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지 마세요, 윤선생님...
- ...
내게 팔목을 잡힌 도연 사모는 말뿐이지, 내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 않았다. 길고도 짧은 침묵의 시간 속에서 나는 도연 사모와 그간 말로 하지 못했던 많은 감정을 나누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효미의 목구멍 깊숙히 자지를 찔러 넣었던 일이 있었지만... 도연 사모가 나와 효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도연 사모를 향해 가지고 있었던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의 죄책감 같은 감정들은 그 침묵 속에서 다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침묵이 계속 되는 동안 내 손에 잡핀 도연 사모의 팔목에서 나는 사모의 맥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침묵은 도연 사모가 더 이상 서있지 못하고 무릎을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끝이 났다.
- 아, 왜 그러세요...!?
나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내 바로 앞에서 무릎으로 퍼질러 앉아 버린 도연 사모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나는 내게서 고개를 돌리는 도연 사모의 뺨이 이미 눈물로 젖어 있는 것을 보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눈물 때문에 다시 마음이 짠해지고 말았다. 마음을 드러내버린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비록 내가 효미와 그런 사이로 발전했고, 그걸 도연 사모가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걸 이렇게 셋밖에 생존하지 않은 이 섬의 상황에서 당연한 사실로 드러내지 말았어야 했던 것인가 라는 후회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까지 나는 도연사모의 몸에 손을 대본 일이 없다. 일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도연 사모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도연 사모와 나는 손끝 하나도 서로를 향해서 닿아 본 일이 없다. 비록 내가 말라리아로 쓰러져 누웠을 때에, 도연 사모가 나를 간호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순전히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으로서 내 몸의 땀을 닦아주거나 머리에 손을 얹어서 체온을 쟀던 것 말고는... 이렇게 짐짓 도연 사모에게 다가온 일이 없었다. 그러나 모든 사실이 드러난 이 상황에서 내 앞에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도연 사모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계속해서 내 손길을 거부하는 도연 사모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서 당겨서 나를 바라보게 하는 것밖에 없었다. 결국 내 손길을 이기지 못하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도연 사모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내 앞에서 흐느껴 우는 도연 사모를 결국 가만히 끌어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도연 사모는 나의 포옹을 거부하지 않았고... 나는 도연 사모를 끌어안고는 등을 쓸어줄 수 밖에 없었다. 내 손에 쓸리는 도연 사모의 원피스 위로... 낡을대로 낡은 도연 사모의 브래지어 끈이 걸리는 것을 느꼈다...
- 아... 어쩌면 좋아요...
그렇게 내게 안겨 있는 도연 사모가 탄식같은 말을 내뱉으면서 침묵은 끝이 났다. 나는 품안에서 도연 사모를 꺼내서 도연 사모의 어깨를 잡고는 물었다.
- 뭘요...?
- ...
- 뭘요, 사모님...?
내가 감싸쥔 도연 사모의 어깨를 가만히 가볍게 흔들면서 도연 사모에게 답을 요구했을 때, 도연 사모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물기에 젖은 도연 사모의 눈망울이 내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고... 도연 사모는 차마 입밖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낼 수가 없는 듯... 가만히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몸을 떨었다... 그 눈이 말하는 것을 나는 왠지 이해할 수가 있는 것만 같았다.
지난 시간동안... 나와 효미 사이에는 이미 허물어지고 없던 벽이... 사모와 내 사이에는 여직까지 존재했던 것이고... 우리는 서로에게 그렇게 힘겹게 그 벽을 계속 해서 유지할 것을 무언으로 요구하고 살았던 것만 같았다. 내가 도연 사모에게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 마음 속 깊은 곳의 그 어떤 장벽과 긴장을... 도연 사모도 내게서 똑같이 느끼고 있었던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친구의 남편, 아내의 친구... 그건 도덕으로 평생을 무장하고 살았던 도연 사모에게 큰 짐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그 벽을 쉽게 넘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도덕을 감싸안고 살았던 인간이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고... 그렇지만, 세 사람 외에 아무도 없는 이 갇힌 공간 속에서... 우리는 의식하건 그렇지 않건... 생존이라는 목적 아래에서 서로에게 이미 너무도 많이 가깝게 다가서 있었던 것을 그제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앞에서 마지막 남은 도덕의 끈을 포기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유지하고 싶지도 않은 그저 한 여자로서의 도연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 속에서 치미는 너무도 강한 연민에 가슴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 터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나는 도연 사모를 다시 끌어안았고... 그리고... 더 이상의 허락이 필요 없는... 도연 사모의 입술을 내 입술로 포갰다... 눈물로 온 몸이 젖은 도연 사몽게서... 따뜻한 짠맛을 느낄 수가 있었고... 그렇게 도연 사모는 내 앞에서 한 여자로 무너지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내게로 무너져 내리는 도연 사모를 나는 거칠게 탐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를 원하고 원하지 않고는... 더이상 내게 중요한 것이 되지 못했다...! 나는 눈물에 젖은 도연 사모를 더 깊이 갈구하고 싶었다. 내 혀가 거칠게 도연 사모의 입술 안을 휘져었고... 내 혀의 놀림에 도연 사모는 자신의 혀와 입술을 완전히 내맡기고 무너졌다. 키스가 이어지면서 도연 사모는 내 안에서 더 녹아 내리는 것만 같았고... 나의 몸은 녹아내리는 도연사모를 촛물 삼아 타는 심지처럼 달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의 거친 키스에 도연 사모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나는 내가 이 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도연 사모를 처음 봤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도연 사모를 향했던 내 마음의 욕망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온 마음에 가득 차기만 했다... 내 그런 마음을 받아주기라도 하는 듯... 도연 사모는 나의 거친 키스를 온 마음으로 받아내는 것만 같았다...
나는 감히... 키스를 나누는 그 순간에 도연 사모에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효미에게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도연 사모에 대한 나의 소유를 종지부 찍듯 말로 알릴 수만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여자로서는 언제나 내 주변부만을 돌면서 소극적이었던 이 불쌍한 여자에게 나는 그런 것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나의 거친 키스가... 그 언어가 불필요한 확인을 도연 사모에게 전하고 있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도연 사모는 내게 나의 그런 마음을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내 속에서 무너지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 * * * * * * * * *
- 아... 언니가...!
효미는 무엇에 끌리기라도 한 듯... 두 사람을 찾아서 바람동굴을 찾아 왔다. 그리고 윤 선생의 품 안에 안겨서 윤 선생의 거친 키스를 받고 있는 도연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리 되고 말 일을... 자신만의 욕심으로 너무 오래 늦췄던 것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선생을 혼자 가지고 싶었던 그 마음이 덧없던 것을 알았지만... 이 작은 섬에서라도... 효미는 자기만의 남자를 가지고 싶었던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효미는 이미 그게 자기만의 욕심일 뿐이었고... 윤 선생이 결국 언젠가는 도연에게 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되도록 늦게 오기를 바랬던 순간을 목격하면서...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의 마음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더이상 윤 선생과 도연이 서로를 향해 마음도 몸도 열리는 그 광경을 지켜 볼 수 없어서... 효미는 바람동굴에서 발길을 돌려 해변의 움막으로 달렸다...! 달리는 내내 효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효미는 한번도 한 남자를 온전히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다. 무엇이 효미를 그렇게 만들었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 언제나 자기것을 온전히 다 주는 사랑을 추구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랑을 이뤄본 일이 없었다. 두 번의 깊은 연애는 모두 다른 여자가 생겨서 남자가 자신을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나고 말았었다. 그리고 그 다른 여자는 언제나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왜 자신의 사랑이 항상 그렇게 실패로 끝났는지 효미는 알지 못했다. 그건 사실 효미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효미는 그 일들이 다 자신이 모자라서 생긴 일이라는 자괴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자괴감이 깊은 트라우마가 되버리고 말았다. 친구에게 남자를 빼앗겼던 두 번의 실패때문이었는 지는 모르지만... 그 후로 효미가 마음을 빼앗기는 남자는 모두...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뿐이었다.
생존자가 윤 선생과 도연 그리고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효미는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남녀관계 속에서 자신이 겪어왔던 바로 그 트라우마에 빠지게 되었던 것만 같았다. 죽은 지현 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효미는 같이 지현 언니와 성가대를 같이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시절부터, 지현 언니의 남편인 윤 선생을 좋아했었다. 이따금 자신의 결혼생활에 관해서 이야기해주던 지현 언니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고... 자신도 윤 선생 같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살고 싶다는 꿈을 만들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섬에 세 사람만이 살아 남게 되었을 때... 효미는 지현과의 친분만으로도... 왠지 윤 선생을 자신만의 남자로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적어도 도연 사모보다는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도연보다 먼저 이룰 수가 있었다.
바보처럼... 여자의 자존심을 다 버리고, 먼저 윤 선생에게 뛰어들어서 그의 여자가 되기는 하였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윤 선생이 자신에게서만 여자를 발견하고 탐하는 그 상황이 가장 행복했다. 여자이기때문에... 윤 선생이 도연 사모를 생각하는 마음과 도연 사모가 윤 선생을 바라보는 그 마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윤 선생이 자신만을 여자로 여겨주길 바라고 소망했다... 윤 선생에게 다짐을 받고 싶었지만... 자신을 취하는 그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자신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윤 선생이었다는 것을 알았었고... 그게 죽기보다 싫다는 생각으로 더 윤 선생에 대한 자신의 소유를 은근하게 과시하고 지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 그것도 다 끝나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효미는... 그저 자신 하나만 없으면 남은 두 사람 모두에게 좋았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왜 자신에게는 이 좁은 공간에서조차... 자신만의 사랑을 지켜낼 수 없었을까 라는 깊은 자괴감이... 마음 속의 큰 상처가 되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그런 욕심을 그저... 그렇게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받아줬던... 도연 언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일부러 도연 언니 앞에서 더 윤 선생의 여자인 척 했었고... 함께 잘 때에도... 도연에게 윤 선생과 자기 사이에 있었던 일을... 비밀을 핑계로... 자랑처럼 전했었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언니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줬던... 도연 언니에게... 자신의 철없는 행동이 미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파서 죽을 것만 같을 때, 같은 혈육이라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도연은 자신을 돌봐주었고... 살아남은 우리 세 사람... 누구라도 몸도 마음도 아파서는 안된다고 자신을 다독여줬던 도연 언니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효미는... 도연 사모가 겪었던 결혼 생활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도연 사모의 남편이었던 오 목사의 행각은 이미 교회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이었고... 아버지가 교회의 시무 장로로 일했기 때문에, 효미는 도연 사모의 일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섬에 들어오기 전에는 때로 도연 사모가 위선적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자기 남자도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그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만이 걱정인 도연 사모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섬에 들어온 다음...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도연 사모를 봤기에... 효미는 도연 사모에게 여자로서의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윤 선생의 마음이 도연 사모에게 더 애틋하게 가는 것을 알아가면서... 효미는... 자신의 생각만으로는 오지 말았으면 하던 그 순간을 어떡하든 늦추고 싶었지만...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서 자신만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보 같고... 전에는 해보지도 않은 무서운 생각이기도 했지만... 그냥... 지금 일어난 이 일처럼 되더라도... 두 사람이 자신을 내어치지만 않는다면... 그냥 다 함께... 그렇게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되었으면 싶은 생각도 했었다.
두 눈으로 목격하고 만... 우려하던 일의 시작에... 효미는 그저... 눈물이 먼저 흘렀다... 윤 선생이 야속했고... 조금더 자신의 도덕을 지켜주지 않은 도연 언니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자신에게는 이런 상황에서조차... 자신만의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가가 가장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일어난 일때문에... 윤 선생이 자기를 멀리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아까처럼 자신에게 난폭하게 굴더라도... 아예 자신을 만지지도 않고, 여자로 여기지도 않는 윤 선생은 상상도 하기가 싫었고... 그런 걱정이 들면... 눈물이 더 났다. 어두워져서 달빛이 서려서 빛나는 바다와 멀리 뿌연 수평선 쪽을 바라보면서... 효미는 이 순간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는 온갖 염려와 생각때문에 소리내어 울었다...
* * * * * * * * * *
위로로 감싸안는 키스가... 내 속에서 이미 열정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런 키스를 허락하고 있는 도연 사모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야만 하겠다는 본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어느 순간... 내 품안에 안긴 도연 사모의 헤어진 원피스 위로 도연 사모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도연 사모의 원피스를 허벅지 위로 밀어올렸을 때... 도연 사모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더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연 사모가 내 품 속에서 빠져나갔고... 내 손으로 올려졌던 원피스는 다시 내려졌다.. 그리고 내 입술에서 떨어져 나온 도연 사모의 입술이... 떨리면서... 내게 말했다...
- 윤 선생님...
- ... 네...?
나는 두려웠다. 내가 확인했다고 생각했던 도연 사모의 마음이... 이렇게 다시 멀어져가고, 차라리 이런 일이 없었던 때가 나았다는 후회로 살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깊은 키스를 나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연 사모가 갑자기 두려움으로 차오르는 내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차마 더는 똑바로 도연 사모를 바라볼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도연 사모가 한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져 주기 시작했다...
- 고... 고마워요...
힘겹게 입을 연 도연 사모의 첫마디였다. 이 말이 순간 밀려오던 내 두려움을... 잠재워줬다. 한 손으로는 내 뺨을 어루만지고... 내 입술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쓸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아직도 자신의 허벅지에 얹혀져 있는 내 손을 가만히 감싸쥐면서... 도연 사모는 다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방금전까지, 지금까지의 섬 생활의 모든 평온이 파괴되는 것만 같던 위기감이 감도는 것만 같았는데... 나를 바라보는 도연 사모의 눈빛는... 내게 그런 걱정을 하지 말라고만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침묵의 대화를 참을 수가 없었고... 그랬기에... 도연 사모의 입술 가까이 다시 내 입술을 가져갔다...
- 아.... 안돼요...
- ... 왜, 왜죠...? 제가 싫은건가요...?
- 아뇨, 그건...
- 그럼 뭐죠...?
- 아... 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 ...
- 지금은 여기까지만 해요... 우리...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연 사모는 내 뺨을 어루만지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작지만 따뜻한 도연 사모의 손길이... 나는 좋았다. 내 뺨을 만지고 있는 도연 사모의 손길을 따라 가만히 얼굴을 움직여갔다... 알수 없는 평온한 마음이 그 손길의 따스함으로 몸에 번져가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 그럼... 지금이 아니면... 언제죠...?
- ...
- 제가 사모님을 원하는 건... 안되는 건가요...?
도연 사모가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격이... 마음 속에서 끌어 올랐다... 도연 사모가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그를 원하는 이 마음이 ... 기어이 용납된 것에 나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에 빠지고 말았다...
- 윤 선생님...
- 네...?
- 효미랑... 저랑...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 네... 무슨 뜻이죠...?
- 전... 선생님이 효미... 지금까지 그러신 것처럼... 계속 사랑해주셨으면 해요...
- ...
- 효미 마음이 부서지는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 그럼... 사모님을 향한 제 마음은... 어쩌죠...?
- ...
- 전... 사모님을 더...
- 아, 아뇨... 그런 말씀하시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
- 누가 더라는... 그런 말... 지금 우리들에겐 가장 위험한 말인거 같아요... 싫어요...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하면 좋단 말인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답을 찾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 전... 효미... 지키고 싶어요...
- ...
- 효미는 ... 윤 선생님의 사랑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 그, 그건...
- 아뇨... 저 그 아이 탓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루 윤 선생님도...
- ... 그렇지만, 전 어쩌죠... 그리고 사모님은, 저는...?
- ... 우리... 찾아가요...
- 뭘, 뭘요...?
- 어느 누구 한 사람... 다치지 않는...
- ... 잘 모르겠어요...
- 윤 선생님 없으면, 아니 윤 선생님이 잘 모르시면... 저도, 효미도...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어요... 여기서...
- ...
- ... 길이 있을거에요... 분명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마음의 복잡함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그리고... 도연 사모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만... 정작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잘 모를 것만 같아... 당혹스러운 마음이 커져갈 때... 도연 사모가 내게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와... 니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그리고... 내 입술을 열어... 처음으로... 내게 자신의 깊은 키스를 전했다... 그제서야... 나는 도연 사모가... 해답을 찾아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해답의 키스 뒤에... 도연 사모가 내 손을 잡고는 먼저 일어났고... 나도 그 손에 이끌려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손을 꼭 잡은 도연 사모의 손에서 나는... 앞으로 우리가 찾아나갈 길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 효미에게 가요, 우리...
그 밤에... 우리 세 사람은... 오직 이 섬에서만 허락될 수 있는... 가장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누구 한 사람... 서로에게서 마음으로 몸으로 멀어지지 않을... 길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뽀너스 대방출 하나 합니다.
제 집필실 자유게시판에 이전에 썼다가 내렸던 "새콤달콤 유학원정기"를 올려뒀습니다. 위의 이야기가 모자라시고 성에 안차시는 분들은 거기 가서 읽으세요. 2편 이상 게재하지 말라는 게시판 쓰기 원칙때문에 거기다 올렸습니다. 요즘 힘이 딸려서 이야기 길게도 못쓰고 자주도 못쓰네요. 이해해 주십시오. 원래 제 주특기였던 남녀 1대1의 이야기 중 나름 재미있게 썼던 것이니, 아마 최근 이야기에서 시도하는 다자간 섹스가 마음에 안드시는 분에게는 약간의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귀찮으시면 말고. :-)
- ...
내게 팔목을 잡힌 도연 사모는 말뿐이지, 내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 않았다. 길고도 짧은 침묵의 시간 속에서 나는 도연 사모와 그간 말로 하지 못했던 많은 감정을 나누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효미의 목구멍 깊숙히 자지를 찔러 넣었던 일이 있었지만... 도연 사모가 나와 효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도연 사모를 향해 가지고 있었던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의 죄책감 같은 감정들은 그 침묵 속에서 다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침묵이 계속 되는 동안 내 손에 잡핀 도연 사모의 팔목에서 나는 사모의 맥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침묵은 도연 사모가 더 이상 서있지 못하고 무릎을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끝이 났다.
- 아, 왜 그러세요...!?
나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내 바로 앞에서 무릎으로 퍼질러 앉아 버린 도연 사모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나는 내게서 고개를 돌리는 도연 사모의 뺨이 이미 눈물로 젖어 있는 것을 보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눈물 때문에 다시 마음이 짠해지고 말았다. 마음을 드러내버린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비록 내가 효미와 그런 사이로 발전했고, 그걸 도연 사모가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걸 이렇게 셋밖에 생존하지 않은 이 섬의 상황에서 당연한 사실로 드러내지 말았어야 했던 것인가 라는 후회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까지 나는 도연사모의 몸에 손을 대본 일이 없다. 일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도연 사모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도연 사모와 나는 손끝 하나도 서로를 향해서 닿아 본 일이 없다. 비록 내가 말라리아로 쓰러져 누웠을 때에, 도연 사모가 나를 간호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순전히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으로서 내 몸의 땀을 닦아주거나 머리에 손을 얹어서 체온을 쟀던 것 말고는... 이렇게 짐짓 도연 사모에게 다가온 일이 없었다. 그러나 모든 사실이 드러난 이 상황에서 내 앞에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도연 사모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계속해서 내 손길을 거부하는 도연 사모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서 당겨서 나를 바라보게 하는 것밖에 없었다. 결국 내 손길을 이기지 못하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도연 사모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내 앞에서 흐느껴 우는 도연 사모를 결국 가만히 끌어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도연 사모는 나의 포옹을 거부하지 않았고... 나는 도연 사모를 끌어안고는 등을 쓸어줄 수 밖에 없었다. 내 손에 쓸리는 도연 사모의 원피스 위로... 낡을대로 낡은 도연 사모의 브래지어 끈이 걸리는 것을 느꼈다...
- 아... 어쩌면 좋아요...
그렇게 내게 안겨 있는 도연 사모가 탄식같은 말을 내뱉으면서 침묵은 끝이 났다. 나는 품안에서 도연 사모를 꺼내서 도연 사모의 어깨를 잡고는 물었다.
- 뭘요...?
- ...
- 뭘요, 사모님...?
내가 감싸쥔 도연 사모의 어깨를 가만히 가볍게 흔들면서 도연 사모에게 답을 요구했을 때, 도연 사모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물기에 젖은 도연 사모의 눈망울이 내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고... 도연 사모는 차마 입밖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낼 수가 없는 듯... 가만히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몸을 떨었다... 그 눈이 말하는 것을 나는 왠지 이해할 수가 있는 것만 같았다.
지난 시간동안... 나와 효미 사이에는 이미 허물어지고 없던 벽이... 사모와 내 사이에는 여직까지 존재했던 것이고... 우리는 서로에게 그렇게 힘겹게 그 벽을 계속 해서 유지할 것을 무언으로 요구하고 살았던 것만 같았다. 내가 도연 사모에게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 마음 속 깊은 곳의 그 어떤 장벽과 긴장을... 도연 사모도 내게서 똑같이 느끼고 있었던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친구의 남편, 아내의 친구... 그건 도덕으로 평생을 무장하고 살았던 도연 사모에게 큰 짐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그 벽을 쉽게 넘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도덕을 감싸안고 살았던 인간이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고... 그렇지만, 세 사람 외에 아무도 없는 이 갇힌 공간 속에서... 우리는 의식하건 그렇지 않건... 생존이라는 목적 아래에서 서로에게 이미 너무도 많이 가깝게 다가서 있었던 것을 그제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앞에서 마지막 남은 도덕의 끈을 포기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유지하고 싶지도 않은 그저 한 여자로서의 도연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 속에서 치미는 너무도 강한 연민에 가슴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 터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나는 도연 사모를 다시 끌어안았고... 그리고... 더 이상의 허락이 필요 없는... 도연 사모의 입술을 내 입술로 포갰다... 눈물로 온 몸이 젖은 도연 사몽게서... 따뜻한 짠맛을 느낄 수가 있었고... 그렇게 도연 사모는 내 앞에서 한 여자로 무너지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내게로 무너져 내리는 도연 사모를 나는 거칠게 탐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를 원하고 원하지 않고는... 더이상 내게 중요한 것이 되지 못했다...! 나는 눈물에 젖은 도연 사모를 더 깊이 갈구하고 싶었다. 내 혀가 거칠게 도연 사모의 입술 안을 휘져었고... 내 혀의 놀림에 도연 사모는 자신의 혀와 입술을 완전히 내맡기고 무너졌다. 키스가 이어지면서 도연 사모는 내 안에서 더 녹아 내리는 것만 같았고... 나의 몸은 녹아내리는 도연사모를 촛물 삼아 타는 심지처럼 달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의 거친 키스에 도연 사모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나는 내가 이 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도연 사모를 처음 봤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도연 사모를 향했던 내 마음의 욕망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온 마음에 가득 차기만 했다... 내 그런 마음을 받아주기라도 하는 듯... 도연 사모는 나의 거친 키스를 온 마음으로 받아내는 것만 같았다...
나는 감히... 키스를 나누는 그 순간에 도연 사모에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효미에게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도연 사모에 대한 나의 소유를 종지부 찍듯 말로 알릴 수만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여자로서는 언제나 내 주변부만을 돌면서 소극적이었던 이 불쌍한 여자에게 나는 그런 것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나의 거친 키스가... 그 언어가 불필요한 확인을 도연 사모에게 전하고 있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도연 사모는 내게 나의 그런 마음을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내 속에서 무너지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 * * * * * * * * *
- 아... 언니가...!
효미는 무엇에 끌리기라도 한 듯... 두 사람을 찾아서 바람동굴을 찾아 왔다. 그리고 윤 선생의 품 안에 안겨서 윤 선생의 거친 키스를 받고 있는 도연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리 되고 말 일을... 자신만의 욕심으로 너무 오래 늦췄던 것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선생을 혼자 가지고 싶었던 그 마음이 덧없던 것을 알았지만... 이 작은 섬에서라도... 효미는 자기만의 남자를 가지고 싶었던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효미는 이미 그게 자기만의 욕심일 뿐이었고... 윤 선생이 결국 언젠가는 도연에게 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되도록 늦게 오기를 바랬던 순간을 목격하면서...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의 마음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더이상 윤 선생과 도연이 서로를 향해 마음도 몸도 열리는 그 광경을 지켜 볼 수 없어서... 효미는 바람동굴에서 발길을 돌려 해변의 움막으로 달렸다...! 달리는 내내 효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효미는 한번도 한 남자를 온전히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다. 무엇이 효미를 그렇게 만들었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 언제나 자기것을 온전히 다 주는 사랑을 추구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랑을 이뤄본 일이 없었다. 두 번의 깊은 연애는 모두 다른 여자가 생겨서 남자가 자신을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나고 말았었다. 그리고 그 다른 여자는 언제나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왜 자신의 사랑이 항상 그렇게 실패로 끝났는지 효미는 알지 못했다. 그건 사실 효미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효미는 그 일들이 다 자신이 모자라서 생긴 일이라는 자괴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자괴감이 깊은 트라우마가 되버리고 말았다. 친구에게 남자를 빼앗겼던 두 번의 실패때문이었는 지는 모르지만... 그 후로 효미가 마음을 빼앗기는 남자는 모두...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뿐이었다.
생존자가 윤 선생과 도연 그리고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효미는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남녀관계 속에서 자신이 겪어왔던 바로 그 트라우마에 빠지게 되었던 것만 같았다. 죽은 지현 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효미는 같이 지현 언니와 성가대를 같이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시절부터, 지현 언니의 남편인 윤 선생을 좋아했었다. 이따금 자신의 결혼생활에 관해서 이야기해주던 지현 언니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고... 자신도 윤 선생 같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살고 싶다는 꿈을 만들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섬에 세 사람만이 살아 남게 되었을 때... 효미는 지현과의 친분만으로도... 왠지 윤 선생을 자신만의 남자로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적어도 도연 사모보다는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도연보다 먼저 이룰 수가 있었다.
바보처럼... 여자의 자존심을 다 버리고, 먼저 윤 선생에게 뛰어들어서 그의 여자가 되기는 하였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윤 선생이 자신에게서만 여자를 발견하고 탐하는 그 상황이 가장 행복했다. 여자이기때문에... 윤 선생이 도연 사모를 생각하는 마음과 도연 사모가 윤 선생을 바라보는 그 마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윤 선생이 자신만을 여자로 여겨주길 바라고 소망했다... 윤 선생에게 다짐을 받고 싶었지만... 자신을 취하는 그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자신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윤 선생이었다는 것을 알았었고... 그게 죽기보다 싫다는 생각으로 더 윤 선생에 대한 자신의 소유를 은근하게 과시하고 지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 그것도 다 끝나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효미는... 그저 자신 하나만 없으면 남은 두 사람 모두에게 좋았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왜 자신에게는 이 좁은 공간에서조차... 자신만의 사랑을 지켜낼 수 없었을까 라는 깊은 자괴감이... 마음 속의 큰 상처가 되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그런 욕심을 그저... 그렇게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받아줬던... 도연 언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일부러 도연 언니 앞에서 더 윤 선생의 여자인 척 했었고... 함께 잘 때에도... 도연에게 윤 선생과 자기 사이에 있었던 일을... 비밀을 핑계로... 자랑처럼 전했었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언니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줬던... 도연 언니에게... 자신의 철없는 행동이 미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파서 죽을 것만 같을 때, 같은 혈육이라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도연은 자신을 돌봐주었고... 살아남은 우리 세 사람... 누구라도 몸도 마음도 아파서는 안된다고 자신을 다독여줬던 도연 언니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효미는... 도연 사모가 겪었던 결혼 생활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도연 사모의 남편이었던 오 목사의 행각은 이미 교회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이었고... 아버지가 교회의 시무 장로로 일했기 때문에, 효미는 도연 사모의 일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섬에 들어오기 전에는 때로 도연 사모가 위선적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자기 남자도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그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만이 걱정인 도연 사모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섬에 들어온 다음...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도연 사모를 봤기에... 효미는 도연 사모에게 여자로서의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윤 선생의 마음이 도연 사모에게 더 애틋하게 가는 것을 알아가면서... 효미는... 자신의 생각만으로는 오지 말았으면 하던 그 순간을 어떡하든 늦추고 싶었지만...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서 자신만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보 같고... 전에는 해보지도 않은 무서운 생각이기도 했지만... 그냥... 지금 일어난 이 일처럼 되더라도... 두 사람이 자신을 내어치지만 않는다면... 그냥 다 함께... 그렇게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되었으면 싶은 생각도 했었다.
두 눈으로 목격하고 만... 우려하던 일의 시작에... 효미는 그저... 눈물이 먼저 흘렀다... 윤 선생이 야속했고... 조금더 자신의 도덕을 지켜주지 않은 도연 언니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자신에게는 이런 상황에서조차... 자신만의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가가 가장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일어난 일때문에... 윤 선생이 자기를 멀리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아까처럼 자신에게 난폭하게 굴더라도... 아예 자신을 만지지도 않고, 여자로 여기지도 않는 윤 선생은 상상도 하기가 싫었고... 그런 걱정이 들면... 눈물이 더 났다. 어두워져서 달빛이 서려서 빛나는 바다와 멀리 뿌연 수평선 쪽을 바라보면서... 효미는 이 순간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는 온갖 염려와 생각때문에 소리내어 울었다...
* * * * * * * * * *
위로로 감싸안는 키스가... 내 속에서 이미 열정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런 키스를 허락하고 있는 도연 사모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야만 하겠다는 본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어느 순간... 내 품안에 안긴 도연 사모의 헤어진 원피스 위로 도연 사모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도연 사모의 원피스를 허벅지 위로 밀어올렸을 때... 도연 사모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더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연 사모가 내 품 속에서 빠져나갔고... 내 손으로 올려졌던 원피스는 다시 내려졌다.. 그리고 내 입술에서 떨어져 나온 도연 사모의 입술이... 떨리면서... 내게 말했다...
- 윤 선생님...
- ... 네...?
나는 두려웠다. 내가 확인했다고 생각했던 도연 사모의 마음이... 이렇게 다시 멀어져가고, 차라리 이런 일이 없었던 때가 나았다는 후회로 살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깊은 키스를 나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연 사모가 갑자기 두려움으로 차오르는 내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차마 더는 똑바로 도연 사모를 바라볼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도연 사모가 한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져 주기 시작했다...
- 고... 고마워요...
힘겹게 입을 연 도연 사모의 첫마디였다. 이 말이 순간 밀려오던 내 두려움을... 잠재워줬다. 한 손으로는 내 뺨을 어루만지고... 내 입술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쓸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아직도 자신의 허벅지에 얹혀져 있는 내 손을 가만히 감싸쥐면서... 도연 사모는 다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방금전까지, 지금까지의 섬 생활의 모든 평온이 파괴되는 것만 같던 위기감이 감도는 것만 같았는데... 나를 바라보는 도연 사모의 눈빛는... 내게 그런 걱정을 하지 말라고만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침묵의 대화를 참을 수가 없었고... 그랬기에... 도연 사모의 입술 가까이 다시 내 입술을 가져갔다...
- 아.... 안돼요...
- ... 왜, 왜죠...? 제가 싫은건가요...?
- 아뇨, 그건...
- 그럼 뭐죠...?
- 아... 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 ...
- 지금은 여기까지만 해요... 우리...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연 사모는 내 뺨을 어루만지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작지만 따뜻한 도연 사모의 손길이... 나는 좋았다. 내 뺨을 만지고 있는 도연 사모의 손길을 따라 가만히 얼굴을 움직여갔다... 알수 없는 평온한 마음이 그 손길의 따스함으로 몸에 번져가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 그럼... 지금이 아니면... 언제죠...?
- ...
- 제가 사모님을 원하는 건... 안되는 건가요...?
도연 사모가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격이... 마음 속에서 끌어 올랐다... 도연 사모가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그를 원하는 이 마음이 ... 기어이 용납된 것에 나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에 빠지고 말았다...
- 윤 선생님...
- 네...?
- 효미랑... 저랑...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 네... 무슨 뜻이죠...?
- 전... 선생님이 효미... 지금까지 그러신 것처럼... 계속 사랑해주셨으면 해요...
- ...
- 효미 마음이 부서지는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 그럼... 사모님을 향한 제 마음은... 어쩌죠...?
- ...
- 전... 사모님을 더...
- 아, 아뇨... 그런 말씀하시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
- 누가 더라는... 그런 말... 지금 우리들에겐 가장 위험한 말인거 같아요... 싫어요...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하면 좋단 말인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답을 찾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 전... 효미... 지키고 싶어요...
- ...
- 효미는 ... 윤 선생님의 사랑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 그, 그건...
- 아뇨... 저 그 아이 탓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루 윤 선생님도...
- ... 그렇지만, 전 어쩌죠... 그리고 사모님은, 저는...?
- ... 우리... 찾아가요...
- 뭘, 뭘요...?
- 어느 누구 한 사람... 다치지 않는...
- ... 잘 모르겠어요...
- 윤 선생님 없으면, 아니 윤 선생님이 잘 모르시면... 저도, 효미도...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어요... 여기서...
- ...
- ... 길이 있을거에요... 분명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마음의 복잡함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그리고... 도연 사모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만... 정작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잘 모를 것만 같아... 당혹스러운 마음이 커져갈 때... 도연 사모가 내게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와... 니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그리고... 내 입술을 열어... 처음으로... 내게 자신의 깊은 키스를 전했다... 그제서야... 나는 도연 사모가... 해답을 찾아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해답의 키스 뒤에... 도연 사모가 내 손을 잡고는 먼저 일어났고... 나도 그 손에 이끌려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손을 꼭 잡은 도연 사모의 손에서 나는... 앞으로 우리가 찾아나갈 길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 효미에게 가요, 우리...
그 밤에... 우리 세 사람은... 오직 이 섬에서만 허락될 수 있는... 가장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누구 한 사람... 서로에게서 마음으로 몸으로 멀어지지 않을... 길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뽀너스 대방출 하나 합니다.
제 집필실 자유게시판에 이전에 썼다가 내렸던 "새콤달콤 유학원정기"를 올려뒀습니다. 위의 이야기가 모자라시고 성에 안차시는 분들은 거기 가서 읽으세요. 2편 이상 게재하지 말라는 게시판 쓰기 원칙때문에 거기다 올렸습니다. 요즘 힘이 딸려서 이야기 길게도 못쓰고 자주도 못쓰네요. 이해해 주십시오. 원래 제 주특기였던 남녀 1대1의 이야기 중 나름 재미있게 썼던 것이니, 아마 최근 이야기에서 시도하는 다자간 섹스가 마음에 안드시는 분에게는 약간의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귀찮으시면 말고.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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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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