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그녀는 내 눈물이 어느정도만큼이라도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녀 입장에선 오탁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 내 더러운 눈물이 그녀의 새하얗고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풍만한 여성의 가슴을 한껏 추저분하게 적셨을것임이 분명할텐데...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듯했다.
그녀는 시종일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내 머리칼을 그 고운 손으로 부드럽게, 그리고 연신 쓰다듬어주고 있었으니깐..
천사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이지 이건 나만의...아니, 내게 있어 <여신>이나 다름 없는 존재 아닐까.
지금도 당최 믿겨지지가 않는다. 이 여인은 정말이지 실존인물인 것인가. 하지만 분명히. 이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손은 나를 끊임없이 어루만져준다. 그것이 진실... 이 분께선 내게 <진실>과 <현실>을 강조하셨지...
신언을 허투루 흘려 들으면 천벌 받을 것이리라...
내가 속을 왠만치라도 삭이는 동안, 여신께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것만이 아니라 심지어 더 나아가, 등을 토닥여주시기까지 한다..
성은에 힘입어서라도 어서 똑바른 신색을 되갖춰야지 않을까..
나는 울분이 제법 잦아든 듯한 스스로를 의식할수 있었고, 여태까지의 작태가 실로 부끄러워. 얼른 그녀의 젖무덤에서 얼굴을 떼곤. 분명 나를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을 그 안면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재빨리 횡으로 고개를 돌리곤 손등을 가져다 대어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허겁지겁 쓱싹 비벼 흔적을 내키는대로 지워버렸다.
물론, 그렇게 한다 하여 순식간에 다 지워질리는 절대 없겠지만..
암튼 나름 빨리 행동한답시고 한 뒤에 고개를 들어보니. 여전히 나에 맞춰주기 위해 같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성결스러우면서도 한껏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나를 마주바라봐주는 흐릿한 미소가 보여진다.
여전히 그녀가 내 안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몇번 해준 뒤에, 드디어 말문을 재틀수 있었다.
"이름이....아수라 라고 ...하셨죠? 각인될만한...좋고도 멋진 이름이시네요..정말이지..."
그녀의 붉은 입술 주변가가 부드러운 입매의 변동을 만들어내는것 또한 어렴풋이 보인다.
"킥...친인들 혹은 초면인 사람들은 곧잘 내 이름을 안 뒤엔 키득거리곤 하죠. 하지만 그쪽은 그렇질 않네요?"
"..좀전에 있었던 일만으로도 제게 있어선 엄청 감사한 분인데...이름을 가지고 피식 거린다니...사람된 도리가 아니죠 그건"
"아아~ 저기요"
"네?"
"편하게 해요 편하게. 무슨..그렇게 격식과 예의를 깍.듯하게 차리나요. 그럴 필요 없어요. 진짜로요."
"아니..그래도..."
그녀의 입장은 강경해 보였다. 절도 있고도 강단 있게 고개를 좌우로 한번씩 강하게 돌려주면서 그녀는 못박듯 덧붙인다.
"암.튼!! 그럼 오히려 이쪽이 부담스럽다구요"
"네...네..."
또다시 그녀의 박력에 짓눌려 자라목이 되려 하는 나를 보더니 그녀가 내게 안경을 돌려주면서 말을 또 이었다.
"바로 그러기 어렵다면 좀 걸을까요 같이? 아무래도 마음이 죄다 안정된거 같진 않네요"
난 두말하지 않고 바로 찬성했다.
"네"
================
그래도 해떨어진지는 꽤 지났고. 그녀가 원해서 그리 된건지. 아니면 발길 닿는대로 가다 보니 이리 된건진 몰라도. 우리가 가는 길은 사실 꽤 인적이 드물달수 있었다. 어쩌다가 가끔 지나치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라든지. 할아버지 등등...
각각의 가정집에 왠만한 사람들은 귀가가 이루어진지 예전인가 보다...
내가 사는 동네이지만. 주위를 새삼스레 두리번 거리면서 걷고 있는데.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생긋 웃으며 말을 붙여 왔다.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드네요?"
"? 뭘요?"
난 어리둥절해져서 생글대는 표정으로 날 연신 바라보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봤다.
"안경 말예요"
"안경이 왜요?"
"안경 벗으면. 잘 생겼다구요. 스스로 그런 생각 안해봤어요?"
"........."
그러고보니 아깐 감정이 하도 격앙되었었던지라. 그녀가 놀이터에서부터 나의 안경 운운 했던 사실. 그리고 그녀가 내 안경을 벗겨봤다는 사실 등도 더불어 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새삼스레 그녀가 상기시켜주니....이리 놀라운것도 적겠다 싶다...
안경 벗은 내 얼굴을 두고 <잘 생겼다>라고 칭찬해준 것은. 날 낳아주신 부모님과 터울차가 제법 나는 여동생. 이렇게 세 사람 뿐이었다..
처음엔. 가족이니깐 나의 외모를 칭찬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근데. 어느날 그걸 깨달았다. 가족들 모두. 내가 아침에 세수하고 나와 아직 안경을 안 쓴 상태에서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있을 때 그런 말을 꼭 했었다는 것을...회상해보면. 항상 타이밍이 그랬다.
절대로. 평소 아무 때나 나를 보고 잘 생겼단 말을 하진 않았다.. 나는 신경감각이 꽤 둔한 놈이라. 그런 시기적 타이밍도 되게 늦게 눈치챈 미련한 놈이었다..
아무튼 그 사실은 한참 후에 알았는데. 내가 안경 벗은 모습을 본건 가족들 정도 뿐이었고.
학교 생활땐 내내...안경 쓴채 눈물 콧물 흘려대며 쳐맞거나 심부름 해대기가 일쑤였으니까...
학교에서 애들 심부름 하다가 안경 쓴채로 울면서 화장실에 가 내 낯짝을 본적이 있는데.
추잡도 이런 추잡이 있을까 싶었었다...뭐 암튼. 내딴엔 그저 놀랄 뿐이었다.
가족만이 내게 했던 소리를...오늘 처음 본 그녀가 내게 해준 것이다.
더구나 <역시>라고 아까 놀이터에서 그랬는데...그녀는 내가 안경 벗으면 상판만큼은 그럴듯할거라고 예견한 대한민국 유일의 사람이란 말인가...
별의별 잡생각을 다 하다가, 새삼스레, 고맙기 그지없는 초면의 아리따운 여인으로부터
<찌질이> <병신> 취급 등이 아닌. 가족들이 내게 해준 것과 동등한 <대우>... <외모>에 대한 <칭찬>을 받아봤단 사실을 새삼스레 자각하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수그리며 고개를 또 횡으로 돌렸다....
그녀는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깔깔거리는, 그래서 짜랑거리는 소리로 맑고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그게 그렇게 쑥스러워요? 왜 이렇게 툭하면 고개를 숙여요? 남자가? 고개를 떡하니 들고 살아요. 어깨도 당당히 펴고 다니구요. 뭐 죄지은거 있어요?"
"...아뇨"
"그럼 그렇게 하고 다녀요. 그래야 남들 보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당신 자신에게 제일 좋은 것이구요."
"네. 근데..이게 천성인지...쉽게 바뀌지가 않네요..."
난 쓴웃음을 지으면서 여전히 구부정하게 걸었다. 너무나 오랜 기간을 이러고 다녀서 그런지. 난 지하철 안의 할아버지, 할머니보다도 더 허릴 숙이면서 다니는것 같다.
내가 그렇게 패기 없게 다니는 모습이 그녀 성격으로 봤을 때. 결코 절대로 보기 좋았을린 없겠지만.
그녀는 결코 일절 화를 내진 않았다. 다만 씁쓸하게 웃었을 뿐이다. 하지만. 본래의 천성인지. 순식간에 다시 명랑미소를 지으면서 이번엔 또다른 화제를 만들어 오는 그녀이다.
"에이 뭐에요 그게. 딴 얘기해요. 음..그렇지!! 뭐 좋아해요? 특기는? 취미는?"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정성껏 대답해드렸다.
문제는 대답의 내용이 극히 쪽팔리다는 것에 있었지만.....
"특기는.....시키는 것을....반드시 해 낸다..는 것이고.... 취미는....시키는 거 ....하는 것이요...."
.....
내가 생각해도..너무나 한심스런 특기와 취미 아닌가. 어느 여자가 이런 소리 듣고 좋아할까.
그.런.데... 다른 의미에서 좋아해주는 여자가 있더라....멀리도 아니고...나랑 지금 같이 걷고 있는...불과 몇미터도 안 떨어져 있는 옆사람이 말이다..
그녀는 킥킥대면서 이리 말하는 것이다...
"와~ 솔직해서 좋군요? 솔직!! 그거 좋은거에요!! 아~~주. 아~~~주 많이 말이죠. 아하하하~~"
난 내 대답에 그녀가 벙쪄 할줄 알았건만 오히려 그녀의 답변을 듣고 내가 벙쪄버렸다...
하지만. 오는 말이 있으면 가는 말이 있는 법.
그녀가 내 취미와 특기를 물어봐 주었는데... 나만 입닥치고 있으면 그게 무드 꽝 만드는거지 뭐냐. 아니. 예의 문제인 것이다..
나도 재빨리 그녀에게 이리 물었다.
"저..그럼 수라 씨...아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수라 씨의 취미나 특기는 무엇인지...여쭤도 되나요?"
"후후. 여쭈긴 뭘 여쭤요. 묻는거지. 편하게 하랬죠?"
"네? 네..알겠습니다.. 아..암튼..."
"흐~~음....나의 취미? 특기? 취미..특기...취미와 특기라...흐흠....킥...."
그녀는 잠시 눈을 전후 좌우 빙글빙글 재미있게 굴리며 노는 듯한 눈동작을 해주다가, 씨익 웃더니 내게,
이리 답변해줬다.
"특기는 <나랑 하고 싶어하는 사람 누구한테나 대주기>. 취미는 <이 별의 인구 수 줄이기> 랍니다. ^^ "
"..............."
그녀의 대답에 의해 연속적으로 더블 2연타 벙찜을 먹는 나를 의식할수 있었다.
....................
그녀 입장에선 오탁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 내 더러운 눈물이 그녀의 새하얗고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풍만한 여성의 가슴을 한껏 추저분하게 적셨을것임이 분명할텐데...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듯했다.
그녀는 시종일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내 머리칼을 그 고운 손으로 부드럽게, 그리고 연신 쓰다듬어주고 있었으니깐..
천사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이지 이건 나만의...아니, 내게 있어 <여신>이나 다름 없는 존재 아닐까.
지금도 당최 믿겨지지가 않는다. 이 여인은 정말이지 실존인물인 것인가. 하지만 분명히. 이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손은 나를 끊임없이 어루만져준다. 그것이 진실... 이 분께선 내게 <진실>과 <현실>을 강조하셨지...
신언을 허투루 흘려 들으면 천벌 받을 것이리라...
내가 속을 왠만치라도 삭이는 동안, 여신께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것만이 아니라 심지어 더 나아가, 등을 토닥여주시기까지 한다..
성은에 힘입어서라도 어서 똑바른 신색을 되갖춰야지 않을까..
나는 울분이 제법 잦아든 듯한 스스로를 의식할수 있었고, 여태까지의 작태가 실로 부끄러워. 얼른 그녀의 젖무덤에서 얼굴을 떼곤. 분명 나를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을 그 안면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재빨리 횡으로 고개를 돌리곤 손등을 가져다 대어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허겁지겁 쓱싹 비벼 흔적을 내키는대로 지워버렸다.
물론, 그렇게 한다 하여 순식간에 다 지워질리는 절대 없겠지만..
암튼 나름 빨리 행동한답시고 한 뒤에 고개를 들어보니. 여전히 나에 맞춰주기 위해 같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성결스러우면서도 한껏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나를 마주바라봐주는 흐릿한 미소가 보여진다.
여전히 그녀가 내 안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몇번 해준 뒤에, 드디어 말문을 재틀수 있었다.
"이름이....아수라 라고 ...하셨죠? 각인될만한...좋고도 멋진 이름이시네요..정말이지..."
그녀의 붉은 입술 주변가가 부드러운 입매의 변동을 만들어내는것 또한 어렴풋이 보인다.
"킥...친인들 혹은 초면인 사람들은 곧잘 내 이름을 안 뒤엔 키득거리곤 하죠. 하지만 그쪽은 그렇질 않네요?"
"..좀전에 있었던 일만으로도 제게 있어선 엄청 감사한 분인데...이름을 가지고 피식 거린다니...사람된 도리가 아니죠 그건"
"아아~ 저기요"
"네?"
"편하게 해요 편하게. 무슨..그렇게 격식과 예의를 깍.듯하게 차리나요. 그럴 필요 없어요. 진짜로요."
"아니..그래도..."
그녀의 입장은 강경해 보였다. 절도 있고도 강단 있게 고개를 좌우로 한번씩 강하게 돌려주면서 그녀는 못박듯 덧붙인다.
"암.튼!! 그럼 오히려 이쪽이 부담스럽다구요"
"네...네..."
또다시 그녀의 박력에 짓눌려 자라목이 되려 하는 나를 보더니 그녀가 내게 안경을 돌려주면서 말을 또 이었다.
"바로 그러기 어렵다면 좀 걸을까요 같이? 아무래도 마음이 죄다 안정된거 같진 않네요"
난 두말하지 않고 바로 찬성했다.
"네"
================
그래도 해떨어진지는 꽤 지났고. 그녀가 원해서 그리 된건지. 아니면 발길 닿는대로 가다 보니 이리 된건진 몰라도. 우리가 가는 길은 사실 꽤 인적이 드물달수 있었다. 어쩌다가 가끔 지나치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라든지. 할아버지 등등...
각각의 가정집에 왠만한 사람들은 귀가가 이루어진지 예전인가 보다...
내가 사는 동네이지만. 주위를 새삼스레 두리번 거리면서 걷고 있는데.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생긋 웃으며 말을 붙여 왔다.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드네요?"
"? 뭘요?"
난 어리둥절해져서 생글대는 표정으로 날 연신 바라보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봤다.
"안경 말예요"
"안경이 왜요?"
"안경 벗으면. 잘 생겼다구요. 스스로 그런 생각 안해봤어요?"
"........."
그러고보니 아깐 감정이 하도 격앙되었었던지라. 그녀가 놀이터에서부터 나의 안경 운운 했던 사실. 그리고 그녀가 내 안경을 벗겨봤다는 사실 등도 더불어 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새삼스레 그녀가 상기시켜주니....이리 놀라운것도 적겠다 싶다...
안경 벗은 내 얼굴을 두고 <잘 생겼다>라고 칭찬해준 것은. 날 낳아주신 부모님과 터울차가 제법 나는 여동생. 이렇게 세 사람 뿐이었다..
처음엔. 가족이니깐 나의 외모를 칭찬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근데. 어느날 그걸 깨달았다. 가족들 모두. 내가 아침에 세수하고 나와 아직 안경을 안 쓴 상태에서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있을 때 그런 말을 꼭 했었다는 것을...회상해보면. 항상 타이밍이 그랬다.
절대로. 평소 아무 때나 나를 보고 잘 생겼단 말을 하진 않았다.. 나는 신경감각이 꽤 둔한 놈이라. 그런 시기적 타이밍도 되게 늦게 눈치챈 미련한 놈이었다..
아무튼 그 사실은 한참 후에 알았는데. 내가 안경 벗은 모습을 본건 가족들 정도 뿐이었고.
학교 생활땐 내내...안경 쓴채 눈물 콧물 흘려대며 쳐맞거나 심부름 해대기가 일쑤였으니까...
학교에서 애들 심부름 하다가 안경 쓴채로 울면서 화장실에 가 내 낯짝을 본적이 있는데.
추잡도 이런 추잡이 있을까 싶었었다...뭐 암튼. 내딴엔 그저 놀랄 뿐이었다.
가족만이 내게 했던 소리를...오늘 처음 본 그녀가 내게 해준 것이다.
더구나 <역시>라고 아까 놀이터에서 그랬는데...그녀는 내가 안경 벗으면 상판만큼은 그럴듯할거라고 예견한 대한민국 유일의 사람이란 말인가...
별의별 잡생각을 다 하다가, 새삼스레, 고맙기 그지없는 초면의 아리따운 여인으로부터
<찌질이> <병신> 취급 등이 아닌. 가족들이 내게 해준 것과 동등한 <대우>... <외모>에 대한 <칭찬>을 받아봤단 사실을 새삼스레 자각하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수그리며 고개를 또 횡으로 돌렸다....
그녀는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깔깔거리는, 그래서 짜랑거리는 소리로 맑고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그게 그렇게 쑥스러워요? 왜 이렇게 툭하면 고개를 숙여요? 남자가? 고개를 떡하니 들고 살아요. 어깨도 당당히 펴고 다니구요. 뭐 죄지은거 있어요?"
"...아뇨"
"그럼 그렇게 하고 다녀요. 그래야 남들 보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당신 자신에게 제일 좋은 것이구요."
"네. 근데..이게 천성인지...쉽게 바뀌지가 않네요..."
난 쓴웃음을 지으면서 여전히 구부정하게 걸었다. 너무나 오랜 기간을 이러고 다녀서 그런지. 난 지하철 안의 할아버지, 할머니보다도 더 허릴 숙이면서 다니는것 같다.
내가 그렇게 패기 없게 다니는 모습이 그녀 성격으로 봤을 때. 결코 절대로 보기 좋았을린 없겠지만.
그녀는 결코 일절 화를 내진 않았다. 다만 씁쓸하게 웃었을 뿐이다. 하지만. 본래의 천성인지. 순식간에 다시 명랑미소를 지으면서 이번엔 또다른 화제를 만들어 오는 그녀이다.
"에이 뭐에요 그게. 딴 얘기해요. 음..그렇지!! 뭐 좋아해요? 특기는? 취미는?"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정성껏 대답해드렸다.
문제는 대답의 내용이 극히 쪽팔리다는 것에 있었지만.....
"특기는.....시키는 것을....반드시 해 낸다..는 것이고.... 취미는....시키는 거 ....하는 것이요...."
.....
내가 생각해도..너무나 한심스런 특기와 취미 아닌가. 어느 여자가 이런 소리 듣고 좋아할까.
그.런.데... 다른 의미에서 좋아해주는 여자가 있더라....멀리도 아니고...나랑 지금 같이 걷고 있는...불과 몇미터도 안 떨어져 있는 옆사람이 말이다..
그녀는 킥킥대면서 이리 말하는 것이다...
"와~ 솔직해서 좋군요? 솔직!! 그거 좋은거에요!! 아~~주. 아~~~주 많이 말이죠. 아하하하~~"
난 내 대답에 그녀가 벙쪄 할줄 알았건만 오히려 그녀의 답변을 듣고 내가 벙쪄버렸다...
하지만. 오는 말이 있으면 가는 말이 있는 법.
그녀가 내 취미와 특기를 물어봐 주었는데... 나만 입닥치고 있으면 그게 무드 꽝 만드는거지 뭐냐. 아니. 예의 문제인 것이다..
나도 재빨리 그녀에게 이리 물었다.
"저..그럼 수라 씨...아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수라 씨의 취미나 특기는 무엇인지...여쭤도 되나요?"
"후후. 여쭈긴 뭘 여쭤요. 묻는거지. 편하게 하랬죠?"
"네? 네..알겠습니다.. 아..암튼..."
"흐~~음....나의 취미? 특기? 취미..특기...취미와 특기라...흐흠....킥...."
그녀는 잠시 눈을 전후 좌우 빙글빙글 재미있게 굴리며 노는 듯한 눈동작을 해주다가, 씨익 웃더니 내게,
이리 답변해줬다.
"특기는 <나랑 하고 싶어하는 사람 누구한테나 대주기>. 취미는 <이 별의 인구 수 줄이기> 랍니다. ^^ "
"..............."
그녀의 대답에 의해 연속적으로 더블 2연타 벙찜을 먹는 나를 의식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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