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부----------------------------------
민족의 영산이라는 백두산은 정말 장엄했다.
과연 천신이 내려와 한 나라를 만들 만 했다.
그런 장엄함에 빠져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날 따라온 수하들도 근처에 별다른 위험이 없음을 알고 각자 편한 휴식을 즐겼다.
나의 감지 능력도 있지만 위성에서 관찰 중이라 주위의 생명체 반응은 즉각적으로 알려왔다.
며칠간 정아와 자연을 데리고 육체의 향연도 벌였고 이곳의 기운이 너무 좋아 수련도 틈틈이 하며 지냈다.
그런 어느 저녁 백룡이 내 앞에 나타났다.
“요즘 한민족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과거에 누리던 영광을 겨우 찾는가 싶더니 벌써 저렇게 열심히 세력을 키우고 있다니. 어떤 나라도 이렇게 빨리 전후복구를 한 예가 없는데 말야.”
“다 이몸이 훌륭한 탓 아니겠어?”
“하하. 네 녀석의 뻔뻔함은 나도 어쩔 수가 없군.”
“그런데 할 말이 그게 다야?”
“실은 네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
“부탁이라... 신이란 놈도 부탁을 하나?”
“이건 신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신도 자신의 위치에서나 신이지 다른 곳으로 갈수가 없거든.”
“무슨 소리야. 다른 곳이라니... 설마 애들이 말하는 차원이동이니 시간이동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오호. 너 그런 것도 알아?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이 그건데.”
“정말이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차원은 있어. 물론 거리로 따지면 엄청 멀지만 실제론 바로 옆일 수도 있어. 이 세계에도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 있고 말야.”
“그래? 난 그냥 재미로 하는 그런 얘기들인줄 알았는데.”
“차원은 여러 가지가 있어. 인간들이 사는 현 자연계. 신들의 공간인 신계. 그들에 맞서는 악마들의 마계. 죽은 자가 가는 명계. 구미호 같은 환수들이 사는 환계. 그리고 신선들이 산는 선계. 총 여섯 개의 계가 존재하지. 물론 인간들은 수련의 정도에 따라 선계로 들 수 있고 동물들도 가끔은 환계로 들어가기도 해. 이 두 곳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죽어서 가는 명계까지 연결이 되어 있지. 다만 신계나 마계는 인간이나 동물이 갈 수 없는 곳이고. 나도 사실은 선계에서 이곳으로 파견 나온 것이라 보면 돼.”
“그런데 모습이 그게 뭐야?”
그러자 백룡의 모습이 다시 변했다.
죽기 전의 지킴이의 모습으로.
“사람들은 수호신의 존재를 용으로 알고 있어. 특히 동양의 용들은 비와 바람, 구름을 움직이는 존재로 보고 매우 숭상하지. 그래서 나도 부득불 이렇게 모습을 바꾼 것이고. 사실 용은 환계의 존재지 선계의 존재가 아니거든.”
“그렇군. 그런데 내게 이런 얘기를 하는 저의가 뭐야?”
“부탁이 있다고 했잖아.”
“거절이야.”
“들어보지도 않고?”
“응.”
“들어는 봐야지.”
“싫어.”
“듣고 얘기하자.”
“싫어.”
단답형의 대답으로 그의 질문을 이리저리 회피했다.
도무지 이놈이 말하는 부탁이라는게 쉬운게 없으니까.
지금은 평화의 시대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모든 것은 내게로 쏠리고 있으니까.
그런데 내게 뭔가를 부탁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니 수련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실... 어? 뭔데?”
“후후후. 역시 그럴줄 알았어. 수련이라니 말을 들어 먹는군.”
“일단 얘기나 들어보지.”
백룡이 하는 소리는 완전 공상소설에나 있을 일이었다.
자연계를 중심으로 선계와 환계가 붙어 있고 명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선계와 환계는 그 왕래가 자유로워 선계의 인물들이 가끔 환계의 환수들과 같이 수련을 한다.
그러던 중 환계의 환수 한 마리가 선계의 사람을 해치고 그의 기운을 흡수한 뒤 자연계로 도망을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의 능력은 엄청나서 선계에서 추적자를 보냈지만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라도 넉넉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선계의 인물도 자연계에선 몇일을 존재하지 못하는 관계로 잡힐 만 하면 도망가고 해서 곤란을 겪고 있다.
지금 자연계에서 최고로 강한 내게 부탁을 하는 이유는 나 아직 자연계의 사람이니 존재의 문제는 극복이 되기 때문이다.
단지 시간적인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백룡의 힘으로 조절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내가 그 환수를 잡으러 가야 된다는 말이지?”
“그렇지. 어때 생각있어?”
“그런데 그게 내 수련과 무슨 상관이야?”
“일단 넌 시간이동을 해야 해. 그러려면 지금보단 한 단계 위로 올라야 하지. 그걸 내가 도와준다는 말이고.”
“흠... 그런데 그 환수 쎄냐?”
“아마 너보다 조금 강할거야. 물론 네가 한 단계 더 올라가면 쉽겠지만. 그리고 그 환수는 말야...”
말꼬리를 늘리는 것이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뭔데. 확실하게 말해봐.”
“너와 같은 천부경을 익힌 사람의 기운을 흡수했어.”
이 말은 다시 말해서 그 환수를 잡으면 내가 그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는 소리다.
어짜피 잡히면 강제 송환 되겠지만 그전에 내가 그 기운을 흡수한다면 인간으로선 정말 극강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소리지.
슬슬 구미가 땡겼다.
하지만 이대로 내 모든 걸 버리고 가고 싶진 않았다.
이때까지 피땀 흘려 이룬게 얼만데.
“그런데 그거 꼭 내가 가야 하냐?”
“당연하지. 지금 인간들 중에선 이 일을 할 만한 사람이 너 말고는 없어.”
은근히 부추겨 세우지만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굳이 내가 갈 필요는 없잖어. 선계의 사람들이 가면 될 것을 내게 굳이 부탁하는건 무슨 문제가 있는거 같은데 말야.”
난 그게 궁금했다.
아무리 선계의 인물이 자연계에 오래 머물 수 없다고 해도 그깟 환수를 잡아들이지 못한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일 듯 했다.
“너 혹시 내게 숨기는거 없냐?”
“그게...”
“역시 그렇군. 안가. 아니 못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어때?”
“아니. 왠지 찜찜한게 별로네. 그럼 잘 가.”
“야.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봐. 내가 내일 다시 올게.”
백룡은 그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날 꼬시고 있어.
난 이곳이 좋다.
가진 것도 많고 더구나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이 너무 좋기 때문에.
앞으로 흥미진진한 일도 벌이려고 생각중인데 다른 시간대로 간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난 백룡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금 여체를 탐했다.
유일하게 여자를 안을 때만은 내 마음이 평온해 졌다.
수련으로 인해 감정이 표현이 제한되지만 그것 역시 일말의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담담하게 보여야 적이 얕잡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뭔가 생각할게 있으면 더욱 여체를 탐하게 되었다.
‘젠장. 가볼까? 그것도 재밌을거 같던데. 다른 시간대로 이동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잖아. 게다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는 어떤지도 궁금하고.’
갈등되었다.
그럴수록 여자의 몸을 더 강렬하게 자극했다.
밤새도록 그렇게 여체를 탐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다음날 백룡이 다시 날 찾아왔다.
“큰일이다.”
“뭐가 또 큰일이야.”
“지금 역사가 바뀌려 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뭐라는 거야?”
“내가 말한 환수가 지금 사고를 치려고 준비 중이야.”
“사고라니.”
“그 영악한 년이 선계나 환계의 지배를 벗어나 버렸어.”
“그 계에 속해 있으면 벗어나지 못하는거 아냐?”
“그런데 그걸 그년이 해버렸다고.”
“어떻게?”
“사내를 하나 홀려서 그의 씨를 받은 뒤에 자신의 뱃속에 든 아기에게 모든 힘을 넘기고 애기를 낳아 버렸어. 그게 무슨 소린 줄 알아? 인간이 되어 버렸단 말이다.”
“뭐 그럼 더 쉬운거 아냐? 명계의 사자들에게 잡아오라고 하면 되잖아.”
“그게 아냐. 명계의 사자들도 생명이 다한 사람만 데리고 오는 거지 산 사람을 죽여서 데려 오는게 아니거든. 그걸 아는 년이니까 이런 방법을 썼겠지. 그 애의 영혼과 그년이 영혼이 한데 섞여 있어서 그년을 죽이면 애도 같이 죽어버려. 그러니 손을 쓸 수도 없고.”
“그럼 뭐야. 그냥 두고 봐야 한다는 소리야?”
“그년의 혼을 빼낼 수는 있는데 시간이 걸려. 그리고 인간이 아니면 방법이 없어.”
“자식이 날 끌어들이려고 잔머리 굴리네.”
“아냐. 음양합인술로 분리를 해야 하거든. 게다가 엄청 강한 기운으로 밀어내야 하지.”
“하하. 그럼 섹스로 떨어지게 만든단 소리야?”
“응. 인간의 몸은 섹스를 하면 오르가즘이란 것을 느끼지. 그때 약간 유체이탈 비슷한 현상이 생겨. 그럼 두 개의 영혼이 완전 분리가 되는 거지. 그때 법술을 이용해서 환수를 포획하면 되는 거야. 물론 그년의 영혼이 들어있는 여체는 다시없을 요녀. 웬만한 남자는 정력이 고갈되어 죽어버리지. 그년보다 더욱 강한 힘이 없으면 소용이 없단 소리야.”
“내가 그걸 위해 시간이동을 해서 그년을 잡아야 한다? 왜?”
“내가 말했듯이 역사가 바뀌려는 조짐이 보여. 그럼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
“아니.”
“만약에 말야. 그년이 너의 먼 조상이 죽였다고 치자. 그럼 넌 지금 존재할까 안할까?”
그렇군.
과거의 일이라고 등한시 할 문제가 아니군.
“그럼 어떻해야 하는데?”
“니가 그 시간대로 가서 그년을 잡아야 해.”
“어디의 누군지 알고 잡는단 말야.”
“가보면 알겠지. 지금은 우리도 잡아낼 수가 없어. 힘이 봉인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기 전까진 알 수가 없거든.”
“그럼 그전에 죽어버릴 수는 없는거야?”
“물론 그전에 죽어버리면 끝이지. 하지만 봉인되었다고는 하나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을 것 같으면 보호 본능으로 살아남을거야. 그러니 확실히 찾아서 죽이는 수밖에 없지.”
“이런 황당한 일을 내게 하냐고.”
“너 말고는 사람이 없어. 그리고 선계와 환계에서도 너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고. 아마 네가 도와준다면 그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받을 수도 있을거야.”
“내가 그런걸 바라겠냐?”
“아니 받아야 할껄. 그들의 선물은 인간들이 말하는 그런게 아니거든.”
“그래?”
아! 이놈의 호기심.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다니.
지금 못간다고 말하려던 생각이 몽땅 뒤집어 지고 있다.
내가 왜 가냐.
못간다.
로 생각을 굳혔건만 백룡의 말에 흔들리고 있다.
“어떻할래? 뭐 이 세계에서 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 역사가 바뀌면 의례히 그렇게 됐거든.”
“그렇다면 내가 가도 소용이 없잖아.”
“아니 네가 결정을 하면 넌 혜택을 받게 되어 있어.”
“무슨 혜택?”
“거기까지.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거기까지야. 더 이상은 누설하지 못해.”
“미치겠구만.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난 계속 생각에 잠겼다.
그런대로 살아온 나였지만 내게 알 수 없는 능력이 생기면서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거란건 짐작했지만 이렇게 찾아오니 당황된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내게 이런 능력이 있고 또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지.
“알았어. 가도록 하지.”
“그래 잘 생각했어.”
“잠깐만 물건 좀 챙겨서 올게.”
“아니 필요없을거야. 그냥 날 따라가면돼.”
“에휴. 그래도 무기는 있어야지.”
솔직히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아서 게다가 여자들도 생각이 나서 한번 안아주고 오려고 했는데 이놈이 저지를 한다.
“그래 청공검만 있으면 되겠지?”
난 소환으로 청공검을 불러 허리에 찾다.
굳이 소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혹시나 시간이동을 한다고 하니 신경이 쓰여서 직접 이렇게 허리에 붙들어 맨 것이다.
나의 무기이자 나의 애인이니까.
“우선 넌 명계로 가서 몸을 깨끗이 하고 선계에 들러 수련을 한 다음 시간이동을 할거야.”
“뭐가 그리 복잡해.”
“가면 저절로 알게 돼.”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는게 좋지 않을까?”
“모두가 자고 있을 텐데 그냥 가지?”
“의외로 잔인한 구석이 있구만.”
“바빠서 그래. 그럼 내가 다른 방법으로 인사를 시켜주지.”
백룡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라고 하곤 그들의 꿈 속으로 날 인도했다.
꿈에서라도 인사를 하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이 세계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몸은 빛으로 감싸였다.
흠...
갑자기 세계가 바뀌어 이상하겠네요
그래도 원래 생각보다 늘어난 횟수에서 시작이 되네요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정리해서 쓰는것도 아니라 일단은 상상하는 만큼 올릴게요
계속 봐주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백두산은 정말 장엄했다.
과연 천신이 내려와 한 나라를 만들 만 했다.
그런 장엄함에 빠져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날 따라온 수하들도 근처에 별다른 위험이 없음을 알고 각자 편한 휴식을 즐겼다.
나의 감지 능력도 있지만 위성에서 관찰 중이라 주위의 생명체 반응은 즉각적으로 알려왔다.
며칠간 정아와 자연을 데리고 육체의 향연도 벌였고 이곳의 기운이 너무 좋아 수련도 틈틈이 하며 지냈다.
그런 어느 저녁 백룡이 내 앞에 나타났다.
“요즘 한민족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과거에 누리던 영광을 겨우 찾는가 싶더니 벌써 저렇게 열심히 세력을 키우고 있다니. 어떤 나라도 이렇게 빨리 전후복구를 한 예가 없는데 말야.”
“다 이몸이 훌륭한 탓 아니겠어?”
“하하. 네 녀석의 뻔뻔함은 나도 어쩔 수가 없군.”
“그런데 할 말이 그게 다야?”
“실은 네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
“부탁이라... 신이란 놈도 부탁을 하나?”
“이건 신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신도 자신의 위치에서나 신이지 다른 곳으로 갈수가 없거든.”
“무슨 소리야. 다른 곳이라니... 설마 애들이 말하는 차원이동이니 시간이동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오호. 너 그런 것도 알아?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이 그건데.”
“정말이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차원은 있어. 물론 거리로 따지면 엄청 멀지만 실제론 바로 옆일 수도 있어. 이 세계에도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 있고 말야.”
“그래? 난 그냥 재미로 하는 그런 얘기들인줄 알았는데.”
“차원은 여러 가지가 있어. 인간들이 사는 현 자연계. 신들의 공간인 신계. 그들에 맞서는 악마들의 마계. 죽은 자가 가는 명계. 구미호 같은 환수들이 사는 환계. 그리고 신선들이 산는 선계. 총 여섯 개의 계가 존재하지. 물론 인간들은 수련의 정도에 따라 선계로 들 수 있고 동물들도 가끔은 환계로 들어가기도 해. 이 두 곳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죽어서 가는 명계까지 연결이 되어 있지. 다만 신계나 마계는 인간이나 동물이 갈 수 없는 곳이고. 나도 사실은 선계에서 이곳으로 파견 나온 것이라 보면 돼.”
“그런데 모습이 그게 뭐야?”
그러자 백룡의 모습이 다시 변했다.
죽기 전의 지킴이의 모습으로.
“사람들은 수호신의 존재를 용으로 알고 있어. 특히 동양의 용들은 비와 바람, 구름을 움직이는 존재로 보고 매우 숭상하지. 그래서 나도 부득불 이렇게 모습을 바꾼 것이고. 사실 용은 환계의 존재지 선계의 존재가 아니거든.”
“그렇군. 그런데 내게 이런 얘기를 하는 저의가 뭐야?”
“부탁이 있다고 했잖아.”
“거절이야.”
“들어보지도 않고?”
“응.”
“들어는 봐야지.”
“싫어.”
“듣고 얘기하자.”
“싫어.”
단답형의 대답으로 그의 질문을 이리저리 회피했다.
도무지 이놈이 말하는 부탁이라는게 쉬운게 없으니까.
지금은 평화의 시대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모든 것은 내게로 쏠리고 있으니까.
그런데 내게 뭔가를 부탁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니 수련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실... 어? 뭔데?”
“후후후. 역시 그럴줄 알았어. 수련이라니 말을 들어 먹는군.”
“일단 얘기나 들어보지.”
백룡이 하는 소리는 완전 공상소설에나 있을 일이었다.
자연계를 중심으로 선계와 환계가 붙어 있고 명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선계와 환계는 그 왕래가 자유로워 선계의 인물들이 가끔 환계의 환수들과 같이 수련을 한다.
그러던 중 환계의 환수 한 마리가 선계의 사람을 해치고 그의 기운을 흡수한 뒤 자연계로 도망을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의 능력은 엄청나서 선계에서 추적자를 보냈지만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라도 넉넉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선계의 인물도 자연계에선 몇일을 존재하지 못하는 관계로 잡힐 만 하면 도망가고 해서 곤란을 겪고 있다.
지금 자연계에서 최고로 강한 내게 부탁을 하는 이유는 나 아직 자연계의 사람이니 존재의 문제는 극복이 되기 때문이다.
단지 시간적인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백룡의 힘으로 조절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내가 그 환수를 잡으러 가야 된다는 말이지?”
“그렇지. 어때 생각있어?”
“그런데 그게 내 수련과 무슨 상관이야?”
“일단 넌 시간이동을 해야 해. 그러려면 지금보단 한 단계 위로 올라야 하지. 그걸 내가 도와준다는 말이고.”
“흠... 그런데 그 환수 쎄냐?”
“아마 너보다 조금 강할거야. 물론 네가 한 단계 더 올라가면 쉽겠지만. 그리고 그 환수는 말야...”
말꼬리를 늘리는 것이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뭔데. 확실하게 말해봐.”
“너와 같은 천부경을 익힌 사람의 기운을 흡수했어.”
이 말은 다시 말해서 그 환수를 잡으면 내가 그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는 소리다.
어짜피 잡히면 강제 송환 되겠지만 그전에 내가 그 기운을 흡수한다면 인간으로선 정말 극강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소리지.
슬슬 구미가 땡겼다.
하지만 이대로 내 모든 걸 버리고 가고 싶진 않았다.
이때까지 피땀 흘려 이룬게 얼만데.
“그런데 그거 꼭 내가 가야 하냐?”
“당연하지. 지금 인간들 중에선 이 일을 할 만한 사람이 너 말고는 없어.”
은근히 부추겨 세우지만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굳이 내가 갈 필요는 없잖어. 선계의 사람들이 가면 될 것을 내게 굳이 부탁하는건 무슨 문제가 있는거 같은데 말야.”
난 그게 궁금했다.
아무리 선계의 인물이 자연계에 오래 머물 수 없다고 해도 그깟 환수를 잡아들이지 못한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일 듯 했다.
“너 혹시 내게 숨기는거 없냐?”
“그게...”
“역시 그렇군. 안가. 아니 못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어때?”
“아니. 왠지 찜찜한게 별로네. 그럼 잘 가.”
“야.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봐. 내가 내일 다시 올게.”
백룡은 그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날 꼬시고 있어.
난 이곳이 좋다.
가진 것도 많고 더구나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이 너무 좋기 때문에.
앞으로 흥미진진한 일도 벌이려고 생각중인데 다른 시간대로 간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난 백룡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금 여체를 탐했다.
유일하게 여자를 안을 때만은 내 마음이 평온해 졌다.
수련으로 인해 감정이 표현이 제한되지만 그것 역시 일말의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담담하게 보여야 적이 얕잡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뭔가 생각할게 있으면 더욱 여체를 탐하게 되었다.
‘젠장. 가볼까? 그것도 재밌을거 같던데. 다른 시간대로 이동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잖아. 게다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는 어떤지도 궁금하고.’
갈등되었다.
그럴수록 여자의 몸을 더 강렬하게 자극했다.
밤새도록 그렇게 여체를 탐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다음날 백룡이 다시 날 찾아왔다.
“큰일이다.”
“뭐가 또 큰일이야.”
“지금 역사가 바뀌려 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뭐라는 거야?”
“내가 말한 환수가 지금 사고를 치려고 준비 중이야.”
“사고라니.”
“그 영악한 년이 선계나 환계의 지배를 벗어나 버렸어.”
“그 계에 속해 있으면 벗어나지 못하는거 아냐?”
“그런데 그걸 그년이 해버렸다고.”
“어떻게?”
“사내를 하나 홀려서 그의 씨를 받은 뒤에 자신의 뱃속에 든 아기에게 모든 힘을 넘기고 애기를 낳아 버렸어. 그게 무슨 소린 줄 알아? 인간이 되어 버렸단 말이다.”
“뭐 그럼 더 쉬운거 아냐? 명계의 사자들에게 잡아오라고 하면 되잖아.”
“그게 아냐. 명계의 사자들도 생명이 다한 사람만 데리고 오는 거지 산 사람을 죽여서 데려 오는게 아니거든. 그걸 아는 년이니까 이런 방법을 썼겠지. 그 애의 영혼과 그년이 영혼이 한데 섞여 있어서 그년을 죽이면 애도 같이 죽어버려. 그러니 손을 쓸 수도 없고.”
“그럼 뭐야. 그냥 두고 봐야 한다는 소리야?”
“그년의 혼을 빼낼 수는 있는데 시간이 걸려. 그리고 인간이 아니면 방법이 없어.”
“자식이 날 끌어들이려고 잔머리 굴리네.”
“아냐. 음양합인술로 분리를 해야 하거든. 게다가 엄청 강한 기운으로 밀어내야 하지.”
“하하. 그럼 섹스로 떨어지게 만든단 소리야?”
“응. 인간의 몸은 섹스를 하면 오르가즘이란 것을 느끼지. 그때 약간 유체이탈 비슷한 현상이 생겨. 그럼 두 개의 영혼이 완전 분리가 되는 거지. 그때 법술을 이용해서 환수를 포획하면 되는 거야. 물론 그년의 영혼이 들어있는 여체는 다시없을 요녀. 웬만한 남자는 정력이 고갈되어 죽어버리지. 그년보다 더욱 강한 힘이 없으면 소용이 없단 소리야.”
“내가 그걸 위해 시간이동을 해서 그년을 잡아야 한다? 왜?”
“내가 말했듯이 역사가 바뀌려는 조짐이 보여. 그럼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
“아니.”
“만약에 말야. 그년이 너의 먼 조상이 죽였다고 치자. 그럼 넌 지금 존재할까 안할까?”
그렇군.
과거의 일이라고 등한시 할 문제가 아니군.
“그럼 어떻해야 하는데?”
“니가 그 시간대로 가서 그년을 잡아야 해.”
“어디의 누군지 알고 잡는단 말야.”
“가보면 알겠지. 지금은 우리도 잡아낼 수가 없어. 힘이 봉인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기 전까진 알 수가 없거든.”
“그럼 그전에 죽어버릴 수는 없는거야?”
“물론 그전에 죽어버리면 끝이지. 하지만 봉인되었다고는 하나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을 것 같으면 보호 본능으로 살아남을거야. 그러니 확실히 찾아서 죽이는 수밖에 없지.”
“이런 황당한 일을 내게 하냐고.”
“너 말고는 사람이 없어. 그리고 선계와 환계에서도 너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고. 아마 네가 도와준다면 그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받을 수도 있을거야.”
“내가 그런걸 바라겠냐?”
“아니 받아야 할껄. 그들의 선물은 인간들이 말하는 그런게 아니거든.”
“그래?”
아! 이놈의 호기심.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다니.
지금 못간다고 말하려던 생각이 몽땅 뒤집어 지고 있다.
내가 왜 가냐.
못간다.
로 생각을 굳혔건만 백룡의 말에 흔들리고 있다.
“어떻할래? 뭐 이 세계에서 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 역사가 바뀌면 의례히 그렇게 됐거든.”
“그렇다면 내가 가도 소용이 없잖아.”
“아니 네가 결정을 하면 넌 혜택을 받게 되어 있어.”
“무슨 혜택?”
“거기까지.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거기까지야. 더 이상은 누설하지 못해.”
“미치겠구만.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난 계속 생각에 잠겼다.
그런대로 살아온 나였지만 내게 알 수 없는 능력이 생기면서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거란건 짐작했지만 이렇게 찾아오니 당황된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내게 이런 능력이 있고 또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지.
“알았어. 가도록 하지.”
“그래 잘 생각했어.”
“잠깐만 물건 좀 챙겨서 올게.”
“아니 필요없을거야. 그냥 날 따라가면돼.”
“에휴. 그래도 무기는 있어야지.”
솔직히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아서 게다가 여자들도 생각이 나서 한번 안아주고 오려고 했는데 이놈이 저지를 한다.
“그래 청공검만 있으면 되겠지?”
난 소환으로 청공검을 불러 허리에 찾다.
굳이 소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혹시나 시간이동을 한다고 하니 신경이 쓰여서 직접 이렇게 허리에 붙들어 맨 것이다.
나의 무기이자 나의 애인이니까.
“우선 넌 명계로 가서 몸을 깨끗이 하고 선계에 들러 수련을 한 다음 시간이동을 할거야.”
“뭐가 그리 복잡해.”
“가면 저절로 알게 돼.”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는게 좋지 않을까?”
“모두가 자고 있을 텐데 그냥 가지?”
“의외로 잔인한 구석이 있구만.”
“바빠서 그래. 그럼 내가 다른 방법으로 인사를 시켜주지.”
백룡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라고 하곤 그들의 꿈 속으로 날 인도했다.
꿈에서라도 인사를 하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이 세계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몸은 빛으로 감싸였다.
흠...
갑자기 세계가 바뀌어 이상하겠네요
그래도 원래 생각보다 늘어난 횟수에서 시작이 되네요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정리해서 쓰는것도 아니라 일단은 상상하는 만큼 올릴게요
계속 봐주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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