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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왕 아르셀라 - 4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16 568회 0건

13. 왕궁의 일상


다음날 아르셀라는 새벽 5시에 깨어났다. 원래는 9시쯤이나 느즈막히 일어나야 하지만 루스네가 옆에서 자꾸 깨워대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미친.. 잠좀 자자!"

"왕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원래 모르테스의 왕들은 대대로 새벽 네시 반이 정확한 기상시간이에요."

[크윽]

그런 말도 안돼는 전통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면 수면부족으로 오래 살기 힘들 텐데..

"어서 씻고 회의실로 가세요. 원래는 더 일찍 가서 회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너무 늦었네요."

"...."

일단은, 그녀의 말대로 하자. 아직 왕이 해야 할 일은 모르니까 오늘만큼은 그녀의 말 대로 하고 나중에 고칠건 고치도록 하자.

아르셀라는 침실에 딸린 욕실에서 대충 몸을 씻고 의관을 정비했다. 왕의 화려한 복장은 잘생긴 아르셀라에게 꽤 잘 어울렸지만 평소 르나가 만들어준 마법사용 로브를 즐겨 입던 그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옷이었다.

"멋지시네요. 역시 모르테스의 국왕 다운 위엄이 살아나요. 어서 회의실로 가죠."

"말 안해도 갈거다."

루스네는 가벼운 평상복 차림으로 아르셀라를 수행했다. 그녀의 옷차림이 의외로 화려하지 않은데 아르셀라는 의구심을 느꼈다.

"이봐. 너는 왕비잖아. 내 옷은 이렇게 요란한데 네 옷은 왜 그모양이야?"

"그런 요란한 옷은 불편하잖아요. 전 그런 옷 안좋아해요."

루스네의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아르셀라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나도 이런 옷은 불편하다."

"저도 알아요. 하지만 왕이니까 어쩔 수 없죠."

"너도 왕비잖아!"

아르셀라는 루스네만 편한 옷을 입는게 불만이었다. 이건 좀 불공평 하다.

"네 저는 왕비일 뿐 여왕이 아니에요. 제가 이런 옷 입는게 불만이시면 저랑 바꾸실래요? 제가 여왕 하고 서방님이 여왕 남편 하는거에요."

"아 알았다. 내가 잘못했다."

새벽부터 이런식으로 귀찮게 다툴 필요는 없었다. 아르셀라가 한발 물러서자 루스네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그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전하. 오셨습니까?"

"아 응"

넓은 회의장에는 이미 중신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광경은 나름 장관이었다.

"전하. 이쪽으로.."

경험이 없는 아르셀라가 멀뚱멀뚱 자리에 서있자 루스네가 그를 상석으로 이끌었다.

"자 회의를 시작하겠어요. 안건은 당면한 제국의 위협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입니다."

아르셀라를 안내한 후 루스네는 그의 옆에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매끄러운 진행으로 보아 이런 자리가 아주 익숙한 듯 보였다.

"아군의 전력은 현재 국경에 나가있는 왕국군 4만명, 수도에 주둔한 수비병 1만명입니다. 그리고 아르셀라 전하의 마법병사가 약 5천 정도로, 이들의 실제 전력은 일반병사 2만명 수준입니다.

"흠 흠"

"그리고 타르칸 제국이 우리나라를 공격하는데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정보부를 총괄하고 계시는 티모 자작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루스네의 호명을 받은 티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국이 현재 국경근방에 주둔시킨 병력은 8만 정도 입니다. 전황에 따라서 최대 8만정도의 병력이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모두 훈련받은 정예병이라 병사의 질이 극히 우수합니다. 따라서 전황은 우리에게 무척 불리하죠."

"하지만 그정도 병력차는 전술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들에게는 우수한 지휘관이 여럿 있으므로 우리가 적들의 책략에 빠져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장수들은 어쩌고 저쩌고.."

"제가 거기에 대해서는 설명 드리겠습니다. 적장 카드모단은 수없이 많은 전장을 거친 어쩌고 저쩌고.."

"그렇다면 큰일이군요. 어쩌고 저쩌고.."

"...."

아르셀라는 회의 내용이 통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가 이리 복잡하단 말인가? 병사가 어떻고 전략이 어떻고, 보급이 어떻고.. 그냥 다 쓸어버리면 편한 것을.

"...."

정말 괴롭다. 오늘은 잠을 너무 못잤다. 조금만 더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텐데.. 조금만.. 조금만..

"..방님"

몽롱한 의식속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청아한 목소리다.

"서방님 저기 일어나세요. 아우.."

"..."

꼬집

"크윽."

허벅지에 달한 따끔한 고통 때문에 아르셀라는 강제로 현실에 돌아와야 했다. 제길.. 잠이 든 건가?

"허허.. 전하. 많이 피곤하신 듯 보입니다만."

"이건 조금 예의가 아닌 듯 싶습니다. 지금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상황인데 태평하게 졸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여기 저기서 중신들이 아르셀라를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중신들은 이번에 왕이 된 아르셀라를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어디서 굴러먹다온 개뼉다구 같은놈이 공주를 꿰차 한순간에 왕까지 된 것이다. 좋게 볼래야 좋게 볼 수가 없다. 거기다 이렇게 회의시간에 졸기까지 한다면..

[이 무례한 것들이 감히 왕에게..]

아르셀라는 중신들의 비난에 꽤 기분이 나빴다. 생각같아선 자신을 욕한 놈들을 모조리 옥에 가두고 싶었지만 옆에서 부인 루스네 공주도 자신을 영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흠 흠.. 이봐. 뭐가 그리 불만이야? 내가 제국을 물리치면 되잖아."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잠을 좀 깨셔야 할 듯 합니다. 회의실에서는 잠꼬대를 해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맞습니다. 피곤하시면 좀 주무시고 정오로 회의를 미루시죠."

[아나 이새끼들이 날 우습게 보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꼬대라니, 왕에게 그런 말을 해도 되는건가? 루스네도 그 말이 마땅치 않았는지 잠꼬대 발언을 한 신하를 따가운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다.

"국경에 나가있는 병사가 몇이라고 했지?"

"4만입니다."

"뭐 그리 많아? 다 지방으로 돌려 보내서 치안에 신경쓰도록 해라. 요즘 민심이 흉흉해서 그런지 잡도적이 꽤 많더구나. 여기까지 오면서 많이 봤어."

아르셀라의 말에 중신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 병사들을 돌리자고?

"그 그럼 국경은 누가 지킵니까? 대체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제정신입니까? 전하. 아니될 말입니다."

"전쟁은 장난이 아닙니다. 정 모르시겠다면 저희에게 전권을 위임하시고 들어가 쉬십시오."

확실히 아르셀라가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중신들의 반응은 좀 지나친 감이 있었다. 아르셀라는 루스
네의 옆구리를 꾹꾹 찔러 이 열렬한 반응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서방님이 잘못 하셨어요. 안 그래도 신하들이 서방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정신나간 말을 하시면 안되죠."

[이런. 명색이 부인이면서 지아비의 편도 안들어주네.]

아르셀라는 이쯤에서 자신의 위엄을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군림하기 위해 왕이 된 것이지 조롱당하기 위해 왕이 된 것이 아니다.

"닥쳐라!!"

아르셀라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용의 분노를 담아 회의장이 떠나가라 호통을 쳤다. 순간 시끄럽게 조잘대던 중신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내가 왕이다! 내 말은 진리다! 너희들은 닥치고 내 말에 따라라!"

웬일인지 아르셀라의 말에 토를 다는 신하가 한명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회의장에 있는 인간들은 단 한명도 빠짐없이 아르셀라의 드래곤 피어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서 서방님. 무서워요. 그렇게 거 겁을 주시면 어떻게 하나요."

그나마 마음이 강한 루스네 공주가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아르셀라를 제지했다. 그제서야 아르셀라는 용의 분노를 거두고 자리에 앉았다.

"후우. 내가 없는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국경을 수비하는데는 나 혼자면 충분하지. 나는 대륙 최고의 마법사다.(사실은 트라듀스 다음이지만.) 내가 성 위에서 마법을 퍼부우면 개미새끼 한마리도 국경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저 전하. 직접 전장에 나가시겠다고요?"

"왜. 안될 것 있나?"

아르셀라의 이 말은 중신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줬다. 왕이 직접 싸우다니,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물론 전하께서 훌륭한 마법사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래도 혼자서 적들을 막는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적들에게도 틀림없이 마법사가 있을 터 파훼마법을 사용하면 전하의 마법은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입니다."

방금 전의 드래곤 피어가 효과가 있었는지 중신들이 제법 진지하게 아르셀라의 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논리적인 반박도 나오는 걸 보니.

"나는 특수한 체계로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8서클 이하의 파훼마법은 효과가 없다. 즉 적들의 마법사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내 마법을 파훼할 수 없다는 것이지."

아르셀라는 같은 동문들 트라듀스나 르나, 모크나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일단 그는 수인을 맺지도, 주문을 외우지도 않는다. 속으로 마법을 계산해 즉시 시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용들을 마법에 있어 최강의 종족으로 만들어 주는 중대한 특성중의 하나, 용언이었다.

"파 팔서클 이하라구요?"

만약 아르셀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그의 말대로 파훼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대륙을 전부 통틀어도 8서클 급 이상의 마법사는 셋이나 넷 정도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그들의 눈 앞에 있는 국왕 아르셀라다.

"하지만 그래도, 전하의 마력이 무한하지는 않을 터, 인해전술로 밀어 붙이면 어?게 하실 생각입니까?"

"내 마나통은 900vf가 넘는다. 그 뿐 아니라 시간당 회복량도 20vf 정도지. 하루종일 마법을 퍼부어도 거뜬하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900vf?!!]

중신들 중 마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자라면 아르셀라의 말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것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루스네도 마찬가지였다.

"서방님. 정말이세요? 어떻게 인간이 100vf이상의 마력을 보유할 수 있죠?"

"900vf라뇨. 90vf를 잘못 말한 거 아닙니까? 90도 존나 많은건데.."

"사실이다."

아르셀라는 짧게 한마디를 던지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더 말을 할 필요성을 못느낀 것이다. 허접한 제국따위는 자신이 막으면 되고 이 시끄러운 중신들은 좀 짜져있었느면 하는게 아르셀라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
.

[이 인간이 아냐.]

루스네는 아르셀라가 전혀 거짓말을 한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믿을 수 없다며 검증을 요구한 중신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아르셀라가 성 안의 연무장에 나간게 오늘 오후 1시. 그리고 아르셀라는 그로부터 두시간 동안 쉬지않고 허공에 마법을 뿌려대었다. 그러고도 전혀 지친 기색이 안보이니 더이상의 검증은 무의미 하다.

"후우. 계속 이짓만 하자니 좀 짜증이 나는군. 어쨌든 이걸로 된거냐?"

"저 전하.."

"아아.."

신하들이 자신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그들의 눈에는 커다란 경외와 존경심이 가득했다.

[신이 모르테스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저 분은 신이 보낸 사자야. 이제 모르테스는 무사하다!]

반란군 수괴였다고 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햇는데 이건 완전 대박이었다. 혼자서 대군을 막는다는게 전혀 허언이 아니었다. 저런 무지막지한 마법을 다른 마법사의 방해도 받지않고 쉬지않고 퍼붓어 댄다면 천하에 적이 없을게 당연하지 않은가?

"서방님. 혹시 속임수를 쓴건 아니죠?"

"나는 내 여자들이 나를 의심하는걸 무척 싫어한다."

"아 아니에요. 의심하다뇨. 서방님도 참. 흐윽"

갑자기 루스네가 와락 아르셀라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녀는 예쁜 얼굴에는 눈물이 글썽했다.

"정말 최고에요 흑. 어떻게 저처럼 박복한 년이 서방님 같은 멋진 분이랑 결혼할 수 있는거죠?"

[이 여자가 갑자기 왜이러지?]

아르셀라가 당황하여 어색하게 루스네를 쓰다듬자 신하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목이 터져라 신왕 아르셀라와 왕비 루스네를 부르짖었다.

그날 이후, 아르셀라를 태하는 신하들의 태도가 완전히 뒤바꼈다. 어디서 튀어나와 공주와 나라를 채간 개뼉다구 같은 놈에서 위기에 처한 왕국을 구원해줄 신의 사자로 위치가 격상된 것이다. 그들은 아르셀라를 대할때마다 두려움 반, 존경심 반 섞인 태도로 극진히 모셨다.

그렇지만 잠자는 것부터 옷차림, 밥먹는것까지 꼼꼼히 챙기던 루스네의 간섭은 그리 느슨해 지지 않았다. 솔직히 다른 신하들 중에선 혼자서 제국을 상대할 수 있는 괴물같은 아르셀라에게 감히 토를 달 이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루스네는 서방님이 무섭지 않은지 꺼떡하면 모르테스의 왕이 어째야 하느니, 뭐해야 하느니.. 심지어 궁전의 시녀들도,

"꺄악 안되요! 공주님.. 아니 왕비님께서 절대 절대 전하의 시중을 들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뭐 뭐야? 나는 왕이란 말이다. 감히 내 명을 거절하는 것이냐?"

정말 황당한 일이다. 왜 시녀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인가?

"전하. 저도 정말.. 정말 정말 멋지고 잘생기고 대단하신 전하께 안기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면 전 공주님한테 죽는다구요. 또한 역대 모르테스의 왕들은 대대로 바람을 피지 않는 성실한 남편이었습니다. 전하도 이제 왕이 瑛릿?이런 전통을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리카라고 했던가? 이 예쁘장한 시녀가 왕 무서운줄 모르고 자꾸 수청을 거부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무서움을 좀 보여줘야 겠군.

"명령이다! 당장 내 침실로 따라와라. 내 명령이 무섭냐 아니면 루스네의 명이 무섭냐?"

"하지만 전하.."

엄밀히 말해 왕이 왕비보다 훨씬 높은게 당연하다. 리카는 뭐라 할 말이 없어 난처한 기색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명령 철회하세요!"


위기의 리카를 구해준건 바로 아르셀라의 아내 루스네였다. 아르셀라는 갑작스런 루스네의 등장에 순간 당황하여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대체.. 뭐가 부족한거죠? 저나 세이키로는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는 건가요? 우리가 그렇게 형편없어요?"

"아니 그게.."

"거기다 리노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계집까지 있잖아요. 리노까지는 그래도 봐줬는데 거디다 더 여자를 늘리려 하다니.. 제정신이세요?"

루스네는 그녀답지 않게 무섭게 화를 냈다. 평소 왕국을 구원해줄 대마법사이자 자신의 남편인 아르셀라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여자문제에 있어서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너희들이 S급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하렘왕으로서 더 많은 여자를 안을 의무가 있다."

"그 젠장할놈의 하렘왕 타령좀 그만 할 수 없어요?!"

[제 젠장할놈?]

루스네의 아름다운 입에서 결코 나와서는 안될 말.. 즉 욕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원래 루스네가 이런 캐릭터였나?

"안된다면 안되는 거에요! 당신은 하렘왕이 아니라 모르테스의 국왕입니다. 언제까지 그런 헛소리를 할 생각이세요?"

[헛소리?!]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자신은 이런 대우를 받기 위해 왕이 된 것이 아니다. 왕이란 모름지기 모두의 위에 군림하고 또..

"만약.. 다른여자 건드려서 저보다 먼저 아기라도 생기면, 전 죽어버릴테니까.. 그리 아세요! 절대 안된다구요!"

[아 아기..?]

아기가 생겨서 아빠가 되는 일이야 말로 아르셀라가 현재 가장 두려워 하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요즘 루스네들을 안을 때도 되도록이면 밖에다 내려고 하고 있었는데.. 아니 그게 지금 문제가 아니다.

"부탁드려요. 제발 이 천첩의 얼굴을 봐서라도 모르테스의 국왕으로서 체통을 지켜 주세요."

"...."

하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대륙 최고의 미녀 루스네가 울 듯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보고 있는데 여기서 화를 내면 자신은 남자도 아니다. 결국 아르셀라는 풀이 죽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빌어먹을 이건 아니야!"

그놈의 모르테스의 국왕 타령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왕이면 그냥 왕인거지 전임 왕들의 전통이니, 국왕의 체통이니 하는게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주인님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아르셀라의 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침대에서 꼼지락 대고있던 한 요염한 미녀가 시야에 들어왔다.

"너 거기서 뭐하냐?"

"좀 자고 있었어요."

리노는 요즘들어 잠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아르셀라의 부관으로 병력을 관리하는 일이나 여러 잡무가 많았는데 갑자기 할일이 없어지니 여가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왜 여기서 자냐?"

"그저께 주인님이랑 섹스하고 여기서 잠들었잖아요. 그리고 계속 잤죠 뭐.."

"컥 너 설마 이틀전부터 계속 자고 있었다고? 너 인간 맞냐?"

"인간이 아니라 서큐버스죠~ 서큐버스는 한달 내내 잠만 잘 수도 있어요. 사실 우리 몽마들이 남자 다음으로 좋아하는게 잠이에요."

"그 그래?"

뭐랄까 참 대단한 종족이다. 한달내내 잠을 자는게 가능한가? 자신은 스무시간만 자도 머리가 아파 더 잘수가 없는데.. 거기다 저 섹시 다이너마이트 바디라던지, 남자를 홀리는 몽롱한 눈매라던지..

[이런 갑자기 꼴리는군]

그렇지 않아도 시녀 리카를 안으려다 실패한 직후라 열이 덜 식었는데 리노의 알몸을 보고 있자니 참기가 힘들어 진다. 대체 서큐버스는 왜 잘때 알몸으로 자는거지?

"그.. 해도 괜찮냐?"

"풋 새삼스럽게 뭘 그러세요. 전 주인님의 종이잖아요. 하고 싶을때 마음껏 하셔도 좋아요."

"오오.."

여자란 이렇게 순종하는 맛이 있어야지, 루스네나 세이키처럼 자꾸 앙탈을 부리면 피곤해 지는 것이다. 아르셀라는 순식간에 자신의 옷을 집어 던지고 짐승처럼 리노를 덥쳐갔다.

"꺅~ 난폭하게 하면 싫어요~ 저 어디 안 도망가니까 느긋히 해도 괜찮아요."

"헉헉 리노~"

아르셀라는 리노의 풍만한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며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리노는 능숙하게 혀를 감싸며 아르셀라의 움직임을 받아들인다.

"쩝~ 하읍.. 후아아. 주인님 키스가 많이 늘었는걸요?"

서로의 입이 긴 타액의 호선을 그리며 떨어진 후 리노는 생긋 웃으며 아르셀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선생님이 제자를 대하는 듯한 모습이다.

"흐흐 위에 입 스킬도 많이 늘었지만 아래는 이미 너를 능가한지 오래다."

"호호. 정말이세요? 그럼 어디 한번 보여주세요~"

아르셀라는 이미 홍수처럼 젖어있는 리노의 숲에 자신의 거북이 머리를 거칠게 가져갔다. 정확히 말하면 그 밑에..

"에엣 거 거기는?"

아르셀라의 겨냥이 평소와 다르다는걸 깨달은 리노가 당황하여 살짝 몸을 틀었지만 아르셀라는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주인님. 거기는 엉덩이 구멍.."

"안돼?"

리노는 약간 얼굴을 붉히더니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안될것도 없죠. 하지만 전 그쪽은 저.. 처ㅇ.."

"뭐라고?"

"으읏.. 뒤는 처 처음이라구요. 아우. 서큐버스 주제에 정말 쪽팔리게.."

솔직히 충격이었다. 섹스의 화신과도 같던 리노가 아날이 처음이라니.. 역시 이쪽으로 하는건 정상적이지 않은 걸까?

[그러고보니 세이키한테도 엉덩이에 넣으려다 뺨맞은 적도 있지.]

아르셀라가 이상한 곳에 넣으려고 하자 극도로 두려움에 빠진 세이키는 얼떨결에 그만 주인님의 뺨을 때리고 만 것이다. 물론 그 후로 때린 자신이 더 슬피 우는 통에 화도 못내고 대충 달래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날 이후 세이키의 엉덩이를 공략하는 것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음.. 그럼 그만 둘까?"

"아뇨. 지금이라도 이쪽에 경험을 만들어 둬야죠. 사양말고 넣어 주세요."

리노는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허락의 의사를 표했다. 본인이 좋다는데 아르셀라로선 더 사양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 넣는다~"

"!!"

아르셀라의 거근이 리노의 국화를 단숨에 뚫고 들어가자 리노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역시 서큐버스라도 처음의 엉덩이는 힘든 것일까?

"아앙~ 너무 좋아."

"헐.."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노는 쾌락에 젖은 신음소리를내며 크게 몸을 틀었다.

"괜찮은거야?"

"그럼요~ 이렇게 좋은곳에 그동안 왜 안했을까~ 후아앙 주인님~ 빨리 움직여 주세요. 엉덩이로 가게 해주세요!"

"으 응"

아르셀라는 그녀의 요청대로 슬금슬금 허리를 움직여 리노의 좁은 국화를 공략해 갔다. 한번 왕복할때마다 리노가 높은 교성을 내뱉는다.

"하앗 응 엉덩이~ 하앗"

"허억 허억 허억"

엉덩이의 조임은 확실히 질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 계속 하다보면 버릇이 될 정도다.

"주인님~ 좋아요? 제 엉덩이 좋나요?"

"큭 좋군. 서큐버스는 역시 아날도 극상이야!"

아르셀라는 리노의 풍만한 엉덩이를 팡팡 치며 격렬하게 허리를 놀렸다. 좀처럼 맛보기 힘든 색다른 쾌감에 곧 아르셀라의 물건이 비명을 지르며 한계를 고해왔다.

"좋아 싸겠어!!"

"네~ 그 하얗고 뜨거운걸 제 안에 마음껏 싸주세요~~"

"으윽"

꿀럭꿀럭꿀럭

아르셀라는 몸을 경직시키며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폭팔시켰다. 전혀 걱정할 필요도 없이 아르셀라의 정액이 서큐버스의 안에 그대로 흘러들어간다.

"하아 하아"

"아앙~ 정말 좋았어요."

아르셀라와 리노는 서로 연결된 채 잠시 숨을 골랐다. 정말 최고다. 이곳으로 하는것도 앞에 구멍으로 하는것 못지않게 훌륭한 것이다. 아르셀라는 계속 이쪽으로 하고 싶었다.

"한번 더해도 되지?"

아르셀라는 어느새 힘을 되찾은 자신의 물건을 슬그머니 움직이며 리노의 의사를 물었다.

"네.. 그런데 이번엔 앞으로 하시면 안되요?"

"아 아니.. 것보다 뒤로 계속 하는게 어때?"

"에에? 왜요? 앞으로 하는게 더 좋지 않나요?"

"..."

"..."

둘 사이에 이상한 실랑이가 벌어진다. 아르셀라는 계속 뒤로 하고 싶어하고 리노는 이제 앞에도 아르셀라의 물건 맛을 보고 싶어 한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후우.. 주인님. 뭐 숨기는 것 있으시죠? 솔직히 털어놓으세요."

"아 그게.."

역시 리노는 감이 좋다. 아르셀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걱정을 그녀에게 털어놨다. 사실 아르셀라에게 성 문제에 대해 상담할 사람이라면 리노밖에는 없었다.

"앞으로 하면 그.. 임신문제가 있어서. 너도 알잖아. 아기가 생기면 여러 모로 복잡하고, 또 나는 아직 아빠가 되고 싶지.."

"풋 주인님.. 큭큭 아하?핫~~"

갑자기 리노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르셀라는 영문을 모르고 그녀가 배를 잡고 침대에서 뒹구는 꼴을 보고만 있었다.

"하하 주인님. 서큐버스한테 무슨 임신이에요? 제가 그렇게 어리숙하게 보이나요? 아하? 참 별걸 다 걱정하시네요."

"그.. 앞으로 해도 임신 안되냐?"

리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큐버스는 일반적인 성 관계로 번식이 이루어 지지 않아요. 걱정마시고 실컷 안에다 싸세요. 참.. 명색이 하렘왕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소심해서야~"

[으윽]

소심하다는 소리를 듣자 아르셀라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사실 그도 이런 질문을 하는 자신이 무척 구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정곡을 찔리자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질문은 남아있다. 부끄러운걸 무릅쓰고 이참에 확실히 물어 놔야 한다.

"저, 그럼 세이키한테도 안에 싸도 되나?"

"네? 세이키양요? 흐음 글세요.. 세이키는 좀 어려서 임신이 안될 것 같기도 한데, 혹시 그 애 생리 하나요?"

"..."

자신없는듯한 리노의 말에 아르셀라는 조금 불안했다. 사실 리노는 세이키를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 세이키는 겉보기에는 어려 보여도 17살이니 충분히 한 여자의 몫은 하는 것이다.

"그럼, 루 루스네는?"

"루스네 공주야 말로 이제 한창 물이 올라가는 절정기의 암컷이죠. 아우 그 색기어린 몸매는 서큐버스인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

"아니 그런건 둘째치고 임신이 되냐고."

"하하 당연한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건강한데 임신이 안될리가 없죠. 어쩌면 벌써, 후훗 회임을 하셨을수도~"

[커헉]

리노의 말은 아르셀라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벌써 임신을 했을 수도 있다고?

"이 이런.."

"하하 너무 그렇게 떨지 마세요. 자칭 하렘왕께서 자식이 생기는걸 두려워 하다뇨. 이건 마치 사춘기 청소년이 또래 여자친구랑 불장난 한다가 무심코 실수 한 후 임신을 걱정하는것과 같이 보여요~"

"...."

"주인님. 자신감을 가지세요. 당신은 왕이잖아요. 아이가 생긴다 하더라도 주인님은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잖아요. 그러니까 두려워 할 필요 없어요. 뭐가 문제에요?"

[자랑스러운 아버지?]

그녀의 말은 아르셀라에게 무언가 결심을 하게 하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이왕 아버지가 되는 걸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라도 되어야 한다. 자랑스러운 아버지.. 진정한 왕.

"그래. 나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겠어!!"

"엣?"

"고맙다 리노. 네 덕에 결심이 섰다."

"아 고 고맙다뇨. 주인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ㅃ.. 앗 어디가세요?"

아르셀라는 리노의 말에는 대꾸조차 하지않고 급히 옷을 챙겨입고 방을 나섰다. 남겨진 리노는 그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에휴 주인님도 참 뭐가 그리 바쁜지.. 잠이나 자자."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
모르테스의 왕비, 루스네의 방에는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두 소녀가 있었다. 세이키 아스모데와 루스네 모르테아. 세이키는 차에는 별 신경도 안쓰고 다과로 나온 과일만 냠냠거리고 있었고 루스네는 그런 그녀를 한없이 사랑스런 눈빛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쩝쩝 꿀꺽. 와 정말 맛있다. 주인님 옆에 있을때는 이런 다양한 과일이 별로 없어서 안좋았는데, 역시 왕궁으로 돌아오니까 좋네~"

"후후 그런가요? 얼마든지 있으니까 사양말고 드세요."


14. 아르셀 건국

"응~ 어 어랏?"

즙이 많은 과일을 먹던 세이키가 그만 과즙을 자신의 가슴께에 흘리고 말았다. 옷이 과즙으로 얼룩지자 그녀는 울상을 지었다.

"앗 이 옷 아끼던 건데. 이잉.."

"빨면 되죠. 일단 옷을 벗으세요."

루스네는 부드럽게 웃으며 세이키의 검은 드레스를 벗기려 했다. 갑작스런 루스네의 손길에 세이키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앗 나 나중에 벗을게. 나 안에 아무것도 안입었단 말야."

부끄럽게도 세이키는 가슴이 빈약해서 브래지어를 잘 안하고 다녔다. 여기서 윗옷을 벗으면 루스네에게 자신의 상체를 보이게 되는게 아닌가?

"괘 괜찮아요. 저도 같은 여자인데 뭐가 부끄러워서요. 가 같이 목욕도 햇었잖아요."

세이키의 말을 듣자 루스네는 묘하게 들뜬 모습으로 더욱 세이키의 옷을 벗기려 들었다. 세이키는 그런 루스네가 웬지 이상하고 두렵게 생각되었다.

"언니 왜그래? 아앗 잠깐 벗기면 안돼~"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루스네는 세이키의 옷을 벗겨네여 그녀의 새하얀 상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아웃 부끄럽워. 히잉. 나 가슴 작단 말야!"

"괜찮아요. 아직 세이키는 성장중인데요 뭐. 지금은 이렇게 작아도 나중에는 곧 이 언니처럼 커질테니까요. 이렇게 만져주면 성장이 빨라져요."

루스네는 열이 오른 기색으로 세이키의 작은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언니 자 잠깐. 이상하니까 만지지 마. 오늘따라 언니 왜그래?"

"에? 저만 만지는게 이상한가요? 그 그럼 저도 만지게 해줄게요."

루스네가 자신의 옷마져 벗으려 하자 세이키는 깜짝 놀라 그녀를 만류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로 자신의 상의마저 벗어버렸다.

"어때요 제 가슴? 세이키라면 얼마든지 만져도 좋아요."

"아우 우.."

세이키는 루스네의 풍만하고 모양좋은 젖가슴을 보자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뱉었다.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쁜 가슴이다. 자신의 빈약한 유아체형과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괜찮으니까 만져보세요."

자신의 가슴을 드러낸 루스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세이키는 그녀의 재촉에 어찌해야할지 몰라 난처한 기색으로 꿈지럭 거리고 있었는데..

콰당

"에에엣?!"

"꺄아앗!"

갑작스런 방해꾼의 등장으로 백합스런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방해꾼의 정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아르셀라였다.

"이봐 루스네. 당장 회의를.. 어엇? 니들 뭐하냐?"

"아 그 그게.."

아르셀라의 난입에 가장 당황한건 바로 루스네였다. 그녀는 백지장처럼 창백해진 낯으로 아르셀라를 향해 넋나간 시선을 보내왔다.

"주인님 여긴 어쩐 일이야? 과일좀 먹을래?"

반면 아무것도 모르는 세이키는 천진난만하게 아르셀라를 반겼다. 아르셀라는 멍하니 얼어붙은 루스네는 놔두고 세이키에게 영문을 물었다.

"왜 윗옷을 벗고 있는거지?"

"아 먹다가 좀 흘려서 빨려고 벗었어. 꺅! 그렇게 보지 마요. 정말 주인님은 엉큼하다니까~"

문득 아르셀라의 시선을 느낀 세이키가 부끄러웠는지 양팔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세이키의 빈유에는 별 관심도 없었다.

"너는 그렇다 치고 왜 루스네까지 벗고 있는거냐."

"응? 그러고보니 언니는 왜 벗었어?"

"...."

둘의 물음에 루스네는 한참만에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저 저도 과일을 흘렸어요ㅠㅠ 그래서 빠 빨려구요."

"후후 언니도 참 세이키처럼 칠칠맞네~"

"그 그렇군."

루스네의 변명이 아르셀라를 완전히 납득시킨건 아니였지만 그는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는 것이다.
"루스네. 일단 옷부터 챙겨 입고 지금 당장 신하들을 소집해라. 중대 발표가 있다.


"주 중대발표요? 알겠어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 먼저 회의실에 가 있으세요."
루스네는 아르셀라의 명에 별 토도 안달고 즉시 옷을 추려입고 도망치듯 방을 나갔다. 이제 방에는 아르셀라와 세이키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루스네랑 무슨 일 있었냐?"

"별 일 없었는데 왜~ 것보다 주인님. 모처럼 왔으니 키스해줘. 요즘 안한지 오래瑛附?"

세이키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섹스보다도 키스를 더 좋아했다. 서로 혀가 감기고 타액을 나누는 그 감촉에 완전히 중독된 것이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지금 그럴 여유가 없었다.

"밤에 침대에서 해줄게. 그럼 나 간다."

"아 자 잠깐! 주인님 어디가?"

이제 아르셀라도 가버리고 남은건 세이키 하나였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남은 과일을 향해 손을 뻗어갔다.

.
.
.

"이제부터 모르테스는 없다."

"네에엣?!"

"저 전하!!"

대뜸 내뱉은 아르셀라의 말은 중신들을 엄청난 충격에 빠뜨렸다. 저 젊은 왕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서방님. 무슨 말씀을 하는 건가요?"

옆에 서있던 루스네 왕비도 충격받은건 마찬가지였다. 모르테스는 없다니.. 설마 제국에 나라를 바치기라도 하려는 것인가?

"크큭. 모두들 똑똑히 들어라. 내가 왜 모르테스의 국왕이지? 나는 이 나라를 점령하려 했을 뿐, 왕위를 이어받으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다들 나를 모르테스의 국왕이니 법통이니 어쩌니 하며 구속하려 하지 않은가?"

"허나 전하. 전하께선 이제 한갗 반란군의 수괴가 아닙니다. 당신은 이제 아르셀라 모르테아입니다. 왕가의 일원이란 말입니다!"

"잠깐. 내가 왜 아르셀라 모르테아야? 내 성이 언제 모르테아로 바꼈어?"

"서방님 모르셨어요? 저랑 결혼했으니 당연히 성이 모르테아가 되는거죠."

아르셀라는 어이가 없었다. 여자의 성을 따른다니, 그건 또 어느나라의 관습이란 말인가?

"야! 네가 내 성을 따라야지 왜 내가 네 성을 따르냐? 아나, 지금 장난하나 이자식들이!"

"서방님은 성도 없잖아요. 거기다 모르테스의 국왕이면 당연히 왕가의 성을 가져야죠. 갑자기 왜그래요?"

"..."

사실 아르셀라가 성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천민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고.. 하지만 원래 용들은 성이 없다. 스승 퀴러스도 그걸 감안해서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내.. 내가 성이 왜없어? 내 성은 아.. 르세..나다. 그 그래 아르세나. 루스네 너도 루스네 모르테아가 아닌 루스네 아르세나란 말이다."

급조한 티가 나는 싸구려 성씨였지만 아르셀라는 이미 아르세나를 자신의 성으로 정했다. 하지만 루스네가 그의 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아 장난하세요? 왜 저의 고귀한 왕가의 성을 그런 이상한 족보도 없는 날림으로 만든 성으로 바꾸려는 거에요? 혹시 뭐 잘못 드셨나요? 정신차려요 서방님!"

"크.. 크아아아아아!!"

루스네의 말에 결국 담아둔 아르셀라의 분노가 폭발하고야 말았다. 그의 입에서 커다란 용의 분노가 터져나와 좌중을 엄청나게 압도해 갔다.

"끄 끄으응"

"커허헉"

며칠 전 회의장에서 보여준 맛뵈기 용의 분노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드래곤 피어다. 중신들중 정신력이 약한이는 혼절하는 이도 있었다.

"모르테스는 없다! 지금부터 이 나라는 아르셀이다. 그리고 나는 아르셀의 초대 국왕 아르셀라 아르세나다! 내 말을 똑똑히 새겨 듣거라!!"

용의 분노에 이어 아르셀라의 폭탄선언이 좌중들의 혼을 빼놓았다. 나라의 이름을 바꾼다는 말인가? 거기다 아르세나라는 성에 이어 자기 이름을 따서 만든, 급조한 티가 나는 저 국명은 뭐란 말인가?

아르셀라의 용의 분노가 사그라 들자 잠시 후 중신들이 하나들 정신을 되찾았다.

"전하 존나 아니될 말씀입니다. 수백년을 이어온 종묘사직의 이름은 바로 모르테스였습니다. 그런데 그걸 전하의 독단으로 바꾸려 하시다니요."

"차라리 죽여주십시오. 그 말만은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들은 덜덜 떨면서도 목숨을 건 간언을 하는 진정한 충신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충성은 나라에 대한 충성이지 아르셀라에 대한 충성이 아니다. 그것이 무척 불쾌했다. 허수아비 왕은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수 없다.

"닥쳐! 내가 곧 법이다. 나는 모르테스에 종속된 허수아비 왕이 아니다. 새로운 나라 아르셀을 일으킨 절대군주 아르셀라 아르세나란 말이다!"

아르셀라가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신들은 이번엔 루스네 왕비에게 매달렸다.

"왕비마마. 제발 아르셀라님을 말려주십시오. 지금 전하께선 제정신이 아니라 사료되옵니다."

"루스네 왕비님. 부디 전하를.."

중신들의 간곡한 부탁에 루스네는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한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찬성입니다."

"?!!"

"와 왕비마마!!"

"어째서입니까?! 왜.. 왜!"

대부분의 신하들은 아르셀라의 정신나간 발언보다도 루스네가 그 발언에 찬동했다는 데 더 충격을 받았다. 루스네가 누구던가?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두 오라버니까지 처단한 그녀다. 그런데 왜?

"후우. 제 눈이 틀리지 않았어요. 역시 서방님을 택한건 정답이었군요."

"?"

솔직히 아르셀라도 루스네가 자신의 말에 찬성할 줄은 몰랐다. 여차하면 실력행사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나오니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들어주세요. 나라의 뿌리는, 한낱 껍데기에 불과한 국명도, 왕가도, 다른 그 무엇도 아닙니다. 중요한건 백성이죠. 백성이 나라의 뿌리입니다."

"왕비마마.."

루스네는 낭랑한 목소리로 신하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민심을 얻지 못하는 국가는, 더 이상 존립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의미에서, 백성들이 이미 등을 돌린 능력없고 부패한 국가 모르테스는. 죽은거나 다름없습니다."

"하 하오나 그말은.."

"전하께선 바로 이 말씀을 하고 싶은 거에요. 전하가 처음 혁명군을 일으켰을때 왜 그토록 많은 백성들이, 아니 대부분의 백성들이 전하의 편을 들어줬을까요? 그 말인 즉 이미 모르테스에 백성들의 마음은 떠났다는 걸 뜻합니다."

"...."

왕비의 말에 신하들이 곧 잠잠해졌다. 그들도 실은 이 나라에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 있었다는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지방 영주들의 잔혹한 폭정과 내분으로 나라의 위기를 자처한 모르테스에 충성할 국민들은 이미 어디에도 없다.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극약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국명부터 갈아치우는 철저한 개혁! 그래요. 모르테스는 끝난거에요. 지금부터 이 나라는 아르셀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르셀의 왕비로서 제 소임을 다 하다록 하겠습니다."

"그 그렇지만!"

"모르테스의 400년 역사는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완전히 모르테스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르셀은 모르테스를 계승했을 뿐, 그 본체는 전혀 다른 국가가 될 것입니다."

신하들이 계속 반대의사를 표했지만 루스네는 전혀 막힘없이 답을 내놓았다. 그녀가 워낙 말을 잘해서 막상 아르셀라는 할 일이 없었다.

[제길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거지?]

웬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분위기 때문에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루스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어 아르셀라는 그냥 잠자코 있을 따름이었다.

"전하의 뜻을 따라주세요. 지금으로선 이 죽어가는 나라를 구할 인물은 오직 아르셀라 전하 뿐입니다. 그분도 오죽하면 나라를 갈아 엎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겠습니까. 아내로서 저에게는 지아비의 가슴아픈 결단이 절절히 느껴지는군요."

"...."

"크윽. 저는 찬성입니다. 모르테스는 그동안 너무 큰 잘못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이젠 그 저주받은 망령을 벗어버릴 때입니다."

"저도 찬성입니다. 백성들도 새로운 국가 아르셀을 열렬히 환영할 것입니다."

루스네의 달변과 아르셀라의 위압감에 넘어간 신하들이 하나 둘 찬성의사를 표해왔다. 그 수는 의외로 많아 모인 중신들의 반 이상이 아르셀라의 의견에 찬성하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된 것이다.

"전하. 한마디 해 주세요. 새로운 국가 아르셀의 출발을 선언하는 거에요."

어느정도 대세가 기울자 루스네가 아르셀라를 부추겼다. 아르셀라는 돌아가는 꼴이 자신의 생각과 많이 달라서 기분이 이상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후였다.

"지금부터 우리는 아르셀이다! 모두들 힘을 모아 제국의 위협을 극복하기로 하자!"

"와아아아!"

"아르셀 만세!!"

나이든 고지식한 중신들은 피를 토하며 계속 반대했지만 그들의 소리는 젊고 열정넘치는 신하들의 환호성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제 이 나라는 모르테스가 아닌 아르셀이 된 것이다.

모르테스가 신왕을 중심으로 국명까지 갈아엎으며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은 제국에도 즉시 흘러들어왔다. 황제는 모르테스, 아니 아르셀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느라 밤새도록 중신들과 회의를 가졌다.

"왕비 루스네가 주도하는 급진적인 개혁이 이루어 지는 모양입니다. 계급제도를 타파하고 각 지방 영주들을 모조리 갈아치웠습니다. 일단 민심부터 얻으려는 생각인 듯 합니다."

"세율도 무려 50%이상 감면했다고 합니다. 왕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감히 반발하는 귀족도 없다고 합니다."

"그대들의 의견은 잘 알았다. 일단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다."

회의가 자꾸 길어지자 황제 펠릭스 테어카나는 이쯤에서 폐회를 선언했다. 중신들이 모두 나간 후 펠릭스는 조심스럽게 회의장 안쪽의 밀실에 발을 들였다.

"저.. 스승님?"

"흥."

밀실 안쪽에는 이세상 것이 아닌듯한 미모를 지닌 요염한 미녀, 성녀 아카시아 대신관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들으신 대로 입니다. 모르테스가 총체적인 개혁을 하는 모양인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 어떻게 하고 말것도 없지. 나라가 망하려고 하니 별 짓을 다하는 모양이군. 그냥 사정 보지 말고 어서 전쟁을 일으켜라."

"하지만.. 모르테스가 예상 외로 빨리 나라를 정비했습니다. 신왕 아르셀라가 워낙 걸출한 인물이라서요.. 이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아군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황제는 제국의 안위를 생각하는 어진 군주였다. 지금 전쟁을 일으키면 제국의 피해가 무척 클 것이다. 거기다 좀 있으면 겨울이니, 식량보급의 문제도 있다.

"꺄하하하~ 어처구니가 없군. 내가 말했지? 인간들 따위 수백만이 떼죽음을 당해도 내 알바 아니라고! 뭐 피해가 어쩌고 어째?!!"

아카시아는 황제의 말에 무섭게 분노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인간들의 피 맛을 보고 싶어 근질근질한 참인데 이 맹랑한 황제놈이 자꾸 뜸을 들이는 것이다.

"허나 스승님. 제국은.."

"그래. 그 핑계로 벌써 두달 가까이 출정을 미뤄왔지. 그리고 방금 내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무시무시한 살기가 어렸다. 황제는 아카시아가 내뿜는 살기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내일 당장 전쟁을 일으켜라!"

"스 스승님. 그것은 불가능 합.."

서걱

"?!!"

순간 황제의 귀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아카시아의 날카로운 손톱이 황제의 귀를 베어낸 것이다. 그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황제를 노려보며 끔찍한 분노를 토해냈다.

"닥쳐! 닥치란 말이다! 감히 인간주제에 내 말에 어디서 토를 다는거지? 허수아비면 허수아비답게 굴란 말이다!!"

"으 으읏.."

"너에게 선택권은 없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너는 죽는다. 아하하핫 네가 죽는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것도 아니야. 나는 너를 언데드로 만들어 전쟁명령을 내릴 것이다! 자 결정해라. 곱게 전쟁할래? 아니면 죽어서 전쟁할래?"

"스승님 큭.."

황제는 무언가 더 말하려고 하다가 힘없이 고개를 수그렸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자신은 도저히 저 무시무시한 마녀를 거스를 힘이 없었다.

"내일이다! 내일 병력을 일으켜! 그리고 나는 교단에서 파견된 신관으로 군사들과 동행하는 것이다. 알겠느냐?"

말을 마친 아카시아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남겨진 황제는 잘려나간 자신의 귀를 들어올리며 비통한 신음소리를 흘릴 따름이었다.

"크으윽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말 전쟁을 일으키면 자칫 우리나라의 안보도 위험한데.."

거기다 마녀 아카시아가 직접 전쟁에 나선다는 것도 문제다. 그녀가 폭주하면 아군과 적군 가리지 않고 전멸에 가까운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그녀는 그정도로 강했다.

[어쩔 수 없다.]

이미 자신은 힘이 없다. 아카시아는 이미 자신이 그녀의 명을 거절하면 그를 죽인 후 언데드로 만들어서까지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제국이 아르셀에 선전포고한건 그 다음날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 1 입니다.


아르셀라
용족입니다. 104살 흑발의 잘생긴 미청년. 마법은 8서클의 마스터. 나이는 어리지만 용언, 용의 불꽃, 용의 분노 등 드래곤의 특징을 제법 갖추고 있죠. 외모는 이십대 중반정도 되 보이는 준수한 성인 남성이지만 실제 정신연령은 그보다 약간 낮습니다. 겉으로는 하렘왕이니 여자니 어쩌고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그래도 속마음은 의외로 착한 편.


리노
서큐버스입니다. 301살 적발에 갈색 피부. 나이스 바디의 누님. 서큐버스 고유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이 게으르고 싸움을 싫어해 실제 전투력은 오히려 루스네보다도 낮습니다. 잠자는걸 엄청 좋아함. 남자도 엄청 좋아함. 하지만 계약기간동안은 바람을 피지 않습니다. 다른사람의 꿈을 엿보는 능력도 있습니다.


세이키 아스모데
마족소녀입니다. 17살. 은발에 하얀 피부, 로리체형의 미소녀. 마계의 일곱군주중 아스모데의 외동딸, 마법면역체와 마스터를 상회하는 검술, 로얄급 마족의 혈계능력을 고루 갖춘 사기급 캐릭터. 하지만 개미한마리 못 죽일정도로 약한 마음때문에 힘을 제대로 발휘 못하죠. 이 아이가 마계에서 추방된 이유는 아스모데가 자신의 딸이 인간세에서 교활한 인간들의 손에 험한 일을 많이 겪어 심성이 악에 물들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루스네 모르테아
인간여성입니다. 21살. 바다색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 균형잡힌 아름다운 몸매를 갖춘 미녀. 모르테스 왕국의 공주였으며 현재는 아르셀의 왕비. 대륙 최고라 불리우는 미모를 가진 절세의 미녀로서 아르셀라가 자신의 하렘에 넣고자 염원했던 그 여자죠. 외모 뿐 아니라 마음도 굳세고 생각이 깊어 한 나라를 다스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 자신의 계약자 세이키에게는 동성애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용족입니다. 3045살. 흑발에 상아색 피부. 나이스 바디의 누님. 마법은 10서클의 마스터. 용언, 용의불꽃, 용의비늘, 용의분노, 용의 괴력, 용안, 현신 등 엄청난 사기급 능력을 지닌 현 대륙 최강의 먼치킨. 겉보기에는 이십대 중반정도 되 보이는 교단의 성녀이자 절세의 미녀지만 실은 인간들을 모두 멸하고자 하는 무시무시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왜 인간들에게 그런 증오심을 품고 있는지는 잘 알수 없습니다.

15. 모크나의 방문


"으음.."

교단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대공동에는 퀴러스의 셋째 제자이자 현재는 아카시아에게 사로잡혀 정신지배를 받고 있는 불쌍한 다크엘프가 있었다. 그녀는 요즘 성녀가 시킨 의식을 진행하면서도 정신은 몽롱한 상태에서 꿈을 꾸는 일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것은 성녀의 정신지배가 오래 계속됨에 따라 생긴 부작용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에서는 주로 자신의 사랑을 받아준 아르셀라가 나타났다.

"르나누님. 오늘따라 무척 아름다우시군요."

"후훗 자식이 꽤 입발린 말도 할 줄 아네~ 헤헤 이건 상이야."

르나는 듣기좋은말만 하는 아르셀라가 너무 귀여웠다. 그녀는 아르셀라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꼭 껴안고 부벼주었다.

"저 누 누님?"

순진한 아르셀라는 당황하여 어쩔줄을 모르고 있다. 르나는 활짝 웃으며 아르셀라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으 으으.."

아르셀라의 양 볼이 사과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싫은 기색은 아니다. 그런 그에게 르나는 대담한 요구를 했다.

"이번엔 네 차례야."

"하지만.."

"내 말 안들으면 혼난다~"

르나는 눈을 감고 입을 뾰쪽 내밀었다. 아르셀라는 머뭇거리면서도 천천히 르나에게 자신의 입술을 겹쳐왔다.
쪽 쪼옥. 쩝


아르셀라의 입술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이런 맛있는 입술이 자신만의 것이라니 정말 감동이다.

"....."

"..."

길고 진한 키스를 마친 두 남녀는 서로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마주 보낸다. 아르셀라의 가는 손가락이 천천히 르나의 아래로 내려간다. 봉긋한 그녀의 가슴을 지나, 좀 더 은밀하고 소중한 곳으로.. 어느새 르나의 입에서 가벼운 탄성이 새어나온다..

[잘 하고 있구나.]

[아..]

그녀의 망상은 어디선가 들려온 부드러운 음성에 의해 산산히 조각났다. 저 음성이 들려오면 르나의 모든 신경은 그쪽에 집중되게 된다. 이것이 정신지배의 특성인 것이다.

[앞으로 석달, 그 안에 아마겟돈을 시전할 수 있겠구나. 정말 잘했다.]

[감사합니다. 나의 주인님.]

주인의 목소리는 무척 달콤하고 매력적이었다. 르나는 저 목소리에 결코 거부할 수가 없다. 주인님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

[후후 나는 얼마간 모르테스를 멸하기 위해 이 신전을 떠나 있어야 한다. 내가 없어도 의식을 잘 진행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성녀는 르나의 회색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으며 화사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열심히 하거라. 네가 있으니 나는 안심하고 여기를 비울 수 있구나. 큭큭 불쌍한 것 같으니.."

그녀는 자신이 무슨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그녀도 8서클의 마법사이니 어느정도는 짐작하고 있겠지. 인간들을 파멸로 몰아갈 최악의 흑마법 아마겟돈.. 알면서도 그녀는 거부하지 못한다. 그것이 성녀의 무시무시한 정신지배의 위력인 것이다.

"...."

성녀가 대공동을 나서자 르나는 다시 망상으로 돌아왔다. 꿈속에서의 그녀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제국의 군대가 빠른속도로 아르셀을 침범해오자 신왕 아르셀라는 그들을 막기위해 전선으로 가야만 했다.

[크으 귀찮아.]

왕궁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잠시 접어둬야 한다는 사실이 그토록 싫을 수가 없다. 전선에는 예쁜 여자도 없지 않은가? 거기다 루스네나 세이키는 전선에 같이 갈 수 없다고 하고..

"왕이 없으면 왕비라도 수도를 지키고 있어야죠."

"세이키는 데려갈 수 없어요! 그 순진한 애를 거친 전장에 데려다 놓고 뭐에 쓰려고요?"

[미친 당연한거 아냐? 내 밤시중은 누가 들라는 거냐?]

결국 아르셀라를 수행하는 여자는 리노 뿐이었다. 다른 시녀라도 은근슬쩍 데려가려고 했는데 루스네가 결사반대 하는 통
에 이것마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는 지금 리노와 소수의 정예기사를 데리고 국경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하렘왕이 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루스네일지도 몰랐다.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호호 주인님도 참~ 무슨 생각 하시는 거에요?"

"아 그게 루스네말이지. 어떻게 내 말에 확실히 따르도록 조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리노의 물음에 아르셀라는 바로 본심을 털어놨다. 하지만 리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요. 루스네 공주는 정신력이 무척 강한 모양이던데요? 꿈속에 몇번 침입하려고 했는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정신력이 강하면 조교가 안되냐?"

"겉으로는 조교가 되는데 마음으로 따르게 하는건 힘들죠. 그냥 포기 하세요~"

"하지만 그러면 하렘왕이 될 수 없잖아!"

리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린다.

"후후 100살짜리 어린애가 무슨 하렘왕 타령이에요? 나중에 한 2000살 쯤 먹은 후에나 하렘왕 놀이를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유희도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죠."

리노는 아르셀라가 드래곤의 유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계약을 맺은것도, 모르테스의 왕이 된 것도 단순한 여흥의 한가지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보통 첫 유희는 500살이 넘어서야 하는건데, 이 애는 조금 빠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야! 100살이 어리냐? 내 어릴적 소꿉 친구들은 벌써 다 노친네들이야. 그리고 뭐 2000살? 그때까지 지겨워서 어떻게 살아? 유희는 또 무슨 헛소리야?"

하지만 아르셀라는 철저하게 인간으로 자랐으므로 그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애당초 그는 드래곤이라는 종족의 특성도 모르고 있었다.

"유희 모르세요? 수천년의 시간을 사는 용들이 따분함을 잊기 위해 인간세상에 내려오는거죠. 각자 직업과 역할을 정해 한순간의 꿈과같이 즐기다 가는 거에요."

"허 참. 할일없는 놈들이군. 나는 그렇게 놀 시간따위 없다. 내 삶은 어디까지나 진지하고 치열한, 불꽃과 같은 것이다. 유희라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지."

[주인님은 용이 맞나?]

아르셀라의 사고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의 그것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인간과 가까운.. 참 알수없는 사내다.

"전하! 잠깐 멈춰보십시오! 좀 와보셔야 할 듯 합니다."


아르셀라와 리노가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며 전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다급한 전령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르셀라는 일단 말을 멈추고 전령을 기다렸다.

"무슨 일이냐?"

"헉 헉. 전하! 큰일났습니다. 왕성에 무서운 괴물이 침입해서.."

괴물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좀 차분하게 설명해봐라."

"죄 죄송합니다. 헉.헉"

전령은 잠시 숨을 고르고 상세한 보고를 시작했다.

"전하께서 출병하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왕성에 오우거와 비슷한 몬스터가 단신으로 쳐들어 왔습니다. 저희는 전력을 다해 그 괴물을 막았지만.. 너무 강합니다!"

"오우거?"

"완전 괴물입니다! 기사단장님과 궁정마법사님이 직속 부하를 이끌고 괴물을 상대했지만 단 5분만에 모두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현재는 루스네 왕비님의 직속 시녀가 단신으로 괴물을 막고 있습니다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하께서 어서 오셔야 합니다."

"....."

아르셀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강한 오우거가 있던가? 왕궁에는 무슨 목적으로 침범해 왔지?

"주인님. 어서 가보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아 응."

아르셀라는 말에서 내려 공간전이 마법진을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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