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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왕 아르셀라 - 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16 639회 0건
깊은 새벽, 아르셀라가 아카시아에게 패하여 넘겨주게 된 국경의 에히만 성은 무척 조용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이미 제국의 군대는 모두 후퇴한 이후였다. 그들은 갑작스레 폭주한 아카시아의 무시무시한 살육극에 병력의 반 이상을 잃고 더 전쟁을 수행할 여력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편 성에 주둔하고 있던 아르셀라의 병사들도 모두 도주한 이후였기에 이제 이 성에 남아있는건 오직 두사람 뿐이었다.

"새근 새근"

한 은발의 소녀가 편안한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누워있다. 그녀는 세이키 아스모데, 아르셀라의 셋째부인이자 노예인 마족소녀다. 낮에 일어난 끔찍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자고 있었다. 아카시아의 손에 너덜더덜하게 터져나간 새하얀 오른팔도 멀쩡히 잘 붙어있는걸로 봐서, 역시 그 모든건 꿈이었단 건가?

"...."

하지만 무언가 깊은 상념에 빠져 그녀를 내려보고 있는 한 여인의 존재는 꿈이라는 가정을 무의미하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대신관 아카시아. 모르테스와 인간들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는 웜급의 블랙 드래곤이다. 대륙 전체를 통틀어도 그녀와 견줄수 있는 강함을 가진 이는 하나나 둘,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같은 드래곤 중에서도 에인션트 드래곤 테어카나, 가디언 드래곤 하이윈드를 제외하면 그녀를 이길 자가 없으니..

"움냐~ 히힛 주인님 거긴 만지면 안되~"

꿈틀

세이키가 얼굴을 붉히며 잠꼬대 하는 소리를 듣자 아카시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녀가 말하는 주인님은 틀림없이 아르셀라일터.. 대체 무슨 음탕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냠~ 더는 못먹어 주인님~ 좀 쉬게 해줘. 아앙~ 좀 쉬게 해달라니까~"

"크으으.."

아카시아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최고수준의 검사인 세이키가 그 살기를 감지하지 못할리가 없었다.

"히익!!"

깜짝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세이키의 눈 앞에 대륙 최고의 미녀 아카시아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

"꺄아아?"

그 얼굴을 보자마자 세이키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저 아줌마는 꿈에나올까 두려운 그 미친 드래곤이 아니던가? 얼마전 세이키는 그녀의 손에 팔이 터져나가는 끔찍한 꿈도 꾸었다.

"흥 이제야 잠에서 깬 모양이군. 게으른 것 같으니."

"으 으으.. 여긴 꿈속인데 좀 더 자면 뭐 어때? 아줌마도 빨리 내 꿈에서 나가라구! 악몽을 꾸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단 말야. 그렇지 않아도 늦잠자면 주인님한테 혼나는데.."

[아줌마..]

평소의 아카시아가 이런 말을 들었다면 아마 세이키의 뼈와 살이 분리瑛?것이다. 하지만 아카시아는 얼마전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쁜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녀를 봐줄 여력이 있었다.

"언제까지 잠꼬대를 할 셈이냐. 헛소리 그만하고 어서 내 물음에 답하거라."

"흥! 비록 꿈속이라지만 주인님의 적에게 할 말은 없다. 어서 꺼져버려. 세이키가 화나면 아줌마 정도 혼내주는건 일도 아니라고?"

[...]

아카시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그녀는 세이키의 멱살을 움켜쥐고 이리저리 마구 흔들어대었다.

"마족주제에 감히 아줌마가 어쩌고 어째? 정신차리지 못하겠느냐! 너는 나에게 패했고 내 자비로 간신히 목숨만 구한 것이다. 네 목숨은 내꺼나 다름없어!"

"히 히엑."

세이키는 비로소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하얀 얼굴이 공포로 더욱 새하얗게 질려간다.

"좋아. 이제 좀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 모양이군. 후우.."

끄덕끄덕

"묻겠다. 너와 아렌티아는 무슨 관계지? 그 애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던데."

"아렌티아?"

"아르셀라 말이다!"

"아 주인님요?"

아르셀라를 왜 아렌티아라고 부르는 것인가? 참 계집애 같은 이름인데.. 세이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그와의 관계를 털어놨다.

"주인님과 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

아카시아의 눈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뭐 사랑?

"흥흥 아줌마가 왜 주인님께 관심을 갖는지는 모르겠지만 포기하는게 좋아요. 이미 주인님의 마음속에는 저나 루스네 언니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히힛.. 사실 언니보단 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아카시아는 그녀의 말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사랑이니 뭐니 하며 되도 않는 소꿉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참. 그런데 오우거 아저씨는 어떻게 獰楮? 설마 죽은건 아니겠죠?"

"그놈은 품에서 무슨 스크롤을 꺼내 도망쳤다. 퀴러스의 제자라는 놈들은 다 튀는데 도가 튼 녀석들인 모양이더군. 트라듀스란 놈도 그렇고 오우거 놈도 그렇고 아렌티아도.."

"휴우 다행이다."

아카시아의 말을 듣고 세이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우거 아저씨를 놔주고 자신을 치료해 준걸 보면 아카시아도 그렇게 나쁜 아줌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그녀는 아카시아가 제국의 병사들을 몰살시키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너는 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걸 위해 살려둔 거니까."

"에에.. 궁금한게 뭔데요?"

"아렌.. 아니 아르셀라는 어떤 아이지?"

세이키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멋지고 잘생기고 착한 주인님이죠~ 세이키는 그런 주인님과 만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아아 주인님.. 지금 뭐하고 계시려나?"

"후우. 구체적으로 말해보란 말이다. 취미는 뭐고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잠은 얼마나 자는지, 어째서 모르테스의 왕이 되었는지 네가 아는걸 다 털어놓으라고."

"에엣?"

세이키는 아카시아가 대체 왜 아르셀라에 대해 그토록 관심을 같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뿐 아니라, 아카시아에 대해 묘한 경계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흥 알아서 뭐하게요? 주인님이 좋아하는건 h한거고 좋아하는 음식은 도마뱀구이에요. 정력에 좋다나 뭐라나? 잠이야 뭐 밤에 하다보면 늘 제가 먼저 지쳐서 잠들기 때문에 얼마나 주무시는지는 모르고, 모르테스의 왕이 된 이유는 하렘왕이 되기 위해서레요."

"뭐 도마뱀구이? 하 하렘왕?"

"네 하렘왕이요. 후후 하지만 이건 솔직히 망상병같아요. 대륙 최고 미녀 둘을 자신의 하렘에 넣겠다나 뭐라나~ 실제로 그중 한명인 루스네 언니는 주인님의 아내가 되었으니 뭐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었네요."
[크 크윽..]

아카시아는 자신의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이건 뭐 완전 섹스중독에 망상병자다. 거기다 하렘 하렘이 어쩌고 어째? 더군다나 대륙 최고의 미녀 둘을 자신의 하렘에 넣겠다고? 아카시아야 말로 대륙 최고의 미녀중 하나가 아니던가? 그 말인 즉..
"후우.. 도저히 안되겠구나."


"에 무슨 말이죠?"

아카시아는 세이키의 말을 듣고 이대로 그 아이를 놔둘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아니 원래부터 그대로 둘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젠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다. 그 아이는 무척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널 풀어주마. 아렌티아에게 돌아가거라."

"저 정말요? 와아 아줌마는 역시 좋은 사람이었네요?"

세이키는 자신을 풀어준다는 아카시아의 말에 너무 기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한시바삐 돌아가서 주인님과 루스네언니에게 자신의 무사함을 알려야 한다.

"단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내일, 내가 너를 찾아가겠다고 전하거라."

"뭐 뭐라구요? 내일 아줌마가 주인님한테?"

아카시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같아서는 당장 아르셀라에게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에게도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주고싶은 것이다.

"혹 주인님을 해치려는 건가요? 그렇다면 제가 용서 못해요! 지금 이 자리에서 아줌마를 물리치겠어요!"

"흥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꺼져."

"...."

생각해 보면 세이키가 아카시아를 물리친다는 말은 그녀의 말대로 헛소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거기다 지금은 강제성장을 사용한 부작용으로 당분간 마나도 사용할 수 없으니..

"아 알겠어요.."

아카시아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도망쳐야 한다, 세이키는 아카시아에게 꾸벅 인사하고 잽싸게 에히만성에서 빠져 나갔다.

[아렌티아..]

세이키가 성을 빠져나가고, 혼자가 된 아카시아는 다시금 의자에 몸을 기대고 깊은 상념에 빠졌다.
틀림없다. 아르셀라는 아렌티아다. 100살먹은 블랙드래곤 해츨링이 세상에 아렌티아 말고 또 누가 있다는 말인가? 무엇보다도 처음 본 순간 아카시아의 감이 그가 아렌티아라는걸 확신케 했다.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있었다니, 생각해보면 자신도 그렇게 불행한 드래곤은 아닌 것이다.

"곧 데리러 가마."

이번에 아렌티아를 되찾으면 아카시아는 절대 그 아이를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신의 레어에 이중 삼중으로 결계를 치고 그 어떤 존재도 아렌티아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밥먹는것 부터 잠자는 것까지 모두 함께하는건(감시하는건) 말할 것도 없다.
.
.
.


세이키가 아카시아에게서 풀려난 그시각, 아르셀의 왕궁에서는 미친듯이 서로를 갈구하는 두 남녀가 있었다.

"하아 하아 서방님! 서방님!!"

루스네는 그녀답지 않게 대단히 흥분한 음성으로 아르셀라를 몇번이고 부르짖었다. 한시라도 바삐 그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싶다. 그와 몸을 겹치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는 것이다.

"루스네.."

아르셀라의 거친 손이 그녀의 가슴섶을 풀어해치고 부드러운 그녀의 유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동시에 루스네는 자신의 팬티가 뜨겁게 젖어드는걸 느꼈다.

[흑 서방님..]

그의 손이 자신의 살결에 닿을 때마다 루스네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잔잔한 쾌감의 여운에 잠기는 것이었다. 빨리.. 제발 빨리!

"그.. 아래쪽도 만져주세요! 어서요. 못참겠어요!"

"...."

아르셀라는 루스네의 요청대로 그녀의 팬티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균열 안쪽은 놀라울정도로 뜨겁고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조심스럽게 질구를 애무하니 곧 루스네의 입에서 다급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아아악! 흑 미칠것 같에! 더요.. 어서 더 저를 만져줘요."

루스네는 오늘따라 자신의 욕망에 무척이나 충실하게 행동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 그와 관계를 가지는게 어쩌면 오늘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그녀는, 아르셀라는 죽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후회없도록 서로에게 안기고 싶다.

"루스네. 옷 벗길게."

"네.. 빨리요! 아직도 입고 있었나요?"

루스네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르셀라는 그녀의 팬티를 발목까지 끌어내리고 여자의 비경을 드러냇다. 언제봐도 여자의 신비지는 아름답다. 특히 루스네의 그것은 더욱 그렇다. 삼각지를 덮은 수풀도 적당하고, 그 성숙도도 세이키의 것과는 다르게 자신의 거근을 충분히 받아들이며 쾌감을 느낄 수 있는정도로 자라있는 것이다.

쪽 쪽

아르셀라는 루스네의 균열에 자신의 물건을 부비며 그녀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했다. 두 남녀는 몇번이고 혀를 얽고 타액을
교환했다.

"하아. 하아.."

이윽고 아르셀라와 루스네가 길게 타액의 선을 그리며 키스를 끝마쳤다. 루스네는 젖은 눈으로 아르셀라를 올려보며 작게 허리를 움직여 맞닿아 있는 그의 물건을 자극해왔다.

"주세요.."

"..."

아르셀라도 더 이상은 한계였다. 요청대로 자신의 물건을 루스네의 질에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해있던 루스네의 질벽은 수월하게 아르셀라를 받아들이며 강하게 그를 조여왔다.

"아아아아앙~ 서방님!"

삽입순간 격정을 이기지 못한 루스네가 아르셀라의 등을 꼭 끌어안으며 전신을 다시한번 부르르 떨었다. 아르셀라는 그런 루스네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천천히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질퍽 질퍽

"하아 안되요! 그래서는 저도 서방님도 많이 즐겁지가 않잖아요. 더 격렬히! 더 세게 해주세요."

"정말 그래도 괜찮겠나?"

"네! 저는 서방님의 것이에요. 부디 좋으실 대로 해주세요. 어서요.. 흐윽"
루스네 말에 부담감이 없어진 아르셀라는 자신의 욕망대로 강하게 그녀를 공격해갔다. 아르셀라가 격렬하게 그녀의 질에 왕복할때마다 결합부에서 음란한 소리가 세어나오고 또 루스네도..

"꺄아악! 흑 좋아! 너무 좋아요 서방님. 흐윽 아 안돼. 벌써 가버리면 안되는데 흐윽 가버릴 것 같아."

"루스네.. 루스네."

"서방님. 아윽~ 제가 가버려도 부디 멈추지 말고 우 움직여 주세요! 알겠죠? 조금도 하앙, 조 조금도 쉬어서는 안된다구요. 서방님이 쌀때까지 제 몸을 마음껏 사용해 주시는 거에요."

루스네는 견디기 힘든 쾌락에 깊이 번민하면서도 애써 자신의 의사를 아르셀라에게 전달했다.

질퍽 질퍽 질퍽

"꺄아아아앗 서방님!!"

예상대로 먼저 절정을 맞이한건 루스네였다. 절정의 순간 그녀는 아르셀라의 등을 꼭 붙잡고 늘씬한 두 다리를 길게 뻗어 자신이 완전히 가버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하아 하아.. 아직이에요. 윽 괜찮으니까 계속.."

루스네의 허락이 없더라도 아르셀라는 계속 자신의 욕망을 갈구할 생각이었다. 루스네는 너무 예뻤고 아르셀라도 자신의 욕망을 모두 채우기 전까지는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이미 축 늘어진 전라의 미녀를 향해 아르셀라는 격렬한 움직임을 더욱 빨리해 그녀를 공격했다.

"하아 하아 하아아~ 서방님... 서방님!! 꺄아아악"

두번째의 절정.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르셀라의 물건을 짜내듯 조여 정액을 갈구해온 루스네의 좁은 질벽은 다시한번 격렬하게 떨려 아르셀라에게 극한의 쾌감을 주는 것이었다. 루스네가 세번째의 절정을 맞음과 동시에 아르셀라의 욕망도 폭발하듯 산화했다.

"크으윽!! 루스네!"

사정의 그 순간 루스네는 아르셀라의 허리를 양 다리로 꽉 죄어 질내사정을 부추겨왔다. 아르셀라도 그녀의 뜻을 궂이 거스를 생각이 없었기에 루스네의 자궁구에 자신의 물건을 강하게 밀착하며 하얀 백탁을 남김없이 그녀의 안에 쏟아부었다.

"아아.. 안에 뜨거운것이 가득~"

"허억 허억"

"더 들어와요~ 흑 서방님. 서방님!"

"...."

"하아 하아"

긴 사정이 끝나고 아르셀라는 루스네의 가냘픈 몸을 꼭 끌어안아 사정의 여운을 즐겼다. 루스네도 아르셀라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서로의 피부를 밀착해온다. 둘은 아직 연결된 채로 언제까지나 그 자세로 껴안고 있었다.

"흑 흐윽.."

갑자기 아르셀라의 밑에서 루스네가 울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지 대충 짐작이 간 아르셀라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조용히 그녀를 위로했다.

"흐극 흐아아앙"

하지만 루스네는 좀처럼 울음을 거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륙 최고의 미녀의 슬픈 눈물은 아르셀라의 마음까지 슬프게 만들었다. 그는 루스네의 눈물을 손으로 훔쳐 그녀의 얼굴을 깨끗하게 해주려 했다.

"서방님. 흑 전 죽고싶지 않아요!"

"그래. 넌 죽어서는 안된다. 아카시아는 나에게 맡기고 몸을 피하거라. 내 사형들이 너를 도와줄 것이다."

"아니에요! 당신이 죽으면 저도 죽겠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루스네는 아르셀라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마치 어린애처럼 때를 써왔다.

"죽지마세요! 아카시아를 이기고 이 나라를, 저를 구하는 거에요. 그러면 우리 둘 다 죽을필요가 없잖아요. 반드시.. 반드시 이기셔야 해요!"

"..."

아카시아를 이긴다니.. 아르셀라는 그녀의 말이 얼마나 허황된 말인지 알았기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다음순간 이어진 그녀의 말은..

"저.. 당신의 아기를 가졌어요."

"?!"

"그러니까 절대 죽으면 안되요! 뱃속의 애를 생각해서라도.. 흑 부탁이에요. 이름도 벌써 정해놨는걸요? 아들이면 아르, 딸이면 셀라. 흐윽 당신의 이름을 따서 정한거에요!"

"루..스네?"

아르셀라는 자신의 귀를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아이를 가졌다니. 그러면 자신은 아빠가 된다는 것인가?

"죽지 마세요. 죽는다는 소리도 하지 마세요. 우리 살아남아요! 반드시 아카시아를 이기고 살아남아서 자랑스런 아빠가 되는 거에요. 못할리가 없어요. 당신은 제 믿음직한 남편인걸요? 아르셀의 왕인걸요!"

"...."

아르셀라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래.. 아이라는 말이지.

"...."

"서방님.. 흑"

한참만에야 아르셀라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의 발언은 루스네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그런 것이었다.

"이 나라를, 너를.. 내 아이를, 반드시 구하겠다 드래곤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네 네엣? 약속이라구요."

루스네도 책을 통해 드래곤의 맹약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용의 맹약은 절대적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어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만약 맹약을 어기면 그 드래곤은 스스로의 약속을 어긴 대가로 완전히 미쳐버려 결코 돌이킬수 없게 되어버린다.

"물론이다.."

"마 말도 안되요. 제 말은 그냥 잊어주세요. 아카시아를 이긴다니.. 가능할리가 없잖아요. 임신했다는것도 다 거짓말이에요. 그러니 그런 무리한 약속 하지 마세요."

"무리한 약속이 아니다! 넌 그저 나를 믿기만 하면 된다. 루스네.. 반드시 너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겠다."

"흑 서방님."

루스네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자신을 믿기만 하면 된다니, 그런 멋진 말을 하면 여자로서 감동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 말 믿어도 되는거죠? 죽으면 안되요. 흑 죽으면 안되요! 사랑해요 서방님!"

[사랑이라..]

세이키도 그렇고, 루스네도 그렇고. 자신같이 나쁜 놈이, 이런 천사같은 여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니.. 세상은 참 불평등 하다. 하지만 아르셀라 자신에게는 정말 행복한 불평등이다.

아르셀라는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루스네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반드시 아카시아를 물리친다. 아카시아를 물리치고 르나를, 그녀에게 붙잡혀 있을것이 확실한 세이키를.. 그리고 루스네와 자신의 아이를 구해내는 것이다. 하고야 만다. 할 수 있다!

19. 하렘왕의 슬픈 운명


"세이키가 돌아왔다고?!"

전령의 보고를 받고 맨발로 성문에 나간 루스네의 시야에 익숙한 한 소녀의 얼굴이 들어왔다.

"헥헥. 어 언니?"

"세이키!!"

루스네는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를 끌어안고 눈물부터 흘렸다. 세이키는 밤새 말을 타고 오느라 무척 초췌한 기색이었다.

"흑 어디갔었던 거야. 걱정했잖니. 흐윽"

"에헤헤 언니도 참. 내가 그렇게 못미더워보여?"

세이키는 자신의 빈약한 가슴을 펴보이며 루스네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루스네는 좀처럼 눈물을 거둘 생각을 하지 못한다. 요즘들어 너무 엄청난 일들을 많이 겪어 감정절제가 제대로 안되는 것이다.

"자.. 언니 괜찮아. 어서 뚝."

"으앙 세이키.. 흐윽. 난 네가 잘못된 줄 알고. 흑."

"헤..헷"

주변을 돌아보니 성문 근처의 근위병들과 루스네를 수행해온 신하들이 어색한 기색으로 딴청일 피우고 있다. 그들로서도 자신이 모시는 왕비전하의 흐트러진 모습을 대하니 영 난처했던 것이다. 물론 그건 루스네가 붙들고 있는 당사자인 세이키도 마찬가지다.

"저 언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재회의 기쁨은 나중에 나누기로 하고, 그보다 주인님 지금 어디있어? 빨리 전할 말이 있어!"

"흑.."

루스네는 그제서야 눈물을 거두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건 바로 아르셀라였다.

"서방님? 지금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고 방에 틀어박혀 계시는데.. 급한 일이야?"

"당연하지! 서방님 목숨이 걸린 문제야. 어서 안내해줘."

"모 목숨?"

서방님이 절대 자신을 방해해지 말라고 했지만 세이키가 이렇게 까지 말하니 루스네도 그의 명령을 어길 수 밖에 없었다. 루스네는 세이키를 급히 아르셀라의 방으로 안내했다.

"...."

아르셀라는 방 가운데에 가부좌를 튼 채로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무시무시한 마녀, 아카시아의 모습이 떠올라 있다.

[강하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따지면 자신은 그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극복하기 힘든 실력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자신의 머리속에 각인된 그녀의 이미지를 먼저 극복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싸웠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당했을 리가 없어.]

처음 아카시아를 대했을때 정신줄을 놓은건 아카시아 만이 아니었다. 아카시아가 무언가에 충격을 받아 얼어붙어 있는 사이, 자신은 그녀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얼어있었던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냉정하게 정신을 유지하며 그녀를 밀어붙였다면 이겼을지도..

"..."

어차피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아르셀라를 원호해준 강력한 조력자 세이키와 모크나가 없다. 이젠 순수하게 자신의 힘만으로 그녀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본래 모습으로 상대해 볼까?]

아르셀라가 생각한 방법은 용의 모습으로 돌아가 순식간에 그녀를 끝장내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두가지다. 첫째, 자신이 용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화신체인 아카시아가 자신의 현신체보다 강할수가 있다. 둘째, 제빨리 변신을 마치고 바로 기습하더라도 통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이 모든걸 결론지어봤을때 아르셀라가 아카시아를 이길 확률은 3%미만이었다. 이것도 많이 쳐준거다.

[마나폭주..]

다음으로 생각한건 퀴러스가 알려준 비술, 마나폭주였다. 자신의 스승 퀴러스는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와 싸울때 스스로를 희생해 적을 날려버리는 법을 알려주었다.

"너는 용족이기에 다른 제자녀석들보다 10배가까운 엄청난 마나량을 갖췄지. 너의 마력은 오히려 나보다도 훨씬 많다. 이걸 이용하면 도저히 답이 안보이는 절망적인 상대와도 동수를 이룰 수 있다."

전신의 마나를 연쇄반응시킨 후 적을 향해 강력한 위력의 마나폭풍을 일으켜 모든걸 날려버릴수 있는 비장의 희생마법. 이걸 사용하면 자신은 반드시 죽는다. 아카시아에게 마나폭주를 사용했을때 승률은.. 25%정도.

[그리고 현신과 마나폭주를 같이 사용하면..]

드래곤의 모습으로 화한 자신이 아카시아에게 모든 마력을 다 쏟아부은 자폭마법을 사용했을때 승률은 50%! 이정도면 충분히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 마나폭주를 쓰면 되겠군 큭큭. 내가 죽어서 내 여인들을 살릴 수 있다면.. 마다할 것도 없지."

마음이 편해진다. 이걸로 다 된 것이다. 이걸로..

"정말 그걸로 괜찮으시겠어요?"

"..."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한 적발의 요염한 서큐버스가 슬픈듯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노.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여긴 어쩐 일이야?"

"글세요, 주인님이 있는 곳이라면 저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서큐버스 고유의 능력이죠."

"..."

아르셀라는 다시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의 등 뒤에서 리노의 젖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도 300년 넘게 살면서 이것 저것 주워들은게 많아요. 마나폭주란 것은, 스스로를 희생하여 적을 멸하는 희생마법이잖아요."

"잘 알고 있군."

"그럼 제가 주인님을 말리려 하려는 것도 알고 계시겠죠?"

"그리고 너도 나를 말려봐야 소용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겠지."

"...."

리노는 아르셀라가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 어떤 말을 해도 그는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하아.. 정말이지, 이건 제 경력에 크나큰 오점이에요. 주인님이 죽으려 하는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서큐버스라니.."

"미안하군."

"아니 미안할 것 없어요. 것보다 지금 저와의 계약을 해지해 주시면 안될까요?"

아르셀라는 리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꼴을 볼 수 없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아니오, 제가 아니라 주인님 측에서 해지를 요청해 주세요. 곧 죽을 분에게 다른 동료 서큐버스를 추천해 줄 순 없어요."

갱신기간 외에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리노의 해지조건은 주인에게 다른 서큐버스를 추천해 주는 것이었다.-주) 2화 참조- 아르셀라는 그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좋아. 리노. 너와의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

"알겠어요 주인님."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리노와 아르셀라의 유대가 끊어졌다. 아르셀라는 이제 그녀가 자신과 완전히 남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후우 주인.. 아니 아르셀라님. 아르셀라님은 제가 계약을 맺은 주인들 중 가장 바보같고, 가장 멋진 분이셨어요."

"..."

"조금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걸로 끝이군요. 아마 당신을 잊지 못할거에요."

"나 역시. 너를 가슴에 품도록 하겠다."

리노의 양 눈에 살짝 이슬이 맺혔다. 그녀는 아르셀라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 한 후 조용히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

[가 버렸군.]

잘 된 거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지만, 이런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게 좋은 것이다. 어차피 자신은 죽게 될 몸이다..

"후우.."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무척 허전한 느낌이 든다. 이제 그녀를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슬퍼지는 것이다. 리노 뿐 아니라 이제는 루스네와도, 세이키와도.. 이별이다.

똑똑

아르셀라가 슬픈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굳게 닫힌 방 문에 인기척이 들려온다.

"저기 서방님."

"들어오거라."



문이 열리고 익숙한 두 여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나는 자신의 아내 루스네 공주고 다른 하나는..

"세이키?"

"우앙 주인님~"

아르셀라의 울적한 얼굴엔 잠시 화색이 돌았다. 그는 품안에 안겨든 은발의 소녀를 양 팔로 꼭 마주안았다.

"어떻게 된거냐? 난 네가 잘못되기라도 했을까봐 걱정했는데.."

"아 그게요. 흑"

세이키는 주인님을 다시 만난 기쁨에서인지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해갔다.

"웬일인지 아카시아가 저를 그냥 놔 주었어요. 아마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제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죠."

아카시아와 같은 마녀가 자신의 등에 칼을 꼽은 소녀를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기는 하지만, 일단 살아돌아왔으니 그걸로 된거다. 아르셀라는 세이키의 무사생환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보일수는 없다.

"어쨌든 다행이구나. 이제 다시는 너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

"참~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주인님을 지켜야 할 건 바로 저인걸요?"

"..."

세이키의 말에 아르셀라의 표정이 다시 가라앉아갔다. 이제 곧 그녀가 지켜준다던 주인님은 세상에 없게된다. 그것이 또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슬펐다.

"아 참. 세이키가 급히 서방님께 전할 말이 있대요. 그래서 서방님의 명을 어기고 여기로 데려온거에요."

"뭐 어차피 나갈 생각이었다. 그것보다 전할말이란 무엇이지."

"아 맞다!"

세이키가 손뼉을 짝 치며 다급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주인님!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 당장 도망쳐야해!"

"무슨 말이냐?"

"아카시아가 오늘 직접, 주인님을 만나러 온다던데? 나한테 이 말을 전하라고 했어."

"...."

아카사이가 오늘 온다고? 잘 된 일이다. 자신의 결심이 흔들리기 전에 직접 행차해 주신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지.

"내가 국경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거의 반나절도 넘게 걸린 거 같아. 그러니까 이제 몇시간 남지 않았어! 주인님. 빨리 도망쳐! 세이키는 지금 힘을 쓸 수 없어서.. 주인님을 지켜줄수 없다구."

루스네는 잠시 어쩔 줄 모르고 그 자리에 못박혀 있다가 곧 단호한 어조로 세이키의 말에 동조해왔다.

"일단 몸을 피하세요. 지금 아카시아와 대결하게 되면 서방님은 틀림없이 큰 화를 당하게 될 거에요. 아카시아를 물리치겠다는 서방님의 말을 못 믿는건 아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잖아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오늘.. 아카시아와 대결하겠다."

"네엣?"

"서 서방님?"

아르셀라의 말에 두 여자는 깜짝 놀랐다. 그 무서운 마녀와의 대결은 곧 죽음이다. 설마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마 마 마 말도안되! 아카시아가 얼마나 센지는 주인님도 잘 알잖아! 이건 미친 짓이라구!"

"제발 다시생각해 주세요 서방님. 저를 지켜주겠다는 약속 때문인가요? 아무 생각없이 부딪치면 결국 약속을 지킬 수 없잖아요! 좀 더 철저히 계획을 세워서.."

"날 믿어다오."

낮게 깔리는 아르셀라의 음성에 루스네는 순간 말 문이 막혔다. 믿어달라니.. 믿어달라니..

"너희들은 내 여자다. 나는 내 여자들에게 그토록 못미더운 남자였나?"

"주인님. 그래도.."

"부탁이다. 나에게 너희를 지킬 기회를 다오. 내게 다 생각이 있다. 이번만큼은 나에게 맡겨줘."

"흐으.. 흐으윽."

"으아아앙"

두 여자는 잠시 서로를 마주보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울음을 터뜨리며 아르셀라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리고 아르셀라의 가슴은 두 여자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흐윽 믿을게. 주인님을 믿지 않으면 세상 그 누굴 믿을 수 있겠어? 그래.. 흑 주인님은 할 수 있어. 그따위 못생긴 아줌마는 단숨에 날려버리는 거야!"

"저도 서방님을 믿어요. 훌쩍. 믿으니까.. 믿고 있으니까!"

"세이키.. 루스네.. 고맙다."

아르셀라는 품 안의 두 여자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자신에게 과분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여자들.. 이 여자들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그 무슨 미련이 남겠는가?
.
.
.

얼마 후 아르셀라는 몸가짐을 단정히 한 후 단신으로 성 문을 나섰다. 우연찮게도 그가 성을 나서는 순간 저 멀리 희끄무레한 아카시아의 인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꼭 이기셔야 해요. 서방님]

[주인님을 믿으니까..]

성벽위에 자리잡은 세이키와 루스네는 서로의 손을 꼭 쥐고 자신들의 남편을 향해 신뢰어린 시선을 보냈다. 저 남자는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할 수 있는건, 다만 남편을 신뢰하는 것 뿐.. 그것이 부인의 역할인 것이다.

"전하.."

"부디 이 나라를 구해주소서."

성벽 위에는 세이키나 루스네만 있는게 아니었다. 플렌 후작을 위시한 수많은 아르셀의 신하들이 성벽위에 진을 치고 한마음으로 아르셀라를 응원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단신으로 마녀 아카시아와 맞선 진정한 왕을 위해 승리의 기원을 올리는 것이다. 만약 믿음만으로 승패가 갈린다면 아르셀라의 승산은 100% 였다.

"후우.."

아카시아의 신형이 점차 가까워 오자 아르셀라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생각을 정리했다. 세이키 루스네 리노, 다른 사형들. 그리고 르나까지.. 수많은 자신의 친인들이 머리속을 스쳐간다. 이제 다시 볼 수 없겠지.

후회를 남길 생각은 없다. 아카시아의 아름다운 얼굴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자 아르셀라는 천천히 자신의 마력을 개방시켰다.

[현신..]

순간 아르셀라의 몸이 찬란하게 빛나며 그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아르셀의 인간들은 모두 경이로운 시선으로 왕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색의 빛에 눈을 떼지 못했다.

파아앗

그리고 잠시 후, 눈이 멀 듯한 강렬한 섬광과 함께 아르셀라는 현신을 끝마쳤다. 전신을 덮는 커다란 날개, 날카롭게 돋아난 긴 손톱, 칼조차 박히지 않을 것 같은 칠흑색의 강인한 비늘.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여러개의 뿔이 돋아난 용의 머리 그리고 그 크기는..

"에엣? 주인님?"

"저 저게 서방님의 정체였나요?"

술렁 술렁

무언가 잘못되었다. 아르셀라의 본 모습은 확실히 용의 형태를 띄고 있기는 했지만 그 크기가..

"너무 작잖아!"

"완전 아기드래곤이야!"

말 그대로였다. 보통, 사람들의 상상속의 드래곤은 한 성의 크기에 육박하는 거체를 가진 무시무시한 마법 생명체였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지금 그의 앞에 당도한 흑발의 미녀 아카시아의 크기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새끼용이었다. 아니 오히려 아카시아보다도 작아보인다!

[크윽 이자식들이? 감히 왕을 깔봐]

사실 아르셀라도 용의 모습으로 현신한건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본체가 작아도 이토록 작을줄은 몰랐다. 확실히 100살짜리 드래곤은 어리긴 어리다.

"후후 아렌티아야. 그 모습은 정말 귀엽잖니. 아웃 깨물어 주고 싶어라~"

심지어 적인 아카시아마저 그를 놀리고 있다. 아르셀라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전신에 응축된 에테르를 강제로 순환시켰다.
파파팟


다시금 아르셀라의 몸이 빛나기 시작한다. 아르셀라가 사용하려는 능력의 정체를 알아본건 오직 세이키 뿐이었다.
"앗 저건!"


"뭐니 세이키.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거야?"

[강제성장..]

설마 주인님이 자신의 필살기까지 알고 있는줄은 몰랐다. 딱 두번밖에 쓴 적이 없는데 그 사이에 배운건가? 아니 차라리 알려달라고 하지

"크오오오오!"

강제성장이 끝나고 아르셀라의 몸이 거의 네배로 부풀어 올랐다. 아직도 일반적인 용의 모습과는 상대가 안될 정도로 작긴 하지만, 이정도면 나름 드래곤이라고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마나폭주를 사용하기 위해서 몸이 커질 필요는 없지만, 일단 새끼용의 모습으로 희생하면 아무래도 멋이 안나기에..

"우와아아 드래곤이다!"

"우리의 전하께서 드래곤이셨어."

아르셀라의 의도대로 성벽위의 반응이 뜨거워진다. 그들은 아르셀을 세운 왕이 전설에나 나올 법한 위대한 드래곤이었다는 사실에 무척 감동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용이 세운 국가는 수백년간 번성했다고 전해내려온다. 예를들어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현 타르칸 제국도 골드드래곤 테어카나가 세운 국가라고 알려져 있지 않은가? 모르테스도 그 기원을 따지면 용이 세운것이라는 설이 있다.

"서방님.."

이시각 루스네만이 밀려오는 불안감을 억제하지 못하고 아르셀라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의 감이라고 할까나? 웬지 불안하다.

아카시아는 크게 변한 아르셀라의 모습을 보고 잠시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잊었다. 그녀도 아르셀라가 무슨 방법으로 커졌는지는 알고 있다. 강제성장이라..

"아렌티아! 지금 대체 뭐하는 거니? 강제성장이 얼마나 몸에 나쁜지 모르는거니? 당장 본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해?"

"큭 웃기지 마라.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라면 나는 목숨마져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

"뭐 뭐? 목숨을 버려?"

아카시아는 자신이 이토록 미움받고 있다는 사실이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다. 아렌티아.. 아렌티아야. 왜 이 어미의 마음을 몰라주는 거니?

"그만 두거라. 나는 너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단지 너를 데리고 레어로 돌아가기 위해.."

"닥쳐!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자 아카시아여. 너는 결코 이 나라를, 나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갈 수 없다. 나와 함께 지옥에서 너의 방심이 나은 어리석음을 후회하려무나!!"

아르셀라의 외침이 대기중에 크게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 소리는 성 위에 루스네나 세이키에게도 닿기에 충분할 정도로 컸다.

[서 설마?]

루스네는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르셀라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 아카시아를 물리치려는 것이다.

"아 안돼요 서방님!! 이 바보야!!!!"

"꺅 언니 왜그래?"

세이키는 루스네가 갑자기 비통한 절규를 흘리며 성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하자 급히 그녀를 제지했다. 루스네는 세이키의 품 안에서 마구 몸부림치며 계속 아르셀라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그만둬 언니! 여기서 떨어지면 위험하단 말야!"

"그런게 대수니? 지금 서방님이.. 서방님이.."

[아..]

그제서야 세이키도 비로소 아르셀라의 의도를 알아챘다.

"말도안돼. 주인님! 꺄아아악!!!"

콰아아아앙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르셀라의 전신이 불길한 적색으로 빛나더니 곧 엄청난 빛의 폭발이 아카시아와 아르셀라를 완전히 감싸버렸다.

휘오오오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아르셀라는 아카시아를 데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

루스네는, 그리고 세이키는 완전히 넋이 나가 서로를 끌어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녀들의 귀에는 신하들의 울음소리도, 슬픔에 찬 절규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졸지에 과부가 되어버린 두 여자의 대성통곡과 함께 이 가슴아픈 비극은 막을 내리게 된다. 성룡왕 아르셀라. 그의 숭고한 희생으로 아르셀은 국난을 극복하고 이후 천년이 넘도록 찬란한 문화를 이룩하게 된다. 이것이 앞으로 역사책에 쓰여질 내용이다.

그리고 잠깐 그 뒷이야기를 하자면,

"뭐 뭣이?"

마나폭풍을 일으키려는 찰나, 자신의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900vf의 마력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아르셀라는 영문조차 알지 못하고 새끼용의 모습으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렷다.

"후우 이제야 좀 얌전해 졌구나. 자 가자꾸나. 그리운 우리 집으로."

"에에에에?!"

아카시아가 아르셀라에게 다가와 그의 몸을 꼭 끌어안는다. 아르셀라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해 봤지만 마력이 전혀 없는데다가 머리까지 어찔어찔 한게 전혀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파아아앗

아르셀라를 끌어안은 아카시아의 몸에서 붉은색 빛이 품어져 나오더니 곧 흔적도 없이 두 남녀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어어엇?"

아르셀라가 도착한 곳은 은은한 오로라가 천장에 맴도는 넓고 이상한 구조물이었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아카시아는 왜 나를 이런 곳에..

"후우.. 이제야 집에 돌아왔구나 흑 아렌티아 내 딸아!"

[따 딸이라구?]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가? 자신이 왜 아카시아의 딸이란 말인가?

"미 미친거 아냐? 이거 놔. 내 몸에서 떨어지라구!"

아르셀라는 아직도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는 아카시아를 떨궈내려 했지만 여전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이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찰나, 낭랑하고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걸로 된건가요?"

"컥.."

도저히 자신의 귀를 믿을수가 없다. 저 목소리는 바로..

"리노 네가 어째서?"

"후후 잘해주었다. 덕분에 이 아이를 수월하게 데려올 수 있었구나. 거기다 마력도 제로에 가깝게 되었으니 더욱 좋은 일이지. 어서 돌아가거라. 한시라도 빨리 아렌티아와 단 둘이 되고 싶다."

"감사합니다 아카시아님. 그럼 언제라도 저희 서큐버스의 서비스를 이용해 주십시오."

리노는 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꾸벅 인사하고 살짝 몸을 돌렸다. 중간에 그녀가 애틋한 눈으로 아르셀라를 바라보기는 했지만 결국 리노가 한 행동은..

"끄아악 나를 배신하다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틀림없다. 마나폭주를 일으키려던 중간에 자신의 마력이 바닥에 가깝게 사라져 버린것은 서큐버스 리노가 "위약금"을 징수해 갔기 때문이 아닌가? 더군다다 적인 아카시아에게 저런 태도라니!

"죄송해요 아르셀라님. 저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라도 지키고, 거기다가 잃어버린 엄마도 찾게 瑛릿?서로에게 잘 된거 아닌가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잊지 않을게요~"

"안돼 가지마! 가지말란 말야.. 안돼에에에."

하지만 아르셀라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리노는 어둠속으로 스며들어 종적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이 넓은 레어에 남겨진건 이제 둘 뿐이다.

"후우 아렌티아야. 정말.. 무슨 말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구나. 다행히 이제 너랑은 떨어지지 않을테니 차근차근 그동안 맺힌 사연을 주고 받을 수 있겠구나."

"큭 웃기지마! 왜 갑자기 친한 척이야? 넌 나의 적이다! 어서 르나를 돌려줘!"

"그 아이는 어차피 이제 필요도 없어졌다. 이제 인간들을 미워할 필요도 없으니 곧 의식을 중단하고 풀어주도록 하마."

"잘 생각 했어. 그럼 나도 빨리 풀어달라구! 한시라도 이런 이상한 장소에는, 특히 너랑 같이는 있고 싶지 않다."

아카시아는 단호안 모습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돼! 그리고 아까부터 엄마한테 그게 무슨 태도니? 그게 엄마를 대하는 딸아이의 태도니?"

"아나 돌것네."

아카시아는 무서우리만큼 강한 드래곤이기는 했지만 그 못지않게 정신도 이상한 듯 보였다. 대체 그녀가 왜 자신의 어머니란 말인가? 거기다 딸이라니? 아르셀라는 남자다. 그것도 남자중의 남자! 하렘왕인 것이다.

"야 내가 왜 네 딸이야? 나는 하렘왕이라구!"

"후우.. 하렘왕이라니. 못 보던 사이에 잘못된 사고관을 갖췄구나. 거기다 듣자니 나를 하렘에 넣을 계획이였다며? 그건 패륜이 아니니! 하지만 걱정말거라 이 엄마가 잘 해결해 줄 테니.."

"뭐 뭐라고?"

순간 아르셀라의 전신에 오한이 쫙 돋았다. 무언가 불길하다. 이건 미친 짓이다! 어서 여기서 나가야..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마침 네 마력도 다 떨어졌으니 저항력도 거의 없겠구나. 후 잘 되었어. 사실 네가 알이었을때 성별을 몰라서 여자라고 생각하고 이름을 짓기는 했지만, 어차피 별 상관은 없었단다. 설령 네가 남자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말을 하다 말고 아카시아가 갑자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보통 용들은 용언을 통해 바로 마법을 계산해 시전하기에 이렇게 주문을 외우는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용들이 주문을 외워 마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딱 두가지다. 하나는 유희중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인간으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또 하나는 엄청나게 복잡한 10서클 이상의 최고위 마법을 사용할 때!

"아 아아.."

아르셀라는 아카시아 주위에 떠오르는 복잡한 마법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어서 도망쳐야하는데.. 빨리 저 무서운 마녀에게서 벗어나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이래서는! 아 안돼!

"안돼!!!!"

아르셀라의 처절한 절규가 레어 전체에 길게 퍼져나간다. 동시에 아카시아가 완성한 마법이 아르셀라의 몸에..

파아아앗

아르셀라는 마법에 맞는 순간 틀림없이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의 삶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그는 의식을 잃었다.

.
.
.

"흑 그래서 말이지. 더러운 모르테스 놈들에게 발목을 잡혀 레어로 돌아갈 수 없었던다. 나를 잡기 위해 국가의 총 전력을 동원한 듯 보였어. 내가 죽인 소드 마스터만 해도 8명이 넘는다."

"...."

"간신히 목숨만 부지해 돌아와 보니, 이게 웬일이니! 레어가 근처 흑마법사가 시전한 메테오 때문에 완전히 박살나 있던게 아니니! 거기다 내 알도 흔적조차 없이 부셔져 있고, 껍질조각만 흑흑.."

"...."

"아렌티아야. 이 엄마가 네가 없어진 동안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단다. 매일밤 꿈에 네가 나왔어 흑. 살아있었다면. 우리 딸에게 해 주었을 그 모든 일들을 꿈에서 밖에 해줄 수 없는 거야. 그게 미치도록 괴로웠어.. 죽고싶을 정도로 흑.."

"...."

"너를 다시 되찾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단다. 너는 아마 모를거야. 흑 그래도 너무 다행이야. 늦게나마.. 흐윽 늦게나마 너를 되찾게 되서..."

"...."

아르셀라는 아카시아가 뭐라고 하던간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마치 혼이 나간 인형처럼, 멍하니 한곳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렌티아야!!"

말하던 중간에 격정을 이기지 못한 아카시아가 아르셀라의 작은 몸을 품안에 꽉 끌어안았다. 작다.. 예전에는 아카시아보다 머리 하나는 컸었는데 지금의 자신은, 그녀의 반도 안되보인다. 품안에 안기 딱 좋은 사이즈다.

[크윽..]

아니 크기가 작아진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중요한건 오랜 마법실험으로 거칠어진 자신의 손이 부드러운 귀엽게 생긴 손이 되었다는것, 자신의 탄탄한 근육질 가슴이 슬플정도로 세이키같이 되었다는것, 멋지고 강한 인상을 주던 그의 눈썹이 가늘고 여성스럽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없다.

그것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예전에 자신이 좋아했던 그것이 대신 생겼다. 쉽게말해 자신은..

"으앙ㄻㅍㅍㅁㄴㅇ"

"그래 그래 흑흑 이제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흐윽 울지마렴.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흑발의 미소녀, 블랙드래곤 헤츨링 아렌티아는 자신의 잃어버린 어머니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어댔다. 그것은 간신히 혈육을 만난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이제서야 본 모습을 찾았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의 눈물이었을까?

[아아악 차라리 죽여줘!!!]

한때 하렘왕의 꿈을 꾸었던 위대한 남자 아르셀라, 안타깝게도 가혹한 운명은 그가 자신의 꿈을 온전히 펼치도록 놔두질 않았다. 그, 아니 그녀는 이제 아카시아의 레어에 갖혀 죽느니만 못한 처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에필로그


세월의 흐름은 마치 바람과도 같다.

아르셀라가 아카시아에게 납치당해 그녀의 레어로 끌려간지도 약 3년이 지났다. 아카시아의 사악한 마법에 당해 여자가 되어버린 그, 아니 그녀는 실의에 빠져 매일매일을 한숨으로 지새우고 있었다.

"흐윽 흑..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해야 이 저주를 풀 수 있는거지?"

아르셀라는 지난 3년동안 자신에게 걸린 끔찍한 저주를 풀기위해 별 짓을 다해봤지만 어떠한 방법도 효과가 없었다. 그건 그녀에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나큰 절망을 가져다 주었다.

"하고싶어.. 하지만 물건이 없으면 할 수가 없잖아. 흑 이게 무슨꼴이야. 나는 하렘왕이라구!"

"또 그타령이니!"

"꺅!"

갑자기 들려온 무시무시한 여성의 음성에 아르셀라는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꿈에 나올까 두려운 자신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아카시아가 아니던가?

"정말 너란 아이는 구제 불능이구나.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왜 이렇게 성에 관심이 많니?! 첫 경험은 500살 이후라고 내가 누누히 말하지 않았더냐!"

"뭐 500살? 장난하냐! 그동안 어떻게 기다리란 말야?! 그리고 첫 경험이라니! 감히 지금 위대한 하렘왕을 모욕하는 것이냐?"

"후우.. 너는 아직 성에 대해 알기에는 너무 어려. 400년은 금방이잖니. 잠이라도 자면서 기다리려무나. 곧 여자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란다."

[커 커헉. 여자의 기쁨?!!]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아르셀라의 전신에 끔찍한 오한이 들었다. 설마 그때까지 자신의 몸에 걸린 마법을 풀어주지 않을 셈인가?

"야! 너 무슨속셈이야? 설마 나한테 걸린 저주 안풀어줄 생각은 아니겠지? 여 여자의 기쁨이라니.. 나보고 지저분한 남자놈들이랑 몸을 섞으라는 거냐?"

"지저분하다니..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이지~ 이제 너는 여자란다. 아니, 원래부터 너는 여자였어. 포기하고 너의 운명을 받아 들이무나."

"꺄아아아악!! 죽여버릴거야!!"

아르셀라는 아카시아의 말에 미친듯이 분노하여 그녀에게 맹렬히 돌진해 갔다. 하지만 그녀와 자신의 힘의 차이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로, 아카시아의 손짓 한방에 아르셀라는 힘없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휴우. 이 에미의 마음을 이토록 몰라주니 슬플 따름이구나."

"크 크윽.. 흑"

아카시아는 바닥에 엎어져 신음하는 흑발의 미소녀에게 연민과 애정이 담뿍 담긴 시선을 보냈다.

"너도 나중에 나의 깊은 뜻을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우리 예쁜 딸 사랑하는 건 이 엄마 뿐이라는 것을.. 좀 쉬려무나."

이 말을 끝으로 아카시아는 아르셀라의 방에서 나갔다. 소녀취향으로 장식된 이 방은 아카시아가 꾸며준 것이다. 과거 하렘왕의 꿈을 품었던 사내에게는 농담으로라도 절대 어울리지 않는 장소지만, 아르셀라는 그나마 아카시아의 방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인 공간을 얻기위해 아카시아에게 무려 다섯번이나 "엄마"라는 말을 해야 했다.

"흑.. 리노.. 루스네.. 르나누님.."

"세이키! 흐아아앙!"

소녀는 방 한구석에 쳐박혀 무릎을 끌어안고 서럽게 눈물을 떨구었다. 나를 사랑했던 자신의 여자들.. 그녀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까?

"기다려줘. 언젠가.. 반드시 저 미친 마녀를 물리치고 이 저주를 풀고야 말테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줘!"

아르셀라는 반드시 남자로 돌아가고 말겠노라고, 그 찬란했던 시절의 하렘왕을 되찾고야 말겠다고 마음속 깊이 맹세했다..

하지만 그의 다짐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차 옅어져, 종내에는 아련한 흔적만 남게 된다..
.
.
.



성룡왕 아르셀라가 숭고한 희생으로 나라를 구한지, 벌써 7년. 그동안 아르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후우.."

아르셀의 여왕 루스네는 이제는 자신의 방이 된 선왕의 방 한 구석에 앉아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아르셀라를 잊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그의 잘생긴 얼굴이, 입술이.. 자신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길이.. 손에 잡힐정도로 가깝게 떠오르는 것이다. 그녀는 밤마다 창가에 앉아 슬픔으로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달칵

문이 열리고 루스네와 같은 아픔을 가진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이키.. 그녀는 7년전과 비교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 완전히 앳된 모습을 벗어버리고 20대 후반의 성숙한 미녀가 된 루스네는 세월의 흐름이 그녀만 비켜가는 것 같아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뭐해 언니?"

"아니 그냥.."

세이키는 침대쪽으로 다가가 곤히 자고있는 한 아이를 쓰다듬어 보았다.

"헤헤 이 애는 갈수록 주인님을 닮아가네."

"그럼. 그분의 피를 이었으니 당연하지. 그 아이는 앞으로 아버지의 나라를 이어가게 될거야."

"후후.. 그렇구나. 훌륭한 왕이 되렴 아르야."

"..."

이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세이키는 조용히 루스네의 아이를 바라보고 있고, 루스네는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그 상태로 언제까지나 시간이 흘러간다.

"정말 갈꺼니?"

먼저 침묵을 깬건 루스네였다. 그녀는 창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지나가듯 물어온다.

"..가야지. 그러기로 했잖아."

"그래 가는구나."

세이키의 담담한 대답에 루스네는 슬펐다. 그녀가 가버리면 이제 자신은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슬픈 이상으로, 그녀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 사실이 더욱 슬펐다.

"언제 돌아올 거야?"

"하아 글세.."

세이키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어. 빠르면 1년 안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길면 10년, 30년.. 어쩌면 영원히 이곳에 오지 못하게 될 수도.."

"...."

루스네는 세이키가 어리석다고 생각되었다. 이미 아르셀라는 죽었다. 죽은 사람을 살아있다고 우기며 찾으러 가겠다는 세이키나, 그런 세이키를 부러워하는 자신이나 참으로 어리석은 여자들이다. 자신은 여왕이기에, 그녀처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그거 알고 있니?"

"무슨 말이야?"

"나 너 좋아해."

"....."

"알고 있었지?"

세이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언니를 좋아해. 주인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 감정이 언니와 같은 감정으로 변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후후 됐어. 그쯤 해둬."

"미안.."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이런말 꺼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으리라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말해두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그렇구나."

루스네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감돈다.

"사실 좋아하긴 하는데, 미안하지만 너도 이젠 두번째야. 쉽게말해 널 차버린 거지."

"헤헤 나도 언니를 찬 셈이니, 우리는 그럼 서로를 찬 건가?"

"그렇구나. 하하핫"

방 안에 두 여자의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퍼져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의 웃음소리는 곧 쓸쓸한 정적으로 잦아들었다.

"갈께.."

"건강해야되."

세이키는 루스네의 얼굴을 끝까지 마주보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을 대하게 되면 결심이 흔들릴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소리없는 눈물 한방울 만을 루스네의 방에 남긴 채 말없이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하아 별이 참 밝네~"

성을 나서니 밤하늘에 별빛이 찬란히 빛나고 있다. 세이키는 아름다운 별들의 자태에 슬픈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는 걸 느꼈다.

"틀림없이 주인님도 이 별을 보고 있을거야. 후후 힘내야지!"
.
.
.

"제발 부탁드려요. 얼굴만.. 얼굴만 보게 해주세요."

엘퍼스 산맥 가장자리에 위치한 아카시아의 레어. 그 곳에는 오늘도 귀찮은 손님이 방문해서 아카시아를 짜증나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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