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시간걸려 2부를 올립니다. 불성실한 작가놈 때리지만 말아주세요. ㅎㅎㅎ
언제나 심심한 보안실의 일상입니다. 일선 보안요원 여러분들, 저같이 널널하다 못해 미칠것 같은 현장도
있긴 하오나 지나치게 심심하니 비추랍니다. 하나, 문체가 바뀌었을겁니다. 아마도.
아아...로딩이 길다...
"아아...씨발..."
(이럴때 소라에선 마구 욕을 써도 된다는 사실에 대략 희열을 느낀다지요."
그날따라 하루종일 일이 꼬여버린 성준은, 비서과장의 눈초리가 못내 견디기가 힘들다. 회장님이 나가시는 길에 쫄래쫄래 따라가 어느때나 다름없이 의전을 해드리고 돌아서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퇴근인사까지 했는데 이놈의 비서과장년의 태도가 매우 거만하다.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래도 총총히 가버리는것. 뭐 언제는 안그랬느냐만 오늘따라 참 꾸리하다. 그래서 담배 한가치를 들고 야간근무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후문쪽으로 나가 화단가에 걸터앉았다. 앉을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이놈의 대리석은 참 차갑다.
부르릉...
비서과장년의 소나타 N20. 차 몰고 퇴근하면서 성준쪽을 흘깃 보고간다. 너 왜그렇게 사니 한심하다...정도의 의미를 함뿍 담고 있는 눈빛이 정말 짜증난다. 성준이 누군가. 비록 바닥에서 굴러도 언제나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이시대의 청년이 아니던가. 순간 그가 수없이 참아왔던 수모와 노력의 땀방울과 눈물의 의미가 순식간에 퇴색되는 듯 했다.
"씨발...진짜..."
그날따라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나는, 신경질적으로 담배꽁초를 집어던지고 홱 돌아서서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저....강주임님?"
"예..?"
성준의 퉁명한 목소리. -전편에서 말한 바 있듯이 성준의 풀 네임은 강성준. 당 보안팀의 주임으로 근무중이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움찔한 듯한 비서과의 임차장이 어색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로 35이라던가. 옷입는 센스나 외모로 봐서는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가 어렸으면 이모로 보였을 법 한, 옆집 누나같은 외모를 지닌 그녀에게는 그다지 원한따윈 없다. 언제나 불만 가득한 그에게도.
"무슨일이십니까?"
"....."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딱딱한 목소리에 그녀의 얼굴이 굳는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제 가방이 사무실에 있는데 비서실 직원들이 문잠그고 퇴근해버렸어요. 좀 도와주실래요?"
"키 드릴까요?"
"아아... 좀 열어주시면... 경비센서 작동할줄을 모르겠어요.:
"그걸..."
아. 새로 바꾼지 얼마 안되는구나.
"그러죠."
"네. 가요."
벌떡 일어서서 열쇠와 카드키를 챙겨들고 앞장서는 성준의 곁에 임차장이 바짝 따라붙는다. 이 아줌마는 늘상 이런다. 그럴 일이 많진 않지만 성준과 걷게 되면 항상 바싹 붙곤 한다. 덕분에 향수냄새가 짙게 코를 파고든다.
"이건 이렇게... 이정도 해주시면 됩니다. 아시겠지요?"
"그래요. 고마워요."
꼬박꼬박 인사는 해주는군. 홱 돌아서서 가려는 성준에게 그녀가 한마디를 던진다.
"식사 하셨어요?"
"...."
뚱 하니 바라보던 그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평소 고개를 젓거나 끄덕거리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그로서는 이례적이랄까. 아니면 기분나쁘다는 표현이랄까. 뭐, 대충 그렇다.
"안좋은 일 있으신 듯 한데, 식사 같이 해요. 제가 밥한끼 대접하고 싶어요."
"저 많이 먹습니다."
"에이. 그래도 차장이 주임보단 월급 쎄요. 많이 살게요."
"그러시죠. 뭐."
비싼 밥은 커녕 오천원짜리 백반을 주문한 성준. 임차장은 식사보다도 먹는 일에 열중하는 그에게 더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귀여운 동생을 보는 눈빛이랄까. 어라? 반찬까지 집어주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성준에게 알듯말듯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임차장이 입을 열었다.
"강주임님은 언제나 쉬세요?"
"아시잖아요."
"어머, 잘 모르는데."
"골프장 가신다고 보안실에서 시간 때우시면서 물어보는것마다 대답해드렸는데요..."
"아. 미안요. 기억이 안나서요. 나 머리 나쁜가봐요."
이여자. 지금 저자세다.... 기분 맞춰주는건 비서의 특기라는건가.
잠시 머뭇거린 성준은 조심스럽게 음식물을 삼키고 물을 들이켰다.
"일단 저희는 삼교대근무가 기본입니다. 주간과 야간과 휴무의 3교대죠. 그런데 지금 회장님이 그러시는건지, 누가 그렇게 만든건진 몰라도 저희 인원이 퇴사한 자리를 메꾸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때문에 24시간씩 번갈아가며 근무할수밖에 없죠. 벌써 일년째네요. 당휴당휴. 아시겠어요?"
"그럼 출근한날은 무조건 밤새고 아침퇴근하는거에요?"
"네."
"난 일찍 출근하시는건줄 알고..."
"전혀요. 출근시간은 임차장님이랑 같아요."
"힘드시겠다..."
다시 식사에 열중하려는 성준에게 임차장이 의외의 제안을 해온다.
"내일 토요일인데, 마침 쉬시겠네요?"
"그렇죠."
"바람이나 쐬러 가실래요?"
"저 낮잠자야 하는데..."
"아침에 가볍게 바람쐬고 와요. 나 차뽑은 기념으로. 안그래도 새벽까지 일보고 사무실에서
아침까지 있을것 같거든요."
"그....그러시죠."
대충 넘긴 성준. 열심히 남은 밥을 입에 쑤셔넣고 임차장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밥값을 내고는 식당에서 나와버렸다. 임차장이 황급히 쫓아나온다. 이여자 왜이러지... -왜그러긴!-
"내가 산다니까요."
"에에. 사줄려면 비싼거 사줘요."
"하하하. 그래요. 이따 야식 같이하죠 뭐."
"그러시지요오오..."
어느틈에 기분이 풀린 성준은 그 본연의 능글모드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렇게 저녁근무는 심야근무로 전환되고 있었다. 시간은 참 빨리도 가는 법.
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
"허거... 누구야."
쓰읍. 살짝 졸고있던 성준은 보안실의 전화를 받으며 다른 손으로 입가의 침을 닦으며 반사적으로 시계를 살폈다. 전화벨소리가 3회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을것. 잠잔 티를 내지 말것. 현재시간을 확인할것. 전화받을때의 습관중 몇가지다. 역시 전직 경호원... 흡족한 미소를 품은 성준은 그래도 자다깬 짜증이 남았지만 꾹 눌러참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보안실 보안근무자 강성준주임입니다."
"아아. 안주무셨어요? 늦었는데."
"실례지만 누구신지요?"
"임차장이요오오오..."
웃...내 말투를 따라하다니. 성준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계를 살폈다. 새벽 세시.
"아직도 야근하신거에요?"
"이제 얼추 끝났어요. 야식 할건데, 같이 가시죠?"
"아...예."
사실 야식생각은 없다. 본래 밤엔 잘 먹지 않는 성준은 찬물을 조금씩 들이키며 밤을 보냈고, 그러다 잠든 차였다.
"지금 보안실 내려갈게요."
"네."
대충 어지러진 책상을 정리하고 재떨이 뚜껑을 덮었다. 냄새는 어쩔 수 없군... 어차피 벽이 없이 개방된 보안실이다. 임시방편으로 로비의 정후문을 열어버리자 바람이 확 불어치며 냄새가 가시는 듯...한데...
"꺄악!"
이게 웬 비명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때마침 내려온 임차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성준이 열어버린 문으로 갑자기 들이친 바람에 치마가 휙 올라가버린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여자 치마가 좀 짧다. 좀 많이 짧다.
(구태여 흰 레이스펜티를 봤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 구태여 괄호까지 치며 본문을 늘리는...)
"무슨일 있으신가요?"
"아...아니요..."
하!하!하! 이 능청스러운 강주임. 성준일때는 거칠고 괴팍할지 몰라도 영업모드의 강주임은 언제나 나긋나긋하고 절도있다.
"가요."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진 임차장이 민망했는지 성준의 팔을 잡아끈다. 딴엔 팬티가 보인것을 눈치채고 부끄러워서 그랬겠지만, 사실 좀 어둡게 조명을 맞춰둔 로비에서 팔을 잡아끌며 스친 뭉클한 가슴이 더 자극적이다. 성준은 깨달았다. 조양현상이란것은 언제나 아침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아까 보안실에서 살짝 잠들기 전부터 서있던 녀석은 눈치없이 옷맵시를 방해하고 있었다.
덕분에 어색해진 야식타임. 별로 배고프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맛난 음식을 보니 자꾸 손이 가게 되고, 저녁식사때처럼 귀여운 동생을 보듯 말없이 성준의 먹는 양을 살피던 임차장이 소주를 주문하더니 혼자 홀짝거린다.
"한잔 할래요?"
"근무해야죠. 아침까진 안됩니다. 몇시간 남지도 않았고."
"그럼 저 혼자..."
"따라드릴게요. 대신."
"그래요."
성준이 따라주는 술잔을 잘도 홀짝이며 마시던 임차장의 눈이 풀린다. 피곤해보였다.
"강주임님은 애인 있으세요?"
"있지요. 사진 보셨잖아요?"
"그랬지...참..."
"임차장님은 애인 있으세요?"
"애인은 없고, 남편은 있어요."
"아...결혼하셨구나."
"헤헤. 내 나이가 몇인데요...나도 스물일곱만 같았으면 좋겠다."
"몇살이신데요?"
벌써 알고는 있지만 한번 더 묻는다. 성준은 상대방이 관심을 받는 듯 하는것을 좋아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서른다섯이에요. 나 늙었죠?"
"에에... 이렇게 예쁘신데요."
그래 이년아. 너 이쁘다. 영업용 멘트는 야식의 댓가라고 생각하렴. 허나... 사실 예쁘다는 말이 그리 잘못된 사람도 아니거니와,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터라 외려 성준이 머쓱해지고 있다.
"다 먹었으니, 일어서지요?"
"아아?"
"피곤하신것 같아요. 들어가셔서 좀 주무시기라도 하세요."
"사무실엔 잘곳이 없어요. 의자에선 허리아파 못자고."
"저희 대기실 빌려드릴게요. 대충 치우면 눈붙일만 할거에요."
"아아...고마워요."
지하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보안요원 대기실. 억지로 뺏듯이 만든 이 대기실은 원래 미화근무자들의 대기실이다. 새로 청소아저씨들의 대기실을 만들어주면서 남는 방을 얻은것이다. 락카와 책상 한개. 책꽂이가 전부인 방이지만 그래도 장판이 깔려있고 성준이 만들어둔 간이침대도 있다. 침대를 대충 치워준 성준은 이불을 깔고 비틀거리는 -분명 아까 걸어오면서는 멀쩡했다.- 임차장을 눕혔다. 이상하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왜 여기서까지 취객의 치닥거리까지 해야하나 하는 불만이 앞섰다.
"그럼 주무세요. 저 퇴근할때 깨워드릴게요."
"안가면 안되요? 여기 너무 컴컴하고 무서운데."
"네?"
"그렇잖아요. 낯설고."
"아아... 아무도 안와요. 걱정말고 주무세요."
"나 잠들때까지만 있어줘요."
헐... 눈치없는 둔탱이 성준은 이제서야 이여자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이여자. 날 도발하고 있던 것이다. 분명 걸어올땐 멀쩡했는데도 이상한점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게다가 누워있는 탓에 짧은치마가 말려올라가 팬티도 약간 보이지 않는가. 모르는건지, 의식하지 못하는건지.
"눈부셔요. 불좀 꺼줘요."
얼씨구... 불까지...
일단 불을 끄고 침상에 걸터앉은 성준은 임차장이 자리에 드러누운 채로 달라붙는 것을 느꼈다. 이어 등허리를 쓰다듬는 손. 등허리를 지나 옆구리를 쓰다듬는 손. 옆구리를 지나 그의 팔을 들어올리고 머리를 들이밀더니, 슬그머니 그의 가슴을 쓰다듬는 손.
"저..."
뭔가 말을 하려는 그의 입을 임차장의 입이 막는다.
"그냥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영화찍냐... 괜스레 닭살이 돋았지만 일단 이여자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한 성준. 몸에서 힘을 뺐다. 입을 막았던 손이 다시 어깨를 잡더니 자기쪽으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그녀가 이끄는대로 침상 한쪽을 차지하고 누울 수 밖에 없었고, 그의 다리를 베고 있던 그녀는 약간 버둥거리다가 자세를 잡고 그의 겨드랑이에 코를 묻었다.
"아... 몸이 단단하네요."
"뭐... 그런가요."
경험이 없는것도 아닌데 사춘기 소년처럼 머쓱하다. 몸의 중간에 살고있는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팍 쳐든다. 사실 아까부터 그랬다. 스무살 아가씨가 나이트클럽 갈때 입을만한 옷을 입고 살랑거리며 함께 다니고, 이젠 불 꺼진 어둑한 방 안에 둘만 있지 않은가.
그녀의 손이 다시 그의 가슴을 더듬는다. 뭔가 확인하듯이. 얼굴로 올라간 손은 뺨을 쓰다듬고, 귓볼을 쓰다듬고, 목덜미를 쓰다듬고, 그가 입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러낸다. 성준은 당연히 -지금 뭐하는겁니까!- 라고 외치지 않았다.
"으음..."
네개쯤 단추를 풀러낸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유두를 쓰다듬는다. 이여자, 뭔가에 홀려도 단단히 홀렸다. 어쩌면 한순간에 망가질수도 있는 일을 벌리려 하다니... 남은 단추를 모두 풀러내고 흉부와 복부를 맨몸으로 만든 그녀는 이제 바지 위로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똘똘이 녀석은 아까부터 질투섞인 짜증을 내고 있다. -나도 만져달란 말이야!- 기대에 부응하듯, 그녀는 조심스레 혁대 버클을 풀고 바지 호크를 따고, 지퍼까지 내리고, 팬티 속으로 쏙 손을 집어넣었다. 가운데 녀석을 움켜잡는 그녀의 손이 작아서 그런걸까, 평소보다 엄청 커진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감탄사.
"와아...."
"...?"
"이야...."
"왜...왜요."
"우와아...."
"뭐....뭡니까!"
"오호호... 좋아요. 아주 좋아요."
그녀의 머리가 그의 겨드랑이로부터 샥 사라진다. 지나치게 어두운 지하의 대기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고요 속에서 가운데의 그녀석에게 따듯한 느낌이 확 끼쳐온다.
"오옷..."
전체가 덮어씌워지는 듯한 감촉. 부드럽게 가해지는 인장력. 그렇다. 이녀석은 지금 빨리고 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갑작스러운 처음 느낌처럼 갑작스럽게 치고 올라오는 느낌. 결정적인 순간에 또 다시 갑작스럽게 시원해지고 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지만 결국 오르막길에서 다시 돌아온 가운데의 그녀석은 반항하는 기색이 완연한체로 평정을 찾았다.
언제나 심심한 보안실의 일상입니다. 일선 보안요원 여러분들, 저같이 널널하다 못해 미칠것 같은 현장도
있긴 하오나 지나치게 심심하니 비추랍니다. 하나, 문체가 바뀌었을겁니다. 아마도.
아아...로딩이 길다...
"아아...씨발..."
(이럴때 소라에선 마구 욕을 써도 된다는 사실에 대략 희열을 느낀다지요."
그날따라 하루종일 일이 꼬여버린 성준은, 비서과장의 눈초리가 못내 견디기가 힘들다. 회장님이 나가시는 길에 쫄래쫄래 따라가 어느때나 다름없이 의전을 해드리고 돌아서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퇴근인사까지 했는데 이놈의 비서과장년의 태도가 매우 거만하다.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래도 총총히 가버리는것. 뭐 언제는 안그랬느냐만 오늘따라 참 꾸리하다. 그래서 담배 한가치를 들고 야간근무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후문쪽으로 나가 화단가에 걸터앉았다. 앉을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이놈의 대리석은 참 차갑다.
부르릉...
비서과장년의 소나타 N20. 차 몰고 퇴근하면서 성준쪽을 흘깃 보고간다. 너 왜그렇게 사니 한심하다...정도의 의미를 함뿍 담고 있는 눈빛이 정말 짜증난다. 성준이 누군가. 비록 바닥에서 굴러도 언제나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이시대의 청년이 아니던가. 순간 그가 수없이 참아왔던 수모와 노력의 땀방울과 눈물의 의미가 순식간에 퇴색되는 듯 했다.
"씨발...진짜..."
그날따라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나는, 신경질적으로 담배꽁초를 집어던지고 홱 돌아서서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저....강주임님?"
"예..?"
성준의 퉁명한 목소리. -전편에서 말한 바 있듯이 성준의 풀 네임은 강성준. 당 보안팀의 주임으로 근무중이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움찔한 듯한 비서과의 임차장이 어색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로 35이라던가. 옷입는 센스나 외모로 봐서는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가 어렸으면 이모로 보였을 법 한, 옆집 누나같은 외모를 지닌 그녀에게는 그다지 원한따윈 없다. 언제나 불만 가득한 그에게도.
"무슨일이십니까?"
"....."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딱딱한 목소리에 그녀의 얼굴이 굳는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제 가방이 사무실에 있는데 비서실 직원들이 문잠그고 퇴근해버렸어요. 좀 도와주실래요?"
"키 드릴까요?"
"아아... 좀 열어주시면... 경비센서 작동할줄을 모르겠어요.:
"그걸..."
아. 새로 바꾼지 얼마 안되는구나.
"그러죠."
"네. 가요."
벌떡 일어서서 열쇠와 카드키를 챙겨들고 앞장서는 성준의 곁에 임차장이 바짝 따라붙는다. 이 아줌마는 늘상 이런다. 그럴 일이 많진 않지만 성준과 걷게 되면 항상 바싹 붙곤 한다. 덕분에 향수냄새가 짙게 코를 파고든다.
"이건 이렇게... 이정도 해주시면 됩니다. 아시겠지요?"
"그래요. 고마워요."
꼬박꼬박 인사는 해주는군. 홱 돌아서서 가려는 성준에게 그녀가 한마디를 던진다.
"식사 하셨어요?"
"...."
뚱 하니 바라보던 그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평소 고개를 젓거나 끄덕거리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그로서는 이례적이랄까. 아니면 기분나쁘다는 표현이랄까. 뭐, 대충 그렇다.
"안좋은 일 있으신 듯 한데, 식사 같이 해요. 제가 밥한끼 대접하고 싶어요."
"저 많이 먹습니다."
"에이. 그래도 차장이 주임보단 월급 쎄요. 많이 살게요."
"그러시죠. 뭐."
비싼 밥은 커녕 오천원짜리 백반을 주문한 성준. 임차장은 식사보다도 먹는 일에 열중하는 그에게 더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귀여운 동생을 보는 눈빛이랄까. 어라? 반찬까지 집어주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성준에게 알듯말듯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임차장이 입을 열었다.
"강주임님은 언제나 쉬세요?"
"아시잖아요."
"어머, 잘 모르는데."
"골프장 가신다고 보안실에서 시간 때우시면서 물어보는것마다 대답해드렸는데요..."
"아. 미안요. 기억이 안나서요. 나 머리 나쁜가봐요."
이여자. 지금 저자세다.... 기분 맞춰주는건 비서의 특기라는건가.
잠시 머뭇거린 성준은 조심스럽게 음식물을 삼키고 물을 들이켰다.
"일단 저희는 삼교대근무가 기본입니다. 주간과 야간과 휴무의 3교대죠. 그런데 지금 회장님이 그러시는건지, 누가 그렇게 만든건진 몰라도 저희 인원이 퇴사한 자리를 메꾸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때문에 24시간씩 번갈아가며 근무할수밖에 없죠. 벌써 일년째네요. 당휴당휴. 아시겠어요?"
"그럼 출근한날은 무조건 밤새고 아침퇴근하는거에요?"
"네."
"난 일찍 출근하시는건줄 알고..."
"전혀요. 출근시간은 임차장님이랑 같아요."
"힘드시겠다..."
다시 식사에 열중하려는 성준에게 임차장이 의외의 제안을 해온다.
"내일 토요일인데, 마침 쉬시겠네요?"
"그렇죠."
"바람이나 쐬러 가실래요?"
"저 낮잠자야 하는데..."
"아침에 가볍게 바람쐬고 와요. 나 차뽑은 기념으로. 안그래도 새벽까지 일보고 사무실에서
아침까지 있을것 같거든요."
"그....그러시죠."
대충 넘긴 성준. 열심히 남은 밥을 입에 쑤셔넣고 임차장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밥값을 내고는 식당에서 나와버렸다. 임차장이 황급히 쫓아나온다. 이여자 왜이러지... -왜그러긴!-
"내가 산다니까요."
"에에. 사줄려면 비싼거 사줘요."
"하하하. 그래요. 이따 야식 같이하죠 뭐."
"그러시지요오오..."
어느틈에 기분이 풀린 성준은 그 본연의 능글모드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렇게 저녁근무는 심야근무로 전환되고 있었다. 시간은 참 빨리도 가는 법.
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
"허거... 누구야."
쓰읍. 살짝 졸고있던 성준은 보안실의 전화를 받으며 다른 손으로 입가의 침을 닦으며 반사적으로 시계를 살폈다. 전화벨소리가 3회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을것. 잠잔 티를 내지 말것. 현재시간을 확인할것. 전화받을때의 습관중 몇가지다. 역시 전직 경호원... 흡족한 미소를 품은 성준은 그래도 자다깬 짜증이 남았지만 꾹 눌러참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보안실 보안근무자 강성준주임입니다."
"아아. 안주무셨어요? 늦었는데."
"실례지만 누구신지요?"
"임차장이요오오오..."
웃...내 말투를 따라하다니. 성준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계를 살폈다. 새벽 세시.
"아직도 야근하신거에요?"
"이제 얼추 끝났어요. 야식 할건데, 같이 가시죠?"
"아...예."
사실 야식생각은 없다. 본래 밤엔 잘 먹지 않는 성준은 찬물을 조금씩 들이키며 밤을 보냈고, 그러다 잠든 차였다.
"지금 보안실 내려갈게요."
"네."
대충 어지러진 책상을 정리하고 재떨이 뚜껑을 덮었다. 냄새는 어쩔 수 없군... 어차피 벽이 없이 개방된 보안실이다. 임시방편으로 로비의 정후문을 열어버리자 바람이 확 불어치며 냄새가 가시는 듯...한데...
"꺄악!"
이게 웬 비명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때마침 내려온 임차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성준이 열어버린 문으로 갑자기 들이친 바람에 치마가 휙 올라가버린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여자 치마가 좀 짧다. 좀 많이 짧다.
(구태여 흰 레이스펜티를 봤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 구태여 괄호까지 치며 본문을 늘리는...)
"무슨일 있으신가요?"
"아...아니요..."
하!하!하! 이 능청스러운 강주임. 성준일때는 거칠고 괴팍할지 몰라도 영업모드의 강주임은 언제나 나긋나긋하고 절도있다.
"가요."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진 임차장이 민망했는지 성준의 팔을 잡아끈다. 딴엔 팬티가 보인것을 눈치채고 부끄러워서 그랬겠지만, 사실 좀 어둡게 조명을 맞춰둔 로비에서 팔을 잡아끌며 스친 뭉클한 가슴이 더 자극적이다. 성준은 깨달았다. 조양현상이란것은 언제나 아침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아까 보안실에서 살짝 잠들기 전부터 서있던 녀석은 눈치없이 옷맵시를 방해하고 있었다.
덕분에 어색해진 야식타임. 별로 배고프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맛난 음식을 보니 자꾸 손이 가게 되고, 저녁식사때처럼 귀여운 동생을 보듯 말없이 성준의 먹는 양을 살피던 임차장이 소주를 주문하더니 혼자 홀짝거린다.
"한잔 할래요?"
"근무해야죠. 아침까진 안됩니다. 몇시간 남지도 않았고."
"그럼 저 혼자..."
"따라드릴게요. 대신."
"그래요."
성준이 따라주는 술잔을 잘도 홀짝이며 마시던 임차장의 눈이 풀린다. 피곤해보였다.
"강주임님은 애인 있으세요?"
"있지요. 사진 보셨잖아요?"
"그랬지...참..."
"임차장님은 애인 있으세요?"
"애인은 없고, 남편은 있어요."
"아...결혼하셨구나."
"헤헤. 내 나이가 몇인데요...나도 스물일곱만 같았으면 좋겠다."
"몇살이신데요?"
벌써 알고는 있지만 한번 더 묻는다. 성준은 상대방이 관심을 받는 듯 하는것을 좋아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서른다섯이에요. 나 늙었죠?"
"에에... 이렇게 예쁘신데요."
그래 이년아. 너 이쁘다. 영업용 멘트는 야식의 댓가라고 생각하렴. 허나... 사실 예쁘다는 말이 그리 잘못된 사람도 아니거니와,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터라 외려 성준이 머쓱해지고 있다.
"다 먹었으니, 일어서지요?"
"아아?"
"피곤하신것 같아요. 들어가셔서 좀 주무시기라도 하세요."
"사무실엔 잘곳이 없어요. 의자에선 허리아파 못자고."
"저희 대기실 빌려드릴게요. 대충 치우면 눈붙일만 할거에요."
"아아...고마워요."
지하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보안요원 대기실. 억지로 뺏듯이 만든 이 대기실은 원래 미화근무자들의 대기실이다. 새로 청소아저씨들의 대기실을 만들어주면서 남는 방을 얻은것이다. 락카와 책상 한개. 책꽂이가 전부인 방이지만 그래도 장판이 깔려있고 성준이 만들어둔 간이침대도 있다. 침대를 대충 치워준 성준은 이불을 깔고 비틀거리는 -분명 아까 걸어오면서는 멀쩡했다.- 임차장을 눕혔다. 이상하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왜 여기서까지 취객의 치닥거리까지 해야하나 하는 불만이 앞섰다.
"그럼 주무세요. 저 퇴근할때 깨워드릴게요."
"안가면 안되요? 여기 너무 컴컴하고 무서운데."
"네?"
"그렇잖아요. 낯설고."
"아아... 아무도 안와요. 걱정말고 주무세요."
"나 잠들때까지만 있어줘요."
헐... 눈치없는 둔탱이 성준은 이제서야 이여자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이여자. 날 도발하고 있던 것이다. 분명 걸어올땐 멀쩡했는데도 이상한점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게다가 누워있는 탓에 짧은치마가 말려올라가 팬티도 약간 보이지 않는가. 모르는건지, 의식하지 못하는건지.
"눈부셔요. 불좀 꺼줘요."
얼씨구... 불까지...
일단 불을 끄고 침상에 걸터앉은 성준은 임차장이 자리에 드러누운 채로 달라붙는 것을 느꼈다. 이어 등허리를 쓰다듬는 손. 등허리를 지나 옆구리를 쓰다듬는 손. 옆구리를 지나 그의 팔을 들어올리고 머리를 들이밀더니, 슬그머니 그의 가슴을 쓰다듬는 손.
"저..."
뭔가 말을 하려는 그의 입을 임차장의 입이 막는다.
"그냥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영화찍냐... 괜스레 닭살이 돋았지만 일단 이여자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한 성준. 몸에서 힘을 뺐다. 입을 막았던 손이 다시 어깨를 잡더니 자기쪽으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그녀가 이끄는대로 침상 한쪽을 차지하고 누울 수 밖에 없었고, 그의 다리를 베고 있던 그녀는 약간 버둥거리다가 자세를 잡고 그의 겨드랑이에 코를 묻었다.
"아... 몸이 단단하네요."
"뭐... 그런가요."
경험이 없는것도 아닌데 사춘기 소년처럼 머쓱하다. 몸의 중간에 살고있는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팍 쳐든다. 사실 아까부터 그랬다. 스무살 아가씨가 나이트클럽 갈때 입을만한 옷을 입고 살랑거리며 함께 다니고, 이젠 불 꺼진 어둑한 방 안에 둘만 있지 않은가.
그녀의 손이 다시 그의 가슴을 더듬는다. 뭔가 확인하듯이. 얼굴로 올라간 손은 뺨을 쓰다듬고, 귓볼을 쓰다듬고, 목덜미를 쓰다듬고, 그가 입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러낸다. 성준은 당연히 -지금 뭐하는겁니까!- 라고 외치지 않았다.
"으음..."
네개쯤 단추를 풀러낸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유두를 쓰다듬는다. 이여자, 뭔가에 홀려도 단단히 홀렸다. 어쩌면 한순간에 망가질수도 있는 일을 벌리려 하다니... 남은 단추를 모두 풀러내고 흉부와 복부를 맨몸으로 만든 그녀는 이제 바지 위로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똘똘이 녀석은 아까부터 질투섞인 짜증을 내고 있다. -나도 만져달란 말이야!- 기대에 부응하듯, 그녀는 조심스레 혁대 버클을 풀고 바지 호크를 따고, 지퍼까지 내리고, 팬티 속으로 쏙 손을 집어넣었다. 가운데 녀석을 움켜잡는 그녀의 손이 작아서 그런걸까, 평소보다 엄청 커진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감탄사.
"와아...."
"...?"
"이야...."
"왜...왜요."
"우와아...."
"뭐....뭡니까!"
"오호호... 좋아요. 아주 좋아요."
그녀의 머리가 그의 겨드랑이로부터 샥 사라진다. 지나치게 어두운 지하의 대기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고요 속에서 가운데의 그녀석에게 따듯한 느낌이 확 끼쳐온다.
"오옷..."
전체가 덮어씌워지는 듯한 감촉. 부드럽게 가해지는 인장력. 그렇다. 이녀석은 지금 빨리고 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갑작스러운 처음 느낌처럼 갑작스럽게 치고 올라오는 느낌. 결정적인 순간에 또 다시 갑작스럽게 시원해지고 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지만 결국 오르막길에서 다시 돌아온 가운데의 그녀석은 반항하는 기색이 완연한체로 평정을 찾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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