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기선제압
"신중하셔야 합니다."
"어허!현재 동부군이 참패한 것을 못 들었소?이제 본인에게 조국의 운명이 걸려 있는 판국에 이 한몸을 아낄수 없소이다."
조공이지만 적에게 얕보이면 안된다는 판단하에 조공을 맡은 로키안 4,7군을 따라온 로키안에서 8써클마스터 텔레마코스다음가는 마법사인 7써클마스터 그레고리는 령?차이튼의 고집이 웬지 불안했다.
이쪽에서 아크가 이끄는 유리아군과 차이튼이 이끄는 로키안군은 모두 조공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아크의 군대는 뜻밖에 로키안영내로의 전진을 계속해왔다.
발렌타인은 이것을 알고 차이튼에게 1개군을 더 지원해 아크의 부대를 격파하기로 하고 차이튼에게 3일만 기다리라고 전해왔다.거리상의 문제로 유리아군은 이쪽에 지원을 하려면 아무리 강군이고 행군속도가 빠른 유리아군이라도 5일은 걸리지만 로키안은 이틀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곳의 사령관인 차이튼이 "현재 발렌타인경의 군대는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어 재편성에 시간이 걸리는터에 이곳에 지원군까지 보내면 그쪽에서 대치하고 있는 유리아군에 약점을 보인다.현재 이곳의 아군만으로도 전면의 적들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으므로 기필코 적을 단독으로 무찔러 조국을 구해보이겠다"며 지원을 거부한 것이었다.
얼핏 발렌타인을 위해주는 말같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원래 발렌타인에게 제국원수자리를 빼앗긴 차이튼은 발렌타인을 미워하고 있던 차에 그가 세운 작전이 실패하고 뒤로 물러나자 내심 고소해하면서 그의 실패를 과장하고 싶어한 것이다.발렌타인은 비록 패배했지만 정예전력은 온전하게 포위망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차이튼은 애써 발렌타인의 패배를 부풀리고 이기회에 자신이 아크를 무찔러 전공을 독점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법사 그레고리와 차이튼의 부장인 7군사령관 에른하임은 이쪽의 우위를 확신할수 없었다.
이쪽은 40만이고 현재 파악된 적의 병력은 대충 27만정도지만(유리아 정규군 20만,힛타이트출신 경기병5만,엘프1만,드워프1만,호빗등의 기타이종족 3천) 로키안군의 경우 동맹국 다키아와 하리만에서 파병한 병력이 절반에 달해 병력의 정예도가 떨어지고 통제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거기다 전통적으로 유리아군은 동방의 군대보다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편이다.
결국 발렌타인은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지원군으로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3개사단 12만명의 병력을 이곳으로 출발시키고 차이튼에게 함부로 공격하지 말라고 했지만 차이튼은 그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이 이끄는 부대만을 거느리고 아크를 공격하기 위해 나서고 말았다.
"기필코 발렌타인 그놈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말겠다."
자신의 부하이면서 과거부터 검에서도 지략에서도 뛰어났던 발렌타인을 질투해왔던 차이튼은 발렌타인이 자신의 원수자리를 빼았자 증오심에 불타고 있었다.
그는 현재 아크황제의 옆에 가장 무서운 9써클 마스터가 한명도 없다는 것에 자신을 가지고 9써클 마스터만 없다면 마법전력은 대등할테니 이번기회에 꼭 큰 공을 세워 발렌타인의 체면을 뭉개주겠다고 다짐했다.
차이튼의 계획은 동맹군의 지원병력중 하리만이 지원한 기병으로 구성된 용병부대였다.보통 거의 보병으로 구성되는 용병부대와 달리 중계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획득한 국가인 하리만이 파견한 10만의 용병들은 5만정도의 보병은 질이 떨어지는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나머지 5만이 기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거기다 장비들도 모두 국가에서 구입해서 지급한것이라 질이 기병부대만은 각국의 정식 중장기병들에 뒤지지 않았다.다만 주로 용병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마나를 사용할줄 아는 기사들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어쨋든 로키안의 기병과 또다른 동맹국 포워르에서 보내온 병사중의 기병들과 합치면 기병전력이 자그마치 8만에 달했는데 통상 기병:보병의 비율이 1:9로 편성되는 대륙의 편제와 비교하면 기병비율이 대단히 높은 셈이었다.
원래 유란대륙의 전술은 처음에 기사단대결,중장기병간의 대결로 승부를 보고 승리한쪽의 기병과 기사들이 상대방의 보병을 정면공격해서 타격을 주면 보병이 결정타를 가한다는 단순한 패턴의 전법이 지배했는데 아크의 아버지 얀은 약간의 기병과 정예보병으로 상대방의 정면공격을 막아내 상대방의 움직임을 멎게 하고 주력기병대로 적군의 측후방쪽으로 우회해서 결정타를 가하면서 포위섬멸전을 펼치는 전법을 도입하면서 전장에서 기병의 응용방법에 융통성이 많아졌다.설사 마법전력이 대등할 경우 전체병력에서 열세더라도 상대방의 주공을 어느정도 견딜수 있는 정예보병이 있다면 상대방의 급소를 찌를수 있는 기병전력을 잘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전황을 유리하게 바꿀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여년전의 얀대제의 대륙통일전쟁시도에서 이런 전법을 보았음에도 로키안군은 자국의 보병전력의 정예도가 떨어지는 등 여러가지 요인(1부9장참조)으로 이런 전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는데 뜻밖에 차이튼이 이런 방식의 포위전을 계획한 것이었다.
차이튼의 계획은 칸슬강상류에 위치한 네푸르평야에서 가장 앞에 하리만의 기병을 제외한 용병으로 구성된 보병부대 5만을 배치하고 다시 그 2선에 포워르군과 로키안군으로 구성된 본대병력 27만을 배치한 다음 우익에 기병 8만을 전부 배치하고 현재 칸슬강을 따라 동진해오고 있는 아크의 군대를 맞아 일부러 현재 가장 약체라고 할수 있는 하리만군의 용병들의 보병부대가 아크의 군대를 맞아 싸우면 틀림없이 패할 것이고 전면의 병사들이 약세를 보이면 현재 빠른 진군에 욕심을 보이고 있는 유리아 황제의 군대는 틀림없이 우회기동같은 생각을 안 하고 전면에 전력을 집중시켜 빠른 진군을 시도할 것이고 그러면 그 뒤에서 앞서 용병들보다 개인전투력에선 떨어지지만 군대로서의 조직력은 강한 보병들이 나타나면서 유리아군을 붙들어 매는 사이에 기병전력이 우익에서 적들을 우회해서 포위섬멸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유리아군처럼 보병으로 정면의 적을 붙잡아두고 기병이 우회해서 타격을 가한다는 작전을 로키안군이 해오지 못한 것을 성공할수 있다고 차이튼이 자신한 것은 병력이 우세하지 않은데도 계속 진격해오는 아크의 기세로 봐서 이쪽이 약세를 보이면 계속 정면으로 공격해올 것이고 여태 로키안군은 보병이 허약해서 그런 전술을 흉내랠 경우 아군기병이 기동할동안도 제대로 버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유리아군의 앞에 희생물인 용병들을 들이댔기 때문에 그들이 패하는 만큼 적군을 더 오래 잡아 둘수 있고 용병들과 전투를 벌이느라 나타난 본대가 어느정도 버틸수 있다는 것이 차이튼의 계산이었다.
"좋은 작전입니다만 세심함이 부족합니다."
로키안 7군 사령관으로 부장격인 에른하임후작의 반대에 차이튼공작은 눈쌀을 찌푸렸다.원래 에른하임은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상관의 실수를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버릇때문에 능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다가 그의 능력을 아낀 발렌타인의 호의로 군사령관까지 승진한 사람이라 발렌타인을 싫어하는 차이튼은 이사람에 대해서도 좋아하지 않았다.
"뭐가 문제라는 거요?어디 들어 봅시다."
"첫째,유리아 황제가 단순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데 전략의 기본이 잡혀 있습니다.황제는 비록 어리지만 이미 18세때의 전투에서 훌륭한 지휘를 보였고 작년에 이미 나라 두개를 병합해서 군사적 능력을 보였습니다.그를 얕보고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합니다.둘째,하리만의 보병 용병들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전투에서 앞선부대가 꺾이는 것을 보면 부대의 기세에 문제가 생깁니다.게다다 그들을 단순히 소모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용병부대장들은 아예 작전회의에 참가시켜주지도 않아 부대간의 의사교감에 문제가 있습니다.작전을 만일의 사태가 생긴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유연성을 둘 여지를 두지 않으면 돌발상황이 생겼을때 대처가 곤란해집니다.셋째,기병전력을 우리가 우세하다로 평가하셨는데 유리아군에게는 정규의 중기병 2만외에 유목민경기병 5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만의 하나 기병전이 벌어질 경우 우리가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넷째,아군기사단은 유리아황제의 대륙최강의 기사단이라는 레드드래곤과 블랙드래곤보다 헐씬 열세합니다.다섯째,유리아군이 전력에 열세하다지만 만약의 경우 그들은 저쪽에 9! 써클마스터가 있습니다.만약 내일전투전에 순간이동주문으로 소드마스터나 9써클 마스터가 이곳으로 보내진다면 어쩌시겠습니까?여섯째,기병으로 우회해서 적들에 대한 포위망을 완성하려면 마나를 사용할줄 아는 기사들의 숫자가 많아야 하는데 기병의 숫자는 많더라도 그건 안되는 줄 아시잖습니까."
대륙의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각국이 군사력증강에 열을 올렸지만 검에 마나를 실을수 있는 기사와 마법사만큼은 무조건 늘릴수 있는 게 아니다.비교적 그런 기사들이 동방보다 많다는 유리아도 대규모로 병력을 늘리면서 원래 1개사단에 백명씩은 배치하게 되어 있는 기사들의 숫자가 1개사단에 50명미만으로 떨어졌다.동방국가들은 원래 유리아만큼 기사숫자를 채우지 못했는데 현재는 1개사단에 20명정도를 가까스로 배치하고 있는 판이었다.마법사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유리아에서는 지휘관급외에는 굳이 기사들을 사단단위로 묶어 두지 않고 아예 마나를 사용할줄아는 기사들을 기사단단위로 따로 묶어 두어 군단위에서 통제하다가 작전시 필요한 단위에 기사들을 배분하거나 집중운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지금 진군해오고 있는 유리아군에는 원래 군에 배속되는 기사단을 빼고도 황제의 근위기사단인 최상급기사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레드,블랙드래곤의 양대기사단이 있다.과연 기병의 숫자만 많다고 아군기병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릴수 없다는게 에른하임의 생각이었다.
마치 자신을 비웃는듯이 조목조목 따지고 드는 에른하임을 빈정거리는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차이튼이 물었다.
"그래?그럼 어디 당신이 이 전략을 세심하게 수정해보시오."
저런 태도를 보이면 열받았다는게 뻔히 보일만도 하건만 에른하임은 전혀 망설임없이 자신이 생각한 바를 털어놓았다.
"먼저 유리아군을 굳이 네푸르평야에서 맞서지 말고 이틀정도 더끌어들여 후방의 고르키안요새근처까지 진군하게 하십시오.굳이 어렵게 보병으로 저들을 잡아두는 것보다 우리는 기병과 정예병력 일부를 후방에 배치해두었다가 그들이 요새공격을 하도록 끌어들인후 원군과 힘을 합쳐서......"
"닥쳐라!이놈이 알고 봤더니 발렌타인과 전공을 나눠갖자는 속셈이구나.그럼 이틀이나 적군이 앞으로 더 진군해하게 놔둬서 조국의 대지를 적군의 말발굽아래 P히게 하도록 놔두잔 말이냐?네놈은 겁이 나면 고르키안 요새에서 기다리고 있어라.내일 내가 승리하면 네놈을 그냥두지 않겠다!"
회의는 결국 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그레고리가 다가와 쓴웃음을 짓고 있는 에른하임을 위로했다.
"설사 9써클 마스터라고 해도 순간이동주문을 사용해서 이곳까지 사람을 보내면 주문의 후유증때문에 보내진 소드마스터도 전력을 발휘하긴 힘들겁니다.거기다 그쪽의 견제도 있어야 하니....."
"과연 그들이 그쪽에 9써클 마스터3명,소드마스터3명을 꼭 전면의 우리방어선쪽에 묶어 두어야 할만큼 다급하다고 생각하시오?"
에른하임의 반박에 그레고리는 할말이 없었다.동부의 로키안군은 소드마스터2명 8써클 마스터와 7써클 마스터1명이 거기 있을 뿐이니 유리아군이 마음먹으면 소드마스터나 9써클 마법사중 한명을 이곳으로 보낼 확률은 충분했다.물론 이것이 평범한 지휘관들간이라면 쉽게는 이루어질수 없다.자기부대의 가장 강력한 전력을 쉽게 보내줄리가 없지 않은가?하지만 이곳으로 쳐들어오는 유리아군 지휘관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제국의 1인자인 황제다.황제가 보내라는데 거절할수 있을까?하물며 그중에 절반이 자기 부인인데?(아그네스는 공식적으로 황제의 여인인줄 모른다,다만 동맹인 엘프들의 장로로서 참전하고 있는 것일뿐이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차이튼공작께서는 유리아황제를 얕본다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발렌타인공작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만 몰두해서 저런 전략을 짠 거요.개인적인 감정을 작전에 개입시키면 이미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거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는 그레고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좀더 해댄 에른하임은 그에게 당부했다.
"만약의 경우 불리해지면 공작을 잘 달래서 물러나게 하시오.아직은 초전이요,여기서 우리가 자살돌격을 할 이유는 없단 말이오."
그레고리는 그래도 현재 병력수에서는 자신들이 위인데 너무 에른하임이 비관적으로 본다고 속으로 생각했다.현재 가장 강력한 적군의 마법사는 노라스후작,그레고리와 같은 7써클 마스터이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자신을 애써 다잡았다.
다음날 네푸르 평야에 포진을 마친 차이튼공작은 들어오는 보고에 매우 기뻐했다.자국의 영토안으로 깊숙이 진군해오고 있는 유리아군의 배치를 상세한 부분까지는 알수 없어도 비교적 많은정보를 숨어 있는 첩자들이 마법통신아이템으로 보고하고 있었고 현재 유리아군의 배치는 선봉에 힛타이트기병 2만이 나서고 그 후방에서는 중기병 2만이 선두에 선 유리아 5군이 따라서 진군하고 있으며 그외에 힛타이트기병 3만이 엘프사단과 함께 본대와 좀 떨어져서 뒤쪽에서 진군하고 있는데 소드마스터나 9써클마스터의 합류는 없다는 것이다.
"알겠지?유리아군이 전면공격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너는 기병을 이끌고 적군의 주력의 측면으로 파고들어서 결정타를 먹이는거다."
"명심하겠습니다.아버님."
차이튼은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로 세명의 아들중 가장 재능을 신임하고 있는 애크쉬남작에게 이번전투를 결정지을 우익의 기병의 총지휘를 맡겼다.
드디어 지평선너머에서 유리아군의 선두를 맡은 경기병대가 나타나자 로키안군의 선봉을 맡은 용병대장 도크만이 돌격명령을 내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돌격!저놈들은 갑주도 제대로 안 갖춰 입은 놈들이다.말을 타고 있다고 무서워하지마라!"
"와아아......"
용병들답게 제각각 틀린 자신만의 병기를 휘두르면서 사나운 기세로 돌진해 들어가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함께 돌격하는 도크만의 심사는 영 좋지 않았다.
"젠장할!로키안의 돼지새끼,우리를 소모품처럼 이용할 생각이라니....."
원래 자국의 군대보다는 안 좋은 취급을 받는게 보통인 돈으로 고용된 용병이라지만 차이튼이란 자는 도크만을 아예 작전회의에조차 참석시켜 주지 않고 다짜고짜 자신이 이끄는 부대로 유리아군의 선봉과 맞서서 "싸워볼만큼 싸워보고 후퇴하라"라는 어정쩡한 명령을 내렸다.
"도대체 기병한테 보병이 돌격을 하라고 해?아예 자살하라고 할 것이지."
기병부대를 보병이 공격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노릇이다.하지만 용병들은 어차피 유리아군을 방어준비를 잘 하고 있는 본진까지 끌어들이면 된다는 생각에 차이튼은 거의 용병들이 패배할수밖에 없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지시를 받은 도크만은 펄펄 뛰었지만 전시에 명령위반은 즉결처분이라는 차이튼의 기세에 따를수밖에 없었다.도크만은 조금만 싸워보고 금방 후퇴할 생각이었다.
"어?"
말위에서 소나기같은 화살을 퍼부으면서 무서운 기동성을 보인다는 악명과 달리 힛타이트출신 경기병들은 뜻밖에 조금 화살을 쏘아 대다가 보병들이 돌진해들어가자 가까워지기 전에 화살을 쏘면서 후퇴하기 시작했다.거의 자살돌격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도크만은 여기에 기운이 솟아 병사들을 다그치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로키안군지휘부는 당황했다.애초에 저들은 패해서 유리아군을 자신들이 방어준비를 잘하고 있는 곳까지 적들이 자신있게 밀고들어오도록 방심하게 만드는 역활인데 저들이 전진해버리니 애초의 작전계획이 물거품이 된것이다.
"전군 전진하라.기병대도 우익에서 공격개시한다."
"안됩니다!적군의 유인전술일 확률이 많습니다.여태 정보부에서 보고해온 바에 따르면 과거 힛타이트의 기병들은 유인과 기만의 달인들이라고 했습니다."
차이튼이 용병들을 따라 전진명령을 내리자 어제의 면박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라나섰던 에른하임이 펄쩍 뛰었지만 차이튼은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저들이 과거 유인과 기만전술에 성공했던 것은 전원 기병으로 이루어져 기동성이 탁월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20만의 보병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네,우리의 우익기병들이 우회에 성공해서 상대방을 포위하고 우리가 전면에서 압박하면 그들의 기동력이 대단해도 그걸 발휘할만한 공간을 주지 않고 반대쪽이 강에 막혀 있는 유리아군을 압박해서 전멸시킬수 있네."
"그러려면 우리병사들이 전방의 유리아군을 압박할수 있을만한 돌격력을 보여야 하는데 기병의 대부분을 우익에 배치한 이상 전면에서는 돌격력을 발휘할수 없습니다!그리고 우리 보병은 미리 설치한 장애물없이 기병의 돌격을 견뎌낼만한 수준이라고 볼수....."
"닥쳐!"
분을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들고 에른하임의 목에 들이댄 차이튼이 씩씩거렸다.금방이라도 그의 목을 벨 기세였다.
"공작각하!진정하십시오!"
옆에서 그레고리와 지휘관들이 만류하자 칼을 내린 차이튼은 에른하임을 고르키안 요새로 돌아가라고 명령하고 전군을 전진시켰다.
8만의 기병을 이끌고 돌격해 들어가는 애크쉬는 자신에 차있었다.유리아군의 중기병은 전면에 있고 거기다 가장 무서운 소드마스터인 아크황제와 기사단들도 전면에 집중해있다니 자신의 기병들이 측후방에서 날리는 결정타를 막기는 힘들것이라고 자신했다.만약 포위섬멸전에 들어가면 운좋으면 유리아황제를 사로잡는 대공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경기병대 출현입니다!"
"일부병력으로 견제하면서 계속 전진해라!"
반대쪽에는 강을 끼고 전진해오는 유리아군이라면 어차피 공격해올 측면이라면 이쪽이라고밖에는 예측할수밖에 없는 것,어느정도의 견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애크쉬는 그대로 돌격력을 잃지 않고 적군후방으로 돌진하려고 했다.하지만 유리아군 본대의 후방에서 나타난 경기병들의 실력은 예상밖이었다.
"크헉!"
"으아악!"
본대와 따로 후방에서 전진해오던 3만의 힛타이트경기병들의 화살의 위력은 대단했다.도대체 말을 달리면서 저런 강궁을 당길수 있다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두꺼운 중기병의 갑옷조차 퍽퍽관통하는 화살의 위력에 굴러떨어지는 기병들이 점점 늘어났다.
"젠장!어린 놈이 돌았나?이렇게 화살이 쏟아지는데 무조건 앞으로만 나가라니 뭔소리야?나를 따라라.저 기병들부터 먼저 처치한다!"
용병들의 기병대를 맡고 있는 영병대장 포르코가 옆에서 날아드는 화살을 무시하고 전방으로만 돌진하라는 애크쉬의 명령에 신경질을 내면서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경기병대에게 달려들었다.적이 달려들자 힛타이트기병들은 맞서지 않고 피하면서 화살만 날렸다.포르코는 그런 경기병들을 끝까지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 바보,돌아오란 말이닷!"
애크쉬는 분통을 터뜨렸지만 용병들은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보병과는 입장이 달랐지만 용병들을 무시하고 대장급을 작전회의에도 참가시켜주지 않았던 수뇌부에 불만이 많았던 용병대장 포르코는 쌓인 감정때문에 그의 지시를 제대로 듣지 않으려고 들었다.포르코를 따라 용병들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자 애크쉬는 당황했으나 남은 기병 3만을 이끌고 계속 후방으로 돌격해 들어갔다.비록 절반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유리아군도 기병을 전면에 집중시키고 있으니 이정도로도 후방에 타격을 가할수 있다고 믿었다.
"장군,전면에 보병들이 출현했습니다!"
부장의 외침에 전방을 확인한 애크쉬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바로 드워프부대였다.
"흥,아무리 억센 드워프라도 기병이나 궁수들의 보조도 없이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거냐?P아버려라!"
과거 로키안기병은 드워프+기병 또는 드워프+엘프궁사의 콤비플레이를 펼치는 유리아군에 혼쭐이 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눈앞에 보이는 건 드워프들뿐이었다.약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하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숫자도 1만정도로 자신들보다 적은 소수의 병력이었다.
"뭐냐,저 웃기는 꼴은?제 키에 어울리지도 않는 무기들을 쓰는 꼴이라니....."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소드익스퍼트의 우수한 안력으로 드워프들의 무장을 확인한 애크쉬는 코웃음이 나왔다.드워프들은 2개의 부대로 자신들의 양측에서 압박하듯이 다가왔는데 사용하는 무기는 드워프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도끼가 아니라 끝에 창날이 달리고 도끼와 갈고리가 양옆으로 달린 헬버드였다.가뜩이나 인간보다 키가 작은 드워프들이 5미터에 가까운 헬버드를 머리위로 치켜들고 등을 맞댄채 원형진을 치고 있는 모습에 웃겨 보이지 않을수 없었다.마치 고슴도치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그러나 애크쉬는 선두가 드워프군과 맞부딪힌순간 만만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는 것을 순식간에 알게되었다.
"크윽!"
"으아아!"
기병들이 다가오자 드워프들은 억센 팔힘으로 길다란 헬버드를 휘둘러 말위의 적을 후려쳐 갑옷을 파괴하고 갈고리로 말에서 끌어내 버렸다.마치 고슴도치와 같은 대형은 쉽사리 기병들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텼고 기세가 줄어든 기병들에게 그대형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드워프부대는 마치 맷돌로 곡식을 가는 것처럼 기병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오호,이거 꽤 쓸만한데 그래."
처음에 아크가 자신들의 키의 서너배가 넘는 헬버드로 무장을 바꾸게 했을때 드워프사단의 책임자 머시로프는 불만이 많았다.인간들에게 동쪽에서 시달리다가 그런 자신들을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하던 동족들을 원망하고 노예로 잡혀가서 죽음을 당한 아들의 복수를 위해 20년전 유리아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유리아군에 들어왔지만 유리아군은 드워프의 전통적인 무기에 대해서 별로 간섭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길다란 헬버드로 드워프들의 무장을 바꾸라는 명령을 내리자 처음에 드워프들은 거부햇지만 직접 드워프사단을 찾아와 설득한 황제의 정성에 일단 써보기로 했는데 뜻밖에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드워프는 자신들의 신체조건에 어울리지 않을 듯 하던 헬버드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지금 보병단독으로 기병들을 압도하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기사들이 앞장서서 저 진형을 깨라!어서!"
무서운 대기병위력을 보이고 있는 저보병대의 위력은 무기도 무기지만 저 고슴도치모양으로 밀집해서 틈을 보이지 않고 있는 진형이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애크쉬는 일단 저 진형을 흐트러뜨려야 저들을 무너뜨릴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사들을 앞장세웠다.돌격력과 높이에 의존하는 일반 중장기병들과 달리 마나를 검에 실어 무기를 강화하고 뛰어난 몸놀림을 보이는 기사들의 위력은 천지차이다.그들이라면 저 억센 드워프들에게 타격을 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드워프들의 고슴도치같은 진형속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한명의 여인이 기사들의 앞을 막아서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뭐,뭐냐?"
금발의 미모의 여인은 몸에 갑옷대신 급소를 방어하는 일부 보호대만을 장착했을 뿐 아주 간편한 복장이었다.전장에 여인이 왜,그것도 무장도 없이 나타났는지 의문을 감출수 없었지만 이미 목숨을 건 전장에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적의를 보이고 있는 존재는 베어버릴수 밖에,그러나 다음순간 여인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빛의 형상을 보면서 기사들은 입이 벌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 퍼석
- 쿠아악
여인의 주먹에서 뻗어나온 빛이 기사들의 갑옷조차 박살내버리면서 그들을 쓰러뜨리자 로키안군은 어이가 없었다.마치 소드마스터를 상대하는 것 같았다.
"타아앗!"
이번엔 기합을 내지르면서 마치 물찬제비처럼 박차오르면서 말위의 기사들위로 뛰어 올라 동시에 발차기로 세명을 동시에 떨궈버리자 말에서 떨어져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던 병사들은 헬버드의 세례를 받고 생명을 잃었다.보다못한 애크쉬가 검기를 일으키면서 덤벼들었다.하지만 익스퍼트 수준의 검기조차 빛에 감싸인 여인의 주먹을 맞는 순간 맥을 못 추었고 검날을 부러뜨리면서 날아든 주먹이 그의 투구를 박살내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것이 애크쉬의 마지막이었다.
"저럴수가....."
"말도 안돼!"
기사들이 겁을 먹으면서 주춤거리자 기세를 타고 덤벼든 여인이 기사들중에서 나머지 익스퍼트급 20명정도를 해치워 버리면서 기사들을 맨손으로 계속 해치우자 드워프들의 고슴도치진형이 덤벼들어 이미 기가 죽은 기병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학살당했다.
"피스트마스터,정말 대단하군."
머시로프는 맨손으로 기사들을 해치우는 실력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드워프들을 위협할수 있는 익스퍼트급정도의 기사들을 모조리 해치워버린 여인은 바로 맨손으로 소드마스터와 맞설수 있다는 피스트마스터 리사였다.오라블레이드와 맞먹는다는 오라블로우를 사용할수 있는 리사였지만 아테나와 아크에 비해서 외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그것은 피스트마스터라는 기술의 특이성때문이었다.검에 비해서 유란대륙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권법기술을 바탕으로 완성되고 오히려 수련에서 더 힘든 부분도 잇었던 피스트마스터는 소드마스터에 비해서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고 심지어 리사의 피스트마스터기술을 보면 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였다.리사도 굳이 자신과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행동을 함께 하길 싫어해서 인간군대와 함께 하는 것을 싫어했는데 뜻밖에 드워프들이 그런 리사의 기술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아 리사는 인간들의 군대보다는 주로 드워프부대와 함께 전투에 참가하곤 했다.드워프들은 사물을 편견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상화된 종족,그들에겐 소드마스터나 피스트마스터나 하나의 강자로 볼뿐이지 자신들이 사용못하는 기술이라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저번 힛타이트전과 오레? 耉팀鰥【??드워프들이 활약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그래서 각국의 정보부에서는 과거 아크의 대륙평화회담을 위한 여행시 실력자로 평가했던 리사였지만 과연 그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할만한 큰 전과가 없어 아테나나 사라등에 비해 비중을 낮게 잡을수밖에 없었고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이번에 쓴맛을 보고 만 것이었다.
자신들을 약올리던 경기병대를 쫓아간 용병기병대의 운명도 그리 좋지 못했다.정신없이 경기병들을 추격하던 용병대장 포르코는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정신없이 경기병대를 추격하던 자신들의 말은 어느새 지칠대로 지치고 가벼운 무장의 상대방은 쌩쌩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더이상 추격해봐야 무익하다는 것을 알고 병력을 후퇴시켰다.하지만 이쪽에서 약새를 보이자 힛타이트기병들은 이번에는 좀더 가깝게 근접하면서 화살을 날려댔다.말들이 지칠대로 지쳐 제대로 속력을 내지 못하자 포르코는 병사들을 이끌고 마침 가까운 곳에 위치한 네르폐숲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가 일단 화살을 피하고 잠시 휴식하기 위해 숲속에 몸을 숨겼다.그러나 그것이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크흑!"
"이,이건 지옥이야....."
바로 이곳은 아크가 진군하면서 쥬디와 샐리가 이끄는 엘프사단을 매복시켜 놓은 곳이었고 경기병대는 일부러 용병들을 이곳으로 몰아붙인 것이었다.뻑뻑한 숲속에서 인간보다 몇배나 잘 움직이는 엘프들은 사정없이 인간들을 해치웠다.거기다 동방에서 일찌기 가족들을 노예상들에게 잃거나 자신도 노예로 잡혔던 경험이 있던 엘프들로 주로 구성된 이들은 동방의 인간들을 증오해 살인에 전혀 망설임이 없는데다가 활이 아닌 엘프들이 보통 싫어하는 각종 흉기들도 능숙하게 익혀서 궁수로서만이 아니라 능숙한 살인기계들이었다.그래도 경기병들의 화살세례에서도 5~6천정도의 손상에 그치고 살아남아서 숲속에 피신한 4만이 넘는 용병들은 단 1만의 엘프들에게 숲속에서 완전히 도륙을 당했다.간신히 살아 남아서 숲을 빠져나온 병사들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목민 기병들에게 철저히 학살당하고 숲에서 나오자마자 무기를 아예 던져 버리고 땅에 엎드려 저항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인 몇백명만이 간신히 생포로 끝났다.
한편 자군의 기병들이 분쇄되고 있을무렵 경기병들을 쫓아가던 용병들은 경기병들이 갑자기 둘로 갈라지면서! 그속에서 나타나는 검고 ?은 두가지색깔의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을 발견했다.그 정면에는 푸른색의 갑옷의 젊은 기사가 있었다.
"돌격!"
레드드래곤과 블랙드래곤을 이끌고 돌격하는 아크는 엉뚱하게도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면서 투구속에서 입술에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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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장에서 너무 몸을 사려도 곤란하단 말이다.앞장을 서는 모습도 종종 보여줘야 부하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것이 통솔력에 무게를 더해준다.일단 전장에서는 병사들의 신뢰감이 전투력을 배가시켜......."
"자,잠깐요,분명히 저번에는 전장에서는 "군주가 너무 위험한곳에 몸을 내던져서 병사들에게 불안감을 줘서는 안된다,군주된 자는 몸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라고 그러셨잖습니까?그거하고 이거는 완전히 모순이잖아요?"
이해를 할수 없다는 표정의 아크에게 얀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음,모순인가 보군,그렇다면......."
"그렇다면?"
" "잘" 하는 수밖에 더 있겠냐?"
"네?!"
황당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아들에게 꿀밤을 한대 먹인 얀이 다시 설명했다.
"이녀석아,세상의 일들이 무슨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한가지 방법으로만 될 것 같냐?바로 그걸 상황에 따라 맞추는 게 융통성이라는 거 아니냐,나서서 감동을 주고 병사들을 힘나게 할수 있는 상황인지 자살행위인지 그정도는 구별해가면서 선택해야지,내가 네놈이 황제가 된다음에도 따라다니면서 설명해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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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경무장을 하고 이따금 화살을 날리면서 자신을 약올리던 경기병대신 갑주를 충실하게 갖춘 중기병들이 덤벼들자 가뜩이나 경기병들을 쫓아오느라고 숨이 차있던 용병들은 삽시간에 진형이 무너지면서 흩어졌다.무려 오라블레이드를 5미터나 끌어올린 아크가 무인지경으로 앞장서자 삽시간에 용병들은 사라지고 이번엔 그뒤를 따라오던 로키안군본대가 아크와 그뒤를 따르는 레드,블랙드래곤의 기사단과 중기병들의 공세를 받게 되었다.
본진은 달려드는 아크가 앞장선 유리아군 기병들에게 화살로 응수했지만 선두에 선 아크는 드래곤본제 갑옷인데다가 그뒤의 레드,블랙드래곤의 기사단들도 전부 드래곤본이 코팅된 갑옷을 걸치고 있어 화살정도론 전혀 상처도 주지 못하고 삽시간에 유리아군이 눈앞까지 도달해버렸다.
"저,저......"
그레고리는 기가 찼다.아무리 무적이라 불리우는 오라블레이드라지만 사실 그한계치라는 5~7미터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드래곤을 상대할때나 그러는 법이다.저렇게 오라블레이드를 극도로 끌어올리면 아무리 길어도 3~4분이 고작이었다.아크는 그런 오라블레이드로 적병들을 이삭베듯이 해치우며 마구 전진해오고 있었다.마치 전면에 아무도 없다는 듯 했다.
그레고리가 보다못해 마법으로 기사단을 견제하려고 했지만 원래 마법전력이란 비슷한 써클의 마법사들이 있을 경우 어느 한쪽이 대결보다는 그저 무력화에만 주력하면 전장의 넓은 범위를 위한 마법은 피차 위력을 발휘하기 힘든 법이다.그레고리와 대등한 유리아의 7써클 마법사 노라스가 계속 그레고리의 마법발동을 방해하고 있어서 그레고리도 어쩔수 없었다.
"흐흐,오히려 잘 되었소,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오라블레이드를 저렇게 무식하게 일으켰다가는 지치고 말거요.저렇게 과도하게 소모한 마나는 회복주문으로도 쉽게 회복할수 없지.그가 지치고 나면 조금 피해를 입더라도 우리 본진은 어떻게든 버틸수 있을거고 그 틈에 우리 기병이 타격에 성공하면 승리는 우리것이요."
잘되었다는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차이튼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크는 오라블레이드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면서 계속 전진해오고 있었다.
한편 전장에서 3일정도의 거리까지 유리아군이 아크의 지원을 위해서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었다.지원군은 8만의 병력에 사라와 소드마스터인 아테나,그리고 엘리자베스와 제시카가 끼어 있었다.
"이렇게 태평하셔도 되나요?"
제시카는 웬지 태연한 아테나와 사라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태도로 물었다.엄연히 열세인 병력을 이끌고 적진깊숙이 전진하고 있는 아크를 지원하려면 최소한 사라가 순간이동주문으로 부인들중 몇명을 보내주었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물론 순간이동을 막 마친 뒤라 힘을 전부 사용할수는 없겟지만 그정도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텐데.....
"글쎄......그 정도 병력열세는 별로 아크한테 위험이 안 될걸?실력은 제외하고라도....아,제시카,그 축복의 목걸이 인제 어떤 건지 잘 알지?"
"아,정력 목걸이요?"
제시카의 태연한 대답에 순간 아테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렷다.그래도 명색이 드래곤하트로 만들어진 세상에 둘도 없을 회복아이템인데.........(아테나는 물론이고 실제 이 목걸이가 만들어질때 보았던 루시조차 이 목걸이의 원래 목걸이가 "정력"용이라는 건 몰랐다-3부 외전 목걸이의 원래 목적편 참조)
"그,그래......어쨋든 그 목걸이말인데,그걸 사용하면 오라블레이드를 최고로 강하게 한시간쯤 휘둘러도 문제가 없을 걸 아마 드래곤이라도 웜금이 안 되었으면 아크를 당하기 힘들걸,브레스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이지스까지 있으니까....."
"저,저럴수는 없다!저건 인간도 아냐!"
차이튼은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전장에서 아무리 소드마스터가 위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한사람이 위력을 발휘할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그것도 상대방의 돌격에 최대한 오래 버티기 위해서 종대로 쭈욱 늘어선 진형을 아작을 내면서 중앙돌파를 해낸 아크는 차이튼의 생각대로라면 벌써 지쳤어야 하는데 아직도 싱싱하게 오라블레이드를 휘둘러대면서 중간에 있던 자신의 눈앞에 어느새 다가왔다.
"히익!"
마치 농부가 이삭을 베는 것처럼 오라블레이드를 휘둘러대던 아크가 차이튼의 눈앞에 나타나고 차이튼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공작각하!정신 차리십시오!"
"그레고리경....."
자신의 몸을 흔드는 그레고리의 손길에 차이튼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바로 위기의 순간 그레고리가 블링크(단거리 순간이동)주문을 사용해서 겨우 차이튼과 함께 유리아군의 기세를 피한 것이었다.하지만 그 사이에 전황은 돌이킬수없게 변해있었다.아크와 레드,블랙드래곤기사단을 앞세운 유리아군 기병은 로키안군진형을 완전히 돌파해 뒤쪽까지 뚫고 나가 이제는 거꾸로 로키안군을 포위하고 있었다.전면에서는 정예의 유리아군 보병이 완전히 진형이 무너진 동맹군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잭슨,스퍼그!"
차이튼은 아크의 검에 두쪽이 나서 죽은 아들들의 시체를 보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전쟁은 끝난것이나 다름없었다.병력손실을 좀 각오하면 평범한 병사들로도 소드마스터를 어느정도는 가로막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망상에 불과했다.
"시간이 없습니다.제가 순간이동주문을 준비하겠습니다.어서 이 전장에서 탈출하셔야 합니다."
7써클인 그레고리의 순간이동주문은 준비에 꽤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이렇게 된 이상 사령관인 차이튼이라도 피신시켜야만 했다.
"당신이나 가시오."
"네?"
이제 삶에 미련이 없다는 듯 차이튼이 중얼거렸다.
"저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후방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다면 둘째도 결국 실패했다는 것......자식들도 모두 잃고 돌아가서 기껏해야 발렌타인 그놈한테 비느니 여기서 죽고 말겠소!"
그말과 함께 차이튼은 말도 타지 않고 쳐들어오는 전방의 유리아군에게 뛰어들어 난전속에서 전사하고 말았다.그레고리는 결국 순간이동주문을 완성해 마법사와 고급기사 서너명을 겨우 구해 탈출할수 있었지만 이날 40만에 달하던 로키안-포워르-하리만군은 거의 전멸하고 말았다.후방에 있던 에른하임은 겨우 일부 탈출에 성공한 생존자들을 끌어모아서 고르키안요새에 틀어박혀 방어에 전념하고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지원군이 도착해서 방어태세를 정비할수 있었다.
원래 차이튼은 자신들이 유리아군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착각이었다.아크는 대정령사인 이리나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고 중급정도에 불과하지만 현재 인간들중에 유일한 정령을 소환할수 있었고 엘프사단에 속한 엘프들 역시 기본적으로 정령소환이 가능했다.
아크는 진군하면서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서 적군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거기다 그의 부대에 몇십명 정도 있었던 조인족들 역시 적군의 동태파악에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애초에 아크가 빠른 속력으로 진군한 것 역시 차이튼에 대한 도발이었다.아크는 차이튼이 발렌타인에게 원수자리를 빼앗겨서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성급한 태도를 보이면 차이튼이 발렌타인과의 경쟁심때문에 분명히 단독으로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일부러 병력의 일부를 후방에 남겨두어 병력이 분단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가 사실은 그들로 공격을 가해오는 적 기병들에 대한 함정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결국 정령들을 이용해서 적군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던 아크에게 차이튼은 완전히 농락당한 셈이었다.이후 로키안군은 일반적인 탐지마법에 대한 교란뿐 아니라 정령들에 대한 교란을 위한 주문역시 군사작전시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젠장......"
마법통신으로 모든 상황을 보고 받은 발렌타인은 어이가 없었다.결국 양쪽에서 모두 완패한것 아닌가?차이튼이 자신에게 품고 있던 악감정을 좀더 주의했어야 한다는 자책감이 몰려왔다.
<그 멍청한 인간이 조금만 더.....>
"아니,차이튼이 설사 좀더 현명하게 행동했다고 해도 힘들었어."
마법수정구로 들려오는 발렌타인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도 동의할수밖에 없었다.이번 전투는 작전도 작전이었지만 거의 소드마스터인 아크의 무력이 절대적인 승인이었다.
<자네가 벌써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쩌나,일단......>
"결론은 소드마스터와 마법전력을 우리도 더 강화하는 수밖에 없어."
<뭐?>
스파르타쿠스는 발렌타인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미 이 시대는 한시대에 두명 나오기 힘들다는 8써클 마스터와 소드마스터가 수두룩하게 나오고 5백년에 한명 나온다는 9써클 마스터까지 세명이나 있다.그런데 여기서 누굴 더 찾는단 말인가?
"텔레마코스경,일단 경이 말한 마법병단의 완성은 아직도 2달이나 더 걸려야 하는 거요?"
"예,원래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자들이라 시간이 많이 걸릴수 밖에 없었습니다.하지만 웬지 걱정이 됩니다.1병단은 몰라도 2병단은....."
"아,그건 됐소,어차피 사람이라면 쓰기 마련이지.그들로 9써클 마스터를 견제할수 있다는 건 정말 확실하겠소?"
"네,하지만 그 방법은 어차피 이쪽도 저쪽도 마법을 결국에는 못 쓰게 만드는 데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그리고 활용도에서도 비교를 할 수 없구요.그리고 말은 병단이지만 사실은 마법방해단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정도입니다."
"상관없소,어차피 마법전력에서는 우리가 열세일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양쪽다 못쓰는게 속편하지."
<아,저번에 말하던 그 계획말이군.하지만 소드마스터는?백년에 한명 나온다는 존재들이야.이미 이 시대에 6명이나 있는 걸로도 예전선배들이 알면 기가 찰걸?>
"이 시대의 소드마스터는 몰라도 백년전의 소드마스터라면 로키안에 한명,그리고 플로린에 한명있지."
마법수정구로 보이던 스파르타쿠스의 얼굴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다음에는 새파래지고 이윽고 경악에 찬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자네!설마,그 인간을 꺼내려는 건 아니지?>
"그래도 우리에게 소드마스터의 길을 열어준 사부나 다름없잖아.예의는 지키라구."
<자네 미쳤나!그 인간은 미친 놈이야,그 인간과 손을 잡느니 차라리 마계의 마족과 계약을 맺는게 더 나아!>
스파르타쿠스는 미친듯이 수정구에 얼굴을 들이대고 소리를 질렀다.아마도 마주보고 있었다면 발렌타인의 멱살이라도 쥐고 흔들었으리라.
"설사 마족하고라도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할걸세.이대로 힘없이 패하고 마느니."
발렌타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쏘아보자 스파르타쿠스는 대번에 기가 죽어 꼬리를 내렸다.그러나 애써 다시 한번 친구를 말리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그사람은 로키안황실을 미워하잖아?우리가 그를 꺼내주지 않고 다시 가둬버린것도 그것때문이고,그런데 이제와서 꺼내준다고 우릴 도와줄까?>
"물론 그는 로키안 황실을 미워하지만 백년전의 한사람은 더 미워하지,그리고 아크황제는 그사람의 손자고,최소한 아크를 쓰러뜨릴때까지만 한배를 타자면 설득할수 있을거야."
<좋아,그사람은 그렇다고 치고 플로린은 또 누구야?>
"헥토르"
<엥,그사람이 살아 있었단 말이야?>
스파르타쿠스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87년전에 죽은 걸로 기록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도 시체가 발견이 안 되어서 말이 많았지.이번에 우연히 엘프부락을 공격하던 노예상들이 그근처에 은거하고 있던 그와 만나서 시비가 붙었는데 3천명을 혼자서 전멸시켜버렸더군.그래서 행적이 발견되었어."
<하지만 살아 있다고 해도 비록 플로린 황족이라지만 그는 조국에 한이 워낙 많아서 따르지 않을 확률이 많을텐데.....차라리 이번에 명목상이지만 이종족들의 편을 들고 혼혈들에게 호의적인 유리아편을 들 확률이 더 많다구.난 오히려 불안한데?>
"그한테는 한가지 한이 있지,그한을 풀어주면 끌어들일수 있는데 그 멍청한 플로린 황실새끼들이 족보에 이름하나 올리는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뜸을 들여서 아직까지 포섭못햇을 뿐이야.전쟁의 승패가 거기에 달려 있다면 그 놈들도 더 체면에 매달리진 못 할 거야."
<그럼 그걸로 적에게 맞설수 있는건가?>
"아니,돈많은 메디아에 요청해서 용병들로 한 50만정도 고용해서 보내라고 하고 다른 나라에서 지원군들도 받아서 수적우위라도 갖춰야지."
<과연 적들이 그럴 시간을 줄까,설사 나라도 이미 승세를 잡았을때 쉴새 없이 몰아칠텐데?>
"그건......"
발렌타인의 설명을 전해들은 스파르타쿠스는 깜짝 놀라 다시 수정구를 붙들고 소리쳤다.
<신성교국을 이용하는 문제는 그렇다 치고!동맹국 두개를 버려 버리자는 말인가?>
"아,자네한테는 보고가 아직 안들어갔군,하리만은 이미 유리아에 항복했네.그러니 버릴 동맹은 하나지."
<뭐!>
"애초에 계집하나때문에 그지경이 된 나라는 별로 기대도 안 했네."
<그건 그렇지만 다키아는.....>
"흥,동맹국!"
갑자기 탁자를 후려치면서 무서운 표정을 짓는 발렌타인에게 스파르타쿠스가 기가 죽었다.검술은 스파르타쿠스가 뛰어났지만 이 카리스마만큼은 도저히 친구를 따라갈수 없다고 절감했다.
"이번에 다키아놈들은 고작 군자금 몇푼내고 병사들은 한명도 보내지 않았네,그것도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유리아와도 가까운 위치인데도 말야,지금 이 전쟁을 강건너 불로 여기고 있는 놈들은 동맹으로서의 가치가 없네!차라리 우리가 군대를 정비할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게 더 효과적이지.그리고 그놈들이 망하는 걸 보면 느긋한 다른 동맹자라는 놈들도 조금은 자극이 될걸세."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유리아군 수뇌부는 어이가 없었다.조금전까지만 해도 유리아군은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로키안군과의 초전에서 완승을 거둔데다가 하리만이 제풀에 항복함으로 해서 공짜로 인구천만의 국가하나를 피한방울 안 흘리고 먹은 것에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는데 신성교국에서 보내온 전갈을 가지고 온 한명의 신관의 통보에 이 분위기는 완전히 최악으로 바뀌었다.
"로키안에서는 인간의 한계이상으로 오라블레이드를 사용하신 황제폐하를 마족과의 계약혐의로 고발했습니다.거기에 대해서 폐하는 신성교국에서 파견한 이단심판관의 심사를 받으셔야 합니다.그리고 이단심판이 끝나시기 전까지는 군사를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그럴 경우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황제 폐하를 파문하시겟다고 하셨습니다."
장수들은 어이가 없었다.신성교국이 뭐길래 황제에게 그런 협박을 한단 말인가?일반적으로 신성교국이 동방국가들에게 약간 유리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거기다 그 세부사항이 문제였다.
"아 그건 마나를 보충하는 아이템덕분이었다고 하지 않았소!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마계하고 계약한 거요?이참에 대륙에 존재하는 뛰어난 검사들은 몽땅 마계와 계약했는지 조사해봐야 되나?"
"좋소,고발이 들어왔으니 그건 그렇다 칩시다.그런데 어째서 이단심판을 하는데 석달이 걸리니까 석달동안 전쟁을 중단하라는 거요?"
구스타프가 기막히다는듯이 물었다.물론 신성교국과 유리아와의 거리는 물론 석달 거리지만 중간중간에 전송마법진을 이용하면 최소한 사흘이면 이단심판관 몇명정도는 이곳까지 올수 있었다.그런데 신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웃음이 나올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앞으로 통신마법과 신관들이 사용하는 신성주문계열의 회복,정화주문을 제외하고는 신관들은 자연스러운 마나를 흐뜨러뜨리는 행위인 마법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교황님의 선포가 있으셨습니다.그래서 신관들이 마차로 이곳까지....."
"뭐가 어쩌고 어째?이 자식들아!니들이 뭔데!"
다혈질에 마법사인 시라니안이 마법을 비난하는 신관의 말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달려들자 지그프리트와 길모어가 그를 끌어안고 막사를 나섰다.하지만 다른 장군들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원래 처참한 마도문명의 멸망이후 300년의 암흑기를 거쳐 간신히 문명을 부활시켜 검세력을 시작한 인간들은 마법의 지나친 발달이 인간들이 멸망할 뻔한 원인이 되었다면서 마법을 멀리하고 검에 전념하고 신앙에 충실하려는 풍조가 생겨나 신관들의 권력이 과거의 문명보다 강해지고 심지어 마법이 마계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교단까지 나타났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들이 설치는 드넓은 유란대륙에서 마법을 배척하고 사는 것은 불가능해 신관들도 어느정도 마법사들과 타협하고 지낼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번에 카르베니안과의 결탁을 이유로 파문당한 전임교황에 이어 즉위한 바온3세는 이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앞으로 신관들은 마법사들과 파티를 맺으면 안되며 마법사는 마법을 포기한다는 맹세를 해야 신전안으로 들어올수 있다고 선포했다.
원래 독불장군들이 많은 마법사들은 신앙에 목매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하는 바온3세에게 반발해 대륙마법사길드는 현재 신관들과 엄청난 대립을 보이고 있었다.
"이보시오,저번 대륙평화회의때 폐하께서는 정령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셨소.마계와의 계약자는 5대계열정령을 소환할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오만."
로폴트후작의 말에 신관이 점점 험악해져가는 분위기에 겁을 먹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혹시 환상마법으로 눈속임이 있었을지도 모르니 고위신관의 신성주문으로 검사를 받으셔야 한다고 ......"
"달랑 고발하나만으로 제국의 황제폐하를 감히 마계와의 계약자로 몰아붙이겟다는 말이요?"
최소한 대륙평화회담때는 유리아의 황자였던 넥슨의 고발이 있었고 나름대로 상황증거로 제시한 것들이 있었다.그러나 이번엔 아무리 아크가 무서운 위력을 보여주었다지만 단지 그것뿐이었고 거기다 고발자도 아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아니었던가?통상 국가간의 분쟁에서 교단에서 일방의 편을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간의 일에 개입하는 형태가 되는 경우는 신성교국이라도 일처리를 신중히 하는 법이었다.하인리히가 이 일의 억지성을 주장했지만 신관의 말은 더 가관이었다.
"여태 이단자나 교리를 위반한 자들을 고발하는데 제한이 너무 많았다면서 앞으로는 일단 고발이 들어오면 이단심판관들이 무조건 심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신들 혹시 교황이 대륙전체의 황제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요?"
맥시밀리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비아냥거렸다.터무니없는 억지였지만 그렇다고 무시해버리기는 곤란했다.
물론 교황이 강권으로 아크가 마계와 계약했다고 선포한다고 해도 당장 대륙최강의 강대국인 유리아의 황제인 아크를 어쩔수는 없고 실제로 마계와 계약한것도 아니기에 시간을 들이면 무죄를 증명할수는 있겠지만 전쟁기간에 교단과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곤란했다.적들이 펼치는 흑색선전과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의 하나인 교단에서 하는 말은 무게가 틀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3개월을 기다리라는 것은 터무니없었다.이제 승세를 잡았는데 이런 일 따위로 적군이 재편성할 시간을 주란 말인가?거기다 현재 4월인데 3개월이 지나 7월이 되면 유란대륙에선 우기가 찾아와 많은 비로 인해서 공격하는 쪽은 공세가 힘들어지게 된다.한마디로 지금 3개월을 기다리라는건 싸우기 좋은 때를 완전히 까먹고 적들이 전력을 편성할 시간을 주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가간의 일이니 전제조건을 내세워야 하겠소."
아크가 수긍할 뜻을 보이자 막사안의 분위기에 살기비슷한 것을 느끼고 겁을 먹고 있던 신관은 죽다 살아났다는듯이 반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씀하십시오.폐하."
"첫째,신성교국에서 보낸다는 이단심판관은 우리가 조인족들을 파견해서 모셔오겠소,조인족의 비행속력이라면 신성교국에 도착하는데 3일,올때 이단심판관을 데리고 날아온다고 해도 5일이면 충분하오.그건 마법이 아니니 괜찮겠지?"
신관의 표정이 새파래졌다.조인족들은 말이 아니다.즉 그들이 신관들을 안아들고 날아오겠다는 말인데 대륙의 절반가까이를 횡단하는 장거리 비행을 그런 식의 초고속으로 몇일동안 했다가는 앞으로 신관들은 신성마법계열의 정화,회복등의 마법외에 마법과 관련되면 안된다는 교황의 명때문에 마법사들의 보호주문을 받을수도 없는 이담심판관은 그렇게 매달려오다가 죽을지도 몰랐다.
"둘째,전쟁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는데 그 중단은 공격행위에만 제한되고 만약 적군이 공격해올경우 그 제한은 자연스럽게 깨지는 거요.그 경우엔 신성교국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들고 있다고밖에 판단할수 없으니까."
그것은 정당한 이유라고 할수 있었다.
"셋째,이번은 처음이니 받아들이겠지만 앞으로 국가간의 일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일을 상대방국가의 고발만으로 신성교국에서 행할 경우 신성교국은 그일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하오."
"상응하는 보상"이란 표현은 약간 애매한 표현이었지만 통신으로 보고를 받은 교황은 이 제안을 수락하고 일단 유리아는 로키안군에 대한 공격을 잠시 중단했다.
"신중하셔야 합니다."
"어허!현재 동부군이 참패한 것을 못 들었소?이제 본인에게 조국의 운명이 걸려 있는 판국에 이 한몸을 아낄수 없소이다."
조공이지만 적에게 얕보이면 안된다는 판단하에 조공을 맡은 로키안 4,7군을 따라온 로키안에서 8써클마스터 텔레마코스다음가는 마법사인 7써클마스터 그레고리는 령?차이튼의 고집이 웬지 불안했다.
이쪽에서 아크가 이끄는 유리아군과 차이튼이 이끄는 로키안군은 모두 조공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아크의 군대는 뜻밖에 로키안영내로의 전진을 계속해왔다.
발렌타인은 이것을 알고 차이튼에게 1개군을 더 지원해 아크의 부대를 격파하기로 하고 차이튼에게 3일만 기다리라고 전해왔다.거리상의 문제로 유리아군은 이쪽에 지원을 하려면 아무리 강군이고 행군속도가 빠른 유리아군이라도 5일은 걸리지만 로키안은 이틀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곳의 사령관인 차이튼이 "현재 발렌타인경의 군대는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어 재편성에 시간이 걸리는터에 이곳에 지원군까지 보내면 그쪽에서 대치하고 있는 유리아군에 약점을 보인다.현재 이곳의 아군만으로도 전면의 적들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으므로 기필코 적을 단독으로 무찔러 조국을 구해보이겠다"며 지원을 거부한 것이었다.
얼핏 발렌타인을 위해주는 말같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원래 발렌타인에게 제국원수자리를 빼앗긴 차이튼은 발렌타인을 미워하고 있던 차에 그가 세운 작전이 실패하고 뒤로 물러나자 내심 고소해하면서 그의 실패를 과장하고 싶어한 것이다.발렌타인은 비록 패배했지만 정예전력은 온전하게 포위망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차이튼은 애써 발렌타인의 패배를 부풀리고 이기회에 자신이 아크를 무찔러 전공을 독점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법사 그레고리와 차이튼의 부장인 7군사령관 에른하임은 이쪽의 우위를 확신할수 없었다.
이쪽은 40만이고 현재 파악된 적의 병력은 대충 27만정도지만(유리아 정규군 20만,힛타이트출신 경기병5만,엘프1만,드워프1만,호빗등의 기타이종족 3천) 로키안군의 경우 동맹국 다키아와 하리만에서 파병한 병력이 절반에 달해 병력의 정예도가 떨어지고 통제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거기다 전통적으로 유리아군은 동방의 군대보다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편이다.
결국 발렌타인은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지원군으로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3개사단 12만명의 병력을 이곳으로 출발시키고 차이튼에게 함부로 공격하지 말라고 했지만 차이튼은 그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이 이끄는 부대만을 거느리고 아크를 공격하기 위해 나서고 말았다.
"기필코 발렌타인 그놈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말겠다."
자신의 부하이면서 과거부터 검에서도 지략에서도 뛰어났던 발렌타인을 질투해왔던 차이튼은 발렌타인이 자신의 원수자리를 빼았자 증오심에 불타고 있었다.
그는 현재 아크황제의 옆에 가장 무서운 9써클 마스터가 한명도 없다는 것에 자신을 가지고 9써클 마스터만 없다면 마법전력은 대등할테니 이번기회에 꼭 큰 공을 세워 발렌타인의 체면을 뭉개주겠다고 다짐했다.
차이튼의 계획은 동맹군의 지원병력중 하리만이 지원한 기병으로 구성된 용병부대였다.보통 거의 보병으로 구성되는 용병부대와 달리 중계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획득한 국가인 하리만이 파견한 10만의 용병들은 5만정도의 보병은 질이 떨어지는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나머지 5만이 기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거기다 장비들도 모두 국가에서 구입해서 지급한것이라 질이 기병부대만은 각국의 정식 중장기병들에 뒤지지 않았다.다만 주로 용병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마나를 사용할줄 아는 기사들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어쨋든 로키안의 기병과 또다른 동맹국 포워르에서 보내온 병사중의 기병들과 합치면 기병전력이 자그마치 8만에 달했는데 통상 기병:보병의 비율이 1:9로 편성되는 대륙의 편제와 비교하면 기병비율이 대단히 높은 셈이었다.
원래 유란대륙의 전술은 처음에 기사단대결,중장기병간의 대결로 승부를 보고 승리한쪽의 기병과 기사들이 상대방의 보병을 정면공격해서 타격을 주면 보병이 결정타를 가한다는 단순한 패턴의 전법이 지배했는데 아크의 아버지 얀은 약간의 기병과 정예보병으로 상대방의 정면공격을 막아내 상대방의 움직임을 멎게 하고 주력기병대로 적군의 측후방쪽으로 우회해서 결정타를 가하면서 포위섬멸전을 펼치는 전법을 도입하면서 전장에서 기병의 응용방법에 융통성이 많아졌다.설사 마법전력이 대등할 경우 전체병력에서 열세더라도 상대방의 주공을 어느정도 견딜수 있는 정예보병이 있다면 상대방의 급소를 찌를수 있는 기병전력을 잘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전황을 유리하게 바꿀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여년전의 얀대제의 대륙통일전쟁시도에서 이런 전법을 보았음에도 로키안군은 자국의 보병전력의 정예도가 떨어지는 등 여러가지 요인(1부9장참조)으로 이런 전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는데 뜻밖에 차이튼이 이런 방식의 포위전을 계획한 것이었다.
차이튼의 계획은 칸슬강상류에 위치한 네푸르평야에서 가장 앞에 하리만의 기병을 제외한 용병으로 구성된 보병부대 5만을 배치하고 다시 그 2선에 포워르군과 로키안군으로 구성된 본대병력 27만을 배치한 다음 우익에 기병 8만을 전부 배치하고 현재 칸슬강을 따라 동진해오고 있는 아크의 군대를 맞아 일부러 현재 가장 약체라고 할수 있는 하리만군의 용병들의 보병부대가 아크의 군대를 맞아 싸우면 틀림없이 패할 것이고 전면의 병사들이 약세를 보이면 현재 빠른 진군에 욕심을 보이고 있는 유리아 황제의 군대는 틀림없이 우회기동같은 생각을 안 하고 전면에 전력을 집중시켜 빠른 진군을 시도할 것이고 그러면 그 뒤에서 앞서 용병들보다 개인전투력에선 떨어지지만 군대로서의 조직력은 강한 보병들이 나타나면서 유리아군을 붙들어 매는 사이에 기병전력이 우익에서 적들을 우회해서 포위섬멸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유리아군처럼 보병으로 정면의 적을 붙잡아두고 기병이 우회해서 타격을 가한다는 작전을 로키안군이 해오지 못한 것을 성공할수 있다고 차이튼이 자신한 것은 병력이 우세하지 않은데도 계속 진격해오는 아크의 기세로 봐서 이쪽이 약세를 보이면 계속 정면으로 공격해올 것이고 여태 로키안군은 보병이 허약해서 그런 전술을 흉내랠 경우 아군기병이 기동할동안도 제대로 버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유리아군의 앞에 희생물인 용병들을 들이댔기 때문에 그들이 패하는 만큼 적군을 더 오래 잡아 둘수 있고 용병들과 전투를 벌이느라 나타난 본대가 어느정도 버틸수 있다는 것이 차이튼의 계산이었다.
"좋은 작전입니다만 세심함이 부족합니다."
로키안 7군 사령관으로 부장격인 에른하임후작의 반대에 차이튼공작은 눈쌀을 찌푸렸다.원래 에른하임은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상관의 실수를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버릇때문에 능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다가 그의 능력을 아낀 발렌타인의 호의로 군사령관까지 승진한 사람이라 발렌타인을 싫어하는 차이튼은 이사람에 대해서도 좋아하지 않았다.
"뭐가 문제라는 거요?어디 들어 봅시다."
"첫째,유리아 황제가 단순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데 전략의 기본이 잡혀 있습니다.황제는 비록 어리지만 이미 18세때의 전투에서 훌륭한 지휘를 보였고 작년에 이미 나라 두개를 병합해서 군사적 능력을 보였습니다.그를 얕보고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합니다.둘째,하리만의 보병 용병들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전투에서 앞선부대가 꺾이는 것을 보면 부대의 기세에 문제가 생깁니다.게다다 그들을 단순히 소모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용병부대장들은 아예 작전회의에 참가시켜주지도 않아 부대간의 의사교감에 문제가 있습니다.작전을 만일의 사태가 생긴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유연성을 둘 여지를 두지 않으면 돌발상황이 생겼을때 대처가 곤란해집니다.셋째,기병전력을 우리가 우세하다로 평가하셨는데 유리아군에게는 정규의 중기병 2만외에 유목민경기병 5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만의 하나 기병전이 벌어질 경우 우리가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넷째,아군기사단은 유리아황제의 대륙최강의 기사단이라는 레드드래곤과 블랙드래곤보다 헐씬 열세합니다.다섯째,유리아군이 전력에 열세하다지만 만약의 경우 그들은 저쪽에 9! 써클마스터가 있습니다.만약 내일전투전에 순간이동주문으로 소드마스터나 9써클 마스터가 이곳으로 보내진다면 어쩌시겠습니까?여섯째,기병으로 우회해서 적들에 대한 포위망을 완성하려면 마나를 사용할줄 아는 기사들의 숫자가 많아야 하는데 기병의 숫자는 많더라도 그건 안되는 줄 아시잖습니까."
대륙의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각국이 군사력증강에 열을 올렸지만 검에 마나를 실을수 있는 기사와 마법사만큼은 무조건 늘릴수 있는 게 아니다.비교적 그런 기사들이 동방보다 많다는 유리아도 대규모로 병력을 늘리면서 원래 1개사단에 백명씩은 배치하게 되어 있는 기사들의 숫자가 1개사단에 50명미만으로 떨어졌다.동방국가들은 원래 유리아만큼 기사숫자를 채우지 못했는데 현재는 1개사단에 20명정도를 가까스로 배치하고 있는 판이었다.마법사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유리아에서는 지휘관급외에는 굳이 기사들을 사단단위로 묶어 두지 않고 아예 마나를 사용할줄아는 기사들을 기사단단위로 따로 묶어 두어 군단위에서 통제하다가 작전시 필요한 단위에 기사들을 배분하거나 집중운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지금 진군해오고 있는 유리아군에는 원래 군에 배속되는 기사단을 빼고도 황제의 근위기사단인 최상급기사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레드,블랙드래곤의 양대기사단이 있다.과연 기병의 숫자만 많다고 아군기병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릴수 없다는게 에른하임의 생각이었다.
마치 자신을 비웃는듯이 조목조목 따지고 드는 에른하임을 빈정거리는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차이튼이 물었다.
"그래?그럼 어디 당신이 이 전략을 세심하게 수정해보시오."
저런 태도를 보이면 열받았다는게 뻔히 보일만도 하건만 에른하임은 전혀 망설임없이 자신이 생각한 바를 털어놓았다.
"먼저 유리아군을 굳이 네푸르평야에서 맞서지 말고 이틀정도 더끌어들여 후방의 고르키안요새근처까지 진군하게 하십시오.굳이 어렵게 보병으로 저들을 잡아두는 것보다 우리는 기병과 정예병력 일부를 후방에 배치해두었다가 그들이 요새공격을 하도록 끌어들인후 원군과 힘을 합쳐서......"
"닥쳐라!이놈이 알고 봤더니 발렌타인과 전공을 나눠갖자는 속셈이구나.그럼 이틀이나 적군이 앞으로 더 진군해하게 놔둬서 조국의 대지를 적군의 말발굽아래 P히게 하도록 놔두잔 말이냐?네놈은 겁이 나면 고르키안 요새에서 기다리고 있어라.내일 내가 승리하면 네놈을 그냥두지 않겠다!"
회의는 결국 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그레고리가 다가와 쓴웃음을 짓고 있는 에른하임을 위로했다.
"설사 9써클 마스터라고 해도 순간이동주문을 사용해서 이곳까지 사람을 보내면 주문의 후유증때문에 보내진 소드마스터도 전력을 발휘하긴 힘들겁니다.거기다 그쪽의 견제도 있어야 하니....."
"과연 그들이 그쪽에 9써클 마스터3명,소드마스터3명을 꼭 전면의 우리방어선쪽에 묶어 두어야 할만큼 다급하다고 생각하시오?"
에른하임의 반박에 그레고리는 할말이 없었다.동부의 로키안군은 소드마스터2명 8써클 마스터와 7써클 마스터1명이 거기 있을 뿐이니 유리아군이 마음먹으면 소드마스터나 9써클 마법사중 한명을 이곳으로 보낼 확률은 충분했다.물론 이것이 평범한 지휘관들간이라면 쉽게는 이루어질수 없다.자기부대의 가장 강력한 전력을 쉽게 보내줄리가 없지 않은가?하지만 이곳으로 쳐들어오는 유리아군 지휘관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제국의 1인자인 황제다.황제가 보내라는데 거절할수 있을까?하물며 그중에 절반이 자기 부인인데?(아그네스는 공식적으로 황제의 여인인줄 모른다,다만 동맹인 엘프들의 장로로서 참전하고 있는 것일뿐이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차이튼공작께서는 유리아황제를 얕본다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발렌타인공작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만 몰두해서 저런 전략을 짠 거요.개인적인 감정을 작전에 개입시키면 이미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거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는 그레고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좀더 해댄 에른하임은 그에게 당부했다.
"만약의 경우 불리해지면 공작을 잘 달래서 물러나게 하시오.아직은 초전이요,여기서 우리가 자살돌격을 할 이유는 없단 말이오."
그레고리는 그래도 현재 병력수에서는 자신들이 위인데 너무 에른하임이 비관적으로 본다고 속으로 생각했다.현재 가장 강력한 적군의 마법사는 노라스후작,그레고리와 같은 7써클 마스터이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자신을 애써 다잡았다.
다음날 네푸르 평야에 포진을 마친 차이튼공작은 들어오는 보고에 매우 기뻐했다.자국의 영토안으로 깊숙이 진군해오고 있는 유리아군의 배치를 상세한 부분까지는 알수 없어도 비교적 많은정보를 숨어 있는 첩자들이 마법통신아이템으로 보고하고 있었고 현재 유리아군의 배치는 선봉에 힛타이트기병 2만이 나서고 그 후방에서는 중기병 2만이 선두에 선 유리아 5군이 따라서 진군하고 있으며 그외에 힛타이트기병 3만이 엘프사단과 함께 본대와 좀 떨어져서 뒤쪽에서 진군하고 있는데 소드마스터나 9써클마스터의 합류는 없다는 것이다.
"알겠지?유리아군이 전면공격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너는 기병을 이끌고 적군의 주력의 측면으로 파고들어서 결정타를 먹이는거다."
"명심하겠습니다.아버님."
차이튼은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로 세명의 아들중 가장 재능을 신임하고 있는 애크쉬남작에게 이번전투를 결정지을 우익의 기병의 총지휘를 맡겼다.
드디어 지평선너머에서 유리아군의 선두를 맡은 경기병대가 나타나자 로키안군의 선봉을 맡은 용병대장 도크만이 돌격명령을 내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돌격!저놈들은 갑주도 제대로 안 갖춰 입은 놈들이다.말을 타고 있다고 무서워하지마라!"
"와아아......"
용병들답게 제각각 틀린 자신만의 병기를 휘두르면서 사나운 기세로 돌진해 들어가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함께 돌격하는 도크만의 심사는 영 좋지 않았다.
"젠장할!로키안의 돼지새끼,우리를 소모품처럼 이용할 생각이라니....."
원래 자국의 군대보다는 안 좋은 취급을 받는게 보통인 돈으로 고용된 용병이라지만 차이튼이란 자는 도크만을 아예 작전회의에조차 참석시켜 주지 않고 다짜고짜 자신이 이끄는 부대로 유리아군의 선봉과 맞서서 "싸워볼만큼 싸워보고 후퇴하라"라는 어정쩡한 명령을 내렸다.
"도대체 기병한테 보병이 돌격을 하라고 해?아예 자살하라고 할 것이지."
기병부대를 보병이 공격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노릇이다.하지만 용병들은 어차피 유리아군을 방어준비를 잘 하고 있는 본진까지 끌어들이면 된다는 생각에 차이튼은 거의 용병들이 패배할수밖에 없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지시를 받은 도크만은 펄펄 뛰었지만 전시에 명령위반은 즉결처분이라는 차이튼의 기세에 따를수밖에 없었다.도크만은 조금만 싸워보고 금방 후퇴할 생각이었다.
"어?"
말위에서 소나기같은 화살을 퍼부으면서 무서운 기동성을 보인다는 악명과 달리 힛타이트출신 경기병들은 뜻밖에 조금 화살을 쏘아 대다가 보병들이 돌진해들어가자 가까워지기 전에 화살을 쏘면서 후퇴하기 시작했다.거의 자살돌격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도크만은 여기에 기운이 솟아 병사들을 다그치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로키안군지휘부는 당황했다.애초에 저들은 패해서 유리아군을 자신들이 방어준비를 잘하고 있는 곳까지 적들이 자신있게 밀고들어오도록 방심하게 만드는 역활인데 저들이 전진해버리니 애초의 작전계획이 물거품이 된것이다.
"전군 전진하라.기병대도 우익에서 공격개시한다."
"안됩니다!적군의 유인전술일 확률이 많습니다.여태 정보부에서 보고해온 바에 따르면 과거 힛타이트의 기병들은 유인과 기만의 달인들이라고 했습니다."
차이튼이 용병들을 따라 전진명령을 내리자 어제의 면박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라나섰던 에른하임이 펄쩍 뛰었지만 차이튼은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저들이 과거 유인과 기만전술에 성공했던 것은 전원 기병으로 이루어져 기동성이 탁월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20만의 보병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네,우리의 우익기병들이 우회에 성공해서 상대방을 포위하고 우리가 전면에서 압박하면 그들의 기동력이 대단해도 그걸 발휘할만한 공간을 주지 않고 반대쪽이 강에 막혀 있는 유리아군을 압박해서 전멸시킬수 있네."
"그러려면 우리병사들이 전방의 유리아군을 압박할수 있을만한 돌격력을 보여야 하는데 기병의 대부분을 우익에 배치한 이상 전면에서는 돌격력을 발휘할수 없습니다!그리고 우리 보병은 미리 설치한 장애물없이 기병의 돌격을 견뎌낼만한 수준이라고 볼수....."
"닥쳐!"
분을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들고 에른하임의 목에 들이댄 차이튼이 씩씩거렸다.금방이라도 그의 목을 벨 기세였다.
"공작각하!진정하십시오!"
옆에서 그레고리와 지휘관들이 만류하자 칼을 내린 차이튼은 에른하임을 고르키안 요새로 돌아가라고 명령하고 전군을 전진시켰다.
8만의 기병을 이끌고 돌격해 들어가는 애크쉬는 자신에 차있었다.유리아군의 중기병은 전면에 있고 거기다 가장 무서운 소드마스터인 아크황제와 기사단들도 전면에 집중해있다니 자신의 기병들이 측후방에서 날리는 결정타를 막기는 힘들것이라고 자신했다.만약 포위섬멸전에 들어가면 운좋으면 유리아황제를 사로잡는 대공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경기병대 출현입니다!"
"일부병력으로 견제하면서 계속 전진해라!"
반대쪽에는 강을 끼고 전진해오는 유리아군이라면 어차피 공격해올 측면이라면 이쪽이라고밖에는 예측할수밖에 없는 것,어느정도의 견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애크쉬는 그대로 돌격력을 잃지 않고 적군후방으로 돌진하려고 했다.하지만 유리아군 본대의 후방에서 나타난 경기병들의 실력은 예상밖이었다.
"크헉!"
"으아악!"
본대와 따로 후방에서 전진해오던 3만의 힛타이트경기병들의 화살의 위력은 대단했다.도대체 말을 달리면서 저런 강궁을 당길수 있다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두꺼운 중기병의 갑옷조차 퍽퍽관통하는 화살의 위력에 굴러떨어지는 기병들이 점점 늘어났다.
"젠장!어린 놈이 돌았나?이렇게 화살이 쏟아지는데 무조건 앞으로만 나가라니 뭔소리야?나를 따라라.저 기병들부터 먼저 처치한다!"
용병들의 기병대를 맡고 있는 영병대장 포르코가 옆에서 날아드는 화살을 무시하고 전방으로만 돌진하라는 애크쉬의 명령에 신경질을 내면서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경기병대에게 달려들었다.적이 달려들자 힛타이트기병들은 맞서지 않고 피하면서 화살만 날렸다.포르코는 그런 경기병들을 끝까지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 바보,돌아오란 말이닷!"
애크쉬는 분통을 터뜨렸지만 용병들은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보병과는 입장이 달랐지만 용병들을 무시하고 대장급을 작전회의에도 참가시켜주지 않았던 수뇌부에 불만이 많았던 용병대장 포르코는 쌓인 감정때문에 그의 지시를 제대로 듣지 않으려고 들었다.포르코를 따라 용병들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자 애크쉬는 당황했으나 남은 기병 3만을 이끌고 계속 후방으로 돌격해 들어갔다.비록 절반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유리아군도 기병을 전면에 집중시키고 있으니 이정도로도 후방에 타격을 가할수 있다고 믿었다.
"장군,전면에 보병들이 출현했습니다!"
부장의 외침에 전방을 확인한 애크쉬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바로 드워프부대였다.
"흥,아무리 억센 드워프라도 기병이나 궁수들의 보조도 없이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거냐?P아버려라!"
과거 로키안기병은 드워프+기병 또는 드워프+엘프궁사의 콤비플레이를 펼치는 유리아군에 혼쭐이 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눈앞에 보이는 건 드워프들뿐이었다.약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하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숫자도 1만정도로 자신들보다 적은 소수의 병력이었다.
"뭐냐,저 웃기는 꼴은?제 키에 어울리지도 않는 무기들을 쓰는 꼴이라니....."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소드익스퍼트의 우수한 안력으로 드워프들의 무장을 확인한 애크쉬는 코웃음이 나왔다.드워프들은 2개의 부대로 자신들의 양측에서 압박하듯이 다가왔는데 사용하는 무기는 드워프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도끼가 아니라 끝에 창날이 달리고 도끼와 갈고리가 양옆으로 달린 헬버드였다.가뜩이나 인간보다 키가 작은 드워프들이 5미터에 가까운 헬버드를 머리위로 치켜들고 등을 맞댄채 원형진을 치고 있는 모습에 웃겨 보이지 않을수 없었다.마치 고슴도치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그러나 애크쉬는 선두가 드워프군과 맞부딪힌순간 만만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는 것을 순식간에 알게되었다.
"크윽!"
"으아아!"
기병들이 다가오자 드워프들은 억센 팔힘으로 길다란 헬버드를 휘둘러 말위의 적을 후려쳐 갑옷을 파괴하고 갈고리로 말에서 끌어내 버렸다.마치 고슴도치와 같은 대형은 쉽사리 기병들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텼고 기세가 줄어든 기병들에게 그대형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드워프부대는 마치 맷돌로 곡식을 가는 것처럼 기병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오호,이거 꽤 쓸만한데 그래."
처음에 아크가 자신들의 키의 서너배가 넘는 헬버드로 무장을 바꾸게 했을때 드워프사단의 책임자 머시로프는 불만이 많았다.인간들에게 동쪽에서 시달리다가 그런 자신들을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하던 동족들을 원망하고 노예로 잡혀가서 죽음을 당한 아들의 복수를 위해 20년전 유리아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유리아군에 들어왔지만 유리아군은 드워프의 전통적인 무기에 대해서 별로 간섭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길다란 헬버드로 드워프들의 무장을 바꾸라는 명령을 내리자 처음에 드워프들은 거부햇지만 직접 드워프사단을 찾아와 설득한 황제의 정성에 일단 써보기로 했는데 뜻밖에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드워프는 자신들의 신체조건에 어울리지 않을 듯 하던 헬버드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지금 보병단독으로 기병들을 압도하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기사들이 앞장서서 저 진형을 깨라!어서!"
무서운 대기병위력을 보이고 있는 저보병대의 위력은 무기도 무기지만 저 고슴도치모양으로 밀집해서 틈을 보이지 않고 있는 진형이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애크쉬는 일단 저 진형을 흐트러뜨려야 저들을 무너뜨릴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사들을 앞장세웠다.돌격력과 높이에 의존하는 일반 중장기병들과 달리 마나를 검에 실어 무기를 강화하고 뛰어난 몸놀림을 보이는 기사들의 위력은 천지차이다.그들이라면 저 억센 드워프들에게 타격을 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드워프들의 고슴도치같은 진형속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한명의 여인이 기사들의 앞을 막아서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뭐,뭐냐?"
금발의 미모의 여인은 몸에 갑옷대신 급소를 방어하는 일부 보호대만을 장착했을 뿐 아주 간편한 복장이었다.전장에 여인이 왜,그것도 무장도 없이 나타났는지 의문을 감출수 없었지만 이미 목숨을 건 전장에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적의를 보이고 있는 존재는 베어버릴수 밖에,그러나 다음순간 여인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빛의 형상을 보면서 기사들은 입이 벌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 퍼석
- 쿠아악
여인의 주먹에서 뻗어나온 빛이 기사들의 갑옷조차 박살내버리면서 그들을 쓰러뜨리자 로키안군은 어이가 없었다.마치 소드마스터를 상대하는 것 같았다.
"타아앗!"
이번엔 기합을 내지르면서 마치 물찬제비처럼 박차오르면서 말위의 기사들위로 뛰어 올라 동시에 발차기로 세명을 동시에 떨궈버리자 말에서 떨어져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던 병사들은 헬버드의 세례를 받고 생명을 잃었다.보다못한 애크쉬가 검기를 일으키면서 덤벼들었다.하지만 익스퍼트 수준의 검기조차 빛에 감싸인 여인의 주먹을 맞는 순간 맥을 못 추었고 검날을 부러뜨리면서 날아든 주먹이 그의 투구를 박살내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것이 애크쉬의 마지막이었다.
"저럴수가....."
"말도 안돼!"
기사들이 겁을 먹으면서 주춤거리자 기세를 타고 덤벼든 여인이 기사들중에서 나머지 익스퍼트급 20명정도를 해치워 버리면서 기사들을 맨손으로 계속 해치우자 드워프들의 고슴도치진형이 덤벼들어 이미 기가 죽은 기병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학살당했다.
"피스트마스터,정말 대단하군."
머시로프는 맨손으로 기사들을 해치우는 실력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드워프들을 위협할수 있는 익스퍼트급정도의 기사들을 모조리 해치워버린 여인은 바로 맨손으로 소드마스터와 맞설수 있다는 피스트마스터 리사였다.오라블레이드와 맞먹는다는 오라블로우를 사용할수 있는 리사였지만 아테나와 아크에 비해서 외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그것은 피스트마스터라는 기술의 특이성때문이었다.검에 비해서 유란대륙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권법기술을 바탕으로 완성되고 오히려 수련에서 더 힘든 부분도 잇었던 피스트마스터는 소드마스터에 비해서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고 심지어 리사의 피스트마스터기술을 보면 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였다.리사도 굳이 자신과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행동을 함께 하길 싫어해서 인간군대와 함께 하는 것을 싫어했는데 뜻밖에 드워프들이 그런 리사의 기술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아 리사는 인간들의 군대보다는 주로 드워프부대와 함께 전투에 참가하곤 했다.드워프들은 사물을 편견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상화된 종족,그들에겐 소드마스터나 피스트마스터나 하나의 강자로 볼뿐이지 자신들이 사용못하는 기술이라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저번 힛타이트전과 오레? 耉팀鰥【??드워프들이 활약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그래서 각국의 정보부에서는 과거 아크의 대륙평화회담을 위한 여행시 실력자로 평가했던 리사였지만 과연 그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할만한 큰 전과가 없어 아테나나 사라등에 비해 비중을 낮게 잡을수밖에 없었고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이번에 쓴맛을 보고 만 것이었다.
자신들을 약올리던 경기병대를 쫓아간 용병기병대의 운명도 그리 좋지 못했다.정신없이 경기병들을 추격하던 용병대장 포르코는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정신없이 경기병대를 추격하던 자신들의 말은 어느새 지칠대로 지치고 가벼운 무장의 상대방은 쌩쌩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더이상 추격해봐야 무익하다는 것을 알고 병력을 후퇴시켰다.하지만 이쪽에서 약새를 보이자 힛타이트기병들은 이번에는 좀더 가깝게 근접하면서 화살을 날려댔다.말들이 지칠대로 지쳐 제대로 속력을 내지 못하자 포르코는 병사들을 이끌고 마침 가까운 곳에 위치한 네르폐숲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가 일단 화살을 피하고 잠시 휴식하기 위해 숲속에 몸을 숨겼다.그러나 그것이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크흑!"
"이,이건 지옥이야....."
바로 이곳은 아크가 진군하면서 쥬디와 샐리가 이끄는 엘프사단을 매복시켜 놓은 곳이었고 경기병대는 일부러 용병들을 이곳으로 몰아붙인 것이었다.뻑뻑한 숲속에서 인간보다 몇배나 잘 움직이는 엘프들은 사정없이 인간들을 해치웠다.거기다 동방에서 일찌기 가족들을 노예상들에게 잃거나 자신도 노예로 잡혔던 경험이 있던 엘프들로 주로 구성된 이들은 동방의 인간들을 증오해 살인에 전혀 망설임이 없는데다가 활이 아닌 엘프들이 보통 싫어하는 각종 흉기들도 능숙하게 익혀서 궁수로서만이 아니라 능숙한 살인기계들이었다.그래도 경기병들의 화살세례에서도 5~6천정도의 손상에 그치고 살아남아서 숲속에 피신한 4만이 넘는 용병들은 단 1만의 엘프들에게 숲속에서 완전히 도륙을 당했다.간신히 살아 남아서 숲을 빠져나온 병사들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목민 기병들에게 철저히 학살당하고 숲에서 나오자마자 무기를 아예 던져 버리고 땅에 엎드려 저항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인 몇백명만이 간신히 생포로 끝났다.
한편 자군의 기병들이 분쇄되고 있을무렵 경기병들을 쫓아가던 용병들은 경기병들이 갑자기 둘로 갈라지면서! 그속에서 나타나는 검고 ?은 두가지색깔의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을 발견했다.그 정면에는 푸른색의 갑옷의 젊은 기사가 있었다.
"돌격!"
레드드래곤과 블랙드래곤을 이끌고 돌격하는 아크는 엉뚱하게도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면서 투구속에서 입술에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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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장에서 너무 몸을 사려도 곤란하단 말이다.앞장을 서는 모습도 종종 보여줘야 부하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것이 통솔력에 무게를 더해준다.일단 전장에서는 병사들의 신뢰감이 전투력을 배가시켜......."
"자,잠깐요,분명히 저번에는 전장에서는 "군주가 너무 위험한곳에 몸을 내던져서 병사들에게 불안감을 줘서는 안된다,군주된 자는 몸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라고 그러셨잖습니까?그거하고 이거는 완전히 모순이잖아요?"
이해를 할수 없다는 표정의 아크에게 얀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음,모순인가 보군,그렇다면......."
"그렇다면?"
" "잘" 하는 수밖에 더 있겠냐?"
"네?!"
황당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아들에게 꿀밤을 한대 먹인 얀이 다시 설명했다.
"이녀석아,세상의 일들이 무슨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한가지 방법으로만 될 것 같냐?바로 그걸 상황에 따라 맞추는 게 융통성이라는 거 아니냐,나서서 감동을 주고 병사들을 힘나게 할수 있는 상황인지 자살행위인지 그정도는 구별해가면서 선택해야지,내가 네놈이 황제가 된다음에도 따라다니면서 설명해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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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경무장을 하고 이따금 화살을 날리면서 자신을 약올리던 경기병대신 갑주를 충실하게 갖춘 중기병들이 덤벼들자 가뜩이나 경기병들을 쫓아오느라고 숨이 차있던 용병들은 삽시간에 진형이 무너지면서 흩어졌다.무려 오라블레이드를 5미터나 끌어올린 아크가 무인지경으로 앞장서자 삽시간에 용병들은 사라지고 이번엔 그뒤를 따라오던 로키안군본대가 아크와 그뒤를 따르는 레드,블랙드래곤의 기사단과 중기병들의 공세를 받게 되었다.
본진은 달려드는 아크가 앞장선 유리아군 기병들에게 화살로 응수했지만 선두에 선 아크는 드래곤본제 갑옷인데다가 그뒤의 레드,블랙드래곤의 기사단들도 전부 드래곤본이 코팅된 갑옷을 걸치고 있어 화살정도론 전혀 상처도 주지 못하고 삽시간에 유리아군이 눈앞까지 도달해버렸다.
"저,저......"
그레고리는 기가 찼다.아무리 무적이라 불리우는 오라블레이드라지만 사실 그한계치라는 5~7미터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드래곤을 상대할때나 그러는 법이다.저렇게 오라블레이드를 극도로 끌어올리면 아무리 길어도 3~4분이 고작이었다.아크는 그런 오라블레이드로 적병들을 이삭베듯이 해치우며 마구 전진해오고 있었다.마치 전면에 아무도 없다는 듯 했다.
그레고리가 보다못해 마법으로 기사단을 견제하려고 했지만 원래 마법전력이란 비슷한 써클의 마법사들이 있을 경우 어느 한쪽이 대결보다는 그저 무력화에만 주력하면 전장의 넓은 범위를 위한 마법은 피차 위력을 발휘하기 힘든 법이다.그레고리와 대등한 유리아의 7써클 마법사 노라스가 계속 그레고리의 마법발동을 방해하고 있어서 그레고리도 어쩔수 없었다.
"흐흐,오히려 잘 되었소,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오라블레이드를 저렇게 무식하게 일으켰다가는 지치고 말거요.저렇게 과도하게 소모한 마나는 회복주문으로도 쉽게 회복할수 없지.그가 지치고 나면 조금 피해를 입더라도 우리 본진은 어떻게든 버틸수 있을거고 그 틈에 우리 기병이 타격에 성공하면 승리는 우리것이요."
잘되었다는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차이튼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크는 오라블레이드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면서 계속 전진해오고 있었다.
한편 전장에서 3일정도의 거리까지 유리아군이 아크의 지원을 위해서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었다.지원군은 8만의 병력에 사라와 소드마스터인 아테나,그리고 엘리자베스와 제시카가 끼어 있었다.
"이렇게 태평하셔도 되나요?"
제시카는 웬지 태연한 아테나와 사라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태도로 물었다.엄연히 열세인 병력을 이끌고 적진깊숙이 전진하고 있는 아크를 지원하려면 최소한 사라가 순간이동주문으로 부인들중 몇명을 보내주었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물론 순간이동을 막 마친 뒤라 힘을 전부 사용할수는 없겟지만 그정도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텐데.....
"글쎄......그 정도 병력열세는 별로 아크한테 위험이 안 될걸?실력은 제외하고라도....아,제시카,그 축복의 목걸이 인제 어떤 건지 잘 알지?"
"아,정력 목걸이요?"
제시카의 태연한 대답에 순간 아테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렷다.그래도 명색이 드래곤하트로 만들어진 세상에 둘도 없을 회복아이템인데.........(아테나는 물론이고 실제 이 목걸이가 만들어질때 보았던 루시조차 이 목걸이의 원래 목걸이가 "정력"용이라는 건 몰랐다-3부 외전 목걸이의 원래 목적편 참조)
"그,그래......어쨋든 그 목걸이말인데,그걸 사용하면 오라블레이드를 최고로 강하게 한시간쯤 휘둘러도 문제가 없을 걸 아마 드래곤이라도 웜금이 안 되었으면 아크를 당하기 힘들걸,브레스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이지스까지 있으니까....."
"저,저럴수는 없다!저건 인간도 아냐!"
차이튼은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전장에서 아무리 소드마스터가 위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한사람이 위력을 발휘할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그것도 상대방의 돌격에 최대한 오래 버티기 위해서 종대로 쭈욱 늘어선 진형을 아작을 내면서 중앙돌파를 해낸 아크는 차이튼의 생각대로라면 벌써 지쳤어야 하는데 아직도 싱싱하게 오라블레이드를 휘둘러대면서 중간에 있던 자신의 눈앞에 어느새 다가왔다.
"히익!"
마치 농부가 이삭을 베는 것처럼 오라블레이드를 휘둘러대던 아크가 차이튼의 눈앞에 나타나고 차이튼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공작각하!정신 차리십시오!"
"그레고리경....."
자신의 몸을 흔드는 그레고리의 손길에 차이튼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바로 위기의 순간 그레고리가 블링크(단거리 순간이동)주문을 사용해서 겨우 차이튼과 함께 유리아군의 기세를 피한 것이었다.하지만 그 사이에 전황은 돌이킬수없게 변해있었다.아크와 레드,블랙드래곤기사단을 앞세운 유리아군 기병은 로키안군진형을 완전히 돌파해 뒤쪽까지 뚫고 나가 이제는 거꾸로 로키안군을 포위하고 있었다.전면에서는 정예의 유리아군 보병이 완전히 진형이 무너진 동맹군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잭슨,스퍼그!"
차이튼은 아크의 검에 두쪽이 나서 죽은 아들들의 시체를 보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전쟁은 끝난것이나 다름없었다.병력손실을 좀 각오하면 평범한 병사들로도 소드마스터를 어느정도는 가로막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망상에 불과했다.
"시간이 없습니다.제가 순간이동주문을 준비하겠습니다.어서 이 전장에서 탈출하셔야 합니다."
7써클인 그레고리의 순간이동주문은 준비에 꽤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이렇게 된 이상 사령관인 차이튼이라도 피신시켜야만 했다.
"당신이나 가시오."
"네?"
이제 삶에 미련이 없다는 듯 차이튼이 중얼거렸다.
"저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후방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다면 둘째도 결국 실패했다는 것......자식들도 모두 잃고 돌아가서 기껏해야 발렌타인 그놈한테 비느니 여기서 죽고 말겠소!"
그말과 함께 차이튼은 말도 타지 않고 쳐들어오는 전방의 유리아군에게 뛰어들어 난전속에서 전사하고 말았다.그레고리는 결국 순간이동주문을 완성해 마법사와 고급기사 서너명을 겨우 구해 탈출할수 있었지만 이날 40만에 달하던 로키안-포워르-하리만군은 거의 전멸하고 말았다.후방에 있던 에른하임은 겨우 일부 탈출에 성공한 생존자들을 끌어모아서 고르키안요새에 틀어박혀 방어에 전념하고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지원군이 도착해서 방어태세를 정비할수 있었다.
원래 차이튼은 자신들이 유리아군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착각이었다.아크는 대정령사인 이리나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고 중급정도에 불과하지만 현재 인간들중에 유일한 정령을 소환할수 있었고 엘프사단에 속한 엘프들 역시 기본적으로 정령소환이 가능했다.
아크는 진군하면서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서 적군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거기다 그의 부대에 몇십명 정도 있었던 조인족들 역시 적군의 동태파악에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애초에 아크가 빠른 속력으로 진군한 것 역시 차이튼에 대한 도발이었다.아크는 차이튼이 발렌타인에게 원수자리를 빼앗겨서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성급한 태도를 보이면 차이튼이 발렌타인과의 경쟁심때문에 분명히 단독으로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일부러 병력의 일부를 후방에 남겨두어 병력이 분단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가 사실은 그들로 공격을 가해오는 적 기병들에 대한 함정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결국 정령들을 이용해서 적군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던 아크에게 차이튼은 완전히 농락당한 셈이었다.이후 로키안군은 일반적인 탐지마법에 대한 교란뿐 아니라 정령들에 대한 교란을 위한 주문역시 군사작전시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젠장......"
마법통신으로 모든 상황을 보고 받은 발렌타인은 어이가 없었다.결국 양쪽에서 모두 완패한것 아닌가?차이튼이 자신에게 품고 있던 악감정을 좀더 주의했어야 한다는 자책감이 몰려왔다.
<그 멍청한 인간이 조금만 더.....>
"아니,차이튼이 설사 좀더 현명하게 행동했다고 해도 힘들었어."
마법수정구로 들려오는 발렌타인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도 동의할수밖에 없었다.이번 전투는 작전도 작전이었지만 거의 소드마스터인 아크의 무력이 절대적인 승인이었다.
<자네가 벌써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쩌나,일단......>
"결론은 소드마스터와 마법전력을 우리도 더 강화하는 수밖에 없어."
<뭐?>
스파르타쿠스는 발렌타인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미 이 시대는 한시대에 두명 나오기 힘들다는 8써클 마스터와 소드마스터가 수두룩하게 나오고 5백년에 한명 나온다는 9써클 마스터까지 세명이나 있다.그런데 여기서 누굴 더 찾는단 말인가?
"텔레마코스경,일단 경이 말한 마법병단의 완성은 아직도 2달이나 더 걸려야 하는 거요?"
"예,원래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자들이라 시간이 많이 걸릴수 밖에 없었습니다.하지만 웬지 걱정이 됩니다.1병단은 몰라도 2병단은....."
"아,그건 됐소,어차피 사람이라면 쓰기 마련이지.그들로 9써클 마스터를 견제할수 있다는 건 정말 확실하겠소?"
"네,하지만 그 방법은 어차피 이쪽도 저쪽도 마법을 결국에는 못 쓰게 만드는 데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그리고 활용도에서도 비교를 할 수 없구요.그리고 말은 병단이지만 사실은 마법방해단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정도입니다."
"상관없소,어차피 마법전력에서는 우리가 열세일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양쪽다 못쓰는게 속편하지."
<아,저번에 말하던 그 계획말이군.하지만 소드마스터는?백년에 한명 나온다는 존재들이야.이미 이 시대에 6명이나 있는 걸로도 예전선배들이 알면 기가 찰걸?>
"이 시대의 소드마스터는 몰라도 백년전의 소드마스터라면 로키안에 한명,그리고 플로린에 한명있지."
마법수정구로 보이던 스파르타쿠스의 얼굴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다음에는 새파래지고 이윽고 경악에 찬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자네!설마,그 인간을 꺼내려는 건 아니지?>
"그래도 우리에게 소드마스터의 길을 열어준 사부나 다름없잖아.예의는 지키라구."
<자네 미쳤나!그 인간은 미친 놈이야,그 인간과 손을 잡느니 차라리 마계의 마족과 계약을 맺는게 더 나아!>
스파르타쿠스는 미친듯이 수정구에 얼굴을 들이대고 소리를 질렀다.아마도 마주보고 있었다면 발렌타인의 멱살이라도 쥐고 흔들었으리라.
"설사 마족하고라도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할걸세.이대로 힘없이 패하고 마느니."
발렌타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쏘아보자 스파르타쿠스는 대번에 기가 죽어 꼬리를 내렸다.그러나 애써 다시 한번 친구를 말리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그사람은 로키안황실을 미워하잖아?우리가 그를 꺼내주지 않고 다시 가둬버린것도 그것때문이고,그런데 이제와서 꺼내준다고 우릴 도와줄까?>
"물론 그는 로키안 황실을 미워하지만 백년전의 한사람은 더 미워하지,그리고 아크황제는 그사람의 손자고,최소한 아크를 쓰러뜨릴때까지만 한배를 타자면 설득할수 있을거야."
<좋아,그사람은 그렇다고 치고 플로린은 또 누구야?>
"헥토르"
<엥,그사람이 살아 있었단 말이야?>
스파르타쿠스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87년전에 죽은 걸로 기록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도 시체가 발견이 안 되어서 말이 많았지.이번에 우연히 엘프부락을 공격하던 노예상들이 그근처에 은거하고 있던 그와 만나서 시비가 붙었는데 3천명을 혼자서 전멸시켜버렸더군.그래서 행적이 발견되었어."
<하지만 살아 있다고 해도 비록 플로린 황족이라지만 그는 조국에 한이 워낙 많아서 따르지 않을 확률이 많을텐데.....차라리 이번에 명목상이지만 이종족들의 편을 들고 혼혈들에게 호의적인 유리아편을 들 확률이 더 많다구.난 오히려 불안한데?>
"그한테는 한가지 한이 있지,그한을 풀어주면 끌어들일수 있는데 그 멍청한 플로린 황실새끼들이 족보에 이름하나 올리는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뜸을 들여서 아직까지 포섭못햇을 뿐이야.전쟁의 승패가 거기에 달려 있다면 그 놈들도 더 체면에 매달리진 못 할 거야."
<그럼 그걸로 적에게 맞설수 있는건가?>
"아니,돈많은 메디아에 요청해서 용병들로 한 50만정도 고용해서 보내라고 하고 다른 나라에서 지원군들도 받아서 수적우위라도 갖춰야지."
<과연 적들이 그럴 시간을 줄까,설사 나라도 이미 승세를 잡았을때 쉴새 없이 몰아칠텐데?>
"그건......"
발렌타인의 설명을 전해들은 스파르타쿠스는 깜짝 놀라 다시 수정구를 붙들고 소리쳤다.
<신성교국을 이용하는 문제는 그렇다 치고!동맹국 두개를 버려 버리자는 말인가?>
"아,자네한테는 보고가 아직 안들어갔군,하리만은 이미 유리아에 항복했네.그러니 버릴 동맹은 하나지."
<뭐!>
"애초에 계집하나때문에 그지경이 된 나라는 별로 기대도 안 했네."
<그건 그렇지만 다키아는.....>
"흥,동맹국!"
갑자기 탁자를 후려치면서 무서운 표정을 짓는 발렌타인에게 스파르타쿠스가 기가 죽었다.검술은 스파르타쿠스가 뛰어났지만 이 카리스마만큼은 도저히 친구를 따라갈수 없다고 절감했다.
"이번에 다키아놈들은 고작 군자금 몇푼내고 병사들은 한명도 보내지 않았네,그것도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유리아와도 가까운 위치인데도 말야,지금 이 전쟁을 강건너 불로 여기고 있는 놈들은 동맹으로서의 가치가 없네!차라리 우리가 군대를 정비할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게 더 효과적이지.그리고 그놈들이 망하는 걸 보면 느긋한 다른 동맹자라는 놈들도 조금은 자극이 될걸세."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유리아군 수뇌부는 어이가 없었다.조금전까지만 해도 유리아군은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로키안군과의 초전에서 완승을 거둔데다가 하리만이 제풀에 항복함으로 해서 공짜로 인구천만의 국가하나를 피한방울 안 흘리고 먹은 것에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는데 신성교국에서 보내온 전갈을 가지고 온 한명의 신관의 통보에 이 분위기는 완전히 최악으로 바뀌었다.
"로키안에서는 인간의 한계이상으로 오라블레이드를 사용하신 황제폐하를 마족과의 계약혐의로 고발했습니다.거기에 대해서 폐하는 신성교국에서 파견한 이단심판관의 심사를 받으셔야 합니다.그리고 이단심판이 끝나시기 전까지는 군사를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그럴 경우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황제 폐하를 파문하시겟다고 하셨습니다."
장수들은 어이가 없었다.신성교국이 뭐길래 황제에게 그런 협박을 한단 말인가?일반적으로 신성교국이 동방국가들에게 약간 유리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거기다 그 세부사항이 문제였다.
"아 그건 마나를 보충하는 아이템덕분이었다고 하지 않았소!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마계하고 계약한 거요?이참에 대륙에 존재하는 뛰어난 검사들은 몽땅 마계와 계약했는지 조사해봐야 되나?"
"좋소,고발이 들어왔으니 그건 그렇다 칩시다.그런데 어째서 이단심판을 하는데 석달이 걸리니까 석달동안 전쟁을 중단하라는 거요?"
구스타프가 기막히다는듯이 물었다.물론 신성교국과 유리아와의 거리는 물론 석달 거리지만 중간중간에 전송마법진을 이용하면 최소한 사흘이면 이단심판관 몇명정도는 이곳까지 올수 있었다.그런데 신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웃음이 나올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앞으로 통신마법과 신관들이 사용하는 신성주문계열의 회복,정화주문을 제외하고는 신관들은 자연스러운 마나를 흐뜨러뜨리는 행위인 마법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교황님의 선포가 있으셨습니다.그래서 신관들이 마차로 이곳까지....."
"뭐가 어쩌고 어째?이 자식들아!니들이 뭔데!"
다혈질에 마법사인 시라니안이 마법을 비난하는 신관의 말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달려들자 지그프리트와 길모어가 그를 끌어안고 막사를 나섰다.하지만 다른 장군들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원래 처참한 마도문명의 멸망이후 300년의 암흑기를 거쳐 간신히 문명을 부활시켜 검세력을 시작한 인간들은 마법의 지나친 발달이 인간들이 멸망할 뻔한 원인이 되었다면서 마법을 멀리하고 검에 전념하고 신앙에 충실하려는 풍조가 생겨나 신관들의 권력이 과거의 문명보다 강해지고 심지어 마법이 마계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교단까지 나타났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들이 설치는 드넓은 유란대륙에서 마법을 배척하고 사는 것은 불가능해 신관들도 어느정도 마법사들과 타협하고 지낼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번에 카르베니안과의 결탁을 이유로 파문당한 전임교황에 이어 즉위한 바온3세는 이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앞으로 신관들은 마법사들과 파티를 맺으면 안되며 마법사는 마법을 포기한다는 맹세를 해야 신전안으로 들어올수 있다고 선포했다.
원래 독불장군들이 많은 마법사들은 신앙에 목매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하는 바온3세에게 반발해 대륙마법사길드는 현재 신관들과 엄청난 대립을 보이고 있었다.
"이보시오,저번 대륙평화회의때 폐하께서는 정령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셨소.마계와의 계약자는 5대계열정령을 소환할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오만."
로폴트후작의 말에 신관이 점점 험악해져가는 분위기에 겁을 먹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혹시 환상마법으로 눈속임이 있었을지도 모르니 고위신관의 신성주문으로 검사를 받으셔야 한다고 ......"
"달랑 고발하나만으로 제국의 황제폐하를 감히 마계와의 계약자로 몰아붙이겟다는 말이요?"
최소한 대륙평화회담때는 유리아의 황자였던 넥슨의 고발이 있었고 나름대로 상황증거로 제시한 것들이 있었다.그러나 이번엔 아무리 아크가 무서운 위력을 보여주었다지만 단지 그것뿐이었고 거기다 고발자도 아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아니었던가?통상 국가간의 분쟁에서 교단에서 일방의 편을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간의 일에 개입하는 형태가 되는 경우는 신성교국이라도 일처리를 신중히 하는 법이었다.하인리히가 이 일의 억지성을 주장했지만 신관의 말은 더 가관이었다.
"여태 이단자나 교리를 위반한 자들을 고발하는데 제한이 너무 많았다면서 앞으로는 일단 고발이 들어오면 이단심판관들이 무조건 심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신들 혹시 교황이 대륙전체의 황제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요?"
맥시밀리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비아냥거렸다.터무니없는 억지였지만 그렇다고 무시해버리기는 곤란했다.
물론 교황이 강권으로 아크가 마계와 계약했다고 선포한다고 해도 당장 대륙최강의 강대국인 유리아의 황제인 아크를 어쩔수는 없고 실제로 마계와 계약한것도 아니기에 시간을 들이면 무죄를 증명할수는 있겠지만 전쟁기간에 교단과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곤란했다.적들이 펼치는 흑색선전과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의 하나인 교단에서 하는 말은 무게가 틀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3개월을 기다리라는 것은 터무니없었다.이제 승세를 잡았는데 이런 일 따위로 적군이 재편성할 시간을 주란 말인가?거기다 현재 4월인데 3개월이 지나 7월이 되면 유란대륙에선 우기가 찾아와 많은 비로 인해서 공격하는 쪽은 공세가 힘들어지게 된다.한마디로 지금 3개월을 기다리라는건 싸우기 좋은 때를 완전히 까먹고 적들이 전력을 편성할 시간을 주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가간의 일이니 전제조건을 내세워야 하겠소."
아크가 수긍할 뜻을 보이자 막사안의 분위기에 살기비슷한 것을 느끼고 겁을 먹고 있던 신관은 죽다 살아났다는듯이 반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씀하십시오.폐하."
"첫째,신성교국에서 보낸다는 이단심판관은 우리가 조인족들을 파견해서 모셔오겠소,조인족의 비행속력이라면 신성교국에 도착하는데 3일,올때 이단심판관을 데리고 날아온다고 해도 5일이면 충분하오.그건 마법이 아니니 괜찮겠지?"
신관의 표정이 새파래졌다.조인족들은 말이 아니다.즉 그들이 신관들을 안아들고 날아오겠다는 말인데 대륙의 절반가까이를 횡단하는 장거리 비행을 그런 식의 초고속으로 몇일동안 했다가는 앞으로 신관들은 신성마법계열의 정화,회복등의 마법외에 마법과 관련되면 안된다는 교황의 명때문에 마법사들의 보호주문을 받을수도 없는 이담심판관은 그렇게 매달려오다가 죽을지도 몰랐다.
"둘째,전쟁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는데 그 중단은 공격행위에만 제한되고 만약 적군이 공격해올경우 그 제한은 자연스럽게 깨지는 거요.그 경우엔 신성교국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들고 있다고밖에 판단할수 없으니까."
그것은 정당한 이유라고 할수 있었다.
"셋째,이번은 처음이니 받아들이겠지만 앞으로 국가간의 일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일을 상대방국가의 고발만으로 신성교국에서 행할 경우 신성교국은 그일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하오."
"상응하는 보상"이란 표현은 약간 애매한 표현이었지만 통신으로 보고를 받은 교황은 이 제안을 수락하고 일단 유리아는 로키안군에 대한 공격을 잠시 중단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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