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원해, 엠마뉴엘. 너의 배경이나, 힘이 아닌 너 자체를 원해. 말하자면…너의 몸과 마음을 모조리 갖고 싶다는거야. 너의 진명까지도.”
그건 내 진심이었다. 여태까지 여러 명의 여자와 교제를 한적 있었고, TV에 나오는 여자연예인들을 보면 분명 예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도 가슴이 두근댄 사람은 없었다.
그런 지금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 드러나 버린걸까?
나는 마치 프로포즈 하는 것처럼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엠마뉴엘은……
“풉, 푸훕. 푸하하하하하하~”
민망할 정도로 크게 웃어재꼈다. 그 민망함에 얼굴로 열기가 몰려와 피부가 붉어지려 할 즈음.
엠마뉴엘은 거짓말처럼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보는 것만으로도 으스스해지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말하는 것이다.
“웃기고 있군. 내 몸이 대가라면 줄 수 있다. 어차피 난 매혹의 악마니까 말야. 하지만 진명을 요구하다니…하찮은 인간주제에 너무 거만한 것 같군."
온몸에 한기가 흐르다 못해 저릿저릿 할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을 뻔 했지만 남자의 각오로 꿋꿋이 버티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역시 준비해뒀던 대답을 꺼낸다.
“물론…네가 배신을 당한일이 있었기에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사고를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봐. 네가 쓰러뜨려야할 루시퍼는 이미 너의 진명을 알고 있어. 네가 힘들게 원래의 힘을 되찾아간다고 해도 너는 다시금 봉인당할 운명이란거지. 근데 생각해봐. 그때까지 내가 계약자이고 너의 계약자로써 내가 너의 힘을 대신 행사한다면? 너의 힘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루시퍼를 상대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야. 너의 진명을 안다고 해도 그것을 이용할 수 가 없지."
“큭….”
나의 논리적인 말에 엠마뉴엘은 거부하고는 싶은데 마땅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승낙할 수밖에 없게 된 초등학교 5학년짜리 여자애처럼 뾰로퉁한 표정을 지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쐐기를 박듯이 말을 이었다.
“정 내가 못 미더우면 말야. 진명은 루시퍼를 쓰러뜨린 뒤에 말해줘도 돼. 아니, 그러고 나서도 말해주지 않아도 좋아. 그때에 가서 네가 알려주고 싶으면 알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아도 돼. 난 단지…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진심으로 너에게 반했고, 너의 모든 것을 나의 것으로 하고 싶을 뿐이니까."
“…….”
으, 으아아악~내가 대체 뭔 소릴 지껄인 거야!! 어딜 가도 쿨한 녀석으로 통하는 내가 이런 오글오글한 대사를 내뱉다니~!!
대사를 내뱉은 뒤 3초도 지나기 전에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나는 얼굴로 솟구치는 부끄러움에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흐응….”
귓속으로 파고드는 콧소리.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어감.
하지만 엠마뉴엘에게 있어서도 나의 고백이 임팩트가 없진 않았는지, 그녀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다시금 의자에 앉으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겨있던 엠마뉴엘의 입이 열렸다.
“나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 하는거야?”
“그, 그….”
작위적인 미소를 짓지도, 상대를 압박하는 살기를 내뿜지도 않는 보통의 표정을 한 엠마뉴엘이 도저히 내심을 짐작할 수 없는 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나는 여자애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은 편이었고, 고백도 많이 받았었다.
기분이 내키면 한 일주일정도 사귀기도 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대부분은 고백 받는 즉시 거절해버렸지.
그런데…고백하는 게 이렇게 어렵고 떨리는 일 일줄이야….
나는 대답을 촉구하는 붉은색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과거에 차버린 여자애들에게 사죄했다.
그리고 미세하게 떨려오는 몸을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다, 당연하잖아. 진짜로 반하지 않았으면 이런 부끄러운 대사는 못한다고!!”
“흐~응, 그래?”
“어…그래….”
나의 고백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어오는 엠마뉴엘의 목소리에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단 말이지….”
엠마뉴엘은 말을 끌며 새초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순간 유례없이 무거운 침묵이 둘 사이로 내려앉았다.
으으…제발.
뭐랄까…지금의 나는 무척이나 필사적인 기분이었다.
역시 이렇게 협박하듯이 하는 고백은 최악이겠지?
머릿속으로 온갖 가정을 해가다가 마침내 안 좋은 방향으로 상상이 진행되고 있던 도중,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다.
“좋아.”
“크흑…역시나 안되는…엉? 뭐라고?”
“좋다고. 너의 고백을 받아들이겠다는 거야.”
“지…진짜?”
정말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더욱 거절을 예감하고 있던 나는 엠마뉴엘의 대답에 꼴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재차 확인했다.
그러자 엠마뉴엘은 붉은 눈동자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금 속삭여온다.
“믿기 어렵겠지만 말야. 내 생애를 통틀어서 나한테 그렇게 직접적으로 고백해온 녀석은 네가 처음이라고. 덧붙이자면, 나로써도 조금쯤은 기뻐.”
뒤쪽에 ‘덧붙이자면…’ 부터는 자기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는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니, 볼과 귓볼이 살짝 붉어진 것 같은 건 착각일까?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나는 환호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보 같은 대사를 내뱉었다.
“그, 그렇구나….”
“뭔 반응이 그래? 기쁘지 않은 거야?”
“당연히 기쁘지! 그래, 신난다~! 와아아아~!!”
약간 언짢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자폭을 해버리고 만 나였지만…그녀는 푸훗 하고 웃어주었다.
유혹하는 듯한 미소가 아니라, 정말로 소소한 미소를 지으며 쿡쿡 거리던 엠마뉴엘은 이내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리로 와.”
“응. 그런데 왜?”
“바보 녀석. 뭣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까먹은 거야? 계약을 해야 할 거 아냐.”
아 맞다. 고백이라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시킨 탓에 까먹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다가가자 엠마뉴엘은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서며 역시 나의 앞에 섰다.
키가 179.9센티로 안타깝게 루저인 나였지만, 150을 겨우 넘기는 것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체구의 엠마뉴엘의 앞에 서는데 부끄러움은 없었다.
나는 그녀의 앞에 선채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보랏빛으로 휩싸인 예쁜 정수리가 보인다. 그리고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루비의 아름다움이 무색해지는 붉은색의 눈동자.
그 귀여움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지만 꾹 참으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다.
“윽, 목 아프니까 무릎을 꿇으라고!”
“아얏, 아, 알았다고….”
그녀의 귀여움에 빠져서 정신을 흩어버리던 나는 조인트를 까오는 작은 발의 감촉에 통증과 함께 정신을 차리며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그러자 비슷해지는 시선. 엠마뉴엘은 그제야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움직여간다.
“좋아, 그럼 시작할 테니, 정신을 집중시켜. 그리고 절대로 감싸오는 힘을 거부해선 안돼. 알았어?”
“거부하지 말란 말이지. 알았어.”
시작하기 전에 경고해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눈을 한번 깜빡였다 싶은 순간.
쿠구구구…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원룸전체로 미세한 진동이 흐르기 시작한다.
놀란 표정으로 엠마뉴엘을 바라보니 그녀는 붉은색 눈동자에서 미세한 빛을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고대의 맹약에 따라 지금 이곳에서 악마계약을 시행한다. 그대, 진 쿠로사키는 나의 힘을 되찾을 때까지 계약으로 엮여져 영혼의 고리를 잇겠는가?”
“응.”
그우우웅…
헉, 대답을 하자마자 그녀와 나의 아래로 적당한 크기의 육망성 마법진이 생성되어 있었다.
육망성 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의 빛.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새어나오는 기운이 촉수처럼 내 몸 곳곳으로 휘감아 들어온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혐오스러울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나는 엠마뉴엘의 경고를 기억하면서 그 힘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자 엠마뉴엘은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대와 나는 영혼의 고리가 이어졌다. 계약에 의해 지금 이 순간부터 진 쿠로사키는 인간으로써 악마인 나의 힘을 쓸 수 있게 되며, 나를 돕기 위해 한 계약이므로 그 대가로….”
거기서 살짝 뜸을 들이는 엠마뉴엘의 목소리에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이내, 엠마뉴엘의 입술이 움직여간다.
“…나의 전부를 그대, 진 쿠로사키에게 주겠다. 대가를 주는 것은 루시퍼를 쓰러뜨린 후. 그대는 이 계약조건에 동의하는가?”
“동의해.”
“좋아. 그럼 양자의 동의에 의해. 지금 이 순간…악마계약을…이행한다!"
쿠구구구…
원룸 전체를 뒤흔들던 진동이 더 강하진다. 그리고 마법진 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촉수들이 내 몸을 더욱더 꽉 쥔다고 생각한 순간.
왼손바닥이 따끔한 것을 느끼며 바라보니 엠마뉴엘이 피투성이로 변해버린 나의 왼손을 쥐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지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여하튼 엠마뉴엘은 나의 왼손을 들어 손바닥이 위로 보이게 했다. 그리고…
할짝…
“크윽….”
나의 손바닥을 작고 귀여운 혓바닥으로 고양이처럼 살짝 핥는다. 단지 한번 혀가 지나쳤을 뿐인데 나는 지나치게 피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얼굴을 붉힌다.
그런 나의 모습에 엠마뉴엘은 쿡쿡 웃으며 혓바닥을 움직여 자신의 입술에 붙은 핏물을 닦아낸다. 그리고는 말하는 것이다.
“이것으로써 너의 영혼은 물론 피마저 나와 동조 됬어. 이걸로 우리 둘은 하나나 마찬가지야. 둘 중 하나의 목숨이 끊어지면 반대쪽도 죽게되니까 말야.”
“뭐? 그게 대체 무슨….”
“쉿, 조용히.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해.”
목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화들짝 놀라며 물어보려던 나는 입술을 막는 손가락에 입막음을 당한 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엠마뉴엘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작고 빨간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악마왕 엠마뉴엘의 계약자로써, 계약의 기간 동안 완전한 동조를 원한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완전한 계약."
“나는 악마왕 엠마뉴엘의 계약자로써, 계약의 기간 동안 완전한 동조를 원한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완전한 계약.”
녹음기처럼 엠마뉴엘의 말을 그대로 따라해 나간다.
“태초의 의지의 가호아래. 지금, 완전한 계약을 이행합니다.”
“태초의 의지의 가호아래. 지금, 완전한 계약을….”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추며 엠마뉴엘을 바라본다. 그녀는 투명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재촉하고 있었다. 이 계약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언젠가는 그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 가슴에 처음으로 파문을 일으킨 꿈의 여자를….
나는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꽈악 움켜쥐며 말했다.
“…이행합니다!!”
그우우우웅~파아아앗!!
커다란 공명음과 함께 붉은색의 빛무리가 커다랗게 번져나가며 나의 시야를 잠식했다.
그렇게 약 10여초가 지났을까?
난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양팔을 뒤로해서 깍지를 낀 채로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붉은색의 눈동자가 한쌍.
엠마뉴엘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해. 이것으로써 너와 나는 정말로 계약관계가 된 거야.”
“으, 응….”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눈부신 미소. 나는 문득 몸을 압박하던 기운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방금 전까지의 상황이 꿈인 것처럼, 바닥에 드러났던 마법진도, 내 몸을 칭칭 감아왔던 끈적한 붉은색의 기운도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왼쪽 손등으로부터 욱씬- 하는 통증을 느끼며 왼손등을 바라보니 육망성의 모양을 한 문장이 손등위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건 계약의 마크야. 그 문장을 통해서 넌 나의 힘을 쓸 수있게 되고, 필요할 때 나를 부르거나 나에게 소환 될 수 있어. 나도 인간과 악마계약은 처음해보지만…듣기론 계약직후엔 아마 머리가 멍할 거야. 하지만, 언제까지 멍청하게 있을 순 없으니까 일단은 정신부터 차리라고.”
“어? 응, 알았어.”
촉구해오는 엠마뉴엘의 목소리에 나는 머리를 흔들어 흐릿한 정신을 정화해본다. 그러고 보니 왼손바닥에 그여졌던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손등위에 생긴 계약의 마크.
그래, 난 정말로 계약자가 된 거구나….
재차 확인하듯 엠마뉴엘을 바라보자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 정말~언제까지 그렇게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야? 아…정말…!!"
엠마뉴엘은 그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내 앞으로 다가와 나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리고 나는….
“으윽, 미, 미안. 정신 차릴…읍?”
순간 입술을 덮어오는 부드러운 감촉에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사탕처럼 달콤한 향기가 콧속을 파고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아니, 나는 그때 정말로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호흡을 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잠시 후. 짧고도 긴 시간이 지나가고 엠마뉴엘이 입술을 때어냈다. 나는 그제서야 멈췄던 숨을 몰아쉬며 엠마뉴엘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눈이 마주친 엘마뉴엘이 눈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것이다.
“뭐, 그건 계약금 같은 거야. 계약을 훌륭히 이행한다고 여겨지면 이 이상도 해 줄 테니까 말이야.”
마치 네가 좋아서 이러는 건 아냐! 라는 츤데레의 대사처럼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나는 순간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니까…자, 잠깐…읍!”
나는 가느다란 그녀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속으로 파고들어가, 끈끈한 타액으로 덮혀진 그녀의 설육을 찾아내어 휘감는다.
엠마뉴엘은 이런 나의 무례한 침입에도 불구하고 거부하지 않은 채 나의 혀를 상냥하게 휘감아 온다.
그렇게 1분여가 지났을까? 이번에도 나는 호흡조절을 실패하고 모자라진 공기를 보충하게 위해 먼저 입술을 때어냈다.
열정적인 키스를 증명하듯 둘의 입술 사이로 끈끈한 타액이 길게 이어졌다가 끊어진다.
약간은 상기된 얼굴의 엠마뉴엘. 아마 나의 얼굴은 저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는 매혹적인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그런 키스를 받고,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난 키스만으론 만족할 수 없어. 그러니까 네가 괜찮다면…읍.”
또다시 엠마뉴엘이 키스를 해온 건가? 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겠지만 이번에 나의 입을 막은 것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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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재미있게 보시기를.
그건 내 진심이었다. 여태까지 여러 명의 여자와 교제를 한적 있었고, TV에 나오는 여자연예인들을 보면 분명 예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도 가슴이 두근댄 사람은 없었다.
그런 지금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 드러나 버린걸까?
나는 마치 프로포즈 하는 것처럼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엠마뉴엘은……
“풉, 푸훕. 푸하하하하하하~”
민망할 정도로 크게 웃어재꼈다. 그 민망함에 얼굴로 열기가 몰려와 피부가 붉어지려 할 즈음.
엠마뉴엘은 거짓말처럼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보는 것만으로도 으스스해지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말하는 것이다.
“웃기고 있군. 내 몸이 대가라면 줄 수 있다. 어차피 난 매혹의 악마니까 말야. 하지만 진명을 요구하다니…하찮은 인간주제에 너무 거만한 것 같군."
온몸에 한기가 흐르다 못해 저릿저릿 할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을 뻔 했지만 남자의 각오로 꿋꿋이 버티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역시 준비해뒀던 대답을 꺼낸다.
“물론…네가 배신을 당한일이 있었기에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사고를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봐. 네가 쓰러뜨려야할 루시퍼는 이미 너의 진명을 알고 있어. 네가 힘들게 원래의 힘을 되찾아간다고 해도 너는 다시금 봉인당할 운명이란거지. 근데 생각해봐. 그때까지 내가 계약자이고 너의 계약자로써 내가 너의 힘을 대신 행사한다면? 너의 힘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루시퍼를 상대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야. 너의 진명을 안다고 해도 그것을 이용할 수 가 없지."
“큭….”
나의 논리적인 말에 엠마뉴엘은 거부하고는 싶은데 마땅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승낙할 수밖에 없게 된 초등학교 5학년짜리 여자애처럼 뾰로퉁한 표정을 지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쐐기를 박듯이 말을 이었다.
“정 내가 못 미더우면 말야. 진명은 루시퍼를 쓰러뜨린 뒤에 말해줘도 돼. 아니, 그러고 나서도 말해주지 않아도 좋아. 그때에 가서 네가 알려주고 싶으면 알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아도 돼. 난 단지…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진심으로 너에게 반했고, 너의 모든 것을 나의 것으로 하고 싶을 뿐이니까."
“…….”
으, 으아아악~내가 대체 뭔 소릴 지껄인 거야!! 어딜 가도 쿨한 녀석으로 통하는 내가 이런 오글오글한 대사를 내뱉다니~!!
대사를 내뱉은 뒤 3초도 지나기 전에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나는 얼굴로 솟구치는 부끄러움에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흐응….”
귓속으로 파고드는 콧소리.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어감.
하지만 엠마뉴엘에게 있어서도 나의 고백이 임팩트가 없진 않았는지, 그녀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다시금 의자에 앉으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겨있던 엠마뉴엘의 입이 열렸다.
“나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 하는거야?”
“그, 그….”
작위적인 미소를 짓지도, 상대를 압박하는 살기를 내뿜지도 않는 보통의 표정을 한 엠마뉴엘이 도저히 내심을 짐작할 수 없는 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나는 여자애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은 편이었고, 고백도 많이 받았었다.
기분이 내키면 한 일주일정도 사귀기도 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대부분은 고백 받는 즉시 거절해버렸지.
그런데…고백하는 게 이렇게 어렵고 떨리는 일 일줄이야….
나는 대답을 촉구하는 붉은색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과거에 차버린 여자애들에게 사죄했다.
그리고 미세하게 떨려오는 몸을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다, 당연하잖아. 진짜로 반하지 않았으면 이런 부끄러운 대사는 못한다고!!”
“흐~응, 그래?”
“어…그래….”
나의 고백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어오는 엠마뉴엘의 목소리에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단 말이지….”
엠마뉴엘은 말을 끌며 새초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순간 유례없이 무거운 침묵이 둘 사이로 내려앉았다.
으으…제발.
뭐랄까…지금의 나는 무척이나 필사적인 기분이었다.
역시 이렇게 협박하듯이 하는 고백은 최악이겠지?
머릿속으로 온갖 가정을 해가다가 마침내 안 좋은 방향으로 상상이 진행되고 있던 도중,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다.
“좋아.”
“크흑…역시나 안되는…엉? 뭐라고?”
“좋다고. 너의 고백을 받아들이겠다는 거야.”
“지…진짜?”
정말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더욱 거절을 예감하고 있던 나는 엠마뉴엘의 대답에 꼴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재차 확인했다.
그러자 엠마뉴엘은 붉은 눈동자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금 속삭여온다.
“믿기 어렵겠지만 말야. 내 생애를 통틀어서 나한테 그렇게 직접적으로 고백해온 녀석은 네가 처음이라고. 덧붙이자면, 나로써도 조금쯤은 기뻐.”
뒤쪽에 ‘덧붙이자면…’ 부터는 자기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는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니, 볼과 귓볼이 살짝 붉어진 것 같은 건 착각일까?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나는 환호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보 같은 대사를 내뱉었다.
“그, 그렇구나….”
“뭔 반응이 그래? 기쁘지 않은 거야?”
“당연히 기쁘지! 그래, 신난다~! 와아아아~!!”
약간 언짢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자폭을 해버리고 만 나였지만…그녀는 푸훗 하고 웃어주었다.
유혹하는 듯한 미소가 아니라, 정말로 소소한 미소를 지으며 쿡쿡 거리던 엠마뉴엘은 이내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리로 와.”
“응. 그런데 왜?”
“바보 녀석. 뭣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까먹은 거야? 계약을 해야 할 거 아냐.”
아 맞다. 고백이라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시킨 탓에 까먹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다가가자 엠마뉴엘은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서며 역시 나의 앞에 섰다.
키가 179.9센티로 안타깝게 루저인 나였지만, 150을 겨우 넘기는 것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체구의 엠마뉴엘의 앞에 서는데 부끄러움은 없었다.
나는 그녀의 앞에 선채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보랏빛으로 휩싸인 예쁜 정수리가 보인다. 그리고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루비의 아름다움이 무색해지는 붉은색의 눈동자.
그 귀여움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지만 꾹 참으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다.
“윽, 목 아프니까 무릎을 꿇으라고!”
“아얏, 아, 알았다고….”
그녀의 귀여움에 빠져서 정신을 흩어버리던 나는 조인트를 까오는 작은 발의 감촉에 통증과 함께 정신을 차리며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그러자 비슷해지는 시선. 엠마뉴엘은 그제야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움직여간다.
“좋아, 그럼 시작할 테니, 정신을 집중시켜. 그리고 절대로 감싸오는 힘을 거부해선 안돼. 알았어?”
“거부하지 말란 말이지. 알았어.”
시작하기 전에 경고해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눈을 한번 깜빡였다 싶은 순간.
쿠구구구…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원룸전체로 미세한 진동이 흐르기 시작한다.
놀란 표정으로 엠마뉴엘을 바라보니 그녀는 붉은색 눈동자에서 미세한 빛을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고대의 맹약에 따라 지금 이곳에서 악마계약을 시행한다. 그대, 진 쿠로사키는 나의 힘을 되찾을 때까지 계약으로 엮여져 영혼의 고리를 잇겠는가?”
“응.”
그우우웅…
헉, 대답을 하자마자 그녀와 나의 아래로 적당한 크기의 육망성 마법진이 생성되어 있었다.
육망성 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의 빛.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새어나오는 기운이 촉수처럼 내 몸 곳곳으로 휘감아 들어온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혐오스러울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나는 엠마뉴엘의 경고를 기억하면서 그 힘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자 엠마뉴엘은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대와 나는 영혼의 고리가 이어졌다. 계약에 의해 지금 이 순간부터 진 쿠로사키는 인간으로써 악마인 나의 힘을 쓸 수 있게 되며, 나를 돕기 위해 한 계약이므로 그 대가로….”
거기서 살짝 뜸을 들이는 엠마뉴엘의 목소리에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이내, 엠마뉴엘의 입술이 움직여간다.
“…나의 전부를 그대, 진 쿠로사키에게 주겠다. 대가를 주는 것은 루시퍼를 쓰러뜨린 후. 그대는 이 계약조건에 동의하는가?”
“동의해.”
“좋아. 그럼 양자의 동의에 의해. 지금 이 순간…악마계약을…이행한다!"
쿠구구구…
원룸 전체를 뒤흔들던 진동이 더 강하진다. 그리고 마법진 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촉수들이 내 몸을 더욱더 꽉 쥔다고 생각한 순간.
왼손바닥이 따끔한 것을 느끼며 바라보니 엠마뉴엘이 피투성이로 변해버린 나의 왼손을 쥐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지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여하튼 엠마뉴엘은 나의 왼손을 들어 손바닥이 위로 보이게 했다. 그리고…
할짝…
“크윽….”
나의 손바닥을 작고 귀여운 혓바닥으로 고양이처럼 살짝 핥는다. 단지 한번 혀가 지나쳤을 뿐인데 나는 지나치게 피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얼굴을 붉힌다.
그런 나의 모습에 엠마뉴엘은 쿡쿡 웃으며 혓바닥을 움직여 자신의 입술에 붙은 핏물을 닦아낸다. 그리고는 말하는 것이다.
“이것으로써 너의 영혼은 물론 피마저 나와 동조 됬어. 이걸로 우리 둘은 하나나 마찬가지야. 둘 중 하나의 목숨이 끊어지면 반대쪽도 죽게되니까 말야.”
“뭐? 그게 대체 무슨….”
“쉿, 조용히.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해.”
목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화들짝 놀라며 물어보려던 나는 입술을 막는 손가락에 입막음을 당한 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엠마뉴엘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작고 빨간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악마왕 엠마뉴엘의 계약자로써, 계약의 기간 동안 완전한 동조를 원한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완전한 계약."
“나는 악마왕 엠마뉴엘의 계약자로써, 계약의 기간 동안 완전한 동조를 원한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완전한 계약.”
녹음기처럼 엠마뉴엘의 말을 그대로 따라해 나간다.
“태초의 의지의 가호아래. 지금, 완전한 계약을 이행합니다.”
“태초의 의지의 가호아래. 지금, 완전한 계약을….”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추며 엠마뉴엘을 바라본다. 그녀는 투명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재촉하고 있었다. 이 계약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언젠가는 그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 가슴에 처음으로 파문을 일으킨 꿈의 여자를….
나는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꽈악 움켜쥐며 말했다.
“…이행합니다!!”
그우우우웅~파아아앗!!
커다란 공명음과 함께 붉은색의 빛무리가 커다랗게 번져나가며 나의 시야를 잠식했다.
그렇게 약 10여초가 지났을까?
난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양팔을 뒤로해서 깍지를 낀 채로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붉은색의 눈동자가 한쌍.
엠마뉴엘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해. 이것으로써 너와 나는 정말로 계약관계가 된 거야.”
“으, 응….”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눈부신 미소. 나는 문득 몸을 압박하던 기운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방금 전까지의 상황이 꿈인 것처럼, 바닥에 드러났던 마법진도, 내 몸을 칭칭 감아왔던 끈적한 붉은색의 기운도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왼쪽 손등으로부터 욱씬- 하는 통증을 느끼며 왼손등을 바라보니 육망성의 모양을 한 문장이 손등위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건 계약의 마크야. 그 문장을 통해서 넌 나의 힘을 쓸 수있게 되고, 필요할 때 나를 부르거나 나에게 소환 될 수 있어. 나도 인간과 악마계약은 처음해보지만…듣기론 계약직후엔 아마 머리가 멍할 거야. 하지만, 언제까지 멍청하게 있을 순 없으니까 일단은 정신부터 차리라고.”
“어? 응, 알았어.”
촉구해오는 엠마뉴엘의 목소리에 나는 머리를 흔들어 흐릿한 정신을 정화해본다. 그러고 보니 왼손바닥에 그여졌던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손등위에 생긴 계약의 마크.
그래, 난 정말로 계약자가 된 거구나….
재차 확인하듯 엠마뉴엘을 바라보자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 정말~언제까지 그렇게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야? 아…정말…!!"
엠마뉴엘은 그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내 앞으로 다가와 나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리고 나는….
“으윽, 미, 미안. 정신 차릴…읍?”
순간 입술을 덮어오는 부드러운 감촉에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사탕처럼 달콤한 향기가 콧속을 파고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아니, 나는 그때 정말로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호흡을 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잠시 후. 짧고도 긴 시간이 지나가고 엠마뉴엘이 입술을 때어냈다. 나는 그제서야 멈췄던 숨을 몰아쉬며 엠마뉴엘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눈이 마주친 엘마뉴엘이 눈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것이다.
“뭐, 그건 계약금 같은 거야. 계약을 훌륭히 이행한다고 여겨지면 이 이상도 해 줄 테니까 말이야.”
마치 네가 좋아서 이러는 건 아냐! 라는 츤데레의 대사처럼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나는 순간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니까…자, 잠깐…읍!”
나는 가느다란 그녀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속으로 파고들어가, 끈끈한 타액으로 덮혀진 그녀의 설육을 찾아내어 휘감는다.
엠마뉴엘은 이런 나의 무례한 침입에도 불구하고 거부하지 않은 채 나의 혀를 상냥하게 휘감아 온다.
그렇게 1분여가 지났을까? 이번에도 나는 호흡조절을 실패하고 모자라진 공기를 보충하게 위해 먼저 입술을 때어냈다.
열정적인 키스를 증명하듯 둘의 입술 사이로 끈끈한 타액이 길게 이어졌다가 끊어진다.
약간은 상기된 얼굴의 엠마뉴엘. 아마 나의 얼굴은 저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는 매혹적인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그런 키스를 받고,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난 키스만으론 만족할 수 없어. 그러니까 네가 괜찮다면…읍.”
또다시 엠마뉴엘이 키스를 해온 건가? 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겠지만 이번에 나의 입을 막은 것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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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재미있게 보시기를.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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