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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오브 아일랜드(ballade of island) - 1부22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1:10 591회 0건
.. 아아..기껏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 이제는 정말로 열심히 글을 쓸 때 이다!!

라고 생각하니 시험기간이로군요 훗.

즐거운 "공대"의 시험. 감미로운 자장가 속에 심취했던 전공과목 수업.

그리고 외계어와 고대어로 빽빽하게 메워진 전공책.. 1996년 발행된 전화번호부 보다 두껍다는 사실은

베개로서도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는 듯...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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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악몽 같은 시간... 어둠과 폭발, 환희와 절망... 끝없는 나락.. 그 속에서 속박되 버린 나..

공간을 건너 보이는 빛의 세계는... 내게 닿지 않는다..

천년.. 만년.. 숫자의 개념으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흐름..

내가.. 나여서.. 나인 것인가.. 나이기 때문에.. 나인 것인가..

나를... 나를... 나를 불러다오...




슬슬 중부대륙은 추워지는 기미가 보이지만, 남부대륙의 칼루나 왕국은 아직도 햇빛이 쨍쨍하다. 한겨울이 되어서도 쌀쌀하다고나 느낄 땡볕이 얼굴을 간질이는 것을 느끼며 아이빈은 잠에서 깨었다. 더러운 뒷골목에 웅크리고 잠을 잤던 아이빈.. 푹신한 침대와 하늘거리는 레이스, 그리고 아리따운 궁녀들과 잠을 청했던 황실의 생활이 잠깐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 땐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가지고, 낭비했으며, 버릴 수 있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 작은 움직임에도 주위의 모든 신하들이 긴장했으며.. 그 누구도 자신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한 뒷골목에 딱딱한 돌바닥에 엎드려서 잠을 자야 하는 처지이다.

하지만, 이 생활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아이빈은, 요 1,2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으나 큰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덩치는 커졌으나 오히려 위장은 작아진 것인가. 그런 것보다도 아이빈은 어떤 꿈을 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에서 깬 후 그 꿈에 대한 어떤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자, 그 사실이 불쾌했다. 떠올리려고 하면 가슴만 답답해질 뿐. 막연한 어둠만이 떠올랐다.

" 끄응. " 차가운 돌바닥에서 자니 온몸이 찌뿌둥 했다. 움직이는 관절들마다 비명을 지른다. 훔쳐입은 여행복도 이제는 너덜너덜 해졌다.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골목에서 어슬렁 거리며 나오는 아이빈. 아무도 그의 행색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골목과 달리 대로변은 수많은 사람들과 장사꾼들로 북적거린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음식 냄새. 눈을 감고 그 향기를 즐겼다. 그 때, 갑자기 느껴지는 소름. 이유없이 전신이 짜릿짜릿 해졌다. 숨이.. 막혀온다..

저절로 시장의 입구부분을 향해 얼굴이 돌려졌다. 어딘지 모르게 당황하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앞으로.. 더욱 앞으로 날아가는 자신의 시야. 수백미터 밖이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로막았지만... 그들을 통과한 후 공간을 건너뛰어 보이는 시야. 그 사실을 눈치채지도 못하고, 아이빈의 머릿 속에 검은 후드의 사내가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그를 뒤 쫓는 5명의 사내들. 그들의 이마에는 BOS가 작게 새겨져 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하는 사람들을 밟고 건너뛰면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난장판이 되버린 시장, 어느새 그들은 아이빈의 100여미터 밖까지 다가왔다. 도망치는 검은 후드의 사내.. 그의 덩치는 매우 작았다.

검은 그림자로 가려진 그의 얼굴.. 점점 또렷히 보였다.. 그.. 아니 그녀였다. 아직은 앳띤, 작은 상처와 피로 얼룩진 검은 머리의 소녀. 그리고 아이빈이 결코 잊을 수 없는..

" 수아... " 마른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한마디. 발 끝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의지보다 먼저 움직이는 신체. 푸슉!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그는 날아올랐다. 50여미터를 순간적으로 앞으로 튀어나간 그는 달려온 그를 보고 놀라 피하려는 수아를 낚아챈 후 그 자리에 멈췄다. 경악때문인지 반항도 하지 않는 수아. 그의 얼굴을 보고는 더욱더 놀랐다.

" 아, 아이빈... " 그녀의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이빈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어떻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아이빈을 보고 한 눈에 알아채버린 것일까. 키, 머리색, 얼굴, 눈의 색.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그인데, 수아는 확신하는 듯이 그를 껴안았다. 아이빈 역시 놀라움과 반가움에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난장판이 되버린 시장의 한 가운데에서 껴안고 있는 두 남녀. 그 순간, 아이빈의 전신에 경보가 울렸다. 고개를 돌리자 날아드는 암기들. 무기와 방어구가 전혀 없는 아이빈은 무의식중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부딪힌 듯 땅에 우수수 떨어지는 암기들.

챙! 채챙, 쨍그랑! 그러나 추격자들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익숙하게 둘을 포위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검. 더 이상 아이빈은 아무런 생각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품에 안긴 그녀를 벽쪽으로 살며시 밀어 낸 후 머리위로 날아오른 공격자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스와와와!!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공기중으로 파문이 인다. 공격하던 BOS 대원은 마법인줄 알고 긴장했으나, 아무런 위험도 느껴지지 않자, 자신의 칼을 내려찍었다. 그러나 아이빈의 손바닥에 그의 칼이 닿는 순간 공기중에서 먼지로 분해되었다. 아이빈을 공격하던 다른 대원들은 경악했으나, 탄력받은 상태에서 멈출 이유는 없었다. 그대로 네 방향에서 깊숙이 칼을 찌른다.

차차창 !! 고기를 찌르는 느낌이 아닌, 철벽에 막힌 느낌. 아이빈의 몸에서 10여 센치미터를 남긴 채 더 이상 전진 할 수 없었다.

" .. !!!? " 어이가 없는 눈빛들을 교환했지만, 그들의 몸은 이미 물러 난 후, 다시 공격준비를 했다. 저자는 누구지, 라는 물음을 내뱉는 자는 없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척살. 그들의 철칙이었다. 어느새 장사꾼들과 사람들이 빠져나가서 조용한 시장의 한복판에서 고요한 대치가 계속되었다. 불안으로 떨고 있는 수아 역시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아이빈의 시선이 수아에게 고정되어 있는 것을 눈치 챈 대원 하나가 그의 등뒤로 소리없이 접근했다. 독을 바른 듯 푸른빛으로 번들거리는 단도를 그의 뒤통수로 찔르는 그의 눈에는 실수란 없을것이라 확신하는 빛이었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피. 회심의 미소를 짓는 대원. 그의 눈으로 다시 한번 경악에 휩싸이는 대원들이 보였다.

뭘 놀라고 서있는가, 이제는 도망친 년을 잡아야지... 더 이상 생각을 잇지 못하고 뒤로 쓰러진 사내는 한차례 꿈틀거리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뻗은 아이빈의 손에 의해 심장에 주먹만한 구멍이 나버린 대원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서있는 세명의 대원을 둘러 보았다. 그의 눈에는 광기와 증오, 살의만이 가득했다. 그의 눈을 보자 그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감정, 공포심이 스멀스멀 전신을 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절로 칼을 쥔 손에 들어가는 힘. 그와 다른 두 대원의 눈빛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대화 하나 역시 서로의 생각을 깨달은 그들. 보이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 동시에 뛰어올랐다. 그들의 움직임에 저절로 반응 하는 아이빈. 무릎조차 굽히지 않고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나가면서 양 팔을 휘두렀다.

슈슝, 푸쉭. 희뿌연 것이 아이빈의 주위로 순간적으로 퍼져나가고, 그를 향해 달려들던 두명의 대원의 목이 날아가버렸다. 그들의 눈에는 아직 어떤 상황인지 깨닫지 못한 것인지 단호함만이 있었다. 이제는 전신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온몸에 짜릿함이 퍼지는 것을 느끼며 아이빈은 자신의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방금 BOS의 대원들을 도륙한 것이 기억났지만, 살인이라는 죄책감은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생긴 힘에 희열을 느꼈다.

" 꺄악 !! " 그런 그를 상념에서 빠져나오게 한 날카로운 비명소리. 당혹감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자, 신체의 오른쪽 대부분이 날아가버린 마지막 대원의 왼손이, 정확히는 그의 왼손에 쥐워진 짧은 단도가 그녀의 심장에 박혀있는 것이 보였다. 투둑 ! 무언가... 자신의 속에서 끊여졌다.

" 그아아아아아아아아 !!!! " 세상이.. 붉어진다.. 그가 괴성을 지름과 동시에 잔상이 남겨지며, 그의 몸이 날아갔다. 기겁한 대원은 끊어지려는 숨을 들이키며 경계했지만, 빠각 소리와 함께 머리가 터져버렸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뇌수. 뜨끈함이 등을 적시는 것을 느꼈지만, 그에게는 어떤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수아를 안아들었지만, 그녀의 호흡이 점점 느려진다. 봉긋한 그녀의 가슴에 손잡이만 보이는 단도. 그리고 꾸역꾸역 나오는 핏물. 그녀의 후드를 적셔서 그녀의 몸에 딱 달라붙었지만, 누구도 그 장면을 보고 성욕을 느낄 순 없을 것이다. 섬뜩하게 붉은 빛을 내뿜는 아이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몸이 덜덜 떨렸다. 눈물.. 눈물이 그의 얼굴을 적셨다..

" 아... 아.. 안돼... 수아야.. "

" .. 쿨럭, 아, 아이... 빈... 쿠흡 !! " 그녀가 기침을 할 때마다 피가 터져나와 그의 얼굴을 적셨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 마, 말 하지마. 내가.. 의사에게 데려다 줄게... 그러니깐.. "

" ..... 다시.. 너를 볼 수 있어서.. 풉! 다, 다행.... 이... 야.... " 그녀를 안은 아이빈의 손에 얹어져 있던 그녀의 손이 미끄러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몇초간의 침묵. 더 이상 그녀는... 숨을 쉬지 않는다..

" ......... 으아아아아아아아 !!! 끄아아아아아아 !! "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지르는 아이빈. 그의 고함과 묘하게 겹치는 야수의 울음소리가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작은 파동이 퍼져나갔다. 쿠쿠쿠쿵... 콰콰광 !!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멀쩡한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콰쾅! 우지끈, 콰콱 !! 현장으로부터 수십미터 떨어져서 웅성거리던 시민들의 발 밑이 무너졌으며, 건물의 파편이 쏟아져내렸다.

" 으악! "

" 피, 피해..! 커헉 !! "

아수라장. 왕실의 남쪽 200미터 지점에서 시작된 폭발은 반경 50여미터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놀라서 출동한 근위대와 근위대장, 그리고 BOS의 책임자.

" ....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

" ... 누군가 대 도시용 파괴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일까요.. "

" 우리 요원들이 이 쪽으로 도망자를 추격해 왔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

" ....마족이라도 추격한 겁니까. 이건.. 대체.. "

" 당장 ! 피해 조사를 해라! 그리고 폭발의 원인도 밝혀내랏 !! "

사태를 수습하기 시작한 병사들은 어디서부터 작업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닦달하는 근위대장을 뒤로 하고 왕실로 달려가는 BOS의 대장.

" 만약 그가 국왕폐하를 노렸다면... 위험하다 ! "

그가 왕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폭발의 원인인 아이빈은 근처의 작은 산 정상에 있었다. 그의 품안에는 이미 싸늘히 식어버린 수아가 들려있었다. 피처럼 붉은 머리가 하늘을 향해 뻗쳐있고, 그의 눈에는 피눈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붉은 눈동자와 충혈된 눈. 누가 본다면 그를 피의 악마라고 부를 것이다.

" ... ..끄흐... 크흐흐... " 흐느낌과 달리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눈물. 그는 피가 덕지덕지 묻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의 만남은 묘했지만, 살을 섞으면서 맺어진 관계. 어느새 지독한 정이 들어있었다. 자신이 외로울 때 생각난건, 어머니도, 황실의 실비아도, 궁녀들도 아니었다. 산 속에서 만나서 강제로 덮쳤던 그녀. 묘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기억에 깊히 각인되어 있었다. 아이빈은 그녀를 땅에 살며시 내려놓고 날아올랐다. 놀랍게도 그는 마법 스펠 시동도 없이 천천히 땅에서 떠올랐다. 정작 자신은 갑자기 생겨버린 힘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10여미터를 천천히 떠오른 아이빈. 그는 수아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되새겼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렸다.

" ... 영원한.. 안식의 이름으로.. " 구구구구궁. 작은 동산 전체가 울리면서 그녀 주위의 흙이 저절로 튀어올라서 그녀를 덮었다. 어느새 거대한 무덤이 생겨버렸다. 다시 천천히 땅으로 내려온 그는 곧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그가 무덤에 기대앉으면서 잠이 온다고 느꼈다. 점점 흐려지는 의식사이로.. 그의 귀에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 .... 나를 받아 들여라.. 나의 존재가 곧 너.. 각성함으로서 힘을 얻게 될 지어니.. ....억겁의 시간을 깨고.... 』



벌써 몇일 째 엘프 마을에서 눌러살며 완전히 살림을 차려버린 반과 시아란. 엘프부족은 둘을 축복해 주었다. 그들은 따로 결혼식을 치루진 않았지만, 그들의 어머니, 생명수 이그드라실의 앞에서 사랑을 속삭인 후 부부가 되었다. 작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즐기며 침대에서 누워있는 반. 눈을 감고 엘프 부족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 !! 쿠, 쿠헉 !!! " 갑자기 느껴지는 진통. 숨이 빨라진다. 전신의 피가 빠르게 돌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불안, 공포, 고독.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고통. 온몸에 전류가 흐른 것 같다.

" 바안∼ " 철혈의 전사였던 시아란. 그녀는 콧소리로 반의 이름을 부르며 활짝 웃으며 문을 열었다.

" 이제 일어나서 밥... 반 !!!! " 특별식을 준비해서 반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던 그녀는 곧 침대위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 하는 반을 발견했다. 놀라서 급히 다가가자 그의 떨림이 곧 멈췄다.

" 헉.. 허헉... 크윽... " 다시 안색이 돌아오며 숨을 헐떡이는 그를 보고 조금 안심한 그녀는 그의 땀을 닦아 주었다.

" 반.. 무슨 일이에요? 어디 아픈거에요 ? "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긴 하늘색의 눈. 이제 한숨 돌린 반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 ... 아마도.. ... 봉신의 서약이.. 깨어질 듯 하다.. 우려했던 일이.. 터져버렸어.. "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그가 내뱉는 말. 잠시 그 말을 이해하려 하던 시아란은 곧 경악했다.

" 그, 그게 무슨 소리... "

" 악마.. 마족의 힘이 느껴졌어.. 그리고.. 마왕에 버금가는 힘이.. " 그리고 마냥 평화롭기만 한 엘프 마을과 아름다운 나무들로 가득한 숲이 보이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린 반.

" 남쪽.. 남쪽 멀리..... 도대체 누가... "




정신을 잃은 아이빈은, 저녁이 돼서야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흐리멍텅한 눈으로 무덤을 쳐다보던 그는 곧 산을 걸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머리를 간지럽혔다. 그가 산을 거의다 내려가자, 수아가 묻힌 무덤에서 작은 진동이 있었다.

푸악 !! 언덕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거대한 무덤의 윗부분이 터져나왔다. 그 곳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죽어버린 수아. 그녀는 아이빈이 했던 것처럼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창백하고 음산한 분위기. 그녀는 곧 무언가 주문을 외웠고, 그러자 쌀쌀한 바람이 그녀의 주위로 모여서 그녀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그녀는.. 어떻게 죽음에서 깨어났고, 마법을 사용하는 것일까.

" 쿡, 이걸로 그의 각성의 시간이 더 앞당겨 졌겠지. " 남색의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내뱉는 말. 목소리나 모습은 여전히 수아의 모습 그대로 였지만, 그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상큼했던 수아의 전신에서 살벌함이 물씬 배어나왔다.

" 흐흥, 그 동안 연기하느라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 그녀의 심장에 뚫렸던 구멍은 어느새 치료가 되어있었다. 다시 무덤위로 내려앉은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무언가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환하게 빛나더니 찢어지고 피에 절어버린 그녀의 의상이 곧 수수하지만, 고품있는 이브닝 드레스로 바뀌어버렸다.

" 호호호.. 이걸로 나의 역할은 끝난 거군∼ " 그녀가 하늘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자신의 동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욕을 할 것이 뻔했지만,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론 기분뿐이었지만. 그녀의 진정한 정체는 마계 귀족 중 서열 11위. 7왕 중에서도 사탄을 모시는 최고위 귀족이었다.

" 아이리스·루이안·카라시뮐레스 발토르. 임무완수♡ 다른 분들께서는 수고해 주시어요∼ "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녀의 신체는 어둠속으로 묻혀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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