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여기 박남영씨 댁이 맞습니까?"
"얘. 그런데요?"
아침부터 찾아온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부르자 문을 열고 나간다.
"저기, 편지를 전해달라고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집배원이세요?"
평소 자주 봐왔던 집배원이 아니기에 그리고 복장 또한 아닌거 같아서 질문을 재차 질문을 던졌다.
"집배원이 아니라, 심부름 온겁니다. 전해드렸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사내는 사라진다. 한참 그를 바라다 본뒤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편지 봉투를 뜯고 안에 내용물을 펴보았다.
"헉"
남영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였고 순간 얼어붙었는지 몸이 굳어 서있었다.
"왜 그러고 계세요?"
잠시후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몸을 돌린다. 사나에가 그런 남영의 모습을 보자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당신, 당신.... 말이야."
"예?"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계속 뜸을 들이면서 말을 더듬는 남편을 보자 사나에의얼굴 역시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남편의 이런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 잠깐 들어와봐."
간신히 입을 열면서 남영이 방안으로 들어간다. 사나에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남영은 들고있던 편지를 그녀에게 꺼내보인다.
"이건 뭐예요."
"당신 아버지가 보낸 편지야."
장인 어른 혹은 아버님이라고 해야 올바르겠지만은 사나에 아버지에 대해서 그렇게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남영이다 보니까 그런거 생략을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그렇게 표현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라고 하자 사나에가 얼른 받아서 읽기시작하였다.
읽는 도중에 그녀의 표정은 좀전 남영의 모습이랑 별반 다를봐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 읽었을때쯤에는 그녀 역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손은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이제.......... 어쩌지요?"
그녀의 물음에 남영은 답을 해주지 않았다.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을 해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니까.
편지의 내용은 몇일전 작성된 것이다. 사나에의 아버지 이마니시 이쿠오는 지금 일본에 가있는 중이다.
일본의 패망 이후 조선땅에 거주중인 일본인들은 서서히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더는 조선땅에 남아있을 이유도 그럴 수도 없는 상태이기에 그건 그들로서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사나에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천황의 항복 선언 이후 그날부로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다. 사나에의 아버지만이 아니라 공직에 있었던 중요 인사들 대부분 그렇게 당일부로 조선땅을 떠난 것이다.
떠나기 직전에 급히 작성된 편지를 통해서 인편으로 딸에게 편지를 전한 것이다.
곧 조선땅에 있던 일본인들 전부 본국으로 돌아갈것이니 너 역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것이다라는 내용과 더불어서 현재 자신이 처분하지 못한 살고 있던 집을 처분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직접 하기 힘들면은 남편이랑 상의해서 하라는 것과 이혼 예기까지 언급이 되었다.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직감을 한 사나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어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나 어떻게 하면은 좋을까요." 그녀의 얼굴에는 그렇게 써져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살며시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는 그렇게 두사람은 미동조차하지 않았다.
"저도 떠나야하는 건가요?"
한참만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남영은 대답이 없었다.
"아무도 없니."
"예. 어머님."
한참동안의 적막이 깨졌다. 갑자기 들려오는 어머님의 목소리에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남영에게서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평소에 그랬던 모습으로 돌아오고 밖으로 달려나간다.
좀전의 망연자실하던 실의에 빠졌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것인지.......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평소랑 다를봐없는 태연한 얼굴로 살림에 열중하고 있었다. 마당에 물뿌리면서 비질을 하는 모습, 성실한 새댁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떻게 해야하지."
이말은 남영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오늘 받았던 그녀 아버지의 편지를 보는 순간 그제서야 그에게 닥친 현실을 스스로 실감을 할수 있었다.
해방이 되었으니까 이제 일본인들은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건 당연한 결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간 생각을 못하였다. 아니 생각을 하였더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남의 일들로만 치부하였다.
하지만은 이제는 아니다. 그들에게 당면한 현실이다.
사나에 역시 일본사람,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요 몇일동안 거리를 돌면서 봐온 것은 한마디로 무정부 상태의 혼란 그자체였다.
일본인이 경영하던 상점이나 공장들은 폐점한 상태이고 곳곳에서는 일본인들을 상대로 한 조선인들의 테러가 잇달았다.
수십년동안 억눌러졌던 격앙된 감정들이 그렇게 터져나온 것이다.
하지만은 아직 경찰이랑 군 병력들이 주둔해있는 상태였으므로 그들의 행동은 더 이상의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일본인들을 상대로한 폭행사건이나 테러가 심심치않게 발생하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않그래도 신변의 불안을 격고있던 일본인들은 거리에 나오는 것을 자제하였고 본국으로 귀환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총독부나 일부 관공서들은 현지에 체류중인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들의 귀환을 돕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 몇일동안 봐온 것이 이게 다이다. 그렇기에 사나에는 한번도 밖으로 나간일도 없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면은 어떻게하나 하는 마음에서 불안해하면서 말이다.
그녀의 처지를 의식을 해서 장보러 가는 것이나 기타 소소한 일들은 남영이 직접 대신 처리를 해주었다.
외형적으로는 힘들어하는 부인을 위해서 남편이 한몫 거들어준다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하지만은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순 없다. 지금 자신들에게 닥쳐온 현실은 뭔가 선택을 하지 않으면은 않되는 상황이다.
사나에의 일본 귀국, 그것은 두 사람의 결별을 의미하니까.
"잠시만 밖에 나갔다 올게."
"얘. 그러세요. 바람좀 쐬고 오세요."
좀전의 그 암울한 얼굴은 어디가고 밝은 얼굴의 그녀만이 있을까.
밝은 표정을 하곤 있어도 그녀 역시 상당한 갈등과 망설임으로 고뇌하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문밖을 나서는 남영을 배웅을 하고는 그녀는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거리에 나서자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짐을 싸면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일본인들일 것이다.
짐을 싸면서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그들 역시 뭔가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 그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걸음걸이를 빨리하면서 자리를 떠난다.
"오랫만이구나."
"선배?"
옆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 돌아다보니 지석이었다.
남영에게로 다가오면서 어깨를 툭툭친다.
"왜 이렇게 풀이죽어서 지내."
"그렇게 됐어요."
남영의 말에 이해가 간다는 듯이 그 역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제수씨는 아직 않갔구나."
"알고 계셨군요."
"당연하지. 해방소식 듣자마자 제일먼저 떠올린 것이 너희 부부였으니까."
지석의 말에 더욱 암담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남영을 지석은 다독거리면서 끌고간다.
근처에 있는 비연빠(양주를 파는 서양식 술집, 오늘날의 룸싸롱)로 남영을 데려간다.
"저 술 못한다니까요. 게다가 양주라니..."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은 언제 마시니. 그렇게 많이 마실 필요없어. 아주 비싼 술인데다가 입가심이나 하지 부어라 벌꺽, 마셔라 벌꺽 하는 우리나라 술집은 아니거든. 그리고 아주 독하지. 분위기 즐기면서 시간때우는........ 그런데라고 보면은되."
서양식 술집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양 자세히도 설명을 해주는 지석이었다.
나비넥타이 멘 종업원이 작은 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그들에게 건내준다.
"큭..... 독하네."
"처음에는 그래도 나중에는 익숙해질걸. 그럼."
지석 역시 벌꺽 들이켰다. 이런 서양식 술은 처음이라서 남영은 완전히 인상 찡그리고 있었다. 지석은 몇 번 온적이 있는지 아무렇지 않게 들이켰다.
그렇게 몇잔 오고가자 서서히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였다.
"선배"
"왜"
혀 꼬부라지긴 하였지만은 그래도 정신이 말짱한 후배가 입을 연다. 뭔가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이전에 알쏭달쏭한 이야기들 이젠 해명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거........"
"혹시 이런날이 올거 예상하고 있었던거 아니예요?"
대답대신에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나.......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석을 다그쳤다.
"그렇다면은 뭔가 언질을 해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언질을 해주면은 자네 뭘 어떻게 할건가."
"그건......."
지석의 물음에 답을 하지못하였다. 사실 미리 알았다고 해도 뭔가 대책이란게 있을까.
"아무런 방법이 없고 조만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순리겠지. 그리고 결정이란게 뻔한거고 정해진거 아니던가."
"..........."
아무런 대답이 없는 남영, 다음말을 계속 이었다.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이런식으로 고민하고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하던게 몇일 더 늘어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않그런가."
"..........."
"그렇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않고 우회한것일세. 물론 자네는 아리송하게 들리고 뭔 소리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였지만은...... 사실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은....."
"그런데........ 결혼 한 사실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것은 뭔뜻이에요. 그리고 그날 요정에서 눈딱감고 즐기라는 소리는......"
남영의 말에 지석은 즉답을 않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면서 성냥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 연기를 내뱉은뒤에 입을 열었다.
"자네 신변때문이지."
"신변이라니요?"
더욱 의아한 표정으로 지석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자네 장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얼마나라니요?"
더욱 모르겠다는 듯 알수 없는 표정으로 지석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잘 모르나 본데.... 자네 장인이라는 사람 악평이 자자해."
탁자의 술을 입안에 털어넣고는 잠시 뜸을 들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병사계장이라는 직책을 이용을 해서 상당한 치부를 한 사람으로 알려져있지. 징집대상에 된 사람들이랑 뒷거래를 해서 많은 뇌물을 받았고 치부를 하였지."
"저기..... 공직에 있는 사람들 월급만으로 생활하는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청렴한 사람들은 굶어죽기 알맞다는거 잘아시잖아요."
물론 상대의 말에 어느정도 이유있는 반론을 제기하려는 의도이지만은 내심, 명색이 장인되는 사람의 험담이 듣기 거북하였기에 그렇게 나오는 남영이었다.
"물론 그렇지. 뒷돈 받는거라던가 뇌물 상납받는거 흔한 일이지. 그런데 자네 장인은 좀 차원이 달라."
"........."
"징집 면제해준다고 접근해서 돈 받아챙기고, 그리고 입 싹 딱고는 예정대로 전선으로 보내는 사람일세. 그것도 조선인들을 말일세."
그제서야 어떻게 돌아가는 이야기인지 남영의 머릿속에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군대 않가길 원하는 돈좀 있어보이는 집안에 접근을 한다.
그리고 확실한 면제를 약속한다. 그리고 그들은 믿는다. 그도 그럴것이 그 스스로 징집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는 최고책임자니까. 조선땅에서.......
그렇게 믿고 돈을 내놓는 사람들, 하지만은 약속은 깨어지고 대상자는 예정대로 군대에 끌려간다.
그리고 장인은 돈만 챙기고........
사기 당한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물론 가만히 있을 것이다. 고발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장인에게 청탁한 것은 징집면제이다. 전쟁중인 시기에 징집 면제를 거론하고 ,시도한다는 것 자체는 명백히 불순한 행위였다. 독립 운동하는 인사들이랑 마찬가지로 중죄에 해당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판없이 즉결 처분이 가능할 정도로 입에 담아서도 않되는 중죄다.
그런 그들이 그런 것을 시도하다가 사기당하였다고 고발을 한다.
그렇다면은 누가먼저 처벌을 받고 불이익을 받을까.
당연히 사기당한 그들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면제받기 위해 뒷거래를 시도한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고 그리고 제재를 가할 것이다.
그리고 장인은 일본인인데다가 총독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인물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상대는 돈만 많았지 배경이 전무한 조선사람들.......
장인이 설령 뇌물 받은 사실로 고발된다고 해도 달라진 것은 없다. 받긴 하였지만은 예정대로 적법한 절차대로 군대보냈고 빼낸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면제를 시켜줬다면은 문제는 달라졌겠지만은 말이다. 알려줘도 큰 문책이나 징계를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런 돈을 챙겼다면은 혼자서 꿀걱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윗선들에게도 얼마간은 대줬을것이지 않을까. 결국 고발을 해도 불이익을 받는 것은 피해자들이다.
그러니 그들로써는 당하고 쉬쉬하면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지않을까.
대충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자 씁쓸히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들은 이야기라서 그런지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만일에 맨정신에 듣게 되었다면은 어땠을까. 얼굴이 빨개지고는 치를 떨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거군요."
"그리고 그들 중에는 우리 학교다니는 사람들 친인척들도 있지. 아! 전번에 본 이창국이라는사람 기억하나."
"예."
"그 사람 삼촌 역시 자네 장인에게 당하였다네."
같은 학교 다니는 사람중에 그런 피해자가 있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든다.
"그래서 그랬군요. 중간에 말끊고......."
"결혼하였다는 소리 했다면은 아마도 상대가 누구냐라는 질문 나왔을걸. 그리고 멋모르는 자네는 자네 장인 이야기를 꺼냈을거고......... 그러면은 상상도 않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것이지. 이제 이해가 가나."
이제야 지석이 보인 그때 일들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한다. 만일에 그런 일이생겼다면은 아마 자신은 뼈도 못추릴 것이다.
주인이 미우면은 그 기르는 개도 밉다는 것이 뻔한 이치.
그래서 상대적으로 만만한 곳에 화풀이 및 보복이 가해질 것이다.
그것을 남영이 받아야하는 경우가 생길수 있다.
"그럼 진작에 언질을 줬어야 하잖아요."
"알고 숨기는 것보단 모르면서 지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바람직할때가 있지."
듣고보니 맞는 이야기인거 같았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
어느정도 궁금증을 해결을 하자 남영은 다른 의문점을 거론하였다.
"그런데 지혜 얘기는 어떻게 된겁니까?"
"자네 집안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뭔 소리예요?"
지석이 다시 한잔 주문을 한다. 웨이터가 따라주자 천천히 향을 음미하면서 쭉 들이킨다.
술을 잘마시는 지석이다 보니 어느세 술에 푹빠져있는거 같았다.
"분위기가 달라지진 않았느냐 이말일세."
그제서야 짐작가는 부분이 있었다.
"집사람 이야기입니까?"
"그렇지."
"그거랑 지혜예기랑 뭔 상관이 있는데요?"
지석은 남영을 처다보면서 침묵에 잠겨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때로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아니면은 타인에게 잔인하게 대처해야할때가 있지."
"............"
"지금 자네 처지가 그런거 아니겠나."
듣고보니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이 처한 일중 하나가 바로그것이니까. 어떻게 해결을 하고 풀어나가야할까.
하지만은 예기가 자꾸 다른방향으로 나가는거 같았다.
"지혜랑 그거랑 뭔 상관있느냐고요?"
"결단을 내리고 일을 끝내면은 우리 지혜 어떨까?"
"............."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하였다. 지석이 하고자하는 말의 의미가 이해가 되었고 동시에 뭔가 끓어오르는 것같았다.
"벌써부터 새살림 들일 궁리부터 하라 그겁니까?"
"지금 자네 자신에게 잔인해져야 할때가 아닐까. 그리고 제수씨한테도 말이야. 과거 자네가 제수씨 들였던 것은 최선의 선택이고 탁월한 결단이었어. 하지만은 이제는 아니야. 시대는 바뀌고있고 우리한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그런데......."
말끝을 흐리면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지만은 전체적으로 뭔소리일지 감이 잡힌다. 즉 남영의 부인이 걸림돌이된다는 말일 것이다.
남영은 아무말을 못하였다. 지석의 말에 반박을 할수도 없고 그리고 따질수도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말이다. 하지만은 뭘까. 이기분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독한 양주를 마시니까 그런가. 서서히 앞에있던 지석의 모습이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디론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속이타는거 같았고 그리고 목이말랐다.
눈을 떳다. 방안은 어둡고 주변은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을 비비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주전자가 눈에띄었다.
꿀꺽꿀꺽.......
그렇게 들이키고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못하는 술을 그것도 독한 양주를 마셔서 그런지 속이 쓰렸다. 그리고 현기증또한 심했고...... 잠시후 어느정도 안정이 되는지 몸을 일으켰다.
"언제 왔지?"
술기운에 빠져서 정신을 잃은 것이다. 몇잔밖에 않되는 작은 양이지만은 정말로 독한 술은 분명한거 같다. 눈을 비비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자신의 집은 아니다. 처음보는 곳이다. 이곳은 어딜까
그때 방문이 열린다. 당연 남영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일어났구나."
어둡지만은 낮익은 목소리 어둠에 서서히 적응이 되자 상대의 얼굴을 알아볼수있었다.
"지혜?"
"이제 정신이 드니?"
웃으면서 살며시 다가오고는 남영의 옆에 앉는다.
"어떻게 된거니?"
"오빠가 너 데리고 여기에 왔어. 만취했는데 잠시 여기서 제워달라고 말이야."
아마도 지석이 남영을 데리고 지혜의 집으로 온것일 것이다.
그제서야 어느정도 이해가 갈 것 같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은 이곳일까. 여관같은데도 많은데......
"그렇게 된거니? 그런데 선배는 어디에........"
"너 데려다 놓고는 집에 갔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지석도 같이 있었다면은 몰라도 남영 한사람만 남겨두고 갔다면은.........
"젠장....."
"뭐라고?"
갑작스럽게 나오는 짧으면서도 거친 단어에 지혜는 당혹스러워하는거 같다.
그녀의 표정을 보자 얼른 얼버무린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영이 일어나자 지혜의 표정이 달라진다.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거네. 그만 갈게."
"왜 오늘밤 자고 가지?"
"그럴 필요가 뭐 있어. 아!! 너의 어머님께 인사라도 드려야겠네. 공연히 인사불성되어서 폐끼친거 같으니까."
"엄마 않계셔."
"않계시다고?"
어머니가 않계시다는 지혜의 말에 남영의 얼굴은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다. 서서히 자신의 짐작이 100% 확신한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으니까.
"엄마 작은 고모네 집에 갔어. 상중이라서 일 거들어 드려야 한다고...."
"집에 않계신다 이거네."
고개를 끄덕이는 지혜. 스스로 끓어오르는 분을 삭히면서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는 다음 말을 잇는다.
"그럼 더 않되겠네. 남녀가 유별한데.... 부모님도 않계시는데 허락도 없이 기거하는거 있을수 없잖아"
그리고는 자리를 뜨려고 한다. 순간 지혜가 남영을 붙들었다.
"저....."
"왜그래."
뭔가 망설이는 듯 그러면서도 애써 참는 듯이 그녀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다가...
"오늘 여기에 있어주면은 않될까?"
그녀의 말에 남영의 인상은 바뀐다.
"선배가 시킨일이야? 아니면은 니가 부탁한일이야"
이미 다 알게 된 이상 더는 가식적인 행동이 필요없다는 듯이 단도직입적으로 나오는 남영의 태도에 지혜도 마지못해서 털어놓는다.
"오빠가 너 데려오면서...... 오늘 밤 같이 있으면서 인연을 만들어보라고...... 하지만은 오빠가 시킨일이 아니야. 다만...... 그 예기 듣는 순간..... "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서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예기이다. 어느정도 감을 잡은 남영이었기에 더 놀라진 않았다. 다만 더 이상의 상대에 대한 배려나 호의가 사라진 삭막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뿐이다.
"너 나 결혼한거 알지?"
고개를 끄덕인다. 죄지은 마냥 얼굴을 숙이면서 더는 대답하는 것이 곤란한지 고개짓으로 대신 답한다.
"알고있다는 사람이 이러는거 웃기지 않아."
"..........."
"전번에 이곳에 왔다가 갔을 때 너의 엄마가 말하더라. 지혜 니가 나한테 마음있는거 같다고 이것도 인연인거 같으니까 잘되게끔 부탁을 하더라고"
대답없는 지혜를 바라보면서 다시금 말을 이었다.
"너의 어머니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모르지만은... 다른데 한눈 팔생각 전혀 없어. 내가 그런다면은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 상태에서 알게모르게 양다리 걸치는 격으로 만드는거 치사하다는 생각 않들어."
"저...... 저..... 그런게 아니라, 난 단지......"
"단지 뭐......"
단호하게 서서히 언성을 높이는 남영의 태도에 지혜도 당황한 나머지 항변한다.
"나, 정말로 너랑 잘되고 싶어."
"지혜야"
지혜의 얼굴에서 한줄기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또 한줄기.....
그녀가 울먹거리는 것이다. 애써 참고 참고 내색을 않하지만은 아주 표않나게하는 게 힘든가보다.
"같이 학교 다니면서 너한테 신경질 부리는거 처음에는 왠지 니가 싫고 보기 싫었어."
".........."
"그러다가 주변에서 너한테 마음있는게 아니냐고 말들을 하고 게다가 오빠까지 내가 너한테 관심있는게 분명하다고 하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그런게 아닌가 하고 간혹 생각을 하였어"
그리고 지혜는 주저앉는다. 남영과 얼굴마주하면서 대화하기 힘든지 아니면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처음에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눌러왔는데........ 그런데..... 그런데...... 오빠가 너 결혼한거 말해주면서.... 그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거 같았어"
처음이나마 스스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지혜를 보면서 남영은 아무런 말을 못하였다.
다만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줄뿐이다.
"그거 알고 부터는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 왜 진작 내가 널 남달리 생각을 하는지.... 그것을 알지 못하였는지.... 그렇게 털어놓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더라고..."
"..........."
"그러다가 오빠가 너 결혼하게 된 이유를 예기해줬어. 어쩔수 없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그리고 기다리면은 나한테 희망이라는거 생길지 모른다고 힘내라면서......"
남영의 결혼하게 된 경위를 알게 되고 마음에도 없는 정략 결혼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오래가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지석에게 들었다는 거다.
그리고 해방이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서 더욱 확신을 가지게되었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황당하네. 니 말데로 아니 선배말대로 정략 결혼이고 어쩔수 없었다고 쳐. 그렇다고 해서 내 의사는 안중에도 없고 곧 이혼할거네 마네 하는 식으로 시작해서 너랑?"
"나...... 앞으로 잘할게. 이때까지 너한테 못되게 군거 사과할게. 미안해. 그러니......"
"지금 그거 예기하는거 아니잖아."
호통소리에 지혜는 더욱 놀라고 급기야는 남영의 바지가랑이를 붙잡는다.
"나, 진심이야. 니 곁에 있고 싶어. 그러니까...... 아, 그럼 기다리면은 되겠네. 그래. 얼마나 기다리면은......"
?..... 지혜의 흐느낌과 울먹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던 방안에 순간 날카로운 부딧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지혜가 바닥에 쓰러졌다.
잠시후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일어난다.
"나, 정말로 않돼?"
한쪽뺨은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는 듯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일어선다.
"이제 해방되었으니까 부인이랑은........"
집착인지 미련인지 알수는 없지만은 그래도 놓칠수 없다는 듯이 남영의 품에 파고들었다.
화가 났지만은 그래도 애써 진정을 하고 그녀를 끌어앉는다. 그리고 다독거리면서 그녀를 진정시킨다.
"그래. 나 어쩔수 없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결혼하였어. 하지만은...... 그래 해방이 되었다쳐. 그렇다고 해서 이혼으로까지 몰고가는거 심하다는 생각 않들어. 그리고 그 자리에 니가.... 선배랑 너랑 그렇게 둘이서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 남의 집 그렇게 풍비박산나는게 그렇게 좋아"
"그게 아니야. 다만........ 그럼 어떻게 하면은 돼. 어떻게 하면은....."
"지혜야."
"나, 절대로 너 놓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제발....."
순간 기습적으로 지혜가 남영의 입술을 훔친다. 갑자기 그런 그녀의 태도에 당황하였고 얼른 그녀를 떼어놓는다.
그런 남영이 원망스러운 듯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그치지 않고 계속 흐른다.
"그래. 내가 경솔한거네. 그렇게 쉽게 생각하다니...."
이제 스스로 깨닫게 된것인가. 그녀의 말에 순간 돌파구가 생긴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러니....."
하지만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지혜의 말은 남영의 예상을 뒤집는 것이다.
"사람 사는 것이 그렇지. 쉽게 헤어지는거 힘들겠지. 그래...... 기다리면은 되겠네. 1년? 2년 아니면은 5년정도면은 어때."
"지혜야. 너?"
순간 남영은 자신을 눈을 의심하였다. 자신을 바라보던 지혜는 고개를 숙이고 저고리 옷고름을 출기시작하였다. 그리고 곧 드러나는 그녀의 속살들......
천천히 한꺼풀 옷이 벗겨진다. 이런 그녀의 태도 예상치 못하였기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하였다.
그리고 얼마후 바닥에는 그녀의 옷자락들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알몸으로 남영앞에 서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남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나마 중요부위를 가리고 있던 두손은 천천히 떼고 당당하게 남영을 바라보았다.
여자의 알몸, 남영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 또한 처음이고....
이런 것이 여자의 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남영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은 더 이상 그런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지혜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너?"
"기다리면은 돼지? 그렇지. 그럼 오늘밤 나랑 같이 지내주면은 않될까. 나한테 곧온다고 약속하는 의미로.."
".........."
그녀는 그렇게 남영에게 다가오고는 다시 그의 품안에 안겼다.
남영은 그런 그녀를 끌어앉았다. 그리고 다독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너 그렇게 나를 생각하는줄 몰랐어."
지혜가 더욱 남영의 품에파고들었다. 그말이 곧 자신을 받아준다는 의미로 들렸기때문인진 몰라도......
그녀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놓고는 얼굴을 바라다보았다. 아주 따스한 표정으로 그녀를 말이다.
처음으로 남자에게 자신의 알몸을 전부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곧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을 받아줄거라는 확신이 들자 그녀는 지금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과 남자랑 같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을 하였다. 남영의 시선이 받아들이기 힘든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한편으로는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앞에있는 이 사람의 다음 행동을 말이다.
하지만은 그런 지혜를 바라보는 남영의 얼굴은 그것이 아니었다. 욕정, 성욕 따위가 아닌 동정에 가까운 시선과 표정말이다.
"선배가 그러더라."
"........."
느닷없는 지석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의 예상과 다른 뭔가를 느끼면서 지혜는 그를 바라다보았다.
"내가 그사람이랑 결혼한 선택은 어쩔수 없었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이야. 하지만은 시대는 변하였고 그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서 나가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종의 결단이라는 것을 내리고 스스로에게 잔인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말이야."
"............"
그리고 남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한동안 눈을 감으면서 착잡한 심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분명히 선배 이야기 맞아. 옳은 이야기이고...... 하지만은 선배는 한가지 모르는게 있어."
"뭘 말이야."
다시 지혜에게로 시선이 돌아간다. 알몸의 그녀는 남영의 태도가 의아한지 스스로 다 벗고 다 전혀가리지 않은 상태라는 것도 모른채 다음 말에 귀를 귀울이는 중이었다.
"물론 인생에서 갖가지 시련이 오고 예상치 못한 변수라는 것이 생기겠지. 그리고 그때마다 몹쓸일을 우리는 스스로 해야하고 어쩔수 없게 행해야 한다는 것 말이야. 그런데...... 내가 처한 현실이 지금 그런 경우에 속하는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
"저기......"
"해방이 되고 나서부터 집안에서 그사람이랑 나랑 묘한 입장이 되었고 갈등이란게 생기게 된 것은 사실인데......... 꼭 그런 식으로 해야될 정도라곤 생각을 않해.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야."
그말에 지혜가 당황해한다.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 없이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선배가 말한데로 눈딱감고 그런 식으로 한다고 쳐. 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잘나가고 내 앞날에 탄탄대로가 뚫릴까. 어쩔수 없다고 쳐도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면은 나중에 내 스스로에게 그 비수가 박히게 되어있어. 어떤 식으로든 말이야."
"..........."
"그사람이랑 나랑 맺어진거 말그대로 계약으로 한거나 마찬가지지. 하지만은 이것만은 확신해. 그사람이 일본사람이니 외국인이니 하는 것은 생각해본적 없어. 내가 사랑할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이것 하나뿐이야."
남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지혜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 사람 만나기 전에 니 맘 알았으면은 어쩌면은........ 아니 만일이란거 생각할필요가 없지. 지금이 제일 중요하니까 말이야. 이미 난 너랑 인연이 아니야. 이렇게 매달릴 필요는 없어."
"그럼...... 그럼..... 나, 첩으로 라도 않돼."
그에게서 비관적인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는사이에 최악의 수를 꺼낸다. 이렇게라도 하면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맘에.........
하지만은 그런 그녀가 더욱 안스러운 듯이 다독거린다. 그리고 다정하게 속삭인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그중에 정말로 너랑 인연인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나한테 이러는 것 보다 좀더 기다리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어때. 그게 더 건설적이지 않을까."
"흑흑 나, 너 아니면은 않돼. 절대로 않돼. 제발 날 버리지마. 부탁이야."
절망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다. 그런 그녀를 남영은 말없이 내려다본다. 허구헌날 짜증이나 부리면서 신경질 부리던 그녀가 이 여자라니..... 그랑 그간 있으면서 여자라고 인식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여자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쳐다본다. 이것이 여자 몸, 하지만은 그뿐이다. 더 이상 다른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녀의 알몸을 가로막는 다른 한존재가 어른거린다.
사나에..... 자신의 아내. 관계를 가져본적도 없고 그녀의 여체를 감상한적도 없다. 부부라는 이름이 무색하지만은 지금 남영은 그녀생각뿐이다. 그녀를 배신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상처주고 싶지도 않고........
"당분간 머리를 식히면서 맘 정리를 해봐. 어쩌면은 지석 선배의 말처럼 스스로에게 잔인해져야 할 사람은 넌지도 몰라. 나란 사람에게 그렇게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야. 앞으로 너랑 지석 선배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은 해. 세상은 바뀌고 많은 가능성이 있고 그것을 실현하는거 좋지. 하지만은 그렇게 다른사람 희생을 요구하면서까지 갖고싶진 않아. 난, 선배가 말하는 그렇게 큰 그릇이 못되거든. 선배 만나면은 이렇게 전해줘. 그리고 두 번다시 만나지 않았으면은 한다고 말이야."
그리고 방문을 연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몸이 무거워지는거 같다.
방문을 나서고 닫기 위해서 돌아다보았을 때 남영의 눈에 보인 것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를 원망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알몸의 그녀였다.
"감기들지 않게 조심해."
그리고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집을 나선다. 시계를 보니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그녀의 집에서 멀어져갔다.
가는 동안 그 스스로 좀전에 한말을 되세겼다.
"희생을 요구하면서까지 갖고싶진 않아"
지혜에게 한말이다. 그런데....... 왜 이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지혜를 희생하면서까지 그사람에게 내가 매달리는거 아닐까?"
또다시 혼란스러웠다. 남녀관계란 것이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것인가.
"이제 들어오니?"
"예. 어머니. 늦어서 죄송해요. 선배랑 술 마시다가 그렇게 됐네요."
집에 돌아오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들을 맞이하는 어머니.
"너, 나 잠깐만 보자."
"왜 그러세요?"
어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고는 어머니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하지만은 좀처럼 말을 꺼내지 않았다. 늦은 세벽인데 이렇게 뜸들이면서 아무말없는게 뭔가 심상치 않은 예기를 할거 같다.
"말씀하세요."
남영의 재촉에 마지못해서 어머니는 말을 꺼낸다.
"너, 새아기 어떻게 할거니?"
사나에 문제였다. 하긴 그 예기가 여태껏 왜 않나오는지 궁금하였다.
"그게........ 저도 마땅히......"
"이제 해방이 되었는데 이대로 둘순 없잖니."
남영은 어머니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 예기뭔 의도로 꺼내는 것일까.
이제 징집 문제 때문에 끌려다닐 필요없다고 이런 결혼 생활 유지할 이유도 없다는 소리일까.
아니면은 일본사람이라는 이유로 신변이 불안을 느끼는 그녀를 동정해서 하는 소리일지...
"뭔 뜻으로 하는 소리세요?"
"뭔 뜻이라니?"
"이제 전선에 끌려갈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데리고 있을 필요도 없으니까 내?으라 그소리예요?"
아들의 말에 순간 어머니의 표정이 변한다. 아마도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서 그런것일까.
"어머니 하시는 말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은...... 이거 한가지 분명히 알아두세요. 2년 가까이 저랑 어머니 뒷바라지 하느라고 고생한 사람이에요. 일본사람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거 잘 알지만은 저 사람은 그런거 구애받지 않고 이 집안 며느리 자격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은...... 하지만......"
남영의 단호한 태도에 뭔가 항변을 하려하였지만은 다음 말이 생각 나지 않는지 반박할 엄두가 않나는지 더는 그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그 일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요. 어머니가 뭐라든 않하던 간에 저의 두사람 정말로 숨통이 막히는거 같아요. 더 이상 이런 일로 사람 맘 상하게 하진 마세요. 자식 두는거 인정못한다는 것 만으로도 저랑 그사람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방을 나선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여니까 그녀가 있었다.
아마도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쳤는지 벽에 기대면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녀에가 다가갔다. 뺨을 어루만졌다. 언제나 봐도 아름다운 자신의 아내.
그녀를 일으켜 똑疋悶?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녀 옆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얼마있다가 그녀를 돌아다 보았다. 다시 뺨을 어루만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생각을 해도 한심스러웠다. 그녀가 격고 있고 도움을 필요로하는 일인데......
그녀에게 그것을 물어본다니.... 남편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때까지 내가 한게 뭐가 있지."
생각하면은 스스로 한게 전혀없다고 본다. 남편으로써 말이다.
고개를 돌렸다. 눈을 감았다. 얼마후 남영은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날이 밝아올 때가 되자 사나에는 늘 그랫던 것처럼 잠에서 깨어난다. 옆에 남편이 잠들어 있었다.
"언제 들어왔지?"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중간에 잠이 들었었던거 같았다.
"미안해요."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영에게 나직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옷 매무새를 잡고는 부엌으로 나갔다. 아침 지을 준비를 하는 중이다.
처음 살림을 시작을 할때 참으로 어색하였다. 이 시간대에 깨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으니까. 그럼으로 해서 시어머니에게 핀잔도 받았다.
하지만은 그렇게 해서 한달 정도 지나자 익숙해지고 능숙하게 몸에 익힐수 있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우물에 물을 길으러 갔다. 한동이 두동이 그렇게 물을 긷고 부엌으로 가려는 순간........
"누구지?"
순간 수상한 사람 둘이 담 너머 집을 기웃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사나에를 보면서 갸웃거리고 있었다.
얼굴이 시커멓고 초라한 모습이 부랑배인지 아니면은 걸인인지 의심스러웠다.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뭔가 망설이면서 당황해하는 그들.......
담너머로 그들을 바라보던 사나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당신들...... 누구세요?"
사나에가 말을 걸자 그들은 더욱 당황해하는 표정이다. 그러다가........
"저기...... 이전에 여기 살던 사람들 어떻게 됐는지 아시오"
한참만에 그들이 한 말이다. 그 말에 더욱 사나에는 의아하였다.
이전에 여기 살던 사람들? 그들이 누군데......
"잠시만요. 기다려보세요."
그리고는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간다.
"여보, 여보 일어나보세요. 빨리요."
"으응? 왜그래 갑자기....."
어지간해서는 자신이 일어날때까진 깨우지 않던 아내가 갑작스럽게 호들갑을 떨면서 깨우자 짜증에 앞서 의아하기까지하였다.
"여보, 이전에 이 집에 누가 살았어요?"
"갑자기 뭔 소리야?"
아직 덜깨어서 그런지 남영은 눈을 비비면서 하품을 해댔다.
"밖에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데 저보고 이 집에 살던 사람들 어떻게 됐냐고 묻잖요."
"이상한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에 뭔가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히고 잠이 쑥 달아난다.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밖으로 나갔다. 과연 두사람이 집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거같았다.
아직 날이 밝기 직전의 세벽이라서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나에 보고는 안에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말이다.
한발 한발 다가갈때마다 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허름한 옷차림에 땟국이 쩔은듯한 꽤재재한 몰골, 그리고 다가갈때마다 느껴지는 악취
"거지들인가?"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은 거지들이 뭐하러 이런 세벽에 남의 집 앞에 죽치고 있을까.
그러다가 남영은 그들이 입고있는 옷에 시선이 갔다. 더럽긴 하지만은 낡았긴 하지만은 분명히 군복이었다. 그것도 계급장을 달고 있는 옷으로 말이다. 거지들이 그런 옷을 입을 리가 없었다.
"당신들 누구요."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한 그들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가....
"큰형?"
순간 남영의 목소리가 골목안에 울려퍼진다. 그와 동시에 그들도 대답을 하였다.
"너 막내?"
"너구나 그렇구나."
격한 감정을 내재된 세사람의 음성이 그렇게 늦은 새벽 골목길안을 그렇게 매웠다.
"작은형? 큰형 맞지? 그렇지"
"그래. 우리야. 이 녀석 몰라보겠네. 많이 컸군."
수상한 사람들...... 그들은 남영의 형들인 남준과 남식이었다. 그렇게 감격의 재회를 한 세사람, 곧 뭔가 생각이 났는지 집안으로 달려간다.
"저 사람들 누구예요?"
하지만은 남영은 사나에에게 대답하는 것을 생략을 하고 큰소리로 어머니를 부른다.
"어머니, 형들 돌아왔어요. 어서 일어나세요."
잠시후 방문이 열리면서 어머니가 나온다.
"너 뭐라고 했니?"
혹시라도 늙어서 가는 귀가 먹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재차 아들에게 묻는다.
"형들 왔어요. 큰형이랑 작은형이요."
"뭐라고? 남준이랑 남식이 말이냐."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들이 대문을 열고 마당안으로 들어온다.
그들을 보자 그제서야 자신이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격한 마음에 그들에게 달려간다.
"애고, 너희들 왔구나 무사했구나."
"어머니, 그간 잘지냈어요?"
"건강하신거 같아서 안심이네요."
자나깨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장남과 차남이 그렇게 살아서 무사히 돌아오자 어머니의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두 아들이 환영이 아닐까 아니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얼굴을 만져보고 품어보았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절받으셔야지요."
"절은 뭔 절.... 그런거 됐다. 정말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그렇게 그들 가족이 감격의 재회를 하자 순간 남영은 뭔가 떠오르는 듯 사나에에게 다가갔다.
"큰형이랑 작은형이야. 인사해."
"예? 예......"
그제서야 그들이 누군지 알게되자 사나에도 남준과 남식에게 다가갔다.
"큰형 작은형, 서로 인사해요. 제 처예요."
"처음뵙겠습니다. 아주버님들, 사나에 라고 합니다."
남영이 사나에를 소개하자 그들은 적지 않게 놀라는 눈치다. 아마도 남영이 결혼한 사실을 몰랐던게 아닐까. 그리고 일본 이름이 튀어나오자 더욱 올라는 것 같았다.
"그런가요? 그런줄도 모르고...... 다른사람이 와서 사는건줄 알고..."
"저기, 인사가 늦었네요. 저 남식입니다. 이쪽이 제 형인 남준이고요."
그렇게 서로간에 어설픈 상견례를 치뤘다. 그리고 그들은 곧 방안으로 들어갔다. 사나에는 아침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씻을 물도 따로 받아놓고 가마솥에 데우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느정도 물이 데워지자 양동이에 퍼담고는 헛간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큰 통에다가 찬물이랑 뜨거운 물을 대충 섞어 놓고는 다시 나왔다.
"저기, 아주버님들 씻을 물 준비해놨어요. 어서 나오세요."
밖에서 사나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화제가 다른데로 돌아간다.
"윽, 그러고 보니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
"그러게나 말이다. 너희들 언제 목욕한거니."
막내동생이랑 어머니의 얼굴이 노랗게 찌뿌러들자 그들도 자신의 모습에 시선이 갔다.
그간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영락없는 거지꼴이 아닌가.
"어서 가서 씻어라. 애기가 물 받아놨다고 하잖니."
"예 알았어요."
두사람은 마지못해 일어났다. 그리고 방을 나섰다.
밖에 사나에가 그들을 보면서 말을 건다.
"저기 가서 씻으세요. 물 모자라면은 말하시고요."
"예."
두사람은 아직도 제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의아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은 그런 것은 나중에 따질일이고 우선은 씻는 일이 먼저이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사나에가 남영에게 달려간다.
"저, 당신......"
"뭐?"
"아주버님들 입을 옷 준비해야 하지 않아요?"
"아 그렇네. 잠깐만...."
잠시후 남영이 옷 몇벌을 준비해왔다.
"이거...... 아니, 내가 전해줄게. 당신은 하던일 봐."
"예, 그럼"
그제서야 직접 전해주기 뭣하다는 것을 알고는 남영에게 맡기기로 하고 사나에는 부엌으로 간다.
헛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보단 나은 편이지만은 그래도 악취는 여전하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어요?"
"말하자면은 길어. 너무나도......"
"나중에 예기해줄게. 그건 그렇고.... 너 언제 장가 간거니? 소식도 없이..."
"소식이 없긴요. 한달에 두 번씩 편지로 보내줬는데......"
하지만 두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레 묻는다.
"나 집소식 못들은지 꽤 됐는데....... 처음 끌려가고 몇통 주고 받은게 단데..."
"나도....... 소식 한자 못들었는데......"
그들의 말에 남영도 뭔가 짐작가는 것이 있는지 한숨섞인 어조로 내뱉었다.
"그게 맞을거예요. 아무리 보내도 답장이 없었던건 이쪽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럼 어떻게 된거지?"
"그런건 나중에 따져요. 아참, 어머니한테는 그 예기 하지 말아요. 형들 소식 끊긴 것 가지고 무리가 될까봐서 일부러 형들 편지 보낸것처럼 꾸몄거든요."
"그러니?"
자세힌 알순 없지만은 아무래도 그간 그들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일단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였다. 그렇게 급한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형들이 벗은 옷을 가지고는 밖으로 나왔다. 땀에 쩔고 때가 끼다 못해 도배가 됐을 정도이다.
"어머, 이리 주세요. 제가 빨께요."
"아니, 빨필요 없어. 그냥 버리거나 태워."
"예? 아, 알았어요."
버리거나 태우라는 말에 뭔 소리인가 의아해하다가 그제서야 그들이 입던 옷이 군복이라는 것을 알고 말의 의미를 이해할수 있었다.
날이 밝고 아침이 찾아왔다. 곧이어 남영의 집은 이제까지 없었던 활기를 되찾았다.
밤이나 낮이나 애를 태우면서 두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던 어머니는 이제 걱정거리 덜은 듯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침을 들면서 남준과 남식은 그간의 예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이 항복 선언을 하기 이전에 소련군이 만주에 진주하였고 그곳에 주둔하던 일본군들의 무장헤제 시켰다. 소련군들이랑 그와중에 교전까지 발생하였고 그 중에 남준과 남식은 탈영을 한 것이다. 군의관으로 있던 남준은 남몰래 낮에는 숨고 밤에 이동을하면서 압록강 근처의 단동까지 도착하였다. 그러다가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들었고 조선으로 넘어왔다.
그러다가 신의주에서 우연히 동생 남식을 만나게 된다. 남식도 일본의 항복 소식과 소련군의 진입에 우왕좌왕하던 부대를 탈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려는 중이었다.
그렇게 해서 두 형제는 같이 동행을 하게되었다. 하지만은 탈출을 하던 중이라서 이렇다 할 준비(돈이나 의복 식량)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게 거지꼴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항복을 하였지만은 아직도 곳곳에 일본 경찰이나 헌병 군 병력이 주둔해 있는터라 드러내놓고 돌아다니지 못해서 밤중에만 움직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경성에 도착을 해서 집으로 왔는데 그들이 처음 본 것이 사나에였다고 한다.
분명히 자신의 집이 맞는데 엉뚱한 사람이 사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가족들이 혹시 다른 곳으로 간 것이 아닐까 하고 어쩔줄 몰라하다가 날이 밝으면은 한번 수소문 하기로 하고 의견을 모았을때쯤에 남영이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된거구나."
"예. 혹시 다른데로 이사간 것이 라면은 어떻게 알아보나 하고 여간 신경쓰이던게 아니었거든요"
그말에 남영 역시 동조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사나에랑 자신의 형들과는 만나본적도 없었으니까 당연히 그런 오해를 할만하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오해를 하고 이래 저래 수소문을 한다면은 여간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아직 일본경찰이랑 군 병력이 그대로 주둔해있는 상황인데 탈영병이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가족들의 거처를 수소문한다는 것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니 정말로 기쁘구나. 부처님께 치성드린 보람이 있구나."
"저도 이렇게 남식이랑 만나서 같이 동행할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하긴 그렇죠. 두 형제가 나란히 탈영하다가 만나고 그리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그나저나 너 이 형님들 놔두고 먼저 장가를 가. 너많이 컸네."
"그나저나 결혼까지 한애가 아직도 숫기 어린 총각티가 나냐"
"그만들 해요."
듣기 거북한 소리는 아니지만은 웬지 쑥스러운 그리고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동생의 예민한 표정변화를 보고 남준과 남식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뭔 사정이나 내막이 동생에게 있다는 것을 얼른 느끼면서 말이다.
평생을 서로 같이 지내온 형제들인 만큼 그런거 알아보는건 어렵지 않았다.
사나에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쟁반에 담은 찬들을 내려다 놓고는 빈 찬그릇들을 내간다.
"아주버님들 더 드실거 있으시면은 말씀하세요. 많이 준비 해놨으니까요."
"아니 괜찮아요. 제수씨. 그건 그렇고 늦었지만은 결혼 축하드립니다."
"뭘요."
결혼 축하라는 말에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부엌으로 나간다.
남준과 남식은 그런 사나에를 세심히 처다본다. 다리를 저는데다가 조선말을 쓰지만은 부자연스러운 억양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좀전의 소개 당시 사나에라는 이름을 분명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은 분명한 일본 사람이라는 소리인데....... 왜 자신들에겐 알리진 않았는지.....
뭔가 알지 못하는 일이 그간 이 집안에서 일어난 것을 느꼈다. 나중에 동생을 통해서 알아보기로 하고 그렇게 그들은 그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 그렇게 된거구나. 그래서 결혼한거고......."
"..........."
잠시 시간을 내어서 세 형제는 뒷산 우물가로 갔다. 마침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시간대라서 그렇게 세사람은 자리를 잡았다.
그간 자신들이 없는 동안 생긴 일을 막내를 통해서 전해들은 이들은 왠지 모르게 착잡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왜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
"아!! 아까 그예기 했었지. 일부러 소식있는 것처럼 꾸몄다고? 그건 뭔소리니?"
형들의 질문에 솔찍히 그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큰형인 남준의 소식들은 작은형 남식이 징집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끊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왔던 편지가 더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은 형 남식의 소식도 처음 얼마동안 오다가 그 다음부터는 아예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제가 손을 썼지요.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은 어머니 걱정 될까봐서 형들이 편지 보내는 것처럼 그렇게요."
"그랬구나"
이해한다는 듯이 남준과 남식은 고개를 끄덕인다. 뭐 생각을 해보면은 있을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전쟁 일어나면서부터 모든일들이 폭주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족들간의 연락같은 것이 두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사망 통지/전사 통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전선에서 죽어나는 사람들도 이만저만 아니고 새로 끌려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과정에서 그런 오류나 절차상의 누락이 발생할수 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 경우에 자신들이 해당되었던 것이고...... 그래서 남영은 할수없이 그런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다행히도 아무런 의심없이 어머니를 속일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어머니는 글을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 잘아는 아들이 가짜 편지를 작성을 해서 글을 전혀 모르는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고 읽어드리는 것 너무나도 쉽지 않은가.
"결혼생활 어떠니?"
큰형의 물음에 남영은 대답을 하지않았다. 아니 뭘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나 할까.
그런 동생의 머뭇거림에 남식이 눈치를 챈 듯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수씨 아버지가 총독부 병사계장이라고?
"예."
"너의 장인 어떻게 됐니?"
이번에도 좀전처럼 말을 할까 말까 그렇게 망설이기를 여러번 결국 입을 연다.
"항복 방송 나오고 나서 그날부로 일본으로 갔어요"
"그럼 제수씨는 어떻게 하고......."
행여나 하는 마음에서 재차 동생에게 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남식은 결국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정도 감이 잡힌 상태이다.
조만간에 조선땅에서 일본인들은 일본으로 건너갈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다음 그나마 남아있던 군대나 경찰들도 다 철수를 할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제수의 입장과 처지가 상당히 묘하게 되었다는 것을 눈치를 챘으니까.
"지금 그것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얼마전에 자신의 장인이 보내온 편지의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 안에 내용중에 이혼이라는 단어도 들어있었다는 것도 말이다.
"제수씨는 어쩐다는 소리 없었니?"
"............."
대답대신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아마도 그녀도 어쩔줄 모르는 것일게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남준과 남식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간 예기를 들어보면은 분명히 막내는 어쩔수 없지 결혼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은 막내의 태도랑 고민하는 것으로 보아서 그녀랑 그동안 상당한 정을 쌓은 모양이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정말로 안쓰럽기까지 하였다.
"눈딱감고 이혼해. 제수씨 일본으로 보내."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예기를 해서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먹혀들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아보인다.
그러기에는 이제 막내는 철부지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정이라는 것을 충분히 맛을 보았고 쉽사리 그 유혹을 뿌지치지 못하는 상태라고 봐야한다.
남식은 형을 바라다 보았다. 뭔 방법이라도 있냐는 식의 시선을 보내면서 말이다.
"힘들겠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부정적인 답변을 대신하였다.
"제수씨한테 혹시 태기라도 있지 않니?"
뭔가생각이 난 듯이 남준이 물었다. 그러자 그말이 나오자 남영의 안색이 바뀐다.
"그런 소리 할거면은 집어치워!! 왜인 피 섞인 자식 인정 못하는 것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그리고는 자리를 떴다. 남은 두사람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다 보았다.
갑작스럽게 돌변한 막내의 저 태도. 살아오면서 저런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착하고 순한 애였는데........
한동안 말없이
"얘. 그런데요?"
아침부터 찾아온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부르자 문을 열고 나간다.
"저기, 편지를 전해달라고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집배원이세요?"
평소 자주 봐왔던 집배원이 아니기에 그리고 복장 또한 아닌거 같아서 질문을 재차 질문을 던졌다.
"집배원이 아니라, 심부름 온겁니다. 전해드렸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사내는 사라진다. 한참 그를 바라다 본뒤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편지 봉투를 뜯고 안에 내용물을 펴보았다.
"헉"
남영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였고 순간 얼어붙었는지 몸이 굳어 서있었다.
"왜 그러고 계세요?"
잠시후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몸을 돌린다. 사나에가 그런 남영의 모습을 보자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당신, 당신.... 말이야."
"예?"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계속 뜸을 들이면서 말을 더듬는 남편을 보자 사나에의얼굴 역시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남편의 이런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 잠깐 들어와봐."
간신히 입을 열면서 남영이 방안으로 들어간다. 사나에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남영은 들고있던 편지를 그녀에게 꺼내보인다.
"이건 뭐예요."
"당신 아버지가 보낸 편지야."
장인 어른 혹은 아버님이라고 해야 올바르겠지만은 사나에 아버지에 대해서 그렇게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남영이다 보니까 그런거 생략을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그렇게 표현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라고 하자 사나에가 얼른 받아서 읽기시작하였다.
읽는 도중에 그녀의 표정은 좀전 남영의 모습이랑 별반 다를봐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 읽었을때쯤에는 그녀 역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손은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이제.......... 어쩌지요?"
그녀의 물음에 남영은 답을 해주지 않았다.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을 해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니까.
편지의 내용은 몇일전 작성된 것이다. 사나에의 아버지 이마니시 이쿠오는 지금 일본에 가있는 중이다.
일본의 패망 이후 조선땅에 거주중인 일본인들은 서서히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더는 조선땅에 남아있을 이유도 그럴 수도 없는 상태이기에 그건 그들로서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사나에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천황의 항복 선언 이후 그날부로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다. 사나에의 아버지만이 아니라 공직에 있었던 중요 인사들 대부분 그렇게 당일부로 조선땅을 떠난 것이다.
떠나기 직전에 급히 작성된 편지를 통해서 인편으로 딸에게 편지를 전한 것이다.
곧 조선땅에 있던 일본인들 전부 본국으로 돌아갈것이니 너 역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것이다라는 내용과 더불어서 현재 자신이 처분하지 못한 살고 있던 집을 처분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직접 하기 힘들면은 남편이랑 상의해서 하라는 것과 이혼 예기까지 언급이 되었다.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직감을 한 사나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어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나 어떻게 하면은 좋을까요." 그녀의 얼굴에는 그렇게 써져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살며시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는 그렇게 두사람은 미동조차하지 않았다.
"저도 떠나야하는 건가요?"
한참만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남영은 대답이 없었다.
"아무도 없니."
"예. 어머님."
한참동안의 적막이 깨졌다. 갑자기 들려오는 어머님의 목소리에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남영에게서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평소에 그랬던 모습으로 돌아오고 밖으로 달려나간다.
좀전의 망연자실하던 실의에 빠졌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것인지.......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평소랑 다를봐없는 태연한 얼굴로 살림에 열중하고 있었다. 마당에 물뿌리면서 비질을 하는 모습, 성실한 새댁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떻게 해야하지."
이말은 남영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오늘 받았던 그녀 아버지의 편지를 보는 순간 그제서야 그에게 닥친 현실을 스스로 실감을 할수 있었다.
해방이 되었으니까 이제 일본인들은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건 당연한 결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간 생각을 못하였다. 아니 생각을 하였더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남의 일들로만 치부하였다.
하지만은 이제는 아니다. 그들에게 당면한 현실이다.
사나에 역시 일본사람,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요 몇일동안 거리를 돌면서 봐온 것은 한마디로 무정부 상태의 혼란 그자체였다.
일본인이 경영하던 상점이나 공장들은 폐점한 상태이고 곳곳에서는 일본인들을 상대로 한 조선인들의 테러가 잇달았다.
수십년동안 억눌러졌던 격앙된 감정들이 그렇게 터져나온 것이다.
하지만은 아직 경찰이랑 군 병력들이 주둔해있는 상태였으므로 그들의 행동은 더 이상의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일본인들을 상대로한 폭행사건이나 테러가 심심치않게 발생하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않그래도 신변의 불안을 격고있던 일본인들은 거리에 나오는 것을 자제하였고 본국으로 귀환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총독부나 일부 관공서들은 현지에 체류중인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들의 귀환을 돕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 몇일동안 봐온 것이 이게 다이다. 그렇기에 사나에는 한번도 밖으로 나간일도 없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면은 어떻게하나 하는 마음에서 불안해하면서 말이다.
그녀의 처지를 의식을 해서 장보러 가는 것이나 기타 소소한 일들은 남영이 직접 대신 처리를 해주었다.
외형적으로는 힘들어하는 부인을 위해서 남편이 한몫 거들어준다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하지만은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순 없다. 지금 자신들에게 닥쳐온 현실은 뭔가 선택을 하지 않으면은 않되는 상황이다.
사나에의 일본 귀국, 그것은 두 사람의 결별을 의미하니까.
"잠시만 밖에 나갔다 올게."
"얘. 그러세요. 바람좀 쐬고 오세요."
좀전의 그 암울한 얼굴은 어디가고 밝은 얼굴의 그녀만이 있을까.
밝은 표정을 하곤 있어도 그녀 역시 상당한 갈등과 망설임으로 고뇌하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문밖을 나서는 남영을 배웅을 하고는 그녀는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거리에 나서자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짐을 싸면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일본인들일 것이다.
짐을 싸면서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그들 역시 뭔가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 그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걸음걸이를 빨리하면서 자리를 떠난다.
"오랫만이구나."
"선배?"
옆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 돌아다보니 지석이었다.
남영에게로 다가오면서 어깨를 툭툭친다.
"왜 이렇게 풀이죽어서 지내."
"그렇게 됐어요."
남영의 말에 이해가 간다는 듯이 그 역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제수씨는 아직 않갔구나."
"알고 계셨군요."
"당연하지. 해방소식 듣자마자 제일먼저 떠올린 것이 너희 부부였으니까."
지석의 말에 더욱 암담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남영을 지석은 다독거리면서 끌고간다.
근처에 있는 비연빠(양주를 파는 서양식 술집, 오늘날의 룸싸롱)로 남영을 데려간다.
"저 술 못한다니까요. 게다가 양주라니..."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은 언제 마시니. 그렇게 많이 마실 필요없어. 아주 비싼 술인데다가 입가심이나 하지 부어라 벌꺽, 마셔라 벌꺽 하는 우리나라 술집은 아니거든. 그리고 아주 독하지. 분위기 즐기면서 시간때우는........ 그런데라고 보면은되."
서양식 술집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양 자세히도 설명을 해주는 지석이었다.
나비넥타이 멘 종업원이 작은 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그들에게 건내준다.
"큭..... 독하네."
"처음에는 그래도 나중에는 익숙해질걸. 그럼."
지석 역시 벌꺽 들이켰다. 이런 서양식 술은 처음이라서 남영은 완전히 인상 찡그리고 있었다. 지석은 몇 번 온적이 있는지 아무렇지 않게 들이켰다.
그렇게 몇잔 오고가자 서서히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였다.
"선배"
"왜"
혀 꼬부라지긴 하였지만은 그래도 정신이 말짱한 후배가 입을 연다. 뭔가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이전에 알쏭달쏭한 이야기들 이젠 해명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거........"
"혹시 이런날이 올거 예상하고 있었던거 아니예요?"
대답대신에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나.......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석을 다그쳤다.
"그렇다면은 뭔가 언질을 해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언질을 해주면은 자네 뭘 어떻게 할건가."
"그건......."
지석의 물음에 답을 하지못하였다. 사실 미리 알았다고 해도 뭔가 대책이란게 있을까.
"아무런 방법이 없고 조만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순리겠지. 그리고 결정이란게 뻔한거고 정해진거 아니던가."
"..........."
아무런 대답이 없는 남영, 다음말을 계속 이었다.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이런식으로 고민하고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하던게 몇일 더 늘어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않그런가."
"..........."
"그렇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않고 우회한것일세. 물론 자네는 아리송하게 들리고 뭔 소리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였지만은...... 사실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은....."
"그런데........ 결혼 한 사실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것은 뭔뜻이에요. 그리고 그날 요정에서 눈딱감고 즐기라는 소리는......"
남영의 말에 지석은 즉답을 않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면서 성냥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 연기를 내뱉은뒤에 입을 열었다.
"자네 신변때문이지."
"신변이라니요?"
더욱 의아한 표정으로 지석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자네 장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얼마나라니요?"
더욱 모르겠다는 듯 알수 없는 표정으로 지석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잘 모르나 본데.... 자네 장인이라는 사람 악평이 자자해."
탁자의 술을 입안에 털어넣고는 잠시 뜸을 들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병사계장이라는 직책을 이용을 해서 상당한 치부를 한 사람으로 알려져있지. 징집대상에 된 사람들이랑 뒷거래를 해서 많은 뇌물을 받았고 치부를 하였지."
"저기..... 공직에 있는 사람들 월급만으로 생활하는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청렴한 사람들은 굶어죽기 알맞다는거 잘아시잖아요."
물론 상대의 말에 어느정도 이유있는 반론을 제기하려는 의도이지만은 내심, 명색이 장인되는 사람의 험담이 듣기 거북하였기에 그렇게 나오는 남영이었다.
"물론 그렇지. 뒷돈 받는거라던가 뇌물 상납받는거 흔한 일이지. 그런데 자네 장인은 좀 차원이 달라."
"........."
"징집 면제해준다고 접근해서 돈 받아챙기고, 그리고 입 싹 딱고는 예정대로 전선으로 보내는 사람일세. 그것도 조선인들을 말일세."
그제서야 어떻게 돌아가는 이야기인지 남영의 머릿속에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군대 않가길 원하는 돈좀 있어보이는 집안에 접근을 한다.
그리고 확실한 면제를 약속한다. 그리고 그들은 믿는다. 그도 그럴것이 그 스스로 징집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는 최고책임자니까. 조선땅에서.......
그렇게 믿고 돈을 내놓는 사람들, 하지만은 약속은 깨어지고 대상자는 예정대로 군대에 끌려간다.
그리고 장인은 돈만 챙기고........
사기 당한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물론 가만히 있을 것이다. 고발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장인에게 청탁한 것은 징집면제이다. 전쟁중인 시기에 징집 면제를 거론하고 ,시도한다는 것 자체는 명백히 불순한 행위였다. 독립 운동하는 인사들이랑 마찬가지로 중죄에 해당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판없이 즉결 처분이 가능할 정도로 입에 담아서도 않되는 중죄다.
그런 그들이 그런 것을 시도하다가 사기당하였다고 고발을 한다.
그렇다면은 누가먼저 처벌을 받고 불이익을 받을까.
당연히 사기당한 그들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면제받기 위해 뒷거래를 시도한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고 그리고 제재를 가할 것이다.
그리고 장인은 일본인인데다가 총독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인물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상대는 돈만 많았지 배경이 전무한 조선사람들.......
장인이 설령 뇌물 받은 사실로 고발된다고 해도 달라진 것은 없다. 받긴 하였지만은 예정대로 적법한 절차대로 군대보냈고 빼낸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면제를 시켜줬다면은 문제는 달라졌겠지만은 말이다. 알려줘도 큰 문책이나 징계를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런 돈을 챙겼다면은 혼자서 꿀걱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윗선들에게도 얼마간은 대줬을것이지 않을까. 결국 고발을 해도 불이익을 받는 것은 피해자들이다.
그러니 그들로써는 당하고 쉬쉬하면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지않을까.
대충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자 씁쓸히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들은 이야기라서 그런지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만일에 맨정신에 듣게 되었다면은 어땠을까. 얼굴이 빨개지고는 치를 떨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거군요."
"그리고 그들 중에는 우리 학교다니는 사람들 친인척들도 있지. 아! 전번에 본 이창국이라는사람 기억하나."
"예."
"그 사람 삼촌 역시 자네 장인에게 당하였다네."
같은 학교 다니는 사람중에 그런 피해자가 있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든다.
"그래서 그랬군요. 중간에 말끊고......."
"결혼하였다는 소리 했다면은 아마도 상대가 누구냐라는 질문 나왔을걸. 그리고 멋모르는 자네는 자네 장인 이야기를 꺼냈을거고......... 그러면은 상상도 않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것이지. 이제 이해가 가나."
이제야 지석이 보인 그때 일들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한다. 만일에 그런 일이생겼다면은 아마 자신은 뼈도 못추릴 것이다.
주인이 미우면은 그 기르는 개도 밉다는 것이 뻔한 이치.
그래서 상대적으로 만만한 곳에 화풀이 및 보복이 가해질 것이다.
그것을 남영이 받아야하는 경우가 생길수 있다.
"그럼 진작에 언질을 줬어야 하잖아요."
"알고 숨기는 것보단 모르면서 지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바람직할때가 있지."
듣고보니 맞는 이야기인거 같았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
어느정도 궁금증을 해결을 하자 남영은 다른 의문점을 거론하였다.
"그런데 지혜 얘기는 어떻게 된겁니까?"
"자네 집안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뭔 소리예요?"
지석이 다시 한잔 주문을 한다. 웨이터가 따라주자 천천히 향을 음미하면서 쭉 들이킨다.
술을 잘마시는 지석이다 보니 어느세 술에 푹빠져있는거 같았다.
"분위기가 달라지진 않았느냐 이말일세."
그제서야 짐작가는 부분이 있었다.
"집사람 이야기입니까?"
"그렇지."
"그거랑 지혜예기랑 뭔 상관이 있는데요?"
지석은 남영을 처다보면서 침묵에 잠겨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때로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아니면은 타인에게 잔인하게 대처해야할때가 있지."
"............"
"지금 자네 처지가 그런거 아니겠나."
듣고보니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이 처한 일중 하나가 바로그것이니까. 어떻게 해결을 하고 풀어나가야할까.
하지만은 예기가 자꾸 다른방향으로 나가는거 같았다.
"지혜랑 그거랑 뭔 상관있느냐고요?"
"결단을 내리고 일을 끝내면은 우리 지혜 어떨까?"
"............."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하였다. 지석이 하고자하는 말의 의미가 이해가 되었고 동시에 뭔가 끓어오르는 것같았다.
"벌써부터 새살림 들일 궁리부터 하라 그겁니까?"
"지금 자네 자신에게 잔인해져야 할때가 아닐까. 그리고 제수씨한테도 말이야. 과거 자네가 제수씨 들였던 것은 최선의 선택이고 탁월한 결단이었어. 하지만은 이제는 아니야. 시대는 바뀌고있고 우리한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그런데......."
말끝을 흐리면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지만은 전체적으로 뭔소리일지 감이 잡힌다. 즉 남영의 부인이 걸림돌이된다는 말일 것이다.
남영은 아무말을 못하였다. 지석의 말에 반박을 할수도 없고 그리고 따질수도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말이다. 하지만은 뭘까. 이기분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독한 양주를 마시니까 그런가. 서서히 앞에있던 지석의 모습이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디론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속이타는거 같았고 그리고 목이말랐다.
눈을 떳다. 방안은 어둡고 주변은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을 비비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주전자가 눈에띄었다.
꿀꺽꿀꺽.......
그렇게 들이키고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못하는 술을 그것도 독한 양주를 마셔서 그런지 속이 쓰렸다. 그리고 현기증또한 심했고...... 잠시후 어느정도 안정이 되는지 몸을 일으켰다.
"언제 왔지?"
술기운에 빠져서 정신을 잃은 것이다. 몇잔밖에 않되는 작은 양이지만은 정말로 독한 술은 분명한거 같다. 눈을 비비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자신의 집은 아니다. 처음보는 곳이다. 이곳은 어딜까
그때 방문이 열린다. 당연 남영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일어났구나."
어둡지만은 낮익은 목소리 어둠에 서서히 적응이 되자 상대의 얼굴을 알아볼수있었다.
"지혜?"
"이제 정신이 드니?"
웃으면서 살며시 다가오고는 남영의 옆에 앉는다.
"어떻게 된거니?"
"오빠가 너 데리고 여기에 왔어. 만취했는데 잠시 여기서 제워달라고 말이야."
아마도 지석이 남영을 데리고 지혜의 집으로 온것일 것이다.
그제서야 어느정도 이해가 갈 것 같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은 이곳일까. 여관같은데도 많은데......
"그렇게 된거니? 그런데 선배는 어디에........"
"너 데려다 놓고는 집에 갔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지석도 같이 있었다면은 몰라도 남영 한사람만 남겨두고 갔다면은.........
"젠장....."
"뭐라고?"
갑작스럽게 나오는 짧으면서도 거친 단어에 지혜는 당혹스러워하는거 같다.
그녀의 표정을 보자 얼른 얼버무린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영이 일어나자 지혜의 표정이 달라진다.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거네. 그만 갈게."
"왜 오늘밤 자고 가지?"
"그럴 필요가 뭐 있어. 아!! 너의 어머님께 인사라도 드려야겠네. 공연히 인사불성되어서 폐끼친거 같으니까."
"엄마 않계셔."
"않계시다고?"
어머니가 않계시다는 지혜의 말에 남영의 얼굴은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다. 서서히 자신의 짐작이 100% 확신한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으니까.
"엄마 작은 고모네 집에 갔어. 상중이라서 일 거들어 드려야 한다고...."
"집에 않계신다 이거네."
고개를 끄덕이는 지혜. 스스로 끓어오르는 분을 삭히면서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는 다음 말을 잇는다.
"그럼 더 않되겠네. 남녀가 유별한데.... 부모님도 않계시는데 허락도 없이 기거하는거 있을수 없잖아"
그리고는 자리를 뜨려고 한다. 순간 지혜가 남영을 붙들었다.
"저....."
"왜그래."
뭔가 망설이는 듯 그러면서도 애써 참는 듯이 그녀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다가...
"오늘 여기에 있어주면은 않될까?"
그녀의 말에 남영의 인상은 바뀐다.
"선배가 시킨일이야? 아니면은 니가 부탁한일이야"
이미 다 알게 된 이상 더는 가식적인 행동이 필요없다는 듯이 단도직입적으로 나오는 남영의 태도에 지혜도 마지못해서 털어놓는다.
"오빠가 너 데려오면서...... 오늘 밤 같이 있으면서 인연을 만들어보라고...... 하지만은 오빠가 시킨일이 아니야. 다만...... 그 예기 듣는 순간..... "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서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예기이다. 어느정도 감을 잡은 남영이었기에 더 놀라진 않았다. 다만 더 이상의 상대에 대한 배려나 호의가 사라진 삭막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뿐이다.
"너 나 결혼한거 알지?"
고개를 끄덕인다. 죄지은 마냥 얼굴을 숙이면서 더는 대답하는 것이 곤란한지 고개짓으로 대신 답한다.
"알고있다는 사람이 이러는거 웃기지 않아."
"..........."
"전번에 이곳에 왔다가 갔을 때 너의 엄마가 말하더라. 지혜 니가 나한테 마음있는거 같다고 이것도 인연인거 같으니까 잘되게끔 부탁을 하더라고"
대답없는 지혜를 바라보면서 다시금 말을 이었다.
"너의 어머니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모르지만은... 다른데 한눈 팔생각 전혀 없어. 내가 그런다면은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 상태에서 알게모르게 양다리 걸치는 격으로 만드는거 치사하다는 생각 않들어."
"저...... 저..... 그런게 아니라, 난 단지......"
"단지 뭐......"
단호하게 서서히 언성을 높이는 남영의 태도에 지혜도 당황한 나머지 항변한다.
"나, 정말로 너랑 잘되고 싶어."
"지혜야"
지혜의 얼굴에서 한줄기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또 한줄기.....
그녀가 울먹거리는 것이다. 애써 참고 참고 내색을 않하지만은 아주 표않나게하는 게 힘든가보다.
"같이 학교 다니면서 너한테 신경질 부리는거 처음에는 왠지 니가 싫고 보기 싫었어."
".........."
"그러다가 주변에서 너한테 마음있는게 아니냐고 말들을 하고 게다가 오빠까지 내가 너한테 관심있는게 분명하다고 하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그런게 아닌가 하고 간혹 생각을 하였어"
그리고 지혜는 주저앉는다. 남영과 얼굴마주하면서 대화하기 힘든지 아니면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처음에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눌러왔는데........ 그런데..... 그런데...... 오빠가 너 결혼한거 말해주면서.... 그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거 같았어"
처음이나마 스스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지혜를 보면서 남영은 아무런 말을 못하였다.
다만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줄뿐이다.
"그거 알고 부터는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 왜 진작 내가 널 남달리 생각을 하는지.... 그것을 알지 못하였는지.... 그렇게 털어놓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더라고..."
"..........."
"그러다가 오빠가 너 결혼하게 된 이유를 예기해줬어. 어쩔수 없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그리고 기다리면은 나한테 희망이라는거 생길지 모른다고 힘내라면서......"
남영의 결혼하게 된 경위를 알게 되고 마음에도 없는 정략 결혼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오래가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지석에게 들었다는 거다.
그리고 해방이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서 더욱 확신을 가지게되었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황당하네. 니 말데로 아니 선배말대로 정략 결혼이고 어쩔수 없었다고 쳐. 그렇다고 해서 내 의사는 안중에도 없고 곧 이혼할거네 마네 하는 식으로 시작해서 너랑?"
"나...... 앞으로 잘할게. 이때까지 너한테 못되게 군거 사과할게. 미안해. 그러니......"
"지금 그거 예기하는거 아니잖아."
호통소리에 지혜는 더욱 놀라고 급기야는 남영의 바지가랑이를 붙잡는다.
"나, 진심이야. 니 곁에 있고 싶어. 그러니까...... 아, 그럼 기다리면은 되겠네. 그래. 얼마나 기다리면은......"
?..... 지혜의 흐느낌과 울먹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던 방안에 순간 날카로운 부딧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지혜가 바닥에 쓰러졌다.
잠시후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일어난다.
"나, 정말로 않돼?"
한쪽뺨은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는 듯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일어선다.
"이제 해방되었으니까 부인이랑은........"
집착인지 미련인지 알수는 없지만은 그래도 놓칠수 없다는 듯이 남영의 품에 파고들었다.
화가 났지만은 그래도 애써 진정을 하고 그녀를 끌어앉는다. 그리고 다독거리면서 그녀를 진정시킨다.
"그래. 나 어쩔수 없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결혼하였어. 하지만은...... 그래 해방이 되었다쳐. 그렇다고 해서 이혼으로까지 몰고가는거 심하다는 생각 않들어. 그리고 그 자리에 니가.... 선배랑 너랑 그렇게 둘이서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 남의 집 그렇게 풍비박산나는게 그렇게 좋아"
"그게 아니야. 다만........ 그럼 어떻게 하면은 돼. 어떻게 하면은....."
"지혜야."
"나, 절대로 너 놓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제발....."
순간 기습적으로 지혜가 남영의 입술을 훔친다. 갑자기 그런 그녀의 태도에 당황하였고 얼른 그녀를 떼어놓는다.
그런 남영이 원망스러운 듯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그치지 않고 계속 흐른다.
"그래. 내가 경솔한거네. 그렇게 쉽게 생각하다니...."
이제 스스로 깨닫게 된것인가. 그녀의 말에 순간 돌파구가 생긴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러니....."
하지만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지혜의 말은 남영의 예상을 뒤집는 것이다.
"사람 사는 것이 그렇지. 쉽게 헤어지는거 힘들겠지. 그래...... 기다리면은 되겠네. 1년? 2년 아니면은 5년정도면은 어때."
"지혜야. 너?"
순간 남영은 자신을 눈을 의심하였다. 자신을 바라보던 지혜는 고개를 숙이고 저고리 옷고름을 출기시작하였다. 그리고 곧 드러나는 그녀의 속살들......
천천히 한꺼풀 옷이 벗겨진다. 이런 그녀의 태도 예상치 못하였기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하였다.
그리고 얼마후 바닥에는 그녀의 옷자락들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알몸으로 남영앞에 서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남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나마 중요부위를 가리고 있던 두손은 천천히 떼고 당당하게 남영을 바라보았다.
여자의 알몸, 남영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 또한 처음이고....
이런 것이 여자의 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남영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은 더 이상 그런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지혜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너?"
"기다리면은 돼지? 그렇지. 그럼 오늘밤 나랑 같이 지내주면은 않될까. 나한테 곧온다고 약속하는 의미로.."
".........."
그녀는 그렇게 남영에게 다가오고는 다시 그의 품안에 안겼다.
남영은 그런 그녀를 끌어앉았다. 그리고 다독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너 그렇게 나를 생각하는줄 몰랐어."
지혜가 더욱 남영의 품에파고들었다. 그말이 곧 자신을 받아준다는 의미로 들렸기때문인진 몰라도......
그녀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놓고는 얼굴을 바라다보았다. 아주 따스한 표정으로 그녀를 말이다.
처음으로 남자에게 자신의 알몸을 전부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곧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을 받아줄거라는 확신이 들자 그녀는 지금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과 남자랑 같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을 하였다. 남영의 시선이 받아들이기 힘든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한편으로는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앞에있는 이 사람의 다음 행동을 말이다.
하지만은 그런 지혜를 바라보는 남영의 얼굴은 그것이 아니었다. 욕정, 성욕 따위가 아닌 동정에 가까운 시선과 표정말이다.
"선배가 그러더라."
"........."
느닷없는 지석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의 예상과 다른 뭔가를 느끼면서 지혜는 그를 바라다보았다.
"내가 그사람이랑 결혼한 선택은 어쩔수 없었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이야. 하지만은 시대는 변하였고 그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서 나가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종의 결단이라는 것을 내리고 스스로에게 잔인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말이야."
"............"
그리고 남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한동안 눈을 감으면서 착잡한 심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분명히 선배 이야기 맞아. 옳은 이야기이고...... 하지만은 선배는 한가지 모르는게 있어."
"뭘 말이야."
다시 지혜에게로 시선이 돌아간다. 알몸의 그녀는 남영의 태도가 의아한지 스스로 다 벗고 다 전혀가리지 않은 상태라는 것도 모른채 다음 말에 귀를 귀울이는 중이었다.
"물론 인생에서 갖가지 시련이 오고 예상치 못한 변수라는 것이 생기겠지. 그리고 그때마다 몹쓸일을 우리는 스스로 해야하고 어쩔수 없게 행해야 한다는 것 말이야. 그런데...... 내가 처한 현실이 지금 그런 경우에 속하는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
"저기......"
"해방이 되고 나서부터 집안에서 그사람이랑 나랑 묘한 입장이 되었고 갈등이란게 생기게 된 것은 사실인데......... 꼭 그런 식으로 해야될 정도라곤 생각을 않해.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야."
그말에 지혜가 당황해한다.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 없이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선배가 말한데로 눈딱감고 그런 식으로 한다고 쳐. 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잘나가고 내 앞날에 탄탄대로가 뚫릴까. 어쩔수 없다고 쳐도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면은 나중에 내 스스로에게 그 비수가 박히게 되어있어. 어떤 식으로든 말이야."
"..........."
"그사람이랑 나랑 맺어진거 말그대로 계약으로 한거나 마찬가지지. 하지만은 이것만은 확신해. 그사람이 일본사람이니 외국인이니 하는 것은 생각해본적 없어. 내가 사랑할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이것 하나뿐이야."
남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지혜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 사람 만나기 전에 니 맘 알았으면은 어쩌면은........ 아니 만일이란거 생각할필요가 없지. 지금이 제일 중요하니까 말이야. 이미 난 너랑 인연이 아니야. 이렇게 매달릴 필요는 없어."
"그럼...... 그럼..... 나, 첩으로 라도 않돼."
그에게서 비관적인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는사이에 최악의 수를 꺼낸다. 이렇게라도 하면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맘에.........
하지만은 그런 그녀가 더욱 안스러운 듯이 다독거린다. 그리고 다정하게 속삭인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그중에 정말로 너랑 인연인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나한테 이러는 것 보다 좀더 기다리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어때. 그게 더 건설적이지 않을까."
"흑흑 나, 너 아니면은 않돼. 절대로 않돼. 제발 날 버리지마. 부탁이야."
절망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다. 그런 그녀를 남영은 말없이 내려다본다. 허구헌날 짜증이나 부리면서 신경질 부리던 그녀가 이 여자라니..... 그랑 그간 있으면서 여자라고 인식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여자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쳐다본다. 이것이 여자 몸, 하지만은 그뿐이다. 더 이상 다른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녀의 알몸을 가로막는 다른 한존재가 어른거린다.
사나에..... 자신의 아내. 관계를 가져본적도 없고 그녀의 여체를 감상한적도 없다. 부부라는 이름이 무색하지만은 지금 남영은 그녀생각뿐이다. 그녀를 배신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상처주고 싶지도 않고........
"당분간 머리를 식히면서 맘 정리를 해봐. 어쩌면은 지석 선배의 말처럼 스스로에게 잔인해져야 할 사람은 넌지도 몰라. 나란 사람에게 그렇게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야. 앞으로 너랑 지석 선배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은 해. 세상은 바뀌고 많은 가능성이 있고 그것을 실현하는거 좋지. 하지만은 그렇게 다른사람 희생을 요구하면서까지 갖고싶진 않아. 난, 선배가 말하는 그렇게 큰 그릇이 못되거든. 선배 만나면은 이렇게 전해줘. 그리고 두 번다시 만나지 않았으면은 한다고 말이야."
그리고 방문을 연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몸이 무거워지는거 같다.
방문을 나서고 닫기 위해서 돌아다보았을 때 남영의 눈에 보인 것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를 원망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알몸의 그녀였다.
"감기들지 않게 조심해."
그리고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집을 나선다. 시계를 보니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그녀의 집에서 멀어져갔다.
가는 동안 그 스스로 좀전에 한말을 되세겼다.
"희생을 요구하면서까지 갖고싶진 않아"
지혜에게 한말이다. 그런데....... 왜 이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지혜를 희생하면서까지 그사람에게 내가 매달리는거 아닐까?"
또다시 혼란스러웠다. 남녀관계란 것이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것인가.
"이제 들어오니?"
"예. 어머니. 늦어서 죄송해요. 선배랑 술 마시다가 그렇게 됐네요."
집에 돌아오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들을 맞이하는 어머니.
"너, 나 잠깐만 보자."
"왜 그러세요?"
어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고는 어머니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하지만은 좀처럼 말을 꺼내지 않았다. 늦은 세벽인데 이렇게 뜸들이면서 아무말없는게 뭔가 심상치 않은 예기를 할거 같다.
"말씀하세요."
남영의 재촉에 마지못해서 어머니는 말을 꺼낸다.
"너, 새아기 어떻게 할거니?"
사나에 문제였다. 하긴 그 예기가 여태껏 왜 않나오는지 궁금하였다.
"그게........ 저도 마땅히......"
"이제 해방이 되었는데 이대로 둘순 없잖니."
남영은 어머니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 예기뭔 의도로 꺼내는 것일까.
이제 징집 문제 때문에 끌려다닐 필요없다고 이런 결혼 생활 유지할 이유도 없다는 소리일까.
아니면은 일본사람이라는 이유로 신변이 불안을 느끼는 그녀를 동정해서 하는 소리일지...
"뭔 뜻으로 하는 소리세요?"
"뭔 뜻이라니?"
"이제 전선에 끌려갈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데리고 있을 필요도 없으니까 내?으라 그소리예요?"
아들의 말에 순간 어머니의 표정이 변한다. 아마도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서 그런것일까.
"어머니 하시는 말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은...... 이거 한가지 분명히 알아두세요. 2년 가까이 저랑 어머니 뒷바라지 하느라고 고생한 사람이에요. 일본사람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거 잘 알지만은 저 사람은 그런거 구애받지 않고 이 집안 며느리 자격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은...... 하지만......"
남영의 단호한 태도에 뭔가 항변을 하려하였지만은 다음 말이 생각 나지 않는지 반박할 엄두가 않나는지 더는 그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그 일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요. 어머니가 뭐라든 않하던 간에 저의 두사람 정말로 숨통이 막히는거 같아요. 더 이상 이런 일로 사람 맘 상하게 하진 마세요. 자식 두는거 인정못한다는 것 만으로도 저랑 그사람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방을 나선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여니까 그녀가 있었다.
아마도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쳤는지 벽에 기대면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녀에가 다가갔다. 뺨을 어루만졌다. 언제나 봐도 아름다운 자신의 아내.
그녀를 일으켜 똑疋悶?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녀 옆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얼마있다가 그녀를 돌아다 보았다. 다시 뺨을 어루만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생각을 해도 한심스러웠다. 그녀가 격고 있고 도움을 필요로하는 일인데......
그녀에게 그것을 물어본다니.... 남편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때까지 내가 한게 뭐가 있지."
생각하면은 스스로 한게 전혀없다고 본다. 남편으로써 말이다.
고개를 돌렸다. 눈을 감았다. 얼마후 남영은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날이 밝아올 때가 되자 사나에는 늘 그랫던 것처럼 잠에서 깨어난다. 옆에 남편이 잠들어 있었다.
"언제 들어왔지?"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중간에 잠이 들었었던거 같았다.
"미안해요."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영에게 나직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옷 매무새를 잡고는 부엌으로 나갔다. 아침 지을 준비를 하는 중이다.
처음 살림을 시작을 할때 참으로 어색하였다. 이 시간대에 깨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으니까. 그럼으로 해서 시어머니에게 핀잔도 받았다.
하지만은 그렇게 해서 한달 정도 지나자 익숙해지고 능숙하게 몸에 익힐수 있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우물에 물을 길으러 갔다. 한동이 두동이 그렇게 물을 긷고 부엌으로 가려는 순간........
"누구지?"
순간 수상한 사람 둘이 담 너머 집을 기웃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사나에를 보면서 갸웃거리고 있었다.
얼굴이 시커멓고 초라한 모습이 부랑배인지 아니면은 걸인인지 의심스러웠다.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뭔가 망설이면서 당황해하는 그들.......
담너머로 그들을 바라보던 사나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당신들...... 누구세요?"
사나에가 말을 걸자 그들은 더욱 당황해하는 표정이다. 그러다가........
"저기...... 이전에 여기 살던 사람들 어떻게 됐는지 아시오"
한참만에 그들이 한 말이다. 그 말에 더욱 사나에는 의아하였다.
이전에 여기 살던 사람들? 그들이 누군데......
"잠시만요. 기다려보세요."
그리고는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간다.
"여보, 여보 일어나보세요. 빨리요."
"으응? 왜그래 갑자기....."
어지간해서는 자신이 일어날때까진 깨우지 않던 아내가 갑작스럽게 호들갑을 떨면서 깨우자 짜증에 앞서 의아하기까지하였다.
"여보, 이전에 이 집에 누가 살았어요?"
"갑자기 뭔 소리야?"
아직 덜깨어서 그런지 남영은 눈을 비비면서 하품을 해댔다.
"밖에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데 저보고 이 집에 살던 사람들 어떻게 됐냐고 묻잖요."
"이상한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에 뭔가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히고 잠이 쑥 달아난다.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밖으로 나갔다. 과연 두사람이 집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거같았다.
아직 날이 밝기 직전의 세벽이라서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나에 보고는 안에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말이다.
한발 한발 다가갈때마다 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허름한 옷차림에 땟국이 쩔은듯한 꽤재재한 몰골, 그리고 다가갈때마다 느껴지는 악취
"거지들인가?"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은 거지들이 뭐하러 이런 세벽에 남의 집 앞에 죽치고 있을까.
그러다가 남영은 그들이 입고있는 옷에 시선이 갔다. 더럽긴 하지만은 낡았긴 하지만은 분명히 군복이었다. 그것도 계급장을 달고 있는 옷으로 말이다. 거지들이 그런 옷을 입을 리가 없었다.
"당신들 누구요."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한 그들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가....
"큰형?"
순간 남영의 목소리가 골목안에 울려퍼진다. 그와 동시에 그들도 대답을 하였다.
"너 막내?"
"너구나 그렇구나."
격한 감정을 내재된 세사람의 음성이 그렇게 늦은 새벽 골목길안을 그렇게 매웠다.
"작은형? 큰형 맞지? 그렇지"
"그래. 우리야. 이 녀석 몰라보겠네. 많이 컸군."
수상한 사람들...... 그들은 남영의 형들인 남준과 남식이었다. 그렇게 감격의 재회를 한 세사람, 곧 뭔가 생각이 났는지 집안으로 달려간다.
"저 사람들 누구예요?"
하지만은 남영은 사나에에게 대답하는 것을 생략을 하고 큰소리로 어머니를 부른다.
"어머니, 형들 돌아왔어요. 어서 일어나세요."
잠시후 방문이 열리면서 어머니가 나온다.
"너 뭐라고 했니?"
혹시라도 늙어서 가는 귀가 먹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재차 아들에게 묻는다.
"형들 왔어요. 큰형이랑 작은형이요."
"뭐라고? 남준이랑 남식이 말이냐."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들이 대문을 열고 마당안으로 들어온다.
그들을 보자 그제서야 자신이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격한 마음에 그들에게 달려간다.
"애고, 너희들 왔구나 무사했구나."
"어머니, 그간 잘지냈어요?"
"건강하신거 같아서 안심이네요."
자나깨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장남과 차남이 그렇게 살아서 무사히 돌아오자 어머니의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두 아들이 환영이 아닐까 아니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얼굴을 만져보고 품어보았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절받으셔야지요."
"절은 뭔 절.... 그런거 됐다. 정말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그렇게 그들 가족이 감격의 재회를 하자 순간 남영은 뭔가 떠오르는 듯 사나에에게 다가갔다.
"큰형이랑 작은형이야. 인사해."
"예? 예......"
그제서야 그들이 누군지 알게되자 사나에도 남준과 남식에게 다가갔다.
"큰형 작은형, 서로 인사해요. 제 처예요."
"처음뵙겠습니다. 아주버님들, 사나에 라고 합니다."
남영이 사나에를 소개하자 그들은 적지 않게 놀라는 눈치다. 아마도 남영이 결혼한 사실을 몰랐던게 아닐까. 그리고 일본 이름이 튀어나오자 더욱 올라는 것 같았다.
"그런가요? 그런줄도 모르고...... 다른사람이 와서 사는건줄 알고..."
"저기, 인사가 늦었네요. 저 남식입니다. 이쪽이 제 형인 남준이고요."
그렇게 서로간에 어설픈 상견례를 치뤘다. 그리고 그들은 곧 방안으로 들어갔다. 사나에는 아침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씻을 물도 따로 받아놓고 가마솥에 데우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느정도 물이 데워지자 양동이에 퍼담고는 헛간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큰 통에다가 찬물이랑 뜨거운 물을 대충 섞어 놓고는 다시 나왔다.
"저기, 아주버님들 씻을 물 준비해놨어요. 어서 나오세요."
밖에서 사나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화제가 다른데로 돌아간다.
"윽, 그러고 보니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
"그러게나 말이다. 너희들 언제 목욕한거니."
막내동생이랑 어머니의 얼굴이 노랗게 찌뿌러들자 그들도 자신의 모습에 시선이 갔다.
그간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영락없는 거지꼴이 아닌가.
"어서 가서 씻어라. 애기가 물 받아놨다고 하잖니."
"예 알았어요."
두사람은 마지못해 일어났다. 그리고 방을 나섰다.
밖에 사나에가 그들을 보면서 말을 건다.
"저기 가서 씻으세요. 물 모자라면은 말하시고요."
"예."
두사람은 아직도 제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의아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은 그런 것은 나중에 따질일이고 우선은 씻는 일이 먼저이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사나에가 남영에게 달려간다.
"저, 당신......"
"뭐?"
"아주버님들 입을 옷 준비해야 하지 않아요?"
"아 그렇네. 잠깐만...."
잠시후 남영이 옷 몇벌을 준비해왔다.
"이거...... 아니, 내가 전해줄게. 당신은 하던일 봐."
"예, 그럼"
그제서야 직접 전해주기 뭣하다는 것을 알고는 남영에게 맡기기로 하고 사나에는 부엌으로 간다.
헛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보단 나은 편이지만은 그래도 악취는 여전하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어요?"
"말하자면은 길어. 너무나도......"
"나중에 예기해줄게. 그건 그렇고.... 너 언제 장가 간거니? 소식도 없이..."
"소식이 없긴요. 한달에 두 번씩 편지로 보내줬는데......"
하지만 두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레 묻는다.
"나 집소식 못들은지 꽤 됐는데....... 처음 끌려가고 몇통 주고 받은게 단데..."
"나도....... 소식 한자 못들었는데......"
그들의 말에 남영도 뭔가 짐작가는 것이 있는지 한숨섞인 어조로 내뱉었다.
"그게 맞을거예요. 아무리 보내도 답장이 없었던건 이쪽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럼 어떻게 된거지?"
"그런건 나중에 따져요. 아참, 어머니한테는 그 예기 하지 말아요. 형들 소식 끊긴 것 가지고 무리가 될까봐서 일부러 형들 편지 보낸것처럼 꾸몄거든요."
"그러니?"
자세힌 알순 없지만은 아무래도 그간 그들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일단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였다. 그렇게 급한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형들이 벗은 옷을 가지고는 밖으로 나왔다. 땀에 쩔고 때가 끼다 못해 도배가 됐을 정도이다.
"어머, 이리 주세요. 제가 빨께요."
"아니, 빨필요 없어. 그냥 버리거나 태워."
"예? 아, 알았어요."
버리거나 태우라는 말에 뭔 소리인가 의아해하다가 그제서야 그들이 입던 옷이 군복이라는 것을 알고 말의 의미를 이해할수 있었다.
날이 밝고 아침이 찾아왔다. 곧이어 남영의 집은 이제까지 없었던 활기를 되찾았다.
밤이나 낮이나 애를 태우면서 두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던 어머니는 이제 걱정거리 덜은 듯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침을 들면서 남준과 남식은 그간의 예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이 항복 선언을 하기 이전에 소련군이 만주에 진주하였고 그곳에 주둔하던 일본군들의 무장헤제 시켰다. 소련군들이랑 그와중에 교전까지 발생하였고 그 중에 남준과 남식은 탈영을 한 것이다. 군의관으로 있던 남준은 남몰래 낮에는 숨고 밤에 이동을하면서 압록강 근처의 단동까지 도착하였다. 그러다가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들었고 조선으로 넘어왔다.
그러다가 신의주에서 우연히 동생 남식을 만나게 된다. 남식도 일본의 항복 소식과 소련군의 진입에 우왕좌왕하던 부대를 탈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려는 중이었다.
그렇게 해서 두 형제는 같이 동행을 하게되었다. 하지만은 탈출을 하던 중이라서 이렇다 할 준비(돈이나 의복 식량)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게 거지꼴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항복을 하였지만은 아직도 곳곳에 일본 경찰이나 헌병 군 병력이 주둔해 있는터라 드러내놓고 돌아다니지 못해서 밤중에만 움직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경성에 도착을 해서 집으로 왔는데 그들이 처음 본 것이 사나에였다고 한다.
분명히 자신의 집이 맞는데 엉뚱한 사람이 사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가족들이 혹시 다른 곳으로 간 것이 아닐까 하고 어쩔줄 몰라하다가 날이 밝으면은 한번 수소문 하기로 하고 의견을 모았을때쯤에 남영이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된거구나."
"예. 혹시 다른데로 이사간 것이 라면은 어떻게 알아보나 하고 여간 신경쓰이던게 아니었거든요"
그말에 남영 역시 동조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사나에랑 자신의 형들과는 만나본적도 없었으니까 당연히 그런 오해를 할만하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오해를 하고 이래 저래 수소문을 한다면은 여간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아직 일본경찰이랑 군 병력이 그대로 주둔해있는 상황인데 탈영병이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가족들의 거처를 수소문한다는 것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니 정말로 기쁘구나. 부처님께 치성드린 보람이 있구나."
"저도 이렇게 남식이랑 만나서 같이 동행할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하긴 그렇죠. 두 형제가 나란히 탈영하다가 만나고 그리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그나저나 너 이 형님들 놔두고 먼저 장가를 가. 너많이 컸네."
"그나저나 결혼까지 한애가 아직도 숫기 어린 총각티가 나냐"
"그만들 해요."
듣기 거북한 소리는 아니지만은 웬지 쑥스러운 그리고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동생의 예민한 표정변화를 보고 남준과 남식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뭔 사정이나 내막이 동생에게 있다는 것을 얼른 느끼면서 말이다.
평생을 서로 같이 지내온 형제들인 만큼 그런거 알아보는건 어렵지 않았다.
사나에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쟁반에 담은 찬들을 내려다 놓고는 빈 찬그릇들을 내간다.
"아주버님들 더 드실거 있으시면은 말씀하세요. 많이 준비 해놨으니까요."
"아니 괜찮아요. 제수씨. 그건 그렇고 늦었지만은 결혼 축하드립니다."
"뭘요."
결혼 축하라는 말에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부엌으로 나간다.
남준과 남식은 그런 사나에를 세심히 처다본다. 다리를 저는데다가 조선말을 쓰지만은 부자연스러운 억양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좀전의 소개 당시 사나에라는 이름을 분명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은 분명한 일본 사람이라는 소리인데....... 왜 자신들에겐 알리진 않았는지.....
뭔가 알지 못하는 일이 그간 이 집안에서 일어난 것을 느꼈다. 나중에 동생을 통해서 알아보기로 하고 그렇게 그들은 그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 그렇게 된거구나. 그래서 결혼한거고......."
"..........."
잠시 시간을 내어서 세 형제는 뒷산 우물가로 갔다. 마침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시간대라서 그렇게 세사람은 자리를 잡았다.
그간 자신들이 없는 동안 생긴 일을 막내를 통해서 전해들은 이들은 왠지 모르게 착잡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왜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
"아!! 아까 그예기 했었지. 일부러 소식있는 것처럼 꾸몄다고? 그건 뭔소리니?"
형들의 질문에 솔찍히 그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큰형인 남준의 소식들은 작은형 남식이 징집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끊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왔던 편지가 더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은 형 남식의 소식도 처음 얼마동안 오다가 그 다음부터는 아예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제가 손을 썼지요.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은 어머니 걱정 될까봐서 형들이 편지 보내는 것처럼 그렇게요."
"그랬구나"
이해한다는 듯이 남준과 남식은 고개를 끄덕인다. 뭐 생각을 해보면은 있을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전쟁 일어나면서부터 모든일들이 폭주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족들간의 연락같은 것이 두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사망 통지/전사 통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전선에서 죽어나는 사람들도 이만저만 아니고 새로 끌려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과정에서 그런 오류나 절차상의 누락이 발생할수 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 경우에 자신들이 해당되었던 것이고...... 그래서 남영은 할수없이 그런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다행히도 아무런 의심없이 어머니를 속일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어머니는 글을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 잘아는 아들이 가짜 편지를 작성을 해서 글을 전혀 모르는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고 읽어드리는 것 너무나도 쉽지 않은가.
"결혼생활 어떠니?"
큰형의 물음에 남영은 대답을 하지않았다. 아니 뭘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나 할까.
그런 동생의 머뭇거림에 남식이 눈치를 챈 듯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수씨 아버지가 총독부 병사계장이라고?
"예."
"너의 장인 어떻게 됐니?"
이번에도 좀전처럼 말을 할까 말까 그렇게 망설이기를 여러번 결국 입을 연다.
"항복 방송 나오고 나서 그날부로 일본으로 갔어요"
"그럼 제수씨는 어떻게 하고......."
행여나 하는 마음에서 재차 동생에게 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남식은 결국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정도 감이 잡힌 상태이다.
조만간에 조선땅에서 일본인들은 일본으로 건너갈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다음 그나마 남아있던 군대나 경찰들도 다 철수를 할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제수의 입장과 처지가 상당히 묘하게 되었다는 것을 눈치를 챘으니까.
"지금 그것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얼마전에 자신의 장인이 보내온 편지의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 안에 내용중에 이혼이라는 단어도 들어있었다는 것도 말이다.
"제수씨는 어쩐다는 소리 없었니?"
"............."
대답대신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아마도 그녀도 어쩔줄 모르는 것일게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남준과 남식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간 예기를 들어보면은 분명히 막내는 어쩔수 없지 결혼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은 막내의 태도랑 고민하는 것으로 보아서 그녀랑 그동안 상당한 정을 쌓은 모양이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정말로 안쓰럽기까지 하였다.
"눈딱감고 이혼해. 제수씨 일본으로 보내."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예기를 해서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먹혀들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아보인다.
그러기에는 이제 막내는 철부지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정이라는 것을 충분히 맛을 보았고 쉽사리 그 유혹을 뿌지치지 못하는 상태라고 봐야한다.
남식은 형을 바라다 보았다. 뭔 방법이라도 있냐는 식의 시선을 보내면서 말이다.
"힘들겠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부정적인 답변을 대신하였다.
"제수씨한테 혹시 태기라도 있지 않니?"
뭔가생각이 난 듯이 남준이 물었다. 그러자 그말이 나오자 남영의 안색이 바뀐다.
"그런 소리 할거면은 집어치워!! 왜인 피 섞인 자식 인정 못하는 것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그리고는 자리를 떴다. 남은 두사람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다 보았다.
갑작스럽게 돌변한 막내의 저 태도. 살아오면서 저런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착하고 순한 애였는데........
한동안 말없이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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