬광과, 잇따른 폭음이 이어졌다.
뒤를 돌아보자 배후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느 샌가 로즈도 합류해 3대 1이 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발키리들 쪽이 밀리고 있다.
시몬은 바이저를 내리고, 조준을 맞추었다. 속도를 설정하고, 발키리가 베릴에게서 멀어진 것을 가늠한 뒤··· 레일 암의 방아쇠를 당겼다. 관성 제어의 영향으로 일순간 공간이 뒤틀리며, 시야가 일그러졌다. 굉음이 고막을 격렬하게 울렸다. 탄환은, 콤마세크의 차이로 베릴의 몸에 도달···터졌다.
···그러나, 시몬의 공격을 예측한 듯이 사격점에 두텁게 집약된 베릴의 에너지방벽은, 최고조에 달한 탄환을 무산 시켰다.
잔탄(殘彈), 8.
「···머리를 써라···고 해봤자, 이렇게까지 완력 대 완력의 세계가 되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아무래도 베릴은 시몬의 기색을 항상 감지하고 있어서, 자신과 시몬의 사이에 항상 바리어를 집약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는 맞을 리가 없다.
적어도 한 번에 두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면···, 이라고는 해도 무기는 한개 밖에는 없다.
시몬은 눈앞에서 전개되는 격전과 레일 암의 컨트롤 패널을 잠시 동안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툭 던지듯 이렇게 말했다.
「·········도박을 해 볼까」
말해놓고는 스스로 웃어 버렸다.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도박이 아니었던 것이 있었을 까.
시몬은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어렵네요···」
로즈는 약간 초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방어를 중시한 싸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치명상은 가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혀 피로를 느끼지 않는 베릴에 비해, 벌써 이전 베릴과의 싸움으로 인한 피로도 회복하지 못한 발키리 세명은 확실히 스피드, 집중력 모두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그 때, 이어폰에서 시몬의 목소리가 들려 왔.
「···로즈, 카네리아, 루피아. 미하지만 한가지 수를 쓰고 싶어. 협력해 줘.」
「···상관은 없지만, 쓸데없는 책략은 그만둬요.」
「···이대로라면 결말이 나지 않아. 놈에게 탄환을 박아 보겠어. 로즈와 카네리아는 전방 두 방향에서 베릴을 공격해서 놈의 시선을 끌어 줘. 그리고···」
시몬은 재빨리 세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여유는 없었다.
바람이, 미친 듯 춤을 추었다. 지상 수킬로미터 상공의 바람은, 계절에 비해 차갑고 강했다. 그러나 베릴에게 있어 지금이 언제인지, 이 바람이 이 계절에 비해서 차가운 것인지···그런 것들은 전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면,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과 하얀 달. 그것들조차 그녀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베릴은, 무표정으로 눈앞의 정경을 관찰했다.
어두운 어둠에, 인간이 떠올라 있다. 붉은 옷과 흰 옷을 입은 여자가 각각 한명씩, 전방에.
그리고, 후방에도 기척을 느낀다. 어쩌면, 녹색 옷을 입은 여자일 것이다···이 여자는 앞에 있는 여자들과 같은 편이다.
그녀들이 누구인지···베릴은 잘 몰랐다. 다만, 그녀들의 전투 능력 데이터는 풍부하게 갖추어져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아득히 상공 후방에 기척을 느꼈다. 나와 동족, 검은색 남자 한사람.
베릴은, 총수로서의 인격이 주입되기 전에 인격 전송이 정지되었기 때문에, 베릴로서의 기억과 인격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보유한 것은, 다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인격. 그 목적을 위해서 적을 말살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쓸 수 있는, 거의 무한이라고 할 수 있는 체력과 에너지.
···빨강, 초록, 흰색은, 방심을 하지 않는 한 자신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었다. 그러나, 검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무기··· 그것은 위험하다. 그 무기에서 발사되는 탄환을 회피하는 것이 최우선. 거기에 더해 빨강, 초록, 흰색을 말살한다. 검은색은 그 무기만 주의하면 단순한 잡어에 지나지 않는다. 그 무기의 특성에 대한 데이터는 있었다. 전자포. 직선, 초고속 공격. 탄환은 열두발 밖에 제조되지 않았고, 그 중 네발은 이미 소비되었다. 그 탄환의 질량은 미소했지만, 지금의 자신의 생체를 파괴하기에는 충분한 파괴력이었다. 그러나 그와 자신과의 사선(射線)상에 충분한 두께의 방어벽을 전개하면, 그 탄환은 휘발 한다. 문제는 없었다.
네 사람의 맥동을 느꼈다. 난폭한 숨결. 이마에 배어나는 땀. 크게 울리는 심장 뛰는 소리. 흥분과 공포에 빠진 생명의 박동. ···예전 베릴이라면 그들의 무력함에, 그리고 자신을 향한 공포로 무너질 듯한 인간들의 마음을 희롱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베릴에게는 그런 취향은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그녀가 가지는 무기질의 강함에, 빈 틈은 없다.
방어를 완벽하게 굳히고 상대의 체력을 조금씩 깎아낸다.
방위 인격이 계산하는 전략은, 단순했지만 그만큼 철벽과도 같았다.
···물론, 그 결과적으로, 그녀의 근원인 함선이, 주체 못한 방대한 에너지를 태내에서 토해내, 이 별 모두와 그녀 자신까지 불태워버릴 거라는 건,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현재의 전술 지침을 조금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고려해야 할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문득, 흰색과 빨강, 초록의 맥동이 변화했다.
···뭔가를 하려고 한다···.
흰색과 빨강의 앞에 에너지가 집결하고 있었다.
「···뇌신의 이름에 걸고, 내가 명한다··· 모든 걸 파괴하는 창뢰여, 나의 메이스에 모여 적을 멸하라···」
「···불꽃의 마검의 이름을 걸고, 내가 명한다···모든 걸 불사르는 지옥의 겁화여, 나의 검에 모여 적을 멸하라···」
이전보다 분명 거대한 에너지. 영창의 시간도 이전보다 길다.
베릴은 달빛에 빛나는 대겸의 칼날에 기함에서 전송 되어 오는 에너지량을 증대시켰다.
「···토르·스트로크!」
「···레비아탄·슬래쉬!」
창백한 플라스마와 다홍색 불길이 두 사람과 베릴 사이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지금까지의 공격보다 한자리수 이상 에너지치가 높았다. 단순한 에너지 장벽으로는 막지 못한다.
「···다크 플레어···」
검은 에너지덩어리가 베릴의 낫을 중심으로 퍼져, 해방되었다.
세사람의 에너지가 접촉한 순간, 굉음으로 대기가 울렸다.
찰나, 베릴은 검은 남자의 기척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상공에서 남자가 급강하하고 있었다. ···탄환을 발사할 생각일까.
베릴은 비어 있는 왼손에 에너지를 집약시켜, 남자와 자신 사이의 사선을 봉하기 위해 후방에 에너지 장벽을 전개시켰다.
그러나 일순간, 눈앞에서 불길을 마구 뿜어대고 있는 붉은 여자의 시선이 자신의 우측을 향했다.
베릴은 그 시선의 움직임을 따라 반사적으로 우측에도 에너지 장벽을 급속 전개시켰다.
장갑탄은, 베릴의 오른 쪽 겨드랑이에서 불과 20 cm 떨어진 부분에서 휘발되었다.
「···」
위험을 감지한 베릴은 맹렬한 스피드로 왼쪽 하늘위로 이동했다···.
콰앙···콰앙···. 레일 암의 소리가 그 후로 여러발, 작렬 했지만, 탄환은 허무하게 허공에서 사라져 갔다.
「···알아챈 건가···」
시몬은 원망스러운 듯 상공을 바라보았다. 부쩍부쩍 벌려지는 베릴과의 거리.
로즈와 카네리아의 공격은 물론, 시몬의 움직임도 미끼였다. 베릴이 시몬과 자신 사이에 장벽을 전개 하고 있는 사이에, 중력 제어장치를 달아 우측 공중에 띄워 둔 레일 암에 자동연사를 시킨 거였지만···.
「중간까지는 잘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것까지 눈치 채는 괴물을 상대로는··· 만사휴의인가?」
시몬은 턱에 손가락을 대고 신음소리를 냈다.
「···카네리아의 시선이 읽혀진 것 같습니다···」
「응?」
어느샌가 옆에는 루피아가 와서 시몬과 같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카네리아가 시선을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그쪽 방향으로 방벽을 쳤으니까···」
「···」
「···그···카네리아에게 뭐라고 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럴 생각은 없어. 그렇지만 정말로 괴물이야···이래서야···. 곤란한 데···」
「······침착하고 있습니다만···. 당신, 떨어지고 있어요?」
떨어지고 있는 것은 루피아도 같았다. 다만 다른 것은, 루피아는 언제라도 멈출 수 있지만, 시몬은 멈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중력 제어장치를 레일 암에 달아 버렸으니, 시몬은 지금, 자유낙하하는 중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도와 줘」
루피아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시몬의 목덜미를 잡았다.
「쿠억. 콜록, 콜록···. ······어이 좀 더 편하게 잡아 줘. 마음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다시 또, 떨어지고 싶습니까?」
「···아니요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루피아님. 내가 나빴습니다···. ···아, 카네리아, 미안한데 레일 암 좀 회수해 줘···」
상공에서는 로즈가 베릴의 공격이 다른 세사람에게 향하지 않도록 열심히 방어전을 하고 있었다. 카네리아는 마이크 너머로 시몬의 소리를 받아 불평을 토하면서 레일 암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잔탄은 몇 발이나 남아 있습니까?」
「···2발」
「···6발이나 낭비 했습니까.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이제, 그녀에게 그 방법은 먹히지 않아요. 굉장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튼, 진정해. 이미 수는 써 놨다.」
「······그것은···?」
「···그건 비밀이야. 뭐, 여기서 한번쯤은 나를 믿고 따라 와라」
근거도 없이 가슴을 두드리는 시몬을 지상에 내던지고 싶어지는 충동을, 가까스로 한숨으로 삼키면서, 루피아는 상공으로 되돌아왔다···.
···그 후에도, 베릴과 발키리들 사이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이미 발키리들에게는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착실하게 파상 공격을 가하다가 만일 틈이 생기면 시몬이 공격한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피로가 더욱 심해질 뿐이었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상당양의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져, 일방적인 방어전으로 몰리고 있다. 게다가 베릴은 한층 강고한 방어 포진을 짜고 있어 도저히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다.
「···라고는 했지만, 이제 어찌할 방법이 없는데···」
시몬은 살짝 시계를 보았다. 조금 전의 작전에서부터 한시간 이상 경과하고 있었다. ···조금 전, 루피아에게는 잘난 척하듯 말하긴 했지만, 그 수에 대해서는 그다지 자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나머지 두발의 탄환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다. 시몬은 레일 암의 쓸데없이 긴 포신을 원망하듯 바라보았다.
「···시몬···」
돌연, 이어폰에서 그리운 음성이 들려왔다. 달리아였다.
「! ···. 달리아냐?」
「아···조금 애먹긴 했지만, 어떻게든 에너지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쪽은 좀 어때?」
「···너의 노력에 의해 지구는 무사하게 된다고 해도, 우리들은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
「···무능한 녀석···」
달리아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전방의 싸움을 응시하고 있는데 이어폰에서 잡음섞인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시몬. 너의 결단이 필요해」
「?」
「···너, 정말로 이 별을 구할 마음이 있는 거야?」
달리아의 목소리는 묘하게 무거웠다.
「···그거야, 뭐, 음···, 관계방면과의 제휴를 꾀하면서 적절한 대처를 할···」
「······뭐 좋아.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을 때의 너의 얼굴을 믿겠어.」
「···?」
달리아와의 통신은 거기서 끊어졌다.
「···나쁜 예감이 드는데···」
그러나, 달리아에게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자신은 자신의 역할을 완수할 뿐이다.
시몬은 바이저를 내리고, 타이밍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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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본편이군요.
소라도 이래저래 곤란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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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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