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을 지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아이빈. 붉은 노을과 유난히 어울리는 붉은 머리를 휘날리고 있는 젊은 청년의 뒤로 거대한 덩치의 남색의 털을 가진 수인족의 왕 칼리야, 그리고 그의 옆으로 단단한 근육을 지닌 녹색의 오크 히어로 하이네멜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 ... 나의 목적은 말했던 바와 같이, 중부대륙의 정벌이다. " 한참동안 묵묵히 서 있던 아이빈의 입이 열리자, 잔뜩 긴장을 하고 있던 두 존재는 몸을 움찔했다. 서로의 목적이 맞았기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이 곳에 모인자들.
" 하지만, 나 혼자로는 불가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내가 이 곳에 있는 것이지. " 중부대륙을 단신의 힘으로 정벌하려는 존재. 오크와 수인족의 주인들은 자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한한 공포. 감히 그의 앞에서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 너희에게 첫 명령을 내리도록 하지. 일주일.. 일주일 내로, 남부대륙의 모든 오크들을 굴복시켜라. "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둘. 남부대륙 전체에 흩어져 있는 오크들의 수는 줄잡아 50여만. 수백명의 수인족과 일만여명의 오크들만으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지는 아이빈의 말에 둘은 적잖이 안심했다.
" 지금 너희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겠지. 너희에게... 나의 종들에게 충분한 힘을 주겠다. 가라. 가서 그들을.. 굴복시켜라. "
청년에 입에서 나오기에는 다소 묵직하고 과격한 음성. 아이빈의 목소리에서는 미묘하게 흔들리는 저음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작 아이빈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엎드린 두 존재의 귀를 파고드는 마성은 감히 거부할 수 없었다.
" 명을. 받들겠습니다. "
" 크륵.. 명을. 반들겠습니다. " 더욱 고개를 숙인 두 존재는 주위의 싸늘한 공기가 갑자기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다. 놀랐지만,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천천히 둘을 감싸던 붉은 빛은 곧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그들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수우우우.....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둘의 눈이 번쩍 띄어졌다. 그 순간 번쩍이는 붉은 빛. 그들의 전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 일주일이다. 기한은.. 지키도록. " 그 소리와 함께 둥실 떠올라서 날아가버리는 아이빈. 그가 갔음을 확인하자 한 명의 수인족과 한명의 오크는 천천히 일어섰다.
" 크으으으... 크아아아아아아 !!!! "
" 키에에에 !!! " 평온한 들판의 초저녁. 대지를 울리는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 후우, 이제야 도착했군요. " 왼손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는 시아란. 그의 뒤에서 낑낑대며 산을 올라오는 반. 하이엘프의 성지라는 아델리아는 산맥의 가장 높은 곳의 절벽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성스러운 성지에 침입자의 접근을 막겠다는 의도였지만, 그로 인해 고생한 것은 반과 시아란 이었다. 고개가 뻐근할 정도로 올려보아도 보이지 않던 칙칙한 구조물들이 눈앞에 이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 세상에... "
" 우우.. 굉장하군. " 땀에 절어버린 옷을 말릴 생각도 못하고 눈앞의 서있는 회색의 성을 보고 경악하는 두 사람. 절벽의 중간에 세워졌지만, 인간의 솜씨는 아니었다. 흡사 신과 드워프들의 합작이라고 불려야 할 아름다운 성벽 곳곳에는 푸른 불빛이 춤을 추고 있었다. 거대한 문에는 아무런 방해물이 없이 열려있었다. 긴장을 풀지 않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저벅, 저벅, 고요한 성 내부에 울려퍼지는 두 사람의 발소리. 곳곳에 푸른 불빛이 켜져 있었기에 어둡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려가는 계단이 주욱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몇 분이 흘러 그들을 맞이하는 곳은 반경이 수미터 쯤 되보이는 고요한 폭포. 그 중앙에는 돌로 새겨진 엘프의 신 하이네가 푸른 사파이어를 안고 있었다.
" 야후.. 저 사파이어가 도대체 얼마쯤 할까. " 그 상황에서 하이네 조각상이 들고 있는 주먹만한 사파이어에 관심을 보이는 반에게 꿀밤을 먹인 시아란은 천천히 분수의 앞으로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 고귀하신 하이네의 수반자들이여.. 하이네의 딸, 서쪽 숲의 엘프의 시아란이 당신들을 뵈러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 " 진지한 분위기의 시아란을 보고 자신도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반. 그러나 몇 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반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지만, 시아란은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 고요했다. 폭포수가 고여있는 물위로 흘러내림에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반은 경악했다. 아무리 부드럽게 흘러내린다고 할지라도 무언가 소리는 나야 할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반을 시아란이 고운 두 손으로 제지한다.
그리고 그들의 앞. 분수의 위 쪽에서 하얗고 자그마한 빛덩이들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송이, 두 송이, 흡사 눈송이 같은 그것들은 어느새 십여개에서 백여개, 수를 셀 수 없이 만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졌으나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빛의 덩어리들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의 귀로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뎅... 뎅... 뎅....
『 순결하고 고결한 영혼을 지닌 하이네의 딸, 시아란 이여... 하이엘프의 성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성의 내부를 울리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목소리. 어디서인지 모르나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아아.. 정말 아직도 하이엘프께서 존재하시는 거였어.. " 감격에 찬 눈빛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하는 시아란. 그러나 반은 무엇이 불만인지 입가를 씰룩이고 있었다.
그리고 분수의 뒤편 어두운 통로에서 하얀 빛을 내뿜는 엘프가 나타났다.
평범한 엘프보다는 조금 짧은 귀가 쫑긋하게 서 있는 하이엘프. 그녀의 머리색부터 피부색, 모든 옷은 하얀색이었다. 가슴과 은밀한 곳만을 가린채 하늘거리는 천을 걸치고 나온 아름다운 여성의 엘프. 대륙에서 손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시아란보다도 더욱 미묘하고도 성스러운 미를 지니고 있었다. 눈을 지긋이 감고 조그만 발을 움직이지 않은 채 허공에 둥둥 떠서 앞으로 나오는 엘프. 조금은 어두웠던 성의 내부가 순식간에 환하게 빛났다. 어이를 잃은 채 입을 벌리고 있는 두 사람의 3 미터 정도 앞까지 다가와서 살포시 웃으며 입을 여는 하이엘프.
" 후후. 반가워요, 시아란 양. 그리고... 반 군? " 아직 그녀에게 반의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알고 있다는 말투로 인사하는 그녀를 보며 다시 한번 놀라는 시아란.
" 어.. 어떻게... "
" 호호, 이런 음침한 곳에 있다면, 의외로 바깥 일에 관심이 생기는 법이랍니다. " 귀엽게 보조개가 생기며 상큼하게 웃는 그녀는 시아란에 비해 늙어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엘프가 천년을 산다하여 젊음이 오래 지속되었지만, 시아란이 아가씨라면, 그녀는 소녀였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반은 곧 인상을 쓰며 정신을 차렸다.
" 와아.. 역시 반이로군요. 저의 " 매혹 "에서 쉽게 빠져나오시다니. " 박수까지 치며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하이엘프. 그녀는 어찌보면 푼수끼가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 크으.. " 매혹 " 이 아니라 " 일루젼 " 인 듯 하군요. " 침음성을 흘리며 반이 말하자, 시아란과 하이엘프가 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무슨 소리죠, 반? "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를 보며 어찌된 이유인지 다시 한번 침음성을 흘리며 눈을 질끈 감는 반.
" 세상에.... 시아란 보다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 어이없게도 이 순간 팔불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반. 순간 황당함과 당황함에 얼굴이 빨개진 두 엘프 여인. 하지만 하이엘프는 곧 작은 폭소를 터뜨렸다.
" 호호호, 저에 대한 칭찬과, 부인에 대한 칭찬을 동시에 하다니. 대화를 참 멋지게 하는 분이군요. 호호.. "
하지만 그녀와 달리 시아란의 얼굴을 빨개져 있었다. 그러나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고개를 설레 설레 젓는 반. 그는 곧 인상을 풀고 하이엘프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 안녕하십니까. 저주받은... 운명의 계승자, 동시에 시아란의 동반자. 반 이라고 합니다. " 예를 차리며 고개를 숙이는 반을 보며 잠깐 안색이 흐려졌던 하이엘프.
" ... 안녕하세요. 아델리아의 하이엘프 들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나온.. 라고 합니다. 호호. " 밝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하이엘프. 그러나 그녀가 본명을 말할때에는 반으로서는 알아듣지 못했다. 엘프의 언어를 모르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못알아들을 음성.
" ....... "
" 인간의 언어로는 " 바람의 예속자 " 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어리둥절해 하는 반의 어깨를 툭치며 해석해주는 시아란. 빙그레 웃고 있는 하이엘프를 대신해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
" 하이엘프 님들께서는 인간들과 접촉하시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로 된 이름을 가지실 필요가 없지요. 어쩌다 반 같은 사람이 이 곳에 온다하더라도 마법으로 인간의 언어를 구현하실 수 있으니깐요. "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시아란. 그러나 타 종족의 언어를 마법으로 이어주는 " 어시밀레이션 랭귀지(assimilation language) " 는 7써클의 고위마법. 쓴 기색도 없이 7써클의 마법을 구현하는 하이엘프들이 놀라울 뿐이었다.
" 아 그런데.... " 이제는 좀 진지한 얼굴로 돌아온 반. 그가 무거운 화제를 꺼내려 했다.
" 무슨 일로 이 곳까지 오신지는 알고 있답니다. "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하는 하이엘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반이었다.
" 남부에서 느껴지는 사악한 힘은 이 곳에까지 느껴졌답니다. 너무 순수한 어둠의 기운. 파괴와 절망, 지옥을 갈망하는 힘... "
" .....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하이엘프시여. 저에게 지혜를 주십시오. " 차라리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다짜고짜 도움을 청하는 반. 설마 반이 이렇게나올줄은 몰랐기에 시아란도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하이엘프. 반이 이렇게 나올 것까지 알고 있었다는 걸까.
" 하이엘프란 신의 대리자 같은 거창한 존재가 아니에요. 후우... 대륙 전체에 퍼져있는 수많은 종족 중에 하나랍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군요. "
" ....... 제 힘으로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가 두렵습니다. "
" 반,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신께서는 아직 인간들을 사랑하신답니다. 신께서는.. 아직 세계를 포기하지 않으셨답니다.. " 신을 언급하면서 묘하게 말의 끝을 흐리는 하이엘프. 그녀의 그런 모습에 반 역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이 곳은 인간의 육체로 오래 있을 곳이 아니랍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 무언가 고민하던 하이엘프는 곧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반과 시아란에게 손을 내밀었다.
" .... ?? "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하이엘프의 손과 그녀의 눈을 쳐다보자 둘은 곧 허리춤에 묶여있는 각자의 무기를 꺼냈다. 반의 길고도 휘어진 얄팍한 검과 하이네의 궁. 무기를 앞으로 내밀자 가만히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하이엘프.
" ...... 눈 앞의.. 험난한 운명의 계승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 슈우웅... 엘프 마을의 촌장에게서 받은 축복보다 수십배는 더 큰 빛이 성의 내부를 빛냈다. 보랏빛과 핑크빛, 황금빛이 번갈아가면서 빛을 내자 귀가 멍멍할 정도의 소음과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빛이 발산되었다.
" 아아... "
" 크읍.. "
『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될 것이에요. 하지만... 언제나 둘의 손을 놓지 말아요. 신은 시련과 함께 시련의 과실을 내려 주시니까요. 그대들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
웅웅대던 소음과 환한 불빛이 사라지자 눈을 가만히 떠보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숲 속에 앉아 있었다. 둘은 두리번 거렸지만, 어디에도 아델리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그들의 앞에 공손히 놓여져 있는 무기들. 반이 손을 내밀어 자신의 검을 잡았다. 자신이 태어나면서 자신과 함께 했던 무기. 언제나 따스했던 자신의 검이 차가워져 있었다. 검집에 손을 대고 천천히 날을 꺼내보았다. 스아앙... 백색의 날이었던 그의 검은 보랏빛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활을 꺼내보는 시아란. 그녀의 활은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가지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묵빛의 밋밋한 무늬였지만,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고 있었다.
" 감사합니다. " 동서남북을 알 수 없는 이 곳에서 아무곳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반과 시아란. 둘은 곧 숲 속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마법의 샘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하이엘프.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옆에는 낫빛의 피부를 지닌 긴 머리와 큰 키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자 딱딱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잘도 둘러대는군. 초라한 여신이여. 」
" 호호, 즉석에서 지어낸 이름인데.. 거짓을 말하려니 좀 쑥스럽더군요. "
「 ... 저들이 대륙을 구해낼 수 있을 것 같은가.. 」 인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미모만을 보자면 옆의 하이엘프와 비교해 전혀 달리지 않는 그녀의 말투는 여성이라기 보다는 무생물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
" ... 미래의 여신이 운명을 점지한다 지만, 신께서도 완벽하게 정해진 운명을 만들지 못해요. 저들이... 저들이 함께하는 한 희망은 있겠지요. "
슬픈 눈빛으로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하이엘프. 그녀의 이름은 아레알 이퀴림 " 하이네 " 엔트 아이시아람. 13개의 세계에서도 12번째 신들의 궁전에서 지낸다는 엘프의 신 하이네였다. 인간들을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창조한 엘프들만큼 인간들을 사랑하는 그녀. 신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공존계를 걱정해 직접 강신한 존재였다.
그녀의 옆에 있는 여인은 시간을 관장하는 세 여신의 막내. 그녀가 예고한 미래는.. 파멸과 지옥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 크와악!! "
" 쿠륵.. 쿠륵.. 마라 오크족이.. 이렇게..쿠륵.. 강했다니.. " 남부 대륙의 동쪽. 오크들의 평원에서는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6부족 중 그리 뛰어나지 않은 세력을 지닌 마라오크족이 전 오크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 굴복하지 않는 다면, 죽음만을 선사할 것이다! " 나머지 5대 부족을 위시한 수십만의 타 오크부족들은 코웃음 쳤지만, 그들이 중앙으로 진출을 시도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진로 앞에 위치한 대부분의 오크부족들은 저항을 해보지도 못하고 궤멸되거나 항복했다. 상상 이상의 전력.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검은 산맥의 수인족들. 그들은 오크 대여섯을 가볍게 도살할 정도의 강자들이었다. 그리고 눈에서 붉은 빛을 뿜는 수인족의 왕과 마라오크족장. 둘의 위력을 본 대부분의 소구묘 오크족들이 그들에게 굴복하기 시작하자, 다른 대 오크 부족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해서는 회합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오크족들, 그러나 평원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던 구아바라 오크족이 절반이상 학살 당하고 충성을 맹세하자 더 이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어느새 세력이 불어서 10만에 달하는 오크를 거느리는 하이네멜. 그가 이제는 평원의 동쪽 끝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남은 모든 오크들은 30여만 , 하지만 그들 중에 상당수가 벌써부터 불안해 하며 항복을 고려해 보고 있었다. 굴복을 죽음보다 싫어 하는 그들이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 쉬익... 우리가.. 먼저 선공을 해야 하오.. 쉭..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않소... 쉬식... "
" 크륵.. 하지만.. 하이네멜.. 크르륵! 놈이 날뛰는 것을 본 부하들이.. 하나같이.. 크르륵.. 겁에 질려 있소.. 어떻게.. "
" 그 소문을.. 크륵. 믿을 수 없소이다. 크르르.. 그렇다 하더라도.. 놈은 하나. 크륵. 수인족들의 수도 얼마 되지 않소.. 크륵. "
" 아직.. 쉬익. 우리들의 수가.. 쉬익. 훨씬 많소. 한꺼번에.. 한꺼번에 칩시다. 쉬익∼ "
" 크르륵...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크륵 "
남부 대륙의 평원 전체가 긴장하고 있었다. 이종족과 몬스터들의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오크들이었기에, 그들의 전쟁에 다른 이종족들의 관심마저 가득했다. 그들이 분열되 있기에 안심할 수 있었던 다른 종족들은, 그들이 통일된다면, 누구보다 걱정이 많아질 것이다.
" ... 이 곳이.. 안개의 숲인가. "
다크엘프들이 모여산다는 안개의 숲. 그곳의 입구에 도착한 아이빈의 온 몸에 묘한 흥분이 생기고 있었다.
" ... 나의 목적은 말했던 바와 같이, 중부대륙의 정벌이다. " 한참동안 묵묵히 서 있던 아이빈의 입이 열리자, 잔뜩 긴장을 하고 있던 두 존재는 몸을 움찔했다. 서로의 목적이 맞았기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이 곳에 모인자들.
" 하지만, 나 혼자로는 불가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내가 이 곳에 있는 것이지. " 중부대륙을 단신의 힘으로 정벌하려는 존재. 오크와 수인족의 주인들은 자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한한 공포. 감히 그의 앞에서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 너희에게 첫 명령을 내리도록 하지. 일주일.. 일주일 내로, 남부대륙의 모든 오크들을 굴복시켜라. "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둘. 남부대륙 전체에 흩어져 있는 오크들의 수는 줄잡아 50여만. 수백명의 수인족과 일만여명의 오크들만으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지는 아이빈의 말에 둘은 적잖이 안심했다.
" 지금 너희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겠지. 너희에게... 나의 종들에게 충분한 힘을 주겠다. 가라. 가서 그들을.. 굴복시켜라. "
청년에 입에서 나오기에는 다소 묵직하고 과격한 음성. 아이빈의 목소리에서는 미묘하게 흔들리는 저음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작 아이빈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엎드린 두 존재의 귀를 파고드는 마성은 감히 거부할 수 없었다.
" 명을. 받들겠습니다. "
" 크륵.. 명을. 반들겠습니다. " 더욱 고개를 숙인 두 존재는 주위의 싸늘한 공기가 갑자기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다. 놀랐지만,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천천히 둘을 감싸던 붉은 빛은 곧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그들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수우우우.....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둘의 눈이 번쩍 띄어졌다. 그 순간 번쩍이는 붉은 빛. 그들의 전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 일주일이다. 기한은.. 지키도록. " 그 소리와 함께 둥실 떠올라서 날아가버리는 아이빈. 그가 갔음을 확인하자 한 명의 수인족과 한명의 오크는 천천히 일어섰다.
" 크으으으... 크아아아아아아 !!!! "
" 키에에에 !!! " 평온한 들판의 초저녁. 대지를 울리는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 후우, 이제야 도착했군요. " 왼손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는 시아란. 그의 뒤에서 낑낑대며 산을 올라오는 반. 하이엘프의 성지라는 아델리아는 산맥의 가장 높은 곳의 절벽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성스러운 성지에 침입자의 접근을 막겠다는 의도였지만, 그로 인해 고생한 것은 반과 시아란 이었다. 고개가 뻐근할 정도로 올려보아도 보이지 않던 칙칙한 구조물들이 눈앞에 이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 세상에... "
" 우우.. 굉장하군. " 땀에 절어버린 옷을 말릴 생각도 못하고 눈앞의 서있는 회색의 성을 보고 경악하는 두 사람. 절벽의 중간에 세워졌지만, 인간의 솜씨는 아니었다. 흡사 신과 드워프들의 합작이라고 불려야 할 아름다운 성벽 곳곳에는 푸른 불빛이 춤을 추고 있었다. 거대한 문에는 아무런 방해물이 없이 열려있었다. 긴장을 풀지 않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저벅, 저벅, 고요한 성 내부에 울려퍼지는 두 사람의 발소리. 곳곳에 푸른 불빛이 켜져 있었기에 어둡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려가는 계단이 주욱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몇 분이 흘러 그들을 맞이하는 곳은 반경이 수미터 쯤 되보이는 고요한 폭포. 그 중앙에는 돌로 새겨진 엘프의 신 하이네가 푸른 사파이어를 안고 있었다.
" 야후.. 저 사파이어가 도대체 얼마쯤 할까. " 그 상황에서 하이네 조각상이 들고 있는 주먹만한 사파이어에 관심을 보이는 반에게 꿀밤을 먹인 시아란은 천천히 분수의 앞으로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 고귀하신 하이네의 수반자들이여.. 하이네의 딸, 서쪽 숲의 엘프의 시아란이 당신들을 뵈러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 " 진지한 분위기의 시아란을 보고 자신도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반. 그러나 몇 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반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지만, 시아란은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 고요했다. 폭포수가 고여있는 물위로 흘러내림에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반은 경악했다. 아무리 부드럽게 흘러내린다고 할지라도 무언가 소리는 나야 할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반을 시아란이 고운 두 손으로 제지한다.
그리고 그들의 앞. 분수의 위 쪽에서 하얗고 자그마한 빛덩이들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송이, 두 송이, 흡사 눈송이 같은 그것들은 어느새 십여개에서 백여개, 수를 셀 수 없이 만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졌으나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빛의 덩어리들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의 귀로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뎅... 뎅... 뎅....
『 순결하고 고결한 영혼을 지닌 하이네의 딸, 시아란 이여... 하이엘프의 성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성의 내부를 울리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목소리. 어디서인지 모르나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아아.. 정말 아직도 하이엘프께서 존재하시는 거였어.. " 감격에 찬 눈빛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하는 시아란. 그러나 반은 무엇이 불만인지 입가를 씰룩이고 있었다.
그리고 분수의 뒤편 어두운 통로에서 하얀 빛을 내뿜는 엘프가 나타났다.
평범한 엘프보다는 조금 짧은 귀가 쫑긋하게 서 있는 하이엘프. 그녀의 머리색부터 피부색, 모든 옷은 하얀색이었다. 가슴과 은밀한 곳만을 가린채 하늘거리는 천을 걸치고 나온 아름다운 여성의 엘프. 대륙에서 손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시아란보다도 더욱 미묘하고도 성스러운 미를 지니고 있었다. 눈을 지긋이 감고 조그만 발을 움직이지 않은 채 허공에 둥둥 떠서 앞으로 나오는 엘프. 조금은 어두웠던 성의 내부가 순식간에 환하게 빛났다. 어이를 잃은 채 입을 벌리고 있는 두 사람의 3 미터 정도 앞까지 다가와서 살포시 웃으며 입을 여는 하이엘프.
" 후후. 반가워요, 시아란 양. 그리고... 반 군? " 아직 그녀에게 반의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알고 있다는 말투로 인사하는 그녀를 보며 다시 한번 놀라는 시아란.
" 어.. 어떻게... "
" 호호, 이런 음침한 곳에 있다면, 의외로 바깥 일에 관심이 생기는 법이랍니다. " 귀엽게 보조개가 생기며 상큼하게 웃는 그녀는 시아란에 비해 늙어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엘프가 천년을 산다하여 젊음이 오래 지속되었지만, 시아란이 아가씨라면, 그녀는 소녀였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반은 곧 인상을 쓰며 정신을 차렸다.
" 와아.. 역시 반이로군요. 저의 " 매혹 "에서 쉽게 빠져나오시다니. " 박수까지 치며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하이엘프. 그녀는 어찌보면 푼수끼가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 크으.. " 매혹 " 이 아니라 " 일루젼 " 인 듯 하군요. " 침음성을 흘리며 반이 말하자, 시아란과 하이엘프가 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무슨 소리죠, 반? "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를 보며 어찌된 이유인지 다시 한번 침음성을 흘리며 눈을 질끈 감는 반.
" 세상에.... 시아란 보다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 어이없게도 이 순간 팔불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반. 순간 황당함과 당황함에 얼굴이 빨개진 두 엘프 여인. 하지만 하이엘프는 곧 작은 폭소를 터뜨렸다.
" 호호호, 저에 대한 칭찬과, 부인에 대한 칭찬을 동시에 하다니. 대화를 참 멋지게 하는 분이군요. 호호.. "
하지만 그녀와 달리 시아란의 얼굴을 빨개져 있었다. 그러나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고개를 설레 설레 젓는 반. 그는 곧 인상을 풀고 하이엘프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 안녕하십니까. 저주받은... 운명의 계승자, 동시에 시아란의 동반자. 반 이라고 합니다. " 예를 차리며 고개를 숙이는 반을 보며 잠깐 안색이 흐려졌던 하이엘프.
" ... 안녕하세요. 아델리아의 하이엘프 들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나온.. 라고 합니다. 호호. " 밝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하이엘프. 그러나 그녀가 본명을 말할때에는 반으로서는 알아듣지 못했다. 엘프의 언어를 모르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못알아들을 음성.
" ....... "
" 인간의 언어로는 " 바람의 예속자 " 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어리둥절해 하는 반의 어깨를 툭치며 해석해주는 시아란. 빙그레 웃고 있는 하이엘프를 대신해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
" 하이엘프 님들께서는 인간들과 접촉하시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로 된 이름을 가지실 필요가 없지요. 어쩌다 반 같은 사람이 이 곳에 온다하더라도 마법으로 인간의 언어를 구현하실 수 있으니깐요. "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시아란. 그러나 타 종족의 언어를 마법으로 이어주는 " 어시밀레이션 랭귀지(assimilation language) " 는 7써클의 고위마법. 쓴 기색도 없이 7써클의 마법을 구현하는 하이엘프들이 놀라울 뿐이었다.
" 아 그런데.... " 이제는 좀 진지한 얼굴로 돌아온 반. 그가 무거운 화제를 꺼내려 했다.
" 무슨 일로 이 곳까지 오신지는 알고 있답니다. "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하는 하이엘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반이었다.
" 남부에서 느껴지는 사악한 힘은 이 곳에까지 느껴졌답니다. 너무 순수한 어둠의 기운. 파괴와 절망, 지옥을 갈망하는 힘... "
" .....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하이엘프시여. 저에게 지혜를 주십시오. " 차라리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다짜고짜 도움을 청하는 반. 설마 반이 이렇게나올줄은 몰랐기에 시아란도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하이엘프. 반이 이렇게 나올 것까지 알고 있었다는 걸까.
" 하이엘프란 신의 대리자 같은 거창한 존재가 아니에요. 후우... 대륙 전체에 퍼져있는 수많은 종족 중에 하나랍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군요. "
" ....... 제 힘으로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가 두렵습니다. "
" 반,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신께서는 아직 인간들을 사랑하신답니다. 신께서는.. 아직 세계를 포기하지 않으셨답니다.. " 신을 언급하면서 묘하게 말의 끝을 흐리는 하이엘프. 그녀의 그런 모습에 반 역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이 곳은 인간의 육체로 오래 있을 곳이 아니랍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 무언가 고민하던 하이엘프는 곧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반과 시아란에게 손을 내밀었다.
" .... ?? "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하이엘프의 손과 그녀의 눈을 쳐다보자 둘은 곧 허리춤에 묶여있는 각자의 무기를 꺼냈다. 반의 길고도 휘어진 얄팍한 검과 하이네의 궁. 무기를 앞으로 내밀자 가만히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하이엘프.
" ...... 눈 앞의.. 험난한 운명의 계승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 슈우웅... 엘프 마을의 촌장에게서 받은 축복보다 수십배는 더 큰 빛이 성의 내부를 빛냈다. 보랏빛과 핑크빛, 황금빛이 번갈아가면서 빛을 내자 귀가 멍멍할 정도의 소음과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빛이 발산되었다.
" 아아... "
" 크읍.. "
『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될 것이에요. 하지만... 언제나 둘의 손을 놓지 말아요. 신은 시련과 함께 시련의 과실을 내려 주시니까요. 그대들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
웅웅대던 소음과 환한 불빛이 사라지자 눈을 가만히 떠보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숲 속에 앉아 있었다. 둘은 두리번 거렸지만, 어디에도 아델리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그들의 앞에 공손히 놓여져 있는 무기들. 반이 손을 내밀어 자신의 검을 잡았다. 자신이 태어나면서 자신과 함께 했던 무기. 언제나 따스했던 자신의 검이 차가워져 있었다. 검집에 손을 대고 천천히 날을 꺼내보았다. 스아앙... 백색의 날이었던 그의 검은 보랏빛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활을 꺼내보는 시아란. 그녀의 활은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가지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묵빛의 밋밋한 무늬였지만,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고 있었다.
" 감사합니다. " 동서남북을 알 수 없는 이 곳에서 아무곳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반과 시아란. 둘은 곧 숲 속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마법의 샘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하이엘프.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옆에는 낫빛의 피부를 지닌 긴 머리와 큰 키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자 딱딱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잘도 둘러대는군. 초라한 여신이여. 」
" 호호, 즉석에서 지어낸 이름인데.. 거짓을 말하려니 좀 쑥스럽더군요. "
「 ... 저들이 대륙을 구해낼 수 있을 것 같은가.. 」 인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미모만을 보자면 옆의 하이엘프와 비교해 전혀 달리지 않는 그녀의 말투는 여성이라기 보다는 무생물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
" ... 미래의 여신이 운명을 점지한다 지만, 신께서도 완벽하게 정해진 운명을 만들지 못해요. 저들이... 저들이 함께하는 한 희망은 있겠지요. "
슬픈 눈빛으로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하이엘프. 그녀의 이름은 아레알 이퀴림 " 하이네 " 엔트 아이시아람. 13개의 세계에서도 12번째 신들의 궁전에서 지낸다는 엘프의 신 하이네였다. 인간들을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창조한 엘프들만큼 인간들을 사랑하는 그녀. 신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공존계를 걱정해 직접 강신한 존재였다.
그녀의 옆에 있는 여인은 시간을 관장하는 세 여신의 막내. 그녀가 예고한 미래는.. 파멸과 지옥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 크와악!! "
" 쿠륵.. 쿠륵.. 마라 오크족이.. 이렇게..쿠륵.. 강했다니.. " 남부 대륙의 동쪽. 오크들의 평원에서는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6부족 중 그리 뛰어나지 않은 세력을 지닌 마라오크족이 전 오크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 굴복하지 않는 다면, 죽음만을 선사할 것이다! " 나머지 5대 부족을 위시한 수십만의 타 오크부족들은 코웃음 쳤지만, 그들이 중앙으로 진출을 시도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진로 앞에 위치한 대부분의 오크부족들은 저항을 해보지도 못하고 궤멸되거나 항복했다. 상상 이상의 전력.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검은 산맥의 수인족들. 그들은 오크 대여섯을 가볍게 도살할 정도의 강자들이었다. 그리고 눈에서 붉은 빛을 뿜는 수인족의 왕과 마라오크족장. 둘의 위력을 본 대부분의 소구묘 오크족들이 그들에게 굴복하기 시작하자, 다른 대 오크 부족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해서는 회합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오크족들, 그러나 평원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던 구아바라 오크족이 절반이상 학살 당하고 충성을 맹세하자 더 이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어느새 세력이 불어서 10만에 달하는 오크를 거느리는 하이네멜. 그가 이제는 평원의 동쪽 끝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남은 모든 오크들은 30여만 , 하지만 그들 중에 상당수가 벌써부터 불안해 하며 항복을 고려해 보고 있었다. 굴복을 죽음보다 싫어 하는 그들이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 쉬익... 우리가.. 먼저 선공을 해야 하오.. 쉭..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않소... 쉬식... "
" 크륵.. 하지만.. 하이네멜.. 크르륵! 놈이 날뛰는 것을 본 부하들이.. 하나같이.. 크르륵.. 겁에 질려 있소.. 어떻게.. "
" 그 소문을.. 크륵. 믿을 수 없소이다. 크르르.. 그렇다 하더라도.. 놈은 하나. 크륵. 수인족들의 수도 얼마 되지 않소.. 크륵. "
" 아직.. 쉬익. 우리들의 수가.. 쉬익. 훨씬 많소. 한꺼번에.. 한꺼번에 칩시다. 쉬익∼ "
" 크르륵...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크륵 "
남부 대륙의 평원 전체가 긴장하고 있었다. 이종족과 몬스터들의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오크들이었기에, 그들의 전쟁에 다른 이종족들의 관심마저 가득했다. 그들이 분열되 있기에 안심할 수 있었던 다른 종족들은, 그들이 통일된다면, 누구보다 걱정이 많아질 것이다.
" ... 이 곳이.. 안개의 숲인가. "
다크엘프들이 모여산다는 안개의 숲. 그곳의 입구에 도착한 아이빈의 온 몸에 묘한 흥분이 생기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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