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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6 690회 0건
하얀 옷자락이 수면 위로 떨어지며 배꽃같은 나신이 드러났다. 잔뜩 털을 세운 암고양이처럼 공주는 두 무릎과 팔꿈치로 엎드려졌다. 따사로운 한낮의 태양아래 토실한 둔부가 부끄럼도 잊은 채 쳐들려졌다. 그 둔부의 사이, 햇볕조차 감히 들지 못하는 여린 그곳으로 왕의 일부가 디밀어졌다.

“아윽...”

귀두가 꽃잎에 닿는 순간 공주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틀어 달아나려고 했다. 첫경험의 괴로움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왕의 막사에서 고통뿐이었던 그날 밤을 보낸 후 공주는 하루 밤낮을 걸을 수 없었다. 늙은 상궁들은 처음으로 남성을 받아들여 몸이 놀란 것이라 말해주었지만 어쨌든 그것은 괴로움뿐이었다.

“시, 싫어...”

잔뜩 찡그린 공주의 입술을 비집고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왕은 잠시 동안 석상처럼 굳어진 채 미동도 없었다. 조금 당황한 것 같기도 했고 좀 놀란 것 같기도 했다. 잠시 후 공주의 꽃잎에서 왕의 것이 멀어졌다.

“.......”

왕의 팔이 공주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공주는 무릎으로 일어선 자세로 뒤로부터 왕에게 끌어 안겨졌다. 등으로 단단한 왕의 가슴이 느껴졌다.

왕은 그렇게 한참동안 공주와 마치 한 몸이 된 듯이 그렇게 공주를 안은 채 가만히 있었다. 공주는 귓등으로 부드럽게 쏟아지는 왕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 후에는 등을 통해 규칙적으로 맥동하는 왕의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한참 후에는 왕의 호흡과 자신의 호흡이 맞춰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왕도 그러할 터이다.

귓등으로 쏟아지는 호흡은 마치 속삭임과도 같았다.

「그럴 필요 없어.」

“…….”

「나는 너를…」

“…….”

「……있으니까.」

공주의 볼을 더듬는 왕의 입술은 따뜻했다. 마치 조각해갈 모양을 상상하며 석재를 쓰다듬는 조각가의 손처럼 공주의 살결 위를 누비는 손길은 서두름이 없었다.

공주는 왕의 손길을 미치도록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과격했던 첫날밤의 그 일이 마치 꿈인 것처럼 왕은 애타게 공주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로 갔을까. 그 날 완강하게 날 밀어붙이고 소유한 그 밤의 사내는.

당신은 왜 그 밤과 틀릴까. 나는 그 밤의 당신을 기억하는데 이 남자는, 왜 틀릴까. 왜 그렇게 애처로운 손길로 나를 만지는 걸까. 그 밤처럼 나를 <범하면> 될 텐데.

“어째서…….”

감은 속눈썹을 적시며 떨어지는 눈물을 느꼈다. 눈물이 귓불을 타고 떨어지는 순간 공주는 무릎을 조금 벌렸다. 곧 왕의 손이 다가왔다.

- 왜 그렇죠? 당신은 왜 틀리죠?

보송한 체모를 깊게 파고들며 왕의 중지가 균열을 찾았다. 그 따스하고 아직은 메마른 균열을 따라 왕의 가운데손가락이 깊숙이 누웠다. 손바닥으로 보동한 둔덕이 눌리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왕은 천천히 손을 앞뒤로 움직였다. 균열이 부드럽게 부벼지며 공주의 몸이 파들, 떨었다.

“아….”

손가락은 보석 세공사와 같은 섬세함으로 균열 속의 분홍빛 돌기를 어루만졌다. 왕의 다른 손의 손바닥 아래에 감싸여진 유두가 발딱 일어섰다. 공주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며 달뜬 숨결이 새어나왔다. 균열을 따라 미끄러지던 가운데 손가락이 공주의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하악, 하는 교성과 함께 잠시 후 다시 햇볕 아래로 나온 손가락은 수정 같은 애액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엉덩이 사이로 왕의 것이 뿌듯하게 일어서는 것이 느껴졌다. 자꾸만 위로 튕겨 올라가려는 그것은 공주의 엉덩이 계곡에 막혀 마찰하고 있었다. 공주는 그것이 자유롭게 일어서도록 엉덩이를 조금 앞으로 당기며 아까와 같이 허리를 숙였다.

왕의 짙푸른 눈동자가 뜨거운 충동으로 흔들렸다. 맹렬하게 튕겨 오르는 자신의 것을 잡아 꽃잎에 슬슬 문지르자 공주의 가냘픈 몸매가 바르르 떠는 것이 눈에도 보였다. 그러나 지금 귀두 끝에 묻어나오는 것은 분명 여인의 몸이 사내를 위해 열렸을 때만 흘러나오는 애액이었다. 왕은 머리를 숙여 공주의 등줄기에 사랑스럽다는 듯이 입을 맞췄다. 공주의 몸이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한 팔로 공주를 지탱하며, 왕과 공주는 한몸이되기 시작했다.

“아음...으읍!”

공주의 손길이 비명이 터지려는 입술을 다급하게 틀어막았다. 마치 사타구니가 감전된 듯 세포 하나 하나가 저릿저릿 하며 다리의 힘이 풀리려고 했다. 첫날밤엔 느낄 수 없던 감각이었다. 왕의 것은 그날처럼 모든 것을 밀어붙이며 뻑뻑하게, 마치 종속시키듯이 그녀를 밀고 들어오지 않았다. 꽃잎을 부드럽게 벌리며 공주의 가장 깊은 곳을 점했다. 공주의 검은 머리카락이 꿈처럼 헐크러졌다. 우아한 호선으로 뻗은 눈썹이 아릿하게 찡그려지고 붉기가 앵두같은 입술이 알음알음 신음했다. 한겨울의 서릿발세운 난초처럼 새하얀 공주의 몸매가 무르익은 봄의 벚꽃과도 같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응, 하아...하아...하윽...흐응...”

보드라운 꽃잎이 애액으로 물들어 반짝였다. 내부의 주름들은 거칠게 날뛰는 왕의 것을 감싸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었다. 서로의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다. 더 이상 참기 힘들 지경이 되자 왕은 할딱이는 공주를 일으켜세워 반듯하게 누이고는 그 위로 쓰러졌다. 따사로운 태영볕에 흠뻑 젖은 화원이 가득 드러났다가 사내의 허리가 겹치며 가리워졌다. 그러나 그 화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사내의 가장 뜨거운 일부가 뿌리까지 삽입되고 있었다.

나긋한 허리가 활처럼 휘고 보드라운 수밀도가 찰랑거렸다. 땀이 송글한 그 몸을 왕의 시선이 샅샅이 훑었다. 마치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이미 그 내부를 점했음에도 공주를 향한 갈망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왕의 허리운동이 격렬해졌다.

“하윽, 읏, 읏, 읏, 읏, 읏…!”

깍지낀 서로의 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끼며 왕은 박차를 가했다. 서로의 살이 격렬하게 마찰하면서 꽃잎 주변의 여린 살갗이 파도쳤다. 공주의 내부가 파르르 떨리면서 곧 다가올 절정을 알아챈 듯 가쁘게 수축했다. 잠시 후 공주의 팔이 왕의 몸을 꼭 끌어안고 그녀의 몸이 물 밖으로 끌어올려진 인어처럼 파드득 떨었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공주의 여린 몸을 감싸안으며 왕은 그녀의 내부에서 화려하게 폭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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