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어느 날..
이미 봄이지만 꽃샘추위 탓일까..지금 내리는 비때문일까..
봄답지않게 유난히 서늘한 날씨와 처연히 내리는 비에 섞여
성호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추적추적 걸어갔다.
빗소리에 귀가 멍해지며 문득 1년 전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수빈..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를 처음 본 바로 그 날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며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이내 성호의 표정은 무섭게 일그러지며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개새끼!! 반드시 죽인다..죽여!!"
성호의 생각이 하나로 통일되며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퇴근시간에 쏟아져나온 인파로 수 많은
사람들과 부딪혀 비틀거리고..쓰러져도 한 곳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뒤를 쫓는 김형사와 이형사도 성호를 따라 맹렬히 뛰기 시작했다.
"저 새끼 갑자기 왜 이리 뛰는거에요! 또 시작된건가! 정말 저 놈이 맞는거죠?"
"몰라~ 맞겠지..일단 따라가자구! 어서 뛰어"
사람들 틈바구니로 점점 멀어져가는 성호의 끝자락을 놓치지 않기위해 김형사와 이형사는 필사적으로
따라가며 한 가지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막아야한다! 더 이상은 안돼!"
한참을 뛰던 성호는 이상한 인기척에 갑자기 발걸음을 꺽어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걸 눈치채지
못한 김형사와 이형사는 성호의 눈 앞에서 다른 곳으로 지나가버렸다.
"ㅎㅎ 날파리들인가...끈질기게 붙어대는군.."
성호는 쓴 입맛을 다시며 다시 서서히 발걸음을 목적지로 향했다. 박민규가 숨어있는 바로 그 곳으로..
"마지막이다..니 놈이..바로 니 놈이.."
성호는 어느새 복잡한 거리를 지나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한편 눈 앞에서
김성호를 놓쳐버린 김형사와 이형사는 눈 앞이 깜깜해지는걸 느꼈다.
"이 새끼..눈 앞에서 어디로 간거야!!"
"그러게 말입니다..개새끼!! 순식간에 사라지네..제기랄.."
"멀리는 못 갔을꺼야..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꺼라고! 빨리 찾아봐"
"네~ 그럼 전 이리로 가보겠습니다"
김형사와 이형사는 서로 다른 주택가를 돌며 김성호를 찾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 놈을
찾아야만 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두 형사의 불안감은 자꾸만 높아져만 갔다.
아무리 봄비라지만 몇 시간을 비를 맞으며 걸어다닌지라 성호의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져있었다.
박민규의 집 앞에 도착한 성호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흐느적 흐느적 박민규가 사는 5층의 옥탑방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ㅎㅎ 드디어 이제 끝을 낼 수 있겠군..드디어..이 지독한 악몽을.."
힘겨운 걸음을 걸어 5층에 도착해 방을 두리번거리니 아무도 없는 듯 방은 불이 꺼져있었고, 전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새끼..수 쓰냐...ㅎㅎ 나와 이 새끼야!"
성호는 문 앞에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몇 번을 고함을 쳐도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씨발놈...있으면 죽을 줄 알아.."
성호는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꾹꾹 번호를 눌러 박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은 꺼지지
않은 듯 신호가 가고 있었다.
"ㅋㅋ 안에 있구만..뭐하냐.."
성호는 창문에 귀를 바짝대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지나치게 신경을 쓴 탓일까..
성호의 눈은 핏발이 선 체로 혈관이 터져 눈이 터질정도로 눈이 붉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세상에 내리는 모든 빗소리가 정지한 듯 고요해지며..방 안에서 나는 미세한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이불 안에서 진동으로 해 놓으면 모르냐..병신 새끼.."
성호는 창문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각목으로 유리창을 그대로 깨버렸다.
와장창 거리는 파열음과 함께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나며 안과 밖으로 튀며 깨져나갔다. 그리고 깨어진
틈 사이로 벌벌 떨고 있는 두 명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올래...내가 들어갈까?? 응?"
하지만 두 명의 남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성호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유리창이 깨지고
남아 있던 틀마저도 각목으로 후려쳐서 부숴버리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손으로 유리창이 있던
곳을 잡다 깨진 유리에 비어서 양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안 나오냐..ㅎㅎ 밖에 날씨가 아주 좋다..밖으로 나가자.."
"서..성호야...흐흑..우리가 잘못했다...성호야..흐흑.."
"시끄러!!! 씨발..내가 그런 소리 들으러 온 줄 알아??ㅋㅋ 어서 나오라고.."
성호는 품에 숨기고 있던 서슬퍼런 칼을 꺼내들고 두 명의 남자를 위협했다. 두 놈은 바로 박민규
그리고 이동욱이었다. 놈들은 칼을 꺼내든 성호를 보고 이미 얼굴이 하얗게 질린체 눈은 공포로
가득차있었다.
"성호야..제발 좀 봐주라..성호야..흐흑.."
동욱은 성호의 다리를 붙들고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애원하다시피 했다. 어찌나 가증스러운 모습인지..
성호의 입에선 헛웃음만이 나왔다.
"ㅋㅋ 야..넌 좀 꺼져라...너한테는 볼 일이 없으니까.."
동욱도 알고있었다. 자기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일인걸..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민규는
동욱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여기서 자기가 가버리면 민규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았기에..
"비키라고 했다.."
성호의 가슴이 서늘해지는 차가운 음성이 들려와 동욱은 자기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지만, 도저히 다리를 놔줄 수 없었다.
"성호야..이러지마...이러면..허윽!"
성호는 그 작은 키와 몸에서 어디서 그런 힘이 쏟아나는지 거구의 동욱을 한 손으로 멱살을 잡아
끌어올렸다.
"ㅋㅋ 끼어들지 말랬지.."
순간 동욱의 피빛과 같은 눈을 본 동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걸 느꼈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돌아가는구나라는 후회가 드는 그 순간 동욱의 옆구리에 시큰한 통증이 느껴졌다. 동욱은
아찔한 느낌과 함께 자기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져 내리는걸 느꼈다.
"허윽...허윽.."
동욱의 옆구리에선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걸 지켜보던 민규는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서..성호야..제발..흐흐흑..내가 이리 애원할께..흐흐흑..성호야..성호야..흐흑.."
"잔말말고 나와라...ㅋㅋ 이런데서 끝을 내는건 모양이 좋지 않아.."
성호는 아까 동욱을 한 손으로 들어올렸던것처럼 나가지않겠다고 버티는 민규를 질질 끌다시피해서
밖으로 끌고 나왔다.
"날씨 죽이지 않냐? 니 제삿날로써는 아주 안성맞춤일꺼 같은데?"
"서...성호야.."
민규는 더 이상 애원도..절규도..반항도 아무 소용없다는걸 알았기에..성호의 이름만을 계속 불러댔다.
한참을 주위를 헤매던 김형사와 이형사는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씨발!! 이사한 박민규 집이 대체 어디냐고!!"
"휴..그러게 말입니다;;어딘지 알 수가 있어야죠.."
그 때 김형사의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누굽니까?"
"박형사군..어~ 박형사"
"선배님! 박민규의 집을 찾았습니다!"
"그래? 어떻게?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어디야 거기가!"
김형사는 박형사가 불러주는 주소를 듣자마자 더 이상 박형사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어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뭐해? 빨리 따라와!!"
"네?네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던 이형사는 김형사의 재촉에 그제서야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어 박민규의 집 앞에 도착한 김형사와 이형사는 한 달음에 5층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이었기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냐?"
"........"
"없나보군..하긴 너같은 쓰레기같은 새끼가.."
민규는 하고싶은 말이 분명히 있었다. 살려달라고...하지만 모두 소용이 없는걸 알기에 체념한체
성호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결과는 당연한거겠지만..
"잘가라..조금 아프겠지만..ㅋㅋ"
성호는 민규의 목에 칼을 대고는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드디어 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수빈아...이제 끝이야...내일이면..드디어 널 다시 볼 수 있다고!!"
성호의 가슴은 설레임과 벅참으로 터질것만 같았다. 이제 모든 것을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성호의 기대를 무참히 깨버리는 총성이 울려퍼졌다.
"김성호!! 칼 버려!"
성호는 총성이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아까 그 날파리들이었다.
"젠장...빨리 끝냈어야 했는데..!"
성호는 두 형사를 날카롭게 노려보고는 천천히 바닥에 칼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칼을 내려놓고 몸을
올리는 순간 성호는 품 안에서 총을 꺼내들어 정확히 이형사의 손을 향해 쐈다. 순식간에 기습에
이형사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손에서 총을 놓쳐버렸다. 그리고 그 절박한 상황에서 김형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성호의 왼쪽 어깨를 겨냥해 총알을 날렸다. 총알은 정확히 김성호의 어깨를
관통했고, 성호는 비틀거리며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씨발..안돼..안돼!!"
눈 앞에서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민규는 얼이 빠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섬뜩한 표정의 성호와 눈이 마주친 민규는 이대로 모든게 끝인가 싶었다.
"죽인다..니 놈은 반드시 죽여!!"
성호는 힘겹게 오른손을 들어 민규를 겨낭하고 방아쇠에 손을 걸어 민규의 머리에 겨냥했다. 뒤쪽에서
끊임없이 총을 버리라고 소리치는 김형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성호의 귀에는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성호에게 지금 중요한건 눈 앞의 박민규를 헤치우는 것만이 전부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성호는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방아쇠에 힘을 줘서 당겼다. 아니..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성호의 가슴은 김형사가 쏜 또다른 총알 한 방이 관통해 있었다. 성호는 아득해져가는 정신을 붙잡으며
일어서려 했지만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점점 허물어져갔다.
김형사는 김성호의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멍해져버렸다. 분명히 오른쪽 어깨를 쏴서 총을
못 쏘게 할 작정이었는데 갑자기 김성호가 일어서는 바람에 가슴에 총이 맞아버린 것이다. 자신의 실수로
김성호를 죽여버린 것 같아 김형사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체 움직일 수 없었다.
성호는 몸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바닥에 고꾸라져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을 느꼈다. 그 순간
성호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까만 밤하늘엔
아직도 보슬보슬 봄비가 흩뿌리고 있었고.. 온 몸에 힘은 점점 더 빠져나갔다. 성호의 눈은 다시 원래의 색깔로
돌아와 있었고 하염없이 눈물만이 흘러나왔다.
"내일이면...흐흑...내일이면 널...허윽...흐윽...살릴 수 있는데..."
성호는 입에서 피가 울컥 넘어오는걸 느끼며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의식은 점점 흐릿해져가며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내 모든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려갔고...눈부신 그녀의 모습이 눈 앞에 보였다.
이수빈..
"수빈아....널..다시 살릴 수 있었것만..."
ps. 이 글은 프롤로그인데..거의 에필로그라고 보셔도 됩니다..글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장면이거든요~ 이번에
약간 특이한 구성으로 시작하고 싶어 이렇게 한 번 글을 써 보았습니다...^^
자꾸 벌려놓은 소설이 많은데..;; 안 쓰고 여러 개 찝쩍여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연재중단은 아니구요
다만 소재가 잘 생각이 안 나서 말이죠;;ㅎㅎ 다른 작품들도 소재가 생각나면 간간히 연재하겠습니다.
이미 봄이지만 꽃샘추위 탓일까..지금 내리는 비때문일까..
봄답지않게 유난히 서늘한 날씨와 처연히 내리는 비에 섞여
성호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추적추적 걸어갔다.
빗소리에 귀가 멍해지며 문득 1년 전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수빈..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를 처음 본 바로 그 날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며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이내 성호의 표정은 무섭게 일그러지며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개새끼!! 반드시 죽인다..죽여!!"
성호의 생각이 하나로 통일되며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퇴근시간에 쏟아져나온 인파로 수 많은
사람들과 부딪혀 비틀거리고..쓰러져도 한 곳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뒤를 쫓는 김형사와 이형사도 성호를 따라 맹렬히 뛰기 시작했다.
"저 새끼 갑자기 왜 이리 뛰는거에요! 또 시작된건가! 정말 저 놈이 맞는거죠?"
"몰라~ 맞겠지..일단 따라가자구! 어서 뛰어"
사람들 틈바구니로 점점 멀어져가는 성호의 끝자락을 놓치지 않기위해 김형사와 이형사는 필사적으로
따라가며 한 가지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막아야한다! 더 이상은 안돼!"
한참을 뛰던 성호는 이상한 인기척에 갑자기 발걸음을 꺽어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걸 눈치채지
못한 김형사와 이형사는 성호의 눈 앞에서 다른 곳으로 지나가버렸다.
"ㅎㅎ 날파리들인가...끈질기게 붙어대는군.."
성호는 쓴 입맛을 다시며 다시 서서히 발걸음을 목적지로 향했다. 박민규가 숨어있는 바로 그 곳으로..
"마지막이다..니 놈이..바로 니 놈이.."
성호는 어느새 복잡한 거리를 지나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한편 눈 앞에서
김성호를 놓쳐버린 김형사와 이형사는 눈 앞이 깜깜해지는걸 느꼈다.
"이 새끼..눈 앞에서 어디로 간거야!!"
"그러게 말입니다..개새끼!! 순식간에 사라지네..제기랄.."
"멀리는 못 갔을꺼야..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꺼라고! 빨리 찾아봐"
"네~ 그럼 전 이리로 가보겠습니다"
김형사와 이형사는 서로 다른 주택가를 돌며 김성호를 찾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 놈을
찾아야만 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두 형사의 불안감은 자꾸만 높아져만 갔다.
아무리 봄비라지만 몇 시간을 비를 맞으며 걸어다닌지라 성호의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져있었다.
박민규의 집 앞에 도착한 성호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흐느적 흐느적 박민규가 사는 5층의 옥탑방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ㅎㅎ 드디어 이제 끝을 낼 수 있겠군..드디어..이 지독한 악몽을.."
힘겨운 걸음을 걸어 5층에 도착해 방을 두리번거리니 아무도 없는 듯 방은 불이 꺼져있었고, 전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새끼..수 쓰냐...ㅎㅎ 나와 이 새끼야!"
성호는 문 앞에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몇 번을 고함을 쳐도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씨발놈...있으면 죽을 줄 알아.."
성호는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꾹꾹 번호를 눌러 박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은 꺼지지
않은 듯 신호가 가고 있었다.
"ㅋㅋ 안에 있구만..뭐하냐.."
성호는 창문에 귀를 바짝대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지나치게 신경을 쓴 탓일까..
성호의 눈은 핏발이 선 체로 혈관이 터져 눈이 터질정도로 눈이 붉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세상에 내리는 모든 빗소리가 정지한 듯 고요해지며..방 안에서 나는 미세한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이불 안에서 진동으로 해 놓으면 모르냐..병신 새끼.."
성호는 창문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각목으로 유리창을 그대로 깨버렸다.
와장창 거리는 파열음과 함께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나며 안과 밖으로 튀며 깨져나갔다. 그리고 깨어진
틈 사이로 벌벌 떨고 있는 두 명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올래...내가 들어갈까?? 응?"
하지만 두 명의 남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성호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유리창이 깨지고
남아 있던 틀마저도 각목으로 후려쳐서 부숴버리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손으로 유리창이 있던
곳을 잡다 깨진 유리에 비어서 양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안 나오냐..ㅎㅎ 밖에 날씨가 아주 좋다..밖으로 나가자.."
"서..성호야...흐흑..우리가 잘못했다...성호야..흐흑.."
"시끄러!!! 씨발..내가 그런 소리 들으러 온 줄 알아??ㅋㅋ 어서 나오라고.."
성호는 품에 숨기고 있던 서슬퍼런 칼을 꺼내들고 두 명의 남자를 위협했다. 두 놈은 바로 박민규
그리고 이동욱이었다. 놈들은 칼을 꺼내든 성호를 보고 이미 얼굴이 하얗게 질린체 눈은 공포로
가득차있었다.
"성호야..제발 좀 봐주라..성호야..흐흑.."
동욱은 성호의 다리를 붙들고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애원하다시피 했다. 어찌나 가증스러운 모습인지..
성호의 입에선 헛웃음만이 나왔다.
"ㅋㅋ 야..넌 좀 꺼져라...너한테는 볼 일이 없으니까.."
동욱도 알고있었다. 자기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일인걸..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민규는
동욱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여기서 자기가 가버리면 민규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았기에..
"비키라고 했다.."
성호의 가슴이 서늘해지는 차가운 음성이 들려와 동욱은 자기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지만, 도저히 다리를 놔줄 수 없었다.
"성호야..이러지마...이러면..허윽!"
성호는 그 작은 키와 몸에서 어디서 그런 힘이 쏟아나는지 거구의 동욱을 한 손으로 멱살을 잡아
끌어올렸다.
"ㅋㅋ 끼어들지 말랬지.."
순간 동욱의 피빛과 같은 눈을 본 동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걸 느꼈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돌아가는구나라는 후회가 드는 그 순간 동욱의 옆구리에 시큰한 통증이 느껴졌다. 동욱은
아찔한 느낌과 함께 자기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져 내리는걸 느꼈다.
"허윽...허윽.."
동욱의 옆구리에선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걸 지켜보던 민규는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서..성호야..제발..흐흐흑..내가 이리 애원할께..흐흐흑..성호야..성호야..흐흑.."
"잔말말고 나와라...ㅋㅋ 이런데서 끝을 내는건 모양이 좋지 않아.."
성호는 아까 동욱을 한 손으로 들어올렸던것처럼 나가지않겠다고 버티는 민규를 질질 끌다시피해서
밖으로 끌고 나왔다.
"날씨 죽이지 않냐? 니 제삿날로써는 아주 안성맞춤일꺼 같은데?"
"서...성호야.."
민규는 더 이상 애원도..절규도..반항도 아무 소용없다는걸 알았기에..성호의 이름만을 계속 불러댔다.
한참을 주위를 헤매던 김형사와 이형사는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씨발!! 이사한 박민규 집이 대체 어디냐고!!"
"휴..그러게 말입니다;;어딘지 알 수가 있어야죠.."
그 때 김형사의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누굽니까?"
"박형사군..어~ 박형사"
"선배님! 박민규의 집을 찾았습니다!"
"그래? 어떻게?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어디야 거기가!"
김형사는 박형사가 불러주는 주소를 듣자마자 더 이상 박형사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어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뭐해? 빨리 따라와!!"
"네?네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던 이형사는 김형사의 재촉에 그제서야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어 박민규의 집 앞에 도착한 김형사와 이형사는 한 달음에 5층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이었기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냐?"
"........"
"없나보군..하긴 너같은 쓰레기같은 새끼가.."
민규는 하고싶은 말이 분명히 있었다. 살려달라고...하지만 모두 소용이 없는걸 알기에 체념한체
성호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결과는 당연한거겠지만..
"잘가라..조금 아프겠지만..ㅋㅋ"
성호는 민규의 목에 칼을 대고는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드디어 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수빈아...이제 끝이야...내일이면..드디어 널 다시 볼 수 있다고!!"
성호의 가슴은 설레임과 벅참으로 터질것만 같았다. 이제 모든 것을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성호의 기대를 무참히 깨버리는 총성이 울려퍼졌다.
"김성호!! 칼 버려!"
성호는 총성이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아까 그 날파리들이었다.
"젠장...빨리 끝냈어야 했는데..!"
성호는 두 형사를 날카롭게 노려보고는 천천히 바닥에 칼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칼을 내려놓고 몸을
올리는 순간 성호는 품 안에서 총을 꺼내들어 정확히 이형사의 손을 향해 쐈다. 순식간에 기습에
이형사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손에서 총을 놓쳐버렸다. 그리고 그 절박한 상황에서 김형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성호의 왼쪽 어깨를 겨냥해 총알을 날렸다. 총알은 정확히 김성호의 어깨를
관통했고, 성호는 비틀거리며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씨발..안돼..안돼!!"
눈 앞에서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민규는 얼이 빠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섬뜩한 표정의 성호와 눈이 마주친 민규는 이대로 모든게 끝인가 싶었다.
"죽인다..니 놈은 반드시 죽여!!"
성호는 힘겹게 오른손을 들어 민규를 겨낭하고 방아쇠에 손을 걸어 민규의 머리에 겨냥했다. 뒤쪽에서
끊임없이 총을 버리라고 소리치는 김형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성호의 귀에는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성호에게 지금 중요한건 눈 앞의 박민규를 헤치우는 것만이 전부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성호는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방아쇠에 힘을 줘서 당겼다. 아니..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성호의 가슴은 김형사가 쏜 또다른 총알 한 방이 관통해 있었다. 성호는 아득해져가는 정신을 붙잡으며
일어서려 했지만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점점 허물어져갔다.
김형사는 김성호의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멍해져버렸다. 분명히 오른쪽 어깨를 쏴서 총을
못 쏘게 할 작정이었는데 갑자기 김성호가 일어서는 바람에 가슴에 총이 맞아버린 것이다. 자신의 실수로
김성호를 죽여버린 것 같아 김형사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체 움직일 수 없었다.
성호는 몸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바닥에 고꾸라져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을 느꼈다. 그 순간
성호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까만 밤하늘엔
아직도 보슬보슬 봄비가 흩뿌리고 있었고.. 온 몸에 힘은 점점 더 빠져나갔다. 성호의 눈은 다시 원래의 색깔로
돌아와 있었고 하염없이 눈물만이 흘러나왔다.
"내일이면...흐흑...내일이면 널...허윽...흐윽...살릴 수 있는데..."
성호는 입에서 피가 울컥 넘어오는걸 느끼며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의식은 점점 흐릿해져가며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내 모든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려갔고...눈부신 그녀의 모습이 눈 앞에 보였다.
이수빈..
"수빈아....널..다시 살릴 수 있었것만..."
ps. 이 글은 프롤로그인데..거의 에필로그라고 보셔도 됩니다..글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장면이거든요~ 이번에
약간 특이한 구성으로 시작하고 싶어 이렇게 한 번 글을 써 보았습니다...^^
자꾸 벌려놓은 소설이 많은데..;; 안 쓰고 여러 개 찝쩍여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연재중단은 아니구요
다만 소재가 잘 생각이 안 나서 말이죠;;ㅎㅎ 다른 작품들도 소재가 생각나면 간간히 연재하겠습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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