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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9:44 660회 0건
“어떻게 황녀와 노예가 친구가 될 수 있지…? 사뇰.”
“예, 공주님.”
“아까 그 황녀의 친구 말야. 아무리 봐도 노예같지? 그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몸에 밴 것 같단 말야.”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에반더가 나서자 레이네의 눈썹이 살짝 비틀어졌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할 에반더가 아니었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나는 왜 말하면 안되냐는 식으로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레이네는 이것 봐라…, 하는 눈으로 그를 훑어보고는 이내 모른 척, 다시 연초를 태웠다.
“어쩌면 걔네도 나와 너희들 같은 관계 아닐까? 고귀한 황녀라도 어쨌든 욕정은 있을 거 아냐.”
“… ….”
“그럴지도요.”
사뇰은 말이 없었는데 에반더가 입을 또 연다. 레이네는 신경이 좀 거슬렸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런 노예의 무례쯤이야 언제든지 단죄할 수 있다. 지금은 에반더 따위에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양고기 냄새가 배었어. 목욕 준비 좀 해놔.”
“목욕 준비하겠습니다, 공주님.”
사뇰이 즉시 움직이는데, 에반더는 그대로 서 있다. 넌 뭐야? 목욕 준비 안 해? 공주님께서 목욕하러 가시는 걸 도와드리려고 했습니다. 뭐…? 어이가 없어 쳐다보다가 공주는 혀를 찼다.
“참 나…, 목욕하러 먼 길 떠나니? 어서 가서 준비해, 너도.”
“예, 공주님.”
“에반더.”
돌아서는 그를 불러세웠다.
“너. 요즘 불만이 좀 있는 것 같아서 내버려 두는 건데. 적당히 해둬. 아랫것들 기어올라오는 꼴을 참아주는 데도 한계가 있어.”
“예, 공주님.”
“가 봐.”
목욕물의 온도를 보며 시녀들에게 이것저것 시키던 사뇰은 얼굴이 엉망이 되어 온 에반더를 보고는 뭐 하다 왔느냐며 핀잔하듯 했다. 알 거 없어. 퉁명스럽게 쏘아부치는 에반더의 표정은 씨근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공주님께서 뭐라고 하셨어?”
“알 거 없대두. 뭐 하는 거야! 목욕물에 띄울 꽃잎은 어쩌고 욕조가 맹탕이야?! 정신 똑바로 못 차려?!!”
새로 뽑힌 시녀들은 에반더의 호통에 당황하며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 성질이야. 지금은 물이 뜨거워서 꽃잎 넣을 때가 아니야, 아직…. 시끄러. 괜한 성질을 부리는 동료를 이상스럽다며 한 마디 던진 사뇰은 그에게 목욕 준비가 다 되었으니 모셔오라 했지만, 에반더는 니가 가라며 퉁명스럽게 대꾸할 뿐이었다. 이 녀석 오늘따라 정말 이상하네.
“몰라, 니가 가.”
“그 놈 진짜…. 가자.”
시녀 하나를 대동하고 사뇰이 눈을 흘기며 가고 나자 에반더는 열이 잔뜩 오른 한숨을 길게 토해냈다. 시녀들은 가장 고참격인 그의 기분이 엉망이 되어있자 긴장해서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움직였다.
“공주님. 목욕 준비가 끝났습니다.”
“…, 알았다.”
레이네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사뇰이 그녀의 뒤로 다가섰다. 시녀는 목욕 후에 그녀가 입을 슬립을 챙겨들고는 조용히 시립했다. 사뇰이 드레스의 목끈과 등에 있는 단추를 하나 하나 풀었고, 허리까지 다 풀고 난 뒤 그는 레이네의 어깨에서부터 옷을 벗겨내렸다. 하얗고 앙증맞은 어깨와 곧게 뻗은 등이 드러나고, 이어서 쏙 들어간 허리와 탐스러운 엉덩이가 드러났다. 알몸이 된 레이네는 발 밑에 떨어진 자신의 옷을 주워 정리하는 사뇰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시녀를 먼저 보냈다.
“… …. 제게 달리 하실 말씀이라도….”
“너 요즘 에반더가 좀 이상한 거. 알고 있지?”
“….”
“너네끼리 무슨 이야기 안 해?”
“…, 합니다.”
“…왜 그러는 거야?”
“…. 모르겠습니다.”
“…, 정말 몰라…?”
“…. 저희는 노예입니다. 공주님께선 그런 이유까지 일일이 챙기시지 않아도 됩니다.”
“…, 마음에 안 들면 죽여달라…?”
“…. 그렇…습니다.”
“….”
약간의 머뭇거림과 함께 대답하는 사뇰을 보던 공주의 입에서 푹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알몸인 채로 침대에 다시 앉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기야…, 너희는 내가 더러운 걸 다 아는데다…. 고…, 공주님…!
“아비한테 몸을 더럽힌 것까지 다 알지. 내쫓으면 위험하니, 마음에 안 들면 목을 쳐야겠지…?”
“…!”
경직되는 사뇰, 그러나 그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레이네는 그런 그를 보다가 묻는다. 매우 솔직하게.
“더럽지 않니…?”
“…!!”
“너 같은 노예들도 아비한테 몸을 더럽히거나, 아니면 나처럼 이놈 저놈 안 가리고 잠자리를 하진 않아. 아니, 오히려 노예들이 훨씬 깨끗할지도 몰라. 한 명의 주인만 섬기면 되니까. 그런데 나는….”
“공주님은….”
“…나는 뭐…?”
“…. 아닙니다.”
사뇰은 말을 아낄 줄 알았다. 여태까지 보아온 그는 매우 강직하고 신중했다. 레이네는 씩 웃고는 이번엔 다른 말을 꺼냈다.
“넌 그 동안 내 은밀한 곳을 가장 많이 본 남자야. 궁금한 게 있는데….”
“….”
“날 보면서 한 번도 안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니?”
“….”
“…대답해 봐. 괜찮아.”
“….”
“… …. 없…어…?”
“…,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럼 여기서 거짓말 할래?”
“…. 매번…. 그런 마음을 가졌습니다.”
“… 매번….”
레이네의 눈썹이 묘하게 치켜올라갔다. 사뇰은 동요하는 기색 없이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는…, 공주님의 그 곳에 입을 댈 때마다…, 황송하게도 씻어낸다는 생각으로 해왔습니다. 씻어낸다…? … ….
“결국 더럽다는 말이로군….”
“아닙니다.”
“그럼 뭐야…?”
둘의 대화는 잔잔한 어투로 이어졌다.
이유가 어쨌든 공주님의 몸은 여러 남자들에게 유린을 당하셨습니다. 전 노예에 불과하나, 적어도 여러 남자의 몸을 겪는 여자의 그 곳은 많이 상하게 되어 있다는 것은 압니다. 때문에 전 이 곳에 남자들이 올 때마다 공주님의 그 곳을 자극하기 전에 항상 쑥을 씹어왔습니다. 쑥…? 쑥이 뭐지…? 있습니다. 민간에서 약초로 쓰이는 식물입니다. 특히 여자들의 그 곳에 좋다기에…. 그래…, 그랬구나….
“공주님을 안고 싶은 것은…. 무례하게도 공주님을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아껴주는 남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이전에 공주님께서 말씀하셨듯….”
“적선이라도 해주려고 했던 거야…?”
“아…아닙니다…! 전 그저….”
“…, 계속해봐.”
“그저…. 전 노예일 뿐이지만…. 공주님께서 한 번만이라도…. 진정으로 공주님을 아끼는 남자의 몸을 느껴보시길 바랄 뿐입니다.”
“… …. 감동적인데….”
레이네의 눈이 물기로 살짝 젖어들었다.
사뇰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아 후련한지 얼굴이 조금 펴져 있었다. 노예 따위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레이네는 손가락으로 약간 고여있는 눈물을 닦아냈다.
“가만히 있어.”
레이네는 그렇게 말하곤 일어나서 양손으로 사뇰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그에게 입맞추었다. 순간 몸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사뇰은, 그녀의 두 손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목을 감아오자 엉거주춤하게 서서 진땀을 흘렸다. 이어서 혀가 입속으로 들어왔다. 가슴팍으로는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젖가슴이 압박해왔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아랫배가 그의 몸에 부벼져왔다. 타액으로 따뜻하게 적셔진 혀가 그의 혀를 쓰다듬으며 깊이 들어온다. 사뇰은 자신의 성기로 피가 몰리며 조금씩 그것이 고개를 쳐드는 것을 느꼈다. 몸을 완전히 밀착시켜오는 레이네가 그걸 모를 리 없었건만, 그녀는 아랫배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며 거의 휘감듯 그에게 다가섰다. 그의 성기는 완전히 그녀의 아랫배에 눌린 형국이 되었다.
“…!!”
시녀만 달랑 보내놓곤 감감 무소식이기에 무슨 일인가 와 본 에반더는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공주가 사뇰에게 키스를 하다니…, 2년동안 공주가 남자들을 상대해오는 걸 봤지만 키스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그의 얼굴에 분기가 가득 차올랐다. 질투심과 함께 그녀에 대한 쌓여왔던 불만의 폭발이었다. 저도 모르게 거머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사뇰…!!
“…, 키스는….”
멍하니 서 있는 사뇰의 얼굴을 만지며 말을 꺼내는 레이네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부드럽고 애틋했다.
“…섹스보다도 귀한 거지…, 적어도 이 나라에선….”
“공주님, 어떻게 저 같은 것에게…!”
“그만….”
황망해하는 그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로막았다.
“네 마음에 대한 답례라고 해 두지.”
“… ….”
“네가 귀족이었다면…, 적어도 내 시중으로 들어올 신분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까…?”
“… ….”
“어려웠을 거야. 난 널, 넌 날…, 서로 정치적인 필요로 안으려 들었겠지.”
“…공주님….”
“…. 나조차도 내 몸이 더러운데…, 그렇게 느껴지는데…. 넌 참…. 정말 노예일 수밖에 없구나. 그것도 아주 착한 노예….”
“… ….”
고개를 숙인 사뇰의 아랫도리는 이미 가라앉아 있었다. 공주의 눈길이 그 곳을 슬쩍 훑어보았다. 그것도 어느새 풀이 죽었네. 혼잣말하듯 중얼거린 레이네가 푹 하고 웃었다.
“건방진 놈…. 노예 주제에 주인을 그렇게까지 생각하다니…. 아무래도 오늘밤 내 거처의 당직은 네가 서야겠다.”
“…공…공주님…!”
“오해하지 마. 당직 서라는 거니까…. 엉뚱한 마음 품으면 그 날로 넌 죽는 거야. 너 따위가 감히 그런 생각을 할 리야 없겠지만….”
“…예, 예, 공주님….”
그녀는 싱긋 웃으며 그를 지나쳐갔다. 테라스로 나가니 거기에는 에반더가 시립해 있었다. 에반더. 예, 공주님. 넌 왜 여기 있지? 목욕 준비를 하라고 했을 텐데…? 에반더는 눈을 들며 오지 않아서 다시 모시러 왔다 하였다. 방금 전까지 애틋하고 부드러웠던 레이네의 눈매가 매섭게 치켜올라갔다.
“언제부터 안 오면 끌고 가려고 했지?”
“…공주님, 그게 아닙니다…! 전, 전 그저…!”
“말대답까지 하는군….”
“…!!”
에반더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어금니가 깨물리며 턱에 완강한 주름이 생겼다. 그걸 놓칠 레이네가 아니었다.
“그 꽉 쥔 주먹으로 날 치기라도 할 테냐…?”
“… ….”
“맞는 모양이군….”
“아, 아닙니다…!”
“… …. 행동 조심하거라. 죽은 뒤에라도 그 몸뚱이가 성하고 싶거든….”
“…아, 알겠습니다, 공주님…!”
레이네는 몸을 홱 돌려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사뿐히 걸음을 옮겼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이 에반더를 더욱 자극시켰다.
“하긴…, 무덤도 없는 노예 따위…. 몸뚱이가 성한들 누가 기도나 해줄까….”
다시 쥐어진 주먹과, 튀어나올 듯 부릅뜬 눈에 핏줄이 섰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를 보고는 사뇰이 한숨을 쉬며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만해. 공주님이 나쁜 마음으로….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에반더의 손이 거칠게 그 손을 뿌리쳐버렸다.
“너 미쳤어…?”
“… ….”
레이네가 그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목욕을 하러 가면서도 뒤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사뇰이 그를 달래느라 속삭이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가자, 얼른…. 우린 노예고 저분은 공주님이셔. 우리 주인이라구.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너 이렇게 하면 안돼.”
사뇰의 손에 이끌려 오는 에반더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잠자리에 들 때가 되자 당직을 제외한 시녀들이 모두 물러간 후 공주는 시위 무사들 또한 후원 외각으로 물렸다. 사뇰은 그녀의 처사에 조금 긴장된 기색이었다. 머리를 빗겨주는 그의 몸이 경직된 것을 레이네는 눈치채고 있었다.
“왜 그렇게 굳어 있어. 내 머리 처음 빗겨봐…?”
“아, 아닙니다.”
“… …. 시위대까지 물린 것 때문에…?”
“….”
“오해하지 마. 그저 편안하게 자고 싶을 뿐이야.”
“… …예.”
“우리 둘 뿐이잖아. 말 좀 하고 그래. 다른 시녀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넌 꽤 오랫동안 나랑 있었잖아.”
“…. 공주님.”
“어, 왜?”
별안간 그녀는 돌아앉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뇰을 쳐다봤다. 움찔 놀라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레이네는 그가 말을 꺼내길 기다렸지만, 천진한 얼굴을 하고 자신을 쳐다보는 상전의 모습에 그는 얼른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더욱 경직되어버렸다. 괜찮아. 말해. 뭔데? 재촉하는 그녀는 얼굴을 가까이 했고, 사뇰은 진땀마저 흘리며 시선을 다른 데로 어색하게 돌렸다.
“이렇게 해서 그런가…? 알았어. 돌아앉을게.”
“아, 아니…!”
“….”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 때…. 사원에 다녀오신 뒤에….”
“응.”
“너무 웃으셔서…, 무슨 일인지….”
“아, 그거…? … …. 푸훗…!! 킥킥킥킥….”
레이네는 다시 그 때 일이 생각나는 듯 웃음부터 터뜨렸다. 그게 뭐였냐면 말이지, 그 날 내가 대주교를 유혹해야 했거든. 그런데…. 레이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윌토르가 줄줄이 엮어냈던 그 민망하기 그지없는 말장난들을 듣자 사뇰은 폐가 튀어나올 듯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감히 상전의 앞에서 크게 웃을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냥 웃어~, 그러라고 오늘 시위대까지 물린 거야.”
“푸큭…!! 푸하하하하하…!!!”
“그래그래, 그렇게…!!”
그들은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을 속 시원하게 웃어제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웃은 그들은 욱신거리는 배를 어루만지며 숨을 골랐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침대에 가 누운 레이네는 개운해진 얼굴로 팔을 위로 올리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아웅~ 시원하다….”
“…?”
“난 여태까지 누구랑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거든.”
“….”
베개를 안고 엎드린 그녀는 사뇰의 표정이 약간 침전되자 그의 가슴팍을 쿡 찔렀다.
“얼굴 풀어~.”
“예, 예, 공주님.”
잠시 말없이 있던 사뇰이 연초를 태우겠느냐 묻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뇰의 이야기를 물었다. 너에 대해서 말해봐. 원래 어디 살았는지…, 가족은 어떤지. 궁엔 왜 들어왔는지….
“저, 저는….”
“말 더듬지 말고.”
“…, 저는 원래 미키네오스 사람이 아닙니다.”
“미키네오스 사람이 아니다…? 그럼…?”
“이놈의 아비는 원래 울리프 령 아래에 있는 조그마한 성에 계셨는데, 블라디슬라프 타타르 바슈츠키 공작이 거기 성주였지요.”
“음, 들어본 적 있어. 원래 헤첸슬라바 왕국의 왕족이었다가 나라가 망하면서 시민들 데리고 거기 자리잡은 사람이었지?”
“예. 맞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거기서 뭘 했는데…?”
“아비는 헤첸슬라바 왕국이 있었을 적에 왕궁 문장관이었습니다. 귀족 끄트머리쯤 됐었죠.”
“너 귀족 출신이었어…?!”
깜짝 놀란 공주가 벌떡 일어났다. 멋쩍게 웃는 사뇰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저 끄트머리였습니다. 조그만 봉토 하나 갖고 있던…. 그런데 나라가 망하고 바슈츠키 공작이 부흥운동을 벌이다가 울리프 군의 공격을 받아서 실패를 해버렸죠. 턱 밑에다가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고 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아시겠지만 당시 울리프 경은 트로이센 제국의 부흥을 하던 중이었는데, 같은 지역에 그랬으니…. 아무튼 그래서 바슈츠키 공작이 죽고 다시 뿔뿔이 흩어졌는데, 이놈 아비는 그 때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듣고 있던 공주가 말참견을 했다.
“그건 벌써 오래 전 얘기잖아. 내가 태어나기도 전 일인데…?”
“예…, 한 30년 됐습니다.”
“그럼 너…, 설마 30 넘었어?”
“설마요, 공주님도 참…. 저는 올해로 스물 넷입니다. 집에선 막내였고, 아비가 50이 넘어서 태어났죠. 형제나 누이들하곤 어미가 다릅니다.”
“그랬구나….”
“형제나 누이들은 귀족 생활에 그래도 좀 익숙해져 있었는데, 이놈은 그런 걸 전혀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아비가 죽고 나서 저는 따로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왕도로 왔죠.”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네는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뇰은 조금 어색했지만, 한 번 말문이 트였으니 멈추는 것도 할 짓은 아니다 싶어 계속했다. 그게 열 일곱 살 때였는데, 아무튼 그 때부터 왕도에서 살았습니다. 그럼 왕도에 와서 4년동안은 어떻게 살았어? 여러 가지를 했죠. 그래도 몸은 건강했으니까요. 푸줏간에서도 일하고, 대장간에서도 하고, 그러다가 좀 큰 상인의 집에 들어가 종살이를 했는데, 제 아비가 문장관이었다고 했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저도 아비한테 배운 게 좀 있었어서 장부 정리 일을 하게 됐었습니다. 너 글 알어…? 예. 눈을 동그랗게 뜨는 레이네를 보며 사뇰은 대답을 덧붙였다. 이놈이 자랑을 좀 해도 되겠는지요? 무슨 자랑? 제가 언어에는 좀 소질이 있어서, 라말어 계통, 그러니까 보르틴 계통의 거의 모든 말은 다 할 줄 압니다. 샤몽과 누베르 어도 하고요.
“누베르 어라면 잉그라드에서 쓰는 말이잖아?! 너 정말이야?!”
“예….”
“그런데 왜 왕궁엔 들어왔어?”
“주인이 굉장히 독실한 성도였다보니, 돌아가신 폐하의 형님께서 주관하시던 성기사단의 재정을 맡아서 하셨습니다. 그래서….”
“… …. 끌려왔다가 주인이랑 식솔들은 참수당하고 넌 왕궁 노예로 들어왔다, 그거구나.”
“그렇…습니다.”
참…기구하다, 기구해, 너도…. 풍파가 많았구나…. 그녀는 손을 뻗어 사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번엔 그도 놀라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레이네가 똑바로 응시하자 이내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약간 숙여 시선을 피했다. 피하지 마…. 턱을 들어올린 레이네가 부드럽게 말했다. 공…공주님…. 저는….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좀 보려고. 사뇰은 어색하게 눈을 다른 데로 돌리며 진땀을 흘렸다. 그가 계속 곤란해하자 레이네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 누워버렸다.
“피곤하다…. 그만 자야지.”
“… ….”
사뇰은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 듯 숨을 천천히 쉬며 자신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슬쩍 그를 본 레이네가 생긋 웃었다.
“내가 예쁘니…?”
“예, 예.”
“딴 데 보면서 말하지 말고. 나 보고 말해.”
“예. 아름다우십니다.”
“건성이다? 날 똑바로 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그는 명령대로 했다.
붉은색이 섞인 금발의 머리카락과, 거기에 묻힌 하얀 목선을 지나 슬립의 끈을 살짝 걸친 어깨를 타고 시선이 흘렀다. 슬립은 항상 그렇듯 매우 얇아서,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녀의 나신이 드러나 있었다. 누워있는 젖가슴이 완만한 언덕을 이루고, 매끄러운 곡선이 자리한 배를 지나 배꼽이 앙증맞게 쏙 들어갔다. 레이네는 굽혔던 다리를 폈다. 배꼽 아래에 잘록하게 들어간 분지를 지나 다시 이어지는 언덕에는 머리카락보다 색이 약간 더 짙은 음모가 비교적 촘촘하게 돋아났다. 근육이 거의 도드라지지 않은 허벅지가 쭉 뻗었고, 무릎 아래의 종아리와 발, 그리고 조금은 긴 듯한 발가락까지 그의 눈이 가 닿자 조용히 그의 시선을 느끼던 레이네가 비로소 말을 꺼냈다.
“키스하고 싶은 곳 없어…?”
“…고, 공주님…!”
“그렇게 당황하지 말고….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니면서… 그것도 가장 은밀한 곳을….”
“…그래도….”
“어려워 말고. 곤란하게 안 할게. 말해봐. 나도 거기까지만 허락할 거야.”
“… 그럼….”
기다리는 레이네의 표정이 목욕 전 키스를 했을 때처럼 애틋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말에 그녀는 에엥? 하는 표정으로 돌변했다.
“바…발을….”
“…, 발…?”
“…공주님의 발에…. 키스하고 싶습니다.”
“…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대답에 공주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사뇰도 민망했던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거렸고, 한참을 웃던 레이네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들었다.
“자. 해.”
“공주님, 저 그런데….”
“뭐…? 또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공주님께서 잠드실 때까지 발에 키스를 하고 싶습니다.”
“잠들 때까지?”
“예….”
“…. 뭐야, 지저분한 발을 왜 한참 동안 빨고 싶어해…?”
“발은 지저분한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몸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예전 제 주인이 가끔씩 시종을 시켜 발을 주무르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피로도 풀리고 몸이 편안해져서 잠을 깊이 자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
레이네는 가슴속에서 뭔가가 뭉클하고 올라오는 걸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다시 다리를 폈다. 그럼…어디 나도 좀 해줘봐. 예, 공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는 말, 역시 사뇰다웠다. 그녀는 침대의 발치로 내려가 허리를 굽히며 자신의 발을 향해 손을 내미는 사뇰을 보고는 침대로 올라오라 하였다. 당황하며 고사하려는 그의 말을 막으며, 이런 일로 실랑이 벌이기 싫어. 어서 올라와. 사뇰은 쭈뼛거리며 침대로 올라가 앉아선 쿠션을 받쳐서 다리가 편히 올라오도록 했다. 하나 하나 세심하게 신경쓰는 그를 보며 레이네의 눈에 물기가 고였다. 이어서 새끼발까락부터 부드럽게 그의 입술이 닿았고, 엄지발가락까지 차례로 입을 맞춘 그가 발바닥을 손가락으로 조금씩 누르기 시작했다. 레이네의 눈에 고인 눈물이 방울져 귀 뒤로 흘렀다. 그녀는 행여 그가 볼까 싶어 손으로 그것을 얼른 훔쳐냈다. 눈을 감은 채 발 끝에 입을 맞추며 계속 발을 맛사지하는 그를 보다가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진짜…. 졸립네….”
“… ….”
“…사뇰.”
“예, 공주님.”
잠이 들 것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진짜 이름은 뭐야…?”
“… ….”
“…응? 뭐냐고….”
“…, 나다니엘…, 나다니엘 아브데옌코…였습니다.”
“… …나다니엘… …, 아브데…옌코….”
그리고 스르륵 뭔가에 빠져들듯 레이네는 잠이 들었다.
에반더는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독이 잔뜩 오른 채 후원 한켠에 있는 시종들의 처소에서 공주의 거처까지는 몇 걸음만 가면 되는 거리였다. 게다가 시위대 따위는 얼마든지 눈을 속일 수 있었다. 사뇰이 혼자 있으니, 그만 처치하면 되는 일이었다. 공주를 모시는 시중은 자신과 사뇰밖에 없으니, 이 방에는 그 혼자만 있었다. 시녀들이 모두 잠들었다고 생각될 무렵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책상 서랍을 열었다.
‘칼이라곤 이것뿐이지만…. 그래도 사뇰을 죽일 것까지야 없지. 일을 치르고 도망칠 시간만 벌면 돼.’
처소를 나선 그는 주위를 살폈다. 모두가 잠들 만큼 늦은 시각인지라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한쪽 손에 든 끈을 손에 말아쥔 후 그는 공주의 처소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공주가 잠든 뒤에도 한참동안 발을 맛사지한 사뇰은 레이네의 숨소리가 색색거리며 완전히 잠든 기색을 보이자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이불을 덮어주었다. 눈앞에 아찔한 그녀의 몸이 적나라하게 보이자 그는 약간 동요된 듯 얼굴이 후끈거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스스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얼른 이불을 당겨 공주의 몸을 덮은 뒤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잠든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가엾은 분….’
촛불에 비춰진 자는 모습을 보니 평소에 보는 그 냉정하고 표독스러운 표정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같았다. 그는 이 날 레이네와 함께 이야기했던 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두 해가 지나도록 레이네의 시중으로 살아왔지만, 단 한 번도 그녀의 오늘과 같은 표정들을 그는 보지 못했다. 너무나 즐겁게, 그리고 진지하게, 타인의 이야기를 듣던 그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 얼마나…외로우셨습니까, 공주님…. 이놈은 그나마 아껴주시던 아비와, 재주를 알아주고 귀하게 써주시던 주인이라도 있었지요. 부정(父情)은커녕, 그 아버지로부터 가장 큰 상처를 입고, 사람을 사람으로 알지 못하셨으니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잠든 공주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렇게 지내셔야 하겠습니까….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사셔야 하겠습니까…. 그 황량하고 메마른 곳에서, 뿌리 내릴 곳 하나 없는 아득한 벌판을 어떻게 걸어가시렵니까…. 이놈이 감히 그 길을 함께 갈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가끔은 이 천한 놈에게 터지고 부르트는 그 발을 가끔은 보여주시고, 닦으라고 해 주시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풍족할 것입니다. 자주 보여주지 마시고 아주 가끔만…, 가끔만 보여주십시오, 공주님…. 마음속으로 하는 그의 말이 들렸다는 건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는 편이 근거가 있을 테다. 레이네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그의 손을 잡았다. 흠칫 놀라며 순간 몸이 굳었으나, 그대로 손을 빼버리는 건 그녀의 잠을 깨우는 꼴이 될 것이 뻔했다. 사뇰은 그대로 팔에 힘을 뺐다. 레이네가 잠이 깬 건 아니었다. 그녀는 사뇰의 손에 얼굴을 비비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설마 깬 건가 싶어 눈에 힘을 주고 그녀를 들여다본 사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났다. 그리고,
퍽.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옆구리 속으로 뭔가가 들어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화끈거린다고 생각한 순간 엄청난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순간적이었으나 그는 공주가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아냈다. 끄으…윽…. 옆구리를 파고들었던 것이 쑥 빠져나가며 그 통증이 배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한번 더 퍽. 하는 소리가 그 바로 아래쪽에서 나며 그는 통증으로 눈이 뒤집혀 정신을 잃어버렸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의자와 함께 옆으로 쓰러지는 통에 쿠당 하고 의자소리가 레이네를 깨웠다.
“응…, 흡…!!”
누군가 거칠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
천으로 입을 막은 것은 에반더였다. 레이네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에반더는 분기로 이글이글 타는 듯한 눈을 하고서는 얼굴을 바싹 갖다댔다. 이 음탕한 년…. 사람을 차별해…? 내가 니년 가슴이나 빨고 있으니까 그렇게 우습게 보였냐…? 엉?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천을 그녀의 머리 뒤로 묶는 손이 다급했고, 그의 코와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읍…! 으읍…! 레이네는 몸부림치며 눈으로는 사뇰을 찾았다. 쓰러진 사뇰은 정신을 잃은 듯했다. 그의 허리 부근에서 피가 흥건하게 새어나오는 것을 보니 다친 모양이었다.
“으으읍…!! 흐읍…!!”
“왜, 나는 기껏해야 네년 가슴이나 빨다 말았고, 저 새낀 가랑이 사이를 빨아줬으니 상도 다르게 줘야겠더냐…?!”
에반더는 거친 말을 내뱉으며 천을 다 묶은 뒤 이불을 걷어내고는 그녀의 얇은 슬립을 찢어발겼다. 이런 창부년. 내 이럴 줄 알았지. 잠잘 때도 누구든 네년 가랑이는 환영이지…? 요즘 궁정대신이고 내사부장이고 좀 뜸하다 싶으니 이젠 가랑이 못 벌려서 근질근질하더냐? 쉴 새 없이 퍼붓는 그의 모욕적인 언사에 레이네는 두려운 기색 하나 없었다. 그가 뭘 할지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뇰의 상태는 심각해보였다. 레이네는 더 이상 저항하기를 그만두었다. 저항해봐야 지금 사뇰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어라, 이년 얌전해지네….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녀의 눈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즉시 알아챈 에반더의 손이 강하게 레이네의 뺨을 후려쳤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불이 번쩍 튀기고,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에 다시 반대편으로 그의 손이 날아와 작렬했다. 저 새끼 몸뚱아리가 그렇게 좋았던 모양이지…? 좋아, 내가 오늘 평생 못 잊을 경험을 하게 해 주지. 에반더는 달려들어 레이네의 가슴을 거칠게 빨면서 젖꼭지를 깨물었다. 어때, 응…? 좋아…? 좋아 미치겠어…? 하려면 그냥 할 것이지, 쌓인 것이 어지간히 많았나보다. 레이네는 가만히 누워서 그가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다만 에반더가 일을 치르고 갈 때까지 그가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눈물이 고였으나, 그것을 에반더에게 보이기는 싫어 눈을 감아버렸다. 젖꼭지를 물어뜯을 듯 그의 이가 살속으로 파고들었다. 통증이 느껴졌다. 피가 나는 모양이었다.
“사뇰 저놈도 참 대단한 놈이지. 몇 놈이나 드나들었을 지 모를 이 가랑이를 2년 동안이나 열심히 빨아댔으니…. 니 아비도 빨아주디…? 응…?”
“…!!”
그 말에 레이네는 분기로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비로소 아픈 곳을 건드렸다 싶자 에반더는 공주의 허벅지를 벌리며 키득거렸다. 빨아줬구나…? 빨아준 모양이네…. 아비가 딸년 가랑이를 빨아주다니, 참 좋은 집안이다, 응…? 콧김이 나올 정도로 레이네의 숨결이 거칠어졌고, 모멸감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신이 난 에반더는 바지춤을 내려 그녀의 눈앞에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남근을 꺼내들었다. 그것으로 얼굴을 툭 툭 치며 뭐가 그리도 좋은지 계속 키득거렸다.
“어때, 좋으냐? 빨고 싶지? 빨고 싶어, 안 빨고 싶어. 당연히 빨고 싶겠지. 니년이 어떤 년인데…. 지 아비 것도 죽어라고 빨아댔겠지, 응? 남자는 다 좋아하잖아. 아비든 숙부든…. 혹시 아우나 오라비는 없었냐? 응? 혹시 니가 빨아줘서 다 죽은 거 아냐, 그 시녀들처럼? 응?”
나오는대로 씹어뱉던 그는 레이네의 눈이 다시 사뇰에게로 가자 사정없이 뺨을 후려쳤다. 쳐다보지 말란 말이야…! 쳐다보지 말라고…! 몇 대나 맞았는지 알 수가 없다. 레이네의 얼굴이 얼얼하게 부었고, 그녀는 입안에서 비릿한 것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식식대던 에반더가 그녀를 뒤집어 허리를 끌어당겼다. 입에 물고 있던 천조각이 피로 물들었고, 베개까지 적시기 시작했다. 번쩍 들려진 엉덩이 아래로 그의 성기가 느껴졌다. 빨리 끝내라.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초조하게 사뇰에게로 다시 눈을 돌렸다. 여전히 그는 정신을 잃고 있었다.
“흑…!!”
몸속으로 그것이 뚫고 들어온다 싶더니 머리가 뒤로 확 제껴졌다. 에반더는 레이네의 머리카락을 잡아채며 마치 말을 타듯이 허리를 강하게 움직였다. 그녀를 부숴버릴 것처럼 한 번 한 번 힘을 다해 엉덩이를 밀어부쳤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입은 쉬지 않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할 지 알아? 응…? 이 음탕한 년아. 온 왕도에, 아니 온 나라에, 소문을 다 낼 거야. 이 나라의 공주는 왕실의 창부라고. 제 아비부터 시작해서, 궁궐에 드나드는 것들은 왕이고 귀족이고 노예고 할 것 없이 다 그년 가랑이를 맛봤다고. 다 그년이 빨아준다고. 그러니까 누구라도 공주 가랑이를 맛보고 싶은 놈은 궁으로 가라고. 응? 어때…? 좋아…? 좋지…? 이 창부년아. 내 애를 가졌다고도 소문낼 거야. 혹시 알아? 또 애를 가질지….”
헐떡거리는 그의 남근이 고조되는 느낌이 왔다. 엉덩이를 찌르듯 들어오는 느낌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누구 앤지 알 게 뭐야, 응…? 혹시 알겠어…? 내가 나중 국왕의 아비가 될 지…. 응…? 응…? 응…?!”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점점 심해지면서 그는 절정을 맞는 듯했다. 레이네는 몸속에서 뭔가가 쏟아져 나오는 느낌을 받으며 이제 끝났구나 싶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그녀는 사뇰에게 다시 눈을 돌렸다. 아까보다 피가 더 많이 나온 것 같았다. 에반더는 그녀의 손발을 묶은 후 바지춤을 올려 옷매무새를 챙기며 여전히 이 말 저 말 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내가 나가면 넌 끝이야…. 널 죽일까도 생각했는데…, 괜히 내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겠더라고. 나가서 소문을 내면 넌 온 시민들의 모욕을 다 받을 테니까. 그 불명예를 피하려면 오직 죽는 수밖에 없겠지. 설마 바루나가 시민을 죽이겠어…? 네년을 죽였으면 죽였지…. 하하하, 아비한테 따먹히고 아비한테 죽는다. 멋지지 않아…?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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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글에 gudsladms님께서 나라와 인물 정리를 말씀하셨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뭣보다 추천해주시고 좋은 의견 내주신 점 gudsladms님께 감사드립니다.
국가별 인종별 설정과 인물설정편도 다음번엔 함께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요일입니다. 광복절이기도 하고요. 누구나 하는 말처럼, 좋은 하루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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