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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11 535회 0건
한 편 올립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에닐리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왜 그런가 하니 맛있게 먹어줄 론을 생각하면 즐겁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나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그렇게 행복 할 수가 없다.
힘들게 일을 하고 와서, 때로는 손님들이 많아 피곤 한 나날도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면 론을 위해 요리를 한다.

‘꼬마신랑을 챙기는 아내처럼 보이겠지?’

요리를 하다 말고 에닐리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작게 웃음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는 모르지만 에닐리가 생각하기엔 자신의 모습이 그러 할 것 같았다.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생긋 미소 지은 채 열심히 요리를 하는 에닐리의 모습은 마치 새색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솜씨를 발휘하여 음식을 다 만들면 그것을 조심히 접시와 그릇에 옮겨 담아 식탁에 하나 둘 차려놓았다.
두르고 있는 앞치마를 벗어 걸어놓고 방에 있는 론을 불은 에닐리는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얘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지 말고 누나도 먹어요.”

“응...”

고개를 끄덕이는 에닐리 였지만 론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지 미소 지으며 가만히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론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면 다 먹은 접시를 치우고 씻을 후에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방으로 들어가 론과 오늘 있었던 얘기를 나누며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

“그래서 신기한 광물을 찾았는데 몬스터들 때문에 포기하고 도망쳤다고 했어.”

“힘들게 찾았겠는데 아쉽겠네요.”

“응... 얼굴표정이 너무 아쉬워하는 게 웃기는 거 있지? 진짜 얘기를 재밌게 들려주었어.”

“누나도 그런 모험을 해보고 싶어요?”

“모험?”

“네...”

“음... 해보고는 싶어.”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에닐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자 론이 말을 이었다.

“세상엔 신기한 것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거 같아. 손님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신기한 게 많아. 하지만 그런 모험도 좋지만 난 지금 생활에도 만족해.”

“만족하다고요?”

자신을 바라보는 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응... 왜냐하면 이렇게 론하고 행복하게 오순도순 지낼 수 있잖아. 누나는 론을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게 너무 좋아. 내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좋고 이렇게 둘이서 소소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너무 좋을 걸?”

전혀 거짓을 느낄 수 없는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하는 에닐리는 정말로 티 없이 맑아 보였다.

“누나는 제가 그렇게 좋아요?”

갑작스러운 론의 질문에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듯 보였지만 뺨을 붉히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예요?”

“어디가 좋거나 그런 거 없어.”

“그런 게 없다고요?”

“응...”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다소곳한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론의 어디가 특별해서 좋다거나 그런 것 보다, 그 모습 자체가 좋을 걸. 론이 마법사이구, 그런 건 중요하지가 않아. 그저 이렇게 론은 론이니까. 너라는 존재 자체가 누나에겐 소중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정말로 그러했다.
에닐리에게 있어 론이라는 존재는 그녀의 전부가 되어 있었다.
언제나 돌봐 줘야하고, 아껴줘야 하고, 그리고 보듬어 주어야 할 그런 소중한 존재.
론이 웃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가 있는 그녀였다.
행복 할 수 있다면, 자신으로 인해 론이 행복 할 수 있다면 그녀는 무슨 짓이든 다 할 것이다.

론은 자신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미안하다고, 아무런 힘이 없어 미안하다고 서럽게 울며 안아주던 에닐리의 그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에닐리의 눈물은 론의 가슴이 찌릿 할 정도로 서럽게 느껴지는 눈물이었다.
힘이 전부가 아닌데, 그저 상대를 쓰러트리고 지켜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인데 자신이 마법사라고 생각 하고 있으면서도 다칠 까봐 걱정하고 지켜 주고 싶어 한다.
그저 이성을 좋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 론이 느끼기에 에닐리는 온전히 자기의 생활 전반을 자신을 위해 바꾸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중심은 자기가 아닌 론, 자신이었던 것이다.

“누나...”

“응?”

“만약에 있잖아요, 만약에... 내가 돌아간다고 하면 누나는 어떻게 할 거예요?”

“론이 돌아가?”

놀란 표정으로 대답을 하자 론이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에요.”

“그 상황이 오지 않아서...”

“걱정하지 말고 말 해봐요 누나.”

“론이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게 무서워. 하지만... 하지만 만약 그게 정말로 론을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되어야 론이 행복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 그게 론을 위한 것이니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그 모습이 정말로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론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정말로 그렇게 할 건가요? 그렇게 해서 내가 행복할 수 있다고 해도 누나는 그걸로 만족 하나요?”

“론......”

에닐리는 대답하지 못 하고 작게 이름을 부른 뿐이다.

“말 해봐요 누나. 정말로 그걸로 됐어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며 침묵을 지켰다.
론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은 채 에닐리가 대답하기를 기다리는 듯 바라본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침묵 속에서 입을 열지 못 하고 있던 에닐리의 목소리가 다시 귀에 들려왔다.

“두려워... 론이 내 곁에서 떠나간다는 게 생각하기도 싫어. 하지만 그게 네 길이고, 네가 행복하고 기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 내 곁에서 떠나는 것도 싫지만 론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잖아.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나 때문에 널 잡아두게 된 다면, 론이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 누나는 괜찮아. 상처를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 아물 수도 있잖아? 론이 아픈 거 보다 내가 아픈 게 나아.”

애써 웃음을 짓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그걸로 괜찮아서 웃음을 짓고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이 미련해 보이는 아가씨에게 자신은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까.

“내가 행복하기 위해 누나에게 심한 말을 하고 화를 내도 괜찮아요?”

“론이... 그걸로 행복 할 수 있다면 괜찮아.”

“누나는... 참으로 바보 같은 사람이군요.”

천천히 자신의 허리를 감아 안겨오는 론을 에닐리가 젖가슴으로 품어주었다.

“그 모습이 바보 같아 보여도... 누나는 괜찮으니까.”

귓속에 들려오는 에닐리의 그 한 마디가 론의 가슴을 씁쓸하게 만든다.

매일이 너무나 행복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런 한 일을 경험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에닐리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섯 달이 지난 가운데 에닐리는 정말로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관에 출근하게 일을 하고 있던 에닐리는 창가에 앉아 있는 여행복 차림의 여인이 차를 마시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신경 쓰였다.
구릿빛 피부에 웨이브 진 머릿결, 약간 치켜 올라간 눈매의 붉은 입술과 갸름한 턱선은 전체 적으로 사나워 보이기도 했지만 농염해 보이는 그 모습이 섹시한 매력을 어필했다.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에 에닐리는 결국 참다못해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저기... 저한 테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그런 거 없어요.”

“계속해서 절 바라보는 것 같아서요.”

“아가씨 이름이 어떻게 되요?”

“네?”

갑자기 이름을 물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반문한 에닐리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가만 보니 아가씨 참 매력적이라 느낄 만큼 예쁘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갑작스러운 외모 칭찬에 에닐리의 뺨이 붉혀졌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싱긋 웃음 지은 여인이 차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마치고 여관을 빠져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에닐리는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에닐리라고 했었나.’

여관 아주머니가 불렀던 이름을 떠올린 여인이 그렇게 유유히 그곳에서 사라졌다.

집안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론은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슬쩍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래도 가질 않고 계속해서 노크를 해오니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특별히 예리하거나 살기 같은 게 전혀 느껴지지 않은 기척이어서 크게 경계를 하지는 않고 문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활짝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여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론은 그대로 다시 문을 닫아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여인은 심술이 난 것인지 뺨을 부풀이며 입을 열었다.

“너무해 론! 5개월 만에 감격의 제외인데 어쩜 이렇게 야박 할 수가 있어?!”

“무슨 볼일이야?”

자신의 말을 깔끔히 무시해버리고 질문을 던지는 것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터인데 여인은 전혀 그런 것도 없는지 생긋 웃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볼일이긴, 벌써 5개월이나 지났다구. 앞으로 한 달이 더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아?”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닐텐데?”

평소의 귀여운 표정과 목소리는 온데 간대 없이 냉기가 풀풀 풍기는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왜 신경 쓸 일이 아니야? 한 달이 더 지나면 네 몸에서 붕괴 현상이 일어날 텐데. 그리고 지금쯤이면 벌써 끝내고도 남았지 않아?”

“......”

대답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 론의 모습을 바라보던 여인이 천천히 다가가 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슨 짓이야?”

인상을 찌푸리는 론의 말에도 여인은 싱글벙글 하는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네 모습 진짜 귀엽다~!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워! 어쩜 이렇게 폴리모프를 할 수가 있데?”

“폴리모프가 아니야.”

“동화책에서 보면 전설의 드래곤이 인간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한다고 하잖아. 그것과 비슷하니 폴리모프라고 할 수도 있지. 뭘 그리 까칠하실까~!”

이 여인은 론에 대해서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여인과 그 여인을 바라보는 론의 모습은 정말로 론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생뚱맞았다.

“론... 뭣 때문에 그렇게 시간을 끄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한 달이 지나면 네 몸을 지탱하는 그 힘이 풀려버리고 그대로 붕괴해 버리고 말거야. 솔직히 말해 정말로 걱정스러워. 붕괴되어 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네 스스로가 잘 알잖아? 평소대로 해버려. 일주일 후에 다시 찾아올게. 그리고... 아니야. 아무튼 일주일 후에 다시 오겠어.”

뭔가를 말을 하려다 접어버리고 몸을 돌려 가버리는 여인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론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벌써... 다섯 달이 흘렀나.”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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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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